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이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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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의 여정 속에 얻은 기쁨
중세 신이 지배하는 암흑과도 같은 시기에 ‘피렌체’라는 작은 마을과도 같은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이 곳은 창조적인 삶을 갈구하는 인간 본성 과 본연에 대한 각성이 일어났을까?
르네상스의 발원지이자, 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 피렌체에서 태어나 저들의 소망을 찾아 갈망하는 삶을 통해 인류의 전환을 이뤄어낸 곳… 피렌체.
김상근 교수가 쓴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에서는 단테,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메디치, 조토, 카라바조 등의 피렌체 천재들이 이룩한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는 단테로부터 시작되어 조토의 그림으로 완성되었던 14세기의 길, 그리고 회화·조각·건축이라는 조형예술의 3대 장르가 세분화되어 발전하는 15세기의 길, 마지막으로 르네상스로 향하는 큰 길을 놓은 메디치까지 피렌체의 길을 직접 걸으며 거장들에게 직접 인문학 특강을 듣는 듯한 감동에 빠지게 한다.
이 모든 것에 불을 당긴 사람은 단연 단테의 신곡에서 부터이다. ‘속된 무리’들로부터 멀리 인도해 주는 신곡의 여정속에 자기 탐험의 깊은 이해력을 지닌 단테를 만나게 된다.
단테의 <신곡>은 650여 년 동안 인기를 누려온 시이다. 놀랍고도 상상력이 풍부한 착상이 주는 소박한 힘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끊임없이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이유는 있다고 한다.
나폴레옹의 시대에 이어 19세기에도 많은 사람들은 <지옥편>에 등장하는, 힘세고 연민을 느끼게 하는 불운한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나는 대학을 다닐 때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성경을 공부 한 적이 있다. 물론 공대를 다녔기 때문에 지도 교수님께서도 공학 박사이시지만 성경을 가르치는 걸 좋아 하셨다. 그래서 약 2년 정도를 매일
아침 마다 40 -50 분 씩을 배웠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주로 신약에서 소개된 4복음서(마가, 마태, 누가, 요한)와 바울 서신(로마서, 고린도전후서, 갈라디아서, 에베소서, 골로세서, 데살로니가전후서, 디모데전후서)으로 잘 알려진 내용들을 묵상하고 삶에 참회 과정을 통해 삶에 적용하는 훈련을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물론 이 생활은 삶의 현장에 들어 오면서 많은 내적 갈등을 만들어
냈고 현실적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회성이 좀 떨어지는 태도를 보일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갖게 될 때 사람은 변화 하기 마련 이다.
소극적인 사람이 적극적인 모습을 갖게 되고, 때로는 공격적인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다.
주변에서 부러워할 만한 지치지 않는 열정이 그의 모든 것을 감싸 안고 버팀목이 되어 준다.
신앙과 일의 조화로움이 주는 위안을 갖고 삶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이런 나에게도 삶의 중반에 단테의 고백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우리의 시인 단테도 그의 인생 중반에 이렇게 독백 한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아, 이 거친 숲이 얼마나 가혹하며 완강했는지
얼마나 말하기 힘든 일인가!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새로 솟는다.
요즘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 하는 사람들을 볼 때 기대 반 우려반 두려움이 앞선다.
최근 수주한 회사는 17년전 봉재업을 시작하여, 꽤 건실한 중견 회사로 성장한 회사를 고객으로 모시게 됐다.
이 회사의 프로젝트 킥 오픈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주 필리핀에 출장을 다녀왔다.
고객사는 어웃도어를 OEM(주문자 생산 방식)방식으로 브랜드 회사의 하청을 받아 생산을 대행 해주는 봉재 업체여서 공장이 해외에 있다.
필리핀, 베트남 같은 곳에 많은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가 싼 곳을 찾아 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이 해외로 나가게 된다.
필리핀도 요즘 유가도 많이 올랐고 인건비가 많이 비싸져, 급여가 더 낮은 방글라데시 나 캄보디아로 생산거점을 옮겨 간다고 한다.
이 곳 사장님은 한국분이신데, 생산 거점을 다른 나라로 옮기실 계획을 갖고 계시지 않다고 했다. 필리핀 직원들과 너무 많은 정이 들었고, 이 곳을 두고 다른 곳으로 거점을 옮기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오르는 인건비를 대체할 수 있는 IT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 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일을 도와 주는 전문가 이기도 하다.
고객사 사장님은 17년전 필리핀 클락 미 공군 기지가 있는 곳에서 공장을 시작하여 현재 6개의 공장을 짓었고, 그 곳에서 일하는 생산 직원만해도 약 8000명 정도가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내가 직원 10,000명까지는 책임 질 수 있는데 그 이상은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말씀을 나누는 중에 그 의 얼굴은 몸 과 맘이 많이 지쳐있는 듯 했다.
직원들과 늘 함께 하지만, 외롭워 하셨고, 불 투명한 미래에 힘들어 했다.
사장님의 탁월한 뚝심 과 기술력으로 그 곳은 OEM 방식으로 생산을 대행해 주지만, 남다른 디자인 기술을 보유한 차별화 된 전략으로 현재 공장의 오더 수량이 풀 부킹 되어 있다고 한다.
신축 공장을 지어 생산 능력을 확장 해야만 수주 물량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문 자답을 해 본다고 한다. 내가 앞으로 이 회사를 키워 갈 CEO로 적합한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를…
시간이 갈수록 단테의 고백이 그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