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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5일 11시 24분 등록
 

오뒷세이아 (ODYSSEIA)

호메로스 지음 (HOMEROS)/ 천병희 옮김


1. 저자에 대하여 

(오뒷세이아 -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부록 중 |해설| 호메로스의 작품과 세계 참고)

 

호메로스와 길잡이 소년.jpg

  호메로스와 길잡이 소년

 

1) 호메로스에 대해 묻는다. 

 호메로스에 관한 최초의 문헌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지방에서 태어난 호메로스라는 음유시인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호메로스에 관한 다른 역사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호메로스 문제’들은 끝없는 논쟁거리가 되어 왔으며 아직도 만족스런 해답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호메로스의 작품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인 만큼 마땅히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가능한 해답을 도출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이제까지 연구를 바탕으로 답해보려고 한다.


① 호메로스는 실재의 인물인가 아니면 서시시인들의 전체를 일컫는 총칭인가?

 호메로스라는 이름을 굳이 조작된 총칭으로 볼 이유가 없을 만큼 개인의 이름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문헌은 덮어두더라도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대체로 이오니아 방언으로 쓰인 점으로 미루어 호메로스는 소아시아 이오니아 지방 출신으로 보는데 별 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② 실재 인물이라면 활동 시기는 언제인가?

 활동한 연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트로이아와 뮈케네의 발굴로 유명해진 슐리만의 동료이자 또한 올륌피아의 일리온과 퓔로스의 발굴자이기도 한 되르펠트는 이 두 서사시의 작가인 호메로스를 뮈케네 시대 즉 기원전 1200년경에 실재했던 인물로 보고 있다. 빌라모이츠의 경우는 호메로스 (그에게는 『일리아스』의 작가를 의미한다)를 기원전 700년경에, 그리고 『오뒷세이아』의 작가를 그보다 한 세대 뒤에 활동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빌라모비츠의 제자인 베테는 『일리아스』를 기원전 600년 이전에는 쓰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헤로도토스는(『역사』2권 53장 참조)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는 동시대인으로서 자기보다 400년 전에, 그러니 기원전 9세기에 살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호메로스 학자들은 다각적인 문화사적 ․언어사적 연구를 통해 호메로스의 활동 시기를 대개 기원전 8세기 말로 보고 있다.


③ 과연『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이 두 서사시를 한 작가의 작품으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처음부터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 것인가?

 이것은 이른바 ‘호메로스 문제’의 핵심으로 지금까지 끝없는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점이다. 이른바 ‘분리론자’들에 따르면 이 두 서사시는 언어, 문체, 가치관, 사고방식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어 도저히 한 작가의 작품으로 볼 수 없으며, 특히 『일리아스』의 경우 작품 내의 여러 부분들이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느끼게 하는 점으로 미루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었던 것이 아니라 이른바 ‘원(原) 일리아스’에 후세 사람들이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을 첨가하여 지금의 형태로 불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알렉산드레아 시대부터 제시되었던 이러한 가설은 근대에 와서 볼프의 『호메로스 서설』에 의해 비로소 이론적 뒷받침을 얻는다. 그 뒤 이 가설은 헤르만에 의해 계승되었으며 그와 동시대인 라흐만은 『니벨룽의 노래』에 암시를 받아 『일리아스』를 16개의 개별적인 리트로 분해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리트와 서사시는 양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그 본질에 있어 상이한 장르라는 점이 다름 아닌 독일 문학계 내에서 강조됨에 따라 그의 이론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자 이번에는 『일리아스』는 리트가 아니라 상이한 크기와 가치를 가진 소(小)서사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가설이 이를 대신하게 된다. 이 가설은 처음에 키르히호프의 『오뒷세이아』분석에서 나온 것이지만 곧 『일리아스』에 대하여도 지배적인 견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들이 납득할 만한 증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이론을 정립하지 못하자 이러한 분석적인 실험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호메로스라는 한 시인의 작품으로 보려는 경향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설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이론적 뒷받침을 한 사람은 바우러다. 그 뒤 이 가설은 샤데발트에 의해 계승 발전된다. 이른바 이들 ‘통합론자’들의 논지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처럼 수백 년 동안 구전되어 내려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한 그릇에 담으려면 그 방대한 분량과 거창한 구상 때문에라도 짤막한 작품처럼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이어붙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사시는 그 특성상 항상 외계에 대해 개방적이고 다른 영역에 속하는 이야기들도 자신 속으로 끌어들이는 경향이 강하므로 그 건축공학이 다른 장르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샤데발트 이후 한동안 ‘분리론’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듯하더니 그것도 잠시 뿐, 최근 수십 년간 ‘분리론’은 종전과 같은 논지를 가지고 다시 강력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다. 아마도 서로 납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양자간의 논쟁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호메로스는 영원을 향해 자신의 작품을 던져놓고는 아무 말이 없기 때문이다.


2) 호메로스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사람들은 그를(나는 그가 실재했던 인물이라고 말하는 ‘통합론’을 따르기로 했다.) 후대 문학에 창조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그리스 문학의 창시자라고 부른다. 또한 한 시대, 이른바 서사시 시대를 마무리한 완성자라고도 한다.

 호메로스의 독창성에 대해 논할 때는 작품의 소재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솜씨, 즉 플롯, 문체, 오묘한 표현, 인생의 깊이를 꿰뚫어보는 통찰력 따위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다.(번역된 것보다 원전을 보면-내가 원문을 읽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호메로스의 오묘한 표현이나 깊이 있는 통찰력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번역은 날 것이 아니라 한 겹 포장한 느낌이 든다.) 호메로스는 전통적인 유산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메로스의 작품이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라는 문학 장르가 절정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을 때 완성된 것으로 본다.

 

3) 호메로스가 작품에 쓴 언어와 문체

 호메로스의 서사시에는 독특한 방언이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이오니아적 요소들과 아이올리스적 요소들이 혼합된 방언으로 실생활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는 오직 서사시에서만 사용되는 독특한 문어(文語)다. 이러한 서사시적 방언의 형성에는 예술의 내면적인 법칙 이외에도 역사의 우연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

 서사시적 문체의 여러 가지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엄숙한 옛 것과 발랄한 새 것이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혼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특징은 상투문구와 형용사구가 빈번히 사용된다는 점이다. (『오뒷세이아』에도 보면 특히 인물들 앞에 형용사가 계속 따라 붙는다. 참을성이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 도시의 파괴자 오뒷세우스, 라에르테스의 아들 지략이 뛰어난 오뒤셋우스,  이른 아침에 태어난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 등 형용사구를 계속 사용한다.) 세 번째 특징은 추상적인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모든 표현이 생생한 감각적 인상을 반영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시각 행위에 대해 아홉 가지의 동사를 갖고 있는데 거기에는 거리낌 없이 보는 것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살피는 것까지 온갖 뉘앙스가 다 내포되어 있다. 또한 바다에 대해여도 ‘추수할 수 없는 바다’, ‘습한 바닷길’, ‘짠 바닷물’등 다양한 표현을 보여준다.

 서사시 자체는 본질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을 노래한 영웅시며, 일상의 지평위에서는 존립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리아스』보다 일상에 가까운 『오뒷세이아』와 더불어 그리스의 서사시가 서서히 막을 내린 까닭도 여기 있다.

 마지막으로 호메로스의 비유들에 관한 특징이 있다. 호메로스의 비유들은 영웅 세계의 테두리를 벗어나 일상 세계로 내려온느 일종의 통로다. 호메로스는 서술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엮어나가면서 비유에서는 자신의 경험 세계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함으로써 다양성과 생동감을 얻는다. 여기에는 서민들의 애환과 마음껏 제 기능을 발휘하는 동물들과 꽃이 만발했다 사나운 폭풍에 걲이고 마는 나무들이 있다. 여기서는 자연도 권리가 회복되어 기후와 계절의 변화가 있고, 젊은이들이 애써 일구어놓은 밭들을 마구 휩쓸어가는 홍수도 있는 것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는 영웅 세계와 일상 세계가 비유를 통해 일종의 대위법적 구성을 이룸으로써 그에 관련된 사상들은 혼자서는 가질 수 없는 다양하고 심오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와 같이 호메로스의 비유들은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덜어주고 시야를 넓혀주고 옛 것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줄 뿐 아니라 청중으로 하여금 상이한 사상들 간에 연관성을 찾아내게 함으로써 청중 또는 독자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든다.


4) 호메로스의 비유

 ① 동물에 관계 된 것 : 목자의 비유와 맹수의 비유와 사냥의 비유

 - 백성들의 목자 : 영웅

 - 맹수와 사냥의 비유, 양 떼나 소 떼를 습격하는 사자 : 적진에 뛰어들어 적군을 도륙하는 장수

 - 멧돼지 : 저돌적인 용기

 - 이리 떼나 사냥개의 무리 : 전사들의 대열

 - 사슴과 파리 : 비겁함과 대담성

 ② 자연의 근원적인 힘에 관계 된 것

 - 젊은이들이 애써 일구어놓은 밭을 마구 유린하는 홍수의 힘 : 적진을 종횡무진으로 휩쓰는 장수의 용맹

 -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파도나 폭풍 : 한군데로 몰려가는 전사들의 무리

 - 파도나 폭풍에도 끄떡없이 버티고 서 있는 바닷가의 암벽 : 적군이 몰려와도 버티고 서서 제지하는 장수

*『오뒷세이아』에서는 비유가 훨씬 적게 사용되고 있다.


5)『오뒷세이아』의 모티브 두 가지

 ① 귀향자 모티브 : 어떤 사내가 젊어서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객지에서 떠돌다가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와서 아내의 구혼자들을 죽이고 다시 옛 권리를 회복한다는 모티브다.

 ② 선원 모티브 : 어떤 선원이 바다 위를 항해하던 중 풍랑을 만나 죽을 뻔하다가 구사일생으로 혼자 살아남아 온갖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모티브이다.


6) 호메로스의 신(神)들

 서사시의 주제는 ‘인간들과 신들의 행적’이다. 그러므로 서사시의 세계는 인간들만의 장(場)이 아니라 신들의 장이기도 하다. 서사시는 인간들과 신들의 상호관계 속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경우 인간들과 신들의 상호관계를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므로 우리는 이를 단순화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세 가지 반대개념을 통해 그 특징들을 알아보자.

① 친근과 소원 : 신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간들과 관계를 맺는다. 사자와 전조를 보내기도 하고 사람의 모습을 하거나 본래의 모습 그대로 인간들에게 접근한다. 예를 들어 『오뒷세이아』 13권에서는 아테네 여신이 오뒤셋우스가 올리브나무 밑에 나란히 앉아 앞일을 의논한다.

② 총애와 무자비 : 신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인간들에게는 한 없이 총애를 베푼다. 그런가 하면 헥토르를 아킬레우스의 창에 죽게 만든 아테네 여신을 보면 무자비가 그 반대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③ 자의(恣意)와 정의 : 호메로스 신들의 도덕성의 문제와 부딪히는 부분이다. 『오뒷세이아』의 슨들은 어느 정도 세계의 정의로운 조종자로서의 윤리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리아스』의 신들은 사소한 이해관계 때문에 편을 갈라 인간사에 개입하는가 하면 자기들끼리 서로 속이고 서로 싸우다 때로는 다치기까지 한다.

 서사시에서 신들은 윤리적 신들이 아니라 아무런 도덕적 제약도 받지 않는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누리는 ‘보다 위대한 인간들’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호메로스 신들은 때로 부도덕성이 나타낸다.


7) 호메로스적 인간의 특징

 서사시의 등장인물들은 제각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잇으며 그러한 특징들은 그들의 행위로 나타난다.

