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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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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5일 11시 23분 등록

오디세이아 (Odysseia)

* 호메로스 지음, 이상훈 옮김, 동서문화사, 1978.08.10

 

1. ‘베일의 이야기꾼(저자에 대하여)

 

■ 호메로스 (μηρος, Hómēros)

호메로스.JPG

호메로스(BC 8세기 경) *그림 : 렘브란트 호메로스 초상화  

(호메로스를 표현한 초상화, 동상, 조각 중 개인적으로 이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들어 인용했다.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렘브란트는 정말 빛을 잘 다루는 미술가임을 다시 알았다. 또한 호메로스의 눈빛에 대한 표현은 압권이다. 그림에서 바로 나와서 말을 건넬 것 같은 저 눈빛, 지그시 벌린 입술은 렘브란트 자신의 자화상과 닮아 있다. 아무래도 렘브란트는 호메로스에게 자신의 모습을 포개었던 모양이다.)

 

이 분, 베일에 싸여져 있다. 저자에 대한 조사가 이렇게 험난한 적은 처음이다. 실존 인물이냐는 논란부터 시작되니 말 다했다. 그래도 여기저기 그에 대한 기억의 파편이 있기는 있었다. 우리가 읽었던 헤로도토스부터 시작하자면 그는 호메로스가 기원전 900년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떤 학자는 BC1200년대의 사람, 그리고 최근 학자들은 기원전 800년 사람이라고 한다. 생몰 연대가 모두 추정으로만 전하고 있을 뿐 정확하지는 않다. 그의 고향은 원전 오디세이아에 이오니아 방언이 많이 섞여 있어 이오니아 키오스 섬 출신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분명하지 않다. 당시 이오니아 방언의 사용은 전통적 관례였다는 말이 있다. 그의 생몰연대와 알 수 없는 출신지 만큼이나 논란이 되는 것이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의 대서사시를 과연 호메로스라는 사람이 쓴 작품이 맞냐는 것이다.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은 호메로스의 저작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지어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는 작품만큼 인류에 많은 영향을 준 이야기는 없다. 성경과 코란, 불경과 힌두경전 등 종교 경전 다음으로 손꼽아도 손색 없을 영향이다. 지금도 헐리우드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스펙타클 블록버스터의 소재로 삼고 있으니 아마도 인류가 존속하는 한 그의 영향은 계속 되리라 믿는다. 왜 그런가 생각하니 오디세이아의 주제가 모험이라 그렇지 않을까 한다. 모험, 여행에 가슴이 떨리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모험하면 오디세우스고 고대부터 모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되어 있으니 정주하는 인간이 가장 그리워하고 부러워하는 인간의 모델이지 않겠는가.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그리스 비극의 일부와 변신 이야기에서도 나왔듯이 단지 신화 이야기로 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힘을 떨쳤던 위정자를 위한 용비어천가 격의 찬송이 아쉬웠는데 오디세이아 곳곳에도 그런 흔적이 보였다. 호메로스 자신이 귀족 계급인지는 모르겠으나 귀족 계급을 위해 노래 부른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그리스 반도의 미케네 문명이 부흥했던 시기는 기원전 15~13세기 경이다. 이후 이 문명은 쇠락의 길을 걷다가 기원전 8세기, 그러니까 호메로스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집필한 시기를 맞추어 그리스 문화는 다시 한번 부흥한다. 이 시기의 호메로스와 그의 작품을 일러 헤로도토스는 말한다. ‘모세가 유대인들에게 그랬듯, 호메로스는 헤시오도스와 함께 그리스 인들에게 그들만의 고유한 신들을 마련해 주었다.’

 

호메로스의 작품이 그리스 인들의 공동체 의식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그리스에서 5년마다 열린 범 아테나 여신 대축제에서 가인들이 그의 두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했다는 것은 호메로스 자신의 생애와 그의 작품이 그 당시에도 대단한 존경을 받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이후 마르세유 과 시노페 본을 비롯하여 수많은 필사본이 만들어져 전 그리스 어권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페르시아, 로마, 비잔틴, 투르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수천 년에 걸쳐 인류전체에 영향을 주었다.

 

에리히 아렌트(독일 시인, 1903~1984), 독일 철학자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등은 그들 생애의 많은 부분을 호메로스의 작품을 연구하고 재 집필하는데 바쳤으며 특히,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통해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희화하면서 위대한 모험이 가능했던 고대의 영웅시대와 현대의 소시민 사회의 차이를 묘사했다. 또한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오디세이아를 서술했는데 그는 제임스 조이스와는 다른 시각으로 묘사했다고 하는데 그의 글도 한번 읽어 보았으면 한다.

 

2. ‘오디세이아(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본문 내용, Ü : 나의 언어)

동서문화사 판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의 대표적 작품 일리아스와 같이 묶여 있다. 따라서 오디세이아는 이 책 515페이지부터(925페이지까지) 시작한다. 

 

1권 여러 신들의 회의, 아테네가 텔레마코스에게 출발할 것을 권하다.

 

□ 트로이가 멸망한 지 10년이 되었다. 이타카 군주 오디세우스는 바다 위를 떠다니며 아직도 귀국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칼립소 섬에 억류 당한다. (p. 515)

 

Ü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귀향하기 전의 행적에 대해 알아보자.

원래 오디세우스는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의 딸 헬레네의 구혼자였다. 눈치가 빨랐던 오디세우는 헬레네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 것을 알고 일찍이 포기한다. 그렇지만 틴다레오스로 하여금 페넬로페가 자신의 아내로 될 것을 천거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메넬라오스가 헬레네의 남편이 된 이후의 반란을 잠재운다. 이른 바 구혼자 전체에게 신사협정을 요구하고 정해진 남편에게 문제가 생기면 모두 힘을 합쳐 도와준다는 맹세까지 성사시킨다. 이 협정이 훗날 트로이 전쟁이 그처럼 확대된 원인이기도 한데 따지고 보면 트로이 전쟁의 격발은 오디세우스가 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겠다. 그런데 실제로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납치 당하고 메넬라오스가 그 협정을 근거로 참전을 요청하자 오디세우스는 미친 척을 하며 참전을 피해보려고 하지만 메넬라오스의 전령 팔라메데스의 꾀에 넘어가 참전하게 된다. 이후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여 책사 노릇을 톡톡히 해 내며 승리로 이끈다. (서해문집 오디세이아참조)

 

□ 다른 신들은 그를 불쌍히 여겼으나 포세이돈만은 아직도 노여움을 풀지 못해 신이나 다름없는 오디세우스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있었다. (p. 516)

 

Ü 뒤편에 소개되겠지만 포세이돈은 거인 퀴클로페스의 소원(자신의 외눈박이 눈을 멀게 한 오디세우스를 괴롭혀 달라는)을 들어주게 되고 이 때문에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험로가 되었다. 

 

□ 허, , 정말 무슨 까닭으로 인간들은 우리 신들한테 죄를 뒤집어 씌운단 말인가. 재앙이란 재앙은 모두 우리한테서 일어난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분수를 벗어난 행동 때문에 타고난 운명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게 마련이거든 (p. 516)

 

Ü 신들의 본심이다. 그리스 비극, 변신이야기, 오디세이아 등을 통틀어 인간은 신들과 반목을 거듭한다. 신들은 인간을 결코 사랑하지 않으며 인간은 신을 절대적으로 신봉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그들의 세계관이기도 한데 새벽, , 나무, 메아리, 전령, 질투 등 모든 것에 신들을 배치해 놓고는 실존의 측면에서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것은 플라톤의 이데아개념의 출발이기도 하겠다. 마찬가지로 힌두교 또한 만신교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지만 세계관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보이는 것 같다. 확실치는 않지만 내 추측이다. 좀더 알아봐야 할 내용인 것 같다.

 

□ 그대 아버님은 머지 않아 고향 땅으로 돌아올 게요. 쇠사슬이 그를 얽어매고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돌아올 방법을 궁리해 낼 것이 틀림없을 거요. (p. 522)

 

□ 오, 지금 그가 돌아와서 이 성 입구에라도 선다면 투구를 쓰고 방패와 두 개의 창을 손에 들었던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오. 전에 내가 처음 그를 내 집으로 맞이했던 때와 다름없는 씩씩한 모습으로 말이오. (p. 523)

 

□ 구혼자들한테는 저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도록 말하고 또 어머님께는 만약 결혼하고 싶으시면 그토록 위세가 당당하다는 친정댁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시오. 그렇게 하면 진정 어른들이 결혼 준비를 해 줄 것이오. 퍽 많은 지참금도 마련해 주실 테지. 사랑하는 딸한테 주기에 알맞을 만큼 충분하게 말이오. 한편 그대에게는 좀더 자세히 현명한 방도를 가르쳐 줄 테니 그걸 잘 지키도록 하오. 가장 좋은 배를 한 척 마련해 놓고 20명의 노젓는 사람을 데리고서 오랫동안 집을 나간 채 안 돌아오시는 아버님의 행방을 찾으러 떠나란 말이오. (p. 524)

 

Ü 아테네 여신의 말이다. 아테네 여신은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이런 사회적 관념은 비록 3000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리 옳은 생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레스테스가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이고 무죄를 인정 받은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 하지만 지금 읊고 있는 노래만은 그만 둬 주세요. 비통한 그 노래는 언제나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듯이 괴롭힌답니다. 더구나 잊을 수 없이 슬픈 일을 당한 뒤로는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남편 생각을 잊을 새 없고 그토록 훌륭하신 분을 잃어버린 슬픔에서 도저히 헤어날 수가 없으니까요. 그 사람 이름은 온 헬라스와 아르고스 중원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요. (p. 526)

 

Ü 80년대를 주름 잡았던 디바 윤시내라는 가수가 있다. 그녀의 노래 중에 ‘DJ에게라는 노래가 있는데 작고한 대통령의 이니셜과 같아서 그런지 대중(이 또한 DJ이구나)에게 널리 알려진 노래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그 노래 가사 중에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 잊었던 옛 추억이 생각나요~. 라는 가사가 있다. 페넬로페가 윤시내의 노래를 알았다면 이 소설은 차용했을 일이다.

 

□ 빛나는 눈의 아테네가 그녀의 눈꺼풀에 단잠을 내려 주실 때까지. (P. 527)

 

Ü 표현이 시적이라 인용해 본다.

 

□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일찌감치 나오셔서 회합을 가지기로 합시다. 나는 당신들에게 서슴지 않고 딱 잘라 선언할까 합니다. 이 집에서 모두 달라고요.

그때에는 내가 당신들을 이 집 안에서 완전히 다 죽여버린다 해도 아무도 내게 뭐랄 수는 없겠지요. (P. 527)

 

Ü 텔레마코스는 아테네 여신의 조언에 힘입어 그 신탁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TELE, 텔레마코스의 텔레는 원거리를 뜻하는 영어의 기원인가. 원거리로 자신의 아버지를 찾으러 떠나고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권 이타카에서의 회의 / 텔레마코스의 출항

 

□ 그는 날카로운 검을 어깨에 둘러메고 아름다운 발목에는 탄탄한 샌들을 비끄러맨 다음, 마치 신과 같은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왔다. (P. 530)

 

Ü 묘사는 간명하고 시적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샌들이 그 시대 의복 문화였다.

 

□ 그 옛날 머리칼이 아름다웠다는 튀로라든지 알크메네라든지 아름다운 비녀를 꽂았다는 미케네라든지 그런 여자들 가운데도 페넬로페만큼 재주 많은 여자는 없었다는 평판이거든 (P. 534)

Ü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의 아내다. 그녀가 오디세우스의 아내가 된 경위는 앞서 서두에 설명했다.

 

□ 재난을 끝없이 당하고 부하들을 모두 잃은 다음 아무도 그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 고향에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그 말이 이제 바로 맞아 들어간단 말이오. (P. 536)

 

Ü 점괘의 해석보다 유의는 캠벨의 영웅의 여정이다. 떠남과 고통, 귀환의 과정, 그 과정에서 겪는 소명에의 거부, 그 거부를 극복하고 사회로 귀환한 뒤의 설득의 어려움, 가르침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 대중의 반발, 그것을 잠재우며 진정한 영웅으로 등극하는 수순. 오디세우스는 캠벨의 영웅의 과정이 일치하는 신화다.

