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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8일 09시 58분 등록

신곡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옮김 ․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1. 저자에 대하여 

* 단테 알리기에리*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이하 단테-의 어머니는 태몽으로 월계수 아래 풀밭에서 단테를 낳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단테의 최초의 전기 작가였던 조반니 보카치오의 말을 따른 이야기이다. 단테는 1265년 5월 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아버지 알리기에로 디벨린치오네 달리기에리와 어머니 가브리엘라 델리아바티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에게는 여동생이 있었다. 단테의 아내 젬마 디 마네토 도나티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안계셨지만 시동생은 있었던 셈이다. 왜냐하면 단테의 어머니는 단테를 낳고 1270년 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망 년도는 불확실한 것 같다. 민음사 <<신곡>>, 천국편에 실린 작가 연보에 보면 어머니의 사망년도가 1270년에서 1275년 사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듬해 재혼하시지만 3,4년 뒤인, 1282년에 돌아가셨다. 단테가 젬마 도나티와 결혼한 년도는 1285년 (혹은 1290년)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단테의 생애와 사상을 결정지었던 것은 사랑, 지식인과 문인들과의 교류, 정치활동 그리고 유랑생활로 이어지는 당대 격변기와의 만남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사랑은 아내가 아닌 ‘베아트리체’였다. 그는 1274년 5월, 베아트리체 포르티나리를 처음으로 만난다. 단테의 나이는 9살이었다. 베아트리체는 평생 단테의 영혼을 이끈 천사이며 창작의 영감을 제공한 샘물 같은 존재로 남는다.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담은 <<새로운 삶>>에서 단테는 “그때부터 사랑이 나의 영혼을 지배했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다만 서로를 응시했을 뿐이었다. 이 응시는 단테가 나중에 <<신곡>>을 쓰면서 <천국편>에서 하느님의 세계를 다만 관조할 수 있는 무엇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 응시를 소년 단테는 9년동안 기억하고 1283년 다시 그녀를 만난다. 1283년에는 문학 수업과 창작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단테가 “최고의 친구”라고 부른, 진보적 성향의 시인 귀도 카발칸티와 창작 집단을 만들고 서신을 교환한다. 산타 크로체 수도원에서 인문학을 공부한다. 단테의 1283년을 나의 2012년과 비슷한 것 같다. 인문학을 공부하며 창작 집단에서 창조놀이를 즐기고 온라인에서 글을 나누고, 서로 교신하는 모양이 약 700년 전의 단테가 했던 활동과 같게 느껴지니 즐거움이 밀려왔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활동과 배움, 놀이들이 우리의 후대에게는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1283년 베아트리체를 우연히 만난 사건에 대해 좀더 이야기 해보자. 그는 베아트리체를 우연히 만나고 나서 바로 “마치 취한 사람처럼 자기 방의 한적한 공간으로 돌아가 푹 파묻혀 이 지극히 공손한 여자를 생각했다.” 그리고 아홉 시간에 걸쳐 꿈을 꾸는데, 거기서 사랑의 신의 팔에 안긴 벌거벗은 베아트리체가 자신의 심장을 먹는 것을 목격한다. 단테는 거기서 영감을 받아 무수히 시를 쓰고 또 쓰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해석해달라고 부탁한다. 

 몇 년이 지나 베아트리체는 어릴 때부터 집안기리 정혼한 사람과 결혼을 한다. 그러나 이는 단테의 마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단테가 보기에 결혼해서 한 사람에게 충실한 것은 다른 사람과의 행복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290년 6월 9일 베아트리체가 병에 걸려 죽는다. 그때 단테는 좌절과 눈물, 고뇌 속에서 문학을 갈구했다. 단테가 이때 갈구했던 문학에 대표작으로는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 키케로의 <<우정론>>, 호라티우스의 <<시론>>을 접한다. 문학 수업과 창작 외에 철학과 신학을 탐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에 심취한다. 또한 현실 정치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던 때이다. 

 단테에게는 베아트리체 이외에도 영향을 준 스승이 있는데 그는 1277년 무렵 만난 당대의 최고의 인문주의자로 이름을 떨친 브루네토 라티니이다. 그에게 수사학과 고전 문학을 배운다. 라티니는 1280년대에 단테에게 문화, 정치, 인간의 측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스승이었던 그는 1294년 혹은 1292년에 사망한다. 이때 1283년경부터 써 온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의 글들을 모아 <<새로운 인생>>을 완성한다. 이때 헝가리 왕이자 나폴리 왕가 후계자인 샤를 마르텔과 교류한다. 

 단테는 1295년 문인들도 참여할 수 있었던 의사와 약사 길드에 가입하여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한다. 1302년 피렌체에서 추방될 때까지 정치에 깊이 관여한다. 1300년 4월 22일 교화 보니파키우스 8세가 성년을 선포하는데 이 성년의 부활절 주간은 <<신곡>>에서 순례자 단테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시간으로 설정한다. 정치에 참여한 단테는 이내 여러 파벌들 사이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얽힌 분쟁들을 목격하면서 보편적인 권력의 적법한 행사가 곧 올바른 정치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런 방향에서 그는 특히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의 외교 사절로 활약하면서 여러 도시와 가문들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가 속한 파벌의 정치적 패배로 인하여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당하고 유랑의 길을 떠난다. 그 유랑은 단테로 하여금 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서 피렌체에서 겪었던 현실을 정신적, 이론적으로 극복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신곡>>은 그 결실 중 하나였다. 

 그는 끝내 피렌체로 귀환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세상을 겪은 경험은 그의 계몽적이고 보편적인 문학관을 형성하게 만들었다. 유랑시절 많은 작품을 썼는데 <<제정론>>, <<속어론>>, <<향연>>등이 있다. <<속어론>>은 라틴어가 지배적으로 사용되었던 당시에 이탈리아어가 근대의 적합한 문학 언어로 쓰일 수 있는지를 논의 주제로 삼은 것이고, <<향연>>은 교육자로서, 계몽가로서 맡아야 할 새로운 지적 역할을 다룬것이다. <<신곡>>은 1304년 지옥을 구상하면서 1321년 <천국편>을 완성하기까지 단테의 유랑 생활 동안 씌어졌다. 

 1321년 9월 13일 밤, 귀도 다 폴렌타의 사신으로 베네치아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병을 얻어 사망한다. 산피에트로 성당에서 장례식이 성대하게 치러지고 산 피에르 마조레(현재는 산 프란체스코) 교회에 안장된다. 사망 후에도 이십 년 동안 단테는 피렌체의 공적이었다. 1373년 10월, 피렌체는 당대 가장 뛰어난 단테 연구가였던 보카치오 단테 강연을 승인한다. 이는 피렌체가 단테를 귀환시키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노력의 첫 걸음이었다. 


*개인적 평가*

 단테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아버지처럼 숭상했으며, 자신이 호메로스,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루카누스, 그리고 베르길리우스와 같은 고전 문학 작가들에 이어 여섯 번째 자리에 오르기를 원했고 또 그렇다고 자부했다고 한다. <지옥편> 4곡에서도 스스로를 여섯 번째 시인으로 예언한다. 그의 자신감과 비전이 부럽다. 

 우주에 대한 단테의 지식은 비록 중세 천문학 체계에 터를 둔 것이었으나 놀랍도록 정교하고 원대하며, 어디까지나 인간 가치에 연루되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의 신학은 고전 문학이나 과학에서 만날 수 있는 이성의 원리들과 어긋나지 않았다. 그의 지평이 넓고 깊으며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에 있어서 나도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으면 공부를 많이 하고,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치열해져야 한다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단테의 <<신곡>>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는 지옥, 연옥, 천국을 넘나들며 죽음 이후의 세계를 썼지만 사실 그가 살았던 그 시대, 현실을 써놓은 것이었다. 환상적인 서사시이며 동시에 다른 세계로의 기행문이었다. 그의 시대에 감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었고 그 이후로도 아무도 능가하지 못한 다양하고 섬세한 사실주의적 필치로 인간을 자유롭게 묘사한 것이다. 그의 환상은 현실과 직접 닿아 표현됐다. 다양한 죄와 벌의 유형들, 섬세한 인간 성격과 심리들, 생동감 넘치는 묘사들을 통해 현실을 적절하게 재현하고 표현한 그의 표현력에 나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역사의식을 지닌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는데 라틴어가 아닌 피렌체어로 글을 썼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천적 지식인이었다고 평가 받는 단테의 방대한 지식의 바탕과 현실의 삶과 긴밀히 연결시켜 글을 써내려 갔던 재능과 영민함이 부럽고 닮고 싶다. 특히 묘사를 잘 못하는 나로써는 그가 묘사한 것들을 잘 베껴놓아 배우고, 적용시켜 보고 싶다.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지옥편]

<1곡>

p7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각주- 어두운 숲은 중세에 하느님의 빛이 들지 않는 악 혹은 인간의 문명이 뻗치지 않는 야만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이었고 실제로도 그런 영역으로 간주되었다.)

 신곡, 지옥편 첫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30년 살아온 것만큼 30년을 더 살면 60세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단테는 「시편」(90:10)의 판단을 받아들여 70세가 인간의 자연 수명이라고 생각했단다. 단테는 1265년부터 1321년까지 살았다. 나이를 계산해보면 56세에 사망했다. 요즘 시대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너무 짧은 생을 살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생의 길이와 시간의 흐름, 인생에 어떤 사건과 모습을 남기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봤다. 지금까지 살아온 30년 보다 앞으로 살 30년은 더 다양하고 굵직한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 안에 한 생을 키우는 일도 많은 부분 차지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왜 이렇게 생이 짧게 느껴지지? 


p7 어떻게 숲에 들어섰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으나, 

진정한 길에서 벗어난 그때 

잠에 취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p8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벌써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꼭대기를 보았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각주 - 여기서 ‘별’은 태양을 가리킨다. 태양은 순례자가 구원의 여행 끝에서 다다르는 곳이며, 그리로 이끄는 하느님의 은총이자 하느님 자신이다. 


p8-9 그런데 가파른 길이 막 시작되는 곳에서

아주 가볍고 날랜 표범 한 마리가 

점박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나타나더니,


눈앞에서 사라지기는 커녕

길을 완전히 가로막고 섰다. 

나는 돌아가려 몇 번이나 몸을 돌렸다. 

때는 아침이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태양은 성스러운 사랑이 처음에 

아름다운 것들을 움직이셨을 때 


자기와 함께했던 별들과 함께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바로 하루 중의 그 시간과 달콤함 계절 덕분에

얼룩진 가죽을 두른 짐승에게서


벗어날 큰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광경에 두려움은 떠나지 않았으니, 

사자 한 마리가 앞에 나타난 것이다. 


머리를 바짝 쳐들고 허기져 광폭해진 입을 벌리고

나를 덮칠 것만 같았으니, 

그놈을 둘러싼 공기마저 떠는 듯했다. 


거기에 말라빠진 몰골에 허기를 채우려는 

갈망을 그득 담은 암늑대가 가세했다. 


(각주- 표범, 사자, 암늑대는 각각 음란, 오만, 탐욕을 상징한다.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죄의 주요 원인들이 지금 순례자를 위협하고 있다.)


p13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을 보고 그가 대답했다.

“이 숲을 벗어나고 싶다면

너는 다른 길로 가야 한다.


너를 고통스럽게 하는 저 짐승은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을 그냥 놔두지 않고

가로막아 죽이기까지 한다.


본성이 사악하고 황폐하여

탐욕을 채워 본 적이 ㅇ벗으며,

먹으면 먹을수록 더 허기를 느끼는 놈이다.


그놈과 비슷한 짐승들은 참으로 많으니,

사냥개의 사나운 이빨이 그놈을 죽이기 전까지 

그놈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사냥개는 흙과 쇠가 아니라

지혜와 사랑과 덕을 먹고 살 것이며,

펠트로와 펠트로 사이에서 태어날 것이다. 

(각주 - “사냥개”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하인리히 7세, 샤를마르텔, 혹은 단테 자신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캉그란데 델라 스칼라를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스칼라는 1308년부터 1329년까지 베로나의 영주였으며, 베로나는 펠트로와 몬테펠트로 사이에 있었다. 그의 “지혜와 사랑과 덕”은 단테가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단테는 1312년 말부터 1318년 중반까지 캉그란데의 호의 아래 그의 유랑 생활 중 가장 오랜 기간 한곳에서 편안히 머무르며 『신곡』을 집필할 수 있었다.)


p14 네가 날 따르는 것이 너의 최선이라고

생각되어 판단하노니, 내 너의 길잡이 노릇을 하여

여기서부터 영원한 곳으로 너를 이끌 것이다.


그러는 동안 너는 좌절의 울부짖음을 들을 것이고,

두 번째 죽음을 부르짖는

고통 받는 옛 영혼들을 볼 것이다. 

지옥임을 명확하게 드러내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죽음”은 영혼의 죽음을 말하는데 지옥에서 고통 받는 영혼들이 형벌이 영원히 지속되기 때문에 차라리 영혼의 영원한 죽음을 바라는 의미에서 두 번째 죽음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2곡>

p16 날이 저물고, 불그레한 하늘은

지상의 모든 생명에게 하루의 고달픈 일을 

놓고 쉬라 하는데, 나 홀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방랑의 길을

떠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기억은 이 모든 것을 틀림없이 기록하리라. 


p18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혹시 경솔한 짓이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현명하신 이여, 내 말의 숨은 의미를 이해해 주소서. 


뭔가를 하겠다고 하다가

이내 의지를 버리고 매 순간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라도 된 양


나는 그렇게 어두운 산기슭에 우두커니 서 있었으니,

머리는 온갖 잡념에 사로잡혀,

처음에는 그토록 서두르던 일을 그만둘까 생각했다. 

‘나’를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이다. 어쩜 이리도 잘 표현해주었지? 


인간은 언제나 그 겁 때문에 머뭇거리고,

제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짐승처럼

명예로운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p21 그대를 보내는 나는 베아트리체.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에서 왔지요.

사랑이 나를 말하게 하고 움직이게 합니다. 


p21 ‘아, 거룩한 여인이여! 오직 당신을 통해서 

인간은 가장 작은 궤도를 그리는 하늘안에

담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부탁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벌써 복종하여 따랐다 해도 늦은 것만 같군요.

더 이상 마음을 보여 주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당신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 저 넓은 곳에에서 

어찌 이곳 중심까지 내려오기를

꺼리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시오.’


두려움은 남에게 해를 입힐 힘을 

지닌 것들에게서만 나오는 법입니다.

다른 것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요. 


p23 세상에는 스스로를 도와 죄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준비된 사람들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게 뭔가! 왜, 왜 주저하는가?

왜 마음속에 겁을 품는가?

왜 용기와 솔직함이 없는가? 

나에게 질문하는 것 같다. 오, 오, 오! 어찌 알았지? 파고드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하다 


p25 추운 밤에 고개를 숙이고 오므라든 꽃들이

아침 햇살에 모두들

줄기에서 활짝 피어나듯이


나는 지친 힘을 돋우었다.

그리고 뜨거운 열정이 가슴에 흘러,

자유로워진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나를 구원하신 그분은 참으로 자비로우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진실된 뜻을 주저 없이 따른

당신도 참으로 친절하십니다.


당신께서 이런 말씀으로 

내 가슴속의 열정을 움직이게 했으니,

처음에 지녔던 내 뜻을 다시 살려 보려 합니다. 


이제 가시지요. 우리의 두 의지가 합쳐졌으니

당신은 저의 길잡이요, 주인이자 선생이십니다.”

이렇게 말하자 그는 앞장을 섰고


나는 그 험난한 여행을 시작했다. 


<3곡>

p27 “여기서는 네가 가진 모든 불신과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내 너에게 말한 곳에 우리가 왔으니,

넌 지성의 선을 잃은 자들,

그 비참한 무리를 보게 될 것이다.”


그가 평온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 있었기에

나는 한결 안심이 되어 

감추어진 것들 속으로 들어섰다.


