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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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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7일 11시 35분 등록
 

11. 저자에 대해서


1) 저자 조사


아이스킬로스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의 한 사람인 아이스킬로스는 아테네에서 서북으로 20킬로미터쯤 떨어진 데메테르 여신의 유명한 성지 엘레우시스에서 기원전 53년 무렵 태어났다고 한다. 소포크레스보다는 30세쯤 위이고 에우리피데스와는 40년의 차이가 있다. 20대에 극작가 대열에 끼었으나 연극 경연에서의 첫 번 우승은 비교적 늦어 기원전 484년(41세)로 되어 있으며 그 뒤 열두번의 우승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스킬로스의 생애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은 아마 기원전 490년 무렵 제 1차 페르시아 전쟁에 출정하여 마라톤 평원에서 싸운 일일 것이다. 기원전 470년 무렵 지중해 서쪽의 패권을 잡고 대도시 시라쿠사의 참주로서 유명한 히에론의 초청을 받아 시칠리아로 건너가 자작 비극 <페르시아인>을 상연했다. 그는 아테네로 돌아와 여러 비극을 상연하고 기원전 456년 시칠리아 섬의 젤라 시에서 69세에 세상을 떠났다. 90여 편의 작품을 썼고 그 중 7편이 전한다. 이 비극들을 보면 아이스킬로스가 매우 분방하고 웅대한 상상력을 지녔으며 기개와 도량이 고매한 시인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취한 가운데 정신없이 신의 힘을 빌려 비극을 제작했다’고 전해지는 것도 옳은 말이다. 그런 한편으로 싯구가 덜 다듬어졌다든가 우아하지 않다든가 거칠다든가 또는 웅대하고 장중하지만 너무 과장되고 조야하며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평을 예로부터 듣기도 했다. 아이스킬로스는 힘차고 특히 남성적인 가락에 뛰어났다. 


소포클레스


소포클레스 (기원전 496~406)는 아테네의 변두리인 콜로노스 히피오스에서 무기 제조업자 소필로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기원전 468년에 이미 선배이며 그 즈음 제일 가는 비극 시인인 아이스킬로스를 비극 경연에서 물리치고 1등상을 받았다. 평생 동안 24번의 승리를 차지했다고 전해진다. 기원전 443~423년 사이에는 아테네 제국의 재정관 헬레노타미아스 자리에 임명되었다. 기원전 441년에는 장군으로 펠리클레스와 함께 사모스에 원정했고, 펠로폰네소스 전쟁 동안에는 니키아스의 동료로 다시 장군이 되었으며, 시칠리아 원정 뒤에 일어난 나라의 위기에 맞딱뜨려서는 프로블로스로 선출되어 조국의 재건을 위해 힘썼다. 왕성한 창작여정을 보였다. 90세의 늙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창작력은 조금도 쇠퇴하지 않았으며, 걸작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그의 유작이다. 그는 아이스킬로스의 뒤를 이어 비극의 완성을 위해 노력했고, 코러스 대원의 수를 12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 지금까지 2명이었던 배우 소를 3명으로 늘리고 무대 배경에도 새로운 방법을 끌어들였다. 한편 아이스킬로스는 3부작 형식을 취했으나 소포클레스는 그 관습을 버리고 동시 상연의 세 비극을 저마다 독립시켰다.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자신이 아이스킬로스와 같은 장엄하고 화려한 것, 기교적이고 엄숙한 것, 끝으로 성격묘사에 알맞은 것 3단게로 나누었는데 오늘날 남아있는 작품의 대부분은 2기 끝무렵부터 3기에 드는 작품들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고귀하고 성급한 자기의 의지를 관찰시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신은 냉혹하고 인간의 마음 따위는 달걀 껍질처럼 짓밟아 버린다. 여기에 무서운 비극이 생겨난다. 그러나 뒤의 3편에서 지은이는 아름다고 따뜻하 인간성과 신과의 화해를 추구하고 있다.


에우리피데스


태어난 연대가 기원전 480년 경이라는 것이 가장 널리 인정되어 온 듯 하지만, 이보다 4년에서 5년 앞당기는 설도 있어 확실히 알 수 없다. 제 2차 페르시아 전쟁 때라는 애매한 연대로 만족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집안은 부유한 지주 계급으로 어머니도 상당히 좋은 가문 출신이었다고 추측된다. 그가 충분히 교육을 받은 것은 틀림없으며 당시로서는 드문 장서가 집안이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일부에서 전해지고 있듯, 가난한 장사꾼의 아들이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그가 비극 작가로 데뷔한 것은 기원전 455년 이었다고 한다. 바로 이 해에 자작의 4부작으로 비극 경연에 참가하여 예선을 통과하였다. 에우리피데스 작품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완전하거나 완전에 가까운 극의 수는 19편이다. 에우리피데스는 본시 명상적인 성격의 작가로 정치나 사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가능한 고독 속에 있으면서 사색이나 극작에 몰두했다고 전해진다. 에우리피데스는 작품의 제재를 관습대로 신화와 전설에서 땄지만 극중 인물들은 신이나 영웅이라든가 일상의 인간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여성의 다양한 성격과 세밀한 심리 분석, 묘사에 이르러서는 고대 작가로서 그를 앞지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2. 내가 저자라면


1) 에우리피데스의 방식으로 인물들을 더 다루겠음

나는 여기에 소개된 세 작가 중에서 에우리피데스의 글이 가장 읽기에 수월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가장 인간적인 여성의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작가 소개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신화적 인물인 메디아 부분이 있어서 거기 먼저 읽었고, 뒤의 그의 작품도 수월히 읽었다. 술술 읽히는 원인을 탐색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글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에우리피데스는 작품의 제재를 관습대로 신화와 전설에서 땄지만 극중 인물들은 신이나 영웅이라든가 일상의 인간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여성의 다양한 성격과 세밀한 심리 분석, 묘사에 이르러서는 고대 작가로서 그를 앞지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신화적인 인물이지만 일상의 인물들이 격었음직한 이야기로 풀어나갈 때 가장 이해가 잘 되었다. 그런데 한편 메디아의 경우 남편에게 상처주기 위해 아이들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 사랑의 부족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현대의 우리는 심리학의 상식을 빌어 이런저런 다른 것들을 더 이유로 추측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천 년 후에도 기원전에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이 유효한 것을 본다. 이 점이 신비롭다.


2) 죄와 벌에 대한 해결책 -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그리스 비극의 작가나 제목은 다르지만 크게는 오이디푸스왕 가족의 이야기와 엘렉트라, 아가멤논 일가의 이야기가 연관되어 있었다. 두 가지 모두가 던지는 질문이 있다. 친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살인에 대해 어떻게 죄를 묻고 어디까지가 용서의 방식이고 그 죄를 감당하는 방법인지 하는 질문이다. 신이 복수를 명령했다는 것도, 신이 충동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도 다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어떤 법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곰곰해진다. 죄에 대한 균형의 의미에서 복수가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아폴론의 신탁은 맞다. 그렇지만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처럼 우리는 의도적으로 무엇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피를 부르는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면 끝이 안 날 것 같다. 그럼 무엇이 대안일까?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아이스킬로스

오레스테이아 3부작


이 극이 그리스 비극 가운데서도 특히 중시되고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시인의 대표작이며, 또한 그리스 비극의 전형적인 3부작 양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 11


그리스 비극은 관객이 그 줄거리를 대체로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 11


이 이야기의 머리글을 모변 아가멤논 일가, 즉 증조부 탄탈로스에서 시작하여 할아버지 펠롭스에서 아버지 아트레우스를 거쳐, 아트레우스 집안(아트레이다이)이라고도 펠롭스집안(펠로피다이)이라고도, 또는 탄탈리다이라고도 불리는 이 오래된 집안은 대대로 누리는 신의 은총에 교만해져서 난폭한 행위를 거듭했다. 특히 아트레우스와 동생 티에스테스는 미테네와 아르고스의 왕위를 다투어 피를 피로 갚는 혈족끼리의 살육을 일삼아 왔다. 탄탈로스가 아들 펠롭스를 삶아 그 고기를 신들의 향연에 제물로 바친 일, 아트레우스가 테에스테스의 아들들을 토막내어 역시 그 고기를 아버지 티에서테스에게 먹인 일 등은 극 중에서도 종종 시사되고 있다. 아트레우스 집안인 아가멤논 일가는 이들 아이들의 피로 물들어 있는 것이다. 아이기스토스는 이 티에스테스의 막내아들이어서 다행히 이런 재앙을 피했다. 그이 불의도 이를테면 일종의 복수 행위였다. 그러나 이같은 난폭함과 교만, 도리에 어긋난 행위도 정의의 재판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 피를 피로 갚는 보복의 되풀이에서는 영원히 정상적인 평화로운 사회 정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스킬로스가 이 3부작에서 나타내려 한 것은 단순히 이러한 사회극이나 윤리극이나 사상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은 종교적인 바탕에 의해 도 정의에 대한 사라응로 침투되고 있기는 하다. - 12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의 한 사람인 아이스킬로스는 아테네에서 서북으로 20킬로미터쯤 떨어진 데메테르 여신의 유명한 성지 엘레우시스에서 기원전 53년 무렵 태어났다고 한다.... 소포크레스보다는 30세쯤 위이고 에우리피데스와는 40년의 차이가 있다....20대에 극작가 대열에 끼었으나 연극 경연에서의 첫 번 우승은 비교적 늦어 기원전 484년(41세)로 되어 있으며 그 뒤 열두번의 우승을 거듭하고 있다. - 12


아이스킬로스의 생애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은 아마 기원전 490년 무렵 제 1차 페르시아 전쟁에 출정하여 마라톤 평원에서 싸운 일일 것이다. - 13


기원전 470년 무렵 지중해 서쪽의 패권을 잡고 대도시 시라쿠사의 참주로서 유명한 히에론의 초청을 받아 시칠리아로 건너가 자작 비극 <페르시아인>을 상연했다....아테네로 돌아와 여러 비극을 상연하고 기원전 456년 시칠리아 섬의 젤라 시에서 69세에 세상을 떠났다. - 13


90여편의 작품을 썼고 그 중 7편이 전한다. -13


이 비극들을 보면 아이스킬로스가 매우 분방하고 웅대한 상상력을 지녔으며 기개와 도량이 고매한 시인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취한 가운데 정신없이 신의 힘을 빌려 비극을 제작했다’고 전해지는 것도 옳은 말이다. - 14


그런 한편으로 싯구가 덜 다듬에졌다든가 우아하지 않다든ㄷ가 거칠다든가 또는 웅대하고 장중하지만 너무 과장되고 조야하며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평을 예로부터 들어왔다. - 14


그러나 아이스킬로스에게는 아르카이크 조각의 걸작과도 비교할 수 있는 아취 있는 힘찬 아름다움, 도리스 원기둥의 신전과도 같은 장대함(그것은 남극의 강렬한 햇빛에도 지지 않는다)이 엿보인다. 참다운 시인, 위대한 사상가이며 예언자, 끝없이 솟아나는 공상과 구상력ㄷ의 소유자인 아이스킬로스는 힘차고 특히 남성적인 (정녕 마라톤 평원의 승리자) 리듬과 가락에 몹시 뛰어나... - 14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


힘 : (프로메테우스에게) 네 이름이 ‘미리 생각한다’는 뜻이라지? 잘못된 이름이야, 너한테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란 말이야 - 18


나는 인간에게 좋은 선물을 주었지. 그래서 이같이 사슬에 묶인 거야. 불의 숨은 원천을 찾아냈거든. 그걸 훔쳐 인간에게 주었어. 이 불은 인간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주고 휼륭한 자원이 되는 거야. 내가 지은 죄란 바로 이것이야. 그래서 지붕도 없는 이 바위에 사슬로 묶인 채 꼼짝 못하게 된 것이지 - 19


자기 아버지가 차지하고 있던 왕위를 제 손아귀에 넣기 무섭게 그는 곧 여러 신들에게 특권과 권력을 고루 나누어 주었어. 그러면서도 가엾은 인간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어. 인간을 말살해버리고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 내려는 속셈에서였지. 이 계획에 반기를 든 것은 결국 나밖에 없었어. 나는 감히 그와 맞섰단 말이야 - 23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에게 내가 선심을 베풀고 훌륭한 선물을 주었다는 그 사실 뿐이오. 그들은 앞을 보지도 못하고, 소리를 들을 줄도 몰랐지. 마치 꿈 속에서처럼 되는 대로 살고 있더군. 벽돌이나 잘 자란 나무을 가지고 태양을 가릴 만한 집 한 채도 지을 줄 몰랐어. 가냘픈 개미 떼들이 햇빛도 안 드는 저 땅 속 깊이 묻혀 살 듯이 인간들은 동굴 속에서 살고 있었어.,,,사계절을 가늠하는 별들이 떴다 졌다 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나한테 배웠고 무엇보다도 으뜸가는 기술인 셈하기와 문자의 사용법 같은 것도 가르쳐 주었어. 모든 예술의 어머니의 상상력도 주었지. 짐승을 붙잡아 멍에를 걸고 인간 대신 땅을 갈게 해 힘든 일을 시키도록 한 것도 바로 나였다. 고삐 달린 말을 마차에 매달아 부자들의 사치심을 충족시킨 것도 나야. 뱃사람들이 타고 있는 저 날개 돋친 배를 발명해 낸 것도 바로 나였지. 인간들에게 이러한 모든 것을 가르쳐 가며 도와 주었으나 이제 와서는 나 자신을 구출할 만한 지혜조차도 없는 내가 말이야 - 30


