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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2일 10시 58분 등록
 

햄릿, 리어왕, 맥베스

셰익스피어 지음/ 김재상 번역/ 범한출판사


저자에 대해서

*** 셰익스피어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그 꿈이다. -C. G. 융-

*** 우리의 꿈을 만들어내는 재료는 바로 우리들이다. -셰익스피어-


1) 초년, 1564~1585년

****셰익스피어는 1564년 4월 23일 성 조지의 날, 스랫퍼드에서 태어났다. 1564년의 흑사병은 혹독했다. 이 해 신생아의 3분의 2가량이 죽었다. 어떤 이들은 월리엄 셰익스피어가 인생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공은 <햄릿>이나 그의 단시들을 슨 것이 아니라 그의 생애의 첫해를 무사히 넘긴 일일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는 4월 26일에 세례를 받았다. 세익스피어가 태어났을 때 엘리자베스 여왕의 나이는 서른이었고, 여왕이 되고, 이제 막 5년이 지난 후였다. 여왕은 그 후에도 39년간 더 통치했지만 그 통치가 결코 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결국 아무도 신임할 수 없게 된 그녀는 침대 옆에 칼을 놓아둔 채 잠을 잤다. 엘리자베스는 어렵게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녀의 통치기간 -그 대부분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일생과 겹친다.

****세익스피어의 아버지 존은 인기있고,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1556년에 그는 시(市) 맥주 시음관으로 선출됨으로써 처음으로 공직을 맡았다. 이 직위는 시에서 도량형과 가격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를 감독하는 자리였다. 여관주인은 물론이고 정육점과 제과점까지도 그의 감독 대상이었다. 2년 후 그는 치안관이 되었다. 1568년에는 시의 가장 높은 선출직인 수석 행정관의 자리에 올랐다. 그 자리는 사실상의 시장이었다. 그러니까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 지역에서 행세께나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시의 사장으로서 존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도시를 방문하는 유랑극단의 공연 사례금을 시의 금고에서 지출하는 것이었다. 1570년대 의 스트렛퍼드는 유랑극단들이 정기적으로 들르는 곳이 되었고, 다라서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윌리엄은 자라면서 많은 연극공연을 보았다. 또한 극단의 배우들로부터 격려를 받거나 그들과 접촉함으로써 그것이 뒤에 윌리엄이 런던의 극장으로 진출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윌리엄이 12살이 되었을 때인 1576년에  아버지 존은 갑자기 공직에서 물러나고 회의에 참석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는 한 대 ‘빚쟁이가 두려워서’ 교회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되는 9명의 스트랫퍼드 주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는 이 지역의 그래머 스쿨인 ‘킹스 뉴 스쿨’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다. 이 학교의 교육수준은 매우 높았고 학교는 시당국으로부터 후한 지원을 받고 있었다. 셰익스피어는 라티어공부를 많이 했다. 그래머 스쿨의 학생은 거의 모든 시간을 라틴어로 스고 읽고 외우는데 바쳤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은유와 행두 반복법, 결구 반복법과 과장법, 제유법 등 외우기 어렵고 난해한 모든 가능한 수사적 방식을 배웠다.

***셰익스피어는 1582년 11월 하순경에 윌리엄 세익스피어가 결혼 허가를 신청했다고 우스터의 한 서기가 기록했다. 결혼할 때 세익스피어의 나이는 18살이었고, 신부는 앤 해서웨이이다. 신부 앤 해서웨이이다. 그녀는 방이 12개나 되는 예쁘고 훌륭한 저택에서 살았다. 그녀의 묘비에는 1623년 예순일곱의 나이로 죽었다고 새겨져 있다.


2) 잃어버린 시절, 1585~1592

***셰익스피어가 런던에 처음 온 때가 언제인지 모른다. 1585년부터 1592년까지 그가 어디 있었는지는 그의 전기에조차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시기는 그가 스트랫퍼드를 떠나서 (아내와 가족을 버려둔 채 더난 듯하다)배우와 극작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힌 시기이다.


3)연극의 출발점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90년경에 희곡작가 생활을 시작했다는 데에는 거의 모두가 동의한다.

세익스피어는 연극계에 종사하던 기간 내내 배우 노릇을 했던 듯 하다. 셰익스피어는 1592년, 1598년, 1603년과 1608년의 서류에 배우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그가 연극계에 종사한 거의 전 기간에 해당된다. 극작가로 희곡을 쓰면서 동시에 연기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하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셰익스피어는 대본을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대다수의 극작가들보다 자신의 연극에 훨신 더 큰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1592년에서 1593년 사이 역병이 심하게 만연되었다. 극장들은 그 후 2년동안 문을 닫은 채로 지내야 했다. 극단들은 수도로부터 추방되어 지방을 순회하면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1593년 4월에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비너스와 아도니스>를 썼다. 그때가 29살이었다.  <비너스와 아도니스>에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화려하고 감상적인 헌사가 붙어있다. 헌사를 바친 사람은 나이 지긋한 근엄한 귀족이 아니라 체격이 왜소하고 병약하며 매우 나약한 19살의 젊은이 헨리 리즐리였다. 헨리 리즐리는 사우샘프턴의 3대 백작이며 티치피드의 남작이었다. 사우샘프턴의 3대 백작은 궁중 한가운데서 자라났다. 그는 여왕의 출납관으로 사실상 재무장관이엇던 버글리 경의 후젼을 받으며 성장했다.

<비너스와 아도니스>는 1194행의 길이가 긴 시로써 내용이 풍요롭고 당시의 기준으로는 분명히 선정적인 작품이었다. 이 책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의 생전에 최소한 10차레나 더 인쇄되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94년쯤에는 성공의 길에 접어들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는 2편이 훌륭한 시의 저자였고, 유수한 귀족의 후원가지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장래가 촉망되는 시작(詩作)을 그만두었고, 전적으로 연극에만 전념했다.


4)셰익스피어의 작품세계

***셰익스피어가 희곡을 쓰기 시작한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되는 1598년에 이미 희극, 역사극, 비극을 훌륭하게 써내었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목적에 부합할 경우 줄거리와 대사, 이름, 제목을 훔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카르타고의 디도여왕>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 직접 줄거리를 따왔다.

<요한 파우스텐 박사 이야기>는 말로의 작품 <파우스투스 박사>에서 그 줄거리를 따왔다. <리어왕>은 그 이전의 <레이어 왕.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서브루크라는 촉방받던 젊은 시인의 <로메우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이야기>라는 시에서 줄거리를 따왔다.

<뜻대로 하세요>는 토머스 로지의 <로잘린드>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삼았다.

<겨울 이야기>는 로버트 그린의 소설 <판도스토>를 번안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 극소수, <한여름 밤의 꿈>과 <사랑의 헛수고>, <폭풍우>만이 다른 작품을 바탕으로 삼지 않은 듯하다.

물론 셰익스피어는 평범한 작품을 훌륭한 작품, 대개 위대한 작품으로 바꾸어 놓았다.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은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개념을 채택해서 그것을 한 층 더 훌륭한 것으로 만드는 데 에 있었다.

<줄리어스와 시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는 토머스 노스 경의 권위있는 <플루타크 영웅전>의 번역판에 들어있는 구절을 약간 바꾼 것들이 들어있으며 <폭풍우>역시 오비디우스의 인기있는 번역판에 들어있는 구절을 비슷하게 인용하고 있다.

***고전극에는 독백이나 방백이 없었다. 하지만 독백이나 방백이 없었다면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셰익스피어 시대 이전의 연극은 이른바 ‘3일치의 법칙’의 지배를 받았다. ‘3일치의 법칙’이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오는 연극공연의 세 가지 원칙으로 연극은 하루에, 한 장소에서 일어난, 하나의 줄거리를 다루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셰익스피어도 자신의 의도와 맞을 때에는 기꺼이 이 규칙을 지켰다. 그러나 그가 이 규칙을 철저하게 지켰다면 <햄릿>이나 <맥베스> 또는 그 외의 가장 위대한 걸작들을 결코 써내지 못했을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천재성은 이러한 사실관계보다는- 야망, 음모, 사랑, 고통-과 관련된 것이었다.(이런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는 흡수, 동화하는 지능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잡다한 지식의 파편들을 한데 모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희곡에는 딱딱한 지적 응용과 관련된 구절은 들어있지 않다. 모든 단어에 학문이 작은 깃발처럼 매달려 있는 벤 존슨의 희곡과는 생판 다른 점이다. 가령 예를 들면 세익스피어가 타키투스(로마의 역사가), 플리니우스(로마의 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을 몰랐다는 것이 좋은 일이다. 사실 대단히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그가 독서를 더 많이 했더라면 그는 자기 지식을 자랑하는 평범한 작가가 되고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셰익스피어는 아주 현대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또한 지방 사투리를 즐겨 사용했고, 사투리 사용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는 2035개의 단어를 만들어냈고(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이 단어들의 기록된 최초 사용자였고) 그가 작가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일을 즐겼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진짜 재능은 어구를 만드는데 있엇다. <옥스퍼드 인용사전>에 다르면 영어가 생긴 이후로 글이나 말로 가장 많이 인용된 구절들의 약 10분의 1이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5) 명성의 시대 1596~1603

***1598년경 셰익스피어의 이름이 카르토 판 그의 희곡의 표지에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그의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명한 표시였다.

1597년 5월 셰익스피어는 크지만 약간 낡은 집 한 채를 구입했다. 이 집은 마을에서 e 번째로 큰 주거용 건물이었다. 목재와 벽돌로 지은 이 집은 벽난로가 10개, 멋진 박공이 5개, 두 채의 창고와 과수원을 수용할 만큼 넓은 대지가 있엇다. 셰익스피어는 넉넉하게 살았지만 결코 대재산가는 아니었다. 그리고 비교적 부유해진 후에도 그는 돈에 인색했던 것 같다. 스트랫퍼드의 대저택을 산 바로 그해에는 그는 런던에서 5실링의 세금을 제때에 내지 않는 죄를 범했고, 이듬해에도 세금을 제때에 내지 않았다.

