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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8일 10시 10분 등록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정서웅 옮김 / 민음사

 

1. 저자에 대하여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삶을 샅샅이 파헤쳐보자.

(파란색은 도시, 보라색은 그와 관련된 여인, 초록색은 나의 의견)

 

* 출생, 고향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1749년 8월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 인에서 태어났다. 어딘지 궁금해서 구글지도 검색창에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을 입력해서 찾아봤다. 괴테 대학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이 나왔다. 아래 그림과 같다.

noname01.gif

 

두 번째로 검색창에 “독일-괴테”를 쳤더니 아래와 같이 독일의 다른 도시와 함께 프랑크프루트의 위치가 보이면서 괴테 하우스도 검색되었다. 아래 지도에 보이는 A가 괴테 하우스 위치다. 괴테 하우스에는 그가 4세 때 크리스마스날 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인형극 상자가 보존되어 전시중에 있다고 한다.

noname02.gif  

 

 

 

* 괴테 하우스

프랑크푸르트.jpg  

 

 

* 가족관계

괴테의 아버지의 이름은 요한 카스파르 괴테(1710-1782)이고, 어머니의 이름은 카타리나 에릴자베트(1731-1808)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려 21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사랑으로 요한 볼프강 폰 괴테를 낳았다.(출생연도로 계산함) 아버지는 법률가이며 제실고문관으로서 엄격한 성격이었으며, 부유한 인사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로서 천성적으로 활발하고 명랑하여 아들의 좋은 이해자였다고 한다. 요한 괴테에게는 누이동생 코르넬리아가 있었다. (이후 출생한 남동생 둘, 여동생 둘은 모두 출생 후 얼마 안 되어 사망하였다고 전해진다.)

 

* 그의 첫사랑

 

아-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

저 첫사랑의 날을

그 즐거운 때를

 

-J.W.괴테의 <첫사랑>-

 

7년 전쟁(1756~1763)때에는 프랑스에 점령되어 평화롭고 부유했던 괴테의 집도 프랑스 민정장관의 숙사가 되고,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계획 역시 중단되었으나, 괴테는 자유롭게 프랑스의 문화를 접할 기회를 얻었으며, 15세 때 그레트헨과의 첫사랑을 경험하였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에 등장하는데, 파우스트의 첫 쾌락의 대상으로 나왔다.

괴테의 첫사랑에 대해 읽으면서 검색해보니 <첫사랑> 시를 발견할 수 있었다. 15세면 현재 중학교 2학년들의 나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이성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무조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은 삼가야겠다. 그녀들이 지금 만나고 있는 대상이 어쩌면 ‘첫사랑’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괴테가 그때 얼마나 성숙했고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잘 알 수 없으나 그가 죽고 난 후 지금까지 그의 첫사랑으로 기록되고 있는 그레트헨은 어떤 여자였는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좋아했던 L군이 생각난다.

 

* 괴테 가도와 년도를 따라 가본 그의 삶

 

- 1765년(16세) 10월에 라이프치히로 가서 대학에 입학했다. 법률을 공부하면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보냈다. 이때 베리쉬 Behrisch, 슈토크 Stock, 외저 Oeser 등의 예술가들과 사귀며 문학과 미술 공부도 하였고, 그리스 연구가 빙켈만 Winckelmann의 글을 읽고 계몽주의 극작가 레싱 Lessing의 연극을 관람하였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다. 우리의 삶도 그렇듯이 괴테의 삶도 만나는 사람, 사귀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그의 작품과 삶에 고스란히 영향들이 드러났다.

 

- 1766년(17세) 라이프치히에 있으면서 식당 주인 쇤코프의 딸 케트헨을 사랑하여 교제하였다. 그녀에게 바친 시집 「아네테 Annette」는 베리쉬에 의해 보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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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nette Kathchen Schonkopf (일명 케트헨)

그녀를 사랑하면서 아나크레온풍의 시 Annette (1767)와 첫 희곡 「연인의 변덕 Die Laune des Verliebten」(1768)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 1768년(19세)때 케트헨과의 애정 관계를 끝냈다. 6월에 빙켈만의 살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7월엔 각혈을 동반한 폐결핵에 걸려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프랑크푸르트)으로 돌아와 요양생활을 했다. 그 무렵에 신비주의와 중세 연금술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어머니의 친구인 크레텐베르크의 감화로 경건파(敬虔派)의 신앙에 접근했다. 그녀는 후일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의 모델이 되었다.

 

- 1770년 (21세)에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에서 법학공부를 계속했다. 이때 J.G.헤르더를 알게 되어 로코코 취미의 문학관을 철저히 분쇄당하고 셰익스피어의 위대성을 배웠다. 이 무렵 근처 마을 목사의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과 목가적인 사랑을 하였고 약혼까지 했다. 자연 감정의 순수성에 시의 본질을 구하려는 노력이 <<들장미>>의 가작(佳作)을 낳게 하였다. 그러나 결국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하였다. 그 후 회한(悔恨)과 마음의 부담 속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 이 때 겪은 내적 체험이 훗날 그의 시의 주제가 되었다.

내게도 이별을 통한 내적 체험이 있었나? 그리고 그 체험은 훗날 나의 시의 주제가 될 수 있으려나? 잠깐 멈춰 생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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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데리케 브리온

 

들장미

- 괴테

 

한 아이가 보았네들에 핀 장미그리고 싱그럽고 아름다워서가까이 보려고 재빨리 달려가기쁨에 취하여 바라보았네장미,장미,빨간 장미들에 핀 장미소년은 말했네"너를 꺾을 테야 들장미야!"장미는 말했네

"너를 찌를 테야 끝내 잊지 못하도록 꺾이고 싶지 않단 말이야."장미,장미, 빨간 장미들에 핀 장미장미는 힘을 다해 쩔렀지만비명도 장미를 돕지 못하니장미는 그저 꺾일 수 밖에장미,장미, 빨간장미들에 핀 장미

 

 

 

 

들장미 (조금 다른 번역)

               - 괴테

사내아이는 보았네

들에 핀 한 떨기 장미를

갓 피어난 싱그러운 향기

달려가 떨기 속을 보았네

웃음 머금은 장미

 

장미, 장미 붉은 장미여

들장미여

사내아이는 말했네. 내 너를 꺾을테야

들에 핀 장미를

장미는 말했네. 꺾기만 해봐라. 찌를테야

나도 꺾이고 싶진 않은 것을

장미, 장미 붉은 장미여

들장미여

 

개구쟁이 사내아이는 꺾고 말았네

들에 핀 장미를

장미는 가시로 어린이를 찌르고

꺾이지 않으려 몸부림쳤으나

장미, 장미, 붉은 장미여

들장미여

 

- 1771년(22세)에 프리데리케 브리온과 작별하고 고향으로 떠났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문학에 더 몰입하였다.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질풍노도)’의 성향이 짙은 희곡 「괴츠 폰 베를리힝엔」의 초고를 썼다.

 

-1772년(23세)에 고등법원의 실습생이 되어 몇 달 동안 베츨러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만난 샤로테 부프를 연모하게 되었으나 약혼자가 있는 여자였으므로 단념하였다. 이 못 이룬 사랑의 체험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소재가 되었다.

 

- 1773년(24세)에 「파우스트Faust」의 집필을 처음 시작하였다.

 

- 1774년(25세)에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는데, 이 작품으로 일약 문단에서 이름을 떨쳤고, 독일적 개성해방의 문학운동인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질풍노도)’의 중심인물로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였다.

괴테의 작품 중 유일하게 읽었던 작품이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읽었는데, 그때 나의 유치한 사고로 유명한 작가 괴테의 작품을 읽고 슬픔에 잠겼었다는 느낌으로 뿌듯해 했었다. 그리고 또 우연하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뮤지컬로 공연하는 것을 알게 됐고, 원작인 책을 읽고 나서 공연을 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 용돈을 모아 뮤지컬을 봤던 기억이 있다. 기억나는 장면은 슬픔에 잠긴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방, 창문 아래에서 서성거리던 모습이다.

 

- 1775년(26세)에 프랑크푸르트 은행가의 딸 릴리 쇠네만을 사랑하여 약혼하였으나 반년쯤 후에 파혼하였다. 괴테는 사랑한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한 것 같다. 어찌 사랑했으면 그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단 말인가? 릴리 쇠네만 보다 더 사랑하는 야망, 꿈이 있었는지, 아니면 괴테는 연애만 한 것인데 우리가 거창하게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벌써 2번째 파혼이다.

이 때, 바이마르 공국의 젊은 대공(大公) 카를 아우구스트의 초청을 받고 바이마르로 가서 여러 공직에 앉게 되고 재상이 되어 10년 남짓 국정(國政)에 참여하였다. 이 동안 그는 정치적으로 치적(治積)을 쌓는 한편, 지질학․광물학을 비롯하여 자연과학 연구에도 몰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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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마르)

 

- 1776년(27세)에 궁정 여관(女官) 샤로테 폰 슈타인 부인과 깊은 우정 관계를 맺고 그녀로부터 많은 격려와 도움을 받았다.

 

- 1784년(35세)에 동물에만 있고 인간에게는 없는 것으로 되어 있던 간악골을 발견하여(죽기 1년 전에 학회에서 인정되었음) 비교해부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1786~1787년(37세~38세)에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데 칼 아우구스트 공, 슈타인 부인, 헤르더 등과 휴양차 칼스바트에 체재하다가 몰래 이탈리아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다. 로마에서 화가 티슈바인, 앙겔리카 카우프만, 고고학자 라이펜슈타인 등과 교우하며 유적의 관찰에 몰두했다. 「이피게니에」를 운문 형식으로 개작하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수업하는 화가로서의 생활을 보내면서 1000매에 이르는 스케치를 그렸다. 그리고 희곡 「타우리스섬의 이피게니」(1787), 「에흐몬트」(1787) 등을 써서 슈타인 부인에게 바쳤다. 이 여행은 예술가로서의 괴테의 생애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고전주의에의 지향을 결정한 시기로서 중요하다.

 

- 1788년(39세)에 6월에 스위스를 거쳐 바이마르로 돌아왔다. 귀환 후 슈타인 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기로 그녀와 떨어져 지냈기에 사실 1786년 그녀와 이별을 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 여행을 통해 쓰게 된 2개의 희곡 작품을 그녀에게 바쳤기에 확실한 이별은 아니었다. 다시 바이마르로 돌아와 12년간 슈타인 부인과 해왔던 사랑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후 조화업(造化業)을 하는 가난한 집안의 딸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만나 동거생활을 시작하였다. (정식 결혼은 1806년에 한다.) 비로소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를 만나 가정적인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 실러와 처음 만났으나 절친한 관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실러는 괴테의 주선으로 예나 대학의 역사학 교수 자리를 얻었다.

 

 

 

괴테와 실러.png  

괴테와 실러 동상

 

 

- 1789년(40세)에 크리스티아네와의 사이에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났다. 당대의 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와 친교를 맺었다. 이 때 그는 시인과 궁정인의 갈등을 그린 희곡 「타소」(1789)와, 관능의 기쁨을 노래한 「로마 애가」(1790)를 발표했다. 과학논문 「식물변태론」도 이 시기의 산물이다.

 

- 1794년(45세)부터 그는 J.C.F.von 실러가 기획한 잡지 <<호렌>>에 협력하여 굳은 우정을 맺었다. 이념의 사람 실러와 실재(實在:자연)의 사람 괴테와의 이 우정은 1805년 실러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그 10년 남짓한 시기에 괴테는 실러의 깊은 이해에 용기를 얻어 많은 작품을 완성했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도제(徒弟) 시절」(1796)의 완성, 오랫동안 중단되었던「파우스트」의 재착수(이때 <헌사>, <천상의 서곡>, <발푸르기스의 밤>을 집필함)(1797), 서사시 「헤르만과 도로테아」(1797)의 발표 등, ‘현재에서의 완성을 지향하는’ 독일 고전주의는 여기서 확립되었다.

 

- 1805년(56세)에 실러가 죽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내 존재의 절반을 잃은 것 같다>고 술회하였다. 괴테는 실러의 죽음과 더불어 만년기(晩年期)를 맞이하였다. 만년의 괴테의 문학활동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세계문학의 제창(提唱)과 그 실천이었다. 괴테는 그 무렵에 이미 유럽 문학의 최고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위치에서 프랑스․이탈리아․영국, 나아가서 신대륙인 미국의 문학을 조망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각 국민문학의 교류를 꾀하고, 젊은 세대를 위한 세계문학적 시야를 넓혔던 것이다.

 

- 1807년(58세)에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1821년 완성하여 출간했다.

 

- 1808(59세)에 「파우스트」1부가 출간되었고, 9월에 어머니가 별세했다. 그리고 나폴레옹과 두차례 회견하였다.

 

만년의 문학작품으로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와 「파우스트」의 완성이 최고봉을 이룬다. 전자는 당시 시대와 사회를 묘사한 걸작이라 할 수 있으며, 후자는 한 인간의 생애가 전인류의 역사에 뒤지지 않는 깊이와 넓이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엄한 드라마이다. 「파우스트」는 23세 때부터 쓰기 시작하여 83세로 죽기 1년 전인 1831년에야 완성된 생애의 대작이며, 세계문학 최대걸작의 하나이다. 인생과 우주에 대한 지칠줄 모르는 정열가였던 괴테는 만년에도 세 차레의 연애를 체험하였다.

그 하나는 미나 헤르츨리프와의 사랑으로서, 이 소녀를 모델로 하여 소설「친화력」(1809)을 썼다. 도 하나는 아내 불피우스가 죽은 뒤에 알게 된 빌레머 부인과의 사랑으로, 그녀를 사모하여 읊은 「서동시집」(1819)이 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괴테는 마리엔바더로 피서여행을 갔다가 74세의 노령으로 19세의 처녀 우를리케 폰 레베초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사랑은 거절되었으나, 그 연모의 정이 시집 「마리엔바더의 비가」(1823)에 잘 나타나 있다. 그 밖에 만년의 작품으로는 「이탈리아 기행」(1829), 자서전인 「시와 진실」(1833) 등이 있다. 「시와 진실」은 괴테가 죽은 후 출판 된 것이다.

 

- 1832년(83세) 3월 22일 괴테는 운명하였다.

 

괴테는 문학작품이나 자연연구에 있어서, 신(神)과 세계를 하나로 보는 범신론적 세계관을 전개하였으며, 그의 종교관은 범신론적 경향이 뚜렷하지만, 복음서의 윤리에는 깊은 존경을표시하였다. 그의 유해는 바이마르 대공가의 묘지에 대공 및 실러와 나란히 안치되어 있다.

 

* 괴테가도

괴테 가도.jpg  

 

* 괴테의 여인들 사진을 볼 수 있는 블로그

http://blog.naver.com/bluemilu3933/30018971026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파우스트 1

 

헌사 (1797년 6월24일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8행의 스탠자로 작품 전체의 서곡과 같은 역할을 한다.

p7 너희들 다시금 다가오는구나, 아물대는 자태들아

일찍이 내 흐릿한 눈앞에 나타났던 너희들,

이번엔 어디 단단히 붙잡도록 해볼까?

내 마음 아직도 그 환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너희들 마구 내달려오는구나! 그럼 좋다, 마음대로 하렴.

운무를 헤치고 나와 내 주위를 에워쌀 때,

너희 무리가 피워내는 마법의 입김으로 해서

나의 가슴, 젊음의 감동으로 떨린다.

 

너희와 더불어 기뻤던 날들의 영상이 되살아나니,

사랑스런 모습들 무수히 떠오르고,

반쯤 잊혀진 옛이야기마냥

첫사랑과 우정의 기억이 새삼 새로워지는구나.

다시 아파오는 마음으로 탄식 속에서

미궁 같은 삶의 미로를 더듬으며,

행복을 바라며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다가

나보다 먼저 사라져간, 저 선량한 이들을 불러본다.

 

내 첫 노래를 경청했던 친구들,

그들은 다음 노래를 듣지 못하누나.

그 정다웠던 모임 흩어져버리고,

오오, 그 첫 번째 메아리도 간곳없어라.

나의 노래, 낯선 무리 속에서 울려퍼지니

그들의 갈채조차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구나.

일찍이 내 노래 듣고 즐거워했던 친구들

아직 살아 있다 해도, 온 세상에 흩어져 방황하고 있겠지.

왠지 나중에 연구원들을 회상할 때 내가 이렇게 말하게 되지 않을까? 나의 첫 노래를 경청해줄 나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다. 그들은 나의 많은 노래들을 함께 들어주겠지. 나도 그들의 노래를 정성껏 들을 예정이다. 그 정다웠던 모임이 흩어지는 때는 아마도 내가 마지막 작품을 쓰고 난 후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온 세상에 흩어져 계속 방황할지도 모르겠다.

 

p7 (이어서)

전율이 온몸을 휩싸고 눈물이 방울방울 솟구치니

굳었던 마음, 온화하고 부드러워지면서

지니고 있는 것, 아득히 멀게 느껴지고,

사라졌던 모습들, 다시 현실로 나타나는구나.

 

 

무대에서의 서연(序演)

p8 단장 내 소망은 많은 관객을 아주 즐겁게 해주는 거야.

그들은 특히 인생을 배우고, 그걸 남에게도 보이려고 하니까.

 

관객의 마음을 주무르는 방법쯤은 알고 있지만,

내 일찍이 이토록 당황한 적도 없구먼.

물론 그들이 최상의 걸작품에 익숙한 건 아니지만,

놀랄 만큼 많은 책을 읽은 건 사실이거든.

어찌하면 모든 게 산뜻하고 새로워지고

의미심장하게 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관점과 소재를 찾는 출판기획자 같은 대사이다.

 

p8~9 시인 차라리 절 고요한 천상의 한 구석에라도 데려다주세요.

거기서만 시인에겐 순수한 기쁨이 피어나고,

거기서만 사랑과 우정이 신성한 손길로

우리 마음에 축복을 가꾸어 심어줄 것입니다.

아,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나오는 것,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면서

우리 입술이 수줍은 듯 웅얼웅얼 노래한 것,

난폭한 순간의 힘은 이것들을 삼켜버리기도 하지만,

종종 여러 해의 각고 면려 후에야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건 순간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참된 건 후세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는 법이랍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것과 참된 것에 대한 괴테의 생각은 내 마음을 울렸다. 참되게 빛나는 것을 추구하고 싶다.

 

p9 어릿광대 난 그 후세란 애기 좀 듣지 않았으면 해요.

내가 훗날의 얘기나 한다고 생각해 봐요.

도대체 누가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단 말인가요?

사람들은 그걸 원하고, 또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요.

쓸 만한 젊은이가 하나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유쾌한 기분을 불러낼 줄 아는 자는

군중의 기분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지요

 

환상에다 온갖 풍류를 다 곁들여봐요.

이성, 오성, 감성, 정열 뭐든지 다 좋지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익살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대중의 의견을 듣고 있는 것 같다. 대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그 안에 익살이 빠져서는 안된다. 유머가 필요하다.

 

p12 단장 볼거리가 잔뜩 눈앞에 전개되면

관중들은 입을 딱 벌리고 찬탄할 게고,

당장 자네의 명성이 널리 퍼져서

틀림없는 인기작가가 될 걸세.

대중을 상대할 땐 수량 공세를 펴는 수밖에 없어.

숫자의 중요성. 백만 고객을 보유했다면 그것 자체로 마케팅 효과, 홍보 효과가 올라간다.

그래야 제각기 무언가를 얻어갈 수가 있지.

많이 늘어놓아야 많은 사람들에게 소득이 돌아갈 게고,

각자 흡족한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설 것이네.

작품 하날 공연하더라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내놓게나.

그정도 잡탕밥쯤 능히 만들어낼 수 있겠지?

공연하기 쉬운 건 생각을 짜내기도 쉬울 거야.

설사 완벽한 작품을 내어논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관객은 그걸 조각조각 뜯어가고 말 것인즉.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무찔러드는 글귀, 장면, 대사가 다르고, 느끼는 감정도 다르다. 하지만 각각의 사람에게 필요한 부분을 뜯기려면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내놓을수록 좋지 않을까?

 

시인 그런 손재주가 얼마나 나쁜 건지 당신은 느기질 못하는군요.

진정한 예술가에겐 당치도 않은 일이지요.

사이비 작가들의 너절한 작품이

어느새 당신 극단의 상투수단이 된 모양이군

요즘 짜깁기 된 책도 많은데, 1년 동안 공부하면서 한가지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만의 철학이다. 내가 가진 나만의 생각이 잘 형성되고, 견고히 세워져 나갔으면 좋겠다.

 

p12~13 단장 진짜로 영향력을 발휘해 볼 양이면

최상의 도구를 사용해야 되거든.

생각해 보게, 자넨 연한 나무를 쪼개야 하는 거야.

