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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5일 08시 50분 등록

주군의 명예를 지킬 줄 아는 자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은 위계 질서와 잘 짜여진 소통의 구조 속에서 서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조직의 위 Position 으로 올라 갈수록 좀 다른 소통 체계를 갖고 있다.

위로 올라 갈수록 조직의 위계질서는 매우 엄격하지만, 삼권이 분리되지 않은 형태로 관계를 맺게 된다.

 

특히 주군으로 모시는 분이나 상사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옛말에 용에는 역린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몸에 비늘이 있는데 어느 한 비늘만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는데, 이를 역린 이라 부른다고  한다.

용은 유독 역린으로 된 비늘을 건드리면,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행동 한다고 한다.

조직에서 주군이나 상사의 치부를 건드리거나 약점을 들쳐내는 일을 하게되면 마치 용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 처럼 분노하게 만든다고 한다. 내 경험상으로도 그런 것 같다.(경험이란 상사는 타고 올라가는 대상이 아니라, 밀어 올려 드리는

존재이며 이 과정 에서 서로 맺어진 관계로 인해 상사로 부터 도움을 받아 자기도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데카메론의 둘째날 여덟째 이야기에 나오는 앙베르의 가우티에르 백작은 억울하게 죄에 몰려 영국으로 망명해 두 아이를 따로 따로 남에게 맡긴다. 그 뒤 아이랜드에서 힘든 생활을 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후 끝내는 해피앤딩으로 막을 내리는 재미 있는 이야기 이다.

 

오늘은 가우티에르 백작의 내면을 탐사해 보고져 한다. 로마 제국의 권력이 프랑스 인에서 독일 인의 손으로 옮겨가고부터, 두 민족 사이에는 매우 심한 적의가 생겨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졌다.

그래서 프랑스의 왕과 왕자는 조국의 방위와 적을 토벌하기 위해 나라에 총력을 기울이고, 가능한 데까지 친구와 친척의 힘을 빌어 적국에 침입하려고 대군을 편성했다.

그리고 진격하기 전에 통치자 없이 나라를 비워둘 수 없었으므로, 앙베르의 백작 가우티에르가 훌륭하고 총명한 귀족이며 신의가 깊고 부하로서도 믿을 만한 인물인데다가 전술에도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싸움터의 고생보다 정치 같은 복잡 세밀한 직무를 맡기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를 왕국 정부의 수석으로 남겨 놓고 출진 했다.

주군의 마음은 가장 신뢰하는 부하를 본국에 남겨 놓고 왕비와 왕세자비를 보필 하여 본인이 없는 나라를 잘 유지 하도록 하였다. 왕께서는 전쟁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때 아내와 젊은 왕세자비가 겪을 인간적인 외로움과 욕망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는것 같다. 또한 백작이 젊고 용모가 준수한 홀애비라는것도 잘 모르고 중요한 결정을 한 듯하다.

 

가우티에르는 나이가 40세 정도의 나이지만, 잘 생긴 남자로서, 예의 범절에 밝고 행동 거지가 세련되어 어떤 귀족도 미치지 못할 만큼 호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궁정에 출입하여 정사를 의논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왕세자비가 그에게 호의를 품고, 그의 사내다움과 품위있는 태도에 반하여 남몰래 애를 태우다, 결국 불륜의 연정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어느날 왕세자비는 백작을 둘 만 있는 장소로 불러들여 사랑을 고백하며 그의 목에 매달리며 하염없는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백작은 청렴한 기사였으므로, 엄숙한 말투로 불륜의 사랑을 꾸짖고, 자기의 목에 매달리려는 그녀를 밀어 냈다.

그리고 그와 같이 주군의 명예를 손상하는 짓을 나에게든 남에게든 허용되는 자가 있다면, 그 자부터 먼저 갈기 갈기 찢어 줘야 한다고 단호히 말해 버렸다. 그러자 왕세자비의 사랑이 생각지 못한 증오로 변해 버리는 순간이 온다.

왕 세자비는 어머, 비겁한 기사도 다 봤네. 내가 가슴 속을 다 털어놨다고 해서 왜 그런 모욕을 받아야 하나요?” 왕세자비는 두 손으로 자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고 옷을 갈기 갈기 찢고 비명을 질러댔다. “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줘요! 가우티에르 백작이 나를 강간 하려고 해요그 후 전쟁에 나가 있는 왕 과 왕자에게 이 고약한 소문이 귀에 들어갔다.

남자의 심장은 불같이 화가 치밀어 백작을 영원히 추방하고, 살았거나 죽었거나 간에 그를 붙잡아 온 자에게 막대한 상금을 내리겠다고 발표 했다. 이 후 백작의 삶은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가시밭 길을 걸어가야 했다.