***1599년 글로브극장을 개관햇다. 런던 브리지와 웨스트민스터 주교관보다 약간 서쪽에 있었다. 세익스피어가 속했던 극단의 단원들이 극장의 공동소유주가 되었다. 글로브극장은 가끔 “배우들이 배우들을 위해서 지은 극장‘이라고 일컬어졌다. 글로브극장은 오로지 연극 공연만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런데 글로브극장은 1613년 화재로 소실되었다. 이때 셰익스피어의 나이 49세이었다.  <헨리 8세>를 공연하던 도중, 무대에서 쏜 대포의 불똥이 풀로 덮은 지붕에 튀어 불이 났다. 그러나 그때까지 10여년은 황금시대였다. 1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그런 영광을 누린 극장은 다시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영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쏟아낸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줄리어스 시저>, <햄릿>, <십이야>, <자에는 자로>,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 위대한 희곡들이 그의 펜 끝에서 하나씩 하나씩 탄생했다.

***엘리자베스여왕이 죽은 후 그녀의 친척 제임스(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의 아들)가 왕위를 계승했다. 제임스는 연극을 든든하게 후원해준 왕이었다. 제임스는 세익스피어와 그의 동료들에게 왕의 특허를 부여해서 그들을 ‘왕의 사람들’로 만든 것이엇다. 이것은 극단이 누리 수 있는 최고의 영예였다. 제임스가 왕위에 오른 때로부터 셰익스피어가 죽기 전까지 13년동안에 셰익스피어의 극단은 187회의 어전 공연을 했다.

*** 1609년 세익스피어가 45세대 블랙프라어어스극장을 개장했다. 이 극장은 모든 옥내 극장의 원형이 되었다. 수용인원은 600명에 불과했지만, 입장료가 더 비쌌기 때문에 글로브극장보다 수익이 좋았다.


6)죽음

*** 세익스피어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집필 속도가 느려졌다. 만년에 남긴 그의 작품은 <심벨린>, <겨울이야기>, <코리올라누스>등 이다. 1613년 글로브극장의 화재로 소실된 이후 아무 것도 쓰지 않은 것으로 추측한다. 1616년 3월 하순, 셰익스피어는 그의 유언을 새로 작성했고, 4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에이번 강 옆에 잇는 크고 아름다운 교회 홀리 트리니티의 성단소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그의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잇다.


좋은 친구, 제발

여기 덮인 흙을 파지 말게나.

이 돌을 건드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축복이,

내 뼈를 옮기는 자에게는 저주가 있기를.


세익스피어의 흉상이 성단소 북쪽 벽에 부착되어 있다. 흉상은 깃털 펜을 들고 무언가를 응시하는 세익스피어의 모습을 보여준다. 흉상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들어있다.


잠깐 멈추시오. 길손이여, 왜 그리 급하게 가시는 거요?

읽을 수 있으면 읽어보시오. 악의적인 죽음이 이 기념물에

실어놓은 사람이 누구인가를. 그는 바로 셰익스피어라오.

그와 함께 있는 생기 있는 자연은 죽었지만, 그의 이름이

이 무덤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오. 살아남은 예술의 세계는

그의 지혜를 담은 페이지에 의해서만 남겨지기 때문이지요.

<빌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빌브라이슨지음/ 황의방옮김/ 까치출판사

6)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들

맥베스- 마녀의 주문을 대본에 담았대

<맥베스.는 운명의 종말을 향해 격렬하게 내달리는 무시무시한 비극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비극과 관련하여 이상한 미신이 생겼다. 사람들은 그것을<맥베스>의 저주라고 부른다.

“세익스피어가 실제 마녀의 주문을 대본에 담앗대. 마녀들을 화나게 하면 저주를 받는대.”

<맥베스>가 공연하는 도중 배우가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한 일과 천재지변이나 폭동이 발생한 사실들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결국 출연배우들과 극장 관계자들은 연극 제목, 주인공 이름, 마녀의 주문 구절의 언급을 피했다. 그렇지 않으면 공연이 흥행에 실패하거나 배우들이 불운을 겪는다고 생각했다. 제목은 ‘스코틀랜드 극’이나 ‘맥비’로 바꿔 불렀다. 실수를 하면 액땜의식을 거쳤다. 극장을 나가서 건물을 세 바퀴 돌고 왼쪽 어깨 위로 침을 한 번 뱉고 욕을 한 번 한 뒤에 안에서 허락이 있으면 건물로 들어가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방을 나가서 문을 세 번 두드리고 허락을 받은 뒤에 들어와 <햄릿>이나 <베니스의 상인>의 한 구절을 외는 것이다. <세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 중 237P)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문장들


햄릿


제 1막 제 1장

왕: 한눈으로는 울고 한 눈으로는 웃으며, 장례식은 즐겁게 결혼식은 슬프게, 희비를 독같이 저울질하면서 왕비를 맞이한 것이오. 또한 짐은 경들의 현명한 의견을 막지 아니했으며, 경들 또한 다들 짐의 듯에 찬성해 주었소. (111P)

왕비(거트루드): 삶이 있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 누구나 다 한 번은 세상일을 마치고 저승으로 가게 마련인 것이다. (112P)


제 1막 제2장

햄릿: 어머님, 이 새까만 외투나 격식에 맞는 그럴 듯한 상복이나, 억지로 짓는 한숨이나, 냇물 같은 눈물이나 실망한 표정이나 비애를 표시하는 기타 온갖 양식, 온갖 방법 등, 그까짓 것들이 저의 심정을 여실히 나타내진 못합니다. 그런 것들이야 정말 그럴 듯하게 보일테죠. 그까짓 연극쯤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슴 속에 있는 것은 비애의 겉치레 옷가지와는 다릅니다. (113P)


제 1막 3장

레어티스: 햄릿 왕자님이 호의 같은 것을 보여온 모양인데, 그건 다 한때의 기분이고 청춘의 혈기이니라. 이른 봄에 피는 제비꽃이랄까. 일찍 피기는 하나 빨리 지고 향기로우나 오래가지 못한다. 덧없는 순간적 향기, 일시적 위안, 그뿐이야.

폴로니어스: 어서 배를 타라. 어서, 돛은 바람을 이고 있고, 다들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훈계를 해줄 테니. 마음속의 생각을 입 밖에 내지 말며, 엉뚱한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잡스러워선 안 되고, 일단 사귄 친구라면 쇠사슬로 마음속에 매두어라. 그렇지만 새파란 햇병아리 새끼들과 악수를 일삼다간 손바닥만 두꺼워진다. 싸움을 하지 말 것이며 일단하게 되면 상대방이 앞으로 너를 경계할 정도로 철저히 해둬라.

누구의 말에나 귀를 기울이되 네 의견은 삼가라. 즉 남의 의견은 들어주되 시비판단은 삼가란 말이다.

의복엔 지갑이 허락하는 데까지 돈을 써도 좋지만 괴상하게 치장해선 안된다. 값지되 화려해선 안된다. 그리고 의복이 날개라잖니.

빚을 지지도 말고 돈을 꾸어주지도 마라. 돈을 꾸어주면 돈과 사람을 둘 다 잃고, 빚을 지면 절약하는 마름이 무디어진다.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 충실해라. 그러면 자연 밤이 낮을 따르듯이, 넌 남에게도 충실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118P)

플로니어스: 부도수표 따위의 그런 애정을 현찰인줄 알면 넌 어린애이다. 좀더 비싸게 굴어야 한다. (119P)

플로니어스: 피가 불타면 함부로 맹세를 남발하는 법. 그런 불곷은 열보다 광채를 더 많이 내고, 한참 맹세를 지껄이고 있는 도중에 열이며 광채는 사라지고 만다. 불이라고 모두 불이더냐. (119P)


제 1막 제 5장

유령: 요술같은 지혜와 음험한 재주를 가지고 간사하게 부녀자를 농락하고 그렇듯 정숙하게 보이던 왕비의 마음을 꾀어 그 수치스런 음란의 자리로 이끌었다. 아, 이 무슨 배신이냐.

정조는 육욕의 천사를 가장하고 와서 유혹을 해도 동하지 않지만, 호색은 천사처럼 빛나는 남자와 배필이 되어 천상의 잠자리에 포식을 하고도 썩은 고기를 탐식하게 마련이다. 오, 벌써 새벽바람이 이는 구나.

간단히 이야기하마. 오후면 늘 하던 버릇대로 그날도 금원에서 우수를 즐기는데 네 숙부가 독약병을 들고 살금살금 기어와서 살을 뭉그러뜨리는 그 흉악한 헤보나의 독약을 내 귓속에 부었다. 그 독약은 사람의 피를 어지럽히는 극약인지라, 수은과 같이 삽시간에 인체의 온 혈관 속을 돌아 우유 속에 촛농이 한 방울 떨어진 듯 별안간 맑고 정한 피를 응고시키고 만다. 내 피도 그렇게 되고, 순식간에 보기에도 징그러운 부스럼이 문둥이처럼 깨끗한 전신에 솟아났다. 이래서 나는 낮잠을 자다가 아우 손에 생명과 왕관과 왕비를 일시에 빼앗기고 말았다.

효심이 있거든 방해하지 마라. 그러나 일을 서둘지라도 네 모친에 대해서는 비열한 마음을 먹거나 헤칠 생각을 말고 하느님께 맡겨둬라. 마음속 가시에 찔리도록 놔둬라. (123~124P)


제 2막 제 2장

플로니어스: 별들이 불인 것을 의심하고

            태양의 움직임을 의심하고

            진실을 허위라 의심해도

            당신을 사랑함을 의시마지 마오.(133P) (햄릿이 오필리어에게 보낸 편지 중)


제 3막 1장

햄릿: 삶이냐 죽음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기혹한 운명의 화살을 참는 것이 장한 것이냐 아니면 환난의 조수를 두 손으로 막아 이를 근절시키는 것이 장한 것이냐?