누굴 위해 쓰는 건지 살펴보게나.

따분해서 찾아오는 자,

배 터지게 먹은 후 포만감을 달래려 오는 자,

가장 지독하기론

신문 읽다가 재미없어 달려오는 자,

이들은 가장무도회라도 가듯 들떠서 여길 찾아오는 것이니,

그야말로 호기심에 이끌린 발걸음이랄밖에.

여인네들은 화려한 몸단장으로 자신을 과시하며

보수도 안 받고 우리 공연에 일조해 준다네.

시인이라는 자네, 고자세를 취하며 무얼 꿈꾸는 건가?

극장이 가득 차면 좋아하는 이유가 뭔가?

가까이 다가가 고객들을 유심히 살펴보게나.

절반은 냉담하고 절반은 촌스럽다네.

공연이 끝나면 카드놀이를 벌이거나

창녀의 품에서 질탕한 밤을 보내려는 자들로 득시글거리지.

너희 가련한 바보인 시인들은 무슨 목적으로

고귀한 뮤즈 신을 괴롭힌단 말인가?

단장은 단장의 입장에서 시인에게 공연 하나를 위해 작품을 쓰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그 안에서 내게 적용해야 할 부분을 찾는다면, 나는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유심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누굴 위해 글을 쓰는지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볼 일이다.

어쨌든 그들을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니…….

 

 

p14 시인 나가서 다른 종놈을 하나 구해 보시오.

명색이 시인이라면, 자연이 베풀어준 지고한 권리,

즉 인간의 권리를

당신의 장사를 위해 지각없이 희롱할 수가 있겠소?

시인은 무엇으로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걸까요?

무엇으로 모든 원소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가슴 속에서 솟아나와

온 세계를 다시 가슴 속으로 이끌어들이는 조화의

힘이 아닐까요?

저 자연이 끝없이 긴 실오라기를

무심히 물레에 감아 돌릴 때,

모든 존재의 조화롭지 못한 무리들이

중구난방 역겨운 소리를 낼 때,

누가 이 단조롭게 흘러가는 대열에

생명을 불어넣어, 운율을 띠고 약동하게 만들겠어요?

누가 개개의 것을 골고루 성스럽게 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게 하겠어요?

누가 폭풍우를 미친 듯한 열정으로 만들 것이며,

저녁 노을이 의미 깊게 타오르도록 하겠어요?

누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는 길에

아름다운 봄꽃을 뿌려줄 것이며,

누가 이름 모를 잎새들을 엮어

온갖 공적을 기리는 영에의 관을 만들겠어요?

누가 올림포스 산을 보전하고, 누가 제신들을 화합케 하겠어요?

그것은, 시인 속에 현현되는 인간의 힘일 뿐이지요.

아, 시인의 말은 시 자체다.

 

p15 어릿광대 그렇다면 그 훌륭한 힘을 사용해,

시(詩) 장사를 한번 해보시지요.

마치 사람들이 사랑의 모험에 몰두하듯 말이에요.

사랑만큼 몰입이 되는 것이 또 있을까?

 

우연히 가까워져 의기투합해 머물다가

점점 깊어져 인연의 굴레 속에 얽혀드는 거지요.

하지만, 행복해지는가 싶더니 싸움질이요,

깨가 쏟아지는가 싶더니 고통의 연속이라,

눈 깜짝할 사이에 소설 한 권 엮어내는 7겁니다.

우리도 이런 연극 하나 해봅시다.

풍성한 인간의 삶 속에 손을 뻗기만 하자고요.

각자 체험을 하면서도 의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그걸 붙잡아내기만 해도 흥미로운 것이 되겠지요.

잡다한 형상 속에 약간의 명징함을,

수많은 오류 속에 진리의 불꽃 한 점 흘려 넣으면

그것으로 최상의 술을 빚어낸 셈이니

온 세상은 생기를 띠고 소생하게 될 것이외다. 

 

때로는 이것, 때로는 저것에 감동되어

각자 마음속에 간직한 무언가를 보게 될 것입니다. 

 

p16 성숙돼 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시인    그렇다면 내게도, 나 자신 아직 미완성이던

그 시절을 되돌려주오. 

노래의 샘물이

끊임없이 용솟음쳐 오르던 그 시절, 

안개가 온 세상을 가리고

꽃봉오리가 아직도 기적을 약속해 주던 시절, 

골짜기마다 가득 메웠던 온갖 꽃들을 꺾었던 그 시절 말이오.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은 흡족했으니, 

진리에의 충동과 환상에의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었소.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던 충동, 

그 깊고도 괴로움에 찬 행복, 

미움의 힘, 사랑의 위력, 

나의 젊은 날을 되돌려주오! 

 

어릿광대   하지만 대담하고도 우아하게 

익숙한 솜씨로 악기를 연주하며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기분 좋게 방황하는 것이 

노숙한 이들, 당신들의 의무이기도 하지요. 

 

p17 어릿광대 (이어서)   그렇다고 당신들을 덜 존경하는 건 아닙니다. 

흔히 말하듯 늙으면 어린이가 되는 게 아니라

아직도 진정 어린이처럼 지낸다는 것뿐입니다. 

 

단장     기분만 가지고 왈가왈부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망설이는 자에게는 기분도 일어나지 않을 걸세. 

 

오늘 이루지 못한 일이 내일엔들 성사되겠나.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말고

가능성이 엿보이면 과감하게 

기회를 포착하도록 하자고

그러면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일을 밀고 나갈 테니까 말이야. 

 

p18 단장    크고 작은 천상의 조명들을 모조리 동원하고 

별들도 얼마든지 사용하게나. 

물, 불, 암벽은 물론

동물과 새들도 빠져선 안 되네. 

비록 비좁은 가설무대 안일망정

창조의 온 영역을 재현해 놓고 

알맞은 속도로 두루 거닐어보자고. 

천국에서 현세를 거쳐 지옥에 이르기까지. 

 

<천상의 서곡>

p19 라파엘     태양은 옛날과 다름없는 음조로

형제별들과 노랫소리 겨루며

그에게 정해진 길을 

우리 같은 걸음으로 내닫는다. 

그를 보면 천사들은 힘을 얻나니

비록 오묘한 이치 터득할 자 없어도

그 불가해한 역사(하나님이 일함, 또 그런일)

천지창조의 그날처럼 장엄하여라. 

 

p19~20 가브리엘     또한 빠르게, 상사할 수 없이 빠르게

화려한 이 지구는 그 주위를 돌고 있다. 

천국인 양 밝은 낮이 

깊고 무시무시한 밤과 교차된다. 

바다는 드 넓은 조류를 이루며

깊은 암벽에 부딪쳐 솟구쳐 오르고 , 

바위도 바다도 영원히 

빠른 천체의 운행 속에 휩쓸려드는구나. 

미하엘    또한 폭풍우는 다투어서

바다에서 뭍으로, 뭍에서 바다로 휘몰아치며

광란하는 가운데 그 주변에

오묘한 인과의 사슬을 이루어낸다. 

거기 뇌성벽력을 앞질러

파괴의 번갯불이 번쩍이기도 하지만, 

주여, 당신의 사자들은

당신 날들의 온화한 변화를 찬미하옵니다. 

셋이서    그 광경을 보면 천사들은 힘을 얻나니

당신의 깊은 뜻을 헤아릴 자 없어도 

당신의 지고한 역사들은 모두 

천지창조의 그날처럼 장엄합니다.

 

p22 메피스토펠레스    태양이니, 세계니 하는 것에 대해선 말할게 없소이다. 

내 눈에 보이는 건 그저 인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 뿐이에요. 

지상에서 작은 신을 자처하는 놈들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천지개벽하던 그날 모양 이상하기만 합디다. 

차라리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던들

그들은 좀더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그것을 이성(理性)이라고 부르면서 

어떤 동물보다 더 도울적으로 사는 데 써먹고 있지요. 

 

인간들이란 다리 긴 메뚜기 모양

나는 듯하다가는 팔딱팔딱 뛰면서

늘 풀숲에 처박혀 케케묵은 옛 노래나 불러대는 족속이죠. 

아니, 풀 속에나 박혀 있으면 오죽 좋으련만

거름더미를 보기만 하면 그들의 코를 쑤셔박으니 원! 

 

p23 주님    자네 파우스트란 자를 아는가?

메피스토펠레스                              그 박사 말인가요?

주님                                                                 나의 종이니라!

(파우스트 스토리를 이끌고 갈 갈등의 시작. 주님,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주인공 파우스트(이름으로 거론됨) 등장하는 부분이다.)

 

주님      그가 지금은 비록 혼미한 가운데 날 섬기고 있지만,

내 멀지 않아 그를 밝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니라.

정원사도 나무가 푸르러지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임을 알게 되는 법. 

메피스토펠레스     내기를 할까요? 

 

p24 주님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메피스토펠레스    고맙습니다. 사실 난 

죽은 놈들과 상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통통하고 싱싱한 뺨을 가진 놈을 가장 좋아하지요. 

송장이 찾아올라치면 난 집에 없는 척 하지요. 

고양이가 죽은 쥐를 싫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님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잘 알고 있더군요, 라고. 

 

주님    네가 이긴 다음에라도 얼마든지 찾아오너라. 

나는 너희 같은 무리들을 미워한 적이 없으니

부정을 일삼는 정령들 중에서도

너희 같은 익살꾼들은 조금도 짐스럽지 않구나. 

인간의 활동력은 너무 쉽사리 느슨해져, 

무조건 쉬기를 좋아하니, 

나 그에게 적당한 친구를 붙여주고자 함이라. 

그를 자극하고 일깨우도록 악마의 역할을 다하거라-

그러나, 너희들은 진정한 신의 아들들아, 

생생하고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향유하도록 하여라! 

영원히 살아서 작용하는 생성의 힘이

사랑의 울타리로 너희를 둘러싸리니. 

아물대는 자태로 흐느적거리던 것을

영원히 지속되는 생각들로 굳건히 하라. 

 

비극

제1부

<밤>

p30 파우스트

우리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보니

내 가슴은 거의 타버릴 것만 같다.

하기야 박사니 석사니 문필가니 목사니 하는 

온갖 멍청이들보다는 현명한 편이지. 

나는 회의나 의혹 따위로 괴로워하지 않고, 

지옥이나 악마 따위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그 대신 모든 즐거움을 사라져버리고, 

무언가 올바른 것을 알았다는 자부심도 없으며, 

인간을 선도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그럴싸한 걸 가르칠 자신도 없구나. 

그렇다고 재산과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의 명예나 영하도 누리지 못하니

개라도 더 이상 이 꼴로 살기는 원치 않으리라! 

하여 나는 마법에 몰두하였다. 

정령의 힘과 말을 빌어

많은 비법을 알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다. 

그리 되면 더 이상 비지땀 흘려가며 

나도 모르는 걸 지껄일 필요가 없을 것이요, 

이 세계를 가장 내밀한 곳에서 

통괄하는 힘을 알게 되고,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통찰함으로써 

더 이상 말의 소매상을 벌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p32 파우스트 (계속)

온갖 지식의 안개에서 벗어나

네(달) 이슬을 맞으며 상쾌한 목욕을 할 수 있다면! 

 

슬프다! 아직도 난 이 감옥에 처박혀 있단 말인가?

이 저주받을 답답한 벽 속의 골방

• 이것이 너의 세계이다! 

(파우스트의 방. 그곳은 그의 세계다. 그렇다면 나의 세계는 어떠한가?)

 

그런데도 아직 묻고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너의 가슴이 

이다지도 불안하게 두근거리는가를?

 

p34(이어서) 어찌하여 형연할 수 없는 고통이

너의 모든 삶의 충동을 억제하는가를?

신은 인간을 생동하는 자연 속에

창조해 넣어주었는데, 

연기와 곰팡이 내음 속에서 널 에워싸고 있는 것은

동물의 해골과 죽은 자의 뼈다귀뿐이더냐. 

 

도망치자! 일어나자! 저 바깥 넓은 세계로 나가자! 

 

자연이 날 가르쳐준다면 

내 영혼의 힘이 깨어나

정령과 정령이 어떻게 대화하는가를 알게 되리라. 

그러나 메마른 사고방식으로

이 성스런 비유를 해명하려는 건 헛된 일이다. 

 

책을 펼치고, 대우주의 부적을 들여다본다. 

(각주 : Makrokosmos, 소우주 Mikrokosmos와 대비되는 말. 대우주는 자연, 즉 삼라만상을, 소우주는 인간을 가리킨다.)

p36 파우스트     아니, 내가 신이 아닐까? (각주 : Bin ich ein Gott? 신의 창조 활동에 참여하려는 파우스트의 초월적 욕망.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정신의 일단이 엿보인다.) 내 눈이 이다지도 밝아오다니! 

 

이 순수한 필치를 보노라니

자연의 섭리가 내 앞에 펼쳐 잇음을 알겠다. 

이제 비로소 저 현인의 말을 알겠구나. 

<정령의 세계가 닫혀 있는 게 아니라

네 오관이 닫힌 것이요, 네 마음이 죽은 것이니라! 

일어나라, 학생들이여, 결연한 자세로

세속에 병든 가슴을 아침의 태양에 씻어내도록 하라!>

 

부적을 들여다 본다. 

 

모든 개체들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작용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늘의 힘들이 오르내리며

황금의 두레박을 주고 받는구나!

축복의 향기 풍기면서 

이 모든 것 하늘로부터 지상으로 내려와 

조화롭게 삼라만상을 통해 울려퍼진다! 

 

p37 너희 젖가슴들아(각주 : 지식과 인식의 원천을 일컫는다.), 어디에? 너희는 모든 생명의 근원, 

하늘과 땅도 너희에게 매달려 있고, 

메마른 가슴 다투어 그곳으로 달려간다. 

 

p41 지령     하도 간절한 네 영혼의 소망에 이끌려 

나 여기 나타났도다! 

자신 속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것을 품고 키워온 가슴, 기쁨에 떨며 

우리 정령들과 어깨를 겨누며 부풀어올랐던 그 가슴

은 어디에 있느냐? 

너는 어디 있느냐, 파우스트? 그 음성 내게까지 들리도록

온 힘을 다 기울여 내게 내달아 왔던 너는? 

내 입김이 닿기가 무섭게 오장육부까지 오돌오돌 떨며

꼴사납게 웅크리고 있는 벌레가 바로 너란 말이냐? 

 

지령     탄생과 무덤

영원한 바다

변화무쌍한 조직(組織)

불타는 생명

나, 시간이라는 소란한 베틀에 앉아

신의 생동하는 옷을 짜낸다. 

 

p42 지령     너와 닮은 것은, 네가 생각하는 정령일 뿐

내가 아니로다!(사라진다)

 

바그너     종종 이렇게 칭송하는 소리도 듣습니다. 

희극배우가 목사도 가르칠 수 있다고요. 

 

p43 파우스트    그래, 목사가 희극배우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실제로 그런 일이 가끔 있지만 말이야. 

 

파우스트    만약 진심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걸세. 

마음에서 우러나와 

강렬한 원초적 흥미로써 

뭇사람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면 말이야. 

항상 죽치고 앉아 있어보라지! 주워 모든 조각들을

아교풀로 붙이거나, 

남의 잔칫상 찌거기나 모아 잡탕을 끓이거나, 

자네의 작은 잿더미에서

보잘것없는 불꽃을 살려내 본들

어린애와 원숭이들이나 감탄할까. 

그런 것이 자네 구미에 맞다면 그만이겠지만-

하지만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온것이 아니라면

결코 마음과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6월 오프 수업때 사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머리는 단순하고, 가슴은 뜨겁게 하고 글을 써라. 그래야 글을 쓸 수 있다.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차다면 글은 나오지 않는다. 여기저기 좋은 글귀들을 모아서 아교풀로 붙이지 말고, 남의 대작에서 끌어와 잡탕 만들지 말고, 나의 작은 잿더미에서 보잘것없는 불꽃을 살려내려고 애쓰는 것 대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내가 진심으로 느끼고, 강렬하게 쓰고 싶은 그것을 찾으려고 몰두한다. 아직 잘 떠오르지 않지만,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아하!’ 하는 날이 올 듯. 난 그것을 믿는다.)

 

파우스트     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이성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

굳이 말투를 꾸며낼 필요가 어디 있겠나?

그렇지, 자네들의 연설이 번지르르해도, 

내용인즉 삶의 휴짓조각을 구겨넣은 듯,

가을날 마른 가랑잎 사이로 스쳐가는

안개바람처럼 칙칙한 것일 테지. 

(와, 이 부분은 스피치 강사들에게 아주 용이하게 쓰일 것 같다. 아트스피치 김미경 원장님께 당장 알려드리고 싶은 부분이다. 물론 이미 알고 계실 수도. 또 재용오빠의 스피치에 대해 말할 때 했던 말과도 비슷하다. 이 부분은 스피치 회사에 자기소개서를 쓸 때 꼭 인용해봐야겠다.)

 

p44 바그너    오, 맙소사! 예술은 기로 

우리의 인생은 짧습니다.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터득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요. 

 

파우스트     그런 양피지 책이, 무슨 성스런 샘물이나 되듯

한 모금 마셔 영원히 갈증을 풀어줄 수 있겠나? 

그것이 자네의 영혼에서 샘솟은 것이 아니라면, 

상쾌한 맛을 얻지 못할 것일세. 

(바그너는 나, 파우스트는 나의 스승이 되어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시간이다. 내 영혼에서 샘솟는 것! 이것이 핵심 포인트!)

 

p45 파우스트      이 친구야, 과거의 시대들이란 우리에게

일곱 겹으로 봉인한 책이나 다름없어. 

자네들이 시대정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작가 양반들 정신 속에

그 시대가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네. 

 

바그너     하지만 이 세계! 인간의 마음과 정신! 

누구나 그런 것에 대해 좀 알고 싶어한단 말이죠. 

파우스트    그래, 그것도 앎이라고 한다면! 

누가 어린아이를 참된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그것을 알고 있는 극소수가

어리석게도 그것을 가슴 속에 간직하지 못하고 

그들의 감정, 그들의 앎을 어리석은 무리들에게 털어 놓았지. 

그 결과 십자가에 못박히거나 화형을 당하게 되었지만 말이야. 

 

p46 파우스트     (혼자서) 어째서 저 녀석에게선 모든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담. 

줄창 하찮은 것에 달라붙어 

탐욕스런 손으로 금은보화를 캨려다간

지렁이를 찾아내고도 기뻐하는 꼴이라니! 

 

아! 그 정령의 모습 너무 거대했기에

나 진정 난쟁이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신과 닮은 나는 이미 

영원한 진리의 거울에 아주 가깝다 생각했고, 

하늘의 광채와 밝음 속에 노닐면서 

속세의 아들이란 탈을 벗어버렸다. 

천사 케룹보다 뛰어난 나는 이미

자유로이 자연의 혈관 속을 흐르며

창조적으로 신의 삶을 향유하리라는 예감에 차 있었는데

나, 이 무슨 창피한 꼴이란 말인가!

우레 같은 말 한 마디에 혼비백산하고 말았으니. 

 

그 거룩한 순간에

나 얼마나 왜소하게, 그러면서도 위대하게 느꼈던가. 

그대는 잔인하게도 나를 다시 

불확실한 인간의 운명 속으로 밀어넣었다. 

 

아! 우리의 행위조차 고통과 매한가지로 

우리의 인생행로를 갈로막는 것이다.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해 준 아름다운 감정들도

어지러운 속세에서 마비돼 버리고 마느니. 

 

환상이 보통때는 대담하게 나래를 펴고 

p 48 희망에 가득 차 영원한 경지까지 날아가다가도, 

기대했던 행복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나씩하나씩 좌초하게 되면, 

이젠 조그만 공간에도 만족하게 된다. 

곧 마음속 깊이 걱정이 둥지를 틀게 되고, 

거기 남모르는 고통이 생겨나

불안스레 흔들대며 기쁨과 안식을 방해한다. 

걱정은 항상 새로운 탈을 쓰고 나타나는즉

집과 농장, 아내와 자식, 

또는 불, 물, 비수 그리고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별것도 아닌 일 때문에 두려워 떨고,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놓고 줄창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신들을 닮지 않았다!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흙더미를 파헤치는 벌레와 닮았다. 

흙먼지를 먹으며 살아가다가

나그네의 발길에 밟혀 파묻혀버릴지도 모른다. 

 

어디서나 인간들은 고통을 겪는다는 것, 

어쩌나 하나쯤 재수 좋은 놈이 존재한다는 것, 

그걸 알려고 수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p49 너의 두뇌도 한때는 나처럼 헷갈리면서

안락한 날을 희구하고, 답답한 어스름 속에서 

열렬히 진리를 찾아 처량히도 헤매었겠지? 

