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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8일 11시 03분 등록

<파우스트 Faust>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정서웅 옮김, 민음사, 1 272, 2 412, 2012 1 48

 

1.   저자에 대해서

 

1)    출판사 작가 연보

 

1749    8 28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요한 카스파르 괴테(1710-1782)

는 명목상의 황실 고문관으로 법학을 공부한 부유한 인사였으며, 어머니 카타리나 엘

리자베트 (1731-1808)는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로서 천성적으로 활발하고 명랑하였다. 

로얄 페밀리 출신이네.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21살이나 많았다. 엄마가 큰아들 괴테를 18살에 낳았다. 그럼 17살에 결혼을 했다는 거고, 그 때 이 여자의 남편은 39살이다. 어린 처녀가 중년남자에게 시집갔네. 하긴 요즘 45살된 농촌 총각들이 21살된 동남아 아가씨를 데려오지. 어머니는 시장 딸이니 결혼 이민을 오진 않았겠지. 황실 고문쯤 되는 남자가 혼자, 금욕하며 살았을 리는 없을 테고 여러 다른 애인이나 작은 집들이, 그로 인해 배다른 형제들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해보는 내가 문제인가? 내 생각의 근거는 성 아우구스티누스 어머니의 전기다.  

1750(1) 누이동생 크르넬리아가 태어났다. (그 이후 출생한 남동생 둘, 여동생 둘은 모두 출생

후 얼마 안 되어 사망하였다.)

1753(4) 크리스마스날 할머니로부터 인형극 상자를 선물받았다.

(지금도 프랑크푸르트의 괴테하우스에 보존되어 전시중이다.)

이 인형극 상자에 파우스트 관련한 인형도 들었을까? 할머니든 고모든 어린 아이들에게 뭔가를 선물할 때는 그 아이의 마음창고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걸로 했으면 좋겠다.

1757(8) 조부모에게 신년시를 써서 보냈다. (보존되어 있는 괴테의 시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1759(10) 프랑스군이 프랑크푸르트를 점령하였다. 군정관 토랑Thoranc 백작이 2년쯤 괴테의

집에 머물렀는데, 그를 통해 소년 괴테는 미술과 프랑스 연극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765(16) 10월에 라이프치히로 가서 대학에 입학하였다.

베리쉬, 슈토크, 외저 등의 예술가들과 사귀며 문학과 미술 공부를 하였고,

그리스 연구가 빙켈만의 글을 읽고 계몽주의 극작가 레싱의 연극을 관람하였다.

1766(17) 식당 주인 쇤고프의 딸 케트헨을 사랑하여 교제하였다.

그녀에게 바친 시집 <아테네>는 베리쉬에 의해 보존되었다.

1767(18) 첫 희곡 <연인의 변덕>을 썼다. (이듬해 4월에 완성)

1768(19) 케트헨과의 애정 관계를 끝냈다. 6, 빙켈만의 살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7월 말 각혈을 동반한 폐결핵에 걸려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1769(20) 이전 해 11월에 시작한 희곡 <공범자들>을 완성했다.

 

1770(21)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에 입학하여 법학 공부를 계속하였다.

눈병 치료차 슈트라스부르크에 온 헤르더와 교우, 문학과 언어에 관해 영향을 받음.

10, 근교의 마을 제젠하임에서 목사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1771(22) 프리데리케와 자주 만나며 그녀를 위한 서정시를 많이 썼다.

교회사 문제를 다룬 학위 논문은 민감한 내용 때문에 불합격되었으나 대신 그에 준

하는 시험에 통과하여 공부를 마쳤다. 8월 프리데리케와 작별하고 고향으로 떠났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변호사를 개업하였으나 문학에 더 몰입하였다. 슈투름 운트 드랑이 성향이 짙은 희곡 <괴츠 폰 베를리힝엔>의 초고를 썼다.

슈투름 운트 드랑이 뭘까? 괴테의 인생에서 제법 중요한 단어인 듯 하다.

1772(23) <괴츠>를 출간, 슈트라스부르크 시절부터 구상했던 <파우스트>의 집필을 시작.

