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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2일 19시 07분 등록

6월 6일 오전 11시~ 밤 12시

현충일. 순국 선열들을 기리는 날이다. 그러나 나 같은 회사원에게는 그저 주중에 놀 수 있는 휴일이지 뭐. 직업의 특성 상 주말에 쉴 수 없는 남자친구와 함께 하루를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날이라 더욱 기쁘게 시작한 하루. 6월 8일로 사귄지 50일이 되는 나의 새로운 남자친구 명훈오빠는 그제부터 같이 하루종일 있을 수 있다고 들떠 있었다. 이번 주 초 갑자기 내 몸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일하랴 여자 친구 챙기랴 바빴던 그는 오늘을 위해 그제부터 계속 고민하며 이거할까 저거할까 내게 물었다. 뭔가 멋진 데이트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나라야~ 우리 마장동 가는거 어때? 너 요즘 몸도 안 좋은데 괜히 멀리 나갔다가 힘들면 어떻게 해. 그리고 오빠가 저번에 거기 갔을때 정말... 우와 난 고기의 맛을 거기서 다시 깨달았다. 오빠가 쏠게 나라는 맛있게 먹고 빨리 몸 낫기! 점심 같이 먹고 풍물시장 놀러가자 오빠 거기서 장사하시는 분들 좀 알아 아마 나라 재밌을 거야.

 

사실 오빠랑 같이 있음 뭘 해도 즐겁고 재밌다. 유쾌하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고 항상 내 입장에서 생각하며 나를 위해 뭔가 못해줘 안달 난 오빠와 함께하는데 뭔들 안 재밌을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니... 이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나와 사귄 이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나와 맞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그는. 매일 나를 감동시키고 있다. 어느 날은 오빠의 핸드폰에 내가 어떻게 저장되어 있나 궁금해서 슬쩍 연락처를 봤다. 거기에는 나라 my darling이라고 저장되어 있었다. 후후 웃으며 밑으로 내려 보는데 연락처 메모에 나와 관련된 것들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절친은영/2012.4.30이사/엘비스 프레슬리 팬/ 멍게/ 멍게 비빔밥/ 김치류 찌개/ 아메리카노 설탕없이/ 벽돌색 좋아함 ... 이 남자... 괜찮다... 눈이 하트로 변해서 오빠를 쳐다보는데 에이 뭘 그거가지고 그래 앞으로 감동할게 얼마나 많은데! 라고 말하며 아무일 없던 것 처럼 자기일 하는 내 남자친구. 아이구 사랑스러워라. 오늘 아침에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나라야 어깨랑 허리 어때? 오빠가 어제 너 잠들고 나서까지 계속 주물러 줬는데... 자면서도 어어.. 거기거기... 하던데? 하면서 씩 웃는데. 너무 고마운 거다. 그 때 시간, 11시. 배가 고팠던 우리는 서둘러 준비를 하고 택시를 탔다. 마장동에 고기를 먹으러 가는 게 처음 이었던 나는 내심 속으로 얼마나 맛있을라구? 했다. 택시에서 내려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니 일렬로 늘어선 고기가게들이 손님을 맞고 있었는데 충남 서산이 고향인 오빠와 충북 제천이 본적인 나는 충청도집이라는 간판을 보고 저기다!하고 들어갔다. 들어가 치맛살을 시키니 간과 천엽 그리고 육사시미가 서비스로 나왔다. 오! 육사시미~ 육회를 좋아하는 나는 육사시미를 보고 눈이 대빵만해져 맛을 보았다. 음음음~~~ 오빠 짱!! 완전 맛있다. 씹는 맛이 장난 아닌데? 그리고 잠시 후 나온 치맛살... 아고.. 이래서 사람들이 마장동 와서 고기를 먹는구나~ 했다. 그렇게 고기를 먹고 있는데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언니~휴일인데 뭐해??” “응 오빠랑 지금 마장동서 고기먹어~~ 완전 맛나!” 통화를 하고 있는데 동생한테 고기를 보내주고 싶었다. 맛난 거 먹을 때 친정이 없는 동생에게 친정노릇을 조금이라도 하고 싶어 될 수 있음 보내왔던 터라 “오빠 나 보라한테 고기 보낼까봐~지금 시댁이라네.” 하니 “응, 보라씨네 보내는거 오빠가 살게. 이번 조카 돌때 정신없어 뭐 챙기지도 못했잖아...” 한다. 아... 이 남자 센스있네. 점수따는 법을 알아... 아니라고..내가 한다고 오빠한테 사달라고 얘기한 거 아니라해도 한사코 자기가 한단다. 결국 퀵비까지 자기가 부담하고 보라에게 고기를 보냈다. 그리고 내 맘 속의 오빠를 향한 애뜻한 마음은 손가락 한마디 만큼 더 커졌다.

