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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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Odysseia)
-. 호메로스 지음,
-.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006년
■ 저자에 대하여 – 호메로스
1. 생애와 문학적 가치
호메로스의 생애는, 그의 사후에 만들어진 수많은 전설로만 존재한다. 기원전 5세기경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자신이 살던 시대로부터 400여 년 전에 살았던 인물이라고 언급한 것을 바탕으로, 기원전 9~8세기경에 살았던 인물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호메로스가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는 트로이 전쟁(기원전 1,200년경)이 일어난 때로부터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에 살았을 수도 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호메로스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고, 그가 여성이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논의에도 불구하고 호메로스라는 시인이 실재로 존재했으며, 호메리다이(호메로스의 후예들)가 이오니아의 키오스 섬에 살았고, 서사시에 나타나는 이오니아 방언과 지역에 대한 묘사 등을 살펴보았을 때 이오니아 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호메로스가 어디서 태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소아시아에 있는 일곱 개 도시가 저마다 호메로스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학자들은 현재 터키의 이즈미르 지역인 스미르나가 대시인의 고향으로 가장 유력하다고 본다.
호메로스의 조각상을 보면 머리와 수염이 더부룩한 맹인의 모습이다. 아마도 고대인들은 눈이 멀면 기억력이 더욱 비상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각상을 근거로 그가 키타리나 리라의 반주에 맞추어 시를 노래한 ‘음유시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는 이른바 ‘음유시인’에 대해 자세히 묘사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오디세우스 궁전에 있는 궁정시인 페미오스와 알키노오스 궁전에서 노래하는 데모도코스가 그들이다.
이들은 귀족들의 잔치, 종교 축제, 대중 집회 등에서 영웅시를 노래했다. 따라서 호메로스도 이 시인들처럼 트로이 전쟁을 다룬 방대한 영웅시를 말로 전했으며, 그가 죽은 후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던 이야기가 오늘날과 같이 기록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널리 보급된 점으로 볼 때 이 시기에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이미 기록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호메로스는 후대의 문학에 창조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그리스 문학의 창시자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그리스 문화의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호메로스는 이 두 작품으로 그리스 인들에게 기원전 12세기 이전
조상들이 이룩한 찬란한 업적은 환기시키며 민족적인 자부심을 일깨웠다. 그리고, 서양 문학에 있어서 가장 오랜 두 개의 위대한 서사시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지금까지 완전하게 전해진 문학작품 가운데 그 규모의 웅대함, 서술의 교묘함, 구상의 다양함, 인생을 관조하는 깊이 등에 있어서도 다른 작품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헤로도토스도 “모세가
유대인들에게 그랬듯, 호메로스는 헤시오도스와 함께 그리스 인들에게 그들만의 고유한 신을 마련해주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2. 저자에 대한 평가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는 소재에 있어서 창작이 아니라 구전되어 내려오던 여러 가지 전설들에 최종적인 형태를 부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독창성은 소재들을 다루는 능력에 있다. 이를 테면 작품의 시간적 구성과 형식, 삶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탁월하다.
기원전 5세기에 비극시인 아이스킬로스는 ‘자기가 하는 일은 그저 호메로스가 벌인 대향연에 음식 부스러기를 긁어 모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디세이아>는 수천 년에 걸쳐 유럽 문학 전체에 실로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단테, 셰익스피어, 괴테, 제임스 조이스 등이 이 작품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 문학 뿐이 아니었다. 화가들도 일찍부터 오디세우스의 모험에 영감을 받아 오디세우스가 외눈박이 키플로페스의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이나 세이레네스가 사는 섬을 지나는 장면 등을 꽃병에 그려 넣기도 했다. 음악사사항 최초의 오페라 작곡가 몬테베르디는 <오르페오>를 작곡하여 인류 최초의 음악가 오르페우스에게만 관심을 가진 게 아니었다. 그는 오디세우스의 귀향에 관한 이야기도 <율리시스의 귀환>이라는 오페라로 작곡해 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소설이라고 부르는 장르, 특히 환타지 소설들은 대부분이 <오디세이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로마 제국 시대에 그리스어나 라틴어로 쓰여진 이야기들 속에는 <오디세이아>의 흔적이 드러나 있으며, 더 나아가 중세와 르세상스 시대까지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렇게 <오디세이아>를 지은 호메로스와 같은 천재적인 이야기꾼이 없었다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나온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바로 이런 까닭에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호메로스를 읽는데 주저하지 않고 동참하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해온 힘은 어디에 있는가? 먼저, 그의 작품에는 인간들에게 가깝고도 먼 신의 모습을 친근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으면서, 인간들이 꿈꾸는 삶을 신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신의 모습을 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개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소박하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슬픈 일을 당하면 눈물을 흘리고, 햄릿처럼
의지와 행동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지 않는다. 그의 의지에는 이미 행동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내 운명은 신들이 이루기를 원하시는
때에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이렇게
호메로스적 인간은 주어진 가능성 안에서 자신이 원할 수 있는 최선이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댓가를 치러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행동할
뿐,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일은 결코 없다.
3. 출저
호메로스의 세계(피에르
비달나케 지음,
오뒷세이아(호메로스
지음,
일리아스/오디세이아(호메로스 지음,
오디세이아(호메로스
지음,
오디세이아(호메로스지음,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제1권. 신들의 회의 후 아테네가 텔레마코스를
격려하다.
29p 이윽고 먹고 마시는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구혼자들은 마음속으로 다른
것들, 즉 노래와 춤에 흥미를 갖게 되었으니, 그런 것들이야말로
잔치의 극치인 것이다.
31p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아직도 지상에서 죽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오. 그 분은 어딘가에 아직 살아 있고, 아마도 넓은 바다 위 바닷물에
둘러싸인 어느 섬에 붙들려 있을 것이오.
34p 아버지가 살아서 귀향 길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그대는 온갖
핍박 속에서도 일 년을 더 참고 견디도록 하시오.
35p 그러나 갈 길이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잠시 그대는 여기 머물러, 먼저 목욕하시고 마음을 즐겁게 하신 다음 선물을 받아 가지고 흐뭇한 마음으로 배가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하시오.
35p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그에게 대답했다.
“그대는 갈 길 바쁜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시오. 그대의 마음이 그대에게 선물을 주도록 명령한다면 그것이 어떤 선물이든 내가 다시 돌아가는
길에 그것을 가져가게 해주시오. 더없이 아름다운 선물을 고르시오. 그러면
그대도 그만큼 값나가는 선물을 돌려받게 될 것이오.”
-> 신에게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 놓으면, 그 보다 더한 축복을 돌려주신다.
35~36p 이렇게 말하고 빛나는 눈의 아테나가 떠나가니 그녀는 마치 바다독수리처럼
날아갔다. 그녀는 이미 텔레마코스의 마음속에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고,
전보다 더 아버지를 생각하게 했다. 텔레마코스는 마음속으로 이를 느끼고 깜짝 놀랐으니 그분이
신이었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40p 그러자 에우뤼클레이아는 그 위옷을 접어서 매만지더니, 끝으로 묶도록 구멍이 많이 뚫린 침상 옆 못에다 걸고, 방에서 나가며
은 고리로 문을 당겨 닫고 나서, 가죽 끈으로 문 안쪽에 달린 빗장을 걸었다. 방 안에서 텔레마코스는 양털에 싸여 아테네가 일러준 그 여행에 대해 밤새도록 마음속으로 궁리했다.
제2권. 아타케인들의 회의_텔레마코스의 출항.
41p 이른 아침에 태어난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이 나타나자
오뒷세우스의 사랑하는 아들은 침상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어깨에는 날카로운 칼을 메고 번쩍이는 발 밑에는
아름다운 샌들을 매어 신고 신과 같은 모습으로 방에서 걸어 나갔다.
-> 텔레마코스가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걸어 나오면 모습을 눈부신 신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아름답다.
45p ‘젊은이들이여, 나의
구혼자들이여!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돌아가셨으니 그대들은 내가 겉옷 하나를 완성할 때까지 나와의 결혼을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주시오. 쓸데없이 실을 망치고 싶지 않으니까요.
-> 여기서
나오는 구혼자들의 모습은 캄캄한 저녁에 불빛을 보고 날아 들어온 나방과 같다. 자신의 소중한 생명은
아랑곳 하지 않고 미친 듯이 불빛에 가서 부딪치는 모습이 닮았다. 불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수 많은 나방들이
꼬인다.
47p 그대들에게 더 유리하고 낫다고 생각한다면 마음대로 탕진하시구려. 나는 영생하시는 신들께 호소할 것이오. 혹시 제우스께서 보복할 수
있게 해주실는지. 그때는 그대들 역시 아무 보상도 없이 이 집에서 결딴나게 될 것이오.”
