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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7일 09시 35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 아이스킬로스

 

1. 어린 시절(BC 525 ~ BC 498) : 문예가 장려된 아테나의 위대한 시대에 태어나다.

아이스킬로스는 기원전 525년 귀족인 에우포리온(Euphorion)의 아들로 아테네에서 서북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엘레우시스에서 태어났다. 아테네 민주주의가 국내의 이기적 정치가들과 국외의 침략자들에 대항하여 확립되어 가던 혼란기에 성장했다. 그 당시 아테네를 지배한 참주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최고 권력을 장악하고 억압 정치를 폈지만 중산층과 농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도로와 급수시설을 개선하고 문예를 진흥하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기원 전 539년 대디오니소스제를 연중행사로서 거행했다는 업적이다. 이 행사에서 처음으로 비극 경연대회가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시인 아이스킬로스를 만들어낸 시대적 배경이 되었다.

 

2. 장년 시절(BC 499 ~ BC 472) :  두 차례 전쟁에 참가한 경험은 그의 상상 속에 뿌리내리다.

그는 기원전 499 24세 때, 처음으로 비극 경연에 참가하여 프라티나스 및 코일리로스와 우승을 타투었는데, 이때 관중을 위하여 설치한 목조 좌석이 무너지는 불상사가 일어난 까닭에 이 경연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그로부터 오랜 뒤, 그가 40세 되던 기원전 484년에 최초의 우승을 차지했고 그 뒤로 12번 더 우승했다. 극작 활동뿐만 아니라 그는 아테네를 위하여 전투에도 참여했다. 그는 BC 490년 마라톤 전투에서 부상하여 전쟁터 밖으로 실려 나왔다고 하며, BC 480년에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략한 전투에도 참가하여 아르테미시움과 살라미스에서도 싸웠다고 한다. 그의 살라미스 해전의 업적은, 시인인 이온이 증명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희곡 <페르시아 사람들>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이 작품은 BC 472년 봄에 열린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3. 노년 시절(BC 471 ~ BC 456) : 현존하는 유일한 비극 3부작인 <오레스테이아>를 남기다.

그는 기원전 468 56세 때, 비극 경연에 처음 참가한 28세의 소포클레스에게 우승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다음해 그는 테바이 3부작으로 우승했고, 기원전 458년에는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며 현존하는 유일한 비극 3부작인 <오레스테이아> 13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그의 나이 68세이다. 그 뒤 그는 다시 아테나이를 떠나 시켈리아(Sikelia, 라틴명 Sicilia)의 겔라(Gela)에 가서 살다가 그 곳에서 70세를 일기로 456년 숨을 거두었다.

아이스킬로스의 작품은 앞에서 말한 90편 가운데 지금까지 대체로 완전하게 전해진 것은 7편뿐이다. 그의 대표작인 <오레스테이아> 3부작 외에 예부터 신인론(神人論)으로서 많은 문학자를 감동시킨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테베로 가는 일곱 장군>, 페르시아 전쟁과 관계된 <페르시아인들>, 다나오스의 50명의 처녀들의 운명에서 취재한 <구원을 찾는 여인들>이 알려져 있다. 그 밖에는 79편의 희곡 이름과 500편 남짓한 단편이 남아 있다.

 

4. 저자와 닮고 싶은 점(저자에 대한 평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아이스킬로스가 처음으로 배우의 수를 두 명으로 늘리고 코로스의 역할을 줄여 대화가 드라마의 중심이 되게 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아이스킬로스의 이러한 공로는 연극 공연상의 획기적인 발전에 기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길버트 머리(Gilbert Murray)가 아이스킬로스를 가리켜 비극의 창조자라고 불렀다. 아이스킬로스의 또 하나의 업적은 <오레스테이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통일된 주제의 3부작, 즉 내용 3부작을 창안해냈다는 점이다. 비극 경연에서는 3명의 작가가 각각 비극 3(trilogia)과 사튀로스 극 1편으로 된 4부작(tetralogia)을 공연하게 되는데 이때 3편의 비극이 취급하는 주제가 하나의 통일된 전체를 이루면 이것이 곧 내용 3부작이다.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작품도 <오레스테이아>의 세 번째 작품인 <자비로운 여신들>이다. 마지막 재판 장면이었는데, 오레스테이아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 지 가슴 졸이던 순간이었다. 

투표의 결과가 반반으로 나왔으니, 이 젊은이는 살인의 재판에서 무죄로 결정되었다이 장면은 인간이 내리는 판결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결국 인간의 지혜로는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오레스테스가 구원받고 죄와 벌의 사슬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은 신의 은총이다. 비록 복수의 여신들이 격분하여 아테나에 재앙을 내리겠다는 위협을 하지만 여신 아테네는 명쾌하고 분별 있는 대화로 그들의 마음을 돌리게 된다. 3부작의 상징적 의미는 암흑 뒤의 광명이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격정에서 자제로, 야만에서 문명으로 우리를 한 걸음씩 인도해 준다. 이렇게 아이스킬로스의 비극은 신과 인간 사이의 깊은 연관성과 국가와 개인 관계에 대한 폭 넓은 이해가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속에 흐르는 선()에 대한 추구는 내가 닮고자 종교관이고 작품에 대한 정신이다.

 

■ 소포클레스  

 

1. 어린 시절(BC 497 ~ BC 468) : 최고의 비극 시인 아이스킬로스를 비극 경연에서 물리치다.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97년 아테나 근교 콜로노스(Kolonos)에서 부유한 무기 제조업자 소필로스(Sophilos)의 아들로 태어났다. 기원전 490년의 마라톤 전투 때 그는 일곱 살 밖에 안 된 어린아이였으나 10년 뒤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 동맹군이 승리했을 때는 그는 소년 합창단의 선창자로서 이 승리를 신에게 감사드리는 찬신가(paian)를 선창했다. 기원전 468 28살에 이미 선배이며, 그 당시 최고의 비극 시인 아이스킬로스를 비극 경연에서 물리치고 1등을 차지했다. 평생 동안 24번의 승리를 차지했다고 전해진다.

 

2. 장년 시절(BC 467 ~ BC 440) : 뛰어난 재능과 인품으로 위기의 순간에 국민들의 선택을 받다.  

그가 활동하던 기원전 5세기, 살라미스 해전이 끝나고 기원전 479년부터, 그리스를 쇠진하게 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한 기원전 431년까지 이른바 ‘50년기()’, ‘펜테콘타에티아는 아테나뿐만 아니라 그리스 문화의 최전성기였다. 바로 이 시기에 3대 비극 작가들의 비극들과 아리스토파네스의 대부분 희극들이 대 디오뉘소스제와 그 밖의 각종 제전에서 공연되고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쓰여졌다. 그리고 서양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남아 있는 파르테논 신전이 세워지는 등 아테나 시가 아름다운 예술품들로 장식되었다.

그는 기원전 443년에는 재정관으로서 아테네 동맹국의 재정 총책임자로 있었으며, 종교 단체의 사제로 활약하기도 하였다. 기원전 441년에는 장군으로 페리클레스와 함께 사모스에 원정했고, 펠레폰네소스 전쟁 동안에는 니키아스 동료로 다시 장군이 되었으며, 시칠리아 원정 뒤에 일어난 나라의 위기에 맞닥뜨려서는 프로블로스로 선출되어 조국의 재건을 위해 힘썼다. 이렇게 그는 국가가 위기를 당할 때면 언제나 그의 힘을 필요로 할 만큼 국민의 신망이 두터웠다.

그의 친구들 중에는 오늘날 유명한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있었는데, 소포클레스는 그에게 시를 써서 보냈다고 전해지고, 자기가 죽기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난 에우리피데스를 슬퍼하여, 자기 배우들과 합창대를 거느리고 아테네 시의 디오니시아에 몸소 나타났다고 한다.

 

3. 노년 시절(BC 439 ~ BC 406) :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50세를 넘어선 원숙기에 쓰여지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뚜렷이 알려진 바가 없다. 한 알의 포도로 숨이 막혀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안티고네>를 공연할 때, 혹은 자신의 어느 희곡 우승에 지나치게 흥분하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한결 같은 증언은, 그의 죽음이 그의 일생과 마찬가지로 장엄하였다는 것이다. 그가 죽은 뒤, 아테네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숭배하였고 해마다 제사를 드렸다.

90세의 늙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창작력은 조금도 쇠퇴하지 않았으니, 걸작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그의 유작이다. 그의 작품은 총 133편인데, 그 가운데 7편의 비극 <안티고네>, <아이아스>, <엘렉트라>, <오이디푸스 왕>, <트라키스의 여인들>, <필록테테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이 남아 있다.

 

4. 저자와 닮고 싶은 점(저자에 대한 평가)

소포클레스는 아이스킬리스의 뒤를 이어 비극의 완성을 위해 노력했고, 코러스 대원의 수를 12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 지금까지 2명이었던 배우 수를 3명으로 늘리고 무대 배경에도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아이스킬로스처럼 장엄하고 화려하다. 극중 초반에는 작중 인물의 성격 묘사나 극의 진행은 치밀하고 무서울 만큼 깊게 파고들어 간다. 그리고 인물간 대립이 팽팽하게 유지되면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 또한 냉혹하고 인간의 선한 마음 따위는 처참히 짓밟아 버린다. 여기에서 비극이 생겨난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서 아름답고 따뜻한 인간성과 신과의 화해를 추구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을 해체한 소포클레스는 비극의 구성을 더욱 긴밀히 했고, 하나하나를 주옥과 같은 완전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위대함은 완벽한 구성력과 언어로 조성한 냉엄하고 엄격함에 있는 것 보다, 아름다운 인간 예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안티고네>에서 주인공이 이야기한 대목이다.

나는 서로 미워하는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도록 태어났어요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소포클레스가 말하는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극적인 표현이다. 이러한 존재에 대한 인식은 무한한 힘을 가진 신의 존재와 우주의 진실을 받아들이게 한다. 나는 그의 인간예찬에 대한 아름다운 정신을 닮고 싶다.

 

■ 에우리피데스

 

1. 어린 시절(BC 480 ~ BC 454) : 부유한 지주계급에서 태어나다.

에우리피데스의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에우리피데스의 생애>를 쓴 필로코루스에 자료를 통해 그의 생애를 추정하고 있다.

전해 오는 말에 의하면 에우리피데스는 기원전 480년에 살라미스 해전이 벌어진 바로 그 날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꾸며진 이야기 추정된다. 따라서 제2차 페르시아 전쟁중이어서 애매한 연대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에우리피데스의 아버지는 므네사르코스이고, 어머니는 클레이토였다. 그의 집안은 품위 있는 집안으로, 경제적 사정도 넉넉한 것으로 전한다. 그가 충분한 교육을 받은 것은 틀림없으며, 또 당시로선 드문 장서가(臧書家)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일부에서 전해지고 있듯 가난한 장사꾼의 아들이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2. 장년 시절(BC 455 ~ BC 431) : 시대의 조류를 앞서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외면 당하다.    

그가 비극 작가로 데뷔한 것은 기원전 455년이었다고 한다. 바로 이 해에 자작의 4부작으로 비극 경연에 참가하여 예선을 통과하였다. 하지만 우승하지는 못했다. 그때 공연한 드라마들에는 <펠리아스의 딸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메데이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극의 초초의 드라마이다. 이것이 메데이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그의 최초의 드라마이다. 그로부터 14년 뒤인 기원전 441년 에우리피데스는 비극 경연에서 처음으로 우승했고, 그 뒤 3번 더 우승했다. 이것은 아이스킬로스가 13, 소포클레스가 대디오니소스에서만도 18번 우승한 것과 비교하면 당시 아테나인들이 그에게 얼마나 불공평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이 비극 17편과 사튀로스 극 1편이 남아 있는데, 두 선배 시인들의 경우 각각 7편의 비극만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를 알 수 있다. 아마도 그의 새로운 사상이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3. 노년 시절(BC 432 ~ BC 406) : 고독한 창작활동을 하였으며, 죽은 뒤에 대중의 사랑을 받다.    

그의 작품이 선배인 다른 비극 작가보다 훨씬 많이 보존된 이유는 기원전 4세기 뒤의 압도적인 인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안 되는 동안 세상의 유행이 뒤바뀐 것이다. 아테네의 정치 변화나 세상의 급격한 변화도 있었지만, 역시 이 시인의 세상을 앞선 사상이나 취향이 생전에는 인기가 없었으나 죽은 뒤에 붐을 일으킨 주된 원인이었다. 그는 본디 명상적인 성격의 작가로 정치나 사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가능한 한 고독 속에 있으면서 사색이나 극작에 몰두했다고 전해진다. 아이스킬로스와 마찬가지로 기원전 406년에 객사(客死)했다.

그의 작품 가운데 연대가 알려져 있는 가장 첫 무렵의 것은 <알케스티스(438)>이고 이어서 <메디아(431)>, <히폴리토스(428)>등이 있다. 아테네에 있었을 때의 마지막 작품은 <오레스테스(408)>, 마케도니아에 머무를 때의 작품으로는 <바쿠스의 여신도들>,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이다.

 

4. 저자와 닮고 싶은 점(저자에 대한 평가)

에우리피데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스킬로스나 소포클레스와 비교해서 그를 두고 공허한 논리나 논할 줄 아는 경박하고 독선적인 궤변가라고 보는 견해다. 반면에 그를 합리주의자라고 보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이상주의자라고도 한다. 그의 작품에서도 유명한 그리스의 미덕들이 발견되기 보다는 등장인물의 거친 묘사나 선정적인 표현도 나타난다. 그리고 대립적인 관계로 사회적인 관심사에 대한 토론이나 훈계도 하지 않는다. 반면에 명확한 감정표현을 통해 더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가운데 가장 근대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비극의 소재를 신화나 전설에서 땄지만, 극중 인물들은 신이나 영웅이라기보다 일상의 인간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여성에 대한 다양한 성격과 세밀한 심리분석, 묘사가 두드러진다. 파렴치한 남편에게 버림받는 메디아가 울분을 토하는 대사는 오늘날 상처받고 분노하는 여자들이 공감하는 장면이다.

