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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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농담 中, 이문재-
제가 알고 있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가장 최고로 뽑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아래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종교학 시험시간!
그날의 시험문제는 ‘물로 포도주를 만든 예수의 기적을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 철학적, 신학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논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시험시간은 두 시간, 학생들은 답안을 열심히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험감독을 하던 교수는 답안지에 한글자도 적지 않은 채, 창밖의 먼 산을 바라보는 청년을 발견했습니다. 교수가 물었습니다.
“왜 답안을 작성하지 않나?”
“쓸 말이 없습니다.”
청년의 대답에 교수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기 5분전까지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창밖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마침내 강의실엔 그 교수와 청년만 남았고, 교수는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단 한줄이라도 쓴다면 낙제는 없을 걸세.'
청년은 이윽고 펜을 들더니 단 한줄을 쓰고는 강의실을 나갔습니다.
그 답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졌도다.'
한 줄의 답안으로 최우수 학점을 받은 그 청년은
영국의 시인 '바이런' 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좋아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10년간 보고 읽고 들었던 이야기들 중에는 더 지혜롭고 훌륭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딱히 뭐라 설명을 못하겠지만 그냥 좋습니다. 마음편지에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요. 위대한 시인의 통찰력과 압축된 아름다운 표현에 감탄했거나, 한 줄의 답안에도 최우수 학점을 줄수 있는 명문학교의 눈썰미에 반한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주말에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바다에서 끊임없이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마음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범람할 때, 필요한 것은 단 한가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왜 그것인지, 자기만의 이유,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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