바퀴와 톱니, 원통 또는 손잡이 달린 기구들아, 

(이게 뭘까? 연장? 파우스트 방에 있는 실험도구 들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톱, 비커, 지렛대, 나사 등인 것 같다.)

너희들도 물론 날 조롱하고 있으렸다. 

내가 문 앞에 섰을 때, 너희들은 열쇠가 되어야 했다.

 

밝은 대낮에도 자연은

비밀에 가득 찬 베일을 벗지 않나니, 

우리의 정신에게 내보이려 않는 것을

지렛대나 나사 따위로 얻어낼 수 있겠느냐. 

 

조상에게서 상속받은 것은

그저 소유하기 위해 획득했을 뿐, 

사용치 않는 재산은 무거운 짐이 될 따름이니

순간이 만들어내는 것만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p50 파우스트    망망대해로 나, 떠밀려 나가니

거울 같은 바닷물이 내 발치에서 반짝이고

새로운 날이 나를 새로운 해변으로 유혹하는구나. 

 

p51 이 숭고한 삶, 이 신성한 기쁨

아직 벌레 같은 내가 이것을 향유할 자격이 있을까? 

오냐, 저 다정한 지상의 태양으로부터

결연히 등을 돌리자!

모두들 살금살금 피해 가는 

저 문을 과감히 박차고 나가자. 

이젠 행동으로 증명할 때가 왔다. 

인간의 용기는 신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 

환상 속에 고통을 만들며 자신을 저주하는 

저 어두운 동굴 앞에서도 떨지 않는다는 것, 

지옥의 모든 불길 활활 타오르는

저 좁은 통로를 통해 과감히 들어가

비록 허무 속으로 휩쓸려들 위험이 있다 해도 

이 발길 씩씩하게 내디딜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올해 내 삶의 키워드로 ‘용기’를 정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본다. 나는 용기 있게 생각하고, 용기 있게 말하며 행동하였나? 일부분 그런 것도 같다. 아닌 부분도 여전히 많지만, 전보다 나아졌다.)

 

젊은 날의 수많은 밤들이 기억나지만, 

오늘은 널(수정술잔) 옆사람에게 돌리려는 게 아니다. 

 

p52 네 그림무늬를 가지고 나의 시재를 발휘라려는 것도 아니다. 

여기 빨리 취하게 하는 액체가 있으니, 

이 갈색의 액체로 네 빈 속을 가득 채워주겠다. 

내 일찍이 마련했다가 이제 선택하노니, 

이 마지막 술잔, 내 마음 다바쳐

엄숙한 축복의 인사와 더불어 새아침을 위해 건배하노라! 

 

천사들의 합창 

살며시 잠입하여

남을 파멸시키려는, 타고난

욕구에 사로잡힌 인간들아. 

 

p53 천사들의 합창

슬픔 속에서

구원과 단련의 시련

이겨내신 주님

 

파우스트      복음은 잘 들리지만, 나에겐 믿음이 없다. 

기적은 믿음의 가장 사랑스러운 자식.

기쁜 소식 들려오는 저 영역으ㅗ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p54 파우스트    말할 수 없이 감미로운 그리움이 

날 숲과 초원으로 내달리게 했고, 

뜨겁게 흐르는 눈물 속에서 

나, 새로운 세계가 생겨남을 예감했었다. 

저 노랫소리는 젊은이에게 즐거운 유희와 

축제일의 신명나는 즐거움을 알려주었지. 

추억이 나를 천진스런 동심으로 이끌어 

마지막 엄숙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구나. 

 

눈물이 솟구치는 구나, 이 땅이 날 다시 받아들이는구나! 

 

사도들의 합창

소생하는 기쁨 속에

창조의 즐거운 누리셨네. 

아아! 슬프게도 우리는

이 땅의 품안에 남아 있네. 

주님 사모하는 우리들

이곳에 남겨놓으셨네. 

아아! 스승님, 우리는 애통합니다. 

당신의 기쁨 나누지 못했음이!

 

<성문 앞에서>

p57 거지   

베푸는 사람만이 마음도 즐거운 법이외다. 

모두들 즐기는 이날이

제겐 수확의 날이 되게 하소서. 

 

p58 세번째 시민 

그들이야 대가리 깨지건 말건

모든 게 뒤죽박죽되건 말건

우린 집만 옛날대로 무사하면 그만이지. 

 

늙은 여인

너무 도도하게 굴지 말아라! 그만하면 됐다!

너희들의 소망쯤이야 나도 들어주겠다. 

 

p59 군인들

나팔 소리 우렁차게

우리는 아가나다, 

기쁨을 향해서건

파멸을 향해서건,

이것이 돌진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처녀건 성벽이건

함락시키고 말리라. 

힘은 많이 들겠지만

그 보상은 훌륭하겠지!

이렇게 병사들은

전진 또 전진. 

 

p60 파우스트     다정한 봄의 시선에 생기를 얻어

강물도 시냇물도 얼음에서 풀렸구나. 

골짜기엔 푸른 희망의 기쁨. 

노쇠한 겨울은 힘을 잃고

거친 산 속으로 물러났다. 

도망치면서도 거기로부터 

힘없는 싸락눈을 뿌렸는가,

푸른 들판 위에 줄무늬를 그린다. 

그러나 태양은 어떤 흰색도 용납하지 않는다. 

도처에 형성과 노력의 기운 꿈틀거리고, 

만물은 온갖 색깔을 띠고 생동한다. 

이 근방엔 꽃들이 없는 대신

잘 치장한 사람들이 모여드는구나. 

 

p61 파우스트     자, 보게나! 많은 사람들이 민첩하게

공원과 들판을 뒤덮고 다니는 양을. 

강을 가득 메우며 흔들거리는 

즐거운 나룻배들. 

가라앉을 듯 가득 사람들을 싣고 

저 마지막 조각배가 떠나간다. 

먼 산의 오솔길에도 

알록달록한 옷들 눈에 띄는구나. 

어느새 마을로부터 왕자지껄하는 소리 들려오는가. 

여기야말로 민중의 참된 천국이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쁜 환호성을 지르는군. 

여기에선 나도 인간이다, 여기에선 나도 인간이 되리라!

 

p64 늙은 농부     도움을 베푼 분에게 하늘이 도움을 내린 것입니다. 

 

바그너    오, 위대하신 선생님, 군종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시니

얼마나 기분이 좋으실까!

자신의 재능으로 이런 성공을 거두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p65 파우스트     우리 저 바위까지 몇 걸음 더 올라가 

거기서 잠시 쉬어 가도록 하세. 

때로 생각에 잠긴 채 여기에 홀로 앉아 

나, 기도와 금식으로 고행을 했다네.

희망에 넘치고 믿음도 굳건히

눈물과 한숨 속에 두 손을 모으고 

그 흑사병 끝장내 달라고

하늘에 계신 주님꼐 간청했었지. 

사람들의 찬사가 내겐 조롱처럼 들리는군. 

 

p67 파우스트    오, 누구든 이 미혹의 바다에서 

아직은 벗어날 수 있다고 희망하는 자, 행복하도다!

알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필요로 했지만, 

알고 있는 것은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황금의 시간을 

이 따위 우울한 생각으로 망치지 말자! 

저길 좀 보게나, 빛나는 저녁 햇살 속에 

푸른 숲에 둘러싸인 오두막집이 빛나는 양을. 

석양이 기울어 하루의 생명이 다하면

태양은 서둘러 달려가 새로운 삶을 촉구한다. 

오, 내게 날개가 있다면 땅에서 솟구쳐 올라

태양을 따라 어디든 날아갈 수 있으련만!

영원한 석양 속에 

발 아래 고요한 세계를 볼 수 있으련만. 

산봉우리들은 이글거리고 골짜기는 고요한데, 

은빛 시냇물이 황금빛 강물 속으로 흘러들리라. 

그러면 수많은 골짜기가 있는 험준한 산도

신처럼 날아가는 나의 행로를 막지 못하고, 

어느새 따뜻한 만을 낀 바다가

놀라는 내 눈앞에 전개되리라. 

그러나 결국 태양의 여신은 가라앉을 것이다. 

그래도 내겐 새로운 충동이 깨어나

태양의 영원한 빛 마시기 위해 달려가리라. 

 

p68 파우스트    아아! 정신의 날개 이토록 가벼운데

육신의 날개가 응해 주질 못하누나. 

그러나 머리 위 푸른 하늘 속으로 

낭랑한 종달새의 노래 울려퍼질 때, 

하늘 높이 치솟은 전나무 위로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선회할 때, 

초원 위로, 호수 위로 

두루미가 고향을 찾아 헤맬 때, 

누구의 마음인들 하늘 높이 솟구쳐 나아가지 않으랴. 

그것이 우리 모두의 타고난 천성일진대.

바그너     숲과 들을 바라봐도 이내 싫증이 나고

새의 날개 따위도 부러울 것 같지 않네요. 

하지만 이 책 저 책, 이 쪽 저 쪽 읽어가는

정신의 즐거움을 얼마나 다른지요! 

긴 겨울밤이 은혜롭고 아름다우며, 

축복받은 생기가 온몸을 따사롭게 해줍니다. 

아아! 그때 귀한 양피지 책이라도 펼쳐놓으면

천국이 온통 제게로 내려온 기분이랍니다. 

 

파우스트     자네는 한 가지 충동밖에 모르는군.

오오, 또 하나의 충동을 알려고 하지 말게!

p69 (이어서) 내 가슴 속에 아아! 두 개의 영혼이 깃들여서 

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 

현세에 매달려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로르려고 하네. 

오오, 하늘과 땅 사이를 지배하며

대기 속에 부유하는 정령이 있다면, 

부디 황금빛 운무에서 나와

나를 새롭고 찬란한 삶으로 이끌어다오! 

그래, 마법의 외투라도 얻을 수 있어서

미지의 나라로 날아갈 수만 있다면!

내겐 그것이 어떤 귀중한 의복보다

아니 임금의 곤룡포보다 값진 것이 되리라. 

 

p71 바그너    잘 길들여진 개라면

현명하신 분의 마음에도 들 것입니다. 

학생 중에서도 뛰어난 제자인 이 녀석

필경 선생님의 귀여움도 받을 겁니다. 

 

서재 

p72 파우스트     밤은 예감에 가득 찬, 성스러운 두려움으로 

우리 마음속 선한 영혼을 일깨워 준다. 

온갖 격렬한 행위를 동반하는

거친 충동 잠들었으니, 

인간의 사랑 움터나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고개를 든다. 

 

아아, 우리들의 비좁은 방에

등불이 다시 정답게 켜지면

우리의 가슴 속도 밝아진다. 

자신을 아는 마음속도. 

이성은 다시금 말을 시작하고

희망도 다시 피어난다. 

우리는 삶의 시냇물을, 

아아, 그 삶의 원천을 그리워하노라. 

 

p73 파우스트    흔한 일이지만 우리 인간은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조소하고, 

때로 불편한 일이 발생하면

착하고 아름다운 걸 봐도 곧잘 불평한다마는

너희들 개도 인간들처럼 으르렁거리고 싶단 말이냐? 

 

왜 삶의 강물은 그리도 빨리 메말라

우리를 다시 갈증에 허덕이게 하는가? 

그것은 내가 수없이 경험해 온 것. 

이러한 결핍을 메우는 일은

초현세적인 것을 숭상하고, 

무엇보다 신약성서에서 

고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하늘의 계시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p74 여기 씌어 있기를, <태초에 말씀이 계셨느니라!>

이 대목에서 벌써 막히는구나! 누가 나를 도와 계속 할 수 있게 해줄까?

나는 말씀이란 말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가 없다. 

정령으로부터 올바른 깨달음을 얻었다면, 

나는 이 말을 다르게 옮겨야 한다. 

이렇게 쓰면 어떨까, <태초에 뜻이 있었느니라!>

첫번째 구절을 신중히 생각해

붓이 너무 빨리 나가지 않도록 해야겠다! 

만물을 창조하고 다스리는 것이 과연 <뜻>이랄 수 있을까? 

차라리 이건 어떨까, <태초에 힘이 있었느니라!>

하지만 내가 이렇게 써내려가는 동안

벌써 거기에 집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 있다. 

정령의 도움이구나!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기쁜 망므으로 기록하노니, <태초에 행위가 있었느니라!>

(괴테가 성서의 첫장, 첫절을 독일어로 옮기는 과정을 나타낸다. 6월 오프 수업때 사부님께서 곧 나올 책의 서문을 읽어주셨다. 나의 기억이 맞다면, 그 책의  서문은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로 시작한다. 난 그 한 문장을 듣고 압도되었다. 권위가 느껴지고, 힘있게 들렸다. 성경의 첫 절에서 ‘말씀’이란 단어를 ‘이야기로’ 바꾸었는데 신화와 아주 잘 맞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

 

p78 파우스트     자네 이름이 뭔가? 

메피스토펠레스(이하 메)              그 질문은 시시한 것 같은데요. 

말(言)이란 걸 그다지도 경멸하시고 

일체의 외관을 훨씬 초월해서 

본질의 깊은 곳만을 탐구하시는 분으로선 말입니다. 

 

p80  메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분입지요. 

파우스트     그  수수께끼 같은 말은 무슨 뜻인가? 

메     소생은 항상 부정을 일삼는 정령입니다!

생성하는 모든 것은 멸망하게 마련이니

그게 당연한 것 아닐는지요.

그러니 아예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당신들이 죄라느니, 파괴라느니

요컨대 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제 원래의 본성이랍니다. 

파우스트      자네는 자신을 일부라고 하면서, 내 앞에 서 있는 건 전부가 아닌가? 

메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이랍니다. 

 

p81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지요. 

저 오만한 빛은 모체인 밤을 상대로

옛 지위, 즉 공간을 빼앗으려 싸움을 벌였지만, 

아무리 애를 써봤자, 그건 안 될 일입니다. 

빛이란 결국 물체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오고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물체는 빛의 진로를 가로막지요. 

그리하여 제가 바라는 대로, 오래지 않아

물체와 더불어 빛도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메     물론 많은 일을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무(無)와 맞서고 있는 그 무엇, 

이 볼품없는 세계에 대해

벌써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그것을 장악할 수 없더군요. 

파도, 폭풍, 지진, 화재 등 온갖 것 다 동원해도

결국 바다도 육지도 멀쩡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게다가 동물이니 인간이니 하는 빌어먹을 족속들

도무지 손도 쓰지 못할 만큼 질기더란 말입니다!

벌써 얼마나 많은 놈들을 땅에 파묻었던가요!

하지만 여전히 새롭고 신선한 피가 순환하고 있는 겁니다. 

일이 계속 이 지경이니, 정말 미칠 노릇이에요!

p82 공기, 물 그리고 땅에서

수많은 새싹이 돋아납니다. 

메마른 곳, 축축한 곳, 따뜻한 곳, 심지어는 추운곳에서까지!

 

p82 파우스트     그래서 자네는 영원히 활동적인

자애로운 창조의 힘에 맞서 

그 차가운 악마의 주먹을 내지르는 모양이지만, 

아무리 음흉하게 주먹을 쥐어보았자 헛일일걸! 

 

p84 메     친구여! 당신은 이 한 시간 내에

따분했던 한 해보다

더 많은 관능적 쾌락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귀여운 정령들이 노래하는 것, 

그들의 아름다운 형상들이 보여주는 것, 

그것들은 한탄 공허한 요술놀이가 아닙니다. 

당신의 후각도 기분 좋을 것이요, 

당신의 입 안엔 달콤한 맛이 감돌 것이요, 

당신의 감각은 황홀경에 이를 것입니다. 

미리 준비할 것도 없지요. 

우리 패거리들이 다 모였으니, 자, 모두 시작하자꾸나! 

 

p86~87 정령들 

어떤 이들은 

산을 오르고, 

어떤 이들은 헤엄쳐

바다를 건너고, 

다른 이들은 하늘을 난다. 

모두들 삶을 향해

모두들 저 멀리

하늘의 축복

사랑하는 별을 향해. 

 

서재

p89 메     빨간 옷에 금박의 장식을 하고, 

사각사각대는 비단 외투를 걸치고, 

모자에는 수탉의 깃털

길고 뾰족한 칼도 하나 찼답니다. 

요컨대, 당신에게 권하노니

당장 나와 같은 복장을 하시지요. 

그러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인생이 어떤 건지 체험할 수 있을 겝니다. 

 

파우스트     어떤 옷을 입든 이 비좁은 지상의 삶에서 

나는 여전히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부족해도 참아라! 부족해도 참아라! 

이것이 영원한 노래다. 

누구의 귓전에든 울리는 그 노래, 

우리의 한평생을

시시각각 목쉰 소리로 들려온다. 

나는 아침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깨어난다. 

쓰디쓴 눈물 흘리며 울고 싶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한 가지도, 단 한 가지 소망도 이루지 못한 때문이며, 

모든 쾌락에의 예감조차

집요한 비판으로 감소되고, 

가슴 속에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도 

오만가지 세상 일로 방해받기 때문이다. 

밤의 장막이 내려도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워야 하노니, 

여전히 안식을 얻지 못하고 

갖가지 사나운 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신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움직일 수 있지만, 

내 모든 힘 위에 군림하는 신은 

바깥을 향해선 아무것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내겐 존재한다는 것이 짐이 되고, 

죽음이 바람직할 뿐, 인생이 역겹구나. 

 

p90 파우스트    무서운 마음의 혼란으로부터는 

귀에 익은 달콤한 음조가 끌어내 주었고, 

유년기의 감정이 아직 남아 있는 내 마음은 

즐거웠던 그 시절의 여운으로 속였지만, 

나는 저주하노라, 내 영혼을 

유혹과 속임수로 사로잡아

이 슬픔의 동굴 속에

기만과 감언이설로 잡아놓는 모든 것을!

무엇보다, 우리 정신이 사로잡혀 있는 

저 드놉은 욕망을 저주하노라!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현란한 현상을 저주하노라!

꿈속에서 우리를 기만하는

명예니 불멸의 명성이니 하는 거짓을 저주하노라. 

처자식, 종복, 쟁기 등

소유물로서 우리에게 아첨하는 것을 저주하노라. 

황금의 신 마몬을 저주하노니,

재물을 믿고 갖가지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충동질 하고, 

안일한 쾌락을 누리도록

편한 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저주하노라, 포도의 향긋한 단물을!

저주하노라, 저 지고한 사랑의 은총을!

저주하노라, 희망을! 그리고 신앙을!

저주하노라, 무엇보다도 인내심을! 

 

(괴테가 이 많은 것을 다 저주한 이유가 무엇일까? 모든 것이 다 거짓되어 보였기 때문일까? 위선적으로 보였나? 스스로가? 이 부분은 해설이 필요하다.)

 

p92 정령들의 합창

우리는 부서진 조각들을

허무 속으로 나르며

사라진 아름다움을 

못내 한탄하노라. 

지상의 아들 중

강력한 그대여

세상을 더 아름답게

다시 세워라. 

그대의 가슴 속에 일으켜 세워라! 

 

p 92~93 메

감각과 혈기가 막혀버린

고독감으로부터 

넓고 넓은 세상으로

당신을 유혹하려는 것입니다. 

 

독수리처럼 가슴을 쪼아대는

당신의 번뇌를 내보이는 짓을랑 그만두십시오. 

아무리 하찮은 사람들과 어울리더라도

당신이 인간과 더불어 사는 인간임을 느낄겝니다. 

그렇다고 당신을 천민들 속에

밀어넣자는 뜻은 아니올시다. 

내가 위대한 존재는 아니지만, 

당신이 나와 함께 어울려

이 세상에 발을 들여놀 생각이라면, 

나는 기꺼이 순종하며넛 

당장이라도 당신의 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동반자가 되었다가 

마음에 드신다면

하인이건 종이건 무엇이든 되어드리리다! 

 

p94 파우스트 

이 땅에서만 나의 기쁨이 샘솟고, 

이 태양만이 내 고뇌를 비춰줄 뿐일세. 

이것들과 우선 헤어질 수 있다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든 될 대로 되라지. 

미래에도 증오와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 세상에도 역시 

상하의 구분이 존재하는지, 

그런 이야길랑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네. 

 

파우스트 

고귀한 노력을 경주하는 인간의 정신을 

너희들 따위가 이해한 적이 있었느냐?

자네는 물리지 않는 음식이라도 갖고 있단 말인가? 

수은처럼 끊임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붉은 금(金)이라도 갖고 있단 말인가? 

결코 이길 수 없는 노름이나 

내 품안에 안겨

이웃 남자에게 눈짓으로 약속을 하는 소녀, 

혹은 유성처럼 사라져버리는

신의 쾌락 같은 명예를 선사할 수 있단 말인가?

따기도 전에 썩는 과일이 있다든지

나날이 새롭게 푸르러가는 나무가 있다면 보여주게나! 