텔레마코스가 이렇게 말하자,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제우스가 그를 위해 높은 산꼭대기에서 독수리 두 마리를 날려 보냈다. 독수리들은
한동안 바람의 입김과 나란히 날며 날개를 활짝 폈다. 그러다 떠들썩한 회의장 한가운데에 이르자 독수리들은
깃털 많은 날개를 퍼덕이며 빙빙 돌면서 모든 이들의 머리를 내려다보았으니, 독수리들이 노려보는 것은
파멸이었다. 독수리들은 발톱으로 서로의 얼굴과 목을 마구 할퀴다가 사람들의 집과 도시를 지나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사람들은 새들이 하는 모양새를 눈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고
장차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마음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 신화는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암시를 나타낸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지 보여준다. 거기에는
상징적인 동물의 행동과 예언이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예민한 동물들이 엄청난 자연의
힘을 느끼듯이 말이다. 내 주변에도 그러한 수 많은 암시들이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바쁜 가운데 그러한 암시들을 무시하고 지나쳐 갈 뿐이다. 예를
들어, 건강이 나쁘면 그 전에 분명 몸에서 신호가 가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무시하고 넘어간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에 마주하게 된다. 신화의
이야기나 사람 사는 모습이 참 닮았다.
47p 오뒷세우스는 자기 가족들에게서 더 이상 떨어져 있지 않을 테니 말이오. 그는 아마도 가까이 있으면서 저들 모두에게 살육과 죽음의 운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오. 그는 또한 멀리서도 잘 보이는 이타케에 사는 다른 많은 자들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오.
48 p 내 진실로 이르노니, 아르고스인들의
일리오스로 출항하고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그들과 함께 떠날 때 내가 그에게 말한 대로 모든 일이 그에게 이루어질 것이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소. 그는 천신만고 끝에 전우들을 다 잃고
아무도 모르게 이십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금 이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려 하고 있소.”
49p 생각건대, 그러기 전에는
아카이오이족의 아들들은 이 고통스런 구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오. 우리는 그 누구도 전혀 두렵지 않기
때문이오. 그가 비록 말이 많기는 하지만 우리는 텔레마코스도 두렵지 않소.
49p 나는 스파르테와 모래가 많은 퓔로스에 가서 오랫동안 떠나고 안 계신
아버지의 귀향에 관해 수소문해볼 참이오. 혹시 인간들 중에 누군가가 무엇을 말해줄지 아니면 제우스에게서
풍문을 듣게 될지, 그런 풍문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인간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니까요. 아버지께서 살아서 귀향하셨다는 소문을 듣게 되면 나는 온갖 핍박에도 불구하고 일 년을 더 참고 기다릴 것이오.
51p 한편 텔레마코스는 외딴 바닷가에 가서 잿빛 바닷물에 두 손을 씻고
아테네에게 기도했다.
“내 말을 들어주소서. 그대는
어제 신으로서 내 집에 들어오시어 배를 타고 안갯빛 바다를 건너가 오랫동안 떠나고 안 계신 아버지의 귀향에 관해 수소문해보라고 내게 명령하셨나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을 아카이오이족이, 그중에서도 특히 사악하고
거만한 구혼자들이 방해하려 하나이다.
51~52p 그를 향해 그녀는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텔레마코스! 장차 자네는 무능하거나 어리석지 않을 것이네. 진실로
자네 부친의 고귀한 용기가 자네 혈관을 흐르고 있다면 말일세. 그러한 사람으로서 그분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실현하셨으니까. 그렇다면 자네 여행도 결코 헛되거나 무익하지 않을 것이네. 자네가 그분과 페넬로페의 아들이 아니라면 자네가 자네 소망을 실현하리라고 나도 바라지 않겠지. 사실 아버지만 한 자식은 흔치 않다네. 대부분은 그만 못하고 소수만이
아버지보다 나은 편이지.
-> 대부분 자식들은 그러한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더 똑똑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발버둥친다. 젊을 때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참모습을 보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이해하게 되고 내 삶에 좋은 부분들과 합쳐지게 된다.
그런 단계를 거치면 아버지를 딛고 다시 일어서게 된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를 뛰어넘는다.
54p 그들은 이렇게 조롱했다. 그러나
텔레마코스는 지붕이 높고 넓은 아버지의 광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황금과 청동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궤짝에는 옷이 들어 있었으며 향기로운 올리브유도 많이 있었다. 그곳에는
또 오래된 달콤한 포도주가 든 독들도 있었다.
-> 나 또한 우리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광’처럼 좋은 유산을 물려주어야 할 텐데……. 나는 유산으로 물질적인 것보다 아이들이 깨어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나의
책을 물려주고 싶다. 내가 살아온 삶이 담겨있는 소중한 책을 말이다.
56p 슬기로운 텔레마코스가 그녀에게 대답했다.
“용기를 내세요. 아주머니! 이러한 계획은 신의 지시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오. 지금으로부터
열 하루 또는 열이틀째가 되기 전에 또는 어머니께서 나를 보고 싶어 하시거나 내가 떠났다는 말을 들으시기 전에는,
이 일에 관해 사랑하는 어머니께 말씀 드리지 않겠다고 맹세하세요. 어머니께서 눈물로 고운
피부를 상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57p 그들은 오뒷세우스의 사랑하는 아들이 시키는 대로 길양식을 빠짐없이
가져와 훌륭한 갑판이 덮인 배 안에 실었다. 그러자 텔레마코스가 배에 올랐고 아테네가 앞장섰다. 그녀가 배의 고물에 앉자 텔레마코스도 그녀 옆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도
고물 밧줄을 풀고 배에 올라 노 젓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빛나는 눈의 아테나가 그들에게 순풍을. 포도줏빛 바다 위에서 속삭이는 세찬 서풍을 보내주었다.
-> 드디어 출항이다. 멋진 여정을 암시하듯이 아테네 여신이 순풍을 불어다 준다. 출항하는
모습을 신과 어우러지게 표현했다. 앞으로 순탄한 모험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제3권 퓔로스에서 있었던 일들
60p “텔레마코스! 어떤 것은
자네가 가슴속에서 스스로 생각할 것이고 어떤 것은 신이 말하게 해주실 것이네. 자네는 아마 신들의 뜻을
거슬러 태어나지도 자라나지도 않았으니 말일세.” 이렇게 말하고는 팔라스 아테네가 서둘러 앞장서자 그는
여신의 발자국을 바싹 뒤따라갔다.
61p 그러나 그는 더 젊고 나와 동년배이니 나는 그대에게 먼저 황금 잔을
드리겠소.” 이렇게 말하고 그는 달콤한 포도주가 든 잔을 그녀의 손에 건네주었다. 아테네는 자기에게 먼저 황금 잔을 준 바르고 슬기로운 그의 태도에 마음이 흐뭇했다.
-> 어디에 가든 예의 바른 자세가
사람들에게 첫인상을 좋게 한다. 그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4p 자네 아버지는. 자네가
진실로 그의 아들이라면 말일세. 나는 자네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네. 자네가 하는 말이 진실로 도리에 맞기 때문일세. 자네는 젊은이가
모두 그렇게 도리에 맞는 말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네. 그곳에 있는 내내 나와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회의에서나 조언에서나 한 번도 의견을 달리한 적이 없었네. 우리는 언제나 한마음이 되어
어떻게 하는 것이 상책(上策)인지 아르고스인들에게 지혜와
신중한 조언으로 말해주곤 했지.
68p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그에게 말했다.
“텔레마코스, 자네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는가! 신은 원하시기만 하면 힘들이지 않고 사람을 멀리서도 무사히 귀향하게 해주신다네. 나 같으면 아가멤논이 아이기스토스와 자기 아내의 간계에 죽었듯이 귀향하자마자 내 자신의 화롯가에서 죽느니 차라리
고생 끝에 귀향하더라도 내 귀향의 날을 보고 싶겠네. 만인에게 공통된 죽음으로 말하자면, 사람을 길게 뉘는 파멸을 가져다주는 죽음의 운명이 일단 덮치고 나면 신들조차도 자기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도
그것을 물리칠 수 없는 법이라네.”
74p 이렇게 말하고 빛나는 눈의 아테네가 떠나가니 그녀는 마치 바다독수리처럼
날아갔다. 전 아카이오족이 그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노인도 자기 눈으로 직접 본 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인은 텔레마코스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자네는 결코 겁쟁이나
용기 없는 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네. 이렇게 소년시절부터 신께서 호송자로서 자네와 동행하시닌 말일세. 저분은 올림푸스의 궁전에서 사시는 여러 신들 중에서도 다름 아닌 제우스의 따님, 전리품을 가져다주시는 트리토게네이아임에 틀림없네.
제4권 라케다이몬에서 있었던 일들
87p “아버지가 떠나고 없는 아들은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집에서
많은 고통을 겪게 마련이지요. 이것이 바로 텔레마코스의 현재 처지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떠나고 안 계시고 나라에 그를 위해 재앙을 막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입니다.” 금발의 메넬라오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아아! 그렇다면 나 때문에
전쟁의 노고를 수없이 참고 견딘 내 친구의 아들이 정말로 내 집에 온 것이구려. 나는 그가 돌아오면
다른 모든 아르고스인들보다도 그들 더 사랑하겠다고 말하곤 했다네.”
91p 그때 다른 트로이아 여인들은 소리 높여 울었으나 나는 마음이 흐믓했어요. 내 마음은 벌써 오랜전부터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돌아섰고, 그때는
나은 이미 아프로디테가 나로 하여금 내 딸과 내 신방과 지혜와 생김새에서 누구 못지 않은 내 남편을 버리게 하고 내 사랑하는 고향 땅에서 그리고
인도할 때 내게 씌웠던 그 미망을 한탄하고 있었으니까요.
