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고맑은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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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자기를 소개할 일이 많은 사회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생면부지의 사람과 악수를 하기도 합니다. 10년차 직장인이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광경입니다. 명함 한 장으로 '나'라는 사람을 얼마만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물론 요즈음의 명함이 다양하고 개성이 강해 '나'를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허나 컬러풀한 명함을 내미는 행동은 구세대들에게 익숙해지기 쉽지 않습니다. 컬러풀한 명함이 없어도 구세대들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자기소개는 어렵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잘 몰라서 그런 걸까요?
우연한 기회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 자신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PT라고 불리우는 프리젠테이션이였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어 마음이 급했지만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자료를 만들며 가장 신경써야 할 쓴 부분은 내용과 마무리여야 했지만, 제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할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자료는 잘 만들어졌지만 발표자 소개 부분에서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제 소개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명함에 있는 내용을 적기에는 너무 딱딱해 보였고, 간단히 쓰자니 성의없어 보였습니다.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단어 하나가 필요했습니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발표 전날이 되어서야 제 소개에 대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인생의 화살표, 즉 지향하는 바를 담으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발표 내용은 이미 끝낸지 오래 됐다는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도 나옵니다. 다시 보니 내용이 정말 부실합니다.
발표를 마친 다음 날 제 발표를 본 선배가 저를 불러 세우고는 '그런 사람인지 이제 알았네. 너를 소개하기 충분했어'라고 말해 주셨습니다. 발표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의 목적이 달성 되었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었습니다. 앞으로 제 소개를 하는 자리가 생기면 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할겁니다. 아주 당당하게 말입니다.
발표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유수지위물야 불영과불행)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법이다.
- 맹자, <盡心 上>
신영복, [나의 동양고전 독본,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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