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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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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2일 09시 48분 등록

햄릿, 리어왕, 맥베스 (Hamlet, King Lear, Macbeth)

* William Shakespeare 지음, 신상웅 옮김, 동서문화사, 1978.10.10

 

1. ‘식민지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저자에 대하여)

 William Shakespeare (1564~1670)

 

영국이 낳았다고 하지만 그는 인류의 보물이다. 예술가, 문학가를 통틀어 당대에 그 탁월함을 인정받고 추앙 받는 인물이 극히 드문데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생전에 이미 최고와 최대의 찬사를 받은 대문호였으며 죽은 후에도 신격화 수준의 숭앙을 받은 문학가다. 사람들이 그 정도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면 그에게는 분명 뭔가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지울 수 없다.

 

영국의 비평가 칼라일은 그를 영국의 식민지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며 찬사의 끝을 보여 준다. 이 악명 높은 발언에 관해서는 배경이 있었다. 흔히 제국주의적 망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말의 원래 맥락은 이랬다.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잉글랜드인을 보고 인도와 셰익스피어 둘 중 어느 것을 포기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도야 있든 없든 상관없으나, 셰익스피어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입니다! 어쨌든 인도 제국은 언젠가는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셰익스피어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박상익 옮김) ‘영웅숭배론에 나오는 토머스 칼라일의 이 말은 인도나 인도인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경제적 가치’(영국의 식민지인 인도)보다는 ‘정신적 가치’(셰익스피어)가 더 중요하다는 뜻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인도와 영국의 과거사를 생각해 보면 오해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라일의 본의를 왜곡해서는 곤란하리라.

 

그렇게 위대한 작가는 인도뿐만 아니라 이 땅의 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문학적 매력에 이끌려 고등학교 때 이미 그의 4대 비극을 끼고 다니는 친구들을 우리들은 봐오지 않았나. 어린 치기에 지적 허영의 모습이라고 해도 그의 책을 끼고 다니는 것은 뭔가 있어 보였었다. 그 끼고 다닌 책 때문에 영문학과로 진학하는 무리수를 두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으니 그의 영향력은 이 나라 대학 진학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잉글랜드 사람이다. 8남매의 셋째, 아들로는 첫째다. 그의 아버지 존 셰익스피어는 당시 중산계급으로 피혁가공업과 중농을 겸했던 부유한 상인이었다고 한다. 16세기와 17세기를 거치며 근대로 가는 과도기에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세의 가치관을 벗지 못하고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던 시대였으니 그의 소년 시절은 상대적으로 풍요로웠을 게다. 하지만 곧 가세가 기울어 그의 학업을 중단된다.

 

그러나, 그는 독학으로 공부한 성서와 고전을 통해 읽기와 쓰기를 배웠고 라틴어도 독학으로 완성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읽었던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매료되었다고 전해지며 이 때문에 그리스어를 직접 공부했다고 전해지는데 그 실력은 그리 시원찮았다고 한다.

 

그를 바라보는 위선적인 시선 중에 하나는 세상의 기준으로 짧은 가방끈이었는데 대학을 마치지 못한 학력으로 품격이 떨어지는 희곡이 양산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실력을 알았는지 1594년부터 당시 연극계를 크게 양분하던 궁내부장관 극단의 전속 극작가 된다. 당시 조연 배우로써도 활약했다고 전해지나 희곡 창작에 더 몰두 했다.

 

1590~1613년까지 대략 24년간이 그의 생에서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친 때였으며 이 때 희극과 비극을 통틀어 38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작품 모두가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그는 명실공히 영국 최고의 극작가 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그의 작품활동을 4단계로 나누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간단히 소개한다.

 

1 : 습작기

1기는 습작기(15901594)로 이 기간 동안 주로 사극과 희극을 집필했다.

이 시기는 옛 작가의 모방과 자신의 것을 찾기 위한 모색의 과정이었다. 우선 <헨리 6> 3부작, <리처드 3>의 사극과 병행하여 세네카풍 복수비극 <타이투스 안드로니쿠스>에서 출발하여 이 시기의 기조는 플라우투스풍의 <실수연발이>, 이탈리아 코믹풍의 <사랑의 헛수고>등 젊은 정열을 발산시키는 경쾌하고 밝은 희극의 세계에 있다. 전체적으로 고전극의 영향이나 말로, 릴리 등 선배의 영향을 받아 엇비슷한 것이 많으며 습작기의 영역에서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침 페스트의 대유행으로 인한 극장 폐쇄기(1592-94)와 겹쳐 <비너스와 아도니스>(1593), <루크리스의 능욕>(1594) 등 일련의 서사시를 발표, 극작가로서 대성하기 전에 시인으로서의 명성을 확립시킨 시기이기도 했다.

 

2 : 성장기

2기는 성장기(15951600)로 전기(前期)의 희극세계가 더욱 확대되었다. 1595년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낭만 희극을 상연하여 호평을 받으면서 습작기를 벗어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한여름 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 12야》 등과 《베니스의 상인》 등 로 목가적 분위기나 희비극적 요소가 가민된 낭만희극의 걸작이 속출하는 한편, 《헨리 4세》 1부와 2부 같은 역사극과 《줄리어스 시저》라는 로마극이 상연되었으며, 본격적인 비극으로는 첫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상연되었다. 이를 통해 비극과 희극과 사극이라는 모든 장르에 탁월한 극작가로서 명성을 쌓게 된다. 이 시기의 그의 희극은 낭만적 희극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화려한 낭만이 온화한 해학에 감싸여 아름다운 언어로써 독특한 세계를 형성한다.

 

3 : 원숙기

3기는 원숙기(16011607). 2기에서 제3기에의 이 커다란 변화는 양친의 죽음을 포함한 신변의 불행뿐만 아니라 여왕의 만년과 죽음을 둘러싼 사회정세의 불온, 정치·종교상의 혼란으로 인한 음모사건(예컨대 1601년에 있었던 에세크 백작의 반란과 처형) 등에도 원인이 있겠으나, 이러한 비극은 '개인'의 성격비극인 동시에 '국가'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는 우주적 규모를 지닌 장대함으로까지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채프먼, 마스턴 등 신진작가들의 대두와 벤 존슨의 눈부신 활약이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그들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셰익스피어의 창작력은 뛰어난 것이었다.

이 기간 중 4대 비극작품인 《햄릿》, 《오델로》, 《리어왕》, 《맥베스》가 상연되었다.

셰익스피어를 세계 문학사에서 불후의 명성을 지닌 작가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제3기에 집필된 극작품들일 것이다. 이들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는 깊은 인생 통찰을 보여주고 있음과 동시에 걸출한 등장인물들을 창조하고 있다.

 

4

4(16081613)에 들어 셰익스피어는 비희극이란 새로운 장르를 시험한다. 집안의 이산(離散), 오랜 세월의 방랑을 거친 재회, 화해, 속죄를 테마로 하는 희비극의 세계는 파란으로 가득 찬 20년 창작생활의 종막답게 폭풍 뒤의 고요와도 흡사한 안정된 기분으로 통일되고, 인생의 희비·명암의 전부를 보아온 작자의 달관된 심경마저 엿볼 수 있다. 원래 비극이어야 할 이야기가 그의 체념과 화해의 심정으로 말미암아 행복한 결과로 맺어졌으므로, 보통 로맨스라 불린다.

이 시기에 상연된 《폭풍우》는 셰익스피어의 달관된 인생관을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셰익스피어의 세계는 엘리자베스 왕조 연극의 다면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의 위대함은, 고전작가를 비롯하여 선배와 후배들의 여러 가지 요소를 흡수하면서, 뛰어난 재능과 정교한 극작술로써 모든 장르를 완성하고 동시에 자신의 독자적 세계를 창조했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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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정보는 너무나 많고 방대했다. 아마 세계적으로 추앙 받은 대문호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 게다. 그러나 그 중에 그를 한 단락의 글로 가장 그를 잘 표현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새뮤얼 존슨이며 그 논평한 셰익스피어를 끝으로 책 속으로 들어간다.

보편적인 자연을 올바르게 재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많은 사람들을 오래도록 즐겁게 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는 어느 작가보다도 자연의 시인이다. 즉 그는 독자들에게 삶과 세태의 모습을 충실히 비추어주는 거울을 들어 보이는 시인이다. 그의 등장인물들은공통의 인간 본성을 지닌 인류의 진정한 자손들이며그가 그린 인물들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의 전 체계를 움직이게 하는 보편적인 감정과 원칙에 따라 말하고 행동한다. 다른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개별적 인간이라면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종()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한국셰익스피어학회,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인물’)

 

2.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본문 내용, Ü : 나의 언어)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가 이 글을 창작했을 당시의 시대 상황을 짚고 넘어가보자. 희곡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겠지만 사전 지식 차원에서 알아두고 가더라도 손해는 아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을 시작했던 16세기 후반의 영국은 한마디로 전환기였다. 어느 시대인들 전환기가 아닌 시대는 없겠지만, 이 기간은 겉으로 드러나는 역사적 사건들에서뿐만 아니라 그 밑에 흐르는 이념의 작동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던 분명한 전환기였다. 봉건 체제에서 근대국가 체제로의 전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통치와 유럽 열강으로의 편입, 상업주의의 부상, 다양한 문화 산업의 번성 등이 눈에 띄는 것이라면, 그 저변에 젠더에 대한 인식의 변화, 인종 문제의 부상, 사회의 유동화에 따른 계층의 와해조짐 등 이념적 변동 양상이 흐르고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가라는 것은 이러한 사회변동 양상을 선구자적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배하던 영국의 16세기 후반은 문예 부흥기일 뿐 아니라 국가적 부흥기였다. 동시에 사회의 제반 양상들이 요동치고 변화하는 전환기이자 변혁기이기도 했다. 성숙한 문학적 또는 문화적 분위기, 역동적인 사회가 던져주는 풍부한 소재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곳곳에 녹아들었으며, 이를 통해 그의 작품들은 문학작품 이상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참고서 역할까지 하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가로 추앙 받게 된 데에는, 그가 운 좋게도 풍부한 문학적 자양분을 제공하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점도 한몫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배하던 영국의 16세기 후반은 문예 부흥기일 뿐 아니라 국가적 부흥기였다. 동시에 사회의 제반 양상들이 요동치고 변화하는 전환기이자 변혁기이기도 했다. 성숙한 문학적 또는 문화적 분위기, 역동적인 사회가 던져주는 풍부한 소재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곳곳에 녹아들었으며, 이를 통해 그의 작품들은 문학 작품 이상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참고서 역할까지 하게 된다.