잠들면 모든 것이 끝난다. 번뇌며 육체가 받는 온갖 고통이며, 그렇다면 죽음, 잠, 이것이야말로 열렬히 희구할 생의 극치가 아니겠는가!(147P)


햄릿: 당신들 여인은 됫박처럼 분칠을 한다는 걸. 하느님이 주신 얼굴을 당신들은 전혀 딴판으로 만들거든. 멋을 부려 걸음을 걷고 혀 짧은 발음을 하면서 신이 창조물에다 별명을 붙이기 일쑤거든.

세상 연놈들을 결혼하지 못하게 하겠어. 이미 결혼한 것들은 할 수 없지. 살려줄 수밖에.

오필리어: 그토록 기품이 고상하시던 기품이 저 꼴이 돼 버리다니. 왕자답고 용사다우며 학자다운 눈초리와 칼솜씨와 교양을 가지셨던 분, 나라의 꽃, 풍속의 거울, 예절의 모범으로서 만인이 우러러보던 햄릿 왕자님이 이렇게 되고 말 줄이야.

비할 바 없는 꽃 같던 청춘의 용모와 자태도 광란의 독기를 맞고 순식간에 시들고 마셨네!(149P)


제 3막 2장

햄릿: 감정이 격해져서 격류, 폭풍, 또는 뭐라고 할까? 부드럽게 하란 말이오.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순간일지라도 자제심을 잃지 않고 자연스런 연기를 할 줄 알아야 하오.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니까. 가발을 쓴 난폭한 배우가 제멋대로 관중의 귀가 찢어져라 목청껏 외쳐 감격적인 장면을 영 망쳐놓고 마는 꼴은.(151P)

햄릿: 무엇이든 지나치면 연극의 목적에서 벗어나거든. 연극의 목적이란 예나 지금이나, 말하자면 자연을 거울에 비추어 선은 선한 태도로, 악은 악한 자태 그대로 비쳐내며, 시대의 양상을 본질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니까.(151P)


무언극

극중 왕: 자신의 빚을 스스로 갚기를 잊어버린다는 것도 인정의 필연, 열정에 달아 스스로 약속한 일도, 열정이 식으면 그 결심을 잊어버리오, 슬픔이나 기쁨이나, 일단 격정이 지나면 실행력을ㄴ 자취를 감추고 마오. 환락뒤에는 애상이 깃들이는 법. 사소한 이유로 희비는 엇갈리게 마련이오.

인생은 무상, 그러니 우리의 사랑이 운명의 변화와 더불어 변한다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오. 과연 사랑이 운명을 제어하느냐, 운명이 사랑을 제어하느냐 이는 아직도 미해결의 인생 문제요.(156P)

극중 왕비: 설사 대지는 음식을 주지 않고, 하늘은 광명을 주지 않고, 낮의 오락과 밤의 휴식이 거부되고, 신뢰와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고 말지언정, 그리고 설사 옥중에 갇혀 평생 은사(隱士)같은 생활을 하고, 기쁨을 빼앗아 가는 온갖 재앙이 이 몸 위에 내려 소원을 망치고, 영겁의 고민이 현세뿐 아니라 내세까지 이 몸을 쫓아올지 언정, 한 번 남편을 여의고서야 어찌 다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수 있겠어요!

햄릿: 이 연극은 빈에서 일어난 암살사건을 그대로 모방한 것입니다. 왕의 이름은 곤자고라 하고, 왕비의 이름은 뱁티스타라고 합니다. 이제 곧 아시게 되겠지만, 대단히 흉측한 내용입니다. (157P)

루시어너스: 마음은 시커멓고, 손은 민첩하고, 약효는 강하고, 때는무르익고, 그리고 다행히 보는 사람도 없다. 밤중에 약초를 캐다가 세 번 마녀의 주문 속에 말리고, 세 번 독기를 쬐어 만든 독약. 자연의 마력과 가공할만힌 약효를 발휘하여 저 건전한 생명을 당장 끊어라. (독약을 왕의 귓속에 붓는다)(157~158P)


제 3막 제 3장

왕: 범죄를 미리 막고, 또 단 죄를 지은 뒤에는 용서를 해주는 이중의 공덕이 있기에 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도 희망의 눈을 들어 우러러보겠다. 내 죄과는 이미 지나간 일, 하지만 어떠한 도를 드려야 내 경우에 알맞을까? 그저 빌며 ‘비열한 살인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할까? 안될 말이지. 게다가 난 살인죄에서 얻은 이득을 아직도 소유하고 있잖은가, 왕관과 야심과 왕비를. 죄의 결과를 얻은 소득을 보유하고서도 죄의 용서를 바을 수가 있을까? 이 말세의 탁류  에서는 범죄의 손도 황금으로 도금을 하면 정의를 밀어젖히고, 부정한 수단으로 얻은 바로 그 금력으로 국법을 매수하는 것쯤 아주 쉬운 일이지.(163P)


제 3막 제 4장

햄릿: (벽에 걸린 두 개의 초상화 쪽으로 왕비를 데리고 가서) 자, 보십시오, 이 그림과 저 그림을. 두 형제분의 초상화입니다. 자 보십시오, 저 수려한 미목-히페리온(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태양신)처럼 물결치는 머리칼, 흡사 조브신(제우스)같은 이마, 주위를 위압하는 군신 마르스 같은 눈, 하늘로 솟은 산정에 갓 내려앉은 사신(使神), 머큐리(로마 신화의 상업과 교역의 신인 메르쿠리우스(Mercurius)의 영어 이름) 같은 자세하며, 아, 미덕을 한몸에 지니신 조합의 화신, 인간의 귀감이라고 모든 신들도 보증하리라 생각되는 분, 이 분의 남편이지요.

자, 이번에는 이쪽 그림을 보십시오. 현재의 남편, 병든 보리이삭 모양으로, 건전하던 형을 말라죽인 분이지요. 눈이 있습니까? 아름다운 목장을 버리고 이런 황무지에서 안식을 찾다니? 어머니 연배가 되면 불길 같은 욕정도 숨이 죽어 순해지고 분별심에 복종하는 것이 아닙니까?(166P)


햄릿: 광증? 보십시오. 이 맥박을. 어머니 맥박이나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고동치고 있습니다. 어머니 제발 부탁입니다. 그렇게 양심에다 위안의 고약을 발라 자기 죄과를 잊고 아들의 광증 탓이라고 생각지 마십시오. 죄과를 하느님께 고백하십시오. 과거를 회개하고 앞으로 근신하십시오.

왕비: 햄릿, 너는 내 마음을 둘로 갈라놓아 버렸어.

햄릿: 습관이라는 괴물은 악습을 씹어삼키고 인간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반면 천사와 같은 일면도 있어, 항상 좋은 행동을 하면 처음에는 어색한 옷 같지만 어느새 몸에 꼭 어울리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밤을 참으시면 내일 밤엔 한결 참기가 쉬워지고 그 다음날 밤엔 더욱 쉬워집니다. 이렇듯 습관이란 천상을 일변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악마라도 물리쳐서 영원히 내좇을 수 있는 비상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168~169P)

왕비: 염려마라. 사람의 말이 입김으로 된 것이라면 그리고 입김이 목숨으로 된 것이라면, 나는 네 말을 누설할 만한 힘도 입김도 없으니 말이다.(169P)


제 4막 제 5장

왕비: 죄악의 본성이 원래 그런 것이지만, 병든 이 영혼에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무슨 재앙의 서곡 같이만 여겨지는 군. 죄진 몸은 겁이 많아서 감추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도리어 드러나고 마는 법.(178P)

오필리어: 이 화향꽃과 참매꽃은 전하께. 왕비님께는 지난날을 뉘우치는 이 헨루다꽃을. 저도 하나 갖겠어요. 이 꽃은 안식일의 꽃이라고도 해요....실국화도 있어요. 오랑캐꽃을 좀 드릴까요? 하지만 그 꽃은 모두 시들어 버렸어요. 울 아버지 돌아가시던 날에.(183P)


제 4막 6장

왕비: 재앙이 자꾸만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군요. 레어티스, 네 동생이 익사했다는구나, 글쎄.

왕비: 시냇물가에 하얀 잎사귀를 거울 같은 수면에 비치며 비스듬히 서있는 버드나무가 있는데, 그 애는 그 가지에다 미나리아재비니, 쐐기풀이니, 실국화니, 자란(紫蘭) 등을 잘라서 괴상한 화한을 만들지 않았겟니. 그 화환을 늘어진 버들가지에다 걸려고 올라가는 참에 심술궂은 은빛가지가 부러져 화환과 함께 사람은 시냇물 속에 떨어지고 말았지. 그러자 옷자락이 활짝 펼쳐지고, 그 애는 마치 인어처럼 물에 한참 둥실둥실 떠서 옛날의 찬송가를 토막토막 부르는데, 절박한 불행도 아랑곳없이 마치 물에서 자라 물에서 사는 생물 같았지. (189~190P)


제 5막 제 1장

광대1: 유서 깊은 귀족 집안치고 그 조상이 원예사, 도랑치기, 무덤파기 같은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그들은 다 아담의 직업을 대대로 물려받았단 말야.

광대2: 아담도 귀족이었나?

광대1: 암 그분이야말로 세상에서 최초로 연장을 가졌던 귀족이었지.  (191P)

햄릿: 저 해골바가지 속에도 한때는 혀가 있어 노래를 불렀겠지. 그런데 저녀석이 지금 그것을 마구 당에 내동댕이치는 구나. 인류 최초의 살인을 범한 카인은 노새 턱뼈로 자기 형을 죽였다는데, 그 턱뼈나 되는 것처럼 원래는 권모술수에 능한 대갈통이었는지도 모른다. (192P)

햄릿:  또 하나 나온다. 저건 변호사의 해골바가지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능숙한 궤변과 변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소송은, 소유권은, 모략은 다 어디 있는가? 그래 지금 이 무식한 작자한테 삽으로 들어대지도 않는단 말인가? (해골바가지를 가볍게 두드리며)허! 이자는 생전에 토지를 몽땅 사들인 놈인지도 모르지.....(해골바가지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더구나 그 토지의 소유자 본인은 이 골통 하나밖에는 무엇 하나 소유하지 못한단 말인가? (193P)

햄릿: 사람이 죽어 흙이 되면 무슨 천한 일에 쓰일는지 알게 뭐야. 알렉산더 대왕의 존엄한 유해가 마지막 순간 술통 마개가 될지 모른다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잖아?

