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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4일 10시 19분 등록

데카메론

보카치오 지음/ 한형곤(외국어대 교수) 옮김/범우사 

 

1. 저자에 대하여

 

 데카메론과 캔터베리 이야기 중 선택하여 읽을 수 있는 과제가 주어졌다. 두 책의 저자를 간략하게 훑어 본 후에 제프리 초오서 보다 형인 조반니 보카치오를 선택했다. <<데카메론>>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문장 형식이 <<데카메론>>은 산문이었고, <<캔터베리 이야기>>는 운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켄터베리 이야기>>의 종래의 단순한 형식과는 다른 독특한 구성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보카치오의 100편의 이야기를 먼저 읽고 난 후에 읽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이번주 내가 선택한 작가 보카치오의 생애는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조반니 보카치오는 1313년 토스카나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피렌체에서 보냈다. 보카치오의 아버지는 아들의 문학 취향을 탐탁치 않게 여겨, 1328년 무렵 장사를 배우게 하려고 나폴리의 바르디 가로 보낸다. 바르디 가는 당시 돈을 빌려주는 일로 나폴리 궁정을 장악한 집안이었다. 보카치오는 나폴리에서 상업 세계의 귀족사회를 경험하였고, 교회법을 공부하며 궁정 지식인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1340년 나폴리를 떠나 피렌체로 다시 돌아온다. 그 이유는 바르디 가가 파산했기에 아버지가 그를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이후 보카치오는 고난과 가난의 세월을 보낸다. 이때 보카치오는 나폴리에서 단시 <디아나의 사냥>과 5권 짜리 산문집 <<필로콜로>>등을 완성한 상태였다. 이 작품들에 나타나는 기사도와 사랑은 궁정 사회에서 이미 오랫동안 친숙한 주제로, 부르주아 게급뿐 아니라 하층 계급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보카치오는 피렌체로 돌아온 뒤 10~12년 동안 작가로서 전성기를 누렸는데 <<데카메론>>은 그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이외에도 1341년~1345년에 산문 <아메토의 요정 이야기>, 짧은 노래 50편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우화시 <사랑의 환상> 등의 작품을 썼다.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외에 피렌체로 돌아온 뒤 그의 생활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데카메론>>을 쓴 시기는 1348년~1353년으로 보인다. 한 작품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5년이나 걸림셈이다. <<데카메론>>이 그의 작품 세계의 절정을 이루어 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카치오가 공들여 썼을(잘 모르지만, 아마 그런 것 같다.) <<데카메론>>이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아 챌 수 있었다.

 

<<데카메론>>은 어떤 책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에서 명료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세속적인 욕망을 추구하고 인정하는 당대의 인간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편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그는 <<데카메론>>에서 운명과 맞서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며, 나아가 운명을 개척하는 인간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 준다. 선과 운명이라는 이 뚜렷한 이원론은 르네상스적 감성과 사고에 뿌리를 둔 것이다.

<<데카메론>>의 배경은 이렇다.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뒤, 거리 곳곳에 시체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고, 도시 전체가 페허로 변한 피렌체가 배경이다. 100편의 이야기를 끌고가는 인물은 바로 7명의 부인과 3명의 청년이다. 대참사를 피해 피렌체 교외 피에졸레 언덕에 있는 큰 별장으로 피신을 가서 10일이 함께 보내는 데 그곳에서 10명은 하루에 한 개씩 이야기를 한다.

<<데카메론>>은 그리스 어로 ‘10일 동안의 이야기’란 뜻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귀족과 상인 계급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들은 성직자와 여성이다. 이들은 당시의 시대상과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며, 작품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욕망에 충실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훗날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라고 일컬어지는 당시의 정신적․ 경제적․ 문화적 분위기가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보카치오의 터닝포인트는 한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집필하던 중에 페트라르카와 처음 만난다. 이 만남은 보카치오의 문학 활동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데카메론>> 이후 보카치오는 <<코르바초Ⅱ>>, 단테에 관해 쓴 후기 작품, 드물게 쓴 서정시 및 몇 편을 제외하고는 이탈리아어로 작품을 쓰지 않았다. 대신 라틴어에 눈을 돌려, 상상력을 발휘해 시를 창작하는 것보다는 인본주의적 학문에 전념했다.

페트라르카와 만남 뿐만 아니라 보카치오 본인의 몸이 너무 일찍 쇠약해진 것과 더불어 사랑에 대한 실망도 그의 작품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늘 여성과 사랑을 찬미하는 작품을 썼다가 후에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썼으며, 재능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는 사실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가운 이야기는 보카치오도 페트리카와를 만남과 동시에 인문주의의 중추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과 교류했단다. 호메로스, 오비디우스, 타티투스 등의 고전 원문을 새롭게 접하기도 했단다. (나도 호메로스와 오비디우스가 쓴 작품을 한 권씩 읽었는데, 내가 아는 작가를 보카치오도 알고, 읽고,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니 괜히 반갑다. 이런 부분이 작가 조사의 묘미인 것 같다.) 특히 보카치오는 단테 연구에 몰두했었다. 단테를 열심히 연구하여 <<단테 알리기에리의 생애>>, <<단테를 찬미하는 소논문>>을 지었다. 그리고 1373년 10월 피렌체에 있는 한 교회에서 단테의 <<신곡>>을 대중에게 강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374년 초에 건강이 악화되고 대중을 상대로한 단테 강의가 비난을 받아 낙심한 데다가 1374년 7월 페트라르카의 죽음으로 큰 비탄에 잠긴다. 한 작가를 연구하고 그 작가가 쓴 작품을 강의하는 일은 지금 시대에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찬사를 받지 못하고 비난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난 이부분이 아주 궁금하다. 운명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보카치오는 체르탈도에서 다시 은거 생활을 하다 이듬해 생애를 마감했다고 한다.

 

<개인적 평가>

보카치오의 삶은 지금까지 만나왔던 작가들의 삶과는 다르게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의 삶과 비슷해 보인 것은 아니지만, 처음 만났는데 낯설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데카메론>>이 술술 읽혀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자신이 연구한 단테와 비교되어 역사적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가 자랑스러워 하려나? 단테의 작품이 <<신곡>>이라면 그의 작품은 <<인곡>>이라고 불리운다. 보카치오가 단테의 작품에 <<신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도 내게는 새로운 지식이 됐다. 보카치오의 아버지는 그의 문학 세계를 좋게보지 않으셨지만 보카치오는 태어난 목적대로 삶을 살다 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어딘가에서 끌어오고, 창조해내고, 변형시켜 우리에게 들려주는 100편의 이야기를 잘 활용하여 내 작품에도 녹이고 싶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데카메론 (상)

 

<이 책을 읽는 분에게>

<<데카메론>>은 14세기 이탈리아의 3개 거장 중 하나인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의 작품으로서 “10일 동안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고통과 불행에 처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야말로 인지상정이라고 전제하면서 이 작품을 그런 사람들에게 바치고자 했는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그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런지? 

 

<머리말>

p11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인정입니다. 

 

p12 게다가 은혜에 보답한다는 것은, 내 신념으로는 미덕 가운데서도 가장 칭찬받을 만한 일이고, 반대로 은혜를 잊는다는 것은 가장 타개할 만한 악덕이므로, 은혜를 모르는 인간으로 간주되지 않기 위해서 내가 받은 은혜의 보답으로서 사랑의 고뇌로부터 해방된 지금, 나의 그 기분을 표명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은혜를 알고, 보답하며 살고 싶다. 사람의 도리를 다 하며 살고 싶은데, 잘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보카치오도 은혜를 보답한다는 것에 대해 가치를 크게 둔 것 같다. 

 

p13~14 그래서 사랑을 하고 있는 부인네들의 구원도 되고 위안도 되는(사랑을 하지 않는 분에게는 바느질이나 물레 가락이나 실을 감는 일로 충분합니다만) 백 편의 이야기를 소개할 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을 쓴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위안을 주기 위해 100편의 이야기를 소개 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위안을 얻었는지 생각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불명확한 표현이지만)

 

1 첫째 날

p19 이 무서운 서두는 나그네 앞에 험하고 높은 산이 막아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가까이에는 아름답고 즐거운 평야가 펼쳐 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그네의 기쁨은 험한 산을 오르내리는 고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각별하다 하겠지요. 그렇습니다. 무릇 환희의 절정 뒤에는 괴로움이 일어나듯이, 비참 뒤에는 홀연히 기쁨이 찾아와 경하스러운 결말을 맺는 법입니다. 

 

p21 살아 남은 자에게는 여러 가지 근심과 망상이 생겨서 끝에 가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야박한 마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말자하면, 환자를 피하고 달아나게 되었으며, 그렇게 하면 자기만은 산다는 잔인한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 또한 내가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람이 될까, 아니면 내가 속한 공동체(가족, 사랑하는 사람들 등) 사람들과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할까? 나도 야박한 사람이 될 것 같다. 뒤에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의 분류에 나를 적용시켜 봤다. 나는 절제 있는 생활을 하고 환자와 격리되어 살지, 반대로 실컷 마시고 향락을 즐기고 노래 부르며 놀러다니며 사는 사람이 될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p22 그러나 방금 말씀드린 두 가지 형, 말하자면 첫번째 형의 사람들처럼 음식을 그리 제한하지도 않고, 두번째 형의 사람들처럼 술을 억병으로 마시며 방탕한 생활을 하거나 하지도 않고 중간 길을 걸어간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먹고 싶을 때는 충분히 먹었으며,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고 근처를 산책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꽃을, 어떤 사람은 향기로운 풀을, 어떤 사람은 여러 가지 향료를 손에 들고 이따금 코에 대고 맡았으며, 그러한 향기로 머리를 쉬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간 길을 가는 사람들이 나와 가장 가까운 유형인 것 같다.

 

p23 그것은 마치 하느님의 노여움이 이 흑사병의 힘을 빌어 인간들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또 시의 성벽 안에 사는 사람들을 깡그리 말살해 버리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상황을 적어두고 싶었다. 

 

 오히려 저마다의 의견 때문에 많이 감염되어 죽었고, 자기들이 건강할 때는 여전히 건강한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었었지만, 한번 병이 걸리면 그만 별 도리 없이 도처에서 버림받고 돌보는 사람이 없어지는 형편이었습니다.  

 

p26 그러기 때문에 세상이 순조로울 때라면 현명한 사람도 어쩌다 일어나는 사소한 타격을 참지 못하는데, 이렇게 재앙이 커지니까 무지한 사람들도 참을성이 있게 되어서 무슨 일에나 무관심해져 버리는 사태가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p28 부인들 : 팜피네아, 피암메타, 필로메나, 에밀리아, 라우레타, 네이필레, 엘리사

 자기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은 누구를 모욕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시겠죠. 이 세상에 태어난 자가 저마다 될 수 있는 데까지 자기의 생명을 살리고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당연한 권리거든요. 

 

p29 우리는 저마다 자기 자신에 관한 것만 걱정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 것에 나는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만, 조금 놀라운 것은 모두 정말로 무서워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거예요. 

 

p34 하지만 일에는 절도라는 게 없으면 오래 계속되지 않는 법이에요. 이런 훌륭한 모임의 실마리를 마련한 저로서는 우리의 즐거움이 오래 계속될 수 있도록, 우리들 가운데서 한 분을 골라 주재자가 되어 주시도록 부탁하고, 우리는 그분을 최고 지도자로서 존경하며 그의 말을 따르고, 우리가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혜를 짜 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주재자쯤 되면 우월감의 기쁨과 동시에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하는 무거운 점도 느끼게 될 것이고 또 여러분에게 선출되었다고 해서 모두 부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것을 공연히 느낄 필요 없도록 하기 위해, 각기 하루씩만 그 명예와 무거운 짐을 지게 하면 어떨까 생각해요. 

 

p37 이기고 지는 내기를 하면 그 어느 쪽인가의 기분을, 주위에서 보고 있는 사람의 기분까지도 불쾌하게 만들어 버리니까, 그런 놀이를 하지 말고 얘기를 나누며(한 사람이 얘기를 하면 모두 즐겁게 들을 수 있으니까) 이 더운 날을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요. 여러분이 저마다 한 가지씩 얘기를 하는 동안에 해도 저물 것이고, 더위도 가시겠지요. 

 

첫째 이야기 

체펠렐로 씨는 거짓 고해를 하여 성인의 이름이 높은 수도사를 속이고 죽는다. 생전에 극악무도한 사나이였는데도 성 차펠레토라 일컬어지게 된다. 

p38 이 세상일은 모두 변천하고 사멸하는 것이니까, 몸도 마음도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한없는 위험에 몸을 내맡기게 되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p43 사실을 말한다는 것은 고해의 경우나 그 밖의 경우나 결코 죄가 되지는 않는 것이니까. 

 

p44 하느님의 마음을 어기고 폭음 폭식의 죄를 지은 적은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떤 인간이나 설혹 성인이라도, 오랜 단식 뒤에는 먹는 것을 맛있다고 생각하고 피로했을 때는 마시던 것을 맛있다고 생각하는 법이니라. )

p45 필요 이상의 것을 갖고 싶어하거나 또 가져서는 안 될 것을 갖고 싶어하는 탐욕의 죄는 범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자주 화를 낸 적은 있을 테지?

하지만 무슨 기회에 홧김에, 저놈을 죽이고 싶었다든가, 사람을 매도 했다든가, 모욕했다든가, 그런 일은 없었는가? 

 

p46 그럼 사람을 모함하기 위해서 위증을 하거나, 욕설을 퍼붓거나, 혹은 소유자가 싫어하는데도 남의 것을 빼앗거나 한 적은 없었던가? 

그대는 장사꾼이라고 했는데, 장사를 하다가 남을 속인 적은 없었는가? 

 

p48 모든 인간이 저지른 바 있고 혹은 이 세상이 계속되는 한 모든 인간이 저지를 것이 틀림없는 일체의 죄가 어느 한 사람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지금 내가 그대에게서 보듯이 후회하고 회개한다면 고해할 때 서슴지 않고 용서해 주실 만큼 하느님의 자비와 관용은 절대적이니라. 그러니 그대는 안심하고 말하라. 

 

p49 설혹 그대가 주를 십자가에 못박은 자들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지금 그대처럼 깊이 후회한다면 주께서는 반드시 용서해 주실 테니까. 

 

둘째 이야기

유태인 아브라함은 장노 드 세비니의 권유로 로마 성청을 찾아간다. 거기서 성직자들의 나쁜 품행을 보고 파리로 돌아와 오히려 그리스도 교도가 된다. 

p53 아브라함은 유태교만큼 건전하고 좋은 종교는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는 이 종교 아래 태어났으니 그 가르침 위에서 생각하고, 살고, 죽어 갈 참이라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종교를 바꿀 생각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p54 그런 약속을 하기 전에 먼저 나는 로마로 가서 자네가 말하는 그 이 세상의 하느님 대리라는 분을 만나보고 그분의 품위라든가 태도 같은 것을 한 번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네. 

로마 교황청에 가서 성직자들의 그 더러운 악덕 생활을 보면, 그리스도 교도가 되기는커녕 그리스도 교도도 틀림없이 유태교도로 되돌아 가고 말 것이거든. 

 

p56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그네들의 그와 같은 안간힘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오히려 자네의 종교만 더 신자가 불어나 성령은 어느 종교보다도 신성하고 참된 것으로서 찬연히 빛나고, 가르침의 훌륭한 초석이 되는 기둥이 되었던 것 같네. 