 

 

마장동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4시. 오빠가 계획했던 풍물시장으로 향했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동대문 새벽시장에 같이 다니던 기억과 삼촌과 함께 청계천 헌책방에서 책냄새 맡으며 이 책 저 책 둘러보던 기억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음... 풍물시장... 이라...

엄마와 삼촌과 지금의 남자친구... 무언가 감성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며 풍물시장안으로 들어갔다. 80~90년대의 전자기기들... 어디선가 돌고 돌아 온 구제 옷, 신발 그리고 시계들과 책들, 가격흥정 그리고 바람잡이들의 물건에 대한 칭찬... 사람 냄새가 난다. 역시 난 명품이 아니라 풍물시장 과지... 라고 생각하며 휘휘 둘러본다. 선글라스들이 이층으로 쌓여있는 안경 자판에서 파이럿 썬글라스를 연상시키는 멋진 놈이 눈에 들어왔다. 얼른 써본다. 옆에서 남자친구가... 어... 나라씨 잘어울려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아저씨 얼마예요? 오만원만 내... 에이 왜이러세요. 무슨 풍물시장에서 오만원이야... 말도 안돼.. 빨리 원가에서 5000원만 붙여서 다시 말씀해 보세요. 아저씨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이 처녀 만만한 처녀 아니네.. 하는 눈빛이다. 삼만원삼만원. 그럼 이만 오천원만 받으세요~ 하며 눈웃음을 쳤다. 옆에서 남자친구가 헉하는 눈빛이다. 난 가격흥정을 잘한다. 특히나 이런 시장에서는 선수다. 엄마가 그러셨다. 시장에서는 기분 좋게 깎을 수 있어야 해 나라야. 어차피 그 분들도 이렇게 대화하는 거 좋아하시거든. 짧은 시간에 사람마음을 빼앗는 방법 이런데서 연습하는 거야....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어 진다. 그렇게 맘에 드는 선그라스를 사서 쓰니 좋아진 기분으로 뚝배기 사러 주방용품 파는 데로 갔다. 오! 빨간색 차주전자! 필요한 것이 눈에 딱 들어왔다. 그 주전자와 뚝배기 그리고 혼자 먹을 때 쓸 식판을 올려놓고 계산해 보니 만 구천원. 또 흥정에 흥정. 만오천원에 사들고 잡동사니 자판이 쭉 늘어서있는 곳으로 갔다. 시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번주에 벼룩시장 한다고 했었지~ 함 사람들한테 어울리는 것들 사볼까? 분홍색 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가운데 하트가 귀엽다. 떠오르는 사람 세린이. 그 옆에 살짝 독특한 디자인의 검정시계는 이준이. 그리고 회중시계... 이건... 그냥 우리 언니 오빠를 타깃! 히히 재밌다. 어! 카마수트라다! 이건 좀 비싸게 부르고 안팔리면 내가 가져야지.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맘에 드는 물건들을 샀다. 남자친구의 눈이 반짝거린다. 카드마술을 비롯한 마술을 잘하는 오빠의 눈을 반짝거리게 만든 건 자자. 이거 풀면 그냥 드립니다.~~ 한번 와서 해 보세요... 간단한 마술 도구를 파는 자판이다. 나라야, 나나 저거저거 ㅋㅋ 마음이 급하다 거기에 남자친구를 풀어놨더니 감감 무소식이다. 난 혼자 구제 옷을 둘러보는데 오! 여우털 코트가 눈에 들어온다. 저번 겨울에 fur를 하나 사야겠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맘에 드는게 딱 나타난 것이다. 입어보니 오... 럭셔리 럭셔리 .. 잘어울리는데? 음.. 이거 가져가서 벼룩시장에 내놓고 안팔리면 내거다! 근데 그 옆에 토끼털 코트가 또 눈에 들어온다. 이건 젊은 애들꺼네? 완전 이쁘다. 그렇게 fur 두 개와 원피스 그리고 로이비통 진품 가방을 구제로 사서 나왔다. 아우.... 오바했다. 그래도 뭐 벼룩시장서 팔고 안 팔리면 나 하면 되지 모. 좋아 즐겁워 즐거워.