세상에 삶을 누리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비참한 존재가 바로 우리 여자들일 거예요. 첫째 만금을 쌓아 돈으로 남편을 사야 하고, 그뿐인가요, 몸을 바쳐서 그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러니까 좋은 사람을 만나느냐, 나쁜 인간을 만나게 되느냐가 운명의 갈림길이 되는 거예요. 이혼을 한다는 것은 여자로서 할 일이 못 되며, 그렇다고 남편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메디아가 아이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리면서도 결국, 그들을 죽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부분에서도 신들은 전혀 메디아에게 복수를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메디아에게 태양신이 전차를 내려 보내 아테네의 피난처로 인도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이 결말을 불합리한 것으로 지적했다고 한다. 이러한 논란은 신의 관점이 아닌 인간중심으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내면 세계가 얼마나 포용력이 있는지와 또 그 안에는 사랑과 미움이나 온유와 잔인함 같은 상반된 감정이 얼마든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인간적인 요소를 강조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들은 후세에 어느 작품 못지 않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처럼 시대의 조류에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작품을 써 내려간 작가정신을 나는 닮고 싶다.

 

출저

아이스킬로스의 그리스 비극(김혜니 편저, 타임기획, 2001)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김혜니 편저, 타임기획, 2001)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김혜니 편저, 타임기획, 2001)                    

그리스 비극의 이해(천병희 지음, 문예출판사, 2002)

  그리스 비극(곽복록 조우현 옮김, 동서문화사, 2007)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1. 아이스킬로스

 

결백 당한 프로메테우스

19p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다 알고 있다. 그 어떤 고통도 내가 예기치 않았던 것은 없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운명이 내게 보내 준 그것을 되도록 가볍게 견뎌 보아야지. (프로메테우스)

 

19p 나는 인간에게 좋은 선물을 주었지. 그래서 이같이 사슬에 묶인 거야. 불의 숨은 원천을 찾아냈거든 그걸 훔쳐 인간에게 주었어. 이 불은 인간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주고 훌륭한 자원이 되는 거야. 내가 지은 죄란 바로 이것이야. 그래서 지붕도 없는 이 바위에 사슬로 묶인 채 꼼짝 못하게 된 거지. (프로메테우스)

 

20p 그러나 이제 나는 바람의 노리갯감이 되어 버렸어. 내가 겪는 고역을 보고 적들은 기뻐 날뛰겠지(프로메테우스)

 

23p 모든 폭군에게 뿌리 박혀 있는 병이 곧 이거야. 옛 친구를 믿지 못하는 병 말이야. (프로메테우스)

 

24p 당신네는 자유로운 몸이야. 그러나 내 발은 묶여 있어. 불행을 모르는 사람이 고생하는 놈에게 충고를 하고 꾸짖기란 쉬운 것이야. 나는 내 운명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어. 그리고 내가 죄를 범했다면 나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그랬던 거야. 그것은 부정하지 않지. 나는 인간을 도왔고 그 때문에 고통에 빠지고 말았어. 그러나 설마 이처럼 외딴 바위 위에 외로이 매달려 고문을 당하리라곤 미처 몰랐네. (프로메테우스)

 

25p 당신이 현명한 건 나도 알고 있지만, 당신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하오. 자기가 누구라는 걸 모르고 있단 말이오. 신들을 통치하는 왕이 새로 들어섰으니, 그대의 태도도 새 환경에 적응해야 하오. (오케아노스)

 

28p 그러지 않아도 가려고 하오. 벌써 이놈의 네 발 가진 새가 공중을 향해 날개를 뻗치고 있지 않소. 제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모양이지. (오케아노스)

 

30p 인간들에게 이러한 모든 것을 가르쳐 가며 도와 주었으나, 이제 와서는 나 자신을 구출한 만한 지혜조차도 없는 내가 말이야. (프로메테우스)

 자신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의사처럼 수치를 당하고 계시는 군요. 남의 질병을 모두 고쳐 주신 그대가 이제 와서 정신은 흩어지고 마음은 희미해져 자기 병에 맞는 약을 찾아내지도 못하게 되었군요. (오케아노스)

 

31p 다른 일을 생각하시오, 아직 그런 얘길 할 때가 오지 않았으니까. 이 비밀은 암흑 속에 잘 숨겨 두어야만 하는 거요. 그래야만 언제고 나는 이 수치와 슬픔과 속박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될 테지. (프로메테우스)

 

34p 앞으로 나한테 다가올 고통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말씀해 주세요. 구원의 길이 열리게 될까요? 이 괴로운 고통을 고쳐 줄 약이라도 있나요? 알고 계시다면 말씀해 보세요. (이오)

 

39p 그러죠, 아가씨 앞에 놓여 있는 고난의 길과 나를 풀어 줄 사람의 이름, 이 둘 중의 하나만 확실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어느 것으로 하겠어요? (프로메테우스)

 

41p 이 세상 저 끝, 나일 강의 원천이며 입구 가까이에 카노보스라는 고장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제우스는 아가씨를 손으로 어루만져 다시 제정신을 찾게 해 줄 것입니다. 그대는 그 손을 두려워하지 않을 거예요. 그것만이 그대의 병을 고쳐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아가씨는 살갗이 검은 아들을 잉태하여 낳을 것입니다. 제우스가 어루만진 손길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 아이는 에파포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지요. 이 에파포스는 넘쳐흐르는 넓은 나일 강물에서 자라난 그 고장의 모든 열매를 거두어들일 거예요. 그로부터 4대가 흐르고 5대째 들어서 50명의 딸들이 옛 아르고스 땅으로 도망쳐 갈 것입니다. 삼촌의 아들들과의 근친 결혼을 피해서 말입니다. (프로메테우스)

 

45p 오호라! (프로메테우스)

    오호라? 제우스 신께선 그런 말을 알지도 못하신다. (헤르메스)

    때가 되면 알겠지. 세월은 흘러가면서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법이니까. (프로메테우스)

 

46p 차라리 저기 가서 밀려오는 파도나 설득해 보지 그래. 나를 아무리 괴롭혀도 아무 소용 없는 노릇이야. 제우스의 고집을 두려워한 나머지 여자의 마음처럼 돼 버리리라는 꿈은 애초에 버리는 게 나을걸. 사슬에서 풀어 주십사 하고 원수 앞에 나아가 두 손을 모아 애원할 줄 아는가? 얼토당토않은 일이야. (프로메테우스)

 

46p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너는 또다시 바깥 세상을 보게 되겠지. 그러나 사냥개의 피로 벌겋게 물든 제우스의 날개 돋친 독수리가 내려와 네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이다. 이 불청객은 매일같이 찾아와 고깃점을 뜯어 가고, 시커멓게 피로 물든 네 간 덩어리를 맛있다고 먹어 대겠지. (헤르메스)

 

아가멤논(Agamemnon)

 

52p 그래서 밤 동안에도 안절부절못하여 비와 이슬에 젖고 있으니, 꿈조차 내 침상을 찾을 겨를 있을라구. 잠 대신 언제나 두려움이 떠나지 않아 잠이 와도 눈이 감겨지지 않는다. 또한 마음이 내켜 노래를 부르거나 흥얼거릴 때면, 그것도 잠을 쫓기에 알맞은 약이라 할 수 있으리…… (파수병)

 

55p 그러한 모든 뜻을 왕비님의 힘이 닿는 한 또한 지장이 없는 한 밝히어서

   우리의 이 근심을 고쳐주는 따뜻한 손길이 되어 주소서. (코러스)

 

56p 부지런한 군대 안의 점술가들은 그때 기풍도 서로 비슷하고 용맹스러운

   아트레우스 집안의 두 어른을 보고 이 토끼를 잡아먹는 독수리야말로

   원정군 대장을 가리킨 것이라고 깨달았도다. (코러스)

 

58p 고뇌를 통하여 깨닫는 일을 이 세상의 법칙으로 정하시고, 인간을 깊은 생각으로 인도한 신이시니 잠든 사이에도 마음 속의 아픔과 쓰라림을 잊지 못하는 고뇌야말로 피를 흘려서 바라지 않고도 스스로 올바른 마음을 가져온다. 이는 거룩한 힘으로 조종하시는 신의 은혜시리니. (코러스)

 

61p 반가운 소식은 속담에도 있듯, 이 새벽은 따뜻한 어머니인 밤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오. 하지만 그대들은 예측보다 더 큰 기쁨을 들을 것이오. 프리아모스의 도성을 아르고스의 병사들이 함락시켰다 하오. (클리타임네스트라)

 

63p 그 봉화의 빛은 이데 산 봉화의 적손(嫡孫)이라 해도 좋을 것이오.

 내가 정한 횃불을 전하는 경주는 이런 식으로 차례차례 이어져 임무를 마치게 되어 있소. 그 우승자는 말하자면 처음과 마지막을 달리는 자이오. , 이것이 트로이로부터 내게 남편의 소식을 보내왔다는 증거, 또한 그 확실한 증거임을 듣고 싶습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

 

63p 부디 병사들 모두가 탐욕에 빠져서 손 대선 아니될 것을 약탈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이제부터는 고향으로 탈 없이 돌아와야 되니까. (클리타임네스트라)

-> 피는 피를 부른다. 승자로서의 배려가 없으면 원한을 사게 된다.

 

64p 가고 오는 길은 둘, 아직도 그 한쪽 길이 남아 있으니, 게다가 비록 이 크나큰 군대가 신들에게 죄를 짓지 않고 돌아온다 해도 전사한 이의 괴로움은 잠만 깨면 떠나지 않는 법. 당장에는 재난이 닥치지 않는다 해도 언제 어느 때 닥칠지 모르는 일이니, 어쨌든 이런 것이 여자의 몸인 나한테서 듣는 이야기요. 하지만 행운이 눈으로 분간하지 못하는 일이 없을 만큼 뚜렷이 나타나기를 기도합시다. 내가 택한 것은 많은 행운 받들고 가는 길입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

 

65p 아무리 그 기세가 맹렬할지라도 또 집안이 번성하고 재물이 넘칠지라도

   가장 알맞은 것은 정도를 넘지 않는 일. 분별심이 충분히 갖추어진 인간은

   모든 게 충분할 만큼 곤궁하지만 않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부나 재물이라도 교만한 자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의로운 신의 제단을 업신여기고 결국 멸망을 불러일으키는 자에게는. (코러스)

 

66p ‘ 아 슬프다. 궁전과 주인 어른 그 침실과 다정한 옛님의 미련이여라고,

    지금 또한 배반당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욕됨을 참고

더욱이 욕설도 않고 그저 침묵만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

바다 건너 떠나간 여인에게 에오라지 마음이 끌려

왕궁의 주인은 넋 빠진 속 빈 강정, 빈 껍질인 양 보이나니 (코러스)

 

68p 신의 눈은 결코 놓치지 않으므로 무서운 복수의 신은 옳지 않으면서

    번영하는 자를 언젠가는 반드시 거꾸러뜨리고, 그 생활을 바꾸어

    멸시해 버리지, 마침내 일단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아무 힘도 없어져 버린다. (코러스)

 

71p 하지만 그것을 원망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고생도 이젠 옛일, 죽어 버린 사람들도 다시는 살아날 수 없는 옛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여러 운명에게 깨끗이 작별 인사를 하려 합니다. 우리들, 아르고스군 생존자들에게는 저울에 달아 보면 이익 쪽이 훨씬 크고, 괴로움은 훨씬 가벼울 터이니까요. (전령)

 

73p 어떻게 하면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서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 그것이 따로따로 나뉘어 있다면 끝까지 감출 수 없는데. (전령)

 

74p 이 심한 파도와 폭풍에 의한 재난이 닥친 것은 한방중이었지요. 트라키아로부터 세찬 바람이 불어 닥쳐 배를 서로 부딪치게 하고, 질풍으로 아우성치는 산 같은 파도에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서투른 목동에게 쫓기는 양 떼처럼, 햇빛이 쏟아지기 시작할 때 우리가 본 것은, 아이가이아의 바닥 가득히 그리스군의 병사와 부서진 배의 잔해가 꽃처럼 흩어진 광경이었습니다. (전령)

 

74p 화살 같은 태양의 빛이 아직도 그 나라가 어디선가죽지 않고 눈을 뜨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자기 후손을 결코 끊으려 하지 않는 제우스 신의 배려로 언젠가는 다시 궁전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이 있지요. (전령)

 

75p 서풍(제피로스)의 입김에 밀려 바다를 건너간 헬레네 수없는 용사, 방패를 손에 든 사냥꾼들이 뒤쫓아간 건 분칸키 어려운 여러 개의 노 저은 자국, 시모이스 기슭에, 머지 않아 피투성이의 싸움에 짓밟힐, 숲 속 물가로 배를 댄 그 사람의 자국이었다. (코러스)

 

77p 옛부터 인간 세상에 전해 오는 속담에 사람의 행복이 너무 커져 버리면 자식에게 저주를 가져온다고 했다. 더욱이 기막히게 좋은 행운으로부터는 그 자손에게 아무리 해도 가라앉힐 수 없을 만한 불행이 싹터 자란다고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경스러운 일이야말로 뒷날 더욱 꼬리를 달아 자기 혈통과 가문에 어울리는 자식을 낳겠지만 바르고 늘 정의를 지키는 집에서는 언제나 변함없이 훌륭한 자손을 얻게 될 운명이라고. (코러스)

 

77p 지난날의 교만한 마음은 그 당연한 소치로 비뚤어진 사람에게 언제가 때에 따라 또한 가장 앳된 교만심을 낳는 법, 새로운 자식을 낳는 가장 중요한 날이 오면 다시 항거도 적대도 불가능한 신령 불경하고 불손한 마음도 부모를 닮아 그 궁전을 어둡게 휩싼다. 사랑에 어두운 여신마저도. (코러스)

 

78p 정의는 그을음투성이가 된 집안에서도 빛을 밝히고 절도 있는 사람을 칭찬하지만

 온통 황금으로 칠한 주택이라도 손을 죄로 더럽힌 자에게는 눈길을 돌려

 그곳을 떠나 올바른 집을 찾아간다. 잘못하여 부가 영예의 표적을 준다 해도,

 그 권세는 존경하지 않고 만물을 종말로 이끄시는 신이시다. (코러스)

 

79p 입에 의하지 않는 정의의 요구, 무사들의 죽음을 건 보복, 트로이의 멸망을 신들은 받아들이시어 피투성이 그릇에 모두들 한결같이 마음을 합해 투표해 준 것이다. 반대측 그릇에는 혹시나 하는 희망이 손을 갖다 대긴 했어도 표는 던지지 않았다. 함락된 도시는 지금도 연기로써 그것을 알 수 있다. (아가멤논)

 

79~80p 행복한 이에 대해 질투하지 않고, 기꺼이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씨를 본디부터 지닌 사람은 아주 드문 법이다. 이것이 세상의 관습이다. (아가멤논)

 

80p 자신의 고민으로 마음이 무겁게 울적해지면,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보고는 긴 한숨만 몰아 쉬는 것이다. 이렇게 말함은 일찍이 경험이 있어서이다. 이미 충분하게 거울에 비치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인정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더없이 친절하고 다정해 보이는 이들도 그저 그림자의 그림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아가멤논)

 

81p 또 죽음을 당하셨다면 끊임없이 들려온 소문처럼, 육신을 셋 가지고 있다는 거인 게리온처럼 세 벌의 흙 잠옷을 뒤집어 쓰고 누워 있을 것입니다. 각 몸뚱이마다 한 번씩 죽는다 치고 말입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

 

82p 내가 잠으로 보낸 그 시간보다 내 님께서 여러 가지 일을 당하시는 꿈을 꾸는 시간이 더욱 많았습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

 

82p 찬란하게 꾸민 비단 위를 언젠가는 죽어야 할 인간의 몸으로 걷는다는 것이 나는 두렵소 나를 신이 아니 남편으로서 공경해 주오. (아가멤논)

 

88p , 슬프다. , 대지여, 그리고 아폴론. , 아폴론. (카산드라)

 

90p 신탁으로부터 대체 어떤 길보(吉報)가 이 세상에 보내지고 있는가. 여러 가지 불행에 대해 점치는 점술가들의 말 많은 요술이란 인간에게 두려움을 알리고 가르쳐 주는 것일 뿐. (코러스)

 

90p , 탄식하는 꾀꼬리의 운명이라니, 하지만 그 새를 신께서는 날개 있는 모습으로 꾸미셨다. 즐거운 생애를 눈물 없이 보내라고, 하지만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날카로운 칼로 베어지는 일.