 

□ 이즈음 빛나는 눈의 아테네 여신은 또 다른 일이 생각나서 텔레마코스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온 이타카 시를 돌아다녔다. 여신은 훌륭한 배를 바다에 띄우고 안에는 돛과 밧줄 등 장비가 훌륭한 배라면 갖춰야 할 도구들을 모두 조사해서 넣어 두었다. (P. 543)

 

Ü 여신은 철저하게 텔레마코스를 도와 준다. 왜 신이 이렇게까지 관여하는 걸까. 알 수 없다.

 

□ 그 사람들에게 빛나는 눈의 아테네가 순풍을 보내 주었다. 포도주 빛 바닷물 위로 노래 부르듯 속삭이는 서풍이 서서히 불어 왔다. (P. 544) Ü 시적인 문장이라 인용해 본다.

 

3권 퓔로스에서의 이야기

 

□ 이제 태양은 찬란한 동편의 아름다운 물가에서 떠나, 맑고 푸른 하늘로 솟아올랐다. (P. 545) Ü 시적인 문장이다. 아침을 지나 정오 무렵이 되었다는 말이겠다.

 

텔레마코스여, 그대의 타고난 지혜로 부족함을 느낄 때엔 신의 보살핌이 그대를 따를 것이오. 그대가 태어나서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신들이 까닭 없이 그대를 보살펴 주시는 것은 아니오.” (P. 546)

 

Ü 그렇지 항상 신은 인간에게 무언가를 주고 그 대가를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 가는 등의 야비한 행동을 일삼았었다.

 

텔레마코스여, 어찌하여 그런 말이 그대에게 나올 수 있단 말이오. 그대에게 그것은 매우 쉬운 일이오. 신께서 그럴 뜻만 있다면 멀리서라도 생각하는 사람을 돕고 지켜 주는 일이란 아무튼 내 생각으로선 엄청난 괴로움을 겪은 뒤에라도 고국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 때를 기다리는 편을 택할 것이오. 돌아와서 바로 자기 집에서 살해되기보다는. (P. 553)

 

Ü 아가멤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신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것 조차 신이 하는 일이다.

 

□ 게렌의 기사 네스토르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 흰 대리석으로 된 매끄러운 긴 돌에 앉았다. 그 돌은 높다란 문 입구에 있는 것으로 광택이 나서 반짝이고 있었다. 여기는 한때 네스토르의 아버지인 신들에 못지 않은 지혜를 가졌다는 넬레우스가 앉았던 곳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무덤 속에 든 지 오래 되었고 저승으로 가버렸다. 이제는 게렌의 기사 네스토르가 앉아 있다. (P. 558)

 

Ü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이 문장은 나에게는 매우 비장하게 느껴진다. 죽은 선왕의 자리에 앉아 그의 의도와 내 결심을 포개어 보는 작업. 그라면 어땠을까, 하고 물어가는 길.

 

4권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 성에서의 이야기

 

□ 생각해 보라. 우리 두 사람만 하더라도 줄곧 나그네로서 번번이 사람들의 신세를 진 끝에 고국에 돌아오지 않았느냐. 어쩌면 제우스 신이 앞으로는 이런 괴로운 역경을 겪지 않도록 해 주실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그러니 어서 손님들의 말에서 마구를 풀어 놓고 손님이신 그분들은 곧장 이리로 모셔 들여 식사를 하시도록 하라. (P. 563)

 

Ü 메넬라오스의 됨됨이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접대의 등급을 물어오는 신하에게 하는 말이다. 손님은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와 네스토르의 아들이다.

 

□ 그 모든 죽은 사람들에 대해 똑같이 가슴 아파하긴 하면서도 이 한 사람한테 만큼 뼈저리게 슬퍼지는 사람은 또 없답니다. 그 사람을 생각할 때면 밤잠도 식사도 다 시들해지지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카이아 군사 중 어느 누구도 오디세우스만큼 나를 위해 고생을 하고 애써 준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P. 565)

 

허어, 이거 참, 그렇다면 나와 가장 친한 분의 아드님이 우리 집엘 오셨군 그래. 나를 위해 영웅적 과업을 해내셨던 분 말이오.” (P. 567)

 

□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친하게 즐기는 것을 아무도 떼어놓지는 못했을 터인데, 마지막에 죽음이라는 검은 어둠이 우리를 덮어 누를 때까지 말이오. 그러나 시기심 많은 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결국 신의 뜻은 그분만을 불운하게도 돌아오지 못하게 하셨다오 (P. 568) Ü 메넬라오스의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 나는 무척 많은 영웅들의 분별력과 생각하는 것을 듣고 배워 왔지만 아직껏 불굴의 오디세우스님 같은 분은 나로서도 아직 이 두 눈으로 본 적이 없소. 이를테면 이런 계획도 저 용맹스러운 무사가 대담하게 계획하셨던 것이오. 반짝이는 목마에 아르고스 군사 중에서도 용감한 무사들을 골라 숨게하여 트로이 사람들에게 살육과 죽음의 운명을 갖다 주었단 말이오 (P. 571)

 

Ü 작전명 트로이의 목마는 오디세우스의 작품이었다.

 

□ 그것이 한층 더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런 일조차 제 아버지를 무참한 재앙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러한 용사도 자신을 보호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P. 571)

 

Ü 초인적 공헌 앞에 지금 오디세우스의 부재는 그 만큼 더 뼈아픈 것이다. 이야기는 오디세우스의 등장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 아가멤논은 행복에 벅찬 가슴으로 고국 땅에 발을 딛자, 너무도 좋아서 고국 땅을 둘러보고 또 보고하며 땅에 손을 대고 입을 맞추었지. 기쁜 듯 넓은 땅을 둘러보면서 극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비오 듯 했었소. 그런데 그의 모습을 망루가 있는 언덕에서 파수를 보던 자가 발견했소. 이 사나이는 교활한 제주와 꾀에 넘친 아이기스토스가 고용한 파수병으로서 4만금(2달란톤)의 급료를 줄 약속을 했었지 (P. 578~579)

 

Ü 새로운 사실이다.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에 제일 첫머리에 등장하는 파수병의 독백을 다시 보니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 확실한 말을 해 주게나. 그가 언제 떠났고 젊은이들 누구누구가 따라갔는가? 이타카 섬에서 뽑혀 간 이들인지 아니면 자신의 고용인이나 하인들이오? (P. 582) Ü 이타카 섬의 구혼자 중 한 사람인 안티노스는 텔레마코스가 떠난 사실을 모르고 있다.

 

□ 아무튼 어서 빨리 배와 20명의 동지를 모아 주게나. 그가 돌아오는 걸 숨어 기다릴 작정이니까. 이타카 섬과 험준한 사모스 섬 해협에 파수를 계속 보게 하면서, 그의 아버지를 찾는 항해에 따끔한 맛을 좀 보여 주어야지 (P. 583) Ü 안티노스는 오디세우스 부자의 반격에 대비한다. 

 

□ 오디세우스가 그대 부모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띠어난 분이었던가를요. 정말 단 한 번도 그 누구에 대해서는 공정하지 않은 언행은 가져 본 적이 없는 분이었지요. (P. 584)

 

Ü 이건 사실과 다르다. 메넬라오스가 트로이 전쟁 참전을 요청했을 때 오디세우스는 이를 피해보려고 미친 사람인 척 했다. 자기 아들을 죽이려는 순간 미친 짓을 그만 두고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가했던 비윤리적인 면도 있는 것이다.

 

5권 칼립소에 표류하다 / 오디세우스의 뗏목

 

□ 새벽의 여신이 거룩한 티토노스왕의 잠자리인 침식에서 일어났다. 죽지 않는 신들과 언젠가는 죽어야 할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였다. (P. 590)

 

Ü 매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하루 중의 를 묘사하는데 매우 시적이다.

 

□ 그러자 구름을 모으는 제우스가 말했다.

얘야 그게 무슨 소리냐. 애당초 이런 생각은 바로 그대가 꾸며 낸 꾀가 아니었더냐. 오디세우스가 돌아오자마자 그자들에게 복수하도록 한 것은. 그러니 텔레마코스는 그대가 잘 보살펴 주는 것이 좋겠지. 그만한 힘은 그대가 가지고 있으니까. 조금도 피해 없이 이타카로 돌아가게 하는 것 쯤은 어렵지 않겠지. 그리고 구혼자들은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한 채 되돌아가게 해 보게나.” (P. 591) Ü 신들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일이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나에게도 어디 이런 말을 해보라. 내 삶의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제우스의 말은 이어진다.

 

헤르메스야 그대는 이번에도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사절 역할을 해야겠다. 아름다운 님프를 찾아가 틀림없이 우리 마지막 결의를 전달하고 오너라. 온갖 고난을 겪은 뒤 스무날 만에 땅덩이가 기름진 스케리에에 당도하게 되겠지. 다시 배에 태워서 청동과 황금을 듬뿍 주어서 그리운 고국 땅으로 보내 줄 것이니라. 이리하여 사랑하는 가족들도 만나고 지붕이 높다랗게 치솟은 성과 자기 고국으로 돌아가게 될 예정이란 말이다. “ (P. 591)

 

□ 그는 마침 바닷가에 나가 여느 때와 같이 앉아서 탄식에 젖어 있었다. 눈물과 한탄과 고뇌 속에 멀리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P. 592~593)

 

Ü 영웅이 귀환하기 전이다. 그런데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오디세우스가 있는 의 함의는 과연 무엇일까. 프로이트나 정신분석학자들은 이 섬을 어떻게 해석할까. ‘소명에의 거부를 위한 거리적 장치일까.

 

□ 신들께서는 줄곧 시기만 하셨지요. 끝내는 오르튀기아 섬에서 황금 옥좌에 계신 성스러운 아르테미스님이 거룩한 활을 쏘아 죽여 버리실 때까지는, 또한 이아시온과 아름다운 데메테르가 그리운 마음을 견디다 못해 논두렁에서 사랑의 잠자리를 함께 나누자 결코 오래도록 제우스님이 이 일을 모르실 까닭이 없어 손수 그 사내를 번쩍이는 벼락으로 쳐 죽여 버리셨지요. (P. 594)

 

Ü 뿐만인가. 헤라의 시기가 아르고스의 눈을 모두 잃게 하였다. 시기의 모습이다. 신은 인간과 같고 오히려 인간보다 비윤리적이고 저급하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성욕외에는 다른 욕망은 없어 보인다. 솜누스가 잠을 지배하지 않았다면 수면욕이 있었을까.

 

□ 아무튼 기분 좋게 떠나시도록 하세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고국땅에 당도하기까지 겪어야 하는가를 조금이라도 짐작이나 할 수 있다면 아마 틀림없이 여기 이대로 나와 함께 머물고자 할 텐데! 나와 더불어 이 집에서 불사의 신령의 몸이 되어 오래도록 살려고 하련만! (P. 596)

 

Ü , 님프 칼립소는 인간,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고 있다.

 

정숙한 페넬로페가 그 자태에서나 몸매에서나 비교해 볼 때 당신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을요. 왜냐하면 그녀는 죽어야 할 인간의 몸이지만 당신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이 아니십니까? 신들 중 어느 분께서 포도줏빛 검은 바다 위에서 내가 탄 배를 부숴 버리신다 하더라도 고난을 견딜 마음을 굳게 가지고 꾸준히 참아 가겠습니다. 이미 이제까지 풍파 속에서도 전쟁에서도 너무나 많은 고난과 쓰라린 역경을 헤쳐 왔으니까요. 그러므로 앞으로 있을 재난도 다만 여태까지의 것에 한 가지 더 보태어지는 데에 지나지 않지요.”

그러는 동안에 해가 저물어 어둠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사랑의 밤을 보냈다. (P. 597)

 

Ü 이 대사 심상치 않다. 오디세우스의 긍정은 참으로 위대하다. 이 문장은 이후 서술될 지난 고난에 대한 오디세우스의 자세이며 앞으로의 삶에 대처하는 답이다. 그나저나 신과 인간의 교합으로 뭔가 하나 잉태 될 것 같기도 한데 끝까지 이 소설을 두고 보자.

