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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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살인 과보의 종결자일까?
답을 표기하세요. 오지선다형 객관식입니다. 답은 마음에 드는 만큼 고를 수 있습니다.
1번 오이디푸스왕, 2번 안티고네, 3번 오레스테스, 4번 엘렉트라, 5번 답없음
오레스테스와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읽었습니다. 소포클레스, 에우리......아이스인가? 아 이 비극 작가님의 그리스 이름을 길어서 못외우겠습니다. 급히 오픈북 테스트 받는 느낌으로 인용문 쳐둔 파일을 열어보니 오레스테스 3부작을 쓴 이는 아이스킬로스군요. 아이스킬로스, 아이스 킬 로스, 아이스킬로스. 암튼 오레스테스는 귀에 설지만 오레스테스의 누이인 엘렉트라는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입니다. 오이디푸스콤플렉스의 짝으로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말해지지요. 심리학 개론 시간에 배웠습니다. 인간의 발달 단계에는 결정적인 시기가 있고, 그건 생애 초기 7년 정도인데 구강기, 항문기를 거쳐 이 이름의 시기를 지납니다. 각 발달단계가 제대로 안되면 그 시기에 고착된다던가요? 나는 입이 즐거워야 하니 구강기 고착인가? 이런 얘기를 그 공부를 하면서 내내 했던 것 같습니다. 오이디푸스콤플레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반대 성의 부모에 대한 연정을 건강하게 포기하고 다른 이성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리스 비극을 읽기 전에는 이 이름들은 초기 발달단계와만 연관지어 생각하는 이름입니다. 물론 고착된 것이 제법 주렁주렁 하니 나의 고착에 대해 더 살펴보고 그 고착 좀 해결하고 싶은 소망도 굴뚝 같습니다만 저 질문도 궁금합니다.
라이오스왕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아들을 낳게 되리라는 신탁을 받았습니다. 생후 3일된 아들을 버렸는데 양치기가 살려주었지요. 결국 그 예언대로 그 아들, 오이디푸스는 누구인지도 모른 채로 아버지를 죽이고, 나라를 구하는 일을 했다고 그 나라 왕비와 결혼을 시켜줘서 자식 낳고 잘 살았습니다. 공석인 왕 자리와 왕비까지 끼워 주는 이것도 참 이상한 제도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어머니였습니다. 이 일이 밝혀졌을 때 오이디푸스 왕은 자기 눈을 찌르고 방랑길에 오릅니다. 그 어머니이자 아내는 자살하구요. 그들이 둔 2남 2녀 중 두 아들은 왕위를 다투다가 서로 죽입니다. 그들의 딸 안티고네는 심청이처럼 눈먼 아버지를 보내드릴 때까지 봉양합니다. 그 뒤로는 서로 싸우다 죽은 오빠의 장례를 금지하는 왕의 법에 반대해서 오빠를 장사지내고 처형당합니다. 안티고네의 영웅적인 처사에 대한 긴 해설을 보았습니다.
저는 다른 책에서 라이오스 왕의 가계에 있었던 이전의 살인 사건을 말하면서 오이디푸스를 옹호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라이오스는 테베의 왕이었다. 그가 어찌하여 아내와 자기 사이에 자식이 없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델피 신전에 갔을 때 신탁의 응답은 다음과 같았다. "라이오스 너는 자식을 갖고 싶어하는 구나. 너는 아들을 갖게 되리라. 그러나 네가 그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될 운명이로다. 그것은 네가 자식을 빼앗은 적이 있는 펠롭스의 저주 때문이다." 라이오스는 젊은 시절 자기 나라에서 도망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을 때 자신을 받아들여준 펠롭스 왕의 도움으로 그곳으로 피신해 있었는데 거기서 이런 잘못을 저질렀다. 라이오스는 펠롭스의 잘생긴 어린 아들을 농락하여 그가 자살하도록 만듦으로써 이 친절을 갚았다. - 진 시노다 볼린,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 45쪽, 정신분석학자 앨리스 밀러의 책에서 재인용>
엘렉트라는 동생 오레스테스와 결탁해서 어머니를 죽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동생이 죽이지요. 그의 어머니는 아가멤논의 부인이었고 배가 출항하기 위해 그들의 큰딸 이피게니아를 희생제물로 바치라는 신탁 때문에 남편이 아이를 죽이자 원한에 찹니다. 그녀는 남편이 승전해 오자 애인과 함께 남편을 죽이고 그것이 아들과 딸의 원한을 사서 아들의 손에 죽습니다. 어머니의 애인이었던 남자는 그 집안에 또 다른 원한이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집안에는 신을 대접하기 위해 자식을 살해해 요리했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근데 신들은 어린아이 요리를 원했을까요? 아버지가 지레 오버한 걸까요? 한치 의심과 흔들림없이 늙그막에 얻은 금쪽같은 외아들을 번제물로 잡아 바치려 했던 아버지를 성경에서 본 적 있습니다. 그는 양을 대신 받으며 믿음을 칭찬받았고요. 말이 딴 데로 샜는데요 다시 돌아와, 깔끔한 입법자 아폴론은 아들에게 아버지의 복수, 곧 저를 낳아준 어머니를 살해하라고 명령하고 그 명령에 대한 책임을 일부 인정합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엘렉트라>의 아테네 법정에서는 어머니 없이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네 여신이 캐스팅 보우트를 던짐으로써 어머니 살해보다 아버지 살해가 중죄이고, 오레스테스는 무죄라고 했습니다. 이천 년 전에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씨앗을 기르는 밭 역할만 한다는 변론이 근거를 가질 수도 있었겠지요. 요즘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야 수정란이 된다는 건 기초상식인데 말입니다. 또 다른 오레스테스의 후일담을 읽었습니다. 인간 심리와 기독교신앙의 통합을 지향했던 정신과의사의 책의 '은총과 정신질환'이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입니다.