(카산드라)

 

90~91p 무엇에 그리 재촉 받고 어느 신의 힘을 빌려서 그러한 알 수 없는 불길한 말을 지껄이느냐. 더욱이 그 무서운 구절구절을 저주스러운 가락에 맞춰 큰 소리에 외쳐대다니. 누구한테 그 영감에 찬 예언의 불길한 말을 받아 왔는가. (코러스)

 

91p , 가련함, 모두 멸망해 버린 도시의 가련함이여. , 그 성을 지키려고 아버님은 풀을 뜬는 소와 양을 수없이 바치셨건만. 그것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나라에 이 참혹함을 받게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도 붉은 피를 언젠가는 곧 땅에 뿌리리. (카산드라)

 

91~92p 하지만 내 예언은 아직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신부가 면사포 사이로 엿보는 그런 게 아니라 분명히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세차게 불어 닥치는 바람처럼 기세 좋게 나타나, 마치 파도를 보듯 빛을 향해 한층 커다란 재난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번에는 수수께끼 같은 말로 하지 않고 확실히 말하겠어요. (카산드라)

 

93p , 저기를 보아요. 저 궁전 앞에 앉아 있는 어린이들. 꿈에 본 모습과도 같은 혈육 사이에 내장까지 함께. 이 얼마나 참혹한 손의 무게일까. 받쳐든 모습이 눈에 환히 보여요. 그것을 아버지가 먹었어요. 그 결과 누군가가 복수를 계획하고 있어요. 확실히 사자가, 하지만 그것도 겁많은 사자, 자기 집 언저리를 서성대며 망을 보던 사자가 이 어인 일인가. 돌아오는 주인을 위해……(카산드라)

 

95p 하데스의 궁전 앞에서 나는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내 소원은 단 일격에 버둥대지도 않고 편히 죽을 수 있는 겁니다. 있는 피를 다 쏟고 이 눈을 감아 버릴 수 있도록 (카산드라)

 

96p 한 가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나는 내 자신의 슬픔을 노래 부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태양을 향해 기도를 드릴 뿐, 마지막 햇살을 향해(나의 원수를 같아 주는 사람들이 나를 죽인 자에게, 왕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빚까지도 함께 갚아 주도록) 죽어 간 여자 노예, 쉽게 손댄 자에 대한 빚을. (카산드라)

 

96~97p , 덧없음은 세상의 인간사, 행복하다는 것도 알고 보면 그림자와 같은 것. 또한 운이 나쁘다 해도 젖은 걸레로 한두 번 훔치면 당장에 지워질 그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의 운명보다 더욱 슬픈 일. (코러스)

 

97p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만족한 시기를 알지 못하는 것, 비록 그 집을 가리키면서 누구 한 사람 결코 들어오지 말라고 하며 행운을 물리치는 자는 없다. (코러스)

 

99p 그러니 아르고스의 여기 모이신 장로들이여, 기뻐해 주시오. 기뻐할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나로서는 큰 자랑이니까요. 시체를 향해 술잔을 올리는 데 어울릴 기회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일 것입니다. 아니, 그 이상입니다. 수없이 많은 재앙의 저주를 이 사람은 궁전 안에서 술잔에 채워 놓고, 귀국해서 자신이 마셔 버렸으니까. (클리타임네스트라)

 

99p , 이것이 나의 남편 아가멤논, 하지만 지금은 한갓 시체, 내 오른팔에 죽어 간 남편, 정의(正義)의 조화죠. (클리타임네스트라)

 

100p 이 사람이 아무 거리낌없이 마치 가축이라도 죽이듯, 털북숭이 가축 떼 속에 양들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딸을, 내 배를 아프게 한 귀여운 자식을 몰아치는 트라키아 태풍을 가라앉히기 위해 제물로 바쳤을 때, 이 사람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추방시켰어야 하지 않았나요? 신에 대한 모독죄로 말입니다. 그런데도 내가 한 일에 대해서 당신네들은 엄격한 재판관이 되겠다는 거군요. (클리타임네스트라)

 

101p 남자는 이와 같이, 또 여자는 새와 같이 최후의 임종을 알리는 슬픈 노래를 부르고 나서 이 사람 옆에 다정히 누워 있어요. 나는 사치스러운 향연에 덤으로 곁들인 국 모양 데려온 것입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

 

105p 빼앗은 자는 빼앗긴다. 죽인 자는 그 보상을 받는다. 제우스 신이 옥좌에 계시는 한, 일을 저지른 자가 (그 벌을) 받음은 정해진 운명, 그것이 법칙인 이상에는. 그 누가 이 저주의 씨앗을 궁전에서 제거하겠는가. 이 집안에는 재앙이 아교처럼 단단히 붙어 있는 것을. (코러스)

 

109p 나도 잘 알고 있다. 겉만 꾸미는 자는 희망을 양식으로 산다는 것을. (아이기스토스)

 

114p 꿈을 풀이하는 사람들은 신의 힘에 의지하여 말하기를 땅 속에서 죽은 자들이 유독 자기를죽인 자를 원망하여 마음 속의 원한을 잊지 않는다고 하였네. (코러스)

 

119p 이 머리칼은 내가 가장 아끼는 오레스테스의 것이 틀림없다는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고, , 아 머리칼이 상쾌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면 좋으련만…… 기별을 알리는 사자처럼…… 이런저런 궁리를 하느라고 애태우지 않아도 되게끔 말이에요. (엘렉트라)

 

119p 아무튼 나는 신께 호소하겠어요. 심한 풍랑 속을 가는 뱃사공처럼 우리가 얼마나 시달림을 받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실 테니까요. 우리가 아무 탈 없도록 도우신다면 조그만 씨앗이 큰 나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도 있을 거예요. (엘렉트라)

 

121p 모든 것을 마음 속에 감추고, 기쁨으로 냉정을 잃지 않도록 하세요. 가장 다정해야 할 사람이 우리 두 사람에게는 몹시 심술궃다는 걸 잊지 마시고 말이예요. (오레스테스)

 

121p 정말이지, 아버지의 궁궐에서도 진심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던 네가 지금 우리가 눈물로 바라는 그 구원의 씨가 되었구나. 용기를 불러일으켜 아버지 가문을 다시 회복시켜 다오. (엘렉트라)

 

124p 그러나 언젠가는 신의 위대한 힘으로 지금 상태에서 벗어나 더 즐거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무덤 앞의 슬픈 노래 대신 왕궁의 넓은 방 안에 기쁨의 송가를 새로이 화합된 술잔을 나누게 하여 주시기를. (코러스)

 

125p 그 노래 구절은 화살처럼 깊고 예리하게 내 귀에 못박혔소. (오레스테스)

 

129p 자식이란 최후를 맞은 무사에겐 그 이름을 지켜 나가는 실마리지요. 말하자면 어망을 뜨게 하는 부표와 같은 것이니, 그물이 바다 깊이 가라앉은 것을 막아 줍니다. 하오니 아버지를 위해 우리가 부르는 조가(弔歌)를 구절구절 들으시고, 당신께서 이 기원의 뜻을 기리시어 스스로를 지키실 수단을 강구해 주소서. (오레스테스)

 

130p 그래요, 그렇다면 이 대지와 아버지 무덤에 기도를 드려야지. 이제 그 꿈이 나에게 소원 성취의 징조가 되어 주기를. 내가 그 꿈을 판단하건대 아주 앞뒤가 맞는 이야기요. 같은 배에서 나도, 또 그 뱀도 태어났소. 어린아이처럼 포대기에 싸여서 내가 빨던 젖까지 빨았는데, 그 달콤한 젖에 핏덩어리가 섞여 있었다고 했소. 놀란 어머니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소, 자기가 기른 괴물, 피의 죽음, 이는 바로 나를 말하니, 뱀과 흡사하게 어머니를 죽이는 것이 나란 말이오. 이제 그 꿈이 알려 주듯 내가 어머니를 죽이게 되리라. (오레스테스)

 

137p 부디 그 사람을 원망한다면 그런 말은 전하지 마세요. 그리고 혼자 오세요. 상대편에게 겁주지 말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권하란 말입니다. 좋은 소식이니 한시바삐 오라고, 사자에 따라서 비뚤어진 말도 옳게 전해진다잖아요. (코러스대장)

 그렇다면 당신도 이 소식을 즐겁게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요? (유모)

 머잖아 제우스 신께서 이 재난의 방향을 돌려 주실 거예요. (코러스 대장)

 

140p 그 여자가 그대에게 내 아들아하고 부를지라도 주저 말고 단행하세요.

     탓할 수 없는 험한 일을 (코러스)

 

143p 잠깐, 잠깐만 멈추어러, 오레스테스, 이것을 봐서, 이것을 봐서라도, 내 아들아. 이 젖,  이 젖에 매달려 잠들면서 이빨 없는 잇몸으로 물려 맛있는 젖을 담뿍 빨아먹지 않았느냐?

 

144p 밖에서 고생하는 사람을, 집 안에 편히 앉아 탓하다니. (오레스테스)

     여자로서는 남편과 떨어져서 사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단다. (클리타임네스트라)

     하지만 남자가 밖에서 고생하는 것은 여자를 집 안에서 편히 살게 만들기 위해서지요.

(오레스테스)

     그렇다면 넌 아무래도 어미를 죽여야겠다는 말이구나. (클리타임네스트라)

     아닙니다. 내가 아니고 어머니 자신입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죽이는 겁니다. (오레스테스)

    

146p 머지 않아 모든 일을 해내는 시간이 성관의 문을 지나갈 것입니다.

     모든 더러움이 난롯가에서 말끔히 없애지고 재난을 쫓는 의식이 거행될 때

     그 뒤엔 오직 아름다운 행복만 보면 될 뿐 우리들 모두 드높이 노래 부르며

     성관에 있던 이방인은 또다시 쫓겨납니다. (코러스)

 

146p 이제는 빛도 자유로이 우러르게 되었다. 성판에 걸린 커다란 멍에도 벗겨졌다.

     , 일어납시다. 온 성관의 사람들, 너무 오래 이제까지 땅에 엎드려 있던 사람들.

     (코러스)

 

자비로운 여신들

 

157p 그러니 너희들의 피비린내 나는 숨결을 그놈에게 불어 줘라. 뱃속의 불길 같은 기운으로 그놈을 말려 버려라. , 쫓아가자, 다시 한 번 쫓아가서 숨통을 끊어다오. (망령)

 

157~158p 이것 보세요, 제우스의 아드님(아폴론) 당신은 도둑이구료.

          나이도 젋은데, 늙은 신들을 짓밟아 버렸어. 기원자에게 동정하여 극악부도한 사내를

         부모에게 모진 짓을 한 자를 소중히 하다니 어머니를 죽인 자를 우리 손에서

         훔쳐내다니 당신도 신인 주제에 이것이 잘한 짓이라고 말할 이 어디에 있을까. (코러스)

 

159p 이 황금의 활에서 퉁겨나가는 날개 돋친 흰살촉이 독사가 달려들 듯 너희들의 심장을 꿰뚫어 고통에 못 이겨 검은 거품을 뿜는 일이 생기기 전에. (아폴론)

 

165p 집집마다 뒤엎는 것이 우리의 임무, 군신(아레스)이 가족을 죽일 때,

   우리는 소리지르며 그자를 쫓는다. 제아무리 강해도 잡아 죽인다. 새로운 피를 위해서(코러스)

 

166p 끄떡도 않는다, 어디까지나 술책을 다하여 뒤를 쫓으며

    나쁜 일은 결코 잊지 않는 무서운 신들, 우리는 사람들의 기도 따위는 듣지 않고

    모두가 싫어하는 무참한 임무를 신들과는 관계없이 수행하고 있다.

 

168p 맹세만으로 부정한 것이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는 말이다.