-> 그리스 비극에서 ‘트로이의 여인들’에 등장하는 헬레네의 모습하고는 다르게 보여진다. 내 생각엔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비쳐지는 헬레네 모습이 더 실제처럼 느껴진다.
91p 금발의 메넬라오스는 그녀에게 이런 말로 대답했다.
“여보, 당신이 한 말은 모두
도리에 맞는 말이오. 나는 이미 수많은 영웅들과 그들의 조언과 생각을 알게 되었고 수 많은 나라들을
두루 여행해 보았지만 참을성 많은 오뒷세우스처럼 강심장을 가진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어요.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의 모든 장수들이 트로이아인들에게 죽음과 죽음의 운명을 안겨주려고 반들반들 깎은 목마에 들어가
있었을 때 그 강력한 전사가 행하고 견뎌낸 것은 또 어떠했던가!
-> 내가 오뒷세우스에게 닮고 싶은
점이 바로 참을성, 인내, 강심장이다. 아무리 지략이 뛰어나더라고 참고 인내하지 않으면, 승리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점,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자신이 생각해
둔 그 때가 올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준비하고 있어야만, 기회가 왔을 때, 터닝포인트라고 여겨질 때, 낚아챌 수 있다. 승리를 할 수 있다.
94p 금발의 메넬라오스는 몹시 분개하며 말했다.
“아아, 겁쟁이인 주제에 그자들이
감히 대담무쌍한 분의 잠자리에 눕기를 바라다니! 마치 갓 태어난 아직도 어미 젖을 먹는 새끼를 암사슴이
강력한 사자의 은신처에 뉘어놓고는 산기슭과 풀이 무성한 골짜기에 풀을 뜯으러 나가고 나면 제 잠자리로 돌아온 사자가 어미와 새끼 모두에게 치욕적인
운명을 안겨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가 그자들에게 치욕적인 운명을 안겨줄 것이네.
99p 그것이 덫인 줄은 전혀 모르고 그 자신도 누웠다네. 바로 그때 우리는 함성을 지르며 내달아 그를 손으로 휘감았네. 그러자
노인도 자신의 간계를 잊지 않고 처음에는 수염 난 사자가 되더니 다음에는 범과 표범과 거대한 멧돼지가 되었고 이어서 흐르는 물과 잎이 무성한 큰
나무가 되었네. 그러나 우리는 참을성 있게 그를 꽉 붙들고 있었네.
-> 대단한 변신술이지 않은가?
100p 내가 이렇게 묻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내게 대답했네.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그대는
왜 내게 그런 일을 캐묻는 것이오? 내 생각을 알거나 배우는 것은 그대에게 이롭지 않을 것이오. 아마 그대가 그 모든 것을 들어 알게 된다면 금세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오.
그들 중 많은 자들이 죽고 많은 자들이 남아 있소.
103p 내 가슴속 마음과 당당한 기백을 다시 따뜻해졌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네.
‘이제 이들에 관해서는 알았으니 그대는 아직도 살아서 아니면 죽어서 넓은
바다에 붙들려 있다는 세 번째 사람의 이름을 말씀해주시오. 괴롭더라도 나는 듣고 싶소.’
내가 이렇게 묻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내게 대답했네.
‘그 사람은 이타케에 있는 집에서 사는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오. 나는 그가 어떤 섬에서, 요정 칼륍소의 궁전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소. 그녀가 억지로 그를 그곳에 붙들고 있어서 그는 고향 땅에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오. 그에게는 노를 갖춘 배도 없고 그를 바다의 넓은 등으로 데려다줄 전우들도 없기 때문이오.
105p 내 집에 쌓여 있는 보물들 중에서 나는 자네에게 가장 아름다운
가장 값진 것을 주겠네. 나는 그대에게 정교하게 만든 희석용 동이 하나를 줄 것인즉, 그것은 온통 은으로 되어 있고 그 가장자리는 금으로 마감되어 있네. 그것은
헤파이스토스의 작품으로 내가 귀향 도중 그리고 들렀을 때 나를 자기 집에 주었던 시돈인들의 왕 영웅 파이디모스가 내게 준 것인데 지금 내가 그것을
자네에게 주려고 하네.”
108p 그러나 페넬로페 역시 구혼자들이 마음속으로 꾸민 음모를 오랫동안
모르지 않았다. 그들이 안마당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안 전령 메돈이 안마당 밖에 서서 그들의 계획을
듣고 그녀에게 일러주었던 것이다.
109p "이보시오 전령, 내
아들이 대체 무슨 일로 떠났단 말이오?
그 애는 인간들에게
바다의 말이 되어 넓고 습한 바다를 건너는 빨리 달리는 배를 탈 필요가 전혀 없을 텐데. 혹시 그 애의
이름조차 인간들 사이에 남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슬기로운 일들을 알고 있는 메돈이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버지의 귀향에 관해 또는 아버지가 맞이한 운명을 알아보러 퓔로스에
간 것은 확실하지만, 어떤 신이 그를 고무하신 것인지, 아니면
그 자신이 마음이 그를 부추긴 것인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가 오뒷세우스의 집을
나가자 목숨을 좀먹는 슬픔이 페넬로페 주위로 쏟아졌다.
제5권 칼륍소의 동굴_오뒷세우스의 뗏목
118p 이렇게 말하고 그는 사랑하는 아들 헤르메스에게 말했다.
"헤르메스야, 너는
다른 일들에서도 우리의 사자이니, 참을성 많은 오뒷세우스의 귀향이라는 우리의 확고한 결정을 머리를 곱게
땋은 요정에게 알리거라. 그는 귀향은 하되 신들이나 필멸의 인간들의 호송은 받지 못할 것이다. 천만에! 그는 잘 묶은 뗏목을 타고 고생을 하다가 스무 날 만에
신들과 가까운 친족간인 파이아케스족의 땅 기름진 스케리아에 닿게 될 것이다.
124p 그러니 나는 그대의 뜻을 거슬러 배에 오르지 않을 것이오. 여신이여, 그대가 나를 해치려고 또 다른 재앙을 꾀하지 않겠다고
엄숙히 맹세하시기 전에는 말이요."
125p "존경스런 여신이여, 그
때문이라면 화내지 마시오.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생김새와 키에서 마주보기에 그대만 못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그녀는 필멸하는데 그대는 늙지도 죽지도 않으시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집에 돌아가서 귀향의 날을 보기를 날마다 원하고 바란다오. 설혹 신들
중에 어떤 분이 또다시 포도줏빛 바다 위에서 나를 난파시키더라도 나는 가슴속에 고통을 참는 마음을 갖고 있기에 참을 것이오. 나는 이미 너울과 전쟁터에서 많은 것을 겪었고 많은 고생을 했소. 그러니
이들 고난들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131p "아아, 괴롭구나! 그녀가 나더러 뗏목을 떠라나고 명령하니 불사신들 중 어떤 분이 또 내게 음모를 꾸미시는 게 아닌지 두렵구나. 나는 아직은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거야. 나의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그녀가 말한 땅은 아직은 멀리서 볼 수 밖에 없으니까. 나는 이렇게 할 작정이야. 그것이 내게는 상책인 것 같구나. 선재들이 나무못들로 튼튼히 결합되어
있는 동안에는 이곳에 머물며 나는 고통 받더라도 참고 견딜 거야. 그러나 너울이 내 뗏목을 산산이 부숴버리면
그때는 나도 지체없이 헤엄칠 거야. 그 때는 더 나은 것을 생각할 수 없으니까."
134p 마치 문어가 구멍에서 끌려 나오고 그것의 빨판들에는 조약돌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그의 대담무쌍한 두 손은 바위에 부딪쳐 살갗이 찢겼고 그
자신은 큰 너울에 감춰졌다. 그리하여 불운한 오뒷세우스는 정해진 운명을 뛰어넘어 그곳에서 죽었을 것이나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가 그에게 분별력을 주었다.
135p "아아, 괴롭구나!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드디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것일까? 강가에서 근심에 잠겨 밤새도록 망을 보다가는 기진맥진해 숨을 헐떡이는 나의 목숨을 사악한 서리와 찬 이슬이
한꺼번에 앗아가지나 않을까 두렵구나.
제6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가다.
142p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도 알몸임에도 머리를 곱게 땋은 소녀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으니, 필요가 그를 엄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짠
바닷물에 일그러진 그는 소녀들에게 무시무시해 보였고, 소녀들은 질겁하고 바닷가의 돌출한 모래톱들 위로
뿔뿔이 달아났다. 오직 알키노오스의 딸만이 혼자 머물러 있었으니, 아테네가
그녀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고 그녀의 두 무릎에서 두려움을 없애버렸던 것이다. 그녀는 그의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143p "내 그대에게 간절히 애원합니다. 여왕이여! 그대는 여신이오. 여인이오? 그대가 넓은 하늘에 사시는 여신들 가운데 한 분이라면 나는 그대를 생김새와 키와 몸매에 있어 누구보다도 위대한
제우스의 딸 아르테미스에 견주고 싶군요.