이나코스의 따님 내 말을 들어보십시오. 잘 들어 가슴 속에 간직해 두십시오. 그대의 행로가 언제 그칠는지 알아두시란 말씀입니다. 첫째로 해뜨는 쪽을 향해 한 번도 사람의 손이 닿아본 일이 없는 벌판을 걸어가시오. 그러면 유랑의 무리 스키타이 족들이 바퀴 달린 달구지 위에 버들가지 집을 짓고 사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그들은 무장을 하고 있어요. 멀리서도 맞힐 수 있는 활을 가지고 있지요. 그들이 있는 곳에 가까이 가면 안됩니다. 대신 파도가 소리치는 해안을 따라 그들의 땅을 지나쳐 버리십시오. 왼쪽에는 무쇠를 손질하며 사는 칼리베스 족이 있을 겁니다. 이들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유순한 종족이 아니니까요. 낯선 사람이 감히 다가설 수 없는 무리들이죠. 다음에는 오만불손이란 이름을 가진 강에 다다를 것입니다. 이름값을 하는 강이지요. 여기서 강을 건너시면 안되요. 쉽사리 건너갈 수 있느 강이 아니랍니다. 우선 카우카소스 산까지 가세요. 이 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강줄기가 바로 이 산봉우리에서 흘러내리고 있으니까요. 별 가까이까지 높이 솟은 이 산봉우리를 넘으십시오. - 37

이 외로운 여정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50명 중 단 한 사람만이 사랑의 위력에 눌려 계획을 바꾸게 되지요. 그리하여 옆에 누운 사나이를 죽이지 않고 살인자가 되는 대신 비겁자란 이름을 받는 겁니다. 그 여자가 아르고스의 왕족을 잉태할 겁니다...하여간 그 여자의 후손 중에서 영웅이 하나 태어날 겁니다. 용감무쌍한데다가 활의 명수지요. 그가 바로 나를 석방시켜줄 겁니다. - 42


아가멤논


등자에서 자신의 죽을 운명을 예언하며 성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카산드라의 행동과 비통한 부르짖음은 긴장과 불길한 예상으로 극장 안을 가득 채우는 시인의 뛰어난 창조이다. 한편 아르고스의 장로들로 이루어진 코러스는 아이스킬로스 특유의 높은 모럴과 깊은 종교적인 사념으로 아트레우스 집안의 운명과 집념의 결말, 교만과 포만이 파국을 부른다는 것, 사람들은 오직 고뇌에 의해서만 배운다는 것, 행위에는 반드시 보답이 있다는 것을 노래한다. 그 기조는 차라리 일신교적인 제우스의 정의와 섭리에 대한 신앙이다. - 50


연장자 어른은 입을 열어 말하였다.

그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내 운명은 가혹하리라

만일 내가 우리 집안의 기쁨은

저 딸을 죽이지 않으면 안되고

아버지의 이 손을 처녀를 죽인 이 피로

제단 언저리를 더럽히게 된다면, 이 또한

가혹한 일, 그 어느 한쪽이든 불행한 재난이 아니고 무엇이랴

어떻게 내가 우리 군대를 버리고

선대를 버릴 수 있으랴

병사들은 폭풍을 가라앉힐 희생물로

오로조 처녀의피만을 애타게 요구하는데

신의 뜻인 고로), 그 바람 또한 정당하다.  

그러니 좋은 전조를 보여주소서‘라고 - 59


어쨎든 국왕은 아내의 원수를 갚으려는

싸움을 도우며, 또한 배를 나아가게 하기 n이한

첫 희생물로 자기 딸을

죽이는 자가 되려고 하셨다. - 60


여러 가지 힘든 일이라든가, 진지에서 지내는 고통, 등 좁고 답답한 데다 덮을 것도 없는 침상이라든지, 대낮에도 모자라는 것뿐이라 불평을 하지 않을 때가 없을 정오였었는데..상륙하면 상륙한 대로 한층 심한 불쾌가 더해 갔었지요. 우리의 진지가 적의 성벽 바로 옆이었는데 하늘에서는 이슬이 내리고 나지막한 목장 지대에서는 습기가 차서 늘 의복을 적셨으니까요. 게다가 머리에는 서캐가 우글댔지요. 또 겨울이면 저 이데 산의 눈보라가 큰 새들도 얼어 죽인다는 견딜 수 없는 추위를 가져옵니다. 더위로 말하면, 바다가 대낮에 바람도 없이 잠들 듯 가라앉아 물결도 일지 않는 그 노곤함, 그 더위는 말로도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원망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 71


카산드라 :... 저 궁전 앞에 앉아 있는 어린이들, 꿈에 본 모습과도 같은 혈육 사이에 살해당한 어린이 같다...두 손에 가득 고기를 들고 자기 살을 먹으라고 내장까지 함께. 이 얼마나 참혹한 손의 무게일까, 받쳐든 모습이 눈에 환히 보여요. 그것을 아버지가 먹었어요. 그 결과 누군가가 복수를 계회하고 잇어요. 확실히 사자가. 하지만 그것도 겁많은 사자, 자기 집 언저리를 서성대며 망을 보던 사자가 이 어인 일인가. 돌아오는 주인을 위해...- 93


클리타임네스트라 : ...이 사람이 아무 거리낌없이 마치 가축이라도 죽이듯 털북술이 가축 떼 속에 양들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딸을 내 배를 아프게 한 귀여운 자식을 몰아치는 트라키아 태풍을 가라앉히기 위해 제물로 바쳤을 때 이 사람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추방시켰어야 하지 않았나요? 신에 대한 모독죄로 말입니다. 그런데도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당신네들은 엄격한 재판관이 되겠다는 거군요. - 100


클리타임네스트라 : 그대들은 이것을 나의 소행으로 삼으려는군요. 하지만 결코 나를 아가멤논의 아내로 생각하지 말아 주시오 여기 죽어있는 사람의 아내 모습을 빌려

저 옛날부터의 무서운 복수자

참혹한 잔치를 베푼 아트레우스에게

복수할는 자가

이 사람을 (살해된)아이들을 위해서

제물로 바치어 속죄한 것입니다.

코러스 : 노래

이 흉측한 일에 왕비께서 아무 책임도 없다고

증언할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겠나잉가

그건 안 될 말씀, 조상으로부터 전해 오는 복수심

그 악마가 다시 돕는 일은 있을 것이오

같은 피를 나눈 육친의 피를 흘리게 하여

검은 아레스(군신)는 맹렬히 사나워지고

다시 어린이를 잡아먹는 핏자국 위에

보복의 뜻을 가져올 때에는 - 106


아이기스토스 : ..그것은 이 사나이의 아버지이며 이 나라의 왕이었던 아트레우스가 나의 아버지인 티에스테스를, 좀더 분명히 말한다면 자기 형제를 왕위에 대해 뭐라고 트집을 잡았다는 구실로 이 도시에서 추방시켰기 때문이요...하지만 신을 두려워 않는 이 사나이의 아버지 아트레우스는 내 아버지에게 아주 친절한 접대를 하여 희생물을 잡고 고기를 바치는 축제를 지극히 성대하게 베풀면서 자식들의 살점을 식탁에 올려놓고 권했다. 다리와 손가락 등을 잘게 썰어서..혼자 외딴 자리에 앉아 있는 그에게, 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을 그는 그 자리에서 알아보지 못한 채 집어들어 먹었다. 그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저주받은 음식을 말이다. 그 자리에서 이 괴씸한 소행을 깨닫자 소리내어 울부짖었다. 그리하여 땅에 쓰러져 살점을 뱉어내면서 펠롭스의 후예들에게 무서운 운명이 내려지기를 기원했다....그리고 나는 정의에 의한 이 사나이의 암살을 계획했다. 까닭인즉 가엾은 부친에게는 정의를 찾는 셋째 자식에 해당된다 하여, 아버지와 같이 아직도 강보에 쌓인 나를 내쫒았는데 그 후 어른이 되어 정의는 다시금 나를 데려온 것이다. - 107

이런 원한이 있어서 공모자가 되었군


15 오레스테스 :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 사이의 맏아들.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에 나가있을 동안 아이기토스와 불륜에 빠진ㄷ 뒤 승전하고 돌아온 아가멤논을 살해하였다. 이 때는 어린 오레스테스가 이미 누나 엘렉트라에 의해 큰 아버지인 포키스왕 스트로피우스에게 보내지고 없을 때였다. -110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오레스테이아 극의 제 2곡. 원명 코에포리는 무덤에 바칠 제주 (대개 술을 섞지 않은 꿀과 우유와 기름으로 만든다)를 나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이 극의 코러스를 이루는 여인들의 명칭에 나와 있다. - 111


이 극의 절정은 어머니와 아들의 심한 응수, 투쟁, 그 뒤에 다음 곡에 대한 복선으로서 오레스테스의 광기와 복수의 여신들의 집요함이다. - 111


오레스테스 : ...(두 개의 머리카락 다발을 내어놓으면서) 이 머리 다발 하나는 길러주신 감사의 뜻에서 이나코스 강에 바칩니다. 또 하나의 머리 다발은 이렇게 의젓하게 자란 지금 애도의 뜻으로 아버지 무덤 앞에 바칩니다. 나는 아버지께서 운명하실 때에 옆에 지켜서서 울지도 못했고, 유해를 운반할 때 이 손으로 거들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 113


엘렉트라 :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하는 남편에게 이 제물을 바친다고 이야기할까? 내 어머니로부터라는 말이겠지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어. 이 제주를 아버지 무덤에 뿌리면서도 무슨 말을 하면 좋을 지 모르겠어.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세상 사람들의 관습대로 이 꽃관을 보낸 이에게 응분의 보답이 있기를 바란다고..저지른 일에 대한 응분의 보답을!

제 어머니를 죽이고 싶어하는 딸의 괴로움은 어쩔 것이냐?


엘렉트라 ; ...너는 나에게 네 곱으로 귀한 사람, 첫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아버지 대신으로 불러야겠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애정도 너에게 돌리는 수밖에 없구나. 그분은 당연히 증오의 대상이니까. 그리고 가엾게 희생된 언니에 대한 애정도, 또 무엇보다도 너는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동생이니까 - 121

엘렉트라는 언니가 희생된 것에 대한 어머니의 분노, 통한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를 못한다. 오로지 아버지 편에서 생각한다.


코러스 : 죽은 자의 피가

땅을 적시면 또 다른 피를 부르게 되는 법

그 재난은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를 부릅니다.

전에 죽은 이들로부터 또다시 파멸을

이전의 파멸이 이어 가져다 주는 에리니에스를 말입니다.

오레스테스, 아 저승을 다스리는 여신들과 살해된 자들의 힘찬 저주들이여, 보아주소서. 아트레우스 집안의 잔해가 지금 얼마나 무력하고 비참한 꼴이 되어 있는가를 보아주소서. 흉측한 집안의 몰골을. 하지만 이 사실을 어디에 호소하리까. 아 제우스 신이여 - 126


코러스 대장 ; 뱀을 낳는 꿈을 꾸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포대기 속에 어린아이를 싸안 듯 그 뱀을 싸안았다고 합니다. 꿈 속에서는 자신의 젖을 빨렸다고 합니다.

오레스테스 ; 그래? 그 끔찍한 짐승이 젖꼭지를 깨물지 않았는지?

코러스 대장 ; 듣기에는 젖속ㅇ서 핏덩어리가 나왔다고 합니다.

오레스테스 : 결코 그 꿈은 헛되지 않으리라

모러스 대장 ; 마님께서는 꿈에서 깨어나 기겁하시며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그래서 전에는 밤이면 암흑과도 같았던 방에 마님을 위해 다시 등불을 환히 켜시고, 이렇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제물을 보내게 되셨습니다. 모든 고뇌를 없애려는 수단으로 삼고자 말입니다.

오레스테스 : 그래요. 그렇다면 이 대지와 아버지 무덤에 기도를 드려야지. 이제 그꿈이 나에게 소원 성취의 징조가 되어 주기를. 내가 그 꿈을 판단하건대 아주 앞뒤가 맞는 이야기요....같은 배에서 나도 그 뱀도 태어났소. 어린아이처럼 포대기에 싸여서 내가 빨던 젖까지 빨았는데 그 달콤한젖에 핏덩어리가 섞여 있었다고 했소...자기가 기른 괴물, 피의 죽음, 이는 바로 나를 말하니, 뱀과 흡사하게 어머니를 죽이는 것이 나란 말이오. 이제 그 꿈이 알려 주듯 내가 어머니를 죽이게 되리라. - 130


오레스테스 ; 밖에서 고생하는 사람을 집 안에 편히 앉아 탓하다니

클리타임네스트라 : 여자로서는 남편과 떨어져서 사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단다

오레스테스 : 하지만 남자가 밖에서 고생하는 것은 여자를 집 안에서 편히 살게 하기 위해서지요.

클리타임네스트라 : 그렇다면 넌 아무래도 어미늘 죽여야겠다는 말이구나

오레스테스 : 아닙니다. 내가 아니고 어머니 자신입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죽이는 겁니다.

...