(출처 : 위키피디아, 한국셰익스피어학회,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인물’)

 

햄릿(Hamlet)

 

□ 엘시노어 성. 성벽 위 초소 오른쪽 왼쪽에는 망대로 통하는 문이 있다. 별이 총총한 추운 밤, 미늘창을 든 프랜시스코가 왔다 갔다 보초를 선다. 종이 열두 번 울린다. 곧 보초 바너도가 무장을 하고 성에서 나온다. 그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프랜시스코 발자국 소리에 깜짝 놀란다. (P. 11)

 

□ 호레이쇼 :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나라에 무슨 변괴가 일어날 징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군. (P. 13)

 

□ 호레이쇼 : 나도 그렇게 들었네마, 그럴 법도 하네. , 보게. 새벽이 적갈색 망토를 걸치고 저기 저 산마루의 이슬을 밟으며 넘어오게 있네. , 그만 우리도 보초를 걷어치우세. 한데 내 생각에는 밤에 본 일을 햄릿 왕자님께 아뢰는 것이 좋을 것 같네. (P. 15)

 

□ 왕 : 나는 자연의 정을 이성으로 극복하고 선왕을 깊이 애도하면서도 나 자신의 본분을 지키려 하였소. 지난날의 형수를 막강한 이 나라 덴마크의 왕비로 맞이한 것도 그 때문이오. 이는 슬픔 속의 기쁨, 말하자면 한 눈으로 울고 한 눈으로 웃으며 장례식은 성대하게 결혼식은 구슬프게 해. 슬픔과 기쁨을 똑같이 저울질 하며 왕비를 맞이한 것이오.

 

왕은 젊은 포틴브라스의 숙부가 되는 사람으로 늙고 병들어 줄곧 자리에 누워 있어 조카의 야심을 잘 모르는 것 같으나, 곧 그의 행동을 중지시키라고 요구하였소. (P. 16)

 

Ü 왕의 첫번째 발언이자 극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얼개가 유추되는 대목이다. 선왕은 죽었고 이어 받은 왕좌는 선왕의 동생이며 그 동생은 자신의 형수까지 물려받아 자신의 아내로 삼았다. 포틴브라스는 이웃한 노르웨이와 영국, 덴마크 삼자의 외교 구도를 설명한다.

 

□ 왕 : 이 덴마크 왕과 네 부친과는 머리와 심장 사이도 그보다 더 가깝지 못할 정도이고, 손과 입도 그보다 더 가깝지 못할 게다. 그래 네 청이란 무엇이냐? (P. 18)

 

□ 햄릿 : (방백) 핏줄은 통한다지만 마음은 너무나 멀어져 있구나!

: 네 얼굴에는 아직도 어두운 구름이 걷히지 않으니 어찌된 일이냐?

햄릿 :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걸요. (P. 18)

 

Ü 햄릿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다. 어두움 표정으로 나타났고 가식적인 대답으로 시작된다.

 

□ 왕 : 이성에 비추어 보건대 어버이가 먼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인간이 태초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인간이 태초에 죽음을 당하였을 때부터 오늘 죽은 이에 이르기까지 죽음만은 피할 수 없다고 이성은 외치고 있지 않느냐. 제발 그 무익한 비애는 던져 버리고 나를 친아버지로 알아 다오. (P. 19)

 

□ 햄릿 :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인가? 겨우 한 달, 니오베처럼 온통 눈물에 젖어 가엾은 아버지의 유해를 따라가던 신이 닳기도 전에. , 그 어머니가, 그런 어머니가 숙부의 품에 안기다니. (P. 20)

 

Ü 니오베,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는 돌로 변한 니오베의 이야기가 나온다. 신들에게 미움을 샀던 니오베에게 신들은 니오베의 아들과 딸 14남매를 모조리 죽인다. 그리고 니오베는 돌로 화하게 했다. 이제 니오베는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고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었다. 몸 속에서도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니오베의 혀는 입천장에 달라붙어 침묵하는 돌이 되었고 핏줄에서는 맥박이 사라졌다. 몸 속의 장기도 남김없이 돌이 되었다. 돌이 된 니오베가 내린 곳은 산꼭대기였다. 돌이 된 니오베는 오늘날까지도 여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레어티스 : 그리고 햄릿님에 관한 일인데, 호의를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만 그건 다 한때의 기분, 청준의 혈기인 줄 알아라. 이른 봄에 피는 제비꽃이랄까. 일찍 피지만 지는 것도 빠르고 곱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덧없는 순간적 향기, 일시적 위안, 그뿐이야.

오필리어 : 정말 그뿐일까요?

레어티스 : 그렇다고 생각해라. 본디 인간이란 근육과 피부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가 성장하며 내부에 있는 마음과 정신도 함께 성장하는 거야.

 

조심해라. 오필리어. 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애정의 뒤쪽으로 물러서서 욕망의 위험한 화살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한다. 정숙한 처녀는 달님 앞에 고운 살을 내놓는 것조차 망측스럽게 여긴다더라. 열녀도 세상의 험구는 피하지 못하는 법이다. 봄철의 새싹은 트기도 전에 벌레한테 먹히는 수가 많고, 맑은 아침 이슬은 땅 위에 내리자마자 독기가 서려 든다고 하잖느냐. 그러니 조심해라. 몸을 보호하기 위해선 조심하는 게 으뜸이야. 청춘이란 상대가 없어도 저절로 욕망이 일어나는 법이니까. (P. 24)

 

Ü 어릴 적 교장선생님과 같은 갑갑함이다. , 답답해.

 

□ 폴로니어스 : 친구는 사귀되 잡스러워선 안 되고, 한번 사귄 좋은 친구는 쇠고리로 마음 속에 단단히 걸어 두어라.

누구의 말에나 귀를 기울이되 네 의견은 말하지 말아라. , 남의 의견은 들어주되 판단은 삼가라는 말이다.

돈은 빌리지 말고 빌려주지도 마라. 빌려 주면 돈과 사람을 잃고 빌리면 절약하는 마음이 무디어진다.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성실하여라. 그러면 자연히 밤이 낮을 따르듯 남에게 성실한 사람이 되는 법이다. (p. 25)

 

Ü 모두 맞는 말이지만 그리 되는가.

 

□ 햄릿 : 그것이 자연이 입혀준 옷이든 운명의 별이 준 것이든 어떤 결점을 한 짊어진 사람들은 순순한 미덕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그 하나의 흠 때문에 세상 눈에는 부패한 것으로 보인단 말이야. (p. 27)

 

□ 호레이쇼 : 결코 가시면 안 됩니다.

햄릿 : 여기서는 아무 말도 안 하려 하는구나. 좋아, 따라가 보겠다.

호레이쇼 : 안 됩니다. 왕자님.

햄릿 : , 무서울 게 뭐가 있나? 바늘만큼의 값어치도 없는 이 목숨이다. 내 영혼 또한 저와 같이 불멸인데 무슨 짓을 할 수 있겠는가? (p. 28)

 

Ü 죽기 좋은 날이다. 햄릿은 선왕의 유령을 만난다.

 

□ 유령 : 기특하다. 이 말을 듣고 분개하지 않는다면 저승에 흐르는 레테 강변의 무성한 잡초보다도 더 쓸모 없는 인간이겠지. (p. 32)

 

Ü 죽은 자의 영혼을 태우고 카론의 배는 레테 강을 건넌다.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으로 가는 표를 구한 사람들의 최초 입문 모습을 그렇게 그렸다.

 

□ 유령 : 아래서 나는 낮잠을 자다가 아우의 손에 생명과 왕관과 왕비를 한꺼번에 빼앗기고 말았다. 하필 죄악의 꽃이 만발한 시기에 목숨이 끊겨 성찬식도 못 올리고 신부님의 위안도 받지 못하고 장례 때 성유도 바르지 못하고 참회도 못하고 온갖 죄상으로 몸과 마음이 더럽혀진 채 심판장에 끌려 나가고 말았다. , 무섭다. 무서워! 너무나도 무섭다! 만일 너에게 효심이 있거든 그대로 참지 말아라. 덴마크 왕의 침상을 패륜과 음욕의 자리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이성을 잃지 말고 네 어미를 해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네 어머니는 하늘에 맡겨라. 야심의 가시가 마음을 아프게 찔러대도록 맡겨 두어라. 이제 가야겠다. (p. 33)

 

Ü 선왕은 햄릿이 오레스테스가 되기를 경계한 듯 하다. 자신의 어미를 죽인 후 오레스테스는 미쳤다.

 

□ 폴로니어스 : 오냐, 내 속마음을 말하면 이런 것이니라. 내 딴에는 묘안인 줄 알고 있다만, 내 아들을 슬쩍 험담해 보는 게야 어쩌다가 그만 실언이 튀어나온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네가 알아보고 있는 그 상대방이 만약 그 애의 그런 나쁜 짓을 과거에 현장에서 보았다면 반드시 맞장구를 칠 것이다. (p. 37) Ü 매우 나쁜 사람인 듯 하다.