 - 소박하다

 - 살아 있을 동안 하나의 전체다. 이 전체는 여러 가지 부분 또는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것을 어디까지나 전체로서의 인간에 속하는 기관들이다. 팔이 육체의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인간의 부분이듯, 감정의 기관인 튀모스 또한 영혼의 기관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인간에 속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호메로스적 인간은 행동할 대는 ‘나’라는 말 대신 흔히 ‘나의 팔’이라 하고, 생각할 대는 ‘나’라는 말 대신 흔히 ‘나의 튀모스’라 한다. 호메로스는 인간을 존재로서가 아니라 행동 속에서 포착한다. 

 - 감정과 행동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 없다. 호메로스적 인간의 의지에는 이미 행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없다. / 숨겨진 내면성 같은 것이 없음.

 - 외계를 향해 활짝 열려 있다. : 호메로스적 인간은 말과 행동을 통해 아무 유보 없이 자아를 실현하듯 자기에게 주어진 몫 즉 운명이라면 죽음조차도 흔연히 받아들인다.

 - 주어진 가능성 안에서 자신이 원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행동할 뿐,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행동하다가 파멸의 심연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일은 결코 없다.

 - 현세주의자들이다. : 술과 고기, 달콤한 잠의 선물, 잔치, 무도회, 사랑을 마음껏 즐기며 물질적 향락에 대한 자신들의 쾌감을 숨기지 않는다. 또한 내세에 대한 어떤 기대도 갖지 않는다.

 - 외부적인 힘과 충돌한다. : 신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이러한 외부적인 힘들은 인간사에 깊이 개입하여 때로는 인간의 자아실현을 방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호메로스적 인간에게는 자신의 행동이 자의적이냐 타의적이냐 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그를 나쁜 인간 즉 비겁한 인간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훌륭한 인간 즉 용감한 인간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만이 문제 될 뿐이다. 그가 온갖 고난과 죽음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해 추구하는 것은 오직 명성뿐이다. 인간에게 자신의 참모습을 비추어볼 수 있는 양심이란 개념이 아직 없던 상황에서 동시대인들과 후세 사람들의 평판이야 말로 유일한 가치 척도였던 것이다.


8) 호메로스에 대한 개인적 평가

 내가 그를 실재 했던 인물이라고 여긴 까닭은 『오뒷세이아』를 읽고 나서다. 오뒷세우스라는 인물이 20년 동안 겪은 고난과 역경을 한숨에 쓴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24권의 작품은 모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앞의 내용을 모르면 뒤의 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여러 사람이 같은 주제와 같은 톤으로 이야기 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인터넷 창에서 검색해본 결과 호메로스를 시각장애인 음유시인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보이지는 않지만 그가 듣고, 느낄 수 있는 깊이는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우리들 보다 훨씬 깊었던 것 같다. 구전으로 이어져 내려왔고 호메로스 활동시기도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정말로 이야기 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번역본을 읽어야만 하는 현실이기에 많이 변형되고 포장된 것을 읽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읽는 내내 수박을 껍질 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토리 라인은 굵고 명확했지만 호메로스가 사용한 비유와 상징을 통해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오뒷세우스의 20년간의 고난이 임팩트 있게 전개되고 그가 귀향해 가족을 만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뭉클했다. 더 따져보고 싶은 것들은 여러 가지 고난들을 더 심도 있게 분석해보고 싶다. 오뒷세우스는 왜 그러한 고난을 만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영웅들에게 생기는 여러 가지 고난의 원형을 잘 볼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호메로스의 텍스트는 본격적으로 6세기 후반 참주 페이시스트라토스와 그의 아들들이 통치하던 아테나이에서 호메로스의 낭송이 국가적 제전인 판아테나이아 제의 일부가 되면서 텍스트의 검정이 요구되었을 때로 추정된다고 한다. 또 『오뒷세이아』의 필사본만 90종류에 달한다고 한다.

 호메로스가 직접 읊었던 글귀는 무엇이 있었을까? 궁금하다. 듣고 싶고.




2. 내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p17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기원전 6세기 이후부터 그리스의 교과서가 되어, 음송자들에 의해 전 그리스에 유포되고 지식인들에 의해 암기됨으로써 그리스의 언어, 문학 및 조형미술, 나아가 그리스인들의 자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그리스 문화의 시원이 되었다. 그 이유는 아무것도 그것을 노래하지 않는 어둠에 싸인 먼 역사의 첫새벽에 인간으로서 겪는 모험과 인간이라고 불리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인간적 삶의 본질을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노래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리스인들은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를 성서 다루듯 했다. 특히 『오뒷세이아』 이후 인간은 인간의 삶과 운명을 표현하는 두 가지 비유를 얻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여행’과 ‘바다’다. 또한 그리스 정신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통해 전 세계의 ‘바다’를 향해 길고 긴 ‘여행’의 출발을 알리게 된 것이다.


p18 호메로스의 독창성은 그러한 전통들을 주어진 그대로 엮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주제에 맞춰 어느 한 부분이 빠지거나 자리바꿈할 경우 전체가 무너질 만큼 꼭 필요한 부분을 골라 적절히 배열하는 플롯에 있다. 플롯의 완벽한 통일성이야말로 호메로스의 문학성에서 으뜸가는 가치다. 자구나 문장의 반복은 독자가 아니라 청중을 위해 하루에 일정량의 시행을 읊는 음송 시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p19 호메로스의 또다른 매력은 세계를 놀라울 정도로 총체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호메로스가 다양한 비유들을 그토록 자주 사용하는 것도 인간의 삶과 인간의 정신에 대한 총체성 구현이라는 시각에서 쉽게 이해될 것이다.

호메로스의 작품이 우리 책꽂이에서 한두 해 있다가 사라질 것이 아님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이제 많은 독자층이 두루두루 읽을 수 있는 원전 번역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p20 지금 밝힐 수 있는 것은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말하는 것도 내 몫은 아니고, 꼭 원전 번역을 읽어봐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도 내 몫은 아니고, 내가 정한 나의 몫은 의욕 있는 독자라면 누구든 그 세계에 빠져들어 마지막 책장까지 재미를 맛보며 읽을 수 있도록 원전에 어긋나지 않게 번역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인간 체험의 다양한 본질을 가장 심오하게 밝혀낸 호메로스에게 나로서도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Ⅰ. 신들의 회의 후 아테네가 텔레마코스를 격려하다

p24 “아아, 인간들은 걸핏하면 신들을 탓하곤 하지요.

그들은 재앙이 우리에게서 비롯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들 자신의 못된 짓으로 정해 진 몫 이상의 고통을 당하는 것이오.”


p25 그자(아이기스토스)의 파멸은 다양한 응보예요.

그런 짓을 하는 자는 어느 누구든 그처럼 파멸하게 되기를!


p29 이윽고 먹고 마시는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구혼자들은 마음속으로 다른 것들, 즉 노래와 춤에

흥미를 갖게 되었으니, 그런 것들이야말로 잔치의 극치인 것이다.


p31 불사신들이 내 마음에 일러주시고 그렇게 이루어지리라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지금 그대에게 예언하고자 하오.

믿음을 말할 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p33 그러나 그분이 돌아와서 자기 궁전에서 복수하느냐 않느냐 하는 일은 신들의 무릎에 놓여 있소.


p34 혹시 인간들 중에 누군가 무엇을 말해줄지 아니면 제우스에게서

풍문을 듣게 될지. 그런 풍문이야 말로 무엇보다도 인간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법이지요.


p35 그대는 더 이상 어린애 같은 생각을 품어서는 안 되오.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소.

친구여, 내가 보기에 그대도 용모가 준수하고 체격이 당당하니 용기를 내시오. 후세 사람들까지 그대를 칭찬하도록 말이오.

그대가 스스로 알아서 하되 내 말을 명심하도록 하시오.

더없이 아름다운 선물을 고르시오. 그러면 그대도 그만큼 값나가는 선물을 돌려받게 될 것이오.


p37 사람들은 자기들 귀에 가장 새롭게 들리는 노래라야 높이 평가하고 즐거워하기 마련이니까요.


p40 방 안에서 텔레마코스는 양털에 싸여 아테네가 일러준 그 여행에 대해 밤새도록 마음속으로 궁리했다.


Ⅱ. 이타케인들의 회의_텔레마코스의 출항

p41 그러자 영웅 아이귑티오스가 좌중에서 먼저 말문을 여니 고령으로 허리가 굽은 그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p43 이제 그대들은 자신들에게 분개하고 주위에 사는 다른 이웃들 앞에 부끄러운 줄 알고 신들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시오. 신들께서 노여워하시어 그대들의 악행들을 그대들에게로 돌리시지 않도록 막이오.

나 혼자 쓰라린 고통 속에서 소진되도록 내버려두시오.


p44 이렇게 성이 나서 말하고 그는 홀을 땅에 내던지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동정심이 백성들을 사로잡았다.


p47 텔레마코스가 이렇게 말하자,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제우스가 그를 위해 높은 산꼭대기에서 독수리 두 마리를 날려 보냈다.

독수리들은 한동안 바람의 입김과 나란히 날며 날개를 활짝 폈다.

그러다 떠들썩한 회의장 한가운데에 이르자 독수리들은 깃털 많은 날개를 퍼덕이며 빙빙 돌면서 모든 이들의 머리를 내려다보았으니, 독수리들이 노려보는 것은 파멸이었다. 독수리들은 발톱으로 서로의 얼굴과 목을 마구 할퀴다가 사람들의 집과 도시를 지나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사람들은 새들이 하는 모양새를 눈으로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고 장차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p48 그대가 과거사에 관해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언변으로 젊은 사람을 꼬드겨 성내도록 부추긴다면

그것은 우선 그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며 또 그래봤자

그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것이오.


p52 진실로 자네 부친의 고귀한 용기가 자네 혈관을 흐르고 있다면 말일세.

그러한 사람으로서 그분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실현하셨으니까.

사실 아버지만 한 자식은 흔치 않다네.

흔치 않은 일이지만 있긴 있다는 말이겠지. 인류는 발전하기도 하고 또 퇴보하기도 하니.

그들이 단 하루에 다 죽도록 이미 죽음과 검은 죽음의 운명이 가까이 다가와 있지만 그들은 그것도 전혀 깨닫지 못한다네.


p56 그때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또 다른 일을 생각해내어 텔레마코스의 모습을 하고 온 시내를 돌아다니며 남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 옆으로 다가서서 말을 걸되 저녁이 되면 날랜 배 옆에 모이도록 명령했다. 그녀는 또 프로니오스의 영광스런 아들 노에몬에게 날랜 배를 부탁했고, 그는 그녀에게 흔쾌히 약속했다.


p58 그리하여 밤새도록 그리고 새벽에도 배를 길을 헤치며 나아갔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여행. 밤새도록, 새벽에도.


Ⅲ. 퓔로스에서 있었던 일들

p59 헬리오스가 더없이 아름다운 바다를 떠나 청동 하늘로 떠올랐으니 불사신들에게, 곡식을 가져다주는 대지 위의 필멸의 인간들에게도 빛을 가져다주기 위함이었다.

 “텔레마코스, 자네는 전혀 소심할 필요가 없네. 자네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것은 대지가 자네 부친을 어디에 감췄는지, 그분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그분에 관해 알아보기 위함이었네.”

그가 출항한 목적(떠나온 이유)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p60 “텔레마코스! 어 것은 자네가 가슴속에서 스스로 생각할 것이고 어떤 것은 신이 말하게 해주실 것이네. 자네는 아마 신들의 뜻을 거슬러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않았으니 말일세.


p61 인간이라면 누구나 신들을 필요로 하니까요.