호레이쇼: 그렇게까지 상상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것 같습니다.

햄릿: 극히 온당하게 추리해 봐도 그렇게 될 것 같군. 알렉산더 대왕은 죽는다, 매장된다, 그래서 진토로 돌아간다, 진토는 흙이다, 흙으로 진흙을 만든다. 그래서 결국 알렉산더 대왕이 변화해서 된 진흙으로 맥주통 마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잖아?

           제왕 시저는 죽어서 흙이 되면

           구멍을 때워 바람막이가 될 수도 있으렸다.

           오, 일세를 풍미하던 그 흙덩이,

            지금은 벽을 때워 찬바람을 막다니! (196P)

햄릿: 대체 이게 누구의 장례식일까? 더구나 저렇듯 의식도 간략하게? 아마도 저 시체의 주인은 무모하게 제 손으로 목숨을 끊었나 보구나. (196P)

사제: 교회가 허락하는 정도까지 장례식은 정중히 해드렸습니다. ..... 이번에는 특별히 처녀의 장례식답게 화환으로 장식하고 꽃을 뿌리고 그리고 조종(弔鐘)으로 쳐서 장사를 지내는 절차가 허락된 것입니다. (197P)

왕비: (꽃을 뿌리면서) 고운 처녀에게 고운 꽃을. 잘 가거라! 햄릿의 아내가 되기를 바랐건만, 그리고 이 꽃으로 네 신방을 장식해 주려고 생각했건만 이렇게 네 무덤에 뿌려주게 될 줄이야. (197P)

햄릿: 그 비분강개의 소리엔 하늘의 유성들조차 넋을 잃고 운행을 정지하겠구나. 나는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다. (197P)

햄릿: 나는 오필리어를 사랑했다. 4만 명의 오빠의 애정을 전부 합쳐 봐도 내 사랑에는 감히 따르지 못한다. 너 따위가 대체 오필리어에게 뭘 한다는 거냐? (198P)


제 5막 제 2장

오즈리크: 전하께서는 왕자님과 레어티스 사이에 12회전을 시키는데 아무리 레어티스라도 3회를 더 많이 이기기는 어려울테니까, 보통 같으면 9회전을 하지만 그래서는 레어티스가 불리한 것이므로 결국 12회전을 시키기로 결정하셨답니다. 시합은 곧 시작됩니다. 왕자님께서 이 도전에 응해주실는지요.  (203P)

햄릿: 나는 징조 같은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네. 참새 한 마리 떨어지는 것도 신의 특별한 섭리. 올 것은 지금 오지 않아도 꼭 오고야 마네. 지금 오면 앞으로는 오지 않고 장차 오지 않으면 지금 오지. 요는 각오일세. 언제 버려야 좋을지 그 시기는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목숨, 그저 될 대로 되는 거지. (204P)

왕: 그 포도주잔을 저 탁자 위에 늘어놓아라. 만약 햄릿이 1차전이나 2차전에서 한 점을 획득하는가, 혹은 3차전에서 비기든가 하면 성마루로부터 일제히 축포를 터뜨리도록 해라. 그때 짐은 햄릿의 건투를 위해 축배를 들고 잔에는 진주알을 넣겟다. 그건 덴마크의 4대 역대 왕이 면류관에다 달았던 진주알보다 더 훌륭한 것이다. 술잔들을 이리 다오.

자, ‘지금 성상께서 햄릿을 위하여 축배를 드신다.’ 고 북을 쳐서 나팔수에게 알리고, 나팔수는 성 바깥 대포수에게 알려 포성은 은은히 천상에 고하고, 대지도 이에 호응하여 진동케 하라. 자, 시작. 심판들은 정신차려 지켜보아라. (206P)

왕: 잠깐 기다려 술을 부어라. (종자가 술을 붓는다) 햄릿, (보석을 들어 보이면서) 이 진주는 네 것이다. 너를 위하여 축배를 들겠다. (잔을 들어마시고 그 속에다 진주를 넣는 척한다)자, 햄릿에게 이 잔을.(207P)

왕비: 땀을 많이 흘려 숨가빠해요. 아, 햄릿, 이 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라. (수건을 햄릿에게 주고 탁자로 가서 햄릿의 술잔을 든다) 햄릿, 네 행운을 위하여 내가 축배를 들겠다.

왕비: 마시겠어요. 용서하세요.

왕(방백): 저건 독을 넣은 술인데. 이젠 늦었어. (207P)

       (방백:연극에서, 등장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         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는 대사.)

레어티스: 아이구 왜가리 모양으로 내 덫에 걸렸어! 바로 내 술책에 죽게 됐어.

왕비: 아니다. 저 술- 햄릿- 저 술, 저술에 독이!(쓰러진다)

햄릿: 음모다. 에잇! 문을 잠가라. -흉계다. 범인을 잡아라.

레어티스: 왕자님도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젠 이 세상 어떤 약도 소용이 없습니다. 앞으로 반시간도 견뎌내지 못합니다. 흉기는 왕자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장본인은 왕, 저 왕.

햄릿: 칼끝에까지 독을! 그렇다면 이놈, 독약 맛을 좀 봐라!(왕을 찌른다.)(208P)

호레이쇼: 사건의 전말을 아무 것도 모르는 세상 사람들에게 설명하도록 해주십시오. 간음, 만행, 시역, 패륜, 이에 연달아 일어난 우발족인 판결, 과실치사, 부득이한 살육, 그리고 끝으로 간계가 빗나가서 도리어 이를 계획한 장본인의 머리 위에 떨어지게 된 경위를 제가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210P)


햄릿의 무의식분석

<융과 셰익스피어>바바라 로저스-가드너 지음/이영순옮김/ 도서출판 동인

****햄릿은 그리 만만하게 다룰 수 있는 환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쾌활함과 우울증사이를 병적으로 오가는 미스테리 그 자체이다. 그는 한순간 인간이란 신을 닮은 존재라고 말했다가 다음 순간에 곧바로 인간을 “한낱 먼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부른다. 그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려면 그 어떤 심리치료사라도 신음소리를 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햄릿의 미스테리는 극의 진행과정에서 햄릿이 품고 화해하려고 애쓰는 갈등의 원형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늙은 현자의 원형인 아버지와 유혹적이고 탐욕스러운 어머니 원형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20P)

***햄릿의 갈망은 사랑과 죽음 모두를 향한 것이므로 어머니 자체가 햄릿의 갈망으 대상은 아니다. 그녀는 다만 그 갈망에 대한 상징일 뿐이다. (21P)

***햄릿의 의무는 남자가 되는 것이며 여자들의 세계를 떠나 누군가를 죽임으로서 자신의  오이디푸스적 상실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이다. 혼령은 클로디우스를 죽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저 살해에 대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그 대상은 누구라도 좋은 것이다. 앙드레 지드는 누군가를 죽이지 않은 남자는 동정(童貞)이라고 기술한 바 있는데, 폴로니어스(극중 재상)를 죽이기 전까지의 햄릿이 그러하다. (22P)

***라깡은 혼령이 나타나기 전까지 햄릿에게 진정으로 부족했던 것은 어떤 목표, 다시 말해서 남성적 의제의 부족이며 그때가지의 햄릿은 어린애나 전통적인 여자들처럼 닥쳐오는 모든 것에 순종하면서 순간을 살아 온 존재였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의 이 말은 타당하다. 사실 햄릿은 언제나 다른 누군가의 의제(議題)에 좌우되어 이곳저곳으로 보내지기도 하고 벌을 받는가하면 결투를 하도록 조종을 당하기도 한다. 마지막에 가서야 그는 빌린 검으로 살인을 한다. 그래서 라깡은 햄릿을 일컬어 남성들의 세계보다는 여성들의 세계에서보다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22P)

***햄릿은 흔히 너무 지적이며 생각에만 사로잡혀 행동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과연 그런가? 햄릿은 왕을 죽이려는 계획조차 생각해 두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그는 그 때 그 때 즉흥적으로 살면서 사건과 사건 사이에서 비틀거릴 뿐이다. 그는 상징과 패로독스(역설)와 생생한 이미지로 생각하는 몽상가이자 예견자이며 시인이다. (24P)

***햄릿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조롱하고 웅장한 것을 평범한 것으로 축소시키기 위해 블랙 코미디를 사용한다. (24P)

***융은 어머니란 단순히 걸어다니는 자궁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신비로운 생명에 대한 상징이다. (25P)

***햄릿은 광기를 가장하고 연극을 만들어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거울을 들이댄다. “자신은 어둠 속에 있어야 할 충분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고 또 그러한 이유 자체도 어두운 상태로 그대로 유지할 만큼 충분히 영리한 존재”라는 점에서 햄릿은 니체의 이상주의자와 흡사하다. 햄릿은 40세 쯤되는 불상한 거트루드(왕비, 엄마)를 가혹한 푸른 형광 불빛 아래로 들이민다. 햄릿이 거트루드에게 거울을 들이대며 강제로 그 거울을 보도록 한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거울을 들이대는 그 순간은 은유적 죽음의 순간이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으로 몸을 인식하는 것과 ‘실제’ 즉 이름이 붙여진 경험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그 순간으로부터 나온 행동이다. 언어와 상징, 연극이 행하는 모든 것들은 그 균열을 메우기 위한 시도이다. (30P)

***햄릿은 실제와 환상, 환유와 은유,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끼어서 아무 것도 통제하지 못하는 영웅이다. 라깡은 “햄릿을 여권만 즉시 발급되었더라면 많은 극적인 위기들이 회피되었을 수 있었을 것임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본보기이다.”라고 평한다. 햄릿은 자기 어머니가 남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남는다. 모성애라는 거미줄에 걸린 것이다. 그 모성애는 한가운데 괴물이 들어앉아 있는 미궁 라비린토스(크레타섬에 다이달로스가 지은 미궁)에 다름 아니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남자 주인공들 중에서도 가장 논리적이고 의식이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영웅의 모험 패턴에 따라 그는 이제 막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오려고 고군분투하는 유아적 영웅의 시작 단계에 우치한 인물이다.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동안 자신의 자아를 합리적으로 지켜내려는 햄릿의 관심이 이 극의 주제이다.