클리타임네스트라 : 원 이럴 수가. 내가 낳아 기른 것은 독사였구나

오레스테스 : 꿈을 꾸고 느낀 두려움은 정확한 예언이었습니다. 죽여선 안될 사람을 죽였으니 자 받아서는 안될 벌을 받으십시오 - 144


오레스테스 : ...이런 여자를 무어라 부르면 알맞을까요? 짐승을 잡는 듯 덫? 관 속에 넣은 시체의 발을 감싸주는 천? 어망이나 사냥꾼의 그물, 다리를 묶는 가쇄라고나 할까? 강도들은 그런 것을 써서 나그네의 눈을 속이고 금품을 갈취하여 생계를 꾸릴 것이오. 이런 계략을 써서 숱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고도 자랑스러울 수가 있을까요? 이런 배우자라면 나는 결코 내 집에 들여놓지 않겠소. 차라리 신이여, 그전에 나로 하여금 자식 없이 죽게 하여 주소서. - 147

제 어미를 향한 최고의 저주, 미움


오레스테스 ; 내 말을 잘 들어주시오. 내가 이러는 것은 이 결말이 어떻게 될이지 모르기 때문이오. 마차를 타고 고삐를 잡았으나 차가 길 밖으로 뛰어나가듯 설치는 것은 마음뿐. 나를 억지로 끌고 가고 있소. 그러나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소. 내 심장 앞에. 언제든지 노래를 부르려고, 그래서 내 마음도 그 장단에 맞추어 춤추려 하고 있는 것이오. 그러나 아직 내가 제 정신으로 있는 동안에 나의 후원자들에게 분명하게 말하리다. 내가 어머니를 죽이긴 했으나 그것은 결코 정의에 어긋난 일은 아니라고. 아버지의 피로 더럽혀진 자, 신들로부터 미움을 받는 자였으니까.

그리고 이런 행위를 하게 만든 원인, 촉진제가 되었던 것은 델포이의 예언이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소. 그 말씀에는 내가 비록 복수를 해치울지라도 심한 벌은 받게 되지 않으리라는 분부였고. 그러나 복수를 하지 않으면 그 벌은 지금 말하지 않겠소. 활을 들더라도 그 재난을 알아맞힐 사람은 아마도 없을 테니까요. - 148

이건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아폴론의 법률이 여기에 적용이 되고 있는 듯


오레스테스 : 아 저것을 보시오 (복수의 여신의 환상 때문에) 시녀들이 저기 고르곤 같은 것이...검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뱀들이 친친 감겨 있네...더 이상 이러고 있을 수 없다.- 149

정신질환이 주는 환상


코러스 (노래)

이로써 또 이 궁성에는

세 번째 폭풍이 일었도다

갑작스러운 돌풍을 휘몰아

처음에는 티에스테스의 가련한 자식들

그 살을 신들의 상에 올린 불상사

다음에는 한 나라의 군주된 자의 고난

그리고 원정군의

장수였던 군주가 욕탕에서 피살된 일

이번에 또한 세 번째의 재액이 왔다.

구제일까, 죽음일까, 그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결말이 날 것인가

이 재난의 기세가 가라앉을 때에는 - 150


자비로운 여신들


이 곡에서는 코러스가 단순히 코러서일분만 아니라 구성의 요점을 이룬다. - 151


그 언덕 밑 동굴에 모셔진 ‘현명한 여신들’을 아이스킬로스는 복수의 여신들(에리니에스)에 견주어 정하고, 오레스테스를 아테레로 불러들여 이 언덕에서 아테네 시민으로 이루어진 심판자들의 재판을 받게 했다. 마랗자면 유서 이야기이기도 한데, 오레스테스의 사면에 불만을 가진 씨족사회의 기장을 다스리는 복수의 여신들이, 아테네의 권고에 따라 여기서 법치국가에 그 덕성을 유지시키고 국가와 시민의 복지를 수호하는 자비로운 여신으로 전화하는데 좀더 큰 의의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은 또 오레스테스와 열두 심판자 외에 등장 인물이 모두 신의 속성이나 악마의 속성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며, 특히 첫머리의 아폴론 신전 안에서 복수의 여신들이 미친 오레스테스를 둘러싸고 졸음이 와서 자고 있는 부분은 뛰어나 작자의 웅대한 환상이 춤춘다. - 151


아폴론 : 내 켤코 그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계속 지금처럼 그대를 지킬 것이며 멀리 떠나도 그대를 보호하리라. 그대에게 적으를 품는 자에겐 결코 상냥한 신이 되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쨎든 지금은 피하도록 하여라. 절대로 마음을 늦추지 말고 저것들은 끝까지 그대를 좆을 것이니까. 넓은 땅을 거쳐 그대가 헤매는 곳이라면 어떤 곳이라도, 바다를 건너 섬으로 가더라도 저 악귀들은 그대를 쫒을 것이다. 그러니 고생한 보람을 잊지 말고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래서 팔라스의 도성(아테네)에 당도하거든 무릎을 꿇고 그곳 여신의 유서 깊은 성상에 매달려라. 그러면 거기서 그대를 오래오래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 줄 것이다. 그대에게 어머니를 죽이라고 설득한 것도 바로 나였으니까 - 155


망령 : ..가장 가까운 자에게 무자비하게 피살되었건만 복수를 하라고 말하는 신이 하나도 없구나. 모친 살해범의 손에 내가 찔려 이렇게 쓰러졌는데도...- 156


아폴론 ; ...너희들도 들어서 알겠지. 어떤 축연을 즐기다가 너희가 신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었는가를...자 나가라. 목자도 없이 헤매는 무리들이여, 너희같은 짐승의 무리들을 즐겨 보살펴 조는 신은 없을 것이다.

코러스 대장 : 아폴론 신이여, 이번에는 저희들의 말도 들어주세요. 당신은 이 재난의 한 부분이 아니라 모든 원인이요, 책임자이기도 하니까요.

아폴론 ; 어째서냐? 그 이유만은 말하게 해 주겠다.

코러스 : 그자에게 어머니 살해의 신탁을 내려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었으니까요.

아폴론 : 나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라고 했다. 그게 어쨎단 말인가? - 159


오레스테스 : ... 저는 그 때 유배되어 고향을 떠나있었습니다만 돌아와서 어머니를 살해하였습니다. 그 점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이것은 사랑하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에게 죽음을 안겨준 자들에게 이러한 복수를 하지 않으면 마음을 찌르는 c침의 가책을 저에게 지우겠다는 아폴론 신의 신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오니 여신께서 제 행위가 옳았는지 잘못이었는지 판단해 주소서. 어떠한 조치든 판결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 169


아폴론 : 나도 증언하기 위해서 왔소. 이 젊은이는 나에게 탄원한 자이며 내 신전 난롯가의 손님이기도 하오. 나는 이자를 흘린 피로부터 씻어주고 난 다음 스스로 변호도 맡을 생각이오. 이 젊은이가 모친을 살해한 데 대해 나에게도 책임이 있고. 그러니 그대는 재판을 진행시켜 이 사건의 심판을 확증하여 주소서 - 173

어떻게 신들을 동원해 오르스테스를 재판에 붙일 생각을 했을까? 기발한 시인이네


아폴론 ; ... 어머니란 그 어머니의 자식이라 불리는 자의 혈친이 아니라 그 태내에 깃든 씨를 기르는 데 불과한 것이다. 자식을 만드는 것은 아버지이며, 어머니는 오직 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듯 그 어린싹을 보육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이치의 증거라고 하면, 어머니는 없더라도 아버지는 있을 수 있는 예가 적지 않으며, 현재 우리 가까이에는 증인으로서 올림포스의 제우스 신의 딸 아테나 여신이 있지 않은가? - 176

옛날에 이런논리가 있었지. 지금은 과학이 반박할 수 있는 묵은 틀린 논리,


아테네 : 최후의 심판을 결정하는 것은 나의 임무이다. 그러나 나는 이 투표를 오르스테스 쪽에 던지기로 하겠다. 나에게는 어머니가 없으므로 모든 일에 있어 남성의 편을 들겠다. 결혼 상대로서는 절대 안 되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부터 아버지 편이므로, 가장인 남폄을 죽인 여자의 죽음을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투펴가 같은 수로 결정나면 오레스테스의 승소로 한다. 자 투표 단지에서 돌을 꺼내오. 이 재판의 판결을 맡은 심판관 여러분 - 178

아테네가 케스팅보우트를 던짐으로써 이 재판에서 오레스테스는 무죄가 되었다. 그러나 2012년 아테네의 근거는 무효다. 그렇다면 동수의 재판 결과는 여전히 미결과제다. 내게도 그 판결의 돌맹이가 남아 있다. 나는 어떻게 할 건가?


아테네 : 투표의 결과가 반반으로 나왔으니 이 젊은이는 살인의 재판에서 무죄로 결정되었다. - 179



소포클레스


소포클레스 (기원전 496~406)는 아테네의 변두리인 콜로노스 히피오스에서 무기 제조업자 소필로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기원전 468년에 이미 선배이며 그 즈음 제일 가는 비극 시인인 아이스킬로스를 비극 경연에서 물리치고 1등상을 받았다. 평생동안 24번의 승리를 차지했다고 전해진다. 기원전 443~423년 사이에는 아테네 제국의 재미관 헬레노타미아스 자리에 임명되었다. 기원전 441년에는 장군으로 펠리클레스와 함께 사모스에 원정했고, 펠로폰네소스 전쟁 동안에는 니키아스의 동료로 다시 장군이 되었으며, 시칠리아 원정 뒤에 일어난 나라의 위기에 맞딱뜨려서는 프로블로스로 선출되어 조국의 재건을 위해 힘썼다. - 191


90세의 늙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창작력은 조금도 쇠퇴하지 않았으며, 걸작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그의 유작이다. 그는 아이스킬로스의 뒤를 이어 비극의 완성을 위해 노력했고, 코러스 대원의 수를 12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 지금까지 2명이었던 배우 소를 3명으로 늘리고 무대 배경에도 새로운 방법을 끌어들였다. 한편 아이스킬로스는 3부작 형식을 취했으나 소포클레스는 그 관습을 버리고 동시 상연의 세 비극을 저마다 독립시켰다. -191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자신이 아이스킬로스와 같은 장엄하고화려한 것, 기교적이고 엄숙한 것, 끝으로 성격묘사에 알맞은 것 3단게로 나누었는데 오늘날 남아있는 작품의 대부분은 2기 끝무렵부터 3기에 드는 작품들이다. - 192


작품의 주인공은 고귀하고 성급한 자기의 의지를 관찰시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신은 냉혹하고 인간의 마음 따위는 달걀 껍질처럼 짓밟아 버린다. 여기에 무서운 비극이 생겨난다. 그러나 뒤의 3편에서 지은이는 아름다고 따뜻하 인간성과 신과의 화해를 추구하고 있다. - 193


오이디푸스 왕


테베 창립장니 카드모스의 후예 랍다코스의 아들 라이오스 왕은 아폴론 신으로부터 왕비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손에 죽을 운명에 놓여있다는 계시를 받았다. 그래서 갓난아기를 양치기에게 맡겨 키타이론 산 속에 버리게 했는데, 양치기는 이 아기를 가엾이 여기어 그 아이를 코린토스의 양치기에게 주었다. 아이는 그곳의 왕 콜리보스와 왕비 메로페를 친부모로 알고 자라났다. 이리하여 오이디푸스는 전혀 모르고 친아버지인 라이오스 왕을 죽이게되었다. 테베 시에 수수께끼를 걸어 그것을 풀지 못하는 동안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기를 요구하는 사랆 머리에 사자 몸을 한 괴물 스핑크스를 물리 치고 그 공으로 어머니인 줄 모르고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2남 2녀를 두었다. 이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 194


오이디푸스는 자기의 지혜와 정의에 가슴 속 가득히 신뢰를 두고 있는 사나이다. 이 자신 때문에 그의 언동에는 때로 너무나 성급하고 너무나 교만한 점이 보인다. 그러나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는 사람으로서 왕으로서 항상 옳은 모습이다. 그는 자기가 정당하다고 믿을 때는 무슨 일이든 겁내지 않고 돌진했다. 그 때문에 분노했고, 분노에 내맡겨 라이오스를 죽였으며, 분노에 못 이겨 스스로의 눈을 찌른다. - 194


이 극에서 무서운 것은 소포클레스의 다른 극에서도 그렇듯 사람으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신들의 길이다. ..특히 무서운 것은 신의 의지가 분명하게 미리 표시되고, 그것을 피하려는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는 일이다. 신들 세계의 거대한 톱니바퀴는 소리없이 돌아가 보잘것없이 작은 인간은 모두 그 속에 휘말려 들어가 버린다. 소포클레스는 마치 인간의 모든 덕의 무가치함을 나타내려고 하는 것만 같다. - 194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모습은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보면 결코 완전한 피해자는 아니다. 그는 분노한 나머지 고통에 못이겨 눈을 찔러 장님이 되었지만 닥쳐올 운명에 감연히 맞설 용기를 지니고 있다. 어떤 운명이든지 올테면 오너라, 나는 그것을 견디어 보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그의 불공평한 재앙에 짓눌린 참혹한 모습 뒤에 깃들여 있다. 오이디푸스는 숙명론자는 되지 않았던 것이다. 조용한 체념같은 경지에는 결코 편안히 들어앉지 못한다. 신들의 길은 신들의 길이고 사람인 나는 나대로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소포클레스의 무서울 정도의 사람으로서의 비애와 용기가 이 불운한 왕을 통해 우리에게 육박해온다. 오이디푸스왕의 비극적인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다. - 195


테이레시아스 ; ...당신이 이제껏 찾아내려는 사람, 당신이 위협하면서 라이오스 왕의 살해 죄를 밝혀내겠다고 선포하고 있는 사람, 그자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다른 나라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테베 태생임이 곧 드러날 것이고 그는 그런 운명을 기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밝았던 눈은 멀고, 부유했던 몸은 비렁뱅이가 되어 지팡이에 의지해서 낯선 땅을 헤매어 다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사는 자기 자식들의 형제이자, 아비 ,자기를 낳아준 여자의 아들이자 남편, 아비의 침실을 이어받은 자, 그리고 아비의 살해자임일 밝혀질 것입니다. - 209

몇 살 차이인데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영화 <그을린 사랑>에도 그녀를 강간하여 쌍둥이를 낳게 한 고문전문가가 그녀가 애타게 찾던 잃어버린 아들이었다. 오이디푸스왕 신화는 심리학에서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재생된다.