그대는 기도하는 우리에게 이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거부하지 마세요.


p62 그는 용감하게 말했으니, 그가 떠나고 안 계신 아버지에 관해 묻고 또 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훌륭한 명성을 얻도록 아테네가 그 마음속에 용기를 불어넣었던 것이다.


p63 그러니 나에 대한 고려나 동정에서 감미롭게 말씀하지 마시고, 그대가 보고 겪으신 대로 정확히 말씀해주십시오.


p64 자네는 젊은이가 모두 그렇게 도리에 맞는 말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네.

우리는 언제나 한마음이 되어 어떻게 하는 것이 상책인지 아르고스인들에게 지혜와 신중한 조언으로 말해주곤 했지.


p65 영생하시는 신들의 마음이란 갑자기 돌아서지 않는 법이라네.


p67 사람이 죽어도 뒤에 아들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p68 만인에게 공통된 죽으므로 말하자면, 사람을 길게 뉘는 파멸을 가져다주는 죽음의 운명이 일단 덮치고 나면 신들조차도 자기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도 그것을 물리칠 수 없는 법이라네.


p74 (텔레마코스에게) 여보게, 자네는 결코 겁쟁이나 용기 없는 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네. 이렇게 소년 시절부터 신께서 호송자로서 자네와 동행하시는 말일세. 저분은 올륌포스의 궁전에서 사시는 여러 신들 중에서도 다름 아닌 제우스의 따님, 전리품을 가져다주시는 트리토게네이아임에 틀림없네. 그분은 전에도 아르고스인들 사이에서 자네의 훌륭하신 아버지의 명예를 높여주셨다네. 여주인이시여! 나에게 훌륭한 명성을 내려주소서. 나 자신과 나의 아들들과 나의 존경스런 아내에게. 하시면 나는 아직 길들지 않았고 멍에를 져본 적 없는 이마가 넓은 한 살배기 암송아지 한 마리를 그대에게 제물로 바치겠나이다. 그것을 그대에게 내 제물로 바치되 그 뿔을 황금으로 싸겠나이다.


p78 이제 해는 지고 길이란 길은 모두 어둠에 싸였다.


Ⅳ. 라케다이몬에서 있었던 일들

p85 아아! 내가 지금 그 재산의 삼분의 일만 갖고 여기 내 집에서 살고 있고, 그 대신 그때 말을 먹이는 아르고스로부터 멀리 떨어진 넓은 트로이아에서 죽어간 그 사람들이 아직도 무사하다면 좋으련만!

그들 모두를 위해 비탄하고 슬퍼하지요. 하지만 나는 잠시 비탄으로 내 마음을 가볍게 하다가도 다시 그만두지요. 사람들은 차가운 비탄에는 금세 물리는 법이니요.

그러나 그들 모두를 위해서도 그 한사람을 위해서만큼 괴로워하고 비탄하지는 않아요. 그 사람만 생각하면 나는 잠도 싫어지고 음식도 싫어지니까요. 아카이오이족 중에 오뒷세우스가 고생하고 견딘 것만큼 그렇게 고생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요.

고난은 물로 그 자신의 몫이겠지만 그를 아쉬워하는 영원히 참을 수 없는 슬픔은 내 몫이지요.

메넬라오스는 이런 말로 테레마코스의 마음속에 아버지를 위해 비탄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의 이름을 듣는 순간 눈꺼풀에서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텔레마코스는 두 손으로 자줏빛 외투를 들어 올려 눈을 가렸다. 그것을 알아차린 메넬라오스가 텔레마코스 스스로 아버지에 관해 말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먼저 꼬치꼬치 캐물으며 시험해보아야 할 것인지 마음속으로 궁리하고 있었다.


p87 그러나 그는 신중한 사람인지라 이렇게 첫 방문 길에 그 음성이 신의 음성처럼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그대의 면전에서 주제넘은 잡담을 늘어놓는 것을 마음속으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텔레마코스는 그대가 어떤 유익한 말이나 행동을 일러주리라 믿고 그대를 만나보고 싶어 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고 없는 아들은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집에 많은 고통을 겪게 마련이지요.


p88 죽음의 먹구름이 우리를 덮기 전에 우리 두 사람의 우정과 즐거움을 갈라놓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네.


p88~89 죽어서 운명을 맞은 인간을 위해 우는 것은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털을 자르고 뺨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비참함 인간들에게 베풀 수 있는 유일한 명예니까요.


p89 그때 제우스의 딸 헬레네는 다른 생각이 떠올라 그들이 마시고 있는 포두주에다 약을, 고통과 노여움을 달래고 모든 불행을 잊게 해주는 약을 지체 없이 집어넣었다.


p90 신께서는 오늘은 이 사람에게 내일은 저 사람에게 행복과 불행을 주시지요.


p94 마치 갓 태어나 아직도 어미 젖을 먹는 새끼를 암사슴이 강력한 사자의 은신처에 뉘어놓고는 산기슭과 풀이 무성한 골짜기에 풀을 뜯으러 나가고 나면 제 잠자리로 돌아온 사자가 어미와 새끼 모두에게 치욕적인 운명을 안겨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가 그자들에게 치욕적인 운명을 안겨줄 것이네.


p95 전우들은 줄곧 섬 주위를 돌아다니며 구부러진 낚싯바늘로 물고기를 낚고 있었네. 굶주림이 그들의 창자를 갉아먹었기 때문이지.


p102 그리고 그는 고향 땅을 붙잡고 거기에 입 맞추며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소. 그만큼 고향 땅이 반가웠던 것이오.


p105 선물이라면 그대가 무엇을 주시든 나에게는 보물이 될 것입니다.

내 아들이여, 자네의 혈통은 훌륭하네. 자네가 그만큼 훌륭한 말을 하기 때문이네.


p107 그의 심장은 분노로 가득 차서 검게 물들었고 그의 두 눈은 번쩍이는 불꽃과도 같았다.


p108 왕은 어떤 사람은 미워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사랑하지요. 그러나 그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못된 짓을 하신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선행에 대해 나중에 감사하기는 커녕 그대들은 이렇게 그대들의 본심과 수치스런 짓들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구려.


p109 페넬로페는 그 자리에서 무릎과 심장이 풀렸다.

목숨을 좀먹는 슬픔이 페넬로페 주위로 쏟아졌다.


p112 사람들이 자기를 에워싸고 음흉한 원(圓)을 그릴 때 사자가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겁에 질려 생각할 온갖 것들을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에게 마침내 고통 없는 잠이 찾아왔다.


Ⅴ. 칼륍소의 동굴_오뒷세우스의 뗏목

p118 참을성 많은 오뒷세우스의 귀향이라는 우리의 확고한 결정을 머리를 곱게 땋은 요정에게 알리거라.

그는 잘 묶은 뗏목을 타고 고생을 하다가 스무 날 만에 신들과 가까운 친족간인 파이아케스족의 땅 기름진 스케리아에 닿게 될 것이다.


p123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귀향하지 못함을 슬퍼하는 가운데 그의 달콤한 인생은 하루하루 흘러갔으니 그에게는 더 이상 요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것이 계획에 있어서나 실행에 있어서나 나보다 강력한 넓은 하늘에 사는 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말예요.


p125 존경스런 여신이여, 그 때문이라면 화내지 마시오.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생김새와 키에서 마주보기에

그대만 못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그녀는 필멸하는데 그대는 늙지도 죽디도 않으시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집에 돌아가서 귀향의 날을

보기를 날마다 원하고 바란다오. 설혹 신들 중에

어떤 분이 또다시 포도줏빛 바다 위에서 나를 난파시키더라도

나는 가슴속에 고통을 참는 마음을 갖고 있기에 참을 것이오.

나는 이미 너울과 전쟁터에서 많은 것을 겪었고 많은 고생을 했소.

그러니 이들 고난들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p129 그러자 오뒷세우스는 무릎과 심장이 풀리며

자신의 고매한 마음을 향해 침통하게 말했다.

“... 내가 고향 땅에 닿기 전에 바다에서 많은 고초를 겪게 될 것이라고

여신이 말했거늘 이제 그것이 모두 이루어지는구나.”



p130 하지만 그는 몹시 지쳐 있었음에도 뗏목을 잊지 않고 너울 속에서 내달아 그것을 붙잡더니 그 한가운데에 앉았고. 그리하여 죽음의 실현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큰 너울이 흐르는 바닷물을 따라 그를 이리저리 날랐다. 마치 가을날 북풍이 서로 바싹 붙어 있는 엉겅퀴들을 들판 위로 나르듯이, 꼭 그처럼 바람들이 바다 위로 뗏목을 이리저리 날랐다. 때로는 남풍이 북풍에게 뗏목을 나르라고 내던지는가 하면 때로는 동풍이 서풍에게 뗏목을 추격하라고 양보했따.


p131 자, 이 불멸의 머릿수건을 받아 가슴에 두르세요. 그러면 그대는 더 이상 고통이나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러나 그대의 두 손이 뭍에 닿거든 그때는 그것을 도로 풀어 물에서 멀리 포도줏빛 바다 위에 던져버리고 그대 자신은 돌아서도록 하세요.

선재들이 나무못들로 튼튼히 결합되어 있는 동안에는 이곳에 머물며 나는 고통 받더라도 참고 견딜 거야. 그러나 너울이 내 뗏목을 산산이 부숴버리면 그때는 나도 지체 없이 헤엄칠 거야. 그때는 더 나은 것을 생각할 수 없으니까.


p132 오뒷세우스가 죽음과 죽음의 운명을 피하여 노를 사랑하는 파이아케스족 사이에 섞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의 마음은 수없이 죽음을 예감했다.


p133 아아, 괴롭구나! 제우스께서 뜻밖에도 육지를 보게 해주셨고 나는 깊은 바다를 헤치고 여행을 마쳤건만 잿빛 바다 밖으로 나갈 출구가 아무 데도 보이지 않는구나.


p134 아테네가 그의 마음에 한 가지 생각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내달아 양손으로 바위를 잡고는 큰 너울이 지나갈 때까지 신음하며 그것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너울에서 벗어났으나 그 너울은 도로 물러나면서 다시 덤벼들더니 그를 쳐서 멀리 바다로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마치 문어가 구멍에서 끌려 나오고 그것의 빨판들에는 조약돌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그의 대담무쌍한 두 손은 바위에 부딪쳐 살갗이 찢겼고 그 자신은 큰 너울에 감춰졌다. 그리하여 불운한 오뒷세우스는 정해진 운명을 뛰어넘어 그곳에서 죽었을 것이나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그에게 분별력을 주었다.


Ⅵ.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가다

p142 사자는 제 힘을 믿고 비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두 눈을 번쩍이며 다가가서 소 떼나 양떼나 들판을 헤매는

사슴 떼를 뒤쫓는다. 사자는 또 꼭 닫힌 양우리로 가서

양 떼를 공격하니 그의 배가 그렇게 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도 알몸임에도 머리를 곱게 땋은 소녀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으니, 필요가 그를 엄습했기 때문이다.


p144 남편과 가정과 금실지락(琴瑟之樂)을 신들께서 베풀어주시기를! 부부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금실 좋게 살림을 살 때만큼 강력하고 고귀한 것은 없기 때문이오. 그것은 적들에게는 슬픔이고 친구들에게는 기쁨이지요. 그러나 그것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이지요.


Ⅶ. 오뒷세우스가 알키노오스에게 가다

p152 그들의 배는 날개만큼이나 또는 생각만큼이나 빠르지요.

정말 이런 배가 있다면 좋겠다.


p153 그대는 안으로 들어가시고 마음속으로 용기를 내세요. 용감한 남자야말로 설사 외지에서 왔다 해도 매사가 더 잘 풀리는 법이니까요.


p154 그녀는 또한 분별력이 뛰어나 그녀가 마음속으로 호의를 가지면 남자들을 위해서도 분쟁을 해결해준답니다.


p159 가증스런 배(腹)보다 파렴치한 것은 달리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腹 : 1. 배, 오장육부(五臟六腑)의 하나 2. 마음, 속마음 3. 가운데, 중심(中心) 부분(部分)}

배란 녀석은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이 슬픈 것처럼

사람들이 몹시 지쳐 있고 마음이 슬플 때도

자기만 생각해달라고 명령하고 강요하지요.