햄릿이 구사하는 모든 책략들은-무언극이나 거짓 광기에 이르기까지-아무런 의미도 존재할 수 없는 곳에 절대적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나 신화와 흡사하다. (31P) 

***라깡의 시각으로 보면 <햄릿>같은 드라마는 심리분석 강의와 유사하다. 햄릿은 인간발달의 과정 중에서 원초적인 통일체와 결별한 후 인생의 나머지 부분을 잃어버린 것을 찾아 예술의 상징적 언어 속이나 모든 침대 밑, 닫혀 진 문의 뒤, 그리고 연인의 눈동자 속을 헤메고 다니는 단계에 도달한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31P)

***극 전체를 통해 햄릿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정체성을 찾아 다른 사람들을 비교할 때마다 햄릿은 고통과 모멸감만을 겪는다. 궁극적으로 철학의 추상적 개념들은 햄릿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융이 성숙이라고 불렀던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성숙에 도달하기도 전에 햄릿은 시간만 갉아먹고 있다. (33P)

***오필리어는 단순히 거트루드의 대역, 그리고 거트루드가 원형적으로 대변하는 것의 대역에 불과하다. 문제는 대상을 욕망하면 할수록 그 대상의 소유가 더욱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햄릿이 오필리어의 시신을 껴안고 그녀의 오빠에게 고함을 쳐댈 때 그는 마지못해 사랑의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다. 햄릿이 투사하는 궁극적 대상인 어머니가 죽자 햄릿은 연기 이상의 행동을 한다. 그는 성숙한 존재로의 탄생을 거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갈망한다. 그는 어머니를 증오하면서 동시에 사랑한다. 만일 햄릿의 아버지가 아직 살아 있었더라면 햄릿은 또 그 아버지를 사랑하는 만큼, 가족 없이는 싸울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을 도렷이 부각시키는 또 하나의 상징적 존재라는 이유로 아버지를 증오했을 것이다. 햄릿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자신의 분노를 오직 대리 아버지이자 자신의 어머니를 차지한 클로디어스에게로 돌릴 수가 있다.  (39P)

****우리는 젊은 햄릿 왕자가 딜레마에 갇혀 있음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극 전체를 통해 시종일관 햄릿을 사로잡게 될 딜레마이다.

“만일 내가 광기와 무의미함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광기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클로디어스 같은 인간이 분별있는 인간이라고 생각되는 이곳, 악당과 멍청이들이 활개 치는 이 세상에서 무엇으로 세월을 보낸단 말인가?”라고 햄릿은 혼잣말을 하고 있다. (41P)

***햄릿은 온 나라를 악취나는 잡초로 가득 찬 정원에 비유한다. 그는 태양신인 친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한 번도 섹스에 질려본 적이 없다는 듯 아버지에게 매달리곤 하던 어머니가 색정광인 염소 인간과 결혼한 지금은 그 아버지를 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도 어머니에게서 색정광의 조짐을 발견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거트루드(햄릿의 어머니)는 “이성의 자질이 부족한 짐승”이요 “간음의 잠자리로 서둘러 가버린”존재에 불과하다. (44P)

***햄릿이 오필리어와 어머니를 거부함으로서 밀쳐내는 것은 자신의 여성성이며 그 결과 햄릿은 자신의 주관성, 정서 및 고통과 사랑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거부한 것이 된다.(여성성이 대변하는 것은 내면적 공간, 창의성, 직관, 나약성, 신비로움 같은 것들에 대한 상징이다.)(45P)

***햄릿은 호레이쇼(햄릿의 친구)의 이성이라는 빛으로부터 혼령의 열정이라는 어둠으로 쉽게 이동하는데, 이는 햄릿이 자신의 심리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혼령은 저 너머 초월적 세계의 상징이며, 권력과 아버지와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희생자의 원형이다. 혼령은 그의 죽음으로 인해 가시적이고 창백하며 평범한 우주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쪼그라 들어버린 원초적 그리스도이기도 하다. 자아, 이성의 눈, 한낮의 빛을 제압해버린 혼령은 자아가 아무런 통제력도 갖지 못하는 신비하고 원초적인 카오스 안에서 한 밤의 공포로만 등장한다. 혼령 앞에서 자아는 가라앉고 무의식이 분출되어 나오면서 탈개인화가 일어난다. 웅은 이오 같은 공포심을 어머니들의 무의식세계와 연관시키지만 <햄릿>에서의 거트루드는 그 정도의 불합리한 발작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한다 (49P)

***극의 시작 부분에서 우리를 무의식, 삶 너머의 삶, 그리고 신화에서 죽음과 어둠과 속죄 여신인 헤카테의 마술적 어둠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존재는 역설적으로 남성이다. (49P)

***모호성이 햄릿의 튼실한 갑옷인 것처럼 셰익스피어의 강한 갑옷 역시 모호성이다. (49P)

***융은 햄릿이 구현하는 신화를 통해 약아빠지고 냉담한 어른들인 궁정사람들로부터 어린애다운 순진함 때문에 조롱을 받으면서도 결국 성배를 찾아들고서 냉소주의자들 앞에 나타났던 순진한 어린이 갤러하드(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인물 중의 하나로 순수하고 순진한 그리스도적 인물)의 신화를 언급하고 있는 듯하다. (58P)

*** 햄릿은 융의 “자기 인식과 자기 부정의 양극단”사이에서 마치 새벽이면 영원히 용해되어 할 운명을 지닌 채로 천국과 지옥, 낮과 밤사이를 방황하는 불쌍한 아버지 혼령처럼 허우적거린다. 아들 햄릿은 마침내 “눈으로 보는 경험의 범위를 너머 ”단편적인 자아이식으로부터 자기의 실현으로 변형시켜주는 첫 단계“인 리얼리티에 대한 자각을 느끼게 된다. 만일 자아가 무의식의 내용물들을 성공적으로 융합할 수만 있다면, 완벽함의 이상은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된다. 왜냐하면 자기는 의식의 범주에서는 쉽게 사라질 수 있지만 동시에 항시 존재하는 전체성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65~66P)

***햄릿의 비극은 햄릿이 자신의 무의식적 내용물들을 통합하지 못하고 자신을 어둠 속으로 이끌어갔던 얼굴 없는 악마들을 의식화하는데 실패함으로서 개성화에 도달하지 못했던 점이다. 햄릿의 자아는 그의 어머니 즉 햄릿 자신의 주관적 측면에 의해 무너져버린, 융의 용어로 말하자면 ‘삼켜져 버린“것인바 햄릿은 어머니로 대변되는 자신의 이 주관적 측면을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어머니의 천한, 세속적인 육욕을 용납하느니 차라리 죽고 싶어했을 정도이다.

전사가 되려고 결심한 순간 햄릿은 자신의 여성적 본성을 산 채로 매장해 버리는데, 그 결과 햄릿의 여성적 본성은 거의 마지막 순간에 이를 때까지 작동하지 못한다. 햄릿은 직관과 행동을 통합할 수가 없기때문에 혼령처럼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어정쩡한 새벽의 중간 지대만을 걸어다닐 수 밖에 없다. 그에게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게 만든 것은 아니다. (66~67P)

***햄릿은 사산된 자기를 뱃속에 임신한 채로 죽는다.(68P)

***햄릿은 다정함과 분노를 번갈아 두 부모에게 투사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분노는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분리되는 것을 도와 성인남자로의 입문을 시작하도록 해준다. 성인으로 입문할 시기에 도달한 소년은 자기중심적인 고립 상태로 머물면서 터무니없이 그리고 실험적으로 행동한다. (68~69P)

*** 햄릿이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던 그래서 햄릿자신의 죄가 아니었던 그의 내부의 일부 ‘사악한 본성’이 햄릿을 죽음으로 잡아 끌어내린 것이었다. 그의 이성은 너무나 절대적이어서 그 반대의 것, 즉 광기가 되어버렸다. 햄릿은 사랑이 그 반대인 증오로 내버려 둔 사람이었다. 제대로 자라서 부모의 죽음이라는 손아귀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 말고는 그냥 내버려둔 것이었다. (86P)

*** 마지막에 햄릿은 마지못해서 계략과 실용주의와 통제의 세계 쪽을 택한다. 약한 자의 이름인 여성은 바로 그 자신이었으며, 친아버지가 아닌 클로디어스가 그 자신의 그림자였고, 그의 친아버지인 혼령-그림자는 모호하게 애도되고 모호하게 사랑받았던 존재였다는 점을 결코 인정하지 않은 채로 햄릿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죽어간다. 햄릿의 애도는 완벽하지 않으며, 그의 성장은 발육부진의 상태이다. 햄릿의 욕망의 대상은 결코 의식화되지 않았고, 그리하여 햄릿은 우리에게, 그리고 그 자신에게조차 하나의 미스테리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87P)

****햄릿은 어떤 존재의 <본질>도 보호받을 내면의 밀실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는 순전한 내면의 밀실도 지니지 않고 있다. 그는 순전한 지연가 산만함 그것이요, 식별할 수 잇을 만큼 결정적인 것을 드러내지 않은 빈 공허이다.