 

셋째 이야기

유태인 멜기체덱은 세 개의 반지 이야기로 살라딘이 꾸민 큰 위난을 모면한다. 

p57~58 속계 사람들한테 일어난 사건이나 행동에 언급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얘기를 들으시면 여러분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 매우 조심해서 대답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여러분, 어리석기 때문에 사람은 흔히 불행한 꼴을 당하거나 최악의 비참한 처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영리한 사람은 그 지혜 덕분에 최대의 위기를 면하고 크고 확고한 안주의 경지를 얻는 법이랍니다. 사실 어리석기 때문에 행복한 처지에서 비참한 처지로 떨어지는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요. 그런 예는 날마다 실제로 목격하시는 일인 줄 알기 때문에 새삼 말씀드릴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지혜 덕분에 위안을 얻게 된 얘기를 약속대로 짤막하게 들려 드리기로 하겠어요. 

 

p60 그러면 임금님, 저는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세 백성에게 주신 종교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백성들은 저마다 그 유산과 법도를 이어받아 법도가 명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어느 백성의 것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 문제는 방금 말씀드린 반지처럼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넷째 이야기

어느 수도사가 엄벌을 받을 만한 죄를 짓지만, 같은 죄를 저지른 수도원장을 교묘히 따져서 자기의 벌을 면한다. 

p61 젊기 때문에 단식을 해도 경야를 해도 도무지 정력이 소모되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부분)

 

다섯째 이야기 

몬페르라토 후작 부인은 암탉 요리와 우아한 경구로 프랑스 왕의 부질없는 연모를 훈계한다. 

p65 여태까지 우리가 들어온 얘기는 임기 응변의 교묘한 대답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하는 얘기들이었습니다만, 저는 매우 흥미 있게 들었어요. 그런데 신사분들 중에는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부인을 사랑하려고 항상 지혜를 짜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만, 

옛날 신사분들이 그랬다는 거겠지? 요즘 신사들도 그런가? 

 

p66 그런데 잇달아 요리 쟁반이 나오지만 쟁반이 바뀌어도 암탉 요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깨닫고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왕은 이 근처의 산야에 다른 여러 가지 짐승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방문한다는 것을 미리 알려 놓았으니 사냥할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왕이 적잖이 얼떨떨해짐과 동시에 암탉 요리만 내놓는 설명을 들어볼 까닭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인을 돌아보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부인 이 근처에는 암탉만 나고 수탉은 한 마리도 나지 않습니까?”

부인은 이 질문의 뜻을 환히 알고 있었으므로, 하느님이 자기 소원을 받아들여 가슴 속을 분명하게 털어놓을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하고 묻는 왕을 돌아보며 참으로 명쾌하게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폐하.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라는 것은 복장이나 신분에 여러 가지 변화는 있어도 속은 다 같은 법입니다.” 

 

여섯째 이야기 

어느 재치 있는 사람이 수도사들의 못된 위선을 폭로한다. 

p67 칭찬한다는 것은 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속담대로. 

 

p69 이 미약은 많은 미덕과 마찬가지로 그 효과가 달리 비할 것이 없어서, 갈레노스의 의학서에는 써 있지 않습니다만, 그 효험 덕분에 화형은 십자가의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p70 ‘그대들 하나에 대해서 백을 얻으리라’

“셰. 신부님, 그럼 사실을 말씀드리죠. 저는 여기 온 후로 날마다 수프가 때로는 한 솥 내지 두 솥씩이나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지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너무 많이 남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여러분이 저 세상에 가면 하나에 대해서 백을 받으시게 될 테니까, 여러분은 수프의 바다에 빠져 죽고 말지 않겠습니까. 

 

일곱째 이야기

베르가미노가 별안간 인색해진 카네 델라 스칼라에 대해서, 프리맛소와 클뤼니의 수도원장에 관한 이야기로 풍자한다. 

p71 여러분, 움직이지 않는 표적을 쏘아 맞추는 것도 훌륭한 일입니다만, 무언가 뜻밖의 표적이 나타났을 때 사수가 즉각 이것을 쏘아 맞추었다고 한다면 이렇게 훌륭한 일은 없을 줄 압니다. 

 

p75 그대는 자기 손해와 능력과 내가 인색한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었으며, 그대가 나한테 바라는 바도 분명히 알려 주었네. 사실 나는 이번에 그대에게 들은 그런 인색한 짓은 한 번도 한적이 없었네. 하지만 그대가 들려 준 훈계의 채찍으로 이제 나는 그런 근성을 뿌리치기로 하겠네. 

대접을 받을 때까지 가져온 빵 세 개를 시간 차를 두고 먹었던 베르가미노의 이야기 

 

여덟째 이야기

귈리엘모 보르시에레가 경묘한 말로써 에르미노 데 그리말디 씨의 탐욕스러움을 호되게 곯려 준다. 

p76 어느 훌륭한 궁정인이 한 부자 상인의 탐욕스러움을 꼬집어서 크게 효과를 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워낙 요즘 궁정들은 귀족이나 귀한 신사라 불리고 싶어하고, 이름이 나기를 바라는 사람들 뿐이며, 썩을 대로 썩은 부덕한 생활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궁정에서 자랐다기 보다 아주 천한 인간들의 보기 흉한 거지같은 생활 속에서 자란 당나귀라고 말하는 편이 옳을 인간들뿐이니까요. 

 

아홉째 이야기

키프로스 왕이 카스코니의 한 부인에게 모욕을 당하고 겁쟁이가 일약 용감한 왕이 된다. 

p79 좋은 얘기라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누구건 간에 사람을 기쁘게 하고 감명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임금님, 저는 제가 받은 모욕에 대해서 상대편을 처벌해 주십사고 이렇게 뵈러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다못해 조그만 위안이라도 삼도록 임금님도 당하고 계신다는 그 갖가지 수모를 어떻게 참고 계시는가 좀 들려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임금님을 본받아서 제가 당한 욕을 참을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요. 실은 가능하다면 참을성 많으신 임금님께 제가 먹은 욕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열째 이야기 

볼로냐의 알베르토 선생이 사모하는 여성한테서 수치를 당하려 했을 때 거꾸로 그녀를 모욕한다. 기지로써 역습하여 창피를 모면하려고 오히려 존경을 받게 된다. 

p80 젊고 훌륭하신 여러분, 별은 맑게 갠 밤 하늘의 장식이고, 푸른 들판의 꽃은 봄의 장식이듯이, 경묘한 경구는 칭찬할 만한 교양의 꽃이며, 즐거운 화제의 근원입니다. 

그래서 옛날 여성은 마음 속에 미덕을 간직하고 있엇지만 지금 사람들은 옷을 차려 입는 데 온 정신을 쏟고 있는 거예요. 흔히 여성들이 색색가지 무늬 옷을 입고, 화려하게 장식품으로 치장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만, 그것이 당연한 일이요, 남에게 존경받는 원인이 된다고 믿고 있더란 말예요. 만일 그런 것을 노새에게 장식하는 사람이 있다면, 노새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몸에 지닐 수 있다는 걸 생각지도 않아요. 차려 입어 봐야 노새는 노새로밖에 취급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지도 않는단 말예요. 

 

p81 그래서 남자건 여자건, 경묘한 말로 상대편의 얼굴을 붉혀주려고 할 경우에는 자기 힘과 상대편의 힘을 잘 분간하지 않은 탓으로 상대편에 주려고 했던 모욕이 자기에게 돌아오는 일이 흔한 법이에요. 

 

p85 이 세상이 시작된 이래 인간은 여러 가지 운명에 괴로워했습니다만, 아마 이 세상 마지막까지 그건 계속될 줄 압니다. 그러니 여러 장애로 괴로움을 받았지만 뜻밖에 행복스러운 결과를 얻은 사람들의 얘기로 한정해서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는 거예요. 

디오네오 : 특별한 은전을 받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됨. 

 

2 둘째 날

첫째 이야기 

마르텔리노는 수족이 부자유한 불구자를 가장하였다가 성 하인리히의 유해 위에 얹혀지는 순간 팔다리가 듣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런데 이 속임수가 발각되어 사람들에게 실컷 두들겨 맞았을 뿐 아니라 관원에게 붙들려 교수형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 간신히 그 난을 면한다. 

 

p92 나쁜 일을 꾸며서 사람을 놀리거나 특히 존경할 만한 사물에 무엄한 짓을 하거나 하면 때로 그 자신이 봉변을 당하는 수가 흔히 일어나는 법이에요. 

처음에는 불행한 일을 당했지만 나중에는 뜻밖에 행복을 찾게 되었다는 우리 시의 사람에게 일어난 얘기를 할까 생각해요. 

 

p96 이건 남비에서 꺼내 불 속에 집어 던진거나 마찬가지잖아. 

 

둘째 이야기 

리날도 다스티는 노상 강도를 만나고 카스텔 굴리엘모에 이르러 어느 과부 집에 유숙하게 된다. 그리고 도둑맞은 것을 되찾은 데다가 무사히 자기 집에 돌아간다. 

 

셋째 이야기 

세 젊은이가 재산을 탕진하고 가난해진다. 그들의 조카 한 사람이 실망한 나머지 고향에 돌아가다가 한 수도원장과 친해진다. 그런데 그것이 영국의 왕녀라는 것이 밝혀진다. 왕녀는 그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백부들이 입은 손실 일체를 보상해 주고는 다시 훌륭한 신분으로 만들어준다. 

p105 여러분, 이승의 일을 잘 주의해서 살펴보면 볼수록 우리는 얼마나 운명의 신에게 희롱당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합니다만, 정말 그래요. 그러나 모든 일을 신중히 생각하고 있으면 그것은 별로 놀랄 것이 없어요. 다시 말씀드려서, 우리가 어리석게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런 모든 사건은 실은 운명의 신의 손에 쥐어져 있으며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신이 판단하는 대로 쉴새없이 줄곧 잇달아 연결되고 변하면서 우리들이 짐작도 할 수 없는 순서를 쫓아 변화되어 가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놀랄 것이 없어요. 

 

p106 ...... 그렇게 하는 동안에 다시 운이 돌아와서 몇 해가 안되어 막대한 돈을 저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p111 행복하게 더러움 없이 이 세상을 보내고자 원하는 자는, 그 소원을 옆길로 빗나가게 하는 원인은 무슨 일이건 각자가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줄 압니다. 

 

넷째 이야기

란돌포 루폴로는 영락하여 해적이 되었다가 제노바 사람들에게 붙잡히는데, 그들의 배가 난파한다. 그래서 보석이 가득 든 조그마한 궤짝을 타고 그들에게서 달아난다. 그리고 코르퓨어 표착하여 어느 여자의 구조를 받아 부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p114 레조에서 가에타에 이르는 해안은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소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만, 

(지금도 그런가? 가보고 싶다. 여행을 갈 생각을 하니 지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궁금하고, 보고 싶고, 내가 글을 쓸 때도, 자연에 관한 지식을 저장해 두었다가, 적절한 곳에 잘 배치하고 싶다.)

 

p118 하지만 그는 짧은 기간에 두 번이나 악운을 겪었기 때문에 세 번째를 걱정하여, 이 보석을 집에 가지고 갈 수 있더라도 무척 조심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섯째 이야기 

페루자의 안드레우초는 나폴리에 말을 사러 갔다가 하룻밤 사이에 세 번이나 큰 변을 당하지만, 모두 잘 피하여 루비 반지를 손에 넣고 집으로 돌아간다. 

p124 일단 행해진 나쁜 짓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보상되기 보다 비난받는 쪽이 빠른 법이에요. 

 

여섯째 이야기 

베리톨라 부인은 두 아들이 행방불명되는데, 어느 섬에서 두 마리의 사슴 새끼와 살다가 루니자로 간다. 그곳에서 큰 아들은 그녀가 섬기는 주인의 하인으로 일하고 있다가 주인 딸과 관계가 생겨 감옥에 들어간다. 시칠리아가 샤를 왕에게 모반했을 때, 감옥에 들어가 있는 하인이 그녀의 아들임이 밝혀져 주인 딸과 결혼한다. 그리고 그의 아우도 찾게 되어 좋은 신분으로 돌아온다. 

p135 운명이 천변 만화 하다는 것은 인간으로 봐서는 참으로 중대하고 또 매우 성가신 일이에요.

달콤한 행운의 꿈에 잠겨 있는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해 주기는 하죠. 말하자면, 행복한 분에게는 경고가 되고 불행한 분에게는 위안이 된다는 점에서 양자가 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예요. 

깊은 고뇌가 하도 오래 계속되어서 저도 결국에는 행복의 기쁨이 찾아오고 고통이 누그러진다고는 상상도 못했던 심각한 얘기랍니다. 

 

p137 그녀는 전날 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시장기에 못 이겨 풀을 뜯어 먹었습니다. 다 먹고 나서는, 앞으로 대체 자기는 어떻게 될까 하고 울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습니다.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었다. 아! 대체 어떻게 될까?)

 

p139 그러나 아무리 울어 봐야 소용 없다는 것을 알고 또 자기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는 노예의 신세라는 것을 깨닫고 가난했지만 영리하고 눈치 빠른 여자였으므로 마음을 고쳐먹고 어떻게 하면 가장 좋겠는가 하고 궁리했습니다. 

 

p140 그토록 세월은 서로 헤어진 두 사람의 면모를 바꾸어 놓았던 것입니다. 

 

p141 그러나 그 후 두 사람은 그만 마음을 턱 놓게 되고 사라엥 필요한 조심성을 잃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제 다른 일행들과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햇으므로, 수목에 둘러 싸이고 풀이 무성하게 자란 데다 꽃이 만발한 좁은 장소에 앉아 사랑의 즐거움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즐거움이 즐거움인지라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p144 설혹 제가 무지한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젊음의 과오를 몰래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항상 청춘이라는 것이 결부되어 있는 것입니다. 만일 이 과오를 제거하려고 한다면 청춘을 제거하는 일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p145 저는 스피나를 매우 사랑하고 있으니, 그녀를 사랑하면 할수록 그만큼 점점 더 변함 없이 영주님을 사랑해 나갈 것입니다. 

그 사람이 귀족이 아니고 천한 신분이라도 당신이 마음에 드는 살마이라면 저도 마음에 들 거예요. 

 

p146 베리톨라 부인은 문득 쿠라도가 아들에 대해 하던 말이 생각나서 자세히 주스프레디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이상한 영감이 솟아나서 아들의 어릴 때 모습이 아무런 설명도 필요없이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가 아들의 목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모친으로서의 깊은 애정과 넘치는 기쁨으로 한 마디 말도 못하게 되어 아니 오히려 모든 감각적인 힘이 말을 못 하게 만들어서 죽은 듯이 아들의 품 안에서 까무러치고 말았습니다. 

 

일곱째 이야기 

바빌론의 설탄은 자기 공주를 알가르베의 왕에게 왕비로 보낸다. 그런데 공주는 온갖 재난을 만나 4년 동안에 각지에서 아홉 명의 남자 손을 거친다. 그러나 결국 숫처녀로서 부친에게 돌아가, 처음처럼 다시 알가르베의 왕에게 출가하여 왕비가 된다. 

p150 우리는 무엇이 우리의 분에 맞는가 좀처럼 알 수 없는 법입니다. (151 참고)

 

p151 저는 인간의 모든 욕망에 대해서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인간이 이거야말로 절대로 행복한 상태라고 하여 골라 낼 수 있는 전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고 싶은 것입니다. 