<마호메트>, <프로메테우스>를 쓰고 오페레타 <에르빈과 엘미레>의 집필시작.

1774(25)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시작하여 4월에 완성하였다.

<괴츠>가 베를린에서 초연되었고, 희곡 <클라비고>를 썼다.

당대의 대시인 클롭슈톡과 편지를 교환하였다.

1775(26) 프랑크푸르트 은행가의 딸 릴리 쇠네만을 사랑하여 약혼, 반년쯤 후에 파혼하였다.

 희곡 <스텔라>를 썼다. 칼 아우구스트 공의 초청을 받고 바이마르를 방문하였다.

1776(27) 바이마르(당시 인구 6000명 정도의 도시) 에 머물기로 결심하고, 7월 추밀원 고문관

에 임명된 후 정식으로 바이마르 공국의 정사에 관여하였다. 궁정여관 샤로테 폰 슈

타인 부인과 깊은 우정 관계를 맺고, 그녀로부터 많은 격려와 도움을 받았다.

궁정여관이 뭐지? 그리고 궁정여관이었던 부인과 깊은 우정관계를 맺었다는 건 애정관계도 포함되는 건가? 그녀는 학식과 예술적 심미안을 갖춘 양질의 숙녀?   

1777(28) <공범자들> <에르빈과 엘미레>가 공연되었다.

1778(29) 희곡 <에그몬트>에 전념하여 몇 장을 집필하였다.

1779(30) <이피게니에> (산문) 완성하여 초연하였다.

슈투트가르트에 들러 실러가 생도로 있는 칼학교를 방문하였다.

 

1780(31) 희곡 <타소>를 구상하였다. <파우스트>의 원를 아우구스트 공 앞에서 낭독하였다.

 그 원고를 궁정여관 루이제 폰 괴흐하우젠이 필사해 두었는데, 그것이 훗날 <초고

 파우스트>의 출간을 가능하게 하였다.

1782(33) 황제 요제프 2세로부터 귀족의 칭호를 받았다. 아버지가 별세하였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1786(37) 식물학과 광물학의 연구에 관심을 기울였다. 칼 아우구스트 공, 슈타인 부인, 헤르더

 등과 휴양차 칼스바트에 체재하다가 몰래 이탈리아 여행길에 올랐다. 로마에서 화

가 티슈바인, 앙겔리카 카우프만, 고고학자 라이펜슈타인 등과 교유하며 고대 유적의

관찰에 몰두하였다. <이피게니에>를 운문 형식으로 개작하였다.

오호,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을 몰래 올랐다니 더 관심이 간다. 그가 37세에 쓴 여행기라면 중년기전환 즈음이니 읽어볼 만 하겠다. 1700년대의 중년 남자는 어떤 마음으로 외국여행을 했는 지 궁금하다. 나도 여름에 이탈리아에 간다. 돈 아직 못냈다. 돈 내면. 

1787(38) 이탈리아 체류를 연장하고 나폴리와 시칠리아 섬까지 돌아보았다.

<에그몬트>를 완성하여 원고를 바이마르로 보냈다.

1788(39) 6월에 스위스를 거쳐 바이마르로 돌아왔다. 귀환 후 슈타인 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

졌다. 평민 출신의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만나 동거 생활을 시작하였다. (후에 괴

테의 정식 부인이 되었다.). 실러와 처음 만났으나 절친한 관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실러는 괴테의 주선으로 예나 대학의 역사학 교수 자리를 얻었다.

1789(40) 크리스티아네와의 사이에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났다.

당대의 학자 빌헬름 폰 훔보트와 친교를 맺었다.

 

1790(41) 괴센 판 괴테전집에 <파우스트 단편>을 수록하였다.

색채론과 비교 해부학 연구에 몰두 하였다.

관심사가 다양하다. 색채론, 비교해부학, 식물학, 광물학

1792(43) 프랑스 혁명군에 대항하는 프러시아 군에 소속되어 베르텡 공방전에 종군하였다.

1793(44) 연합군의 일원으로 프랑스군 점령지인 마인츠 포위전에 참가하였다가 8월에 귀환하

였다. 그 체험을 살려 희곡 <흥분된 사람들>을 썼다.

