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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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을 훔친 아이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엇인가를 무척 가지고 싶은 나이, 눈에 보이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문방구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 곳에 가면 신기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 중에서 아이의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폭죽이다. 하늘 위로 올라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지만, 밤 하늘에 터지면 수 많은 별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오는 사람
아이: 초등학교 2학년, 아직 내면의 선과 악을 다스리지 못한다.
주인: 아이들 세계에서 절대권력의 힘을 가진 자, 훔친 자에게 가혹한 벌을 내린다.
빛: 아이 내면의 선을 주관하고 있으나 늘 그림자에게 설득 당한다.
그림자: 아이의 욕망을 충동질하지만, 벌에 내려지면 방관하며 뒤로 물러난다.
친구: 남의 일에 참견을 잘하고 아이의 잘못을 비판한다.
주인 아들: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 항상 불만을 가지고 못마땅해 한다.
선생님: 아이의 담임선생님
코러스: 아이 주변을 항상 따라다니면서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신의 천사들
무대: 초등학교 입구 옆에 있는 작은 문방구
빛과 그림자가 입장, 두 심령은 가면을 쓰고 있다. 그리고 문방구 주인이 아이의 한쪽 귀를 붙잡고 들어 온다.
주인: 이 녀석,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저 구석에서 네가 한 나쁜 짓을 다 지켜봤어.
아이: 잘못했어요 아저씨,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주인: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너는 벌을 받아야 해. 저기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어.
빛: 구경만 하고 가자고 했잖아
그림자: 주인이 없는 줄 알았지, 저 주인은 나보다 더 사악한 그림자를 가지고 있군.
빛: 이제는 어쩔 거야, 저 아이를 보라구.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치욕 당하는 것을, 친구들이 보면서 수근 거리고 있어, 고개를 못 들고 있잖아.
코러스: 아~ 불쌍해라.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처럼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어요.
어린 아이가 무엇을 안다고, 저런 형벌을 내리는 것이죠.
힘겹게 올라간 두 팔을 보세요, 아틀란스가 땅과 하늘을 떠 받치고 있는 모습이예요.
그림자: 프로메테우스는 날개 돋친 독수리에게 가슴이 찢겨지고 고깃점이 뜯겨지는 형벌을 받았어,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저 정도 고통을 이겨내야지.
빛: 프로메테우스는 신이야, 자신의 운명 알면서도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어. 온전히 자신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구. 하지만 이 아이는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뜬 거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 보다는 큰 충격으로 받아 들일 거야, 세상이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는 느낌처럼 말이야.
문방구 주인이 퇴장하고 아이 친구가 등장한다.
친구: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아이: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그만…….
친구: 너 미쳤구나, 지금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너를 보고 있어, 나 같으면 창피해서라도 이런 짓 못할거야. 너 선생님이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빛: 아이를 위로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겁만 주고 있잖아.
그림자: 이것도 벌 중에 하나야, 치욕을 견뎌야 하지, 저기 어둠 속에서 웃고 있는 주인아저씨를 보라구.
아이: 부탁이 있는데, 선생님한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친구: 그래, 하지만 소용 없어, 벌써 우리 반 아이들이 다 보았을 거고, 지금쯤 선생님도 알고 있을거야.
아이: 아~ 괴롭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군다)
코러스: 너를 바라보니 눈물이 뜨거워져요.
조금씩 저려오는 너의 다리는 곧 굳어져 버릴 것 같아요.
너의 팔은 너무 힘겨워서 부들부들 떨어있어요.
너의 얼굴은 천근만근 땅에 닿을 것 같아요.
아이 친구가 퇴장하고, 주인 아들이 등장한다.
주인아들: 너 훔치다가 우리 아버지에게 들켰구나? 그래도 울지는 않는구나.
아이: 내가 잘못한 건데, 울긴 왜 울어, 벌을 받아야지.
주인아들: 나는 이곳에 있는 물건을 매일 훔쳐가, 아버지 몰래 말이지, 없어지는 물건들이 내가 가져 갔다는 것을 아버지는 모르고 있을걸, 그래서 없어진 물건을 볼 때마다 다른 아이들 욕을 하지, 자기 아들이 가져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면서 말이야.
아이: 그럼 넌 한번도 들키지 않는 거니?
주인아들: 아니, 처음에 몇 번 들켰지, 엄청 혼이 났어, 그런데 오기가 생겨서 더 훔치고 싶은 거야, 일종의 반항심이지.
아이: 나 같으면 혼이 나면, 다음부턴 안 그럴텐데…….
주인아들: 나름대로 가져간 이유가 있는데, 훔쳐갔다고 단정 짓고는 무작정 야단만 치는 거야. 그 물건이 왜 그렇게 필요했는지 물어봐야 할 것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그 물건들이 소중한 거지. 안 그래?
아이: 나도 그랬어, 무작정 큰소리치면서 내 귀를 잡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어.
주인아들: 어른들은 다 그래, 자기 생각만 하는 거야, 남 생각은 죽어도 안 하지. 그래, 넌 무엇을 훔친 거니?
아이: 폭죽이야,
주인아들: 나도 폭죽을 좋아하는데, 왜 필요한 거니?
아이: 낮에도 별을 보고 싶어서…….
주인아들: 폭죽은 밤에 해야 멋있어, 너 불꽃놀이 안 봤니? 밤에 하면 수 많은 별을 볼 수 있어.
아이: 그건 알아, 밤에는 별이 반짝이잖아, 그 별들 속에서 엄마 별을 찾을 수 있거든. 하지만 낮에는 엄마 별이 안 보여, 너무 밝아서 말이야.
주인아들: 무슨 사연이 있구나.
코러스: 우리에게 모든 걸 알려 주세요. 어떻게 된 일인지 들려 주세요.
아이: 작년에 엄마가 돌아가셨어, 그 뒤로 아빠한테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많이 보챘어.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야. 그럴때면, 아빠는 밤 하늘에 별을 가리키면서 엄마 별자리를 알려주셨어. 유난히 반짝이는 별이 엄마 별이래. 그 다음부턴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밤 하늘에 떠 있는 엄마 별을 봐. 그러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 지거든.
오늘이 엄마 생일이거든, 그래서 아침부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거야. 폭죽을 터트리면 엄마 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났어. 그래서 여기에 온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만…….
빛: 이제야 알 것 같아, 아침부터 엄마 사진을 찾고 한참 바라보고 있었던 이유를, 다른 아이가 엄마 손 잡고 걸어오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던 이유를 말이야.
그림자: 그래서 내 말을 잘 들었구나, 평소에는 나를 거들떠도 안 보더니.
주인아들: 이런 사연도 모르고 우리 아빠는 묻지도 않고 야단만 치다니. 내가 대신 사과할께.
아이: 아니야, 괜찮아. 내가 힘든 것은 벌을 받고 있어서가 아니야, 하늘에 엄마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무거워.
빛과 그림자, 주인아들이 퇴장하고 선생님이 등장한다.
선생님: 많이 힘들었지? 이제 그만 손 내려, 문방구 아저씨하고 얘기했어.
아이: 죄송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그래, 다음부턴 그러지 않기로 선생님하고 약속하자.
아이: 네, 선생님.
선생님과 아이는 손을 잡고 일어선다.
선생님: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나 보구나.
아이: 어떻게 아셨어요?
선생님: 며칠 전에 아빠가 다녀갔어. 오늘 엄마생일이니깐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하셨거든.
아이: ……
선생님: 선생님하고 운동장에서 폭죽 한 번 터트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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