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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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겸 단상
징겸은 지난 달 21일 정식 승려가 되었다. 2007년에 뜻을 세우고 불가에 입문한 지 5년 여의 시간이 지난 후다.
Are you Japanese?
2003년 봄의 기억은 희미하다. 탄영(그의 이름은 종삼에서 보성으로 그리고 탄영으로 세 번 바뀌었고 현재 법명이 ‘징겸’이다)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위와 같이 물었을 거다.
굵고 검은 수염이 인상적이었고, 냉정하듯 날카로운 눈빛이 시선을 모았다. 키는 컸고 항상 검은 가죽잠바를 입고 다녔으며, 유창하지 않은 영어였으나 겁 없이 말할 줄 알았다. 새로운 것에 대해 스스럼이 없었으며, 주관은 확고했으나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저어함이 없었다. 나는 그가 일본인인줄 알았으나 갑자기 ‘밥뭇나?’라는 말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먼 타향, 캐나다 땅에서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나와는 얘기가 잘 통했으나, 그와의 토론은 자주 대립각을 세웠었고 토론의 경험이 많이 없었던 나에게 '토론은 이렇게 하는 거다' 라고 가르쳐주듯 그의 말은 능수능란했다.
주로 사회적 이슈나 현상들에 대해 지나가듯 말을 던지면 서로가 버린 말들을 주워 토론의 불씨로 삼는 방식이었다. 그는 종교적이고 관념적인 것에 대해 해박했으며 나는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그가 말한 것들에 대해 공감이 가는 부분은 나의 지인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와의 사회적 의견들을 교환할 때는 나의 철없는 진보의식이 그의 유려한 어정쩡함('좌,우의 구분은 부질없다'고 했다. 개량주의에 가까웠다)에 자주 설득 당했으며 나는 설득 당하는 상황을 모면하려 더 유치해 지곤 했다. 겉멋에 지껄여 대던 기억이 새롭다. 지나서 생각하면 설득이 아닌 철없음에 대한 지청구를 들었던 느낌이었는데도 말이다. 당시에 만나면 피워대던 마리화나가 그런 겉멋을 부축이지 않았겠는가.
그는 종교에 대해 해박했다. 그를 만나고 이제까지 부처와 불교철학, 그리고 금강경의 powerful함을 늘 그에게서 들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금강경해설본을 구해 읽기도 했으나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그는 성경에도 달통했었다. 예수는 진정한 사회주의자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둥 당시에는 들어도 이해하지 못했을 말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 내 편협한 종교관을 깨치려 그는 무단히 애썼다. 먼 나라, ‘사유’라는 철학적 고민이 실종된 곳에서도 經典을 옆에 끼고 다니며 버릇없어 보이던 앵글로색슨들에게 이놈, 저놈하고 다녔다. 어쨌든, 그와의 만남은 애면글면 이어져 올해로 10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제 곧, 그는 그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수행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승려가 되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山寺로 들어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윤회의 연을 단칼에 끊어버리고 자유로운 죽음과 죽음의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얼마 전 그를 봤을 때, 꿈 찾은 이의 평온함과 열정, 행복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그가 선택할 길에 대해 주저 없었고, 운명이라 믿었으며,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진중함이 묻어났다. 부러웠다. 적어도 그는 자기 生을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부디 땡중되지 않기를 바란다.
부처님 오신 날, 신곡 읽기를 마치고 내 종교관의 큰 영향을 끼친 두 사람, 단테와 그를 포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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