1794(45) 새로 건립된 예나의 식물원을 맡아 관리하였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개작을 시작하였다. 실러와 <호렌>지 제작에 함께 협조하면서 가까워졌다. 시인 프

리드리히 휠덜린과 처음으로 만났다.

 

1795(46) <독일 피난민의 대화>를 출간하였다. 훔볼트 형제와 해부학 이론에 관심을 쏟았고,

 실러와 공동으로 경구집 <크세니엔>의 출간을 구상하였다.

1797(48) 서사시 <헤르만과 도로테아>를 집필하였다. 실러의 격려와 독촉으로 <파우스트>

 다시 매달려 <헌사><천상의 서곡><발푸르기스의 밤>을 집필하였다.

1799(50) 티크, 슐레겔 등과 친교를 맺었다. 희곡 <사생아>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1803(54) <사생아>를 완성하여 첫 공연을 가졌다. 절친했던 친구 헤르더가 사망하였다.

1805(56) 5월에 실러가 죽었다. 괴테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내 존재의 절반을 잃은 것 같

고 술회하였다.

1806(57)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바이마르가 점령되었다.

크리스티아네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57세면 39살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으니까 13년 만에 결혼식을 한 거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증인으로 세우고서 결혼식을 한 거로구나. 살다가 결혼하는 커플에게 괴테 얘기를 해주어야겠다.   

1807(58) 아우수스트 공의 모친 안나 아말리아가 사망하여 추도문을 작성하였다.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1808(59) <파우스트> 1부가 출간되었다. 소설 <친화력>을 구상하고 집필을 시작하였다.

9월에 어머니가 별세하였고, 나폴레옹과 두 차례 회견하였다.

 

1810(61) 카스바트와 드레스덴으로 여행하였다. <색채론>을 완성하였다.

1811(62) 자전적 기록인 <시와 진실>에 전념하여 9월에 1부를 완성하였다.

<에그몬트>에 대한 베토벤의 편지를 받고 2부를 집필하였다.

괴테와 베토벤이 동시대 사람이구나. 서로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1812(63) 베토벤의 음악을 곁들인 <에그몬트>가 초연되었다. 칼스바트에서 몇 차례 베토벤을 만났다. <시와 진실> 2부를 집필하였다.

1813(64) <시와 진실> 3부 완성하고, <이탈리아 기행>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37살에 간 여행에 대한 여행기를 64살에 쓰기 시작했다!!!! 우와 시인 또는 문인의 경험은 속에서 낡거나 삭는게 아니라 익고 맛드나 보네. 묵은지나 된장, , 효소, 약처럼

1814(65) 페르시아의 시인 하피스의 시집 <디반>을 읽고 자극을 받아 <서동시집>에 착수하

였다. 라인과 마인 지방을 방문하였다.

1815(66) 재상으로 임명되었다.

희곡<에피메니네스의 각성> 공연됨, <서동시집>에 수록할 140편의 시가 씌어졌다.

1816(67) 아내 크리스티아네가 중병으로 사망하였다.

<이탈리아 기행> 1부를 완결하고, 2부 집필에 착수했다.

잡지 <예술과 고대>의 발간을 시작하였다.

1817(68) 영국 시인 바이런의 시를 탐독하였다.

1819(70) <서동시집>을 마무리 짓고 출판하였다.

 

1821(72)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를 완성하여 출간하였다.

1823(74) 괴테 숭배자 에커만이 찾아와 조수가 되었다.

그는 <만년의 괴테와의 대화>의 필자로 유명하다.

1828(79) 칼 아우구스트 공이 사망하였다.

1829(80) <파우스트> 1부가 다섯 개 도시에서 공연되었다.

<이탈리아 기행> 전편이 완결되었다.

1830(81) 아들 아우구스트가 로마에서 사망하였다. 폐결핵에 걸려 각혈까지 하게 되었다.