한숨과 울음과 고통의 비명들이

별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처음 들은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언어들, 끔찍한 얘기들,

고통의 소리들, 분노의 억양들, 크고 작은 목소리들, 

그리고 손바닥 치는 소리들이


마구 엉켜 아수라장을 만들었고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는 모래알처럼

그 영원히 깜깜한 하늘에 떠돌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머리를 감쌌다. 


p31 깃발을 따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죽음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난 믿을 수 없었다. 


p33 당황한 나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내 말이 그를 귀찮게 했나 걱정스러워

나는 강가에 이를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순례자 단테의 모습 속에서 나는 자주 나를 보는 것 같다. 

길잡이가 자신의 길을 안내해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옥에서 의지할 분은 그 분 밖에 없으니 그분을 신경 쓰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p34 “넌 다른 길로, 다른 항구를 통해

다른 언덕으로 가야 한다. 

더 가벼운 베라야 널 태울 수 있다!”

단테의 구원 암시 


이에 길잡이가 말했다. “화내지 마시오, 카론!

뜻하는 대로 이룰 수 있는 저 높은 곳에서

원하셨으니 더 이상 묻지 마시오.”


그들은 하느님과 그들의 부모, 

인류와 이 땅, 시간, 그리고 그들의 자손과

그들의 탄생의 씨앗을 저주했다. 


p35 가을이 되면 나뭇잎들이,

앙상한 가지가 땅에 흩어진 제 잎들을 내려다볼 때까지 

하나씩 하나씩 연이어 떨어지듯,


아담의 사악한 씨앗들은

손짓으로 부름받은 새들처럼

그곳 강둑에서 배를 향해 하나하나 뛰어들었다.


그들이 강을 건너려고 밀려드는 것은 

하늘의 정의가 그들을 몰아

모든 두려움이 갈망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다. 두려움이 갈망으로 변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p36 선한 영혼은 이 길로 가지 않는다.

그러니 카론이 너에게 잔소리를 한다 해도 

그 의미를 새겨 보아라. 깨닫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눈물에 흠뻑 젖은 대지가 바람을 밷어 냈고

갈라진 틈을 통해 붉은 번개를 쏘았다. 

그 뻗친 섬광은 나의 온 감각을 빼앗았기에


나는 마치 잠든 사람처럼 쓰러졌다. 


<4곡>

p37 나는 끝없는 고뇌의 통곡을 모아 놓은

고통스러운 깊은 나락의 구멍이 입을 벌린 

그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p38 그곳에서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한숨 소리만이 영겁의 허공을

언제까지라도 떨게 하고 있었다. 


겹겹이 떼를 지은 어린이, 여자와 남자의 

육체 없는 고통이 흘러나왔다.

그들의 슬픔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묘사할 때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p39 그리스도 이전에 살면서 그들은

하느님을 올바로 대하지 않았어. 

나도 그들 중 하나란다. 


다른 잘못은 없어. 그 죄 하나 때문에

우리는 버림받았다. 언제까지라도 

희망 없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는거야.

단테가 가지고 있었던 질문인 것 같다. 그리스도 이전에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구원. 뒤에 보면 그리스도가 모세를 시작으로 많은 믿음의 조상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과 지혜의 대가들이 선택되어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이 단테가 생각했던 구원의 평등이 아니었을까?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 중 내게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교회 청년부 리더이기 때문에 질문하는 것 같다. 난 쥐뿔도 모르는데.) 그럼 예수님을 몰랐던 시대의 사람들은 어쩔 것인가? 그들의 구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지 않은가? 난 그럴 때 내가 가진 지혜나 경험으론 아무 말도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곤 한다. 구원은 우리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에 그들의 구원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 할 수 있지 않다는 의견을 낸다. 의문에 대한 해답은 아니지만, 나 나름대로 정리한 의견이다. 


p39 이 말을 듣자 엄청난 고통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그 림보에 억류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말해주세요, 선생님! 말해주세요!”

나는 죄를 이기는 우리의 신앙을 

확인하고 싶어 입을 열었다. 


“자기가 잘해서든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서든

여기를 벗어나 축복받은 자들이 된 사람이 있습니까?”

시인은 나의 숨은 뜻을 간파했다. 


p40 “내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지.

머리에는 승리의 관을 쓰고 

권위와 경외로 오시는 분을 보았어.


그분은 최초의 아버지 아담의 영혼을 끌어내고

이어 그의 아들 아벨, 노아의 영혼과

율법을 주고 순종한 모세의 영혼과


족장 아브라함과 다윗 왕, 

야곱과 그의 아버지 이삭, 그 자손들,

야곱이 큰 정성을 쏟은 라헬,


그리고 다른 선택된 영혼들을 끌어내 축복해 주셨지.

그날 이전에는 어떤 영혼도

그런 구원을 받을 적이 없었다.”


p41 “손에 칼을 들고 나머지 셋보다 앞서서

마치 우두머리처럼 오고 있는 자를 보아라. 


그는 호메로스, 시인들의 왕이다.

반가운 이름이다. 


p43 다음은 호라티우스가 오고 있다. 예리한 풍자가였지.

세 번째는 오비디우스, 마지막은 루카누스구나.

오비디우스도 반갑다. 


그들은 더 큰 영광을 내게 베풀었다. 

나를 초청하여 내가 그들의 무리 중에서

여섯 번째가 되도록 한 것이다. 

단테는 스스로를 예언했다./ 말과 생각의 힘. 


이제 우리는 빛을 향하여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곳은 워낙 말하는 일에 익숙한 만큼

침묵을 지켜야 좋을 것들을 얘기했다. 


p45~47 많은 동료들과 함께 있는 엘렉트라가 보였고,

그들 가운데 헥토르와 아이네이아스, 그리고

독수리 눈을 한 갑옷 차림의 카이사르가 눈에 들었다. 


카밀라와 펜테실레아도 보였으며

다른 쪽으로는 라티누스가 옥좌 위에 있었고,

그 곁에 딸 라비니아가 서 있었다. 


타르퀴니우스를 쫓아낸 브루투스가 보였고,

루크레티아, 율리아, 마르치아와 코르넬리아가 보였다. 

살라딘은 한쪽에 떨어져서 혼자 있었다. 


눈썹을 더 높이 들어 올리자

철학자 가족 가운데 앉을 만한

사람들의 스승이 보였다. 


모두가 그를 우러르고 그에게 영광을 돌리고 있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만물이 우연하다고 주장했던 데모크리토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제논, 헤라클리토스가 보였다. 


사물의 특성을 분류하는 재능이 있던 

디오스코리데스, 그리고 오르페우스와 키케로,

리노스, 도덕의 원리를 잘 세운 세네카가 보였다. 


기하학자 에우클레이데스, 프톨레마이오스,

히포크라데스, 아비세나, 갈레노스

그리고 위대한 주석가였던 아베로에스도 보였다. 


거기서 본 이들은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다. 

해야 할 긴 얘기가 날 앞으로 떠밀고, 

말이 사실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으니,


이제 여섯 시인의 무리는 둘로 나뉘고, 

현명한 길잡이는 새로운 길로 나를 안내하여

그 고요로부터 빠져나와 요동치는 허공으로 나아가니


나는 빛이 전혀 없는 곳으로 향한다. 

단테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좋아했었나보다. 그를 철학자 가족 가운데 앉히고 사람들의 스승이라고 일컬은 것을 보니 그렇다. 나도 삶을 살면서 영향을 받을 인류의 스승들을 차곡차곡 잘 기록해 놓고 내게 준 영향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 동시에 답답함도 느껴진다. 책을 읽고, 연구하는 깊이가 너무 얕아 세월을 그저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근데 감수성과 지성의 깊이와 넓이는 우리가 측량하기 어려우니 깊어졌다는 만족감이나 넓어졌다는 자만심도 생기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5곡>

p49 넓게 열린 문에 속지 말지어다

좁은문과 반대됨. 좁은문, 좁은길, 남이 가지 않는 문, 남이 가지 않는 길로 가는 것에 대한 가치. 그런 삶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우러러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p49 그때 한탄의 소리가 내 귀를 

채우기 시작했다. 무수한 통곡이

나를 뒤흔드는 곳에 이른 것이다. 


모든 빛이 침묵에 잠기는 곳.

맞부딪치는 바람들이 싸우는 전쟁터.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가 으르렁거리는 곳.


쉴 새 없이 불어 대는 지옥의 태풍은

영혼들을 휘둘러 회초리로 

몰아세우며 괴롭히고 있었다. 


영혼들이 허물어진 벼랑으로 휩쓸려 갔을 때 

비명과 한탄, 통곡이 밀려왔다. 

그들은 하느님의 권능을 저주하고 있었다. 


p51 이성을 욕망의 멍에로 씌워

속박시킨 자들


p54 날개를 활짝 펴고 가벼이 나는 

비둘기들이 허공을 가르며

편안한 둥지를 향해 내려오듯이,


이들도 디도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세찬 바람을 뚫고 우리에게 내려왔다. 

나의 애정 어린 간청이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p55 사랑은 온화한 가슴에 이내 스며드니


사랑은 사랑받는 사람을 결코 놓아주지 않으니


사랑은 우리를 하나의 죽음으로 이끌었지요.

(각주: 하나의 죽음(una morte)은 그 발음으로 보아 ‘사랑(amore)‘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사랑은 죽음을 불러왔지만, 그 죽음도 역시 사랑이기에 사랑을 갈라 놓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정확히 말해 이 말은 사랑 자체로 보다 두 사람의 운명적인 결합이 죽음까지 뛰어넘고 있음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p56 나는 대답했다. “아, 얼마나 많은 달콤한 생각과

얼마나 큰 욕망이 저들을

이렇게 고통스러운 길로 내몰았던 것일까요!”

 

나는 그들에게 말머리를 돌렸다.

“프란체스카여! 당신의 기구한 운명이 나를

울리는구려. 슬프고 가여울 뿐이빈다.


말해 보시오. 한숨짓는 달콤한 욕망으로 살던 

그 시절에 어떻게 사랑이

당신의 숨은 열정을 알려 주었단 말이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당신의 선생님은 아시겠지만

비참할 때 행복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는 일만큼

괴로운 것은 없어요.


p57 어느 날 우리는 한가롭게

랜슬롯의 사랑 얘기를 읽었어요. 

우리뿐이었어요. 거릴낄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요. 


읽어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 여러 번 눈을 마주쳤어요.

얼굴도 여러 번 붉혔지요.

그러다 단 한순간이 우리를 엄습했어요. 

글이 주는 영향력, 이야기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했다. 작가는 글을 쓸 때 사명감을 가지고 써야한다.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게 되고, 그 글을 읽는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주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6곡>

p65 길잡이가 말했다. “천사의 마지막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마지막 심판의 날이 올 때까지

그는 깨어나지 않을 거야.


그때가 되면 모든 영혼은 저들의 비참한 무덤을 다시 찾아

흙이 된 자신의 육신과 형체를 한 번 더 지니고서

영원히 되울리는 최후의 심판을 듣게 될 거야.”

마지막 심판의 때를 묘사하고 있다. 


p65~66 “네가 배운 것을 잊었구나.

기쁨이든 고통이든 모든 것은

완전하면 완전할수록 더 뚜렷한 법이다.


저주받은 이 무리는 결코

진정한 완전을 누릴 수 없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7곡>

p67 깊은 곳으로 가는 우리의 여행에는 다 이유가 있다. 

미카엘이 오만한 폭력에 정의로운 복수를 했던

저 높은 곳에서 바라시는 바다. 


p69 마주 오는 파도와 부딪혀 부서지는

저 카리딧 바다의 파도처럼, 

이곳의 영혼들은 한데 어울려 춤추며 부서진다.


p71 아들아, 보아라. 재화는 운명의 손에 들려 있건만,

우리 인간들은 그 때문에 처절히도 싸운다.

그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


달 아래 있는, 언제라도 있었던 

황금을 전부 바쳐도 이 지친 영혼들 중

하나라도 쉬게 할 수 있더냐


p73 “참 어리석은 세상이다.

저 무지한 무리를 보아라.

너는 귀를 기울여 내 말을 잘 들어 보아라. 


모든 것을 초월하는 지혜를 지니신 분이

하늘을 만드셨고, 인도하는 성령을 시켜

빛을 동일하게 나누어


온 하늘을 골고루 환하게 비추시는구나.

세상의 영화도 그렇게 되도록

인도하고 다스릴 자를 내세우셨다. 


그녀는 헛된 재화를 때로는 종족에서 종족으로,

핏줄에서 핏줄로, 인간의 간섭 일체를 

훌쩍 뛰어넘어 지나다니도록 했다. 


어떤 민족은 흥하고 어떤 민족은

쇠하는 것이 풀밭의 뱀처럼

숨은 그녀의 판단에 달렸다. 


인간의 지식은 그와 맞설 수 없다. 

그녀도 다른 신들과 마찬가지로

미리 예언하고 판단하며 시행한다. 


그녀의 변신은 쉼이 없다. 

필요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며

그에 따라 인간 만사가 순식간에 덧없이 변한다. 


그녀에게 칭송을 바쳐야 할 사람들이

분별없이 욕하고 저주하며

수도 없이 그녀를 십자가에 매달기도 하는구나.


하지만 그녀는 복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그리고 하느님의 다른 첫 피조물들과 더불어

자신의 복됨을 즐기고 자신의 바퀴를 돌린다. 


<8곡>

p81 저자는 세상에서 거만했던 사람이었지. 

일생동안 누구도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 준 기억이 없어서

그의 그림자가 이렇게 사납게 구는 거란다. 


세상에서는 스스로 위대하다 여기지만

여기서는 진흙탕 돼지처럼 뒹굴며

야비한 기억만 떠올릴 자가 얼마나 많을지!

p86 그러나 여기서 잠시 날 기다려라. 초췌한 영혼을

위로하고 밝은 희망을 키워라. 

내 너를 이 낮은 세상에 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자애로운 아버지는 나를 버려두고 가 버렸다. 

나는 두려웠다. 여러 갈래의 생각들이

내 안에서 싸우고 있었다. 


<9곡>

p89 “어쨌든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 위대한 분의 도움이 있지 않나.

그런데 오시는 길이 왜 이리 더딘가!”


나는 그가 처음에 하던 말을 뒤이어 나오는 말로

덮어 버리는 것을 보았는데,

뒤이은 말은 처음의 말과는 사뭇 달랐다. 


끝내지 않은 그 말에 나는 몹시 두려움을 느꼈다. 

아마도 그가 했을 생각보다 그 잘려 나간 말들을

더 나쁜 의미로 채웠기 때문일 것이다. 


p93 “메두사를 불러라! 저놈을 돌로 만들다!”

그들은 우리를 내려다보며 울부짖었다.

“테세우스를 쉽게 놔 준 것이 원통하구나!”


아, 견고한 지성을 가진 여러분이여!

내 비상한 글의 너울 아래

감추어진 의미를 생각해 보라!

(각주 : 독자에게 숨은 의미를 발견하라고 단테가 환기 시켜주는 부분. <<신곡>>에는 단테가 작가이자, 순례자이다. 이렇게 독자를 환기 시키는 부분들이 있다.)


흐릿한 물결을 넘어서 무서운 소리가

거대하게 밀려 들어와

양쪽 둑이 부르르 떨렸다.


열기가 맞부딪치며 내는

격렬한 바람 소리와 같았다.

거칠 것 없이 숲을 휩쓸고 요동치며


나뭇가지들을 후려치고 잘라 내

멀리까지 날려 보내는 바람, 거대한 먼지 기둥을 일으켜

짐승과 목동을 도망가게 만드는 바람이었다. 


p94 원수인 뱀 앞에 선 개구리들처럼

수많은 영혼이 연못 속으로 뛰어들어 흩어지더니 

제각기 바닥에 납작 웅크렸다.


p94~95 아, 그분이 얼마나 많은 경멸을 담고 있었던가!

그분이 문에 이르러 가느다란 지팡이로 건드리자

문이 열렸다. 아무런 저항도, 그 어떤 거침도 없었다. 


<10곡>

p101 “당신의 위대한 지성으로

이 눈먼 감옥을 활보한다면, 내 아들(카발칸티)은 

어디 있는 거요? 왜 당신과 함께 있지 않은 거요?