144p 신들께서 그대가 마음속으로 열망하는 것들을 모두 베풀어주시기를! 남편과 가정과 금실지락(琴瑟之樂)을
신들께서 그대에게 베풀어주시기를! 부부가 한마음 한 뜻이 되어 금실 좋게 살림을 살 때만큼 강력하고
고귀한 것은 없기 때문이오.
145p 잠시 전만해도 그는 볼품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넓은 하늘에 사시는 신들과도 같으니 말이야. 저런 남자가
내 남편이라고 불리며 이곳에 살고 또 이곳에 계속하여 머물기를 원한다면 좋으련만!
148p 나는 그들의 나쁜 평판을 피하고 싶어요. 아무도 뒤에서 나를 헐뜯지 못하도록 말예요. 백성들 중에는 오만불손한
자들도 많으니까요. 그러니 우리와 마주치게 되면 이렇게 말할 못된 자들도 더러 있을 거예요.
149p 이렇게 말하고 그녀가 번쩍이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때리자 노새들은
재빨리 흐르는 강물을 뒤로하고 떠났다. 노새들은 성큼성큼 잘도 걸었다.
그러나 그녀는 시녀들과 오뒷세우스가 걸어서 따라올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몰았고 채찍도 신중하게 사용했다.
150p 이윽고 해가 지고 그들은 이름난 원림, 아테네 여신의 성소에 도착했다. 그러자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그곳에
앉아 위대한 제우스의 딸에게 지체 없이 기도했다.
제7권 오뒷세우스가 알키노오스에게 가다.
151p 바로 그때쯤 오뒷세우스가 도시로 가려고 일어서자 오뒷세우스에게
마음속으로 호의를 품고 있는 아테네가 그의 주위에 짙은 안개를 쏟으니, 늠름한 파이아케스족 가운데 어는
누구도 그와 마주쳐 말로 그를 조롱하거나 그가 누군지 캐묻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153p 그렇게 존경 받는 여인은 지상에 누구도 달리 없을 거예요. 그만큼 그녀는 사랑하는 자식들과 알키노오스 자신과 백성들에게 진심으로 존경 받았고 또 존경 받고 있지요. 백성들은 그녀가 시내를 지나 걸어갈 때면 마치 여신인 양 그녀를 우러러보며 공경하는 말로 인사하곤 하지요. 그녀는 또한 분별력이 뛰어나 그녀가 마음속으로 호의를 가지면 남자들 위해서도 분쟁을 해결해 준답니다. 그녀가 그대에게 마음속으로 호의를 가지면 그때는 가족들을 만나보고 지붕이 높다란 집과 그대의 고향 땅에 닿을
희망이 있어요.
154p 고매한 알키노오스의 지붕이 높다란 집은 온통 햇빛이나 달빛 같은
광채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문턱에서 맨 안쪽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청동 담들이 쳐져 있고, 그 담들 주위로 돌림띠 장식은 검푸른 법랑으로 되어 있었다. 튼튼하게
지은 이 집은 안에서 잠그는 황금 문들이 있었는데 청동 문턱 위에는 은으로 된 문설주들이 서 있고 그 위의 상인방은 은으로 되어 있었으며 문고리는
황금으로 되어 있었다.
155p 키 큰 나물들이 꽃이 만발한 채 자라고 있었다. 이들 나무들의 열매는 겨울이고 여름이고 일 년 내내 바닥이 드러나거나 부족한 적이 없으니 사시사철 불어오는
서풍이 어떤 것들을 자라나게 하고 어떤 것들을 익게 하기 때문이다.
159p 가증스러운 배보다 파렴치한 것은 달리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배란 녀석은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이 슬픈 것처럼 사람들이 몹시 지쳐 있고 마음이 슬플 때도 자기만 생각해달라고
명령하고 강요하지요. 배란 녀석은 나더러 먹고 마시라고 재촉하고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잊게 하며 자기만
채워달라고 다그치지요.
164p 이제 그대 역시 내 배들이 가장 뛰어나며, 내 선원들의 노의 날로 바닷물을 쳐올리는 데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제8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머물다.
170p 오뒷세우스는 억센 두 손으로 큼직한 자줏빛 겉옷을 움켜쥐더니 그것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준수한 얼굴을 가렸으니, 파이아케스족이 보는 앞에서 눈썹 밑으로 눈물을 흘리기가 부끄러웠던
것이다.
173p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친구여! 그대가 한
말은 곱지 않구려. 그대는 무례한 사람 같소이다. 이렇듯
신들께서는 몸매든 지헤든 달변이든 사랑스런 것들을 모든 이들에게 모두 다 주시지는 않는 법이오. 어떤
사람은 생김새는 여느 사람보다 빈약하지만 신께서 그의 말을 우아함으로 장식하시니 사람들은 그를 보고 기뻐하고 그는 달콤하고도 겸손하게 청산유수처럼
말하지요. 그래서 그는 회의장에서 모인 사람들 중에서 돋보이고 그가 시내를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우러러보게 되지요.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생김새는 불사신들과 같지만 그의 말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지요. 그대도 그와 같아서 생김새는 매우 돋보여 신들께서도 달리 더 훌륭하게 만드실 수 없겠으나
지혜는 빈약하오.
180p "나쁜 짓은 잘되는 법이 없고 날랜 자를 느린 자가 따라잡는
법이지. 지금 느린 헤파이스토스가 올륌포스에 사는 신들 중에서 가장 날랜 아레스를 잡았듯이 말이오. 그는 비록 절름발이지만 기술로 잡았소. 그러니 아레스는 간통의 벌금을
물어야 하오."
180p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겠소. 명궁 아폴론 왕이여! 세 배나 많은 사슬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슬들이 나를 감는다 해도 그리고 신들과 모든 여신들이 들여다본다 해도 그래도 나는 황금의 아프로디테 옆에 눕고 싶소이다.
183p "편히 가십시오. 나그네
양반! 내가 불쾌한 말을 했다면 폭풍이 당장 그것을 낚아채 가버리기를!
그대는 벌써 오랫동안 가족들과 멀어져 고통 받으셨으니 신들께서는 그대가 아내를 만나고 고향에 닿으실 수 있게 해주시기를!
188p 마치 어떤 여인이 도시와 자식들로부터 저 무자비한 날을 물리치다가
자신의 도시와 자식들로부터 저 무자비한 날을 물리치다가 자신의 도시와 백성들 앞에서 전사한 사랑하는 남편 위에 쓰러져 통곡하듯이 - 여인은 남편이 허우적거리며 죽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를 끌어안고 대성통곡하는데 뒤에서 적군이 창으로 그녀의
등과 어깨를 치며 노고와 고난을 겪도록 그녀를 노예로 끌고 가니 더없이 애절한 슬픔이 그녀의 두 볼을 시들게 한다.
제9권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들_퀴클롭스 이야기
192p 이타케는 야트막하게 그리고 서쪽으로 맨 위에 자리 잡고 있고 이들
다른 섬들은 새벽과 태양을 향해 떨어져 있지요. 이타케는 바위투성이의 섬이지만 젊은이들의 좋은 유모(乳母)지요. 나로서는 자기
나라보다 달콤한 것은 달리 아무것도 볼 수 없소이다.
192p 자, 나는 그대에게
내가 트로이아를 떠났을 때 제우스께서 내게 지우셨던 고난에 찬 귀향에 관해서도 말씀드리겠소이다. 바람은
나를 일리오스로부터 키코네스족의 나라인 이스마로스로 실어다주었소.
-> 귀향을 향한 오뒷세우스의 방랑이 시작된다.
193p '그대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머물도록 하시오. 사랑하는 전우들이여! 나는 내 배에 탔던 전우들과 함께 내 배를
타고 가서 저들이 어떤 사내들인지. 저들이 오만하고 야만적이고 의롭지 못한지 아니면 손님에게 친절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씨를 가졌는지 저들을 시험해볼 것이오.
-> 오뒷세우스의 판단착오로 전우의 목숨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심 만큼은 대단하다. 그냥 지나쳐도
될 것을......
200p 그러고 나서 그자는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돌을 집어 들어 동굴
입구에 갖다 놓았소. 바퀴가 넷 달린 튼튼한 짐수레 스물두 대라도 들어 올릴 수 없을 만큼 크고도 가파른
바위를 그자는 동굴 문 앞에 갖다 놓은 것이었소.
202p 그자가 이런 말로 나를 떠보려 했으나 나도 세상 물정에 그리 어둡지
않은지라 그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교활한 말로 그자에게 대답했소. '내 배로 말할 것 같으면 대지를
흔드는 포세이돈께서 그대들의 나라의 경계에 있는 바위에 내동댕이쳐 산산이 부숴버리셨소. 그분께서는 내
배를 갑으로 몰아가셨고 바람도 그것을 바다에서 그리로 날랐지요. 그래도 나는 여기 이들과 함께 갑작스런
파멸에서 벗어났다오.'
202p 나는 이렇게 말했소. 그러나
그 비정한 자는 아무 대답도 없이 벌떡 일어서더니 내 전우들에게 두 손을 내밀어 한꺼번에 두 명을 마치 강아지처럼 움켜쥐더니 땅바닥에 내리쳤소. 그러자 전우들의 골이 땅바닥에 흘러내려 대지를 적셨소. 그러더니
그자는 그들을 토막 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산속에 사는 사자처럼 내장이며 고기며 골수가 들어 있는 뼈들을 남김없이 먹어 치웠소.