배란 녀석은 나더러 먹고 마시라고 재촉하고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잊게 하며 자기만 채워달라고 다그치지요.


p163 지상에 사는 우리 인간의 종족들은 질투심이 많으니까요.

 나그네여! 내 가슴속 마음은 까닭 없이 화내지는 않아요.

절제야말로 매사에 더 나은 법이니까요.

 

Ⅷ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머물다


p167 오뒷세우스를 돕는 아테네 : “파이아케스족의 지도자와 보호자들이여! 자, 어서 이곳

회의장으로 오십시오. 그러면 그대들은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다가

방금 현명한 알키노오스의 집에 도착한 나그네에 관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는 생김새가 불사신과도 같습니다.”

이런 말로 여신은 그들 각자의 힘과 용기를 북돋우었다.


p168 신과 같은 가인 데모도코스를 불러주시오. 신께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그에게 노래의 재능을 주셨소. 그래서 그는 노래하고픈

마음만내키면 어떤 주제로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지요.


p169 무사 여신은 누구보다도 가인을 사랑하시어 선과 악의 두 가지를 그에게 다 주셨으니,

그에게서 시력을 빼앗고 달콤한 노래를 주셨던 것이다.


p170 그리하여 먹고 마시는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남자들의 위대한 행적들을, 당시 그 명성이 넓은 하늘에 닿았던

이야기 중의 한 대목을, 오뒷세우스와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사이의 말다툼을 노래하도록 무사 여신이 가인을 부추겼다.


p172 경주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클뤼토네오스가 월등히 뛰어났다.

그는 한 쌍의 노새가 묵정밭에서 갈 수 있는 밭고랑의 길이만큼이나

앞서서 백성들의 무리에 닿았고 다른 사람들은 뒤처졌다.


p173 사실 남자에게는 아직 살아 있는 동안 손이나 발로 이룩하는 것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이오.

자, 그대는 자신을 시험해보시고 근심일랑 마음에서 쫓아버리시오. 이제 더이상 그대의 여행은 지연되지 않을 것이오. 배는 이미 끌어내려져 있고 전우들도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p173~174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친구여! 그대가 한 말은 곱지 않구려. 그대는 무례한 사람같소이다. 이렇듯 신들께서는 몸매든 지혜든 달변이든 사랑스런 것들을 모든 이들에게 모두 다 주시지는 않는 법이오. 어떤 사람은 생김새는 여느 사람보다 빈약하지만 신께서 그의 말을 우아함으로 장식하시니 사람들은 그를 보고 기뻐하고 그는 달콤하면서도 겸손하게 청산유수처럼 말하지요. 그래서 그는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돋보이고 그가 시내를 걸어갈 때면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우러러보게 되지요.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생김새는 불사신들과 같지만 그의 말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지요. 그대도 그와 같아서 생김새는 매우 돋보여 신들께서도 달리 더 훌륭하게 만드실 수 없겠으나 지혜는 빈약하오. 그대는 도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여 내 가슴속 마음을 흥분시켰소. 나는 그대가 장담하듯이 경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니며 내가 아직도 내 젊음과 두 손을 믿을 수 잇던 시절에는 일인자들에 속했다고 생각하오. 그러나 지금 나는 불행과 고통에 붙잡혀 있소. 인간들의 전쟁과 고통스런 너울을 헤치고 오느라 많은 것을 견뎌냈기 때문이오. 그렇듯 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그래도 나는 경기를 해 보이겠소. 그대의 말이 내 마음을 할퀴고 그대가 말로 나를 분기시켰기 때문이오.


p175 낯선 나라에서 자기를 맞아준 주인에게

시합하고자 도전하는 자야말로 참으로 어리석고 쓸모없는 자겠지요.

그런 자는 가지고 있는 것도 다 잃고 말테니까요.


p176 그러나 장담하건대, 지금 대지 위에서 빵을 먹고 사는

모든 다른 인간들보다는 내가 훨씬 나을 것이오.

옛날 분들과는 나는 다투고 싶지 않소이다.

헤라클레스와도 오이칼리아의 에우뤼토스와도.

그들은 활로 불사신들과 다투었던 사람들이오.

그래서 위대한 에우뤼토스는 요절하게 되고 그의 궁전에서

노년에 이르지 못했으니, 그가 활쏘기 시합에 도전하자

아폴론이 화가 나 그를 죽였기 때문이오.

{오만. 내가 싸울 상대는 한 분야의 신이다.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는 나의 분야는 무엇인가? 그것을 찾고 싶다. 그리고 바닥을 박박기며 수련하는 그런 30대를 보내고 싶다.}


p180 나쁜 짓은 잘되는 법이 없고 날랜 자를 느린 자가 따라잡는 법이지.

지금 느린 헤파이스토스가 올륌포스에 사는 신들 중에서

가장 날랜 아레스를 잡았듯이 말이오. 그는 비록 절름발이지만

기술로 잡았소. 그러나 아레스는 간통의 벌금을 물어야 하오.

{날랜자를 느린자가 따라잡는다. 성경에도 나와 있는 말씀이다. 먼저 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씀. 그래서 더 비교가 무익한 것인 듯하다.}


p181 쓸모없는 자들을 위한 언질이란 쓸모없는 것이지요.

{주석 : 이 구절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약자가 받는 보증은 약하게 마련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p186 “전령, 이 고기 토막을 데모도코스에게 먹으라고 건네주게나.

내 비록 마음이 괴롭지만 그에게 호의를 보이고 싶으니.

역시 가인들은 지상의 모든 인간들에게서 제 몫의

명예와 존경을 받고 있구려. 무사 여신이 그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시고 가인들의 종족을 사랑하시기 때문이겠지.

나는 모든 인간들 중에서 특히 그대를 사랑하오.

그대는 아카이오이족의 불행을 그들이 행하고 당한 모든 것과

그들의 모든 노고를 마치 그대가 몸소 그곳에 있었거나 그곳에 있던

누군가에게 들은 것처럼 그야말로 제대로 노래하기 때문이오.


p189 귀천을 불문하고 일단 태어나게 되면 이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부모는 자식을 낳자마자 누구든 이름을 지어주기 때문이오.


p190 그 운명은 신들께서 만드신 것이오. 인간들에게 주실 파멸의 실은 신들께서 자으시니까요. 이는 후세 사람들에게도 노랫거리가 있게 하시려는 것이오.

사실 사위와 장인은 우리 자신의 혈육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요.

슬기로운 것들을 알고 있는 전우야말로 형제나 다름 없지요.


Ⅸ. 오뒤셋우스의 이야기들_퀴클롭스 이야기


p191 사람들은 잔치를 벌이며 집 안에 나란히 앉아 가인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 앞의 식탁에는 빵과 고기가 그득하고 술 따르는 이는 희석용 동이에서 술을 퍼 가지고 와 술잔에 따르고 있소.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인 것 같소이다.


p192 이타케는 야트막하게 그리고 서쪽으로 맨 위에 나리 잡고 있고 이들 다른 섬들은 새벽과 태양을 향해 떨어져 있지요. 이타케는 바위투성이의 섬이지만 젊은이들의 좋은 유모지요. 나로서는 자기 나라보다 달콤한 것은 달리 아무것도 볼 수 없소이다.

이렇듯 누군가 부모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낯선 나라의 풍요한 집에서 산다 해도 고향 땅과 부모보다 달콤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법이라오.


p193 그리하여 그들은 이른 아침에 마치 제철을 만나 피어나는 나뭇잎이나 꽃들처럼 무수히 몰려왔고, 그때 우리가 수많은 고통을 당하도록 제우스의 사악한 운명이 불운한 우리들 옆으로 다가섰소.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비통한 마음으로, 그러나 비록 사랑하는 전우들을 잃었어도 죽음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하며 항해를 계속했소.

{전우를 잃은 비통함과 내가 살았음의 기쁨이 공존하고 있다. 이게 인간의 실체일까? 죽음앞에 우리는 모두 ‘홀로’ 서게 되는 것 같다.}



p198 저들이 오만하고 야만적이고 의롭지 못한지 아니면 손님에게 친절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씨를 가졌는지 저들을 시험해볼 것이오.


p199 그때는 절제한다는 것이 그대에게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닐 것이오. 나는 바로 그 포도주를 큰 가죽 부대에 가득 채워 갔고 길양식도 가죽 자루에 넣어 갔소. 내 당당한 마음은 정의도 법도 모르는 한 야만적인 사내가 엄청난 용맹으로 부장하고 내게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지요.


 퀴클롭스 만난 이야기

p200나는 그자 자신을 그리고 그자가 내게 선물을 주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오. 하지만 그자의 출현이 내 전우들에게 즐거움이 되도록 정해져 있지는 않았소.


p205 ‘퀴클롭스, 그대는 내 유명한 이름을 물었던가요? 그대에게 내 이름을 말할 테니 그대는 약속대로 내게 접대 선물을 주시오. 내 이름은 ‘아무도아니’요. 사람들은 나를 ‘아무도아니’라고 부르지요.

{기가막힌 아이디어다.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무섭기도 했지만.}


p207 ‘폴뤼페모스! 무엇이 그대를 그토록 괴롭혔기에 그대는 신성한 밤에 이렇게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잠 못들게 한단 말이오? 설마 어떤 인간이 그대의 뜻을 거슬러 작은 가축들을 몰고 가는 건 아니겠지요? 설마 누가 꾀나 힘으로 그대를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요?’

 대답 : ‘오오, 친구들이여! 힘이 아니라 꾀로써 나를 죽이려는 자는 ‘아무도아니’요’

그들은 물흐르듯 거침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그대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이 아무도 아니고 그대가 혼자 있다면, 그대는 아마도 위대한 제우스가 보낸 그 병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오. 그러니 그대는 아버지 포세이돈 왕께 기도하시오.


p208 그자는 어리석게도 내 전우들이 털북숭이 양들의 가슴 아래 묶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오. 작은 가축들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그 숫양이 제 털과 현명한 생각을 하는 나의 무게에 눌린 채 입구로 나갔소.


p210 퀴클롭스! 그대가 속이 빈 동굴 안에서 강력한 힘으로 먹으려 했던 것은 그대도 보다시피 결코 허약한 자의 전우들이 아니오. 그렇게 그대의 악행들이 그대를 따라잡게 되어 있었으니, 무정한 자여! 그대는 제 집에서 손님들을 잡아먹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오. 그래서 제우스와 다른 신들께서 그대에게 벌을 내리신 것이오.

[위기] 그러나 바위가 떨어지는 바람에 바다가 솟아올랐고, 깊은 바다에서 물이 솟아오르자 역류하는 너울이 금세 배를 뭍으로 나르며 육지에 닿도록 강요했소.

[리더십] 그러나 나는 긴 상앗대를 두 손으로 잡고 배를 밀어내며 전우들을 격려했고, 우리가 재앙에서 벗어나도록 열심히 노를 저으라고 그들에게 머리를 끄덕여 명령했소.


p211 퀴클롭스! 필멸의 인간들 중에 누가 그대의 눈이 치욕스럽게 먼 것에 대해 묻거든 그대를 눈멀게 한 것은 이타케에 있는 집에서 사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도시의 파괴자 오뒷세우스라고 말하시오.


Ⅹ 아이올로스_라이스트뤼고네스족_키르케


p216 그러나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어 있었으니,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파멸하고 말았던 것이오.

열흘째 되던 날에는 벌써 고향 땅이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때 도착할 수 있었는데.......}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 전우들의 욕심, 욕망, 실수 : 자! 이것들이 무엇인지, 자루 안에 황금과 은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어서 풀어보도록 합시다.


p217 전우들은 이렇게 말했고 결국 그들의 나쁜 조언이 이겼소.