 

아니, 이게 무슨 짓이람. 이건 신들이 분명 오디세우스에 대해 생각을 달리했음에 틀림없구나. 내가 아이티옵스 고장에 가 있는 동안에 말이야. 게다가 이건 벌써 파이아케스인 땅 바로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는가. 여기는 그가 큰 고난의 고비를 넘기기로 되어 있는 마지막 땅인데 하지만 안 되지, 아직은 듬뿍 재앙을 맛보게 해 줄 테니까.” (P. 599) Ü 포세이돈의 말이다.

 

아 이게 무슨 팔자일까. 저것 봐. 저렇게 겉은 모두 날카롭게 서 있는 절벽뿐이고 그 주위에는 파도가 산산이 부서지면서 울려 퍼지고 바위도 미끌미끌하게 솟아 있는데다가 바다는 해안 쪽이 깊어서 아무리 해도 두 팔로 꽉 딛고 서서, 재앙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는구나.’ (P. 603)

 

Ü 영웅의 행보는 이제서야 시작되는 것 같이 보인다. 귀향을 위한 고난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고통 속에 피는 삶의 영광.

 

신이시여, 부디 제 청을 들어 주소서. 당신이 무슨 신이신지는 알 수 없지만 몇 번이고 기도를 드리며 당신 앞에 무릎을 꿇겠습니다. 제발 그런 까닭이오니 동정을 베푸소서. 황송하오나 저는 신이여, 당신께 비옵는 기원자입니다. (P. 604)

 

Ü 내 이 심정 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압도하는 어쩌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 신을 찾고 있다. 정신적, 물리적 고통이 극한에 이르거나 자신을 압도하는 자연을 보게 되면 무릎이 저절로 꿇리어진다.

 

6권 스케리에 섬의 왕 알키노스와 왕녀 나우시카 이야기

 

□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 속에서 잎사귀가 빈틈 없이 붙은 가지를 억센 손으로 꺾어 알몸의 하반신을 덮어 숨기듯이 하면서 나오는 그 모습은 마치 산중에서 자라난 사자가 자기 힘에 자신을 가지고 비가 오건 바람이 불건 상관하지 않고 두 눈을 번쩍번쩍 타오르는 듯하며 암소들과 양 떼에게 혹은 들의 사슴에게 덮쳐 드는 것과도 같았다.

 

그런데 몹시 축난 그의 모습은 아가씨들 눈에는 어처구니없이 무서운 것으로 비쳤기 때문에 모두 가슴이 서늘해져서 뿔뿔이 쫓겨 바닷가로 달아났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알키노스의 딸만은 그곳에 멈추어 서 있었다. (P. 610)

 

Ü 오디세우스 VS 나우시카. 오디세우스가 이카타 섬으로 갈 수 있는 결정적 만남이다. 비록 아테네 신의 각본에 따른 것이지만.

 

□ 우리는 인간 세계와는 동떨어진 파도가 일렁이는 넓은 바다 세계의 한끝에서 살고 있으므로 죽어야 할 모든 인간 중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와 관계를 가진 자는 아무도 없다. (P. 613)

 

Ü 나우시카의 사유의 세계는 깊다. 바다와 같다.

 

□ 더구나 나 자신만 해도 다른 여자가 이런 짓을 한다면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 테고요. 만일 그 여자가 소중한 아버님과 어머니가 계신데도 허락도 없이 버젓하게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남자들과 교제를 한다면요. (P. 615)

 

Ü 이 시대의 자유의 공기는 적어도 성적 차원에서는 희박하다. 그런데 알아두자 이 시대에도 이 말과 같은 담론은 유효하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 현재의 개방된 성 문화와 견주어 3천 년을 거슬러 여전히 담론화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비록 이야기 속에 작은 부분으로 시대 관념화로 치부할 수는 없지만) 성이 속박되어 온 역사를 감안할 때 성적으로 매우 진보적인 스탠스를 가진 사회였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7권 알키노스 왕 궁전에서의 이야기

 

□ 그의 주위에 아테네 여신이 아주 많은 안개를 내리신 것은 오디세우스에게 좋은 일이 있도록 배려한 때문이었다. (P. 618) Ü 그는 왜 신의 선택을 받은 걸까.

 

□ 다시 말해서 알키노스 궁전에는 이만큼 신들의 풍성한 혜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장소에 멈추어 선 채 참을성 있고 존엄한 오디세우스가 감탄에 잠겨 바라보다가 마침내 충분히 그 아름다움을 구경한 다음 성의 문지방을 넘어 부지런히 안으로 들어섰다. (P. 622) Ü 그 아름다움을 지그시 응시하는 장면이 영화 같다. 

 

□ 이렇게 말하고 난롯불 옆에 있는 재 속에 주저앉아 버렸는데 (이것은 탄원자의 관습임) (P. 623)

 

□ 아무래도 저 넓디넓은 하늘을 지배하시는 신들과는 키로 보나 몸의 생김새로 보나 조금도 닮지 못한 사람이니까요. 참으로 죽어야 하는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세상 사람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고난의 짐을 짊어졌다는 사람들과 저는 꼭 같은 처지일 겁니다. (P. 624)

 

Ü 행간을 보니 겸손은 오디세우스가 가진 최고의 미덕이다. 신은 이 때문에 오디세우스를 호위하는가.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손님이시여, 나로선 맨 먼저 묻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시며 어디서 오셨습니까? 도대체 누가 그 옷들을 당신한테 드렸는지요. 아까는 분명히 바다 위를 헤맨 끝에 이곳에 닿았노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슬기로운 오디세우스가 대답해서 말했다.

 

쉽지 않은 일이군요, 왕비님. 모든 걸 자세히 말씀하라고 하시니. 하늘에 계신 신들은 너무도 많은 어렵고 고생스러운 일을 내게 주셨습니다. (P. 625)

 

Ü 대서사시가 시작되는 장면이다. 오디세우스는 아레테 왕비의 이 질문에 매우 상세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얘기 중에는 오디세이아의 명장면들이 자주 등장했는데 인상 깊었다.

 

□ 그 때문에 당신을 돌려보내 드릴 때를 나는 미리 정해 놓았지요. 당신이 충분히 납득하도록, 바로 내일로 말입니다. 그 때는 당신은 세상 모르게 잠이 들어 누워 계실 겁니다. 그 동안에 뱃사람들은 바람이 잔잔한 날씨에 노를 저어서 당신을 고향과 댁에까지 모셔다 드리게 되겠지요. (P. 628) Ü 이야기는 절정으로 다가간다.

 

8권 스케리에 섬에서의 이야기 / 경기와 향연

 

□ 장미빛 손가락의 새벽 여신이 동녘을 물들이며 나타났을 때, (P. 630)

 

Ü 이 표현은 이야기 전체에서 관용구처럼 쓰이고 있다. 새벽을 말하고 있다.

 

□ 그리고 젊은이 52명을 나라 전체에서 뽑아내되, 전부터 이름난 사람들을 고르도록 하게. (P. 631)

 

Ü 알키노스가 오디세우스를 위해 배를 정비하고 고국향을 위한 도움이 시작된다. 그런데 왜 하필 52명일까.

 

□ 이제 우리는 충분히 음식과 하프를 즐겼다. 이런 음악은 요란한 잔칫상에는 으레 따르게 마련이지만 이제 그만 밖으로 나가 갖가지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게 어떻겠나.

 

경기는 맨 먼저 달리기부터 시작했다. 그들은 또 힘이 드는 씨름을 해보았는데 에우뤼알로스가 으뜸이었다. 다음에 벌어진 원반 던지기에서는 엘라토레우스가, 권투에서는 라오다마스가 승리를 거두었다 (P. 633~634)

 

□ 알키노스의 아들 라오다마스는 한 가운데로 나가서 오디세우스를 향해 말했다.

손님이시여, 이 자리로 나오셔서 한번 경기를 해 보실까요?”

 

그 말에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라오다마스여, 어째서 그런 일로 나를 나무라듯 권하십니까? 정말이지 경기 같은 것보다는 근심거리가 훨씬 더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참이오.

 

하지만 그런 일로 몹시 심한 꼴을 당한 끝이기는 하지만 경기에 참가해 보기로 합시다. 당신 말씀은 내 가슴에 충격을 가했지만 그로 인해 나에게 용기를 주신 셈이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망토를 걸친 채 뛰어나가서는 한층 크고 두꺼우며 묵직한 원반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서로 던지기 내기에 쓰는 것보다도 훨씬 큰 것이었다. 그 돌은 위잉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P. 634~636)

 

Ü 맞다. 그는 목숨을 걸고 이카타 섬을 찾아 나선 상황이었다.

 

□ 이렇게 말하자 불사의 신들 사이에는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포세이돈만은 그 웃음에 휩쓸리지 않고 늘 일하기로 유명한 헤파이스토스에게 아레스 신을 풀고 용서해 주기를 권했다. (P. 640)

 

□ 이런 줄거리를 세상에 이름 높은 가인이 노래 불러 나갔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몹시 풀이 죽어, 마치 사랑스러운 아내가 남편에게 매달려 울음을 터뜨릴 때처럼 눈물이 흘러내려 두 볼을 적시고 있었다. (P. 646)

 

Ü 이 가인이 부르는 노래는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로 오디세우스는 지난 세월의 아픔과 고통들이 자신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 더 이상 숨기지 말기를 바라오. 진실을 말해 버리는 게 한층 옳은 일이 아닐까 하오. 그런즉 당신의 이름부터 말하시오. 고향에서는 아버님이나 어머님이나 그 밖의 여러분들이 말이오. (P. 647)

 

Ü 알키노스는 오디세우스에게 정체를 밝히라 압박하고 있다. 극의 흥미를 점점 더해간다. 이카타 섬의 군주 지위를 밝히라 한다.

 

□ 어디를 행해 당신은 바다를 떠나셨는지, 이 세계의 어는 고장에 갔었는지 그 사람들 이야기며 또는 그럴 듯하게 꾸며진 마을들의 이야기 등을 (P. 647)

 

9권 오디세우스의 표류담 / 퀴클로페스 암굴에서의 이야기

 

□ 그럼 이제부터 재난에 가득 찼던 내 귀국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그것은 트로이를 떠날 때부터 제우스가 내게로 보내주신 것이며 일리오스에서 바람은 나를 키코네스 나라로 보냈답니다. 아스마로스 마을이지요. (p. 650) Ü 시작된다.

 

□ 인정사정 없는 거인은 아무 대답도 않고 훌쩍 일어서더니 우리 동지들 쪽으로 손을 내밀어 두 사람을 붙잡아 강아지처럼 땅 위에 내동댕이쳤답니다. 그들의 뇌수가 땅에 흘러 흙을 적셨습니다만, 그들의 손발을 다시 토막을 내어 저녁 식사 채비를 하지 않겠습니까. (p. 658)

 

□ 우리는 올리브 몽둥이를 바로 잡아 쥐고는 그 뾰족한 끝을 거인의 하나밖에 없는 눈알에 콱 찔렀습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뾰족한 몽둥이에 달라붙어 빙빙 돌렸기 때문에 밀려들어가는 몽둥이 둘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p. 661)

 

퀴클로페스여, 혹시 만약에 죽어야 하는 인간들 중의 누군가 그렇게 몰골이 사납게 눈이 먼 까닭을 묻거들랑 도성을 함락시키는 저 오디세우스, 라에르테스의 아들로 이타카 섬에 살고 있는 그 사람 때문에 장님이 되었노라고 하란 말이다.’ (p. 665)

 

넓고 큰 땅을 떠받치시는 검은 머리의 포세이돈이여, 제 말씀을 들어 주십시오. 참으로 내가 당신의 아들이며 적어도 당신이 내 아버지라고 하신다면 부디 도성을 함락시키는 오디세우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해 주십시오. 하지만 만약에 신의 뜻에 따라 가족들과 다시 만나고 호화로운 자기 성과 고향 땅으로 돌아가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면 하다못해 늦게라도 지독한 고생을 겪고서 돌아가도록 그 동지라는 사람들마저 모두 잃어버리고 다른 나라의 배를 타고 돌아가되 집에서도 귀찮은 일들이 벌어져 있도록 하여 주소서.’ (p. 666)

 

10권 표류담의 속현 아이올로스 / 라이스트뤼고네스 / 키르케

 

□ 이렇게 서로 쑥덕거리고 있다가 못된 의견이 그 친구들을 지배하여 가죽부대를 풀어 헤치자, 온갖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나와 당장에 모두 울고불고하는 것도 아랑곳없이 거친 바람이 고국 땅으로부터 멀리 큰 바다를 향해 휩쓸어 갔습니다. 한편 나는 잠이 깨자 이 광경을 보고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로 궁리를 했습니다. 배에서 뛰어 내려 바다 속에 빠져 죽어 버릴까, 아니면 꾹 참고 목숨을 부지할 것인가 하고요. 하지만 결국은 참고 견디기로 하고, (p. 670)

 

Ü 바람의 신이 나타나 다시 밀어낸다. 오디세우스가 고민하는 지금은 매우 중요한 순간으로 영웅이 고비를 만나는 순간의 사유의 모습을 알 수 있다.