 

p95 파우스트     나, 한가로이 침상에나 누워 뒹군다면

당장 파멸해도 좋으리라!

자네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관능의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게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자, 내기를 하자!

메      좋습니다. 

파우스트              이것은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그땐 조종(弔鍾)이 울려도 좋을 것이요, 

자넨 내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질 것이며, 

나의 시간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리라! 

 

p96 파우스트    내가 어느 순간에 집착하는 즉시 종이 되는 거야.

 

파우스트 자네는 아직 장부일언중천금이란 말도 모른단 말인가?

내가 한 말이 영원토록

내 일생을 지배하리라는 사실로 충분하지 않은가?

세상만사 여러 갈래로 계속 흘러가는데

나, 하나의 약속에 얽매여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런 망상은 우리 마음속에 뿌리 박혀서 

누구도 쉽사리 벗어날 수 없구나. 

신의를 마음속에 깨끗이 지니고 있는 자는 행복할 것이요, 

어떠한 희생에도 후회함이 없으리라!

 

p97 파우스트     말은 붓끝에서 이미 생명을 잃고, 

봉랍과 가죽끈 따위가 지배권을 행사하는 거야. 

 

파우스트    내가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건

바로 이 약속을 지키는 일일세. 

내 비록 고고한 척 으스댔지만 

자네 정도의 존재에 불과할 뿐. 

저 위대한 정령이 날 물리쳤고, 

자연도 내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사색의 실마리 끊겨버리고

온갖 지식에 구역질을 느낀 지 이미 오래도다. 

차라리 깊은 관능의 늪에 빠져 

이글거리는 열정을 잠재워보자꾸나!

꿰뚫어 볼 수 없는 마술의 덮개 속에서

갖가지 요술을 당장 준비하게나ㅣ!

시간의 여울 속으로,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 한번 뛰어들자꾸나!

거기 고통과 쾌락이

성공과 실의가

멋대로 뒤엉켜와도 좋다. 

끊임없이 활동하는 자, 바로 대장부일진대. 

 

p98 파우스트      이러한 도취경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일세. 

고통스러운 향락, 사랑에 눈먼 증오, 속이 후련해지는 분노에. 

지식에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류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p99 메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어떤 인간도 이 해묵은 효모를 소화해 내지 못하지요. 

 

파우스트     그러나, 나는 해보겠다!

메                                                        그거 듣기 좋은 말입니다!

인생은 짦고 예술은 길다는 사실이외다. 

생각컨대 당신은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시인과 친분을 맺도록 하십시오. 

그로 하여금 뭇 상념 속을 떠돌게 하고는

온갖 고귀한 특성을

예지에 찬 당신의 머리 속에 쌓아 넣으시지요. 

사자의 용맹, 

사슴의 민첩성, 

이탈리아 사람의 혈기, 

북방인의 끈기 같은 것 말입니다. 

또한 그에게 비결을 일러달라고 하십시오. 

p100 관대함과 간특함을 겸비하면서 

뜨거운 청춘의 충동을 지니고

계획대로 연애나 할 수 있는 비결을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나도 사귀고 싶은즉

소우주(小宇宙)선생이라 부르고 싶습니다.ㅣ 

 

파우스트        내 모든 감관(感管)이 열망하는

인생의 왕관을 쟁취하지 못한다면

나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메    당신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지요. 

 

파우스트      나도 그걸 느끼네. 부질없이 나는

인간 정신의 온갖 보화를 긁어모은 꼴일세. 

결국 이렇게 주저앉아 있어도

내부에서 아무런 힘도 새로이 솟아나지 않는군. 

털끝만큼도 높아지지 못하고, 

한 걸음도 무한한 자에게 다가서지 못했네. 

 

메    삶의 기쁨이 달아나기 전에

우린 좀더 슬기롭게 해동해야 합니다. 

제기랄! 물론 손과 발, 

대가리와 궁둥이는 당신의 것이죠. 

하지만 내가 새로이 즐기고 있는 모든 게 

내 것이 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요? 

 

p102 메      왜 이식도 없는 짚단을 터느라 고생을 합니까?

당신이 알아낸 최고의 진리는

학생놈들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 형편이지요. 

 

p103 메       저놈의 운명이 부여받은 정신이란 게 

거침없이 앞으로만 내달리는 즉, 

녀석의 성급한 노력 때문에 

지상의 쾌락을 뛰어넘어 버릴 거야. 

저놈을 기어이 거친 삶으로, 

그 무미건조한 세계로 끌어넣으리라. 

녀석은 필경 아등바등거리며 매어달릴 것이다. 

항상 허기진 탐욕의 입술 앞에 

진수성찬, 맛좋은 술이 어른거리게 하리라. 

녀석은 식욕이 동해 사족을 못 쓰겠지. 

그쯤 되면 악마에게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다 해도 

결국은 제풀에 파멸하고야 말걸!

 

p104 메         그런 건 다만 습관의 탓일세. 

갓난아이도 엄마의 젖을 보고 

처음부터 즐겨 빨아대는 게 아니야. 

그러나 버릇이 들면 곧 탐욕스레 매달리게 되지. 

그와 같이 자네도 날이 갈수록

지혜의 젖가슴을 더욱 탐닉하게 될 걸세. 

 

p105 메     시간은 빨리 흐르는 것이니 아껴쓰도록 하게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시간을 벌게 되지. 

(맞는 말. 지당한 말이다.)

 

p106 메      (앞쪽도 이어서 참고할 것)

이런 이론을 학생들은 어디서나 찬양하지만

누구 하나 대가가 되지는 못했다네. 

살아 있는 것을 이해하고 기술하련ㄴ 자는

우선 정신을 몰아내려고 애쓴단 말이거든. 

그리하여 부분들은 손에 넣게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신적 유대가 결어된단 말씀이야. 

화학에서는 이것을 자연의 조작(각주 참고)이라고 부르지만, 

스스로를 조롱할 뿐 근본 이치는 모르고 있단 말이야. 

 

p107 메     형이상학 공부를 시작해야 하네! 

그리 되면 인간의 두뇌에 적합치 않은 것도

심오한 의미를 붙여 파악함을 알게 될 거야. 

두뇌 속에 용납되든 안 되든

멋진 용어가 마련되어 있거든. 

그러다 보면 자네도 곧 알게 될 거야. 

교수들이 책에 씌어 있는 것밖에는 이야기할 줄 모른다는 것을. 

그래도 필기만은 열심히 해두게. 

마치 성스런 신탁이라도 받아적듯이! 

 

p108 메 

법이니 권리니 하는 따위는 

영원한 질병처럼 계속 유전되는 것이라네.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승되고, 

이 지방에서 저 지방으로 슬쩍 옮겨가게 되지. 

이성이 불합리로, 선행이 고난으로 변하니 

자네가 그 자손으로 태어난 것이 슬프도다 

유감일세! 우리가 타고난 기본권에 대해 

아무도 문제사는 이 없다니. 

(괴테는 법을 공부하면서 법이 싫었을까? )

 

p110 메     누구든 배울 수 있는 것만을 배울 뿐이라네. 

 

p111 메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일세. 

푸른 건 인생의 황금나무지.

 

메        옛 말씀과 나의 아주머니인 뱀의 지시를 따라라. 

언젠가는 신을 닮았다는 사실이 두려워지리라!

 

p112 파우스트      나는 한 번도 세상과 어울리질 못했다네. 

다른 사람들 앞에만 서면 왜소하게 느껴지니, 

언제나 당황하게 마련일걸.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지하 술집 (괴테가 16살에 갔던 도시. 라이프치히)

p118 프로슈     보아하니 느지막이 리파흐를 떠난 것 같은데

거기에서 한스 녀석하고 저녁식사라도 즐겼소?

(한스 녀석 : 악마의 왼발은 말의 발굽이라는 전설이 있다.)

 

p119 메 

지난번에 만났을 땐

사촌들 얘길 많이 합디다. 

여러분을 만나거든 안부나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p125 메       거짓 형상과 말(言)이여, 

의미와 장소를 바꾸라!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으라! 

마녀의 부엌

p128 메 (젊게 만드는 자연 요법)

지금 당장 들로 나가서 밭 갈고 땅 파는 일을 시작하세요. 

당신의 몸과 마음을 

아주 제한된 범위 속에 보존하시고

자연식으로 몸보신을 하십시오. 

가축들과 더불어 살며, 추수한 밭에 

몸소 거름을 준다고 창피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것이야말로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니

팔십 고령에도 젊음을 간직할 수 있을 겝니다! 

 

p129 메    시간만이 이 섬세한 발효를 강화시켜 준답니다. 

 

p132 파우스트      오, 사랑이여, 너의 가장 빠른 날개를 빌려다오!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다오! 

아름답기 짝이 없는 여인의 모습!

이럴 수 있을까? 여자란 저토록 아름다운 것일까?

이 늘씬하게 뻗은 육체 속에서

하늘의 온갖 정수를 보게 되는 구나. 

저런 것이 지상에도 있을까? 

 

p133 짐승들     우리에게 운이 따르고

만사 형통하게 되면, 

바로 사상이란 게 생겨나지요! 

 

p135 메      세상을 온통 핥고 다니는 문화란 것이

악마에게까지 손을 뻗쳤단 말이다. 

 

p137 파우스트     아니 이보게, 무엇이 된다는 거야?

이 엉뚱한 물건들, 이 미치광이 몸짓

저 졸렬하기 짝이 없는 속임수. 

이 따위는 나도 안다. 정말 가증스런 것들이다. 

메      아따, 그저 우스개 장난일 뿐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굴지 말아요!

저것이 의사로서 주문을 외워야 

약효가 제대로 나올 겝니다. 

 

p138 미녀 

하나에서 열을 만들고

둘은 없애버리며

곧 셋을 만들어라. 

그러면 너는 부자가 되리라. 

넷은 잃어버려라!

다섯과 여섯으로부터

마녀 가라사대

일곱과 여덟을 만들어라. 

그러면 완성되리라. 

아홉은 하나요. 

열은 무(無)로다. 

이것이 마녀의 구구법이다. 

 

메    완전한 모순이란 현자에게나 바보에게나 

똑같이 신비에 차 있으니까요. 

친구여, 학문이란 낡고도 새로운 것이 아닐까요.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여서, 

 

흔히 인간들은 무슨 말을 들으면

그 속에서 무언가 생각할 게 있다고 믿지요. 

 

거리

p143 메

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는 아이더군요. 

아무 죄도 없으면서 고해하러 갔으니 말입니다. 

저런 아이에게는 나도 힘을 쓸 수 없다구요. 

 

메   당신은 마치 바람둥이 한스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 녀석은 사랑스런 꽃은 모두 차지하려 들며넛, 

명예니 사랑이니 하는 것도 

꺾지 못할 게 어디 있느냐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늘 그렇게 되진 않을 겝니다. 

 

생각해 보세요! 되는 일도 있고 안 되는 일도 있어요!

 

p144 메     

정말 커다란 즐거움을 맛볼 양이면, 

우선 요리 주물럭 조리 주물럭

온갖 장난질을 다 치다가 

예쁜 인형으로 빚어서 요리하는 것이지요 

남국의 이야기들이 숱하게 가르쳐주는 대로. 

 

p145 메    다짜고짜 선물이라? 그 참 멋지군! 잘될 것 같은데!

나는 좋은 장소도 많이 알고 

옛날에 묻어둔 보물도 많이 알고 있지. 

어디 좀 살펴봐야겠는걸. 

 

저녁

p146~147

파우스트 

반갑다, 감미로운 저녁놀이여. 

이 성스런 방을 두루 비춰주는구나!

희망의 이슬을 마시며 연명하는 

너 달콤한 사랑의 아픔이여, 내 마음을 사로잡아다오!

주위에서 숨쉬는 이 고요함, 

이 질서와 만족감!

가난 속에 깃들인 이 충만감!

감옥 같은 골방 속에 깃들인 축복이여! 

오, 나를 받아다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두 팔 벌려 그녀의 조상들을 맞아주었을 의자여! 

아, 얼마나 자주 이 둘레에

아이들의 무리가 에워싸곤 했을까!

내 사랑하는 소녀도 통통한 뺨을 하고 

성탄절의 선물에 감사드리며

메마른 할아버지 손에 경건히 입맞추었겠지. 

오 소녀여, 나는 느끼노라, 

실하고도 알뜰한 너의 마음이 내 주위에서 살랑거림을. 

 

p151 마르가레테 

젊고 예뻐봤자 무슨 소용이람?

그런 것도 다 좋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그게 다라고 생각하겠지. 

칭찬은 하면서도 반쯤은 가엾게 여길걸. 

모두들 돈을 향해 달려들고 

돈에만 매달려 있으니, 

아아, 우리 같은 가난뱅이만 불쌍하지!

 

산책길

p154 메      저렇게 사랑에 빠진 바보는

애인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면

해, 달, 온갖 별들까지 허공에서 폭파하려 든단 말이야. 

 

이웃 여인의 집 

p157 마르가레테     그래서 전 평생 사랑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아요. 

그를 잃으면 죽을 지경으로 슬퍼질 테니까요. 

메     기쁨에는 슬픔이, 슬픔에는 기쁨이 따르는 법이지요. 

p158 메      그도 자신의 과오를 몹시 후회하고 있었어요. 

그래요. 하지만 자신의 불운을 무엇보다 한탄했었죠. 

마르가레테      아! 인간이란 왜 이다지도 불행한 것일까요?

 

p159 마르가레테       그건 이 고장 풍습에 맞지 않아요. 

메        풍습이야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럴 수도 있는 일이죠. 

메      <난 잠시도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 

자식들이 생기자, 그것들을 위해 빵을 벌어야 했지. 

아주 넓은 의미의 빵을 말이야.>

 

p160 마르테     그렇게 온갖 정성에, 온갖 사랑을 바치고 

밤낮으로 고생을 했는데도 다 잊어버리다니! 

 

p162 메        두 사람의 증인만 있으면

어디서나 사실로 입증되는 법입니다. 

마르가레테    그런 분 앞이라면 전 얼굴이 붉어질 거예요. 

메         세상의 어떤 왕 앞에서라도 그럴 필요 없습니다. 

 

길거리 

p163  파우스트   한 가지 일을 해주었다면, 대가를 받는 것도 당연하지. 

메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이 

평생 처음이란 말인가요? 

당신은 신과 세계와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또 인간과, 인간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자신만만하게 정의내린 적이 없었던가요?

뻔뻔스런 얼굴, 오만한 가슴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저 슈베르틀라인 씨의 죽음에 대한 것보다 많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겝니다!

 

p165 메   그렇다면 영원한 충성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 

유일하고도 전능한 충동이니 하는 것도 

역시 진심에서 나온 것이란 말입니까?

파우스트      그만두게! 그건 진실이야! -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이 들끓는 마음

그 이름을 찾아보지만 발견할 수 없구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나는 최상의 말을 찾으려 하노라. 

나를 불태우는 이 사랑의 열정을 

무한이라고, 영원이라고 부르는 게 

어찌 악마들의 거짓말놀이와 같겠느냐?

 

정원

p166 파우스트    당신의 눈짓, 당신의 말 한마디가

세상의 어느 지혜보다 더 즐겁습니다. 

 

p167 마르가레테   그래요, 눈에 안 보이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지요!

파우스트  오, 착한 아가씨! 똑똑한 사람에게는

허영심과 천박함이 더 많을 수도 있답니다. 

 

p168 파우스트  겸양의 미덕이야말로

자애롭게 나눠주는 자연의 최상의 선물이라는 것을

 

p170 메     나를 잘 가르쳐 바로잡아 주는 일은

당신들 같은 여인의 손에 달린 것 같군요. 

마르테       어디건 마음 정한 곳이 없단 말씀인가요?

메      이런 속담이 있지요. <자기 집 아궁이와

착실한 아내는 황금이나 진주와 같느니라.>

 

마르테    당신 마음이 절실해진 적이 없었냔 말이에요. 

 

p173 파우스트     오, 두려워 하지 말아요! 이 눈길과 

꼭 맞잡은 손으로 말하게 해주오. 

앞으로는 말할 수 없는 걸 말이오. 

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치겠소. 

거기서 느끼는 기쁨 영원할 것입니다. 

 

정원의 조그만 정자 

p177 파우스트       오, 인간에겐 완전함이 부여되지 않음을

이제 나는 느끼노라. 

 

p179 파우스트      이렇게 황야를 헤매다녀도, 

새로운 삶의 기운이 솟아남을 자네는 이해할까?

 

메     속세를 초월한 행복이구먼!

밤에는 이슬을 맞으며 산 위에 누워

기쁨에 넘쳐 하늘과 땅을 끌어안으며

신이라도 되려는 듯 부풀어오르는 거지. 

에감의 힘으로 대지의 정수를 파헤치고, 

6일간에 이룬 신의 역사를 가슴 깊이 느끼겠지. 

오만한 가운데 자신도 모를 일을 즐기면서, 

때로는 사랑의 기쁨에 넘치도록 취해

지상의 아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거지. 

그 다음엔 그 고상한 직관이-

그 결말이 어떠리라는 건- 차마 말 못하겠소이다. 

 

p180 메  

마음이 순결한 자도 무엇 없인 살 수 없다는 말을

순결한 귀에는 말해선 안 되는 건가 

요컨대, 나는 당신에게 

때로 자신을 속이는 즐거움을 허락하리다. 

 

p181 파우스트     반쯤 미쳐버린 내 마음을 들쑤셔 

다시 그 달콤한 육체를 탐하게 하지 말아다오! 

 

파우스트       나는 그녀 곁에 있는 거야.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난 그 앨 잊을 수도, 잃을 수도 없어. 

정말이지, 나는 그녀의 입술이 닿는 

주님의 성채까지 질투할 지경이다. 

 

p183 메    용기를 지닌 자만이 살아남는 것입니다!

게다가 당신은 꽤 악마다워졌어요. 

세상에서 가장 꼴불견인 것은

악마가 절망에 빠져 있는 꼬락서니죠. 

 

그레트헨의 방

p184 그레트헨

그이가 안 계신 곳

내게는 무덤이니, 

세상이 온통

쓰디쓴 쓸개 맛일 뿐. 

 

가련한 나의 머리 

미쳐버렸다. 

가련한 나의 마음

산산이 조각났다. 

 

p185 아, 달콤함 입맞춤!

 

내 마음 언제나 

그이 곁으로 달려가노니

아, 그일 붙잡아

놓치지 않으리. 

 

그이의 입맞춤에

내 몸이 녹아버릴지라도!

 

마르테의 정원

p186 마르가레테    종교를 어떻게 생각하시죠? 

당신은 정말 좋은 분이지만, 

종교에 대해선 대단치 않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파우스트     그런 얘긴 그만둡시다. 내가 당신에게 다정하다는 건 알겠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선 내 살과 피를 바치겠소. 

하지만 누구에게서도 믿음과 교회를 빼앗고 싶지 않소. 

 

파우스트      이봐요,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신을 믿는다>고?

 

p187 파우스트

날 오해하지 말아요, 내 귀여운 아가씨!

누가 시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겠소?

누가 고백할 수 있겠소, 

나는 신을 믿는다고?

마음속으로 느낀다고 해서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소,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만물을 포괄하는 자, 

만물을 보존하는 자, 

그는 당신을, 나를, 그리고 자기자신을 

포괄하고 보존하고 있지 ㅇ낳소?

하늘은 저 위에 둥글게 덮여 있지 않소?

대지는 이 아래 굳건히 놓여 있지 않소?

영원한 별들은 다정한 눈인사를 나누며

이렇게 떠오르지 않소?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당신의 머리와 가슴으로 밀려들어와

영원한 비밀을 간직한 채

보일 듯 말 듯 

당신 곁에서 떠돌고 있질 않소?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으로 당신의 가슴을 채우구려. 

그리하여 당신이 온통 행복감에 젖게 된다면, 

그것을 행복! 진심! 사랑! 신!

무어든 원하는 대로 이름을 붙이구려. 

나는 그걸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소!

느기는 것만이 전부지요. 

이름이란 공허한 울림이요, 연기요, 

안개 속에 휩싸인 하늘의 불꽃일 뿐이오. 

 

p188 파우스트      대명천지 어느 곳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얘기할 거요. 

각자 말하는 방법이 다를 뿐. 

왜 나라고 내 식대로 말하지 못하겠쇼?

 

마르가레테    당신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기 때문인가 봐요. 

 

p188~189 마르가레테    전 누구에게나 호감을 갖지만, 

아무리 당신을 만나고 싶다가도 

그 사람 생각만 하면 오싹 소름이 끼쳐요.

웬일인지 그 사람이 악당처럼 느껴져요!

제가 틀렸다면, 용서해 주세요!

파우스트      세상엔 그런 괴짜도 있어야 하는 거요. 