 

169p 아버지에게 죽음을 안겨준 자들에게 이러한 복수를 하지 않으면 마음을 찌르는 침의 가책을 저에게 지우겠다는 아폴론 신의 신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오니 여신께서 제 행위가 옳았는지, 잘못이었는지 판단해 주시옵소서. 어떠한 조치든 판결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오레스테스)

 

169p 이자들도 쉽사리 처분할 수 없는 직분을 가지고 있는 이상 쫓아버릴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들의 노여움은 전염의 독소를 이 땅에 뿌려 두고두고 치유될 길 없는 영원한 병폐가 될지도 모른다. (아테네)

 

171p 그 어떤 인간이, 그 어떤 국가가 마음 속에 공포를 지니지 아니하고

   정의를 경모한 적이 있는가. (코러스)

 

175p 어머니란 그 어머니의 자식이라 불리는 자의 혈친이 아니라, 그 태내에 새로 깃든 씨를 기르는 데 불과한 것이다. 자식을 만드는 것은 아버지이며, 어머니는 오직 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듯 그 어린 싹을 보육해 나가는 것이다. (아폴론)

 

176p 이 아레스의 언덕은 그 옛날 아마존의 여무사들이 테세우스를 증오하여 공격했을 때 진을 치고 막사를 폈던 곳, 여기 새 성채를, 그 성벽도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쌓아올려 아레스 신께 바쳤던 곳이었소. 그런 이유로 이름도 아레스의 언덕이라 불리었는데, 여기서 시민들의 경건한 마음, 그리고 그 형제들의 두려움이 밤이나 낮이나 한결같이 그들을 정의에 위배되지 않게끔 지킬 것이오. 시민들이 스스로 이것을 바꾸거나, 파괴하지 않는 한은 말이오. 아무리 깨끗하고 빛나는 흐름이라도 더럽혀지면 그것은 이미 마실 수는 없는 것. (아테네)

 

178p 최후의 심판을 결정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그러니 나는 이 투표를 오레스테스 쪽에 던지기로 하겠다. 나에게는 어머니가 없으므로 모든 일에 있어 남성의 편을 들겠다. 결혼 상대로서는 절대 안 되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부터 아버지 편이므로, 가장인 남편을 죽인 여자의 죽음을 중요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투표가 같은 수로 결정되면 오레스테스의 승소로 한다. , 그 투표 단지에서 돌을 꺼내오. (아테네)

 

185p 초목을 해치는 재난이, 타는 듯한 더위로써 휘몰아쳐 나무의 싹을 말리지 않도록, 꼬투리에서 피어나는 봉오리를 막지 않도록 하리라…… (코러스)

 

186p 기분 좋게 자비로운 신을 계속 정성을 다하여 공경하면, 반드시 국토도 백성도 한결같이 올곧은 정의로 인해 영원히 안락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아테네)

 

188p 집집마다 행복을 향한 평화의 맹세를 팔라스 아테네의 시민들은 얻을 수 있으리라.

     전능하신 제우스 신과 운명의 신이 그렇게 결정하셨으니 모두들 춤을 따라 드높이 노래부르자. (시민들)

 

2.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194~195p 특히 무서운 것은 신의 의지가 분명하게 미리 표시되고, 그것을 피하려는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는 일이다. 신들 세계의 거대한 톱니바퀴는 소리없이 돌아가, 보잘것없이 작은 인간은 모두 그 속에 휘말려 들어가 버린다. 소포클레스는 마치 인간의 모든 덕의 무가치함을 나타내려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모습은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자세히 바라보면, 결코 완전한 패배자는 아니다. 그는 분노한 나머지 고통에 못 이겨 눈을 찔러 장님이 되었지만, 닥쳐올 운명에 감연히 맞설 용기를 지니고 있다. 어떤 운명이든지 올 테면 오너라, 나는 그것에 견디어 내 보이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그의 불공평한 재앙에 짓눌린 참혹한 모습 뒤에 깃들여 있다.

 

195p 오이디푸스는 숙명론자는 되지 않았던 것이다. 조용한 체념 같은 경지에는 결코 편안히 들어앉지 못한다. 신들의 길은 신들의 길이고, 사람인 나는 나대로 꿋꿋이 걸아가겠다고 외치고 잇는 것 같다. 소포클레스의 무서울 정도의, 사람으로서의 비애와 용기가 이 불운한 왕을 통해 우리에게 육박해 온다.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다.

 

205p , 지혜가 아무 쓸모도 없을 때, 안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어쩌자고 내가 그것을 알면서도 잊었던 말인가. 그렇지 않았던들 여기 오지 않을 것을. (테이레시아스)

 

206p 이미 피하고 있지요. 진실이 내 힘입니다. (테이레시아스)

 

206p 당신이 찾는 그 살인자는 바로 당신이란 말입니다. (테이레시아스)

 

207p 당신 자신이 당신의 재앙입니다. (테이레시아스)

 

208p 당신은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얼마나 처참한 일에 빠져들어 있는지, 어디서, 그리고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테이레시아스)

 

208p 마치 칼의 두 날처럼 아버지와 어머니의 무서운 저주가 당신에게 닥쳐서 언젠가는 당신을 당신을 이 나라 밖으로 몰아내고, 지금은 밝은 그 눈도 그때는 끝없는 어둠밖에 보지 못할 것입니다. 어디에고 당신의 비통한 소리가 미치지 않는 데가 없을 것이며, 머지않아 키타이론의 방방곡곡에 메아리치지 않는 곳이 없겠으니, 그때 당신은 그렇게도 행복한 항해 뒤에 그 집에서 맺은 저주스러운 결혼의 의미를 알 것입니다. (테이레시아스)

 

209p 그리고 함께 사는 자기 자식들의 형제이자 아비, 자기를 낳아 준 여자의 아들이자 남편, 아비의 침실을 이어받은 자, 그리고 아비의 살해자임이 밝혀질 것입니다.

 그러니 안으로 들어가셔서 이 말을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내 말의 잘못이 드러나거든, 앞으로는 내 예언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테이레시아스)

 

210p 정녕 그 현명한 예언자는 무섭고 무섭게 나를 괴롭힌다.

 옳다고도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어 두려움에 가슴 죄며, 지금도 앞날도 분별이 안 된다.

 (코러스)

 

214p 진정한 친구를 버리는 것은 자기가 가장 아끼는 생명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머지 않아 왕께서는 그것을 확실하게 깨달을 것입니다. 오직 시간만이 옳은 사람을 가려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악인은 단 하루에도 드러나고 맙니다. (크레온)

 

217p 그 놈이 자기는 입을 깨끗이 씻고, 그 고약한 예언자를 대신 써 먹고 있단 말이야. (오이디푸스)

 

218p , 맙소사! 당장 무서운 저주 속에 스스로 이 몸을 던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모르고 있었구나. (오이디푸스)

 

219p 포이보스 신께서는 내가 묻는 일에 관해서는 가르쳐 주시지 않고, 괴롭고 무섭고 비참한 다른 이야기를 알려 주셨소. 그건 내가 내 어머니와 결혼해서, 차마 볼 수 없는 자손을 세상에 내놓고 나를 낳은 아버지를 죽일 운명이라는 것이었소. (오이디푸스)

 

220p 만일 그 낯선 사람이 라이오스 왕과 무슨 관계라도 있다면 이 몸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또 있을까 나보다 더 신의 미움을 받은 자가 있을까? ‘다른 나라 사람도, 이 나라 사람도 그 자를 집에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 말을 걸어서도 안 된다. 그들의 집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저주가 내게 떨어졌고, 게다가 이 저주를 내린 것은 바로 내가 아닌가. 이 두 손으로 죽인 그 사람의 침실을 내가 더럽히고 있다. (오이디푸스)

 

227p 제발 당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시거든, 그렇게 들춰내는 일은 그만두세요. 이젠 더 견딜 수가 없군요. (이오카스테)

-> 이 대목에서 그의 아내이자 어머니는 오이디푸스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231p , 모든 것이 분명해졌구나. 모든 사실이! , 빛이여, 다시는 너를 보지 못하게 해 다오! 이 몸은 저주스럽게 태어나서, 저주받은 혼인을 하고 해쳐서는 안 될 분의 피를 흘렸구나.(오이디푸스)

 

232p 그런 이제 누가 이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들을까? 누가 이처럼 격심한 재앙과 덧없는 삶에서 고뇌를 함께 할 자가 있을까? 오오, 이름 높은 오이디푸스님이여 같은 휴식의 자리는 아들이면서, 또 아버지로서의 당신에게 혼인의 침실을 제공하였다. , 가엾은 자여. 당신 아버지가 씨 뿌린 밭이 그런 잘못을 어찌 그토록 오래 견딜 수 있었던가? (코러스)

 

234p 왕께서는 오락가락하시면서 칼을 달라. 아내이면서 아내가 아니고, 자기와 자기 애를 함께 낳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외치셨습니다. (사자)

 

234p 왕께서는 왕비가 입고 계신 옷에서 황금으로 된 장신구를 빼어 높이 치켜드셨다가 당신의 두 눈알을 콱 찌르시고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들이 내게 덮친 수 많은 재앙, 내가 저지른 수많은 죄업을 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내가 보아서는 안 되었던 사람을 보고, 내가 알고 싶었던 사람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던 너희들은, 이제부터는 영원한 어둠 속에 있을 것이다.’ (사자)

 

235p , 무서운 먹구름의 이 어둠! 손을 쓸 수도 없고 형언할 수도 없이

    점점 죄어오는구나. 아아, 비참도 해라! 상처의 아픔과 불행한 기억이

    얼마나 이 마음을 깊이 찔렀던가! (오이디푸스)

 

236p 그랬더라면 내 아버지의 피를 흘리지도 않았겠고 나를 낳은 사람의 남편이라고 불리지도 않았겠지. 그러나 지금은 신들에게서도 버림받은 자, 부정한 어머니의 아들, 이 불행한 나를 낳은 아버지의 침실을 이어받은 자, 비통한 것 중에도 비통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이디푸스의 운명이다. (오이디푸스)

 

237p 저 삼거리 길이여, 숨은 골짜기여, 세 갈랫길의 숲과 오솔길이여. 너희들은 내 손에서 나와 피를 나눈 내 아버지의 피를 마셨구나. 잊지야 않았겠지? 내가 너희들이 보는 앞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그 뒤에 이곳에 와서 다시 무슨 짓을 행했는지! (오이디푸스)

 

240p 나는 너희들을 위해서 운다. 너희들을 볼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너희들이 세상의 풍파에 시달리며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쓰라린 생활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

 

241p 그러니 마지막 날을 보기를 기다려 괴로움을 벗어나서 삶의 끝에 이르기 전에는

    누구든 사람으로 태어난 몸을 행복하다고 부르진 마라.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

 

244p 소포클레스는 신들의 길이 인간의 어떠한 생각도 뛰어넘는 무서운 것이라는 점을 깊이 생각한 시인이다. 신들은 잔인해서 인간의 어떠한 노력도 그것이 옳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것에 관계 없이 신들이 잔인해서 인간의 어떠한 노력도 그것이 옳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것에 관계 없이 신들이 정한 길을 바꾸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오이디푸스를 신들과 화해시켰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화해는 신들 쪽에서 제의한 것이며, 오이디푸스는 끝까지 의연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44p 소포클레스가 생각한 길도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그린 어둡고 무서운, 내일이라는 날에 대해 아무 안심도 가질 수 없는 인간의 덧없음도 이 인간성의 강함을 통해 버티어지고 있다. 인간은 신들에게 굴복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244p 소포클레스는 꿋꿋한 사람이었다. 그의 유명한 원만하고 온화한 성격은 이와 같은 꿋꿋함에서 나오고 있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가 지니는 형언할 수 없는 정밀함은 이러한 뒷받침을 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254p 세상의 칭찬이나 훌륭한 명성이 그저 헛되게 끝난다면, 그것이 무슨 이로울 것이 있을까. (오이디푸스)

 

258p 아버지께서는 살아 계셔서나 돌아가셔서나 그 땅의 사람들이 자기들의 행복을 위해서 찾는 분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이스메네)

 

261p 너희들 중의 하나가 가서, 이 일을 해다오. 착한 뜻을 가지고 간다면, 한 사람으로도 천 사람을 위한 빚을 갚기에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서 가거라. 다만 나를 혼자 버려두진 마라. 혼자서 이끌어 주는 사람 없이는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오이디푸스)

 

262p 나와 한배에서 태어났소. (오이디푸스)

 

264p 어리식기도 하오. 불행한 때에 화를 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오. (테세우스)

 

265p 나의 친구인 아이게우스의 아드님, 오직 신들만이 늙지도 죽지도 않습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온갖 것을 극복하는 시간에 굽히고 맙니다. 땅의 힘도 쇠퇴하고 몸의 힘도 기울어집니다. 신의는 죽고 불신이 생겨납니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한결 같은 마음이 결코 오래 가지를 않습니다. 어떤 자는 당장에, 또 어떤 자는 나중에, 즐거움은 괴로움으로, 그리고 또다시 사랑으로 바뀝니다. 테베와 당신 사이가 오늘은 햇빛 아래에서 아름답다 해도, 숱한 세월에도 많은 낮도 밤도 있으며, 그 동안에는 하찮은 일에서 오늘의 화목의 맹세가 창끝으로 갈라지기도 합니다. (오이디푸스)

 

267p 잠들 줄 모르는 샘물은 케피소스의 흐름을 키우고

     일찍이 줄어든 일 없이 나날이 언제나 맑은 물을 담아

    부푼 대지의 가슴을 달려 풍요를 가져다 준다. (코러스)

 

271p 대단한 주둥아리로구나. 그러나 어떤 일에서든 말 잘하는 놈치고 정직한 놈은 못 보았다. (오이디푸스)

 

276p 내 자신에게는, 내게는 육친에게도 그런 죄를 지어야 될 만한 아무런 실책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 말해보아라. 자기 아들의 손에 죽을 운명이 신탁으로 그 아버지에게 왔더라도, 그때 아직 아버지에게서도 어머니에게서도 삶을 얻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은 내가 그처럼 죄인이라고 비난받아야 할 까닭이 있을까? 나처럼 불행한 별 밑에 태어나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상대로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버지와 싸워서 죽게 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모르고 저지른 죄를 비난하는 것이 옳을까? (오이디푸스)

 

277p 다만 한 가지, 내가 묻는 것에 대답해 보아라. 지금 여기 누군가가 다가와서 정의로운 너를 죽이려고 한다면, 너는 그 살인자가 아버지인지 아니지 물어보겠는가? 너도 목숨이 아까운지라 그 죄인에게 덤벼들지,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고 이유 따위를 찾고 있진 못할 것이다. 내가 빠진 재앙도 그것과 같다. 빠뜨린 것은 신들이었다. 아버지의 혼백이 되살아나신다해도, 이 점에서는 내게 반대하지 않으실 게다. (오이디푸스)

 

278p 싸움을 일으키는 테세우스와 그 처녀 자매는 곧 만나겠지,

    나라 안의 믿음직한 외침 소리 속에서. (코러스)

 

281p 신을 공경하고 정의를 존중하며, 또한 거짓이 없는 것을 나는 오직 당신에게서만 찾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오이디푸스)

 

288p 만약 아버지의 악담이 이루어져서 너희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면, 나를 욕되게 하지 말고 묻어서 장례를 치러다오. 그렇게 하면 너희들이 지금 아버지께 바친 고생으로 저분에게서 받은 칭찬은, 나를 위해서 힘쓴 일로 그것 못지 않는 또 하나의 칭찬을 가져올 것이다. (폴리네이케스)

 

289p 새로운 재앙이 또 왔구나. 무거운 운명을 띠고서, 저 앞 못 보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서, 아니면 운명이 그 마지막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인가. 신들의 선언이 믿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서 안 된다. (코러스)

 

291p 아이게우스의 아드님, 세월도 해를 입히지 못하는, 이 나라의 보배가 될 것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이제 곧 아무런 도움도 없이, 혼자서 내가 죽을 곳으로 인도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아무에게도 말씀해선 안 됩니다. 그것이 어디 숨겨져 있는지도, 어떤 지역에 있는지도. 그렇게 하면 그 땅은 수많은 방패보다도, 이웃 나라가 도와 주는 창칼보다도 영원한 방비가 될 것입니다.

