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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5일 11시 43분 등록
 

<내가 좋아하는 신화>

미네르바 여신과 아라크네의 솜씨 겨루기

 미네르바 여신과 베짜기 겨루기를 한 아라크네는 왜 거미가 되었을까?


 아라크네는 베 짜는 솜씨로 유명한 인간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이드몬은 포카이아 땅에서 나는 보라색 염료로 양털을 염색하는 일을 생업으로 했고, 일찍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 역시 남편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는 초라한 집안의 딸이었다. 이런 족보를 가진 아라크네는 오로지 베 짜는 재간 하나로 미네르바 여신 못지않게 세상의 칭송을 받았다. 이 처녀의 놀라운 손재주를 구경 하려 하려는 요정들도 많았다.


  아라크네는 사람들과 요정들에게 짜놓은 작품도 구경하게 해주고 짜고 있을 때의 손놀림도 보여줬다. 그녀의 베짜는 모습을 본 모두는 그녀의 훌륭함을 칭찬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팔라스 여신으로부터 그런 재간을 배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라크네 본인은 그 사실을 부인했다. 심지어 여신에게 배웠다는 말에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한다.


 “그럼 팔라스 여신더러, 와서 저와 겨루어보시라고 하지요. 제가 진다면 어떤 벌이라도 받겠어요.”


 이 소문을 들은 팔라스 여신은 백발 노파로 둔갑하여 아라크네에게 찾아왔다. 여신의 신성을 욕보이면 안 된다며 타이르고 용서를 빌라고 권했다. 하지만 아라크네는 감던 실꾸리를 뽑아들고 노파를 향해 갈기려다 참고, 팔라스 여신과의 대결을 한 번 더 선언한다.


 팔라스 여신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본 모습으로 돌아와 아라크네의 겨루기 신청을 받아준다. 아라크네는 오직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운명과 맞서려는 마음을 먹고 온 힘과 정성을 다 했다.


 팔라스 여신은 옛날 자신과 넵투누스가 도시의 이름을 두고 겨루기 하던 광경을 베폭에 짜 넣었다. (미네르바 여신이 승리하여 도시의 이름을 아테나이라고 했다.) 겨루기 마당에 위풍당당한 모습의 신들도 어느 신이 어느 신인지 금방 알아 볼 수 있게 짜 넣었다. 또 이 그림의 네 모서리에다 네 개의 겨루기 장면을 더 짜 넣었다. 다 자신의 겨루기 상대인 오만방자한 아라크네에게, 신들을 가볍게 여기면 어떤 벌을 받는지 가르쳐주기 위함이었다.


 아라크네는 자신의 작품에 신들의 비행(非行)을 낱낱이 폭로했다. 둔갑한 유피테르의 갖가지 모습을 짜 넣었다. 넵투누스, 포에부스 등이 변신하여 상대를 희롱하는 모습이나 남을 속이는 장면을 넣었다. 베짜기 여신인 팔라스는 물론, 잘된 것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질투의 신, 리볼 조차도 흠잡을 수 없는 완벽한 솜씨로 작품을 완성했다.


 겨루기 상대의 솜씨가 인간의 도를 넘는 데 격분한 미네르바는 신들의 비행을 낱낱이 폭로한 이 베폭을 찢어버리고는 들고 있던 퀴토르 산(産) 회양나무 북으로 아라크네 이마를 서너 번 때렸다. 아라크네는 그제야 여신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얻을 줄을 알고는 들보에 목을 매었다. 여신은, 제 손으로 들보에 목을 맨 이 아라크네를 가엽게 보고 그 끈을 늦추고, 헤카테의 약초즙을 한 방울 뿌려 목숨을 보존하되 늘 매달려 있게 만들었다. 아라크네는 꽁무니로 실을 내어 놓는 거미가 되었다. 그리고 거미줄을 만들어 거기에 매달려 산다. 



좋아하는 이유


1. 주인공 아라크네가 자신의 가문을 탓하지 않고,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았다는 점이 그녀의 최후를 떠나서 이 신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 미네르바는 아라크네의 솜씨를 왜 질투했을까? 어차피 자신의 능력이 아라크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세상에는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능력을 가진 소유자들이 나타나곤 한다. 미네르바는 그녀보다 뛰어난 인간이 나타날까봐 두려웠던 것일까? 나는 미네르바를 떨게 한 아라크네의 솜씨가 부럽다.


3. 아라크네의 뛰어난 솜씨에도 불구하고 아라크네는 거미가 되고 만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본 결과 아라크네는 사람들에게 받는 칭송의 영광을 모두 자신에게 돌렸기 때문인 것 같다.  신을 업신여기고, 모든 공을 스스로에게만 돌렸기 때문에 미네르바 여신이 화가 난 것이 아닐까? 섰을 때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교훈이 생각난다. 아라크네가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솜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게 신의 섭리를 받아들였다면 아마 거미가 되진 않았을 것 같다. 인간이 갖고 싶어 하는 명예 욕구에 절제의 미덕과 겸손의 미덕을 엿볼 수 있어 좋다.


 신의 축복을 받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며 칭송과 칭찬 앞에 겸손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인생이 더 있을까?