  

이오카스테 : ...언젠가 아리오스 왕께 신탁이 내린 적이 있습니다. 직접 포이보스 신으로부터 내린 것이라고는 말슴드리지 않습니다만 그분을 섬기는 자들로부터였지요. 그 신탁이란 왕과 저 사이에 태어난 아들의 손에 왕께서 살해당할 운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소문으로는 그분이 큰 삼거리 한 복판에서 다른 나라 도둑들의 손에 살해당하셨다는 것입니다. 아들이 태어난 지 겨우 사흘 밖에 안되었을 때 왕께서는 그 아들의 두 발뒤꿈치를 뚫고 그것을 한데 엮어 사람을 시켜 인적이 없는 산 속에 버렸습니다. 그래서 아폴론 신은 그 애가 아비를 죽이는 자가 되지 않고 또 그것을 매우 두려워하시던 라이오서 왕께서는 아드르이 손에 죽는 일이 없도록 하셨던 것입니다. - 217

아들을 죽도록 내어주었구나. 이 여자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다른 방도는 없었을까?


오이디푸스 ; ...그렇게 걱정을 할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 잔치 자리에서 한 사람이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나에게 내 아버지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고 떠들어 댔던 것이오. 화가 났지만 그 날은 꾹 참고 있다가 그 다음 날 부모님께 사실을 여쭈어 보았소. 부모님께서는 그런 소리를 지껄인 자에게 매우 역정을 내셨오....나는 어머니 아버지께는 말씀드리지 않고 피토으로 갔었소. 포이보스 신께서는 내가 묻는 일에 관해서는 가르쳐 주시지 않고 괴롭고 무섭고 비참한 다른 이야기를 알려주셨소. 그건 내가 내 어머니와 결혼해서 차마 볼 수 없는 자손을 세상에 내어놓고 나를 낳은 아버지를 죽일 운명이라는 것이오...내가 그 삼거리에 다다랐을 때 한 사람의 길잡이와 당신이 말한 것과 같이 망아지가 끄는 마차에 탄 사람을 만났고. 그러자 그 길잡이와 그 노인이 억지로 나를 길에서 몰아내려 했소, 나는 화가 나서 나를 몰아내려고 하는 그 마부를 때렸지. 이것을 본 그 노인이 내가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마차 안에서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몽둥이로 내 머리를 힘껏 후려치지 않겠소. 그러나 그는 더 큰 앙갚음을 당했소. 그는 내 지팡이로 재빠르게 한 대 얻어맞고는 벌렁 나가떨어졌고, 나는 그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말았소. - 221

  

오이디푸스 : 터질 테면 터지라지. 내 지체가 아무리 천하다 하더라도 알지않고는 못 배기겠다. 여자들에게 흔히 있는 자존심 이상으로 그 여자는 틀림없이 나의 천한 출신을 부끄러워하고 있겠지. 그러나 나는 은총많은 행운의 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조금도 부끄러울 것은 없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서, 내 동기간인 변천하는 달과 더불어 나도 때로는 흥하고 대로는 기울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으니, 내 출신을 밑바닥까지 들추기를 두려워하진 않겠다. 그 무엇도 나를 달리 만들어 낼 수는 없다. - 228

이 자존심이 진실을 밝히는 도화선이 되었구나.


왕께서는 오락가락하시면서 ‘칼을 달라, 아내이면서 아내가 아니고, 자기와 자기 애를 함게 낳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외치셨습니다. ...이미 왕비께서는 몸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밧줄의 고리로 목을 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왕께서는 그 모습을 보시자 목이 멘 소리를 내시면서 밧줄을 풀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가엾은 시체를 내려 눕히고 나서, 차마 못 볼 일이 일어났습니다. 왕께서는 왕비가 입고 계신 옷에서 황금으로 된 장신구를 배어 높이 치켜드셨다가 당신의 두 눈알을 콱 찌르시고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들이 내게 닥친 수많은 재앙, 내가 저지른 수많은 죄업을 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내가 보아서는 안 되었던 사람을 보고, 내가 알고 싶었던 사람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던 너희들은, 이제부터는 영원한 어둠 속에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저주의 말을 되풀이 하시면서 몇 번씩 손을 치켜 드셨다가는 눈을 찌르시니 그때마다 눈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수염을 적셨습니다. 아니 핏방울이 떨어졌다기 보담은 시꺼먼 피가 억수같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런 무서운 일이 한편에서만이 아니라 내외분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예부터 내려오던 이 집안의 행복은 그전까지는 행복이었지만 오늘은 비탄과 파멸과 죽음의 치욕, 온갖 재앙이라 할 재앙은 없는 것이 없습니다. - 234


오이디푸스 : ... 자 삼거리 길이여, 숨은 골짜기여, 세 살랫길의 숲과 오솔깅이여, 너희들은 내 손에서 나외 피를 나눈 내 아버지의 피를 마셨구나. 잊지야 않았겠지? 내가 너희들이 보는 앞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그 뒤에 이곳에 와서 다시 무슨 짓을 행했는지.

오오 운명의 결혼이여, 너는 나를 낳고, 나를 낳았으면서도 다시 같은 사나이의 씨를 받았다. 아버지와 형제와 자식, 그리고 새색시와 아내와 어머니, 육친끼리 피를 섞는 죄를 낳았다. 그렇다. 인간 세상에 다시없이 더러운 죄업이로구나....그러니 제발 부탁이다. 어서 나를 어디든지 나라 밖으로 보내다오. 죽이든가 바닷속에 던지든가, 다시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리 와서 이 불행한 자를 붙들어라. 부탁이다. 두려워 할 것 없다. 내 죄는 나 밖에는 그 누구와도 상관없는 것이니 - 238


오이디푸스 ; 이리 오너라. 형제 간이기도 한 나의 손에 와다오. ...애들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나를 낳은 사람에게서 너희들의 아비가 되었다. 나는 너희들을 위해서 운다. 너희들을 볼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너희들이 세상의 풍파에 시달리며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쓰라린 생활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시민들의 모임에서도 상대를 해주지 않을 것이고, 무슨 축제를 보러 가도 구경은커녕 눈물로 되돌아서지 않는 일이 있을가? 시집갈 나이가 되었으도 얘들아, 내 자식들에게도 너희 자식들에게도 틀림없이 매정스러운 비난을 받아들이는 모험을 할 사내놈이 있을까? 비참한 일 치고는 없는 것이 없구나. 너희들의 아비는 제 아비를 죽였다. 자기를 낳은 어미를 아내로 삼았다. 그리고 제가 태어난 몸에서 너희들을 낳았다. 너희들은 그런 조롱을 받겠지. 그렇게 되면 누가 결혼을 해주겠느냐. 얘들아, 너희는 자식도 없는 처녀로 시들고 말겠지. - 240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가 태어난 테베이 랍다코스 왕가에는 신들의 저주가 걸려있었다. 오이디푸스는 그 때문에 운명이 이끄는 대로 아버지인 줄 모르고 라이오스 왕을 살해하고 어머니인 줄 모르고 이오카스테를 아내로 맞아 두 아들 콜리테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 두 딸 아티고네와 이스메네의 아버지가 된다. <오이디푸스왕>은 몰랐던 자기 신분의 발견과 그에 다르는 분노와 슬픔의 격정 때문에 어머니이며 왕비인 이오카스테의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은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된 오이디푸스를 다룬 것이다. 

그 뒤 그는 아버지의 피를 흘린 부정한 사람으로서 쫒겨났는데 그의 자식들은 아버지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맏딸 안티고네는 방랑의 나그네 길에 눈먼 아버지의 손을 잡고 비렁뱅이 생활 속에서 아버지를 돌보며 함께 고생하다가 아침내 아티카의 콜로노스에 있는 어느 신전 숲에 이른다. 오이디푸스는 이곳이 에우메니데스 여신의 신역으로 자기의 마지막 휴식지이며 자기의 시체는 잠들고 있는 곳의 수호신이 된다는 것을 신탁에 의해 알고 그를 쾌히 맞아준 아티카의 왕 테세우스에게 보호를 청하고, 그 대신 자기가 죽은 뒤 아티카를 지킬 것을 약속한다. 극은 아버지가 쫒겨난 뒤 테베의 왕조를 다투는 그의 두 아들이 오이디푸스가 줄 수 있는 은혜를 신탁을 통해 알고, 그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노력과 그에 대한 오이디푸스의 노려움과 거절에서 생기는 갈등을 거쳐 마침내 그가 신들의 부름에 따라 천둥 번개 아래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기적을 그리고 있다. - 243


소포클레스는 신들의 길이 인간의 어떠한 생각도 뛰어남는 무서운 것이라는 점을 깊이 생각한 시인이다. 신들은 잔인해서 인간의 어떠한 노력도 그것이 옳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것에 관계없이 신들이 정한 길을 바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작품의 아지막에서 시인은 오이디푸스를 신들과 화해시켰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화해는 신들 쪽에서 제의한 것이며 오이디푸스는 끝까지 의연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포클레스가 생각한 길도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그린 어둡고 무서운 ,내일이라는 날에 대해 아무 안심고 가질 수 없는 인간의 덧없음도 이 인간성의 강함을 통해 버티어지고 있다. 인간은 신들에게 굴복하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소포클레스는 꿋굿한 사람이었다. 그의 유명한 원만하고 온화한 인격은 이와 같은 꿋꿋함에서 나오고 있다. 이 비극이 지니는 형언할 수 없는 정밀함은 이러한 뒷받침을 통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 244


오이디푸스 : ..그분이 낭게 여러 가지 슬픈 운명을 예언하셨을 때, 먼 훗날 내가 머무를 이곳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송구스러운 여신들의 자리와 나를 반겨 보호해 주는 땅, 그곳에 내가 도달하면 거기서 내 고달픈 인생은 끝나리라. 그리고 내가 거기 머무르면 나를 맞아주는 사람에게는 혜택이 있고, 나를 쫒아낸 나를 추방한 사람들에게는 재앙이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지진이나 천둥이나 제우스의 번갯불에서 이런이들의 징조가 있으리라고 경고하셨습니다. - 249


코러스 ; 앞서 입은 해를 되갚는 자는

아무도 운명의 벌을 받지 않는다.

한 편의 거짓이 다른 편의 거짓과 맞으면

그 갚음은 혜택이 아니라 괴로움이다.

여기서 물러나거라

우리 땅에서 어서 빨리 먼데로 가 버려라

우리나라에 또다시 무거운 짐이 내리지 않도록

안티고네 : 후덕하신 여러분

늙고 앞 못 보는 아버지께서 모르고 저지른 죄의

소문을 들으시고 참으실 수 없다면

적어도 불행한 나를

부디 여러분, 부탁입니다, 가엾게 여겨 주십시오.

오직 아버지만을 위해서 부탁합니다.

볼 수 잇는 이 눈으로

여러분의 피를 나눈 딸처럼

이 불쌍한 사랆이 동정을 얻을 수 있기를

간청합니다. 비참한 우리의 운명을

신께 의지하듯이 여러분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부탁입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여러분께서 나은 모든 다정한 것을 두고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부인에게, 재물에게

그리고 신께 의지해서 간청드립니다

신께서 그를 이끌어 주시는 한

이려분이 깊이 생각해 주신다면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길임을 알게 되실 겁니다 - 254

안티고네의 청에 마음이 움직인다. 감동


오이디푸스 ; ...한 애는 어린 시절을 지나서 여자의 구실을 할 때부터 나와 함께 고달픈 방랑의 길에서 나를 이끌어 주셨다. 가끔 끼니도 잇지 못하고 발을 헐벗은 채로 인적 없는 숲속을 헤매고 몇 번이나 억수 같은 비와 내리쬐는 더위에 시달리면서도 아비의 시중만 들 수 있다면 집 안의 즐거운 같은 것은 마음에 두지도 않았었다.