203p 식사를 마치자 그자는 그 큰 문들을 힘들이지 않고 치우더니 살진 작은 가축들을 동굴 밖으로 몰았소. 그러고 나서 그자는 마치 화살통에 뚜껑을 닫듯 그 돌을 제자리에 도로 갖다 놓았소.
205p '퀴클롭스, 그대는
내 유명한 이름을 물었던가요? 그대에게 내 이름을 말할 테니 그대는 약속대로 내게 접대 선물을 주시오. 내 이름은 '아무도아니'요. 사람들은 나를 '아무도아니'라고
부르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다른 전우들도 모두.'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자는 즉시 비정하게 내게 대답했소. '나는 전우들 중에서 맨 나중에 '아무도아니'를 먹고 다른 자들을 먼저 먹겠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줄 접대 선물이다.'
206p 끝이 벌겋게 단 말뚝을 움켜잡고는 그자의 눈 안에서 마구 돌려댔소. 그러자 뜨거운 말뚝 주위로 피가 흘러내렸소. 불기운은 주위의 눈꺼풀과
눈썹까지 모조리 태워버렸고, 안구도 불타며 불 속에서 그 뿌리가 바지직댔소. 마치 대장장이가 도끼나 큰 자귀를 담금질하기 위해 -바로 거기서
쇠의 힘이 나오니까-, 찬물에 담그면 쉿쉿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것처럼, 꼭 그처럼 그자의 눈은 올리브나무 말뚝 주위에서 쉿쉿 소리를 냈소.
208p 한편 주인은 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앞에 똑바로 서 있는 모든 양들의
등을 더듬었소. 그자는 어리석게도 내 전우들의 털북숭이 양들의 가슴 아래 묶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오. 작은 가축들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그 숫양이 제 털과 현명한 생각을 하는 나의 무게에
눌린 채 입구로 나갔소.
212p '내 말을 들으소서, 대지를
떠받치시는 검푸른 머리의 포세이돈이시여! 내가 진실로 그대의 아들이고 그대가 내 아버지이심을 자랑스럽게
여기신다면 이타케에 있는 집에서 사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도시의 파괴자 오뒷세우스가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주소서.
그러자 그자가 가족들을 만나고 잘 지은 집과 제 고향 땅에 닿을 운명이라면 전우들을 다 잃고 나중에 아주 비참하게 남의 배를 타고
돌아가게 해주시고 집에 가서도 고통 받게 해주소서!'
제10권 아이올로스_라이스트뤼고네스족_키르케
215p 그는 아홉 살배기 황소의 가죽을 벗겨 내게 자루 하나를 만들어주며
그 안에다 울부짖는 바람들의 길들을 묶었소.
217p 전우들은 이렇게 말했고 결국 그들의 나쁜 조언이 이겼소. 그들은 자루를 풀었고, 그러자 온갖 바람이 다 터져 나왔소. 폭풍은 울고 있던 그들을 즉시 낚아채 고향 땅에서 먼 바다로 날랐소. 한편
나는 잠에서 깨어나 나무랄 데 없는 마음속으로 망설였소.
217p 그들은 말했소. 그러자
자는 비통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말했소. '나를 불행에 빠뜨린 것은 내 사악한 전우들과 무정한 잠이었소.
220p 그리고 그들은 내 전우들을 마치 물고기처럼 작살로 꿰어 끔찍한
식사를 위해 가져가버렸소. 그들이 깊숙한 포구 안에서 내 전우들을 도륙하고 있는 동안 나는 넓적다리에서
날카로운 칼을 빼어 이물이 검은 배의 밧줄을 끊었소. 그리고 나는 즉시 전우들을 격려하며 우리가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를 저으라고 명령했소. 그러자 그들은 모두 죽음이 두려워 노로 바닷물을 쳐
올렸소. 그리하여 내 배는 다행히 툭 튀어나온 암벽들에서 바다로 달아날 수 있었으나, 다른 함선은 모조리 그곳에서 결딴나고 말았소.
222p '섬은 야트막하게 앞에 놓여 있고 그 한가운데에서 짙은 덤불과
숲 위로 연기가 오르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들은 맥이 풀렸으니
라이스트뤼고네스족인 안티파테스의 소행들과 사람을 잡아먹는 대담한 퀴클롭스의 폭력을 생각했던 것이오.
227p 아르고스의 살해자는 이렇게 말하고 대지에서 약초를 뽑아 그것을
내게 주며 그 생김새를 보여주었소. 그것의 뿌리는 검고 꽃은 우유와도 같았소. 신들은 그것을 몰뤼라고 부르지요.
235p 그대는 돛대를 세우고 흰 돛을 펼쳐놓고 그냥 앉아 계세요. 그러면 북풍의 입김이 그대의 배를 날라다줄 거예요. 하지만 그대는
배를 타고 오케아노스를 건너 야트막한 해안과 페르세포네의 원림들, 그러니까 키 큰 백양나무들과 익기도
전에 열매가 떨어지고 마는 버드나무들이 서 있는 곳에 닿거든 그곳 깊이 소용돌이 치는 오케아노스의 경계에서 배를 육지로 모세요. 그러고 나서 그대는 하데스의 곰팡내 나는 집으로 가세요. 그곳에는
퓌리플레게톤 강과 스튁스 강물의 지류인 코퀴토스 강이 있는 둘 다 아케론으로 흘러들지요. 그곳에는 또
바위가 하나 있고 요란한 두 강의 합수머리가 있어요.
제11권 저승
240p 혼백들이 에레보스에 모여들었소.
신부들과 젊은이들, 많은 것을 견뎌낸 노인들과 이제 처음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쾌활한
소녀들뿐만 아니라 청동 날이 박힌 창에 맞아 죽은 많은 사람들과 전쟁에서 살해되어 무구들이 피투성이가 된 남자들도 왔소. 이들 수많은 혼백들이 무시무시하게 고함을 지르며 사방에서 구덩이 주위로 모여들자 나는 파랗게 겁에 질렸소.
243p 그러나 그대는 고생은 해도 고향에 돌아가게 될 것이오. 그대가 그대 자신과 전우들의 마음을 억제하려고만 한다면 말이오. 그대가
보랏빛 바다에서 벗어나 그대의 잘 만든 배를 트리나키에 섬에 접근시키자마자 그대들은 만물을 굽어보고 만사를 듣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풀을 뜯는 소
떼와 힘센 작은 가축들을 발견할 것이오. 그대가 귀향을 염려하여 이것들을 해코지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그대들은 고생은 해도 이타케에 닿게 될 것이오.
247p 내가 이렇게 말하자 존경스런 어머니께서 지체 없이 대답했소. '네 아내는 매우 굳건한 마음으로 네 궁전에 머물러 있단다. 그러나
그녀는 눈물 속에서 괴로운 밤들과 낮들을 보내고 있단다. 너의 아름답고 명예로운 지위는 아무도 다른
사람이 차지하지 않았단다.
247p 오히려,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너와 내 조언들과 네 상냥함에 대한 그리움이 내계서 꿀처럼 달콤한 목숨을 빼앗아갔단다.
247p 제우스의 따님이신 페르세포네께서 너를 속이시는 것이 아니란다. 이것이 곧 인간이 죽게 되면 당하게 되는 운명이란다. 일단 목숨이 흰 뼈를 떠나게 되면,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결합하지 못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의 강력한 힘이 그것들을 모두 없애버리지만 혼백은 꿈처럼 날아가 배회하게 되는 것이란다.
253p 사실 검은 대지는 아무도 그 출저를 알 수 없는 거짓말들을 엮어대는
그런 인간들을 씨앗만큼이나 많이 기르고 있지요. 그러나 그대는 하는 말도 우아하지만 그 속에 지혜도 들어 있소이다. 그대는 마치 가인이 노래하듯 전 아르고스인들과 그대 자신의 비참한 고난을 능숙하게 이야기했소.
256p '그런 그대도 앞으로 아내에게 너무 상냥하게 대하지 마시오. 그대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아내에게 다 알려주지 말고 어떤 것은 말하되 어떤 것은 숨기도록 하시오.'
258p 죽음에 대해 내게 그럴싸하게 말하지 마시오.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나는 세상을 떠난 모든 사자들을 통치하느니 차라리 지상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 가난한 사람 밑에서 품이라도 팔고 싶소이다.
260p 아이아스의 혼백만이 저만치 떨어져 서 있었는데 함선들 옆에서 아킬레우스의
무구들을 놓고 재판이 벌어졌을 때 내가 그에게 이긴 것에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제12권 세이렌 자매_스퀼라_카륍디스_헬리오스의 소들
267p 그대는 얼른 그 옆을 지나가되,
꿀처럼 달콤한 밀랍을 이겨서 전우들의 귀에다 발라주세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말예요. 그러나 그대 자신은 원한다면 듣도록 하세요. 그대는
돛대를 고정하는 나무통에 똑바로 선 채 전우들로 하여금 날랜 배 안에 그대의 손발을 묶게 하되, 돛대에다
밧줄의 끄트머리들을 매게 하세요. 그러면 그대는 즐기면서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듣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대가 풀어달라고 전우들에게 애원하거나 명령하면 그들이 더 많은 밧줄로 그대를 묶게 하세요.
