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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7일 09시 42분 등록
 

그리스 비극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곽복록 조우현 옮김


1. 저자에 대하여

1) 아이스킬로스 

  아이스킬로스는 대체로 믿을 만한 파로스 연대기에 따르면, 마라톤 전투가 벌어진 BC490년에 35세였다. 그렇다면 그는 BC525년에 태어난 셈이다. 아테네에서 서북으로 20킬로미터쯤 떨어진 데미테르 여신의 유명한 영지 엘레우시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에우포리온에서 그곳의 오래된 신직 가문에 속해 있었다. 서정 시인인 판다로스와 같은 나이로, 소포클레스보다는 30세쯤 위이고, 에우리피데스와는 40년의 차이가 있다. 그는 고대 아테네의 3대 비극 시인으로 알려져 있고, 그 작가들 중 최초의 인물이라고 한다. 

 아이스킬로스는 참주정치(그리스에서 권력을 절대 남용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통치자가 절대권력을 행사한 정치) 시대에 태어나, 아테네 민주주의가 국내의 이기적 정치가들과 국외의 침략자들에 대항하여 확립되어가던 혼란기에 성장했다. 그의 생애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은 기원전 490년 무렵 제1차 페르시아 전쟁에 출정하여 마라톤 평원에서 싸운일일 것이다. 그는 이것을 평생토록 자랑으로 삼았으며, 자찬(이라고 전해지는) 묘비명에도 그것을 서술하고 있는데, 형 귀네게이로스는 그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 뒤의 아이스킬로스의 생활에 관해서는 그리 상세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20대에 극작가 대열에 끼었으나 연극 경연에서의 첫번 우승은 비교적 늦어 기원전 484년(41)세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뒤 열두 번의 우승을 거듭했다. 아테네 정부는 누구나 그의 작품을 축제 경연대회에서 재상연할 수 있다고 포고하는 유례 없는 조취를 취했다. 그는 소피스트 철학자 플라비오스 필로스트라토스의 글에 ‘비극의 아버지’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그가 이 칭호를 받은 것도 바로 이때였을 것이다.  그의 후기 활동으로는 기원전 470년 무렵 지중해 서쪽 패권을 잡고 대도시 시라쿠사의 참주로서 유명한 히에론의 초청을 받아 시칠리아로 건너가 자작의 비극 <<페르시아인들>>을 상연했다. 기원전 467년에는 아테네에 있으면서 <<테베로 가는 일곱 장군>>을 포함한 3부작을 상연했고, 기원전 458년에는 <<오레스테이아>>극을 상연하여 우승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스킬로스는 다시 시칠리아 섬으로 건너가, 마침내 기원저 456년 그 섬의 젤라 시에서 세상을 떠났다. 거북 한 마리를 낚아챈 독수리가 때마침 그의 머리 위를 날아가다가 그의 대머리에 눈이 부셔서 그만 거북을 떨어뜨린 것이 그의 머리에 맞아 곧 숨을 거두었다는 설이 있다. 그는 향년69셀 별세했다. 

 아이스킬로스의 작품은 90편 가운데 지금까지 대체로 완전하게 전해진 것은 7편뿐이다. 그 밖에는 79편의 희곡 이름과 500편 남짓한 단편이 호기심 많은 학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남아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레스테이아>>3부작 외에, 예부터 신인론으로서 많은 문학자들을 감동시킨 프로메테우스 극의 하나인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테베로 가는 일곱 장군>>, 페르시아 전쟁에 관계된 <<페르시아인들>>, 다나오스의 50명의 처녀들의 운명에서 취재한 <<구원을 찾는 여인들>>이 알려져 있다. 이 비극들을 보면,아 이킬로스가 매우 분방하고 웅대한 상상력을 지녔으며, 기개과 도량이 고매한 시인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취한 가운데 정신없이 신의 힘을 빌려 비극을 제작했다’고 전해지는 것도 옳은 말이다. 그는 옛날과 오늘날을 통틀어 그 예를 찾아보기 드문 그리스적인 힘과 정의의 문하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아이스킬로스 두 아들도 비극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그중 에우포리온은 아버지가 죽은 뒤에 아버지의 희곡들을 새롭게 상연해 4번 우승을 했다지만 BC431년에는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를 물리치고 1등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에 대해 알게 된 것도 기쁘지만 그가 아니고는 생각해 낼 수 없는 것들을 지어낸 시인의 창조성에 박수와 갈채를 보낸다. 


2) 소포클레스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96년 아테네 변두리인 콜로노스 히피오스에서 무기 제조업자 소필로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유복한 기사 계급에 잘생긴 얼굴과 뛰어난 재능을 지닌 그는, 기원전 468년 29세에 이미 선배이며 그즈음 첫째 가는 비극 시인 아이스킬로스를 디오니소스제의 비극 경연에서 물리치고 1등상을 받았다. 평생 동안 24번의 승리를 차지했다고 전해진다. 아이스킬로스의 2배 가량되는 승리다. 누구의 작품이 더 우수했는지 소견이 짧은 나는 비교할 수 없지만 승리의 여신이 소포클레스의 손을 더 많이 들어줬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께 음악교육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16살 되던 해에 살라미스 해전을 기리는 연회에서 선창 소년으로 뽑혀 노래를 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펠로포네스전쟁을 전후로 하여 소포클레스는 정치 생활에 들어가 요직을 여러 번 지냈다. 아테네 제국의 재무관 헬레노타미아스 자리에 임명되었다고 한다. 기원전 441년에는 장군으로 페리클레스와 함께 사모스에 원정했고, 펠로폰네소스 전쟁 동안에는 니키아스의 동료로 다시 장군이 되었으며, 시칠리아 원정 뒤에 일어난 나라의 위기에 맞닥뜨려서는 프로블로스로 선출되어 조국의 재건에 힘썼다고 한다. 이와 같이 영예스러운 지위는 이온의 회상록 가운데서 소포클레스가 직접 말하고 있듯, 그가 군사나 재정에 유능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인 및 문학가로서 그에 대한 아테네 시민들의 존경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겠다. 그의 뛰어난 재질과 미모로써 아테네의 우상이 되고 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것이 확실하다. 사망 후에는 아테네 시민들이 그에게 덱시온(영접하는 사람)이라는 영웅 칭호를 주었다. 90세 늙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창작력은 조금도 쇠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유작으로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남겼다. 

 그는 아이스킬로스의 뒤를 이어 비극의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비극예술의 완성자로 유명하다. 그가 연극에서 추구한 것은 아이스킬로스와 같은 무한무궁의 확대가 아니라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에 깃들인 무한한 깊이였다고 한다. 그는 세 배우를 등용시켜 동시에 대화를 갖게 함으로써 극을 진행시키는 기법을 비롯해서 소도구의 연구나 배경화 등을 채용했다고도 전한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3단계로 나누었다. 처음은 아이스킬로스와 같은 장엄하고 화려한 것, 다음은 기교적이고 엄숙한 것, 끝으로 성격 묘사에 알맞은 것의 3단계로 나누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작품의 대부분은 제2기 끝무렵부터 제3기에 드는 작품들이라고 한다.ㅣ 

 그의 작품은 총 133편인데, 그 가운데 7편의 비극 <<안티고네>>, <<아이아스>>, <<엘렉트라>>, <<오이디푸스 왕>>, <<트라키스의 여인들>>, <<필록테테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등과 그 밖에 파필루스에 의해 되살려진 사티로스 극 <<추적자>>의 단편과 잃어버린 극의 여러 단편 등 90여편의 제목이 오늘날 남아 있다.  이들 극은 모두 소포클레스가 50세의 고개를 넘어선 원숙기에 쓴 것이다.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을 해체한 소포클레스는 비극의 구성을 더욱 긴밀히 했고, 하나하나를 주옥같은 완전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완전한 구성력과 언어로 조성한 박력에 무서울 만큼 위력이 있다. 여기에는 냉엄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엄격함이 있다. 그러나 늘그막의 작품에서는 이것을 깨뜨렸다. 우리는 소포클레스의 위대함을 이 늘그막의 작품의 아름다움을 통해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된다. 

 소포클레스는 오래 살면서 상도 많이 받고 고위 공직에도 올랐으며, 죽은 후에도 칭송받았으다. 동상 과 작품이 세상에 남았다.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살다 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죽을 나이가 되서까지도 생동감있는 작품을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부러운 인생이다. 


3) 에우리피테스

 에우리피테스가 정확하게 언제 태어났는지가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과 상황에 따라 작가가 어떤 작품을 남겼느냐는 중요할 수 있으므로 그의 출생년도를 추정하는 것에 관심을 쏟아본다. 그가 기원전 480년에 태어났다는 것이 예부터 가장 널리 인정되어 온 듯 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4년에서 5년 앞당기는 설도 있다고 한다. 그 무렵에 그가 세상에 태어났나보다. 그의 집안은 부유한 지주 계급으로, 어머니도 상당히 좋은 가문 출신이었다고 한다. 그가 충분한 교육을 받은 것은 틀림없으며, 또 당시로선 드문 장서가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일부에서 전해지고 있듯 가난한 장사꾼의 아들이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그가 비극 작가로 데뷔한 것은 기원전 455년이었다고 한다. 바로 이 해에 자작의 4부작으로 비극 경연에 참가하여 예선에 통과했다. 그로부터 50년 동안 그가 상연하거나 제작한 극의 수는 대략 90편에 이른다고 전해지므로 그 실적으로 말하더라도 그가 아테네 극단에서 안정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다만 생전에 네 번밖에 1등상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그의 새로운 사상이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앞선 두 비극 작가들 보다 훨씬 1등 횟수가 적지만 그의 작품이 1등 상을 못할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인기의 신이 그가 살았을 때는 강림하지 않았던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가 살면서 힘들어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완전하거나 완전에 가까운 극의 수는 19편이다. 그 가운데 <<키클로프스>>는 이른바 사티로스 극으로, 이런 종류의 것으로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다. 또한 <<레소스>>는 일반적으로 그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의 작품이 선배인 다른 비극 작가보다 훨씬 많이 보존된 이유는 기원전 4세기 뒤의 압도적인 인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안 되는 동안 세상의 유행이 뒤바뀐 것이다. (역시,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그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우리의 예측이 빗나갈 경우도 종종 있지만 말이다.) 세상의 변화도 그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이 시인이 세상을 앞선 사상이나 취향이 생전에는 인기가 없었으나 죽은 뒤에 붐을 일으킨 주된 원인이었다고 하겠다.

 에우리피데스는 본디 명상적인 성격의 작가로 정치나 사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가능한 한 고독 속에 있으면서 사색이나 극작에 몰두했다고 전해진다. 소피스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합리주의적인 비판과 반발이 그의 작품 곳곳에 나타난다. 보수파로부터 심한 반감을 사는 결과를 주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문학 조류의 위대한 선각자였으며, 그 점은 뒷날의 문학에 미친 그의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가장 잘 엿볼 수 있단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자기만의 생각이 확고했던 사람인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했으니 분명 생각도 아주 많았을 것이다. 주어지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질문을 많이 함으로서 기존의 방식, 관념, 전통들에 대해 합리적인 반기를 들었을 것이다. 사상은 어떤 사람이 깊이 고민하고 고뇌하며 얻게 되는 새롭고도 좋은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 에우리피데스가 가진 생각도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작가라면 가져야 할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보수파에 반발을 사면서까지 지조있게 자신의 작품 활동을 한 그에게 본받을 점을 챙겨본다.


4) 곽복록

 한국 독문학 1세대격인 곽복록 서강대 명예교수는 함북 성진에서 출생했다. 1948년 서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1960년 독일 뷔르츠부르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성균관대, 서울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했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괴테의 ‘파우스트’등 독일무낙 작품을 번역해왔으며 괴테협회 초대회장과 독어독문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서독정부 문화훈장, 한국번역문학상, 국민훈장 석류장 등을 받았다. 

 2011년 5월 28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그가 세상에 남긴 저서에는 <<독일문학의 사상과 배경>>, <<그리스 희곡의 이해>>, <<현대 독어독문학 연구>> 등이 있다. 그리고 역서에는 폰타네의 <<사랑의 미로>>,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헤르만 카자크의 <<강물 뒤의 도시>>, 하인리히 뵐의 <<아담, 너는 어디 가 있었나>>, 프리덴탈의 <<괴테의 생애와 시대>>,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 요한 볼프강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등이 있다. 2007년에는 젊은 문학도였던 요한 페터 에커만이 괴테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괴테와의 대화’를 처음으로 완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고인은 한국 독문학 1세대로 한국 현대문학에 상다안 공적을 남기신 분이라는 평을 받으며 여러 독일문학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등 강의활동 못지 않게 많은 학문활동을 하신 분이다. 


5) 조우현

 서울에서 태어난 조우현 교수는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연세대 철학과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비교사상연구회 회장을 역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지은 책은 <<서양 철학사 개요>>, <<철학 개론>>, <<인간에의 향수>>, <<인간과 윤리>>, <<사람과 사상>>, <<철학과 생활>>,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과 옮긴 책은 플라톤 <<잔치>>,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국가>> 등이 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아이스킬로스]

p12 이같은 난폭함과 교만, 도리에 어긋난 행위도 정의의 재판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피를 피로 갚는 보복의 되풀이에서는 영원히 정상적인 평화로운 사회 정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킬로스가 이 3부작(<<오레스테이아>>)에서 나타내려 한 것은 단순히 이러한 사회극이나 윤리극이나 사상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은 종교적인 바탕에 의해, 또 정의에 대한 사랑으로 침투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들 이상으로 훨씬 강하게 3곡 다 저마다의 취향을 가지고 장대한 구상 아래 깊은 인생에 대한 통찰과 힘찬 초자연적인 인물의 움직임을 화려한 환상의 비상(飛翔)과 늠름한 문구의 구사로 그리고 있다. 


Prometheus Bound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선견.先見)

 

(그림)

프로메테우스.jpg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1.jpg  

p15 코러스 : 오케아노스의 딸들로 구성, 모두 온순하고 관습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소녀들이지만 유사시에는 누구보다도 용감해진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 같나?” 무엇보다 ‘유사시에는 누구보다 용감해진다.’라는 말이 좋다. 


P16 힘) 이놈이 훔쳐 저 인간들에게 넘겨준 것이 바로 그대의 꽃, 만물을 뜻대로 이루게 하는 기술의 빛인 불이었으니까. 


P17 헤파이스토스) 새로 왕이 되면 누구나 무자비해지는 법이니까. 

핏줄이란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는 법이지. 게다가 오랜 친구였으니까. 

이따위 재주는 왜 배웠던가. 이젠 그것이 한스럽군. 

힘) 손재주를 탓하면 무얼 합니까? 그것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분명하잖아요?

헤파이스토스) 그렇지만 내가 아닌 다른 놈이 이런 기술을 가졌더라면 좋았으려만. 

힘) 하늘 나라의 왕을 빼놓고는 누구나 걱정을 하게 마련입니다. 

헤파이스토스) 여태껏 나는 이 기술로 그 누구도 해친 일이 없었는데. (자신이 가진 기술로 누군가를 해치게 된다는 것은 끔직한 일이다.)

                               

(그림)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2(암스텔담 국립박물관).jpg  

Prometheus chained by Vulcan (1623) Dirck van Baburen / Rijksmuseum Amsterdam (암스텔담 국립박물관). 아무생각 없어 보이는 헤파이스토스(불카누스)가 프로메테우스를 묶고 있고, 제우스의 사신 헤르메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그림을 보면 헤벌레한 인물 묘사는 ‘프란츠 할스’로 대표되는 네덜란드풍 인물화의 특징을 담고 있고, 명암대비의 강조에서는 ‘카라바조’의 영향이 짙게 드러난다. 바부렌의 그림 중에는 유머러스한 풍속화인 <뚜쟁이>가 특히 유명하다.



P18 헤파이토스) 자네 말은 어쩌면 생긴 것과 그렇게도 같은가. 

힘) 인정이 많으신 건 좋지만, 제발 내 고집과 사나운 성미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탓하지 말아 주십시오. 

힘) 신의 특권을 훔쳐 하루살이 인간에게 갖다 주어 보시란 말이야. 


P19 프로메테우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다 알고 있다. 그 어떤 고통도 내가 예기치 않았던 것은 없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운명이 내게 보내 준 그것을 되도록 가볍게 견뎌 보아야지. 

필연과 맞서 거역을 해 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걸 나는 알고 있네. 

이 불은 인간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주고 훌륭한 자원이 되는거야. 


P20 프로메테우스) 이 세상 굽이굽이 쉬지 않고 흘러넘치는 신 오케아노스의 딸들이여. (바다를 일컬어 ‘이 세상 굽이굽이 쉬지 않고 흘러넘치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 맘에든다.)


P20 코러스) 제우스는 새 율법을 따라 겁 없이 다스리죠. 

그 옛날의 위대한 율법은 아랑곳없이 말이에요.

옛날의 위대한 율법과 지금 시대 우리 삶에 적용되고 있는 새로운 율법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할 일이다. 균형. 

P20 프로메테우스) 차라리 제우스가 저 깊은 땅 속에, 죽은 자를 맞이하는 끝없는 암흑의 땅 속으로 나를 내동댕이쳐 버리기나 했으면. 그곳에서라면 제아무리 가혹한 쇠사슬이 나를 영원토록 묶어 놓는다 하더라도 신과 인간의 눈에는 뜨이지 않았을 것을.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메테우스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결박 당한 상태보다도 그 결박이 만천하에 공개 된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음이 보여진다. ‘수치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P21 프로메테우스) 그러나 제아무리 감언이설로 나를 꾀어도 나는 거기 넘어가진 않을 거야. 그 어떤 협박을 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그 사실을 알아내진 못하지. (다짐, 신념, 지켜내기.)

코러스) 이처럼 쓰라린 고통 중에도 굽히시지 않는군요. 

자유로운 몸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말을 하시는군요.  (어떤 상황이라도 자유로운 몸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삶을 산다면 그것만큼 고귀한 삶이 어디있겠는가!)

날카로운 두려움이 내 가슴을 찌르고 있어요. 

그 언제, 그 어디로 가야 당신은 이 고해를 벗어나 안식처에 도달하게 되시나요? 


P22 프로메테우스) 내 어머니 테미스는, 내게 한 번만이 아니라 여러 번 앞날이 어떻게 운명지어질 것인지를 예언하셨어. ‘앞으로의 승리자는 폭력이나 무력으로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교묘한 술책으로 이룰 수 있다’고 말이야. (교묘한 술책이라....... 이 시대의 승리자는 진정성을 가진 영웅이 아닐까?)


P23 프로메테우스) 모든 폭군에게 뿌리박혀 있는 병이 곧 이거야. 옛 친구를 믿지 못하는 병 말이야. 

나 자신의 일은 생각지 않고 인간을 동정했더니, 그만 그 누구의 동정도 못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어. 

그러나 이 광경이 언젠가는 제우스의 이름을 수치스럽게 만들고야 말거야. 

그렇지, 내 친구들 눈에야 보기가 애처롭겠지. 

코러스 대장) 혹시 말씀하신 것보다 더 지나친 일을 저지른 건 아니겠지요?

프로메테우스) 인간들이 앞날의 운명, 다가올 재앙을 내다보지 못하도록 만들었지.

코러스 대장) 불행을 내다본다는 건 좋지 못한 병이죠. 어떻게 그 병을 고치셨나요?

프로메테우스) 그들에게 맹목적인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지.

코러스 대장) 그것 참 훌륭한 선물을 주셨군요.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 ‘맹목적’ 희망과 불. 맹목적 희망은 왠지 이해되면서도 슬프다. 


P24 프로메테우스) 불행을 모르는 사람이 고생하는 놈에게 충고를 하고 꾸짖기란 쉬운 것이야. 

그리고 내가 죄를 범했다면 나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그랬던 거야. 

근심 걱정이란 멀리멀리 떠돌아다니는 것같이 보이지만, 언제나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는 것이니까. 