또 너는 그전에는 카드모스네 사람들 모르게 아비에 관한 모든 신탁을 알려주었다. 내가 그 땅에서 쫓겨났을 땐 나를 위해서 충실한 감시자의 구실을 해 주었다. 그런데 이번엔 이스메네야 무슨 일로 집을 떠나왔느냐? - 257

행색은 심청과 심학규와 비스무리


오이디푸스 : 그렇다면 그놈들의 숙명적인 싸움을 신들께선 말리지 마옵소서. 그들이 지금 서로 벌이고 있는 싸움의 결판을 저에게 맡겨 주옵소서. 지금 왕의 자리에서 권세를 떨치는 자도 길지 않고 또한 쫒겨난 자도 다시는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들은 내가, 그들의 아비가 그렇게도 욕스럽게 내 나라에서 쫓겨날 대 그것을 막으려 하지도 않았고, 나를 지켜주지도 않았어. 아니 내가 집도 없이 쫒겨나는 걸 보고 큰 소리로 공표된 내 추반의 선고를 그저 듣고만 있었단 말이다...

그 첫날 나는 울화가 치밀어 그저 죽고만 싶어서 돌로 맞아 죽기를 바라기만 했을 때, 어느 누구도 그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내 괴로움도 이제는 누구러 지고 한 때의 분노도 지나간 잘못을 지나치게 벌 주려고 했었다고 느끼지 시작했을 무렵, 바로 그 무렵에 내 나라는 억지로 나를 쫒아내려 했던 것이다. 그 기나긴 동안을 내버려 둔 뒤에 말이다. 그리고 그 아들놈이란, 이 아비의 아들로서 나를 도울 수 있었으련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짧은 말 한 마디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쫒겨난 거렁배잉로서 언제나 떨돌아 다녔던 것이다.

다만 두 딸들이 비록 여자이긴 하지만 힘이 닿는 대로, 그 날의 끼니와 편히 쉴 자리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형제놈들이란 왕의 자리와 제 아비를 바꿔서 왕권을 휘둘러 영토를 다스리고 싶었더란 말이냐. 나는 그 놈들과 결코 한편이 되지 않으리라. 그렇게 해서 사드모스의 딸을 지배해 본들 아무런 수도 생기지 않는다. 이번 신탁을 듣고 포이보스님께서 드디어 나를 위해 이루신 내 마음 속의 옛 예언이 생각날 때, 나는 그것을 알 수 있다. - 260


테세우스 : ...나 역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라 밖에서 키워졌기에 누구 못지않게 남의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위험과 싸웠던 것이오. 그러니 지금의 당신과 같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피하거나 돕기를 거절하거나 하지는 않겠소이다. 나는 내가 인간임을, 그리고 내 신세가 당신 못지 않게 내일 어떻게 될는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오. - 263

현재의 어떤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라 인간적이어서 친절을 베푼다.


오이디포스 : ...네 놈은 나에게 살인이니 근친상간이니 불행이니 지껄이고 있지만 그것은 비참한 이 몸이 본의 아니게 견뎌온 일이다. 예부터 우리 집안에 격분하고 계신 신들이 바라는 것이었으니까

내 자신에게는, 내게도 육친에게도 그런 죄를 지어야 될 만한 아무런 실책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자 말해 보아라. 자기 아들의 손에 죽을 운명이 신탁으로 그 아버지에게 왔더라도, 그 때 아직 아버지께서도 어머니에게서도 삶을 얻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은 내가 그처럼 죄인이라고 비난받아야 할 까닭이 있을까? 나처럼 불행한 별 밑에 태어나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 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버지와 싸워서 죽게 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모르고 저지른 죄를 비난하는 것이 옳을까?

그리고 어머니에 관해서는 이 철면피야, 너와 남매간인 내 어머니와의 결혼을 억지로 나에게 말하게 한 것이 부끄럽지도 않으냐? 이젠 입을 열어야겠다. 네가 그렇게까지 더러운 입을 놀렸으니. 나도 입을 다물고 있진 않겠다. 나를 낳은,그렇지, 낳았다. 아 기막혀라. 서로 모르고서 나를 낳은 그녀가 부끄럽게도 내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분명히 이 한가지만은 알고 있다. 네 놈은 나와 그 여자에게 좋아라 하고 욕을 퍼붓지만 내가 자진해서 그녀를 아내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서 그 것을 입에 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결혼에 관해서는 또 네 놈이 언제나 나를 모질게 욕하는 아버지의 살해에 관해서도 죄라고 부르진 못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내가 묻는 것에답해 보아라. 지금 여기 누군가가 다가와서 정의로운 너를 죽이려고 한다면 너는 그 살인자가 아버지인지 아닌지 물어보겠는가? 너도 목숨이 아까운지라 그 죄인에게 덤벼들지,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고 이유 따위를 찾고 있진 못할 것이다. 내가 빠진 재앙도 그와 같다. 빠뜨린 것은 신들이었다. 아버지의 혼백이 되살아니신다 해도 이 점에서는 내게 반대하지 않으실 게다. - 276

자신이 모르는 동안, 모르는 인연에 의해 일어났다. 그의 말이 맞다.  


오이디푸스 ; 너희들은 내 기둥이야

안티고네 : 불쌍하신 아버지의 불쌍한 동반자들입니다.

오이디푸스 :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돌아왔구나. 너희들이 곁에 있으니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 얘들아 아비의 양 옆으로 꼭 안겨서 지금까지 외롭고 참혹하도록 시달린 고달픔을 쉬도록 해라.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짤막하게 그 사건을 들려다오. - 280

두 아들은 왕위를 다퉜는데 두 딸은 곁에 머문다. 왜 그럴까?


폴리네이케스 : ... 자 그러면 아버지 제가 왜 이곳에 왔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추방자가 되어 조국에서 쫒겨났습니다. 아버지의 것이었던 왕의 자리를 먼저 태어난 자의 권리로서 요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테오클레스는 아우인 주제에 저를 나라에서 몰아냈습니다. 그것도 말이나 힘이나 재주로 겨뤄서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을 설복시켜서 자기 편을 만든 것입니다. 그렇게 된 것도 아버지의 집안에 붙어다니는 에리니에스들 때문입니다. 그 뒤에 예언자들에게서 그렇게 듣고 있습니다. -285

그는 자기 가계의 어떤 과제를 원망에 가득차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장 큰 피해자인 제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오이디포스 : ...이 고약한 놈 중에서도 고약한 놈이. 네 놈이 아우가 테베에서 쥐고 있는 왕위와 왕권을 네 놈이 가지고 있을 때 너는 아비를 쫒아내어 나라를 잃게 하고 이런 옷을 입도록 했다. 그리고는 이제 제놈도 나와 같은 궁지에 빠지니까 이 옷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구나. 울 때는 지났다. 아니 내가 살아 있는 한 나를 죽인 놈이 네놈이라고 생각하고 잊지 않을테다. 나를 이런 수렁에 빠지게 한 것은 바로 네놈이야. 네 놈이나를 쫒아냈다. 네 놈 때문에 이렇게 떠돌아다니며 그날의 끼니를 남에게 구걸하고 있다. 이 딸애들이 태어나서 나를 도와주지 않았던들, 네놈 따위의 도움이야 어떻든 나는 죽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은 이 두 딸들 덕분에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이 애들에게 봉양받고 있다...네 놈들 둘은 내 자식이 아니라 남의 자식이다. - 287


3. 무서운 여신들 : 에우메니데스 (단수는 에우메니스) 주로 육친 사이의, 일반적으로는 살인이나 그 밖에 자연의 법을 어기는 행동에 대한 복수 또는 죄를 몰아치는 무서운 여신들, 머리칼은 뱀이며, 손에는 횃불을 들고 죄인을 쫒아다녀 미치게 했다. - 299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의 뒷이야기로 그의 두 아들이 왕위 계승을 다투다 모두 죽고 나서 주권자가 된 크레온이 내린 한 아들의 엄한 장례식 금지 명령에, 두 사람의 누이동생인 안티고네가 과감하게 이를 거스르고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했다가 그 때문에 죽임을 당하게 되는 이야기다. 여기에 마음이 약하고 상냥한 여동생 이스메네. 약혼자이면서 크레온의 아들인 하이몬, 왕비 등이 얽힌다. 강권을 휘두른 왕동 마침내는 자기 자식에게 저주를 받고 자식의 자살과 그에 뒤따른 아내의 주음으로 가장 비참한 고독 속에 놓인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듯에서 이것은 문제극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인위법과 자연법, 인간이 제정한 법칙의 힘과 신이 또는 인성이 스스로 구하는 것과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또는 불관용에 대한 훈계라고도 할 수 있다....하이몬의 대사에서도 정치적인 색채가 짙다. 어쨎든 이 곡이 특히 지은이의, 그리고 고전적인 아테네 휴머니즘의 고백이며 주장이 되고 있음은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 302


안티고네 : 글쎄 크레온 외숙부께서 우리 오빠들을, 한 사람은 정중하게 장례를 치르도록 하면서 다른 한 사람은 그렇게 못하게 하지 않았겠니? 소문으로는 에테오클레스 오빠는 올바른 법도대로 장례를 지내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부끄럽지 않게 묻어주라더라만, 비참하게 돌아가신 폴리네이케스 오바의 시체는 아무도 장례를 치러 매장을 해서는 안되고 아무도 그를 위해서 슬프게 애도를 해서도 안되면 날짐승들이 좋은 먹이라고 멋대로 쪼아먹도록 내버려 두라는 포고가 내렸다는 소문이로구나. 그런 명령을 그 친절하신 크레온님께서 너와 나에게, 그렇지 나에게 내렸다고들 말하더라. - 304


안티고네 : ... 너 좋은 대로 해라. 내 손으로 그 분의 장례를 치르겠다. 이 일로 내가 죽는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 고귀한 죄 때문에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분과 정답게 함께 죽을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을 섬겨야 하는 동안이 더 길단다. 나는 저 세상에서 영원히 쉬겠다. 그러나 신들게서 귀하게 하시는 일을 비웃고 싶거든 실컷 비웃으려므라 - 306


파수병 ; 모르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곡괭이로 판 자국도 볼 수 없었고 흙을 괭이로 뒤집어 놓지도 않았으며, 흙은 말라서 굳어져 있어 수레가 지나간 자리도 없었습니다. 아침의 첫 번째 파수병이 그것을 알려주었을 때는 모두들 놀라 나자빠졌습니다. 시체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무덤에 묻은 것도 아니고 마치 묻지 않은 시체에 붙어다니는 저주를 무서워하고 하는 덧이. 고운 모래로 가볍게 덮여 있었습니다. 들짐승이나 개가 가까이 왔었다거나 물어뜯은 것 같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311


파수병 : ...한참 지나서 이 여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여자를 새끼를 뺏긴 새가 빈 둥우리를 보았을 때처럼 처량한 새의 째지는 듯한 소리로 목놓아 울어댔습니다. 이 여자는 시체가 드러난 것을 보고는 통곡을 하면서 그렇게 한 자들에게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마른 흙을 손으로 날라오고 휼륭한 모양의 청동 술병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시체의 머리 위에 세 번 제주를 부어 예식을 갖추었습니다.

저희는 그것을 보자 곧 달려가서 이 여자를 잡았지만, 이 여자는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앞서 일과 이번 일에 관해서 문초를 했더니 하나도 숨기지 않습니다. 저는 기쁘기도 했고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액을 면한 것은 크게 기쁜 일이지만 친구들을 액운에 빠지게 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기야 그런 모든 일들이 제 자신의 안전에 비하면야 그리 대단치 않지만요. - 316


크레온 ; 네가 감히 법을 어겼단 말이냐

안티고네 : 네, 그러나 그 법을 내게 내리신 것은 제우스 신이 아니었고, 저승의 신들과 함께 사시는 정의의 신도 이 세상에 그런 법을 정해 놓지는 않으셨어요. 그리고 글자로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확고한 하늘의 법을 사람으로 태어난 몸이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임금님의 법령이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하늘의 법은 어제 오늘 생긴 것이 아니라 불멸한 것이며 그 시작은 아무도 모르지요.

인가느이 어던 생각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신들 앞에서 인간의 법을 어긴 죄인일 수는 없어요. 왕의 그 포고가 있던 없건 어차피 나는 죽어야할 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내 명대로 다 살지 못하더라고 나는 그것이야말로 이들이라고 생각해요. 나같이 나날을 괴로움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차라리 죽는 편이 이들이라고 어찌 생각하지 않겠어요?

나는 그런 운명을 당한 것이 조금도 괴롭지 않아요. 그보다  나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죽었는데도 장례도 치러주지 못한 채로 버려 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슴아픈 일이지요. 이번 일로는 괴롭지 않아요. 내가 이번에 한 일을 어리석게 본다면 어리석은 눈에는 어리헉게 보일는지도 모르지요. - 317


안티고네 ; ..현명한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오빠를 존중한 것은 옳았습니다. 내가 많은 어린애들의 어머니였다면 또는 남편이 죽었다면 결코 나라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이런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말을 보증할만한 법이 있냐고요? 남편은 죽으면 또 다른 사람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낳은 애를 잃으면 다른 사람에게서 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도 어머니도 하데스가 감추어 놓고 있으니, 형제의 생명은 다시는 나를 위해서 생겨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빠를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빠, 크레온 왕께서는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 법을 크게 어겼다고 단정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손으로 나를 잡아 이렇게 끌고 갑니다. 신방도 못 치르고 , 혼인의 축가도 없고, 결혼의 기쁨도 어린아이를 키우는 재미도 모르는 나랄. 그러나 이렇게 해서 친구에게서도 버림받은 불행한 이 몸은, 목숨을 지닌 채 죽은 사람들의 굴 속으로 떠납니다.