 금단의 비밀은 말로 더럽힐 것이 아니라 왕께서 혼자 그곳에 가실 때 스스로 깨닫게 되십니다. 그것은 이 나라의 어느 누구에게도, 또한 아무리 사랑하지만 나의 딸들에게도 내가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아니, 왕께서 언제까지나 그 비밀을 지키셨다가, 이 세상을 떠나실 때 맏아들에게만 밝히시고, 그분은 또 그 맏아들에게 대대로 가르쳐 전하는 것입니다. (오이디푸스)

 

292p 아아, 빛 없는 빛이여, 전에는 그대도 내 것이었는데, 이제는 내 몸에 그대의 손이 닿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로구나.

 

안티고네

 

305p 장례를 치르겠다는 거예요? 모두 사람들에게 금지령을 내렸는데도? (이스메네)

  그렇다. 네가 싫건 좋건 네게도 오빠가 아니냐? 나는 오빠를 결코 배반하진 않겠어(안티고네)

 

305p 억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니, 이젠 네가 하겠다 해도 네 도움 따윈 달갑지도 않다. 너 좋을 대로 해라. 내 손으로 그분의 장례를 치르겠다. 그 일로 해서 내가 죽는다면 얼마나 좋으랴! 이 고귀한 죄 때문에,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 분과 정답게 함께 죽을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들을 섬겨야 하는 동안이 더 길단다. 나는 저 세상에서 영원히 쉬겠다.(안티고네)

 

311p 우선 제 일부터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그 짓을 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누가 그랬는지 보지도 못하였습니다. 어떤 벌도 제가 받아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파수병)

 

312p 파수병들이 그런 자들의 돈을 받고 마음이 흔들려서 저지른 짓인 줄 잘 안다. 사람들 사이에 돈처럼 나쁘게 통하는 것도 없다. 돈은 나라를 망치고, 사람을 그들의 집에서 몰아내며, 정직한 마음을 부끄러운 일을 하도록 까지 돌려서 비틀어 놓는다. 게다가 돈은 사람들에게 흉악한 일을 행하고, 온갖 경건하지 못한 짓을 배우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크레온)

 

313p 범인을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잡히건 말건, 그거야 팔자소관이지. 어쨌든 다시는 여기 와서 뵙지 않겠어. 지금도 천만 뜻밖에 살아났으니, 신들께 끔찍이도 신셀 졌군. (파수병)

 

314p 빠른 생각은 교묘하고 능하여 사람을 때로는 선으로, 때로는 악으로 이끈다.

    나라의 법을 존중하고, 신들께 맹세한 정의를 지키면, 나라는 번영한다. 그러나 경솔하게도

    옳지 않은 일에 마음을 기울이는 자는 나라를 망친다.

    원컨대 그런 자와 더불어 살지 말며, 나와 생각을 함께하지 않기를. (코러스)

 

317p 나는 그런 운명을 당한 것이 조금도 괴롭지 않아요. 그보다 나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죽었는데도 장례도 치러 주지 못한 채로 버려 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슴 아픈 일이지요. 이번 일로는 괴롭지 않아요. 내가 이번에 한 일을 어리석게 보신다면, 어리석은 눈에는 어리석게 보일는지도 모르지요. (안티고네)

 

318p 나는 서로 미워하는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도록 태어났어요. (안티고네)

 

319p 보라, 저기 이스메네님이 오신다. 언니를 그리워하는 눈물에 젖어서

     이마에 깃든 수심의 구름은 은은히 상기한 얼굴을 흐리고

     아리따운 얼굴에 눈물은 비처럼 내린다. (코러스)

 

323p 복종치 않는 것보다 더 심한 악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고, 집안을 파멸시킨다. 불복종 때문에 동맹군의 진영도 흩어져 패주하게 된다. 공정한 길을 걷는 사람들의 대부분을 안전케 하는 것은 복종이다. (크레온)

 

323p 아버지, 신들께서는 사람에게 이성을 심어 놓으셨습니다. 그것은 우리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온갖 것들 중에서 가장 귀한 것입니다. 물론 저는 아버지 말씀이 옳지 않다고 말할 힘도 없습니다만, 또 그러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남도 쓸 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이몬)

 

324p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를 배우고 때에 따라 굽히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사정없이 쏟아져 내려가는 물가에서 거기에 굽히는 나무는 잔가지 하나도 꺾이지 않지만, 고집 센 나무는 뿌리째 뽑혀서 쓰러지고 맙니다. 또한 배의 돛을 팽팽하게 펴두기만 하고 조금도 늦출 줄을 모르는 사람은 배를 뒤엎어, 그 다음에는 뒤집힌 용골을 타고 그 항해를 끝마칩니다. (하이몬)

 

325p 한 사람의 소유물이라면, 그건 국가가 아닙니다. (하이몬)

 

325p 신들의 명예를 짓밟으시면, 왕권을 존중하시는 것이 못 됩니다. (하이몬)

 

325p 그러시다면 그 여자는 죽는 거죠. 죽음으로써 또 다른 사람 하나를 죽이는 겁니다.(하이몬)

 

326p 아버지께서는 말씀만 하려 하지, 들으려 하진 않으시는군요. (하이몬)

 

327p 모든 것에 잠을 주는 하데스가 나를 산채로 아케론의 기슭으로 이끌어 가오.

     신부를 데려오는 노래도 못 듣고, 결혼의 축가를 부를 사람도 없이

     아케론의 주인에게 시집을 가오. (안티고네)

 

328p 프리지아에서 시집온 탄탈로스의 따님이 시필로스의 산마루에서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정없이 달라붙는 담쟁이덩굴처럼

     돌이 자라서 그 아가씨를 둘러쌌습니다. 야위어 가는 몸에 비도 눈도 내리어,

     눈까풀에서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은 목을 적셨다 합니다.

     내가 죽어 가는 운명도 꼭 같습니다. (안티고네)

 

334p 죽은 사람을 용서해 주시고, 쓰러진 자를 또 찌르지 마십시오. 죽은 자를 또 죽여 보았자 무슨 자랑이 됩니까? 저는 왕을 생각해서 좋은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생각해서 말씀 드리는 충언에서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올시다. (테이레시아스)

 

335p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내 결심을 흥정해서 안 된다. (크레온)

 

339~340p 그러자 불쌍한 왕자님은 흥분한 채로 그 즉시 온몸으로 칼 위에 엎어져 칼은 절반이나 옆구리를 뚫고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숨이 있는 동안, 그 아가씨를 억지로 껴안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그 아가씨의 핼쑥한 불에 왈칵 피를 토했습니다. (사자)

 그래서 그분은 시체가 되어 시체 위에 겹쳐 누웠습니다. 불쌍하게도 이 세상이 아니라 하데스의 대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인간의 온갖 불행 중에서 분별없는 것보다 더 심한 불행이 없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셈입니다. (사자)

 

341p 아아, 너 때문이 아니라, 내 우둔함 때문에 너는 이미 죽어 넋이 날아갔구나! (크레온)

    , 딱합니다. 너무 늦게서야 깨달으신 것 같군요(코러스)

    , 뼈에 사무친 공부를 했다. , 신께서 내 머리를 지독한 힘으로 내리쳐서,

    파멸의 길로 던져 넣으셨다! , 내 기쁨을 짓밣혀 뒤집히고 말았구나.

    아아, 인간을 괴롭히는 지겨운 고생이여. (크레온)

 

343p 제발 날 데려가거라, 이 쓸모없는 인간을!

아아, 아들아,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널 죽였구나.

그리고 아내까지도, 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

얼굴을 돌릴 데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구나. 내 손에 있는 것은 다 빗나가고,

게다가 견딜 수 없는 운명이 머리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크레온)

 

343p 지혜야말로 으뜸가는 행복, 신들께 향한 공경은 굳게 지켜져야 한다.

    오만한 자들의 큰소리는 언제나 큰 천벌을 받고, 늙어서나 지혜를 깨닫는다. (코러스)

 

엘렉트라

 

345p 이 작품은 에우리피데스의 같은 이름의 작품과도 내용이 중복된다. 그리스의 고전 작가들은 같은 전설을 가지고 저마다 개성이 강한 창작 세계를 열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345p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트로이 원정에서 풍랑을 피하기 위하여 아버지가 희생물로 바친 데 대한 어머니의 원한이라는 것이 근본적인 동기가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작품에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이유로 아가멤논이 트로이의 공주를 사랑한 일이 아내의 복수심에 불을 질렀다고 전해지고 있다.

 

347p 내가 좋아하는 할아범, 할아범이 우리에게 충성스럽다는 것은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일쎄. 훌륭한 말은 늙어도 위급할 때는 용기를 잃지 않고 귀를 곤두세우듯이, 할아범은 우리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누구보다도 우리를 따라와 주었네. (오레스테스)

 

348p 기회가 왔네. 기회야말로 사람에겐 모든 일의 최고의 지도자일세. (오레스테스)

 

353p 마음을 어둡게 가지면, 싸움이 싸움을 낳고 당하지 않아도 될 불행을 당하십니다. (코러스)

 

357p 네가 지금 자랑삼고 있는 따위의 그런 선물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자들에게 머릴 숙이다니, 나는 싫어. 너는 맛있는 것이나 먹고 사치스러운 생활이나 하렴. 내게는 양심의 가책이 없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니까. 난 네 행운 따윈 부럽지도 않다. 너도 제정신이라면 그럴 거야. (엘렉트라)

 

358p 가르치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강한 자에게는 굽히라는 거죠. (크리소테미스)

 

359p 그걸 말해 봐. 하찮은 말로 사람이 쓰러지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는 수가 많으니까. (엘렉트라) 이런 얘기예요. 아버지께서 이 세상에 되살아나 어머니와 다시 만나게 되는 꿈을 어머니가 꾸셨다는 거예요. (크리소테미스)

 

362p 그건 그렇고, 알고 싶구나. 누구를 위해서 그애를 희생시켰는지, 아르고스 사람을 위한 것이었단 말이냐? 하지만 그 사람들에겐 내 자식을 죽일 권리가 없었을 게다. 또 자기 아우인 메넬라오스를 위해서 내 딸을 죽였다면, 내게서 응분의 갚음을 받아도 마땅하지 않으냐? (클리타임네스트라)

    

369p 이미 저 세상으로 가 버린 사람에게 아직도 희망이 있는 양 말하는 것은, 이미 쓰러진 나를 또다시 짓밟는 것입니다. (엘렉트라)

 

374p 무턱대고 하는 일에선 망하기가 쉬우니까요. (크르소테미스)

     그 깊은 생각이 부럽구나. 그 비겁한 마음은 밉지만. (엘렉트라)

 

375p 그렇다, 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아무리 그러길 바란다 해도 널 따를 생각도 없다. 헛된 일을 따르는 것보다 더 큰 바보는 없어. (엘렉트라)

 

377p 그대는 스스로 슬픔의 일생을 택하여 욕스러움을 일축하고,

     현명하고 욕스러움을 일축하고, 현명하며 효녀라는 두 겹의 칭찬을 한 번에 얻었도다.

(코러스)

 

379p 그리운 모습 대신 이렇게 너를 재로 만들어 헛된 그림자로 해서 보냈구나. (엘렉트라)

 

379p 아아, 무엇이라고 말할까? 어쩌지도 못하는 이 처지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 혀를 더 이상 놀러 둘 수가 없구나. (오레스테스)

 

383p 네 얼굴을 보고 있는 낙을 내게서 빼앗지 마라. 억지로 그것을 버리게 하지 마라. (엘렉트라)

 

383p 여러분, 들으리라고는 생각도 않았던 소리를 들었습니다. 격한 마음을 누르고 소리를 삼켜, 들어도 소리조차 내지 않는 불쌍한 이 몸, 하지만 이제 내게는 네가 있다. 불행한 중에도 잊을 수 없는 그리운 모습대로 돌아와 주었구나.

 

391p 아니다. 네놈을 네 마음대로 죽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네게 죽음의 고통을 맛보게 하겠다. 누구나 무도한 짓을 저지르려는 자에게는 당장에 이 벌이 내려야 한다. 죽음이라는 벌이, 그렇게 하면 못된 짓을 하는 일도 늘진 않겠지. (오레스테스)

 

3. 에우리피데스

 

396p 에우리피데스는 작품의 제재를 관습대로 신화와 전설에서 땄지만, 극중 인물들은 신이나 영웅이라기보다 일상의 인간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여성의 다양한 성격과 세밀한 심리 분석, 묘사에 이르러서는 고대 작가로서 그를 앞지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본디 제사적인 기원에서 시작되는, 따라서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아티카의 비극 속에 너무나 강하게 인간적 요소를 넣은 에우리피데스는 어떤 면에서는 그리스 비극의 정통을 깨뜨렸다는 비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넓은 시야에서 본다면 새로운 문학 조류의 위대한 선각자였으며, 그 점은 뒷날의 문학에 미친 그의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가장 잘 엿볼 수 있다.