 

이런 유사한 일이 3,000년 전에도 있었다. 구약에 나오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손자인 야곱이 슬하에 12명의 아들을 두고 있었는데 유독 11번째 아들인 요셉을 총애 해 주었다. 그 후로 요셉은 채색옷을 입고 다녔지만 형들의 질투속에서 자라가야 했다. 어느날 형님들이 있는 곳으로 음식물을 갖다줄려고 먼 길을떠나 양들을 치는 곳까지 가게 되었는데 형님들의 간계로 이집트 노예상에 팔려 가게 된다. 그 후 권력의 화신인 시위 대장 보디발의 집에서 가사일을 맡은 총무로 일을 하고 있을때 였다. 요셉의 나이 20대에 준수한 외모로 매력적인 청년을 보디발의 처가 연모하게 되었다.

 

어느날 가사일을 보기 위해 주인의 집에 들어 갔는데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고 주인의 아내만 있었다. 그 녀는 요셉을 방으로 들어오도록 명하고 그에게 매달려 사랑을 고백한다. 이때 요셉은 나의 주인께서는 이 집에 모든 것을 나에게 맡겼지만, 맡기는 않은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마님 입니다. 이는 주인의 아내 이시기 때문인데, 내 어찌 이런 일을 행 하여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 득죄 하리이까?” 라고 외치고 겉옷을 벗어던지고 웃통 바람으로 방을 뛰어나와버렸다.

이때 보디발의 처는 벗어 논 요셉의 옷을 흔들며 고함을 쳤다. "요셉이 나를 강간 하려 달려 들었습니다. "

주인인 보디발은 이런 소문을 듣고 격노하여  끝내 요셉을 감옥에 하옥 시킨다. 요셉은 이억만리 떠나온 낯선곳에서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어두운 감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용모가 뛰어나고 책임감이 강한 부하들 중에는 백작이나, 요셉과 같은 바른일을 선택 했다가 주군으부터 오해를 사게 돼어 어려운 상황을 직면할 때가 있다.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고 억울함을 다 말로 할 수 없겠지만, 주목할게 하나 있다.

이 분들의 공통점은 자기를 어렵게 만든 여인들을 원망하지 않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모험을 수용했다.

오랜 세월 신께서 그들을 돌봐주신 결과로 그들의 삶은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세상 이치가 돋보여지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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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09:40:15 *.252.144.139

하웨버님, 글 잘 읽었습니다.

아마 사부님의 커리큘럼에 들어 있을텐데 <사기열전>에 한비의 '세난'편에 용의 비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아마도 큰 공감을 하게 되는 내용일 듯 합니다.

 

저는 <데카메론>을 작년 이탈리아 해외 연수 가기 전에 하룻밤에 후루룩 읽었지요.

그래서인지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네요. 대부분 남녀상열지사였던것 같아요.

그런데 가우티에르 백작의 이야기가 있었네요.

 

나는 이런 세상 이치가 돋보여지기를 바란다. !!!

문장에서 하웨버님의 강한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저도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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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1:12:00 *.161.240.251

하웨버님, 잘 읽었어요~

용의 역린을 건드린 경험이 뭘까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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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2:10:30 *.38.222.35

옹.. 이천 하선생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런 이치가 돋보여지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ㅋㅋㅋ..

 

주말 부산일정 소화하시고, 북리뷰랑 칼럼 쓰느라 많이 힘드셨죠???

화이팅입니다~!!!^^ 다음엔 양평에서 만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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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4:52:33 *.41.190.211

안녕들 하세요? 오늘은 칠칠이 선배님드께서 대거 방문 해 주셨네요.

감사 드립니다. 제 경험은 특별한 건 아니고, 상사의 배려를 내가 잘한걸로

오해 한적이 많았어요. 시간이 좀 지나서 인지 그때 일들을 생각하면 숙연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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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8:21:04 *.114.49.161

웨버님

이번 칼럼에서 제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는 이것이었어요. 웨버님께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부산에서 카톡으로 보내주신 결혼식 축가 사진을 보고서야 저는 그날이 김연주씨의 결혼식인 걸 생각해냈어요. 모닝페이지 카페에서 소모임을 같이 한 인연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부끄러웠어요.  

 

조직에서 주군이나 상사의 치부를 건드리거나 약점을 들춰내는 일을 하게 되면 마치 용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처럼 분노하게 만든다고 한다. 내 경험상으로도 그런 것 같다. (경험이란 상사는 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밀어 올려 드리는 과정에서 맺게되는 관계로 인해 상사의 도움을 받아 자기고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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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8:51:41 *.70.30.187

콩두, 댓글속에서 콩두의 고운 맘씨가 느껴져요^^ 연주씨 결혼은 꿈벗 모임 땜에 간거니까... 이번 오프 모임도 기대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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