 

□ 폴로니어스 : (햄릿의 편지 대독)

별은 불이 아닐까 의심하고

태양은 과연 돌까 의심하고

진리도 거짓이 아닐까 의심스러울지라도

나의 사랑만은 의심하지 말아주오 (p. 43) Ü 써 먹야지.

 

□ 이때, 햄릿이 정면 입구로 해서 복도로 들어온다. 단정치 못한 옷차림으로 들어오면서 책을 읽고 있다. 실내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커튼 뒤에 숨는다. (p. 45)

 

□ 햄릿 : 만약에 태양이 개의 시체에 구더기를 끊게 한다면 햇빛은 썩은 고기에 입을 맞추는 셈이지자네 딸이 있나?

폴로니어스 : , 있습니다.

햄릿 : 햇빛 아래 너무 나다니게 하지 말게. 세상을 알아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임신을 하게 되면 큰일이니까. 그러니 조심해. 친구(p. 45)

 

□ 길덴스턴 : 감옥이요?

햄릿 : 덴마크는 감옥이다.

로젠크렌츠 : 그렇다면 이 세계도 감옥이겠네요.

햄릿 : 훌륭한 감옥이지. 그 안에는 독방도 있고, 병동도, 지하 감방도 있지. 그 가운데서도 덴마크는 가장 지독한 감옥이라구 (p. 48)

 

Ü 모두가 덴마크인이다. 덴마크가 바로 여기다.

 

□ 햄릿 : 인간이란 얼마나 조화로운 걸작인가. 고상한 이성, 무한한 능력, 그 명백하고 감탄할 만한 거동과 자태와 천사 같은 행동을 보게. 신의 지혜를 지닌 인간의 세상의 꽃이요. 만물의 영장이 아닌가! 그런데 내겐 인간이 먼지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네 인간에게서는 어떤 기쁨도 발견할 수 없단 말이야. 여자도 마찬가지야. (p. 50)

 

□ 배우1 : 잠시 망설이던 퓌로스의 적의가 되살아나 그를 분발시키니,

군신 마르스의 불후의 갑옷을 단련하던

애꾸눈의 거인 퀴클롭스의 철퇴 같은 퓌로스의 혈검이

사정없이 프리아모스의 머링 위에 떨어진다.

물러가라, 너 부정한 운명의 여신아!

오 천상의 신들이여, 뜻을 모아 이 여신의 권력을 빼앗고,

여신의 물레바퀴에서 살고 테를 부수어,

둥근 물레 통만 구천을 굴러굴러 지옥의 밑바닥에 떨어지게 하소서 (p. 55)

 

□ 폴로니어스 : 이 사람들 신분에 맞게 대접하지요.

햄릿 : , 대감도, 더 잘 대접해요! 분에 따라 대우한다면, 이 세상에서 회초리를 면할 사람이 누가 있겠소? 그대의 명예와 체면에 어울리게 대접하시오. (p. 56)

 

□ 햄릿 : 그래, 죄를 지은 놈들은 연극을 구경하다가도 박진감 있는 장면에서는 감동한 넘지 그 자리에서 자기의 죄상을 털어놓았다고 하지 않는가. 살인죄는 입이 없어도 참으로 신기하게 털어놓는 법이다. 아까 그 배우들을 시켜 숙부 앞에서 아버지의 살해 장면과 비슷한 연극을 하게 해야지. 그리고 숙부의 표정을 살펴 급소를 찌르자. 왕의 본심을 살피는 데는 연극이 제일이다. (p. 58)

 

□ 폴로니어스 : 이건 마귀의 본성 위에 제법 경건한 듯 가면과 가장으로 사탕발림하는 수작이라 죄가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니라

: (방백) , 과연 그렇다. 그 말이 내 야심을 따갑게 채찍질하는구나! 화장술로 곱게 단장한 창녀의 볼이 추악하다 한들, 그럴싸한 말로 꾸민 내 행실보다 추하지는 않을 것이다. , 무거워라, 이 죄의 짐! (p. 60)

 

□ 햄릿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참아내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고통의 물결을 두 손으로 막아 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가? 죽는 것 잠드는 것, 그뿐이다. 잠들면 모든 것이 끝난다. 마음의 번뇌도 육체가 받는 온갖 고통도. 그렇다면 죽고 잠드는 것, 이것이야 말로 열렬히 찾아야 할 삼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잠들면 꿈도 꾸겠지. , 여기서 걸리는구나. (p. 60)

 

Ü 죽어서 사느냐, 살아서 죽느냐의 문제다. 인류가 끊임없이 고민해 온 삶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의리의 도그마. 내면의 심연을 성찰하고 차가운 세상의 외면과, 무서운 무관심, 그러나 무엇보다 오히려 심판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조소. 햄릿의 고민이다. 견디어서 사는 것은 죽는 것이고 죽는 것은 사회적으로 최후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경고가 된다. 죽은 대통령과 살아있는 위정자들에게서 우리는 그 장면을 극명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적 고민과 선택은 다르지 않다. 견딜 수 없는 지식 폭력의 고등학생이 전교1등을 한 후 제 어미에게 이제 됐어?’라는 마지막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자기를 버리는 일은 죽어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 미친 어른 들에게 보내는 경고다. 그들이 햄릿이다.

 

□ 왕 : 어떠냐 햄릿?

햄릿 : 원기 왕성합니다. 카멜레온처럼 공기를 먹고, 공허한 약속으로 속이 그득합니다. 이런 모이로는 닭도 살이 안 찌지요.

: 동문서답이로구나, 햄릿. 그건 내 말과 상관없는 말들이다.

햄릿 : 이제는 제 말도 아닙니다. 입 밖에 나와 버렸으니까요.  (p. 67)

 

□ 극중 왕 : 기쁨이 깊으면 슬픔도 깊고, 하찮은 일로 희비가 뒤바뀌게 마련이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우리의 사랑이 운명의 변화와 더불어 변한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오. 사랑이 운명을 이끄느냐, 운명이 사랑을 이끄느냐, 이것은 아직도 풀지 못한 문제오. 세도가가 몰락하면 그 아래 무리들은 흩어지고, 미천한 자가 입신하면 어제의 원수가 친구로 변하는 것이오 (p. 71)

 

□ 오필리어 : 폐하께서 일어나셨어요.

햄릿 : 뭐 공포 소리에 놀라셨나?

왕비 : 어쩐 일이십니까. 몸이 불편하십니까?

폴로니어스 : 연극을 중지하라.

: 등불을 가져오너라, 저리로! (비틀비틀 달려 나간다)

폴로니어스 : 등불을 비추어라. 등불, 등불을!

 

□ 길덴스턴 : 하지만 저는 잘 조화를 시켜서 아름다운 소리를 낼 줄 모릅니다. 그런 재주가 없습니다.

햄릿 : 아니 그렇다면 자네는 어지간히도 나를 얕잡아 본 모양이군! 나 같은 건 마음대로 불어 보겠단 말이지. 내 어디를 누르면 음조가 바뀌는가 알고 있는 것처럼. 내 마음 속의 비밀을 빼내고 싶단 말이지 (p. 76)

 

Ü 의심하고, 시험하고 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나쁜 것이다.

 

□ 왕 : 고맙소

(폴로니어스 퇴장. , 이리 저리 걸어 다니면서) , 부패한 나의 죄악. 악취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인류 최초의 저주를 받은 형제 살인의 죄. 그 때문에 마음은 아무리 간절해도 기도를 드릴 수도 없구나.(78~79) Ü 카인, 카론으로 환하여 저승 아케론 강에서 죽은 영혼을 지옥으로 건네고 있다.

 

□ 왕 : 자비가 죄인에게 베풀어지지 않으면 베풀어질 데가 어디 있겠는가? 죄를 미리 막고, 또 일단 죄를 지은 뒤에는 용서해 주는 이중의 힘이 있기에 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도 얼굴을 들자. 나의 죄는 이미 지나간 일.

 

나와 왕관과 나의 야심과 왕비를 죄로 얻은 것을 간직하면서 죄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세상의 썩은 물결 속에서는 범죄의 손도 황금으로 도금하면 정의를 밀어젖힐 수 있겠지.

 

Ü 우리 모두는 잘못에 대한 자기 정당성을 이런 구조로 확보하고 있다. 잘못은 했으나 잘못으로 얻어진 혜택을 유지한 채 잘못이 정당화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정의로 둔갑시키려는 시도들. 맥베드가 그렇게 한 것 처럼

 

□ 왕비 : 어쩌자는 거냐, 나를 죽일 참이냐? 사람 살려요!

폴로니어스 : (휘장 뒤에서) 큰일 났다. 사람살려!

햄릿 : (칼을 뺴들고) 이건 뭐냐? 쥐냐? 뒈져라, 뒈져! (휘장 속을 칼로 찌른다)

폴로니어스 : (쓰러지면서) 아이구우, 나 죽는다!

왕비 : 아니 이게 무슨 짓이냐!

햄릿 : 모릅니다, 지도. 왕입니까? (휘장을 들고 보니 폴로니어스가 죽어 있다.)

왕비 : , 이 무슨 난폭하고 잔인한 짓이냐!

햄릿 : 잔인한 짓이요? 어머니, 왕을 죽인 그 동생과 결혼하는 것보다는 나을걸요.

왕비 : 왕을 죽인!

햄릿 : 암요, 그렇습니다. (p. 81)

 

□ 햄릿 : 감당 못할 욕정에 빠지더라도 창피해질 것은 조금도 없다. 머리에 서리 앉은 늙은이도 활활 정욕의 불에 타고, 이성이 정욕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판이니.

왕비 : , 햄릿, 그만해라. 네 말을 들으니 비로소 이 마음속이 뚜렷이 들여다 보이는구나. 내 마음속에 새겨진 이 시커먼 오점,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 게다.