단테의 친구 귀도 카발칸티를 말한다. 


p104 미래의 문이 닫히는 순간

우리의 지식이 완전히 죽는다는 것을

이제 당신은 이해하겠지!


p106 아름다운 눈으로 모든 것을 보는 그녀의

부드러운 눈길 앞에 설 때 너는

네 삶의 길을 알게 될 것이다. 

<천국편>을 예고 하고 있음. 그녀는 바로 베아트리체이다. 


<11곡>

p107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우리 감각이 이 처참한 냄새에

익숙해지 테니 말이다. 


p109 불의는 하늘의 증오를 사는 모든 악덕의

끝이고, 불의의 끝은 다른 사람을

폭력과 배반으로 해치는 것이다. 


배반은 사람만이 지니는 악덕이기에

하느님이 더욱 싫어하신다. 그렇기에 사기꾼들은

이 가장 낮은 고리들에서 가장 깊은 고통을 당하지. 


그 첫 번째 고리에는 폭력배들이 

갇혀 있어. 폭력은 세 부류에게 행사되므로

그 고리를 세 구령으로 나눠 만들어졌다. 


폭력은 이웃과 자기 자신, 그리고 하느님에게, 

또한 그들이 가진 것들에 행사된다는 것을

너는 듣고 분명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폭력은 이웃에게 처참한 죽음과 쓰라린

상처를 입힌다. 그들의 재산을

파괴하고 불사르며 약탈하기도 하지. 


그런 살인자, 폭력배, 도둑, 그리고 

모리배 들이 첫 번째 구렁에서 

무리 지어 벌을 받는다. 


사람은 제 손으로 자신과 자기 재산도

파괴할 수 있어. 그런 사람들은

두 번째 구렁에서 뉘우치고 있다. 


그들은 세상에서 스스로 제 몸을 더럽히거나

도박으로 살림살이를 탕진하고

그로 인해 비참하게 우는 자들이야. 


도 하느님을 마음으로 부정하고 저주하면서

하느님의 선함과 본성을 비웃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있는 세 번째 구렁은 가장 좁다. 


그곳에서 소돔과 카오르, 또 하느님을 

속으로 깔보고 악담을 퍼붓던 자들에게

화인을 찍어 표시한다. 

폭력이 이웃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그리고 하느님에게도 행사되는 죄다. 특히 자기 자신과 하느님께 행해지는 폭력에 대해서 짚어보고 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p111 우리는 양심을 찢어지게 하는 배반의 죄를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에게나

조금도 믿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저지를 수 있지. 


후자의 경우는 운명이 맺어 준 

사랑의 끈을 끊어 버릴 뿐이지. 

그래서 두 번째 고리에는 


위선자, 아첨꾼, 마법사, 

허풍쟁이, 도둑, 성직 매매자, 

포주, 사기꾼과 같은 추악한 자들이 둥지를 틀고 있어. 


마지막으로 자기를 믿는 사람을 배반하는 일은

타고난 사랑과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특별한 믿음을 파괴하는 극악이야. 


그래서 지옥 맨 밑바닥의 가장 좁은 고리, 

즉 지구의 중심부 디스 주변에 모든 배신자들이

몰려 있고, 그들의 고통은 잠들지 않는 거야. 


p113 흐릿한 나의 시선을 고쳐 주는 햇살이여!

나의 의심을 풀어 주며 날 기쁘게 하시니, 

의심함이 아는 것 못지않게 즐거운 일이 되는군요. 


“철학은 그걸 배우려는 사람에게 

단 하나만 가르치지 않으니, 

마치 자연이 성스러운 지성과 그 기술로 


제 진로를 잡아 나가는 것과 같다. 

<<물리학>>을 잘 읽어 보면

몇 장 넘기지 않아 마치 학생이 선생을 따르듯이


인간의 기술이 자연을 따르고 있음을

알게 될 거야. 그러니 인간의 기술은

하느님의 자손과도 같은 것이지.


<창세기>를 처음부터 잘 되새겨 보면

인간은 자연과 기술로 삶을 영위하고

번영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거다.


그런데 고리대금업자는 다른 길로 걸으니, 

자연 자체와 그 부속물을 멸시하고 

다른 것에 희망을 걸지 않더냐. 


<12곡>

p118 아, 눈먼 탐욕이여! 어리석은 분노여!

짧은 인생 동안 그렇게 우리 뒤를 쫓아다니더니

영원한 삶에서는 이런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구나!


p119 나는 거대한 웅덩이를 보았다. 

둥글게 휘어 있었다. 마치 고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하여 길잡이가 말해 준 그대로였다. 


p124 마침내 폭군들이 신음하는

가장 깊은 곳까지 이른다는 것을 

네가 믿기 바란다. 


<13곡>

p129 나는 페데리코의 마음을 움직일 열쇠를 두 개 

다 가졌던 사람이오. 그것들을 돌려서 

잠갔다가 열었다가 했지요. 그러면서 

(각주 : 법학자, 시인, 문필가로 유명했던 피에르 델라 비냐(1190~1249)


교묘하게 오로지 몇 사람만 그의 신임을 받도록 했소. 

나는 잠과 건강을 희생해 가며

그 영예로운 임무에 충실했지요. 


그러나 모두의 죽음과 궁정의 악을 불러온 것은

질투였소. 질투는 왕의 궁정에서

눈을 거둔 적이 없었소. 


질투는 모든 마음이 나를 거스르며 불타오르게 했으니, 

타오르는 그 마음이 다시 왕의 마음까지 불타게 하여 

나의 행복한 영예는 슬픈 통곡이 되어 버렸소. 


그런 추악한 일에 시달린 나의 마음은

죽음만이 거기서 벗어나는 길이라 믿고서

올바른 나를 그릇되게 만들었소. 


이 나무의 낯선 뿌리에 두고 당신들께 

맹세하오. 나는 내가 섬겼던 명예로운 군주의 

믿음을 깬 적이 없소. 


그대들 중 누군가 세상으로 돌아가면

질투가 가한 충격으로 아직 누워있는 

나의 기억을 위안해 주시오.


p131 영혼은 숲에 떨어지는데, 떨어질 곳은

택할 수 없지요. 다만 운명이 몰아가는 대로 

잡초 씨앗처럼 싹을 틔운다오. 


다른 영혼들처럼 우리도 육신을 

가지러 가겠지만. 그렇다고 입지는 못할 것이니, 

일단 버린 것에 대해서는 권리가 없는 법이지요. 


<14곡>

p137 온 모래사장 위로, 마치

바람 없는 알프스에 눈이 내리는 것처럼,

거대한 불꽃들이 끊임없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p141 “파카네우스, 이놈! 너의 오만이 수그러지지 않는 한


더 큰 벌을 받을 것이다. 

너의 괴로움은 너의 분노에서 나오니

다른 벌이 없을 것이다.” 


p147 “선생님! 플레게톤과 레테는 어디 있습니까? 

플레게톤은 이 눈물로 만들어졌다 하시고

레테에 대해서는 말씀조차 없으십니다만.”


“질문들이 다 맘에 드는구나. 

붉은 핏물이 끓는 강은 이미

네 질문들 중 하나에 해답을 주었을 것이다. 


레테는 네가 이 거대한 구멍을 벗어나면

보게 될 거야. 회개한 죄가 사라지는 날, 

영혼들은 레테에 가서 몸을 씻는다. 


<15곡>

p149 초승달이 뜬 어슴푸레한 저녁에 낯선 사람을 보듯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늙은 양복장이가 

바늘귀를 꿰듯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매가 

속눈썹을 날카롭게 세운 채 매서웠다. 


p151 “너의 별을 따라가거라!

행복하게 살아 있는 동안 내가 널 정확히 본 거라면, 

넌 영광의 하늘에 닿을 것이다. 

내게 있어 ‘별’은 무엇인가? 내가 따라가야 할 ‘별’이 무엇인가? ‘별’은 꼭 하나여야 하는가? 내게 질문을 던지게 했던 구절이다. 


p151 세상의 오래된 격언은 저들의 눈이 멀었다고 한다. 

과연 저들은 인색하고 질투심에 교만까지 갖춘 자들이니,

너는 저들의 행위에서 벗어나 너 자신을 깨끗이 하여라. 

단테는 피렌체의 정치 파벌을 ‘쓰고 떫은 나무’라고 표현하고 자기 자신을 ‘달콤한 무화과’라고 쓰면서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라티니의 말을 빌려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p152 피에솔레의 거친 짐승들이 서로를 

사료로 삼아 잡아먹도록 하고

풀은 건드리지 않도록 해야 하느니라. 


p153 선생님께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양심이 절 꾸짖지 않는 한 저는

운명의 뜻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예언은 제 귀에 새롭지 않습니다. 

운명의 여신은 원하는 대로 제 바퀴를 돌리고

농부도 자기 괭이를 원하는 대로 휘드리지요. 


“잘 듣는 사람이 마음에 새기는 법이다.”


요컨대 네가 알아야 할 것은 그들 모두가 성직자였거나

위대한 문인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세상에 살면서 똑같은 죄를 지었다는 사실이다. 


p154 나의 책 <<보전>>을 기억해라. 

아직 난 거기에 살아 있다. 


그러더니 그는 몸을 돌렸다. 마치 

베로나에서 푸른 잎으로 된 상을 받으려고 

들판을 달리는 사람들처럼. 그들 중에서도 그는


패배자가 아니라 승리한 자처럼 보였다.  


<16곡>

p159 나는 악의 쓴맛에서 벗어나 진실한 선생님이

나에게 약속하신 달콤한 과일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우선 세상의 중심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p161 곧 우리는 

가까이서 들려오는 물소리 때문에

서로의 말소리도 들을 수 없는 곳에 이르렀다. 


아펜니노 산의 왼쪽 기슭에서 시작하여

비소 산을 끼고 동쪽을 향해

제 길로 흘러가는 그 강줄기,


계곡 아래의 낮은 평원으로 흐르기 전에

상류에서는 ‘조용한 물’이라 불리지만,

포를리에 이르면 이름이 없어지는 그 강이,


실제로 천 명을 수용할 수 있었을

알프스의 성 베네딕투스 수도원 위에서 

폭포를 이루어 떨어지는 그 울림은 대단하다. 


p162 아, 행동뿐 아니라 지혜를 지녀

생각까지 꿰뚫어 보는 사람 곁에서는

얼마나 주의를 해야 하는지!


진실은 거짓의 여러 얼굴들을 지니는 법이다. 

그 앞에서 사람은 되도록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런 진실을 말하면 자칫 거질말쟁이가 될 수 있으니


p163 그러나 난 여기서 침묵할 수가 없다. 내 희극의 

구절들을 두고 맹세하노니, 독자여! 

그 구절들을 오래오래 사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강심장이라도 놀랄 한 형체가 

무겁고 어두운 허공을 

헤엄쳐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바다에 숨겨진 암초나 다른 무엇에 얽힌

닻을 풀려고 이따금 물속에

들어갔다가 팔을 벌리고


또 다리는 웅크린 채 돌아오는 사람처럼 보였다. 


<17곡>

p170 가슴이 있던 곳으로 꼬리를 향하더니

뱀장어처럼 꼬리를 죽 펴고 흔들며

앞발로는 공기를 자기 몸 쪽으로 움켜 모았다. 


그때 맛본 두려움이란 파이톤이 

고삐를 놓쳐 하늘이 불탔을 때나

가엾은 이카로스가 녹는 초로 인하여 


날개가 겨드랑이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의 아비가 “넌 길을 잘못 들어섰다!”라고 

안타깝게 고함치던 때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두려움을 이야기 할 때 ‘파에톤’과 ‘이카로스’의 이야기를 끌어들인 것을 보니 단테도 신화를 자신의 글에 활용하기 위해 많이 읽고, 연구했던 것 같다. 많은 부분 신화에서 본 이름과 내용이 적용되는 것을 보면, 반갑고 자료 정리 할 때 어떻게 구분해 둬야 할지 힌트를 조금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p171 사방을 둘러봐도 허공만 보이고

그 짐승만 남고 모든 것이 사라지던 그 때

내가 느꼈던 두려움을 그러했다. 


p173 먹이도 찾지 못하고 신호도 보지 못한 채

오랫동안 날던 매가 “저런! 벌써 내려오다니!” 하는 

매잡이의 외침을 들으며, 


백 번도 더 선회를 하던 곳에서 

지친 몸으로 내려와 화난 매잡이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앉듯이


게리온은 깎아지른 절변 언저리

바닥에 내려 앉았다. 그리고 우리를 

내려놓고 곧바로 등을 돌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사라져 버렸다. 


<18곡>

p179 “이리로 오는 저 몸집 큰 사람을 보아라. 

아플 텐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구나. 


아직 왕자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니!

저자가 용기와 지혜로 콜키스 사람들에게서 

황금 양털을 빼앗은 이아손이란 사람이다.


그는 렘노스 섬으로 건너갔는데, 

대담하고 잔인한 여자들이

저들의 남자들을 모두 죽인 다음이었어. 


거기서 이아손은 감언이설과 거짓 몸짓으로 

젊은 아가씨 힘시필레를 속였지.

그녀 역시 전에 다른 이들에게 사기를 쳤던 여자야. 


그리고 임신한 그녀를 혼자 버려두고 떠났지. 

이아손은 그 죄로 이런 벌을 받고 있으니, 

메데이아의 복수도 함께 이루어진 셈이로구나. 


p181 혓바닥이 지칠 줄 모르고 알랑거린 탓에

나는 이 깊은 구석에 처박히게 되었다. 


<19곡>


p189 사실 난 암곰의 아들이었소. 새끼 곰들이 잘 자라기를 

너무나 바랐기에 세상에서는 돈을 긁어모아 주머니에

넣었고, 여기서는 나 자신을 주머니에 처박았소. 


p190 즐거웠던 세상에서 당신이 쥐고 있던 

고귀한 열쇠에 대한 존경심이

내게는 남아 있소. 그것만 아니라면


난 더욱 가혹한 말을 했을 거요. 

당신의 인색함은 세상을 슬프게 하고

선을 짓밟으며 악인을 추어올렸소.


한때 신랑의 사랑을 받았을 때 신부는

일곱 개의 머리를 지니고 태어나

열 개의 뿔에서 힘을 얻었소. 


그러나 복음을 쓴 이는 물 위에 앉아 있는 그 신부가 

타락하여 세상의 왕들과 간음하는 것을 보면서 당신처럼

신성을 더럽히는 목자들이 나타날 것을 예감하셨소. 


당신은 금과 은으로 하느님을 섬겼으니, 

우상숭배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들이 하나를 섬겼다면 당신들은 백을 섬겼으니!


아, 콘스탄티누스여! 그대의 개종이 아니라

최초의 부유한 아버지가 그대에게서 받은 봉헌이

얼마나 많은 악의 어머니가 되었던가! 


<20곡>

p199 거짓이 진실을 비틀지 못하게 해야 하리니. 


p200 자기 일에나 끝까지 매달릴걸 하며 

아쉬워하나 이제는 뉘우쳐 봐야 너무 늦었지. 


자, 이제 가자! 카인과 가시가 

남반구와 북반구의 경계에 걸려

세비야 아래의 물결에 부딪히는구나. 


p201 어젯밤 이미 보름달이었다. 

언젠가 깊은 숲에서 헤매고 있을 때 

보름달이 널 도와주었던 일을 잘 기억해 두어라. 


<21곡>

p202 그 어둠은 배를 탈 수 없는 겨울날

베네치아의 부두에서 선원들이 온전하지 못한

저들의 배에 덧칠을 하려


끓이는 역청과도 같았다. 


p203 피해야 할 것이지만 보기를 고대하고 있다가 

갑자기 섬뜩한 두려움이 엄습하여

슬슬 도망가면서 뒤를 돌아보는 사람처럼


나는 슬며시 몸을 돌렸다. 그때 

우리 뒤에서 시꺼먼 마귀 한 마리가 

다리 위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p205 “말레브란케들이여! 성녀 지타를 다스리던 관리라네.

이놈을 밑에 처박으라고, 이런 놈들이


득실대는 곳으로 난 돌아가네. 그곳에는

본투로 말고는 다 도둑놈들이야. 거기서는 

돈이라면 아니요가 예로 변한다네.”


p213 마음을 굳게 먹었으면 좋겠구나. 

