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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그대를 찾아갔다.
그리움에 목이 메어
서러움에 가슴을 찢고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해방의 물결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장소로
이 삶의 끝을 애써 잡거나 혹은 놓아 버리기 위해서라는 명목이 아닌,
그냥 보고 싶어서.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만이군.
자네를 보기위해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왔다네.
그때도 그러했지만 언제나 자네는 그 자리 그대로이군.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처럼 이를 닮은 자네.
언제였던가.
무작정 찾아간 어느 날.
나를 반겨준 것은 까닭 없이 울어대는 갈매기와 쓰레기 봉지 날리는 휑한 백사장의 모래들.
나는 그 위에 걸터앉아 동해백주 이십오도 한 병을 깠었다.
한잔을 들이키니 불같이 치솟는 울음의 열 개가 울컥 목을 메이게 한다.
쓰다.
한잔 가득 입안을 맴도는 알싸한 그것이 속이 허한 빈속을 더욱 똬리 치게 한다.
더럽게 맛없네.
누가 바닷가에서 먹은 술은 취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씨부럴.
횟감대신 허물어가는 슈퍼에서 구입한 생생한 새우깡 한 봉지를 뜯는다.
그리고 하나를 집어 새까만 암흑속 목구멍으로 집어넣는다.
우적우적.
그런데 여기에 새우는 얼마나 들어있는걸까.
우리네 살림살이처럼 잠시 비어있는 종이컵에 다시 쓰디쓴 소주 한잔을 따르고 들이킨다.
니미럴. 그래도 쓰다.
당신을 바라본다.
그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대는 왔다 갔다의 연속적인 반복 작용을 매번 같이 한다.
평소 온전한 당신은 수줍은 이십대 여인네의 가슴을 닮았다.
아직 세상 때 묻지 않은 살포시 젖은 속내를 애써 감추며 순수함으로 사람과 세상들에게 접근한다.
나는 아직 몰라예. 그런 거 몰라예~
그러다 나이를 먹어가며 인생의 비굴함의 경험을 해나가듯 그대는 변신해 나간다.
때론 거센 바람에 무너지고, 세찬 비에 저항하며,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떠나버린 그녀를 잊지 못하여 길길이 뛰어다니는 어떤 놈의 모습과도 닮았다.
그러다 체념을 하고 포기를 하고 돌아서는 그에게 그대는 거대한 괴물과도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를 넘어선 그 무언의 존재로 나의 삶과 여정을 온통 덮치기도 한다.
그리고 정말로 때론 그대는 당신 밑바닥의 심연을 선택된 사람들에게 허락하기도 한다.
아득한 끝을 알 수 없는 그 내부의 속으로 당신을 은밀히 초대하기도 한다.
끝없는 자네의 손을 잡기위해 허공에 맴돌던 허상이 무뎌지는 오늘 다시금 비어있는 빈 잔에 소주를 따른다.
봄의 바다는 뜨거운 여름을 대비하기 위한 전주곡인가.
뙤약볕아래 몸살처럼 뭉쳐져 있는 그때와는 달리 한적한 백사장이 못내 가슴을 초대한다.
그대 그 바다의 모습은 그대로다.
변하지 않는 그대.
그리고 변해가는 나의 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