햄릿 : 아니 지워지긴커녕 땀내 나는 기름에 절인 이불 속에 들어가 정욕에 넋을 잃고, 돼지처럼 엉겨서 시시덕거리고 몸을 섞다니.

왕비 : , 그만해 둬라. 네 말이 비수처럼 내 가슴을 찌르는구나. 그만해 다오. 햄릿. (p. 83)

 

□ 햄릿 : 항상 좋은 행동을 하고 있으면 처음에는 어색한 옷 같지만 어느새 몸에 꼭 어울리게 만들어 줍니다. (p. 86)

 

□ 햄릿 : 우리는 우리가 살찌자고 다른 동물들을 살찌우고, 우리가 살찌는 것은 구더기를 살찌우기 위한 것입니다. 살찐 임금이나 여윈 거지나 맛은 다르지만 한 식탁에 오르는 두 쟁반의 요리지요. 그 뿐입니다.

: 아아, 한심하구나!

햄릿 : 왕을 뜯어먹은 구더기를 미끼로 고기를 낚고, 구더기를 먹은 그 고기를 사람이 먹을 수도 있습니다. (p. 91)

 

Ü 사람은 다르지 않다. 죽여서 먹어야 하는 모든 생물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다.

 

□ 햄릿 : 진정으로 위대한 행위에는 그만큼 훌륭한 명분이 따라야 하지만 남아의 명예에 관계될 때는 지푸라기만한 문제라도 당당히 싸워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 무슨 꼴인가? 아버지는 살해되고 어머니는 더럽혀지고 이만하면 이성과 피가 분기할 만도 한데 그저 침묵하고 있으니 창피할 노릇이다. 보라 저것을 2만 군졸이 코앞에 닥칠 죽음에 향해 전지하고 있지 않은가. (p. 94)

 

□ 왕 : 몸이 안장에 뿌리를 내려 거의 그 용감한 말의 일부가 된 것만 같더구나 (p. 105)

 

Ü 반인반마의 전능함은 오래 전부터 인간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켄타우로스는 인간 욕망의 현현이다.

 

□ 왕 : 한번 하겠다고 생각한 일은 바로 실행해야 한다. 하겠다는 마음 자체가 변하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의 그 많은 입방아와 방해에 부딪쳐 약해지고 미뤄지게 마련이거든. 그렇게 되면 이 해야한다는 생각도 피를 낭비하는 탄식과 같아서 마음은 편할지 모르나 결국 몸에는 해로운 게야. (p. 106)

 

□ 왕 : 따라가 봅시다, 왕비. 저 녀석의 분노를 가라앉히느라고 내 얼마나 진땀을 뺏는지! 다시 발작할까 두렵소. 뒤를 쫓아가 봅시다. (두 사람, 레어티스의 뒤를 쫓아간다.) (p. 108)

Ü 이 진영은 서로를 의심하고 있구나.

 

□ 광대1 : 이 세상은 같은 기독교 신자라도 양반네들이 물에 빠져 죽거나 목매달아 죽기가 편리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야. , 내 삽 이리 주게. 그런데 말야, 양반네 집안 치고 조상이 정원 손질하고 도랑치고, 무덤 파는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그네들은 다 아담의 직업을 대물려 받았단 말야. (파 놓은 구덩이에 들어가본다.) (p. 109) Ü 아담의 직업은 뭔가? 노는 것.

 

□ 광대1 : 성경 말씀이 아담이 팠노라하지 않았는가? 연장 없이 어떻게 파? (p. 109)

 

□ 젊은 시절에는 사랑을 했네

참으로 달콤한 사랑을 했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고

그보다 더 좋은 일 없는 줄만 알았네.

 

그러나 백발이 슬며시 찾아와서

손아귀에 나를 휘어잡더니

차가운 땅 속에 밀어 넣었네

사랑은 한 옛날이 꿈만 같구나.

 

햄릿 : 저 해골바가지 속에도 한때는 혀가 있었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겠지.

지금은 저 바보 녀석한테 마구 취급당하고 있지만 본디는 정치가의 머리였는지도 몰라. 하느님을 골탕 먹이는 그 모사꾼 말야. 그렇잖은가? (p. 111)

 

Ü 어찌할꼬, 이 날, 이 시간, 이 사람들, 붙잡지 못하는 이 아름다움들을

 

□ 햄릿 : 시체는 무덤 속에 얼마나 있는 썩나?

광대1 : 보통은 한 8,9년 갑죠. 가죽을 다루는 무두장이는 9년 갑니다요.

햄릿 : 여기 입술이 달려 있었겠다. 내가 수없이 입을 맞춘 입술이. 네 비웃음은 이제 어디 갔나?  좌중을 마냥 웃기던 그 익살, 그 노래, 그 신나는 재치는 다 어디 갔나? (p. 114)

 

Ü 나까지 슬퍼온다. 육신은 아무리 영혼을 나르는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지만 영혼이 거처했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 그 육신을 어떻게 버릴 수 있겠는가. 노래, 이야기, , 재치, 웃음, 기쁨, 행복도 모두 육신을 거쳐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 햄릿 :

제왕 시저 죽어서 흙이 되어

구멍 때워 바람막이 될 수도 있으리니,

, 한 시대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그 흙덩이

지금은 벽을 때워 찬바람을 막는구나! (p. 115)

 

□ 햄릿 : 나는 오필리어를 사랑했다. 4만 명의 오라비가 그 애정을 다 합쳐도 내 사랑에는 미치지 못한다. 너 따위가 오필리어에게 뭘 해준다는 거냐? (p. 118)

 

□ 햄릿 : 어차피 인간의 목숨이란 하나하고 세는 동안에 없어지는 거야 (p. 120)

 

□ 햄릿 : 제 어미 젖을 빨아먹을 때 먼저 유방에 인사한 인간이라네, 저 녀석은. (p. 124)

 

Ü 빵 터졌다. 경박한 멋쟁이 귀족이라 소개하고 있는 오즈리크를 보고 하는 말이다.

 

□ 햄릿 : 그럴 것 없네. 나는 징조 같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참새 한 마리 떨어지는 것도 신의 특별한 섭리야. 지금 오면 나중에 오지 않고, 나중에 오지 않으면 지금 오네. 올 것은 지금 안 와도 나중에 오고야 마는 거야. 요는 각오야. 언제 버려야 좋은지. 그 시기는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목숨이 아닌가? 그저 될 대로 되는 거지 (p. 125)

 

Ü 햄릿은 나약한 숙명론자였나. 그의 의식과 계획들이 모두 숙명에 의해 진행된다고 믿고 있는 건가. 도전의 기회가 왔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을 연계시킬 수도 있겠다.

 

□ 왕 : 그 포도주 잔을 저 탁자 위에 올려놓아라. 그리고 햄릿이 첫 판이나 둘째 판에서 득점을 하거나 셋째 판에서 비기거든 모든 성벽에서 일제히 축포를 터뜨리도록 하라.

지금 국왕이 햄릿을 위해 축배를 드노라.’하고 알려라. , 시작하라. (p. 126~127) Ü 기만이다.

 

□ 레어티스 : , 2회전을.

: 잠깐, 술을 부어라.

햄릿 : (보석을 들어보며) 진주는 이제부터 네 것이다. 너의 건강을 위해서 내가 축배를 들마. (왕은 잔을 비우고, 그 잔에 진주를 넣는 체한다.) 햄릿에게 이 잔을 들게 하라.

햄릿 : 이 승부부터 먼저 내겠습니다. (p. 127) Ü 일단 독배는 피한다. 

 

□ 햄릿 : 왕비님께서는 어떻게 되신 것입니까?

: 피를 보고 기절하셨다.

왕비 : 아니다, 아니다, 저 술, 저 술! , 나의 햄릿! 저 술, 저 술! 독이 들어 있었다! (쓰러져 죽는다)

햄릿 : 칼끝에 독을? 그렇다면 독약이여, 네 임무를 다해라. (왕을 찌른다)

오즈리크와 귀족들 : 반역이다! 반역이다!

: , 이놈들아, 나를 보호하라! 상처를 입었을 뿐. 난 아직 죽지 않았다.

햄릿 : 살인하고 불륜을 저지른 이 저주받을 덴마크 왕아, 이 독배를 비워라. (술잔을 억지로 왕의 입에 갖다 대고 기울인다) 네 진주가 들어 있느냐? 내 어머니를 따라가라. (, 숨이 끊어진다) (p. 129)

 

Ü 결국 사단은 나고 사유의 깊은 곳을 건드렸던 혼란은 리벤지로 결말을 맺는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줄은 아무도 모르며 승리자와 패배자도 없다. 서로가 고뇌를 반복하다가 고뇌가 자장이 맞부딪쳤을 때 증폭되는 분노가 서로를 죽이고 사단은 끝이 난다. 우리에게 무엇을 던지는가.

 

□ 햄릿 : , 나는 죽는다. 호레이쇼! 맹독이 내 정신을 마비시켜 버렸다. 살아서 영국의 소식도 듣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예언해 두지만, 덴마크의 대를 이을 사람은 포틴브라스밖에 없다. 죽음에 즈음하여 내 그를 추천한다. (p. 131)

 

Ü 말미에 나오는 뜬금없는 용비어천가. 궁내부장관 극단의 전속 극작가임을 반증하는 것인가.

 

리어 왕 (King Rear)

 

□ 리어 왕 : 우선 나는 내 왕국을 셋으로 나누어 놓았다. 나의 계획인즉, 이제 모든 어려운 국사를 늙은 나의 어깨에서 젊고 기운 있는 사람들에게 넘기고 홀가분한 몸으로 여생을 조용히 보내고 싶다.