267p 바다를 항해하는 모든 배들 가운데 단 한 척만이, 만인이 칭송하는 아르고 호(號)만이, 아이에테스의 나라에서 돌아가는 길에 그 옆을 통과했지요. 그 배도
파도에 의해 거대한 바위들에 내동댕이 쳐졌을 것이나 헤라가 이아손을 사랑하여 그 옆을 통과하게 해주었던 것이지요.
271p 이렇게 말하고 나는 전우들에게 모든 것을 자세히 설명해주었소. 그 사이에 우리의 잘 만든 배는
재빨리 두 세이렌 자매의 섬에 이르렀소. 부드러운 우리의 배를 몰아다 주었던 것이지요.
-> 간결하게 신속하게 상황을 전환시킴
275p 테바이의 테이레시아스와 아이아이에 섬의 키르케가 한 말이 내 마음에 떠올랐소. 그녀는 인간을
기쁘게 해주는 헬리오스의 섬을 피하라고 내게 신신당부했던 것이오.
280p '헬리오스여! 그대는
부디 불사신들 사이에서 그리고 필멸의 인간들 사이에서 곡식을 가져다주는 대지 위를 비추도록 하시오. 나는
곧 포도줏빛 바다 한가운데에서 번쩍이는 번개로 그들의 날랜 배를 쳐 산산이 부숴버릴 것이오.
281p 한바탕 바람이 돛대의 앞밧줄들을 둘 다 끊어버린 것이오. 그러자 돛대가 뒤로 넘어지며 선구들이 모두 뱃바닥에 떨어졌소. 돛대는
뒤로 넘어지며 선구들이 모두 뱃바닥에 떨어졌소. 돛대는 배의 고물에 있던 키잡이의 머리를 쳐서 그의
두개골을 온통 박살내버렸소.
제13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를 떠나 이타케에 도착하다.
288p 그들이 몸을 뒬 젖히며 노로 짠 바닷물을 치자마자 부드러운 잠이, 깨지 않는 더없이 달콤한, 죽음에 가장 가까운 잠이 오뒷세우스의
눈꺼풀 위에 내렸다.
295p 그래서 그는 그녀를 향해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하려던 말을 취소했으니 그의 가슴속 마음은 언제나 매우 영리했던 것이다.
-> 참고 인내하며 신중하게 말하는 것, 닮고 싶은 점이다.
296p 그대는 그대 자신의 나라에 와 있으면서도 그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기만과 교언을 그만두려 하지 않는구나.
297p 그대는 억지로라도 꾹 참고 남자든 여자든 어느 누구에게도 그대가
떠돌아다니다가 왔다는 말을 하지 마라. 그대는 오히려 남자들의 행패를 감수하며 많은 고통을 묵묵히 참도록
하라."
297p "여신이시여! 인간이
아는 것이 아무리 많다 해도 사실 그대를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대는 온갖 모습을 다 취하시니까요. 그러나 나는 전에 우리들 아카이오족의 아들들이 트로이아에서 전쟁했을 때 그대가 내게 상냥하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299p 이렇게 말하고 여신이 안개를 흩어버리자 땅이 드러났다. 그러자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자기 나라에 돌아온 것이 너무 기쁘고 좋아서 곡식을 가져다주는 대지에
입 맞추었다.
301p 그대의 고운 살갗을 나는 그대의 나긋나긋한 사지 위에서 쪼그라들게
할 것이고, 그대의 머리에서 그대의 금발을 없앨 것이고, 그런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협오감을 느끼게 될 그런 누더기로 그대를 쌀 것이며, 전에는 더없이 아름답던
그대의 두 눈도 흐리게 만들 것이다.
제14권 오뒷세우스가 에우마이오스를 찾아가다.
305p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여, 그대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도다.
"나그네여! 그대보다
못한 사람이 온다 해도 나그네를 업신여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모든 나그네와 걸인은 제우스에게서
온다니까요. 우리 같은 사람들의 보시는 적지만 소중한 것이오. 그것은
우리 주인처럼 젊은 주인들이 다스릴 때면 언제나 겁내게 마련인 하인들의 당연한 처신이기도 하지요.
309p 이 달이 이울고 새 달이 차기 시작하면 그분은 집에 돌아와 이곳에서
그분의 아내와 영광스런 아들을 업신여긴 모든 자들에게 복수할 것이오."
318~319p 그대의 주인이 여기 이 집에 돌아오면, 그대는 내게 외투와 윗옷 같은 옷들을 입혀주고 그리운 툴리키온으로 가도록 나를 호송해주시오. 그러나 그대의 주인이 내가 말한 대로 오지 않는다면 다른 거지도 거짓말로 속이기를 조심하도록 그대는 그대의
하인들을 시켜 나를 큰 바위에서 내던지시오."
321p 내 한가지 소원이 있어 말하겠소.
주책없는 술이란 녀석이 그렇게 하도록 내게 명령하는 구려. 술이란 녀석은 가장 사려 깊은
사람도 노래하고 상냥하게 웃도록 부추기는가 하면 춤추도록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을 말도 내뱉게 한다오.
323p 아아, 내가 지금 그때처럼
젊고 내 힘이 약해지지 않았더라면 좋으련만! 그렇다면 농장 돼지치기들 중에서 누군가 훌륭한 전사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에서 내게 외투를 줄 텐데. 한데 지금 내가 몸에 더러운 곳을 걸치고 있다고 그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구나."
제15권 텔레마코스가 에우마이오스에게 가다.
326p 여자란 자기를 아내로 삼은 남자의 살림을 늘리기 원하며 일단 사랑하는
남편이 죽고 나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나 전남편은 더 이상 기억하지도 묻지도 않는단다.
328p 매사에 중용이 더 나는 법이니까.
머물고 싶어 하는 손님을 서둘러 가게 하는 것이나, 서둘러 가려는 사람을 붙드는 것이나
똑같이 잘못이자.
332p 저 독수리가 제 종족들과 새끼들이 있는 산에서 와 집에서 기른
거위를 채 갔듯이.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도 많은 고생과 방랑 끝에 집에 돌아와 복수할 거예요.
337p 그리고 나는 신과 같은 오뒷세우스의 집에 가서 사려 깊은 페넬로페에게
소식을 전하고 혹시 그들이 내게 음식을 줄지 오만불손한 구혼자들과도 어울릴 것이오. 그들은 음식이라면
말할 수 없이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기꺼이 그들에게 시중들것이오. 내가 털어놓을테니 그대는 명심하고 들으시오
346p "텔레마코스여! 확실히
저 새는 신의 뜻이 없었더라면 그대의 오른쪽으로 날아오지 않았을 것이오. 나는 저 새를 보는 순간 전조의
새임을 알았소. 이타케의 나라에는 그대들의 가문보다 더 왕다운 가문은 달리 없으니 그대들이 영원히 통치하시게
될 것이오."
제16권 텔레마코스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
349p 마치 사랑하는 아버지가 십 년 만에 먼 나라에서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의 속깨나 썩이던 귀염둥이 외아들을 반기듯이 꼭 그처럼 고귀한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텔레마코스를 마치
죽음에서 벗어난 사람인 양 얼싸안고 입 맞추었고 울면서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356p 이렇게 말하고 그가 아들에게 입 맞추자 눈물이 두 볼에서 땅으로
흘러내렸다. 그가 늘 억제하던 눈물이었다.
357p 네가 보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이다. 이것은 전리품을 가져다주시는 아테네의 작품이니라.
361p 네가 진실로 내 아들이고 우리 핏줄이라면 어느 누구도 오뒷세우스가
집에 와 있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361p 오직 너와 나, 우리
둘만이 여인들의 의도를 알아내도록 하자꾸나. 우리는 또 그들 중 누가 우리 두 사람을 마음속으로 존중하고
두려워하는지, 누가 우리를 무시하고 너같이 고귀한 자를 업신여기는지 하인들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68p 그가 이렇게 말하자 텔레마코스의 신성한 힘이 미소 지으며 돼지치기의
시선을 피하여 두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제17권 텔레마코스가 시내로 돌아가다.
375p 나는 숨기지 않고 솔직히 그대에게 예언할 것이니 그대는 내 말을
명심하도록 하십시오. 지금 어떤 다른 신들보다도 먼저 제우스와 손님을 맞는 식탁과 내가 찾아온 나무랄
데 없는 오뒷세우스의 이 화로가 증인이 되어주소서. 오뒷세우스는 지금 앉아 있든 숨어서 다니든 벌써 고향 땅에 와 있고, 이 모든 악행을 알고는 모든 구혼자들에게 재앙을 꾀하고 있습니다.
379p 그러자 오뒷세우스가 돼지치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에우마이오스여! 틀림없이
이것이 오뒤셋우스의 아름다운 궁전이군요. 이 궁전은 수 많은 궁전들 사이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겠군요. 집채들이 서로 붙어 있고 안마당은 담장과 흉벽으로 교묘히 만들어져 있으며, 잘
지켜주는 두 짝으로 된 문들이 그 앞에 달려 있으니 어느 누구도 이 궁전을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오.