-> 3번의 이유는 오프 수업을 통해 달라졌다. 예술가들은 신의 경지에 오르기를 희망한다고 들었다. ‘오만’에 대해 들으면서 내가 나의 분야에서 누구와 겨룰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피부가 다 벗겨지는 한 형벌을 받더라도 나의 분야에서 내가 겨룰 상대가 신이라면 정말 오만한 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각이 달라졌다. 나는 어떤 것과 싸울 것인가? 그 하나를 찾아야 하며, 그 분야의 신과 겨뤄야 한다는 경종이 울렸다.



<나의 신화>

세린신의 능력


 신들 중 첫째인 부지깽이 신은 자신이 손을 쓰지 않으면 천지만물이 비참한 지경을 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서둘러 신들의 회의를 소집했다. 소집당한 신들은 10명, 부랴부랴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회의장에 모인 신들은 차례로 자신의 자리에 착석한다.


 의술의 신 레몬, 코치의 신 샐리올리브, 승리의 신 길수, 지혜의 신 윤정, 산의 신 재용, 뮤즈를 거느린 예술의 수호신 터닝포인트, 온유의 신 한젤리타, 비서가 있는 신 웨버, 모범신 콩두, 그리고 세린신이다.


 10명의 신은 부지깽이 신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 자신의 능력으로 비참한 세상을 어떻게 이롭게 변화시킬 것인지 계획서를 작성하기로 한다. 근데 쉽게 계획이 작성되지 않는다. 부지깽이 신은 고민 끝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10명의 신을 수련시키기로 결정한다. 부지깽이 신은 10명의 신들에게, 이미 글로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켰던 신들의 이야기를 읽게 하고, 자신의 글을 쓰는 훈련을 시킨다. 피튀기는 훈련이 시작되고 1만 시간을 다 채운 10명은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 그 중 세린신은 1만 시간동안 2가지 능력을 갖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마음을 읽는 능력과 남을 잘 이해시키는 능력이다.


 세린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낸다. 세린신에게 오는 사람들은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한 사춘기 반항아는 세린신 앞에 오더니 부모가 싫고, 벗어나고 싶다며 눈물을 흘린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항아의 부모는 부부관계가 좋지 않다. 만나면 싸우는 부모 밑에서 자란 반항아는 가족 모두가 함께 있을 때가 가장 불안하다고 했다. 세린신은 그런 반항아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가족 모두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코치한다. 그리고 반항아가 건강한 마음을 갖고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이끈다. 또 여대생이 찾아와 자신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세린신은 그녀가 그녀의 미래를 잘 그릴 수 있도록 코칭시간을 갖는다. 세린신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이용해 상처 받은 영혼의 마음을 치유하고, 소명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잘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린신은 수련을 통해 남들을 자신의 말로 이해시키는 능력을 탁월하게 발전시켰다. 그녀가 말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간다. 그녀가 무대에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존경의 눈빛과 마음을 보낸다. 그러면 그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온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적절한 예를 들어가며 유창하게 이야기를 한다. 이미 청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을 읽었으니, 이해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비전, 시간관리, 대인관계, 라이프 스타일, 사랑 등 그녀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종목은 다양하다. 세린신이 태어난 지 삼십년 쯤 됐을 때와는 아주 많이 달라졌다. 역시 신들에게도 1만 시간의 법칙이 통하나보다.


 세린신이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며,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되면서 인기와 인정도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포세이돈과 만나 결혼하고 2세를 낳게 되면서 잠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서 작은 우주를 기르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세린신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2세를 길렀다. 하지만 세린신은 그 삶에서 주는 통찰과 깨달음을 혼자 간직하기 아까워했다.


 세린이신이 이런 삶을 사는 동안 신들의 회의장에 함께 있었던 부지깽이 신은 변화경영사상가로 변신해 인간 세상에서 사람들이 꿈꾸는 변화에 지혜를 더했다. 그리고 9명의 신은 글로 자신이 맡은 분야에 공헌했다. 9명 중 몇몇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하기도 하고 또 몇몇은 스테디셀러 작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물론 세린신도 책을 냈다.


 세린신은 2세 기른 후 신들의 회의에서 했던 것처럼 새로운 계획서를 작성하려고 한다. 공백 기간 때문인지 처음에는 쉽게 작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전 신들의 회의를 통해 수련했던 1만 시간과 작은 우주를 기르며 얻게 된 통찰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줬다. 수련한 시간과 삶의 지혜는 서로 잘 융합되어 세린신에게 삶의 껍질 속을 들여다보는 예지력을 주었다.


 그녀는 그 능력을 가지고 진정한 작가신들의 대열에 낄 수 있게 됐다. 세린신은 책을 통해 보통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삶의 진실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구체화 시켜서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존재의 피상적 차원에 머물며 근원을 잊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삶의 껍질 속을 들여다보는 예지가 없었다면 아마 세린신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세린신은 세린신의 삶을 살면서 밝고, 명료하고, 군더더기 없는, 균형과 조화가 극치를 이룬 세련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신이 되었다. 또 멀리 내다보는 안목과 빠르고 정확한 판단,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고도로 세련된 외모와 생활방식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아마 그리스 신 중 아폴론 신을 닮아 글로 노래하고, 마음을 치유하며, 삶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끼치며 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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