그들은 자루를 풀었고, 그러자 온갖 바람이 다 터져 나왔소.

폭풍은 울고 있던 그들을 즉시 낚아채 고향 땅에서 먼 바다로 날랐소. {이 얼마나 안타깝고 속터지는 일인지, 운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한편 나는 잡에서 깨어나 나무랄 데 없는 마음속으로 망설였소, 배에서 몸을 던져 바닷물에서 죽어버릴까 아니면 말없이 참고 아직은 살아 있는 자들 사이에 머물까 하고 말이오.


p218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비통한 마음으로 항해를 계속했소. 나의 대원들은 우리 자신의 잘못으로 힘들게 노를 젓느라고 마음이 지쳐 있었소. 바람이라고는 한 점도 없었으니까요.


p222 친구들이여! 우리가 아무리 괴롭더라도 운명의 날이 오기 전에는 아직 하데스의 집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자, 그대들은 날랜 배 안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있는 한 허기에 시달리지 않게 먹는 일을 생각하도록 하시오.


p228 키르케 : 그대는 가슴속에 마법이 걸리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네요. 그대는 임기응변에 능한 오뒷세우스가 틀림없어요. 그가 날랜 검은 배를 타고 트로이아에서 돌아갈 때 이리로 오게 될 것이라고 황금 지팡이의 아르고스의 살해자가 늘 내게 말해주곤 했지요.


p231 마치 암소 떼가 배불리 풀을 뜯고 나서 축사로 돌아오면 농장에 남아 있던 송아지들이 몰려와서 모두 한꺼번에 그 주위로 껑충껑충 뛰어오를 때와 같이 꼭 그처럼 그들은 두 눈으로 나를 보자 울면서 내 주위로 몰려 들었소.


p237 그러나 나는 그곳에서도 전우들을 무사히 인도하지 못했소. 엘페노르란 자가 있었는데 그는 우리 가운데 가장 젊었소. 그는 전쟁에서도 별로 용맹스럽지 못했고 심지도 굳지 못했소. 그는 술에 무거워져서 시원한 곳을 찾느라 전우들과 떨어져 키르케의 신성한 궁전 안에서 누워 자고 있다가 출발하는 전우들의 시끄러운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긴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붕에서 그대로 뛰어내렸소.

그대들은 지금 집과 사랑하는 고향 땅으로 가고 있는 줄 알겠지요. 하지만 키르케는 우리에게 다른 여로를 정해놓았소. 우리는 하데스와 무서운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 테바이의 테이레시아스의 혼백에거 물어보아야만 하오. {정해진 길을 가야만 하는 필멸의 인간}


p238 신이 이리로 가든 저리로 가든 신이 원치 않는 누가 신을 눈으로 볼 수 있겠소.


Ⅺ 저승


p239 오케아노스의 경계

그곳에는 어둠과 안개에 싸여 있는 킴메리오이족의 나라와 도시가 있는데 빛나는 헤릴오스조차 별 많은 하늘로 올라갈 때에도 하늘에서 다시 대지로 향할 때에도 그의 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지 못하오. 그 비참한 인간들 위에는 사악한 밤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오.


p243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그대는 꿀처럼 달콤한 귀향을 바라겠지만 어떤 신께서 그대에게 힘든 귀향을 정해두셨오. {포세이돈?}

그러나 그대는 고생은 해도 고향에 돌아가게 될 것이오. 그대가 그대 자신과 전우들의 마음을 억제하려고만 한다면 말이오.


p244 이 운명의 신들은 모두 신들께서 손수 자으신 것들이오.


p245 내가 그대의 마음에 새겨주려고 하는 말은 간단하오. 세상을 떠난 사자들 중 누구든 피에 접근하도록 그대가 내버려둔다면, 그는 그대에게 거짓 없는 진실을 말할 것이오. 그러나 누구든 그대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그는 도로 물러갈 것이오.


p247 이것이 곧 인간이 주겍 되면 당하게 되는 운명이란다.

일단 목숨이 흰 뼈를 떠나게 되면

근육은 더 이상 살과 뼈를 결합하지 못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의 강력한 힘이 그것들을 모두 없애버리지만

혼백은 꿈처럼 날아가 배회하게 되는 것이란다.

너는 되도록 빨리 빛을 향해 서둘도록 하라.


p256 클뤼타임네스트가 결혼한 남편에게 죽음을 안겨주며

수치스런 짓을 생각해낸 것처럼,

마음속으로 그런 짓들을 꾀하는 여인보다

더 무섭고 파렴치한 것은 달리 아무것도 없을 것이오.

p258 죽음에 대해 내게 그럴싸하게 말하지 마시오.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나는 세상을 떠난 모든 사자들을 통치하느니 차라리 지상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 가난한 사람 밑에서 품이라도 팔고 싶소이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열망이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Ⅻ 세리렌 자매_스퀼라_카륍디스_헬리오스의 소들

{계속 되는 고난의 여정}

p266 대담한 자들이여! 그대들은 살아서 하데스의 집으로 내려갔으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한 번 죽는데 그대들은 두 번 죽는 셈이네요

키르케가 알려준 오뒷세우스 배의 여정 : 1. 세이렌 자매 - 세이렌 자매가 풀밭에 앉아 낭랑한 노랫소리로 호릴 것인즉 그들 주위에는 온통 썩어가는 남자들의 뼈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둘레에서는 살갗이 오그라들고 있어요. / 그 길을 지나가는 방법 : 꿀처럼 달콤한 밀랍을 이겨서 전우들의 귀에다 발라준다. 오뒷세우스는 돛대를 고정하는 나무통에 똑바로 선 채 전우들로 하여금 날랜 배 안에 그대의 손발을 묶게 하되, 돛대에다 밧줄의 끄트머리를 매게 한다.


양쪽 길이 있음. 스스로 생각해야 함.

첫번째, 한쪽에는 윗부분이 툭 튀어나온 바위들이 있는데 검푸른 눈을 가진 암피트리테의 큰 너울들이 그것들을 향해 노호한다. / 아르고 호만이, 아이에테스의 나라에서 돌아가는 길에 그 옆을 통과했다.


두번째, 다른 쪽에는 두 개의 바위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뾰족한 봉우리가 넓은 하늘에 닿아 있고 검은 구름에 싸여 있다. - 스퀼라고 살고 있음. 스퀼라는 디룽디룽 매달린 발을 모두 열두 개나 갖고 있고 기다란 목을 여섯 개나 갖고 있는데 목마다 무시무시한 머리가 하나씩 나 있고, 머리 안에는 검은 죽음으로 가득 찬 세 줄로 된 이빨들이 단단히 그리고 촘촘히 나 있다. / 그 중 다른 바위에는 잎이 무성한 큰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무화과 나무 밑에서 고귀한 카륍디스가 검은 물을 빨아들이고 있다. 여기를 통과하는 방법 - 스퀼라 동굴 쪽으로 다가가서 얼른 배를 몰아 그 옆으로 통과한다. 배 안에서 여섯 명의 전우를 잃는 편이 한꺼번에 모든 전우를 다 잃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그리고 스퀼라를 낳아준 어머니 크라타이이스를 부르면 스퀼라가 다시 덤벼드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p273 친구들이여! 우리는 재앙에 관한 한 결코 무식한 편이 아니오. 정말이지 이번 재앙은 퀴클롭스가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속이 빈 동굴에 가두었을 때보다 크다 할 수 없는 것이오. 그곳에서도 우리는 내 용기와 내 조언과 내 지혜에 의해 벗어났거늘, 생각건대 이번일도 언젠가는 우리에게 추억이 될 것이오.


p275 스퀼라를 지나며. 나는 바다에서 길을 찾으며 온갖 고통을 다 겪었지만 그것은 내 눈으로 본 가장 참혹한 광경이었소. (스퀼라가 전우 여섯 명을 낚아채 감. 전우들의 손발이 허공에 높이 매달렸음. 전우들은 괴로워서 크게 비명을 지르며 오뒷세우스를 부름)


p282 나는 그녀(카륍디스)가 나중에 돛대와 용골을 도로 토해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렸소. 그러나 그러기를 바라고 있는 나에게 그것들은 늦게야 돌아왔소. 어떤 남자가 판결을 구하는 젊은이들의 많은 송사를 재판하고 나서 저녁을 먹으로 가려고 회의장에서 일어설 시간이 되어서야 그 선재들은 카륍디스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오. 그래서 나는 손발을 놓고 아래로 떨어져 물 한가운데에, 그러나 기다란 선재들 옆에 풍덩 빠졌소.


제13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를 떠나 이타케에 도착하다.


p286 오뒤셋우스는 해가 지기를 열망하며 자꾸만 찬란한 행를 향해 머리를 돌리곤 했으니 귀향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온종일 묵정밭에서 두 마리의 포도줏빛 황소를 몰며 이어 쟁기를 끌던 사람이 저녁 식사를 열망할 때와 같이 - 그는 저녁 먹으로 갈 수 있으니 해가 지는 것이 반갑고 또 그가 걸어갈 때 어느새 무릎이 아프기도 하다-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에게는 해가 지는 것이 반가웠따.


p294 나그네여! 내게 이 나라에 관해 묻다니 그대는 어리석거나 아니면 멀리서 오셨구려. 이곳은 그렇게 이름 없는 곳이 아니라 실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요. 아니, 새벽과 태양을 향해 사는 모든 사람들과 저 뒤쪽에서 그늘진 서쪽을 향해 사는 모든 사람들과 저 뒤쪽에서 그늘진 서쪽을 향해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곳을 알고 있지요. 물론 이곳은 바위투성이고 말을 몰기에 적당치 않으나 넓지 않다고 하여 아주 가난한 것은 아니라오. 이곳에서는 말할 수 없이 많은 곡식이 나고 포도주도 나며 비와 싱싱한 이슬이 항상 이곳을 적셔주지요. 이곳은 염소와 소를 먹이기에 좋고, 온갖 나무들이 있으며 또 가축에게 물 먹이는 곳들도 있는데 사철 마르지 않아요. 그리하여 나그네여! 이타케라는 이름은 이 아카이오이족 해안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트로이아에까지 닿았던 것이라오.


p295 그는 그녀를 향해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하려던 말을 취소했으니 그의 가슴속 마음은 언제나 매우 영리했던 것이다.


p296 신이 그대와 만난다 하더라도 온갖 계략에서 그대를 이기자면 영리하고 교활해야 할 것이다. 가혹한 자여, 꾀 많은 자여, 계략에 물리지 않는 자여! 그대는 그대 자신의 나라에 와 있으면서도 그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기만과 교언을 금나두려 하지 않는구나. 자, 영리함에 있어서는 우리 둘 다 능하니까 그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도록 하자꾸나. 


p298 나는 정말로 사랑하는 고향에 온 것입니까?

그대는 언제나 가슴속에 그런 생각을 품고 있구나. 그래서 나는 그대를 불운 속에 혼자 내버려둘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그대가 세련되고 명민하고 사려 깊다 해도 말이다.