P25 오케아노스) 당신이 현명한 건 나도 알고 있지만, 당신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하오. 자기가 누구라는 걸 모르고 있단 말이오. 신들을 통치하는 왕이 새로 들어섰으니, 그대의 태도도 새 환경에 적응해야 하오. 


P26 오케아노스) 쓸데없이 입을 놀리면 해가 닥쳐온다는 걸 모르신단 말이오?

자기 일엔 어두우면서도 남에게는 충고를 잘 하시는구려. 말을 듣고 그러는 게 아니라 당신의 행동을 보고 하는 말이오. 

프로메테우스) 내가 불행하다고 해서 남에게까지 불행이 다가오기를 원하지는 않으니까. 


P27 프로메테우스) 산등성이 높은 곳엔 불의 신이 도사리고 앉아 용광로 속에서 녹은 무쇠를 용접하고 있지. 거기서 언젠가는 뜨거운 불의 개울이 터져나와 과실이 무르익는 넓은 시칠리아 벌판을 사나운 불길로 삼켜 버리고 말 게야. (시칠리아에 대한 문장은 모아 놓고 있는 중)


P27 오케아노스) 잘 알다시피 분노가 극도에 달했을 땐 부드러운 말로 설득을 해 보는 것이 약이 된다지 않소.

프로메테우스) 화가 가득 차 폭발할 지경일 땐 억지로 눌러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걸세.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러면 수그러질 테니까. 

오케아노스) 그렇지만 신중을 기하면서도 용감하게 나가면 될 것 아니오.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P27~28 오케아노스) 신의를 지키는 친구가 될 수만 있다면 어리석게 보여도 무방하니까. 

우리는 어떤 친구를 가졌는가? 나는 어떤 친구인가? 

프로메테우스) 하지만 자네가 하는 일에 대한 보복이 결국은 모두 내게 쏟아지고야 말걸. 

오케아노스) 그런 말을 하신다면 할 수 없이 그냥 돌아가는 수밖에 없군요. 

프로메테우스0 바로 그래. 그렇게 해야만 내 걱정을 해 주는 자네에게 적이 생기지 않을 걸세. 


P28 오케아노스) 당신의 불행을 교훈으로 삼겠소. 


P29 프로메테우스) 이와 같이 억울함을 당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구려. 

인간이 겪고 있는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인간을 보고 그들에게 생각하는 능력을 주었지. 나를 통해서 그들은 이해력을 얻은 거요. 

가냘픈 개미 떼들이 햇빛도 안 드는 저 땅 속 깊이 묻혀 살 듯이 인간들은 동굴 속에서 살고 있었어. 


P30 프로메테우스) 사계절을 가늠하는 별들이 떴다 졌다 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나한테 배웠고, 무엇보다도 으뜸가는 기술인 셈하기와 문자의 사용법 같은 것도 가르쳐 주었어. 모든 예술의 어머니인 상상력도 주었지. 

코러스 대장) 자신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의사처럼 수치를 당하고 계시는군요. 남의 질병을 모두 고쳐 주신 그대가 이제 와서 정신은 흩어지고 마음은 희미해져 자기 병에 맞는 약을 찾아내지도 못하게 되었군요. 


P31 프로메테우스) 모든 일을 매듭지을 운명의 신이 아직까지는 나를 석방시킬 그러한 결정을 하지 않았어. 나는 오랜 세월을 두고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어야 해. 그렇게 해야만 사슬에서 풀려 나올 수 있을거야. 그 어떤 재주를 부려 보아도, 꾀를 내 보아도 모두 필연 앞에선 어리석은 것에 불과할 테니까. 

코러스 대장) 필연을 움직이는 신은 누구신가요?

프로메테우스) 세 가지 얼굴을 가진 운명의 신과 그 무엇도 잊을 줄 모르는 복수의 여신이지. 


P32 코러스) 희망이 있을 때, 희망에 신념이 깃들 때, 기나긴 인생도 즐거운 것이 되리니. 

즐거운 생각에 마음이 힘차게 부풀어 오를 때 인생은 감미로운 것, 즐거운 것. 

아침에 일어나 저녁이면 사라지는 이슬 같은 인생이 무슨 힘으로 그대를 돕겠나요?

(이슬 같은 인생이라, 신이 보기엔 그럴지도. 그렇다면 인간의 입장에서 인생을 보면 뭐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까? 계속 내리는 빗줄기? 신이 보기에 우리 인간의 100년 쯤 되는 삶은 하루조차 안되는 시간 처럼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의 하루 하루는 사실 그리 간단하거나 짧지만은 않은 것 같다.)


P33 이오) 이만하면 방황할 대로 방황했고, 이만하면 시련도 받을 대로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불행을 벗어날 길이 없군요. 

변신 이야기에서 먼저 만난 이오, 반갑다. 아이스킬로스가 묘사한 이오는 오비디우스가 이야기한 이오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오비디우스는 이오의 슬픔보다 이오를 찾았던 아버지의 슬픔을 표현하는데 더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면 아이스킬로스는 이오의 방황, 고난, 역경을 더 많이 드러나게 서술해 주었다. 아, 이오의 슬픈 운명이여!)


P35 프로메테우스) 가슴이 아플 때 같이 울어 줄 수 있는 사람과 얘기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요. 


P38 프로메테우스) 겨울 바다 같은 번민과 파멸이 기다리고 있지요. 

이오) 평생토록 두고두고 고민하며 사느니 차라리 바로 죽어 버리는 게 나을 테니까. 

프로메테우스) 한 번 죽으면 모든 고통이 끝나는 거죠. 


P42 이오) 마치 바다에 빠진 사람이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듯 혀가 제대로 돌지 않아요.

코러스) 결혼이란 같은 지위와 같은 신분끼리 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운명의 신이시여, 신과 인간을 통솔하는 운명이시여. 


P44 헤르메스) 말을 하되 수수께끼같이 얼버무리지 말고 조목조목 분명하게 여쭈어야 한다. 


P45 프로메테우스) 적에 대한 증오심을 광기라고 부른다면 나는 미친놈이다. 

때가 되면 알겠지. 세월은 흘러가면서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법이니까. 


P46 헤르메스) 이런 고통이 끝날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말란 말이야. 어떤 신이든지 제 발로 걸어와 너 대신 벌을 받겠다고 하기 전에는 말이야. 네 고통을 대신 지고 너 대신 저 검은 죽음의 골짜기로, 햇빛을 볼 수 없는 암흑 구덩이로 들어가겠다고 나서는 신이 나타나기 전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생명을 얻는 것, 그것은 반드시 희생이 따르는 법인가보다. ‘네 고통을 대신 지고 너 대신 저......’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나 대신’을 생각해보았다. 나를 대신해서? 나를 대신하다는 것에대해 깊이 생각해본다. 

코러스 대장) 고집을 버리고 현명한 충고를 들으라는 말을 하고 있어요. 

 

P47 프로메테우스) 하지만 적의 손에 당하는 고통이 다 수치스러울 건 없다. 

코러스) 친구를 배신하다니. 그보다 더 고약한 게 어디 있어요. (아이스킬로스는 친구, 우정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친구를 배신한다는 것은 아주 구역질 나는 일이라고.)

배신하는 건 구역질 나는 짓이니까요.

헤르메스) 기억하라, 내가 충고한 일을. 그리고 멸망당했을 때 운명을 탓하지 마라. 자기가 한 일이니까. 예기치 못한 상처를 제우스 신께서 내리셨다고 외치지는 마라. 바로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멸망의 구렁텅이에, 피할 수도 없는 길에 빠진 거니까. 갑자기 당하는 것도 아니다. 비밀리에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아이킬로스는 ‘운명’을 믿고 있었던 것 같다. 헤르메스의 대사를 빌려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일까? ‘운명의 탓하지 마라. 자기가 한 일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잠시 멈춘다. 생각한다. ‘갑자기 당하는 것도 아니다. 비밀리에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이 말에 의하면 우리는 어쩌면 아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큰 틀안에서 제 나름대로 운명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흐음.. 이 부분은 다시 곱씹어봐야겠다.)

프로메테우스) 말은 끝나고 이제는 행동이구나. 


Agamemnon

아가멤논


 


아가멤논을 죽이려는 클뤼타이메스트라.jpg

Clytemnestra hesitates before killing the sleeping Agamemnon, Pierre-Narcisse GUÉRIN>

* 클뤼타이메스트라가 남편 아가멤논을 죽이기 전에 망설이자, 정부 아이기스토스가 부추기고 있다. 욕실에서 그물로 덮어씌워 도끼로 죽였다는 이야기와는 다른 구도다.

출처:아가멤논 가문의 비극.


p50 <<오레스테이아>> 3부작의 서편(序篇)이다.

이윽고 개선을 전하는 전령으로부터 왕이 등장하기까지 곡 전체의 절반은 깊은 불안과 극적인 긴장 조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편의 중요 부분은, 강인한 의지로 심한 증오와 원한을 능란한 말 솜씨 뒤에 숨기는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움직임과, 그와 반대로 본디 트로이의 왕녀였으나 지금은 포로로 굴욕을 당하는 아폴론 무녀(신을 배반한 벌로 그 예언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 카산드라의 절규에 있다. 등장에서 자신의 죽을 운명을 예언하며 성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카산드라의 행동과 비통한 부르짖음은 긴장과 불길한 예상으로 극장 안을 가득 채우는 시인의 뛰어난 창조다. 한편 아르고스의 장로들로 이루어진 코러스는, 아이스킬로스 특유의 높은 모럴과 깊은 종교적인 사념으로 아트레우스 집안의 운명과 집념의 결말, 교만과 포만이 파국을 부른다는 것, 사람들은 오직 고뇌에 의해서만 배운다는 것, 행위에는 반드시 보답이 있다는 것을 노래한다.


p52 파수병) 또한 마음이 내켜 노래를 부르거나 흥얼거릴 때면, 그것도 잠을 쫓기에 알맞은 약이라 할 수 있으리……

 이 저택의 불행한 한숨 섞어가며 울고 있는 것이다. 옛날처럼 모든 일들이 잘 처리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운 좋게 모든 고생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 기쁜 불빛이여, 밤에도 대낮처럼 빛나는 불빛이여.

 주인님의 행운은 곧 나에게도 이로운 것, 횃불을 지키는 운명의 주사위는 세 번 모두 여섯이라는 숫자가 나왔으니까. (각주 : 주사위놀이는 예부터 행해졌으며, 희랍 비극에서도 가끔 보인다. 4면 또는 6면 입방체로 되어 있으며, 셋 또는 네 개가 한 조를 이룬다. 여기서는 물론 세 개이나 여섯을 세 번 보여 준 것은 가장 큰 길조를 뜻한다.)


p53 파수병) 거대한 소가 혓바닥 위에 올라탔구나. 이 궁전이 소리를 낼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 테지. 아니, 알고 있는 자는 내 말을 이해하겠지만 모르는 자들은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

코러스) 노여움에 불타 무서운 기세로 외치면서/ 마치 새끼 잃은 독수리처럼/ 크나큰 슬픔 때문에/ 보금자리 위 하늘을/ 날개를 파닥이며 빙빙 돌았지만/ 새끼들의 잠자리를 지키는 노력도/ 지금은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도다.


p54 코러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끝내는 정해진 운명처럼 되리.

완고한 고집들도 언젠가는 부드럽게 풀릴 날이 온다.

아직 가슴 속에서 문득 솟아오르는/ 어린 마음이 늙은이와 비슷한들/ 아레스(군신)에 관한 일은 전혀 마음에도 없는 것을……/ 나이든 늙은이는 무엇인가./ 잎들도 시들어 다 떨어져 버린 나무처럼/ 거리를 비실비실 거니는 것은/ 대낮의 환상인 양 쓸모없는/ 어린이와 조금도 다름없다.


p55 코러스) 아니, 그 근심도 때로는 불길한 일이면서/ 희생을 바치는 제단에서 밝혀지는/ 정다운 희망이, 풀 길 없는 마음의 근심을 씻어주리라.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허락된 일, 한창 나이인/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출발의/ 격려사를. 그것은 아직도/ 신의 세계로부터 내려온 설득력이 살아서/ 세월과 더불어 자라난/ 수많은 노래의 힘이다.


p56 코러스) 하지만 행운이 이길 수 있도록 해주소서.

 

p57 코러스) 우리가 찾으려는 신은 모든 것을 바르게 다스리는 파이안님.

다시금 법도에 어긋나는/ 희생을 권하지 마시기를, 나눌 수도 없는/ 육신 사이의 다툼을 만들어/ 그에 반역케 하는 원인이 되는 것, 무서워라.

제우스 신이여, 정말은 어떤 분이신지 잘 모르오나/ 이름 불러 올림을 가상이 여기신다면/ 그 이름으로 기도를 드리나이다./ 미루어 생각하건대 우리의 이 가슴 속에서/ 공연한 근심 걱정을 진실로 없애 줄 수 있는 분은/ 제우슨 신 말고는 없나이다.

 인간이 공통적으로 초월적 신에게 바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공연한 근심과 걱정을 진실로 없애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간 스스로 공연한 근심과 걱정을 없앨 수 있을 것 같다.


p58 코러스) 잠든 사이에도 마음 속의 아픔과 쓰라림을/ 잊지 못하는 고뇌야 말로/ 피를 흘려서 바라지 않고도 스스로 올바른 마음을 가져온다./ 이는 거룩한 힘으로 조종하시는/ 신은 은혜시리니.

불어닥치는 운명의 바람에 휩쓸려 복종하셨다.


p59 코러스) 이같은 필연의 멍에를 걸머진 뒤로는/ 신을 두려워 않고, 또한 깨끗지 못해 신의 뜻에 어긋나는/ 마음에, 바람이 부는 대로 기분을 바꾸어/ 그 뒤부터는 어떠한 일도 다 헤치우려고 결심하셨다./ 비겁한 마음은 사람을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덤비게 만드나니/ 무참한 화금을 가져오는 비뚤어진 생각이니라.


p61 코러스) 하지만 고생한 자만이 깨우침을/ 얻는 다는 것은 당연한 법칙/ 앞날의 일은 일어났을 때/ 언젠가는 듣게 된다, 그때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으리,/ 그것은 미리부터 탄식함과 같은 일/ 언젠가는 아침 햇살과 함께 뚜렷해지리니/ 지금은 일이 잘되어 행운이 있기를

클리타임네스트라) (장로들을 보며) 반가운 소식은 속담에도 있듯, 이 새벽은 따뜻한 어머니인 밤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오.

코러스 대장) 기쁨이 이 몸을 흔들어 눈물까지 납니다. (기쁨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p63 클리타임네스트라) 트로이를 그리스군이 바로 오늘 아침 점령했소. 그 거리의 서로 뒤섞여 들리지 않는 외침 소리가 뚜렷이 들려오는 것만 같구려.

 초와 술을 한 그릇에 담으면 서로 섞여들지 않고 따로따로 노는 것을 보았을 것이오. 마찬가지로 정복된 자와 정복한 자의 소리에서 서로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뚜렷이 분간할 수 있소.

 부디 병사들 모두가 탐욕에 빠져서 손 대선 아니될 것을 약탈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이제부터는 고향으로 탈 없이 돌아와야 되니까.

p64 클리타임네스트라) 가고 오는 길은 둘, 아직도 그 한쪽 길이 남아 있으니. 게다가 비록 이 크나큰 군대가 신들에게 죄를 짓지 않고 돌아온다 해도 전사한 이의 괴로움은 잠만 깨면 늘 떠나지 않는 법. 당장에는 재난이 닥치지 않는다 해도 언제 어느 때 닥칠지 모르는 일이니.

코러스) 표적에 닿지 않는다든가, 별의 세계를 넘는다든가 하는/ 공연한 화살은 날리지 않도록 하셨습니다.


p65 코러스1) 미리 결정하신 대로 신들은 성취하신다.

아무리 그 기세가 맹렬할지라도/ 또 집안이 번성하고 재물이 넘칠지라도/ 가장 알맞은 것은 정도를 넘지 않는 일./ 분별심이 충분히 갖추어진 인간은/ 모든 게 충분할 만큼 곤궁하지만 않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부(富)나 재물이라도/ 교만한 자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의로운 신의 제단을 업신여기고/ 결국 멸망을 불러일으키는 자에게는.


마치 불순한 놋쇠처럼 정의의 심판을 만나/ ‘시금석’을 닦고 음미해 보면/ 검은 손때를 드러내리/ 새를 쫓는 아이들처럼 쓸데없는 기도/ 백성들에게 견딜 수 없는 재난을 가져다 준다면/ 신도 그 기원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책망 들을 자를/ 죄인이라 정하신다.


p66 코러스) 바다 건너 떠나간 여인에게 애오라지 마음이 끌려/ 왕궁의 주인은 넋 빠진 속 빈 강정, 빈 껍질인 양 보이나니/ 자태도년  아름답게 나란히 서 있는 입상(立像),/ 그 요염한 모습마저 홀로 남은 임에겐 그저 한스럽고/ 없는 여인을 애타게 찾는 눈초리와/ 공허로운 모습에는 도무지 힘이 없다.

꿈 속에 나타나는 고뇌에 찬 환영은 있어도/ 그것은 헛된 위로를 가져다 줄 뿐/ 공허한, 손 닿는 곳에 보인다 생각한 것이……/ 순식간에 날개 돋친 듯/ 팔 사이로 빠져 나가/ 잠 속의 꿈길을 따라 사라져 버린다.


p68 코러스) 원한 품은 시민들이 말하는 소문은 중대한 것/ 군중들이 말하는 저주는 반드시 보상을 요구한다.

많은 목숨을 해친 자들을/ 신의 눈은 결코 놓치지 않으므로/ 무서운 복수의 신은 옳지 않으므로/ 번영하는 자를 언젠가는 반드시/ 거꾸러뜨리고, 그 생활을 바꾸어/ 멸시해 버리지. 마침내 일단/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아무 힘도 없어져 버린다.

성을 함락시킨 대장군도 되기 싫고/ 포로의 몸으로 남의 종 노릇 하며/ 삶을 이어가는 것도 싫은 일.


p69 코러스) 여자란 꾀임당하기 쉬운 기질로서는/ 확인하기도 전에 성급히 믿어 버림은 흔히 있는 일.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코러스 대장) 우선 이제까지의 행운에 한층 행운이 더하기를 바랄 뿐이오.

전령) 오, 대대로 이어온 아르고스 나라의 그리운 땅이여, 10년이 지난 오늘 새벽 햇살을 따라 그대 품에 돌아왔다. 수없는 희망이 깨어진 뒤 가까스로 그 하나를 얻은 것이다.


p70 전령) 물론입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눈에 눈물이 넘쳐 흐릅니다.


p71 전령) 무슨 까닭으로 그렇듯 고뇌에 찬 불쾌감이 당신네들을 찾아왔습니까?

코러스대장) 오래 전부터 침묵 지키는 것을 우리는 재난을 막는 약으로 삼아 왔었소.

전령) 이렇듯 오랜 세월 동안에는 본디부터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는 것도 나빠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신들 말고 그 누가 한평생 아무 괴로움 없이 지낼 수 있겠습니까?

아르고스군 생존자들에게는 저울에 달아 보면 이익 쪽이 훨씬 크고, 괴로움은 훨씬 가벼올 터이니까요.


p72 코러스 대장) 과연 그대의 의견은 훌륭하오. 노인이라도 배움에 있어서는 언제나 젊은 법이니까.


p73 코러스 대장) 어떻게 하면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서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

전령) 활의 명수처럼 정확하게 적중시키어 오랜 재난을 짤막한 글귀로 말씀하셨군요.


p74 전령) 지금까지 원수였던 불과 바다가 서로 짜고서 운 나쁜 그리스군을 곯리고, 속마음을 드러내어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서투른 목동에게 쫓기는 양 떼처럼,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기 시작할 때 우리가 본 것은, 아이가이아의 바닥 가득히 그리스군의 병사와 부서진 배의 잔해가 꽃처럼 흩어진 광경이었습니다.


p75 코러스) 모든 점에까지 진실한 이름을/ 누군가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의/ 운명으로 정해진 바를/ 미리 알고 알아맞혔는가.