리어왕 


제 1막 제 1장

**** 리어왕 : 이제 모든 정치적 근심과 국사를 이 노인의 어깨로부터 젊고 기운 있는 사람들에게 이양하고, 홀가분한 몸으로 죽음으로의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프랑스왕과 버간디 공작은 짐의 막내딸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벌써 오랫동안 이 궁정에 머물러 왔는데, 오늘 여기서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306P)

**** 거너릴 : 시력이나 자유로 처분할 t 있는 넓은 토지보다도 소중하고 값지고 희귀한 어느 것보다도 소중한 분으로서 일찍이 자식이 바치고 어버이가 받은 바 있는 최대의 애정을 가지고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306P)

*** 리건 : 저는 어떠한 고귀한 사람이 누리는 낙일지라도 효성 이외의 낙은 적으로 생각하고 소중한 아버님에 대한 사랑에만 유일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307P)

***코넬리아 : 불행하게도 저는 제 심중을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아버님을 자식의 의무로서 사랑합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307P)

**코넬리아 : 젊지만 마음은 정직합니다.

리어왕 : 그러면 그 정직을 네 지참금으로 삼아라.

리어왕 : 너는 정직이라는 오만을 지참금으로 대신으로 가지고 시집을 가려무나 너희 둘에게만 나의 권리와 통치권과 왕위에 따르는 모든 아름다운 의장을 양도하겠다. 나는 매달 1백명의 기사를 거느리고 너희들의 부양 아래 한 달식 교대로 두 집에 머물면서 생호라하기로 하겠다. (308P)

***리어왕 : 버간디 공작, 공작은 대체 달의 지참금으로 최소한 어느 정도나 요구하시오? 또는 이대로 구혼을 포기하겠소?

버간디 : 국왕 폐하, 이미 정해놓으신 몫 이상은 바라지도 않고, 또 폐하께서 그 이하를 주시리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리어왕 : 버간디 공작, 저 애가 귀여웠던 시절엔 짐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가치가 떨어졌소. 저 작은 몸속 어디가, 또는 저 몸 전부가 마음에 드시거든 내 노여움밖에는 아무 것도 안 가진 벌거숭이니까. 어서 데려가시오

버간디: 죄송하옵니다만, 폐하, 그러한 조건으로는 도저히 연분이 될 수 없습니다. (310P)

*** 프랑스왕 : 사랑의 본질을 떠나 타산적이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결혼을 하시겠습니까? 공주님은 인품 자체가 훌륭한 결혼 지참금입니다. (311P)

☆☆☆인품이 곧 지참금이라는 말 멋지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프랑스왕 : 아름다운 코델리아 공주, 당신은 아무것도 없지만 가장 부유하고 버림받았어도 가장 사랑받는 분입니다. 미덕을 가진 당신을 나는 이 자리에서 손에 넣겠소. 버려진 것을 줍는 것은 괜찮겟죠? 폐하! 지참금도 없이 우연히 내 앞에 내던져진 따님은 저의 아내, 우리 국민의 왕후, 우리 프랑스의 왕비입니다. 모험을 해도 좋을 나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311P)


제 1막 제 2장

****에드먼드 : 참 우습구나. 운수가 나빠지면 자기 자신의 어리석은 소행은 생각지 않고, 재앙의 원인을 태양이나 달이나 별의 탓으로 돌리거든. 이전 마치 인간은 필연적으로 악한이 되고, 천체의 압박으로 바보가 되고, 별의 세력으로 악당이나 도둑이나 모반자가 되고, 별의 영향으로 주정꾼이나 거짓말쟁이나 간부가 되는 셈이나 간다.  (316P)


제 2막 제 2장

***켄트 : 네놈은 자연의 신이 만든 인간이 아니라 재단사가 만든 놈이야. (335P)

켄트 : 솔직한 말투로 속이는 놈은 진짜 악한입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그런 놈이 될 수 없습니다. (336P)

켄트 : 하늘의 축복을 버리고 뙤약볕으로 나간다....... 폐하께서는 이 격언을 몸소 체험하셔야 하는군. 하계를 비추는 봉화불이여, 엇 오라. 네 빛의 도움으로 이 편지를 읽고 싶다. 불운에 부딪히지 않고서는 기적이란 볼 수 없는 거지. (338P)


제 2막 제4장

*****광대 : 겨울은 아직 안 지나갔구나. 들기러기들이 날아가는 걸 보니.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모른 체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은 모두 다 효자.

운명의 여신은 인정 없는 유녀(遊女)로

구차한 사람에겐 문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은 따님들한테 1년이 걸려도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불주머니를 얻은 거요. (340P)

****광대 : 개미한테 가서 배워. 겨울에도 일을 안하잖아. 코가 향한 대로 가는 놈도. 장님 아니면 모두 눈을 믿고 가지. 그리고 장님의 코라도 스무 개의 코 중에서 악취를 맡아내지 못하는 코는 하나도 없어. 커다란 수레바퀴가 산에서 굴러 내릴 때에는 매달리지 말아야 하지. 매달리고 있다가는 목이 부러지고 말 테니까. 하지만 그 커다란 수레바퀴가 올라갈 때에는 뒤에 매달려 올라가야 하지, 현명한 사람이 와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을 가르쳐 주면 지금 내가 가르친 말은 돌려줘. 이것은 악한보고나 지키라고 해야지. 광대가 한 충고이니까. (341P)

***리어왕: 오, 필요를 따지지마라. 아무리 비천한 거지라도 하찮은 물건일망정 여분을 가지고 있다. 자연이 필요 이상의 거을 인간에게 허용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생활은 짐승과 다를 것이 없다. (346P)


제 3막 제2장

광대 : 머리를 넣어둘 집을 가진 사람은 지혜잇는 사람이지.

머리 넣을 집도 없이

불알 넣을 바지 가지면,

머리나 불알에 이가 끓지.

거지들은 그렇게 장가들지.

마음속에 간직해 둬야 할 것을,

발가락에 닭 다니면,

아픈 티눈 때문에 잠을 못 자고,

눈을 뜬 채 긴 밤을 새워야 되지.

그렇지 어떤 미인도 거울 앞에서는 온갖 표정을 지어보거든.(350P)


***리어왕 ;큰 병을 앓고 있으면 작은 병은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곰을 보면 누구나 도망치지만 앞에 파도치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으면, 이를 드러내 놓고 있는 곰에게도 대적할 수 밖에.

마음에 고민이 엇을 때는 육체의 고통이 예민하게 느껴지지.  내 가슴 속에는 폭풍우가 일고 있기 때문에 육체는 아무 감각도 없다. 이 가슴을 치는 놈밖에는.....불효자!(353P)

***** 에드거: 남들이 안락하게 지낼 때, 자기 혼자만 고통을 받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지. 그러나 슬픔에도 동료가 있고, 고통에도 친구가 생기면 마음의 고통도 견딜 수 있지. 지금의 나의 고통도 가벼워지고 견디기 쉽게 된 것 같다. (362P)

***에드거: 입으로만 아첨을 받고 속으로는 항상 조롱당하는 것보다는, 곤궁에 바지고 운명에 버림받아 가장 천한 역경에 처하면 항상 희망이 있고 두려운 것이 없어. 슬퍼해야 할 것은 최선의 처지로부터 몰락하는 경우이다. 역경의 밑바닥에 덜어지면 다시 웃음이 돌아온다. 바람아, 불어라. 너는 보이지도 않는데 내 몸에는 느껴지는 구나. (367P)

글로스터 : 타다 남은 양초 심지나 마찬가지로 지긋지긋한 이 잔명은 멀지 않아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378P)

****글로스터 : 불행한 놈은 죽음으로써 불행을 면할 은전조차도 박탈당한 것일까? 자살함으로써 폭군의 분노를 조롱하고 그 오만한 의도를 꺾을 수 있었던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위안이 되었는데. (379P)

***리어왕 : 눈이 없더라도 이 세상 졸아가는 것쯤은 볼 수 있어. 귀로 보는 거야. (380P)

***리어왕 : 누더기의 헤어진 구멍으로는 조그만 죄악도 들여다보이지만, 대례복이나 털가죽을 댄 외투면 모든 것이 다 감춰진다. 죄악에다 금으로 만든 갑옷을 입혀봐. 법의 날카로운 창도 들어가지 않고 부러진다. 누더기로 사면 난장이의 지푸라기라도 뚫린다. 죄 지은 사람은 없어. 한 사람도 엇어. 없는 거야. 내가 보증할 테야. 그대는 유리 눈이라도 해넣지 그래. 그리고 비열한 모사꾼같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는 척 해봐.

리어왕: 너도 참아야 한다. 우린 울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처음으로 이 세상의 공기를 마실 때 으앙으앙 울잖아. 네게 일러줄 테니, 잘 들어 줘!

리어왕: 우리들이 태어날 때 바보들만 있는 이 큰 무대에 나온 것이 슬퍼서 우는 거야.(382P)

***에드거 : 운명의 매질에 온갖 뼈아픈 슬픔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남의 불행에도 쉽사리 동정합니다. (383P)

***에드거 : 단번에 죽느니보다는 일각일각 죽음의 고통을 당하더라도 연명하려고 합니다. 생각한 바가 있어 미치광이가 입는 누더기를 입고, 개도 얕보는 꼴로 미친 거지로 변장을 했지요. (397P)

***리어왕 : 사람이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나도 안다. 이 애는 죽어서 흙처럼 돼버렸다. 거울을 빌려줘. 거울이 입김으로 흐려지거나 희미해지면 아직 살아있는 거야.(399P)

***리어왕 : 개나 말이나 쥐에게도 생명이 있는데 왜 너는 숨도 안 쉬느냐? 너는 이제 돌아오지 않겠구나. 영영, 영영, 영영,(401P)

***에드거 : 이 비통한 시대의 압력을 우리는 달게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가슴에 느껴지는 생각을 말합시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바를 말할 것이 아니라, 가장 연로하신 분이 가장 많이 참으셨습니다. (401P)


맥베스


****마녀들 : 아름다운 것은 더럽고 더러운 것은 아름답다. 안개와 더러운 공기 속을 날아다니지.

☆☆☆맥베스는 현실세계는 벗어난 초자연적 분위기로 시작한다. 기묘하고 음산하다. 마녀들은 꿈결처럼 나타난다. 신통력이 대단하다. 맥베스가 벌이는 전투현장에서 날아온 듯하다. 고양이, 두꺼비와도 교감하고, 인간의 상식에 반하는 노래를 부른다. 아름다운 것은 더럽고 더러운 것은 아름답다니, 건전한 이성을 흐리는 선동이다 마녀들은 선악, 미추, 진위, 승패, 남녀, 상하, 이분법적 잣대로 세상을 보는 인간의 눈을 조롱한다. <세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 중 246P)

****뱅코 : 너희들이 시간의 종자를 꿰뚫어보고 자랄 종자를 예언할 수 있거들랑, 말해봐라. 너희들의 호의를 청하거나 증오를 두려워할 나는 아니다. (409P)

 ****** 마녀1 : 맥베스만큼은 못해도, 더 위대하신 분.

마녀2 : 운은 그만은 못해도, 훨씬 더 행운이 있으신 분.