 

□ 그들은 인간이 겨우 들어올릴 정도의 큰 돌덩이를 벼랑 위에서 내던지므로 삽시에 모든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솟아올랐습니다. 그 돌덩이에 맞아서 죽는 사람들과 또는 그와 함께 배들이 부서지는 요란한 소리와 울림이란! 그리고 그들은 물고기처럼 우리 동지들을 작살로 찔러 대고는 끔찍스러운 식사를 하기 위해 가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깊은 항구 안에서 동지들을 죽이려 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날카로운 검을 옆구리에서 빼어 들고 그것으로 검은 뱃머리에 매인 밧줄을 끊어 버렸습니다.

 

가까스로 아이아이에 섬에 이르렀습니다. 이곳에는 올린 머리도 아름다운 키르케가 살고 있었는데 이 신은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는 무서운 여신으로 못된 마음을 가슴에 품은 아이에테스와 자매간이었지요. 이 두 여신은 인간에게 빛을 주는 태양신 헬리오스를 아버지로 대양신인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를 어머니로 하여 태어난 것입니다. (p. 672)

 

Ü 키르케는 유혹이다. 영웅의 여정 중에 가장 힘든 장면이기도 하다. 깨우침을 방해하는 마구니들을 항복시키는 싯다르타와 잠자는 공주를 맞는 무수한 왕자들의 마음도 그와 같을 것이다. 예수가 유사 자본주의 바리새인들과 반목을 거듭하는 것도 이와 같을 것이다. 어쨌든 오디세우스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이전에 한 번 유혹에 빠진 적이 있기도 하다. 레토스(아편)를 먹는 사람들. 

 

이것 봐, 동지들. 성 안에서 누군지 커다란 배틀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좋은 목청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네. 그 소리가 이 마루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오는데 여신인지 아니면 인간 여자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선 말이나 걸어 볼까.’

 

그러자 키르케는 모두를 궁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소파와 팔걸이의자에 앉게 하고는 모두에게 치즈와 보릿가루에 노란 벌꿀을 프람네스 산 빨간 포도주에 타서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음식물에는 야릇하고 무서운 마술의 약을 섞어 놓았던 것으로 그것은 고향 생각을 모두 잊어버리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모두에게 주고 그들이 마시자, 이번에는 바로 지팡이를 휘둘러 내리치고는 돼지 울에 가두어 넣은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돼지와 같은 얼굴이 되고 목소리와 살갗의 털과 몸집마저도 아주 돼지가 되어 버렸는데 정신만은 전과 다름없이 인간 그대로였습니다. (p. 675~676)

 

Ü 키르케의 유혹에 빠진 오디세우스 동지들의 모습이다.

 

□ 헤르메스 신은 땅에서 그 약초를 뽑아 나에게 주었습니다. 그것은 검은 뿌리를 가졌으며 젖 같은 흰 꽃을 피우는 풀로, 신들은 이를 몰뤼라고 부르는 것인데 (P.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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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뤼라는 약초가 실제 존재하는 지는 알 수 없다. Circe가 오디세우스에게 돼지로 변하게 될 마술의 약을 먹이지만 오디세우스는 신이 준 약초 몰뤼를 먹음으로써 항체를 만들어 극복한다.]

 

□ 키르케는 지팡이로 나를 마구 치면서 나를 보고 말했다.

자 너도 돼지 우리로 가서 다른 동지들과 함께 자도록 하려무나.’

당신은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셨나요? 당신 고국은 어디며 양친은 어디에 계신가요? 이 약초를 마셨는데도 조금도 마술에 걸리시지 않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쨌든 간에 이젠 칼집에 칼을 도로 꽂으세요. 그리고 둘이서 내 침대에 오릅시다. 사랑과 잠 속에서 서로 믿는 법을 배울 수 있겠지요.’ (P. 678~679)

 

Ü 키르케의 유혹은 오디세우스를 제압하지 못한다. 이야기 중에 오디세우스와 사랑하는 두 번째 여인인데 첫 번째는 님프 칼립소와의 이별 전에 동굴에서이며 두 번째는 키르케의 침대다.

 

□ 키르케가 그들 사이에 들어서서는 무엇인지 색다른 마법의 약을 모두에게 발라 주었습니다. 그러자 모두의 손발에서 이전에 키르케가 그들에게 먹인 마법의 약 때문에 돋아났던 센 털이 말끔히 빠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보다도 한층 젊은 남자들로 되살아났습니다. (P. 680)

 

□ 그래서 그곳에 들어 앉아서는 많은 고기와 맛있는 술로 향연을 계속하면서 꼬박 1년이 지나도록 그러고 있었지요. 마침내 1년이 지나고 계절이 한 바퀴 돌았을 때, 그 때에 충성스러운 동지들은 나를 불러내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이제는 고향 생각도 하실 만한데요. 만일 신탁에 따라 당신이 무사히 몸을 보존하고 훌륭하게 지어진 성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운명이라면 말이지요.’ (P. 682~683)

 

Ü 키르케의 유혹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오디세우스는 1년을 키르케와 함께 지낸다. 이야기의 전개가 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연상시킨다. 우연과 필연이 시시각각으로 전환되는 스토리.

 

아마도 자네들은 고국으로 그리운 고국 땅으로 향해 떠난다고 생각할 테지만 키르케 님이 우리한테 지시한 길은 다르다네. 하데스와 무서운 페르세포네의 궁전으로 가야 한다네. 테바이 사람인 테이레시아스한테 점을 치도록 하기 위해.’ (P. 685)

 

Ü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 왕에서 등장한다. 어쨌든 오디세우스는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이야기 중에 갑자기 저승을 경험하고 나오는 이유는 뭘까를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테이레시아스에게 사건 전개에 있어 중요한 단서를 제공받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특히 아킬레우스 등 생전에 오디세우스와 반목하던 이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망자와의 화해를 주도면밀하게 계획하여 오디세우스를 더욱 신격화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1권 오디세우스가 저승을 찾아가는 이야기

 

□ 이런 맹세와 기도로 망령들에게 충분한 기도를 마친 다음 양들을 잡아서는 파놓은 구덩이 속에 잘라 떨어뜨리자 거무스름한 피가 흐른 곳에 이 세상을 떠난 자들의 망령이 저승 세계의 밑바닥에서 모여 왔습니다. (P. 688)

 

Ü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가 지배하는 저승의 모습이다. 오디세우스가 발을 들여 놓자 많은 망자들이 몰려온다.

 

□ 맨 먼저 찾아온 것은 동지였던 엘페노르의 망령이었습니다.

이상의 일을 끝내시거든 무덤 위에는 노를 세워 주십시오. 내가 살아 있을 때 동지들과 함께 늘 사용하던 노를 말입니다. (P. 688~689)

 

Ü 술 마시고 지붕에서 자다 떨어져 목이 꺾여 죽은 동지다. 죽어서 자신이 사용한 노를 무덤에 꽂아달라는 유언은 눈물겹다. 나는 무엇을 무덤에 놓고 나의 표식으로 삼을 수 있을까.

 

이 세상을 떠난 망령 중에서 그대가 바로 피 옆에 가까이하는 짓을 허용한 자, 그자만이 그대와 확실한 말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대가 접근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자는 그대로 물러가고 말 것이지만 말일세.’ Ü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이다. 낯가림이 죽어서 더 심해지는 모양이다.

 

□ 다음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을 만난다.

아무렴 물론이고말고, 그녀는 그대 성에서 꾸준한 생각으로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늘 밤이면 밤마다 날이면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단다. 그리고 그대의 훌륭한 왕위는 아직 아무한테도 빼앗기지는 않았단다.

 

그저 언제나처럼 어리석게 몸을 야위게 하고 온몸에서 생명을 빼앗아가게 한 것이었지만 그보다도 돌아오지 않는 너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에서 너의 분별, 너의 다정한 마음씨, 그런 것들이 즐거운 생명을 빼앗아간 것이란다.

 

어머님 어째서 이렇게 내가 열심히 잡으려는데 기다려 주시지 않습니까. 저승길에서나마 그리운 두 팔로 얼싸안고 어머님과 함께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나누어 보려는 생각인데요. (P. 692~693)

 

Ü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요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 했는가. 자식은 제 어미와 아비의 젊음을 흠뻑 빨아들이며 큰다. 부모가 삶을 다하여 진이 빠지는 이유는 자식 때문인 줄 이제야 알 것 같기도 하다.

 

□ 그 다음에는 아소포스 하신의 딸인 안티오페를 만났습니다.

그 다음에는 암피트리온의 아내인 알크메네를 만났지요.

그리고 고매한 기상을 가진 크레이온의 딸 메가라를 만났고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인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도 만났지요. (p. 695)

 

□ 그런데 이젠 정말로 잠잘 시간입니다. 빠른 배 곁에 있는 동지들에게로 가거나 그냥 이대로 여기서라도. 그리고 배웅해 주시는 일은 신들이나 당신들께서 염려해 주실 테지요.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잠잠해졌으며 어둠침침한 홀 전체가 마술에 걸린 것 같았다. 그런데 모두를 향해 팔이 흰 아테네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어 말했다.

파이아케스의 여러분들, 당신들은 이분을 어떻게 보십니까. 생김생김이며 훤칠한 키, 또 가슴속에 간직한 그 지혜를. (p. 697)

 

□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알키노스 왕이여, 모든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히 뛰어나신 이여, 1년 동안 이대로 이곳에 머무르라고 분부하신다 하더라도 내 나라로 돌아갈 일을 진행하시며 훌륭한 선물들을 주시겠노라 하신다면 기꺼이 그 편을 택할까 합니다. 손에 가득 들고 사랑하는 조국으로 돌아가는 편이 훨씬 좋을 터이니까요. (p. 698)

 

Ü 오디세우스의 모험 이야기 중에 소설은 잠시 현실로 돌아온다.

 

□ 아트레우스 아들 아가멤논의 영혼이 고뇌의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p. 699)

 

□ 당신에게 충고를 하나 하겠는데 잘 기억해 두기 바라오. 고향에 닿게 되면 공공연히 항구로 들어가지 마시오. 몰래 숨어들란 말이오. 여자란 결코 믿을게 못 되니까. (p. 701)

 

Ü 이 말을 오레스테스가 했다. 자신의 아버지 아가멤논이 자신의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배신을 당하는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게다.

 

□ 그 승부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누구에게 주느냐는 것으로 배 안에서 실랑이가 벌어졌을 때 내가 그를 이겼던 사건입니다. 그 갑옷을 상품으로 준 것은 아킬레우스의 모친이신 테티스 여신이었지요. 그리고 판정을 내린 건 트로이의 처녀들과 팔라스 아테네 여신이었습니다. 참말이지 이런 승부에 대한 상품에는 이기지 않았더라면 좋을 뻔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갑옷으로 인해서 이런 훌륭한 무사가 자살로 목숨을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니까요. (p. 704)

 

□ 시지포스와 장사 헤라클레스도 보았습니다. (p. 705)

 

12권 표류담의 속편 세이레네스 / 스퀼레 / 트리나키에

 

그쪽 일은 그렇게 해서 모두 결말을 지은 셈이군요. 그럼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도 똑똑히 들어 주세요. 만약에 잊어버린다면 신께서 당신한테 생각나게 해 주시겠지요.

우선 첫째로 당신은 세이레네스에게로 가게 될 거예요. 그 여자들은 모든 사람들을 마술로 속여 넘긴답니다.