 남자는 여러 가지 일에 욕망을 품고 죄를 짓지만, 여성 여러분들은 한 가지 일 즉 아름답게 되고 싶어하는 나머지 큰 죄를 짓는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소원을 들어 보면 타고난 아름다움에 만족치 않고 더더욱 아름다워지려고 놀랄 만한 기교를 부릴 정돕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사라센 여자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얼마나 불행했던가. 다시 말해서 그 미모 때문에 4년 동안 아홉 번이나 다른 남자와 결혼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p157 두 사람은 또 서로의 연모를 눈치채고, 사랑이 금전이나 상품의 거래와 마찬가지로 흥정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녀를 함께 손에 넣고자 몰래 의논햇습니다. 

 

p159 그리고 이 궁리 저 궁리 하고 있는 동안에 자기의 결백한 사고 방식보다 이 타는 듯한 사랑의 상념을 소중히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나중에는 어떻게 되든 그에게서 이 행복을 빼앗아 자기의 행복으로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p165 나는 지금처럼 사는 보람을 느껴 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즐거운 생을 떠나야 하는 것이 원통하기 짝이 없지만 만족하게 생각하고 죽어갈 수 있네. 

 

p167 오랫동안 운명의 노리개가 되어 온 아름다운 공주의 불행도 이제 사라진 모양으로, 공주는 안티고누스를 보자 그가 알렉산드리아에서 아버지를 섬기며 그 낮지 않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p168 내 얘기를 들으시고 그전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시거든 그 방법을 취해 주셔요. 만일 없거든, 나를 만났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말아 주셔요. 또 내가 하는 얘기도 절대로 누구에게든 말하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어요. 

 

p172 그러니 세상에서는 ‘키스를 받은 입은 빛이 바래지기는 커녕 달처럼 더더욱 윤기가 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덟째 이야기 

앙투에르 백작은 억울한 죄에 몰려 영국으로 망명하여 두 아이를 따로따로 남에게 맡긴다. 그 후 돌아와 보니 아이들이 행복한 처지에 있었으므로, 자기는 프랑스 왕의 군대의 마부로 돌아간다. 다시 그 후에 그의 억울한 죄가 밝혀져서 원 지위로 돌아간다. 

p174 정다우신 백작님, 당신은 총명한 분이니까 사람은 저마다 이유는 다르더라도 남녀의 마음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 잘 알고 계실 거예요. 그러니 공정한 재판에서는 같은 죄라도 사람 저마다의 차이에 따라 똑같은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p175 그리고 제 젊음이 불 앞의 얼음처럼 녹아 가는 기분이니 제발 그 젊음이 힘차게 타오를 수 있도록 제 마음에 호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어요. 

 

p176 이렇게 말하고는 두 손을 자기 머리에 쑤셔넣어 마구 헝클어뜨리고 뽑고 하고는 이어 옷을 갈기갈기 찢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줘! 괄티에리 백작이 나를 강간해요.”

(성경에 나오는 일화와 비슷하다.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의 사랑을 얻고자 했지만 요셉이 끝까지 넘어오지 않았다. 그때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의 옷을 잡아 당겼는데 요셉은 옷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왔다. 그 옷을 빌미로 보디발의 아내는 요셉을 감옥에 넣었다.)

 

p177 첫째, 죄도 없는데 이런 운명에 빠진 가엾은 처지라도 끝내 참고 견딜 것,  둘째, 목숨이 소중하다면 자기들이 누구의 자식이며 어디서 왔나 하는 것을 극히 조심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 이것을 몇 번이나 타일렀습니다. 

 

p181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자기 젊었을 때의 일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이런 일에 무척 이해심이 많으시다는 것을 알았으니, 어머님이 깨달으신 것은 사실이라고 말씀드려야겠고, 또 어머님이 그것을 실현시켜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신다면 상대가 누구라는 것을 밝히겠습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도 건강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아홉째 이야기 

제노바의 베르나보는 암브로주올로에게 속아 재산을 잃고, 죄없는 아내를 죽이도록 하인에게 명령한다. 아내는 교묘히 달아나서 남장하여 설탄을 섬긴다. 그러다가 남편을 속인 자를 찾아 내어 베르나보를 알렉산드리아에 부른다. 속인자는 그곳에서 처벌을 받고 그녀는 다시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가 남편과 함께 제노바로 돌아간다. 

p190 세상에 ‘남을 속이면 저도 속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당나귀가 벽에 부딪치면 벽은 퉁겨낸다’는 속담대로야.

 

p191 내가 보건대 당신은 사물의 본질을 조금도 옳게 보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러니 세상을 좀더 잘 보고 머리를 좀 써서 그런 문제에는 겸손한 말을 하여 인식 부족이라는 취급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p192 하지만 이렇게 마음이 굳은 남자라도 여자 쪽에서 먼저 사랑을 요구해오거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거나 하게 되면 그 유혹을 물리칠 수 없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욕망은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아니라 하루에 천 번이나 일어난단 말이오. 

 

p196 이렇게 말을 몰아 세상 얘기에 꽃을 피우면서 동굴이 있는 높은 낭떠러지와 수목에 둘러싸인 쓸쓸한 깊은 골짜기에 이르렀습니다. 

 

p201 남편 쪽은 오랜 세월의 경험으로 터득한 진실보다 남의 거짓말을 믿고 참혹하게 부인을 죽이게 하여 이리의 밥을 만들었습니다. 

(교훈이다.)

그러니 이 속인 자를 벌 주고, 속은 자를 용서하시는 특별한 조치를 제게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 

 

열째 이야기

파가니노는 다 모나코는 리차르도 디 킨치카 씨의 아내를 빼앗는다. 리차르도는 아내의 행방을 알고, 파가니노의 친구가 되어, 아내를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그는 그녀가 바란다면 돌려 주마고 대답한다. 그런데 그녀는 남편과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리차르도가 죽자 파가니노의 아내가 된다. 

p204 만일 그가 남에게 하듯이 자기 자신에게도 충고할 수 있었더라면, 아내로서는 젊은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도 다 피했어야 옳았스빈다. 

 

p206 이 광경을 보고 공기의 움직임에도 질투심을 불태우는 재판관 양반이 얼마나 슬퍼했는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줄 압니다. 

 

p208 아아, 당신은 나의 마음, 나의 영혼, 나의 희망이야. 

 

p211 새벽의 샛별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을 내려깐 채 약간 숙인 두 볼은 아침 햇살을 받은 사오월의 갓피기 시작한 장미 같았습니다. 

 

p212 그러니 운명을 일으키는 갖가지 양상을 하나로 초점을 모아, 자기가 무척 바라던 것을 용케 손에 넣었거나, 혹은 잃었던 것을 다시 손에 찾았거나 한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요. 

 

p214 그 사람으로 하여 가슴이 타니

사랑의 신이여, 함께 노래 부르자.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둘이서 

서로 좋아하는 것, 

사랑의 신이여, 그건 그대의 은혜

 

3 셋째 날

p219 그 밖에도 사람을 헤치지 않는 동물들이 마치 가죽처럼 제멋대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기쁨을 보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첫째 이야기

람포레키오의 마세토는 벙어리를 가장하여 수녀원의 정원사가 되자, 수녀들은 모두 앞을 다투어 그와 자게 된다. 

p224 아아, 날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약속되고 있는지! 하지만 무엇 하나 지켜지고 있지 않잖아요? 

 

둘째 이야기 

한 마부가 아질룰프 왕의 왕비와 관계를 맺는다. 왕은 몰래 그것을 눈치채고, 그를 발견하여 그의 머리칼을 조금 잘라 놓는다. 머리칼을 잘린 마부는 다른 마부의 머리 칼도 똑같이 잘라 버려 가까스로 난을 면한다. 

p228 세상에는 별로 자기가 알지 않아도 될 일을 듣고 그것을 남에게 떠벌리고 싶어 하는, 생각이 좀 모자라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는 법이에요. 그래서 언제까지나 창피만 당하는데도, 자기는 그들의 창피를 덜어 주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아요. 

 약은 꾀로 훌륭한 임금님의 신중한 방법을 헛일로 만든 얘기를 해서 지금 제가 말씀드린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밝혀 볼까 생각해요. 

 

p229 그러나 흔히 세상에 있는 일입니다만 희망이 없으면 없는 대로 오히려 생각은 더더욱 간절해지는 법이어서, 이 가엾은 마부도 희망이 없으면서 자기의 분수를 모르는 소망을 몰래 가슴 속에 간직해 둘 수가 없는 중대한 단계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p231 그러한 일로 해서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뜻하지 않게 왕비를 슬프게 만들지도 모르며, 한 번 맛본 것을 다시 겪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결과를 빚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잠자코 있으면 그 이상 창피를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을 입 밖에 냈기 때문에 조소를 받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p233 만일 이것이 다른 임금님이었더라면 목에 밧줄을 걸거나, 고문을 하거나, 준엄하게 조사하거나, 심문을 하거나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모두가 다 감추고 싶어하는 일을 오히려 드러내 버리는 결과가 되었을 줄 압니다. 또 그렇게 경위가 뚜렷해지고, 충분히 복수를 했다고 해서 자기의 창피가 지워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커질 뿐이고, 왕비의 그 정숙함도 더렵혀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임금님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참뜻을 오랫동안 이것저것 추측해 보았습니다만, 그 일에 관련이 있는 자 이외에는 아무도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셋째 이야기 

한 청년을 사랑하게 된 부인이 고해를 구실로 그럴 듯한 거짓말로 속이고, 신부를 마치 중매장이 삼아 청년을 만나고 쾌락을 맛본다. 

p234 이분의 이름도 이 얘기게 나오는 다른 사람들의 이름도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만, 밝히지 않기로 하겠어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다 살아 게시고 또 이 얘기를 들으시고 웃어 넘겨 버린다면 좋겠지만, 혹시 화를 낼 분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죠. 

 

넷째 이야기 

돈 펠리체가 프라테 푸초에게, 고행으로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푸초가 그 고행을 하고 있는 동안에 돈 펠리체는 그의 아내와 즐긴다. 

p246 당신이 고행을 한다고 해서 현재 죄인인 당신이 거기서 벗어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섯째 이야기 

치마(멋쟁이)가 프란체스코 베르젤레시에게 자기 말 한 필을 선사하고, 그대신 그의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허가를 얻는다. 그러나 그녀가 입을 떼지 않으므로, 부인의 대답을 자기 자신이 한다. 그리고 그의 대답대로의 결과가 된다. 

 

p250 세상에는 너무나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남을 속인 줄 알았는데, 실은 나중에 보니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저는 필요도 없는데 남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고 한다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p252 제 사랑은 이 가엾은 생명이 사지를 지탱하고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아니 오히려 더 오래 계속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사랑이 저 세상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면, 저는 영원히 부인을 사랑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로해서 부인이 대가로 받으실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부인이 소유하실 수 있는 것은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저라는 인간뿐입니다. 

 

p253 저를 이 세상 최대의 불행한 사나이로 만드시는 것도, 최고의 행복한 사나이로 만드시는 것도, 오로지 다 부인의 마음하나에 달려 있으니까요. 

 

여섯째 이야기

리차르도 미누톨로는 필리펠로 시기놀포의 아내를 여놈한다. 리차르도는 그녀가 질투심이 많은 여자라는 말을 듣고, 자기 아내가 내일 필리펠로와 목욕탕에서 만나게 되었다면서 그녀를 그 곳에 보낸다. 그리하여 그녀는 남편과 자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실은 리차르도와 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p264 부인이 한평생 고함을 질러 봐야, 한 번 일어나 버린 일은 절대로 되돌릴 수가 없소. 

사람이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믿기 쉽다는 것을 말씀드리지요. 

부인은 뭐 이 세상에서 속은 최초의 사람도 최후의 사람도 아닐 것이오. 

 

일곱째 이야기 

테달도는 자기의 연인에게 화가 나서 피렌체를 떠났다가 몇 해 후 순례자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그리하여 연인을 만나 그녀의 오해를 풀고, 그녀의 남편이 자기를 죽였다는 혐의로 사형을 받으려 하고 있는 것을 구해 준다. 이어 자기 형제들과 그를 화해시킨 다음 교묘하게 그녀와 사랑을 즐긴다. 

p266 어떤 사람이 한때 연인과 헤어졌다가 어떻게 해서 또다시 만나게 되었나 하는 얘기를 할까 생각해요. 

그런데 행복의 절정에는 흔히 운명의 역전이 생기는 법이죠. 

 

p267 이렇게 일을 계속하면서도 그는 줄곧 그 매정한 연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실연의 상처를 입었는가 생각하니 한 번 더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만, 7년 간이나 꾹 참고 이 마음의 싸움에 이겨 나갔습니다. 

 

p271 그런 일은 이렇게 되기 전에 잘 생각하셨어야 할 일입니다. 나중에 가서 후회할 일이었다면,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입니다. 

 

p273 어리석은 대중의 마음을 놀라게 하여 성금을 내게 하고 미사만 올리면 죄가 깨끗이 씻어진다고 가르치는 데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몸을 바치기 위해 성직자가 된 것이 아니라, 천한 근성에서 성직자라는 직업으로 도피한 것입니다. 

 

p275 법률은 악이 행해지는 원인이 되는 자는 악을 범한 자와 마찬가지 죄를 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p276 이와 같은 죄야말로 인간의 모든 행위를 올바른 저울에 얹어서 재판하시는 하느님께서 반드시 벌을 내리시고야 말 큰 죄라고 생각합니다. 

 

p279 모욕을 받은 자라면, 누구나 노여움에 불타서 복수하고 싶게 마련이오. 그러나 결국 하느님께서 저를 구하실 마음으로 계시므로, 저는 기꺼이 그네들을 용서하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의 진상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자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덟째 이야기 

페론도는 무슨 가루약을 먹고 죽은 시체로서 매장된다. 그러다가 그의 아내와 사랑을 즐거던 수도원장이 무덤에서 꺼내어 지하실에 넣어 버리는데, 그는 자기가 연옥에 들어가 있는 줄 안다. 나중에 이 세상으로 돌아와서 자기 아내가 낳은 수도원장의 아이를 자기 아이인 줄 알고 기른다. 

p293 그런데 뜻밖의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세상에 있는 일입니다만, 그녀가 그만 임신을 해 버렸습니다. 

 

아홉째 이야기 

질레트 드나르본나는 프랑스 왕의 오래된 부스럼을 고쳐주고, 벨트랑 드 루실롱을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왕에게 호소한다. 벨트랑은 자기 의사에 반하여 그녀와 결호을 강요당한 데 화가 나서 피렌체로 달아난다. 그리고 한 처녀에게 뜻을 둔다. 그래서 아내 질레트는 그 처녀가 되어 그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 그리하여 두 아이를 가진다. 그러는 동안에 그도 아내를 사랑하게 되어 정실로 대우하게 된다. 

p303 자기의 순수하고 솔직한 친절심에 의지하여 그와 같이 올바른 목적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해보겠다고 부인에게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또 백작은 자기가 사랑하는 처녀와 자고 있다고만 생각했지 아내라고는 조금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

 

열째 이야기

알리베크는 처녀가 은자가 된다. 그러자 루스티코라는 수도사가 악마를 지옥에 몰아넣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 후 그녀는 은서의 당에서 되돌아와 네에르발의 아내가 된다. 

p306 사랑의 힘은 모든 것을 극복한다는 것을 여러분은 아시게 될 것입니다. 