아내는 그가 67세때 죽고 마흔 된 아들도 죽었다. 노인 괴테는 쓸쓸하다. 허나 가족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으리라. 괴테가 은교의 노시인 이적요 같으다. 공대생이 문하생으로 들어왔듯이 괴테 숭배자 에크만이 찾아왔지. 그는 차를 자가수리할 수 있었다. 색채론과 해부학을 공부한 시인 괴테.   

1831(82) <시와 진실> <파우스트> 2부를 완성하였다. 82회 생일을 일메나우에서 보냈다.

1832(83) 3 22일 운명하였다.

 

2)    파우스트에 대하여 : 출판사 작품 해설 요약

정서웅 교수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

 

전설 속의 인물 파우스트

 

파우스트는 전설 속의 인물이다. 우리로 치면 김삿갓 같은 사람일까? 파우스트는 16세기에 살았다는 떠돌이 학자로 마술과 점성술의 솜씨로 살아간 사람이다. 신학과 의학에도 상당한 지식이 있었던 모양인데, 규범을 벗어난 행동과 과장된 일화들이 그를 전설적 인물로 만들었다. 파우스트를 소재로 다룬 많은 이야기들이 세월을 거치며 독일,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흥미있는 것은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는 중세적 모티프인데 이 이야기는 당시 민중본으로 엮여져 큰 인기를 끌었다. 따라서 괴테는 노력하는 자아의 발전 과정을 다룬 차원 높은 문학의 소재로서 파우스트를 활용한 셈이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이다. 그는 세계를 한가운데서 통괄하는 힘을 알고자 했고, 그것을 위해 자연과 인간의 삶을 두루 섭렵하는 행동인이었다. 괴테는 이러한 새 인간상을 그려내기 위해 중세의 설화와 민중본은 물로, 유랑극과 인형극의 소재들을 소중하게 이용하였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시대 정신과 민중의 정서까지 애정 어린 손길로 재창조해 내었다.

 

괴테 60년 동안, 죽기 6개월 전까지 파우스트 집필하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을 포함, 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고, 시행의 수는 모두 12,111행에 이른다. 또 파우스트 중 유일한 산문이 제1부에 실려있다. 1,2부에 모두 비극이라는 부제가 병기된 것이 특이한데, 흔히 제1부를 학자 비극과 그레트헨 비극, 2부를 헬레나 비극과 통치자 비극이라고 부른다. 이 다채로운 테마를 괴테는 다양한 어법과 다양한 운율을 모두 구사하여 한 편의 웅장한 교향악으로 만들어놓았다. 물론 60여년에 걸친 길고도 불규칙적인 집필 과정으로 인해 내용상 빈틈없는 통일성을 기하지는 못하였다.

 

1773년에 집필을 시작해 2년간 계속되었으나 1775년 바이마르에 정착한 후부터 10년간 작품에 별 진전이 없었다. 20대의 청년 괴테가 쓴 당시의 원고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초고의 낭독을 듣고 감동한 궁정여관 루이제 폰 괴흐하우젠이 원고를 빌려 필사해 두었는데, 다행히 1887년 그녀의 유품 속에서 발견되었다. 그것을 발견한 에리히 슈미트가 즉시 <초고 파우스트 Urfaust>라는 타이틀로 출판하였다. 여기에는 파우스트 이야기의 핵심인 메피스토렐레스와의 계약, 그레트헨에 대한 사랑과 비극적 종말 등이 일부는 시로, 일부는 산문으로 서술되어 있다. <파우스트 단편> <비극 파우스트> 1부로 완성되기가지엔 실러의 격려가 크게 작용하였다. 1831년 봄에 <파우스트> 2부가 완성되었지만, 4막은 아직 빈 채로였다. 괴테는 그것을 여든두 번 째 생일까지 끝낼 계획이었다. 그것은 성공하였다. 그가 죽기 8개월 전이었다.

 

이렇듯 괴테는 창작의 재능이 눈뜰 때부터 죽을 때까지, 파우스트 드라마에 집착했다. 학문에 대한 회의, 사랑의 축복과 죄악은 젊은 시절의 테마였다. 장년기에는 헬레나 상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그를 사로잡았고, 노년의 괴테를 열광케 한 것은 행위자로서의 파우스트와 그의 인류애, 거기에 창조적, 원형적인 것의 비밀,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의 상징성이었다.

