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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7일 20시 38분 등록

당신은 아마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15분 동안 마시멜로 한 개를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한 개를 더 준다고 약속을 한다. 아이들 중 일부는 참고 있다가 한 개의 마시멜로를 더 받았고 일부는 한 개에 만족해야 했다. 10년이 지난 뒤 연구자들은 실험에 참여했던 600명 가량의 마시멜로 어린이들을 추적했고 다시 1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들, 그리고 아주 오래 참다가 먹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학교 성적도 더 좋았고 다른 사람들과 더 잘 어울렸으며 스트레스 관리에도 뛰어났다. 결론적으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이 먹은 아이들보다 훨씬 성공했다. 저자는 이 연구를 통해 자기 의지로 보상을 미루는 능력이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의지력의 놀라운 능력을 맹신하게 되었다. 精神一到何事不成! ‘정신을 한 곳으로 모으면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랴고 나를 몰아세웠다. 일이 하기 싫을 때, 몸이 아파 쉬고 싶을 때, 마음이 나약해 질 때마다 이번 마시멜로만 참으면 장미빛 새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으며 버티고 또 버텼다. 그렇게 나는 14년 동안 조직에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활활 불타던 전의는 사그라 들고 그냥 이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으면하는 간절한 마음이 나를 채우게 되었다. 그때서야 나는 알았다. 나는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탈진한 것이었다.

 

울리히 슈나벨은 행복의 중심, 휴식에서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가 발견한 의지력이라는 게 일종의 힘 저장고와 같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의지력은 소모성 자원이라는 것이다. 의지력에 따른 행동을 하는 동안 그 저장고에 담긴 힘을 끌어다 쓰다가 저장고가 바닥나면 우리의 의지도 무너진다. 의지를 필요로 하면 할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힘은 쉽게 고갈되는 탓에 당장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의지력 저장고가 텅 비게 되면 자아 탈진현상이 일어난다. 혼자서는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며,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러한 이론은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바우마이스터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6분 동안 자신의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면 떠올린 것을 적어보라고 했다. 다만 그 어떤 경우에도 백곰은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참가자들은 백곰을 떠올리지 않으려 자신의 의지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다음 어려운 퍼즐 문제를 내주자, 백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다른 실험 참가자들에 비해 이들은 훨씬 더 빨리 문제 풀기를 포기했다. 생각의 흐름을 의지로 통제한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백곰 문제에 너무나 큰 의지력을 소모한 탓에 정작 중요한 문제는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모진 다이어트를 하다가 갑자기 폭식을 하고 요요 현상으로 괴로워하거나, 독실한 종교인이었던 사람이 믿기 어려운 범죄를 저지르거나, 믿기 어려울 정도의 자제력을 보이던 사람이 너무나 쉽게 하던 일을 포기하기도 한다. 견고히 쌓아 두었던 의지력이란 내면의 둑이 터지면 그 안에 있던 충동들이 그 동안 쌓아놓았던 모든 것을 허물어 버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기 통제력을 과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의지력 저장고가 텅 비게 되는 일이 없도록 자기 통제력을 혹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결심하고 자신을 몰아붙이다 보면 모든 것을 잃고 마는 사태를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 혹자는 변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변화는 매일 조금씩 이루어야 한다. 작은 변화를 통해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만 의지력을 과신해 큰 변화를 수없이 시도하다 실패하면 우리는 포기라는 놈을 선택하게 된다.