저들 맘대로 이를 갈도록 두자. 

역청에 잠겨 괴로워하는 자들 때문이니까. 


<22곡>

p214 전에 나는 기사들이 행진을 하고

공격을 개시하며 위용을 과시하고

때로는 후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p215 우리는 열 마리의 마귀들과 함께 걸었다. 

그 얼마나 무시무시한 동행이었던가! 그러나 교회에는 

성인과, 술집에는 술꾼과 함께 같다고 하지 않는가! 


p223 그러나 나는 것도 소용없었다. 두려움을 이기는 날개는

없는 법이니, 치암폴로는 밑으로 잽싸게 숨어 버렸고, 

알리키노는 가슴을 펴고 위로 다시 솟구쳐 올라야 했다. 


쫓던 들오리가 재빨리 물속에 뛰어들자

실망한 매가 화를 내며 힘이 빠진 채 

다시 위로 날아오르는 것과 같았다. 


<23곡>

p226 생각은 연이어 일어나는 법

그런 생각에 이어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으니

처음에 지녔던 무서움이 곱절로 커져버렸다. 


p229 길잡이는 갑자기 나를 덥석 껴안았다. 

마치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엄마가 

가까이서 치솟는 불길을 보고 


제 몸보다 아기를 더 염려하며

속옷 바람으로 아기를 안고

부리나케 달아나는 것처럼, 


물이 수로를 따라 세차게 흘러 물레방아의 바퀴를 

돌리기 위해 바퀴의 널빠지로 떨이질 때라도, 

그처럼 빠르지는 않을 터였다. 


p230 겉은 사람을 현혹할 정도로 화려한 금빛이었지만

안은 완전히 납이어서 굉장히 무거웠다. 

페데리코가 입히던 외투는 차라리 지푸라기 같았다. 


<24곡>

p237 서리가 땅 위에 하얀 자기 누이(눈)의 

모습을 그려 두려 하지만 

그의 붓질이 오래가지 않을 무렵


p241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나는 

얼마나 숨이 가빴던지, 

더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야 말로 네가 나태함을 벗어 버릴 때로구나.

베개를 베고 이불 속에 누워 편안함을 즐기다가는

명성을 얻을 수 없느니라!


명성 없이 삶을 소모하는 사람은 

허공의 연기나 물속 거품과 같은 

흔적만을 세상에 남길 따름이다. 


그러니 일어나라! 무거운 육체에 눌려 

주저앉지 않으려면, 모든 싸움을 

이기는 정신으로 숨 막히는 어려움을 극복하여라. 


우린 더 높은 계단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놈들에게서 벗어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알아들었으면 용기를 내라. 


p243 그렇게 하는 것으로 너에게

대답을 대신하마. 정당한 요구에는

말없는 실행이 따라야겠지. 


p245 위대한 현자들의 말에 따르면, 

불사조는 죽었다가 오백 년이 지나 

다시 태어나는데, 


일생을 곡식이나 풀은 먹지 않고 

오로지 유향과 발삼의 진액만 먹고 살며, 

몰약과 계피로 제 몸을 감싸며 죽는다고 한다. 


땅으로 끌어당기는 악마의 힘 때문인지

사람을 옥죄는 발작 때문인지,

영문도 모르고 자꾸 넘어지는 사람이


다시 일어나서도 자신이 겪은 격렬한 

고통 때문에 어쩔 줄 모르고

주위를 돌아보며 숨을 몰아쉬듯이


우리 눈앞에서 뱀에게 물어뜯긴 사람이 그러했다. 


<25곡>

p257 담쟁이덩굴이 아무리 나무를 얽어매도, 

그 끔찍한 짐승이 자기 몸으로 

다른 놈의 사지를 휘감는 것만큼은 못 될 것이다. 


마치 뜨거운 초가 녹아내리듯

두 몸은 서로 엉키더니 색깔이 뒤섞여

이전에 지녔던 각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치 종이가 너울거리는 불꽃 앞에서 

처음에는 노란빛을 띠다가 미처

새카맣게 되기도 전에 흰빛이 죽는 것과 같았다. 


p261 오비디우스여! 카드모스와 아레투사에 대해 떠들지 마라.

그 남자를 뱀으로, 그 여자를 샘으로 바꾸는 

절묘한 시를 지었어도 난 부럽지 않다. 


그들의 두 존재는 서로 형상만 바뀌었을 뿐

두 형상의 질료까지 바꿀 정도로

변신하지는 않았으니.


내가 본 것은 완벽한 변신이었다. 

뱀의 꼬리는 쇠스랑처럼 갈라졌고

죄인의 두 발은 하나로 합쳐졌다. 


두 다리와 허벅지 삽시간에 서로

달라붙고 뭉개져 접합된 부분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한편


뱀의 갈라진 꼬리는 그렇게 없어진

상대방의 형상으로 변했는데, 제 가죽은 부드러워지고

상대방의 피부는 딱딱해졌다. 


그자의 팔은 겨드랑이 속으로 말려 들어가 

파충류의 앞발을 이룰 정도만큼만 남았고

짧던 뱀의 앞발은 그자의 짧아진 팔만큼 늘어났다. 


뱀의 뒷발은 서로 얽혀 쪼그라들더니

생식기를 이루었고, 동시에

망령의 그것은 둘로 갈라져 뱀의 뒷발을 이루었다. 


연기가 이 둘을 하나로 뒤덮으며 색깔을 변화시켰고,

털이 없던 쪽에서는 털이 나게 하고

다른 쪽에서는 털을 뽑아냈다. 


하나는 몸을 일으키고 다른 하나는 주저앉았으나, 

그들은 서로 잔악한 눈길을 

피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얼굴을 바꾸었다. 


서 있는 놈은 튀어나온 제 주둥이를 관자놀이 쪽으로 

끌어당겼다. 과도하게 뒤로 밀린 살점은

귀가 되어 반반한 볼 위로 솟아올랐다. 


뒤로 밀려나지 않고 남아 있던 살점들ㅇ느

얼굴에 코를 이루었고, 

필요한 만큼 입술로 부풀어 올랐다.


주저앉은 놈은 입을 앞으로 내밀고

달팽이가 더듬이를 집어넣듯이

귀를 머리 안으로 끌어당겼다. 


하나여서 이전에 말을 할 수 있었던 

혀는 갈라졌고, 다른 놈의 찢어진 혀는

하나가 되었다. 연기가 그쳤다. 


짐승이 되어 버린 망령은 씩씩거리며

계곡으로 도망갔다. 다른 놈은 그의 뒤에서 

뭔가를 지껄이며 침을 밷었다. 그러고 나서 


새로 만들어진 등을 돌려 멀거니 서 있던 

다른 망령에게 말했다. “부오소도 나처럼 

이 구렁 전체를 뱀처럼 기어서 갈 거야.”


이 일곱 번째 구렁의 망령들은 서로 바꿔

변하고 또 변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서 보이는 변신과는 또 다른 단테의 변신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26곡>

p266 벌써 그리되었어도 이른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었으니,

늦으면 늦을수록 나의 괴로움은 커지리라.


p267 덕성의 인도 없이 지나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행운의 별 혹은 어떤 은총이 내게

재능을 주었지만 난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자기 얼굴을 

우리에게 덜 가리고 있는 계절 (여름)

파리가 모기에게 밀려나는 시각에 (저녁)


p269 곰을 불러 복수하던 자(엘리사)가 

말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엘리야의 마차가 떠나는 것을


눈으로 좇으며 바라보았지만, 

높이 치솟는 구름 같은 불꽃들 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것처럼, 


불꽃들이 구렁 어귀를 핥고 지나가며

도둑들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불꽃은 가닥가닥 하나씩 죄인들을 감추고 있었다. 


“저 불꽃 속에 망령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들을 태우는 불에 휘말려 있다.”


p272 내 자식의 귀여움도, 늙은 아버지의 

연민도, 또 내 아내 페넬로페를 당연히 기쁘게 

해 주었어야 할 나의 신실한 사랑도, 


세상과 인간의 악과 가치에 대해 

모조리 알고 싶은 내 가슴속의

열정을 이겨 낼 수 없었소. 


그래서 나는 오직 한 척의 배에 의지해

늘 나와 함께했던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

깊고 넓은 바다로 나왔소. 


p273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태양의 뒤를 좇아 사람이 살지 않는 

세상을 찾아가려는 마음을 버리지 마라! 


그대들의 혈통을 생각하라! 그대들은 

짐승처럼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덕과 지혜를 따르기 위해 태어났다. 


그 짧은 연설에 동료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에 불타

나중에는 그들을 멈추게 할 수 없을 정도였다오. 


<27곡>

p280~281 ‘의심하지 마라! 

지금의 너의 죄를 사면할 테니 프라이네스테를 

어떻게 공략할지 가르쳐 다오.


너도 알듯이, 내 선임자는 가지지 못했던, 

하늘에 빗장을 지를 수도 풀 수도 있는

두 개의 열쇠를 나는 갖고 있다.’

 

그때 그의 말에는 권위와 논리가 있었소. 그래서 

침묵을 지키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지요. ‘곧 떨어질 죄악에서


절 구해 주시니 말씀드립니다만,

약속을 길게 하면서 지키기는 짧게 하시면

높은 보좌에서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내가 죽었을 때 성 프란체스코께서 나를 보러 

오셨는데 까만 천사 한마리가 그분께 

말했소. ‘데려가지 마시오. 옳지 않소!


저놈은 기만적인 조언을 했기 때문에 

내 졸개들 속으로 떨어져야 마땅합니다.

내가 먼저 저놈의 머리채를 움켜쥐었소. 


뉘우치지 않는 자는 죄를 씻지 못합니다. 

또 뉘우치면서 동시에 원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 괴로운 이 내 몸이여! 그놈이 나를 움켜쥐고

‘네놈은 내가 논리정연하리라 생각도 못했겠지.’

라고 말했을 때 정말 무서웠소.


<28곡>

p286 “이 사람에게 죽음이 이른 것도, 

죄가 그를 괴롭힌 것도 아니오. 

다만 그에게 완전한 경험을 하게 하려고


이미 죽은 내가 그를 이끌어

지옥의 고리들을 돌아 여기까지 내려왔소.

지금 한 말은 그대로 다 진실이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삶’을 경험한다. 또 살아 있으면서 ‘죽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지옥과 같은 상황, 환경, 나의 생각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지옥과 같은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의 ‘죽음’이 아니고, ‘죽음 이후의 세계’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쪽의 경험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삶과 죽음에 관점에서 보면 말이다. 따라서 단테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 ‘완전한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p291 순수의 갑옷 아래 한 사람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좋은 동료인 양심에

내가 확신을 갖기 않았다면 말로 할 수 없으리라. 


p292 아버지와 아들을 반목하게 한 사람이오. 

압살롬과 다윗을 이간질한 하이도벨의 

사악한 교사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서로 굳게 믿는 자들을 내가 갈라놓았으니, 

아, 고달프구나! 나의 머리를 몸뚱어리에서

떼어 내 이렇게 들고 다닌다오. 


죗값은 내 안에서 이렇게 나타났다오. 


<29곡>

p294~295 아, 나의 길잡이여! 그는 제 숙부였어요. 

참혹하게 죽었지요. 가문에서 그 치욕을 

갚아주어야 하는데,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그가 나를 경멸하면서 

말도 없이 사라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더 슬프기만 합니다. 

자책, 죄책감, 1280년 아버지의 사촌 제리 델 벨로가 살해되었는데, 그를 말하는 것 같다. 


p295 그들은 수많은 애달픈 화살들을 나에게

쏘아댔다. 그 상처는 연민으로 물들었고

나는 손으로 귀를 막았다. 


<30곡>
p303 노예가 된 불쌍한 헤카베는

폴리세네의 죽음과 바닷가에 밀려온 아들

폴리도로스의 시신으로 인해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로운 심정이 되어 

개처럼 울부짖었다. 고통이 너무나 커서 

마음을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그리스 비극


p307 나를 괴롭히는 엄격하기 그지없는 정의가

하필 내가 죄를 지은 곳을 떠올리게 하며

더 깊은 한숨을 내쉬게 만드는구려. 


거기는 로메나, 내가 세례자의 얼굴로 

주화를 찍어 위조화폐를 만들던 곳이오. 나는 

그 때문에 저 위에 불에 탄 육신을 남겼소. 


p310 불길한 꿈을 꿀 때 그것이

그저 꿈이기를 바라는, 있는 것이 

없던 것으로 되기를 바라는, 그런 심정이었다.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입을 열 수 없어서 사과를 제대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선생님이

 

말했다. “작은 부끄러움은

네가 저지른 것보다 더 큰 잘못도

씻어 준다. 이제 걱정을 거두어라. 


사람들이 말다툼을 벌이는 곳에 

자기도 모르게 끼어들게 되면

내가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런 것을 엿들으려 하는 것은 천박한 일이니.”


<31곡>

p313 “네가 어둠 속에서 

너무 멀리 보려다 보니 

진실을 상상과 혼동한 모양이다.


눈이 멀리 있는 것에 얼마나 속기 쉬운지 

저곳에 가면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좀 더 빨리 움직이자.”


p315 자연이 거대한 인간 생명체를 만들지 않고

마르스에게서 그런 자들을 뺏은 것은 

분명 잘한 일이었다. 


자연은 코끼리나 고래 같은 거대한 것들을

만들긴 했지만, 그것은 잘 생각해 보면

정당하고 사리에 맞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사악한 의지와 폭력에

이지와 사고력까지 가세하면

아무도 이를 막아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p319 그의 말이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듯이, 

그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다. 



<32곡> 

p324 지옥의 모든 바위들이 내리누르고 있는 

저 슬픈 구멍에 잘 들어맞을

거칠고 쓰디쓴 글을 지을 수 있다면


내 생각의 즙을 더 완전하게 

짜내련만. 하지만 그렇지 못하여 

두려움 없이는 말을 이어 갈 수가 없다. 


우주의 중심 바닥을 묘사하는 것이란

농담처럼 가볍게 처리할 일도 

엄마 아빠를 부르는 아기의 옹알거림도 아닐 테니까. 


p325 아, 그 무엇보다 사악하게 창조되어

상스럽기가 묘사하기조차 힘든 자들이여!

차라리 세상에서 양이나 염소였더라면 좋았을것을!


p325~326 시골 아낙네가 봄이와 이삭을 줍는

꿈속에서 개구리가 물 위로 

코만 내밀고 개굴거리는 것처럼, 


호수의 얼음 속에 갇힌 영혼들이 

부끄러움이 먼저 드러나는 얼굴까지 추위로 납빛이 되어 

황새의 입놀림처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으며, 

입에서는 추위가, 눈에서는 

슬픈 마음이 드러나고 있었다.  


p329 중력이 모두 모이는 그곳, 중심을 향하여

나아가는 동안, 나는 영원히 지속될 

그늘에서 몸을 떨었다. 


<33곡>

p335 그러나 나의 말이 씨가 되어 내가 물어 뜨ㄸ었던

이 반역자에게 치욕을 안겨 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내 얘기를 들려주겠소. 


p337 난 우골리노 백작이었고, 이놈은

루지에리 대주교였다는 것을 우선 알아 두시오. 


나로 인해 ‘굶주림’이란 이름이 붙은, 

아직도 다른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그 탑 골방의 좁은 틈새로


달빛이 여러 번 내 앞에 드리워지고 난 뒤, 

난 내 앞날의 너울을 벗겨 주는 

정말 흉측한 꿈을 꾸었소. 


p341 벌써 눈이 먼 나는 그들의 몸을 더듬었소. 

아이들이 죽은 뒤 이틀 동안 이름을 불렀는데, 

고통보다도 배고픔을 참을 수가 없었소. 

끔찍하다. 아, 아, 아. 정말 지옥이다. 


p342 거기서는 울음이 울음을 허용하지 않았다. 

