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샐리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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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독일의 메르켈 총리 사진이다. 크라프트 급 부상, 보통사람 이미지로 인기
며칠 전 일간지에 단아하고도 아름다운 여인이 내 눈길을 끌었다. 크라프트.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현 추세가 이어져 크라프트가 올 연말 예정된 사민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내년 하반기 독일 총선은 두 여제(女帝)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크라프트의 인기 비결은 소탈함이다. 그는 선거 승리가 확정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행가를 부르고 춤을 추며 어울렸다.
평소에도 그는 앞치마를 두르고 지역 음식점에서 일하거나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직접 공구를 든다.
크라프트의 '동네 아줌마' 같은 친근한 이미지는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메르켈의 강성 이미지와 대비된다.
데카메론은 1300년경에 씌여진 산문이다. 14C와 21C기의 여인들의 차이는 엄청난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
난 대학에 들어가서 가장 신기한 과목이 여성학이었다. 딱 한 학기 한 과목을 신청해 들었는데,
여성 상위시대가 한국에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980년대라 충격이 꽤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미국에서 막 공부를 마치고 온 강사가 열정적으로 강의했던 장면, 300명 정도 되는 강의실에서 들었던 학생의 열정이 뿜어내던 에너지만이 남아 있다.
지금의 시대적 상황과 비교해 볼때 데카메론에서 보여준 여러 여인네들의 모습은 참으로 낯설고도 때론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이제 열 명의 인원이 모여 막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째 날, 신중한 필로메나는 이런 말로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어린 처녀가 아니고 다 성숙한 여자들입니다만 남자 분의 지도 없이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실 거예요.
우리 여자들은 변덕이 심하고 다투기를 좋아할 뿐 아니라, 의심이 많고 무서움을 잘 타는 겁쟁이들이니까요.
남자분의 인도를 받지 않으면 이런 집단은 쉽게 깨지고, 불필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죠. 그러나 일을 벌이기 전에 잘 의논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Oh my God!!! 14세기 여성들은 여성 자신 스스로를 이렇게 규정해 놓고 남자들에게 의지하던 시대구나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같으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말을 잘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낯설었다.
하지만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도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책의 일곱째 날 이야기는 부부 간이나 남녀 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동서양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의례 우리나라에서는 바람을 핀다 하면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는데, 데카메론의 삼각관계는 주로 아내의 정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일곱째 날의 열 가지 이야기는 모두 삼각관계가 모티프가 되어 있다는 점, 아내들의 정부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
왜 십자군 전쟁터에 나가는 귀족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정조대를 채우고 전장에 나가야 했는지 오랫동안의 의문이 풀어지는 대목이었다.
여덟째 날의 7번째 이야기는 귀부인들이 왜 그렇게 남편을 두고 또 다른 남성을 취하려 했는지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구절이 나온다.
“ 언제나 주변을 의식하며 자기 존재를 과시하던 엘레나 부인이 이 청년의 눈길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죠.
부인은 사내들의 사랑이 자기 아름다움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여겼기 때문에, 은근히 추파를 던져 리니에리를 끌어들였습니다. ”
다른 남정네일지라도 그네들의 사랑을 받으면 자신의 아름다움이나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왜곡된 신념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문장이다.
물론 당시 모든 여성들의 가치관이 데카메론에 나오는 여인네들의 가치관과 일치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0가지 이야기 중에 많은 부분이 성직자의 부패와 타락, 여인들의 바람기등을 다룬 책이라면 또 그 책이 일반 대중에게 인기가 있었다면,
분명히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되어진다.
오늘날은 바야흐로 신 모계사회로 진행 중에 있다고들 한다.
시댁보다는 친정 가까이 사는 가족들이 많고 - 물론 일하는 여성들의 증가가 주된 원인- 고부간의 갈등보다는 장서간의 갈등이 많아지는 추세다.
미래 학자들은 이런 신 모계 사회가 205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엔 다시 역사의 수레바퀴의 법칙에 의해 부계사회로 돌아갈 것이라 예측하지만 미래는 미래일 뿐.
14세기 “남자 분의 지도 없이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실 거예요. ”라고 말했던 필로메나가 살아나 피렌체와 가까운 독일에서 두 여제의 대결을 본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아, 이제 우린 남자들의 지도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시대를 열었군요.” 하고 지지와 응원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나약한 말을 하며 다시 아! 옛날이여 하고 14세기 피렌체로 돌아갈 것인가?
상상만해도 즐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