제14권 오뒷세우스가 에우마이오스를 찾아가다


p305 나그네여! 그대보다 못한 사람이 온다 해도 나그네를 업신여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모든 나그네와 걸인은 제우스에게서 온다니까요. 우리 같은 사람들의 보시{은혜를 갚아서 베풂}는 적지만 소중한 것이오.


p306 그러나 축복 받은 신들께서는 가혹한 행위를 좋아하시지 않고 오히려 정의와 인간들의 도리에 맞는 행위를 존중하시지요. 악의와 적의에 찬 사람들이 남의 땅에 상륙하고 제우스께서 그들에게 전리품을 주시어 그들이 그것을 배에 가득 싣고 집으로 떠나가는 경우에도 신들의 노여움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의 마음을 엄습하는 법이지요.


p312 그러나 나는 신들께서 내 마음속에 넣어주신 바로 그런 것들을 사랑했소. 좋아하는 일은 사람마다 다르게 마련이니까요.


p320 신께서는 마음 내키시는 대로 어떤 것은 주실 것이나 어떤 것은 주시지 않을 것이오. 신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니까요.


p321 술이란 녀석은 가장 사려 깊은 사람도 노래하고 상냥하게 웃도록 부추기는가 하면 춤추도록 이릉켜 세우기도 하고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을 말도 내밷게 한다오. 그러나 일단 입 밖에 낸 이상 나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겠소. 아아, 우리가 매복조를 짜서 트로이아의 성벽 밑으로 인솔했을 때처럼 내가 젊고 내 힘이 약해지지 않았더라면 좋으련만!


제15권 텔레마코스가 에우마이오스에게 가다.


p325 달콤한 잠도 텔레마코스를 사로잡지 못했으니, 마음속으로 아버지가 염려되어 향기로움 밤에도 깨어 있었던 것이다.


p327 나도 지나치게 사랑하거나 지나치게 미워하는 주인에게는 화가 나겠지.

매사에 중용이 더 나은 법이니까. 머물고 싶어하는 손님을 서둘러 가게 하는 것이나 서둘러 가려는 사람을 붙드는 것이나 똑같이 잘못이지. 와 있는 손님은 환대하고 가고 싶어 하는 손님은 보내주어야지.


p332 헬레네 : 그대들은 내 말을 들으세요. 나는 불사신들이 내 마음에 불어넣어 주신 대로, 그리고 이루어지리라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예언하겠어요. 저 독수리가 제 종족들과 새끼들이 있는 산에서 와 집에서 기른 거위를 채 갔듯이,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도 많은 고생과 방랑 끝에 집에 돌아와 복수할거에요. 어쩌면 그분은 벌써 집에 돌아와 모든 구혼자들에게 내릴 재앙을 궁리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p338 인간들에게는 떠돌아다니는 것보다 더한 불행은 달리 없기 때문이오. 그러나 사람들은 방랑과 고난과 고통을 맞게 되면 그 빌어먹을 배란 녀석 때문에 심한 고통도 참게 마련이지요.


p340 하인들이란 안주인 앞에서 말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먹고 마시기를 열망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언제나 하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런 것들을 조금은 시골로 가져가기를 바라는 법이지요.

{각주 : 페넬로페가 자기 방에 틀어박혀 하인들도 잘 만나주지 않는 지금, 그녀가 행복하고 인심 좋던 그 옛날이 그립다는 뜻이다}


p341 진실로 많은 고생을 하며 많이 떠돌아다닌 사람에게는 고통조차도 나중에는 즐거운 법이니까요.

{정말 그럴까? 오뒷세우스는 너무 많이 고생했는데...... 그것을 다 견뎌 냈다는 즐거움이 남는 것일까?}


p344 제우스께서는 확실히 그대에게 나쁜 것만 아니라 좋은 것도 주셨군요.그대는 많은 고생 끝에 마음씨 고운 사람의 집에 오게 되어 그분이 자상하게도 그대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챙겨주고 잘 살고 있으니 말이오. 하지만 나는 이리로 오기 전에 인간들의 수많은 도시들을 떠돌아다녔소.


제16권 텔레마코스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

{제목만 봐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드디어 아들이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장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쁜 일이다. 고향 땅에 도착했을 때보다 더 기쁜 장면이다}

p352 아무리 강력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서 무엇을 이루기는 힘들지요.

{힘을 합치면 잘 해낼 수 있다!}


p355 사람들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먼저 아버지의 귀향의 날을 선택해야 하겠지요.


p357 필멸의 인간이 그 자신의 지혜로는 이런 일을 해낼 수 없을 것이오. 어떤 신이 그에게 접근하지 않고서는 말이오. 신이 물론 원하시기만 하면 힘들이지 않고 인간을 젊게 또는 늙게 만드실 수 있겠지요.

“텔레마코스야! 네 사랑하는 아버지가 집 안에 와 있는데도 지나치게 이상히 여기거나 놀라는 것은 옳지 못한 짓이다. 앞으로 다른 오뒷세우스는 이리로 오지 않을 것이다. 네가 보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이다.”

그들은 새들보다도, 이를테면 아직 깃털도 나기 전에 농부들이 그 새끼들을 보금자리에서 채 간 바다독수리들이나 발톱이 굽은 독수리들보다도 더 하염없이 엉엉 울었따. 꼭 그처럼 애처로이 그들의 눈썹 밑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하여 그들은 해가 질 때까지 비탄에 잠겼을 것이나 텔레마코스가 갑자기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따.


p358 저는 아버지께서 팔에 있어서는 창수시요 회의에서는 지혜로우시다는 명성을 늘 듣고 있었답니다.


p360 구혼자들이 집 안에서 나를 모욕해도 내가 치욕을 당하는 동안 네 가슴속 마음은 꾹 참도록 하여라. {승리를 위하여}

내가 너에게 머리를 끄덕이거든 너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홀 안에 있는 전쟁 무기들을 있는 대로 다 집어 들어 모조리 지붕 높다란 집의 맨 안쪽에 들여놓도록 하라.


무쇠란 그 자체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법이니까요.


제17권 텔레마코스가 시내로 돌아가다

p369 나는 이미 농장에 머물며 매사에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할 그런 나이는 지났소.


p370 사려 깊은 페넬로페도 자기 방에서 나오니 그 모습은 아르테미스나 황금의 아프로디테와도 같았다.


p374 마치 갓 태어나 아직도 어미 젖을 먹는 새끼를 암사슴이 강력한 사자의 은신처에 뉘어 놓고는 산기슭과 풀이 무성한 골짜기에 풀을 뜯으러 나가고 나면 제 잠자리로 돌아온 사자가 어미와 새끼 모두에게 치욕적인 운명을 안겨줄 때와 같이.


p371 오뒷세우스는 지금 앉아 있든 숨어서 다니든 벌써 고향 땅에 와 있고, 이 모든 악행을 알고는 모든 구혼자들에게 재앙을 꾀하고 있습니다. 내가 훌륭한 갑판이 덮인 배 위에 앉아 지켜본 새의 전주는 그러했고, 나는 그것을 텔레마코스에게 큰 소리로 알려주었습니다. {예고}


p377 지금 그야말로 고약한 자가 고약한 자를 인도하고 있구나. 신은 늘 유유상종케 하시는 법이니까.


p380 나는 너울과 전쟁터에서 고생을 많이해서 마음이 굳건한 편이오. 그러니 이들 고난들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그러나 배란 녀석이, 인간들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다주는 그 빌어먹을 배란 녀석이, 일단 욕구를 품게 되면 아무도 숨길 수 없는 법이오.

{밥의 중요성. 인간은 밥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최소한의 밥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p382 하인들이란 일단 주인이 권세를 잃고 나면 더 이상 정직하게 봉사하려 하지 않지요. 예속의 날이 한 인간을 덮치게 되면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제우스께서 그의 미덕의 반을 앗아가시기 때문이지요.


p383 염치는 궁핍한 사람에게 좋은 동반자가 아니라고 말하세요.

그때 아테네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어떤 자들이 올바르고 어떤 자들이 무도한지 알 수 있도록 구혼자들 사이에서 빵 조각을 모으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중 단 한 명도 재앙에서 구해내지 못할 운명이었다.


p384 예언자나 질병을 고칠 의사나 재목을 다룰 목수나 노래로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신적인 가인 같은 장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런 사람들은 끝없는 대지 위에서 어디서나 부름을 받게 마련이지요.


p388 정말이지 소 떼든 흰 양 떼든 사람이 자기 재산을 위해 싸우다가 얻어 맞으면 그때는 고통도 마음의 슬픔도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나는 인간들에게 수많은 재앙을 안겨주는 이 빌어먹을 가련한 배란 녀석 때문에 안티노오스에게 얻어맞았습니다. 걸인들에게도 신들과 복수의 여신들이 계신다면 안티노오스가 결혼하기 전에 죽음의 종말이 그를 따라잡게 되기를!


p389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겪은 모든 고통을 다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신들에게 가르침을 받아 그리움의 말들을 인간들에게 노래하는 가인을 어던 사람이 응시하고 있고, 가인이 노래하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물리지 않고 노래 듣기를 열망할 때와 같이, 꼭 그처럼 그는 오두막에서 내 곁에 앉아 나를 호렸습니다.


p390 그대는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내 아들이 재채기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나요?

{각주}고대 그리스인들은 큰 소리로 재채기하는 것을 길조로 여겼다.


제18권 이로스와의 권투시합


p395 그의 이름은 아르나이오스였는데 이것은 그가 태어날 때 그의 존경스런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모두 그를 이로스(심부름 꾼)이라고 불렀으니 누가 부탁만 하면 그는 심부름을 가곤 했기 때문이다.


오뒷세우스 : 이상한 사람이구먼! 나는 그대를 행동으로든 말로든 해코지하지 않을 뿐더라 누가 그대에게 많이 주더라도 시기하지 않소. 여기 이 문턱은 우리 두 사람이 있기에 충분하고, 그대는 또 남의 재물을 시기할 필요도 없소. 그대도 나와 마찬가지로 부랑자인 것 같고 우리가 부자가 되는 것은 신들에게 달려 있으니 말이오. 그대는 주먹다짐을 하자고 지나치게 도전해 나를 화나게 하지 마시오. 내 비록 늙은이지만 그대의 가슴과 입술을 피로 물들이지 않도록 말이오. 그렇게 되면 내일은 훨씬 더 내게 편안하겠지요. 그대는 아마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의 궁전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테니 말이오.


p400 대지가 기르는 것들 중에서, 숨쉬며 대지 위를 기어 다니는 온갖 것들 중에서, 인간보다 허약한 것은 아무것도 없소. 신들이 그를 번성하게 하시어 그의 무릎이 팔팔하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그는 훗날 재앙을 당하리라고 꿈에도 생각지 않지요. 하지만 축복 받은 신들이 그에게 불행을 자아내시면 그는 불행도 굳건한 마음으로 참고 견디지요. 그럴 수밖에는 없으니까요. 지상에 사는 인간들의 생각이 어떠한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어떤 날을 보내주시느냐에 달려 있소. {각주 : 인간의 마음은 행, 불행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어서 행보할 때는 오만하고 불행할 때는 소심해진다는 뜻이다.} 나도 한때는 사람들 사이에서 꼭 성공할 줄 알았소. 그러나 나는 나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믿고는 내 자신의 완력과 힘에 이끌려 못된 짓을 많이 저질렀소. 그러니 사람은 결코 도리를 무시하지 말고 무엇을 주시든 말없이 신들의 선물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오.


p409 그때 아테네는 당당한 구혼자들이 그를 모욕하고 가슴을 짓찧기를 온전하게 그만두게 하지 않았으니,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뒤셋우스의 마음속에서 원한이 더 깊이 사무치게 하려는 것이었다.


p410 그대는 자신을 위대하고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그대가 보잘것없는 소수와 어울리기 때문이오.


제19권 오뒷세우스가 페넬로페와 대담하다_세족(洗足)


p415 그가 이렇게 말하자 텔레마코스는 횃불의 불빛을 받으며 홀을 지나 방에 누어러 갔으니, 달콤한 잠이 찾아오면 그가 전부터 누워 자곤 하던 곳이었다.