울음은 두 눈을 가로막는 고통스러운 눈물로 변해 

안으로 스며들어 가슴을 죄는 듯한 불안을 키웠으니, 


그렇게 눈물은 딱딱한 응어리를 이루어 마치

수정으로 된 눈꺼풀인 듯이 눈썹 아래

움푹 팬 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독한 추위가 내 얼굴의 

모든 감각을 마치 못이 박힌 듯

여지없이 죽여 버린 듯했지만, 그러나


이내 한 가닥 바람이 살랑거림을 느꼈다. 


<34곡>

p346 어느덧 망령들이 떼를 지어 얼음에 갇혀

유리 속의 볏짚처럼 투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

두려움을 품고 이를 시에 담고자 한다. 


p347 나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었으니, 

그대들에게는 조금이라도 그런 재능이 있다면, 내가 느낀 것을 

마음속으로 잘 헤아려 보기 바란다. 


고통스러운 왕국의 황제가 제 몸의 상반신을

가슴부터 얼음 밖에 내놓고 있었다. 

전에 본 거인들은 그의 팔뚝에도 비교할 수 없었다. 


p349 아, 그놈 머리에 달린 세 개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내가 얼마나 큰 놀라움에 사로잡혔던가! 

앞쪽의 얼굴은 진홍색이었다. (증오)


p350 세 개의 입은 죄인 하나씩을 물로 이빨로 찢는데

마치 삼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것과 같았다.

세 죄인은 못 견디게 괴로워했다.


(유다, 브루투스, 카시우스)


p352 아직도 넌 자신이 지구의 중심 저편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구나. 거기서 나는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흉측한 벌레의 털을 붙잡고 있었지. 


내가 밑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는 네가 그곳에 있었지만, 

내가 몸을 돌렸을 때 넌 이미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중력이 모이는 지점을 지나친 것이었어. 


우리는 이제 거대한 마른 땅으로 덮인 곳의 

맞은편 반구 바로 아래에 와 있다. 


p354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 


[천국편]

<1곡>

p7 우리의 지성이 그 바라던 목표에 

가까워지면서 기억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록 깊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제 내 마음에 보물로 간직한 

하늘의 거룩하고 성스러운 영역은

내 노래의 줄거리가 될 것이다. 


오, 위대한 아폴론이여! 이 마지막 임무를 위해 나를 

당신의 재능과 당신이 사랑하는 

월계관을 받을 그릇으로 만들어 주소서! 


p9 작은 불씨 뒤에는 큰 불씨가 따라 나오는 법이니, 

내 뒤에 더 좋은 소리로 기도가 나와

치르라로 하여금 화답하게 하소서. 

(치르라: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봉우리 중 하나.)


베아트리체는 왼쪽을 향하고 돌아서서는 

눈을 태양으로 쳐들었다. 독수리라도

태양을 그렇게 정면으로 쏘아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p10 어느덧 태양이 태양에 포개지는 듯 보였다. 

마치 전지전능한 그분께서 하늘을

또 다른 태양으로 꾸며 주신 듯했다. 

(각주 : 이제 순례잔ㄴ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궤도에 몸을 실었다.)


베아트리체는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영원한 바퀴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 태양으로부터 시선을 옮겨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마음에 움튼 느낌. 그것은 마치 어부

글라우코스가 해초를 먹고 바다의 신으로 

변신할 때의 느낌과 같은 것이었다. 


p13 창조된 모든 것들은 이런 질서 속에서 

저들의 원천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고 

저들의 위치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피조물들을 존재의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다양한 항구들로 퍼져 가고, 그러면서도

제각기 자기의 본능을 지키고 있어요.


이 본능은 달을 향해 불을 가져가고

피조물의 심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며

세상을 묶어 하나로 만드는 본능을 말합니다. 


언제나 행복의 과녁에 똑바로 화살을 

당기는 활의 힘에 실려 우리는 미리 

운명 지어진 곳으로 날아오릅니다. 


p14 그러나 흔히 형상이 예술가의 진정한

의도를 반영하지 않고

질료가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피조물도 진정한 목표를 향해 

날아갈지라도 때로는 빗나가는 힘을 받아서

경로를 벗어나기도 하지요. 


하늘로 올라야 할 빛이 땅으로 떨어지듯이.

거짓된 욕망에 휘둘린 원초적 충동은 

사람을 몰락시킵니다. 그대는 이제 

내게 ‘거짓된 욕망에 휘둘린 원초적 충동’은 무엇일까? 가끔 그것이 잠을 자고 싶은 마음, 나태하고 싶은 욕망 등이 나를 몰락시키는 것 같다. 여기서 몰락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포함된다. 


이상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대가 

날아오르는 것은 산에서 밑으로

흘러내리는 물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그대가 중력에서 벗어났는데 아래에 머문다면,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불빛이 세상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지요. 


<2곡>

p16 활이 과녁을 겨냥하고 시위를 떠나

공중을 나는 시간보다 더 짧은 사이에

정말 짧은 시간을 비유할 때 좋은 표현. 


p17 이 영원한 천상의 진주가 우리를 제 안에 들이는

꼴은 물이 빛을 받으면서도

갈라지지 않고 온전한 것과 같았다. 


여기서 우리가 믿는 것은 거기서 보일 것이니, 

인간이 믿는 제일의 진리가 인도하는 대로, 

증명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명백한 것이다. 


p18 “감각의 열쇠가 열지 못하느 ㄴ곳에서 

인간의 판단은 잘못된 결론만 낳지요. 


놀라움을 일으키는 화살이 분명 그대를 지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성이란 감각 뒤에 머물며, 

그 날개가 짧다는 것을 그대는 아니까요. 


p20 거울을 세 개 들고서 그중 두 개를 

그대로부터 같은 거리에 양쪽으로 두고

그 사이로 세 번째 거울을 당신 정면에


멀리 두고 나서 그것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당신 등 뒤에 불을 켜 한꺼번에

세 거울에 비치게 하고 어느 거울에서 반사된 것이


그대에게 돌아오는지 살펴보세요. 가장 먼 곳에 있는 

빛이 다른 두 거울에 비친 빛보다 그 양에서는 약하지만, 

성질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관찰할 겁니다. 


p22 거룩한 하늘들의 운행과 힘이 

축복받은 원동자들의 숨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망치의 기술이 대장장이에게서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수없이 많은 등불들로 아름답게 빛나는

하늘은 그 깊은 얼의 자국을 남기고 

그 이미지의 인장을 스스로 만듭니다. 


여러 덕들이 그들이 키우는 풍요로운 몸체와

여러 가지로 맺어지듯이. 그대 안의 영혼도

그대와 여러 갈래로 섞여 있스빈다. 


짙고 옅음에서가 아니라 바로 이 덕에서

우리가 보는 빛의 그러한 차이들이 나옵니다. 

이것이 덕에 다라 어둠을 주기도 하고 


빛을 주기도 하는 형상의 원리입니다. 

베아트리체는 달 표면에 관한 단테의 생각의 오류를 정리해주고 있다. 이해가 완전히 된 것은 아니지만 세 거울의 비유는 잘 저장해 두었다가 어느 글에든 사용하고 싶다. 


<3곡>

p28 우리가 더 높이 오르고자 원한다면, 

그런 우리의 소망은 우리를 이곳에 배치해 두신

그분의 의지와 맞지 않을 거예요. 


사랑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그러한 부조화는 이 천국의 하늘들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 거예요. 


이곳에 있다는 것은 사랑 안에 있는 것이니까요. 

이런 축복받은 상태의 본질은

하느님의 의지 안에 거한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평화는 그분의 의지 안에 있어요. 

그분이 창조하시고 자연이 만드는 

그 모두가 모여드는 바다와도 같습니다. 


그제야 최고의 은총의 빛이 같은 밝기로

동등하게 비추지는 않아도, 하늘에서는 

어느 곳이나 천국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음식에 배부르면

다른 음식에 구미가 당기고

이것에 감사하면서도 저것을 찾는 것처럼, 


p29 하느님께서는 스스로의 뜻에 맞는

사랑의 서원은 모두 받아들이신답니다. 

하나님의 속성을 아주 잘 드러낸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4곡>

p33 ‘선을 향한 나의 의지가

변함이 없다면 어떻게 다른 자의 폭력이

나의 정당한 공적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는가?’


‘플라톤이 주장하듯이, 죽음 이후에 모든 영혼은 

제각기 자기 별로 돌아가는 것일까?

단테의 질문. 


p35 그의 영혼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자연에서

형상을 받을 때 영혼 자신의 별에서 찢어져 나간 것이며

나중에 죽으면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고 말합니다. 


아마 그의 주장은 소리 나는 대로만 

들리지는 않고, 전혀 다른 양상도 담고 있을 터이니 

세상의 존경을 받을 만한 점도 있겠지요. 


한 하늘이 영혼에 명예든 비난이든

영향을 미치고, 영혼은 늘 그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라면, 그의 활은 진실을 꿰뚫는 거예요. 


사람들은 이 원리를 잘못 이해하여

별에 제우스니 머큐리니 마르스니 하는 

이름들을 붙이면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했어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


p35 하늘의 정의가 사람들의 눈에 불의로

보이는 것은 신앙의 증거지, 

이단적인 죄악의 증거는 아니에요. 


폭력에 고통받는 사람은

폭력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마치 바람이 불어도 불은 타오르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의지는 원하기만 하면 

굴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크든 작든 의지를 굽히면 폭력이

뒤따르는 법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 


p38~39 인간의 정신은 다른 진리들 위에 

우뚝 서는 그분의 진리의 빛 없이는

결코 만족될 수 없습니다. 


그 진리에 닿는 순간 인간의 정신은

그 안에서 마치 굴속의 맹수처럼 편안히 쉽니다. 

그렇지 못하면 모든 소망은 헛된 것이 됩니다. 


그렇게 우리의 의심은 진리의 발치에서 솟아오릅니다. 

우리의 의심은 높은 곳으로 거듭 우리를 

올리는 자연스러운 힘입니다. 


<5곡>

p41 그대는 하느님의 징벌에서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깨진 서원 대신 다른 어떤 

보상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으신 거지요?


“하느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실 때 

우리에게 주신, 그분이 가장 소중히 여기시고

그분과 가장 닮은 위대한 선물은


의지의 자유였어요. 지성을 지닌 피조물

그들 전체와 그리고 오직 그들만이

그때나 지금이나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을 해 보면 서원이란

하느님의 동의와 함께 당신의 동의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그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요!


하느님과 인간이 계약을 맺었을 때 

이 보물과도 같은 자유의지가 봉헌되는데

그것도 자유의지가 그렇게 의도한 것입니다. 


그러니 그대가 무슨 보상을 하실 수 있겠어요?

이미 버린 것을 쓰려 하는 것은 

어쩌다 얻은 것으로 뭔가 해 보겠다는 것과 똑같아요. 


p42 내가 밝히는 것을 마음을 열고 

간직하세요. 지식이란 이해했어도

간직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법이에요. 


봉헌의 본질은 두 가지에 의지합니다. 

하나는 그 약속된 행위 자체이고

다른 하나는 계약의 엄숙한 성격입니다. 


계약은 엄숙하기 때문에 완성이 있을 뿐

무효는 없어요. 앞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것이 바로 이 점이에요. 


p43 그리고 새로운 것이 이전에 포기한 것을

담지 않는다면 바꾸는 것은 언제나 헛된 일이지요. 

6은 4를 넘어서고 담고 있잖아요. 


그러나 어떤 것들은 그 자체의 무게로 

저울을 엎어 버리는 때가 있는데, 

이 경우 대체는 이루어질 수 없어요. 


사람은 너무 가볍게 서원을 해서는 안 돼요. 

말을 했으면 지켜야 합니다. 입다가 자신의 

첫 번째 봉헌물에 그러했듯이, 경솔해서는 안 돼요. 


서원을 지키느라 더 나쁜 일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잘못된 서원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리스의 장군도 몰지각했지요. 


p 44 그리스도교인들이여! 서원 앞에서 언행을 

무겁게 하세요! 바람에 날리는 새털처럼 되지 말 것이며, 

물이라고 다 씻어 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p45 본성이 변화로운 인간인 내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겠는가!


잔잔하고 맑은 연못에서

물고기들이 떨어진 뭔가를 

먹인 줄 알고 모여들듯이


나는 수천의 별들이 우릴 향해 다가오는

광경을 보았다. 그 속에서 나는 “보라! 우리 사랑을 

키워 줄 저분을!” 이라는 말을 들었다. 


p47 마치 햇살을 뻗어 올리며 자욱한 증기를

쓸어 없앨 때, 태양이 제 빛의 

그 과도함 속에서 자신을 감추는 것처럼, 


그 거룩한 모습도 자체의 빛 속에서 

커다란 환희로 스스로를 감추며, 

그렇게 안으로 감추고 감추며


노래를 부르듯 다음 곡에서 내게 대답했다. 


<6곡>

p49 거룩하고 신성한 상징을 주장하는 자와

이를 깔보는 자가 있으나, 이들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이유를 갖고 있는지 분명히 하고 싶다. 


p52 만일 우리가 명쾌한 눈과 정직한 가슴으로

세 번째 카이사르 시대에 나타난 것을 본다면 말이다. 


내게 영감을 주는 살아 있는 하느님의 정의가 

하느님의 분노의 복수를 대신할 영광을 

티베리우스의 손에 부여했기 때문이다. 


p54 그러나 진정한 사랑에서 벗어난

목표를 향해 소망을 키울수록

하늘을 향해 오르는 빛은 더 약해진다. 


우리가 지니는 공(功)과 상(賞)의 

완벽한 균형은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한 정의의 달콤함을 느끼며,

우리 안에 살아 있는 의지는 뒤틀릴 수 없고

괴로움으로 이어질 수 없다. 갖가지 목소리들이


부드러운 가락을 이룬다. 그렇게 우리의 천국의 

삶에서는 갖가지 영역들이 여러 하늘들

사이에서 부드러운 조화를 이룬다. 


p55 다른 이의 선에 

분개하는 자는 악의 길을 걷는다. 


p58 인간의 본성에 따라 생각할 때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리신 것보다 

더 위대한 정의가 없을 테지만, 

그것을 겪으신 분의 본성을 생각하면

그 본성을 지니고 고난을 당하신 것만큼

불의한 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가지 사건에서 여러 결과들이 나온 것이지요. 

하나의 죽음을 하느님과 유대인이 함께 원했으니, 

그 때문에 땅이 진동하고 하늘이 열렸던 겁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신’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내려고 싸우면서 살아온 것이 아닐까? 증명해내고, 진리를 찾으며, 방황하고, 주위를 멤돈다.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서 살아가겠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계를 가진 인간이 한계가 없으신 하나님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류는 계속해서 죽음, 부활, 신, 정의, 진리와 싸우고 있으며 여러 결과들을 빚어내고 있는 것 같다. 


p59 그러나 그대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얽힌 듯하고 안에 얽힌 매듭을 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보이는군요. 

‘앗,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당신 말은 잘 이해하겠는데, 

왜 하느님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아

이렇게 분명치 않게 만드셨는지 모르겠어요.


형제여! 인간의 내적 시각이 사랑의 불꽃 속에서

성숙할 때까지는 인간의 눈에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신 이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알아내는 것은 별반 없지요.

왜 하느님의 선택이 최상이었는지 설명해 드리지요. 

(이하 생략. 참고)


p61 인간은 자기 한계 내에서는 결코 

완성될 수 없어요. 그러니 계속해서 겸손하고

복종하는 자세로 자신을 낮추지 못하는 것은


거스르려 했던 그만큼 자꾸 오르려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혼자 힘으로는 

하느님께 이르기 힘든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께서는 말하자면 두 길들(자비와 정의)중 하나로,

혹은 두 길 모두를 통해

인간이 완전한 삶으로 이르는 길을 마련하신 것이지요. 


<8곡>

p66 그들의 움직임은 

느리기도 하고 빠르기도 했다. 아마 그들 각자에게 

하느님이 얼마나 분명하게 보이느냐에 따른 것 같았다. 


p70 당신은 날 행복하고 현명하게 해 주셨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군요. 어떻게 

좋은 씨에서 나쁜 열매가 맺히는 걸까요?


“내가 진리를 

당신에게 보여 줄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 등 뒤에 있는 것을 앞에 있는 듯이 볼 것이오. 


