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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8일 04시 35분 등록
 

밀레토스에서 탈레스를 만나다

  

이웃집 아저씨로 전락한 탈레스

  쇠케에서 밀레토스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쇠케의 터미널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구두닦이 소년이 하얀색 나무 구두통을 메고 해맑은 얼굴로 열심히 일하기에 그 모습이 기특해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곳에 있는 장사치들도 찍어달란다. 얼굴에 굵게 잡힌 주름하며, 렌즈를 향해 웃는 그들의 순박한 미소가 좋았다. 사진을 한참 찍고 있는데, 렌즈 속으로 마차 한 대가 들어온다.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 위를 마차는 일없다는 듯 뚜벅뚜벅 걷고 있다. 아버지가 모는 마차에 탄 어린 아들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얼굴이다. 마차가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 마차를 타고 밀레토스까지 가고 싶었다.

   2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한참가다 보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돌무시의 마지막 행선지인 마을 끝까지 갔다가 돌아 나오면 오후 3시 30분쯤에 밀레토스 입구에 닿을거라나. 이 돌무시가 막차라는 것이다. 오후 3시 30분 차가 막차라니, 기가 찼다. 안내서를 믿은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다.

  비가 내리는 밀레토스에 내렸다. 밀레투스는 이오니아 지방의 상업적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같은 유명한 철학자들을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원래 항구도시였고  도시의 풍요로움으로 시민 가운데 일부 계층은 일상적인 생계유지를 넘어서서 어떤 것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이 철학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의 밀레토스는 토사가 밀려와서 늪지대로 변했고 옛 명성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책에 의하면 밀레토스는 밀레토스라는 사람이 지었다고 한다. 

    ‘미노스는 한창 나이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이웃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영웅이었다. 그러나 노경에 접어든 그는 이제 아폴로와 디오네 사이에서 난 아들 밀레토스까지 두려워하는 처지였다. 밀레토스는 젊고 용감한데다 아폴로의 아들이라는 것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는 청년이었다. 미노스는 밀레토스가 자기 왕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자기 나라에서 쫓아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밀레토스는 미리 무슨 낌새를 눈치챘던지 고향을 떠나 빠른 배로 아이가이아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아시아 땅으로 건너가 도시를 세우고 이 도시를 <밀레토스>라고 이름 했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갔다. 보존이 잘된 원형극장 앞에는 대상들의 숙소로 사용되었던 ‘카라반 사라이’가 있다. 카라반 사라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도 한때 무역항으로서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실크로드를 타고 들어 온 물품들을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실어 나르지 않았을까 싶다.

  빗발이 조금씩 거세어진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말한 철학자 ‘탈레스’를 만나러왔는데 탈레스를 만나기 위한 통과 의례를 톡톡히 치르는 것 같다. 철학의 역사에 의하면 탈레스가 최초로 “모든 사물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탈레스는 천문학, 수학에 능했으며, 우주론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하였다. 그래서 밀레토스 사람들에게 자연과학에 관심과 연구를 촉발시켰다.

  탈레스는 원래 명문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중년에는 가난에 시달렸다. 밀레토스 시민들은 가난한 탈레스를 향하여  철학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자 탈레스는 천체연구를 통하여 그해 올리브가 풍작일 것을 예측하고서는 약간의 자금을 모아 밀레토스 근방의 ‘올리브기름 짜는 기계’를 모두 임대해버렸다. 아직 올리브 수확시기가 아니었기에 싼값에 임대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수확시기가 왔고 사람들은 탈레스가 부르는 대로 돈을 지불하고 올리브 짜는 기계를 임대해야만 했고, 탈레스는 많은 돈을 벌수 있었다. 탈레스는 사람들에게 철학자도 마음만 먹으면 부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을 뿐 아니라 철학자들의 관심사가 결코 돈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탈레스와 아낙사고라스가 등장한다. 아낙사고라스 역시 이오니아지방 출신의 철학자로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부정하고, 만물은 처음부터 있었고, 그 혼합과 분리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괴테는 <파우스트 >에서 탈레스와 아낙사고라스를 등장시켜 논쟁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아낙사고라스: 이 바위는 불기둥에 의해 생겨났어.