그 뒤를 집념에 넘친 분노가 쫓아갔다.


p78 코러스) 그런데 정의는 그을음투성이가 된 집안에서도 빛을 밝히고/ 절도 있는 사람을 칭찬하지만/ 온통 황금으로 칠한 주택이라도 손을 죄로/ 더럽힌 자에게는 눈길을 돌려/ 그곳을 떠나 올바른 집을 찾아간다. 잘못하여 부가/ 영예의 표적을 준다 해도, 그 권세는 존경하지 않고/ 만물을 종말로 이끄시는 신이시다.

코러스 대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겉으로 보이는 것을/ 진실보다 중요하게 여겨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는 법입니다./ 불행한 사람들을 위한 비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터이지요./ 하지만 그 고뇌의 아픔은/ 결코 가슴 깊이 스며 있는 게 아니어서/ 또한 비슷한 외관을 꾸미고, 웃을 수도 없는/ 얼굴에 억지로 웃음지어 함께 기뻐하는 척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자기 양을 식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친절한 마음씨에서 동정한다고 보이는 사람의/ 눈초리가 사실은 겉보기의 우정이며/ 그저 아첨뿐이라는 것을/ 간파하게 될 것입니다.


p79 아가멤논) 재난의 돌풍은 아직도 생명을 유지하고 꺼질 듯 말 듯한 잿더미의 불은 풍성한 부(富)의 남은 향기를 피워 올린다.

신들을 모시고 먼저 감사의 뜻을 전할 것은 우선 이 점이다.

행복한 이에 대해 질투하지 않고, 기꺼이 이를 받아들이려는 마음씨를 본디부터 지닌 사람은 아주 드문 법이며, 이것이 세상의 관습이다.

악한 마음의 화살은 단단히 가슴에 그 뿌리를 박고, 질투에 사로잡힌 자의 괴로움을 두 배로 하는 법.

자신의 고민으로 마음이 무겁게 울적해지면,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보고는 긴 한숨만 몰아쉬는 것이다.

이미 충분하게 거울에 비치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인정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더없이 친절하고 다정해 보이는 이들도 그저 그림자의 그림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지금ㅂ터 궁 안으로 들어가 신들에게 우선 인사를 드려야 한다.

그 신들이야 말로 우리를 내보내어 다시 돌아오게 해 주신 분이시니, 이제까지 우리에게 승리가 따랐듯 그렇게 변함없이 있어 주기를!

클리타임네스트라)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소극적인 수줍음은 차츰 사라져 갑니다.


p81 클리타임네스트라) 쓰러진 이를 더욱 짓밟으려는 게 사람들의 본성이니까요.

 지금은 이같은 모든 일을 견디어 내고 근심을 떠난 마음에 여기 계시는 낭군을 양치는 개처럼 맞이하려 합니다. 배를 무사히 지켜 주는 밧줄, 높은 지붕을 버티는 튼튼한 굵은 기둥, 또 아버지에게 있어 단 하나뿐인 외아들처럼. 폭풍 뒤의 화창한 햇빛처럼, 길을 가는 목마른 나그네가 맑은 물이 솟는 샘을 만난 것처럼. 어쨌든 모든 고통이 지나갔다는 것은 기쁘기 한이 없는 일입니다.


p82 아가멤논) 찬란하게 꾸민 비단 위를 언젠가는 죽어야 할 인간의 몸으로 걷는다는 것이 나는 두렵소.

발을 엮는 깔개와 취향껏 꾸민 비단은 없을지라도 사악하지 않은 사려가 가장 좋은 신의 선물이니, 행복 속에서 세상을 마친 자를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오. 이것이 나로서 안심하고 할 수 있는 행동인 거요.

클리타임네스트라) 네. 하지만 한 가지 더 말씀해주세요, 내 뜻에 반대하시지 않겠다고.

아가멤논) 네 의견은 이미 바꿀 수 없는 것이오.

클) 무서운 일을 당하셨을 때 신께 그렇게 맹세하셨군요.

아) 분별있는 자라면 그렇게 하는 법이오.

클) 프리아모스 왕이 이런 공훈을 세웠다면 어떻게 하리라 생각하시나요?

아) 그야 틀림없이 아름다운 비단 위를 걸었겠지.

클) 그러시다면 사람들의 나무람은 상관 않으시겠군요.

아) 하지만 국민들 가운데서 일어나는 비판에는 큰 힘이 있소.

클) 남에게서 질투를 받지 않는 자는 부러움도 못 받는 자이옵니다.

아) 싸움을 좋아하여 요구함은 부녀자들이 취할 태도가 아니오.

클) 하지만 행복에 빛나는 분은 좀 양보하셔도 좋지 않습니까?

아) 정말로 그대는 이 말다툼에서 온 힘을 다하여 이기려 하는가?

클) 부디 알아주소서. 흔쾌히 양보해 주시는 게 승리자의 길입니다.

아) 사람을 부리는 데 있어 부드럽게 하면 신께서도 먼 곳에서 이를 보시고 기꺼이 받아들이신다 하오.


p84 코러스) 어찌하여 이렇듯 변함없이 두려운 마음이 떠나지 않는가.

앞날을 점치는 내 마음을 쉴새없이 지배하며

쿠탁도 받지 않고, 돈도 받지 않은 채 노랫소리는 예언하는가.

그러면 이루기 어려운 꿈처럼

침을 밷어 버릴 수도 없으니

자기 가슴 깊숙한 곳에

그저 믿음으로써 간직해 둘까.


p85 희망이 주는 충분히 / 고마운 안도감도 간직하지 못하고서/ 오장육부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올바른 것을 지키는 가슴을 향해, 심장은/ 성취를 가져다 주는 순환을 계속한다.

또한 사람이 행운의 외길로 나아가면/ 숨겨진 암초에 발이 걸린다./ 쌓아올린 재물만 해도 조심스러운 염려가/ 분수를 알아채고 적당히 내려놓으면/ 정도에 넘치는 재물의 넉넉함 때문에/ 모든 집들의 몰락을 막고/ 그 배도 바다에 침몰치 않게 된다.


p86 코러스) 하지만 일찍이 땅에 떨어진/ 인간의 목숨이 흘린 검은 피를/ 그 누가 주문을 잘 외웠다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으리.

이미 정해진 ‘나의’ 운명이 신들에게서 지나친 일을/ 못하도록 금지되어 있는 게 아니라면/ 내 마음은 입보다 먼저/ 이 ‘염치스러운 예측’을 다 털어놓았을 것을/ 하지만 지금은 어둠으로, 오직 가슴을 죄며/ 알맞게 실을 다 감는 것도/ 바라지 못하고 그저 중얼댈 뿐/ 가슴의 장작불을 돋우면서.

클리타임네스트라) 갑자기 뜻하지 않게 재산이나 권력을 잡은 이들은 모든 점에 있어 종들에게 무자비하고 규칙도 지키지 않는 법이지만, 이곳에서는 뭐든지 관습대로 해 주고 있다.


p87 코러스 대장) 운명의 그물에 걸려 붙잡혀 있는 이상 들으시는게 좋을게요.


p90 카산드라) 꾀꼬리의 운명이라니. 하지만 그 새를 신께서는/ 날개 있는 모습으로 꾸미셨다./ 즐거운 생애를 눈물 없이 보내라고./ 하지만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날카로운 칼로 베어지는 일.


p91 카산드라) 하지만 내 예언은 아직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신부가 면사포 사이로 엿보는 그런 게 아니라 분명히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세차게 불어 닥치는 바람처럼 기세 좋게 나타나, 마치 파도를 보듯 빛을 향해 한층 커다란 재난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번에는 수수께끼 같은 말로 하지 말고 확실히 말하겠어요.


p92 코러스 대장) 다만 탄복해 마지 않는 것은 바다 건너에서 태어난 그대가 남의 나라 도시에서 일어난 일을 너무나도 잘 알아맞히는 일이다. 그대가 그때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코러스 대장) 그야 누구나 한창 형세가 좋을 때에는 더 새침해지는 법이니까요.


p93 카산드라) 하지만 이런 말을 믿건 믿지 않건 결과는 같아요. 안 그런가요? 올 것은 꼭 오고야 마니까요.


p94 카산드라) 저기에 두 다리 가진 암사자가 늑대와 함께 누워 있어요. 훌륭한 집안에 태어난 수사자가 없는 틈을 기회로 삼아서요.

 비참한 나까지 죽어요. 독약을 만드는데, 나까지 자기 원한의 덤으로 집어 넣으려 해요. 살인의 칼날을 갈면서 나를 데려온 그 원수를 죽이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어요.


p95 카산드라) 하지만 그렇다고 신에게 버림 받아 죽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는 우리의 원수를 갚는 다른 사람이 올 것입니다. 자기 어머니를 죽이기 위해 태어난 자,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사람이. 그 사람은 고향을 등지고 이 땅을 떠난 후에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피를 나눈 자들에게 이 악업을 마치게 하기 위해서. 그 사람을 불러오는 것은 살해되어서 땅에 쓰러진 부왕의 시체입니다.


p96 코러스 대장) 그러나 욕되지 않게 죽을 수 있음은 사람으로서 다행한 일이오.

카산드라) 살 것은 다 살았으니까요.

코러스 대장) 슬픈 것은 예언된 그대의 운명이다.

카산드라) 다만 태양을 향해 기도를 드릴 뿐, 마지막 햇살을 향해(나의 원수를 갚아주는 사람들이 나를 죽인 자에게, 왕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빚까지도 함께 갚아주도록). 죽어간 여자 노예, 쉽게 손댄 자에 대한 빚을.

코러스) 아, 덧없음은 세상의 인간사, 행복하다는 것도 알고보면 그림자와 같은 것.

또한 운이 나쁘다 해도

젖은 걸레로 한두 번 훔치면 당장에 지워질

그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의 운명보다

더욱 슬픈 일.


p97 코러스)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만족한 시기를 알지 못하는 것.


p98 코러스5) 주저하는 자들의 명예를 짓밟고 나서 쉬지 않고 놈들은 악행을 계속할 것이오.

코러스6) 계획을 세운다는 것도 또한 실행자가 할 일이니까.

코러스 7) 아무리 말해 봤자 죽은 사람을 소생시킬 방법은 없을 테니까.

코러스 9) 죽음의 운명 이 압제보다는 훨씬 견딜 만할 테니까.

코러스11) 사태를 충분히 확인한 뒤에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억측과 분명히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니까.


p99 클리타임네스트라) 도망도 또 죽음의 운명에도 거역하지 못하도록 피할 수 없는 그 투망을, 마치 물고기를 잡을 때와 같이 홱 펼치고……

하지만 그때 칼자국 상처에서 피가 몹시 흘러 새빨간 핏줄기가 검붉게 내 몸을 물들였는데, 나는 그게 어찌나 기뻤는지,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자비로운 비를 받아 기뻐하는 통통한 껍질 속의 보리알처럼 말입니다.


p100 코러스) 당신은 아주 잘못된 생각으로 분별없는 말씀을 했소./ 하긴 지금은 살인의 피바다 속에 마음이 뒤집힌 탓일까./ 두 눈에 모두 붉은 핏자국을 뚜렷이 보이고 있소.


p101 코러스) 아, 어떤 죽음이 빨리 와 줄 것인가./ 큰 괴로움도 없이 병석에 오래 눕지도 않고/ 우리에겐 한없는 숙면을 항상 변함없이 가져다 주는 죽음이.


p103 코러스) 삼라만상을 일으키고 모든 것을 다스리는/ 거룩한 신께 기대하지 않고/ 그 무엇을 인간 세상에서 성취시킬 수 있으리./ 이들 중 그 어느 하나도 신의 뜻에 의하지 않는 것이 있으리.


p105 코러스) 빼앗은 자는 빼앗긴다, 죽인 자는 그 보상을 받는다.

일을 저지른 자가 (그 벌을) 받음은 정해진 운명, 그것이 법칙인 이상에는.


p107 아이기스토스) 그러니 이제 죽어도 나에겐 불만이 없다. 이 사나이가 이렇게 정의의 심판이라는 그물에 걸려 죽은 것을 본 이상에는.

코러스 대장) 불행 속에(있는 자를) 욕되게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오.

아이기스토스) 그대들은 배를 젓는 수부보다 더 아랫자리에 있는 몸이면서 윗자리에서 배를 지배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가? 늙은이로서 그토록 나이를 먹고서도. 분별을 배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았을 것이다. 결박의 괴로움, 또는 단식의 배고픔은 늙은이를 가르치는 데 가장 알맞은 마음의 의사(醫師) 같은 것. 이 꼴을 보면서도 그대들은 알지 못하는가. 뾰족한 말뚝에는 발길질하지 말라. 부딪쳐서 오히려 아프다고 울 것이니.

아이기스토스) 그대들의 혀는 오르페우스와는 정반대로구나. 그자의 혀는 즐거운 음성으로 모든 사람을 흘렸지만, 그대들은 쓸모없이 지껄여서 사람을 노하게만 하니. 하지만 머지 않아 혼이 나서 얌전해질 테지.


p108 아이기스토스) 좋아, 나 역시 칼자루에 이렇게 손을 대고 사생결단도 사양치 않으리라.

코러스 대장) 사생결단이라니, 우리에겐 좋은 징조의 말, 그렇다면 자, 한번 운을 시험해 보자꾸나.


p109 클리타임네스트라) 신령의 엄한 채찍에는 이미 뼈가 아프도록 맞아 왔으니까요.

코러스 대장) 아르고스에는 악인에게 꼬리치는 아첨배는 아마 없을걸.

아이기스토스) 겉만 꾸미는 자는 희망을 양식으로 산다는 것을.

코러스 대장) 멋대로 해라. 할 수 있는 동안에 정의를 모독하고 얼마든지 살찌려무나. 아이기스토스, 잘 기억해 두게. 머지 않아 그 욕설의 대가를 치르게 해 줄 터이니.

코러스 대장) 실컷 으스대게나. 암탉 옆에 있는 수탉처럼.

클리타임네스트라) 저런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개짖는 소리에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The Choephori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jpg

일러스트 : 남궁유


p111 <<오레스테이아>> 극의 제2곡. 원명 코에포리(Choephori)는 무덤에 바칠 제주(祭酒: 대개 술을 섞지 않은 꿀과 우유와 기름으로 만든다)를 나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이 극의 코러스를 이루는 여인들의 명칭에 나와 있다.

 그 기쁨과 호소, 죽은 왕의 넋에 대한 기도와 제주 공양은 이 극의 중요한 부분으로 200행에 이른다.


p114 코러스) 가슴은 아직 변함없이 오랜 슬픔을 짓씹고 있도다.

이런 말은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일/ 땅을 물들인 핏자국을 무엇으로 씻고 속죄하랴./ 아아, 그립고 그리운 이 궁전/ 저주받은 수많은 방들/ 세상 사람들을 꺼려 하고 햇빛마저 들지 않아/ 어둠이 이 집을 대왕의 무참한 죽음으로 감싸고 있네.


p115 코러스) 정의란 저울은 빛이 비치는 사람들만/ 조속히 저울질하지만/ 어둠 속을 헤매는 고뇌가 기다리고 있어/ 꾸물거리는 사람/ 또는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해/ 밖에서 붙잡히는 사람도 있네.

생명을 기르는 땅이 훔뻑 들이킨 피/ 그 원수를 찾는 애꿏은 죽음은/ 굳게 스며들어 녹아 없어질 줄 모르는 채/ 그 죄인을 쫓아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끊임없는 고뇌를 초래하는 저주야말로/ 그 죄인을 쫓아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근심으로 가득 채우리라.

이를테면 신부의 침실을 더럽힌 자에게는/ 어떠한 희망도 수단도 없을 것이며,/ 이 땅의 모든 강 줄기를 하나로 합쳐/ 피로 더럽혀진 손을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으리라.


그러나 우린 신의 뜻으로 고향 땅을/ 어쩔 수 없이 조상 대대의 집을 떠나 종 신세가 된 운명을 짊어진 이상/ 정의도 부정도 참아야 함이 뜬세상의 관습인 것처럼/ 체념하고 따를 수밖에 없지/ 마음 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그러나 옷자락은/ 왕의 불행을 슬퍼하는 눈물로/ 젖는 것을 누가 알랴.


p116 엘렉트라) 부탁이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 좀 해줘요. 궁궐에 있으면서 우리는 늘 같은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가슴 속에 숨겨 두지 말고 말해 줘요. 운명으로 정해진 일은 자유로운 사람이든 남의 종살이를 하는 사람이든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좋은 생각이 있다면 가르쳐줘요.


p118 엘렉트라) 그들의 기도가 내 기도 때문에 길이 막혀 오히려 저주를 받게 되기 바랍니다.


p119 엘렉트라) 가슴팍을 정면으로 창에 찔린 것처럼 눈물이 막을 길 없이 흘러내려요.

심한 풍랑 속을 가는 뱃사공처럼 우리가 얼마나 시달림을 받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실 테니까요. 우리가 아무 탈 없도록 도우신다면 조그만 씨앗이 큰 나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도 있을 거예요.


p120 오레스테스) 앞으로 신께 기도를 드릴 때, 실현이 확실한 기도임을 모두에게 장담하고 언제나 훌륭하게 성취됨을 자랑하십시오.


p121 오레스테스) 모든 것을 마음 속에 감추고, 기쁨으로 냉정을 잃지 않도록 하세요. 가장 다정해야 할 사람이 우리 두 사람에게는 몹시 심술궂다는 걸 잊지 마시고 말이에요.

오레스테스) 아비 독수리를 잃은 새끼들을. 아비는 독사의 덫에 걸려 독사에게 친친 감겨 죽었습니다. 우리 남은 새끼들은 아버지가 잡아 놓은 먹이를 집에까지 나를 힘이 아직 없기에, 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쓰러진 것과 다름없는 이 집을 무력함에서 일으켜 본디의 위대함으로 되돌려 주소서.

코러스 대장) 두 분은 아버지 가문을 재건할 분이니 말조심하세요. 말이 새어나가 권력자들의 귀에 들어가는 날에는 큰일이니까요. 나는 그들이 부글부글 송진이 끓는 화염 속에서 타 죽는 꼴을 보았으면 좋겠어요.


p122 오레스테스) 같은 수단으로 죽여라. 돈으로는 보상할 수 없는 죄여, 심한 분노를 일으켜라. 그것이 안 되면 나 자신이 자신의 생명으로 그 보상을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에서도 으뜸으로 명예로운 국민이, 영광스러운 정신으로 트로이를 정복한 사람들이 두 여자에게 이토록 좌우되고 있는 것을 구해야겠습니다. 두 여자라고 한 것은, 다른 한쪽도 마음은 여자나 마찬가지니까요. 여자가 아니라고 우긴다면 당장에라도 결판을 내 보여주지오.


p123 오레스테스) 삶과 죽음의 바다에 머물러 계시는 아버지께/ 이 마음을 통하게 할 수 있을까요./ 어둠과 빛은 경계를 달리는 것/ 그러나 우리가 지금 지내는 이 추도의 제사는/ 궁전에서 쫓겨난 몸이라고는 하나/ 영광된 자에 대한 진정어린 애도라 할 수 있으리이다.

코러스) 도련님, 왕성하게 타오르는 화염의 이빨도/ 죽은 이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는 없습니다./ 뒷날에 그 원한은 세상에 나타나게 마련이고/ 죽은 자가 정중하게 애도를 받으면/ 반역한 자들의 모습은 뚜렷이 나타납니다.


p124 엘렉트라) 다같이 도움을 청하며, 다같이 집을 쫓겨난 우리를/ 이 세상에 무슨 행복이, 화 아닌 그 무엇이 있겠습니까? 불행이야 말로 진정 어쩔 수 없는 것.