 

마르가레테     당신 팔에 안겨 있으면 한없이 포근하고, 

자유롭고, 모든 걸 내맡긴 듯 따사로운데,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가슴이 죄어대는 양 답답해요. 

 

그런 생각이 너무나 절 압도해서

그가 우리에게 다가오기만 해도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정도에요. 

 

p191 메       너 같은 괴물은 알지 못할 거야. 

이 진실하고 사랑스런 아이가, 

유일하게 축복을 안겨주는

신앙심에 충만하여 

사랑하는 이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얼마나 노심초사하는가를. 

 

우물가에서 

p192 리스헨      부끄러움도 모를 정도로 뻔뻔해졌던 거지. 

서로 핥고 빨고 하는 사이에

그만 꽃송이가 떨어지고 만 거야! 

 

p193 그레트헨      지금껏 다른 애가 잘못을 저지르면

난 얼마나 신이 나서 헐뜯어댔던가!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해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었지!

남의 허물이 검게 보이면, 그 검은빛이 서에 차지 않아

더욱 검은색을 덧칠하려 했지. 

그리곤 죄 없는 나 자신이 대견해 마냥 우쭐했는데

이젠 나 자신이 죄인이 되었구나!

하지만 - 날 이 지경으로 몰아댄 모든 것이

아아! 마냥 즐겁고 사랑스럽기만 했으니. 

 

성 안쪽 길

p195 그레트헨 

저는 어디를 가든, 

여기 이 가슴 속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프답니다!

아, 혼자 있기만 하면

울고, 울고, 또 울어서 

제 가슴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이른 아침

당신께 드릴 꽃을 꺾으면서, 

아, 창문 앞 화분 위에

한없이 눈물을 뿌렸답니다. 

 

새벽의 태양이 

제 방을 환히 비춰줄 때

저는 온통 슬픔에 잠겨 

벌써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아 있었지요. 

 

도와주세요! 절 치욕과 죽음에서 구해주세요! 

온갖 괴로움 겪으신 성모님

얼굴을 돌리시고 자비로이

제 고통을 굽어 살피소서!

 

p199 메 

부디 정신들 차려라!

일단 일을 치르고 나면

그 다음은 안녕이란다. 

가련하고 가련한 소녀들아!

자기 몸을 아끼려면

어떤 도둑놈에게건

절대 사랑을 주지 말아라 , 

손가락에 반지를 낄 때까지는. 

 

p201 발렌틴 

유감스럽지만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p202 비록 하느님이 널 용서하신다 해도, 

지상에서는 저주받은 몸이 될 게다! 

 

p203 발렌틴 

얘야, 눈물을랑 거두어라! 

네가 명예를 버렸을 때, 

내 마음의 충격은 정말 컸다. 

나, 죽음이란 잠을 통해 

군인답게 씩씩하게 하느님께 나아가겠다. 

 

성당 

p205 악령 그러나 죄와 치욕은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발푸르기스의 밤 

p206 파우스트      내 두다리가 아직 싱싱하게 느껴지는 한, 

이 마디 많은 지팡이로 족하다. 

길을 재촉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미로와 같은 골짜기를 빠져나와 

샘물이 끊임없이 솟아 흐르는

이 암벽들 위로 올라가는 것이

흥겹게 길을 찾아가는 즐거움이렷다!

봄빛이 벌써 백양나무 사이에 완연하고

전나무까지도 봄기운에 젖어 있다. 

그러니 우리의 사지에도 그 영향이 미치지 않겠느냐?

 

p209 파우스트 

저 골짜기가 먼동이 틀 때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게 신기하구나ㅣ!

깊은 심연의 목구멍까지 

은은히 스며드는 빛. 

저편엔 증기가 오르고, 김이 모락모락, 

이편엔 자욱한 안개 속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 

실처럼 살금살금 기어가는 불꽃, 

샘물처럼 콸콸 솟구쳐오르는 불꽃.

여기선 수많은 광맥이 되어 

온 골짜기에 굽이치다가, 

저기 비좁은 구석에 몰리면

갑자기 산산이 흩어져버린다. 

황금빛 모래를 뿌려놓은 듯

가까이서 피어오르는 불꽃들. 

보라! 저 바위절벽엔

아래에서 위까지 온통 불이 붙었구나. 

 

p213 양쪽의 합창

바람은 자고 별은 달아나고

흐릿한 달도 모습을 감춘다. 

마법의 합창소리 요란한 속에 

무수한 불꽃이 튀어오른다. 

 

p215 메      커다란 세계 속에 작은 모임을 만드는 건

오래전부터 내려온 습관이올시다. 

 

p217 작가     요즘엔 도대체 어느 누가 

슬기로운 내용이 담긴 책 따위를 읽으려 해야 말이지!

요사이 젊은 놈들을 두고 말하자면

이토록 시건방진 때도 아직 없었을걸.

 

p218 메      저지른 일은 지난 일, 지난 일은 저지른 일이외다!

좀 새로운 걸 진열해 놓으세요! 

새로운 것만이 우리의 마음을 끌 수 있으니까. 

 

p223 엉덩이 시령사    정신의 독재를 난 견딜 수가 없다. 

 

p224~225 파우스트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나는 저 시선을 피할 수가 없구나. 

어쩌면 저 아리따운 목덜미를

한 올의 붉은 끈만으로 장식했을까?

칼 등보다도 넓지 않은 끈으로 말이다. 

 

발푸르기스 밤의 꿈 혹은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금혼식 (1797년 집필. 괴테 48세)

p227 오베론    금슬 좋게 지내고픈 부부들은

우리 두 사람에게서 배워라!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하려거든

헤어져 살아볼 필요도 있으니

 

티나티아       남편이 화를 내고, 아내가 심술을 부리면, 

재빨리 두 사람을 잡아가지고, 

여자는 남쪽으로

남자는 북쪽 끝으로 보내는게 좋아요! 

 

처음으로 형성된 점령         거미 다리에 두꺼비 배때기 

그런 미물에 날개까지! 

그런 동물이 있을 리 없지만, 

시의 세계엔 얼마든지 존재하지요. 

 

젊은 한 쌍     종종걸음으로, 혹은 껑충껑충 뛰어서 

달콤한 이슬과 향기 헤치며 간다. 

p228 (이어서) 하지만 아무리 총총히 달려가도

하늘 높이 날지는 못하리라. 

(사소한 일상사엔 충실하지만, 원대한 이사의 세계에 들지 못하는 시인들을 풍자하고 있다.)

 

북방의 예술가    내가 붙들고 있는 건 오늘까지 

한낱 습작에 불과했지만, 

나 적당한 시기가 되면

이탈리아 여행을 시도하련다. 

 

p229 풍향기     눈독 들일 만한 아가씨들이야. 

정말 멋진 신붓감뿐이라니까!

총각들도 한 사람 한 사람 

앞길이 창창한 친구들이고. 

 

p232 관념론자     내 마음속의 환상이

이번엔 너무 화려하구나. 

진정 그 모든 게 나의 자아라면

나도 오늘은 바보가 되겠구나. 

현실주의자         존재란 정말 두통거리군.

날 무척 괴롭히는 군

나 여기에 처음 서고 보니 

내 발밑이 견고하지 못하구나. 

 

흐린 날, 벌판

p236 파우스트 이 개같은 놈! 역겨운 짐승놈아!

인간의 마음으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이러한 비참함의 심연에 빠진 게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 영원히 용서하시는 신 앞에서 사무치는 죽음의 고통을 첫번째 겪은 사람 만으로도 다른 자들의 죄를 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는 한 여인의 슬픔만으로도 뼈와 살이 깎이는 것 같은데, 네놈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태연하게 조롱할 수 있단 말이지!

 

p237 메    끝까지 해낼 수도 없으면서, 왜 우리와 한통속이 된 겁니까? 날고는 싶은데 눈앞이 아찔해서 안 된다는게요? 

 

감옥 

p239 파우스트       오랫동안 잊었던 두려움이 날 엄습하고, 

인류의 온갖 슬픔이 날 사로잡는구나. 

여기 축축한 담벼락 뒤에 그녀가 갇혀 있겠지. 

그녀의 죄란 한낱 악의 없는 망상에 불과했건만!

그런데도 나는 그녀에게 가기를 망설이는구나!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어서 가자! 나의 망설임은 그녀의 죽음을 재촉할 뿐이다. 

 

p242 마르가레테         당신이군요! 오, 다시 한 번만 말해주세요! 

그이야! 그이! 모든 괴로움이 어디로 가버렸지?

감옥의 공포, 쇠사슬의 공포는 어디로 갔을가?

당신이군요! 절 구하러 오셨군요! 

이제 전 살았어요! - 

벌써 그 거기가 다시 보이는군요. 

당신을 처음 만났던 거리 말이에요. 

마르테 아주머니랑 당신을 기다리던

그 멋진 정원도 보이고요. 

 

p243 마르가레테 

전에는 당신의 말씀, 당신의 눈길 한 번에도 

온 하늘이 내려와 절 감싸주었는데, 

당신의 키스만 받아도 숨이 막힐 것 같았는데요! 

 

p245 천 배나 뜨거운 정열로 당신을 안아주겠소. 

날 따라오기만 해요! 제발 부탁이오! 

 

p246 마르가레테     당신은 살아남아야 해요! 

아기는 제 오른편 가슴 쪽이에요. 

 

p247 파우스트      제발 정신 좀 차려요!

한 걸음만 나가면 자유롭단 말이오!

 

p248 파우스트    간청해도 소용 없고, 말을 해도 소용 없으니

당신을 안고라도 나가야겠소. 

마르가레테    절 놔두세요. 안 돼요. 억지로 그러시는 건 싫어요!

사람을 죽일 듯이 절 붙잡지 마세요!

다른 일은 모두 기꺼이 해드렸지요. 

파우스트       날이 새는 구려! 내 사랑, 제발!

 

p249 파우스트       오, 나 차라리 태어나질 말았더라면!

 

파우스트             당신은 살아야해! 

 

비극 제2부

제1막 

쾌적한 장소 

p11 아리엘 

꽃잎이 봄비 내리듯

모두의 머리 위에 흩날릴 때, 

들판의 푸른 축복이

지상의 뭇 생명체에게 빛날 때, 

작은 요정들 넓은 마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 찾아간다네. 

선한 자이든, 악한 자이든, 

불행에 처한 사람 동정한다네. 

 

p12 아리엘 

격렬한 마음의 투쟁을 달래주고, 

타는 듯 괴로운 비난의 화살을 뽑아

겪었던 공포로부터 그의 마음을 씻어주어라. 

밤의 시간은 넷으로 나누어 지는즉

이제 서슴지 말고 정답게 그것을 채워주어라. 

(각주 : 로마에서는 저녁 여섯시부터 새벽 여섯시까지를 세 시간씩 4등분 하였다. 고통에서 벗어난 파우스트의 회복과정이 안식, 망각, 회춘, 신생의 4단계이다.)

 

p13 합창 

고달픈 그의 눈앞에서 

하루의 문을 닫아주어라. 

 

밤의 장막이 내렸다. 

별들은 성스럽게 어울려

큰 불빛, 작은 불꽃

가까이서 반짝이고, 멀리서 빛난다. 

여기 호수에 어리어 반짝.

깊은 휴식의 행복을 지켜주듯

찬란한 달빛 하늘에 가득. 

 

어느새 몇 시간이 흘러 

고뇌도 행복도 사라졌나니, 

예감하라! 그대는 건강해지리라. 

새날의 밝은 빛을 믿으라!

푸른 골짜기, 굽이치는 언덕들

숲은 안식의 그늘. 

일렁이는 은빛 물결 속에 

추수를 앞둔 오곡이 넘실댄다. 

 

너의 소원 하나하나 성취하려면

저기 찬란한 아침해를 보아라! 

너는 잠깐 사로잡혔을 뿐, 

잠은 껍질이로다. 벗어 던져라! 

 

p14 합창

다른 무리들 주저하며 헤맬지라도

그대는 망설이지 말고 용감히 행동하라.

총명하여 재빨리 실천에 옮기는 

그런 고귀한 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나니. 

 

p14 파우스트 

생명의 맥박 생생히 고동치며

여명의 하늘을 향해 부드러운 인사를 보낸다. 

대지여, 그대는 간밤에도 변함없더니, 

새로이 기운을 얻어 내 발 밑에서 숨을 쉬면서 

어느새 날 기쁨으로 감싸주기 시작하누나. 

날 자극하고, 강한 결심을 불러일으켜

줄곧 지고한 존재로 이끌려 하는구나. 

여명 속에 벌써 세계는 열려 있다. 

숲엔 수많은 생명의 소리 울려퍼지고, 

골짜기 안팎으로 길게 뻗은 안개자락. 

그러나 하늘의 맑은 빛 깊은 곳까지 스며들고, 

큰 가지, 작은 가지 원기도 왕성하게

고이 잠자던 향기로운 심연에서 움터나온다. 

꽃과 이파리 진주 같은 이슬 머금고

대지로부터 온갖 영롱한 색깔을 자랑하니-

내 주위가 온통 낙원이 되는구나. 

 

위를 우러러보라! - 거인 같은 산봉우리들은

어느새 지극히 장엄한 시간을 알려준다. 

산들은 영원히 빛을 먼저 즐긴 후

뒤이어 우리에게 비춰준다. 

이제 알프스의 푸르고 구릉진 초원에

새로운 광휘와 밝음이 보내지고, 

그것이 차츰차츰 밑으로 내리뻗다가-

태양이 솟는다! - 하지만 어느새 눈이 부시군나. 

눈에 스며드는 아픔 때문에 나는 몸을 돌린다. 

 

동경에 찬 희망이

최상의 소망을 향해 성실히 투쟁하여 

성취의 문 활짝 열렸음을 발견했을 때가 이미 이러하리라. 

그러나 저 영원의 밑바닥에서 거대한 불길 터져나오면, 

우리는 당황하여 걸음을 멈춘다. 

우리는 생명의 횃불을 붙이려 했는데, 

불바다가 우리를 둘러싸니, 이게 어찌 된 불일까?

이글대며 우리를 휘감는 이것이 사랑일까? 미움일까?

고통과 기쁨이 번갈아 엄습하니, 

우리는 다시 지상으로 눈을 돌려

젊디젊은 베일 속에 우리 몸을 숨긴다. 

 

그러니 태양이여! 내 등뒤에 머물러다오!

바위틈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나는 노랄움에 차서 바라본다. 

이제 물줄기는 수천 갈래로 갈라진다. 

다시금 수만 갈래로 쏟아져 내리며, 

공중 높이 수많은 물거품 되어 튀어오른다. 

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보라에서 생겨난 무지개, 

끊임없이 변화무쌍한 오색 다리를 놓으며

때로는 뚜렷한 모습으로, 때로는 허공에 흩날리면서 

향기롭고 시원한 소나기를 뿌려준다. 

무지개는 인간의 노력을 비춰주는 거울. 

그것을 보고 생각하면,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리라. 

인생이란 채색된 영상 속에서 파악된다는 사실을. 

(파우스트의 말을 거의 다 밑줄 치고, 타이핑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시’다. 느낌 좋은, 외우고 싶은 시 한편을 낚았다.)

 

황제의 궁성, 옥좌가 있는 궁실

p19 재상 

아아! 온 나라가 열병에 걸린 듯 들끓고, 

악이 악에서 부화되고 있은즉, 

인간 정신의 오성이, 신성한 선량함이, 

노동의 열의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이 높은 궁궐에서 넓은 나라를 내려다보면

마치 악몽을 꾸는 듯할 것입니다. 

괴물들이 흉측한 꼴로 설쳐대고, 

불법이 합법적으로 지배하는 등

오류의 세상이 눈앞에 전개될 것입니다. 

 

p24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 결핌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나이까?

여기엔 이것이, 저기엔 저것이 없지만, 이 나라엔 돈이 부족한 줄 압니다. 

물론 돈을 마룻바닥에서 긁어모을 순 없어도, 

지혜의 힘을 빌리면 아무리 깊은 곳에서도 파낼 수 있나이다. 

산의 광맥이나 성벽 밑에서도

주조된 금화건 그렇지 않은 금이건 찾아낼 수 있나이다. 

그걸 누가 캐낼 수 있는가 물으신다면, 

재능 있는 자의 천성과 정신의 힘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p25 메피스토펠레스       말씀을 듣자오니 고명한 학자님임을 알겠습니다!

당신들 손으로 만져보지 않은 건 수십리 밖에 있고, 

당신들이 잡지 않은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며, 

당신들이 셈하지 않은 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당신들이 달아보지 않은 건 무게가 없으며, 

당신들이 주조하지 않은 돈은 통용될 수 없다고 믿는 거지요. 

(내가 모른다고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여전히 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이다. ‘다 안다.’는 생각은 착각이며, 다 알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다 알고 있는 셈이 되는 것 같다.)

 

황제      그런 말로 우리의 결핍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 

단식절의 설교 같은 소리로 뭘 어쩌겠다는 건가?

밤낮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하는 말에 신물이 난다. 

돈이 없다니, 그럼 좋다. 돈을 만들도록 하라. 

 

p26 메피스토펠레스

그건 쉬운 일이오나, 쉬운 게 실인즉 더 어려운 법이지요. 

돈은 이미 여기 있습니다. 하오나 그것을 손에 넣는 일, 

그것이 기술입지요. 누가 그 일에 착수할 수 있을까요? 

 

p28 메피스토펠레스

여러분은 모두 영원히 지배하는 자연의 

은밀한 작용을 느낄 것입니다. 

대지의 깊숙한 영역으로부터 

생명의 흔적이 솟구쳐 올라옵니다. 

온통 사지가 꼬집히는 듯하거나

서 있는 곳이 섬뜩하게 느껴지거든

지체없이 그 자리를 파헤쳐보십시오. 

그곳에 악사가 있거나 보화가 묻혀 있을 것입니다. 

 

 p30 황제     어둠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가치 있는 건 밖으로 끌어내야 하는 법. 

누가 깊은 밤에 악당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으리?

검은 건 암소요, 고양이는 잿빛이게 마련이다. 

저 아래 황금이 가득한 항아리들을 - 

쟁기를 써서 밝은 곳으로 파내도록 하라. 

 

p31 천문박사 

산란한 마음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나이다. 

선을 원하는 자, 우선 자신이 선해야 하며, 

기쁨을 원하는 자, 자신의 혈기를 달래야 하며,

술을 갈망하는 자, 익은 포도알을 짜야 할 것이며, 

기적을 바라는 자, 자신의 믿음을 굳게 해야 합니다. 

 

p32 메피스토펠레스 

업적과 행복이 서로 연결지어 있다는 사실을

저 바보놈들은 결코 깨닫지 못하는구나. 

설사 저자들이 현자의 돌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 돌엔 현자가 따르지 않을걸. 

 

곁방들이 딸린 넓은 홀

p33 의전관

하지만 오만가지 지랄을 떤다 해도, 

세상이란 결국 예나 마찬가지로

오로지 크나큰 바보에 불과할 것입니다. 

 

p36 장미꽃 봉오리(도전)

약속을 하고 지키는 일은

꽃나라에선 눈과 마음

동시에 지배하는 것이랍니다. 

 

남자 정원사들

꽃들이 조용히 피어나

그대들의 머리를 곱게 꾸며주는 걸

그러나 열매는 유혹하지 않으니,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죠. 

 

p38 어머니 

얼굴은 정말로 귀여웠고, 

작은 몸매 나긋나긋했었단다. 

당장에 새색시가 된 것처럼, 

부잣집 며느리가 된 것처럼, 

귀부인이 된 것처럼 생각했단다. 

 

혹시 한 녀석 걸려들지 모르니까. 

p39 나무꾼

거칠게 일하는 놈

이 나라에 없으면, 

똑똑한 척하지만

귀하신 양반네들 

어떻게 살아가지?

이것만은 알아두라고!

우리가 땀흘리지 않으면, 

당신들은 얼어죽을걸. 

 

p40~41 식객들

언제나 굽신대고

지당한 말씀이라 끄덕이고

속 보이는 빈말만 하고

상대방의 기분에 따라 

따뜻해졌다 차졌다

두 가지 얼굴을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소?

 

p42 술주정꾼

날 보고 헤매는 놈이라 말하지 마라. 

마음 내키는 곳에 와 있으니까. 

 

어디서 어떻게 재미를 보든

상관들 하지 말란 말이야. 

날 누운 대로 내버려두란 말이야. 

더 서 있고 싶지가 않으니까. 

 

p 43 풍자 시인 

그대들은 아는가, 나 같은 시인을

정말 즐겁게 하는 게 무엇인가를?

아무도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나, 노래하고 말하련다. 

 

p44 아글라이아 

우리는 인생에 우아함을 부여하노니 

 

오이프로지네 

평화로운 날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감사의 마음도 지극히 우아해야 하리라. 