 

그러니 그 옆을 빠져서 달려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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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이 그렸다. ‘시인과 세이렌’]

 

거기서부터는 높이 솟은 암초로 가게 됩니다. 그 암초를 향해 검푸른 눈을 가진 암피트리테가 큰 파도를 밀어 보냅니다. 떠 있는 암초와 그 바위들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신들께서는 떠도는 바위들이라 부르는데 그곳은 날짐승도 빠져 나갈 수 없어요. (p. 708~709)

 

동지들이여, 키르케 여신이 나한테 일러준 말을 그대들은 한두 사람밖에 모르고 있는 그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가 모두 말해 주겠다. 우리가 죽든지, 아니면 목숨을 지켜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든지 이것만은 아라 두어야 해, 처음에는 이상야릇한 세이레네스의 노랫소리와 꽃이 핀 목장에 정신을 뺏기지 말라고 일러 주셨어. 그 노랫소리는 나 혼자만 들으라고 말씀하셨어. 너희들은 나를 꽁꽁 묶어서 꼼작 못하도록 해주어야 하는 거야. 돛대 밑에 묶고 돛의 밧줄 끝도 묶어 두어야 해. 내가 너희들에게 풀어 달라고 부탁하거나 호령을 한다면 그때는 너희들이 더욱 나를 여러 겹으로 꽁꽁 묶어야 해.’ (p. 712)

 

Ü 키르케는 circe라고 쓴다. 우리가 흔히 쓰는 경보 시 울림, 사이렌은 오디세이아의 이 이야기에서 기원한다. 삼천 년 전의 호메로스가 아직도 현현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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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waterhouse가 그렸다. 율리시스 & 세이렌]

 

여보게 동지들, 우리는 여태껏 온갖 재난을 겪어 왔어. 사실 이제 닥쳐오는 재난은 퀴클로페스에게 겪은 것보다는 크지 않아. 그 거인이 넓은 동굴에 우리를 억지로 가두어 두려고 했지만 나는 그때 나의 행동과 사려 분별로 재앙을 면했었지. 지금 일도 나중에 추억으로 남게 될 거야. ,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보지 않겠나. 그대들은 놋자리에 각기 앉아서 놋대로 깊은 바다 물결을 헤치고 나가는 거야. 제우스 신께 이 파멸의 재난을 잘 모면하게 해 주십사 하고 빌면서. (p. 713)

 

Ü 이 대사는 오디세우스의 지도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 우리는 슬피 한탄하면서 해협으로 찾아 들었습니다. 한편에는 스퀼레가 있고 다른 편에는 카뤼브디스가 큰 바다의 소금물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어느 새 스퀼레는 배에서 여섯 사람의 동지를 낚아채 갔습니다. 이 동지들은 힘도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었습니다. 빨리 달리는 배와 동지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때는 이미 하늘 높이 낚아 채여 가는 사람들의 손발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최후의 안간힘으로 가슴이 터져라 하고 내 이름을 부르짖었습니다.

스퀼레는 그들을 통째로 잡아먹었습니다. (p. 714)

 

□ 그때 에우륄로코스가 동지들에게 요사스러운 계획을 제의했습니다.

태양신의 소들 가운데서 가장 좋은 소를 골라잡아 몰고 와서 넓은 하늘을 지배하시는 신들께 제물로 바치도록 하자. 그래서 우리가 조국 땅인 이타카에 귀국할 수 있게 된다면 하늘을 나는 헬리오스 신께 즉시 훌륭한 신전을 지어 드리자 (p. 717)

 

Ü 태양신의 소를 잡자고 말하고 있다.

 

□ 제우스의 벼락에 맞은 배는 빙그르르 돌면서 유황불 냄새로 가득 찼고 동지들은 배에서 떨어져 물새 떼처럼 검은 배 주변과 물결에 휩쓸려 갔습니다. 신께서는 귀국하려는 그들의 소망을 끊어 버렸습니다. (p. 719)

 

□ 그런데 이런 일을 계속 말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에게나 거룩한 귀부인들에게 벌써 어제 궁전에서 이야기를 해 드렸는데 말입니다. 이미 이야기해 드렸는데 다시 되풀이한다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습니다. (p. 720)

 

Ü 오디세우스는 여기서 이야기를 끝낸다. 그리고 본격적인 귀국을 준비한다.

 

13권 오디세우스가 스케리에 사람의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왕비시여, 그럼 당신께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늙음과 죽음이 찾아오기까지. 그것은 인간에게 으레 찾아오는 것이니까요. 이제 나는 이곳을 떠납니다만 당신은 이 궁전에서 아드님과 이 나라 백성들과 그 중에서도 알키노스 왕과 즐겁게 지내주십시오.’ (p. 723)

 

Ü 이제 본격적으로 이카타 섬으로 출항을 예고 한다.

 

□ 마침 그들의 몸을 뒤로 젖히면서 노로 바닷물을 저어 나갈 때 달콤한 잠이 오디세우스의 눈 위에 떨어져 왔다. 절대로 깨지 않는 달디단 잠이, 마치 죽음과도 같은 잠이. (p. 723)

 

□ 이제 가장 빛나는 별, 새벽의 샛별이 솟아날 즈음-이 별은 일찍 태어나는 새벽 빛을 알리러 나타나는 것인데-그때쯤 바다를 건너는 배는 이타카 섬에 가까이 갔다. 그 섬에는 바다 노인의 이름을 따서 포르퀴스 포구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 포구에는 같은 두 개의 곶이 튀어나와 있었다. (p. 724) Ü 오디세우스는 꿈에 그리던 이타카 섬에 당도한다.

 

□ 그러자 땅을 뒤흔드는 신은 그 배 근처에 가서 그것을 돌로 바꾸어 버리고는 아래를 향해 손바닥으로 내리쳐서 바다 밑으로 뿌리를 박게 하였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떠나 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까닭일까. 빠른 배가 고향에 돌아오는데 누가 바다에서 사로잡아 버렸어. 바로 눈앞에 배 모양이 다 보였는데 말이야.’ (p. 726) 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그 노여움을 감추지 않고 오디세우스의 배를 굳게 해 버렸다.

 

참으로 비참한 일이로다.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사는 나라에 왔단 말인가. 이곳 사람들은 법도 없이 난폭해서 사리를 모르는 인간은 아닌지 모르겠군. 과연 어느 쪽으로 이렇게 많은 보물을 옮겨 가면 좋을까. 또 어디로 내가 가야 할 것인지.’ (p. 727) Ü 이타카 섬이다.

 

□ 이곳은 무엇이라고 부르는 땅이며 무엇이라고 하는 나라입니까.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모습이 뚜렷한 어느 섬인지, 또는 비옥한 땅의 대륙이 바다를 향해 경사진 해변인지요. 이에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말했다.

, 그러니까 낯선 손님, 이타카 섬의 이름은 토로이까지 알려져 있지요. 아카이아(그리스) 나라로부터는 먼 곳인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기에 참을성이 많고 거룩한 오디세우스는 기쁘게 여기며 자기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고향 땅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p. 728)

 

□ 그리고 지금도 역시 여기에 온 것은 당신과 의논해서 보물을 숨겨 두기 위해서입니다. 훌륭한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당신이 귀국할 때 보내 준 것을 모두 숨겨 두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것도 내가 염려해서 하는 일이에요. 훌륭히 지어진 궁전에 가서 당신이 이겨 내야 할 운명의 온갖 번뇌를 하나하나 가르쳐 주기 위해서지요. 당신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것을 이겨 내야 해요. 그리고 남자든 여자든 어떤 사람에게는 당신이 방랑하던 끝에 귀국했다는 사실을 밝혀서는 안 돼요. 그래서 여러 가지 괴로운 일과 남자들의 난폭한 행동을 몸소 받더라도 말없이 참아야 해요. (P. 730) Ü 아테나 여신의 말이다.

 

나는 당신 곁에서 힘껏 도와줄 거예요. 언제나 그 일로 어려울 때는 절대로 내가 당신을 잊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이제 당신을 어떤 사람도 몰라보도록 만들어 드리지요. 먼저 잘 구부러지는 손발의 고운 살결을 거칠게 하고 갈색빛의 머리카락도 없애버리고, 몸에 걸치는 옷은 보기에도 흉측스러운 누더기 옷으로 만들고요. 그리고 눈은 전에 너무나 고왔으나 그것을 흰자위 낀 눈으로 만듭시다. 어느 구혼자가 보더라도 초라한 사람으로 보이게 말입니다. 그리고 궁전에 두고 온 부인과 아이들이 보더라도 말이지요. (P. 733)

 

Ü 인간은 가면으로 산다. 집에서, 회사에서, 친구들의 모임에서 모든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일관되게 내 보일 수는 없다. 아테나 여신이 오디세우스에게 덧씌우는 가면 또한 필멸의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14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오두막에서의 이야기

 

여보게 주인 양반, 제우스 신과 그 밖의 불사의 신들께서 당신한테 무엇이든 가장 희망하시는 것을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융숭하게 나를 대접해 주신 보답으로요.’

그러자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말했다.

손님이여, 내 양심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오. 비록 당신보다 더한 행색을 한 사람이 왔다 하더라도 손님을 업신여긴다는 일은 말이오. 왜냐하면 다른 지방에서 온 손님이나 동냥하러 온 사람은 모두 제우스 신께서 보내오신 사람이거든요. 우리가 베푸는 물건이란 하찮은 것이지만 정성이 담긴 것이라오.’ (P. 737)

 

Ü 영웅의 여정에는 항상 조력자가 등장하는데 오디세이아에서 가장 큰 조력자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아테나 여신이다. 그런데 이 보이지 않는 조력자 에우마이오스는 오디세우스가 이카타 섬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중요한 조력의 주연으로 등장한다.

 

우리 주인님의 살림살이란 처음에는 대단한 것이었다오. 이 이타카 섬에서도 거무스레한 본토에서도 영주로서는 아무도 이만한 재산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오. 스무 사람의 재산을 다 합쳐도 못 당할 만큼 그만큼 큰 부자였다오.’ (P. 738)

 

Ü 그 시대도 부의 편중은 심했던 모양이다. 지니 계수(계층간 소득분포도)가 꽤 다 높은 수치가 될성싶다. 그런데 그것이 이처럼 자랑이 될 수 있었던 사회 였을까. 하기야 예수도 이에 대해 반기를 들어 혁명을 꿈꾸지 않았던가.

 

□ 그 다음에 쪼개지 않은 참나무 토막을 번쩍 치켜들었다가 탁 내리치자, 목숨은 돼지에게서 떠나 버렸다. (P. 748)

 

Ü 이것은 시가 산문화 되면서 돼지가 죽는 모습이 운문의 형태로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돼지가 죽었다.’목숨은 돼지에게서 떠나 버렸다.’로 표현했다. 우리는 이 표현 하나로 생명과 육체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관념을 읽을 수 있겠다. 목숨이 떠나버린 돼지에게서 육신은 허망한 것이요, 영혼을 나르는 수레가 제 명을 다해 또 다른 육신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로 확대해도 될까?

 

15권 텔레마코스가 귀국하여 그 또한 돼지치기의 오두막을 찾아오는 이야기

 

□ 그리고 또 한 가지 말해둘 것이 있는데 똑똑히 가슴속에 명심하도록 하라. 구혼자 중에서 으뜸가는 놈들이 이타카 섬과 험준한 사모스 섬 사이에서 너를 노려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 고향에 닿기 전에 죽여 없앨 생각으로 하지만 그렇게는 안될 것이다. 그보다 당서 너의 재산을 축낸 구혼자들은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넓고 큰 땅이 꼼짝 못하게 붙잡아 놓을 것이니까. (P. 754)

 

□ 자네가 혹시 헬라스 전체 또는 온 아르고스를 돌아서 가겠다면 그리고 내가 수행해 줄 것을 원한다면 말들을 수레에 딸려 여러 나라를 안내도 하겠네. 그럼 누구나 우리를 빈손으로 보내지는 않을 테고 무엇이든 가져가게 해 줄 거야. (P. 755) Ü 메넬라오스가 떠난 텔레마코스를 앞에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넘치는 잔정.

