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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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천국을
청소년들이 천국에서 살수 있는 방법 있다면 나는 그것을 전도할 생각이다.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 중 한명의 이야기다. 그 친구는 중학교 2학년이고, 공부를 잘한다. 전교 성적 순위, 10등 안에 견고하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이다. 그 학생이 어느 날 하루 뜬금없이 이렇게 떠든다.
“선생님, 저 S대 가서, 돈 많이 벌어서, 성형할거에요.”
그 학생의 갑작스런 선포에 주변 학생들이 동요한다. 성형을 왜 하냐고 하는 학생도 있고, 스스로도 하겠다고 공감을 표하는 학생들도 있다. 어떤 학생은 아빠가 성형은 안된다고 하셨다면서 자신은 하고 싶은 눈친데, 안하겠다고 떠든다.
학생들에게 최선의 가치가 ‘학력, 돈, 외모’ 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일부분 맞는 말이다. 이러한 학생들이 추구하는 가치, 삶에서 이루어 내고 싶은 것은 단테가 말하는 지옥의 네 번째 고리 쯤 있는 것 같다.
학생들 중 일진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다. 그녀에겐 ‘힘’이 최선의 가치인 것 같다. 무리 중 맘에 들지 않는 친구가 생기면 친구들을 모아 작전을 짜고 한 명을 따돌리거나 손을 댄다. 그 학생 뿐만이 아니다. 학교 폭력이 이슈화 되고 난 뒤 학생들 사이에 폭력 행위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친구를 폭력으로 굴복시키고 군림하려고 한다. 어떤 학생은 옆 학교 남자친구를 든든한 빽으로 두고, 희안한 아우라를 풍긴다. 그녀는 그녀의 아우라 중심에서부터 반경 몇 미터 안으로는 친구들이 접근 조차 할 수 없게 한다. 친구의 머리 채를 흔들고, 얼굴을 때리고, 노래방에서 구타를 저지르는 학생도 있다. 아마 단테가 말한 여섯 번째 고리 또는 일곱 번째 고리의 첫 번째 구렁에 들어가야하는 죄목을 가진 것 같다. 그 구렁에는 살면서 폭력과 배반을 일삼은 죄인들이 들어가서 벌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미래가 창창한 청소년들을 지옥으로 내몰 수는 없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내게는 그들에게 베아트리체를 소개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소개할 베아트리체가 없다면 내가 베아트리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견뎌내고 천국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해야하는 사명감이 밀려온다.
그들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 조차 갖지 못한채 정해진 커리큘럼 안으로 들어와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면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그들에게 공부를 잘하길 기대할 것이다. 다행히 공부를 잘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눅들고, 꿈 없이, 생각 없이 청소년 시기를 보내게 된다. 히어로 본능이 있는 녀석들은 친구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튀려고 온갖 청소년 비행을 저지른다. 나는 그런 학생들에게 우선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거리를 주고 싶다.
갖고 싶은 것이 있나요? (10가지 이상)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10가지 이상)
되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10가지 이상)
분명 이런 질문을 받은 학생들은 처음부터 제대로된 답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질문 해본 적이 몇 번 있는데 갖고 싶은 것은 돈, 하고 싶은 것은 잠자기, 게임, 쇼핑 등이 있고, 되고 싶은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천국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가 될 수 있다. 자신의 ‘HAVE, DO, BE’를 목록으로 만들어 정리해 보고 각각의 목록에서 가장 갖고 싶고, 가장 하고 싶고, 가장 되고 싶은 모습을 골라 한 문장으로 만들어보게 한다. 이 작업을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발견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을 잘 버무려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청소년기에는 꿈이 여러번 변할 수 있다. 그리고 변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것과 배우게 되는 것들이 많아지니 얼마든지 사고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의 꿈을 이루고 나면 그 다음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에 한 사람이 꿈 하나만을 간직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질문들에 정기적으로 답을 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천국에 들어온 것이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으로부터 요구된 욕망이 아니라 자기 자신 내면의 소리에 신중하게 귀기울여 보고 자신의 삶에서 최선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면 아마 좋은 대학가서, 돈 많이 벌고, 성형을 하는 것 이상의 꿈이 선포되지 않을까? 힘으로 친구들을 좌지우지하려는 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그들의 내면의 소리를 잘 들어보면 폭력과 배반이 아닌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친구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두 번째로 그들이 추구할 수 있는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
정직, 명예, 성실, 신중, 평화, 친절, 감사, 공평, 약속, 행복, 지혜, 믿음, 양심, 재미, 용기, 겸손, 이해심, 자신감, 배려,
사랑, 보람, 예의, 의리, 책임, 봉사, 결단, 평정, 유머, 인내, 모험, 배움, 센스, 성장, 끈기, 우정, 절약, 원칙, 긍정, 경청,
자유, 리더십, 열정, 기쁨, 건강, 재치
아마 그들이 가치가 무엇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어떤 가치를 추구했어야 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보여준 낱말들 중 자신의 삶에서 추구하며 살아가고 싶은 가치 5가지 정도 골라보게 한다. 아마 학생들은 너무 많은 가치들을 욕심내다, 자기만의 가치를 골라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위에 질문 세가지와 밑에 가치들이 학생들에게 소개되고, 그들에게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마도 그들의 매일은 환경과 상황은 변하지 않았어도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공부하는 이유를 찾았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지켜야할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느끼고 나서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갈피를 못잡는 학생들이 생겨날 수 있다. 그 친구들에게 단테의 사고를 빌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의 판단을 너무 빨리 믿어서는
안 됩니다. 이삭이 익기도 전에 수확량을 헤아리는
농부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겨울의 긴 시간 동안 앙상하고
드세던 가지에 결국에는 아름다운
장미를 틔우는 것을 내가 보았기 때문이에요.
항로란 항로는 모두 종횡하며 거침없이
항해하다가 항구에 들어올 무렵
침몰하는 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테 신곡 <천국>의 13곡
자기 자신이 계속 변화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치지 말고, 급하게 결과를 바라지 않으며, 자신이 설정한 북극성을 향해 꾸준히 인내하며, 천국의 삶을 살 수 있는 청소년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내가 그들의 베아트리체가 될 수 있을까?
청소년들에게 천국의 삶이 있다면 아마 우리의 미래도 천국일 것 같다.
^^ 아... 길수행님이 특별과외를 부탁하시니
기분 엄청 좋아요. 그러면서 아, 공부해야겠다.. ㅎㅎㅎ
전 have, do, be를 적어보라는 강의를 들었을 때 아주 중요한 팁 하나를 함께 들었어요.
'될까? 가질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은 완전 배제하고
내 안에 있는 욕망, 바램들을 꺼내 놓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는 거였어요.
정말 마음대로 다 썼어요. 그랬더니 보이더라고요.
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 사람이구나. ㅎㅎ
왠지 길수행님 아들은 축복받은 아들인 듯!
그런거 써보라고, 시도해보는 엄마가 그리 많지 않은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