 

아트로포스 

가냘픈 생명의 실 잣고 있노라면

생각할 것도 많고, 마음 쓸 것도 많다네. 

 

흥겨움에 넘치든 춤을 추든

흥취가 너무 고조되거든, 

이 실오리의 한계를 생각해서

조심할지어다! 끊어지지 않도록. 

 

p47 메게라    사람도 변하고 시간도 변하는 것이니까요. 

 

p48 메게라     아무도 소망하던 것을 품안에 간직할 수 없어요. 

최상의 행복이라도 곧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합니다.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지요. 

 

p49 공포 

그을음은 내뿜는 횃불, 등불, 촛불 들이 

시끌벅적한 축제를 흐릿하게 비춰준다. 

이 거짓 가면들 사이에서 

아아! 사슬이 날 꽁꽁 묶고 있도다. 

 

물러가라, 너희들 웃음을 짓는 무리들아! 

히죽대는 웃음 수상쩍기만 하구나. 

내 적수들이 모두 

오늘 밤 내게 달려드는구나. 

 

p50~51 희망 

틀림없이 어느 곳에선가

최상의 것 찾을 수 있으리니. 

 

지혜 

인간의 가장 큰 적(敵) 두 가지

공포와 희망을 사슬에 묶어, 

군중에게서 떼어놓으련다-

길을 비켜라! - 그대들은 구원되었다. 

 

 

p55 의전관 

눈에는 검은 번개가 치고, 칠흑같은 고수머리 

보석으로 장식한 허리띠에 잘 어울리는군!

어깨에서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그 의상도 참말 우아하구려. 

자줏빛 단에 반짝이는 금을 박은 옷이로군요. 

그대를 계집애 같다고 탓할 수도 있겠지만, 

좋든 나쁘든 그대는 벌써

처녀애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을 것이고, 

그들이 사랑의 ABC를 가르쳐주었겠지. 

 

의전관 

부유하고 온화한 임금님으로 보이는데, 

그분의 은총을 받은 자 복되겠구나! 

더 이상 얻으려 애쓸 필요도 없으니, 

어디 결핍을 느끼는 곳 없나 살피다가 

은혜를 베푸는 순수한 기쁨

재산과 행복보다 더 클 것이외다. 

 

p56 마차를 모는 소년

저는 장비입니다. 시(詩)이지요. 

자신의 재화를 아낌없이 뿌릴 때 

완성되는 시인입니다. 

저 역시 어마어마한 재물을 갖고 있어서 

플루투스에 못지않다고 자부하지요. 

저분의 무도회나 잔치를 꾸며 활기를 넣어주면서 

저분에게 없는 걸 나누어드리지요. 

 

p58 마차를 모는 소년

껍질 속의 본질을 캐내는 일은

의전관으로서의 소관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일엔 좀더 날카로운 안목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전 그런 일로 다투기 싫으니, 

주인님, 당신에게 직접 물어봐야겠습니다. 

 

p62 풀루투스

네가 해맑은 세계를 또렷이 볼 수 있는 곳, 

너의 것이며 너만을 믿을 수 있는 곳, 

아름다움과 착함만이 사랑받는 곳, 

그 고독의 세계로 가거라! - 거기에서 네 세계를 창조하라!

 

p63 의전관

교묘한 가상(假象)이 

곧장 천박한 진실로 되어야 하는가. 

여러분의 진실이란 무언가요? - 허황된 망상, 

그 꼬리를 잔뜩 붙잡고 있는 것이죠 - 

 

p66 풀루투스 

밖에서 무엇이 닥쳐올지, 그놈은 짐작도 못하고 있소. 

바보짓을 하도록 내버려두시오! 

곧 장난칠 여지도 없게 될 거요. 

법률도 강력하지만 필연의 힘은 더 강하니라. 

 

p71 풀루투스 

우리는 마음을 굳게 가다듬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리. 

그대는 언제나 용기 넘치는 인물이 아닌가. 

이제 곧 무섭기 짝이 없는 일이 생길 것이오. 

현세나 후세 사람들이 그것을 한사코 부인할 것이나, 

그대는 충실히 기록으로 남겨야 하오. 

 

p73 의전관

오, 청춘이여 청춘이여, 그대는 결코 

기쁨의 절도를 옳게 지킬 수 없는가?

오, 폐하여 폐하여, 당신은 결코 

전능하신 대로 현명하게 행동할 수 없으신가요?

 

재난의 한도가 지나쳐

누가 우릴 구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듯 풍요롭던 황제의 영화도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되는 겁니다. 

 

유원지  

p76 메피스토펠레스

젊은 것들은 물고기처럼 수줍으로 욕정적이고, 

나이든 것들은 영리하옵지요. 

 

p80 

파우스트 

무진장한 보물이 폐하의 영토 안에서 

깊이 묻힌 채 때를 기다리며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원대한 사상도 

이러한 재보에 비하면 심히 보잘것없는 것입니다. 

공상의 나래 높게 펴고 아무리 노력한들

결코 만족스럽게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오나 깊이 통찰하는 고귀한 정신은

무한한 것에 무한한 신뢰를 가질 것입니다. 

 

어두운 복도

p84 파우스트

헬레나와 파리스를 눈앞에 현신시키라는 거야. 

남자와 여자의 이상적인 전형을 

뚜렷한 모습으로 보고 싶다는 거지. 

 

p85 메피스토펠레스

전혀 생소한 영역에 손을 뻗는다면

결국은 무모하게도 새로운 빚을 지게 될 것이외다. 

 

p87 파우스트 

지금껏 나도 세상과 교제하지 않았더냐?

공허함을 배우고 공허함을 가르치지 않았더냐?-

내가 통찰한 바를 이치에 맞게 말하면

반대의 소리가 곱절이나 크게 울려왔었지. 

심지어 귀찮은 세상 일을 피해서 

곶거한 곳, 황량한 곳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버림받은 채 혼자 살지 않으려고 

종국엔 악마에게 내 몸을 맡기고 말았노라. 

 

p88~89 파우스트 

그러나 난 경직된 상태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각주: 놀라움, 괴테는 신비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이 인간의 가장 귀한 소질이라고 보았고, 무관심이 아니라 이런 놀라움에 의해 가치 있는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에커만과의 대화에서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놀라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밝게 불 밝힌 방들

p91 메피스토펠레스 

아름다움이라는 보물을 끌어내려면, 

최고의 기술, 즉 현자의 마술이 필요하니까요. 

 

p94 메피스토펠레스

결국 진신을 가지고 곤경을 벗어나는 수밖에. 

졸렬하기 짝이 없는 방책이지만! 고통이 너무 크니 어쩔 수 없지

 

기사의 방

p98 파우스트 

한때 온갖 빛과 가상속에 존재하던 것이 

거기서 움직인다. 그것은 영원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전능의 힘을 가진 그대들은 그것을 나누어서 

낮의 천막으로, 밤의 지붕 밑으로 보낸다. 

어떤 자는 즐거운 인생행로를 잡을 것이요, 

어떤 자는 대담한 마술사를 찾아나설 것이다. 

마술사는 아낌없이, 자신 있게 모두가 원하는 것, 

그 경이로운 것을 보여주리라. 

 

p99

귀부인들의 대화 

오, 피어나는 젊음의 힘이 어쩌면 저리도 눈부실까?

물이 뚝뚝 흐르는 싱싱한 복숭아 같군요!

아름답고 달콤한, 저 도톰한 입술 좀 봐!

저 입술을 술잔처럼 빨고 싶은 게지?

기품은 없을지 몰라도 정말 미남이구나. 

조금만 더 행동이 민첩했으면. 

 

p100 가장 나이 많은 귀부인 

그건 청춘의 꽃향기라오. 

젊은이의 몸에서 영약으로 만들어져

주변의 대기 속으로 퍼져가는 것이지. 

 

천문박사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번엔 더 이상 할 말이 없구나. 

저런 미인이 오면, 불 같은 혀를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름다움에 대해선 예로부터 무수히 찬미되어 왔지만-

저 여자 앞에선 누구나 넋을 잃겠구나. 

그녀를 소유했던 자, 너무나 행복했겠지.

 

p100~101 파우스트 

내게 아직 두 눈이 있는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름다움 샘물, 철철 넘쳐나는게 보이는가? 나는 무서운 여행길에서 가장 축복받은 선물을 가져왔구나. 

지금껏 세계는 얼마나 보잘것없고 폐쇄돼 있었던가! 

하지만 내가 사제가 된 이후로 어떻게 변했는가? 

비로소 바람직한 것, 근본이 있고, 영속적인 것이 되었다! 

만일 내가 그대와 다시 떨어지게 된다면, 

내 생명의 숨결이 사라져도 좋다! 

 

그대야말로 내 모든 힘의 충동을 

정열의 정수를 

동경, 사랑 숭배, 광신을 바쳐야 할 상대일진저. 

 

제2막

높고 둥근 천장의 좁은 고딕식 방

p109 메피스토펠레스 

여기 누워 있으라. 헤어나기 어려운, 

사랑의 굴레에 유혹된 불행한 친구여!

헬레나 때문에 넋이 나간 자, 

쉽게 정신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 

 

 p111 메피스토펠레스

씨를 뿌려놓으면 언젠가는 수확을 얻게 되는 법이렸다. 

 

p116 학사 

케케묵은 책갈피 속에서 

그들이 알아낸 것으로 날 속였지. 

자신이 아는 것도 믿지 않으며, 

그들과 나의 삶을 앗아가 버렸지. 

 

제가 보기에 선생님은 아직 그대로신데, 

저는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겁니다. 

 

p117 메피스토페렐스 

애벌레나 번데기를 보면 장차

오색찬란한 나비가 되리란 걸 알 수 있는 법. 

 

학사 

우리는 옛날과 같은 장소에 있긴 하지만, 

새로워진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시어

애매한 말씀을 삼가십시오. 

이제 우리의 관점은 아주 달라졌습니다. 

옛날엔 착하고 선량한 학생을 우롱하셨고, 

그것도 아무 기술도 없이 성공을 거뒀지만, 

오늘날엔 누구도 감히 그런 짓을 못할 것입니다. 

 

p117~118 메피스토펠레스

젊은이에게 순수한 진리를 말해주면, 

아직 주동이도 노란 것들이 전혀 좋아하질 않는단 말이야. 

하지만 그 뒤 여러 해가 지나 

모든 걸 직접 피부로 체험하고 나면, 

그것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양 착각하고

선생은 바보였다고 큰소리치기 일쑤지. 

 

p118 메피스토펠레스

배우는 데는 물론 때가 있는 법이야. 

보아하니, 자네는 가르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양이지. 

그 동안 여러 달 여러 해가 지났으니, 

자네도 제법 풍부한 경험을 쌓았겠구먼. 

학사

경험이라고요! 그건 거품과 연기 같은 것이지요!

결코 정신과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솔직히 고백하십시오! 지금껏 알고 있던 것은 

전혀 알앋루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입니다. 

 

p119 학사 

시대에 뒤떨어져 아무 가치가 없는데도

무엇이나 되는 척하는 건 건방진 수작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핏속에 있는데 

청년의 육체만큼 피가 들끓고 있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요? 

그것은 싱싱한 힘을 가진 살아 있는 피로서

생명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내지요. 

거기서 모든게 약동하고 무언가가 이루어지며, 

약한 것은 쓰러지고, 유용한 것은 뻗어나갑니다. 

우리가 세계의 절반을 정복하는 동안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졸고, 생각하고, 꿈꾸고, 궁리하면서 허구한 날 계획만 세웠지요. 

분명합니다! 늙음이란 차강누 열병 같아서

변덕스런 고민으로 오한을 일으키어요. 

누구나 나이 삼십이 지나면 

이미 죽은거나 진배없어요. 

따라서 당신네들은 적당한 때에 때려죽이는 게 상책이지요. 

 

p120 학사 

나는 정신이 일러주는 대로 자유롭게 

기쁘게 내면의 빛을 따라갑니다. 

밝음을 앞으로, 어둠을 뒤로 하고 

나만의 황홀경 속에서 신속하게 나아갑니다. 

 

메피스토펠레스 

괴상한 녀석. 어디 너 잘난 대로 해봐라! -

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을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p121 포도주가 아무리 괴상하게 끓어올랐자

결국은 포도주밖에 될 수 없는 것. 

 

실험실

p123 바그너 

위대한 계획은 처음엔 미친 듯 보이는 법이지요. 

그러나 앞으로 우연을 비웃으렵니다. 

탁월한 생각을 하는 두뇌도 

앞으론 사상가가 만들어낼 것입니다. 

 

p125 호문쿨루스 

저도 존재하는 동안 활동을 해야겠어요. 

당장 일할 준비를 갖추고 싶어요. 

아저씨는 노련하시니, 빠른 방법을 일러주세요. 

 

바그너

육체와 영혼이 그다지도 잘 어울리고

떨어질 수 없이 굳게 결합되어 있건만, 

그런데도 끊임없이 서로를 싫어하는 이유가 무얼까? 

 

p130 호문쿨루스 

무엇을 할 건가도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할 건가를 더 생각하세요. 

그만한 노력엔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법

황금, 명예, 명성, 건강과 장수, 

그리고 아마 학문과 덕망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p131 메피스토펠레스

결국 우리는 자신이 만든

인간에게 끌려다니는 꼴이 되는군.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

파르살르수의 들판

p132 마녀 에리히토

내면의 자아를 다스릴 줄 모르는 자일수록

자신의 오만한 뜻에 따라 이웃의 의지를 지배하려 드니까요. 

 

 

p134 메피스토펠레스

각자가 화톳불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모험을 시험해 보는 거야. 

그 다음 우리가 다시 만나도록

꼬마 친구, 자네의 불빛을 소리내며 비춰주게나. 

 

p135 파우스트 

이 흙덩이, 그녀가 밟던 게 아니라도,

이 물결, 그녀에게 밀려왔던 게 아니라도

이 공기만은 그녀의 말을 전했던 것이다. 

기적에 의해 나, 여기 그리스 땅에 왔노라. 

땅에 발이 닿자마자 나는 그걸 느꼈다. 

잠자던 내게 새로운 정신이 불타오르자

생기를 되찾은 안테우스처럼 나는 일어났다. 

여기에 어떤 진기한 게 모여 있든

저 불꽃의 미로를 샅샅이 찾아다니련다. 

 

페네이오스 강 상류

p138 스핑크스 

당신 자신의 이야길 하면 그게 벌써 수수께끼가 될 겁니다. 

당신의 마음속을 한번 풀어보세요. 

 

p139 스핑크스

당신 같은 거짓말 쟁이는 쓰디쓴 앙갚음을 받을거예요. 

우리의 앞발이 억세니까요. 

당신의 오그라붙은 말발굽 따위론

우리 사이에서 마음 편할 리 없겠죠. 

 

p140 지레네들

미움을 버리세요! 질투를 버리세요!

하늘 아래 흩어져 있는 

깨끗한 기쁨을 모으자고요! 

물에서나 뭍에서나

가장 명랑한 태도로

우리의 손님을 환영합시다.

 

p145 페네이오스 

일렁거러랴, 속삭이는 갈대여!

고요히 숨쉬어라! 갈대의 누이들아. 

살랑거려라, 늘어진 버들가지여. 

소곤거려라, 떨고 있는 백양나무 가지들아. 

깨져버린 꿈길을 더듬어서!

그러나 무시무시한 진동과

은밀히 만물을 뒤흔드는 소리가 

물결 속에서 쉬는 나를 깨우는구나. 

 

p149 파우스트 

그대는 위대한 인물이며 고귀한 교육자요.

영웅들을 길러 명성을 높이고, 

아르고 선에 탔던 훌륭한 무리들과 

시인들이 찬미한 모든 영웅들을 가르쳤소. 

(‘영웅이 되고 싶지 않은가?’ 라는 제목으로 컬럼을 썼었는데, ‘영웅을 기르고 싶지 않은가?’라는 컬럼으로 선생편을 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인용문은 바로 이것!) 

 

히론 

팔라스조차 스승으로선 존경받지 못한다네. 

결국 제자들은 자기 방식대로 발전해 가는 걸세. 

누구의 교육도 받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자기 방식대로 발전해 가는 것’ 이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나도 내 방식대로! 그리고 그 방식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 히론이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영웅에 대하여 참고하고 싶다면 150쪽!

 

p152 히론 

찬양할 만한 미의 속성이란 오로지

삶을 즐기는 데서 솟아나는 것이오. 

아름다움이란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운데, 

우아한 아름다움이라야 정말로 거역할 수 없는 것이지. 

내가 태워다 주었던 헬레나처럼. 

 

p153 히론

요컨대 시인이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니까.

 

p156 만토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는 자, 그런 사람을 전 좋아해요. 

 

페네이오스 강의 상류

p158 지레네들

여기엔 불안한 지진이 있지만, 

거기엔 자유분방한 삶이 있어요! 

 

사이스모스 (지진)

한번 더 힘껏 밀어젖히자. 

어깨로 용감하게 들어올리자!

그래서 우리가 땅 위로 나가면, 

모두들 우리를 피할 것이다. 

 

p167 메피스토펠레스 

운수 사납군! 속아넘어간 사내 꼴이 됐어!

아담 때부터 사내란 꾐에 빠지기 일쑤였지!

나잇살이 들어도 똑똑해지긴 틀린 모양이지?

그만했으면 바보 노릇은 어지간히 했을 텐데!

 

p173 메피스토펠레스

방황해 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이야. 

생성을 원한다면 자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보게나! 

호문쿨루스

하지만 좋은 충고도 무시해선 안 됩니다. 

 

탈레스 

파도는 모든 바람에 순종하지만, 

험한 바위는 멀리 피해 간다네. 

 

p174 탈레스 

작은 놈들과는 작은 일밖에 못하는 법, 

큰 놈을 상대해야 작은 놈도 커지는 걸세. 

 

p178 메피스토 펠레스

누구나 떠나온 곳을 그리워 하는 법, 

정들어 살던 곳이 천국이지. 

 

p185 네로이스 

저 형상들이 신의 영역에 도달하려 애를 쓰지만, 

늘 자기 자신에 머물도록 저주받았지. 

자고로 나는 신들처럼 편안히 쉴 수 있지만, 

빼어난 놈에겐 잘해 주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단 말이야. 

하지만 마지막에 놈들이 해논 걸 보면, 

충고를 안해 준 것이나 다를 게 없으니 원. 

 

뭐 충고라고! 인간들에게 충고 따위가 먹혀들어갔던가?

아무리 현명한 말이라도 마이동풍격이지. 

뻔질나게 자신의 행동에 화를 내고 자책하곤 하지만, 

인간은 예나 다름없이 제 고집만 부린단 말이야. 

 

p191 호문쿨루스 저 못생긴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흙으로 구운 형편없는 항아리들 같군요. 

그런데도 현자들이 스스로 부딪쳐

자기 머리를 깨뜨리는 거군요. 

탈레스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탐내는 것이라네. 

동전도 녹이 슬어야 값이 나가는 법이거든. 

 

p196 탈레스 

한 시대의 총아가 되는 것도 멋진 일 아니겠나. 

 

p197 탈레스 

조용하고 따뜻한 보금자리 속에 

성스러운 것이 삶을 지키고 있다면, 

훌륭한 사람의 마음에도 드는 법이지요. 

 

p200 네로이스 

너희들 싣고 출렁이는 파도는

사랑 역시 영속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꿈에서 깨어나거든 

그들을 편안히 뭍으로 보내거라. 

 

p201 탈레스 

아름다움과 진실이 온몸에 사무치니

내 마음속 기쁨이 꽃피어난다. 

만물은 물에서 생겨났도다!!

만물은 물로써 생명을 유지하도다!

태양이여, 우리를 영원히 다스려다오. 

그대가 구름을 보내지 않았다면, 

수많은 냇물을 흐르게 하지 않았다면, 

여기저기 여울이 굽이치게 하지 않았다면, 

강들을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산들은 어찌 되고 들과 세계는 어찌 되었을까? 

싱싱한 생명을 지켜주는 건 오직 그대뿐. 

 

p203 지레네들

바다여, 만세! 파도여, 만세! 

물이여, 만세! 불이여, 만세!

진귀한 신의 위업이여, 만세! 

모두 함께 

부드럽게 나부끼는 바람이여, 만세!

비밀에 가득 찬 동굴이여, 만세!

이 세상 모든 것 축복 잇으라. 

수화풍토 4원소 모두 축복 있으라! 

 

제3막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 왕의 궁전 앞

p207 헬레나

찬사도 많이 받고 비난도 많이 받은 헬레나입니다. 

 

p209 그 소문은 널리 퍼져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요. 

하지만 누군들 듣기 좋겠어요. 

이야기가 보태져서 소설을 엮어낸다면 말이에요. 