 

□ 텔레마코스여 그럼 선물로서 주는 물건으로는 내가 아끼는 보물 중에서도 가장 값비싼 것을 주겠네. 우선 가장 세공이 잘된 희석용 술동이를 주겠네. 모두 은으로 만들어 졌고 게다가 황금으로 전두리를 손질한 것인데, 헤파이토스 신의 제작품이라오. (P. 756)

 

Ü 헤파이토스, 절름발이로써 헤라의 아들이다. 볼품 없지만 신화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들과 염문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손님이시여, 그런 사연을 내게 캐어물으신 바에는 그럼 조용히 들어 보시구료. 그래서 마음을 달래며 앉아서 술이나 드시구료.(P. 765)  Ü 웃긴다. 빵터졌다. 조용하고 술이나 마시라니, 넌 너무 말이 많아, 뭐 그리 물어쌌니.

 

□ 한편 텔레마코스는 걸음을 재촉하여 돼지치기 오두막의 안마당에 닿았다. 그곳에는 돼지들이 아주 많았는데 주인에 대해 그지없이 충성스러운 이 돼지치기는 갸륵하리만큼 그 돼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P. 769)

 

16권 돼지치기 오두막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이야기

 

에우마이오스 님, 아무래도 누가 이쪽으로 오는 것 같구료. 동료 중의 누구인지 아니면 다른 이웃 사람인지. 개들이 짖지 않고 꼬리를 치는 걸 보니 말이오. 어수선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미처 그 말을 맺기도 전에 그의 사랑하는 아들이 문턱에 와 있었다. (P. 770)

 

□ 아테네 여신은 황금 지팡이로 그를 어루만졌다. 처음에는 말쑥한 망토와 속옷을 몸에 걸치게 하고 그 몸집을 크게 해서 젊음을 더해준 다음 살갗도 거무스름하게 바꾸어 놓고 턱과 볼의 주름살도 펴지고 하고 아래 턱수염도 거무스름하게 바꾸어 놓았다. 여신은 이 같은 일을 끝내자 다시 하늘나라로 떠났다. (P. 775)

 

나는 결코 신이 아니란다. 어째서 나를 신에다 비한단 말이냐. 그런 게 아니고 바로 너의 아버지다. 나 때문에 네가 탄식을 하며 죽도록 고생을 해온 그 아버지다. 뭇 인간들에게 난폭한 짓을 당하면서 살아 나온 너의 아버지란다.’

 

조금 전까지는 늙고 초라한 모습이셨는데 이제는 넓고 큰 하늘나라에 계시는 신들과 꼭 같으십니다.

 

광대한 하늘에 계시는 신들에게 죽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바꾸어 놓기란 아무것도 아니란다. (P. 776)

 

Ü 상봉의 순간이다. 텔레마코스는 반갑기는 하되 이 사람이 과연 내 아버지라면 지금 이 사람과 이 상황을 과연 돌파해 나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을 법 하겠다. 하지만 운 좋게도 오디세우스는 새로운 가면으로 자신의 아들을 맞았고 그 아들 역시 그에게 신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음을 느낀다.

 

□ 오디세우스가 돌아온 것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라. 라에르테스 님이며 돼지치기한테도 전혀 알리지 말 것이며 하인들에게도 또한 어머니에게도 결코 말해서는 안 된다. 다만 너와 나 둘만이 여자들의 마음가짐을 떠 보도록 하자꾸나. 하인들의 마음도 시험해 보도록 하자. 누가 가장 우리 두 사람을 아끼고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누가 못된 마음을 먹고 이처럼 훌륭한 인물인 너를 없애려고 하며 존경할 줄도 모르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P. 779)

 

Ü 우리는 이것을 매일 우리와 관계된 주위 사람들에게 시험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제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궁금해하고 두려워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심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궁금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타인이 자신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는 것 만으로도 자살하는 나라다. 나를 좀더 깊이 바라보자. 그러면 나의 기준이 생길테고 그렇게 되면 남들의 시선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 안티노스님, 당신은 아주 제멋대로인데다 난폭하며 못된 음모를 꾸미는 분입니다. 그런데도 이타카 사람들은 당신이 같은 또래 중에서는 무슨 일을 꾀함 에서나 말재주에서나 가장 뛰어난 분이라고들 합니다만 당신은 그런 분이 아니었군요. 미치광이군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당신은 텔레마코스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민단 말입니까. 더구나 예전에 입은 은혜도 저버리고 말입니다. (P. 783)

 

17권 텔레마코스가 귀가하고 오디세우스도 거지차림으로 귀가

 

□ 그의 모습을 맨 먼저 알아본 사람은 유모 에우뤼클레이아이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내 아들아, 이제 돌아왔구나. 나는 너를 영원히 못 볼 줄 알았단다. 배를타고 퓔로스로 나 몰래 떠났다고 하기에 말이다. (p. 787)

 

Ü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보고 어머니 페넬로페가 한 말이다. 마치 오디세우스에게 하는 말 같이 들린다.

 

텔레마코스님 또 한 번 우리 집으로 여자들을 보내 주십시오. 메넬라오스님이 보내신 선물들을 이쪽으로 갖다 드려야겠어요.’ (p. 788)

 

Ü 이건 비아냥 대는 말이다. 메넬라오스가 뭘 주더냐, 한번 내놓아 보아라.

 

□ 신이나 다름없는 모습의 테오클뤼메노스가 말했다. 오디세우스 님은 이미 조국 땅을 딛고 계십니다. 앉았건 걸어 다니건 간에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런 악랄한 소행은 이미 알고 계시고요. 그리고 모든 구혼자들에게 재앙을 꾸미시는 참입니다. (p. 790) Ü 그는 나중에 있을 오디세우스의 구혼자 척결에서 화를 면한다.

 

□ 자, 그럼 떠나 볼까요. 이제부터 당신이 내내 길을 안내해 주십시오. 그런데 무슨 나무를 잘라서 만든 막대기라도 있으면 주실 수 있을까요. 따라 갈 길이 매우 험하다고 들었기에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두 어깨에 보기에도 초라한 동냥자루를 걸메었다. 거의 넝마나 다름 없었으며 멜빵은 새끼줄로 된 것이었다.

초라한 거지 행색에 더구나 늙은이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고 몸에는 누추한 누더기를 걸친 그런 모습이었다. (p. 792)

 

Ü 이야기의 시놉시스는 춘향전과 매우 흡사하다. 이제 암행어사 출도하기 직전의 풍경이다.

 

□ 돌리오스의 아들 멜란티오스가 딱 마주쳤다. 이들은 구혼자들의 만찬용으로 염소를 끌고 마을로 가는 길이었다.

만약에 이 녀석이 존엄하신 오디세우스 성관으로 오는 날에는 무사님들 손에서 그 대가리에 수없이 발판이 날아들어 가슴에 맞고 부서질 거야. 온 성관에서 날아오는 그 발판에 말이야. 지나는 길에 이렇게 말하면서 어리석은 마음에서 오디세우스의 허리를 발길로 걷어차고 갔다. 하지만 그를 좁다란 길에서 넘어뜨리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꿋꿋이 버티고 서 있었다. (p. 793)

 

□ 그러니 먼저 들어가십시오. 나는 이대로 여기 남아 있을 테니까. 그야 뭐 어지간히 얻어맞거나 걷어 채이는 것쯤은 겪고도 남은 일이니까요. 나는 워낙 베짱이 두둑해서요. 재난도 이제까지 지겨울 만큼 겪어 왔다오 바다나 전쟁에서 말이오.

그런데 꾸르륵거리는 창자란 놈은 어떻게 숨겨 둘 재간이 없단 말이야. 참 치사한 놈이거든요. 그리고 인간에게 온갖 고생을 다 시킨단 말이오. 저 노자리가 근사하게 갖춰진 배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황량한 넓은 바다를 넘어 적국으로 재앙을 실어가는 것도 역시 그 놈의 창자 때문이라니까요. (p. 794)

 

Ü 간명하고 명확하다. 호메로스는 세상의 흐름과 시스템의 원인을 정확히 꼬집는다. 밥벌이! 인류 최대의 숙제이자 아직 아무도 풀지 못하는 숙제다. 밥벌이의 자유. 식물적 인간, 즉 자가 생산하여 삶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 이걸 저 손님께 갖다 드리게나. 그리고 그 사람한테 구혼자들이 있는 곳을 모두 돌면서 동냥하라고 말하게. 궁한 사람에게는 체면이고 뭐고 돌볼 필요가 없는 법이거든 (p. 796)

 

□ 그때 마침 아테네 여신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 바로 옆에 와 서서, 구혼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구걸을 하라고 재촉하였다. 누가 분수를 지키는 올바른 사람인지, 또 누가 법을 어기는 무례한 사람인지 판단하라고 말이다. (p. 797)

 

□ 안티노스가 오디세우스를 향해 말했다.

도대체 어떤 신께서 이런 귀찮은 놈을 잔치를 망칠 생각으로 보내셨단 말인가. 그냥 그대로 한가운데 서 있거라. 내 식탁에서 떨어진 곳에 말이다. (p.799)

 

□ 이렇게 된 이상 네가 온전하게 이곳을 빠져 나갈 줄 아느냐? 나한테 그런 욕설까지 퍼붓고서야. 이렇게 말하며 발판을 들어 등의 한 꼭대기인 오른쪽 어깨를 후려 갈겼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바위처럼 꿋꿋이 버티고 서 있었다. Ü 끝까지 견디고 일동만수의 한방을 기다린다.

 

□ 자, 어서 손님을 이쪽으로 마주 앉도록 모셔오게나. 막 보았겠지? 내 아들이 내가 한 말에 대해 좋은 행운이 온다는 재채기를 하는 것을 (p. 803)

 

Ü god bless you는 여기서 생겨났나. 때마침의 순간에 텔레마코스는 큰 재채기를 한다.

 

18권 오디세우스가 부랑자 이로스와 주먹싸움을 하다

 

□ 그곳에 한 거지가 왔다. 배짱도 없고 주먹 힘도 없었으며 덩치만 무척이나 커 보였다. 이름은 아르나이오스라고 했는데 그건 태어날 때 어머니가 붙여 준 이름이고 젊은 사람들은 그를 이로스라고 불렀다. (p. 806)

 

Ü 이로스는 이야기 전개 상 절정에 이르기 직전 쉼 호흡을 위해 구성된 것 같다.

 

□ 들어 보시오 여러분. 여태껏 이런 일이 있은 적은 없습니다. 신께서 우리에게 이런 즐거움을 보내 주신 겁니다. 이 다른 곳에서 온 손님과 이로스가 주먹 싸움으로 솜씨를 겨루어 보겠답니다. 그러니 그들을 당장 맞붙여 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p. 807)

 

Ü 헐리우드의 권선징악 줄거리와 매우 비슷하다. 그런데 싸움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학적 즐거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 기쁨의 원천은 소시민적 나약함인가.

 

□ 이윽고 오디세우스가 해어진 겉옷을 벗어 허리에 감자, 훌륭하고 튼튼한 두 허벅지와 딱 벌어진 어깨와 울룰불룩 근육이 발달한 두 팔이 나타났다. (p. 808)

 

Ü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함으로 앞에 있는 사람을 주눅들게 하지 않고 편안한 풍모를 주고 내면의 자유는 그 누가 와도 어찌 할 수 없는 튼튼함을 가진 사람.

 

□ 이제 아테네 여신은 교만한 구혼자들이 가슴 아프고 무정하게 구는 것을 그만두게 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의 마음을 더욱 괴로움으로 아프게 하기 위해서였다. (p. 816)

 

Ü 분노를 조장하여 극의 절정으로 이끄는 것은 호메로스가 아니라 신이다.

 

□ 그리고 자신을 너무 훌륭하고 힘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사귀는 사람의 범위가 좁고 게다가 변변치 못한 놈들 하고만 사귀기 때문입니다. 저 대문이 굉장히 넓게 열려 있지만 이제 곧 현관에서 그곳으로 도망칠 때는 아마 좁게 느껴 질 겁니다. (p. 817)

 

19권 신분을 숨긴 오디세우스가 그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발을 씻는 이야기

 

아버님 내 눈에 비쳐 보이는 모양은 정말 이상합니다. 모든 것이 대칭의 벽, 멋진 대들보, 전나무 가로대, 높은 솟은 기둥, 이 모든 것이 마치 내 눈에는 타오르는 불길처럼 번쩍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틀림없이 넓은 하늘에 사시는 신께서 우리 집에 오신 모양입니다.’ (p. 821) Ü 아테나 여신일 게다.