<신들은 어머니 살해의 죄를 물어 오레스테스에게 퓨리스를 보낸다. 퓨리스는 무시무시한 세 마리의 하피(여자의 얼굴과 몸에 새의 날개를 가진 괴물)로 오직 그의 눈에만 보이고 귀에만 들린다. 그런데 밤이고 낮이고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나타나서는 갖은 비난의 말로 그를 괴롭혔다. 어디를 가든 퓨리스가 따라다녔다. 오레스테스는 자기 죄를 보상할 곳을 찾아 땅 끝까지 헤매었다. 여러 해 동안 외롭게 자기를 반성하고 해체한 끝에 오레스테스는 신들에게 자신의 가문에 떨어진 저주와 퓨리스의 끝없는 추적을 거두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자기 어머니를 살해한 댓가를 충분히 치뤘다고 믿었다. 오레스테스를 변호하기 위해 아폴론은 자신이 오레스테스로 하여금 어머니를 죽이도록 모든 상황을 조작했고 따라는 오레스테스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 오레스테스는 펄쩍 뛰면서 반박했다. "어머니를 죽인 것은 저입니다. 아폴론이 아니고" 신들은 놀랐다. 아트레우스 가문 사람들 중 신들을 비난하지 않고 책임을 전적으로 떠맡은 자가 여태껏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신들은 오레스테스를 용서하고 그의 가문에 내린 저주를 풀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퓨리스를 사랑의 영인 에우메니데스로 변화시켜 현명한 충고를 내려서 그를 행운의 길로 이끄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 M. 스캇 펙 <아직도 가야할 길> 430쪽. 신화의 원 출처는 모르겠음>
자 과연 오이디푸스왕 집안의 흉사와 아트레우스 집안의 흉사는 어떻게 해야 끝이 나겠습니까? 육친의 손에 죽어가는 아이들과 자식의 손에 죽는 부모에 대한 일은 피를 부르는 복수에 의해서만 해결이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자살을 하면 끝이 날까요? 자신을 죽이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 되어 후대로 흘러가지 않겠는가요? 그렇다면 누가 이 과보를 끝장을 내는 사람일까요? 스스로 눈을 찌른 오이디푸스왕입니까? 그런 아버지이자 오빠를 봉양한 안티고네입니까? 아니면 피를 피로 갚은 남매입니까?
나는 곰곰해집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 더욱이 육친, 자식을 죽이는 것은 죽어서 마땅한 죄입니다. 또 내 가족의 죽음에 대해 복수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죄에 대한 마땅한 결과가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벌로써 해결이 되는 것인지, 복수의 피바다든 법의 심판이든 벌을 받아 그가 죽임을 당하면 그 대를 물리는 집안의 죽음의 흐름은 끊어질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죽음을 죽음으로 갚지 않고 저 흐름을 끝장낼 다른 방법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만약 그런 방법이 있다면 굳이 죽고 죽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내가 만약 모르는 선대에 살인의 역사가 있었던 집안의 자손이라면 남을 살리는 일을 몇 배로 하면 되지 않겠나 잡념도 피워봅니다. 그런데 역시 운명이란 무서운 것입니다. 자신의 가계에 어떤 사연이 있는 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상을 보는 카산드라의 신탁도 없고, 신녀도 없으니. 아 그게 젤 먼저 와닿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좀 생각을 더 해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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