 

합창 

영웅은 이름을 내세우며

뽐내고 활보하지만, 

모든 것을 압도하는 미인 앞에선

아무리 고집센 남자라도 뜻을 굽히고 말지요. 

 

p212 헬레나 

그것이 찜찜하긴 하지만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모든 걸 고귀한 신의 손에 맡기겠어. 

인간이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신들은 뜻한 대로 이루어가나니

죽을 운명의 우리가 참을 수밖에. 

이따금 제주의 무거운 도끼가 

땅에 수그린 동물의 목을 겨냥했지만

내리치지 못한 적도 있었지. 

가까운 적이나 신의 간여로 그것을 막았기 때문이었어. 

 

합창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 

왕비님,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세요! 

좋은 일 나쁜 일은

기약 없이 오는 것이니, 

미리 안다 해도 믿을 수 없어요. 

 

p213 헬레나

오랫동안 애타게 그리워했지만, 거의 잃을 뻔했던 궁성

다시 한번 눈앞에 서 있으니, 내 마음 어쩔 바를 모르겠다. 

 

p218 합창

그 혼란한 참상

내 눈으로 본 것일까?

겁에 질린 내 마음이 상상한 것일까?

말하기 어렵지만, 

여기서도 내 눈앞엔

그 무서운 고아경이 보이는 걸요. 

두렵다는 생각이 나를

위험한 것에서 끌어당기지 않는다면, 

두 손으로 그것을 잡을 수도 있을 거예요. 

 

p219 합창

그러나 괴롭게도 슬픈 운명은

유한한 우리 인간을 강요하여

형언할 수 없는 눈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구나. 

그것은 추악하고 영원히 저주받을 것들이 

아름다운 사랑하는 자에게 주는 고통이라네. 

 

p223 합창대 여인 6 

자신이 역겨운 송장이면서 송장이 먹고 싶은 게지. 

 

p224 포르키아스

오랜 세월 맛본 갖가지 행복을 회상해 보면, 

지고한 신의 은총도 결국 한바탕 꿈과 같지요. 

 

p227 합창

위안이 넘치는 정다운 말, 

근심을 잊게 할 다정한 말 대신 

너는 온갖 옛날 일을 들추어내고,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만 찾아내

현재의 광채는 물론

미래를 은은히 비추는

희망의 빛까지도

모조리 어둡게 만드는구나. 

 

p229 포르키아스

이 허깨비들아! - 너희가 속하지 않은 대낮과 헤어진다고

놀라서 금방 동상처럼 굳어진단 말이냐. 

하긴 너희처럼 허깨비인 인간들도

숭고한 햇빛을 단념하길 싫어하지. 

그러나 그들을 위해 탄원하고 죽음에서 구해 줄 자 아무도 없어. 

모두 그걸 알면서도 승복하려는 자는 몇 안  된단 말이야. 

p231 포르키아스 

결심이 필요한데, 그것도 화급을 다룬다. 

 

헬레나

난 고통스럽긴 해도 두렵진 않다. 

앞을 내다보는 현자에겐 불가능한 것도

때로 가능하게 보일 테지. 

 

p232 포르키아스 

집에서 기다리며 귀한 보물 간수하고, 

대궐의 높은 벽 갈라진 틈을 메우고, 

비 새지 않도록 지붕을 보전하는 자

평생을 두고 편안히 지낼 수 있으리라. 

하지만 문지방의 신성한 경계선을 

들뜬 걸음으로 쉽사리 넘어가는 자는, 

다시 돌아와 옛 장소를 둘러볼 때 

파괴된 것 없더라도 모두 변한 줄 생각하지. 

 

사실을 말씀드린 것이지 결코 비난이 아닙니다. 

 

p236 포르키아스 

그 남자 때문에 당신께도 똑같이 행할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 그것을 독점한 자는

공유한 것을 저주한 나머지 차라리 파멸시켜 버리지요. 

 

저 날카로운 나팔소리가 귀와 오장육부를 갈기갈기 찢어놓듯이 

사나이의 가슴 속엔 질투가 들끓고 있지요. 

그는 결코 잊지 못할 겝니다. 한때 소유했던 것

이제는 잃어버려 다시는 갖지 못하리라는 걸. 

 

p237 합창

오, 우리는 즐겁게 간다. 

발걸음 서둘러서. 

뒤에는 죽음

앞에는 또한

치솟은 성채의 

넘을 수 없는 성벽

일리오스의 성곽처럼

왕비님을 지켜다오.

그 성도 결국

비루한 책략으로 무너졌지만. 

 

성채의 안 마당

p243  합창을 지휘하는 여인

신들이 종종 그랬듯이 이분에게 

놀랄 만큼 품위 있는 모습과 고귀한 몸가짐, 

그리고 사랑스런 풍채를 잠시 빌려준 것이 아니라면, 

이분은 무엇을 시작하든지

매번 성공할 것입니다. 남자들간의 싸움이건,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조그만 다툼이건 간에. 

평판 높은 분들을 이 눈으로 많이 보았지만, 

이분은 진정 누구보다 뛰어나십니다. 

천천히, 진지하게, 엄숙한 걸음으로 

성주께서 오십니다. 돌아보소서, 왕비님!

 

p246 파우스트 

벌써부터 두렵군요, 내 군대가 

패배를 모르는 부인께 항복할까봐. 

나 자신은 물론 내 것이라 망상하던 모든 걸 

당신에게 바치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대 발 밑에 엎드려 자진해 충성을 맹세하노니, 

납시자마자 모든 재산과 옥좌를 차지하신 

당신을 주인으로 섬기게 해주십시오. 

 

p247 린코이스

과거의 저는 무엇인가요? 지금의 저는?

무얼 원할까요? 무얼 할까요?

날카로운 시선 무엇에 쓸까요!

당신 옥좌에 부딪히면 튕겨나오는데요. 

 

p250 린코이스

오, 당신의 환한 눈길 주시어

모든 가치를 되찾게 하소서! 

 

성주님 분부는 너무 쉬워서 

소인에게 마치 장난 같은 일이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분의 위력은

모든 재산과 생명을 지배합니다. 

이미 전 군대가 맥이 빠지고, 

창검도 모두 무디어져 소용 없게 되었나이다. 

그 화려한 모습 앞에서는 

태양도 빛을 잃고 식어버립니다. 

눈에 보이는 게 너무나 풍성해

모든 것이 공허하고 무의미해진답니다. 

(왜이렇게도 헬레나를 칭송하는 걸까? 그녀의 아름다움에 빼앗긴 마음이 그녀를 이토록 찬양하게 하는 것일까? 사랑 때문인가? 읽다보니 슬슬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웠나보다. 웃음)

 

p251 헬레나 

수많은 경이로움을 보고 듣다 보니 

저 자신 노랄워 물어볼 것이 많군요. 

저 남자의 말이 어째서 제게는 이상하게, 

아니, 이상하면서도 정답게 들리는지 가르쳐주세요.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에 어울리고, 

한 마디 말이 귓전에 울리면, 

다음 말이 따라와 그 말을 애무하는 것 같군요. 

 

p252 헬레나      말해 줘요. 어찌 하면 저도 그토록 아름답게 말할 수 있나요? 

파우스트     아주 쉽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면 되지요. 

 가슴에 그리움이 넘쳐나면

둘러보며 묻지요 - 

헬레나        누구와 함께 즐길 거냐고. 

파우스트      이제 마음은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현재만이 -

헬레나                    우리의 행복이지요. 

파우스트       현재만이 보물이고 소득이고 재산이며 담보인데, 보증은 누가 서나요? 

 

p253 헬레나 

전 아주 멀리 있는 듯하면서도 가까이 있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에! 

파우스트     

저는 숨이 막히고 몸이 떨리고 말문이 막힙니다. 

시간도 장소도 사라져버린 꿈만 같습니다. 

헬레나

제 삶을 끝났지만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낯선 당신에게 정성을 바쳐 하나가 된 것 같아요. 

파우스트 

한 번뿐인 운명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지 마십시오. 

존재한다는 건 의무입니다. 비록 순간적일지라도. 

 

p257 합창

최고의 미인을 얻고자 하는 자는 

무엇보다 유능해야 하고, 

무기를 슬기롭게 간수해야 하지요. 

세상에서 제일 가는 미녀를 

비위 맞춰가며 쟁취하여도

안심하고 언제까지 소유할 순 없지요. 

남몰래 잠입하여 유인해 가는 자도 있고, 

대담히 약탈해 가는 도둑도 있으니, 

그걸 막아낼 방도를 생각해야죠. 

 

p258 합창

어떤 지시를 내린다 해도 

용사들 대령하여 순순히 따르지요. 

각자 명령을 충실히 이행함은

자신의 이익도 도모하는 것이라

성주님 고맙게 여겨 이를 보상하시니, 

양쪽 다 높은 명예를 얻게 되지요. 

 

p261 파우스트 

순수한 날을 보낸 귀여운 아이들

자라서 아버지로서의 힘을 얻으면, 

우리는 놀랄 뿐. 언제나 남는 의문은, 

그들이 신일까? 인간일까?

 

아폴로는 목동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가장 아름다운 목동 아폴로를 닮았도다. 

자연이 순수한 영역을 다스릴 때는 

온 세계가 서로 화합하기 때문이다. 

 

그늘진 숲속

p263 합창

영 믿을 수 없는 일을 우리는 제일 듣고 싶답니다. 

 

p266 합창

오늘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화려했던 조상시대의 

슬픈 여운이지요. 

당신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진실보다 더 믿음직스런, 

저 마야의 아들을 노래한

귀여운 거짓말에 비하면은요. 

 

p267 (이어서)

마치 성숙한 나비가 

단단하고 답답한 고치 속에서 

날개를 펴고 재빨리 빠져나와

햇빛 찬란한 대기 속으로 

대담하게 훨훨 날아가는 것 같았죠. 

 

또한 날렵하기 짝이 없는 그 애는 

도둑이나 악당들, 

그리고 모든 욕심쟁이들에게

영원히 은혜로운 영임을 

아주 교묘한 솜씨로

곧 확인시켜 주었답니다. 

 

p268 포르키아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거니까. 

 

p269 합창

우리의 마음 상쾌하게 치유되어 

눈물이 날 정도로 부드러워졌어요. 

 

햇빛 따위는 사라져라. 

우리의 영혼에 날이 밝으면, 

온 세상에도 없는 것을 

우리의 마음속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 

 

헬레나 

인간다운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사랑이 고귀한 두 사람을 가깝게 하지만, 

신과 같은 기쁨을 맛보기 위해선

사랑이 귀중한 세 사람을 만들어 놓아요. 

 

p273 처녀 

이 몸 속에도

정신력과 용기가 들어 있답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의지도 

쉽사리 뺏어가지 못할 거예요. 

날 구잊로 몰았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의 완력을 너무 믿으시는군!

단단히 잡아요. 나도 장난삼아

바보 같은 당신을 불에 그을러주겠어요. 

 

p275 오이포리온

더욱 더 높이 올라가야지

더욱 더 멀리 바라봐야지 

이제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겠구나!

섬의 한가운데로군. 

뭍에도 바다에도 친숙한

펠로프스 땅의 한가운데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오르고, 멀리 봐야 할거다.)

 

그대들은 평화의 날을 꿈꾸는가? 

꿈꾸고 싶은 자, 꿈이나 꾸어라. 

전쟁! 이것이 군호이다. 

승리! 이것이 뒤따르는 소리다. 

 

p276 오이포리온

각자는 오직 자신만 믿을 뿐. 

끝까지 버티는 견고한 성은

사나이의 강철 같은 가슴뿐이다. 

정복당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서 무장하고 싸움터로 나가라. 

여자들은 아마조넨이 되고, 

모든 어린이는 영웅이 되라. 

 

합창 

성스러운 시여, 

하늘 높이 로르세요!

아름답기 그지없는 별이여, 

멀리, 더 멀리 빛나세요!

언제나 우리에게 들려와요. 

우리는 즐겨 귀를 기울이고

그 시를 듣지요. 

 

p277 오이포리온

무장한 젊은이로 온 것이다. 

강한 자, 자유로운 자, 용기 있는 자들과 어울려

정신 속에선 벌써 다 행하였도다. 

 

그리고 죽음은 

천명이지요. 

그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 

 

p278~279 헬레나와 파우스트

즐거움 뒤에는 이내

무서운 고통이 따르는구나. 

 

p280 합창

누가 성공하게 될까? - 이 서글픈 질문엔

운명조차 얼굴을 가릴 지경이에요. 

저 불행하기 짝이 없던 그날

온 국민이 피를 흘리며 침묵할 때에도. 

하지만 더 이상 머리 숙인 채 서 있지 말고

새로운 노래를 소생시켜 주세요. 

지금껏 늘 그랬듯이

대지는 계속해서 노래를 지어낼 것이니까요. 

 

헬레나 

행복과 아름다움을 늘 함께 누릴 수 없다는 

옛말이 슬프게도 제게 증명되었어요. 

생명의 줄도 사랑의 줄도 끊어져 버렸으니 

두 가지를 애통해하면서 쓰라린 이별을 고하겠어요. 

한 번만 더 절 품에 안아주세요. 

저승의 여신이여, 아들과 나를 데려가소서! 

 

p283 판탈리스

명성도 얻지 못하고 고상한 것도 원치 않는 자는 

원소 중 하나에 속할 뿐이다. 그러면 가거라!

내 뜨거운 열망은 왕비님과 함께 있는 것이다. 

공적뿐 아니라 충절이 우리의 인격을 지키는 것인즉. 

 

p286 나머지 일부

그도 그럴 게, 새 술을 담으려면 목은 술부대를 서둘러 비워야 하니까!

(새 술은 새 부대에!)

 

제4막

고산 지대

 p289 파우스트 

가장 심오한 고독의 경지를 발 아래 내려다 보면서, 

생각에 잠겨 이 정상의 바위 끝에 섰노라. 

맑은 날 육지와 바다를 건너 

살며시 날 실어와 준 구름 수레에 작별을 고한다. 

구름은 흩어지지 않고 천천히 내게서 떠나간다. 

둥근 덩어리, 줄지어 동쪽으로 향하니 

나는 놀란 눈으로 그 뒤를 바라본다. 

구름은 방황하고 물결치며 변화무쌍하다. 

 

p292 메피스토펠레스 

가장 낮은 것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저 그럴듯한 학설도 여기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각주 : 화성론에 대한 야유로 보인다. 최고와 최저의 것이 바뀐다는 것은 사회혁명적 평등관에 대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파우스트 

거대한 산은 내게 의연히 침묵하고 있다.  

나는, 산이 어디로부터, 왜 생겨났는지 묻지 않겠다. 

자연이 자신 속에 스스로 기초를 세웠을 때, 

지구를 말쑥하리만치 둥글게 만들었다. 

산봉우리와 계곡을 만들면서 즐거워했으며, 

암벽과 암벽, 산과 산을 줄지어 놓았다. 

언덕들, 알맞게 경사지어 놓으니,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골짜기로 흘러내린다. 

거기 초목이 푸르게 자라고 있으니, 자신을 즐기기 위해 

자연은 미친 듯한 천재지변을 원치 않는다. 

 

p294 메피스토펠레스

온갖 나라와 그 영화로움을 보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당신은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니, 필경 탐낼 만한 걸 찾지 못했을 거외다. 

 

p296 파우스트

당치도 않은 소리! 이 지상에는 아직도

위대한 일을 할 여지가 남아 있어. 

놀랄 만한 일을 해내야 해. 

과감히 노력하고픈 힘이 느껴지네. 

 

메피스토펠레스

그렇다면 명성을 얻고 싶은게로군요?

 

파우스트 

지배권을 획득하는 거다, 소유권도!

행위가 전부다 명성은 허무한 것이다. 

 

인간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고나 있나?

자네처럼 뒤틀리고 가혹하고 냉정한 자가

인간이 필요한 걸 알기나 하겠나?

 

p297 파우스트 

내 눈은 저 아득한 바다로 끌렸다네. 

그것은 부풀어서 저절로 솟구쳐 올랐다가는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파도를 퍼부어 

넓고 평탄한 해변을 덮치는 걸세. 

난 그게 못마땅하네. 오만한 마음이 

정열에 들뜬 혈기를 못 이겨 

온갖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정신을 

불쾌한 감정으로 바꿔놓은 것 같아서 말일세. 

우연이려니 생각하고 더욱 날카롭게 응시해 보니, 

파도는 멈췄다가 다시 구르면서 

당당히 도달했던 목표에서 멀어져 가는 거야. 

시간이 되면 이 유희를 또 되풀이 하는 거지. 

 

파우스트 

스스로 결실이 없는 파도는 그 비생산성을 퍼뜨리려 

사방팔방으로 접근해 온다. 

부풀고 커지고 구르면서 

황량한 해얀의 보기 싫은 지역을 뒤덮는다. 

연이은 파도는 힘에 넘쳐 그곳을 지배하지만, 

물러간 뒤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게 없다. 

그것이 날 불안케 하고 절망으로 이끌었도다! 

이 참을성 없는 원소의 맹목적인 힘이라니!

그리하여 내 정신은 감히 비약을 시도하려는 것. 

여기서 나는 싸우고 싶다. 이것을 이겨내고 싶다. 

 

p300 메피스토펠레스 

산다는 건 자신을 지키는 것-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p301 메피스토펠레스

산 자는 희망을 가져야지요. 

한 번 구해주면, 천 번 구해준 것과 같은 겁니다. 

주사위가 어떻게 구를지 누가 압니까?

운이 좋으면 그자에게도 부하가 따를 테지요. 

 

당신도 목적한 바를 생각하고, 

큰 뜻 앞에서 마음을 굳게 하십시오. 

 

앞산 위에서 

p306 황제 

자기만 살아남겠다는 건 이기주의의 신조지. 

거기에 감사도, 정분도, 의무나 명예도 없느니라. 

잘 계산해 본다면, 이웃집의 화재가 

너희까지 삼켜버린다는 걸 생각지 못하느냐?

 

p307 황제 

승리와 명상에 대해 막연히 꿈꾸어 왔거니와, 

방종하게도 게을리했던 것을 이제야 되찾게 되었도다. 

 

파우스트

위급하진 않사오나 조심하는 게 상책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산악 사람들은 생각과 궁리가 깊고, 

자연의 문자, 암석에 쓰인 문자에도 정통합니다. 

 

p314 파우스트

시칠리아 해변에서 떠도는 

안개 띠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신지요?

거기선 한낮에도 안개가 또렷이 흔들리면서 

중천에 드높이 올라서는

이상한 아지랑이에 반사되어 

희한한 광경을 보여준답니다. 

 

p315 황제 

하지만, 자연이 우리를 위해 

영험한 힘을 모아준 게 

누구의 덕택인지 말해 보시오. 

 

메피스토펠레스 

폐하의 운명을 진심으로 걱저해 주는 

저 고귀한 무술사 말고 누가 또 있겠습니까? 

 

p316 파우스트

사심없는 선생엔 좋은 결실이 따르는 법이옵니다. 

 

p319 메피스토펠레스

마지막 고비에선 인내와 책략이 필요합니다. 

흔히 막판에 가서야 격렬해지는 법이니까요. 

제게 확실한 전령들이 있사오니

제게 명령권을 내려주십시오! 

 

황제 

일어날 일이라면 일어나야겠지. 

 

반역 황제의 천막

327 폐자를 쓰러져 영원히 반복되는 조소를 받고, 

승자는 승리를 뽐내며 신의 축복을 찬양하도다. 

 

하지만 최고의 은상을 내리기 위해 

전에 없이 경헌한 시선을 짐의 마음속으로 돌리노라. 

젊고 활달한 군주는 허송세월을 할 수도 있겠으나, 

세월이 그에게 순간의 중요함을 가르쳐주는 법인즉, 

 

p329 헌주관

폐하, 젊은이라도 신임을 얻게 되면, 

아무도 모르는 새 어른으로 성장하는 법입니다. 

 

p335 대주교 

품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고, 

알뜰히 관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입니다. 

 

p336 대주교 

권리와 인내심을 가진 자에겐 언젠가 때가 오는 법입니다. 

 

제5막 

주위가 훤히 트인 고장

p339 나그네

그렇다! 바로 저것이다. 짙은 잎새의 보리수가 

저기 억센 노목으로 서 있다. 

오랜 방랑 후에

저것을 다시 찾게 되었구나!

폭풍에 날뛰는 성난 파도가 

날 저 모래 언덕에 내던졌을 때, 

날 구해 준 저 오두막집, 

옛날 그 장소 그대로 있구나!

 

궁전

p344 파우스트 

저주스런 종소리로다! 음흉한 화살처럼

너무나 심한 상처를 주는구나. 