, 딸들아, 나는 이제부터 국가의 통치권과 영토 소유권, 행정 관리권 등을 모두 벗어버릴 작정이다. 대체 너희들 중 누가 제일 이 아비를 사랑하고 있는지 말해 봐라. (p. 246)

 

Ü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첫 설정이 작위적이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주목할 만하다. 우리가 흔히 돈을 주체할 수 없어 상황에 맞지 않는 과도한 돈을 쓰면서 자신을 과시하는 행위를 돈지랄이라고 하는데 킹 리어는 지금 땅지랄과 권력지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 리어 왕 : 언니들 것보다 더욱 비옥한 셋째 영토를 받기 위하여 너는 무어라 말하겠느냐?

코델리아 : 아무 할 말도 없습니다.

리어 왕 : 아무 할 말이 없어?

코델리아 : ,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리어 왕 : 할 말이 없으면 아무런 소득도 없을 것이니, 다시 말해 봐라.

코델리아 : 불행하게도, 저는 제 마음을 말할 수가 없습니다. 아버님을 사랑하는 것은 자식으로서의 저의 본분이옵니다. 그것뿐이옵니다. (p. 248)

 

Ü 이 보다 더 확실하고 명징한 대답은 없을 터

 

□ 리어왕 : 두 딸에게 준 재산 외에 셋째에게 주려던 재산도 갈라 가져라. 너는 정직이라는 자만심을 지참금 대신으로 가지고 시집을 가려무나. 너희 둘에게만 나의 권리와 통치권과 왕위에 따르는 모든 아름다운 영예를 양도하겠다.

나는 왕이라는 명칭과 명예만을 보유하고 국가의 통치와 수입, 기타의 집행권을 모두 너희들 두 사위에게 맡기겠다. (p. 249) Ü 이거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 코델리아 : (리어 왕에게) 폐하께 부탁 드립니다. 제가 마음에 없는 말을 술술 잘 꺼내지 못하는 것이 흠일지 모르지만, 저는 마음에 생각한 것은 반드시 실행을 합니다.

그저 남의 안색을 살피는 눈이나 아첨하는 혓바닥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이 없어서 아버님의 역정을 샀을지라도 그런 것은 없는 편이 오히려 인간으로서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버건디 : 국왕 폐하, 처음 폐하께서 주시기로 한 것만이라도 주십시오. 그러면 이 자리에서 곧 코델리아 공주를 아내로 맞아, 버건디 공작부인으로 삼겠습니다.

리어왕 : 아무것도 못 주겠소. 천지신명께 굳게 맹세했소. 내 마음은 요지부동이오.

버건디 : 그러시다면 유감스럽지만, 공주께서는 아버님을 잃었기 때문에 남편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p. 252) Ü 버건디 이놈 참 사가지가 없다.

 

□ 에드먼드 : 무엇이 첩의 자식이란 건가? 나 역시 육체는 균형이 잡혀 있고 마음은 우아하고 체격도 근사하다. 어디가 정실의 자식보다 빠지는가? 왜 우리에게 서자라는 낙인을 찍는가? 왜 첩의 자식이란 말인가? 어째서 비천하지? 뭣이 비천하단 말이냐? 첩의 자식, 첩의 자식이라고? 건전한 자연의 본능이 남의 눈을 피해서 만든 인간이다.

나는 앞으로 성공하고 출세한다. , 여러 신들이여, 서자들 편을 들어주옵소서. (p. 256)

 

Ü 순수와 맹신에서 폭력과 전쟁이 어른거린다. 혈통은 잡스러움을 인정하지 못하고 피의 아집으로 결국 폭력을 항상 곁에 두고 다닌다. 이세상의 서얼이라는 결핍이 인류를 더욱 풍요롭게 한 것은 잡스러움이 순혈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 글로스터 : 자식들은 아비를 배반하고 임금은 자연의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아비는 자식을 버리고 이제 세상은 말세다.

에드먼드 : 운수가 나빠지면 자신의 어리석은 소행은 생각지 않고 재앙의 원인을 태양이나 달이나 별의 탓으로 돌리거든. 이건 마치 인간은 필연적으로 악한이 되고, 우린 마치 하늘의 뜻으로 바보가 되고

그러니 나는 큰곰자리 별 밑에서 태어난 것이 된다. 그러기에 별의 이치로 봐서 나는 난폭하고 음탕하게 마련이지. 하지만 쳇, 내가 사생아로 태어날 때, 설사 하늘에서 제일 순결한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 에드거다. (p. 259)

 

Ü 인류 역사가 시작되고 말세 아닌 세상이 없었던 이유는 인간은 죽기 때문이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유치함과 젊음의 열정, 어리석음 등을 다시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 결핍은 필요를 낳는다.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인식하는 때부터 극복의 방어기제가 작동하지 않을까. 그래서 극복, 극복하는 것이고 실제 극복한 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그러운 이유겠다. 그런데 운명은 성역일까.

 

□ 켄트 : , 추방당한 켄트여, 그대를 추방한 그분에게 봉사할 수 있다면 그대가 공경하는 주군께서 그대의 충성어린 노고를 인정해 주실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p. 262)

 

□ 광대 : 그럼 잘 들어 봐요, 아저씨! (음송한다.)

겉치레보다 속을 채우고

알고 있어도 말을 삼가고

가진 것이 있어도 꾸어 주지 말고

걷느니보다는 말을 타고

들어도 다는 믿지를 말고

따서 번 것보다 적게 걸고

주색을 멀리하고

그리고 언제나 집에 들어앉으면

열의 곱인 스물보다도 돈이 많이 모인다. (p. 266)

 

Ü 광대의 경제학 강의다.

 

□ 광대 : 달걀 한 가운데를 쪼개어 속을 먹어 버리면 관이 두 개 되잖아요. 당신이 왕관을 둘로 쪼개서 두 개 다 내주었을 때는 자기가 탈 당나귀를 업고 진흙 길을 걸어간 셈이었지요. 금관을 줘버린 것은 그 대머리 골통 속에 지혜가 없어서지. (p. 267) Ü 시원하다. 듣고 있나 킹리어.

 

□ 광대 :

아저씨 아시죠

참새가 뻐꾸기를 모르고 길렀다가

끝내는 뻐꾸기 새끼에게 먹혀 버렸지.

 

그리하여 촛불도 꺼지고 우리는 캄캄한 어둠 속에 남게 됐지. (p. 269)

 

Ü 뻐꾸기는 자신의 둥지가 없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기생하여 부화시킨다.

 

□ 리어왕 : 여기 누가 나를 알아보는 자가 없나? 이것은 리어가 아니다. 리어가 이렇게 걷고, 이렇게 말을 하더냐? 리어의 눈은 어디 갔지? 머리가 둔해지고 분별력이 줄고 있나? ! 깨어 있는가? 깨어 있지 않는가? 내가 누군지. 누가 좀 말해 줄 수 없는가? (p. 269)

 

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 놓았을 때 기뻐지는 사람과 슬퍼지는 사람의 차이는 삶의 가치, 단 하나다. 리어왕은 모든 것을 내어놓고 자아이탈 멘붕 상태다.

 

□ 광대 : 이쪽과 저쪽은 맛이 같죠. 능금은 다 맛이 같듯이요. 그런데 인간의 코가 왜 얼굴 한가운데 있는지 아저씨는 아세요?

리어왕 : 모른다.

광대 : 그야, 코 양쪽에 눈을 붙여 놓기 위해서죠. 그렇게 해서도 냄새를 맡아 내지 못할 때는 눈으로 알아보게 하기 위해서죠.

리어왕 : (코데리아를 떠올리며) 내가 그 애한테 잘못했어.

광대 : 굴은 어떻게 껍질을 만드는지 아세요?

리어왕 : 몰라.

광대 : 저도 몰라요. (p. 275~276)

 

Ü 여러분은 지금 허무개그의 원조를 보시고 계시다. 코가 얼굴의 가운데 있는 이유는 자신의 기능을 다 하지 못했을 때 눈으로 하여금 대신하기 위해서다. 멋진 이유다. 써먹어야지.

 

□ 콘월 : 빨리 족쇄를 가져오너라! 내 생명과 명예를 두고 엄명한다! 이놈을 정오까지 족쇄에 채워 놓아라.

리건 : 정오까지요? 밤까지 , 아니 밤새도록 채워놓게 하세요.

켄트 : 마님, 제가 아버님의 개라도 그런 하대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p. 284)

 

Ü 딸과 사위들의 리어왕에 대한 개무시는 시작된다.

 

□ 켄트 : 불운에 빠지지 않고서는 기적이란 거의 볼 수 없는 거지. (p. 285)

 

□ 광대 :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모르는 척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들은 모두 다 효자.

운명의 여신은 이름난 창녀라

구차한 사람에겐 문을 열지 않는다. (p. 289)

 

Ü 반성하고 있나 장재용. 촌철살인의 광대의 말은 얄팍한 자본주의 시민들을 일침 한다.

 

□ 광대 :

돈이 탐이 나서 굽실거리며

겉으로만 부하인 척 따르는 놈은

비라도 내리면 보따리 싸니,

주인만이 혼자 남아 흠뻑 젖는다.

그러나 나는, 광대는 이대로 남아 있겠다.

똑똑한 놈은 달아난대도,

달아나는 악당은 바보가 돼도,

광대는 절대로 악당이 안 된다.

켄트 : 광대야, 너는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느냐?

광대 : 바보같이 족쇄차고 배운 건 아니야! (p. 291)

 

Ü 준이가 광대를 흠모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내가 광대 할래!

버트런드 러셀은 권위에 굴하지 마라고 했는데 이유는 모든 권위는 그 반대의 권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권위의 반대를 따지고 들어가고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는 반대의 권위는 시간이 아니겠는가.