당신이 지금 오르는 왕국을 움직이고

만족시키는 선은 그 섭리의 힘으로 

이 거대한 구체들을 채우신다오. 


스스로 완전한 그 유일 정신 속에는

모든 자연의 유형들과

그 각각의 목표가 예견되어 있소. 


그래서 이 왕국의 활을 

당기면 화살은 미리 정해진

지점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p71 “그래서 인간의 

행위의 뿌리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한 사람이 솔론으로 태어나면서 한 사람은 크세르크세스

또 한사람은 멜기세덱, 그리고 어떤 이는 

자식의 생명을 대가로 하늘을 난 자로 태어난다오. (다이달로스)


p72 자연은 운명과 일치하지 않을 때 

마치 낯선 토양에 뿌려진 씨가 

죽듯이 실패하고 맙니다. 


자연이 닦아 놓은 바탕을 사람들이 더 

생각하고 그 위에 쌓아 나간다면, 

더 나은 사람들이 될 것이오. 


그러나 사람들은 칼을 허리에 차기 위해 

태어난 자를 수도회에 처박고

설교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을 왕으로 섬기려 하지요. 


이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은 길을 벗어나는 것이오. 


<9곡>

p74 아무말도 마시오! 세월이 

흐르게 놔두시오! 이러니 나는 잘못을 저지르는 

자들은 눈물로 대가를 치르리라는 말만 할 뿐이오. 


p76 첫 번째 삶이 두 번째 삶으로 길이 남기 위해 

사람이 얼마나 탁월하게 노력해야 하는지 보세요. 


p78 기쁨이 저 위에서 밝음으로

여기서는 웃음으로 드러나지만, 저 아래에서는 

마음이 슬프니 망령들이 더욱더 어두워진다. 


<10곡>

p82 하나와 다른 것이 영원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사랑으로 당신의 아들을 바라보시며, 

말로 할 수 없는 제일의 권능께서는


정신과 공간 속에서 운동하는 모든 것을

숭고한 질서로 만드셨으니, 그 조화를 관조하는 이는 

다만 그분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한 움직임이 

다른 움직임과 엇갈리는 그곳으로 바로 응시하라. 


그러면 그 거장의 작품을 열렬히 바라보게 될 터이니, 

그분도 자기 작품을 스스로 사랑하시어

언제까지라도 눈을 떼지 않으신다. 


p87 “진실된 사랑에 불을 붙이고 사랑하면서

더욱 사랑스럽게 자라나는 은총의 햇살은


당신 안에서 겹겹이 쌓여서 당신이 

이 별들을 오르도록 해 주네. 오름만이 있을 뿐

내려감이 없는 이곳을. 


p88 저쪽의 불꽃은 법률가 그라치아노의 미소의 빛인데, 

세상의 법과 하늘의 법을 조화시켜

하늘에서 큰 기쁨으로 반기셨소. 

하늘에서 큰 기쁨으로 반길 만한 일을 하다 가고 싶다. 기도해야겠다. 그럼 알 수 있을 것 같다. 


p89 그의 불꽃은 고귀한 정신과 깊은 지혜를 

담고 있어, 진실을 말한다면

그를 따를 만한 현자는 두 번 다시 떠오르지 않았지요. 

(솔로몬)


p90 당신의 눈길이 마지막 머문 곳은 한때

무거운 생각에 잠겼던 영혼의 빛인데,

죽음이 더디게 오는 것을 슬퍼했던 영혼이오. 


그것은 시지에리의 영원한 빛인데,

파리의 거리에서 가르치며

논리적인 믿음을 펼쳐 시기를 산 사람이오. 

<아베로이즘 철학자>


<11곡>

p93 피조물들이 그 깊이를 볼 희망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세상 모든 것을

깊은 지혜로 주관하시는 섭리는


커다랗게 울부짖으며 축복받은 피를 

흘려 맞아들인 그분의 신부가

그녀의 사랑하는 그분께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그녀 스스로 더 확신을 갖고 그분께 더 충실하고자

두 고귀한 왕자들이 길잡이로 봉사하게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그녀를 돕도록 했다오. 


p95 아시시(Assisi) : 이탈리아어로 ‘나는 떠올랐다’는 뜻을 갖고 있다. 

“오리엔트” :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가리킴. 아시시보다 떠오름의 뜻을 더 잘 부각시키는 단어라고 생각함.


p97 그(프란체스코)는 왕답게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선언했고,

그의 단호한 의지에 인노켄티우스 교황은

교단을 기초하는 수결을 주었다오. 


그분의 청빈한 삶을 뒤따르는 영혼들은

점점 불어났고, 그 놀라운 삶을

하늘의 천사들이 영광스럽게 더 잘 노래했소. 

(각주 : 프란체스코에 대한 전통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단테는 그에게 영웅적인 모습을 부여한다. 그것은 여자, 청빈을 지키려는 고귀한 싸움을 높이 산 때문일 것이다. 단테의 입장에서 프란체스코는 당시의 교회가 세속의 부와 권력을 탐하고 있는 것에 대항하는 최고의 적절한 전투적 상징이었을 것이다.)


<12곡>

p101 마치 아침 햇살에 마른 이슬처럼

사랑에 쉬어 버린 애처로운 여자의 목소리로

안의 것에서 밖의 것이 울려 나온 듯 보였고, 


숭고한 춤과 축제, 노래, 그리고 섬광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빛들의 

향연을 벌이다가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마치 우리의 두 눈이 움직이는 사람의

의지에 응답하여 동시에

함께 뜨고 감은 것처럼. 


그 새로운 빛들 중 하나의 가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p104 그의 아버지는 진정으로 펠리체(행복)였고,

어머니는 진정으로 조반나(하나님의 사랑)였소. 

이 이름들이 그대로 그렇게 해석되는 것이오! 


p106 그러나 그 바퀴의 가장 높은 부분이 

남긴 자국이 사라진 지금, 

마개가 있던 곳에는 곰팡이만이 있을 뿐이오. 


<13곡> 어려웠음. 

p109 그리고 하느님의 가난한 사람을 들어 

그의 놀라운 생애를 들려준 빛이

그 조화된 무리의 침묵을 깨고 말았다. 


p 110 한 다발의 곡식을 도리깨질 하여

창고에 두고 나니 하느님의 달콤한 사랑은

한 다발을 더 도리깨질하라고 이르시네. 


그 혀가 세상 모두를 희생시킨

아름다운 뺨을 만들고자 가슴에서 

갈빗대를 뽑아 내셨고, 


그 가슴에 창이 박혀 

과거와 미래에서 모든 것을 변제하여

모든 죄의 균형을 이루게 하시면서. 


인간이 빛을 가질 만큼 갖도록

그 둘을 만드셨던 그 권능에 의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지요. 


이제 내가 보여주는 것에 눈을 뜨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생각과 나의 말이, 마치 원의 중심에 

진리가 있듯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볼 것입니다. 


p111 ‘우연’이라는 말은 자라나는 것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움직이는 하늘이 씨앗을 지닌 것 혹은

씨앗이 없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세상의 사물들이요. 


이런 사물들의 밀랍은 다소 수동적이고

그것에 형상을 주는 힘은 다소 능동적이니

그런 구도에 따라 거룩한 빛이 비칩니다. 


그래서 같은 종의 나무들이라도

더 좋거나 헐하거나 하는 다른 열매들을 맺고,

당신들도 각자 다른 재주들을 갖고 태어나지요. 


밀랍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하늘들이 최고의 힘을 쓴다면, 

거기에 찍히는 인장은 최대로 밝은 빛을 낼 거예요.


그러나 자연은 이런 빛을 최고의 힘을 써서 

나를 수 없어요. 최고의 재능을 지닌 예술가라도

떨리는 손을 지닌 것과 같지요. 


그러나 뜨거운 사랑이 이데아이며 말씀이신

하느님의 지혜를 움직여 그 인장을 만들어 찍는

가운데 완전한 사물들이 태어납니다. 


이것이 세상의 먼지가 완전한

살아 있는 존재를 형성하는 원리이고

처녀가 아이를 가지게 된 원리예요. 


인간의 본성은 그 두 사람 이후에는 

그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하지 못할 것입니다. 


p114 그 분별력으로 부디 ‘네’와 ‘아니요’를 앞에 두고 

가늠하다 지친 사람처럼 느리게 움직이도록

당신 발에 추를 달기 바랍니다.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다 보면 지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 쉬우니 하는 말이에요. 


급하게 내놓은 의견들은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인간의 교만이

지성을 묶어 놓게 되거든요.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

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파르메니데스와 브리슨, 그리고 멜리소스 같은 

사람들이 그 분명한 증거들입니다 .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갔지만 어디로 가는지 몰랐지요


시벨리우스와 아리우스, 그리고 성서의 

진실의 이미지들을 일그러뜨리는 칼과 같은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랬지요. 


자신의 판단을 너무 빨리 믿어서는 

안 됩니다. 이삭이 익기도 전에 수확량을 헤아리는

농부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겨울의 긴 시간 동안 앙상하고 

드세던 가지에 결국에는 아름다운

장미를 틔우는 것을 내가 보았기 때문이에요. 


항로란 항로는 모두 종횡하며 거침없이 

항해하다가 항구에 들어올 무렵

침몰하는 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만만한 세상 사람들은 하나가

훔치고 하나는 자선하는 것이 보인다고 해서 

하느님의 눈을 통해서 본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누가 오르고 누가 떨어지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방향을 설정하는 청소년에게 그들의 시기가 재주를 갈고 닦는 시기임을 알려주고, 방향 설정의 중요성을 이야기 할 때 인용하면 좋을 것 같다. 또,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심겨줄 때 인용할 수 있겠다. 


<14곡>

p118 밝음은 뜨거움으로 이어지고 뜨거움은

봄(見)으로, 봄은 은총으로,

이어지면서 그 가치를 더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봄은 자라나야 하며, 

마찬가지로 봄은 뜨거움을 더 키우고

뜨거움은 빛을 키우는 것입니다. 


p120~121 온 마음을 다해 모든 사람이 지닌

영혼의 언어로 나는 새로운 은총을

내려 주신 하느님께 번제를 드렸다. 


헌물이 내 가슴에서 아직

타고 있는 동안 나의 감사의

기도가 받아들여졌음을 알았다. 


여기서 나의 지성은 나의 기억에 패한다. 


<15곡>

p125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선을 행하려는 의지에 

깃들며 최고의 선으로 향한다. 마치 탐욕이 

악을 행하려는 의지에 깃드는 것과 같다. 


영원히 지속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느라

진정한 사랑을 잃는 사람은

정녕 끝없이 슬퍼하리라. 


p126 우리의 가장 위대한 시신이 묘사한 대로 

안키세스의 영혼이 엘리시온에서 제 아들을 보았을 때 

지녔던 뜨거운 애정으로 그 별은 내게 달려왔다. 


p133 거기서 극악의 무리들과 싸우면서 나는 

거짓된 세상과 그런 세상을 사랑하며

수많은 영혼들을 더럽히 사슬에서 벗어났고, 그렇게 


순교를 하여 이곳의 평화로 왔다. 


<16곡>

p134 오, 한 줌도 안 되는 우리 피의 고귀함이여!

우리 애정이 왜소해져 가는 이 아래에서

그대가 사람들에게 자랑하려 한다 해도, 


나는 결코 놀라지 않으리라.

욕망이 일탈하지 않는 하늘에서

말하면서, 나도 나의 피를 자랑했으니. 


고귀함은 금방 오그라드는 망토다. 날마다

다른 천으로 덧대지 않으면

시간의 가위가 조금씩 잘라버린다. 


p135 제 영혼은 수많은 지류들에서 

흘러나오는 기쁨으로 넘쳐흐르고 계속 

흘러서, 안에서 부서지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조상이여! 저의 원류는 무엇ㅇ니지, 

당신의 옛 조상들은 누구셨는지, 당신께서 젊었을 때 

어떤 세월을 보내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p137 사람들이 뒤섞이면 언제나 

도시가 타락하는 법. 음식을 이것저것

들이부으면 배탈이 나는 것과 비슷하다. 


p138 눈먼 황소가 눈먼 양보다 더 쉽게 

쓰러지고, 다섯 자루의 칼보다 한 자루의 칼이 

더 효과적으로 벨 수 있는 법이다. 


도시들도 시간에 따라 소멸하듯이

가문도 끊어진다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너희의 모든 것은, 너희들 자신이 그러하듯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랜 세월 이어지는

무엇에 숨어 있는데, 인생은 짧다. 


그러니, 시간에 감추어지고 시간 뒤로 사라진

저 고귀한 피렌체 사람들의 

명성을 말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p140 교만 때문에 산산조각이 난 그자들은 한때

얼마나 위대했던가! 또 황금 구슬들은 피렌체가

꽃피우던 시절 얼마나 빛났던가!


믿기 힘든 사실은, 누구나 한때는

페라 가문의 이름을 딴 문으로

성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17곡>

p143 자신에게 거슬리는 말의 진실을 듣고자 

클리메네에게 갔던 사람, 아직도 아버지의 

속을 태우는 자식처럼


나도 그러했다. (파에톤 처럼)


“그대의 열망의 불꽃을 방출하세요. 그대의 소망이

뚜렷하게 찍혀 나오도록 하세요. 


단지 우리가 아는 것에 좀 더 덧붙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잔을 그대를 위해 채우고

그대의 갈증을 말하는 법을 배우라는 거예요.”


p144 “오, 고귀한 저의 뿌리시여! 보통 사람들은 

두 개의 둔간을 지니는 삼각형을 모르듯이,

높이 오르신 하늘의 영혼들은


시간이 정지된 하느님의 장소를 응시하면서

세상의 모든 우연적인 일들이 재현되기도 전에 

이미 똑똑히 보고 계십니다. 

두 개의 둔각을 지니는 삼각형이 없는데, 우리가 모르는 건가? 뭐지? 두 개의 둔각을 지니는 삼각형이라...... 차원을 달리 생각하면 있으려나? 


p145 우연이란 어떤 식으로도 너희 세상의 

책을 넘어서서 확장될 수 없으며

영원한 통찰 안에서 온전히 그려진다. 그러나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배는 

눈에 비치는 대로 움직이는 

필연성을 지닌다. 

(각주 : 우연적이고 부수적인 것들은 물질세계를 넘어서서 존재하지 않는다. 즉, 우연은 영원성 앞에서 온전하게 파악된다. 그러나 우연적인 것들을 하느님이 온전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하느님의 선지식이 우리가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배를 보며 방향을 알 수 있는 이상의 어떤 일을 예견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단테의 비유는 일면 적절하지 않게 보인다. 왜냐하면 인간의 눈은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배를 볼 수 있고 방향을 알 수 있는 한편 배의 방향을 조절하지는 못하지만 하느님은 모든 것을 조절하시기 때문이다.)


p146 언제나 그렇듯, 죄는 큰 소리로 비난받은

쪽을 따를 것이나, 하느님께서 요구하시는

복수는 진실을 목격하게 할 것이다. 


남의 빵을 먹고사는 맛이 얼마나 짠지. 

또 남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너는 알게 될 것이다. 


p148 준비하지 못한 자에게 가장 혹독한 시련이 

떨어지듯이, 그런 타격을 주기 위해 

나를 향해 시간이 질주하며 공격하는 것을 봅니다. 


p149 그러나 진리를 앞에 두고 내가 소심해진다면, 

내 이름이 이 시대를 옛날로 돌아볼 사람들과 

함께 살아 있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자신의 혹은 남의 언행에

부끄러움을 느껴 검게 탄 양심은

너의 말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거짓으로 위안하지 말고, 

너의 글로 네가 본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고

가려워하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긁도록 해 주어라. 


너의 말이 처음에는 쓴맛을 줄 수 있으나, 

잘 새기면 나중에는 차츰 모두가 

생명의 양식으로 삼을 것이다. 


너의 외침은 가장 높이 오를 때 

가장 힘든 바람을 맞게 될 것이니, 이것은

너의 명예가 하찮은 것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이 하늘들에서, 산에서, 그리고 

고통의 골짜기에서 네가 본 영혼들은

이름이 알려진 자들뿐이었다. 