 

□ 이상한 사람이군 왜 그렇게 마음이 언짢아서 나에게 모질게 대하는 건가. 내가 아주 추한 꼴을 하고 남루한 옷을 몸에 걸쳤다고 그러는가. 아니면 이 지방 곳곳을 구걸하면서 돌아다니는 탓인가 (p. 822)

 

Ü 인간이 보는 프레임은 늘 이런 식이다.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보는 것이 모두가 진실인 양 믿어버리는 그 편협함. 우리 시선이 얼마나 연약하고 형편없는가를 알자. 진실은 눈을 감아야 보인다.

정민의 한시미학산책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를 다시 한번 인용한다. ‘오늘도 나는 앞이 안보인 채로 길을 나선다. 장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 세상에 태어나 내가 본 것이라곤 어두컴컴함  뿐이었는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늘 소리로 분간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북적대는 장터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조금은 다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쁜 소식을 가지고 이제 집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난 어디로 가야하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전혀 모르겠다. 무서웠다. 눈물이 났다. 지나가던 선비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자초지종을 다 들은 선비는 내게눈을 다시 감아보세요.”라고 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집에 가는 길이 보였다.‘

 

□ 발을 씻을 물 조차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 궁전에서 시녀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내 발에 손이 닿는 것조차 거절하겠습니다. 단지 나처럼 많은 고생을 해서 마음이 다져지고 오래 전부터 있는 정성스러운 마음의 할머니가 계시다면 그분에게는 내 발을 만지더라도 감히 거절을 하지 않겠습니다.

 

마침 여기에 나이 들고 분별심이 뚜렷한 노인이 있답니다. 운명이 사납고 복이 없는 남편을 잘 키워 주었고 자기 손으로 돌보아 준 여자입니다. 그 분이 태어나셨을 때부터 말입니다. (p. 831)

 

Ü 그녀는 오디세우스의 유모 에우뤼클레이아다.

 

□ 한편 늙은 시녀는 자기 주인의 곁에 가서 발을 씻기 시작했는데 곧 그 상처를 알아챘다. 그것은 일찍이 외조부 되는 아우톨뤼코스와 그의 아들들과 같이 파르나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 송곳니에 찔린 상처였다.

지금 늙은 유모가 두 손으로 다리를 잡고 위에서 아래로 문질러 내려오다가 그 흉터를 확인하자, 그의 발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의 다리는 큰 대야 속에 떨어지고 청동 대야가 소리를 내면서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땅바닥에 물이 엎질러졌다. 기쁨과 고통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 잡아서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고 치미는 감동으로 목이 막혀 소리도 멎고 말았다. (p. 832~834))

하녀.JPG

[오디세우스를 알아보는 유모의 시선이 표현되어 있다, 기원전 6c 추정]

 

20권 오디세우스에 대한 길조와 구혼자들의 소동

 

□ 참아라. 참아야 한다. 심장이여 이보다도 더 심하고 무도한 짓도 너는 잘 참았지 않느냐. 저 살기 등등한 퀴클로페스(외눈박이 거인)가 내 동지들을 잡아 먹던 그 때에 말이다. 그래도 너는 머리를 써서 동굴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참고 견디었었다. (p. 840)

 

Ü 영웅은 깨달음 가지고 사회에 귀환한 뒤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대중의 인식은 무지와 앎을 반복하는데 영웅은 그것을 일깨워야 하는 책임도 있는 것이다.

 

□ 제우스여 구혼자들이 오디세우스 님의 성에서 훌륭한 만찬을 들게 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되도록 부탁합니다. 그들은 나한테 밀가루를 빻도록 하여 목숨을 재촉하는 피로감으로 무릎도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최후의 만찬을 마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p. 843)

 

□ 자 일을 시작하라. 한 무리는 물을 뿌리고 부지런히 방 안을 청소하여라. 그리고 안락의자에 자줏빛 담요를 씌워라. 다른 한 무리는 해변으로 네발 탁자를 말끔히 닦아 놓아라. 다음은 희석용 술동이와 두 귀 달린 술잔을 깨끗하게 씻어 두어라. 또 한 무리는 샘터에 가서 빨리빨리 물을 길어오너라. 여러 구혼자들은 그다지 오랫동안 홀에서 나가 계시지는 않을 거야. 이제 곧 돌아오시겠지. 오늘은 너희들에게도 잔칫날이니까. (p. 844)

 

Ü 의례를 위한 마지막 정리다. 제물을 깨끗이 씻어 신에게 올리듯 오디세우스는 의례를 위해 거사의 장소를 말끔히 청소한다.

 

□ 구혼자들 속에 무도하고 고약한 마음을 가진 이가 있었다. 그는 크테시포스라는 이름으로 쉬메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디세우스에게 억센 손으로 소 다리를 집어 던졌다. 바구니에 놓여 있던 것을 집어 들어서.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숙여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는 속으로 몹시 비아냥거리는 무서운 웃음을 웃었는데 소 다리는 탄탄하게 만들어진 벽에 부딪혔다. (p. 848) Ü 영화 속 한 장면이다.

 

21권 활쏘기

 

□ 빛나는 눈의 아테네 여신은 이카리오스의 딸 자상한 페넬로페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떠오르게 하였다. 바로 오디세우스의 성 안에서 구혼자들에게 활 경기를 벌이되, 잿빛 강철 도끼를 과녁으로 할 것을. 그 일은 결국 그들에게는 파멸의 실마리가 되었다. (p. 852)

 

□ 마루방에서 그녀는 손을 내밀어서 못에 걸린 싸 놓은 활을 자루째 벗겨 내렸는데 이 자루는 활을 감싸서 간직하는 화사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자기 무릎에 활을 올려놓고 큰 소리로 통곡하며 자루에서 남편의 활을 꺼냈다. 그리고 마음이 후련할 때까지 실컷 눈물을 흘리며 한탄 끝에 오만한 구혼자들이 모여 있는 홀로 당겨지는 활과 화살이 담긴 화살 통을 손에 들고 들어섰다. (p. 854) Ü 이 또한 영화의 한 장면이다.

 

□ 구혼자들이여, 여기에 경기 준비가 되어 있으니 다시 말해 여기 존엄한 오디세우스의 활이 놓여 있으니 누구든지 가장 훌륭하게 이 활을 손에 들고 시위를 당겨 12개의 도끼를 모조리 꿰뚫는 분, 그 분을 따르기로 하지요. (p. 854)

 

□ 우선 먼저 오이노프스의 아들 레오데스가 일어섰다. 그가 문지방께에 서서 활을 시험해 보았으나 줄을 당길 수가 없었다. 줄을 당기기도 전에 말랑한 그의 팔에서 먼저 힘이 빠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구혼자들을 향해 말했다.

어이구 여러분, 나는 전혀 못하겠습니다. 다른 분에게 넘겨드리지요. 이 활은 아주 많은 용사들에게 재난을 가져오는 결과가 될 겁니다. 생명에도 영혼에도 말이지요. 하고자 하던 바를 얻지 못하고 살아 있기보다는 차라리 단숨에 죽어 버리는 게 훨씬 나으니까요. 그걸 얻고자 우리는 늘 이곳에 모여 들었던 거지요. 매일매일 기대하면서요. (p. 856~857)

 

Ü 욕망의 허망함을 이야기한다. 이 말은 레오데스의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꾸짖는 준엄한 신의 말이기도 하다. 이후 구혼자들은 아무도 이 활을 당기지 못한다.

 

오만한 다른 구혼자들은 모두 활과 화살을 내게 주는 것을 거절하려 들 것이네 그때 갸륵한 에우마이오스여, 자네가 활을 가지고 홀을 건너와 내 손에 쥐어 주게. 그리고 여자들한테 말해서 꼭 이가 맞는 홀의 문들을 잠그도록 하게. 혹 누구든 사나이들의 신음 소리나 물건 소리를 방 안에서 듣는 일이 있더라도 결코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말고 그대로 거기서 조용하게 일만 하도록 일러 주게. 그리고 갸륵한 필로이티오스여 안뜰의 입구에 빗장을 지르고 단단히 묶어 놓게.’ (p. 859) Ü 오디세우스는 거사의 시나리오가 이미 확고하게 서 있었다.

 

□ 그러니 어머님은 안으로 들어가 어머님 볼 일이나 보십시오. 베를 짜시거나 실을 감으시거나, 시녀들에게 열심히 일하도록 분부를 하시거나요. 활에 대해서는 남자들이 모두 알아서 할 테니까요. 특히 제가 이 성관 안을 지배하는 권리를 가졌으니까 말입니다. Ü 이 부분은 재미있다.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말을 잔소리로 듣는 아들이다. 어쩔 수 있겠는가.

 

한편 이쪽에서는 휜 활을 갸륵한 돼지치기가 날라 가자. 홀 안에 모여 있던 구혼자들은 일제히 이를 나무라며 욕을 퍼부었다. (p. 862~863)

 

□ 그리고 목표를 똑바로 겨누어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나란히 세워 놓았던 도끼를 하나도 남김없이 빗나가지도 않은 채 꿰뚫어 버렸다.

 

눈썹을 찡긋해서 신호하자, 존엄한 오디세우스의 사랑하는 아들 텔레마코스는 날카로운 검을 허리에 차고 손으로 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번쩍거리는 청동으로 온몸을 무장한 채 그대로 아버지 곁의 평상으로 걸어가 그의 앞에 딱 막아섰다. (p. 864~865) Ü 이제 본격적인 토벌이 시작된다.

 

22권 구혼자들을 모조리 토벌하다

 

□ 오디세우스는 그 사나이 안티노스의 목을 겨냥하여 화살을 날렸다. 부드러운 목줄기를 꿰뚫어 날카로운 호사라 촉이 박히자 저쪽으로 벌렁 넘어지면서 화살을 맞은 그의 손에서 술잔이 떨어 졌다. 그리고는 바로 콧구멍에서 생생한 피가 왈칵 넘쳐나 대롱처럼 솟구쳤다. (p. 867)

 

□ 한편 눈을 치켜 그들을 노려보며 꾀많은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이놈들아, 내가 영원히 못 돌아올 줄 알았느냐. 트로이에서 말이다. 내 재산을 축내고 시녀들을 강제로 끌어다 동침을 하고 내가 눈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내 아내에게 추파를 던지다니. 넓고 큰 하늘을 다스리시는 신들을 우습게 보고 또 세상 사람들의 노여움을 끊임없이 사고 있는 것도 아랑곳없이. 이제야 네놈들을 모조리 죽음의 오랏줄에 걸어 놓았단 말이다.’(p. 867)

 

□ 멜란티오스는 거기서 열두 개의 방패와 창, 그리고 그만한 숫자의 창과 말총을 붙인 청동 투구를 끄집어내 재빨리 구혼자들에게 넘겨주었다. 오디세우스는 무릎에 힘이 빠지고 마음도 잦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그에게 너무나 벅찬 일이라는 걸 알자, 곧 텔레마코스에게 뜻하던 것과는 어긋나 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텔레마코스여, 이건 아무래도 시녀들 중에서 누군가 우리에게 교묘한 싸움을 걸려 하는 것 같은데 아니면 멜란티오스 놈일까?’ (p. 871) Ü 위기가 찾아온다. 궁지에 몰리고 있다.