 

□ 리건 : 아버님, 아버님은 연로하시니, 연로하신 분답게 처신하세요. 이제 돌아가셔서 한 달이 지날 때까지 언니 집에 계시다가 시종들을 반으로 줄여 제게로 오세요. (p. 294)

 

□ 리어왕 : 너에게 모든 것을 다 주었는데

리건 : 정말 적당한 시기에 잘 주셨습니다.

리어왕 : 너희들을 후견인으로 모든 권력을 맡겼다. 그 대신 일정한 수의 시종을 꼭 둔다는 조건이었는데 뭐, 스물다섯 명밖에 안된다고? 리건, 진정으로 하는 말이냐?

리건 : 다시 한 번 말하겠어요. 그 이상은 절대로 안 되겠어요.

리어왕 : 나쁜 것도 옆에 더 나쁜 것이 나타나면 좋게 보이게 마련이지. (p. 295)

 

Ü 그래서 리어왕은 다시 수행 비서 50명을 제시한 거너릴에게로 간다. 이리도 멍청할 수 있는가. 그리고는 결국 두 딸 모두에게 배척 당한다.

 

□ 리어왕 : 바람아 불어라! 내 뺨을 갈기갈기 터지게 해라! 날뛰어라! 불어 닥쳐라! 폭포야, 용솟음아, 회오리바람아, 억수같이 퍼부어서 높이 솟아 있는 첨탑을 침수시키고 첨탑 꼭대기에 달린 바람개비를 익사시켜 버려라!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처럼 재빠른 유황불이여, 참나무를 두 쪽 내는 벼락의 선도자인 번개여, 내 백발을 불태워라!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이여, 두껍고 둥근 지구를 때려 부숴서 납작하게 만들어라! 인간 창조의 모태를 찢어 발기고, 배은망덕한 인간을 만드는 씨를 모조리 부숴 없애버려라. (p. 300)

 

Ü 근본적인 자신의 존재가치가 부정되어 버리는 때에 삶을 지탱하는 모든 뼈들은 으스러지고 근육은 무너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철학의 종착지인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될 때 아래 광대의 대사를 음미하고 삶은 지켜내자.

 

□ 광대 :

지혜가 모자라는 사람이라도

바람 부는 것도 비 오는 것도

운으로 생각하고 체념하여라.

날마다 비만 내리더라도.

 

신부가 수도보다 아첨을 먼저 배우게 될 때,

술장수가 물로 누룩을 망치게 될 때

귀족이 재봉사의 선생이 되게 될 때

이교도 대신에 기생서방만이 화형을 당하게 될 때

소송이 모두 정당하게 판결될 때

빚에 쪼들리는 신하 없고, 가난한 기사가 없게 될 때

욕이 남의 혀에 오르지 않게 될 때

소매치기가 사람들 틈에서 나타나지 않게 될 때

고리대금업자가 들판에서 돈을 계산하게 될 때

뚜쟁이나 창녀들의 교회를 세우게 될 때

그때는 앨비온(영국)이라는 나라에

큰 혼란이 일어나지.

그때까지 살아보면 알게 되겠지만,

발은 걷는 데 쓰자는 것이지. (p. 303) Ü 통찰이다.

 

□ 리어왕 : ! 여기 세 사람은 타락한 가짜들인데 너만이 진짜다. 옷을 벗으면 인간은 너같이 불쌍하고 벌거벗은 짐승에 불과해! 벗어라, 버리자, 빌어 입은 이런 것들은! 이 단추를 좀 빼라. (p. 308~309)

 

Ü 존재론적 실체, 육신을 가진 모든 생들은 허망한 것. 조건 지어진 삶이므로 반드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거들먹 거리는 이런 글이 더 이상 싫어지기도 한다. 선적 언어의 어설픈 비선적 사용이랄까.

 

광대 : 아저씨, 좀 가르쳐 주세요. 미친 놈은 귀족인가요. 지주인가요?

리어왕 : 왕이지, 왕이야!

광대 : 아냐, 귀족 아들을 가진 지주야. 다들 그러잖아요. 자기보다 먼저 아들을 귀족이 되게 한 지주는 미친 놈이라고.

광대 : 늑대가 온순하다고 생각하고 말을 병 없는 짐승이라고 믿고 소년의 사랑이나 창녀의 맹세를 진실이라고 믿는 놈은 미친 놈이지. (p. 313)

 

□ 리어왕 : 다음은 리건을 해부할 차례다. 그년의 심장에 무엇이 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해라. 이렇게 냉혹한 심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자연 속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 (p. 315)

 

□ 에드거 : 차라리 이렇게 경멸당하고 있는 것이 입으로만 간사하게 아첨을 받고 속으로는 항상 조소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곤궁에 빠지고 운명에 버림받아 천한 역경에 처하면, 항상 희망은 있어도 두려운 것은 없어. 슬퍼할 것은 가장 좋은 처지에서 몰락하는 경우다. 역경의 밑바닥에 떨어지면 다시 웃음이 돌아오는 법이지. 바람아, 불어라. 너는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데 내 몸에는 느껴지는구나. 너로 인해 불운의 구렁으로 떨어진 불쌍한 몸이지만, 네가 아무리 불어와도 이젠 하나도 무섭지 않다. (p. 322)

 

□ 글로스터 : 나는 갈 길이 없으니 눈은 필요 없다. 눈으로 볼 때에는 오히려 잘 넘어졌다. 사람은 의지할 것이 있으면 오히려 방심하게 되거든, 아무것도 없는 것이 차라리 낫다. , 내 아들 에드거! 속아 넘어간 아비의 노기에 희생되었구나! 내 생전에 너를 한 번 만져볼 수만 있다면, 나는 시력을 되찾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겠다. (p. 322)

 

Ü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요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부모를 바꾸어 성립하는 구나

 

□ 글로스터 : 한껏 쓰고도 남을 만큼 가지고 있고 게다가 포식을 하고 신의 뜻을 자기의 노예인 양 생각하고 자기가 느끼지 않는다 하여 남의 가난을 돌보지 않는 자에게는 당장에 당신의 위력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분배는 과잉이 없이 골고루 돌아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모두가 풍족하게 될 것이니까요. (p. 324)

 

Ü 셰익스피어는 좌파다라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좌, 우를 미간의 찡그림 없이 아무데나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예수가 실천한 새로운 세상은 글로스터의 이 대목의 대사로 셰익스피어에게 남아있다.

 

□ 올버니 : 당신은 악마지만 여자 형태를 하고 있으니까 살려둔다. (p. 328)

 

Ü 악마라도 여자라면 용서 받는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 켄트 : 왕비께서는 그 편지를 보시고 슬픈 표정을 하시던가요?

신사 : 보기에도 왕비께서는 깊은 슬픔을 억제하려고 하셨습니다만, 그 슬픔이 왕비님의 명령을 안 듣는 것 같았습니다.

켄트 : 그럼 그 편지에 감동되셨군요.

신사 : 그러나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자제심과 슬픔이 서로 누가 왕비를 가장 아름답게 하는지 보자고 다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햇볕이 나면서 비가 오는 일이 있지요. 흡사 그러했습니다. 왕비께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은. (p. 329)

 

Ü 마지막 문장은 도치법이다. 아름다운 표현이다.

 

리어왕 : 봐라, 저기 재판장이 미천한 도둑을 야단치고 있지 않느냐. 귀로 듣는거야. 하지만 두 사람이 자리를 바꾼다면, 어느 쪽이 재판관이고 어느 쪽이 도둑인지 가려내겠느냐? 농부의 개가 거지를 보고 짖는 것을 본 일이 있지?

글로스터 : , 본 일이 있습니다.

리어왕 : 그런데 그 거지는 개를 보고 달아났지? 거기에 권력이라는 것의 위대한 모습이 있는 거야. 개라도 직책이랍시고 짖으면 사람이 복종한다. 되 못한 순찰꾼, 그 잔학한 손을 가만 두거라. 왜 그 창녀를 매질하는 거야? 네 등을 치려무나. 창녀라 해서 매질하고 있지만, 너 자신이야말로 계집을 사고 싶어 흥분하고 있지 않느냐. 고리대금업자가 사기꾼을 교수형에 처하는군. 누더기의 뚫어진 구멍으로는 조그만 죄악도 들여다 보이지만, 법복이나 털가죽 외투면 모든 것이 다 감춰진다. (p. 339~340)

 

Ü 리어왕 연극 중 백미로 꼽을 만한 대사다. 개도 해대는 게 권위라는 것인데 그래서 권력이라는 것이 위대하기도 하고 곰살맞기도 한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이 대사 하나로 일침 한다.

 

□ 리건 : 에드먼드, 내가 당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시지요? 하지만 사실대로 말씀해 보세요.

당신은 언니를 사랑하고 계시는 게 아니에요?

에드먼드 : 공명정대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건 : 하지만 형부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까지 들어간 적은 없나요?

에드먼드 : 그건 부당한 말씀입니다.

리건: 언니와 너무 가까워서인지 이미 언니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에드먼드 : 내 명예를 두고 맹세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리건 : 언니라고 가만두지는 않을 테예요. 에드먼드, 당신은 언니와 너무 가까이 하지 말아 주세요.

에드먼드 : 염려 마십시오. , 올버니 공작 내외분이 오십니다. (P. 349)

 

Ü 사랑은 이렇게 항상 엇나갔다고 만나고 만났다가 엇나간다. 그러나 엇나가지 않는 사랑은 재미없다.

 

□ 에드먼드 : 언니에게도 동생에게도 나는 사랑을 맹세해 버렸다. 어느 쪽을 택할까? 양쪽 다? 한쪽 만? 양쪽 다 그만 둘까? 양쪽이 다 살아남아서는 어느 쪽도 내 것으로 마음 놓고 향유할 수는 없지. 과부 쪽인 리건을 택하면 언니인 거너릴이 환장해서 미칠 거야. 그렇다고 그녀의 남편이 살아 있어서는 이 쪽의 승산은 없거든. 그러나 전쟁에는 그 남편의 위력을 이용해야지. (P. 350)

 

□ 코델리아 : 언니들을 한번 만나 보시지 않겠습니까?