(살면서 알게 되면 좋겠다.)

 

p312 별의별 사람들의 사랑이 불행한 결과로 끝난 얘기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p314 그 옛날, 나를 사랑한 사람이 있어

기꺼이 젊은 내 몸을

품에 안고, 마음에 안고 

사랑의 불 내 눈에 태우더니

다만 말로만 지새고

시간은 금방 사라졌네. 

나는 정답게 따랐지만

지금은 슬퍼라, 그 사랑도 없네. 

 

4 넷째 날

p319 시기라는 격심한 광기의 바람은 높은 탑이나 높은 나무들의 가지만을 뒤흔든다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은 틀려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늘 그러한 심한 질투라는 심리의 충돌을 피하든가 교묘히 도망치면서 평지를 걷고 있었기 때문이며, 그뿐만 아니라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깊은 골짜기 사이를 가만히 걷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참하다는 것만이 이 세상에서는 질투를 면한다. 

 

p323 자연의 힘이 인간의 지혜보다 얼마나 강한가를 느꼈습니다. 

 

p325 그야 과거의 많은 부자가 그들의 부에서 빵을 얻는 이상으로 시인들은 자기 작품에서 빵을 얻고 있습니다. 

 

p327 나에 대해서는 이 짧은 생명 속에서 나대로의 희망 속에 놓아 두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이야기 

살레르노의 탕크레디 공은 딸의 연인을 죽이고 그 심장을 황금의 술잔에 넣어 딸에게 준다. 그러자 딸은 독액을 넣어 그것을 마시고 자살한다. 

p329 사랑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그 눈에는 어떤 것도 끝까지 감출 수 없는 방법입니다. 

 

p330 운명이라는 것은 이 같이 오랫동안의 쾌락을 시기하여 두 연인의 정사를 비통한 사건으로 깊은 슬픔 속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p331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죽고만 싶을 정도의 슬픔에 가슴이 찢기듯 자기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p334 운명이라는 것은 품격없는 자를 높이 떠올리고 정말로 품격 있는 자를 낮은 자리로 떨어뜨리곤 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평등하게 태어났고, 앞으로도 평등하게 태어날 우리들을 구별하는 것은 우선 그 마음의 덕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덕을 많이 소유하고 그 힘을 발휘한 자가 고귀한 사람이라 불리고 그렇지 않은 자는 고귀한 사람으로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덕의 힘을 발휘하는 자는 어디에서나 그 품위가 나타납니다. 아버지께서 그러한 분을 천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말을 듣는 쪽이 아니라 말한 사람이 잘못인 것입니다. 

 

p335 가난한 사람에게서 고결함을 뺏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부야말로 그것을 뺏는 법입니다. 많은 임금님도 많은 대공도 원래는 부자였든가 지금도 부자로 있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p336 이제 그대는 그 생명을 다하였습니다. 그리고 운명이 정하는 생명의 길에서 해방되었스빈다. 누구나 도달하는 길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그대는 이 세상의 비참함과 노고를 뒤로하고 그대에게 알맞은 땅을 그대의 적에게서 선물 받았던 것입니다. 

 

그대의 영혼과 함께라면 나는 어디든지 기꺼이 길동무가 되어 드리리다. 

 

p337 그대의 영혼은 나의 영혼으로부터 더없이 사랑을 받았으니 내 영혼이 그대에게 가기까지 기다려 주세요. 

 

둘째 이야기

수도사 알베르토는 어떤 분인에게 천사 가브리엘이 그녀를 여놈하고 있다고 믿게 하고 종종 관계를 맺는다. 그 후 그녀의 시동생들에게 들켜 어느 사나이 집으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 집 사나이는 그를 야만인으로 꾸며 거리의 광장에 데려간다. 그러자 그것이 알베르토라는 것을 동료수도사들에게 알려져 감옥에 갇힌다. 

p339 악인이면서 선인으로 여겨지면 나쁜 일이 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종교가들의 위선이 어떤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셋째 이야기

세 청년이 세 자매를 사랑하여 그녀들과 크레타 섬으로 사랑의 도피를 한다. 큰 언니는 질투 때문에 자기 연인을 죽인다. 둘쩨는 크레타 섬의 영주에게 몸을 맡기고 언니의 목숨을 구한다. 그러자 자기 연인이 그녀를 죽이고 언니와 도망치고 만다. 셋째와 그 연인은 함께 고문당한 끝에 죄를 뒤집어쓰고 옥에 갇히자 사형을 두려워하여 돈으로 간수를 매수하고 빈손으로 로데스 섬에 달아난다. 그리고 그 땅에서 비참하게 살다가 죽고 만다. 

p350 여러분,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나쁜 짓을 하면 저지른 본인에게 그 보복이 돌아오는 것입니다만, 그러면서도 종종 남에게도 그 불티가 튀어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밖에 여러 가지 나쁜 일 가운데에는 조금도 억제하지 않고 자유로이 제멋대로 놔두면 우리들을 위험한 처지에 빠뜨리는 나쁜 일이 있는데, 노여움이 라는 것도 그것에 해당하는 것같이 여겨집니다. 

 노여움은 갑자기 맛본 불쾌감에서 솟아오른 돌발적이고 무분별한 충동과 다름없습니다. 그 충동은 온갖 이성을 초월하고 마음의 눈을 흐리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광포한 격정 속에 몰아넣습니다. 

 

p354 세상 일이란 지나치게 많으면 실증이 나는 법이고 바라는 것이 저지당하면 더욱더 그 소망은 간절하게 마련이다. 

 

넷째 이야기

제르비노는 조부인 귈리엘모 왕이 내린 서약을 어기고 튀니스 왕의 공주를 뺏으려고 왕의 배를 습격한다. 공주는 배에 타고 있던 자들에게 살해되고 제르비노는 그들을 죽이지만 후에 그도 역시 참수형을 받는다. 

p357 여러분, 세상에는 소문만 듣고도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자를 깔보고, 연애라는 것은 불타는 눈에서 화살이 튀어나와야 비로소 생기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p360 제군, 제군이 내가 생각하고 있듯이 참으로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사랑을 해본 일이 없거나 또는 현재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 자신의 일에서 미루어 보아 어떠한 인간도 사랑 없이 무훈을 세울 수도 선행을 베풀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만약 제군이 사랑을 불태워 본 적이 있고 또 현재의 사랑을 하고 있다면 내 소망도 쉽사리 알아 주리라고 믿는다. 

 

다섯째 이야기 

리사베타의 오빠들이 그녀의 연인을 죽인다. 그 망령이 그녀의 꿈속에 나타나 자기라 묻혀 있는 장소를 알려 준다. 그녀는 가만히 연인의 머리를 파내서 동백꽃 항아리에 넣어 매일 장시간 눈물을 떨어뜨리는데 그것을 안 오빠들은 그 항아리를 빼앗는다. 그러자 그녀는 슬픈 나머지 죽고 만다. 

 

p366 내 항이리

누가 가져갔나

그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여섯째 이야기 

안드레우올라는 가브리오토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꾼 꿈을 그에게 이야기하고 그도 또 그녀에게 자기 꿈을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 팔에 안긴 채 죽는다. 그녀는 하녀와 함께 시체를 그의 집에 운반해 갈 때 시 경비원에게 잡혀 장관 앞에 끌려나가 일의 자초지종을 말한다. 시의 장관은 억지로 그녀를 욕보이려고 하나 그녀는 완강히 이를 물리친다. 이때 그녀 부친이 달려오고 그녀는 결국 무죄가 밝혀져 석방된다. 그녀는 더럽혀진 이 세상에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수녀가 된다. 

 

p367 꿈속에서 여러가지 일을 보는 것은 모두 살아 있는 자에게 있어 일반적이 현상입니다. 그리고 비록 자고 있어도 수면 중에 본 것이 모두 사실의 일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잠이 깨고 보면 어떤 꿈은 정말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또 전혀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지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꿈이 현실로 일어나는 일이 흔히 있습니다. 

 

p370 자기 목숨보다 소중히 그를 사랑하고 있었던 처녀에게는 그의 죽음이 얼마나 슬펐는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일곱째 이야기 

시모나는 파스퀴노를 사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공원에서 만나고 있을 때 파스퀴노가 아무 생각 없이 샐비어 잎으로 이를 문질렀기 때문에 죽는다. 시모나는 살인 죄로 붙잡혀 재판관에게 어떻게 해서 파스퀴노가 죽었는가를 설명하려고 하여 샐비어 잎으로 이를 문지르자 같은 모양으로 죽고 만다. 

p375 실패의 실이 다 감길 때마다 양털을 보내오는 사나이를 생각하고는 실을 잣는 한편으로 깊은 한숨을 몇 번이나 토했는지 모릅니다. 

그것은 피차간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즐거운 일이었으므로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유혹하여 밀회를 거듭하는 형편이었습니다. 

 

p378 이 샐비어는 독이 있는 모양이다. 이때껏 샐비어에 독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이상하군. 금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샐비어를 뿌리째 뽑아서 불태워 버리도록 하라. 

 

여덟째 이야기 

 지롤라모는 살베스트라를 사랑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 청으로 부득이 파리로 갔다 돌아와보니 그녀가 결혼해 있는 것을 안다. 그는 남몰래 그녀 집으로 숨어 들어가 그녀 옆에서 죽는다. 그리하여 그의 시체가 성당에 운반되자 살베스트라가 찾아와 그의 곁에서 죽는다. 

p379 그러한 자연의 이치 속에 있지만 단 하나 남의 충고나 공작에 속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니며 제거하려고 해도 사랑 그 자체가 사라져 버리지 않는 한 제거할 수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p384 아아, 사랑의 힘을 확인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살아서 결합할 수 없었던 두 연인은 이리하여 저 세상에서 영원히 맺어지게 된 것입니다. 

 

아홉째이야기

기요옴 루실롱은 아내가 사랑하고 있었던 기요옴 가데탕을 죽이고 그 심장을 아내에게 먹인다. 그것을 알자 아내는 높은 창에서 뛰어내려 죽는다. 그리하여 연인과 함께 같은 무덤에 묻힌다. 

p387 부인은 식욕이 없지는 않았으므로 먹어 보니 아주 맛있게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모두 먹어 버렸습니다. 

(비극이다. )

 

열째 이야기 

어느 의사의 아내가 마취약으로 잠들어 버린 연인을 죽은 줄 알고 궤 속에 넣는다. 그러자 두 사람의 고리 대금업자가 궤를 훔쳐 집에 나른다. 사나이는 잠에서 깨어나 도둑으로 잡힌다. 의사 아내의 하녀는 고리 대금업자들이 훔친 궤에 그 사나이를 넣은 것은 자기라고 재판관에게 호소한다. 그 때문에 사나이는 교수형을 면하고 고리대금업자들은 궤를 훔친 죄롤 벌금형에 처해진다. 

p399 저는 연인끼리 비록 여러 가지 가혹하고 불행한 일을 당해도 결국에 행복해진다는 얘기를 할 준비를 해두도록 여러분께 부탁하고 또 명령해 두는 바입니다. 

 

p400 아아, 버림받았음을 알았을 때 

아직도 사라지지 않노라

마음에 솟은 이 슬픔은

아아, 저주하노라 그 날 그 때를

불같이 타는 숭고하고도 아름다운

그대 얼굴 바라보았을 때를,

죽어 가는 마음은 조소할 뿐

희망도 애원도 불타는 정념도. 

 

p402 만약 저물어 가는 땅거미가 춤추고 있는 한 여성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감추지 않았더라면 그 얼굴 모양을 더 뚜렷이 보여 주었을 것입니다. 

 

5 다섯째 날

첫째 이야기

시몬은 사랑을 한 덕분에 현명해지고, 연인인 에피제니아를 해상에서 약탈한다. 로데스 섬에서 감옥에 들어가게 되지만 리시마쿠스가 그를 구해 낸다. 그리하여 그는 리시마쿠스와 함께 결혼식장에 쳐들어가 이피제니아와 카산드라를 빼앗아 크레타 섬에 달아난다. 이리하여 여인들은 두 사람의 아내가 되고 각자의 마을로 돌아간다. 

p411 나를 이렇게 움직여 내가 손에 넣으려고 한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최대의 것이지만 그것을 순순히 내게 인도하는 것은 제군에게는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내게는 최대의 것이지만 상대방에게는 아주 사소한 일. 내겐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상대방에겐 최대의 것이 될 수 있는 것이 있음을 생각하자.)

 

p412 신들이 그를 도와주어 그에게 희망의 실마리를 얻게 한 것은, 사랑의 기쁨을 잠깐 맛보게 함으로써 전에는 두려워해 본적도 없는 죽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받아들이도록 꾸민 것 같았습니다. 

 

p414 정의도 사랑에는 지고 말아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실행하기로 결정하고 카산드라를 탈취하기로 했습니다. 

 

p415 그래서 자네의 신념이 행복했을 때나 불행에 처해 있을 때나 달라진 것이 없다면 신들은 더할 수 없는 크나큰 은총을 베푸실 것이네. 

그래서 운명의 이 같은 너무나 심한 모욕이나 장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용기와 정의의 힘에 의지하는 이외에 운명을 개척할 길은 없다고 생각하네. 

 

둘째 이야기

고스탄차는 마르투초 고미토를 사랑하고 있는데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절망한 나머지 혼자 작은 배를 타고 바람에 불리어 스사에 이른다. 그런데 그가 튀니스에서 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의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마르투초는 국왕에게 여러 가지 유익한 조언을 드렸기 때문에 높은 신분이 되어 있었다. 그는 리파리에 돌아와 그녀와 결혼한다. 

p418 자기가 한 일에 따라 그 보답이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원래 사랑한다는 것은 기나긴 시간 동안에 있어 슬퍼하기 보다는 기뻐하는 데 값어치가 있는 것인만큼, 저는 어제 임금님이 명령을 내렸을 때는 그렇지 못했지만 이번 주제에는 매우 기쁘게 여왕님의 요구에 응하려고 생각합니다. 

 

p419 그가 자기의 행운의 한도를 분간하고 있었더라면 운명은 그러한 행위에 호의적이었을텐데, 그와 동료들은 짧은 기간에 부호가 되었는데도 그래도 만족치 않고 더욱 더 부자가 되려고 욕심부리다가 어느 날 사라센 인들이 탄 수척의 배에 습격당하여 오랫동안 있는 힘을 다해 싸웠지만 동료들과 함께 잡히고 배 안의 물건도 모조리 약탈당하고 말았습니다. 

 

셋째 이야기 

피에트로 보카마차는 아뇰렐라와 사랑의 도피를 한다. 그런데 도적의 습격을 받고 아뇰렐라는 숲으로 달아나 어느성에 안내되어 간다. 피에트로는 도적에게 붙잡히는데 그 손을 벗어나 그 후 몇 가지 사건을 거쳐 아뇰렐라가 있는 성에 이른다. 거기에서 그녀와 결혼하고 함께 로마로 돌아간다. 

p431 그것을 알아차린 말은 머리를 치켜들어 고삐를 끊고 달아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리에게 둘러싸여 있어 도망칠 수 없었으므로 오랫동안 이를 드러내고 발길질을 하면서 방비하고 있었으나 마침내 사나운 이리떼에 굶주린 창자를 채우고 뼈만 남겨 놓고는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그것을 본 피에트로는 말이야말로 소중한 반려이며 피로한 몸을 지탱해 주는 것으로 더없이 믿고 있었던 만큼 아주 낙심하여 도무지 이 숲을 빠져나가지 못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슬픈 장면이었다. 나무 위에서 반려와 같은 말이 이리에게 위협을 당하고, 살려고 바둥대지만 결국 뼈만 남게 되는 꼴을 다 봤으니, 주인의 마음은 얼마나 두렵고, 안타까우며, 힘들었을까 싶다. 슬프다.)