왜냐하면 듣는자의 마음이란 알려지지 않고 

감추어진 뿌리를 지닌 예나, 혹은

명증하게 나타나지 않은 증명에 대해서는


믿음을 가질 수도, 지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18곡>

p151 그 거룩한 거울은 이제 자기 말(내적사고)에 잠겨 

즐기고 있었고, 나는 내 말의 쓴맛을 

단맛으로 조절하며 음미하고 있었다. 



p154 선을 행하면서 날마다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자기 안에서 

덕이 자라는 것을 알게 되듯이


그 기적이 한층 더 빛나는 것을 보고 

하늘과 함께하는 나의 회전이

그 호(弧)를 넓혔다는 것을 알았다. 

단테의 <<신곡>>을 읽는 내내 나는 삶과 죽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18곡을 다 읽고 나는 158쪽에 이런 말들을 적어놨다. 정리 된 것은 아니지만 보존하고 싶어 이곳에 적어 놓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지금 살아 있는지, 죽은 후에도 나는 살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우리에게 죽음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영원한 삶에서 죽음은 지금의 세상과의 단절을 뜻하는 것일까? 태어남을 시작으로 우리는 세상에서 살다가 죽음으로 인해 영혼의 삶으로 들어가게 된다. 근데 그 영혼의 삶은 영원하기에 이 세상에서의 생이 아주 짧게 느껴진다. 수명이 늘어나 100세 시대라고 해도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곡>

p161 하느님은

육분의를 돌리며 세상의 

한계를 그리셨고 감추어지고 드러난 것들에 


혼돈 대신 질서를 가져오셨으니, 

온 우주에 당신의 힘을 새겨 

당신의 말씀 안에 모든 것을 한없이 품으셨다. 


하느님의 빛을 기다리지 못해 덜 익은 채 

지옥에 거꾸로 처박혔던 최초의 

교만한 자(루키페르)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므로 분명 자연의 그릇은 하느님을 담기에는 

너무나 작다. 하느님은 한계를 모르시며 

하느님의 척도는 당신 자신이시다. 


따라서 모든 창조된 것들을 관통하시는

그 제일의 정신에서 나오는 빛들 중

하나일 뿐인 우리의 시각은 너무나 나약해서


그분의 원리가 우리의 눈이

지각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는 것을 도저히 보지 못한다. 


그래서 너의 세상에 부여된 시각은

영원한 정의를 측량할 수 없으니, 차라리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쉬우리라. 


해안에서는 바닥을 볼 수 있는 반면

바다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러나 바닥의 심연에

감추어진 채 거기에 그대로 있다. 


빛이란 언제까지라도 맑은 하늘로부터

오는 것이니, 그 나머지는

어둠이며 그림자, 혹은 육신의 독약이다. 

p163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거나 읽거나 쓰는 영혼이 없는

인더스 강변에서 태어난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의 소망과 행동은

인간의 이성으로 볼 때 선하고, 

말이나 행실에서 죄를 짓지 않지만, 


세례를 받지 못하고 신앙을 갖지 못한 채 죽는다면, 

이런 영혼을 벌하시는 정의는 무엇입니까? 

믿지 않아서라면 그런 죄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코앞도 볼 수 없으면서 심판의 자리에 앉아 

수천킬로미터 너머를 바라보려고 하는 

너는 도대체 누구냐? 


우리를 인도해야 할 성서가 없다면, 

나와 더불어 세세하게 따져 보려는 사람은

의심밖에 만나지 못할 것이다. 


오, 땅의 피조물들이여! 아, 둔감한 마음들이여! 

그 자체로 선하신 최초의 의지께서는 최고의 

선이신 스스로에게서 결코 떠나지 않으신다. 


그 의지와 일치하는 것만이 올바르다. 

그 의지는 유한한 어떤 선으로 연결되기 보다는

그 빛을 보내 선을 창조하신다. 


<20곡>

p173 그렇게 독수리의 이미지는 하느님의 기쁨을 

반사하며 만족하는 듯하고, 그분의 의지에 의해 

모든 것은 저마다 본분대로 되는 것이다. 


p174 너는 이름으로 사물을 이해하지만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그 본질을 

볼 수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구나. 


하늘의 왕국은 뜨거운 사랑과 

꿈틀거리는 희망으로 폭력을 기쁘게 견딘다. 

오직 이런 힘만이 하느님의 의지를 이길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이기는 것과 다르게 

하느님의 의지는 자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그 자비를 통하여 그렇게 지면서 이기시는 것이다. 


p175 기도에 힘을 주었던 그 뜨거운 희망은

하느님의 의지를 움직여 그가 생명을 얻어

천국과 지옥을 선택할 자유의지를 갖도록 한 것이다. 

그의 믿음은 진정한 사랑의 불로 타올랐고, 

두 번째 죽음에서 그는 우리의 

기쁜 잔치에 참여할 자격을 얻은 것이다. 


p176 운명의 뿌리는 최초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온전히 볼 수 없는 자들의

시각으로부터 얼마나 깊게 묻혀 있는지!


<21곡>

p180 본능에 길들여진 까마귀들이 날이 샐 무렵에 

얼었던 날개를 데우려고

한데 어울려 무리를 짓다가


어떤 놈들은 멀리 날아올라 돌아오지 않고 

어떤 놈들은 떠난 곳으로 돌아오고

어떤 놈들은 선회하면서 원래 있던 곳에 머무르듯이


그런 움직임들이 그곳에서 일어났다. 

하나로 무리를 지은 불꽃들이 하나의 

사다리에 일렬로 내려앉으며 서로 부딪혔다. 


p181 또 아래쪽 하늘에서는 숭엄하게 울리던 

하늘의 달콤한 교향곡이 왜 

이 하늘에서는 잠잠한지 말해 주세요. 


내 영혼을 받치는 말과 빛으로 

오로지 너를 환영하기 위해 나는 

거룩한 사다리를 타고 이렇게 아래로 내려왔다. 


p182 그러나 세상을 지배하는 지혜를 섬기도록

우리를 죄어치는 그 깊은 섭리가 

모든 영혼에게 그런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사랑이 영원한 섭리에 

기꺼이 따른다는 것을 압니다. 


p183 여기서는 빛나는 정신도 세상에서는 연기만 피워 낸다. 

그러니 하늘에서도 이룰 수 없는 것을 

아래 세상에서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는가? 


p185 너희의 요즘 목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필요로 한다. 여기저기서 부축해 주고 이끌어 주고

뒤에서 옷자락을 들어 주기를 원하지. 


그들의 옷자락은 그들이 타는 말을 덮으니

하나의 가죽 아래 두 마리의 짐승이 움직이는 듯하구나!

이를 하늘이 인내해야 하다니! 


<22곡>

p187 하느님의 심판의 칼은 급하지도 더디지도 않게 

옵니다. 그 칼을 바라거나 두려워하며 기다리는 이들에게 

급하거나 더디게 보일 뿐이지요. 


p189 이렇게 말씀하시는 가운데 당신이 보여 주신 사랑, 

당신의 불꽃에서 타오르는 선한 의도가 


나의 믿음을 열어주시니, 그 믿음은

태양에 따뜻해진 장미가 꽃잎을 열며 

활짝 피어나듯이 자라납니다. 


오직 그곳에서만 모든 소망은 농익고 아우러져

온전해지고, 오직 그곳에서만 모든 부분이

늘 그러했던 본래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 


p190 인간의 필멸의 육신은 참으로 약하다.

세상에서 좋은 시작이라고 해도 참나무가 도토리를

맺을 때까지 자라나는 만큼도 오래가지 않는다. 


베드로는 금도 은도 없이 믿음을 세웠다. 

나는 기도와 금식으로 믿음을 세웠고

프란체스코는 겸손으로 수도원을 세웠다. 


p191 하느님의 의지로 요단 강이 거꾸로 흘렀고 바다가

갈라졌지만, 지금 하느님께서 당신의 교회를 

도우시는 것은 그에 비하면 엄청난 기적일 것이다. 


p193 나는 지금까지 지나온 일곱 개의 하늘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우리의 세계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작게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세상을 가볍게 보는 정신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사고의 방향을 돌리는 사람이 진정 현명하다.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 등반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서울의 야경을 봤다. 반짝반짝 빛났다. 일렬로 밀착되어 늘어선 자동차들도 빛을 냈고, 조명으로 꾸며놓은 다리, 빌딩들이 같은 색깔을 빛을 내고 있었다. 내가 땅에 서 있을 때 나는 아주 큰 존재인데 하늘에서 내가 살고 있는 땅을 내려다보니 아무리 빛을 내고 있어도 인위적으로 보이고, 작아보였다. 그 땅에 다시 발을 딛고 설 나 자신을 생각해보니 한없이 작아보였다. 존재의 가벼움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동시에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누르고 있는 나는 아주 크다. 나의 시선을 나를 시작으로, 집, 아파트, 동네, 서울, 한국, 그리고 전 세계, 우주 공간으로 올려본다. 우주에서 바라본 나는 먼지, 티끌에 불과하다. 그런데 살아 있기에 존재 가치는 빛이 난다. 그리고 아주 크다. 학생들에게도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 공간을 넘나들며 바라 볼 수 있도록 안내해봐야겠다. 그들이 자신의 존재를 아주 존귀하게 여기면서 동시에 사고의 방향을 돌려,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일은 나를 더 크게 만들 것 같다. 


<23곡>

p195 좋아하는 잎들 사이 사랑스러운 새끼들의 

둥지 곁에 우리 눈에서 세상을 

감추는 밤이 다 지나도록 앉아 있다가 


그리웠던 모습들을 보고 싶어, 

먹이를 찾고 싶어, 그 힘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새 한 마리가


빛나는 사랑의 햇살이 

나뭇가지들 사이로 깃들기를 

기다리며 새로운 날의 시작을 응시한다. 

부드러움, 열정, 긴장이 혼합되어 있다. 


p196 기다림에 젖은 그려는 보다 보니

더 많이 가지기를 바란다면, 희망을

천천히 키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듯 보였다. 

눈은 거룩한 행복으로 너무나도 

밝았기에 묘사하지 않고 그냥 두어야 할 것 같다. 


p202 우리 세상에서 좋은 씨를 뿌리고 땅을 일군

사람들이 이 하늘에서 이룬 그 풍요로운 모습들에는

얼마나 풍성한 은총이 담겨 있는가!


그들은 이곳에서 진정한 삶과 기쁨을 누리는데, 

이런 재산은 바빌론의 유배지에서 

황금을 경멸하면서 눈물로 쟁취한 것이었다. 


이곳 하느님과 마리아의 아들 밑에서, 

그리고 구약과 신약의 선한 영혼들 

사이에서, 영광의 열쇠를 지닌 성 베드로가 


승리의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24곡> - 믿음, 베드로

p205 환상의 말도 하늘의 빛의 미세한 주름들을

그리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p206 그가 바르게 사랑하고 바르게 바라고 믿는지

당신의 눈을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니, 

당신은 창조된 모든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내가 궁금한 부분


p207 훌륭한 그리스도인이여! 무엇이

믿음인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며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이것을 저는 믿음의 본질로 생각합니다. 


“믿음은 먼저 실체로, 

그다음에 논증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순서가 그러한 이유를 이해하고 있는가?”


p209 저에게 관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심오한 것들은 아래 세상의 

사람들 눈에는 감추어져 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믿음 안에서 존재하고, 그 믿음 

위에서 높은 소망이 세워집니다. 

그래서 믿음을 실체라고 하는 것입니다.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논리적 증거는 

이런 믿음위에 세워야 합니다. 

그럴 때 믿음은 논증으로 이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네가 이 믿음이라는 

동전의 순도와 무게를 완벽하게 검토한 지금, 


너의 지갑에 그 동전을 갖고 있는지 말해 보라.” 

“네! 갖고 있습니다! 아주 밝고 둥급니다. 

그 질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p210 “그 오래된 명제와 새로운 명제들을 네가 

결정적인 증거로 삼는다면, 그것들이

하느님의 거룩한 말씀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진실이 저에게 드러내는 증거는 뒤따르는 기적들에서

나옵니다. 이들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니, 

자연의 손은 쇠를 달구지도 불리지도 못합니다.”


“세상이 기적들의 도움 없이

그리스도를 받아들였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떤 기적보다도 훨씬 더 큰 기적일 것입니다. 


<25곡> -소망, 야고보

p214 하늘과 땅이 서로 손을 잡는 내용을 담은

이 거룩한 책을 쓰는 오랜 작업에

나는 몸이 상하고 야위었다. 


나는 변한 목소리와 또 다른 양털을 지닌 시인으로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자신을 거부한 피렌체 사람들에게 한 말)


p217 소망은 앞으로 축복을 받으리라는 것을 

확고하게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이 미리 쌓는 가치에서 나옵니다. 


p218 소망은 많은 별들에서 저에게 옵니다. 그러나 

처음 제 마음에 소망을 부어 준 자는 

지존의 군주의 숭고한 가수였습니다. 


p222 오직 두 개의 빛들만이 두 벌의 옷을 입고 

우리의 수도원으로 곧바로 오르도록 되었으니

이를 너의 세상에 돌아가 설명해 주어라.ㅣ 


<26곡>-은총 또는 사랑, 성 요한

p224 그러나 이 문제를 걸러 낼 더 촘촘한 체가 

필요하겠다. 너의 사랑을 하느님께 향하도록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설명해야 한다. 


철학적 논증과 여기(성서) 서 나오는 

권위를 통해서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당연하게 제 안에 새겨졌습니다. 


p225 널 하느님께 이끈다고 느끼는 다른 끈들이 

있는가? 너의 사랑이 그 끈을 물고 놓지 않을 수 있는

너의 수많은 이빨에 대해서 설명해 보아라. 


p226 사람의 마음을 하느님께 바치는

강력한 이빨들은 제 마음을 

그분을 향한 사랑으로 단단하게 물고 있습니다. 


세상의 존재와 저의 존재, 

그리고 제 영혼을 살리시기 위하여 

그분이 겪은 죽음, 또 모든 신자들의 소망과 


저의 소망이 방금 언급한 살아 있는 진실과 함께 

거짓된 사랑의 심연에서 저를 구하여 

진실한 사랑의 해안에 저를 두신 것입니다. 


저는 영원한 정원사 하느님의 정원을 

온통 무성하게 만드는 잎들 하나하나를 사랑합니다. 

그 하나하나에 빛이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p231 가지에서 잎들이 떨어지고 다른 잎들이 같은 자리에 

돋아나듯이, 인간의 습관은 자연스럽게 변한다. 


<27곡>

p232 우주 전체가 하나의 미소로 변하는 듯했다. 

나는 눈과 귀를 통해서 

신성한 명정에 몰입했던 것이다. 


그 기쁨! 말로 할 수 없는 그 환희! 

완전한 사랑과 평화, 완전한 삶이여!

더 이상 원함도, 다함도 없는 풍요로움이여! 


p236~237 영원히 나의 여인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랑에 빠진 나의 정신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더욱 세차게 타오르고 있었다. 


p237 중심은 가만히 두고 다른 모든 것들을

 돌려주는 우주의 본성은 바로 여기서 출발하니, 

모든 하늘들은 원동천을 중심으로 돕니다. 


p238 탐욕은 재빠르게 인간을 깊숙이 끌어들여

아무도 그 넘실대는 파도 위로 

머리를 내놓을 수 없게 합니다. 


<28곡>

p241 인간이 현재 처한 측은한 상황의

진리를 분명하게 비춰 보였다. 

-> 27곡


p245 왜 원조와 복사물이 서로 맞지 않는지 

더 들어 봐야 하겠습니다. 

(각주 : 원조는 순례자가 지금 목격하는 하늘들의 상징적 모습이다. 그 중심부에는 하느님의 빛이 있다. “복사물”은 물질적 우주를 가리키며, 그 중심에는 아홉 개의 하늘로 둘러싸인 지구가 놓여 있다.)


p246 그대에게 테두리처럼 보이는

이 존재들의 원주가 아니라 

내적인 힘에 주목한다면, 


모든 하늘들이 하느님의 지성과 맺는 관계에서 

큰 것에는 더 큰 힘으로, 작은 것에더 더 작은 힘으로, 

놀라운 조화를 이루는 것을 관찰할 것입니다. 


p248 그러니 축복을 받는 것은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 보는 행위에 따른다는 것이

보이겠지요. 사랑은 그 뒤를 잇습니다. 