 

파우스트의 줄거리

 

작품 해설 부분에서 이런 게 나오니 좋다. 전체를 읽기 전에 대략 개요를 설명 들은 듯 해서다. 혼자 읽을 때는 파우스트가 눈이 멀었는지, 그레트헨이 어찌 되었는지 잘 모르겠더라.

 

<파우스트>의 앞부분에 나오는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은 드라마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천상의 서곡>과 본문의 연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주님과 악마 메피스토렐레스 사이의 내기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사건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회의에 빠진 인간 파우스트를 유혹할 수 있다는 메피스토렐레스의 장담에 주님은 매우 암시적인 답변으로 응수한다.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알고 있다.”

 

따라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가 신의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선택한 견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절망에 빠진 파우스트가 자살을 기도하는 순간 부활절의 종소리와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와 세속적 삶에 대한 그리움을 부추긴다. 마을의 선남선녀와 어울리면서 그는 풍성하고 의미 있는 삶을 갈망하게 된다. 때맞춰 나타난 메티스토렐레스는 파우스트와 계약을 맺고, 쾌락적인 삶을 선사하는 대신 영혼을 넘겨받기로 약속한다. 마녀의 부엌에서 영약을 마시고 파우스트는 20대의 청년이 되었고 순진무구한 처녀 그레트헨을 첫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소녀의 고귀한 사랑을 방탕한 파우스트의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그레트헨을 구하러 감옥으로 갔을 때, 미쳐버린 상태에서도 그녀는 파우스트를 용서한다. 탈출을 권하는 애인에게 그녀는 자신의 죄값을 받겠노라 단언한다. 그녀를 두고 나오며 메피스토렐레스는 말한다. ‘그녀는 심판받았노라그러나 천상에서 들려오는 말은 다르다. ‘그녀는 구원받았노라!’ 이로써 주관성이 강하고 슈투름 운트 드랑의 정열이 넘치는 제 1부가 끝나는 것이다.

 

2부에선 주관과 열정이 절제되고, 대신 해박한 지식과 원숙한 표현력으로 보다 넓은 세계가 묘사된다. 괴테 시대의 문화와 사회상이 다섯 개 막 어느 곳에나 생생하게 재현된다. 서두에서 파우스트는 자연의 치유력에 의해 정신적 회복을 이룬다. 체험의 한계를 인식했지만 여전히 삶의 최고의 형태를 추구하는데 전념하리라 다짐한다. 궁성에서 파탄 지경의 황제를 구해내지만, 헬레나를 불러내라는 청까지 경솔하게 승낙한다. 그는 헬레나의 환영을 찾기 위해 메피스토렐레스가 일어준 대로 시공을 초월한 어머니의 나라로 들어간다. 환영의 궁성에 도착해 헬레나에게 손을 뻗는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2막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의식을 잃은 파우스트를 그의 옛 서재로 데려간다. 그곳에선 조수였던 바그너가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낸다. 뛰어난 예지의 능력을 갖춘 이 피조물은 헬레나에 대한 파우스트의 동경을 감지하고 그를 옛 그리스 세계인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안내한다. 파우스트가 헬레나를 찾는 동안 원소의 추출물에 불과한 후문쿨루스는 현실적 존재가 되려다가 불꽃이 되어 소멸한다.

 

3막의 서두는 스파르타 궁성으로 돌아온 헬레나가 장식한다. 그녀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계략대로 이웃 성의 맹주인 파우스트와 결합하게 되고 둘 사이에 아들 오이포리온이 태어난다. 오이포리온은 날기를 감행하지만 이카루스처럼 추락해 부모의 발치에서 죽는다. 환영의 여인 헬레나도 사라지고, 그녀의 옷과 베일만이 파우스트의 팔 안에 남아있다. 자연아로 돌아온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렐레스는 다시 한 번 욕망과 정열의 즐거움을 마련해 주려 한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그의 제안을 단호히 물리친다. 선행의 가치를 깨달은 그는 황제로부터 받은 해안지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들도록 독려한다. 이것은 창조적 욕구의 구현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결의인 것이다.