 

넷째 이야기 

리차르도 마나르디는 리치오 다 발보나씨에게 그의 딸과 같이 있는 장면을 들킨다. 그는 곧 그녀와 결혼하고 장인과도 사이가 좋아진다. 

p435 날씨라는 것은 계절이 정하는 대로 참고 견디도록 되어 있단다. 

 

p436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에 알맞은 짓을 하고 싶어하는 거예요. 

밤은 짧고 환락은 끝이 없어 이미 날이 새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p438 한쪽에서는 이러한 과실에 대한 수치심과 그것을 보상하려는 감정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그것을 면하려는 소원이 있는 데다가 불타는 듯한 사랑과 사랑하는 여성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합쳐져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리치오 씨의 마음에 들도록 하겠다고 즉석에서 제의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이야기 

귀도토 다 크레모나는 자코민 다 파비아에게 딸을 하나 남기고 죽는다. 이 처녀에 대하여 잔놀레 디 세베리노와 밍기노 디 밍골레라는 두 사나이가 연정을 태운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칼을 빼고 싸우게 되지만, 그 처녀가 잔놀레의 누이동생임을 알자 밍기노의 아내로 정해진다. 

 

데카메론(하)

여섯째 이야기 

잔 디 프로치다는 페데리고 왕에게 바쳐진 여인을 찾아 밀회하다가 왕에게 들켜 둘 다 기둥에 묶인 채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루지에리 데 로리아의 눈에 띄어 구출되고 둘은 곧 결혼하여 고향으로 돌아간다. 

p9 여러분, 사랑의 힘이라는 것은 정말로 위대한 것입니다. 

 

p11 사랑의 미련에 이끌려 결심을 하고 배를 돌려 보내자 아무에게도 눈치 채이지 않은 것을 기회로 팔레르모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일곱째 이야기 

테오도로는 주인의 딸 비올란테와 사랑에 빠져 임심시켰기 때문에 교수형의 위기에 처해진다. 그는 매를 맞으면서 거리를 끌려다니는데, 친아버지로부터 자기 자식으로 밝혀져 석방되고 아내로 삼는다. 

p17 그처럼 두 사람이 사랑의 불길을 서로 열렬히 태우고 있는 사이에 운명은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라도 한 듯이 두 사람에게 길을 마련해 주어 그들을 가로막고 있던 공포감에서 벗어나게 했던 것입니다. 

 

p22 테오도로는 자기가 희망하면 비올란테가 자기 아내가 된다는 말을 듣고, 지옥에서 단번에 천국에 오른 듯 기뻐하며, 여러분이 만족하신다면 자기로서는 이 이상의 기쁨은 없었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여덟째 이야기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는 트라베르사리 집안의 딸을 연모하나 사랑을 얻지 못한 채 이에 재산만 낭비한다. 그는 친척되는 사람의 권유로 키앗시에 가는데 그 고장에서 어느 처녀가 한 사람의 기사에게 이리저리 쫓기다가 살해당하고 그리고 개에게 막 뜯어 먹히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후 자기 친척되는 사람과 자기가 사랑하는 처녀를 식사에 초대한다. 처녀는 자기와 같은 나이 또래의 처녀가 무참하게도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같은 봉변을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나스타조를 남편으로 삼는다. 

p24 그러나 희망이 엷어지면 엷어질수록 반대로 연정은 더해갈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나스타조는 사랑에 자신을 소모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산마저도 계속 낭비하고 있었습닏. 

 

아홉째 이야기 

페리데고 델리 알베리기는 어느 귀부인을 연모하는데 상대로부터는 사랑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구애를 계속하는 동안에 재산을 탕진하고 겨우 한 마리의 매만 남고 만다. 그는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집에 온 그녀에게 그 매를 요리하여 식사로 대접한다. 그녀는 그것을 알고 감동하여 남편으로서 맞이하고 그를 부자로 만든다. 

(이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 자신에게 있는 최선의 것, 가장 좋은 것을 내놓는 페리데고 델리 알베리기의 마음처럼 내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p30~31 그것은 여자들의 아름다운 용모가 남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용모가 아름답다고 해서 반드시 행운이 따른다는 법은 없는 것이며, 사랑을 할 때에는 운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일은 자기의 생각과 판단대로 처리하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운명이라는 것은 신중성을 결여하고 있을 뿐더러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종종 엉터리 보상 방법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p34 부인, 저는 당신으로부터 아무런 괴로움도 받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아무런 가치 없는 인간이긴 하지만 제가 당신을 살아하게 되고 당신의 훌륭한 가치를 알게 된 것을 다행히 여기고 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당신의 그처럼 정중한 말씀을 들으니 옛날 제가 낭비한 만큼 또다시 재산을 낭비하는 일이 있더라도 저로서는 대단히 기쁘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물며 일부러 이런 누추한 집에 왕림해 주셨으니 말씀입니다. 

 

p36 그렇게 가난에 빠졌으면서도 꺾이지 않은 훌륭한 그의 마음씨를 마음 속으로 한없이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매를 가져갈 희망도 사라졌고 아들의 병도 걱정되어 자기를 위해 베푼 그의 호의와 경의에 깊이 감사하고 몹시 슬퍼하며 아들에게로 돌아갔습니다. 

 

p37 오빠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돈 있고 인격이 보잘것 없는 사람보다 돈은 없더라도 인품이 훌륭한 사람을 택하고 싶어요. 

 

열째 이야기 

p38 우리 인간들은 선행보다는 나쁜 행위를 더 즐거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그것이 자기들에게 관계가 없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것은 우연히 생긴 악덕인지 또는 인간의 악습 때문에 생긴 것인지, 또는 천생적인 인간의 죄에서 오는 것인지 저로서는 당언할 수가 없습니다. 

 

p39 할망구가 다 된 다음에 젊음을 헛되이 보낸 것을 뉘우쳐 봤자 아무 소용도 없지. 

나는 세상 법칙을 어길 뿐이지만 그놈은 세상의 법칙뿐만 아니라 자연의 법칙도 어기고 있으니 말이야. 

 

p40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는 것을 아는 것만큼 슬픈 일은 또 없습니다.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할망구가 된 이제와서 헛되이 청춘을 보내고 만 것이 쓰디쓰게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을 알고 있어요. 

 

p41 이 세상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을 만한 것은 손에 넣고 있어요. 

 

p47 ‘오는 말에 가는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당나귀가 부딪치면 벽도 마주 튀긴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시기가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경묘한 재치 있는 이야기로 응수하든가 또는 즉각적인 대답이나 날카로운 통찰로 손실이나 위기나 모욕을 면하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다음 주제)

 

p49 그대의 눈의 반짝임은

내 눈동자를 꿰뚫고

불길이 되어 마음을 태우도다. 

그대 매력의 얼마만큼이나

아름다운 얼굴 나에게 가르치도다.

그것을 생각만 해도

한숨만 나오나니

그대 힘에 묶이어

종이 되려는 마음이 일도다. 

 

마음을 차지한 그 사람에게 

자신은 없고 안정을 잃고

단지 그녀를 바랄 뿐

 

6 여섯째 날

첫째 이야기 

p57 마치 말을 타고 가시는 것 같은 즐거운 기분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기사님의 말은 너무나 걸음이 딱딱해서 못 견디겠어요. 그러니 저를 다시 걸어가게 해 주시지 않겠어요? 

 

둘째 이야기

p58 자연이 고귀한 마음에 천한 육체를 준 경우와, 우리와 같은 이곳 시민인 치스티나 그 밖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운명이 고귀한 마음의 소유자에게 천한 직업을 준 경우와 어느 쪽이 잘못되어 있나 하는 거예요. 

이와 같이 인생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자연과 운명은 사람들이 소중히 하고 있는 것을 가장 천하다는 직업 뒤에 감추어 놓는 거예요. 그리고는 필요에 따라 그것을 꺼내게 해서 빛을 한층 더 빛나게 해보이는 거죠.

 

p61 제리 님은 누구에게 심부름을 보내셨단 말입니까?(큰 병을 가져간 하인에게 하는 말)

아르노 강이겠지.

네가 들고 간 병을 이리가져오너라. 

과연 치스티의 말이 맞구나. 하고 하인을 꾸짖고는 다시 적당한 병을 들려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나리가 당신을 보내신 거야. 잘 알겠소. 

 

셋째 이야기

p경구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양이 사람을 무는 것 같은 것이라야지, 개처럼 물어뜯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사는 거예요. 경구가 개처럼 물면 그것은 이미 경구가 아니라 욕설이 되어 버리거든요. 정말 오레타 부인의 말이나 치스티의 대답은 경구의 역할을 훌륭하게 다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경구를 사용하실 때는 어떻게, 언제, 누구에게, 그리고 어디서 경구를 토해야 할 것인가 잘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넷째 이야기 

p66 또한 운명은 때로 겁쟁이에게 구원의 손을 뻗쳐 여느 때 같으면 생각해 내지도 못할 근사한 말을 그들의 말 위에 얹어 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p68 네, 나으리. 하지만 나으리는 엊저녁에 ‘훠이 훠이‘ 소리는 외치지 않으셨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외치셨더라면 지금 날아간 학들처럼 그 학도 한쪽 다리를 마저 내놓았을 텐데요. 

(말도 안되지만, 재치 있다.)

 

다섯째 이야기 

p69 운명이라는 것은 천한 직업 그늘에도 훌륭한 덕의 보배를 감추어 놓았듯이, 자연은 인간의 흉물스런 모습 밑에도 훌륭한 재능을 깃들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토 - 천재 화가 

조작자인 자연이 이 이상 아무것도 그에게 보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수했던 것입니다. 즉 그는 첨필이나 펜이나 화필로 자연과 비슷하게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그의 붓으로 그려진 여러 가지 자연물은 그 자연물과 흡사하다는 것이 아니라 보는 자의 시각이 잘못 되지는 않았는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p70 조토. 이제껏 한 번도 자네를 본 적이 없는 자가 여기 나타나 우리를 본다면 과연 자네를 세계 제일의 화백이라고 생각할까? 

포레세, 그자가 자네를 보고 이 사나이는 ABC정도는 알고 있겠지, 하고 생각한다면 나를 세계 제일의 화가로 생각하겠지. 

 

여섯째 이야기 

p72 마렘마 : 넓은 곳과 좁은 곳을 비교할 말맞춤 비슷한 대구. 마렘마는 더러운 늪지다. 따라서 <온 세계에서도 마렘마에서도>는 온 세계를 강조하는 말이 된다. 

 

p73 인간이라는 것은 오래면 오랠수록 귀하다고한다네. (<낡았다>는 것은, <귀하다>는 것의 기초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설의 개념이다. 한데 이 사고를 단테는 <<향연>> 속에서 반대하고 있다.)

 

p73 신께서 그림을 익히기 시작하셨을 무렵에 바론치 가문을 만드셨다는 설이 뚜렷한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걸세. 

 

일곱째 이야기 

p74 여러분, 이야기솜씨가 좋다는 것은 온갖 경우에 있어서 바람직한 일입니다만, 특히 필요에 따라 솜씨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일은 여간 훌륭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75 묻겠습니다만 만약에 남편이 필요에 의해서 혹은 쾌락으로 삼고 있는 것을 언제나 내게서 얻고 있었다고 한다면, 한편 나는 그래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했을까요? 개에게라도 던져 주었어야 했을까요? 나를 당신의 목숨보다도 사랑해 주시는 한 귀족의 필요에 응하는 편이 허비하거나 썩혀 버리는 것보다 훨씬 좋았던 것은 아닐런지요. 

 

여덟째 이야기 

프로스코는 조카딸에게 만일 그녀의 말처럼 불쾌한 사람을 보기가 싫으면 자기 얼굴에 거울에 비춰 보지 말라고 충고한다. 

p78 체스카야, 네가 말하듯이 그처럼 불유쾌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 그리고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있고 싶거든, 앞으로는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 보지 말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아홉째 이야기 

귀도 카발칸티는 별안간 자기를 에워싼 피렌체의 기사들에게 경구로 점잖게 핀잔을 해준다. 

p82 그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정신이 이상한 건 자네들이야. 그는 품위 있게 짧은 말로 우리를 면박했던 겅. 잘들 보게. 여기 있는 숱한 묘석은 모두가 죽은 자의 집일세. 그러므로 거기에는 죽은 사람들이 들어가 살고 있지. 그것을 그는 우리들의 집이라고 하여 우리나 그 밖의 교양도 없고 학문도 없는 자는 그나 그 밖의 학자와 비교해서 사자보다 못 하다고 비꼬았던 것일세. 그러므로 여기 있는 우리는 자기 집에 있는 꼴이 되네. 

 

열째 이야기 

수도사 치폴라는 농부들에게 천사 가브리엘의 날개를 보여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날개 대신 숯밖에 없었으므로 이것은 성 로렌초를 태운 숯이라고 말하여 얼버무린다. 

(치폴라의 말에 속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진짜라고 여기고 믿는 것은 치폴라의 말재간이 좋기 때문일까, 그가 가진 권위나 지위 때문일까? 아무리 분별력이 뛰어난다고 해도 분별력을 상실해버릴 때가 있는 것 같다.)

 

p92 다음 주제 : 부인들이 사랑을 위해, 혹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남편 모르게 또는 남편이 눈치챘을런지 모르는 일이지만, 남편을 배신한 부정 행위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p93 바야흐로 괴질이 만연하여 재판관은 법정을 버리고 돌보지 않으며, 신의 규범과 같이 인간의 규범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 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무한한 자유가 저마다에게 허락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여러분이 이야기 속에서 다소 정절감이 헤이해졌다고 한대도, 음탕한 행우를 요구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이니 장차 점잖은 논의로 누가 다른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기분전환을 위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죽음의 공포조차도 여러분의 정결을 위협할 수는 없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p95 여울은 두개의 언덕을 나누고 있는 골짜기의 하나에서 천연석 바위가 많은 곳으로 떨어져 싱그러운 소리로 귀를 간질여 주었으며, 멀리서 보면 무슨 짓눌려 뭉개진 것에서 알알이 흩어져 나오는 수은과도 같은 물보라를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p97 어린 처녀인 내가 

살뜰한 그대와 싸우기는 했어도 

오로지 평화를 바라면서 

끝내 믿으리라 다짐하고

무기는 모조리 버렸거늘

무도하고 욕심 많은 

당신은 폭군

무기와 갈고리를 휘두르면서 

홀연 내게로 덤벼들도다. 

 

p98 나의 소원 바람은 싣고 가도 

그대는 듣지 않고 

모른 체 하니

그로 인해 괴로움은 더할 뿐이라

사는 일도 괴로우나

어이타 죽지도 못하나. 

아아 사랑의 신이시여

이 몸을 애처로이 여기소서

내게 죽음을 주옵소서

그대의 사슬에 비끌어맨 채. 