코러스) 그러나 언젠가는 신의 위대한 힘으로 지금 상태에서/ 벗어나 더 즐거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p125 코러스) 입으로 말하기란 쉬운 법이지요.

하지만 두 분의 기도가 자아내는 가책의 소리는 저승까지 울릴 것이며 지금도 세도를 부리는 무리들은 신을 더럽힌 자들 운명은 두 분의 편을 들 것입니다.

오레스테스) 그 노래 구절은 화살처럼 깊고 예리하게 내 귀에 못박혔소.

엘렉트라) 무도함의 뒤에서 정의의 길을 구하는 것입니다.

코러스) 그러나 죽은 자의 피가 땅을 적시면 또 다른 피를 부르게 되는 법.


p126 코러스) 그 한탄을 지금 또 듣고 보니 새삼 우리 가슴이 죄어듭니다. 그 한탄 자체가 희망을 잃게 하니 마음과 가슴이 한 마디로 한 마디로 검은 구름이 끼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대담하게 나아가시노라면, 언젠가는 기쁨의 서광이 비쳐 그 슬픔도 사라질 것입니다.


p127 코러스) 그러므로 무엇에도 움직이지 않는 의지를 가지고 시작하심이 좋을 겁니다.

코러스)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 그것이 지금 우리의 기도로 실현되기를.

아, 일족에게 뿌리를 내린 고난/ 노래로도 부를 수 없는 피어린 재난의 타격으로/ 견딜 길 없는 심한 한탄의 번뇌/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고통/ 그러나 이러한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단 한가지 방법은 다른 이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내는 것/ 처절한 피투성이 투쟁에 의하여./ 이것이 저승의 신들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p129 오레스테스) 그러면 우리에게 힘을 나타내는 ‘정의’를 보내 주소서. / 그때의 패배를 잊으시고 승리로 보복하기를 바라신다면.

오레스테스) 자식이란 최후를 맞은 무사에겐 그 이름을 지켜 나가는 실마리지요. 말하자면 어망을 뜨게 하는 부표와 같은 것이니, 그물이 바다 깊이 가라앉는 것을 막아 줍니다. 하오니 아버지를 위해 우리가 부르는 조가(弔歌)를 구절구절 들으시고, 당신께서 이 기원의 뜻을 기리시어 스스로를 지키실 수단을 강구해 주소서.

코러스 대장) 하지만 일을 벌이기로 작정하신 바에는 운을 하늘에 걸고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십시오.

죽어서 이 세상 일 따위는 생각도 않는 이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일 텐데.

이미 흘린 한 사람의 피의 대가로 있는 모든 것을 털어 바친다 해도 그것은 노력의 낭비일 뿐이지.


p131 오레스테스) 계략이 잘 진행되도록 그댈들은 다만 말만 삼가면 되는 것이오. 입을 다물어야 할 대는 굳게 침묵을 지키고 말을 하더라도 단지 속에 든 물건처럼 하란 말이오.


p131~132 코러스)

대지가 기르는 무서운 괴물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바다 깊은 곳에는

인간에게 적대하는 큰 고기와 괴물들

하늘과 땅 사이에 하늘에는

불을 뿜는 수많은 유성들

날개 돋친 새, 땅을 가는 짐승들은

휘몰아치는 질풍의 노여움을 알고 있으리라.

그러나 끝없이 커지는

인간의 교만심을 그 누가 알랴.

또한 무참한 여인의 가슴에서 솟아나

인간 세상의 재난을 늘 함께하는

대담무쌍한 그 애욕을

정들었던 부부의 인연도

여심을 사로잡는 끔직한 욕망 때문에

깨어짐은 짐승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


들뜬 마음이 아니라 깊은 생각을

배운 이는 모두 다 알리라.

무참히도 아들을 죽인 알타이아 역시

이들의 생명이 깃든 것

그것을 불태운 그 착상을.


p133 코러스) 아무도 신이 싫어하는 걸 존중하는 자 없으므로

모범을 본떠 잘못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p134 오레스테스) 검은 밤의 수레가 급히 다가오니 나그네가, 이미 손님을 맞아들이는 집에 닻을 내릴 시각이다.


p135 클리타임네스트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모든 게 끝장이구나. 이 집에 따라다니는 저주는 저항할 수 없는 것, 멀리멀리 피해 놓았는데도 겨냥이 정확한 활로 먼 데서 쏘아버리다니.

집안의 심한 소동을 고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희망이던 그 애를 눈앞에서 없애 버리다니.


p136 코러스 대장) 그 슬픔은 삯도 받지 않고 당신을 따라다니는 것 같구려.

유모) 하인들 앞에서는 슬픈 얼굴을 지어 보였지만, 눈 구석에는 틀림없이 기쁨이 도사리고 있었어오.

철이 들기까지는 짐승이나 다름없이 키워야 하는 법


p137 코러스 대장) 무슨 일이든 신께서 뜻하신 바는 신께서 처리하실 테니까요.

유모) 신들의 힘으로 모든 일이 다 좋게 되어 주었으면 좋겠건만.


p139 코러스) 그래야만 밝은 자유의 빛을 기쁜 눈초리로/ 어두운 장막을 벗기고 보실 수 있습니다.


p140 코러스) 오, 기뻐라/ 우리들의 기쁨도 늘어나리라./ 그러면 불행도 사라져간다.

아이기스토스) 아니면 여자들의 공포증에서 생긴 풍문이어서 한때는 높이 올랐다가 곧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그런 것인가?


p141 코러스 대장) 한 사람 건너서 듣는 말은 본인에게서 듣는 말보다 못하니까요.


p142 시동) 한데 이미 죽은 사람에게는 힘으로 돕는다는 것도 이젠 소용없겠지.

시동) 살아 있는 분을 죽은 사람이 죽였습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이런 지독한 지경에 내 몸이 빠진 이상 피하지는 않으리라.


p146 코러스) 머지 않아 모든 일을 해내는 ‘시간’이/ 성관의 문을 지나갈 것입니다./ 모든 더러움이 난롯가에서 말끔히 없애지고/ 재난을 쫓는 의식이 거행될 때/ 그 뒤엔 오직 아름다운 행복만 보면 될 뿐/ 우리들 모두 드높이 노래 부르며/ 성관에 있던 이방인은 또다시 쫓겨납니다.


p148 코러스) 그 누구도 사람으로서 재난 없는/ 생활을 일생 동안 계속할 수는 없는 법, 보상 없이는/ 아, 그 무거운 짐은 곧 닥치든가, 또는/ 앞으로 닥쳐오리라.

오레스테스) 살아 있든 죽은 뒤든 이 평판을 세상에 남겨 두고.


p149 코러스) 이로써 또 이 궁성에는 세 번째 폭풍이 일었도다.

갑작스로운 돌풍을 휘몰아 처음에는 티에스테스의 가련한 자식들 그 살을 신들의 상에 올린 불상사./ 다음에는 한 나라의 군주된 자의 고난 그리스 원정군의 장수였던 군주가 욕탕에서 피살된 일/ 이번에 또한 세 번째의 재액이 왔다. 구제일까, 죽음일까, 그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결말이 날 것인가 이 재난의 기세가 가라앉을 때에는.



Eumenides

자비로운 여신들


<그림>

오레스테스.jpg

어머니를 살해하는 오레스테스 

<그림>

아가멤논 가문의 비극.jpg

<Orestes Pursued by the Furies, Bourguerea>

* 어머니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죽인 후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오레스테스.

  칼에 찔린 클뤼타이메스트라의 모습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오레스테스의 모습이 생생하다.

출처:아가멤논 가문의 비극.


p155 아폴론)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피하도록 하여라. 절대로 마음을 늦추지 말고. 저것들은 끝까지 그대를 쫓을 것이니까. / 그러니 고생한 보람을 잊지 말고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아폴론) 공포에 져서 의지가 좌절되지 않도록. 


p156 망령) 잘 때는 마음이 눈의 역할을 한다고 하니. 


p157 망령) 가슴 가득히 정당한 분로로 명심해다오. 그것은 분별있는 사람들에겐 채찍과 같은 작용을 한다. 


p158 코러스) 꿈 속에서 비난의 원성이 들이닥쳐/ 마차를 모는 마부처럼 채찍으로/ 심하게 나를 내리쳤어,/ 가슴팍 명치깨를/ 적의를 품은 집행인의 채찍이다./ 공적인 그 처형의/ 유독 가혹한 아픈 떨림이 달라붙어 있다.


p160 아폴론) 그 신에 의하여 인간들 사이의 사랑도 생기는 것인데, 혼인이야말로 부부에게는 맹세로 두 사람의 운명을 규정하는 것, 그러므로 정의의 이름 아래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p161 아폴론) 나는 몸을 의탁해 온 그 젊은이를 지키고, 머지않아 그 죄도 씻어주리라. 신들이나 인간들이나 기원이 배반되었을 때의 노여움은 무서운 것이니까. 나부터도 만일 그를 버린다면 당하게 될 것이다. 

코러스 대장) 땅에 스며든 인간의 피냄새가 웃음을 던지고 있어. 


p162 코러스 대장) 한번 흘린 어머니의 피를 본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고,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오레스테스) 시간은 모든 것을 옛것으로 만들어 모든 것을 밝혀줍니다. 


p163 코러스) 순결한 손을 내미는 사람이라면/ 결코 우리의 노여움을 사지 않고서/ 일생을 무사히 지내게 되리라. 


p166 코러스) 인간 세상의 자랑, 그 명예가 제아무리/ 천하에 숭상된다 하더라도/ 드디어는 쇠퇴하여 멸시를 받고 멸망하리라. 

비극적이다. 

정신없이 넘어지면서도 우리가 자기 옆에 붙어 있는 걸 모르는 자/ 그만큼 더럽혀진 암흑이 그 죄인을/ 따라다니는 거다. 

그렇기에 힘껏 뛰어올라/ 억센 발길로 높은 곳에서/ 내리치는 그 기세는/ 잼싼 도망자도 쓰러뜨리리./ 견딜 수 없는 재난으로써. 


p167 아테네) 하지만 가까운 자들을 각별한 잘못도 없이 나쁘게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 도리에도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p168 코러스 대장) 저희는 밤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자식들, 이승에서는 ‘저주’라 불리는 것들이랍니다. 

아테네) 그렇다면 그 살인자가 발길을 멈출 곳은 어딘가?

코러스) 지금까지 기쁨이라는 것이 통용되지 않는 곳이라면. 

(중략)

아테네) 그것은 부득이해서 한 일인가, 누군가의 원한을 두려워 하여 한 일안가? 

코러스) 하지만 어디에 감히 어머니를 죽이게 할 강한 동기가 있겠습니까? 

(중략)

아테네) 너희들은 실제로 정당한 것보다도 말로써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모양이구나. 

(중략)

아테네) 맹세만으로 부정한 것이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는 말이다. 


아테네) 익시온처럼 슬기로운 탄원자가 되기를 바란다면, 

(각주 : 익시온- 헤라를 사랑한 죄로 제우스에 의해 불수레바퀴에 묶이는 벌을 받았다.) 


p168 아테네) 일이 이쯤되었으니 어느 쪽을 붙들고 어느 쪽을 내쫓을 수도 없는 나로서는 곤란한 일이 되었구나. 



p170 코러스) 살인자의 이유가 통한다면은 예부터의 율법은 있으나마나


p171 코러스) 또한 사람의 마음 속에 감시꾼이/ 들어앉아 있는 것도 소중하다고 한다./ 고통당하기 싫어서/ 도리를 지켜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어떤 인간이, / 그 어떤 국가가 마음 속에/ 공포를 지니지 아니하고/ 정의를 경모한 적이 있는가. /

신은 무엇보다도 중용에/ 승리를 주었으나, 각각/ 그 형편에 따라 다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도에 알맞는 것. / 무릇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은/ 진실로 교만에서 생기는 것, / 건전한 분별로부터 모든 사람이/ 구하는 바람직한 행복이 온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정의를 모신 신전을 공경하라./ 결코 신을 저버린 발끝으로/ 이익에 눈이 멀어 정의를 무시하고/ 발길질하지 마라, 벌을 받는다./ 언젠가 반드시 벌 받을 날이 오리라./ 그러니 각자 부모를 공경하고,/ 집을 찾아드는 손님들을/ 후히 접대할 것을/ 꿈에도 잊지 마라. 


p172  코러스) 스스로 자진해서 정의를/ 숭상하는 자에게는 복과 덕이 있으리라./ 또한/ 재난의 구덩이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만하여 똑똑한 채/ 정의를 어겨 더러운 재물을 쌓은 자, / 이런 자는 때가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돛을 내릴 것이다, 돛대 끝이/ 부러져 어려움이 닥칠 터이니. 

앞날의 고생 하나 예기치도 못하고/ 의기양양하던 자가 의기소침하여/ 곶 마저 넘지 못하는 꼴을 보시고서/ 그러니 지난날의 부귀나 영광도 이제 영원히/ 정의의 암초에 부딪쳐 풍비박산이 되면/ 한탄도 못하고 흔적 없이 사라져 가는 것. 


p173 아폴론) 원고가 먼저 얘기하는 것이 남에게 사건을 알려 주는 것이니. 


p175 아폴론) 올가미는 어떻게 해서라도 풀 수가 있다. 그것을 풀 수 있는 길, 그 방법은 많다. 

아폴론) 어머니란 그 어머니의 자식이라 불리는 자의 혈친이 아니라, 그 태내에 새로 깃든 씨를 기르는 데 불과한 것이다. 


p177 아테네) 시민들이 스스로 이것을 바꾸거나, 파괴하지 않는 한은 말이오. 아무리 깨끗하고 빛나는 흐름이라도 더럽혀지면 그것은 이미 마실 수는 없는 것. 

사람으로서 두려움을 모르는 자가 어찌 몸을 옳게 처신할 수 있을 것인가. 이같은 외경심을 간직하고 정도에서 벗어남을 두려워한다면, 향토의 수호와 국가의 안녕은 기필코 기대될 수 있을 것이오. 


p178 아폴론) 나를 숭상하는 자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 뭐가 나쁜가. 특히 그 사람이 중대한 처지에 놓여 있을 때에. 

오레스테스) 지금이 내 목을 맬 마지막 밧줄이냐, 빛을 볼 수 있느냐의 경계선이구나. 


p179 아폴론) 한 표가 모자라서 큰 재난이 생기기도 하고, 한 표가 더해져서 집안이 재건되기도 하는 것이니. 

우리가 평소에 ‘에이, 뭐 그정도 가지고 큰 차이 있겠어?’ 하면서 무심코 넘어갈 일들도 알고보면 작은 차이로 결과가 아주 다르게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p181 아테네) 나 역시 제우스 신에 의지하는 몸, 그 말만으로 충분하리라. 

그 검실검실한 높은 물결의 심한 기세를 가라앉혀라. 나와 같은 신전에 살며, 세상의 존경을 받도록 하자. 


p182 코러스) 가혹한 아픔이 가슴을 쑤신다. 

아테네)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이 땅이 다른 곳보다 더 큰 명예를 받게 될것이다. 

제발 이 땅에서는 유혈을 자아내는 투쟁의 숫돌, 젊은이들의 마음을 좀먹는 선동을 던지지 말아다오. 

전쟁은 나라 밖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니 명예에 대한 강한 욕망은 거기서 얼마든지 채워질 것이다. 한우리 안에서 닭 싸움은 쓸데없는 짓이다. 

기분좋게 해주면 기분좋은 대우를 받고 기분좋게 세상 사람들의 존경도 받게 될 것이다. 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인 이 땅에서 나와 함께 신들의 은총을 나누자는 것이다. 


p183 아테네) 나는 끝까지 너희들을 위해서 말하겠다. 

나를 공경하는 자들에게만 그런 행복을 주겠다. 


p184 아테네) 나는 나무를 기르는 정원사처럼 옳은 사람들에게 태어난 백성들이 탈 없이 지내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코러스) 끊임없이 복된 삶이/ 태양의 찬란한 빛이 차례로/ 대지로부터 싹트게 해 주소서. 


p185 아테네) 어떤 인간에게는 즐거운 노래를, 어떤 인간에게는 눈물에 젖어 지내는 일생을 계속하게 할 것이다. 


p186 코러스) 원컨대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에서/ 기쁨을 나누어 갖도록 하여 주소서./ 이것이야말로 인간 세상에서는/ 모든 것의 구원이 되는 것. 

아네테) 좋은 일을 위하여 좋은 분별심을 도성 사람들도 갖도록하라. 


p197 시민들) 땅 밑의 동굴 속, 그곳에서는/ 옛부터의 의식과 제물로써/ 귀한 대접을 받으시도록/ 도성 사람들은 경건하게 기다리고 있나이다.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p195 신들의 길은 신들의 길이고, 사람인 나는 나대로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소포클레스의 무서울 정도의 사람으로서의 비애와 용기가 이 불운한 왕을 통해 우리에게 육박해 온다.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다. 


p196 오이디푸스) 무슨 청이든 기꺼이 들어 주지. 그런 애원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서야 인정없는 사람이 될 뿐이니. 

신관) 그러나 왕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흔한 일들에서나, 신들로 해서 인간들이 당하는 일에서나 인간 중에 으뜸가시는 분이라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p197 신관) 지난날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들의 조언은 그 효과 또한 가장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흥했다가 나중에는 망했다는 기억을 당신의 대(代)에 남기시지 않도록 하십시오. 저희들을 끌어올리시고 이 나라를 반석 위에 놓아 주십시오. 

사람 없는 페허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을 지배하시는 왕이 되셔야 합니다. 성벽도 배도 그 안에 사람이 없고서야 있으나마나 한 것입니다. 

오이디푸스) 그대들의 고통은 제 한몸을 괴롭힐 뿐 남에게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영혼은 이 나라, 나 자신, 그리고 그대들을 위해서 슬퍼하고 있다. 


p198 크레온) 반가운 소식입니다. 모든 일이 올바르게 되어 간다면, 아무리 견디기 어려운 고난이라도 끝내는 만사형통일 것입니다. 


p199 크레온) 찾으면 잡을 수 있지만, 찾지 않으면 놓치고 말 것입니다. 

오이디푸스) 한 가지가 모든 일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지. 작더라도 희망의 단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크레온) 요사스러운 노래를 부르는 스핑크스가 지나간 어두운 일은 내버려두고, 당장 바쁜 일에만 마음을 쓰도록 만들었답니다. 


p200 코러스) 아니면 돌고 도는 세월따라 되돌아 오는 일인가?

 

p201 코러스) 아, 슬프다, 나는 숱한 고난을 지고 있구나. 

헤아릴 수 없는 헛된 죽음으로 이 나라는 무참하게 망하고 있다. 


p203 오이디푸스) 그 알려지지 않은 살해법이 한 사람이든 공범자가 있든, 그의 잔악한 행위처럼 평생토록 불행한 일생을 갖게 되라고. 또한 내가 알고도 그자를 내 집에 받아들였다면, 방금 내가 남에게 내린 것과 같은 저주가 내 위에 떨어지기를 기원한다. 

줄거리를 알고 읽기 시작했던 터라 이 부분에서 스스로에게 저주를 퍼붓는 오이디푸스에게 연민을 느꼈다. 슬프다. 정말 비극이구나. 


p204 오이디푸스) 그 말이 옳기는 하다마는, 그러나 어느 누구도 신의 뜻을 억지로 말하게 할 수는 없다. 

오이디푸스) 그러나 악행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말 따위를 무서워하겠느냐.


p205 오이디푸스) 우리 운명은 그대 손에 달렸고, 또한 힘을 다해서 남을 돕는 것이 사나이의 가장 고귀한 일이 아니겠소.

테이레시아스) 아, 지혜가 아무 쓸모도 없을 때, 안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어쩌자고 내가 그것을 알면서도 잊었단 말인가. 그렇지 않았던들 여기 오지 않을 것을. 

오이디푸스) 무슨 소리요? 그 무슨 슬픈 얼굴이란 말이오. 