내가 어떤 신의 법을 어겼다는 겁니까?  불운한 나는 왜 계속 신들에게 매달려야 할가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까요? 신을 경배했기 때문에 나는 불경건의 죄를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이들이 신들의 눈에 바른 일로 보인다면 내가 처벌을 당할 때 나도 내 죄를 알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죄를 지고 있다면, 그들이 부당하게도 나에게 당하게 한 것과 꼭같은 일을 당하게 하여 주소서. - 331

저주


사자 : 그렇게 낙심하는 왕의 분부대로 우리는 가 보았습니다. 그러자 무덤 속 깊은 곳에서 그 아가씨는 가는 끈으로 목을 졸라매고 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그 허리를 팔로 껴안고 엎드려 새색시가 죽어 혼인도 허사가 된 일, 아버지께서 한 일과 불행한 사랑을 저주하며 비통하게 울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왕자님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한 마디 말씀도 없이, 십자로 된 손잡이의 칼을 빼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재빨리 피했기 때문에 칼은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불쌍한 왕자님은 흥분한 채로 그 즉시 온몸으로 칼 위에 엎에져 칼은 절반이나 옆구리를 뚫고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숨이 있는 동안, 그 아가시를 억지로 껴안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그 아가씨의 핼쑥한 볼에 왈칵 피를 토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시체가 되어 시체 위에 겹쳐 누웠습니다. 불쌍하게도 이 세상이 아니라 하데스의 대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인간의 온갖 불행 중에서 분별없는 것보다 더 심한 불행이 없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셈입니다. -340

부모가 볼 수 있는 최고의 고통, 자식이 내 눈 앞에서 죽는 것. 더구나 자신을 원망하며 죽어가는 것.


엘렉트라


이 극 가운데에서 어머니와 딸의 대화로도 알 수 있지만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트로이 원정길에서 풍랑을 피하기 위하여 아버지가 희생물로 바친 데 대한 어머니의 원한이라는 것이 근본적인 동기가 되고 있다. - 345


소포클레스는 이 작품에서 냉혹할 만큼 자기 감정을 감추고 극 속의 인물들은 마치 돌조각처럼 끄떡도 않고 있어, 지은이의 체온 같은 것은 느껴보기 어렵다. 그것은 이 작품을 꿰뚫는 것이 어디까지나 정의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오레스테스는 아폴론 신을 믿어 서슴지 않고 태연하게 정의를 행동으로 실현한다는 점에서 호메로스와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이 서로 통하고 있는 듯 보인다. - 346


오레스테스 ; 내가 좋아하는 늙은 할아범. 할아범이 우리에게 충성스럽다는 것은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거시네. 훌륭한 말은 늙어도 위급할 때는 용기를 잃지 않고 귀를 곤두세우듯이 할아범은 우리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누구보다도 우리를 따라와 주었네 .. 포이보스 님껫는 이렇게 말씀하셨네. 방패나 군대를 쓰지 말고 계략으로 은미랗게 제 혼자의 손으로 원수를 갚으라고. 이런 신탁을 받았으니 할아범은 기회를 잘 봐서 이 집으로 들어가, 거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잘 살펴보고 우리에게 자세히 알려주게 - 347

아폴론 신이 정의의 이름으로 제 어머니를 살해하라고 아들에게 신탁을 내렸다는군. 신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엘렉트라 : ...이 세상 모든 여자 중에서 둘도 없이 악독한 여자가 아니고서야, 자기가 죽인 사람의 무덤에 이런 가증스러운 제물을 바치겠느냔 말이다. 생각해 봐라. 무덤 속의 시신께서 이런 제물을 그 여자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받아주실지 어떤지 인정사정 없이 원수를 죽이듯이 잔인하게 죽여 난도질을 하고는 죄를 면하려고 그 머리에 피를 닦은 그런 여자 말이다. 설마 너는 그 여자의 죄를 씻어주려고 그 제물을 들고 가는 건 아니겠지? - 359


엘렉트라 : 힘을 합쳐서 아버지를 죽인 저 살인자와 동침하여 그자의 애까지 낳고, 그전의 정당한 부부 사이에서 정당하게 태어난 자식은 멀리 쫒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찌 이런 일들을 잘한 일이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 정말 부끄러운 말입니다. 죽은 딸 때문에 원수와 결혼을 하다니 좋은 일은 못됩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겐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어요. 제가 어머니 욕을 한다고 퍼뜨리고 다니니까요. 당신은 어머니라기 보담은 저희들에겐 안주인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이렇게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당신과 당신의 짝에게서 늘 학대만 받고 있으니까요. 외국에 있는 불쌍한 동생 오레스테스도 간신히 당신 손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죠. 당신에게 보복하기 위해서 그를 빼돌렸다고 늘 잔소리를 하시지만, 제게 정말 힘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것을 잘 알아두세요. ..제가 그런일을 잘할수 있는 여자라면 어머니 딸로서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요. - 363

어머니 면전에 대고 해대는 딸의 저주


클리타임네스트라  아니 헛일은 아냐, 어찌 헛일이라고 말하냐? 그 애가 죽은 확실한 증거를 갖고 왔으면서. 그 애는 내 목숨을 받아 태어났는데도 내 젖과 양육을 버리고, 나라 밖으로 달아나서 남처럼 되어 버렸고, 나라를 떠난 다음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네. 게다가 내가 그애 아버지를 죽였다고 늘 나를 비난하고, 끔찍하게 앙갚음을 하겠다고 으르고 있었네. 그래서 밤낮없이 편히 잠들 수가 없었지. 나는 그때마다 죽음을 당할 것만 같았네. 그런데 이제는 오늘부터는 여기 있는 이년도 그애도 무서워할 것이 없게 됐군. 이년은 한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늘 내 생피를 빨아먹고, 그 애보다 더 못되게 굴고 있었으니까. 이제 나는 이년의 협박도 안 받고, 편한 날을 보내게 됐구나.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을 기뻐하는구나.


클리타임네스트라 : 아아, 얘야, 얘야 어미를 불쌍히 여겨다오

엘렉트라 : 자기는 그 아들고, 아들의 아버지도 불쌍히 여기지 않았으면서.

코러스 ; 아아, 이 나라여, 아아, 불운한 가족이여, 나날이 너를 쫒아다니던 운명도 이젠 사라져 간다. 사라져 간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안에서) 아이구 잘리고 말았다.

엘렉트라 : 도 한칼, 힘이 있다면 한 번 더

클리타임네스트라 : (안에서) 아악, 또 한 칼이

엘렉트라 : 아이기스토스도 지금 함께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 387

무서운 장면, 제 어머니가 제 동생에 의해 살해당하는 장면을 듣고 있는 딸


에우리피데스


태어난 연대가 기원전 480년 경이라는 것이 가장 널리 인정되어 온 듯 하지만, 이보다 4년에서 5년 앞당기는 설도 있어 확실히 알 수 없다. 제 2차 페르시아 전쟁 때라는 애매한 연대로 만족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집안은 부유한 지주 계급으로 어머니도 상당히 좋은 가문 출신이었다고 추측된다. 그가 충분히 교육을 받은 것은 틀림없으며 당시로서는 드문 장서가 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일부에서 전해지고 있듯, 가난한 장사꾼의 아들이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그가 비극 작가로 데뷔한 것은 기원전 455년 이었다고 한다. 바로 이 해에 자작의 4부작으로 비극 경연에 참가하여 예선을 통과하였다. - 395


에우리피데스 작품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완전하거나 완전에 가까운 극의 수는 19편이다. - 395


에우리피데스는 본시 명상적인 성격의 작가로 정치나 사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가능한 고독 속에 있으면서 사색이나 극작에 몰두했다고 전해진다. - 396


에우리피데스는 작품의 제재를 관습대로 신화와 전설에서 땄지만 극중 인물들은 신이나 영웅이라기보다 일상의 인간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여성의 다양한 성격과 세밀한 심리 분석, 묘사에 이르러서는 고대 작가로서 그를 앞지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 396

이런 점 때문에 그의 글을 읽기가 수월한 듯 하다. 나는 이 책의 세 비극작가 중 이 사람의 글이 제일 술술 읽힌다.


메디아


메디아는 기원전 431년 봄 , 대 디오니시아 제전 때 상연되었다. 기원전 431년이라면 펠로폰테소스 전쟁이 일어난 해이며, 페르시아 전쟁 뒤로 한결같이 번영의 길을 걸오온 아테네에 점차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 398


이 극 속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이아손의 배신 행위이며, 410해 이하의 코서스 등 역시 전쟁 전야의 도시 국가 사이의 공기를 느끼지 않고 읽어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극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르고호 원정의 후일담이라고 할 말한 것이다. 교활한 숙부 펠리아스의 권고대로 아르고호 원정을 일으켜 북방의 코르키스 땅으로 황금양털을 찾으러 갔던 이아손은 코르키스의 왕녀 메디아의 도움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으므 로 그녀를 데리고 고향 이롤코스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 숙부의 악의에 대항해 마술에 능한 메디아를 통해 충분한 복수가 이루어진다. - 398


다만 이상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모두 메디아가 계획적으로 자식을 죽인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잘못해서 죽였다거나 죽였다는 소문인 것은 계획적으로 죽이는 것에서 겨우 한 발의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것이 바로 에우리피데스의 창의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적어도 자식을 죽인 원인을 남편과의 불화에서 두었던 것은 그의 독창적인 생각이었다고 여겨진다. - 399


유모 : ...워낙 급한 성미시라 가혹한 수모를 받고 참고 견디실 분이 못 되는데, 누구보다 내가 그 인품을 잘 알고 있지.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되어 못 견디겠구나. - 401


유모 ; 저것 보세요. 도련님들. 내가 뭐랬지요?

어머니께서는 가슴이 노여움으로 불타고 있어요.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

하지만 어머니 눈을 피하여

결코 가까이 가지는 말고

꺽이지 않는 무섭고 사나운

성미를 조심하세요. - 403

(무서워 하는 아이들 유모의 상냥한 말에 겨우 선생을 따라간다. )

처렇게 처음부터 터져오르는

한탄의 먹구름은

머잖아 노여움이 심해져

번개를 뻔쩍일 게 분명한 일

자존심이 강하셔서

한 번도 남에게 꺽인 적이 없으신 분이 원통한 변을 당하셨으니

무슨 짓을 하실지 모르겠구나 - 403

메디아를 젖 먹여 키운 유모의 눈이 정확하리라.


아 안타까운 일이구나

나쁜 것은 아버지이지, 이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어째서 저토록 아이들을 미워하실까. 이 아이들이

무슨 변고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높으신 분의 성미란 무섭기도 하시지

남을 시키는 일뿐이지 간섭받는 일이 없어서

완고한 마음을 손톱만큼도 굽히지 않으시는구나- 404


이아손 ; 나로서도 말재주가 없어서는 안될 것 같군. 능숙한 뱃사공처럼 돛을 잔뜩 망아롱려서 그대의 그 시끄러운 수다의 폭풍을 슬그머니 피해야 할 판이로군. 나를 위해 무척이나 은혜를 입힌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이 목숨을 보전해 주신 분은 여러 신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오직 한 분 아프로대테 신뿐이오. 영리한 그대이니 물론 이런 말을 늘어놓으면 듣기가 싫겠지. 사랑의 어쩔 수 없는 힘으로 해서 그대가 나를 구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말이오...무슨 동기였든지 간에 구해준 것만은 사실이니까...그보다는 차라리 세상에 알려진 사람이 되는 편을 택하겠소. 내 원정 때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만하기로 하지. ...드 다음 왕가와의 혼사에 대해...그 이야기를 하겠소. 내가 그렇게 한 데는 생각이 있어서 한 일이니까 절대로 절제심을 잃고 있지는 않소. 더구나 그대와 아이들을 위해서 한 일이오. 가만히 듣기나 해요...낙오자로서 영주의 따님을 아내로 맞아들이기보다 더 다행한 일이 어디 있었겠소. 그대는 화를 내고 있지만 내가 그대에게 싫증이 나서 새로운 여자에게 마음을 불태우고 있는 것도 아니고 덮어놓고 자식 수를 늘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오. 자식은 지금 있는 것으로도 충분해. ...그런게 아니라 이것이 첫째 이유인데 우리 궁하게 살지 말고 잘 살아보잔 말이오...그대에게서 낳은 아이들의 동생들을 더 만들어서 그 양쪽 자식들을 일족으로 만들어 모두 잘 살아보자는 것이오. 그대는 더 이상 아이들이 필요없을 것이고, 나로서는 지금 있는 아이들이 앞으로 생길 아이들에게서 도움을 맏는다면 잘된 일이 아니겠소.- 417

성공한 남자의 첫 번째 부인이 당하는 일을 지금 당하고 있다. 그 부인은 아무것도 가진 것없는 그 남자가 성공하도록 도왔다. 그런데 그는 멋있어 지고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다른 동맹으로서의 결혼을 원한다. 이 여자에게 지금 그런 자신의 논리를 펴고 있다. 오늘날 같으면 이혼한 후 젊고 배경좋은 다른 여자와 혼인하는 것이겠지. 또 하나 여기서 볼 것은 사랑의 힘으로 메디아가 남편을 도왔고, 그것이 그들 혼인의 동기가 되었다. 그런데 사랑은 변했다. 사라졌다. 이번에는 여자쪽이 아니라 남자쪽에서 먼저다. 이럴 때 어찌할 건지.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받아들이고 흘러가는 것


이아손 ; 똑똑히 들어요. 왕가와의 이번 혼인은 절대로 여자에게 끌려서가 아니오 아까도 말했듯이 어떻게 해서든지 그대를 잘 살게 해 주고 싶고, 내 자식들을 위해서 왕가의 피를 이은 동기간을 낳아 집을 부흥시켜 보겠다고 생각한 것 뿐이오.