{달콤한 잠 : 앞에서부터 계속 ‘잠’에 대해 나왔는데 특히 이부분에서 ‘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매일 같이 잠을 잔다. 매일 같이 먹고, 마시며, 잠을 잔다. 잠을 잘 때 우리의 의식은 꺼지고 무의식을 발동하여 꿈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의식이 꺼진 상태를 생각하니 달콤한 잠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하다. 근심, 걱정, 기쁨, 슬픔 등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깊은 밤으로 들어가는 그 시간의 신비가 궁금해진다.}


p421 그가 이렇게 참말 같은 거짓말을 잔뜩 늘어놓자 페넬로페는 듣고 눈물을 흘렸고 살갗이 녹아내렸다. 마치 서풍이 뿌려놓은 것을 동풍이 녹이면 고산 지대에서 눈이 녹아내리고 눈이 녹아내리면 강들이 흐르는 물로 가득 차듯, 꼭 그처럼 그녀의 고운 볼은 흐르는 눈물에 녹아내렸고 그녀는 바로 자기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을 위해서 울었다. 오뒷세우스는 울고 있는 아내가 마음속으로 애처로웠지만 그의 두 눈은 눈꺼풀 사이에서 뿔이나 무

쇠인 양 꼼짝도 않고 아주 교모하게 눈물을 감추었다.


p422 마치 마른 양파 껍질처럼 반짝였소. 그만큼 부드럽고 태양처럼 빛났지요.


p423 오뒷세우스 모든 전우들 중에서 특히 그를 존중했는데 그의 생각들이 자신의 생각들과 같았기 때문이지요.


p424 정말이지 이익에 관한 한 오뒷세우스는 필멸의 모든 인간들 중에서 가장 유능하고 어떤 인간도 그분과 다툴 수 없지요.


p426 인간이란 덧없는 존재지요.

누군가 그 자신도 가혹하고 그의 마음씨도 가혹하다면

그가 아직 살아 있을 때는 그가 죽을 때까지 모두들

그를 저주하고, 그가 죽었을 때는 모두들 조롱하겠지요.

그러나 누군가 그 자신도 나무랄 데 없고 그의 마음씨도

나무랄 데 없다면 그의 손님들이 그의 명성을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고귀한 자라고 부르지요.


p430 이 덤불로 말하자면 눅눅한 바람의 힘도 그것을 뚫고 분 적이 없었고 빛나는 태양도 햇빛으로 그것을 뚫고 비춘 적이 없었으며 비도 그것을 뚫을 수 없었다. 그만큼 그것은 짙었으며 그 안에서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p433 그러나 밤이 되어 잠이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게 되면 나는 침상에 누워 있긴 해도, 쓰라린 근심들이 내 마음 주위로 떼 지어 몰려와 비탄에 잠긴 나를 불안하게 한다오. 마치 판다레오스의 딸, 푸른 숲의 꾀꼬리가 새 봄에 우거진 나뭇잎 위에 앉아 고운 노래를 부를 적에 자주 곡조를 바꾸고 전음을 내며 낭랑한 목소리로, 그녀가 전에 제토스 왕에게 낳아주었으나 어리석게도 청동으로 죽여버린 사랑하는 아들 이튈로스를 위해 슬피 울때와 같이. 내 마음도 꼭 그처럼 두 갈래로 나뉘어 이랬다저랬다 한다오.


p434 내 집 거위 스무 마리가 있어 그것들이 물에서 나와 밀을 먹고 있고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때 산에서 부리가 굽은 큰 독수리 한 마리가 내리 덮쳐 거위들의 목을 모두 분지르며 죽였답니다. 그리하여 거위들은 집 안에 무더기로 쌓이고 독수리를 고귀한 대기 속으로 올라가버렸어요. 그러자 나는 꿈속인데도 소리 내어 울었고, 독수리가 거위들을 죽였다고 애처로이 울고 있는 내 주위로 머리를 곱게 땋은 아카이오이족 여인들이 모여들었어요. 그때 독수리가 되돌아와 용마루에 앉더니 사람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며 내 울음을 제지하는 것이었어요.


‘용기를 내시오. 멀리까지 명성이 자자한 아카리오스의 따님이여! 이것은 꿈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질 현실이오. 거위들은 구혼자들이고 나는 잠시 전에는 독수리였으나 지금은 그대의 남편으로서 돌아온 것이며 모든 구혼자들에게 수치스런 운명을 징루 것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꿀처럼 달콤한 잠이 나를 놓아주었다오.


p435 나그네여! 꿈이란 다루기 어렵고 해명할 수 없는 것이며 인간들에게 모두 그대로 실현되는 것도 아니라오. 그림자 같은 꿈의 문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뿔로 만들어졌고 다른 하나응 상아로 만들어졌답니다. 베어낸 상아의 문으로 나오는 꿈들은 이루어지지도 않을 소식을 전해주며 속이지요. 그러나 반들반들 닦은 뿔의 문으로 나오는 꿈들은 누가 그것들을 보든 꼭 실현되지요. 그러나 내 괴기한 꿈이 뿔의 문에서 나온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랬더라면 나와 내 아들에게는 반가웠겠지만 말이오.


p436 그러나 인간이 계속하여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불사신들은 곡식을 가져다주는 대지 위의 필멸의 인간들을 위해 매사에 적절한 몫을 정해주셨기 때문이오.


제20권 구혼자들을 죽이기 전에 있었던 일


p439 그의 마음은 안에서 짖어댔다. 마치 암캐가 낯선 사람을 보면 연약한 새끼들을 막아서며 짖어대고 사람에게 덤벼들기를 열망하듯이, 꼭 그처럼 그의 마음은 그녀들의 못된 짓에 격분하여 안에서 짖어댔다. 그러나 그는 가슴을 치며 이런 말로 마음을 꾸짖었다.


 “참아라, 마음이여! 너는 전에 그 힘을 제어할 수 없는 퀴클롭스가 내 강력한 전우들을 먹어치웠을 때 이보다 험한 꼴을 보고도 참지 않았던가! 그때도 이미 죽음을 각오한 너를 계략이 동굴 밖으로 끌어낼 때까지 너는 참고 견디지 않았던가!”


p441 사지를 풀어주는 잠이 그를 사로잡아 그의 마음의 근심을 풀어주고 있는 동안 알뜰한 그의 아내는 잠에서 깨어 부드러운 침상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p442 누군가 낮 동안에는 늘 눈물을 흐릴고 마음이 천근같이 무겁더라도 밤에 잠이 그를 사로잡는다면 그래도 참을 수 있는 불행이지요. 잠은 일단 눈꺼풀을 감싸면 좋은 일이든 궃은 일이든 만사를 잊게 해주니까요.


p452 그러자 팔라스 아테네는 구혼자들 사이에 그칠 줄 모르는 웃음이 일게 했고, 그들의 생각이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들은 느닷없이 일그러진 얼굴로 웃었고, 그들이 먹고 고깃덩어리에서 핏방울이 떨어졌고 갑자기 그들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으며, 그들의 마음은 비판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찼다.


p453 그러나 여신과 강력한 사나이가 곧 그들 앞에 차려놓게 될 만찬보다 달갑잖으 만찬은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먼저 사악한 짓을 꾀했기 때문이다.


제21권 활


p463 그분은 벌써 집에 와 있다. 여기 있느 내가 바로 그 분이다! 나는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하인들 중에 오직 자네들만이 내가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다른 하인들이 내가 다시 집에 돌아오도록 기도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자네들에게 나는 앞으로 있는 일들을 사실대도 다 말하겠다. 신이 당당한 구혼자들을 내게 굴복시키시면 나는 자네들 두 사람에게 아내를 주고 재산을 주고 내 집 가까이에 집을 지어줄 것이며, 앞으로 자네들은 나에게 텔레마코스의 전우이자 형제가 될 것이다. 나는 자네들이 나를 잘 알아보고 마음속으로 믿도록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겠다. 자, 이 흉터를 보라! 이것이 전에 내가 아우톨뤼코스의 아들들과 함께 파르낫소스에 갔을 때 맷돼지의 흰 엄니에 부상당했던 바로 그 흉터다.

{어떤 상황이어도 변하지 않는 신념. 신념을 지키는 끈기. 왕의 귀환. 견딤의 결실 등 이 부분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이십년 동안 지켜야 할 나만의 신조는 뭐가 있을까?}


p466 술이란 녀석은 적당히 마시지 않고 꿀꺽꿀꺽 마시면 다른 사람들도 상하게 하는 법이니까.


p468 어떤 훌륭한 남자의 집을 업신여기며 살림을 먹어치우는 자들이 백성들 사이에서 훌륭한 명성을 얻는다는 것은 어차피 안 될 일이지요. 그대들은 왜 그의 성공을 치욕으로 여기는 거죠? 저 나그네는 키가 아주 크고 체격이 탄탄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자랑하고 있지 않소!


p472 도끼의 자루 구멍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으니, 청동이 달려 묵직한 화살이 그것들을 모두 꿰뚫고 지나갔던 것이다.

{통쾌하다.}


제22권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을 죽이다.


p474 너희는 넓은 하늘에 사시는 신들도 후세에 태어날 인간들의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제 너희 모두의 머리 위에 파멸의 밧줄이 매여 있도다.


p485 구혼자들은 마음이 산란해져서 홀 안에 이리저리 흩어지니, 그 모습은 마치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봄날 윙윙대며 나는 쇠파리가 덤벼들면 떼 지어 사는 암소 떼가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나 네 사람은 마치 발톱이 구부러지고 부리가 구부정한 독수리들이 산에서 나와 작은 새들을 내리 덮치듯이 - 작은 새들은 구름에서 내려와 들판 위를 낮게 날지만 독수리들이 그것들을 덮쳐 죽이니 방어도 도주도 불가능하고 사람들은 그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 - 꼭 그처럼 네 사람은 구혼자들에게 덤벼들어 온 홀 안을 이리저리 돌며 닥치는 대로 쳤다.


p486 오뒷세우스가 레오데스에게 하는 말

그대가 정말로 그들 사이에서 예언자였다고 자랑한다면 그대는 달콤한 귀향의 실현이 내게서 멀어져 내 아내가 그대를 따라가 그대의 아이들을 낳게 해달라고 홀에서 가끔 기도했겠구나. 그러니 그대는 고통스런 죽음을 피할 수 없으리라!

{마음 속을 꿰 뚫고 있는 오뒷세우스. 내가 꼭 레오데스가 되어 다 들킨 것처럼 부끄러움을 느낀 장면이다.}


p487 나는 독학했고, 어떤 신이 내 마음속에 온갖 노래를 심어주셨으니 나는 신 앞에서처럼 그대 앞에서 노래하기에 적합할 것입니다. 그러니 살기를 억제하시고 내 목을 베지 마십시오.


p488 어부들이 코가 촘촘한 그물로 잿빛 바다에서 만을 이루고 있는 바닷가로 글어내놓은 물고기들처럼.

물고기들은 모두 바다의 짠 너울을 그리워하며 모래 위에 쏟아져 쌓여 있고 태양은 빛을 비추어 그것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꼭 그처럼 구혼자들은 겹겹이 쌓여 있었다.


p489 들판에서 소를 잡아먹고 돌아가는 사자처럼. 사자는 온 가슴과 양 볼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어 보기에도 무시무시하다!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의 두 발과 두 손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제23권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


p497 그대들 두 분께서는 마음의 기쁨을 향해 나아가실 수 있도록. 그대들은 고생을 많이도 하셨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그대의 오랜 소망도 모두 이루어져 그분께서 자기 집 화로로 살아 돌아오시어 그대와 아들을 홀에서 만나보셨어요. 그리고 악행을 저지른 구혼자들을 그분께서는 자기 집에서 모조리 응징하셨어요.

그자들은 자기들을 찾아오는 사람이 악한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지상의 인간들을 어느 누구도 존중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그자들은 자신들의 못된 짓 때문에 불행을 당한 것이오. (구혼자들)


p504 그리하여 그는 마음에 맞고 알뜰히 보살피는 아내를 울며 끌어안았다.