테이레시아스) 돌려보내 주십시오. 왕께서는 왕의 운명을, 나는 내 운명을 지고 가는 것이 가장 편한 길입니다. 

오이디푸스) 대답을 거절함은 이상하기도 하려니와, 그대를 키워낸 이 나라에 대해서 충성된 일도 아니오. 

테이레시아스) 왕의 말씀은 사리에 어긋납니다. 나도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이디푸스) 신들께 맹세하고 부탁이니, 알고 있거든 숨김없이 말해주오. 우리 모두가 그대에게 애원하고 있으니. 

테이레시아스) 모두들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불행을 들추지 않기 위해서, 내 불행도 결코 들추어 내지 않으렵니다. 

오이디푸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으려 하다니, 우리를 배신해서 이 나라를 망칠 셈인가? 

대화를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인다. 아 눈치 없는 오이디푸스여! 근데 그 뒤에 나오는 테이레시아스 대사가 더 압권이다. 

p206 테이레시아스)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올 것은 저절로 옵니다. 

오이디푸스) 와야 할 일이라면, 그대도 말해야 할 것이 아닌가. 

테이레시아스) 진실이 내 힘입니다. 

당신이 찾는 그 살인자는 바로 당신이란 말입니다. (진실=비극=저주)


p207 오이디푸스) 그 따위 말을 하고도 과연 무사하리라 생각하는가?

테이레시아스) 그렇고말고요, 진리에 힘이 있다면. 


p208 테이레시아스) 당신이 왕이시긴 하지만, 적어도 대답할 권리는 둘이 다 동등해야 합니다. 

왕께서 나의 눈먼 것을 모욕하셨으니 하는 말씀입니다만, 당신은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얼마나 처참한 일에 빠져들어 있는지, 어디서, 그리고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누구의 자손인지나 아십니까? 


p211 오이디푸스) 동지와 돈 주머니가 있어도 왕의 자리는 손에 들어올까말까인데, 너는 동지도, 한패도 없이 노리고 있으니. 

p212 크레온) 분별없는 고집을 무슨 장점이나 되는 줄 알고 계시다면 현명치 못하십니다. 


p213 크레온) 나처럼 스스로 가슴에 물어 보십시오. / 나는 내게 이로운 명예보다도 다른 명예를 더 바랄 만큼 아직 그렇게까지 잘못되어 있지 않습니다. 


p214 크레온) 악인을 덮어놓고 선인이라고 말하거나 선인을 악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같이 옳은 일이 못 됩니다.

진정한 친구를 버리는 것은 자기가 가장 아끼는 생명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직 시간만이 옳은 사람을 가려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악인은 단 하루에도 드러나고 맙니다. 

코러스) 왕이시여,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말씀이었습니다. 속단이란 위험한 법입니다. 

크레온) 잘못된 지배라면 해선 안 됩니다. 


p215 크레온) 그렇게까지 맹세로 자기를 묶는 친구에게 근거없는 소문으로 불명예스러운 욕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p217 이오카스테) 아무도 인간으로서는 예언술 따위를 가진 자가 없습니다. 

그 신탁이란 왕과 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손에 왕께서 살해당할 운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p220 다른 나라 사람도, 이 나라 사람도 그 자를 집에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 말을 걸어서도 안 된다. 그들의 집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저주가 내게 떨어졌고, 게다가 이 저주를 내린 것은 바로 내가 아닌가. 


p221 코러스) 내 운명은, 저 드놉고 맑은 하늘에 태어나서/ 숭고한 불멸의 법을 다루고자 모든 말이나 행동에서/ 경건한 정결을 지키는 이 몸과 운명을 함께 할지어다.

오만은 폭군을 낳는다. /오만은 어울리지도 않고 이롭지도 않은 재물에 이끌려/ 드높은 돌벽 끝을 기어오르고/ 험난한 운명의 절벽에 떨어져서/ 발 디딜 데도 없다. 


p222 코러스) 정의를 두려워하지 않고/ 신의 모습을 공경하지 않고/ 말이나 행동에서 오만한 자는/ 그 불행한 오만 때문에 재앙을 받으리라./ 그가 바르게 이득을 구하지 않고/ 성스럽지 못한 행동을 피하지 않고/ 어리석게도 신성한 것들을 더럽힌다면/ 그런 일들이 있을 때/ 그 누가 신들의 화살에서 그 생명을 지킬 수 있으랴? 


p224 사자) 저울대가 조금만 기울어도 노인은 가고 맙니다. 

오이디푸스) 애처롭게도 병환으로 돌아가신 모양이로군. 

오이디푸스) 어찌하여 피톤의 신탁에나 하늘에서 우는 예언의 새들에게 마음을 쓸 필요가 있을까? 


p225 이오카스테) 인간이 걱정해 본들 무엇하겠어요? 인간에게는 운명이 절대적이라서, 무엇 하나 앞일은 분명히 알 수 없으니까요.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p228 오이디푸스) 그런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내 동기간인 변천하는 달과 더불어 나도 때로는 흥하고 때로는 기울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으니, 내 출신을 밑바닥까지 들추기를 두려워하진 않겠다. 그 무엇도 나를 달리 만들 수는 없다. 


p232 코러스) 아, 사람의 자손들이여/ 너희들은 하루살이 목숨/ 그는 누군가, 누군가, 저 행운도 이름뿐/ 속절없는 행운/ 행운보다 더한 것을 얻은 자는 누군가?/ 좋은 훈계다, 그대의 운명은/ 그대의, 그대의 운명은/ 아, 불행한 오이디푸스님이여/ 이 세상 일, 무엇을 행운이라 하랴! 

누가 이처럼 격심한 재앙과 덧없는 삶에서 고뇌를 함께 할 자가 있을까? 


p233 코러스) 모든 것을 뚫어보는 세월은/ 깨닫지 못한 당신의 죄를 들추어/ 오랫동안 이미 아버지이자 아들인 이 엄청난 혼인을 심판한다. / 아아, 슬퍼라. 라이오스의 아들이여. 

사자) 스스로 불러들인 불상사로 고통은 더욱 큰 것입니다. 


p234 사자) 인간 이외의 무슨 힘에 이끌렸던지 왕께서는 소리를 지르면서 문에 덤벼들어 빗장을 비틀어 벗기고 방 안으로 뛰어드셨습니다. 

‘너희들이 내게 덮친 수많은 재앙, 내가 저지른 수많은 죄업을 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내가 보아서는 안 되었던 사람을 보고, 내가 알고 싶었던 사람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던 너희들은, 이제부터 영원한 어둠 속에 있을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두 눈을 찌르며 한 말)

예부터 내려오던 이 집안의 행복은 그전까지는 행복이었지만, 오늘은 비탄과 파멸과 죽음의 치욕, 온갖 재앙이라 할 재앙은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비극 다운 대사다


p237 오이디푸스) 아, 그런 더러운 사내임을 스스로 알면서 내 어찌 이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결코 그럴 수는 없다! 결코 그럴 순 없다. 귀로 듣는 근원을 막아버리는 길만 알았더라면 눈뿐이겠는가. 나의 두 귀도 들리지 않게 이 참혹한 몸뚱아리를 기꺼이 감옥으로 만들어 버렸으련만. 마음이 슬픔을 벗어나서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 


p241 크레온) 무엇이고 뜻대로 지배하실 생각은 마십시오. 모처럼 손에 넣으신 권세도 평생을 따르지 않았으니까요. 


코러스) 조국 테베 사람들이여

보라, 이이가 오이디푸스시다.

그이야말로 저 이름 높은 

수수께끼를 알고, 권세가 이를 데 없었던 사람

누구나 그 행운을 부러워했건만

보라, 이제는 저토록 거센 비운의 풍랑에 묻히고 말았다. 

그러니 마지막 날을 보기를 기다려

괴로움을 벗어나서 삶의 끝에 이르기 전에는

누구든 사람으로 태어난 몸을 행복하다고 부르진 마라.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그림>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jpg

p244 소포클레스는 신들의 길이 인간의 어떠한 생각도 뛰어넘는 무서운 것이라는 접을 깊이 생각한 시인이다. 신들은 잔인해서 인간의 어떠한 노력도 그것이 옳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것에 관계 없이 신들이 정한 길을 바꾸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오이디푸스를 신들과 화해시켰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화해는 신들 쪽에서 제의한 것이며, 오이디푸스는 끝까지 의연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 그가 그린 어둡고 무서운, 내일이라는 날에 대해 아무도 안심도 가질 수 없는 인간의 덧없음도 이 인간성의 강함을 통해 버티어지고 있다. 인간은 신들에게 굴복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p246 오이디푸스) 조금밖에 바라지 않지만, 바란 것만큼 얻지도 못하는구나. 그래도 그것으로 족하다. 고생도 했고 오랜 세월을 함께 다녔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고귀하게 태어났다는 것이 나에게 참을성을 가르쳐 주니까. 


p249 오이디푸스) 입 다물고 있으마. 너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때까지 나를 숲 속에 감춰다오. 그들이 하는 생각을 알면 우리가 앞으로 하는 일에 조심을 할 수 있을 터이니. 


p251 코러스) 이 나라가 싫어하는 것은 안 하도록 하고/ 좋아하는 것은 존중하도록 하오. 


p252 오이디푸스) 어쩔 수 없는 일에서는 다투지 않도록 하자. 


p253 코러스) 앞서 입은 해를 되갚는 자는/ 아무도 운명의 벌을 받지 않는다./ 한 편의 거짓이 다른 편의 거짓과 맞으면/ 그 갚음은 혜택이 아니라 괴로움이다. 


p254 오이디푸스) 세상의 칭찬이나 훌륭한 명성이 그저 헛되게 끝난다면, 그것이 무슨 이로운 것이 있을까. 

나는 그저 부당한 해우이에 정당한 방위를 했을 따름이오. 

나는 어디로 가는지 전혀 모르고 내 길을 갔던 것이오. 

신들께서는 인가들 중에서 경건한 자를 눈여겨보시고 또 경건치 못한 자도 보시어, 신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인간들은 결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하오. 


p255 오이디푸스) 내 얼굴이 보기에 흉하다 해서 나를 업신여기지는 마시오. 나는 성스럽고, 경건하고, 게다가 이 나라 사람들에게 안락을 가져다 주는 자로서 이곳에 왔소이다. 


p258 오이디푸스) 젊어서 망했던 사람을 늙어서 이끌어 올려야 별 수 없지. 


p259 오이디푸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내 괴로움도 이제는 다 누그러지고, 한때의 분노가 지나간 잘못을 지나치게 벌 주려고 했었다고 느끼기 시작했을 무렵, 바로 그 무렵에 내 나라는 억지로 나를 쫓아내려 했던 것이다. 


p261 오이디푸스) 착한 뜻을 가지고 간다면, 한 사람으로도 천 사람을 위한 빚을 갚기에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p263 오이디푸스) 아아 또 한 번 맞는구나, 상처 위의 상처!


테세우스) 나는 내가 인간임을, 그리고 내 신세가 당신못지 않게 내일 어떻게 될는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오. 


p264 테세우스) 불행한 때에 화를 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오. 


p265 오이디푸스) 오직 신들만이 늙지도 죽지도 않습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온갖 것을 극복하는 시간에 굽히고 맙니다. 땅의 힘도 쇠퇴하고 몸의 힘도 기울어집니다. 신의는 죽고 불신이 생겨납니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한결같은 마음이 결코 오래 가지를 않습니다. 어떤 자는 당장에, 또 어떤 자는 나중에, 즐거움은 괴로움으로, 그리고 또다시 사랑으로 바뀝니다. 테베와 당신 사이가 오늘은 햇빛 아래에서 아름답다 해도, 숱한 세월에는 많은 낮도 밤도 있으며, 그 동안에는 하찮은 일에서 오늘의 화목의 맹세가 창끝으로 갈라지기도 합니다. 


p266 테세우스) 많은 위협고 많은 말들을 홧김에 쓸데없이 늘어놓았지만, 제정신으로 돌아가면 위협이고 뭐고 없어지고 마는 것이오. 그들이 우쭐해서 당신을 데려간다는 따위의 큰소릴 치지만, 내가 알기로는 아마 건너지 않으면 안 될 바다가 넓어서 그다지 쉬운 항해는 아닐것이외다. 


p268 안티고네) 당신의 빛나는 이름을 행동으로 보일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코러스) 나는 늙었어도 이 나라의 힘은 늙지 않고 있소이다. 


p270 오이디푸스) 굳은 마음을 부드러운 말로 감추어 나를 꾀어내려 하는구나. 그러나 바라지도 않는 친절을 기뻐할 리가 있을까. 뭔가 간절히 바라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주지도 돕지도 않다가, 바라던 것으로 이미 마음이 채워져서 은혜가 고맙지도 않을 때에 베풀어 주는 것이나 같구나. / 말이 좋지만 실속은 흉악하다. 

그러나 너는 칼날보다 얄팍한 혀로 거짓말만 가지고 왔다. 


p271 오이디푸스) 그러나 어떤 일에서든 말 잘하는 놈치고 정직한 놈은 못 보았다. 

크레온) 말이 많은 것과 적절한 말을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요. 


p274 크레온) 옳기만 하면 약자도 강자를 이긴다. 


p276 오이디푸스) 그것은 비참한 이 몸이 본의 아니게 견뎌온 일이다. 

나처럼 불행한 별 밑에 태어나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상대로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버지와 싸워서 죽게 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모르고 저지른 죄를 비난하는 것이 옳을까? 


p277 테세우스) 잡은 자가 잡히고 포수가 운명의 올가미에 걸렸다. 옳지 못한 수단으로 얻은 것은 곧 잃고 만다. 

p280 안티고네) 부모는 다 자식이 귀엽습니다. 

오이디푸스) 애들아, 이 아비의 양 옆으로 꼭 안겨서 지금까지 외롭고 참혹하도록 시달린 고달픔을 쉬도록 해라. 


p281 오이디푸스) 신을 공경하고 정의를 존중하며, 또한 거짓이 없는 것을 나는 오직 당신에게서만 찾아 보았기 때문입니다. 

테세우스) 나는 내 일생을 행위보다 말로 장식하려고 생각하진 않소이다. 

사람이란 무슨일이든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되니. 


p282 테세우스) 당신은 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오. 


p283 안티고네) 말만 듣는 일에 무슨 해가 있겠어요? 나쁜 죄는 말에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나쁜 노여움이 얼마나 흉한 일로 끝나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옳은 소원을 가진 자를 너무 애태우는 것도, 친절을 받고서 갚을 줄 모르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이 아닙니다. 


코러스) 적당한 수명에는 만족하지 않고, / 더 오래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 내가 보기에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이다./ 오래 살면 기쁨보다/ 슬픔이 많고, /지나치게 오래 살면/ 어디서도 즐거움은 없다./ 마지막으로 구원의 손길이 누구에게나 고르게 나타난다./ 결혼의 축가도, 칠현금 소리도, 춤도 없이/ 하데스의 운명이 나타날 때/ 분명 마지막은 죽음이다. 

p284 코러스)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은 일이지만,/ 태어난 바엔 온 곳으로 속히 되돌아감이 둘째로 좋은 일이다./ 경망스러운 어리석음에 청춘이 지나면, / 어떤 괴로운 불행을 면할 수 있을까?/ 어떤 고통이 덥치지 않을 수 있을까?/ 질투, 내분, 싸움, 전쟁,/ 그리고 살인. 마지막으론 누구나 싫어하는 힘없고/ 친구 없고, 아무도 상대하지 않는 늙음이/ 온갖 불행과 함께 닥쳐온다. 


p285 안티고네) 이 애기 저 얘기 하는 동안에는 기쁜 일, 화나는 일, 불행한 일도 있어 말씀하지 않던 입이 짐짓 열리실지도 모르니까요. 


p287 오이디푸스) 어버이를 공경할 줄 알고, 이런 자식들을 낳은 아비가 장님이 되었다고 해서 어버이를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도록 말이다. 


p289 폴리네이케스) 명장은 좋은 것만을 말하고 나쁜 것은 말하지 않는 법이다. 


p290 코러스) 보고 있다, 보고 본다. 언제나 세월은 어떤 것은 망치고/ 또 어떤 것은 이튿날 다시 일으키고. 


p291 오이디푸스) 내 목숨의 저울이 기울고 있습니다. 


p295 사자) 그분은 번뇌도 없고 병고를 치르는 일도 없이 사람으로서는 가장 놀라운 마지막을 보내셨습니다. 


안티고네


<그림>

소포클레스 _안티고네_.jpg

p302 이제까지 남아있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가운데 연대순으로 두 번째 것으로 추정되는 <<안티고네>>. 아마도 기원전 441년이나 442년에 상연한 것으로 지은이가 쉰서너 살 때 쓴 것이되므로 원숙기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떤 뜻에서 이것은 문제극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인위법과 자연법, 인간이 제정한 법칙의 힘과 신이 또는 인성이 스스로 구하는 것과의 대립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는 불관용에 대한 훈계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왕에 대해 안티고네가 하는 말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도록, 다같이 사랑하도록 태어났습니다. 우리의 천성은’이라는 구절은 그즈음 벌써 격화되어 왔던 그리스 정치 정세에 대한 프로테스트(레스키)라고도 일컬어진다. 

p305 안티고네) 살아 있는 사람 보다는 죽은 사람들을 섬겨야 하는 동안이 더 길단다. 나는 저 세상에서 영원히 쉬겠다. 


p309 크레온) 그러나 사람의 정신도 생각도 판단도, 통치와 입법에서 그의 실천을 보기 전에는 완전히 알 수 없는 것이오. 왜냐하면 나라의 영도자이면서 최선의 정책을 지키지는 않고, 오히려 두려움 때문에 입을 다무는 자가 있다면 그는 가장 천한 자라고 나는 주장하며, 그렇게 주장해왔기 때문이오. 


p310 크레온) 그 응보는 죽음이지만, 돈벌이에 대한 욕심의 희망이 사람을 파멸시키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었지.

 파수병) 제 마음이 제게 여러가지로 설교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곰곰이 생각하면서 무거운 걸음으로 왔기 때문에, 가까운 길도 그렇게 멀어졌습니다. 

p311 파수병) 그건 타고난 운명밖에는, 다른 아무것도 당할 일이 없다는 희망을 굳게 안고 왔기 때문입니다. 


p312 크레온) 사람들 사이에 돈처럼 나쁘게 통하는 것도 없다. 돈은 나라를 망치고, 사람을 그들의 집에서 몰아내며, 정직한 마음을 부끄러운 일을 하도록까지 돌려서 비틀어 놓는다. 게다가 돈은 사람들에게 흉악한 일을 행하고, 온갖 경건하지 못한 짓을 배우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p313 크레온) 잘못 얻은 금전이 사람을 복되게 하기는커녕 망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될테니까. 

파수병) 귀에 거슬리십니까, 마음에 거슬리십니까?

크레온) 어디가 거슬리든 그건 알아 무엇하느냐. 

파수병) 일을 저지른 자는 마음에, 저는 귀에 거슬리시겠지요. 

크레온) 네놈은 참 입심 좋게도 태어났구나. 


코러스) 이상한 것이 많기는 해도/ 사람보다 더 이상한 것은 없다. 


p314 코러스) 빠른 생각은 교모하고 능하여/ 사람을 때로는 선으로, 때로는 악으로 이끈다. /나라의 법을 존중하고, 신들께 맹세한 정의를 지키면/ 나라는 번영한다. 그러나 경솔하게도/ 옳지 않은 일에 마음을 기울이는 자는 나라를 망친다./ 원컨대 그런 자와 더불어 살지 말며, 나와 생각을 함께하지 않기를. 


p315 파수병) 사람이란 어떤 일이건 다시는 안 한다고 맹세할 것이 못됩니다. 나중 생각이 처음 결심을 바꾸는 수가 있으니까요. / 그런데 뜻밖의 기쁨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기 때문에, 


p316 파수병) 이 여자는 새끼를 뺏긴 새가 빈 둥우리를 보았을 때처럼, 처량한 새의 째지는 듯한 소리로 목놓아 울어댔습니다. 


p316~317 안티고네) 네, 그러나 그 법을 내게 내리신 것은 제우스 신이 아니었고, 저승의 신들과 함께 사시는 정의의 신도 이 세상에 그런 법을 정해 놓지는 않으셨어요. 그리고 글자로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확고한 하늘의 법을 사람으로 태어난 몸이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임금님의 법령이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하늘의 법은 어제 오늘 생긴 것이 아니라 불멸하는 것이며, 그 시작은 아무도 모르지요. 