마녀3 : 왕이 되지는 못해도 자손 대대로 왕을 낳으실 분. 그러니 만세! 맥베스와 뱅코!(409P)

****맥베드 : 마음속 공포에 비하면 눈앞의 불안쯤은 문제도 아니다. 아직은 공상에 불과하면서 살인이란 생각이 내 약한 인간성을 어찌나 뒤흔드는지, 심신의 기둥은 망상 때문에 마비되고 환상 밖에는 아무 것도 눈앞에 보이지 않는구나. (411P)

**** 맥베드 : 별들아, 빛을 감춰라! 빛은 지옥같이 시커먼 나의 야망을 보지 말고 눈은 손이 하는 짓을 보지 말라. (411P)

****덩컨 : 그 사람을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면 짐은 향연이라도 받는 것 같이 만족을 느끼오.(411P)

***맥베스 부인 : 이 품안에 들어와서 여자의 젖을 담즙과 바꿔다오. 너희들은 도처에서 보이지 않는 형체로 인간의 재앙을 돕는다잖는가! 짙은 밤아, 어서 와서 너 자신을 지옥의 시커먼 연기로 싸다오. 나의 예리한 칼이 낸 상처를, 칼 자신이 봐선 안되니까. 그리고 하늘이 암흑의 장막 사이로 들여다보면서 안돼, 안돼, 하고 소리치면 안되니까.(415P)

***** 맥베스 부인 : 당신의 얼굴은 마치 수상한 내용이 씌어진 책 같아요.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과 같은 얼굴을 하고 눈과 손과 혀에 환영의 표정을 하세요. 겉으론 무심한 꽃같이 보이고, 실제로는 그 밑에 숨은 독사가 되세요. (415P)

☆☆☆마음 검은 이가 말하는 것에 귀 기울일 것은 못되지만, 세상에는 이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도 많겠지.

****맥베스 : 시간의 이쪽 둑과 여울인 현세만으로 끝난다면 내세쯤은 무시해 버릴 수 있잖겠는가. 그러나 이런 일은 반드시 현세에서 심판을 받게 마련이거든. 글쎄, 잔인한 짓을 본보여 주면 배워가지고 반대로 가르친 자에게 되갚아 주거든. 저 공정한 정의의 손은 독배를 마련한 장본인의 입에 퍼부어 넣거든.

연민의 정은 광풍에 올라 탄 벌거숭이 갓난애나 보이지 않는 천마에 걸터앉은 천사같이 가동할 흥행을 모든 사람들 눈 속에 불어 넣어, 폭풍도 자게 할 눈물을 억수같이 쏟게 할 것이 아닌가. (417P)

*****맥베스 부인 : 마음속으로 소원하고 있으면서도 용감하게 행동으로 나타내려니까 겁이 나시는 거죠? 인생의 꽃이라고 당신 자신도 생각하는 그것을 갖고는 싶으면서도 당신 자신 병신같이 생각되는 일생을 앞으로 살겠단 말이세요? 속담의 저 고양이처럼 ‘탐은 난다만’ 그러나 ‘안되지’하고 말겟단 말이죠?

☆☆☆맥베스 부인이 남편을 부추키고 있다. 자신의 생명을 재촉하고 있음을 어이 알겠는가?

**** 맥베스부인 : 왕이 잠들면 낮의 고된 여행대문에 곤히 잠이 들 것이니까. 두 침실지기를 제가 포도주로 녹여놓겠어요. 그러면 뇌수를 지키는 기억력은 증기같이 몽롱해지고 이성의 그릇은 증류기같이 되고 말 것 아네요. (419P)

****맥베스 : 지금 세계의 반에서 만물은 죽은 듯 고요하고, 장막이 내린 잠은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마녀들은 파리한 헤카테 여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중이고, 말라빠진 자객은 파수역 늑대의 울부짖음에 잠이 개어 이렇게 살금살금 로마의 정숙한 여자를 능욕하러 간 타이퀸의 걸음으로 목적을 행하여 간다. (421P)

***맥베스 : ‘이젠 잠을 자지는 못한다! 맥베스는 잠을 죽였다’고 아, 천진난만한 잠, 고민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주는 잠, 매일매일 생명의 죽음인 잠, 노고를 씻어주는 잠, 상처 난 마음에겐 향유 같은 잠, 대자연의 제 2의 요리인 잠, 생명의 향연의 제일의 영양분인 잠을.(423P)

***맥베스 : 온 집안을 향하여 자꾸만 ‘영영 잠을 못잔다’고 외치는 구료. ‘글래미스는 잠을 죽였다. 그러니까 코더는 영영 못 잔다, 맥베스는 영영 못 잔다!’ 고 (423P)

☆☆☆맥베스는 이미 두려움에 질려 있다. 꿈속에 그들이 나타나 고통을 줄 것 같아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고 소리친다. 맥베스가 토해내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맥베스가 환상의 수렁 속으로 계속해서 빠져든다.

***맥베스: 저 노크 소리는 어디서? 웬일일까?

소리만 조금 들려도 깜짝깜짝 놀라니.

이 피 묻은 손을 보니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구나!

위대한 바다의 신 넵튠의 대양의 물을 다 가지면

이 손의 피가 씻어질 수 있을까? 천만에!

오히려 이 손은 그 오대양을 분홍으로 물들이고

푸른 바다를 온통 핏빛으로 만들고 말거야. (423P)

***맥베스 부인 : 제 손도 같은 빛이 됐어요. 하지만 당신같이 창백한 심장은 되지 않아요. 창피해서. ........ 물만 조금 있으면 죄다 말끔히 씻어집니다.

맥베스 : 저지른 죄를 인식하기보다는 멍청히 자신을 잊고 있는 게 상책이지. (423P)


제 2막 제 3장

***** 레녹스 : 불행하게도 세상에 가공할 혼란과 변고가 일어날 징조를 예언하는 소리가 들렸다나요. 저 불길한 올빼미가 밤새도록 울었답니다. 그리고 또 대지가 열병에 떠서 진동을 했다고도 합니다. (425P)

***** 맥베스 : 험한 밤이었습니다 그려.(426P)

**** 맥다프 : 침소에 가보시오. 새로 나타난 괴녀 고르곤에 눈이 멀어버릴 테니. 나한테는 묻지 마시오. 가서 보고 직접 말하시오. 죽음의 가면인 포근한 잠을 떨쳐버리고, 죽음 그 자체를 보시오. 일어나시오. (426P)

**** 맥베스 : 차라리 한 시간 전에만 내가 죽었던들, 행복한 dftod이었을 걸. 이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이라곤 모두 사라져 버렸구나. 온갖 것은 다 장난감, 명예와 자비도 죽어버렸다. 생명의 술은 다 쏟아지고, 자랑하려야 다만 술찌끼밖에 남아 있지 않구나, 이 저장실에는. (427P)

***도날베인 : 나는 아일랜드로 피차 헤어져 있는 것이 차라리 안전합니다. 이곳에는 미소에도 칼날이 숨어 있습니다. 핏줄이 가까운 놈일수록 더 잔인하거든.

맬컴 : 살인의 화살은 아직 과녁에 꽂히지 않았어. 아무튼 가장 안전한 길은 과녁을 피하는 것 분이야. 그러니 어서 말에 올라 작별인사는 그만 두고 어서 피하자구. (428P)


제 2막 제 4장

***노인 : 칠십 평생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그 긴 세월의 책 아에서 무수한 시간과 괴이한 일 등도 많이 봐왔지요. 하지만 간밤의 처참함에 비하면 이전 일들은 문제도 안됩니다. (429P)

***로스: 아, 노인 인간의 소행에 마음이 괴로운지

하늘도 저렇게 이 잔인한 무대를 위협하고 있구료.

 시계로는 대낮인데 암흑의 밤이 운행하는 등불인 태양의 목을 졸라매고 있구료.

밤이 패권을 쥐고 있는지 낮이 수줍어하는지,

원 생생한 빛이 대지에 입맞춰야 할 시각에 암흑이 덮고 있다니?(429P)


제 3막 제 2장

***** 맥베스부인 : 모두가 허무요 수포다.

욕망이 채워져도 만족이 없는 한은.

살인을 하고 이렇게 불안한 기쁨밖에 누리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살해당하는 신세가 더 편하지 않겠는가.(434P)

****** 맥베스 부인 : 아, 폐하! 왜 하찮은 공상을 벗삼아 고독하게 계십니까?

생각하지 않으면 자연 소멸될 망상을 상대로.....

구제할 길이 없는 일은 무시해 버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지사는 과거지사입니다. (434P)

***** 맥베스 : 우리는 독사를 난도질했을 뿐, 죽이지는 못했소.

미구에 다시 소생할 것이니,

우리의 무력한 악의는 언제 이전 같은 독사에 물릴는지 모르는 일이오.

하지만 불안 속에서 식사를 하고 잠을 자며,

밤마다 저 악몽에 시달리며 고민할 바에야,

차라리 만물의 사개는 무너지고,

하늘과 땅 두 세계는 멸망해 버리라지.