{감동 그 자체. 이것을 보려고 504페이지를 거쳐 왔다 .}

마치 바람과 부푼 너울에 떠밀리던 잘 만든 배가 포세이돈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 탓에 바다 위를 헤엄치던 자들에게 육지가 반가워 보일 때와 같이 - 몇 사람만이 잿빛 바다에서 뭍으로 헤엄쳐 나오고 그들의 몸에서는 온통 짠 바닷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들은 재앙에서 벗어나 반가이 육지에 발을 올려놓는다- 꼭 그처럼 그녀에게는 남편이 반가웠다.


p505 여보! 우리는 아직 모든 고난의 끝에 도달한 것이 아니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많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것을 모두 완수해야만 하오. 내가 전우들과 나 자신을 위해 귀향을 구하고자 하데스의 집으로 내려가던 날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혼백이 내게 그렇게 예언했소. 그러니 여보! 우리 이제 침상으로 가서 달콤한 잠으로 휴식을 즐기도록 합시다.


p507 오뒷세우스의 20년

그는 먼저 자신이 어떻게 키코네스족을 제압했고, 그 뒤 어떻게 로토파고이족의 기름진 나라에 도착했는지 이야기했다. 그는 또 퀴클롭스의 모든 짓거리와 그자가 인정사정없이 잡아먹은 강력한 전우들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보상 받았는지 이야기했다. 아이올로스는 그를 반가이 맞아주고 호송해주었으나 아직은 그가 사랑하는 고향에 돌아갈 운명이 아닌지라 다시 폭풍이 그를 낚아채 크게 신음하는 물고기가 많은 바다 위로 날랐던 것이다. 그는 또 자신이 어떻게 라이스트뤼고네스족의 텔레퓔로스에 도착했는지 이야기했다. 그자들이 그의 함선들을 부수고 훌륭한 정강이받이를 댄 전우들을 모조리 죽인 까닭에 오뒷세우스는 혼자 배를 타고 도망쳤던 것이다.

 이어서 그는 키르케의 계략과 수많은 책략을 이야기했고 또 테바이의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보고자 자신이 어떻게 노가 많은 배를 타고 하데스의 곰팡내 나는 집으로 내려가서 모든 전우들과 그리고 자기를 낳아서 어릴 적에 길러주셨던 자기 어머니를 만나보았는지 이야기 했다.

그는 또 자신이 어떻게 쉴새 없이 노래하는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어떻게 플랑크타이 바위들과 무서운 카륍디스와 사람들이 무사히 벗어난 적이 없는 스퀼라에게 가게 되었는지 이야기했따. 그는 또 어떻게 자기 전우들이 헬리오스의 소들을 죽였으며, 어떻게 높은 데서 천둥을 치는 제우스가 연기를 내뿜는 번개로 날랜 배를 쳐서 훌륭한 전우들이 모두 한꺼번에 죽고 자신만이 사악한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났는지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오귀기에 섬과 요정 칼륍소에게 가게 되었는지 이야기했는데, 칼륍소는 그를 남편으로 삼으려는 욕심에서 속이 빈 동굴 안에다 그를 붙들어두고 부양하며 그에게 영원히 죽음도 늙음도 모르게 해주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그의 가슴속 마음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는 또 어떻게 자신이 천신만고 끝에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가게 되었고, 어떻게 그들이 자기를 진심으로 신처럼 존경했으며 청동과 황금과 옷을 충분히 준 다음 배에 태워 사랑하는 고향 땅으로 호송해주었는지 이야기했다. 이것이 그가 들려준 마지막 이야기였다.

{오뒷세우스의 고난의 여정을 시간 순서대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24권 저승 속편_맹약


p514 그러니 그대는 죽어서도 이름을 잃지 아니하고 모든 인간들 사이에서 언제까지나 훌륭한 명성을 누리게 될 것이오. 아킬레우스여!


p518 행복하도다 그대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그대야말로 부덕이 뛰어난 아내를 얻었구려! 이카리오스의 딸 나무랄 데 없는 페넬로페는 얼마나 착한 심성을 지녔던가! 그녀는 결혼한 남편 오뒷세우스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모했던가! 그러니 그녀의 미덕의 명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불사신들은 사려 깊은 페넬로페를 위해 지상의 인간들에게 사랑스런 노래를 지어주실 것이오.


p523 그래서 노인은 두 손으로 시커먼 먼지를 움켜쥐더니 크게 신음하며 자신의 백발 위에 그것을 쏟아 부었다. 그러자 오뒷세우스의 마음은 감동되었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그는 가슴이 찡하고 코허리가 저리고 시었다.


p529 그만이 앞을 내다보고 뒤를 돌아보았기 때문이다.


3. 내가 저자라면

*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보완점

 1) 목차

 제1권 신들의 회의 후 아테네가 텔레마코스를 격려하다

제2권 이타케인들의 회의_텔레마코스의 출항

제3권 퓔로스에서 있었던 일들

제4권 라케다이몬에서 있었던 일들

제5권 칼?梔弩? 동굴_오뒷세우스의 뗏목

제6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가다

제7권 오뒷세우스가 알키노오스에 가다

제8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머물다

제9권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들_퀴클롭스 이야기

제10권 아이올로스_라이스트뤼고네스족_키르케

제11권 저승

제12권 세이렌 자매_스퀼라_카?層凋?_헬리오스의 소들

제13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를 떠나 이타케에 도착하다

제14권 오뒷세우스가 에우마이오스를 찾아가다

제15권 텔레마코스가 에우마이오스에게 가다

제16권 텔레마코스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

제17권 텔레마코스가 시내로 돌아가다

제18권 이로스와의 권투시합

제19권 오뒷세우스가 페넬로페와 대담하다

제20권 구혼자들을 죽이기 전에 있었던 일들

제21권 활

제22권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을 죽이다

제23권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

제24권 저승 속편_맹약


 2) 전체적 뼈대

 스물네 자의 그리스 문자에 따라 『오뒷세이아』는 24권으로 이루어졌고 그 행수는 1만 2천 111행이다. 과연 유럽 문학 최고최대(最古最大)의 서사시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는 오뒷세우스라는 특정 개인의 귀향을 둘러싼 모험담을 다양하고 복잡한 서사구조 속에서 직조해냄으로써, 신들은 구경꾼으로 하늘에 머물게 하고, ‘개인’(인간)을 이야기의 중심에 세워 인간과 세계에 대해 묘사한다.

 호메로스 훨씬 이전 시대부터 그리스에는 영웅에 관한 신화가 넘쳐났다. 웅장하지만 뚜렷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나 통일성이 없는 개별적인 것들로 모티프나 특성을 고양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최고의 경지에 오른 천재,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시인 호메로스가 그 숱한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와 전설을 바탕으로 총체성 속에 ‘인간’의 삶을 그려낸 것이다. 구전시가(口傳詩歌)를 편집하는 호메로스의 방식은 자신보다 힘이 강한 신화적 힘들을 극복해야만 귀향을 이루는 오뒷세우스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협하는 신화적 힘과의 대결을 통해 굳건한 인간이 되어가는 오뒷세우스를 그린 것이다. 그 결과 호메로스는 고대 그리스의 유일한 교과서가 되어 반복해서 읽혀지고 암송되었다. 생각하는 것을 가르친 정신적 지주이자 인생을 꿰뚫어본 정신이 되었다. 모든 그리스인은 호메로스의 정신 속에서 그리스인이 되었다. 

 시공간을 달리하는 오늘의 독자가 읽더라도 <오뒷세이아>는 형태와 플롯의 완벽한 통일성 속에 너무나 강렬하고 극적인 스토리로, 인생의 위엄과 쾌락과 비극을 그려내고 있어 읽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오랫동안 순수하고도 청명한 힘을 지니는 고전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건 아마도 호메로스가 수세기에 걸친 인간 체험의 다양한 본질과 통찰을 밝혀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3) 잘 된점, 보완점

 『오뒷세이아』는 쉽게 읽혔다. 그동안 읽어온 그리스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쌓여서 그렇기도 하고 천병희 역자가 잘 번역해준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호메로스가 이야기 구성을 아주 짜임새 있고 긴밀하게 연결하며 오뒷세우스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승리와 환희, 감격과 감동을 잘 표현해 줬기 때문이다. 저자의 상상력과 글의 뼈대를 잘 세운 점을 본받고 싶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내용을 전개하면서 앞 책에서(예를 들어 13권) 이야기 했던 것이 연결되어 다음에 나오는 책에도 나오게 했다. 24권을 만화책으로 재구성해도 좋을 것 같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면 그것을 사인으로 알고 구혼자들을 처치하자고 짠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오뒷세우스라는 영웅을 통해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이 많다는 것에서 아주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뒷세우스가 승리를 위해 전략을 짜는 것이나, 위기의 순간에서 지혜를 짜내서(퀴클롭스 동굴에서 빠져나오기) 탈출하는 것 등 배울 점이 많다. 주인공을 통해 독자에게 주는 영감과 지혜, 통찰력을 담았기에 닮고 싶은 작가이다.

 현재 저자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저자가 한 사람인지, 여러 사람인지에 대해 ‘호메로스 문제’로 논란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사실 개인적으로 한 사람이라고 여기기로 한 것인지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저자가 쓴 서사시에 대해 보완점을 논하려고 하니 쉽지 않다. 만약 내가 이것을 지은 저자이고 다시 퇴고를 한다면 긴밀한 연결성은 그대로 두고라도 표현에 다양화를 추구할 것 같다. 사실 그가 써놓은 깊이 있는 문장이나 생각, 그리고 줄거리에 대해 보완점을 논한 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다 이해하지 못한 나로선 부끄러운 일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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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05:05:10 *.39.134.221

진정 그대는 이것을 보려고 504페이지를 거쳐왔는가!

좀 쫌 실망이다.

결말이야 알고 시작했는데 말이다.

신파극같은 장면이 그래도 마음을 끄는가보다.

이상하다. 나한테는 이런것이 남아 있지 않은것 같다.

빡빡한 수업말고 여유로운 바람과 함께 탁배기 한잔을 언제나 할수 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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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06:46:17 *.142.242.20

ㅋㅋ

너무 격한 표현이어서 행님이 실망한 듯. 

아니면 재용오빠라고 생각하고 읽었기 때문일까? ^^

작가는 글로 표현하는데, 표현을 잘못하면 실망감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음! 

(실망했다고 하니 마음이 뜨끔하고, 실망감을 없애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의 만남만을 기다리며 책을 읽은 게 아닌데 

꼭 그러한 것처럼 붉어져버렸음. 

그 부분을 읽는 순간, 뭐랄까..  '아, 이제 드디어 만난다.' 이런 생각을 했긴 했지만. ㅎㅎ


탁배기 한잔? (탁배기가 뭔지 사전 찾아봄 ㅎㅎ)

산막이 옛길에서 마신 탁배기는 정말 달콤했었는데..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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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05:07:11 *.39.134.221

난 이글을 왜 재용이라고 생각하고 읽었을까

세린속에 재용의 모습이 있나보다. 다음글을 볼려고 할때 그때 알았다.

우리 같이 탁배기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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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7 17:48:01 *.114.49.161

세린신! 이번 북리뷰에서도 저는 안정감이 느껴지고요.

저 길고 상세하고 공이 듬뿍 든 저자 조사를 보며 이전에 나라짱이 가르쳐준

Two thumbs up을 외치게 되네요. (아 철자가 가물가물 -_- )

성실한 리뷰에서 많은 걸 돌아보게 됩니다.

주중에 책을 다 읽고, 타이핑을 하고, 그리고 저자 조사를 하나봅니다. 배우러 가야겠어요.

잘 가르쳐 주세요.

탁배기 한 잔 할 때 저도 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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