 

7 일곱째 날

p103 거기서 언저리를 돌아다니면서 천천히 살펴보니 그 시각 가장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시각이었던지 어제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일동은 고급 포도주와 과자로 배를 채우자 새들에게 질세라 노래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골짜기도 한데 어울려 메아리치면서 같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새들도 지기 싫다는 듯이 달콤하고 새로운 가락으로 지저귀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이야기 

잔니 로테링기는 한밤중에 자기 집 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는다. 아내를 일으키니 그녀는 귀신이 틀림없다고 남편을 속인다. 두 사람은 문간에 가서 기도로 귀신을 물리치기로 한다. 그러자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그친다. 

(남편을 기만하는 부인의 행동. 속는 남편의 모습이 우습다.)

p105 나는 장차 여러분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와 마찬가지로 여인들은 모두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야기 

p109 페로넬라는 남편이 돌아왔으므로 정부를 빈 통에 숨긴다. 그런데 남편이 그 통을 팔기로 했다고 하므로 그녀는 자기가 이미 통을 팔았는데 지금 흠이 있나 없나 산 사람이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는 중이라고 꾸며댄다. 통에서 나온 사나이는 남편에게 통 속을 깨끗이 깎게 하고 자기 집에 운반시킨다. 

 

셋째 이야기 

p115 처음으로 수도사가 되었을 당시는 아녀자 부인에 대한 연정이나 그밖에 허영적인 세속사는 얼마간 염두에서 사라졌었습니다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도복을 입을 채 옛날 기분으로 돌아가  옷감도 고급 천으로 하고 외형을 가꾸기 시작했는데, 가진 물건 모두가 값지고 호화로운 것이었습니다. 

 

p116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 차차로 대담해져서 끈덕지게 가슴에 품고 있는 용감을 부인에게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인, 이 수도사복 따위는 간단히 벗어버릴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나는 수도사가 아니라 여느 사람과 같은 한 사나이라고 생각하시겠죠? 

(옷의 상징성. 옷을 벗는다고 해서 자신의 정체성까지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텐데. 그만큼 가벼이 여기고 있었다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가진 나의 정체성 중 내가 가벼이 여기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넷째 이야기 

p121 아아 사랑의 신, 힘은 그 얼마나 크고 힘찬 것일까요! 그 충고와 예견은 얼마나 황홀한 것일까요! 어떤 철학자, 어떤 예술가라도 당신과 같이 길을 구하는 자에게 논거를 주고 장래를 예견하여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자가 있을까요! 분명히 다른 어떤 가르침도 당신의 것과 비교하면 지극히 둔중하다는 것을 이제까지의 예로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125 사랑이여 만세, 탐욕이여 멸망하라. 싸움이여 모두 그칠지어다. 

 

다섯째 이야기 

p126 질투심 많은 사나이는 젊은 여성의 목숨을 노리는 자이며 애써 그 죽음을 바라고 있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p133 숫양이 뿔을 끌려 도수장으로 끌려가듯이 현명한 사람이 어리석은 여자에게 끌려 다니는 꼴은 정말 재미있는 구경거리군요. 원래 당신은 그다지 현명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가슴 속에 질투심을 품게 된 뒤로는 아주 현명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므로 당신이 우둔한 짐승같이 되면 될수록 내가 세운 공은 돋보이지 않게 되지요. 

여보세요, 당신은 자신의 마음의 눈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내 얼굴의 눈도 뜬 소경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천만에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내 참회를 듣는 신부님이 누군가를 당장에 알아보았습니다. 그것이 당신이라는 것을 알았단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려고 결심했죠.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현명한 분이라면 자기가 데리고 사는 아내의 비밀을 그런 방법으로 알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 공연한 의심을 품지 않고 아내가 당신에게 고백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족므도 죄를 범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거예요. 

 

p134 그리하여 질투의 의상이 필요하지 않을 때에 질투의 의상을 몸에 두르고 정말로 질투가 필요해 졌을 때 이렇게 벗어 버렸던 것입니다. 

 

여섯째 이야기 

p135 세상에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사랑은 사람에게서 사려 분별을 빼앗고, 사랑을 하는 자는 장님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인간이라는 것은 늘 같은 것을 먹으면 싫증을 일으켜 색다른 것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법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서로의 마음이 통하면 으레 열매는 맺게 마련이 아니겠습니까.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는 데 있어서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이지요. 

 

일곱째 이야기 

p142 결단코 눈물이나 한숨에는 꺾이지 않았습니다만 소망이나 사랑의 간청에는 휘고 말았습니다. 

나는 자신이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될 정도로 한 사나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군요. 

 

여덟째 이야기 

p146 청년은 그녀를 황홀경에서 헤매게 할 정도로 환희의 극치를 맛보게 해 주고 있었는데, 남편인 아리구초는 무슨 눈치를 챘던지 아니면 어떤 소문이라도 들었는지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세상에 둘도 없는 질퉁쟁이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p150 그 모양을 본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뒤쫓아 왔습니다만 아들 하나하나에게 그런 일을 실제 눈으로 보지도 않고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사위가 무슨 다른 이유로 아내와 옥신각신한 끝에 곯려 주려고 하는 수작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뭔가 자기 변명을 위해 아내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증언 부언했을 뿐더러 다시 내 딸의 일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어려서부터 손때 묻혀 길러 냈으니까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런짓을 했다니 어처구니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는 등 그밖에 그와 비슷한 말을 여러 가지로 늘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아홉째 이야기 

p155 만사에 이런 모양으로 행운이 따른다고는 단언할 수 없으며 이 세상 모든 남자가 하나 같이 장님일 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p157 너는 떡갈나무가 한 번이나 두 번의 도끼로는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지. 

 

p158 행운의 여신이 웃는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서 마중 오는 일이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다는 것을 생각해 봐요. 

 

p159 먼저 부인께서 니코스트라투스 님 보는 앞에서 그 길을 잘든 매를 죽일 것, 다음은 니코스트라투스 님의 수염을 한 줌 뽑아 내게 가져올 것, 마지막으로 니코스트라투스 님의 제일 튼튼한 이를 하나 뽑아 역시 내게로 가져올 것. 

(미션. 과연 부인은 이것을 어떻게 수행할까?)

 

선량한 위안자이고 충고의 스승인 사랑의 신은 부인으로 하여금 이를 성취시키고야 말리라고 결심하게 했습니다. 

 

열째 이야기 

p167 스스로 만든 법률의 제일 봉사자야말로 진정한 국왕이라는 것은 지극히 명백한 일입니다. 

 

p171 여자가 남자에게, 혹은 남자가 여자나 다른 남자에 대해 행하는 속임수에 대해 각자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다음 주제)

 

p172 앤일인지 모르나 이 내 가슴에 

뜨거운 불길은 옛과 같이 

타오르네. 

오오 내 마음 사로잡은 행복이여

오오 아늑한 휴식의 기간이여. 

 

그대여 대답하라 나의 물음에 

뉘에게 물으라 물을 사람 없으니. 

아아 그대여 소망을 내게 주오 

방황하는 이 마음 쓰다듬어 주소서. 

8 여덟째 날

첫째 이야기 

p178 사랑의 힘은 너무 강렬하다

 

p179 그 하나는 이 일을 절대로 남에게 알리지 않을 것, 둘째는 자기는 지금 돈이 긴급하게 필요하니 금화 2백 피오리노를 달라, 그렇게 해주면 그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탐욕스러운 말을 들은 굴파르도는 이제까지 훌륭한 귀부인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그 마음씨의 천박스러움에 화가 치밀어 열렬한 사랑이 하루 아침에 환멸로 변했습니다. 

 

둘째 이야기 

p184 당신네들 신부는 모든 말로 하는 약속은 의젓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지킨 예가 없는 걸요. 내게도 누군가가 빌리웃자에게 한 것처럼 할 셈인가 보군요. 정말 이런 짓 하시는 게 아닙니다. 글쎄 그 때문에 그 여자는 소문만 나 버리고 말았으니까요. 지금 가지신 게 없으면 가서 가져오면 되잖아요. 

 

셋째 이야기 

p195 칼란드리노 쪽도 허리띠가 풀어지고 데친 파처럼 되어 힘없이 방바닥에 앉아 있었습니다. 

 

p196 알다시피 여자란 사물의 효력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요물이 아닌가. 

 

넷째 이야기 

p197 그런데 그 부인은 대단히 총명한 사람이었으므로 그의 뻔뻔스런 행위에 알맞은 취급을 해 주었던 것입니다. 

 

p198 신부님 제아무리 견고한 성이라도 매일처럼 공격을 되풀이하여 받으면 함락 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전부터 듣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제 몸에 일어나고 보니 정말인 것을 알았습니다. 신부님은 어떤 때는 달콤한 말씀으로, 어떤 때는 눈물로, 또 어떤 때는 그 밖의 방법으로 저를 공격하여 마침내 저의 굳은 결심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습니다. 그토록 이 몸을 사랑해 주시니 차라리 신부님의 것이 돼 버리자고 결심했습니다. 

 

다섯째 이야기 

p203 반면에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우습고 재미있는 이야기이므로 들려 드리기로 합니다. 

 

p204 그는 머리에는 굴뚝에 쑤셔 처넣었던 것 같은 꾀죄죄한 다람쥐 가죽 모자를 쓰고 허리에는 잉크병을 찼으며 맞지도 않는 긴 양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여섯째 이야기

p207 칼란드리노와 그의 친구의 이름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어 또 하나 그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p208 그 주제에 욕심이 많아서 공짜라면 얼마든지 마시는 놈이야. 

 

p209 그렇게 도를 넘길 것도 없는데 바가지로 퍼마셨던 것입니다. 

 

p210 빵과 치즈 점 : 빵과 치즈를 그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먹임으로써 치는 점(占). 만약에 그것을 삼켜 내지 못하면 죄인으로 판단된다. 생강과 환약도 비슷함. 

 

 

일곱째 이야기 

p215 남을 속이면 자기도 속는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남을 곯리거나 하는 것은 그다지 권장할 바 못 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세상의 다른 학자들처럼 자기 학문을 돈벌이를 위해 팔아먹으려고 하지 않고 사물의 원리나 도리를 깊이 파헤치려는, 실로 귀족다운 사고의 소유자였습니다. 

헌데 가끔 보는 일입니다만 이 리니에리에게도 사물의 심오한 이치를 터득하기보다 사랑의 포로가 돼 버린다는 사태가 한 발 먼저 일어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때 그는 마음 속으로 신께서 그녀의 보드라운 알몸을 껴안는 혜택을 내려 주시는 자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행운아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p216 그리하여 정신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만 큰 일이나 귀한 물건은 노고 없이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어떤 고생도, 어떤 번거로움도 결단코 마다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습니다. 

 

p217 이렇게 그녀는 오랫동안 잡아당겼다 늦췄다 해 가며 애를 태워 주었던 것입니다. 

 

p219 당신이 내 행복 바로 그것이고 휴식이며 희망의 전부라는 것을. 

 

p221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면서 눈을 저주하고 부인의 악랄함을 욕하고 밤이 긴 것을 한탄하고 자기의 경솔을 후회했습니다. 동시에 부인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느끼면서 오랫동안 품어온 뜨거운 연정은 완전히 뒤집혀 잔혹하고 격한 증오로 바뀌었습니다. 

 

p223 그녀는 학자를 거의 죽게 만들었던 일 같은 것은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오로지 자신의 일과 자신의 염원만을 호소하며 제발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형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 나도 그렇다.)

“사랑이 이다지도 나를 못 견디게 하니 잘못해서 나를 버린 그를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나로서는 못할 것이 없습니다.” 

 

p225 그리하여 욕망과 복수의 틈바구니에 끼여 자칫 욕망 앞에 무릎을 꿇을 뻔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놓인 입장을 생각하고 어떤 모욕을 받았던가에 생각이 미치게 되니 다시금 세찬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동정과 욕정을 물리쳐 버린 단호한 결의로 그녀를 지나쳐 보냈습니다. 

 

p226 그리고 이것은 그 학자의 소행이라는 짐작이 갔으므로 그제야 그를 욕보인 일을 후회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자를 함부로 믿어 버린 일을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p227 나중에는 당신이 되돌려줄 수 없는 것, 즉 내 명예를 손상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독수리가 비둘기를 이겼다고 해서 조금도 명예롭지 않을 거예요. 제발 빌겠으니 당신의 명예를 위해 나를 가엾게 여겨 주십시오. 

 

p228 쾌감이란 바라고 바라던 복수의 기쁨이고 연민의 마음이란 불쌍한 자에게 동정을 베풀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인간성이 감동되어 느낀 슬픔이었습니다. 

 

p229 나는 나를 알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나는 자기 자신을 키웠습니다만 그와 마찬가지로 당신은 불신의 하룻밤으로써 자기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 보였습니다. 

 

내가 너그러운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당신은 그 너그러움의 효과를 얻을 인간이 못 됩니다. 당신과 같은 야수에게는 죽음의 징벌이 필요하고 그것과 같은 죽음의 복수가 이뤄져야 합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복수란 모욕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복수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징벌이라고 해야겠죠. 그런 뜻에서 나는 징벌을 실행으로 옮길 작정입니다. 만약에 내가 당신에 의해 내 마음이 얼마나 심한 고통을 받았던가를 생각하고 복수하려고 마음먹는다면 당신의 목숨을 빼앗는다 해도 도저히 만족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p230 이제는 지난날에 당신이 나를 우롱하는 일에 성공한 것과 같이 여기서 뛰어내리는 일에 성공해 보십시오. 

 

p231 당신이 나를 신뢰하고 내게 의지했던 것은 당신이 내게 가진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였습니다. 

펜의 힘은 그것을 경험하지 않은 자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분명히 맹세합니다. 당신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가 아니라 눈을 뽑아 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이 수치스러워서 견디지 못할 만큼, 온갖 흉을 모조리 씻을 것입니다. 

 

p232 젊은이는 힘들여서 거칠게 꼬리를 내두릅니다만 그들보다 나이 먹은 중년은 숙련을 쌓아 어디에 벼룩이 있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향은 적더라도 맛이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또 너무 말을 빨리 몰면 아무리 젊어도 금방 지쳐버립니다. 그러나 천천히 몰고 가면 다른 사람보다 다소 늦더라도 지치지 않고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으레 그런 이야기가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고 전해지고 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이 되는 법입니다. 

 

p235 당신은 이제 충분히 내게 복수하셨습니다. 내가 당신을 한겨울 밤에 마당에서 얼게 했듯이 당신은 한 여름 낮에 이 탑 위에서 나를 불에 태웠습니다. 

 

p239 사람을 놀릴 때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특히 학자에 대해서는.......

 

여덟째 이야기

p243 만약 제파가 두렵지 않았다면 상자 속에서 아내를 마구 욕했겠지요. 그러나 원래 그런 악덕 행위는 자기가 시작했고 제파가 그렇게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돌이켜 생각한 그는 자기에게 친구로서 인간미 있는 취급을 해 준 제파만 원한다면 전보다 더 친한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아홉째 이야기

p245 애써 사람을 속이려고 한 자나, 속아 넘어갈 값어치가 있는 자에게 속이는 정도로 앙갚음했다고 해서 속인 자를 굳이 책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p262 볼로냐 유학을 했어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자에게는 좀더 지혜를 붙여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제대로 해야 한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제대로, 성심성의껏 해야 한다. 체력과 시간 운용이 현재 내 삶의 화두다.)