양심의 가책 아래 미칠 듯이 불안하게 사느니보단

차라리 우리 자신의 평화를 구하여,

평화의 나라로 보내버린 죽은 사람과 같이 되는 편이 낫지. (434P)

맥베스 : 당신도 밝은 표정을 하오. 박쥐가 사원을 훨훨 날아다니고 밤의 마녀 헤카테의 부름에 졸리운 소리를 가진 날개 딱딱한 딱정벌레가 하품을 재촉하는 밤의 졸음에 울려댈 무렵, 가동할 일이 벌어지기로 되어 있으니까. (435P)

***맥베스 : 눈을 닫는 밤아,

인자한 얼굴의 보드라운 눈을 가리고,

안 보이는 네 잔인한 손으로 말살하고 찢어다오.

나를 두렵게 하고 있는 그자의 생명의 증서를!

빛은 어둠에 밀려가고,

까마귀는 숲 속 까마귀골로 날아가고 있소.

낮의 착한 자들은 허탈하여 졸기 시작하고

밤이 시커먼 수하들은 음식을 찾아서 일어나기 시작하오.

악으로 시작한 일은 악으로 튼튼하게 만들 수 밖에. (435P)


제 3막 제 4장

**** 맥베스 ; 대리석같이 안전하고, 암석같이 견고하고,

넓은 대지같이 자유롭고 활달할 것 아니냐.

하지만 이제 나는 좁은 방에 감금되어,

분하게도 의혹과 공포에게 결박을 당해버렸구나.(438P)


제 4막 제 1장

***마녀2 : 늪에서 잡은 뱀의 토막살아, 끓어라, 구워져라, 가마솥에서. 도롱뇽의 눈알과 개구리 발가락, 박쥐 발가락, 박쥐 털과 개 혓바닥, 독사의 혀와 독충의 침, 도마뱀 다리와 올빼미 날개, 무서운 재앙의 부적이 되도록 지옥의 잡탕처럼 펄펄 끊어라. (444P)

마녀3: 용의 비늘, 늑대 이빨, 마녀의 미이라, 굶주린 상어의 위와 식도, 한 밤에 캔 당근, 신을 모독하는 유태놈의 간, 염소 쓸개, 월식 아래 꺾은 주목 가지, 터키인의 코, 타타르인의 입술, 창부가 낳아서 목을 졸라 죽여 도랑에 버린 갓난아이 손가락, 죄다 넣어서 진하게 하자꾸나. 이 잡탕을 한 가지 더, 호랑이 내장가지 솥의 국속에 넣자구나. (445P)

☆☆☆ 이 문장을 통하여 세익스피어가 유태인과 터키인을 싫어하고 혐오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익스피어가 살았을 때가 아마 오스만투르크제국이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을 때이리라.

**** 맥다프 부인: 분별이라고? 처자와 거성과 영지를 버리고 혼자 도주하는 것이? 그인 처자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인륜의 애정이 없는 사람이에요. 글쎄 새 중에 가장 작은 굴뚝새조차 둥지 안의 제 새끼를 위해서는 올빼미와도 싸우잖아요. (449P)


제 4막 제 3장

**** 맬컴 : 천사들은 여전히 빛납니다. 가장 빛나는 천사가 타락했을망정. 비록 온갖 추한 것이 덕의가면을 슬지라도, 덕은 여전히 덕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452P)

*****맬컴: 이 몸에는 온갖 악덕이 접목돼 있어서, 그것들이 움트는 날이면 시커먼 맥베스도 누처럼 순백하게 보일 것이오.

맥다프 : 무서운 지옥의 악마떼 들 중에도, 악에 있어서 맥베스를 능가할 놈은 없습니다. (453P)

맥다프 : 한없는 방탕은 인성에 대한 일종의 포악입니다. 이 대문에 행복한 왕좌는 뜻밖에 비워지고, 숱한 국왕이 멸망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시는데 염려하지 마십시오. 쾌락을 은밀히 얼마든지 만족시키면서 시치미를 딱 떼고 세상을 속일 수도 있지않습니까? 자진하여 응해올 여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453P)

**** 맬컴 : 왕자다운 미덕, 가령 공정, 진실, 절제, 지조, 관인, 불굴, 자비, 겸손, 인내, 용기, 강기 등등 여사한 미덕은 전혀 안 가지고 도리어 죄악이란 죄악은 죄다 지녔으며, 실제 다방면으로 범하고 있소. (454P)

**** 로스 : 모국이라기보다는 무덤입니다. 천치가 아니고는 누구 하나 웃는 얼굴을 보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늘을 찢는 탄식과 신음과 규탄 등이 들려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격심한 비탄도 예사로운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조종이 울려도 누가 죽었는지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선량한 사람들의 목숨은 모자에 꽂은 꽃보다 쉽게 시들고 병도 안 걸린 채 죽어갑니다. (456P)

맬컴 :토할 길 없는 슬픔은 벅찬 가슴에 속삭이고 마침내 가슴을 터지게 하고 마니까.(457P)

맬컴 : 이 일을 카로 가는 숫돌로 삼고, 슬픔을 분노로 돌리시오. 마음이 무뎌지지 않도록 분발시키시오. (457P)


제 5막 제 1장

**** 맥베스부인 : 지워져라, 망할 흔적 같으니! 지워지라니까! 하나, 둘, 2시다. 이제 단행할 시간이다. 지옥은 캄캄하기도 하네! 아니 여보, 무인이 겁을 다 내시우? 누가 알까봐 겁낼 건 없어요. 우리의 권력을 시비할 자는 없잖아요. 하지만 그 늙은이가 그렇게 피가 많을 줄이야 누가 생각인들 했겠어요. (459P)

***** 시의 : 순리를 어기면 부자연스런 혼란이 생기게 마련이오. 병든 마음은 귀없는 베개에다 심중의 비밀을 누설하는 법, 왕비에게는 외사보다도 목사가 더 필요하오. 하느님, 우리 가엾은 인간들을 용서하시옵소서. (460P)

***** 맥베스 : 내 생애도 황색 낙엽기다. 더구나 노년의 벗이라 할 명예, 애정, 복종, 교우 같은 것은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다. 아니 반대로 소리는 낮으나 뿌리 깊은 저주, 아첨, 빈말 따위가 달라붙는데, 물리치고 싶어도 마음이 약해서 어디 물리 칠 수가 있어야지. (462P)

***** 맥베스 : 뿌리 깊은 근심을 기억에서 뽑아내고, 뇌수에 찍혀진 고뇌를 지워줄 수는 없단 말이오? 상쾌하고 감미로운 망각의 잠자리에 뉘어서, 마음을 짓누르는 위험물을 답답한 가슴에서 없애줄 좋은 약은 없단 말이오.

시의 : 그 점은 환자 자신이 치료해야 합니다. (463P)


제 5막 제 5장

***맥베스 : 군기를 바깥 성벽에 매달아라. ‘적이 온다!’고 줄곧 외치는 저 함성. 이 성은 난공불락, 포위가 다 뭐냐. 내버려 둬, 기아와 질병한테 다 잡아먹힐 때까지. 역도들만 놈들에게 가세하지 않았던들 이쪽에서 쳐나가 수염을 맞대고 싸워, 놈들을 자기 나라로 쫒아버릴 수 있었을 것 아닌가. (465P)

**** 맥베스 : 어차피 죽어야 할 사람. 한 번은 그런 소식을 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 내일, 내일, 도 내일은 날마다 살금살금 인류 역사의 최종 음절까지 기어가고 있고, 이제라도 날들은 다 바보들에게 무덤으로 가는 길을 비춰왔거든. 꺼져라 꺼져, 짧은 촛불아! 인생이란 한 낱 걷고 있는 그림자, 가련한 배우. 제시간엔 무대 위에서 활개치고 안달하지만, 얼마 안가서 영영 잊혀져 버리지 않는가. 글쎄 천치가 떠드는 이야기 같다고나 할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무 의미도 없이. (465P)


제 5막 제 7장

맥베스: 나는 말뚝에 매어져 있는 격이다. 달아나려야 달아날 수가 있어야지. 이젠 곰같이 발광을 해줄 수 밖에. 대관절 어떤 놈이 여자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단 말이냐? 그놈밖에 난 무서운 놈이 없다. (467P)


내가 저자라면


밝음과 어둠의 강한 대비는 대상의 내면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빛나는 부분들은 어둠속에 감춰진 장면까지 상상하게 하는 마력을 가진다.

셰익스피어가 죽고 난 2년 후인 1618년에 벨라스케스가 그린 <계란을 요리하는 노파와 소년>을 보라. 렘브란트의 <야경꾼>과 고야의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은 또 어떠한지. 그들의 작품은 언제나 보는 이를 그림 속으로 불러들인다. 어둠 깊은 배경 속에서 사선으로 떨어지는 강한 빛을 받는 인물들.

이른바 ‘빛의 화가’들의 많은 그림들은 세익스피어의 비극 속 극적 자연들과 여지없이 오버랩된다. 어둠 속에서 빛을 그려내어 주제를 각인시키는 극적 효과 대문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칠흑 같은 밤중에 리어왕은 황야를 헤매며 딸들을 저주한다. 천둥번개 속에 빛나는 리어의 광기와 분노에 찬 얼굴을 보라. 맥베스부인은 하늘거리는 촛불 앞에서 상상의 피를 닦느라 강박적으로 손을 비벼댄다. 침대맡 촛불 아래서 오셀로에게 목이 졸려 버둥대는 데스데모나의 죽음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세익스피어 비극들을 만날 때면 문득문득 그 ‘빛의 화가’들이 겹쳐진다.

*** 세익스피어는 어두운 부분은 더욱 어둡게, 음울한 부분은 더욱 음울하게, 악한 사람은 더욱 악하게  표현하였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슬픔과 분노와 동정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글을 쓸 때는 긴장감이 좀 들어가야 한다. 읽는 독자들을 긴장시키게 만드는 것도 글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된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을 때면 한시도 긴장감과 호기심을 늦출 수가 없을 정도이다.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자들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다음 장면을 읽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굉장한 수련을 요하는 테크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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