오빠를 찾으러 가봤는데 이 오빠 아직도 거기서 퍼즐 풀고 있다. 큭큭큭.

귀여워. 오빠! 이제 기타 사러 가자! 사서 집에 가서 풀어~ 응? 응 ~!!! 신나한다.

만원에 다섯가지 마술도구를 손에든 오빠는 정말 천진한 소년같이 좋아한다. 순수한 면도 있단 말야. 후후...

 

 

같이 택시를 타고 이미 봉주오빠가 골라서 세팅까지 부탁해 놓은 기타를 사러 홍대의 뮤직메카에 도착했다.

이쁜 노란원판의 기타... 내 생애 두 번째 기타...

막막 행복해지는 마음. 이제 나 음악 진짜 시작하는 구나...

“근데 봉주형이랑 어떤 사이세요? 세 번이나 전화 왔었어요.”

“그냥 아는 동생이예요. 오빠가 원래 사람이 좋잖아요.”

“그렇죠.... 사실 음악으로도 존경하지만 인격이 참 좋죠”

“얼마예요?” “18만원입니다” 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보라야~ 언니 기타사러 왔다. 18만원 이라네~ 언니가 12~15만원 짜리 산다그랬는데 좀 오바네? 에이, 언니 동생 능력있잖아 2만원 붙여서 쏠테니까 오빠랑 맛난거 사먹어!“ 역시 내동생. 고마워~~! 사랑해!

응, 언니! 너무 빠지진 말고 ^^

전화를 끊고 계산을 하는데... 12만원만 계산이 된다. 어? 아까 18만원이라고... 봉주형이 잘해주라고 했는데 정가 받음 안되죠. 원가로 드리는 거예요... 어쩌나... 동생한테는 20만원 받았는데.. 크크 동생아 언니 너한테 용돈받았다! 오빠랑 비싼데 가서 맛난거 먹을께!

 

날아갈듯 집으로 돌아왔는데 마장동에서 먹은 술때문인지 오빠가 골아 떨어진다.

난 노란색 나의 기타를 품에 안고 연습을 시작. 아... 행복해. 너무 좋다...

정말 기타랑 가사서부터 시작하는 음악... 봉주오빠 말대로 매일 조금씩 꾸준히 너무 깊지 않게 오래 해야겠다.

이제 시작이다! 내 음악 인생... 기대된다.

 

 

6월 6일 ..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IP *.96.137.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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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20:31:54 *.194.37.13

6월 6일, 잘하면 우리 가족과 만날 뻔 했는데, 아쉽다.

나라가 물건 값, 깍는 모습을 제대로 봤어야 하는데 말이야.

사랑에 빠진 나라가 참 이쁘다. 여행가기 전에 꼭 회복하길 기도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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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21:10:10 *.107.146.178

프리마켓에서의 모습이짱이였어...나라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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