380p "배란 녀석이, 일단
욕구를 품게 되면 아무도 숨길 수 없는 법이오. 훌륭한 노 젓는 자리가 있는 배들이 선구를 갖추고 추수할
수 없는 바다를 지나 적군에게 재앙을 안겨주는 것도 다 그 배란 녀석 때문이지요."
383p 그때 아테네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어떤 자들이 올바르고 어떤 자들이 무도한지 알 수 있도록 구혼자들 사이에서 빵 조각을 모으라고 재촉했다.
385p 그대는 그에게 뭐라도 좀 가져다 주시오. 나는 인색하게 굴지 않겠소. 아니,
나는 가져다주라고 그대에게 권하고 싶소. 그리고 그 때문이라면 그대는 나의 어머니도, 신과 같은 오뒷세우스의 집의 하인들도 어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오. 그러나
그대는 가슴속에 그런 생각을 품어본 적이 없겠지요. 남 주기보다는 그대 자신이 먹기를 훨씬 좋아하니까요.
387p 자네야말로 대담하고도 뻔뻔스런 거지니까. 자네는 차례차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베푸는데, 남의 것으로 인심을 쓸 때는 절제하거나 후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각자가 자기 앞에 많이 갖고 있으니까 말이야."
389p "아주머니! 저들은
재앙만 꾀하니 다들 미워요. 그러나 누구보다도 안티노오스야말로 검은 죽음의 운명을 닮았어요.
390p 그녀가 이렇게 말했을 때, 텔레마코스가
크게 재치기하는 바람에 온 집이 무섭게 울렸다. 그러자 페넬로페가 웃으며 지체 없이 에우마이오스에게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제18권 이로스와의 권투시합
396p "아아! 저
식객의 유창한 말쏨씨 좀 들어보게나. 꼭 난로 청소하는 할멈 같네 그려. 나는 저자에게 재앙을 생각해내어 좌우에서 이빨을 쳐서 모조리 땅바닥으로 쏟아버리겠소.
398p "이제 곧 이로스는 비(非)이로스가 되고, 자청해 재앙을 맞게 되겠는 것ㄹ. 누더기 밑으로 드러나 보이는 저 노인의 넓적다리 좀 봐."
400p 그대는 명심하고 내 말을 들으시오. 대지가 기르는 것들 중에서, 숨쉬며 대지 위를 기어 다니는 온갖
것들 중에서, 인간보다 허약한 것은 아무것도 없소. 신들이
그를 번성하게 하시어 그의 무릎이 팔팔하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그는 훗날 재앙을 당하리라고 꿈에도 생각지 않지요.
하지만 축복 받은 신들이 그에게 불행을 자아내시면 그는 불행도 굳건한 마음으로 참고 견디지요.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상에 사는 인간들의 생각이 어떠한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어떤 날을 보내주시느냐에 달려 있소.
400p 나도 한때는 사람들 사이에서 꼭 성공할 주 알았소. 그러나 나는 나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믿고는 내 자신의 완력과 힘에 이끌려 못된 짓을 많이 저질렀소. 그러니 사람은 결코 도리를 무시하지 말고 무엇을 주시든 말없이 신들의 선물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오. 왜 이런 말을 하는고 하니 내가 보기에 구혼자들은 못된 짓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오.
405p 그러니 신이 나를 집에 돌아오게 해주실지 아니면 그곳 트로이아에서
내가 죽게 될지 나도 모르오. 이곳 일들을 모두 당신 소관이오. 내가
떠나고 없는 동안 당신은 이곳 궁전에서 내 부모님을 생각해주시오.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도 더 많이! 그러다가 내 아들에게 수염이 돋는 것이
보이거든 그때는 누구든 당신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이 집을 떠나시오.
409p 그때 아테네는 당당한 구혼자들이 그를 모욕하고 가슴을 짓찧기를 온전하게 그만두게 하지 않았으니,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의 마음속에서 원한 더 깊이 사무치게 하려는 것이었다. 폴뤼보스의 아들
에우뤼마코스의 좌중에서 먼저 말문을 열어 오뒷세우스를 조롱함으로써 동료들을 한바탕 웃겼다.
410p "아니, 그대는
몹시 교만하고 마음씨가 야박한 사람이오. 그대는 자신을 위대하고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그대가 보잘것없는 소수와 어울리기 때문이오. 만약 오뒷세우스가 돌아와서 고향 땅에 닿는다면 저 문들이
비록 매우 넓기는 해도 문간을 지나 문밖으로 도망치려는 그대에게는 금세 너무 좁아질 것이오."
제19권 오뒷세우스가 페넬로페와 대담하다_세족
414p "아버지! 저는
지금 제 눈으로 큰 기적을 보고 있어요. 아무튼 홀의 벽들과 아름다운 대들보들과 소나무 서까래들과 높다란
기둥들이 제 눈에는 활활 타는 불꽃처럼 환하군요. 넓은 하늘에 사시는 신들 중에 한 분이 이 안에 와
계심이 틀림없어요."
417p 그러니 그대는 지금 그대의 궁전에서 다른 것은 무엇이든 내게 물어보시오. 그러나 나의 혈통과 고향 땅에 관해서는 묻지 마시오. 지난날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고통으로 더욱 더 미어지게 될 것이오. 알고 보면 나는 몹시도 불행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내가 왜 남의 집에 앉아 울며 탄식해야 하는지요?
419p 그러면 그토록 많은 재산을 모으신 그분께서 덮개도 없이 누워 계신다고
아카이오이족 여인 중 누구도 백성들 사이에서 나를 비난하지 못할 것이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들의
당당한 마음이 내 말에 찬동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나는 낮이면 큼직한 베틀에서 베를 짰고 밤이면 횃불을
꽂아두고 그것을 풀곤 했어요.
421p 그가 이렇게 참말 같은 거짓말을 잔뜩 늘어놓자 페넬로페는 듣고
눈물을 흘렸고 살갗이 녹아내렸다. 마치 서풍이 뿌려 놓은 것을 동풍이 녹이면 고산 지대에서 눈이 녹아내리고
강들이 흐르는 물로 가득 차듯, 꼭 그처럼 그녀의 고운 볼은 흐르는 눈물에 녹아내렸고 그녀는 바로 자기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을 위해 울었다.
423p 그는 어깨는 둥글고 살빛은 가무잡잡하고 머리는 텁수록했으며 이름은
에우뤼바테스였소 오뒷세우스는 모든 전우들 중에서 특히 그를 존중했는데 그의 생각들이 자신의 생각들과 같았기 때문이지요."
425p "아무튼 나는 그대에게 맹세하겠소. 지금 먼저 신들 중에서도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신 제우스와 내가 찾아온 나무랄 데 없는 오뒷세우스의 화로가
내 증인이 되어주소서. 이 모든 일들이 내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인즉, 올해 안으로 오뒷세우스는 이곳에 돌아올 것이오. 이 달이 이울고
새달이 차기 시작하면 말이오."
426p 인간이란 덧없는 존재지요. 누군가
그 자신도 가혹하고 그의 마음씨도 가혹하다면 그가 아직 살아 있을 때는 그가 죽을 때까지 모두들 그를 저주하고,
그가 죽었을 때는 모두들 조롱하겠지요. 그러나 누군가 그 자신도 나무랄 데 없고 그의 마음씨도
나무랄 데 없다면 그의 손님들이 그의 명성을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고귀한 자라고 부르지요."
427p "혹시 알뜰히 보살피고 나만큼 마음속으로 많은 고통을
참아낸 노파가 있다면 또 몰라도. 그런 노파라면 나는 내 발을 만지는 것을 거절하지 않겠소."
427p 내게는 마음속에 지혜로운 생각들을 갖고 있는 노파가 한 명 있는데, 바로 그녀가 저 불운한 이를 어머니께서 처음 낳으셨을 때 두 손으로 받아 양육하고 보살펴드렸지요. 비록 기운은 없지만 그녀가 그대의 발을 씻어드릴 것이요.
428p 주인을 씻어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단박에
그의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 흉터는 그가 전에 어머니의 아버지인 아우톨뤼코스와 그 아들들을 만나보력
파르낫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의 흰 엄니에 부상당했던 바로 그 흉터였다.
429p “내 사위와 딸이여! 내가
말하는 이름을 아 아이에게 붙여주도록 하라. 나는 남자든 여자든 풍요한 대지 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노여워하며
이리로 왔으니, 이 아이에게 오뒷세우스, 즉 ‘노여워하는 자’라는 이름을 붙여주도록 하라. 이 아이가 성년이 되어 저기 파르낫소스에 있는 제 어미의 큰 집에 오게 되면 그곳에 내 재산이 있으니 내가
그중 일부를 그에게 주어 그가 흐믓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다.”
435p ‘용기를 내시오, 멀리까지
명성이 자자한 이카리오스의 따님이여! 이것은 꿈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질 현실이오. 거위들은 구혼자들이고 나는 잠시 전에는 독수리였으나 지금은 그대의 남편으로서 돌아온 것이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수치스런 운명을 지울 것이오.’