  탈레스: 생명체는 물기에서 생겨났지.

  아낙사고라스: 오, 탈레스, 자네는 하룻밤 사이에

  저런 산을 진흙으로 만들어 낸 적이 있는가?

  탈레스: 자연과 그 생생한 흐름은 결코

  밤낮을 가리지도 않으며 시간에 의존하지도 않는다네.

  모든 형상을 규정에 따라 만들어 내며,

 커다란 일에도 완력을 행사하지 않아.

아낙사고라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완력이 아니고 뭐겠는가!

플루토의 성난 불길과 아이올로스 연무의 폭발력은

평평한 땅바닥의 껍질을 무시무시하게 깨부수고

순식간에 새로운 산을 솟아나게 하였네.

탈레스; 그래서 어찌 될 것 같은가?

어쨌든 산은 생겨났고, 그것으로 끝일세.


  한 사람은 세상이 물로서 이루어졌다 하고, 다른 사람은 모든 만물은 불기둥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상반된 의견을 가졌다. 이렇게 정반대인 사람이 논쟁을 한다고 하면 서로가 공감하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 괴테가 이 두 사람을 택한 것은 원고지 매수를 늘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글쓰는 사람으로서 원고지 채우는 일이 고역임을 잘 알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탈레스가 좀더 말발이 센 사람인지 논쟁을 한참 하다가 “그런 싸움은 괜히 시간을 낭비하고, 사람들만 이리저리 질기게 끌고 다닐 뿐일세.”라고 한 마디 뚝 내던진다. 싫컨 논쟁해놓고 그것이 무슨 소용 있느냐고 말하면 상대방을 맥 빠지게 만든다. 괴테는 어쩌자고 위대한 철학자들을 모셔다가 동네 아저씨처럼 평범하게 만들어버렸을까?

  


 파우스티나의 화려한 목욕탕

  비를 맞으면서 질퍽거리는 땅을 밟는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파우스트>에서 탈레스는 만물은 물로 되어있음을 분명하게 읊조리고 있다.


  아름다움과 진실함에 참으로 가슴 벅차고,

기쁨이 꽃피어 나는구나.....

모든 것이 물에서 생겨났노라!

모든 것이 물에 의해 유지되노라!

드넓은 바다여, 우리를 영원히 다스려 다오.

네가 구름을 보내지 않고,

풍성한 냇물을 선사하지 않고,

강물을 이리저리 굽이치게 하지 않고,

물줄기를 완성하지 않으면,

산이 다 무엇이고,

평야의 세상이 다 무엇이랴?

바로 네가 활기찬 삶을 유지하게 하는구나.


 “정말 세상은 물로 만들어진 것이 맞는 것 같아”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탈레스를 원망하면서 욕장으로 향했다. 밀레토스의 볼거리라면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부인 ‘파우스티나’의 이름으로 지어진 목욕탕이 있다. 파우스티나의 욕장은 왕비의 목욕탕인 만큼 규모가 컸으며, 아치형으로 된 여러 개의 입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귀족들의 출입이 잦았을 것 같다. 황제이자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였던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기억하고 있기에 왕비의 목욕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욕장 깊숙이 들어갔다.