 인간의 어떤 생각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신들 앞에서 인간의 법을 어긴 죄인일 수는 없어요. 왕의 그 포고가 있었건 없었건, 어차피 나는 죽어야 할 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어찌 모르겠어요. 그러나 내 명대로 다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이야말로 이득이라고 생각해요. 나같이 나날을 괴로움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차라리 죽는 편이 이득이라고 어찌 생각하지 않겠어요? 

 나는 그런 운명을 당한 것이 조금도 괴롭지 않아요. 그보다 나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죽었는데도 장례도 치러 주지 못한 채 버려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슴 아픈일이지요. 이번 일로는 괴롭지 않아요. 내가 이번에 한 일을 어리석게 보신다면, 어리석은 눈에는 어리석게 보일는지도 모르지요. 


p317 크레온) 너무 기승을 부리면 꺾이기도 쉽다는 것을 알려 주마. 불에 달구어 강한 쇠일수록 가장 잘 부러지거나 부스러진다는 것은 알겠지. 사나운 말도 조그만 재갈 하나로 순해진다. 


p318 크레온) 원수는 죽어서도 친구가 못 된다.

안티고네) 나는 서로 미워하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도록 태어났어요. 


p320 이스메네) 왕이시여, 나날이 불행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천성이 현명해도 불멸을 잃고 맙니다. 


p321 코러스) 평생토록 악을 맛보지 않은 자는 복되다. 

사람의 세상에서는 무엇이고 도에 지나치면

재앙도 피할 수 없다. 


p322 코러스) 희망은 그리도 멀리 헤매어/ 숱한 사람에게 위안이 되지만, / 한편 많은 사람에게 들뜬 욕망의 그릇된 매력도 된다./ 그리하여 뜨거운 불에 발을 데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자에게 실망을 준다. /이런 지혜로운 말을 유명하다 -/ 신에게 해독으로 이끌려 가는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조만간 악도 선으로 보이지만, 그런 자는 고난을 당할 운명이니/ 무사히 지내는 동안이란 덧없이 짧다고. 


p323 하이몬) 아버지, 신들께서는 사람에게 이성을 심어 놓으셨습니다. 그것은 우리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온갖 것들 중에서 가장 귀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남도 쓸 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수가 있을 것입니다. 


p324 하이몬) 자기만이 현명하고 말에서나 정신에서나 자기 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알고 보면 언제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를 배우고 때에 따라 굽히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사정없이 쏟아져 내려가는 물가에서 거기에 굽히는 나무는 잔가지 하나도 꺾이지 않지만, 고집 센 나무는 뿌리째 뽑혀서 쓰러지고 맙니다. 또한 배의 돛을 팽팽하게 펴두기만 하고 조금도 늦출 줄을 모르는 사람은 배를 뒤엎어, 그 다음에는 뒤집힌 용골을 타고 그 항해를 끝마칩니다. 

 저 같은 젊은 것도 생각을 말씀드릴 수 있다면, 사람은 천성적으로 무엇이고 잘 아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렇기는 어려운 일이옵고, 그렇지 못할 바에는 바르게 말하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p325 하이몬) 그러나 제가 젊다 하더라도, 나이가 아니라 행적을 보아 주셔야 합니다. 

크레온) 내가 이 나라를 내 판단이 아니라 남의 판단으로 다스려야 하느냐? 

하이몬) 한 사람의 소유물이라면, 그건 국가가 아닙니다.

크레온) 국가가 통치자의 것이 아니란 말이냐?

하이몬)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막을 혼자서 훌륭하게 다스리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하이몬) 잘못 생각하신 것을 말씀드리는 것도 위협입니까? 


p326 하이몬) 아버지께서는 말씀만 하려 하지, 들으려 하진 않으시는군요. 


p327 코러스) 

사랑이여, 싸움에서 질 줄 모르는 사랑이여, 재물도 파괴하고, 

처녀의 보드라운 볼에서도

밤샘을 한다. 

바다 위에서도, 깊은 산골 오두막집들 사이에서도 헤맨다.

불멸의 신들도, 덧없이 사는 자도 그대를 피할 길 없고, 

그대에게 걸려서 미치지 않는 이가 없다. 


바른 사람도 그대로 하여 마음이 빗나가고 몸을 망친다. 

지금 이 집안 간의 싸움을 일으킨 것도 바로 그대이다. 

아리따운 새색시의 두 눈에서 불붙어 온 사랑의 빛은 의기양양하다. 

이것은 영원한 법칙과 나란히 지배하는 위력이다. 

대적할 수 없는 아프로디데 여신이 힘을 떨치셨기에. 


안티고네) 다시는 나를 위해서 뜨지 않을/ 태양의 마지막 빛을 우러러보는 나를. 


p328 코러스) 오직 제 뜻대로 행동하여/ 인간으로서 단 한 사람, /하데스로 살아 있는 목숨이 내려갑니다. 


p329 안티고네) 불행한 나는 늦출 수 없는 길을 슬픔을 안고 끌려간다. 


p331 코러스) 운명의 신비스러운 힘은 두렵기도 하구나! 

거기서는 부귀도 아레스도 성벽도, 

바다를 이기는 검은 배도 벗어나지 못한다.


p334 테이레시아스) 모든 사람이 다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는 합니다만, 잘못됐다 하더라도 그 잘못을 고치고, 고집을 피우지 않는 사람은 이미 어리석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충언에서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올시다. 

크레온) 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탐욕에 끌려 추잡한 속셈에 아름다운 말로 겉옷을 입힐 때는, 꼴사납게 실패하고 마는 것이오. 

테이레시아스) 모든 것 중에서 충언만큼 값진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크레온) 어리석음이 가장 해로운 것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지. 


p336 코러스) 신들의 재빠른 채찍은 어리석은 인간들을 당장에 때려눕힙니다. 

크레온) 공연히 운명과 싸워선 안 되니까. 

크레온) 예부터 정해진 법은 평생토록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 


p337~338 사자) 사람의 일생을 지금 그대로 칭찬하거나 헐뜯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때그때 행복한 사람이나 불행한 사람을 운명이 흥하게도 하고 망하게도 하니, 그 정해진 운명에 관해서는 아무도 남들에게 예언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즐거움을 잃고 나면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지요. 그저 숨을 쉬고 있는 시체에 지나지 않습니다. 집에 크나큰 재물을 쌓는 것도 좋지요. 왕으로서 영화롭게 사는 것도 좋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조금도 기쁘지 않다면, 기쁨과 비교해서 다른 것들에는 돈을 한 푼도 못 내겠습니다. 


p339 사자) 진실만이 언제나 가장 좋은 길입니다. 


p340 사자) 인간의 온갖 불행 중에서 분별없는 것보다 더 심한 불행이 없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셈입니다. 

크레온) 아, 우둔한 마음, 죽음을 부르는 고집스러운 마음의 죄여!


p341 크레온) 아, 뼈에 사무친 공부를 했다. / 아아, 인간을 괴롭히는 지겨운 고생이여. 


p343 코러스) 사람에게 정해진 운명을 피할 길이 없으니까요. 

코러스) 지혜야말로 으뜸가는 행복, 신들께 향한 공경은 굳게 지켜져야 한다. 오만한 자들의 큰소리는 언제나 큰 천벌을 받고, 늙어서나 지혜를 깨닫는다. 


엘렉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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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의 _엘렉트라_.jpg

 

 

p347 늙은 종) 벌써 밝은 아침 햇살이 새들의 노래를 불러일으키고 별이 총촌한 어두운 밤은 지나고 말았습니다. 


오레스테스) 훌륭한 말은 늙어도 위급할 때는 용기를 잃지 않고 귀를 곤두세우듯이, 할아범은 우리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누구보다도 우리를 따라와 주었네. 


p348 오레스테스) 기회야말로 사람에겐 모든 일의 최고의 지도자일세. 


p350 코러스) 그러나 슬퍼해도, 빌어도, /누구나 한 번은 가야 할 하데스의 늪에서/ 아버지를 다시 모셔올 수는 없습니다./ 그렇죠,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언제까지나 슬퍼만 한다면,/ 마지막엔 구원받을 수 없는 괴로움에 몸을 망칩니다. 


p352 코러스) 세월이란 인자한 신

코러스) 사악함이 일을 꾸미고, 정욕이 사람을 죽입니다. 


p353 코러스) 마음을 어둡게 가지면, 싸움이 싸움을 낳고/ 당하지 않아도 될/ 불행을 당하십니다. 


p355 엘렉트라) 그러니 이런 형편에서, 여러분, 분멸을 가져라, 삼가라 해도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끔찍한 일을 당하고 나면 아무래도 나쁜 짓을 하게도 됩니다. 

p356 코러스) 큰일을 벌이려는 사람은 아무래도 망설이기가 쉬우니까요. 


p359 엘렉트라) 하찮은 말로 사람이 쓰러지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는 수가 많으니까. 


p360 코러스) 정의의 힘을 손아귀에 쥐고/ 앞날을 통해 보는 디케신은 반드시 옵니다. 


p366 늙은 종)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신께서 재앙을 내리시려고 하면 아무리 강한 자라도 그것을 면할 길이 없는지, 


p369 클리타임네스트라) 어미란 이상한 힘이 있는 법, 심한 구박을 받으면서도 제가 낳은 아들을 미워할 수는 없지요. 

그녀의 마음이 진짜가 아니기에 이 대사는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진짜 어미라면 저런 대사가 진심에서 우러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진짜 어미라면 자녀가 구박을 안할 수도 있는 건가? 


p369 엘렉트라) 이미 저 세상으로 가 버린 사람에게 아직도 희망이 있는 양 말하는 것은, 이미 쓰러진 나를 또다시 짓밟는 것입니다. 


p370 코러스) 사람은 누구나 다 죽게 마련입니다.

며칠 전 장례식에 다녀왔다. 변함 없는 진리,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것. 


p372 크리소테미스) 같은 운명이 언제나 같은 사람에게 따라다니란 법은 없어요. 


p373 엘렉트라) 고생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엘렉트라) 언제까지 이렇게 두 손만 마주잡고 있겠니? 무슨 그럴듯한 희망이 아직 있는 것도 아니잖니?

하지만 막연히 언젠가는 그런 기쁨이 이루어지겠지 하고, 희망을 걸어서는 안 된다. 

귀한 몸은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게 마련이니까. 


p374 크리소테미스) 아무리 남에게 칭찬을 받는다 해도, 부끄러운 죽음을 당한다면 좋을 것도 없고 득이 될 것도 없어요. 죽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죽고 싶을 때 죽지 못하는 것이 무서우니까요. 

코러스) 사람에겐 앞을 내다보고 현명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이로운 일은 없습니다. 

크리소테미스) 무턱대고 하는 일에선 망하기가 쉬우니까요.


p375 크리소테미스) 옳은 것도 해로울 수가 있거든요

엘렉트라) 나는 그런 법에 따라서 살아가고 싶진 않다. 

엘렉트라) 잘못된 생각보다 더 미운 건 없다. 

엘렉트라) 헛된 일을 따르는 것보다 더 큰 바보는 없어. 


p377 코러스) 누구나 착한 사람은

천하게 살면서 남에게 알려지지도 않고 이름을 더럽히길 싫어하는데. 

그렇듯 오오, 아가씨여, 아가씨여, 

그대는 스스로 슬픔의 일생을 택하여

욕스러움을 일축하고, 현명하며 효녀라는

두 겹의 칭찬을 한 번에 얻었도다. 


그대야 말로 불우한 속에서

이 세상 최고의 법으로 보아, 

제우스 신께 대한 그대의 경건으로

가장 고귀한 영예를 얻고 계시니. 


p379 엘렉트라) 그러니 헛된 그림자를 그림자 속에 넣어 내 앞으로, 지하에서 너와 함께 지내도록 나도 너의 이 항아리 속에 넣어다오. / 죽은 사람에겐 고생이란 없을 테니까. 

코러스)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을 생각하세요. / 우리들 누구나 다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니까요. 


p382 오레스테스) 때가 되지 않았을 때, 말을 많이 하고 싶어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p385 엘렉트라) 단 하루 동안에, 세상에서 할아범같이 미운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는가 하면, 할아범 만큼 반가운 사람도 없구나. 


[에우리피데스]

p395 다만 생전에 겨우 네 번밖에 1등상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그의 새로운 사상이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p396 그의 작품이 선배인 다른 비극 작가보다 훨씬 많이 보존된 이유는 기원전 4세기 뒤의 압도적인 인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안 되는 동안 세상의 유행이 뒤바뀐 것이다. 

 에우리피데스는 본디 명상적인 성격의 작가로 정치나 사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가능한 한 고독 속에 있으면서 사색이나 극작에 몰두했다고 전해진다ㅣ. 

 모든 면에서 인습적인 것에 대한 합리주의적인 비판과 반발이 그의 작품 곳곳에 나타났고, 이것이 보수파로부터 심한 반감을 사는 결과가 되었다. 


p397 좀더 넓은 시야에서 본다면 새로운 문학 조류의 위대한 선각자였으며, 그 점은 뒷날의 문학에 미친 그의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가장 잘 엿볼 수 있다. 


Medea

메디아

<그림>

iason-medea3 John William Waterhouse작.jpg

John William Waterhouse작 - iason-medea


p399 <<메디아>>는 첫 번째 상연에서 불행히도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여 하위인 3등상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p400 유모) 다정한 분들의 위로의 말을 들으셔도 마음 없는 돌이나 바다의 파도처럼 아무런 표정도 없으시다니. 


p401 유모) 어린 마음은 고민하고는 인연이 먼 것이라고 하니까. 


p402 선생) 묵은 인연도 새 것에는 못 당하는 법이라오. 

선생) 이치에 닿건 닿지 않건 사람이란 너나할 것 없이 곁에 있는 인간보다는 자기가 더 중한 법이라오. 


p403 유모) 저렇게 처음부터 터져오르는/ 한탄의 먹구름은,/ 머잖아 노여움이 심해져/ 번개를 번쩍일 게 분명한 일. 


p404 유모) 높으신 분의 성미란 무섭기도 하시지.

남을 시키는 일뿐이지 간섭받는 일이 없어서

완고한 마음을 손톱만큼도 굽히지 않으시는구나.

남과 사이좋게, 의좋게

평범하게 살아가며 탈 없이

무사하게 늙어 가는 것이 좋으련만.

매사에 절제를 지킨다 하는 것은

말로만 들어도 반가우니

이를 행하면 그 행복은 한량이 없지.

무슨 일이든 과하면 이익은커녕

그 집에 하느님의 진노가 미칠 때

더한층 크나큰 화가 내린다던가. 


p405 코러스) 죽음이란 언젠가는 오는 법,/ 행여 바라질랑 마세요. 


p406 유모) 마치 새끼를 안고 있는 암사자처럼/ 무서운 얼굴을 지으신다오. 


p408 메디아) 사람을 속속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까닭없이 첫눈에 저 사람은 싫다는 사람의 눈에는 올바른 판단 같은 것이 없으니까요. 타지에서 온 사람이라면 물론 마을 사람들을 따라야 하겠지만, 마을 사람이라 해서 분별없이 제멋대로 행동하여 타지 사람을 못살게 굴어도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p409 메디아) 아, 이제는 모든 것이 끝장이구나. 한껏 돛을 부풀리고서 쫓아오는 적을 앞에 두고, 폭풍을 피해 기항(寄港)할 항구조차 가까이 없으니. 


p410 크레온) 공연한 동정을 베풀었다가 나중에 크나큰 후회를 하기보다 차라리 지금 그대의 원한을 사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으니 말이다. 


p413 코러스 대장) 강물의 흐름도 방향을 바꾸고/ 사물이 모두 변하는 세상이여. 


p414 코러스 대장)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우리의 사연들/ 숱한 세월 흘러흘러 끝이 없구나. 


p415 메디아) 인간의 마음 속에 도사린 병 중에서도 가장 흉악한 몰엽치라는 거예요. 


p418 메디아) 악인인 주제에 입만 그럴싸하게 놀리는 인간이 제일 먼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말재주로 어떤 나쁜 짓이라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서슴없이 하려 드니까요. 결국 그런 인간은 진짜 영리한 사람이 못 되요.

메디아) 잘 사는 것도 슬픔이 따르는 것이라면 싫어요. 마음에 고통을 주는 그까짓 재물 따위 아무리 많으면 뭘해요. 

416쪽~418쪽에 걸쳐 이아손이 메디아에게 자신이 영주의 딸과 혼인한 이유를 이야기 한다. 이아손이 대사대사마다 나는 분노했다. ‘말도 안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다른 사람과 혼인을 했다니,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이해할 수 없는 뇌구조의 소유자다. 메디아의 상황에 감정이입하고 보니 분노의 마음이 갖게 됐다.  


p419 코러스) 분수 넘치는 사랑의 불꽃,/ 미칠 듯이 심하게 타오르면/ 사람의 몸에 영예도 사라진다. 


p420 코러스) 더할 나위 없는 하느님의 선물/ 분수를 아는 절제심이여. 


p421  아이게우스) 말씀은 ‘가죽 주머니의 뾰죽한 아가리를 풀어서는 안 되노라’ 였소. 


p430 메디아) 선물은 신의 마음도 움직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백 마디 말보다는 한 조각의 황금이라 하였습니다. 


p433 선생)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팔자소관으로 찾아오는 액운이라면 마땅히 참아야만 합니다. 


p434 메디아) 하지만 아무리 알고 있어도 들끓는 노여움이 그보다 더 강하구나. 이것이 인간의 가장 큰 재앙의 근원인 줄 모르지 않지만. 


p435 코러스) 아이를 낳아보지 못한 사람은/ 아이를 가진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이 없는 몸은 자식이라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것을 모르므로, 여러가지/ 고생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거예요./ 거기에 비해 집안에/ 귀여운 자식을 가진 부모의 몸은/ 끊임없이 고생만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서 훌륭하게 키울까, /어떻게 해서 재산을 남겨 줄까 하고, /그뿐인가,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자식의 앞날이/ 훌륭하게 될 것인지, 불초 자식이 될 것인지,/ 그것도 모르니 답답한 노릇. 


p437 사자) 발이 빠른 사람 같으면 100척의 코스를 되돌아갈 때마다 단축해 나가서 중앙의 최종점에 당도했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가늠하기 어렵다. 


p438 사자) 인간이라는 것이 그림자같이 덧없는 존재임을 어제 오늘 처음 느낀 것은 아닙니다만, 현자나 변설의 대가인 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으뜸가는 슬픔을 자초하는 분들임을 거리낌없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행복한 사람 따위는 세상엔 없으니까요. 복이 굴러들어오면 남보다 운이 좋다고는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p439 메디아) 쓰라린 삶의 출발점으로 돌진하는 것이다. 


p441 코러스) 괴로운 건 남의 아내 된 신세인지라/ 그 얼마나 인간 세상에 숱한 재앙을 낳았던가. 


p444 메디아) 진정한 슬픔은 늙어서야 뼈에 사무칠걸. 


p445 코러스) 이 세상 모든 일의 근원이로다, / 올림포스에 계신 제우스 신은,/ 신들은 인간의 생각을 넘어/ 모든 일을 이룩하시노라./ 인간이 생각한 일을 이루어 주시지 않고/ 신명께서는 생각하지 않은 일은 이루시노니,/ 이 사연 또한 그렇게 일어났노라. 