리어왕 : 아냐, 아냐, 만나지 않겠다.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 , 감옥으로 가자꾸나.

누가 실각하고, 누가 득세하고 누가 등용되고 누가 쫓겨났는지를 그 놈들하고 얘기하자꾸나. 우리가 신의 밀사이거나 한 것처럼 세상에 일어나는 불가사의를 아는 척하고 감옥의 벽에 둘러싸여서 달과 더불어 차고 기우는 양반네들의 이합집산을 조용히 보고 지내자꾸나. (P. 353)

 

□ 올버니 : 에드먼드, 너를 대역죄로 체포하겠다. 너를 체포함과 동시에 이 금빛 독사 거너릴도 어여쁜 리건, 당신의 요구에 대해서는 처를 대신하여 내가 반대합니다. 내 처는 벌써 이 귀족과 재혼할 약속이 돼 있소. 그러나 나는 그녀의 남편으로서 당신의 혼담에 이의가 있소. 남편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내게 구혼하시오. 내 처에게는 이미 약속 되어 있으니까. (P. 355)

 

□ 에드거 : 서로 용서하자. 나는 혈통에 있어서는 너에게 지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에드거다. 너와 똑 같은 아버지의 자식이다. 신은 공평하시다. 아버지는 컴컴하고 부도덕한 잠자리에서 너를 만든 대가로 두 눈을 잃으셨다.

에드먼드 : 그래, 그 말이 맞아. 운명의 수레바퀴는 한바퀴 돈 모양이군. 이렇게 나는 제 자리에 와있어.(P. 357~358) Ü 운명의 길이 다시 제자리로 왔다면 영웅은 아니겠다.

 

□ 리어왕 : 사람이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는 나도 안다. 이애는 죽어서 흙같이 돼버렸다. 거울을 빌려 줘. 거울이 입김으로 흐려지든지 희미해지면, 아직 살아있는 거야. (P. 361)

 

□ 리어왕 : 나의 귀여운 것이 목 졸려 죽었다! 이제, 생명은 끊어졌어! 개나 말이나 쥐에게도 생명은 있는데 왜 너는 숨도 안 쉬느냐? 너는 이제 돌아오지 않겠구나! 영영, 영영, 영영! 이 단추 좀 풀어 다오. 고맙다. 이걸 봐라! 이애 얼굴을! 이애 입술을, 이걸 봐라, 이걸! (P. 363)

 

Ü 모두 죽어버리는 비극이다. 서사의 플롯은 치밀하다. 부녀간의 관계에 상속과 권위의 매커니즘이 녹아있고 부자간의 관계에 권력에 대한 야욕이 비친다. 그 와중에 치정극을 설정하고 군신간 의리와 복잡하게 얽힌 구도를 엮어내고 있다. 인간 심연의 성감대를 건드리는 그리스비극의 컨텐츠에 셰익스피어의 치밀한 얼개가 더해져 빛을 발한다.

 

맥베드 (Macbeth)

 

□ 마녀3 : 모두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곱다. (p. 367)

 

Ü 섞인 것이 아름답다. 순수보다는 잡스러움이 낮다.

 

□ 던컨 : 가서 곧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오. 그리고 그의 작위를 곧 맥베드에게 내리고, 그를 영접해 주기 바라오. 코더가 잃은 것을 맥베드가 얻게 되었다. (p. 369)

 

□ 뱅코우 : 실제로 그것들이 눈앞에 나타났던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이성을 마비시키는 미친 풀뿌리를 먹은 것은 아니오?

맥베드 : 장군의 자손들이 왕이 된다고?

뱅코우 : 장군은 장군이 직접 왕이 되신다고 하지 않았소!

맥베드 : 그리고 코더 영주가 된다고도 그랬소!

뱅코우 : 확실히 그렇게 말했소. 그런데 저들이 누굴까?

 

Ü 모반죄의 누명을 쓰고 죽은 조광조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주초위왕, 한 나라의 전도유망한 정치가를 어처구니 없이 죽여버리는 위정자들이.

 

□ 맥베드 부인 : 당신은 훌륭하게 되길 원하고 야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에 필요한 잔인성이 없어요. 높은 지위는 팀이 나면서도 신성하게 얻으려 하고 나쁜 짓을 하기는 싫으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이기고 싶어 하는 분이에요. (p. 377)

 

Ü 더럽지 않으면 높아지지 못하나? 모든 권위는 더러움인가?

 

□ 맥베드 부인 : 던컨 왕이 죽으러 이 성에 들어온다고, 악한 마음을 돕는 악령들아, 나에게 있는 여자의 마음을 버리게 하고, 이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잔인한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해다오! 온몸의 피를 혼탁하게 하여 회한의 길을 틀어막고 연민의 정이 흉악한 계획을 동요시키지 못하게 하여, 실행과 계획 사이에 타협이 오가지 않도록 해다오. , 살인의 악마들아, 이 품안에 들어와서 내 젖을 담즙으로 바꾸어 다오. (p. 378)

 

Ü 여성의 관념, 어쩌면 남성보다 호전적일 수 있다. 이 시대의 여성 정치가는 여느 남성보다 더욱 남성적이다. 

 

□ 맥베드 부인 : 당신은 마음속으론 갈망하고 있으면서도 용감하게 행동으로 나타내기를 겁내고 계시지요? 인생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갖고 싶으면서도 스스로 비천한 생활을 앞으로 계속해 나가겠단 말씀이세요? 속담에 나오는 저 가련한 고양이처럼 탐은 나지만그러나 안 되지하고 그만두겠단 말씀인가요?

맥베드 : 여보, 좀 조용히 하오. 인간다운 짓이라면 뭐든지 하겠소. 그러나 그 이상의 짓을 하는 놈은 인간이 아니오. (p. 381)

 

Ü 가치 판단의 기준이자 윤리의 시험대다.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맥베드 부인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 맥베드 부인 : 저는 젖을 먹여 보아서, 자기 젖을 빠는 아기가 얼마나 귀여운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갓난 것이 엄마의 얼굴을 보며 방글방글 웃고 있을지라도, 보드라운 잇몸에서 젖꼭지를 잡아 빼고 그 머리통을 박살낼 수가 있어요. (p. 382)

 

□ 맥베드 : 결심을 했소. 온몸의 힘을 분기시켜 이 무서운 일을 단행하겠소. , 들어가서 온화한 표정으로 가장합시다. 마음속의 허위는 가면으로 숨길 수밖에 (p. 382) Ü 이것은 인가 인가.

 

□ 맥베드 : 지금 이 세상의 반은 모든 것이 죽은 듯하고 장막 속에 든 잠은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마녀들은 파리한 헤카테 여신에게 제사를 드리고 있고 말라빠진 자객은 파수병인 늑대의 울부짖음에 잠을 깨어 이렇게 살금살금 목적물을 향하여 간다. 로마의 정숙한 여자를 능욕하러 가던 카르킨의 걸음걸이로 유령처럼. 요지부동한 대지여, 이 발이 어디를 향하든지 발소리를 듣지 말아 다오. (p. 384)

 

□ 맥베드 : 한 녀석은 신이여 자비를하고 외치고 또 한 녀석은 아멘이라고 했소. 이 사형집행인 같은 피 묻은 손을 한 나를 보고나 있는 듯이 신이여 자비를 하는 그 공포의 부르짖음을 듣고도 나는 아멘이라고 하지 못했소.

맥베드 부인: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맥베드 : 하지만 왜 아멘이라고 하지 못했을까? 나야말로 신의 자비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인데 아멘, 소리가 목에 걸려 나오질 않았소. (p. 386) Ü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자괴감이다.

 

□ 맥베드 : 이 손 꼴이 뭐란 말이냐? 눈알이 빠져 나오는 것 같구나! 냅튠의 대양의 물을 다 가지면, 내 손의 이 피가 씻어질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이 손이 한없이 넓은 대해를 붉게 물들여 푸른 바다를 핏빛으로 만들고 말리라. (p. 387)

 

□ 맬컴 : 왜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까. 우리가 제일 문제 삼아야 할 일을?

도날베인 : 지금 무슨 말을 하겠어. 악이 이 송곳 구멍 같은 틈 사이에 숨어 있다가 언제 튀어나와서 덤벼들지 모르는데. , 어서 피해야지. 눈물은 아직 간직해 둡시다.

맬컴 : 격렬한 비애도 그대로 가슴속에 눌러 두자. (p. 392~393)

 

Ü 왕인 자신의 아버지 던컨이 맥베드로부터 살해 당한 다음 차기 대권 주자인 두 아들이 나누는 두려움에 찬 대화다. 나약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적 얼개가 있다.

 

□ 도날베인 : 이곳에는 미소 속에도 칼날이 숨어 있습니다. 핏줄이 가까운 놈일수록 태연히 피를 흘리니까요. (p. 393) Ü 역성혁명의 잔인함이다.

 

□ 맥베드 :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뱅코우뿐이다.

뱅코우의 자손들을 위하여 인자한 던컨 왕을 암살한 셈이 아닌가! 그들 뱅코우의 자손들로 왕을 삼기 위하여 불멸의 보배인 영혼을 인류의 적인 악마의 손에 넣어 준 셈이 아닌가! 그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승부를 내자. 운명아. 오너라. 나와 결판을 내자. 거기 누구냐? (p. 397)

 

Ü 두려워서 잔인하고 잔인한 만큼 두렵다. 두려움은 정의로 극복되기도 하지만 비열함과 친구가 될 수도 있다.