 

□ 멘토르님 이 재난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십시오. 친근했던 오랜 동지라는 걸 잊지 말고서. 당신한테는 나는 여러 가지로 하느라고 했었지요. 어릴 적 친구니까요. (p. 872)

 

□ 이렇게 말하였지만 아직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게 하지 않고 오디세우스와 명예로운 그의 아들의 기력과 무술을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p. 873)

 

□ 테를피오스의 아들이며 가인인 페미오스는 아직 검은 죽음의 운명을 피해 살아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궁리해 보는 건, 이 홀을 빠져 나가 울 안을 지키시는 제우스 대신의 훌륭한 제단에 매달려 용서를 빌 것인가, 아니면 직접 오디세우스에게 매달려 간청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생각이었다. (p. 876)

 

Ü 죽음앞에서 인간의 솔직한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우리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죽음에 몰린 승객들이 채면과 기품을 모두 잃어버리고 삶을 선택하는 장면을 보았었다. 인간의 본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 그들은 모두 피와 모래로 뒤범벅이 되어 마치 물고기처럼 뒹굴고 있었다. 어부들이 바다 기슭에 촘촘한 그물로 끌어올려 놓은 물고기와 비슷했다. 바닷물이 그리워 모래사장에 즐비하게 뒹구는 것을 따가운 햇볕이 그들의 생명을 빼앗아간 것처럼. 이 때의 구혼자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뻗어 늘어져 있었다. (p. 878) Ü 상황 종료

 

유황을 가져오게, 유모. 재앙을 치료하는 약이야. 그리고 방 안에 유황을 피우도록 불을 갖다 주게나. 그러고 나서 자네는 페넬로페에게 이리 오라고 전달하게나. (p. 880)

 

우선 홀에 불부터 피워 주게

흐뭇한 그리움이 그를 사로잡아 눈물이 흐르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는데 그 여자들을 모두 하나하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p. 881)

 

23권 부부가 감격스러운 상봉을 하다

 

어서 잠을 깨십시오. 페넬로페 마님, 매일매일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시던 나리님을 직접 뵈오십시오. 오디세우스 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이긴 하지만요. 그리하여 우쭐거리고 건방지던 구혼자들을 모두 죽여 버리셨답니다. 마님 댁에 말할 수 없이 피해를 끼치고 재산을 축내며 도련님을 꼼짝도 못하게 억눌러 오던 자들을 말입니다.’ (p. 882)

 

□ 페넬로페는 멀리 떨어져 남편에게 물어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곧장 곁으로 다가가 두 손과 머리에 키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한 것은 홀로 들어가 돌 문지방을 넘어 불빛이 밝은 저편 벽 쪽에 가서 오디세우스와 마주 보고 앉는 것이었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높은 기둥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우아한 페넬로페가 자기를 보았으니 무슨 말을 꺼내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그녀는 오래도록 말 한 마디 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p. 885)

 

Ü 미묘한 심리적 갈등, 인간이 그리움 앞에서 대처하는 자세. 감성과 이성을 오가는 감정의 줄타기.

 

□ 아마도 여러 구혼자들 중에서 누가 드디어 왕비님과 결혼을 하는 모양인데 참 경박한 분이군. 주인이 돌아오실 때까지 저 웅대한 성을 줄곧 지켜나갈 만한 절개가 없으니 말이야 (p. 886)

 

Ü 정치적인 대중 현혹이다. 언로를 막을 수는 없을 것.

 

□ 페넬로페는 마음도 무릎도 떨려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오디세우스가 확실하게 그 증거를 설명했기 때문에. 그리고 눈물을 비 오듯 흘러 한달음에 오디세우스에게로 달려가 두 팔로 목을 얼싸안고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p. 888)

 

□ 침실은 마음 내키실 때에는 언제라도 드실 수 있도록 되어 있지요. 부디 저에게도 그 어려운 일들을 말씀해 주세요. 그 말에 지혜가 풍부한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괴상한 생각을 하는 여자로군. 왜 그렇게 꼬치꼬치 묻는 거요.’ (p. 890)

 

Ü 오랜만에 만났더라도 부부는 부부다.

 

□ 텔레마코스는 소치기와 돼지치기를 깨워 모두에게 싸울 준비를 갖추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이내 모두 알고서 청동 무구로 몸을 무장하고 문을 열어 오디세우스를 앞장세워 떠났다. 벌써 아침 햇살이 비쳐들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들을 아테네 여신은 밤의 어둠으로 감싸서 재빨리 마을 밖으로 데려갔다. (p. 893)

 

Ü 오디세우스는 또 나간다. 남자는 가축처럼 울타리를 증오한다. 태생적이니 어쩔수가 없다.

 

24권 구혼자들의 망령은 저승으로 가고 그들의 집안과도 화목을 되찾다

 

□ 이곳이 죽은 이들의 영혼들이 사는 곳이었다. (p. 894)

 

□ 그리하여 열여드레 만에 우리는 당신을 화장시켰는데 헤파이토스의 불꽃이 모조리 당신의 시체를 태워 버린 다음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뼈를 고르기 시작했다오. 그리고는 물이 섞이지 않은 진국의 술과 올리브 기름 속에 놓아두었지요. 그때 어머님께서는 황금으로 된 두 귀가 달린 병을 보내오셨습니다. 그것은 디오니소스의 선물인데 더욱이 유명한 공장의 신 헤파이토스의 작품이라고 하셨다오. 바로 그 병에 당신의 백골이 간직되어 있지요. (p. 896) Ü 아가멤논의 이야기다.

 

아킬레우스님 그런데 나는 전쟁을 완전히 끝낸 이 마당에 이게 무슨 꼴입니다까. 귀국을 하자마자 제우스 신은 무참한 죽음을 계획하고 계셨던 거지요. 아이기스토스와 저주스러운 내 아내의 손에 죽임을 당하도록 말이오.’ (p. 897) Ü 아가멤논의 말이다.

 

□ 오디세우스는 부친의 너무도 노쇠하고 비참해 보이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키가 큰 야생 배나무 밑에 멈춰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속으로 이리저리 망설였다. 자기 아버지한테 매달려 입을 맞추고 그 동안의 자초지종을 남김없이 이야기해 드려야 할지, 아니면 우선 자세하게 형편을 묻고 뜸을 들여 보는 게 옳을지 하고. (P. 901)

 

Ü 오랫동안 기다린 만남을 앞둔 사람의 내면 갈등. 공감이 간다.

 

□ 도대체 당신은 누구시며 어느 나라에서 오셨는지 그리고 당신 고향은 어디며 양친은 계신지. 그리고 빠른 배를 어디에 대어 놓았는지 당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그 배 말이오. 또 신 같은 뱃사람들도 태웠을 텐데. 아니면 승객으로 남의 배를 타고 오셨는지 그 배는 당신을 내려놓고 이미 떠나 버린 건지를 말해 주시오 (P. 903) Ü 이 당시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굉장히 민감하다

 

□ 제우스가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이미 구혼자들을 쳐 죽인 바에는 서로 양보해서 굳은 평화의 서약을 교환하고 그는 오래오래 왕위를 보존하고 한편 마을 사람들은 아들들과 형제들의 살육을 잊어버리도록 우리가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리하여 그들은 이전이나 다름없이 서로 친하며 부귀와 평화를 푸짐하게 누리도록 하세나.’ (P. 909) Ü 화해. 신의 역할은 언제나 대립물들 간의 화해다.

 

□ 사랑하는 아버님, 소원이시라면 지켜보십시오. 저는 결코 아버님 집안을 욕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p. 910)

 

Ü 가족의 보이지 않는 폭력은 나다움을 찾아 나서는 자아에게는 큰 걸림돌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접하는 권위의 작은 사회인 가족은 언제나 그 안에서 자기를 찾는 사람들의 숙제를 동반한다.

 

□ 전투를 중지하시오. 이타카의 여러분, 처참한 전쟁에서 한시라도 빨리 피를 흘리지 않고 일을 수습하도록 (p. 911)

 

□ 제우스의 후손인 라에르테스의 아들이며 지혜가 풍부한 오디세우스여, 그만두게나. 모두에게 꼭 같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이제 그만둬. 자칫해서 그대에게 넓은 하늘에 천둥을 울리시는 제우스 신이 화를 내시면 안 되니까.

아테네 여신이 이렇게 말하므로 그도 그 말씀을 따랐는데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었다. 이윽고 양쪽에게 아이기스(염소 가죽 방패)를 가진 제우스와 딸 아테네 여신은 멘토르의 모습이나 음성을 빌어서 설득을 하여 화해의 서약을 맺게 하였다. (p. 911)

 

3. ‘호메로스의 시선(내가 저자라면)

 

이 이야기가 호메로스의 정신적 고민의 결과물이 맞는다면 그는 인류 이야기꾼의 가장 윗자리다.줄거리를 이끌어 나가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우연과 필연을 적절히 녹여내고 절정을 부각시키기 위해 절정 이전의 전후 설명이나 상황의 전개의 속도 조절 등 혀를 내 두를 정도다. 3천 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의 이야기에 가슴이 떨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유다.

 

이야기의 원 줄거리는 우리나라 고전 이야기에서도 그 유사함을 찾을 수 있는데 오디세우스가 귀향하여 구혼자들을 처치하는 스토리는 조선시대 춘향전과 그 시놉시스가 매우 흡사하다. 신화의 큰 이야기가 때와 장소를 달리하여 유사함을 보이는 것은 신화의 힘이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도 많이 접해왔다.

 

구성을 보자. 1권에서 24권으로 나누어진 이야기의 구성은 탁월하다. 이해가 빠르고 그 제목에서 이미 모든 줄거리를 캐치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명확하다.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를 구성했을 때는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우선 스토리의 스케일이 장대하고 긴 시간 상의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 개념이 포함된 구성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예를 들면 트로이 전쟁 후 1’, ‘모험 3년째’, ‘귀향 전 한 달등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자그마한 글이라도 표현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스토리의 탄탄함이 오롯이 3천 년 전의 결과물인 것 같지는 않다. 무수히 많은 작자들이 살을 보태고 보태어서 이야기들이 꾸준히 업데이트 해오지 않았겠는가. 그런 면에서 오디세이아는 명실공히 인류 전체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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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10:45:36 *.166.160.151

외유내강형인간....이상형?

이미 재용은 그런모습나인가 싶다.

갑자기 생각났다. 오프수업 점심시간 스승님 앞자리에 앉아서 비빔밥먹으면서

추어탕국물을 왼쪽에 놓고 먹던 모습. 불편할텐데 싶어서 바꾸어 놓아줄때는 잠시 또 잊었더랬다.

우리 입학여행때 뒷꼭지가 따가워서(스승님이 그쪽에 계셨기때문이라고 했는데 사실 믿기지 않았음)돌아보지 못한다고 하던 네 모습이

지금 생각해보니 지난주 토요일도 그것의 일부분인것 같다. 급 생각난거다.

리뷰는 읽을거리가 다른사람의 따따블은 된다. 시간넘 많이 걸렸어...!!

그래도 좋았다. 하루하루 잘 보내고 담에 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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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13:50:15 *.51.145.193

행님은 제 마음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것 같습니다.

정확하시고 행동의 디테일에서 성격을 끌어오시는 능력!

나, 다 들켰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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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7 17:58:16 *.114.49.161

아, 어떻해. 재용의 댓글과 빨간 소감에서 사투리 음성지원이 되어 들려요.

이번에도 저 아름다운 그림들 보면서 북리뷰 보는 게 즐거웠어요.

호메로스의 그림은 정말 멋지네요. 오디세우스를 알아보는 유모의 항아리, 사이렌의 그림들...

제가 좋아하는 샤갈도 사이렌을 그렸군요. 어머, 레이스기간부터 재용은 그런 사진들을 보여주어 즐거워요.  

 

재용, 하루 업무 시작 전 30분간 책을 읽고, 그리고 덮어야 할 때 속상하다했지요.

집에는 아예 PC가 없고, 회사에서 짬짬이 책을 읽고 짬짬이 타이핑을 하면서 저 북리뷰를 만들어 내는 군요.

이 과정을 정말로 좋아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길수행님도 선 굵게 하시지만 업무 시간을 고려할 만큼 이 과정을 중히 여기고요.

든든한 두 분을 쌩엉터리가 밀까봐 벌벌 떨면서 마감날 새벽부터 다른 사람은 생각 안나도 두 분은 생각이 납니다.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고, 위험하게 하고 있어 미안합니다.

저도 잘 하고 싶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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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즐거운 지식 - 니체 file [10] 학이시습 2012.10.22 8271
118 [2-19]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 - 양혜석,타파리 file [2] 한정화 2013.11.06 8289
117 파우스트-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정서웅 옮김 file [4] 학이시습 2012.06.18 8325
116 53. 비폭력 대화 – 마셜 B. 로젠버그 file [1] [1] 미나 2012.05.01 8373
115 인연 - 피천득 수필집 [1] 장우석 2004.10.14 8398
114 북리뷰 67 : 주님의 아름다우심을 우러러 - 헨리 나웬 [1] [2] 범해 좌경숙 2011.01.11 8441
113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손원일(plus3h) 2004.10.11 8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