Trojan woman

트로이 여인들

<그림>

트로이 여인들.jpg

p447 오늘날 전해지는 그리스 비극 30여편 가운데에서도 <<트로이 여인들>>만큼 절망적이고 철저하게 구원이 없는 작품은 그 예를 찾아 볼 수 없다. 

 운명적인 시켈리아 원정이 결정되어 머지 않아 전멸할 대함대가 페이라이에우스 항구를 떠나간 것은 <<트로이 여인들>>이 상연된 지 겨우 몇 달 뒤의 일이었다. 

 아테네의 뜻있는 사람들이 이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을 게 틀림없으므로,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 여인들>>집필의 직접적인 동기를 여기서 구하는 견해도 십중 팔구는 옳을 것이다. 


p448 따라서 베토벤이 나폴레옹에게 느꼈던 것과 같은 환멸을 에우리피데스는 아르키비아데스에게서 맛보아야 했던 것이다. 


p449 극은 전통적인 양식에 따라 포세이돈이 먼저 머리말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뒤를 이어 아테나가 포세이돈과 대화 형식으로 머리말을 이어나가는 것은 좀 새로운 수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p452 포세이돈) 혈연 간이라는 것은 서로를 연결하는 영묘한 힘이 있는 것이지. 


p453 포세이돈) 그래서 덮어놓고 미워했다 사랑했다 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p454 포세이돈) 어리석은 인간들 같으니. 도시를 파괴하고 신의 제단과 죽은 자의 성스러운 무덤을 황폐케한 죄로 이번에는 그들 스스로 멸망할 차례가 온 것이지. 

헤카베) 운며잉 바뀌는 대로 참고 견디어라./ 운명이 물결치는 대로 흘러가거라./ 변천되는 숙명에 생명의 배를 맡기고/ 격랑에 거스르질랑 아예 말아라. 


p458 제2코러스) 시칠리아 섬의 어머니, /에트나의 봉우리가 우뚝 솟은 불의/ 신의 나라는/ 페니키아인의 도성을 저 멀리 바라보는/ 덕망 높은 고장이라 들었다. 


p460 탈티비오스) 따님은 운명의 손으로 이 세상의 모든 고뇌로부터 구제되었소. 

헤카베) 여기서는 저쪽 말을 나쁘게 하고/ 저쪽에 가면 이쪽을 비방하여/ 정다운 사이를 이간질하여 증오를 가져오는/ 저 두 개의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사내를 섬겨야 하다니. 


p463 카산드라) 조국 트로이는 그리스보다 행복한 나라였다고, 신들린 이 몸이지만 그 말만은 잠시 동안 제정신으로 돌아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p464 카산드라) 헥토르가 유례없는 영예를 남기고 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가 쳐들어왔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의 용맹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분별 있는 자는 전쟁을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나라를 위해 깨끗이 죽는 것이 남자의 도리요, 비겁하게 죽어 감은 치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p466 헤카베) 바라지 않는 일은 해줘도 기쁘지 않으니까. 

아아, 신들이여 굽어 살피소서! 믿을 수 없는 신들이라고 원망도 하였지만, 그대로 불행을 당하면 역시 신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수가 없구나. 


p467 헤카베) 참으로 사람의 팔자가 좋고 나쁨은 생애를 마칠 때까지 헤아릴 길이 없구나. 

누구를 부러워 할 일도, 스스로를 자랑할 일도 없는 거다. 


p471 코러스) 고통으로 번민할 때는 눈물이야 말로 더할 나위 없는 위안, 탄식을 노래하고 고통을 이야기하면 절로 마음이 가라앉는 법. 

헤카베) 번영하는 자를 멸망시키고 이름없는 자를 추어올리는 여러 신들의 조화라고 할까. 


p472 헤카베) 그러나 죽는 것과 사는 것은 역시 다르단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지만, 살아만 있으면 그래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는 법. 

안드로마케) 저는 죽는 것과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것을 같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비참하게 살아 가느니 보다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고민도 없어지게 마련이니까요. 

당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괴로우면 죽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 할까? 

<<그리스 비극>> 전체에 흐르고 있는 비극은 곧 ‘죽음’이라는 생각이든다. 인간에게 가장 비극적인 것이 죽음 아닐까? 그런데 죽음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현실에서 오는 고통과 고뇌가 얼마나 비극적이면 저런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473 안드로마케) 말과 같은 짐승도 한 외양간에서 자란 말과 떨어지면 좀처럼 수레를 끌려고 들지 않는 법입니다. 

 모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희망’조차도 저에겐 없습니다. 이제부터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고 스스로를 속일 수조차도 없습니다. 비록 덧없는 환상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을. 


p474 헤카베) 배가 폭풍을 만나더라도 그다지 심하지 않을 때는 선원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난관을 뚫고 나가려고 키를 잡는 자, 돛을 말아올리는 자, 물을 퍼내는 자 등등 저마나 힘을 다하지만, 바다가 뒤엎어지는 듯 거세게 풍랑이 일면 그때는 모든 운을 하늘에 맡기고 다만 거센 풍랑에 스스로를 맡겨 버린다더라. 


p481 헬레네) 반딧불만한 불씨가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입니다. 



p484 메넬라오스) 자, 망나니에게로 가서 그리스군이 겪어야 했던 오랜 세월의 괴로운 고통을 순간의 죽음으로 보상하는 게다. 


p485 헤카베) 한번 사랑을 한 자는 사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p488 헤카베) 아아, 그리스인들이여, 그대들의 용맹의 영예는 높지만, 마음가짐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구나. 

이유없이 겁내는 건 보기 흉한 일이지. 


p489 헤카베) 오늘의 행복을 변함없는 것이라고 기뻐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 사람의 운명이란 변덕쟁이인 것을.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언제까지나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아무도 장담 못하는 법이로다.  


p490 헤카베) 아무리 성대한 장례식을 치른들 그것이 죽은 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결국은 살아남은 자들의 헛된 허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p491 헤카베) 오오, 신들이여! 그러나 이제 신의 이름을 부른들 무슨 소용이랴. 지금껏 수없이 그 이름을 불러 기도하였건만 일찍이 들어준 적이 없는 신들이 아니었던가. 


바쿠스의 여신도들

<그림>

바쿠스의 여신도들.jpg  

*소아시아에서 귀환하는 디오니소스


p498 예전에는 이 작품을 합리주의적 무신론자였던 에우리피데스가 늘그막에 이르러 마음을 돌린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여 일종의 신앙 고백으로 보는 설이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요즘은 반대로 루클레티우스식으로 종교를 해로운 것으로 여기는 시인의 변함없는 태도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오히려 주류가 도리 느낌이 있다. 


p499 요컨대 <<바쿠스의 여신도들>>은 이같은 초인간적인 힘이 미쳐 날뛸 때, 인간계에 일어나는 무성누 비극을 풍부한 환상을 섞어 가며, 그러나 무서울 만큼 사실적인 필치로 그린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p507 테이레시아스) 신은 우리를 아무 어려움 없이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p508 테이레시아스) 신령 앞에 인간의 지혜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조상들로부터 이어받은 전통이란 영겁의 시간과 더불어 오래된 것, 제 아무리 머리를 짜서 똑똑한 이치를 생각해 낸다 해도, 인간의 재치 따위로 뒤집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한결같이 숭배되고, 이 사람 저 사람 구별없이 경배받고 싶은 것이 신의 뜻임에 틀림없으니까요. 


p509 테이레시아스) 재치있는 자가 훌륭한 논설을 가지고 말할 때는 그 말이 쉽게 나오는 법. 그대의 변선을 매우 훌륭해서 분별이 있는 듯 보이지만, 듣건대 사리를 아는 구석은 조금도 없구려. 공연히 혈기에 내맡겨 세력을 떨치며, 변설만 능란해서 분별을 잃는 자는 국가에 화근이 될 뿐입니다. 


p510 테이레시아스) 신들린 무아의 경지에 이르면 강한 예언의 힘이 생겨납니다. 

이 세상에서는 힘이 다스린다는 교만한 생각일랑 하지마십시오. 


p511 테이레시아스) 그러나 본디 모든 일에 있어 몸가짐이 좋고 나쁨은 저마다 타고난 성질에 의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됩니다. 

카드모스) 지금의 너는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구나. 생각이 잘못되어 있다는 말이다. 


p513 코러스) 잠이 사람을 엄습하면/ 번민도 걱정도 사라지니,/ 이 모두 신의 공덕이라네.

그렇다. 잠든 순간에는 과제 걱정을 할 수 조차 없다. 

조용한 삶을 보내며/ 명심해서 절도를 지키면/ 위험한 재난을 만나지 않고/ 집안 또한 평안하리라./ 신들은 높고도 먼 하늘에 계시건만/ 인간의 소행을 지켜보시네./ 사람의 생명, 그것은 짧은 것이니/ 너무 큰 것을 추구하면/ 눈 앞의 것마저 잃게 되도다. 


p516 펜테우스) 너는 신의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고 했는데, 그래, 신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더냐?

디오니소스) 신은 자유자재한 모습으로 나타나므로 내가 단정해서 말할 것이 못 됩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어리석은 자는 그 뜻을 모르니까요. 


p517 디오니소스) 낮에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음탕한 짓을 할 수 있습니다. 

디오니소스) 언제든지 내가 바랄 때 신께서는 손수 나를 자유로이 해 주실 것이오. 

디오니소스) 지금도 신은 바로 옆에 계시며, 내가 어떤 변을 당하고 있는지 보고 계시오. 

디오니소스) 내가 서 있는 곳이오. 당신은 신심이 없기 때문에 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오. 



p519 코러스) 이 무서운 분노의 정은/ 땅에서 태어난 용의 후예/ 펜테우스의 참된 성품을/ 보여주는 것, 이 왕은/ 또한 땅에서 태어난/ 에키온을 아버지라 부르며, /세상의 여느 사람답지 않게/ 사나운 마성의 사나이./ 신께 감히 맞서니/ 잔인한 거인에나 비유할까. 


p523 디오니소스) 인간이 분수를 잊고 신에게 맞서려 한 자가 받는 당연한 보복이다. 

마음의 평정을 지키는 것이 군자의 도리이니까. 


p525 소몰이) 전하께서도 그 자리에서 그 광경을 보셨더라면, 지금은 이렇게 욕하고 계시지만 틀림없이 그 신앞에 무릎꿇고 기도를 드리셨을 것입니다. 


p527 디오니소스) 신을 향해 무기를 들어서는 안 됩니다. 

디오니소스) 나 같으면 인간인 주제에 신을 향해 화내고 무식한 항거를 해서 혼나기보다는, 그 신께 귀의하여 희생의 제물을 바치겠습니다. 


p529 디오니소스) 폭력을 써서 폭력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그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p530 코러스) 인간 세상에서는 무엇을 지혜라 부르는가./ 아니 오히려/ 적을 무찌르는 통쾌함,/ 그보다 더 좋은/ 신의 선물이 또 있으랴/ 좋은 것이란 항상 기분 좋은것. 

신의 힘이 나타남은/ 급하지 않네. 그러나 어김없이,/ 인간의 마음을 미치게 하고/ 아집에 빠져/ 신을 숭상치 않는 자 있으면/ 신의 뜻은 이를 벌하신다./ 

예부터 지켜 온 법을 넘어서/ 생각을 달려 사리를 탐색함은 옳지 않도다. 


신의 존재를 믿으라, / 이것이 오랜 세월 법으로 되었음은/ 본연의 이치에 근거하니,/ 진리 또한 여기에 있다고 믿으면/ 시간 낭비가 적으리라. 


행복은 바다의 폭풍을 벗어나/ 무사히 항구에 들어갈 때, / 행복은 힘든 일 끝내고 될 때. 


p532 코러스) 사람은 제각기 희망이 있어/ 그 희망이 이뤄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이 또한 있네./ 그러므로 오늘 그리고 내일,/ 그날그날에 행복이 있으면/ 그것을 참된 복이라고 우리는 부르네. 


p539 사자) 인간의 분수를 지켜 신에 관련된 일에는 조심하고 삼가는 게 제일일 것 같소. 이것이 사람이 지켜야 할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나는 생각하오. 


p545 카드모스) 신령을 업신여기는 자들은 펜테우스의 최후를 잘 보고 신을 숭상할 것을 배워야 한다. 

본보기 효과. 


p546 디오니소스) 이미 늦었느니라. 그대들을 깨달아야 할 때 깨닫지 않았느니라.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p547 코러스) 신의 뜻은 신비로움으로 나타나고, / 신께서는 수많은 뜻밖의 일을 하시네. /인간이 바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뜻밖의 일을 신은 이룩하시네./ 이렇게 하여 지나가노라, 오늘 일도. 


Hippolytus

히폴리토스

<그림>

히폴리토스의_죽음_.jpg

Sir Lawrence Alma Tadema

The Death of Hippolytus (1860)


p551 아프로디테) 사실 누구나 자기에게 복종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 세계에서나 신의 세계에서나 마찬가지이다. 


p552 아프로디테) 그렇지만 몰락이란 죽음을 의미하거든. 


p553 히폴리토스) 무엇이든지 배움으로 익히지 아니하고, 다만 소박한 자연으로 온갖 지혜를 터득한 사람만이 그 녹색의 들판에서 꽃을 따 모을 수가 있습니다. 

시종장) 인간에게 씌워진 멍에는 어떠한 것일까요? 

시종장) 거만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미움을 받는답니다. 

히폴리토스) 아암. 거만한 인간이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시종장) 반대로 겸손한 사람들에게 우아한 점은 없을까요?

히폴리토스) 확실히 있긴 있지. 그래서 고통이 필요 없는 선이 생기는 거지. 


히폴리토스) 그렇다. 우리 인간은 신의 율법을 쓰고 있는 거니까. 


p554 히폴리토스) 신이나 인간이나 제각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마련이지. 


p555 유모) 인간에게 가장 불행한 것은 병이니, 어찌해야 좋을는지, 또 어떻게 해드리면 되는 것인지. 자! 여기에 그렇게도 바라시던 신선한 공기와 눈부신 태양이 있어요. 


p556 유모) 괴로워하는 사람을 돌보기보다는 병들어 있는 편이 낫습니다. 병자란 단지 괴로워할 뿐, 그를 간호하는 사람은 그때문에 괴로워하고 지치는 거예요. 인간의 생활이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산다는 것보다 즐거운 게 있다 하더라도 어두움이 그것을 휩싸고 우리 눈 앞에서 감춰 버리지요. 땅 위의 존재들이란 찬란한 것처럼 보이게 마련이에요.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삶 이외의 삶, 가령 지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전혀 알 도리가 없죠. 더욱이 우리는 말이라는 존재에 묶여서 말의 노예가 되고 말죠. 


유모) 사람에게 괴로움이란 필연적인 것일까? 


p557 유모) 인간에게 서로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지 못하는 어중간한 정은 곧 깨부수는 게 낫지요. 쉽사리 굳어 버리는 애정이 오히려 마음에 편하게 느껴질 거예요. 

삶을 갈망하는 나머지 선행보다는 악행을 저리느기 쉽고, 또 그것이 건강을 해친다는 말은 정말이에요. 이래서 저는 ‘지나치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고 ‘지나치지 마라’는 말을 더 받아들입니다. 


p560 파이드라) 대체 사랑이란 뭘까?

유모) 아씨, 그건 가장 즐겁고도 가장 쓰라린 것이랍니다.

파이드라) 그런데 나에겐 즐거움보다는 쓰라림만 절실한 것 같아.

유모) 아씨, 뭐라고 말씀하셨죠? 분명 누군가를 사랑하고 ......?

p561 유모) 가증스런 햇볕 때문에 몸을 내던져 버리고 싶구나. 죽으면 살아서보다 오히려 편하게 되겠지. 나도 이젠 마지막, 아주 현명한 사람들도 자기들이 모르는 사이에 저주스런 정욕에 홀리게 된다. 


코러스) 인간 위에 덮인 이 고통......

죽기 전 며칠은 그대에게 무엇을 남겨 놓을까? 

파이드라) 나는 다른 이유에서 인간의 목숨을 갉아먹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긴긴 밤을 두고 여러 번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도다. 인간에게 나쁜 일을 저지르게 하는 것은 본디 인간 정신이 가진 원래의 성질이 아니고 다른 어떤 것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선악의 판단은 올바르게 가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좋은 일만 행하지는 못해. 어떤 사람은 마음이 약해서, 또 어떤 사람은 덕성보다 쾌락이 좋아서. 사람이 사는 곳엔 쾌락이 많은 법이고, 긴 이야기라든가 빈둥거리는 일이라든가, 귀에 솔깃한 악행이나 수치심도 있는 법이지. 


p562 파이드라) 그 이유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비난하고 흉볼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많은 불행을 가져오는 혓바닥을 믿을 수는 없었으니까. 


p563 파이드라) 때가 오면 악한 자들의 가면을 벗겨 거울 위에 그 그림자를, 마치 젊은 처녀의 그림자처럼 비출 테지. 나는 결코 이런 낙오한 대열에 서고 싶지 않아. 

코러스대장) 언제나 정숙한 행동은 아름다운 것이지요. 


p564 유모) 나쁜 것을 감춘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집의 기둥과 대들보, 문설주가 모두 직선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 인간은 너무 엄격하게만 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신은 사랑하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을 북돋아 줄 것입니다. 


p565 유모) 사랑에 몸을 맡기십시오. 전 사랑을 낚는 묘약도 구할 수 있답니다. 


p566 코러스) 에로스여! 에로스여!

그대의 찬란히 빛나는 눈동자는 무엇인가 호소하는 듯하고/ 그대의 주위를 부드럽게 하도다. 


p567 코러스 대장) 이미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가 없군요. 


p568 히폴리토스) 너한테 맹세한 건 내 마음이 아니라 나의 혓바닥이란 말이야. 


p570 유모) 세상 사람들은 동기, 과정보다도 결과에 급급해 일의 선악을 판단하는 법입니다. 


p571 파이드라) 아이들의 일생을 욕되지 않게 하고, 나에게 엄습한 운명에서 벗어나려면, 길은 하나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p574 테세우스) 마치 손아귀에서 달아나 버린 새처럼 너는 나에게서 빠져나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 벗어날 길 없는 참혹함이여. 이번에는 과거 속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p575 테세우스) 나를 짓누르는 불행을 어디로 피신시켜야 좋단 말인가? 


p576 히폴리토스) 불행한 경우, 침묵이란 아무 약도 되지 못합니다. 

테세우스) 너희들이, 지혜가 무엇인지 모르는 무리에게 지혜를 가르치는 방법조차 찾아내지 못한 주제에 발명, 발견에 무슨 아랑곳한단 말인가? 

테세우스) 인간이란 진지한 목소리와 그렇지 않은 다른 목소리, 두 개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가 거짓 목소리를 정복하지 않으면 안 되지. 우리가 속아 넘어가서는 안 돼. 

테세우스) 아! 인간의 정신, 그것이 과로하면 어떻게 될까? 이 정신의 대담성과 철면피는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늘어간다면, 또 다음 해가 지난 해보다 잘못된 것이라면, 신들은 어쩔 수 없이 악한과 죄인을 가둘 땅이 더 필요해지겠지. 


p577 테세우스) 파이드라는 우리에게 참으로 귀중한 행복을 잃게 한 거야. 


p579 히폴리토스) 시간이 밝혀 줄 진리도 생각하셔야죠. 


p581 코러스) 인간에게 그 삶은 변화무쌍하도다. 

그대가 이 훌륭한 분에게 세상 빛을 보게 하였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노라. 


p584 코러스 대장) 운명과 불가능에서 빠져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로다. 


p587 히폴리토스) 그만큼 분노가 아버지의 눈을 멀게 한 것입니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뽈 끌로델

p591 비극은 그 발상지인 고대 그리스에 있어 같은 전설에 속하는 세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통합된 극적 집합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이스키로스의 작품은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사상이나 영상의 방대함 때문에 양적으로도 거대하며, 또한 그 구조나 운동면에서도 거대한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는 라틴 연극과 프랑스 연극에는 더욱 크고 깊은 영향을 주어 왔다. 