 

□ 맥베드 : 그건 뱅코우의 짓이다. (p. 397)

 

□ 맥베드 : 그에게도 친구이고 나에게도 친구인 사람들이 있는데 나로서는 그들의 호의를 잃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그를 이 손으로 쓰러뜨려 놓고 오히려 애통해 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이렇게 너희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p. 398)

 

□ 맥베드 부인 : 살인을 하고 얻은 명예도 이렇게 불안스러운 기쁨밖에 누리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살해당하는 신세가 더 편하겠구나. (p. 399)

 

□ 맥베드 : 그럼, 나도 자리에 앉겠소. 나에게도 철철 넘치도록 술을 주시오. (멕베드, 잔을 들자 등 뒤에서 유령이 다시 나타나 의자에 앉는다.) (p. 407)

 

Ü 셰익스피어는 뱅코우를 유령으로 다시 살려내고 맥베드를 살아있지만 죽은 이로 만든다. 살아살 죽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겠다.

 

□ 맥베드 부인 : 쉬셔야 합니다. 잠은 삶에 필요한 자양분, 폐하께서는 수면이 부족하십니다. (p. 408)

 

Ü 리어왕은 오랜 수면 뒤에 정신을 차렸고 그의 딸 코델리아를 알아보고 광기에서 벗어났다. 솜누스는 광기조차 잠재운다.

 

□ 헤카테 : , 이젠 그 속죄를 해라. 지금 즉시 이곳을 출발하여 지옥의 아케론 강 동굴로 가서 새벽녘에 만나자. 맥베드는 그곳으로 자신의 운명을 알아보러 올 것이다. (p. 409)

 

Ü 아케론, 지옥. 자주 등장한다. 카론은 여기서 죽은 영혼들을 지옥으로 나르는 뱃사공이다. 맥베드도 곧 여기에 당도할 상황이겠다.

 

□ 맥다프 부인 : 얘야, 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테냐?어떻게 살아갈테냐?

소년 : 새같이 살지요. 어머니.

맥다프 부인 : , 벌레나 파리를 잡아 먹고?

소년 : 무엇이든지 잡히는 대로 새같이 말예요.

맥다프 부인 : 가엾어라! 그물도, 끈끈이도 함정도 새 덫도 무섭지 않나 보구나.

소년 : 무섭긴 뭐가 무서워요, 어머니. 불쌍한 새한테는 그럴 리 없어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맥다프 부인 : 아니다.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너는 어떻게 하지?

소년 : 그럼, 어머니는 남편 없이 어떻게 살아가실 거예요?

맥다프 부인 : 남편쯤은 시장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단다.

소년 : 그럼 어머니는 그것을 샀다가 파시게요?

맥다프 부인 : 있는 지혜를 다 짜내는구나. 어쩌면 너 같은 애가 그런 말을 다 하느냐?

소녀 : 아버지는 역적인가요? 어머니?

맥다프 부인 : 그렇단다.

소년 : 역적이 무엇인가요?

맥다프 부인 : 그건 맹세를 깨뜨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소년 :그런 짓을 하면 다 역적인가요?

맥다프 부인 :그렇다. 역적은 모두 목을 매달아 죽인단다.

소년 :그럼, 맹세를 깨뜨린 사람은 다 목매달아 죽이나요?

맥다프 부인 :그래, 누구든 다.

소년 :누가 목을 매달아 죽이나요?

맥다프 부인 :그야 정직한 사람들이지.

소년 :그럼 거짓말쟁이나 맹세하는 이는 다 바보로군요.

거짓말쟁이나 맹세하는 이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정직한 사람들쯤 때려 눕혀서 도리어 목을 매달아 죽여 버리면 되잖아요.

맥다프 부인 :, 이 얘가. 아아. 가엾은 원숭이 같으니! 하지만 아버지도 없이 불쌍한 너는 어떡할 테냐?

소년 :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셨다면 어머닌 우실 것 아니예요? 울지 않는 걸 보니 제게 곧 새 아버지가 생길 것 같네요.

맥다프 부인 : 애두 참, 못하는 말이 없구나. (p.419~420)

 

Ü 소년의 대화는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곧 이 소년도 죽게 되는데 비장미를 더 한다.

 

□ 맥다프 부인 : 나는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하지만 이제 돌이켜 생각하니 여기는 인간 세계로구나. 인간 세계에선 악한 일이 흔히 칭찬을 받고 어쩌다 있는 선한 일이 위험한 바보짓 취급을 당하기 마련이다. 이를 어쩌나? 아무 힘도 없다고 아무리 변명을 해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p. 420) Ü 죄는 느닷없이 들씌워진다.

 

□ 맥다프 : 한 없는 방탕은 인성에 대한 일종의 포악입니다. 아무리 탐욕해도 도저히 다 상대하실 수는 없으실 겁니다.

탐욕이란 여름철 욕정보다 더 뿌리가 깊고 해로운 것입니다. 그런 건 다른 미덕으로 보상만 되면 모두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맬컴 : 그러나 나에게는 그러한 미덕이 전혀 없소. 왕자다운 미덕, 가령 긍정, 진실, 절제, 지조, 관용, 불굴, 자비, 겸손, 경건, 인내, 용기, 용맹 등등 (p. 423~424)

 

Ü 이들은 맥베드로부터 빼앗긴 왕위를 회복하기 위해 반격을 꾀하고 있다. 철학적으로 꾀하고 있다.

 

□ 시의 : 대체 무얼 하시는 겁니까? 저렇게 손을 문지르고 계시니.

시녀 : 저렇게 늘 손 씻는 시늉을 하신답니다. 15분 가량이나 계속하는 경우도 있어요.

맥베드 부인 ; 아직도 여기 흔적이. (p. 429)

 

□ 맥베드 :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죽어야 할 사람, 한 번은 그런 소식이 있을 것이 아닌가. 내일, 내일, 또 내일은 매일 살금살금 인류 역사의 최후 순간까지 기어들고, 우리의 어제라는 날들은 모두 어리석은 자들이 무덤으로 가는 길을 비쳐 왔다. 꺼져라, 꺼져. 짧은 촛불아! 인생이란 한탄 걷고 있는 그림자. 가련한 배우일 뿐이다. 제 시간엔 무대 위에서 활개치고 안달하지만, 얼마 안 가서 영영 잊혀져 버리지 않는가. 그것은 천치가 떠들어 대는 이야기 같다고나 할까. 아무런 의미도 없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지. (p. 436)

 

□ 맥베드 : 대체 여자가 낳지 않는 놈이 누구란 말이냐? 그놈밖에 난 무서운 놈이 없다. (p. 437)

 

□ 맥베드 : 너도 여자가 낳은 놈이로구나. 어떠한 검을 휘둘러도 어떤 무기를 들고 오더라도 상대가 여자가 낳은 놈이라면 모든 것이 우스울 따름이다. (p. 438)

 

결말에 뱅코우의 아들 플리언스의 이야기는 나오질 않는다. 속편이 예정되어 있는 것인가. 권력은 항상 반대되는 권력을 동반하는데 정당성이나 윤리가 결여된 권력은 그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

 

3. ‘너에게 묻는다(내가 저자라면)

 

당신이라면 어찌하겠는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까지 가로챈 친인척을.

당신이라면 어찌하겠는가? 모든 것을 물려주었으나 나를 배반하는 자식을.

당신이라면 어찌하겠는가? 추악한 권력을 위해 살인을 한 자신을.

 

이건 어떤가.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으로 인해 미칠 때, 서얼의 설움을 모함으로 돌파하려 할 때, 두 여인이 자신을 사랑할 때, 권력을 위한 살인과 윤리와 도덕을 위한 고립.

 

 

햄릿, 결국 사단은 사유의 깊은 곳을 건드렸던 혼란의 리벤지로 결말을 맺는다. 누가 이고 누가 인가. 아무도 알 수 없다.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다. 서로가 고뇌를 반복하다가 고뇌가 자장이 맞부딪쳤을 때 증폭되는 분노가 서로를 죽이고 사단은 끝이 난다. 우리에게 무엇을 물어오는가.

 

리어 왕은 어떤가. 모두 죽어버리는 비극이다. 서사의 플롯은 치밀하다. 부녀간의 관계에 상속과 권위의 메커니즘이 녹아있고 부자간의 관계에 권력에 대한 야욕이 비친다. 그 와중에 치정극을 설정하고 군신간 의리와 복잡하게 얽힌 구도를 엮어내지만 인간 심연의 성감대를 건드리는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우리 머리 속을 맴돈다.

 

맥베드는 왕을 죽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끊임 없이 한다. 윤리와 도덕, 권력과 야욕 사이에서 갈등은 계속되고 가치 판단의 혼란은 그를 괴롭힌다. 맥베드는 비록 왕을 죽였지만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가 사는 동안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맞닥뜨려질 이 질문을 미리 하는 이유는 리어왕과 햄릿, 맥베드가 했던 피의 고민을 하지 않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들은 비록 비극적 결말로 모두가 죽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들이 죽어 던진 질문은 지금 우리를 살리고 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자신이 내리는 기준만 있을 뿐이다. 나의 기준, 나의 잣대, 그것은 이 세상을 두려움 없이 살아가게 하는 자신만의 유일한 무기기 될 터다. 그러나 갈수록 흐려지는 나의 기준과 어떤 사안에도 명확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유보해 버리는 모습은 과연 두려움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낳는다.

 

그러나 조급해 하지 말자. 시간은 이 땅에 모든 슬픔을 부여했지만 동시에 망각이라는 기쁨도 주어서 지금, 오늘, 이 시간 기쁨을 만끽하는 자에 복도 부여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 시간 지금 나는 자유여야 한다. 그러면 묻는다. 지금 자유로운가? 기쁨으로 넘치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내, 지금의 삶을 재편해야 하는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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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2012.06.16 18:42:23 *.85.249.182

잘 정리된 것에 놀랐고, 댓글에 놀랐다. 역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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