 

나는 이제 정신의 힘보다는 육체의 힘을 더 믿는다. 정신은 육체라는 큰 덩어리를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먼 길을 가려면 생각이 많은 기수보다는 느리지만 우직한 코끼리를 잘 다루어야 한다. 나는 육체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됨을 깨닫고 내 몸을 돌보기 시작했다. ‘몸은 먹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믿으며 몸에 좋은 것을 먹고, 내 몸을 약하게 만드는 것들, 예를 들면 부족한 잠,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려 노력한다. 잠을 많이 자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던 나는, 잠은 시간 낭비가 아닌 내 몸의 재충전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게 되었다. 정신력에 의지해 과로를 하고 나면 그 여파가 너무 컸다. 그래서 미리미리 그리 하지 않도록 조절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비난했지만, 이제는 피하려 노력한다. 이 모든 것은 의지로 극복하면 근육이 생겨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탈진하게 하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

 

가끔은 자신의 의지력 저장고 게이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계획한 것들을 이루어내지 못했다고 자신을 너무 다그칠 필요는 없다. 특히 당신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많은 일을 벌이는 야심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은 성공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다 보면 당신이 원하는 곳에 와 있을 것이다. 큰 강을 한 걸음에 건널 수는 없지 않은가? 텅 빈 의지력 저장고를 다시 채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니 언제나처럼 예방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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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05:45:32 *.223.2.32

그래도 정신의 힘과 육체의 힘을 너무 딱 잘라 가르는 건 아닐까?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조금 더 섞어졌으면 좋을 듯 한데.....

의지력 저장고를 예방하는 것보다 채울 수 있는 방법이 나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언니의 지난 일주일은 어떤 모습이었는지요.

주말에 전투적으로 낮잠을 자지는 않았는지..

언니가 일을 하고 있는 건 좋지만.. 카톡에 언니 목소리가 잦아든건.. 별로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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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0 08:46:51 *.252.144.139

루미는 육체의 힘보다는 정신의 힘을 길러야 할 사람이지.

밤새 술먹고도 다음 날 또 마시는 강철 체력의 여인이 아니더냐?

나는 육체의 힘을 더 길러야 하는데 이제 부족한 것을 보완해야 한다 나를 다그치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잘 운용하는 묘미를 살려야 할 때인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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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14:44:35 *.246.68.12

언니 역시 일을 시작하니, 카톡에서 얘기할 시간이 없네.ㅋㅋ..

일은 재밌는겨?? 쉬엄쉬엄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시멜로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내가 어릴 때 이 실험에 참가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는데. 나는 안 먹고 있었을 것 같아. 근데 먹고 싶은 걸 참는다기보다. 마시멜로가 별로 맛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하나를 더 받는게 보상으로 느껴지진 않았을 듯. 내 손에 두 개의 마시멜로가 있으면 하나는 조금 맛을 보고 버리고, 또 다른 하나는 좋아하는 다른 친구에게 줄 것 같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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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0 08:47:37 *.252.144.139

미나에게는 마시멜로가 아니라 구름과자나 맥주를 줘야겠지.

그럼 미나는 맥주를 마시면서 구름과자를 먹을거야.

난 확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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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9 02:06:11 *.166.205.131

진짜 일을 하니 카톡에서 수다가 많이 줄었네요~^^

 

요새 '멘붕'이라고 멘탈붕괴라는 말을 많이 쓰데요.

누님이 말한 탈진의 상태가 그 정도를 의미하지 않나 싶은데.

제 멘붕 경험에는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없거나

내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인식할 수 없을 때 그런 상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의지력의 문제하고는 또 다른 이유였죠.

탈진에 대한 다른 관점의 접근도 도움이 될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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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0 08:49:18 *.252.144.139

그래, 나도 당시 멘붕상태였던 것 같아.

나는 무기력하고 자신감이 없고 매사에 피곤했어.

나는 몸의 컨디션에 따라 기분이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

그래서 몸이 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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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9 10:39:34 *.192.175.177

일 시작해서 정신없을텐데, 재키의 열정에 박수를!

꾸준히 가려면 체력 안배도 중요해.

재키만큼 휴식의 필요성을 아는 사람도 없을테니, 무리하지 마시길 ^^

재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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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0 08:44:46 *.252.144.139

앗, 선형에게 딱 걸렸다.

일 시작하고 시간이 없어 예전에 써두었던 것을 올렸다우. ㅜㅜ

당분간은 정신 없겠지만 그래도 책쓰기의 끈은 놓지 않으려고 하는데

역시 일과 삶의 균형을 잡기란 참으로 어렵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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