메디아 : 잘 사는 것도 슬픔이 따르는 것이라면 싫어요. 마음에 고통을 주는 그까짓 재물 따위 아무리 많으면 뭘해요.

이아손 : 마음을 어떻게 가지면 좀 더 영리해 지는 지 아오? 좋은 일을 고통스러운 것이라 생각지 않는 것이오. 행복한데 왜 불행하다고 생각하느냐 말이오.

그가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아손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 여자의 마음을 전혀 모르고 있다. 놀라워라.

 

아이게우스 : ...나늘 그대를 보호해 드리리다. 하지만 이 점만은 미리 말해 두어야겠소. 이 땅에서 그대를 손수 데리고 가는 일만은 할 수가 없소이다. 그대 쪽에서 무사히 내 집에 당도하였을 때는 물론 거리낌없이 머무르게 해 드리리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대를 넘겨주지는 않겠소. 다만 이 곳을 떠나는 일만은 그대 혼자서 해야겠소. - 423

아이게우스의 소망이 자손을 얻는 거이라는 걸 메디아는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낳아주겠다는 건지, 불임을 치료해주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발 뻗을 것을 먼저 마련하고 있다. 대단히 능력이 있고 용의주도하다.


메디아 : ...나는 이미 실수를 한 몸이었어. 그리스 사내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고향집을 버렸던 그 때에 하지만 그 사내도 하느님의 도움으로 죄값을 단단히 치르게 될거야. 나에게 낳게한 자식들의 무사한 모습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것이오. 새색시에게 아이를 낳게 할 수도 없게 될 테니까. 왜냐고. 새색시는 내가 보낸 독약으로 응분의 죄를 받아 꼴사나운 죽음을 당할 거니까. 나를 연약하고 하찮은 여자라든가, 순하기만 한 여자라고 생각지는 마세요. 그와 반대로 원수에게는 사정없고, 친한 사람에게는 인정을 베푸는 사람이에요.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이런 사람들이 아니겠어요. - 425

자기를 배신한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죽인다. 그리고 그의 새 여자를 죽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남자는 살려둔다. 이 얼마나 자가당착적인가? 정작 복수를 할 대상에게 해야지. 유노여신과 매우 비슷하다. 제우스에게는 꼼짝못하면서 상대 여자와 아이들에게 복수하던. 둘 다 이 남자에게 의존적이기 때문.


메디아 ; ...얘들아, 내가 너희들을 키운 보람도 다 허사구나. 그 고통을 참고 너희들을 낳아서 뼈가 닳도록 고생고생해서 그 보람이 다 허사였어. 이 불쌍한 에미는 이런저런 희망도 너희에게 걸어보았지. 늘그막에는 내 뒤를 보살펴 줄 것이고, 죽으면 너희들의 손으로 나를 묻어주리라고. 하지만 이제는 그 즐거운 생각도 사라져 버렸구나. 너희들을 잃고 슬픈 생활을 해야할 처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너희들고 그 귀여운 눈으로 이 어미를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었구나. - 433


이아손 ; 오 이 고약한 사람 같으니, 나뿐 아니라 하늘의 모든 신들, 그리고 이 세상 사람이란 사람들에게 모조리 천하에 없는 미움을 받아 마땅한 계집 같으니라고, 어미된 몸으로 제가 낳은 자식에게 칼질을 하여 나를 살 보람도 없이 자식 없는 신세로 만들다니, 끔찍스러운 짓을 저지르고도 감히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면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다니, 죽어없어지거라.

이제야 깨달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비를 배반하고 잔뼈가 굵어진 고향 땅을 저버린 그대를 무서운 화근인 줄 모르고 외지에서 이 그리스 땅 내 집으로 데려왔을 땐 몰랐었지만 그렇다. 그대에게 붙어다니는 원령을 내 위에 신들께서 내리신 것이다. 뱃머리가 아름다운 아르고호에 오를 때 그대는 집안에서 육친인 남동생을 죽이지 않았던가, 그것이 바로 죄의 시작이었어. 그래서 지금 내 아내가 되어 내 자식까지 낳고서도 채워지지 않는 그 사랑 때문에 그 자식들을 죽인 것이다. 감히 이런 짓을 한 여자는 이제껏 그리스 천지에는 없었다. 그 숱한 여자들을 체쳐두고 하필이면 나는 그대를...인간의 여자가 아닌 암표범, 시칠리아 바다에 사는 여괴 시킬라보다도 사나운 천성을 가진 그대를 아내로 맞아 가증스러운 화근의 인연을 맺었던 것일까? 아무리 욕을 할지라도 그대는 대꾸도 하지 않으리라. - 443

사랑의 부족에서 이 살인의 연유를 찾고 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아테나도 잔혹한 면이 있었다. 싸이코패스 같은 메디아의 잔인한 성품은 어디서 연유한 걸까? 나는 정말로 궁금하다. 싸이코패스들은 왜 그런 성품을 가지게 되는 걸까 파충류 뇌는 형성되었지만 포유류가 되기에는 품에 안겨 따뜻함과 정을 받아보는 경험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또한 그 부족한 사랑을 그 남자에게 옴팡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궁금하고 안타깝다.

한편 여자들은 자기의 남편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든, 출세를 위해서든 다른 여자와 함께 살게 하거나, 떠나는 고통을 겪는 일이 더 많았다. 그 때 메디아의 이야기는 속을 시원하게만들어 주었을 거다. 남편의 내연녀와 자신의 손에 남은 의무들을 깡그리 어찌 해 보고 싶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여자들은 이 비극을 읽고 메디아를 비난하면서 한편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리라. 그녀는 어쨎든 힘이 있다.

 

메디아 ; 집에 돌아가서 아내나 묻어주시지

이아손 : 두 아이들을 잃은 몸

메디아 : 진정한 슬픔은 늙어서야 뼈에 사무칠 걸

이아손 ; 오오 소중한 나의 자식들, 사랑스러운 내 자식들아

메디아 : 소중히 여긴 건 나예요.

이아손 : 그렇다면 왜 죽였지?

메디아 :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

이아손 ; 아 하다못해 아이들의 귀여운 입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구나.

메디아 : 이제와서 새삼스레 아이들이 귀엽다든 말을 잘도 하는 구려. 전에는 버려두고 거들떠도 안보더니.

이아손 : 제발 부탁이니 아이들의 그 보드라운 살을 만지게 해 다오

메디아 : 안돼요. 아무리 사정해도 소용없어요. - 445



트로이의 여인들


사로잡힌 여인들이 새 주인에게 분배되기를 기다리면서 슬피 울부짖는 저 처량한 목소리로 진동하는 스카만드로스 강, 어떤 여인은 아르카디아 어떤 여인은 테살이아, 똥 어떤 여인은 아테네의 테세우스의 아들에게 종으로 배당되었다. 아직도 주인에게 배당되지 않은 여인들은 이 천막 안에 남겨져 있다. 라코니아 (스파르타)의 틴다레오스의 딸 레렐네도 물로 포로로 이 여인들 속에 끼어 있다. - 451


헤카베 ; 아 늙은 몸 어느 누구의

종이 될 것인가

남을 의지하지 않고는 지낼 수 없는

송장이나 다름없는 이 꼴을 하고

문간을 지키는 노비가 되거나

어린아이를 보살피는 유모가 되어

종노릇을 해야만 하게 되다니

전에는 트로이 왕비로서

공경받던 이 몸이

제2코러스 : 아, 왕비님의 불운은

아무리 탄식하셔도 모자라실 것이오

손에 익은 베틀도 이제는 소용이 없고

그리운 육친의 집을 보는 것도 이것이 끝이런가

끝에 가선 더 스라린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리스 인의 수청을 드는 일이

아아, 얼마나 저주스러운 밤일 것인지

아니면 페이네네의 성스런 우물을 길어 나르는 종이 될 것인가

원턴대 유명한 테세우스의 나라

풍요한 아테네로 갈 수 있기를

그 가증한 헬레네의 나라

에우로타스의 강물이 소용돌이 치는 스파르타에 가서

조국의 원수 메넬라오스의 종이 되어

그를 섬기는 일은 없게 되기를 - 458

전리품으로 끌려가는 여인들의 불행에 마음이 아프다.


탈티비오스 : 아가멤논 왕께서 원하시어 데려가게 되었소.

헤카베 : 오오 그렇다면 스파르타 태생의 왕비를 섬겨야 한단 말인가? 원통하구나

탈티비오스 ; 그런게 아니오, 왕의 수청을 드는 일이오

헤카베 : 어저면 아폴론을 섬기던 처녀가...황금빛 머리칼의 아폴론이 영원한 처녀성을 허락하신 카산드라에게 수청을 들게 하다니..

탈티비오스 : 신들린 처녀에게 왕은 홀딱 반하신 것이오

전쟁에 진 나라의 여인들의 종교, 이전의 하던 일, 문화는 하나도 남지 못하는구나


카산드라 ;.... 헬레네라는 단 한 여인에 얽힌 사랑 때문에 그 여인을 되찾으려고 애꿎은 수만 명의 남자들을 잃은 그리스가 아닙니까? 지혜롭다고도 명성도 높았던 왕이 동생의 처를 구하기 위해서 사랑스러운 제 자식을 희생시켰던 것입니다. 참으로 아무리 미워해도 못 다 미워할 여자 때문에 둘도 없는 보물을 잃었다고나 할까요. 그것도 강제로 겁탈이라도 당하여 끌려왔다면 또 모르되, 자진해서 불의를 범한 여인을 위해서라니 - 463

카산드라 말에 동의한다. 그 여자의 치정, 그 남편의 분개는 개인적인 사안이다. 그런데 두 나라 국민의 수많은 목숨을 잃어가면서 법적 남편의 권리를 주장했어야 하는가?


헤카베  아아, 신들이여 굽어 살피소서. 믿을 수 없는 신들이라고 원망도 하였지만, 그래도 불행을 당하면 역시 신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수가 없구나. 우선 지난날의 갖가지 행복이나 이야기해 볼까 오늘의 고통이 유독 뼈에 사무치게 느껴지지 않도록. 생각건대 나면서부터 왕녀라 불리었고, 출가하면서는 왕비가 되어 세상에 뛰어난 아들딸을 가졌던 이 몸, 그 수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로 트로이에 어깨를 나란히 할 자 없는 자녀들 이었다. 트로이뿐만 아니라 그리스와 만족의 나라를 더듬어도 이만한 자녀를 가진 어머니는 없을 것이다. 그 아들들이 애꿎게도 그리스군의 창살에 쓰러져, 아들의 무덤 앞에 이 머리칼을 잘라서 장사 지낼 겨를도 없이 아이들의 아버지, 내 남편 프리아모스의 최후를 당해야 했다. 그것도 인편에 전해 들은 것이라면 그나마 위안이라고 될 것을 성이 함락된 그 때 집안 제단 앞에서 무참히 살해된 광경을 이 눈으로 보아야 하게 되다니. 그리고 훌륭한 신랑을 골라 출가시키겠다고 고이 기른 딸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사내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아마도 딸들을 다시 만날 희망은 영영 없으리라. 그리고 끝으로 우리의 불행의 끝맺음이라고나 할까. 이 늙은 몸이 종이 되어 그리스로 끌려가게 되었구나. 늙은 몸으로 무엇보다도 견디기 어려운 온갖 노력을 짊어져야 할 테지. 헥토르의 어미인 내가 문간에 서서 열쇠를 지키거나 빵을 구우며, 일찍이 이몸을 편히 뉘었던 호사스러운 이부자리 대신 땅바닥을 잠자리로 하여 늙은 등을 붙이고, 이미 걸레같이 된 이 몸에 다시 누거기를 걸치고서 영락한 꼴을 보여야 하겠지. 단 한여인의 혼례로 이토록 고통을 겪어야 하다니 이 무슨 원통한 일인가? -467


안드로마케 : ...저는 여자의 길을 지키려고 애썼던 것이 원수가 되어 부덕의 명예는 얻었습니다만 소중한 행복을 잃고 말았습니다. 저는 헥토르의 아내로서 여자에게 필요한 모든 덕망을 지켜왔습니다. 여자란 집을 나서면 무슨 불명예스러운 일을 하지 않아도 남에게 나쁜 소리를 듣게 마련이지요. 그것이 싫어서 저는 얌전히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여자들끼리 하는 부질없는 잡담도 하지 않도록 애를 썼으며, 다행히 타고난 분별을 의지삼아서 그릇된 일에도 빠지지 않고 그럭저럭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남편 앞에서는 말을 삼가고 얼굴을 찌뿌리지 않았으며 남편을 능가해도 좋을 때와 양보해야 할 대를 분별할 줄도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이 그리스군에게 까지 알려져서 제 불행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제가 사로잡혔을 대 하필이면 아킬레우스의 아들이 저를 아내로 소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남편을 죽인 그 원수에게 천한 종노릇을 하게 된 것입니다. - 473


헤카베 ; 메넬라아오스님 그대의 아내를 죽이겠다는 뜻은 참으로 훌륭하오만 그 여자의 얼굴은 보지 않는게 좋겠소. 만나면 다시 그리움에 마음이 끌리게 될 것이오. 그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은 사내의 마음을 사로잡고 나라를 망하게 하며, 집을 불사르게 하고 마는 무서운 마력을 지녔소. 나는 그 여자의 본성을 아오. 한번 그여자의 마력으로 고생을 겪은 자는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물론 그대로 알 것이오

(헬레네가 천막에서 병사들에게 끌려 나온다. 다른 여자 포로들과는 달리 아름답게 차려입고 화장까지 하고 있다.) - 480


헤카베 : 그렇다면 당신과 가은 배에 타게 해서는 안됩니다.