눈앞의 내 영토는 무한히 넓은데, 

등뒤에선 불쾌감이 나를 우롱하고, 

시샘하는 종소리가 이런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내 훌륭한 영토도 완전치가 못하다. 

 

p346 메피스토펠레스

자유로운 바다에선 정신도 자유스러워지는 법, 

사리분별 따위가 무슨 소용이랴!

다만 날쌔게 잡아채면 그만이지. 

물고기도 잡고 배도 잡는거야 

힘이 곧 정의인 것을. 

 

p348 메피스토펠레스 

높은 지혜가 좋은 열매를 맺어 

해안과 바다가 화해를 하였소이다. 

바다는 해안의 배들을 맞아 

기꺼이 빠른 뱃길을 마련해 줍니다. 

그런즉, 여기 이 궁전으로부터 

당신의 팔이 온 세계를 껴안은 셈이지요. 

 

파우스트

내가 갖기 못한 저 몇 그루의 나무들이 

세계를 차지한 보람을 망치고 있구나. 

 

p349 메피스토펠레스

그렇듯 큰 금심이 있고서야

인생이 어찌 쓰디쓰지 않겠소이까.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저런 종소리라면

어떤 고귀한 귓전에도 불쾌하게 울릴 것입니다. 

저 빌어먹을 딩, 뎅, 동 소리는 

명랑한 저녁하늘을 안개로 감싸버립니다. 

세례를 받은 후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온갖 세상일에 끼어들지요. 

인생이란 마치 딩, 뎅, 동 사이에서 

한바탕 허전한 꿈이란 듯이. 

 

파우스트 

반항과 고집에 부딪히면

화려한 성공도 꺾이게 마련이다. 

고통이 너무 깊고 지독하면, 

정의로우려는 마음도 지치고 만다. 

 

깊은 밤

p352 망루지기 린코이스

잎새와 나뭇가지 사이로

밝은 불길이 혀를 날름거린다. 

p353 파우스트 

나도 마음 속으로는 

참을성 없는 행동에 화가 치민다. 

 

p354 합창

폭력에는 순순히 복종하라!

네가 용감하여 견디어낼 양이면, 

집과 땅- 그리고 네 자신까지 걸어야 하리라. 

 

파우스트 

별들도 반짝이던 빛을 감추고, 

불길은 사그라져 모닥불이 되었군. 

한 줄기 삭풍이 그것을 부채질하여 

연기와 냄새를 내게로 날려 보낸다. 

명령도 조급했고, 행동도 성급했다!

그림자처럼 흔들대며 다가오는 저것이 무엇일까?

 

p356 파우스트

아직도 나는 자유의 경지까지 나아가지 못하였다. 

내 가는 길에서 주술을 완전히 제거하고, 

주문 따위를 완전히 잊을 수 있다면, 

자연이여, 내가 한 남자로 그대 앞에 마주설 수 있다면, 

인간이 되려는 노력에 보람이 있으련만. 

 

p357 근심 

내 목소리,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마음속엔 쟁쟁히 울릴 거예요. 

온갖 형상으로 바뀌면서 

나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답니다. 

오솔길에서나 파도 위에서나

영원히 불안한 길동무지요. 

찾지 않아도 항상 나타나

저주를 받지만 아첨도 받는답니다. 

 

파우스트

나는 오로지 세상을 줄달음쳐 왔을 뿐이다. 

온갖 쾌락의 머리채를 붙잡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버리고, 

빠져나가는 것은 내버려두었다. 

나는 오직 갈망하면서 그것을 성취하였다. 

p358 (이어서)

또한 소망을 품고 기운차게 

평생을 질주해 왔다. 처음엔 원대하고 힘차게, 

지금은 현명하고 사려 깊게 해나간다. 

지상의 일은 낱낱이 알고 있지만, 

천상을 향한 전망은 끊어져버렸다. 

눈을 꿈벅거리며 하늘을 향해 

구름 속의 자신을 꿈꾸는 자는 바보로다!

이곳에 굳건히 서서 주위를 둘러볼 일이다. 

유능한 자에게 이 세상은 침묵하지 않으리라. 

p인식한 것은 손아귀에 잡을 수 없는 법, 

이렇게 지상의 나날을 보내는 게 좋으리라. 

도깨비들 날뛰어도 내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는 자, 

그가 나아가는 길엔 고통도 행복도 함께 있겠지! 

 

p359 근심

가야 할까, 와야 할까?

그런 자는 결단을 내리지 못해요. 

훤히 트인 길 한복판에서도

갈팡질팡 뒤뚱거리지요. 

길을 잃고 점점 깊이 들어가 

온갖 것을 다 비뚜로 보는 거예요. 

자신과 타인의 성가신 짐이 되어 

숨을 쉬면서도 질식할 지경이지요. 

숨막혀 죽지는 않으나 생기가 없고, 

절망은 않으나 몰두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줄곧 굴러만 다닐 뿐, 

그만두자니 괴롭고 억지로 하자니 불쾌한 거지요. 

때로는 해방되고 때로는 억압당하며, 

자는 듯 마는 듯 몽롱한 상태로 

꼼짝없이 제자리에 못박힌 채

이제 지옥 갈 준비나 하는 거지요. 

 

p360 근심

인간이란 한평생 앞을 보지 못하니, 

파우스트, 당신도 이제 장님이 되세요!

 

파우스트 

밤이 점점 깊어가는 것 같구나. 

하지만 마음속엔 밝은 빛이 빛난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서둘러 완성해야겠다. 

주인의 말보다 위력이 있는 것도 없으리라. 

 

이 위대한 일 완성하는 데는 

수천의 손 부리는 하나의 정신으로 족하리라. 

 

궁전의 넓은 마당

p362 젊고 팔팔한 나이에 사랑을 했을 땐,

생각하면 정말 달콤했었지.

노랫소리 즐겁게 흥겨운 곳이면

내 발길 저절로 움직여 갔다오.

이제 늙음이 짓궂게 찾아와

날 지팡이로 후려치누나.

나는 묘지의 문 앞에서 비틀댔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문이 열려 있엇던가!

 

p363 파우스트

쾌락으로 격려하고 엄하게 벌을 주며,

돈을 뿌려 달래고 쥐어짜기도 해라!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p364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종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작품해설 참고

백 살에 이른, 행동하는 자 파우스트는 이제 마적인 것과의 결탁이 무의미함을 인식한다. <근심>의 영이 그의 눈을 멀게 하지만, 마음의 눈은 그가 성취한 자유의 땅, 복락의 사회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는 순간을 향해 주저없이 외치는 것이다.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메피스토펠레스

어떤 쾌락과 행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형상들만 줄곧 찾아 헤매더니,

최후의 하찮고 허망한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으려 하는구나.

내게는 억세게도 항거한 놈이지만,

세월 앞에 별수없이 백발이 되어 모래 위에 누웠구나.

시계는 멈추었다.

 

합창

멈추었다! 한밤중인 양 조용하구나.

시계바늘이 떨어진다.

메피스토펠레스 바늘은 떨어지고, 일은 끝났다.

합창 지나가 버렸다.

메피스토펠레스 지나가 버렸다니! 어리석은 소리.

어째서 지나갔다는 거냐?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無)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도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멤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매장

p366 메피스토펠레스

전해 오는 관습, 오래된 권리도

더 이상 어느 것도 믿을 수가 없구나.

숨이 끊어져 영혼이 빠져나올 때,

전 같으면 지키고 섰다가 날쌘 쥐새끼 잡듯

획! 낚아채어 억센 손아귀에 움켜쥐었지.

지금은 영혼이 머뭇거리며 그 음침한 곳,

고약한 시체의 구역질나는 집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거든.

결국, 서로 미워하는 원소들에게

사정없이 쫓겨 나오고 만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날마다 시간마다 노심초사하거니와,

언제? 어떻게? 어디서? 이것이 까다로운 문제로다.

늙은 사자는 재빨리 힘을 잃었지만,

정말로 죽은 것인가? 한참 동안 의심을 하게 되거든.

뻣뻣한 사지를 자주 탐내며 바라보지만 -

그건 겉모양일 뿐, 다시 꿈틀꿈틀 움직이는 놈도 있지.

저 비좁은 공간에 두려운 것이 어찌 저리도 많을까!(지옥의 아가리가 열린 후 하는 말)

너희가 죄인을 혼내 주는 방법은 훌륭하지만,

그들은 이것을 거짓이며 속임수며 꿈이라고 여긴다.

 

p369 메피스토펠레스

남녀 구분이 가지 않는 괴상한 노래로

경건한 척하는 놈의 취향에나 맞겠다.

너희도 알다시피, 저 극악무도한 시간에

우린 온 인류를 절멸시키려 하였다.

우리가 생각해 낸 가장 치욕스런 죄악도

저들의 예배엔 알맞은 모양이다.

 

p372 천사들의 합창

사랑만이 사랑하는 사람을

천국으로 인도하지요!

 

메피스토펠레스

악마를 능가하는 불길이구나!

지옥의 불보다 훨씬 더 매섭네!

 

p373 메피스토펠레스

이게 바로 사랑의 원소라는 것인가?

온몸이 불구덩이에 있으면서

목덜미가 타는 것도 모르고 있다니

 

p374~345 메피스토펠레스

자신의 마음을 통찰하고,

자신과 친족을 믿는다면 승리할 수 있으리라.

악마의 고귀한 부분이 구원되었으나,

사랑의 도깨비는 살갗을 스쳤을 뿐이다.

가증스런 불꽃이 다 타버렸으니,

마땅히 나는 너희 모두를 저주하노라!

 

p375 메피스토펠레스

나는 둘도 없는 귀한 보물을 놓치고 말았다.

내가 담보로 잡아두었던 그 고귀한 영혼을

놈들이 교활하게 채어 가고 말았다.

p376 (이어서)

나잇살이나 먹은 내가 감쪽같이 속다니.

자업자득이지만 너무나 기분이 나쁘다.

창피하게도 실수를 저질러

애쓴 보람이 없이 헛물만 켜다니 참 꼴불견이다.

천박한 욕정과 가당찮은 연정이

노회한 악마에게도 일어날 줄이야.

이 철부지들의 수작에

처세에 능한 내가 걸려들다니,

결국 내가 저지른 바보짓이

참으로 사소한 일이 아니로다.

 

 

p377 열락에 잠긴 교부

영원한 열락의 불길

불타는 사랑의 인연

들끓는 가슴의 아픔

솟구치는 하느님의 기쁨

화살이여, 날 꿰둟어라.

창이여, 날 찔러라.

몽둥이여, 날 박살내어라.

번갯불이여, 날 태워버려라!

참으로 허망한 것

모조리 쓸어버리고,

영원한 사랑의 핵심

구원의 별이 빛나게 하라.

p379 천사와 닮은 교부

아이들아! 한밤중에 태어나

정신과 관능, 반만 눈뜬 채

양친에게 일찍이 여읜 아이였지만,

천사에겐 이득이 되었던 너희들,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걸

너희들도 알겠지. 자, 가까이 오너라.

너희는 복받은 아이들이라

험난한 인생길 걸어온 흔적도 없구나.

(태어나고 얼마 못살고 죽은 아이들을 말하는 것 같다.

 

p380 천사와 닮은 교부

언제나 순수한 방식으로

신께서 나타나 힘을 주시니,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거라.

그것은 자유로운 대기 속에 존재하는

영혼의 양식이며,

천상의 축복으로 피어날

영원한 사랑의 계시이니라.

 

p381 천사들

언제나 갈망하며 애쓰는 자,

그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p383 승천한 소년들

번데기 상태인 이분을

우리는 기쁘게 맞겠어요.

천사의 담보물을

잡은 셈이니까요.

이분을 둘러싼

고치를 벗겨주세요.

벌써 성스런 생활로

아름답고 크게 자랐어요.

 

마리아 숭배의 박사

여기는 전망이 자유로워

정신까지 고상해진다.

 

p385 어느 누가 자신의 힘으로

정욕의 사슬을 끊을 수 있겠나이까?

경사지고 미끄러운 바닥에선

발이 얼마나 쉽게 미끄러집니까?

눈짓과 인사, 그리고 아양 떠는 입김에

누군들 유혹되지 않겠나이까?

 

p388 속죄하는 한 여인

보세요, 이분은 온갖 지상의 인연에서 벗어나

그 낡은 껍질을 벗어던졌나이다.

첫 젊음의 힘이 솟아납니다.

 

신비의 합창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올리도다.

작품해설 참고

속죄의 여인, 즉 그레트헨의 사랑이 하늘의 은총을 받아 파우스트이 영혼을 구해내는 장면.

천사들에 둘러싸여 영혼이 승천하는 가운데 신비의 합창이 쟁쟁하게 울려퍼진다.

 

3. 내가 저자라면

1. 「파우스트」에 대하여

내가 저자라면 일 평생동안 한 작품을 하나의 주제, 흐름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60여 년에 걸쳐 이 작품이 씌여졌기 때문에 문장마다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묘사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괴테는 60년 동안 이 작품만을 쓰진 않았다. 다른 여러 작품을 쓰면서 동시에 「파우스트」에 애정을 가지고 엮어나간 것이다. 분량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압축되어 표현한 문장들은 60여년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 듯하다. 물론 번역하신 정서웅박사를 신뢰하고 읽었다는 전제가 깔려있긴 하다. 또 이 작품이 다 쓰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실러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그가 독려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제5막의 마지막 부분 ‘매장’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문장 하나하나 의미를 잘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여 읽었지만 아직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없는 터라 얕은 이해 수준과 감동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10년마다 한번씩 읽어보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는 문장이 책의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대구를 이루면서 스토리 라인의 완벽성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했던 내기를 잊지 않고, 파우스트는 마지막 죽음의 순간 전에 이 말을 하고, 결박당하게 된다.

잠시, 정서웅 박사의 작품해설에 비춰보아 주인공 파우스트에 대한 것과 희곡의 의도를 알아보자. 이 희곡의 중요한 의도는 강렬한 인식에의 욕구를 지니고 용기 있게 자아를 성취해 나가는 르네상스적 인간상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한다. 파우스트는 셰익스피어의 주인공들 못지 않은 거인이었다. 그는 근대 정신에 입각해 지식과 삶의 관계를 구명하려는 노력하는 인간상을 대변할 만하였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향락적인 삶이 아니라 인식에 대한 갈망이다. 파우스트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이다. 그는 <세계를 한가운데서 통괄하는 힘>을 알고자 했고, 그것을 위해 자연과 인간의 삶을 두루 섭렵한 행동인이었다.

「파우스트」는 괴테의 삶과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괴테가 당시 그 꼭지를 지을 때 심취해 있던 것들이 소재가 되고 그것이 비극의 중요한 플롯이 되었다. 1800년 초에 「파우스트」 제2부를 염두에 두고 헬레나-에피소드를 구상했는데, 그것을 훗날 제2부 제3막으로 발전되었다. 학문에 대한 회의, 사랑의 축복과 죄악은 젊은 시절의 테마였다. 장년기에는 헬레나 상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그를 사로잡았고, 노년의 괴테를 열광케 한 것은 행위자로서의 파우스트와 그의 인류애, 거기에 창조적, 원형적인 것의 비밀,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의 상정성이었다. 이러한 소재는 시인 자신의 삶과도 각별한 연광성이 있는 것이었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평생을 이 작품에 매달리게 했으며, 삶의 모든 단계로부터 그 열정과 지혜와 비밀을 그 속에 충분히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는 신과 악마 사이의 쟁점이 한 인간을 통해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가를 보여줬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헤매인다>라는 주님의 확신이 바로 이 희곡의 기본 주제요, 의도된 각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예정된 진실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존재가 파우스트인데, 그는 예외적인 인간으로 설정된다. 요컨대 그는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자아의 한계를 넘어서고, 나아가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사람이다.

(사부님이 이야기 해주셨던 오만이 생각난다. 미네르바에게 도전하는 이라크네처럼 말이다.한 분야에서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사람. 그 예로 파우스트도 들 수 있겠다. )

 

2. 감동적인 장․절

p7 미궁 같은 삶의 미로를 더듬으며,

 

p8~9 아,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나오는 것,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면서

우리 입술이 수줍은 듯 웅얼웅얼 노래한 것,

 

찬란하게 빛나는 건 순간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참된 건 후세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는 법이랍니다.

 

p15 마치 사람들이 사랑의 모험에 몰두하듯 말이에요.

 

각자 체험을 하면서도 의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그걸 붙잡아내기만 해도 흥미로운 것이 되겠지요.

잡다한 형상 속에 약간의 명징함을,

수많은 오류 속에 진리의 불꽃 한 점 흘려 넣으면

그것으로 최상의 술을 빚어낸 셈이니

 

p41

자신 속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것을 품고 키워온 가슴, 기쁨에 떨며 

우리 정령들과 어깨를 겨누며 부풀어올랐던 그 가슴

은 어디에 있느냐? 

 

p43 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이성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

굳이 말투를 꾸며낼 필요가 어디 있겠나?

그렇지, 자네들의 연설이 번지르르해도, 

내용인즉 삶의 휴짓조각을 구겨넣은 듯,

가을날 마른 가랑잎 사이로 스쳐가는

안개바람처럼 칙칙한 것일 테지. 

 

p51 인간의 용기는 신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 

환상 속에 고통을 만들며 자신을 저주하는 

저 어두운 동굴 앞에서도 떨지 않는다는 것, 

지옥의 모든 불길 활활 타오르는

저 좁은 통로를 통해 과감히 들어가

비록 허무 속으로 휩쓸려들 위험이 있다 해도 

이 발길 씩씩하게 내디딜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p94 고귀한 노력을 경주하는 인간의 정신을 

너희들 따위가 이해한 적이 있었느냐?

 

제2부

p13 너의 소원 하나하나 성취하려면

저기 찬란한 아침해를 보아라! 

너는 잠깐 사로잡혔을 뿐, 

잠은 껍질이로다. 벗어 던져라! 

 

p80 

파우스트 

무진장한 보물이 폐하의 영토 안에서 

깊이 묻힌 채 때를 기다리며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원대한 사상도 

이러한 재보에 비하면 심히 보잘것없는 것입니다. 

공상의 나래 높게 펴고 아무리 노력한들

결코 만족스럽게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오나 깊이 통찰하는 고귀한 정신은

무한한 것에 무한한 신뢰를 가질 것입니다. 

 

p120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을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p173방황해 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이야. 

생성을 원한다면 자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보게나! 

 

p268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거니까. 

 

p301 당신도 목적한 바를 생각하고, 

큰 뜻 앞에서 마음을 굳게 하십시오. 

 

p319 당신도 목적한 바를 생각하고, 

큰 뜻 앞에서 마음을 굳게 하십시오. 

 

327 폐자를 쓰러져 영원히 반복되는 조소를 받고, 

승자는 승리를 뽐내며 신의 축복을 찬양하도다. 

 

젊고 활달한 군주는 허송세월을 할 수도 있겠으나, 

세월이 그에게 순간의 중요함을 가르쳐주는 법인즉, 

 

p349 반항과 고집에 부딪히면

화려한 성공도 꺾이게 마련이다. 

고통이 너무 깊고 지독하면, 

정의로우려는 마음도 지치고 만다. 

 

p357~358 나는 오로지 세상을 줄달음쳐 왔을 뿐이다. 

온갖 쾌락의 머리채를 붙잡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버리고, 

빠져나가는 것은 내버려두었다. 

나는 오직 갈망하면서 그것을 성취하였다. 

또한 소망을 품고 기운차게 

평생을 질주해 왔다. 처음엔 원대하고 힘차게, 

지금은 현명하고 사려 깊게 해나간다. 

지상의 일은 낱낱이 알고 있지만, 

천상을 향한 전망은 끊어져버렸다. 

눈을 꿈벅거리며 하늘을 향해 

구름 속의 자신을 꿈꾸는 자는 바보로다!

이곳에 굳건히 서서 주위를 둘러볼 일이다. 

유능한 자에게 이 세상은 침묵하지 않으리라. 

무엇 때문에 영원 속을 헤맬 필요가 있을까!

인식한 것은 손아귀에 잡을 수 없는 법, 

이렇게 지상의 나날을 보내는 게 좋으리라. 

도깨비들 날뛰어도 내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는 자, 

그가 나아가는 길엔 고통도 행복도 함께 있겠지! 

 

p363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p364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종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메피스토펠레스

어떤 쾌락과 행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형상들만 줄곧 찾아 헤매더니,

최후의 하찮고 허망한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으려 하는구나.

내게는 억세게도 항거한 놈이지만,

세월 앞에 별수없이 백발이 되어 모래 위에 누웠구나.

시계는 멈추었다.

 

p377 참으로 허망한 것

모조리 쓸어버리고,

영원한 사랑의 핵심

구원의 별이 빛나게 하라.

 

p381 천사들

언제나 갈망하며 애쓰는 자,

그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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