 

백 살에 이른 파우스트는 제5막의 서두에서 개간의 삽질 소리가 요란한 해안지대를 조망한다. 행동하는 자 파우스트는 이제 마적인 것과의 결탁이 무의미함을 인식한다. ‘근심의 영이 그의 눈을 멀게 하지만 마음의 눈은 그가 성취한 자유의 땅, 복락의 사회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는 순간을 향해 주저없이 외친다.

 

,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이 마지막 말과 함께 파우스트는 쓰러진다. 이 순간을 기다려온 메피스테펠레스는 부하 도깨비들과 함께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아 가려 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속죄의 여인, 즉 그레트헨의 사랑이 하늘의 은총을 받아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낸 것이다. 천사들에 둘러싸여 영혼이 승천하는 가운데 신비의 합창이 쟁쟁하게 울러퍼진다.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성취되었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그는 예외적 인간으로 설정된다. 요컨대 그는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자아의 한계를 넘어서고, 나아가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사람이다. 학문의 힘으로도, 정령의 도움으로도 이것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그의 절망은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악마의 사술을 빌려서라도 초월성을 쟁취하려는 것이 파우스트의 욕망이다. 그의 운명은 예정된 것이다. 세계의 삶 속을 통과해 가면서 온갖 쾌락과 동시에 그에 따른 고통까지를 체험한다. 고귀한 사랑은 악마의 농간으로 엄청난 죄악의 결과를 낳는다. 고전적 아름다움 (헬레나)을 획득한 듯 하지만, 이것도 일장춘몽으로 끝난다. 통치자의 권력을 얻었지만 이것 역시 악마의 도움에 의한 것이기에 의미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인간 파우스트의 승리는 타인에 의한 헌신적 사랑에서 기인한다. 버려진 땅을 일구어 만인을 위한 복지 낙원을 만들려고 했을 때, 그의 의지는 악마와의 계약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은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굳은 결의만으로 그의 영혼이 구제된 것은 아니다. 그가 저지른 죄과에 대한 용서를 빌고 구원을 간구한 것은 사랑의 힘이다. 그것이 신의 은총을 빌려 이 언제나 노력하며 스스로 애쓰는 자를 악으로부터 구원한 것이다.

 

 

1.   내가 저자라면

 

1)    전체적인 목차와 뼈대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에 이어 1부와 2부가 나온다. 1부도 비극, 2부도 비극이라는 대제목이 걸려있다. 순간순간 파우스트와 그와 계약을 한 악마가 이야기를 한다. 사람 안에 있는 선한 목소리, 갈등하는 인간의 목소리, 악마의 이야기가 들려 나온다. 여러 가지 욕망에 대해 다룬다. 그레테헨처럼 지고지순한 첫사랑부터 헬레네처럼 아름다운 여자와 지내보는 경험,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고, 아이가 눈 앞에서 죽고, 마녀들이 나온다는 밤에 여러 작품에서 본 이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권력도 가져본다. 가장 의 미있는 일을 제방을 쌓아 간척지를 만드는 걸로 꼽는다. 평생에 걸쳐 쓴 것처럼 사람의 평생이 들어있다. 20대부터 80세 이상까지 관심사가 다를 수 있는 데 잘 포함이 되었다고 본다.   

 

2)    장점과 보완점

 

밑줄 그은 말 중에는 메트스토펠레스의 것이 많았다. 사람에게 책이나 이론 뒤로 숨는 게 아니라,직접적인 경험을 하도록 하는  충동질이 신선했다. 가려져 있던 여러 목소리를 대변한다. 모두의 안에 그런 목소리가 있다. 그런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이 제일 훌륭했고 그 존재가 매우 개성 있게 다가왔다. 공연을 본다면 파우스트 만큼이나 메피스토펠레스를 맡은 배우가 멋진 배우일 것 같다.