메넬라오스 : 그건 또 왜? 헬레네가 더 무거워지가라도 했단 말이오?

메넬라오스 ; 그것도 사랑을 하는 자의 마음 나름이겠지. 그러나 그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으므로 내 그대의 소청대로 그 여자를 나와 같은 배에 태우지는 않게쏘. 그리스에 당도하면 그 흉측한 소행에 알맞은 흉측한 죽음을 내려 모든 여성들에게 절개를 저버리는 짓의 무서움을 단단히 가르쳐 줄 것이오, 여간해서는 정신차릴 여자들이 아니지만, 헬레네의 처형을 보면 어지간한 여자라도 겁이 나서 어느 정도는 어리석은 행동을 삼가게 되겠지. - 485

이것이 남편의 권리인가? 이혼하면 되지.


탈티비오스 ; 안드로마케는 성벽에서 떨어져 죽은 헥트로의 아들 아스티아낙스의 장사를 지내 달라고 네오프톨fp모스에게 청원하였고 여기에 가져온 청동의 방패, 이 아이 부친이 옆에 들고 그리스인들을 벌벌 떨게 했던 이 방패는 펠레우스 궁전에 가져가지 말아달라고 했소. 새로운 남편을 맞아야 하는 그 방에서 그것을 봐야 한다면 너무나 괴로운 일이 아니겠냐고 하며 석관이나 삼목의 관 대신 아들을 이 방패에 언정서 묻어 달라고 했소. 또 유해는 그대에게 맡겨서 그대의 지금 처지에서 형편에 닿는 대로 옷을 입혀 화환으로 장식해 달라는 것이었소. 주인이 급히 떠나게 되어 함께 떠나는 바람에 손수 아들을 매장할 수 없게 된 것이오. - 488

아이구야 아이와 어미가 불쌍하다. 눈물 나는구나.


탈티비오스 ; 겹치는 불행에 넋을 잃고 말았구나. 자 자정볼 것 없다. 노파를 붙들어라. 이는 오디세우스님의 소중한 전리품, 무사히 그분에게 데려가야만 한다. - 492

전리품일 뿐이구나. 사람이 아니라.


바쿠스의 여신도들


에리리피데스는 마케도니아 오앙 아르켈라오스의 초청을 받아 아테네를 떠났다. 2년 뒤인 기원전 406년 봄에 그의 부음이 아테네에 전해졌다. 그때 이미 70세를 넘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즈음 아테네 사람들의 통념으로는 야만인들이 사는 벽지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마케도니아로 옮겨갈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아르켈라오스 왕의 후한 대우에 감동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펠로폰테소스 전쟁의 끝 무렵 점점 더 험악해져 가는 아테네의 정세가 시인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으며 특히 이 진보적 예술가이자 사상가였던 그에게 숙명이기도 했던 완강하고 사리에 어두운 보수파들로부터의 악의에 찬 비판과 비웃음이 세상 인심의 퇴폐와 더불어 더욱더 심해져 마침내 강인한 그의 정신력으로도 견뎌내기 어려울 만큼 시련이었을 것으로 상상된다. - 497


마케도니아에서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는 믿을 만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다만 우수한 작품이 이 동안에 씌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생활 환견이 노시인의 상처입은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활력을 주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 497


생각건대 시인이 <바쿠스의 여신도들에서 갑자기 그 종교관이나 인생관의 전환을 나타냈다고 하는 것은 무제 밖이라고 해도 좋다. 20여 년 전에 씌어진 <히폴리토스>와 비교해 보는 게 가장 간단하고 뚜렷한 방법이 아닐가 싶다. 정숙한 파이드라를 파멸시키고 히폴리토스를 그 동반자로 만든 것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음모였다. 여기에서는 펜데우스와 카드모스 일가를 쓰러뜨린 것이 디오니소스였다는 차이뿐이다. 연애도, 주신이 일으키는 열광도 마침내는 자연의 원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힘을 넘어서므로, 그 도량 앞에서 인간은 아무 힘이 없다. 따라서 또 인간의 윤리, 선의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것이 된다. ..요컨대 <바쿠스의 여신도들>은 이같은 초인간적인 힘이 미쳐 날뛸 때 인간계에 일어나는 무서운 비극을 훙부한 환상을 섞어가며 그러나 무서울 만큼 사실적인 필치로 그린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 야성적인 아름다움과 박력은 노시인이 마케도니아의 자연에서 얻은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 499


디오니소스 ; 지금도 신은 바로 옆에 계시며 내가 어떤 변을 당하고 있는지 보고 계시오

펜테우스 : 어디에 있단 말이냐? 내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데

디오니소스 : 내가 서 있는 곳이오. 당신은 신심이 없기 때문에 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오 - 517


소몰이 : 황소소리에 잠이 깨셨는지 전하의 어머니께서는 신도들 한복판에 서시더니 모두에게 잠을 깨어 일어나라고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여인들은 모두 눈에서 잠을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늙은이도 젊은이도 처녀도 섞여 있었는데 그 정연한 규율은 정말 놀랄 정도였습니다. 먼저 어깨까지 늘어진 머리를 빗어내리고, 다음에는 아기 사슴 가죽옷의 매듭이 풀어진 곳을 고쳐 매고, 허리띠 대신 혓바닥을 날름대는 뱀을 가 가죽옷 위에 둘러Ttmqselk. 개중에는 아기사슴이나 아기늑대를 안고 흰눈 같은 젖을 드러내어 젖을 먹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젖먹이를 집에 두고 와서 젖이 불은 여인들이겠지요. 포도덩굴에 떡갈나무 잎이나 꽃이 핀 미라크스로 엮은 관을 머리에 쓰고 한 사람이 지팡이를 들어 바위를 치니, 그 바위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왔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지팡이를 땅에 꽂으니 놀랍게도 포두주가 샘처럼 솟아올랐습니다. - 525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유아기 환상


카드모스 ; 사실 테이리세아스 노인과 바투스 축제를 마치고 여신도들과 헤어져 성으로 돌아오다가 딸들의 횡포를 전해 듣고 다시 산으로 되돌아가 여신도들의 손에 죽은 펜테우스의 유해를 이렇게 날라오는 것이었다. 아리스타이오스에게 출가하여 악타이온을 낳은 아우토노에와 이노는 아직도 광기에서 깨어나지 않아 숲에 있는데 아가베는 미친 채롤 도성을 향해 갔다고 들었다. 오 그게 정말이었구나. - 542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저질러 지는 범죄에 대해 어찌할 것인가? 바쿠스신이든 술이든 약물이든, 아프로디테의 영향이든 결국 깨어있는 상태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이 공식적으로 면해지는 경우, 미성년자, 한정치산자, 금치산자, 전쟁 중 공격과 방어, 성폭행에 의한 임신에 대한 합법적 낙태 가능...


카드모스 ; ..하지만 이제는 나도 비참하지만 너도 불쌍하고, 네 어미와 이모들도 모두 불쌍하구나. 신령을 업신여기는 자들은 펜테우스의 최후를 잘 보고 신을 숭상할 것을 배워야 한다.

코러스 대장 : 카드모스님, 불행을 당하셔서 안됐습니다. 페네우스님께서는 응분의 보상을 받으신 것이지만 할아버지인 카드모스님께서는 얼마나 괴로우시겠습니까? - 545


히폴리토스


히폴리토스 신화가 있나? 변신이야기에서 찾아봐야 겠다. 아름다운 문장


아프로디테 : 얼마전 그 사나이가 피테우스 성을 떠나 판디온 땅에 와서 제사 지내고 돌아가려할 때 그의 아버지의 훌륭한 아내 파이드라가 그를 보았다. 그러자 내가 계획한 대로 파이드라의 마음은 그 사나이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감당할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파이드라는 트로이젠 땅에 오기 전에 이 키프리스를 위하여 이 땅이보이는 저 팔라스이 바위 위에 신전을 세우고 지금 곁에 있을 수 없는 사이이를 향해서 기도하고 불타는 듯한 가슴을 달래려고 하였다. 이 일이 있은 뒤 그녀는 이 사랑의 여신의 신전을 히폴리토스의 신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 551

사랑의 힘을 허수로이 여긴 히폴리토스를 벌주는 것이 이 비극의 내용인가? 그렇다면 이런 소재는 매우 많다.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에서 이걸 중점적으로 찾아 읽어보고 싶구나.


히폴리토스 : 오 나를 다스리는 그대, 이 아름다운 꽃다발을 그대에게 바치나이다, 양치는 목동들이 아직 한 번도 양 떼에게 풀을 먹이지 아니한 또 낫이 한 번도 낳은 일이 없는 처녀 들판에서 따 오늘 꽃등입니다. 단지 꿀벌들만 봄이 되면 그것을 날아다니며, 순결의 여신 아도니스가 맑고 차디찬 초록의 물로 목을 축이게 한 꽃들입니다. 무엇이든지 배움으로 익히지 아니하고, 다만 소박한 자연으로 온갖 지혜를 터득한 사람만이 그 녹색의 들판에서 꽃을 따모을 수 있습니다. 본래 흉악한 자는 허락을 받을 수조차 없습니다. - 553

타고난 >배워익힌


유모 ; 제가 아씨를 잃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이 어디 있겠어요? - 559

모든 아씨들에게는 유모가 있다. 이들이 실질적인 어미이다. 그 어미가 출가할 때도 따라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만든다. 나도 그런 유모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토지 서희의 봉순어미 같은.


파이드라 : 아 어머니, 사랑이 어쩌면 그런 불행을 초래할 수가 있을까요?

유모 : 아씨께선 어머니의 소에 대한 정열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왜 그런 얘길 하세요?

파이드라 : 불쌍한 언니, 디오니소스 신의 아내

파이드라 : 나는 그들의 세 번째 자식으로 이다지도 고통 속에서 죽어야만 한단 말인가?

파이드라의 어머니가 파시파에라면 어쩌면 이건 히폴리토스와 함께 파이드라의 드라마이기도 할테다. 어머니의 일을 알고 있고, 파이드라 역시 커다라 갈등을 겪을 겪었을 거다. 아마도 엄마의 부정에 대해 단죄하는 입장이지 않을까? 파이드라는 수치심 때문에 스스로 죽었지만 사람의 마음에는 스스로 조정하기 어려운 커다란 동력이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을 것 같다.


파이드라 : 수치심에는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조금도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다른 하나는 가정마다 재앙의 대상이 된답니다. 만약 이 둘을 잘 구별할 수 있었다면 똑같은 이름은 생기지 않았을텐데. 나는 오래 전부터 이런 신념 속에서 살아왔기에 다른 생각으로 변화시킬 그 어떤 반대되는 사상도 효과를 내지 못했지. 좌우간 내가 지나온 길을 말하지. 사랑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 때 나는 명예를 더럽히지 않고 그 사랑을 견뎌내려고 했지. 처음에는 입다물고 불행을 숨겼어. - 562


유모 ; ...키프리스가 무서운 힘으로 습격해 올 때는 어느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키프리스는 자기를 따르는 자를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그러나 키프리스를 경멸하고 욕하는 자는 가차없이 꺾어 굴복시킵니다. - 563


유모 ; 제 잘못을 꾸짖어 주시는 왕비님, 죄어드는 아픔이 아씨의 정신을 흐리게 했군요. 그러나 제 말씀을 들어주세요. 저는 아씨를 길러드렸고, 아씨께 마음을 바치고 있습니다. 아씨의 아픔은 곧 제 아픔이기에 그 아픔을 치료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 보았습니다만 바라던 대로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 570

법적으로만 얽혀있고 사실은 아무 사이도 아닌 이들 사이의 이런 관계가 많다. 영화에서도 많이 다루지. 


테세우스 ; 정다웠던 이 손에 달린 편지는 무엇일까?

테세우스는 영웅이었다. 긴 여정을 마치고 귀환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걸까? 여정은 마치고 그 뒤로 내내 행복할 수는 없는걸까?


아르테미스 :  너는 네 아내의 거짓 고발을 믿고 불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너무도 끔찍한 불행을 초래했다. ...나는 네 아들의 무고를 알려주려고 이곳에 왔다. - 585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그것은 일종의 전설적인 우화의 형식 아래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마음에 있어 본질적인 문제의 하나인 외와 벌의 문제에 관한 뜻 깊은 토론이다. - - 592


안티고네 대립과 소포클레스의 인간 예찬


처형되는 것은 안티고네지만 신들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훨씬 잘 알고 있었던 것은 그녀쪽이다. - 606


에우리피데스의 <바쿠스의 여신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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