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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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한치씩 가라앉는 때
주변의 모두가 의자째 나를 타고 앉으려고 한다고
나 외의 모든 사람에겐
웃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될 때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
눈길 스치는 곳곳에서
없는 무서운 얼굴들이 얼핏얼핏 보일 때
발바닥 우묵한 곳의 신경이
하루 종일 하이힐 굽에 버티느라 늘어나고
가방 속의 책이 점점 늘어나
소용없는 내 잡식성의 지식의 무게로
등을 굽게 할 때
나는 내 방에 돌아와
바닥에 몸을 던지네
모든 짐을 풀고
모든 옷의 단추와 걸쇠들을 끄르고
한쪽 볼부터 발끝까지
캄캄한 속에서 천천히
바닥에 들러붙네
몸의 둥근 선이 허락하는 한도까지
온몸을 써서 나는 바닥을 잡네
바닥에 매달리네
땅이 나를 받아주네
내일 아침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그녀가 나를 지그시 잡아주네.
양애경 -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대학교 시절에 앰티를 갔을 때로 기억난다. 밀양가까운 곳에 있는 원동이라는 곳의 계곡에 갔었다. 물놀이를 하다가 바닥이 보이는 곳에 잠수를 했었다. 잠수를 했는데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바로 보이는 그곳이었지만 실제보다 바닥이 더 깊었던 것이다. 공포가 밀려왔다. 허둥지둥 되었다. 다행히 계곡을 가로질러 쳐놓은 줄을 잡고 빠져나왔다. 그 이후로 물은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번 수영을 배우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영에 대한 공포라기 보다는 바닥이 확인 되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눈에 보이지만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을 때의 공포..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 내용은 이러하다. 맹수에 쫒기던 사람이 낭떠러지에 떨어진다. 떨어지는 와중에 썩어가는 가지 하나를 잡는다. 그 사람이신에게 기도한다. 나를 구원해 주십시오라고. 그러자 신의 음성이 말한다. 네가 잡은 그 손을 놓아라. 그러면 구원을 얻으리라. 그러나 그 사람은 그것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은 그 가지는 바닥에서 얼마 높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주말 내리 잠을 잤다. 몸도 움직이는 것이 싫고 자꾸만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어서 잠을 청했다. 신생아가 잠을 자듯 그렇게 잠을 잤다. 잠을 자는 동안 계속 머리에서 그리고 꿈결에서 맴돌았던 단어가 책임이라는 단어였다. 또 하나 모든 일이 잘 풀릴 때에는 나에게 어려운 시절이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수많은 좌절의 경험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도망쳐서 해결되기도 했고 때로는 세월이 해결해 주기도 했고 때로는 내가 책임지려고 할 때 해결되기도 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좌절의 경험들이 나를 받아준다.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이다. 이제 바닥에 누워 에너지를 충전하여 다시 일어서기를 연습할 것이다.
인생의 영광은 한번도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때 마다 일어서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면서 걸음마를 준비해야겠다.
일이 잘 풀리던 시절 나의 좌절의 경험을 되새기지 못한 사실을 기억하면서 이제 기록을 시작하려고 한다. 갈수록 내가 기억하는 것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조차 애매해지는 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나를 관찰해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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