 

메디아

 

399p <메디아>는 첫 번재 상연에서 불행히도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여 하위인 3등상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메디아>에 대한 언급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시대에, 오늘날에 이르는 명성을 벌서 되찾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401p 워낙 급한 성미시라 가혹한 수모를 받고 참고 견디실 분이 못 되는데. 누구보다 내가 그 인품을 잘 알고 있지.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되어 못 견디겠구나. 추억의 이부자리가 깔려 있는 침실로 몰래 들어가 날카로운 칼날로 가슴팍을 찌르지나 않을까. 아니면 영주님과 이아손 서방님을 살해하고 당신은 더 혹독한 변을 당하시지나 않을 것인지. 워낙 무서운 분이라. 그분을 적대하여 이기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아니, 저기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다 돌아오는구나. 어머니의 불행 따위는 아랑곳도 없이. 하기야 무리도 아니지. 어린 마음은 고민하고는 인연이 먼 것이라고 하니까. (유모)

->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서 주인공의 감정묘사, 향후 극 전개를 암시하고 있다.

 

401p 이아손 서방님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할아범, 충실한 하인에겐 주인의 불행이 바로 자신의 슬픔이니 마음이 아픈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소. (유모)

 

402p 이치에 닿건 닿지 않건 사람이란 너나할 것 없이 곁에 있는 인간보다는 자기가 더 중한 법이라오. 그 때문에 이 아이들만 해도 이아손 서방님의 이번 혼사로 버림을 받게 된 것이라오. (선생)

 

403p , 저주스러운 아이들아, 저주받을 어미의 자식들아, 망해 없어지거라, 너희 애비와 함께. 집을 더불어 깡그리 모두. (메디아)

 

404p 남을 시키는 일뿐이지 간섭받는 일이 없어서 완고한 마음을 손톱만큼도 굽히지 않으시는구나.

 

404p 무사하게 늙어 가는 것이 좋으련만. 매사에 절제를 지킨다 하는 것은 말로만 들어도 반가우니, 이를 행하면 그 행복은 한량이 없지. 무슨 일이든 과하면 이익은 커녕 그 집에 하느님의 진노가 미칠 때, 더한층 크나큰 화가 내린다던가. (유모)

 

405p 아아, 하느님이여, 땅이여, 태양이여. 이 머리에 벼락이나 맞으려무나. 신들 무슨 소용이랴. 아아, 처량한 뜬세상의 삶을 벗어나 차라리 죽기나 하였으면. (메디아)

 

405p 어째서 그렇게도 끔찍한 죽음의 잠자리를 그리워하시나요. 죽음이란 언젠가는 오는 법, 행여 바라질랑 마세요. (코러스)

 

405p , 아버지여, 고국이여, 무참하게도 동생을 죽이고 떠나온 이 몸. (메디아)

 

408p 나는 이번에 그야말로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을 당하여 눈앞이 캄캄하여 기진맥진해지고 말았습니다. 산다는 것이 재미가 없어져서 이제는 그저 죽고 싶을 뿐입니다. 너무나 믿었기 때문에 목숨같이 생각하던 사람. 남편 말입니다만, 그 남편이 세상에 둘도 없는 지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메디아)

 

408p 이 세상에 삶을 누리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비참한 존재가 바로 우리 여자들일 거예요. 첫째 만금을 쌓아 돈으로 남편을 사야 하고, 그뿐인가요, 몸을 바쳐서 그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러니까 좋은 사람을 만나느냐, 나쁜 인간을 만나게 되느냐가 운명의 갈림길이 되는 거예요. 이혼을 한다는 것은 여자로서 할 일이 못 되며, 그렇다고 남편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알지 못했던 생활습관 속으로 뛰어들어가, 여자가 미리 가정에서 배워 보지 못한 일을, 말하자면 어떻게 남편을 다루면 좋은지를, 예언자라도 아닌 이상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이 모든 점을 잘 헤쳐 나가, 남편 쪽에서 싫어하지 않고 함께 살아 준다면야 정말 부러운 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을 때는 사는 것이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거예요. 남자의 경우에는 집안 사람이 재미없어지면 밖에 나가 기분풀이를 할 수 있지만, 우리 여자들은 오직 한 사람만을 보고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자들은 집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지만 남자들은 창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고 그들은 말하죠.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예요. 한 번 아이를 낳기 보다는 세 번이라도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 나을 테니까요. (메디아)

 

409p , 이제는 모든 것이 끝장이구나. 한껏 돛을 부풀리고서 쫓아오는 적을 앞에 두고, 폭풍을 피해 기항할 항구조차 가까이 없으니, 부당한 처사인 줄을 알지만, 그래도 물어나 봐야겠어요. 크레온 왕이시여, 대체 무슨 까닭을 저를 추방하는 겁니까. (메디아)

 

410p 참 점잖은 말을 하는구나.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좋은 않은 흉계를 꾸미지나 않을까 그것이 두렵구나. 그러니만큼 더욱 그대를 믿을 수가 없어.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잠자코 가슴 속에 생각을 담고 있는 인간보다는 바로 벌컥 화를 내는 편이 더 다루기 쉬운 법이지. 그러니 잔소리 말고 어서 떠나도록 해라. 이제 일은 확정되었고, 뭐니뭐니해도 그대가 나를 적대하면서 이 나라에 머무르겠다는 것은 당치 않아. (크레온)

-> 100% 공감하는 말이다. 고객 불만족을 해결할 때에도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이 다루기 쉽다.

 

411p 제발 저 어린것들은 불쌍히 여겨 주세요. 당신도 자식을 길러 보셨으니 그만한 인정은 있으시겠지요. 추방의 괴로움도 저 하나를 위해서는 생각조차 해 본일이 없습니다. 불행하게 된 어린것들이 불쌍하게 여겨질 뿐……. (메디아)

 

412p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가슴에 품은 계획도 없이 공연히 그 사람에게 아첨을 떨 것 같은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미쳤다고 말을 걸고 사정을 하겠어요. 어림도 없지. 세상에 바보 천치 같으니라고, 나를 당장에 추방해 버렸으면 내 계획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일부러 하루의 말미를 주다니. (메디아)

 

413p 다행히 힘이라고는 전혀 없으나 나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누구보다도 교묘하게 해내는 여자로 태어난 몸이 아닌가. (메디아)

 

413p 강물의 흐름도 방향을 바꾸고, 사물의 모두 변하는 세상이여 (코러스대장)

 

415p 오오, 극악무도하고 고약한 인간! 그 비겁한 태도에 대해서는 입을 할 수 있는 제일 심한 말도 이것밖에 안 나오는군요. 왔군요, 잘도 왔군요. 내 앞에서 말이에요. 얄밉게시리. 자기 사람에게 모진 꼴을 보여 놓고도 태연하게 면대할 수 있다니, 그건 베짱도 용기도 아니예요. 인간의 마음 속에 도사린 병 중에서도 가장 흉악한 몰염치라는 거예요. (메디아)

 

416p 오오, 제우스님, 당신께서는 진짜 황금과 가짜 황금을 구별할 수 있도록 분명한 증거의 표시는 인간에게 가르쳐 주시면서, 왜 인간의 선악을 가릴 수 있는 표시는 사람의 몸에 그려 놓지 않으셨나이까. (메디아)

 

417p 자식은 지금 있는 것으로도 충분해. 부족하다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소. 그런 게 아니라, 이것이 첫째 이유인데, 우리 궁하게 살지 말고 잘 살아 보잔 말이오. 친구들끼리도 가난하면 서로가 멀어하는 세상이 아니오, 그리고 자식들을 우리 가문에 알맞게 키워 보자는 거요. 그대에게서 낳은 아이들의 동생들을 더 많이 만들어서, 그 양쪽 자식들을 일족으로 만들어 모두 잘 살아 보자는 거요. 그대는 이 이상 더 아이들이 필요 없을 것이고, 나로서는 지금 있는 아이들이 앞으로 생길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잘된 일이 아니겠소. (이아손)

-> 남자의 구차한 변명

 

418p 잘 사는 것도 슬픔이 따르는 것이라면 싫어요. 마음에 고통을 주는 그까짓 재물 따위 아무리 많으면 뭘해요. (메디아)

 

418p 마음을 어떻게 가지면 좀더 영리해지는 것인지 아오? 좋은 일을 고통스러운 일이라 생각지 않는 일이오. 행복한데 왜 불행하다고 생각하느냐 말이오. (이아손)

 

P 418~419p 안락한 가정이 기다리고 있는 당신이니까요. 나야 외롭고 쓸쓸히 이곳을 떠나 귀양가야 할 몸이지만……. (메디아)

 

419p 분수 넘치는 사랑의 불꽃, 미칠 듯이 심하게 타오르면, 사람의 몸에 영예도 사라진다. (코러스)

 

425p 나에게 낳게 한 자식들의 무사한 모습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것이요. 새색시에게 아이를 낳게 할 수도 없게 될 테니까. 왜냐고, 새색시는 내가 보낸 독약으로 응분의 죄를 받아 꼴사나운 죽음을 당할 테니까. 나를 연악하고 하찮은 여자라든가, 순하기만 한 여자라고 생각지는 마세요. 그와 반대로 원수에게는 사정없고 친한 사람에게는 인정을 베푸는 사람이에요. (메디아)

 

429p 제 눈에도 자꾸자꾸 눈물이 괴는군요. 정말 더 이상 더 불행한 일이 없으시기를. (코러스대장)

    

430p 말리지 말아 주세요. 선물은 신의 마음도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백마디 말보다는 그분은 지금 운이 대통하셔서 하느님도 촉수하는 젊고 지체 높으신 처지의 몸입니다. 저는 지금 금품은커녕 목숨과 바꾸더라도 아이들의 추방을 막고 싶은 몸입니다. (메디아)

-> 아이들을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다루고 있다.

 

433p 아아, 왜 그렇게 이 어미를 쳐다보느냐. 왜 그렇게 방긋히 웃어주니, 이것이 마지막이라는데도, 아아, 어떡하면 좋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이 꺾이고 마는군요……. (메디아)

 

438p 인간이라는 것이 그림자같이 덧없는 존재임을 어제 오늘 처음 느낀 것은 아닙니다만, 현자나 변설의 대가인 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으뜸가는 슬픔을 좌초하는 분들임을 거리낌없이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행복한 사람 따위는 세상엔 없으니까요. 복이 굴러들어오면 남보다 운이 좋다고는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사자)

 

439p 우물쭈물하다가 그 아이들을 더 혹독한 사람의 손에 죽게 해서는 안 돼요. 그 아이들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에요. 그렇다면 어미의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어미의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 마음을 돌같이 먹고……, 무얼 주저하고 있느냐. 끔찍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자 불쌍한 이 손, , 칼을 잡아라. 쓰라린 삶의 출발점으로 돌진하는 것이다. (메디아)

 

트로이 여인들

 

447p 오늘날 전해지는 그리스 비극 30여 편 가운데에서도 <트로이 여인들>만큼 절망적이고 철저하게 구원이 없는 작품은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비극적이라고 부른 작가의 역량을 여기서 불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읽는 이에게 거의 육체적인 고통마저 느끼게 할 만큼 암담한 이 비극이 그 전편에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한 유명한 비평가의 말을 빈다면, ‘가능한 모든 불행의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뒤에 찾아오는 일종의 평화, 아니 영광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그 무엇인가가 이 괴상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다고나 할까.

 

452p 제우스의 딸 팔라스(아테나)가 그대를 멸망시키지만 않았던들 아직도 튼튼하게 우뚝 치솟아 있었을 것을. (포세이돈)

 

462p 오만 가지 우리의 소원을 모조리 불사르고 말았으니…… 가엾은 딸이여, 그대의 혼례가 그리스인들의 창칼 속에서 축복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으리오. (헤카베)

 

471p 자식들이여, 그대들의 어미는 나라까지 잃고 홀로 되고 말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내 집과 내 조국을 생각하면 울어도 울어도 한이 없겠구나. 죽은 사람이 부러워라. 죽으면 눈물도 괴로움도 다 모를 것을……. (헤카베)

 

472p 얘야, 그러나 죽는 것과 사는 것은 역시 다르단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지만, 살아만 있으면 그래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는 법. (헤카베)

 

472p 저는 죽는 것과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같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비참하게 살아 가느니 보다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고민도 없어지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행복했던 사람이 불행해지면 옛날의 행복을 생각하게 되고, 마음은 천갈래만갈래 찢어질 것입니다. (안드로마케)

 

473p 흔히들 하룻밤의 인연이 여자의 마음을 싫어하는 사내도 좋아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새로 시집가서 본남편을 잊어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주는 그런 여자는 질색입니다. 말과 같은 짐승도 한 외양간에서 자란 말과 떨어지면 좀처럼 수레를 끌려고 들지 않는 법입니다.

 말도 못하고 이치도 모르는, 인간에게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짐승도 그러하거늘….(안드로마케)

 

473p 모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희망조차도 저에겐 없습니다. 이제부터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고 스스로를 속일 수 조차도 없습니다. 비록 덧없는 환상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을 (안드로마케)

 

477p 아아, 비운의 트로이여, 단 한 사람의 여인과 그 흉측한 애욕으로 해서 얼마나 많은 귀중한 생명을 잃었던가. (코러스 대장)

 

481p 아프로디테가 다른 두 여신을 이기고 내가 파리스의 아내가 된 것은 그리스에 있어서 퍽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리스는 야만인의 침공을 받지 않았으며 정복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이 그리스에 도움을 주었는데도 나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팔려가서 이와 같이 그리스에 도움을 주었는데도 나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팔려가서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같으면 화환을 선사받고 칭찬받아야 할 공을 세우고도 도리어 그로 인해 비방과 책망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헬레네)

 

483p 그대의 태도는 오직 형세가 유리한 쪽에 붙으려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고, 절조를 지키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헤카베)

 

489p 아아, 헥토르의 늠름한 팔을 지킨 이 방패는 둘도 없는 주인을 잃고 말았다. 손잡이에는 이들의 그리운 손자국이 남아 있다. 또한 매끄러운 방패의 둘레에는 땀자국이, 수 많은 날 싸움에 지쳐 방패에 턱을 괴고 쉬던 헥토르의 이마에서 흐른 그 땀자국이 있다. , 지금 있는 것 가운데서 이 불쌍한 시체를 단장해 줄 수 있을 만한 것을 가져와요. (헤카베)

 

바쿠스의 여신도들

 

498p 한편 카드모스의 또 다른 딸 세멜레는 제우스 신의 사랑을 받고 잉태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밤 제우스의 번갯불에 빛나는 위용을 보고 싶다고 졸라대어, 마침내 벼락을 맞아 타죽는 바람에 뱃속의 아이를 조산한다. 제우스는 스스로의 허벅다리를 칼로 째어 거기에 아기를 넣고 달치 찰 때까지 기른다. 이렇게 태어난 것이 디오니소스이다.