435p “나그네여! 꿈이란
다루기 어렵고 해명할 수 없는 것이며 인간들에게 모두 그대로 실현되는 것도 아니라오. 그림자 같은 꿈의
문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뿔로 만들어졌고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답니다 .베어낸 상아의 문으로 나오는 꿈들은 이루어지지도 않을 소식을 전해주며 속이지요. 그러나 반들반들 닦은 뿔의 문으로 나오는 꿈들은 누가 그것들을 보든 꼭 실현되지요.”
제20권 구혼자들을 죽이기 전에 있었던 일들
439p “참아라, 마음이여! 너는 전에 그 힘을 제어할 수 없는 퀴클롭스가 내 강력한 전우들을 먹어치웠을 때 이 보다 험한 꼴을 보고도
참지 않았던가! 그때도 이미 죽음을 각오한 너를 계략이 동굴 밖으로 끌어낼 때까지 너는 참고 견디지
않았던가!”
442p 누군가 낮 동안에는 늘 눈물을 흘리고 마음이 천근같이 무겁더라도
밤에 잠이 그를 사로 잡는다면 그래도 참을 수 있는 불행이지요. 잠은 일단 눈꺼풀을 감싸면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만사를 잊게 해주니까요.
451p 그대가 던진 것을 그 피했기에 그대가 그를 맞히지 못한 것 말이오. 그대가 던진 것을 그가 피했기에 그대가 그를 맞히지 못한 것 말이오. 그렇지
않았던들 나는 날카로운 창으로 그대의 몸 한가운데를 맞혔을 것이고, 그대의 부친은 이 곳에서 결혼식
대신 장례식을 치르느라. 바밨을 것이오.”
제21권 활
457p 아름다운 문짝들이 열쇠의 충격에 크게 울부짖으며, 재빨리 그녀 앞에서 활짝 열렸다.
464p “울음과 비탄을 멈추도록 하라!
누가 홀에서 나오다가 우리를 보고 안에 일러바치지 않도록 말이다. 자네들은 차례차례 들어가고
함께 들어가지 않도록 하라. 내가 먼저 들어갈 것이니 자네들은 그 뒤에 들어오도록 하라. 그리고 이것을 우리 사이에 징표로 삼도록 하자꾸나. 말하자면 당당한
구혼자들은 모두 나에게 활과 화살통이 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고귀한 에우마이오스여! 자네는 활을 들고 홀 안을 돌다가 그것을 내 손에 놓도록 하라.
466p 꿀처럼 달콤한 술이 자네를 호리는 게로구나, 술이란 녀석은 적당히 마시지 않고 꿀꺽꿀꺽 마시면 다른 사람들도 상하게 하는 법이니까.
제22권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을 죽이다.
474p “이 개 같은 자들아! 너희는
내가 트로이아인들의 나라에서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할 줄 알고 내 살림을 탕진하고 강제로 하녀들과 동침하고 아직 내가 살아 있는데도 내 아내에게
구혼했다. 너희는 넓은 하늘에 사시는 신들도 후세에 태어날 인간들의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제 너희 모두의 머리 위에 파멸의 밧줄이 매여 있도다.”
476p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그자에게 화살을 날려보내
가슴 위 젖꼭지 옆을 맞히며 날랜 화살을 그자의 간으로 밀어 넣었다.
485p 구혼자들은 마음이 산란해져서 홀 안에 이리저리 흩어지니, 그 모습은 마치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봄날 윙윙대며 나는 쇠파리가 덤벼들면 떼 지어 사는 암소 떼가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과도 같았다.
488p 그러나 그는 많은 구혼자들이 모두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어부들이 코가 촘촘한 그물로 잿빛 바다에서 만(灣)을 이루고 있는 바닷가로 끌어내놓은 물고기들처럼 물고기들은 모두 바다와 짠 너울을 그리워하며 모래 위에 쏟아져
쌓여 있고, 태양은 빛을 비추어 그것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꼭
그처럼 구혼자들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제23권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
497p “아주머니! 아직은
크게 환성을 울리며 의의양양 해하지 마시오. 그이의 모습이 홀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나와 우리가 낳은 아들에게 얼마나 반가울지는 물론 그대도 알고 있겠지요.
501p 그리고 아테네는 그의 머리에서 아래로 아름다움을 듬뿍 쏟아 부어
그를 더 크고 풍만해 보이게 했고, 그의 머리에서는 고수머리가 마치 히아신스 꽃처럼 흘러내리게 했다.
503p 드디어 그것이 다 완성되자 금과 은과 상아로 정교하게 장식하고
그 안에 자줏빛 찬란한 소가죽 끈을 졸라맸지요. 이것이 내가 그대에게 제시하는 우리 침상의 특징이오. 그러나 여보! 그 침상이 아직도 그대로인지 아니면 벌써 누군가 올리브나무
밑동을 베어 다른 데로 옮겼는지는 모르겠소.”
제24권 저승 속편_맹약
511p 한편 퀼레네의 헤르메스는 구혼자들의 혼백들을 밖으로 불러냈다. 그는 손에 아름다운 황금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바로 이 지팡이로 그는 자기가 원하는 사람들의 눈을 감기기도
하고 자는 사람들을 다시 깨우기도 했다. 이 지팡이로 그는 혼백들을 깨워 데려갔고 혼백들은 찍찍거리며
따라갔다.
518~519p 그녀는 결혼한 남편 오뒷세우스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모했던가! 그러니 그녀의 미덕의 명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불사신들은 사려 깊은 페넬로페를 위해 지상의 인간들에게
사랑스런 노래를 지어주실 것이오.
523p 그가 이렇게 말하자 슬픔의 먹구름이 노인을 덮쳤다. 그래서 노인은 두 손으로 시커먼 먼지를 움켜쥐더니 크게 신음하며 자신의 백발 위에 그것을 쏟아 부었다. 그러자 오뒷세우스의 마음은 감동되었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그는 가슴이 찡하고 코허리가 저리고 시었다.
530p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에게 복수한 다음에는 양편이 굳은 맹약을
맺게 하고, 그가 언제까지나 왕이 되게 하라. 우리는 그들이
이전처럼 서로 사랑하게 되어 그들에게 부와 평화가 충만하게 해주어라!”
533p 그러자 아이기스를 가진 제우스의 딸 팔라스 아테네가 마침내 양편이
서로 맹약을 맺게 하니 그녀의 생김새와 목소리가 멘토르와 같았다.
3. 내가 저자라면
<오디세이아>는 한 편사의 서사시이면서 소설적인 구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환상적인
모험,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변장한 아테나 여신을 비롯하여 포세이돈, 제우스와 같은 그리스 신들도 등장한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제1권~제4권까지는 이타케에 남아 있는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와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가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늦어지면서 구혼자들에게 여러 가지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제5권~제12권까지는 오디세우스가
겪은 모험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시간대별로 순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파이아케스의 알키노오스 왕을 만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를 떠나 항해를 시작하면서 겪은 온갖 어려움과 모험을 회상하며
왕에게 이야기해 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마침내 항해술이 뛰어난 파이어케스 인들의 도움을 받아
오디세우스는 고향땅 아타케에 도착하게 된다. 제13권부터
제24권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이타케에 몰래 도착한 오디세우스가 아들 텔레마코스와 극적으로 만난다. 그리고 자신의 충실한 부하들과 함께 그동안 아내와 아들을 괴롭히던 무리들을 처단한다. 또한 오디세우스를 끝까지 기다리고 있던 아내 페넬로페와도 눈물 어린 재회를 하고 다시 왕위를 되찾게 되면서
끝이 난다. 오디세이아는 시인이
들려주는 직접적인 이야기와 어떤 등장인물을 통해서 들려주는 간접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가 합쳐져서 여러 편의 여행담을 담고 있다. <오디세이아>의 구조는 정교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먼저, 이전에 나의 흥미를 끌었던 소설처럼, 도입부부터 위기에 처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애처로운 아내의 모습을 서술하면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반전시키기 위한 해결의 실마리를 주인공 자신이
계속 이야기 했으면 지루했을 텐데, 다른 화자(化者)를 통해서 들려주고 있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자유로운 시간적 구성이 정교하다. 현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과거로 돌아가서 여러 가지 모험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주제나 내용이 흔들리고 않고 오히려 시간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화자(化者)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인간 욕망의 모습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동료들이 괴물들에게 죽어가는 모습이나, 등장인물들의 감정표현을 통해
분노할 때 분노하고, 눈물 흘릴 때 눈물 흘리는 솔직한 감정표현이 매력적이다. 다만, 보완 해야 될 점이 있다면, 화자(化者)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어서, 낯선 땅에서 만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묘사가 부족하다. 오디세우스를
괴롭히고, 그의 동료들을 가혹하게 죽이는 낯선 곳의 부족들, 괴물들의
생각과 그런 행동들이 궁금하다. 물론 신으로부터 오디세우스는 엄청난 고난의 운명이 주어졌지만, 어떻게 보면 그들의 문화와 언어 차이로 인한 오해로 주인공이 위기의 순간을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생각까지 접하게 된다면
상상의 크기가 한 층 더 커질 것 같다. 풍부한 상상을 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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