이 거인(아이스킬로스)의 그림자가 우리의 문학 위에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가 되어셔였다. 


p592 <<오레스테이아>>의 위대함은, 이 작품이 많건 적건 편의적인 논리의 고삐로 연결된 극단적인 사건의 제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일종의 전설적인 우화의 형식 아래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마음에 있어 본질적인 무넺의 하나인 죄와 벌의 문제에 관한 뜻 깊은 토론이다. 

그러나 인간이 스스로 입은 피해의 심판자이고 보복자가 되었을 때, 그 결과는 어디서 그치는 것일까. 새로이 죄를 짓고자 하는 도발은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 폭력적인 행위가 갖는 재생력은 끝이 없다. 

 “나는 생각한다. 부정은 석녀(石女)로 끝나지는 않는다. 부정에서는 자연히 끝없는 불행이 생겨난다.”

<<아가멤논>>의 코러스가 한 말

 벌이 죄에 따라 생기는 것은 얇은 청동판을 때릴 때 소리가 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악은 그것을 행한 인간에게 거의 물리적인 결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p593 욕조는 이 음산한 극에서 냉소적으로 더러움을 씻는 관념을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이다. 


p594 이리하여 한 집안에 생긴 분쟁이 정념과 개인적 충동의 영역에서 보다 일반적이고 고차원적인 영역으로 옮겨진다. 그것은 첫째로 사회적 이해 관계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바로 이 시점에서 아이스킬로스의 종교적 천재는 일종의 예언자적 비전에 도달하는 것이다. /신들이 한 인간의 호소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한 줄기 순수한 빛이 무서운 서류를 비추며, 그 위를 고대 시인이 더듬어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아폴론의 말처럼, 서로 엇갈리는 죄의 끝없는 교환에는 마지막이 있는 것이다. 


p595 “하늘과 땅의 만물이 그 변화에 있어서 복종하는 나의 아버지, 그 숨결은 노여움의 그것이 아니다.” 

-<<자비로운 여신들>>


안티고네 대립과 소포클레스의 인간예찬

C.P. 시갈

p599 구체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이 이처럼 완전하게 섞이고 결합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 고전 시대 작품의 정수요, 놀라운 장점일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이 특질에 있어 특히 뛰어나다. 


p600 이 비극의 핵심은, 한편 인물이 다른 편 인물을 낳고, 두 사람이 보충적인 부분으로 공존하는 데 있다. 


p601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은 법률과 정의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의 싸움은, 신의 법칙에 관한 안티고네의 발언(450행 이하-P317)에 나오는 표현으로 분명하게 이야기된다. 


p602 죽음은 윤리적 신념이 강함을 나타내는 최대한의 주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기 존재의 모두, 즉 생명을 거는 것으로써 자기가 무엇인지를 주장할 수 있다. 자기 신념에 대한 이 과격한 변호 방법을 통해 그녀는 영웅적이고 비극적인 신장에 이르는 것이다. / 가장 낮은 차원에서이기는 하나 마찬가지로 죽을 결심을 하고 실행하는 하이몬만이 겨우 그녀를 이해하는 것이다. / 이와 같은 성격의 사람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p608 이스메네는 자기가 여자라는 것을 부정적인 하나의 약점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거기에서 힘의 원천을 발견한다. 이스메네는 크레온의 견해에 굴복한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반항을 하고, 자기의 성격 속에서 힘찬 히로이즘을 발견한다. 


안티고네의 존재와 행위는 누가 ‘사랑’에 해당하고 누가 ‘미움’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를 극적인 대립으로 끌고 들어간다. 


p609 시민적 또는 정리적 관계에만 의거하는 크레온은 인간의 정의는 ‘사랑’ 이외의 영역에 이른다. 

인간과 신, 또는 정치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의 가치가 같은 차원에 존재한다고 그는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안티고네는 ‘명예’는 당연히 신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하여 하이몬은 여자이며 지배자의 포고 위반자이기도 한 안티고네를 “황금의 명예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에 내포되어 있는 것은 인간 관계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이다. 


 인간은 지배와 통치를 요구하지만, 자기 자신을 거느리고 다스릴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을 지배한다는 것도 곤란하다. 그리고 아마 자연계를 다스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자기 지배라는 아이러니는 송가 속에서 인간의 시민적, 법적 ‘기질’을 묘사하는 데 쓰이는 말을 통해 강조되고 있다. 


p610 소포클레스는 아이스킬로스처럼 이성이나 기술적인 지배에서 인간 자유의 원천을 보고 있지는 않다. 거기서도 또 인간의 속박과 한계의 잠재적인 원천을 보고 있는 것이다. 

경탄할 만한 것(dein, 두렵다는 뜻)은 많이 있으나 인간보다 근사한(deinon, 두렵다는 뜻)것은 없다.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양보를 거부하는 안티고네는 인간의 위대함을 보다 더 완전하게 그려냈다. 


p614 새들 또한 예언이라는 하나의 기술을 섬기는 자이며, 그리고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여 감응하는 예언이란 인간이 스스로 배운 지배나 연구라는 조직적인 기술과는 별개의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파수병이 안티고네를 체포했을 때의 광경을 말할 때에, 새끼새에 대한 일로 슬퍼하는 새에 그녀를 비유한 것은 중요하다. 


p617 크레온이 인간 관계를 동물처럼 다룬 일이 이렇게 해서 스스로에게 되돌아 왔다. 그는 자기 주위에 대하여 익숙해질 것과 복종을 구했지만, 크레온은 전에 자기가 인간 일반에게 짊어지운 인간 멸시에 대한 지불을 아들을 통해 치르는 것이다. 


p618 그는 가장 본질적인 관계에서 입은 고통을 통해 그 누구도 스스로의 인간성을 손상하는 일 없이는 인간적인 영역을 멸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가까스로 인간의 형태만은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마지막에 크레온은 말한다. “없는 거나 다름 없는 존재”라고. 


p621 인간의 위대성에 관한 이미지는 작품 전체를 통해 일관되고 있는데, 그것은 크레온보다 오히려 안티고네의 모습에 있어서다. 송가에서 암시되고 있는 인간에 관한 견해에 대한 제한은 모든 인간, 남성적인 것을 포함하는 여자다움, 인간의 최고의 달성에서조차 볼 수 있는 약함과 불확실성, 그것을 향하여 인간의 위대함이 주장되지 않으면 안 될 무(無)에 관한 보다 명확한 정의를 구하여 작용한다. 이 위대성은 소포클레스가 인정하는 바로는 죽음이라는 형식으로, 그것 자체의 부정을 만나지 않고서는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p622 <<안티고네>>와 같은 위대한 작품에 관하여 정치적 또는 역사적 해석을 시도하더라도 그 모두에 걸쳐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면에서는 얼마쯤의 의의가 있는 것 같이 생각된다. 이 희곡은 그 일면에 있어서는 아테네 민주주의의 성격이나 이상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성격을 기능 본위적인 재능에 한정하고, 인간을 정치적인 단위의 일원으로 환원해 버리는 크레온의 편협한 합리주의, 독재적인 물질주의에 반대한다. 안티고네가 요구하는 것은, 국가가 혈연 관계의 신성함, 애정이나 정념에 의한 결합의 가치, 개인의 특수성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페리클레스가 행한 추도 연설에서 이야기된 것과 꽤 가깝다. 


p623 인간은 자기 세계를 이해하고 지배하기 위하여 근사한 방법을 발달시켰다고 스스로 믿고 싶어하고 있다고 이 희곡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술자 또는 발명가인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p624 송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이 지배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유일한 것은 죽음이다. 죽음은 인간이 지닌 위대성의 최대의 시금석이요, 인간성의 주장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티고네>>에서도 자기가 자진해서 받아들인 죽음은 이 작품이 아름다움, 비장함의 원천이 된다. 안티고네가 미지의 죽음을 영웅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힘차게 확립했다고 한다면, 크레온은 완전히 인간적을 되기 위해 마찬가지로 비극적인 과정을 연출한 게 될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는 미지의 것, 헤아려 알기 힘든 것을 만난다. 

소포클레스가 말하는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인간의 존재 조건을 충분히 안다는 것이므로, 이것은 바로 늙지 않는 무한한 힘을 갖는 신들, 말하자면 바꿀 수 없는 우주의 진실을 받아들임을 뜻한다. 

 소포클레스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며 그것을 실행할 힘을 가지고 있다. 또는 발견할 수 있다라고. 


p625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특질은 그 위대한 순간에 있어서 신들의 실재를 인식하는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점에서 세계적인 비극 시인이다. 제1 스타시몬은 인간 예찬으로서 바르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소포클레스가 인간의 무엇을 칭찬하려 했는가는 작품 전체를 통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송가에서 장로들은 이렇게 노래부르고 있다. 

 “위대한 것은, 괴로움이나 재액 없이 인간을 찾지 않는다.” 


에우리피데스의 <<바쿠스의 여신도들>>

K. 케레니

p628 아리스토파네스에게 있어 이 신은 열광적이고 꿈꾸는 젊은이 같이 보이는데, 그는 에우리피데스의 유명한 무대 작품 <<안드로메다>>를 그즈음 다시 읽었기 때문에, 이 시인에 대한 동경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아테네에 그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것이 아닌 그럴 듯한 신앙의 태도라는 비난-이것은 어떠한 종교에 있어서도 하나의 데카당스 현상이지만-을 이 희극 시인도 물론 알고 있었다. 


p630 그리스도교의 연대기 작가 에우세비우스와 히에로늄스는 아직도 이 두 가지 강림을 구별하여 파악하고 있었다. 앞의 ‘제1의 디오니소스’의 도래, 아티카의 이카리아 마을을 만든 영웅 이카리오스 빝에서의 디오니소스도 비극적 결말을 동반하여 끝맺었다. 이카리오스는 그 특성에 있어 포도주를 최초로 보급시킨 존재로서 포도주를 보낸 신의 분신이었지만, 그는 아직도 디오니소스적 도취를 몰랐으며, 그 때문에 자기가 독을 마신 줄로만 안 술취한 양치기에게 살해되었다. 


p632 에우리피데스가 이 비극 전체를 통해서 일관한 참된 바쿠스 신자와 가짜 바쿠스 신자의 대비는, 그가 처음으로 행한 것은 아니었다. 이오니소스적 열광자가 보통의 긴 막대기 대신 가지고 있던 회향의 영장을 짚은 사람은 많다. 그러나 바쿠스의 신자는 적다고 옛 속담은 말하고 있다. 에우리피데스에 있어서는 참된 바쿠스 신자인 리디아 여자들의 합창 노래가 디오니소스적 경험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리스 비극 극장 상연 관객

1. 그리스극 상연 장소에 대하여

p639  비극은 페이시스트라토스의 이 정책적인 제례 설치로 인해 급속적으로 발달한 기운을 얻어, 불과 몇십 년 동안에 아이스킬로스에 이르는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이지만, 그것을 갑작스러운 개화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p641~643 비극이 항상 신화, 영웅 전설에서 취재하여 위대한 인물의 불행을 이야기하고, 전후에 구제에 대한 소망을 어렴풋이 암시하며 끝나고 있는 것이 많은 것은, 역사적으로 이같은 불행이나 수난을 노래한 형식이 본래 있었다고 추측하게 된다. 

1. 대(大 또는 市의) 디오니시아 

2. 레나이아 - 아테네에서는 대 디오니시아 외에 디오니소스를 주신으로 삼는 제례가 둘 있었다. 안테스테리아와 레나이아이다. 레나이아는 레나이온이라는 곳에서 가멜리온 달(대개1월)에 거행되었다. 

        대 디오니시아와 비슷한 비극,희극의 강연은, 레나이아에서는 비극은 기원전 432

        년, 희극은 442년 이전으로 소급되지 않는 다는 것이 비문(碑文)의 증거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레나이아의 경연은 대 디오니시아와는 반대로 희극 쪽에 중점을 두었다. 

희극에서는 대 디오니시아와 레나이아 사이에 별로 차이가 없었던지 시인들은 양쪽에 똑같이 작품을 내고 있으나, 역시 대 디오니시아 쪽이 제사의 화려함과 중요함에 있어 더 나았던 것 같다. 

3. 시골의 디오니시아 - 포세이데온의 달, 즉 한겨울인 12월에 거행되었다. 주최자는 아티카의 수많은 구(區)로, 남근의 행렬이 그 특징이다. 


2. 상연의 절차 

p644 극을 상연하고자 하는 작자는 먼저 주재자인 아르콘에게 자기 작품을 제출한다. 비극. 작자는 먼저 코러스가 주어지기를 요구한다. 아르콘이 허가를 내릴 때의 선택 기준에 관한 내용은 없다. 


3. 판정

p646 비극은 세 사람, 희극은 다섯 작자의 경연이므로, 여기에 등급을 붙일 필요가 있었고, 그 때문에 열 개의 부족에서 열 명의 심판자가 선출되었다. 

승리를 얻은 시인의 이름은 포고사가 발표하고, 시인에겐 담쟁이 덩굴의 잎으로 엮은 관이 수여되었지만, 정말로 상품을 타는 것은 코레고스인지라 표면상으로는 작자는 코러스의 감동으로서만 이 경연에 참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따라서 판정 기준도 작품 자체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상연 방법에 중점이 있었던 것 같이 생각되므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나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가 우승하지 못했던 것도 이런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4. 코러스

p647 비극에서 코러스의 수효에 관해서는, 처음에는 디티람보스와 마찬가지로 50명이었던 것이 아이스킬로스에 의하여 12명으로, 소포클레스에 의하여 15명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지는데, 50명이라는 수의 확실한 근거는 없다. 


5. 배우

p649 배우는 테스피스에서는 한 사람, 이것을 아이스킬로스가 두 사람으로 하여고, 소포클레스가 세 사람으로 늘렸다. 아이스킬로스도 만년의 작품에서는 세 사람의 배우를 쓰고 이다. 

 배우가 세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었다는 것은, 비극 작자에게 커다란 작극상의 제약을 주었을 것이 틀림없다. 등장 인물이 세 사람이라면 문제는 없겠으나, 현존의 비극은 아이스킬로스의 오래된 시대의 작품 말고는 항상 세 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작자는 배우의 가면이나 의상을 바꾸기 위한 시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인물을 등장시키거나 퇴장시키거나 해야 하며, 또 필요없는 인물을 퇴장시킬 필요가 있게 된다. 

p650 배우의 의상에 관해서도 아직 많은 점에 의문이 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구두 밑바닥이 높은 코토르노스라는 구두를 신고, 마스크의 머리 위에 높다랗게 온코스라고 하는 두발을 쓰고, 가슴과 허리를 크게 보이도록 옷 속을 채우고 긴 소매가 달리고 발까지 닿는 긴 옷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다. 


6. 극장 

p651 아테네 최고 시대의 극장은 디티람보스를 위한 무도장이었따. 


7. 관람객

p652~653 시의 대 디오니시아에서 극이 상연될 때는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특히 외국의 사절과 그 밖의 중요한 사람들도 초대되었던 모양으로 관중의 수는 아주 방대했다. 

 관람객 중에는 남자 말고도 여자, 아이들, 노예까지도 있었던 것은 확실하며, 정면의 몇 줄은 특별석으로 되어 있어서 시민들 중의 중요한 사람들이나 외국에서 온 사절 등의 자리로 배당되고, 중앙의 자리는 디오니소스 신관의 것이었다. 


8. 그리스 극의 구조

p 654~659

그리스 극은 간략하게 말하자면 대화 부분과 노래하며 춤추는 코러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그리스 비극의 관중들은 영웅 전설이나 신화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자가 모두를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작자는 단순히 전승되는 대로 극을 꾸미지 않는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해서 어떻게 해석해 보이느냐에 작자의 솜씨가 달려 있는 것이다. 

p비극의 무대에서 행동으로 직접 줄거리를 진행하는 것은 <<프로메테우스>>속의 이 거인신을 바위산에 붙들어 매는 장면, <<구원을 청하는 여인들>>속의 다나오스 중 두세 장면 등이 있기는 하나, 살인이나 그 밖의 대부분의 행위는 무대 뒤에서 벌어진 것으로 하여 결과만 보고 된다. 


9. 로마극

p659~661그리스의 비극은 3대 시인의 뒤에도 많은 작품이 지어지기는 하였으나 기원전 4세기가 되자 급속도로 조락해 갔다. 그러나 희극은 여전히 왕성한 힘을 이어갔다. 

로마의 희극은 이와 같은 그리스 희극의 번안인 것이다. 

 로마에도 조야한 즉흥식 소극이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일관된 줄거리를 가진 희극은 리비우스 안드로니쿠스가 기원전 240년에 그리스 비극과 희극을 번안해 상연하였을 때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희극은 점점 고상해져서 테렌티우스 이후로는 별로 유행하지 않게 되었으나, 그대신 ‘미무스’(구연,촌극 등) 라고 하는 오늘날의 레뷔(뮤지컬의 한 종류)식으로 옮겨져 갔다. 

 비극도 지어지기는 하였고, 또 기원전 1세기까지는 왕성하게 상연되기도 하였으나, 역시 마지막에는 미무스에 압도되고 말았다. 


3. 내가 저자라면

<감동적인 장,절>

신은 무엇보다도 중용에/ 승리를 주었으나, 각각/ 그 형편에 따라 다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도에 알맞는 것. / 무릇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은/ 진실로 교만에서 생기는 것, / 건전한 분별로부터 모든 사람이/ 구하는 바람직한 행복이 온다.


사람으로서 두려움을 모르는 자가 어찌 몸을 옳게 처신할 수 있을 것인가. 이같은 외경심을 간직하고 정도에서 벗어남을 두려워한다면, 향토의 수호와 국가의 안녕은 기필코 기대될 수 있을 것이오.  (p177)


p225 이오카스테) 인간이 걱정해 본들 무엇하겠어요? 인간에게는 운명이 절대적이라서, 무엇 하나 앞일은 분명히 알 수 없으니까요.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p261 오이디푸스) 착한 뜻을 가지고 간다면, 한 사람으로도 천 사람을 위한 빚을 갚기에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코러스) 적당한 수명에는 만족하지 않고, / 더 오래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 내가 보기에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이다./ 오래 살면 기쁨보다/ 슬픔이 많고, /지나치게 오래 살면/ 어디서도 즐거움은 없다./ 마지막으로 구원의 손길이 누구에게나 고르게 나타난다./ 결혼의 축가도, 칠현금 소리도, 춤도 없이/ 하데스의 운명이 나타날 때/ 분명 마지막은 죽음이다. 

p284 코러스)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은 일이지만,/ 태어난 바엔 온 곳으로 속히 되돌아감이 둘째로 좋은 일이다./ 경망스러운 어리석음에 청춘이 지나면, / 어떤 괴로운 불행을 면할 수 있을까?/ 어떤 고통이 덥치지 않을 수 있을까?/ 질투, 내분, 싸움, 전쟁,/ 그리고 살인. 마지막으론 누구나 싫어하는 힘없고/ 친구 없고, 아무도 상대하지 않는 늙음이/ 온갖 불행과 함께 닥쳐온다. 


p324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를 배우고 때에 따라 굽히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사정없이 쏟아져 내려가는 물가에서 거기에 굽히는 나무는 잔가지 하나도 꺾이지 않지만, 고집 센 나무는 뿌리째 뽑혀서 쓰러지고 맙니다. 또한 배의 돛을 팽팽하게 펴두기만 하고 조금도 늦출 줄을 모르는 사람은 배를 뒤엎어, 그 다음에는 뒤집힌 용골을 타고 그 항해를 끝마칩니다. 


p339 사자) 진실만이 언제나 가장 좋은 길입니다. 


p373 엘렉트라) 고생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374 코러스) 사람에겐 앞을 내다보고 현명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이로운 일은 없습니다. 


p489 헤카베) 오늘의 행복을 변함없는 것이라고 기뻐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 사람의 운명이란 변덕쟁이인 것을.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언제까지나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아무도 장담 못하는 법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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