 

510p 신들린 무아의 경지에 이르면 강한 예언의 힘이 생겨납니다. , 이 신이 무서운 힘을 가지고 인간 몸 속에 옮겨지면, 신들린 사람은 예언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511p 그러나 본디 모든 일에 있어 몸가짐이 좋고 나쁨은 저마다 타고난 성질에 의하는 것임을 잊어선 아니됩니다. (테이레시아스)

 

516p 신은 자유자재한 모습으로 나타나므로 내가 단정해서 말할 것이 못 됩니다. (디오니소스)

 

523p 이 같은 변을 당한 뒤 어떤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하구나. 제아무리 화를 내더라도 나는 동요하지 않는다. 마음의 평정을 지키는 것이 군자의 도리이니까. (디오니소스)

 

526p 하오니 전화, 이 신이 어떠한 분이든 부디 이 나라로 맞아들이게 해 주십시오. 내가 들은 바로는 이 신의 이익은 여러 가지 있사오나, 그 가운데서도 사람의 근심을 없애 주는 포도주를 주신 분이 바로 이 바쿠스라 합니다. 이 세상에 술이 없으면, 다른 어떠한 즐거움도 허무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소몰이)

 

531p 인간 세상에서는 무엇을 지혜라 부르는가. 아니 오히려 적을 무찌르는 통쾌함,

     그보다 더 좋은 신의 선물이 또 있으랴. 좋은 것이란 항상 기분 좋은 것. (코러스)

 

532p 사람은 제각기 희망이 있어 그 희망이 이뤄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이 또한 있네. 그러므로 오늘 그리고 내일,

     그날그날에 행복이 있으면 그것을 참된 복이라고 우리는 부르네. (코러스)

 

536p 밤낮없이 밝고 경건한 마음으로, 그릇된 관습을 버리고 신을 숭배하라.

     그래야만 사람들 모두 복된 삶을 누릴지니라.

 

543p 하늘이 전과 똑같이 보이느냐, 아니면 어디가 달라 보이느냐? (카드모스)

 

544p 내가 왜 미쳐서 펜테우스를 죽였을까요? (아가베)

 신을 숭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펜테우스도 너와 같았던 거야. 그래서 신은 너희들을 함께 파멸시켰다. (카드모스)

 

547p 신의 뜻은 신비로움으로 나타나고, 신께서는 수많은 뜻밖의 일 하시네.

    인간이 바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뜻밖의 일을 신은 이룩하시네.

    이렇게 하여 지나가노라, 오늘 일도. (코러스)

 

히폴리토스

 

553p 거만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미움을 받는답니다. (시종장)

 

555p ! 인간에게 가장 불행한 것은 병이니, 어찌해야 좋을는지, 또 어떻게 해드리면 되는 것이지. ! 여기에 그렇게도 바라시던 신선한 공기와 눈부신 태양이 있어요. 이제 아씨의 고뇌도 궁궐 밖에 나와 버렸으면 좋겠군요. 아씨께서는 언제나 여기에 나오려고 하시면서 바로 또 대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시겠죠. 바라시는 것이 항상 흔들리고 있어요. 아씨는 도무지 즐거운 생각을 하지 않으세요. (유모)

 

555~556p 아씨에게 있는 것은 아씨를 못살게 굴고 아씨는 가망 없는 것을 바라고 계세요. 괴로워하는 사람을 돌보기보다는 병들이 있는 편이 낫습니다. 병자란 단지 괴로워할 뿐, 그를 간호하는 사람은 그 때문에 괴로워하고 지치는 거예요. 인간의 생활이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유모)

 

556p 그 불행은 떠날 때가 없어요. 산다는 것보다 즐거운 게 있다 하더라도 어두움이 그것을 휩싸고 우리 눈 앞에서 감춰버리지요. 땅 위에 존재들이란 찬란한 것처럼 보이게 마련이예요.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삶 이외의 삶, 가령 지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전혀 알 도리가 없죠. 더욱이 우리는 말이라는 존재에 묶여서 말의 노예가 되고 말죠. (유모)

 

556p 슬프구나. 밝은 샘에서 솟아오르고 차디차고 깨끗한 약수를 왜 마음껏 마실 수 없단 말인가? 왜 양말을 벗어 버린 하얀 발로 마음껏 풀을 밟으며, 풀섶에 누워 포플러 그늘을 이불 삼아 쉴 수 없단 말인가? (파이드라)

 

561p 인간에게 나쁜 일을 저지르게 하는 것은 본디 인간 정신이 가진 원래의 성질이 아니고 다른 어떤 것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 믿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으니, 우리는 선악의 판단은 올바르게 가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좋은 일만 행하지는 못해. 어떤 사람은 마음이 약해서,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이 약해서, 또 어떤 사람은 덕성보다 쾌락이 좋아서. 사람이 사는 곳에 쾌락이 많은 법이고, 긴 이야기라든가 빈둥거리는 일이라든가, 귀에 솔깃한 악행이나 수치심도 있는 법이지.

수치심에는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조금도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다른 하나는 가정마다 재앙의 대상이 된답니다. 만약 이 둘을 잘 구별 할 수 있었다면 똑 같은 이름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파이드라)

*수치심 : 파이드라는 하나는 좋고 다른 하나는 나쁜 두 가지 수치심을 구별하고 있다.

 좋은 수치심은 인간에게 수치스런 행동을 못하는 막는 것이고, 집에 재앙을 가져오는 수치심

 은 자기 자신의 이성이나 책임감보다는 가끔 더 강하게 나타나는 이웃 사람들의 평판이나

 소문을 말한다.

 

564p 신은 사랑하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을 북돋아 줄 것입니다. 이 사랑이 아씨에게 타격이 되지 않고, 이 불행을 행복한 결과가 되도록 하세요. (유모)

 

567p 조용히,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구나.

-> 극의 상황을 직접 표현해서 나타내는 것보다 이렇게 간접적인 방법으로 상황 전개를 할 수 있다. 다른 상황을 엿들어서 보여주는 형태는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더해 주는 것 같다.

 

568p 이러한 재앙과 같은 여자를 집에 들여놓자마자 재산을 모두 날려 버린다. 확실히 여성이 저주스럽다는 것은 딸을 낳아 길러 낸 아버지가 출가 때면 쓰일 지참금을 마련하여 쩔쩔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히폴리토스)

 

575p 편지판은 가증스런 일에 대해 절규하고 있어. 나를 짓누르는 불행을 어디로 피신시켜야 좋단 말인가? 이젠 파멸이로다. 여기 적혀 있는 사연은…… 이제 마지막이다. (테세우스)

 

576p ! 어떤 확실한 징표가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게 하여 참다운 친구와 거짓 친구를 구별짓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인간이란 진지한 목소리와 그렇지 않은 다른 목소리, 두 개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가 거짓 목소리를 정복하지 않으면 안 되지. 우리가 속아 넘어가서는 안 돼. (테세우스)

 

578p 그렇지만 제가 관여하지 않은 전혀 모르는 죄가 있다면, 지금 아버지가 설득했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죄인이 바로 저입니다. (히폴리토스)

 

580p ! 궁궐의 벽이여! 왜 입을 다물고 있느냐(히폴리토스)

 

581p 나처럼 불행한 사람이 어느 하늘 아래 또 있을까?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말했어야 할지 모르겠다. (히폴리토스)

 

585p 히폴리토스는 결코 그녀의 말에 넘어가지 않았어. 그렇지만 네가 귀찮아했기에 그는 쏟아진 말을 부인하지 않았던 거다. 그만큼 경건했지. 그런데 파이드라는 배신당하지 않을까 염려해서 엉터리 거짓 고발을 했고, 그래서 너는 네 아들을 죽인거야. 파이드라는 완전히 너를 설든시킨 거다. (아르테미스)

 

587p 나도 이젠, 히폴리토스야! 난 이제 살아 갈 즐거움마저 없어졌단다. 너 대신 내가 죽었음 좋으려만. (테세우스)

 

587p 무슨 말씀을. 아마 그런 일이 없었다면 저는 아버지 손에 죽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분노가 아버지의 눈을 멀게 한 것입니다.

 

588p 행복의 여신 아르테미스여, 안녕. 저는 아버지와 화해하겠습니다. 당신 뜻대로. , 어둠이 덮쳐 오는구나. 아버지! 저를 안아 주십시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뽈 끌로델

 

591p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단순함, 사람을 근접시키지 않는 거대함이 아마도 몇 세기에 걸쳐 모방뿐만 아니라 칭찬마저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중에서도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는 라틴 연극과 프랑스 연극에는 더욱 크고 깊은 영향을 주어 왔다.

 

592p 중국인은 이같이 원시적인 발상의 물질적 측면을 더욱더 강조해서, 벌이 죄에 따라 생기는 것은 얇은 청동판을 때릴 때 소리가 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악은 그것을 행한 인간에게 거의 물리적인 결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594p 따라서 삼부작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를 아테네의 민중들이 모여서 이루는 재판소인 아레오파고스 앞으로 인도해 간다. 이리하여 한 집안에 생긴 분쟁이 정념과 개인적 충동의 영역에서 보다 일반적이고 고차원적인 영역으로 옮겨진다. 그것은 첫째로 사회적 이해 관계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바로 이 시점에서 아이스킬로스의 종교적 천재는 일종의 예언자적 비전에 도달하는 것이다.

 

594p 미쳐 날뛰는 복수의 여신이 죄를 복수에 결부 짓는 일종의 연대를 살인자와 그녀들 사이에 만들어 내는 이 근친상간의 피, 살인자가 뒤집어쓴 피를 그녀들의 권리로서 요구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신들이 한 인간의 호소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마침내 정의가 자애의 간청을 받고 이처럼 차례로 계속된 정화 작업에서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된다.

 

594p 피의자 오른편에는 지성의 신 아폴론이 서고, 왼편에는 제우스의 딸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가 서는데, 그녀는 우리에게 성서의 승고한 비유 형상을 연상케 한다. 한 줄기 순수한 빛이 무서운 서류를 비추며 그 위를 고대 시인이 더듬어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아폴론의 말처럼, 서로 엇갈리는 죄의 끝없는 교환에는 마지막이 있는 것이다.

 멍엣줄이 풀린다. 구원의 수단은 있다.”

594p 살해된 어머니 위에 자애로운 위대한 아버지의 모습이 어슴푸레하게 그려져 간다. 그리고 아폴론은 다음과 같이 놀라운 말을 한다.

 사나이의 피를 땅이 빨아먹었을 때, 사람은 한 번 죽으면 소생할 길이 없다.

이 점만은 아버지 신께서도 스스로에게 필요한 말을 만들어 두지 않으셨다.”

 

595p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 교도는 이제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과연 아버지께서는 주문의 말을 만들어 두시기 않으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본질적인 말을 낳으셨다. 육으로 변한 말을! 아버지 신의 이마에서 태어난 아테나 여신보다도 훨씬 더 힘있는 자이다. 그 사람은 아버지 신의 심장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리하여 연설은 다음과 같이 승고한 말로 끝난다. 

 하늘과 땅의 만물이 그 변화에 있어서 복종하는 나의 아버지, 그 숨결은(오늘날 우리라면 그 정념이라고 말함) 노여움의 그것이 아니다.”

 

안티고네 대립과 소포클레스의 인간예찬  C.P. 시갈

 

601p 그녀는 두 사람의 대립을 보다 넓은 시야를 갖는 문제로 발전시켜 나간다. 그녀는 인간의 강제보다도 신의 명령을 택하고, 타협을 필요로 하는 인생을 거부하고 죽음이라는 절대를 취한다. 그녀의 역설적인 표현에 의하면, 이런 절대야말로 늘 살아 있는 것이다.

 

601p ‘정의(dike)’라는 말에 관해서도 두 사람의 태도는 다르다. 안티고네는 저 세상의 신들과 함께 살고 있는 정의의 신에게 호소하지만, 크레온은 더 뒤쪽에서 인간의 정의를 다시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 정의짓고, 개인적 생활에 있어서의 정의와 공적 생활에 있어서의 정의를 동일시하려고 한다. ‘집안일을 훌륭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랏일에 있어서도 공정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동일성에 대한 확신은 그 다음 장면에서 크게 동요한다. 정의의 문제는 가족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육친 사이에 일어나 공적 정의와 개인적 정의 사이에 쐐기가 박힌 꼴이 되기 때문이다.

 

602p 가장 낮은 차원에서이기는 하나 마찬가지로 죽을 결심을 하고 실행하는 하이몬만이 겨우 그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행위를 통해 그녀의 성실한 약혼자임을 증명하고 죽음의 형식으로 그녀와 결혼한다. 이와 같은 성격의 사람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불행한 사람들, 시체 위에 시체를 뉘이고 저승의 집에서 혼례식을 올린다.”

 

602~603p ‘기록되지 않은 법에 관한 안티고네의 연설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법과 정의이다. 무대 장치는 재판이고, 안티고네는 말하자면 공판에 붙여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5세기의 복잡하기 그지없는 도시 국가의 법과 법률 엄수주의는 현대 문명에 있어서의 가장 세분화된 도덕의 경우보다도 훨씬 더 넓은 적용 범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603p 보다 넓은 이 대립의 영역에 관해서는 안티고네의 연설에서 계속 쓰이고 있는 말 Kerdos(이익, 덕이라는 뜻)가 그 뜻을 확실히 한 것이다. 그녀는 자기의 시간이 끝나기 전에 죽는 것을 이라고 생각한다. “나같이 숱한 비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죽음에 의해 덕을 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나 이라는 말은 인간의 동기에 관한 크레온의 합리적이고 물리적인 견해를 특징짓기 위해서 희곡 전체를 통하여 쓰이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이다.