본다는 것은 이러한 가치가 있으니 

선을 향한 의지와 은총으로 생겨나징. 

그렇게 단계를 이루며 나아간다오. 


<29곡>

p251 하나님의 선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고, 

그럴 수도 없지만, 오히려 하느님 당신의 빛에 놓인 

영광은 영원성 안에 ‘나 스스로 있다.’라고 선포합니다. 


일체의 시간을 넘어서, 일체의 이해를 넘어서, 

그분이 좋을실 대로, 영원한 사랑은 

새로운 사랑들 가운데 피어났지요. 


순수한 형식과 순수한 물질이 결합하여 

존재의 완전한 상태를 이룬 것은

시위가 셋인 활이 세 화살을 쏜 것과 같습니다. 


주님의 세 가지 경로의 창조는 

시작도 쉼도 없이 일시에 모든 것이 어울려

존재로 투영되었습니다. 


p254 세상에서는 순수한 진리를 이러저러한 논쟁들로

모호하게 만들며 혼동하고 있어요. 


저 아래에서는 잠을 자지 않아도 꿈을 꾸면서 

올바르거나 잘못된 믿음을 말하는데

잘못된 믿음보다 더 큰 죄와 수치는 없습니다. 


p255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세상에 뿌리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는지, 그리고 성서를 마음으로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자가 얼마나 기쁜 마음을 갖는지


생각하지 않아요. 


p256 쉽게 믿는 사람들은 얼마나 무지한지요!

증거도 증명도 필요 없이 사람들은

어떤 약속이든 쉽게 하고 쉽게 매진하지요. 


p257 정신의 눈을 진리의 길로 돌리세요. 


그래서 인지하는 행위는 애정에 

앞서며, 사랑의 축복은 천사들마다 다르게 

내리셔서 타오르거나 미지근한 것입니다. 


<30곡>

p259 여기서 나는 패배를 인정한다. 희극이든 비극이든

어떠한 시인도 지금 나만큼이나

자기가 다루는 주제에 압도되지는 않을 것이다. 


속세의 삶에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첫날부터 지금 그녀를 보기까지 

나의 시는 그녀를 찬미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p260 우리는 가장 위대한 하늘로부터 

순수한 빛의 하늘로 나왔어요. 


지성의 빛, 사라응로 가득한 빛, 환희로 가득한 

진정한 선의 사랑, 가장 감미로운 기쁨도 

초월하는 환희의 빛이에요. 


그대는 여기서 천국의 두 군대를

볼 거예요. 그 하나는 마지막 심판의 날

그대가 보게 될 모습ㅇ르 하고 있어요. 


느닷없는 번쩍임이 시각을 

마비시켜 해맑은 대상조차

눈에서 사리지는 것처럼


영광의 살아 있는 빛이 나를 에워싸고

그 빛의 너울로 아주 단단하게 얽어매서

나는 빛만을 겨우 볼 수 있었다. 


p263 여느 때보다 무척 늦게 잠에서 깬 

젖먹이가 엄마 젖을 찾아

아무리 빨리 열심히 얼굴을 돌려도, 


흐르는 강물에 얼굴을 숙여

내 눈이 그 빛을 더 잘 비추어 내고자 하는 

열마에는 미치지 못했으리라. 


p264 그리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자신들을

감추었던 자기가 아닌 얼굴을 벗어 버릴 때 

이전과 생판 다르게 보이듯이, 


그때 거기서 눈앞에 비친 불과 꽃들은 

거대한 축제로 변했다. 


p266 유모가 있지만 쫓아낸 불쌍한 아이처럼

굶어서 죽어 가도록 만드는

눈먼 탐욕에 그대들은 홀려 있어요. 


<31곡>

p269 하느님의 빛은 모든 부분들의 공덕에 따라서 

우주에 스며들고 아무것도 그 길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성과 의지를 

한가지 목표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p272 가능한 모든 길들로, 모든 수단들을 사용하여

당신은 나를 속박에서 자유로 이끌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이루는 힘을 지녔습니다. 


당신의 큰 사랑을 내 안에 간직하여

당신이 치료해 준 나의 영혼이 육신에서 놓여날 때 

당신에게 기쁨이 되게 하소서. 


<32곡>

p280 이 광활한 영역 내에서는 슬픔이나

목마름, 굶주림이 없듯이

우연은 티끌만큼도 있을 수 없다. 


네가 여기서 보는 모든 것은 손가락에 

반지가 딱 들어맞듯이

완벽하고 영원한 법으로 정해진 것이다. 


p281 결국 저들의 행적에 따라 각자 

다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서 

창조하실 때부터 내리신 은총에 따른 것이다. 


p284 네가 잠드는 시간이 달아나니까, 

천에 맞추어 재단을 하는 능숙한 재봉사처럼, 

여행에서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여 


제일의 사랑이신 하느님께 눈을 돌리고 

그분을 오롯이 바라보면서 가능한 한

그분의 빛을 깊이 꿰뚫도록 하라. 


<33곡>

p288 이제 모든 인간의 염원의 끝에 

접근하고 있던 나는 나의 불타는 소망을

높이 올리도록 모든 힘을 다 짜냈다. 


p289 그때부터 나의 봄(見)은 말함이 보여 주는 것보다 

더 컸다. 말함은 그런 시각 앞에서는 실패한다. 

기억은 그러한 한없음 앞에서 굴복한다. 


마치 꿈을 꾸면서 뭔가를 보는 사람이

꿈에서 깨어나면 그 열정은 자국으로 

남고, 나머지는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듯이, 


내가 지금 그러하다. 비록 나의 눈은 흐릿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내 눈으로 본 

그 달콤함은 가슴속에 아직도 방울진다. 


아, 인간의 지성이 다다르지 못할

지고의 빛이시여! 당신의 조그만 부분이라도 

내 마음에 다시 더하셔서 


미래의 사람들에게 남길 수 있도록 

당신의 영광의 단 한 순간 불티라도

포착할 정도의 힘을 나의 혀에 주소서. 


p291 아르고의 배 그림자가 넵튠의 얼을 뺀 

저 사건이 있은 지 이천오백 년이 지났건만, 

한순간이 그보다 더 긴 망각으로 나를 실어 간다. 


의지의 목표인 선이 모두 거기에

모이기 때문이고, 그 외부에서는 

완전이 곧 결핍이기 때문이다. 


p292 아, 말이란 얼마나 약하며, 내 생각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가! 내가 본 것이 그러하니 그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야 하리라. 


오로지 스스로 안에만 홀로 정좌하신

영원한 빛이시여! 


p293 여기서 나의 환상을 힘을 잃었다. 하지만 

내 소망과 의지는 이미, 일정하게 

돌아가는 바퀴처럼,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시는 사랑이 이끌고 있었다. 

단테는 천국에 갔을까? 작가 연보를 통해 보니 단테는 <<신곡>>을 1304년 경부터 구상하기 시작한다. 결국 1320년 <천국편>을 완성하면서 <<신곡>>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0여 년에 걸친 유랑 중에 써낸 이 작품을 베껴내면서 든 생각은 내가 너무 무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읽었다는 것에 그치는 기쁨은 이제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데, 나의 사고의 깊이는 너무 얕고, 딱히 다른 사고의 방향으로 가지도 못한다.’ 단테의 말을 빌려 나는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그가 던진 질문, 그리고 답을 날 것으로 씹어먹고, 요리해서도 먹고, 이리저리 궁리도 해봐야 할 것이다. 선과 악, 죄와 벌, 정치와 종교, 문학과 철학, 신화와 현실 인간사의 모든 주제를 끌어 안은 <<신곡>>을 쓴 단테는 16년 동안 계속 베껴쓰고, 연구하고, 많은 활동에 참여했으며, 노력했을 것이다. 그의 묘사하는 능력과 상상력이 탐난다. 

 <<신곡>>은 정확히 1300년 3월 25일 부활절 목요일 밤에 여행을 시작하여 4월 1일 목요일 아침에 마친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의 시간을 하루로 국한지어 썼다. 이 두 작가는 긴 세월동안 겪은 경험과 지성, 창조성, 의식의 흐름들을 짧은 기간으로 설정하고, 길게 담아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난 다음 해설을 보지 단테의 여행이 일주일이 아니라 영원한 시간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이렇게 짧은 시간안에 영원한 시간을 넣으려고 했을까? 궁금하다. 

 이 작품에서 내가 배울 점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고뇌가 곳곳에서 반짝였다는 점이다. 또한 고대와 중세의 지식들을 웅장하게 쌓아 올린 건축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테가 생각하고 있던 ‘사랑’에 대한 개념을 잘 풀어 썼는데, 내가 가진 어떤 명제, 또는 개념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리해둬야 겠다. 


  1.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지옥편>은 서곡을 포함하여 34곡으로 <천국편>은 3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옥편>을 읽으면서는 몇개의 곡에 제목을 붙여 봤다. 


<1곡> - 서곡, 어두운 숲

<2곡> - 시작

<3곡> - 지옥으로 들어가는 길 (강)

<4곡> - 첫 번째 고리, 림보

<5곡> - 두 번째 고리, 애욕의 죄

<6곡> - 세 번째 고리, 탐욕

<7곡> - 네 번째 고리, 탐욕과 낭비

<8곡> - 분노

<9곡> - 다섯 번째 고리, 이교도 (이교도 분파의 두목)

<10곡> - 이단자들과의 만남

<11곡> - 여섯 번째 고리, 폭력, 배반

<12곡> - 일곱 번째 고리, 첫 번째 구렁, 폭력

<13곡> - 7/2번째 구렁, 질투

<14곡> - 7/3번째 구렁, 경멸(?)

<15곡> -브루네토와 만남

<16곡> - 여덟 번째 고리로 가는 길

<17곡> - 고리대업, 사기 (* 고리를 놓침)  

<18곡> - 말레볼제 (사악한 구렁/ 10개의 구렁으로 구성되어 있음)

<19곡> - 성직매매

<20곡> - 암피아라오스, 테이레시아스, 아론타, 만토

<21곡> -공금횡령

<22곡> - 마귀들

<23곡> - 마귀들과 추격전 (말레볼제에 있는 여섯 번째 구렁)

<24곡>  

<25곡> - 카쿠스 (피와 죽음의 호수를 수없이 만든 놈)

<26곡>  ,<27곡>

<28곡> - 불화와 분열의 씨를 뿌린 자들

<29곡> - 단테의 숙부 이야기 

<30곡> 

<31곡> - 질투와 교만 

<32곡> , <33곡>, <34곡>


 단테는 지옥에 깊은 구렁을 층층이 나눠 죄의 값에 따라 죄인들을 넣었다. 곡 마다 제목이 붙여지면 <<신곡>>만의 맛을 살릴 수 없겠지만 내가 저자라면 각 곡마다 제목을 붙여 차례를 만들어 주겠다. 지옥편의 <1곡>은 서문으로 빼고, <2곡>부터 <34곡>까지를 9개의 챕터로 나눠 8개의 고리와 연옥으로 가는 길을 마지막 챕터로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8개의 고리는 4개의 수렁으로 구성되면 32개의 곡을 완성할 수 있다. 


<천국편>은 읽으면서 제목을 달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지옥편처럼 지옥에 가는 이유가 드러나듯이 천국에 가는 이유가 잘 드러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천국편은 그것보다 단테가 가진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주는 현자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물론 단테도 천국을 우주에 있는 행성, 수성, 금성, 화성, 목성 등으로 옮겨가며 서술했다. 웅대한 건축물을 건설해 놓고 그 안에 천국의 방들을 여러개 만들어 놨는데, 그것을 챕터로 묶으면 될 것 같다. 수성에서 있었던 일, 금성에 들어가려면, 화성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 등으로 분류해서 차례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또 단테가 궁금해 했던, 의심의 소망들을 기준으로 분류해도 독자들이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골라볼 수 있도록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도 같다. 


2) 보완점

 단테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책이 만들어지던 시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차례가 있고, 서문이 있고(작가가 그 책을 쓰게 된 동기, 이유들을 볼 수 있는 부분), 내용이 있으며, 마지막에는 에필로그가 있다. 이런 부분이 갖춰져 있다면 단테의 <<신곡>>을 훨씬 더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많은 번역자들과 단테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해설과, 주석을 달아주었지만 단테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면 더 그의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감동적인 장절

p18 

인간은 언제나 그 겁 때문에 머뭇거리고,

제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짐승처럼

명예로운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p21

사랑이 나를 말하게 하고 움직이게 합니다. 

두려움은 남에게 해를 입힐 힘을 

지닌 것들에게서만 나오는 법입니다.

다른 것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요. 


p113

의심함이 아는 것 못지않게 즐거운 일이 되는군요. 


p162

진실은 거짓의 여러 얼굴들을 지니는 법이다. 

그 앞에서 사람은 되도록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런 진실을 말하면 자칫 거질말쟁이가 될 수 있으니

p243 정당한 요구에는

말없는 실행이 따라야겠지. 


p13

언제나 행복의 과녁에 똑바로 화살을 

당기는 활의 힘에 실려 우리는 미리 

운명 지어진 곳으로 날아오릅니다. 


p20

가장 먼 곳에 있는 

빛이 다른 두 거울에 비친 빛보다 그 양에서는 약하지만, 

성질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관찰할 겁니다. 


p41

하느님과 인간이 계약을 맺었을 때 

이 보물과도 같은 자유의지가 봉헌되는데

그것도 자유의지가 그렇게 의도한 것입니다.


p72 자연은 운명과 일치하지 않을 때 

마치 낯선 토양에 뿌려진 씨가 

죽듯이 실패하고 맙니다. 


자연이 닦아 놓은 바탕을 사람들이 더 

생각하고 그 위에 쌓아 나간다면, 

더 나은 사람들이 될 것이오. 


p82 

한 움직임이 

다른 움직임과 엇갈리는 그곳으로 바로 응시하라. 


p114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

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파르메니데스와 브리슨, 그리고 멜리소스 같은 

사람들이 그 분명한 증거들입니다 .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갔지만 어디로 가는지 몰랐지요


자신의 판단을 너무 빨리 믿어서는 

안 됩니다. 이삭이 익기도 전에 수확량을 헤아리는

농부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겨울의 긴 시간 동안 앙상하고 

드세던 가지에 결국에는 아름다운

장미를 틔우는 것을 내가 보았기 때문이에요. 


항로란 항로는 모두 종횡하며 거침없이 

항해하다가 항구에 들어올 무렵

침몰하는 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p134 오, 한 줌도 안 되는 우리 피의 고귀함이여!

우리 애정이 왜소해져 가는 이 아래에서

그대가 사람들에게 자랑하려 한다 해도, 


나는 결코 놀라지 않으리라.

욕망이 일탈하지 않는 하늘에서

말하면서, 나도 나의 피를 자랑했으니. 


고귀함은 금방 오그라드는 망토다. 날마다

다른 천으로 덧대지 않으면

시간의 가위가 조금씩 잘라버린다. 


p138

너희의 모든 것은, 너희들 자신이 그러하듯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랜 세월 이어지는

무엇에 숨어 있는데, 인생은 짧다. 


p163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거나 읽거나 쓰는 영혼이 없는

인더스 강변에서 태어난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의 소망과 행동은

인간의 이성으로 볼 때 선하고, 

말이나 행실에서 죄를 짓지 않지만, 


세례를 받지 못하고 신앙을 갖지 못한 채 죽는다면, 

이런 영혼을 벌하시는 정의는 무엇입니까? 

믿지 않아서라면 그런 죄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코앞도 볼 수 없으면서 심판의 자리에 앉아 

수천킬로미터 너머를 바라보려고 하는 

너는 도대체 누구냐? 


우리를 인도해야 할 성서가 없다면, 

나와 더불어 세세하게 따져 보려는 사람은

의심밖에 만나지 못할 것이다. 


p193

우리 세상을 가볍게 보는 정신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사고의 방향을 돌리는 사람이 진정 현명하다. 


p269

지성과 의지를 

한가지 목표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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