 

열째 이야기 

p267 그리고 또 그녀가 몇 명의 남자를 속였다는 것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막상 그에게 떨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범하는 오류인 것 같다. ‘나는 아니겠지. 나에게는 안 일어나겠지.’ 등과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p268 살라바에토는 사랑에 눈이 어두워 판단력을 잃고 있었으므로 여자의 눈물을 정말이라고 생각하고 그 말에 거짓은 없으이라고 믿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p270 하지만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찾아 낼 방법을 달리 생각해야겠군. 

 

p271 하지만 나는 그 당시 고뇌의 밑바닥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p274 그녀는 남을 속이기보다 보기 좋게 되속아 큰 손해를 보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p275 각자 마음에 드는 소재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특별한 제한을 두어 묶는다든가 하지는 않겠습니다. 

(다음 주제는 자유 주제로 결정 됨)

 

p276 사랑이여 사랑이여

사랑은 좋은 것 즐거운 것

내 마음 가벼이 하늘을 날고

가슴 불같이 타니 행복은 가득해. 

 

기쁘다 사랑이여

가슴에 넘치는 

즐거움은

나도 모르게 절로 나타나 

마음은 가벼이 

하늘을 나네. 

 

그렇지만 귀한 너를 

사랑하는 이 몸은

가슴의 아픔도 가볍지는 않으리. 

 

내 행복의 사랑아 사랑이여

노래로 엮을거나

붓으로 쓸거나

만약에 네가 알면

괴로움 더하여

숨겨야 할 것을, 하고 생각키 때문.

그러나 고백하기 그 전에 

즐거운 마음을 말 끝에서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리니.

 

누군가 말했어라. 그 옛날에

처녀를 만났을 끄 때에

어이 껴안지 않았느냐고

다가가 

인사했을 그때에

어이 뺨을 만지지 않았느냐고.

그러나 마음의 기쁨을 오직 수기고 

타는 마음 부여안은 이내 몸의

행복을 그대는 아시는가. 

 

9 아홉째 날

첫째 이야기 

p282 사랑의 힘이 어떤 것이며 얼마나 강한것인지, 자주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정도로는 아직 충분히 얘기 했다고 여겨지지 않으며, 앞으로 1년을 더 얘기해도 끝이 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사랑이란, 연인을 갖가지 죽음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시체를 꺼내기 위해 무덤 속에까지 들어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p285 열렬한 연모의 정이 그것과는 반대되는 강한 힘으로 그를 자꾸만 나아가게 해서 마침내 무덤까지 오게 되고 말았습니다. 

 

p286 아니다. 내가 그렇게 사랑하고 지금도 못 잊어 하는 그 부인의 최초의 부탁을 어찌 함부로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데. 설사 죽는다고 해도 정해진 일이라도 사내가 일단 약속한 이상 수행을 해야만 돼. 

 

둘째 이야기 

p288 세상에는 자기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주제인데도 남의 스승인양 으시대기도 하고, 남을 징벌할 수 있는 듯이 믿고 있는 사람이 허다합니다. 

운명이란 가끔 그러한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응징하고 있습니다. 

 

p289 원장은 너무나 당황하여 그런 줄은 조금도 모르고 두건대신 사제의 팬츠를 머리에 쓰고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이 부분은 웃겼다.)

 

p291 인간이 육신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말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셋째 이야기 

p291 의사인 시모네 선생은 브루노와 부팔마코와 넬로의 부탁을 받고 칼란드리노가 임신했다고 곧이듣게 한다. 그는 피임약을 만들어 달라면서 이들에게 수탉과 돈을 준다. 결국 유산을 해서 분만을 모면한다.

(칼란드리노는 바보임이 틀림없다. 말도 안돼.)

 

넷째 이야기 

p297 포르타리고 가(家)의 아들 체코는 부온콘벤토에서 노름을 하여 자기의 소지품 전부와 안쥴리에리 가의 아들인 체코의 돈까지 몽땅 털린다. 그러자 셔츠 하나만 입고 그를 쫓아가 자기의 옷을 훔친 도둑이라 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그를 붙들게 한다. 그리고 상대의 옷뿐만 아니라 말까지 뺏어 타고, 상대를 셔츠 바람에 맨발의 꼴로 만들어 놓고 떠난다. 

 

다섯째 이야기 

p302 네이필레의 짧은 이야기가 끝나자 일동은 별로 웃지도 않고 이러쿵저러쿵 비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였음.)

 

여러분, 이야깃거리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만약 얘기할 분이 때와 장소를 분별하여 화제를 잘 선택한다면 재미없는 얘기는 하나도 없으리라는 것을 여러 분도 아시리라 믿는 바입니다. 

 

p306 천 년이 걸려도 개암나무 열매 세 움큼도 벌지 못할 너절한 요즘 젊은 녀석들이 무얼 한다는 건가. 

 

여섯째 이야기 

p311 두 젊은이가 어떤 남자의 집에 묵으면서, 그 중의 하나가 딸 곁에 파고든다. 그리고 그 집 부인은 실수하여 다른 젊은이와 동침하게 된다. 딸과 동침한 청년은 친구한테 얘기하는 줄 알고 딸의 아버지 곁에서 자면서 일체를 지껄이고 만다. 그만 큰 소동이 벌어질 찰나에 부인이 재치 있게 딸의 침대로 건너가서 말을 용케 꾸며대어 사태를 무사히 수습한다. 

(사람의 눈은 어둠에 금방 적응하는데, 이 방은 암실이었나보다.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에 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상태를 떠올리며 이 글을 읽어야 납득할 수 있다. 부인이 용케 꾸며낸 말도 말이지만 그것을 믿어버리는 남편이 비몽사몽간이었을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어디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일곱째 이야기

p316 탈라노 디몰레세는 이리가 아내의 얼굴과 목을 물어뜯는 꿈을 꾼다 .그래서 아내에게 조심하라고 주의 시킨다. 그러나 아내는 믿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그런 사태가 일어나고야 만다. 

 

여덟째 이야기 

p319 비온델로가 음식을 가지고 차코를 속이자, 차코는 그를 늘씬하게 매를 맞도록 해서 보복을 한다. 

 

아홉째 이야기 

p323 사물의 질서라는 것을 잘 생각해 보면, 모든 여성은 그 천성과 습성, 그리고 법률에 의해 남성에게 복종해야만 하고, 또한 남성의 뜻에 따르고 지배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쉽게 아시리라 믿는 바입니다. 

(흐음.......)

 

p324 모든 사물에 공통의 행복을 고려하는 법률은 우리들을 전면적으로 지배할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감히 말할진대 습관과 습성은 실로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고 또한 소중한 것이며, 천성이라는 것은 분명히 다음과 같은 일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열째 이야기 

p329 많은 흰 비둘기 속에 한 마리의 검은 까마가가 섞여 있으면 백조보다도 그 아름다움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법입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현인 속에 때로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섞이면 현명한 사람의 훌륭함에 더욱 광채를 줄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것입니다. 

 

p334 우리들의 생명은 육체적으로는 짧은 것이지만 명성은 영원히 남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짐승처럼 오직 먹는 것만을 바라는 것이 아닌 인간이 모든 힘을 기울여 탐구하고 실행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10 열째 날 

첫째 이야기 

p340 태양이 창공의 미이며 장식인 것처럼, 인간의 관용이란 각자의 덕에 의한 광채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이야기 

p344 비록 적대 행위를 취하면서도, 아무한테서도 비난받지 않을 행동을 상대에게 취한 한 성직자의 기적적인 훌륭한 행위를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어떤 찬상의 말을 주어야 할런지 모르겠어요. 

사람은 누구든 모욕을 받으면 복수심에 불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시다시피 신부란 입으로는 인내를 설파하고 받은 모욕에 대해서는 관용의 태도를 취하는 것을 칭찬하면서도 보통 사람 이상으로 복수심을 불태우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야기 

p349 여기 어떤 사람이 자신의 관용의 도를 보이려고 자기의 목숨을 노리는 자에게 스스로 목숨을 주려고 계획을 세웠고, 만약 상대가 정말로 목숨을 앗으려 했다면 기꺼이 그에게 목숨을 맡겼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아마 무척 놀라실 것입니다. 

 

p352 그와 같은 선망(羨望)의 마음이 강렬해지면 비참하기 말할 수 없는 이 세상이 미구에 낙원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나탄은 그 이튿날 아침, 자기가 미트리다스네에게 한 조언도 잊은 듯이 여느 때처럼 혼자서 그 숲으로 갔습니다. 물론 죽음을 각오한 것입니다. 

 

p353 미트리다네스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고는, 그가 바로 곧 어제 자기를 기꺼이 밪아서 친절히 안내해 주고 진심으로 조언을 해 준 나탄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순간 분노는 수치로 변했습니다. 

 

내 아들아, 너는 자신의 행동을 죄악이라고 해서 용서를 빌 필요는 없다. 그것은 미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훌륭한 인물이란 소리를 듣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냐. 이젠 나 따위는 개의치 말고 살아라.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한 삶을 영위한다는 자신을 가져라. 네 고고한 뜻을 생각해서 나는 누구보다도 너를 사랑한다. 너는 탐욕한 사람처럼 돈을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돈의 용도를 열어 주었잖느냐. 너는 유명해지려고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을 부끄러워 말고, 또 내가 그런일에 놀란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p354 내 목숨은 팔십 년이나 살아서 즐거운 일도 많았고 숱한 위안도 있었다. 

자 원하거든 내 목숨을 가져가거라. 부탁한다. 그 까닭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목숨을 달라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어. 만약 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평생토록 그런 사람을 못 만날뻔 했다. 설사 용케 그런 사람을 만난다손 치더라도, 소중히 하면 할수록 내 생명은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값어치가 떨어지기 전에 부탁이니 내 목숨을 가져가려무나. 

(내 생명의 값어치)

 

넷째 이야기 

p356 사랑이란, 사랑하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 재보를 보내기도 하고, 적의도 잊고, 자기의 목숨과 명예, 그리고 가장 소중한 명성까지도 허다한 위험 속에 내 맡기는 것이 사실일진대, 이 행위는 모든 점을 생각해서 지금까지 한 어떠한 관용 정신의 이야기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실 줄 믿습니다. 

 

p357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고 더욱 강렬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더구나 연인에 대해서는 더욱 그칠 줄을 모르는 법입니다. 

 

p363 젠탈레 씨는 남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돌보지 않아 없어진 것을 자기가 애써 찾아 사랑하는 부인을 소생시켰으며, 당연히 자기에게 권리가 있으면서도 자기의 욕망을 깨끗하게 눌렀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온갖 것을 바치고 싶었고 훔치고 싶은 생각까지 가졌던 것을 막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때가 되자 되돌려 주고 만 것입니다. 

 

다섯째 이야기 

p364 내년 일월 이 고장에서 오월의 뜰과 똑같이 푸른 풀이 싱싱하고 꽃이 피는 푸른 나뭇이이 우거진 뜰을 보았으면 해요.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누구든 심부름을 보내지 말도록 해 줘요. 그런데도 여전히 귀찮게 한다면, 지금까지의 일체의 일을 남편이나 친척에게 다 털어놓고 성가심을 들어 달라고 하겠어요. 

 

p365 충분한 보수만 준다면 요술을 부려 그 일을 해 보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안살도 씨는 막대한 돈을 치를 약속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그 시가기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려고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p366 남을 통해서 듣는 말이란 여러 사람의 상상 이상의 힘을 가지는 것이며, 그것이 연인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힘을 갖는 법이오. 

약속의 매듭을 풀어 주기 위해 다른 사람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짓을 당신에게 허락하겠소. 

몸을 허락하되 마음까지 허락해서는 아니 되오. 

 

p368 이런 일을 어떻게 평하면 좋겠습니까? 

(절제인가? 위선인가? 관용인가? 이야기니까.)

 

여섯째 이야기

p372 사랑이란 날카로운 손톱으로 붙들어야 되는 것인데, 젊은 시절에는 그러한 정열을 갖지 않으셨으면서 어찌하여 노경에 드신 지금에야 사랑에 빠지시옵니까. 마치 기적이 일어난 듯 신에게는 이상하다기보다도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일인가 하옵니다. 

백성의 이목을 끄는 사랑에 빠지심은 부당한 처사이심을 살피시옵소서. 

 

p373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경의로 자기 집에 폐하를 납시게 하여 폐하를 환대하기 위해 거의 알몸에 가깝게 딸을 선보인 것은 그것으로 자기가 폐하를 신뢰하는 증표로 삼은 것이오며, 폐하가 영특하신 국왕이시지 결코 탐욕스러운 이리가 아니시라는 것을 그가 믿고 있는 정거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만프레디의 바로 그러한 부녀자들의 난행을 벌하시기 위해 이 왕국에 친정하신 것을 이미 잊으셨습니까? 

영원한 중형에 해당하는 배반 말입니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것도 한층 커다란 영예라고 믿습니다. 하니, 폐하는 백성의 모범이 되시고 자신을 극복하시어 그러한 욕망을 억제하셔서 모처럼 획득하신 영예를 그러한 오명으로 손상시킴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용감하고 위대한 기사는 모든 적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쉽게 이길 수가 있지만, 그런 기사도 자기 욕망을 이긴다는 것은 참으로 여러운 일이오. 

 

p374 그러나 사랑의 포로가 되었던 일국의 왕이 자기가 그리던 아가씨로부터 사랑의 말 한마디도 듣지 않고 꽃 한 송이, 사랑의 열매 하나 따지 않고 그 아가씨를 다른 데로 시집 보낸 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

 

일곱째 이야기 

p376 딸은 사랑에 절망한 끝에 이미 살 의욕을 잃고 있었던 것입니다. 

 

p377 사랑의 신이여, 두 손 모아 자비를 비나이다. 

그 님이 계신 곳에 가셔서 

님 그리고 그리다가

내 마음 병들었노라 일러 주소서 

그리움의 불꽃이 몸을 태워 

죽음이 가까이 있나니 

님을 그려, 두렵고 수줍어 하며

참고 견디는 이 괴로움

아아, 어느 날에 면하리 

부디, 신을 위해 이 괴로움 전해 주소서 

사랑의 신이여, 그 님에게 사랑을 느낀 그 순간부터 

신이 내게 주신 건 두려움뿐

무거운 마음 안고 이대로 죽으려나 

단숨에 가슴 속을 

고(告)할 용기를 내게 주셨도다. 

그 님에게 고할 기력을 내게 주셨다고 

그 님이 불쾌히 여기지는 않으시리라. 

 

사랑의 신이여, 그러한 용길 내게 주셔서 

내 대신 사자보내어 

그 님에게 가련한 내 마음 알릴진대 

신의 마음에 안 드 실일 없어라

오오, 인자하신 사랑의 신이여

비나이다, 그 님에게 가소서 

기사들과 창과 방패 들고 재주 겨누신 그 님에게 

내 지켜본 그 날을 일깨워

괴로워 죽도록 그리는 소녀 있음을

부디 마음에 간직토록 하옵소서. 

 

p380 아가씨, 어찌 된 일이냐? 너는 젊은 몸으로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어야 할텐데 무거운 병에 걸리다니. 한시바삐 쾌차해서 세상에 기쁨을 주도록 해라. 진심으로 부탁하는 바이다. 