 

603p 그런데 안티고네의 입에서 나오면 이 말은 완전히 정반대의 뜻을 띠게 된다. , 강렬한 감정, 스스로의 영달이 아니라 파멸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자진해서 구하는(크레온과 같을 정도로 단호한) 비합리적인 결심을 나타낸다. 크레온의 합리주의는 안티고네의 저항을 만나자 모조리 무너져 아무런 힘도 없어진다. 죽음을 바라는 만큼 어리석은 자가 어디 있을 것인가라고 크레온의 법령을 포고할 때 코러스는 말했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그녀의 어리석음으로 드높여졌고 같은 말을 재판관에게도 한다. “하지만 만일 내가 지금 어리석은 행위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면, 나는 어리석음을 비난 받고 있는 게 되겠지요.” 안티고네는 희곡의 서두 장면에서, 자기가 어리석은 행위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내버려둬 달라고 간청하고 있는데, 그 자세는 마지막까지 바뀌지 않는다. 이것은 국가라는 정연한 남성의 이성에 대한 여성적 정념의 반항이다. 더구나 그녀는 자기 행위를 인간의 행위 가운데 합리적으로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 즉 생명을 희생하는 일로 보강하려 하는 것이다.

 

603~604p 크레온이 합리주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공격은 안티고네가 무대에서 사라진 뒤에도 느껴진다. 그 까닭은 이성과 지력(智力, phronein)이라는 주제가 이 희곡의 마지막 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온은 자기 지혜의 그릇됨을 가까스로 깨닫는다. 그리하여 교만한 말이 늘그막에 이르러 지혜를 가르친다라는 코러스의 경고 속에 드라마는 끝난다.

 

604p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있어 그의 등장 이전과 이후, 그리스 사상의 대부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것은 본디 신의 영역이다. 하나의 영역이 끝난 데에서 다른 영역이 시작되므로, 경계선을 넘는다는 것은 존재하는 것에 대한 위험한 모독 행위가 된다. 바로 이것은 인간 조건에 귀납된 너 자신을 알라의 문제인 것이다. 이 희곡에서는 후기의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식 또는 그와 비슷한 것은 인간 힘의 한계를 뚜렷이 하고, 알 수 없는 것, 다스릴 수 없는 것, 성스러운 것의 영역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대조한다.

 

604p 여기서 이야기를 안티고네의 중요한 연설로 되돌려 보자. 그녀가 신의 법에 관하여 논하면서, 인간이 그 법의 기원을 모르는(아무도 그것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는)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안티고네는 그 뒤 크레온과의 절박한 대화 속에서 그의 법, 공정, 경건에 관한 확고한 주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인간의 무지에 관하여 의견을 말한다. 이런 것들이 저승에서도 옳고 거룩한 것인지를 누가 알고 있을까요?”

 

606p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거리는 이렇게 해서 더욱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된다. 언제나 더러움이나 경의에 관하여 말하는 인간이, 사실은 가장 경의가 모자라는 태도로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이 희곡이 지닌 아이러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내버려 둔 거리를 부정의 위험 속에 빠뜨리는 사나이가 안티고네를 생매장하는 편법으로 부정을 피하려 한다. (포고는 본디 돌로 때려 죽인다고 했다). 처형되는 것은 안티고네이지만, 신들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은 그녀 쪽이다. “신을 경배하였기 때문에 나는 불경의 죄를 받았으니까요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는데, 희곡 속에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하는 대신 다시 한 번 그녀의 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 딸이 신을 경배한 까닭에 누구로부터 어떤 고초를 겪고 있는지를.”

 

607p 안티고네의 입장이 나타내는 비극적 역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일을 받아들이는 안티고네 쪽이 인생의 복잡성을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신들, 인간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신들에 대해 진정한 정의를 갖지 않는 크레온은, 인간의 영역 안에서의 복잡성조차 알지 못한다. 그 결과 그는 정과 악, 분별과 어리석음, 젊음과 늙음, 남성과 여성 같은 조잡한 대립의 범주로 분류해서 세계를 보고 있다. 그는 코러스를 향해 늙은이답지 않게 어리석다고 하며 비웃고, 아들의 간언에 대해서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608p 이스메네는 자기가 여자라는 것을 부정적인 하나의 약점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거기에서 힘의 원천을 발견한다. 이스메네는 크레온의 견해에 굴복한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반항을 하고, 자기의 성격 속에서 힘찬 히로이즘을 발견한다.

 

608p 그것은 모든 일을 둘로 나누어 생각하는 크레온의 방법을 가로막고, 안티고네가 죽은 뒤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역시 여자다운 에우리디케의 죽음에 그 반향을 남기는 것이다.

 크레온에 대한 대담하기 그지없는 반대에서 뚜렷해지는 것은 그녀의 행위보다도 오히려 그녀의 성격일 것이다. 크레온과의 최초의 가장 중요한 충돌은 다음 대사로 끝나고 있다.

 나는 서로 미워하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도록 태어났어요. “

 

608~609p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첫 번째 만남의 끝머리에서, 안티고네의 서로 사랑하도록 나는 태어났어요라고 하는 대사에 대답하여, 크레온은 그의 특징인 -, 우수한 것-뒤떨어지는 것이라는 이분법의 하나를 끌어내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그렇다면 저승으로 가서 놈들을 사랑하려무나. 만일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면, 너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 여자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

 

611p 안티고네의 니오베는 온갖 감정과 슬픔을 가진 인간인 동시에, 또 비정한 자연에 속해 있는 존재이다. 바로 그녀는 두 개의 영역으로 결합하는 상징적 인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제1스타시몬에 있어서 처럼 눈이나 비는 악의에 찬 무기가 아니라, 지금은 자기 얼굴인 바위의 융기를 타고 흐르는 니오베 자신의 눈물인 것이다.

 그녀가 쇠잔해져서 가만히 있노라니 비와 눈이 말 상대가 되었다.

 슬퍼하는 눈에서 물이 흘러내려 돌의 몸뚱이를 적신다.”

니오베도 역시 안티고네처럼 과잉된 사랑과 긍지 때문에 괴로워했다. 그리하여 안티고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독과 슬픔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612p 하이몬은 아버지에게 양보를 권할 때, 겨울의 홍수에서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가지를 물의 흐름에 맡기고 있는 나무를 예를 들었으며, 인간의 지혜에 관하여 말하고 나서 아버지에게 충언을 한다. 양보야말로 크레온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말이다. 테이레시아스와 만난 뒤 그의 진술에서는 더욱 깊은 아이러니를 볼 수 있다. 굽히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저항을 해서 나의 자랑스러운 영혼을 재액으로 파멸시키는 일도 못할 노릇이오.” 이리하여 부득이 양보를 강요당했을 때, 크레온은 작품의 처음에 나오는 인간의 지배력을 찬미하는 선도구를 메아리치게 한다. 경탄할 만한 것은 많이 있으나 인간보다 근사한 것은 없다.

 

612p 마찬가지로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양보를 거부하는 안티고네는 인간의 위대함을 보다 더 완전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이 위대함도 또한 크레온의 한계에 대조시켜서 측량해야 할 것이다. 양보하지 않는 두 가지 형의 대조는 크레온의 긴 호언장담을 저지하는 안티고네의 긴박한 1행으로 멋지게 그려지고 있다. “나를 체포하여 사형에 처하는 것 이상의 무엇을 바라십니까?”

 다음에 하이몬이 등장해서 양보의 모티브가 처음으로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장면에서는 크레온의 힘의 한계가 더욱 명백해진다.

 

616p 안티고네의 죽은 사람은 그의 형이지 노예가 아니예요라는 간결한 대답의 핵심에 있는 것은 그녀의 이른바 정리, 모욕할 수 없는 인간성이며, 폴리네이케스를 그녀가 느끼고 있는 것보다는 작은 존재라고 간주하는 것에 대한 거부이다.

 

617p 크레온이 인간 관계를 동물처럼 다룬 일이 이렇게 해서 스스로에게 되돌아왔다. 그는 자기 주위에 대하여 익숙해질 것과 복종을 구했지만, 크레온은 전에 자기가 인간 일반에게 짊어지운 인간 멸시에 대한 지불을 아들을 통해서 치르는 것이다.

 

624p 송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이 지배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유일한 것은 죽음이다. 죽음은 인간이 지닌 위대성의 최대의 시금석이요, 인간성의 주장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624p 안티고네의 견해가 이상주의처럼 보이지만, 본래의 비극적인 의미에서는 크레온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소포클레스가 말하는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인간의 존재 조건을 충분히 안다는 것이므로, 이것은 바로 늙지 않는 무한한 힘을 갖는 신들, 말하자면 바꿀 수 없는 우주의 진실을 받아들임을 뜻한다.

 

624~625p 소포클레스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며 그것을 실행할 힘을 가지고 있다. 또는 발견할 수 있다라고, 크레온은 폐하고서도 여전히 의한 <오이디푸스 왕>의 종막에 있어서의 주인공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파멸에 임하여서는 자살하지 않는다. 그는 괴로워하고, 그리고 견딘다.

 

625p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위대성의 평가라는 점에서, 새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을 만들게 한 정치가나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말한 철학자의 동시대 사람인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특질을 그 위대한 순간에 있어서 신들의 실재를 인식하는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점에서 세계적인 비극 시인이다. 1스타시몬은 인간 예찬으로서 바르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소포클레스가 인간의 무엇을 칭찬하려 했는가는 작품 전체를 통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송가에서 장로들은 이렇게 노래 부르고 있다.

 위대한 것은, 괴로움이나 재액 없이 인간을 찾지 않는다.”

 

에우리피데스의 <바쿠스의 여신도들> K. 케레니

 

636p 펜테우스라는 이름은 수난의 사나이라고 번역할 수 있으며, 그리스인도, 에우리페데스조차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이 이름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은 미리 수난을 당하게끔 규정되어 있었던 자뿐이므로, 그것은 사람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에게 수난을 나타내 보이는 위상에 있어서의 신의 이름이었다. 그것은 우선은 수난에 무릎 꿇고 있지만, 곧 그것을 뛰어넘어가는 존재이다.

 

636~637p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에 있어서는, 디오니소스가 적, 추적자에게 상대하는 것처럼 펜테우스와 상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적대조차도 시인이 적 속에서 디오니소스의 분신을 나타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디오니소스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는 여자 옷차림을 하고 등장하지 않으면 안 되고, 동물 모습을 한 포도신의 대리자처럼 갈갈이 찢기지 않으면 안 된다.

 

637p 우리가 모든 비극 가운데에서 디오니소스적인 <바쿠스의 여신도들>속에서 이 원초적 드라마의 명료한 재출현을 인정한다면, <수난의 그리스도>의 저자인 그리스도교 시인이, 그리스어로 전해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모든 말보다도 더한 신의 어머니의 한탄의 말을, 아가베가 아들의 시체를 끌어안고 자기로서는 모르는 희생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오늘날 절반은 잃어버린 그 장면에서 빌려 왔다는 사실이 이상할 게 없어지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고대의 고전 작품에서 빌려 온 것이기는 했지만, 그와 함께 신화에서 직접 솟아나온 것이기도 했다.

 

그리스 비극 극장 상연 관객

 

655p 작자가 장면의 변화를 제약 받고 있기 때문에 당하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면한 무대 밖에서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그 빠져 나갈 방법 가운데 하나는 사자에 의한 보고라는 형식인데, 이는 벌써 아이스킬로스가 <페르시아인>에서 살라미스 해전 상황을 페르시아 궁전에 보고하는 데서 이용했고, 소포클레스도 즐겨 이 법을 썼다.

 

656p 비극 배우는 긴 옷, 가면 등으로 자유로운 행동이 어려운데다가, 가면은 얼굴 표정 변화의 표출을 방해한다. 옥외의 몇만이라는 관중을 상대로, 넓은 오케스트라를 사이에 둔 극장에서는 목소리의 미묘한 뉘앙스에 의한 감정표출도 또한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옥내의 극이 갖는 여러 가지 기교를 쓸 수는 없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스 비극은, 현재의 영화가 대사를 극단적으로 단축시켜서 배우의 행동에 따라 줄거리의 진전을 알리려고 하는 것과는 반대로, 독백이나 대화로 줄거리를 알렸으며, 등장 인물의 생각이나 감정을 말하여 다투고 토론하고 화해한다.

 

3. 내가 저자라면

 

 그리스 비극 3대 비극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을 각 4편씩 담고 있다. 먼저, ‘비극의 창조자인 아이스킬로스의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와 현존하는 유일한 비극 3부작인 <오레스테이아>가 실려있다. 다음은 뛰어난 인품으로 아테네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엘렉트라>이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인간의 모습을 충실하게 그려낸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 <트로이의 여인들>, <바쿠스의 여신도들>, <히폴리토스>가 옮겨져 있다. 

세 작가 모두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신과 인간 내면의 성찰을 통해서 비극이라는 예술장르를 종합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들의 작품은 고대 그리스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연되고 읽혀지고 있다. 그리고 수 많은 예술작품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과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이 책에는 작품마다 저자에 대한 소개와 배경이야기를 서두에 언급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대해 읽고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인지한 독자의 경우에는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지만, 처음 그리스 비극을 접하는 독자 경우에는 선뜻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배경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 따라서, 앞서 진행되어온 이야기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들이 담겨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양한 독자의 시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맨 뒷부분에 그리스 비극 극장 상연 관객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켰다. 그 내용 중에 그리스 비극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면서, 세익스피어식의 비극에 대한 내용을 짧게 언급하였는데, 세부적인 비교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다. 꼭 세익스피어에 책을 읽어 봐야겠다.

  

내가 저자라면, 각 작품 내에 장면들의 배경 무대를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싶다. 그래서 현대식으로 막이 넘어갈 때마다 대화의 제목을 달아서 언급한다면 전개되는 대화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끝나서도 그 장면에 대한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물론 짧은 내용의 비극내용은 상관없겠지만 배경이 많고 긴 내용이라면 구분해서 구성하고 싶은 바램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내가 직접 저자가 되어, 그리스 비극 형식을 빌려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는데, 확실히 1인칭 작가 또는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주인공의 심리묘사하는 것 보다 훨씬 다양하고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무대 배경에 대한 제약 때문에, 공간 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서 작가에 대한 깊은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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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문윤정
2012.05.07 10:13:57 *.85.249.182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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