  오늘날까지도 끈질기게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파우스티나’는 당대 로마 최고의 바람둥이였다고 한다. 그녀는 화려하게 꾸민 욕탕에서 겹치지 않게 여러 귀족들과 연애를 했단다.  이러한 ‘파우스티나’의 바람기는 남편인 아우렐리우스를 빼고 로마 전 시민이 다 알고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5현제(賢弟)중 한 사람이었던 마르쿠스를 흠집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것이라 믿고 싶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보면 그는 죽음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한 철학자로 비쳐진다. 그는 <명상록> 중에서  “육체는 무한한 공기 속으로 사라지며, 그 사물에 대한 기억은 모두 영원한 시간 속에 묻혀 버린다. 모든 감각적인 사물의 본질, 특히 쾌락을 미끼로 우리를 유혹한다든가 고통으로 우리를 협박한다든가 허망한 명예를 미끼로 우리를 부추기는 것들은 얼마나 무가치하며 천한 것인가?”라고 적고 있다. 스토아학파답게 쾌락은 무가치하며 천한 것이라 일축하고 있다. ‘파우스티나’는 남편의 이런 태도를 부정하면서 반항의 몸짓으로 바람둥이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파우스티나의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다가 서너 마리의 개들과 마주쳤다. 주인이 있는 개들인지 쇠사슬에 묶여 있긴 했지만  쇠사슬이 끊어질 듯 날뛰었다. 이것이 무슨 날벼락인가? 비를 맞은 개들은 저승을 지키는 머리가 셋 달린 케르베로스를 연상케 했다. 저 쇠줄을 끊고 나에게로 달려올 것 같았다. 헤라클레스라면 케르베로스를 산 채로 잡았겠지만, 나는 헤라클래스가 아니기에 얼른 자리를 떴다. 개들의 울음소리엔 비오는 날의 우울함이 더해져 더 날카롭게 들렸다. 

   밀레토스의 화려한 도시를 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접어버렸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입구의 간이찻집으로 갔다. 주인에게 커다란 머그잔에 뜨거운 커피를 가득 담아줄 것을 요청했다. 지금은 커피만이 나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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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2012.06.18 23:14:13 *.85.249.182

난 네가 원래부터 맘에 들지 않았어.

옹색해보이는 네 글이 부끄러워.

생각을 멈추어버린 사람에게서 메피스토펠레스의 냄새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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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05:28:19 *.194.37.13

누님, 글 너무 좋아요~^^, 파우스트에서 생소하게 느껴졌던 사람들이

누님 덕분에 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히는 것 같아요.

직접 체험한 밀레토스의 풍경을 떠올리면서 탈레스와 아낙사고라스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그냥 활자로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누님를 통해서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도 탈레스의 말처럼 세상은 물로 이루어져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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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18:34:23 *.51.145.193

허리는 괜찮으신지요?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실려면 오래 앉아 계실 수 있어야 할 텐데요.

빨리 나아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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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22:08:35 *.68.172.4

깔리여신님의 멋진 여행 부럽네요. 여행지에서 이것만 느끼진 않았을 것 같은데, 뜨거운 로맨스 같은 건 없었나요?^^ 비단 남자가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열정과 악마적 애욕.ㅋㅋㅋㅋ 제임스 조이스처럼 가리지 않고 쓰게 된다면 정말 잘쓰시게 될 것 같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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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0 05:04:47 *.39.134.221

가리지 않고 쓰기...제임스 조이스처럼 레몬이야기에 저도 빵...터졌음다.

베일에 가려진 여인의 그 베일을 벗겨보거나 들쳐보고 싶은 마음.

살짝 아쉬움이 일거든요.

계속 과제물을 만드느라 책을 보고 리뷰를 쓰지만 지나고 나면 머릿속에 하얘지는 상태인데

정리가 많이 되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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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0 09:03:38 *.114.49.161

깔리여신님

이 다음에 책으로 묶여나올 글, 사진 문윤정 적힌 여행기의 한 꼭지를 지금 제가 보고 있는 듯 합니다.  ^^

근데 밀레토스가 어디예요?

 

오늘은 아름답고 검은 깔리여신님께 꽃과 초를 바치고요.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39.gif 

msn022.gif (초가 없어서 백열전등 켰어요 -_-  봐주세요. 여신님)

담에 제가 좋아하는 깔리여신 그림 한 장 스캔해서 바치게 되길 서원합니다.^^

댕강 잘린 머리를 들고 혓바닥으로 뚝뚝 듣는 피를 들이키며

사랑하는 이의 몸 위에서 칼을 들고 춤을 추고 있는 그림이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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