 

p381 사람이란 누구든 선악을 가려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과 감정에 의해 사랑을 하는 것인 줄 압니다. 

 

여덟째 이야기 (우정에 관해 글을 쓸 때 참고할 것)

p383 왕이란 하려고 들면 어떤 일이든 못할 것이 없습니다. 

나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 왕의 행위를 닮은, 아니 그 이상의 일을 했을 때, 한결 기쁘게 여기고 더욱 감복할 것임에 틀림없을 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p384 그런데 만물이 변하는 법칙에 따라, 역시 그 해가 다갈 무렵 노령의 크레메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티투스, 이 녀석아, 너는 어째서 그다지도 용렬하냐. 대체 너는 정신과 사랑과 희망을 어디다 걸고 있느냐. 

 

p385 사랑의 율법은 다른 어떤 율법보다 강한 힘을 가졌다. 그것은 우정의 율법뿐만 아니라 신의 율법조차도 깨뜨린다. 옛날부터 아버지가 딸을 사랑한 일도 있었잖았나? 오빠가 여동생을 사랑한 일도, 계모가 전실 자식을 사랑한 일도 있지. 이러한 일들은 옛날부터 수천 번 있었던 일이 아닌가. 이런 짓들이야말로, 한 사내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기괴한 일이 아닌가. 거기다가 나는 아직 젊다. 청춘은 사랑의 율법에 지배되는 거다. 사랑의 신이 기뻐하시는 것이 내게도 기쁨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젊잖은 짓은 늙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랑의 신이 바라는 일이라면 나도 바랄 수가 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아무한테서나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젊은 내가 그녀를 살아한다고 누가 정면으로 나를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녀가 지시푸스의 것이니까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설사 누구의 것이든 나는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다. 다만 인연이 나빴을 따름이다. 남이 아니고 친구인 지시푸스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이 잘못이다. 지시푸스가 안다 해도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만족하게 생각해도 좋을 일이다. 

(티투스의 이런 저런 생각을 고스란히 잘 적어놓았다. 생각을 녹음해 놓은 듯한 문단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이해된다.)

 

p386  이러한 구실을 끌어대도 보고, 자기를 비웃으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하다가 꼬박 하루 낮 하루 밤을 보냈을 뿐 아니라, 그 날부터 며칠이나 그런 판이고 보니, 마침내 음식도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고 잠도 못 자게 되어 심신이 쇠약해진 나머지 그만 병상에 눕게 되고 말았습니다. 

 

내 비열을 생각할 때 사는 것보다 그것이 내게 어울려. 그 비열을 자네에게 숨겨둘 수도 없고 속일 ㅜㅅ도 없는 일이니 부끄럽지만 죄다 털어 놓겠네. 

 

p387 친구란 옳은 일에 대해 기뻐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한 일에 대해선 그것을 친구의 마음에서 제거시킬 것을 생각해야 하는 거야. 

 

p388 나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를 잘 알고 있고, 연인들을 불행한 죽음으로 몰고 간 예가 허다한 것도 알고 있네. 

 

p389 맹세코 말하거니와 나라는 인간은 자네로부터 사랑하는 여자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도 구원을 받았다는 것을 결코 모르는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게. 

 

p391 그런데 그리스 사람이란, 자기들에게 반항하는 사람이 적다고 생각할수록, 다시 말해서 굽실거리거나 비굴하게 굴면 굴수록 큰 소리를 치고 거짓말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 그들의 시비를 참고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로마 인의 불굴의 정신과 아테네 인의 지혜를 겸비하고 있던 그는 지극히 정당한 방법으로, 한 사원에 모여 달라고 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p392 여러분은 이성이 시켜서가 아니라 순간적인 화를 가지고 줄곧 푸념을 뇌까리고 있습니다. 

 

우정의 단단한 매듭이란 혈연이나 친척 관계보다 한층 견고하다는 것을 여러분이 상기해 주시면 족합니다. 왜냐하면 친구는 우리들 스스로가 가려서 택한 관계이지만, 친천은 운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체 소프로니아를 청년 철학자인 지시푸스에게 준 것은 여러분의 생각이고 의견이며 결정이빈다. 

 

p393 가난한 서민들로부터 비난받고 부가 존중되고 있는 이상, 나는 빈한한 자가 아닌 행운아로서 주체스러울 만큼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p394 운명이란 새삼 일을 결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라든가 새로운 연장을 쓰지는 않습니다. 만약 목적만 좋다면 철학자가 아닌 구두장이가, 비밀리에든 공공연하게든 자기의 판단으로 내 문제를 결정했다 해도, 나는 일일이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p395 이것은 그녀 자신이 사실을 증명하겠지만, 나는 우선 그녀에게 나를 남편으로 원하느냐고 똑똑히 물어, 그녀의 ‘네’하는 대답을 듣고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주며 결혼한 것입니다. 만약 그녀가 나에게 속았다고 생각한다면, 책망을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가 누군지를 묻지 않았던 그녀가 책망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소피스트를 생각했다. 아테네의 지혜라고 했지만 변증법을 공부했는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을 잘 풀어 나간다. 보통 입씸이 아니다.  사실 티투스 마음에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녀의 동의나 감정에는 상관없이 그녀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정, 그녀를 속이고 ‘네’라는 대답을 얻어낸 기만의 잘못이 있다. 상대가 아무리 말을 잘해도 진실과 진정성을 간파해 낼 줄 알아야겠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부분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티투스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하는 말들을 일거수 일투족 자기에게 유리하게, 그리고 타당한 근거 처럼 보이는 것들을 나열하며 이야기 하는데, 재미도 있고, 놀랍기도 하다.)

 

p397 그런데 티투스는 그냥 스쳐 지나고 말았습니다. 지시푸스는 그가 자기를 알아차렸는데도 모른 체한 것처럼 생각하여, 옛날 그를 위해 베푼 정성을 상기하고는 와락 분노를 느끼면서 절망하여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친구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친구가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면 누구나 지시푸스처럼 오해하고, 좌절할 것 같다. 그냥 가서 말 걸어보지. 그럼 티투스가 두 손 벌려 환영하며 지시푸스를 돌봐줄텐데 말이다.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p400 이와 같이 우정은 지극히 신성한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존경할 것만이 아니라 영구히 찬상할 일입니다. 그것은 감사와 친애의 자매라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증오와 탐욕을 원수로 알고 남의 부탁을 기다리지 않고 언제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훌륭히 남을 위해 하는 마음가짐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은 이러한 우정의 힘이 인간의 굴욕적이고 죄 많고 불쌍한 탐욕 속에 묻혀 좀처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탐욕은 자기 이익만을 생각해서 우정을 땅의 저편으로 영원히 쫓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정이 아니고서야 어떤 애정, 어떤 재물, 어떤 친척 관계가 티투스의 눈물과 한숨이 커다란 힘이 되어 지시푸스의 가슴을 감동시키는 열정을 불러 일으켰겠습니까?

 

p401 대체로 세상 사람들은 배우자의 경제적인 것과 형제의 많음과 자식이 많은 것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재산으로 많은 하인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든 아버지나 형제, 주인의 다급한 위기를 들어 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닥친 사소한 위험부터 겁을 먹고 먼저 제거하려 합니다. 그러나 친구 관계에 있어서는 그와 정반대의 현상을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홉째 이야기 

p402 우리들은 저마다 결점이 있어서 완전히 모든 사람의 우정을 차지할 수는 없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정이 있는 한 그 효과가 있을 것을 기대할 수 있으니 적어도 친구를 위해 봉사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p408 집안 일과 가문의 명예에 관한 일은 당신에게 맡기고 가오. 내가 출정하는 것은 확정적인 사실이지만, 도랑온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일이 생길 테니 반드시 확실하다고는 단정할 수 없소. 그래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고 싶소. 내 신상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데, 내 생명에 관한 확실한 기별이 없거든 출발하는 오늘부터 헤아려 1년 1개월이 될 때까지는 재혼을 삼가주기 바라오. 

 

p419 이것이 곧 토렐로 씨와 그의 사랑하는 부인의 비운에 행복한 결말로 흔쾌히 남에게 친절을 베푼 일의 보답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려고 노력은 하나, 그러한 친절을 알면서도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방법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친절을 베풀기 전에 베푼 결과 이상의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열째 이야기 

p420 나는 내 맘에 맞는 여자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며, 그와 반대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또한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여자를 얻어 고통을 겪는 남자가 얼마나 괴로운 생활을 하는지 그러한 일들을 잘 생각해서 결혼하려 하는데, 그대들은 자꾸만 나에게 권유하는군. 게다가 그 부모를 보면 딸을 알 수 있다는 듯이 지껄이며 내 마음에 들만한 여자를 구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짓은 다 어리석은 거야. 그대들은 어떻게 처녀의 아버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또한 그 어머니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난 그런 것을 믿을 수 없네. 설령 양친에 관해서 알았다손 쳐도 딸이 부모를 닮지 않는 일도 많잖은가. 굳이 그런 쇠사슬로 나를 붙들어 맬 작정이면 좋도록 하게. 하지만 만약 결과가 나쁘면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으니 내 자신이 구해 보겠네. 그래서 내가 취한 여자가 내 아내로서 그대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는 여자라면, 그 때는 자네들 청을 들어 하기 싫은 결혼을 한 것이 얼마나 중대한 결과가 되었는지 그대들의 책임을 분명히 해 두겠네. 

 

p423 젊은 신부는 의상이 바뀌자 마음쓰는 것과 몸가짐이 일변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p430 자,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모두들, 왕실에 태어나도 사람들 위에 군린하기는 커녕 돼지를 먹이는 자와 같은 사람이 잇는 것처럼, 누추한 오두막 집에서도 하늘에서 성령이 강림하는 일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또 그리셀다 이외에, 구알티에리로서는 그녀를 속옷바람으로 쫓아냈으 ㄹ때, 그녀가 보다 나은 옷을 얻으려고 다른 남자에게 몸을 팔았다 해도, 또한 그녀로부터 경멸을 받았다 해도, 아마 그녀를 욕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p431 숙년 여러분, 여러분도 아실 줄 믿습니다만, 인간의 영지는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사물을 안다는 것만이 아니고, 그것을 앎으로써 미래를 살필 줄 아는 것이 최고의 영지라고 위대한 사람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맺음말>

p435 그것은 나의 공적이 아니라 여러분의 동정적인 여망에 이한 것이라 믿고 기뻐해 마지 않는 바입니다. 그러므로 우선 첫째로 하느님에게, 다음으로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리고 지친 팔과 붓을 휴식시키고자 합니다. 

 

p436 다소 방종한 말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이야기의 성격이 그것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빈다. 

 

p437 썩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결코 건강한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정숙한 말이 소용되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숙하지도 못한 말도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해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태양의 광선과 진흙, 혹은 하늘의 아름다움과 땅 위의 추함과의 관계와 같습니다. 

 

모든 사물은 그 자체에 있어서 어떤 일에는 유익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악용되면 많은 일에 해롭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나는 내 글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이들 이야기의 내용에서 악의에 찬 의견이나 나쁜 작용을 끌어내려는 자가 있다손 쳐도 그들은 억지로 왜곡된 풀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한 이 이야기에서 유익한 점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오히려 그것을 금하지 않을 것입니다.  

 

p438 그런데 내가 그 이야기들의 창작자이며 작자였다고 가정한다고 해서 이야기의 전부가 근사한 것이 못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모든 일을 완전히 수행하시는 하느님을 제외하고,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작가는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일들 가운데는 각각 질이 다른 것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 경작된 밭이라도 곡식 사이에 바랭이라든가 가시라든가 그밖에 가시 있는 잡초가 섞이지 않는 법이 없습니다. 

 

p439 사실 나는 신중한 사내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과거에도 늘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신중하지 못했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무게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물 위에 뜰 정도로 지극히 가벼운 사람임을 단언합니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옳은 이유로 자기들을 감동시키는 것 이외에는 믿을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며, 신부는 선량한 사람들이며 하느님을 위한 사랑 때문에 부자유스러운 생활을 하지 않고 견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모두 입에서 약간씩 악취를 내뿜지 않는다면 그들과 상종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세상일은 조금도 확정성이 없이 늘 변화하고 있습니다. 

 

3. 내가 저자라면

서해문집 출판사에서 발행한 <<데카메론>>을 보면 ‘유쾌하고 대담한 르네상스 인간 예찬’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그리고 역자인 장지연 씨가 차례를 써놨다. 내가 읽은 범우사 출판의 <<데카메론>>에는 차례가 없다. 원본은 차례가 없었을 것 같다. 장지연 씨의 분류대로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를 논의해 보자.

머리말 : 세상의 구원을 갈망하는 여인들에게

첫째 날 : 열 명의 남녀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다

둘째 날 : 갖은 고난과 위기 끝에 행복을 되찾다

셋째 날 :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넷째 날 : 비극적인 사랑에 눈물을 흘리다

다섯째 날 : 밤꾀꼬리 이야기에 낯을 붉히다

여섯째 날 :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다

일곱째 날 : 심술궂은 남편을 잘 골려 주었다고 칭찬하다

여덟째 날 : 기상천외한 속임수에 이러쿵저러쿵하다

아홉째 날 : 칼란드리노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리다

열째 날 : 누구의 관용이 가장 칭찬받을 만한가?

맺은말 : <<데카메론>>을 읽는 독자의 마음 밭, 시선에 대하여 (맺은말은 내가 읽은 책-범우사 출판-에 있는 부분이며 맺은말을 읽으며 내가 생각한 바를 정리한 것이다.)

 

10일 동안 10명의 이야기꾼들이 100개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10명의 인물들은 디오네오 외에는 뚜렷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조사하면 좀 나오려나?) 순서를 정해가며 큰 주제 아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의 첫 구절을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인정입니다.’라고 시작한다. (서해문집 편 : 괴로워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기고 위로하는 것은 인정 있는 일입니다.) 100편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위로받았는지 생각해 본다. 인간이 가진 욕망에 대해 아주 다양하게 표현했고, 생각지도 못한 비유들을 읽으면서 낯뜨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고, 터무늬없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많은 이야기들을 큰 틀, 주제 아래 넣어놓니 연결성이 보였다. 물론 조금 반복되거나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로 전개되기도 했지만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데카메론>>을 쓴다면 어떤 주제로 100편의 이야기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특히 청소년에게 ‘성’에 대해 알려주고, ‘사랑’, ‘우정’, ‘관용’, ‘탐욕’, ‘절제’ 등에 대해 에피소드를 가지고 이야기해 나간다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더 진한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체면치레가 강한 사람이라 그런지 ‘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쾌하면서도, 건강하게 하지 못하겠다. 청소년에게 건강한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필수적으로 해줘야 하는 부분인데 말이다.

 

<보완점>

아홉째 날까지는 주제가 크게 달라지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열째 날에 관용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큰 변화를 느꼈다. 짧은 시간 안에 100편을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강력하게 여운을 남긴 글 다음에 읽는 글에서 재미나, 뚜렷한 교훈을 느끼지 못했다. 읽는 내내 어릴 적 전래 동화를 읽는 것처럼 재미가 있었는데, 나의 눈과 마음에 따라 각 에피소드에서 유익을 찾았어야 했기에 좀 아쉬웠다. 왜냐하면 모두다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자 했던 이야기 이면에 있는 것을 간파할 수 있는 유용한 팁을 준다면 <<데카메론>>이 독자의 삶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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