 

악마를 상정하고 그와 계약을 하는 점, 그리고 그가 전지전능하여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게 한다는 설정이 무척 즐거웠다. 그 안에 포함된 에피소드들 역시 그리스 신화 등 풍부한 고전에서 나왔다. 사람의 이런저런 것을 고루 건드릴 수 있는 많은 요소가 있다. 또 이이야기는 구전되는 파우스트 이야기를 근간을 한다. 우수한 수원에다 젖줄을 대고 있다.         

 

3)    감동적인 장절

 

괴테가 60대에 들어서 왕성하게 작품을 내었고, 파우스트는 죽기 6개월 전까지 작업했다는 작품해설 부분. 그의 인생이 감동적이다.

 

60대에 접어들면서 괴테의 인생에 절정에 다다랐다. 철학성이 풍부한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산문시 <헤르만과 도로테아>가 나왔고, 학문 연구에도 몰두, 광학과 식물학에 대한 글을 적지 않게 내놓았다. 1800년 초에 <파우스트> 2부를 염두에 두고 헬레나 에피소드를 구상했는데 그것은 훗날 제2부 중 제3막으로 발전했다. 잠시 파우스트 작업이 중단된 동안 두 편의 소설 <친화력>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중요한 과학 연구서 <색채론>,자서전 <시와 진실> 시집 <서동 시집> 1808년에서 1825년 사이에 씌어졌다. – 256

 

1831년 봄에 <파우스트> 2부가 완성되었지만, 4막은 아직 빈 채로였다. 괴테는 그것을 여든두 번 째 생일까지 끝낼 계획이었다. 그것은 성공하였다. 그가 죽기 8개월 전이었다. – 256

 

학자 파우스트가 계약을 맺는 장면 : 그의 절실함에 감동한다.

 

메피스토펠레스 :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입지요.

파우스트 : 그 수수께끼 같은 말은 무슨 뜻인가?

페피스토펠레스 : 소생은 항상 부정(否定)을 일삼는 정령입니다. 생성하는 모든 것은 멸망하게 마련이니 그게 당연한 것 아닐런지요. 그러니 아예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당신들이 죄라느리, 파괴라느니, 요컨대 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제 본래의 본성이랍니다.

파우스트 ; 자네는 자신을 일부라고 하면서 내 앞에 서 있는 건 전부가 아닌가?

메피스토렐레스 ; 조그만 진리를 말씀드려야겠군요.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이랍니다.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요. – 81

 

파우스트 ; 하지만 왜 창문을 통해 나가지 않지?

메피스토펠레스 : 악마와 도깨비들에게도 법칙이 있지요.  꼭 숨어들어온 곳으로만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노예가 되는 거지요.

파우스트 : 지옥에도 법률이 있단 말이지? 그것 참 잘됐군. 그렇다면 너희 같은 존재하고도 안심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겠지/

메피스토펠레스 : 한번 약속한 것은 믿으셔도 될 겝니다. 그걸 깍아먹는 일도 없을 겝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간단치가 않아요. – 83

 

파우스트 ; 어떤 옷을 입든 이 비좁은 지상의 삶에서 나는 여전히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부족해도 참아라. 부족해도 참아라. 이것이 영원한 노래다. 누구의 귓전에든 울리는 그 노래. 우리의 한 평생을 시시각각 목쉰 소리로 들려온다. 나는 아침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깨어난다. 쓰디쓴 눈물 흘리며 울고 싶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한 가지도, 단 한 가지 소망도 이루지 못한 때문이며 모든 쾌락에의 예감조차 집요한 비판으로 감소되고 가슴 속에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도 오만 가지 세상 일로 방해받기 때문이다. 밤의 장막이 내려도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워야 하노니. 여전히 안식을 얻지 못하고 갖가지 사나운 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신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움직일 수 있지만, 내 모든 힘 위에 군림하는 신은 바깥을 향해선 아무것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내겐 존재하는 것이 짐이 되고, 죽음이 바람직할 뿐, 인생이 역겹구나.

메피스토펠레스 : 하지만 죽음은 그리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더군요.

파우스트 : 오 복되리라. 승리의 영광 속에 피 묻은 월계관 머리에 쓰고 죽는 자, 미친 듯 춤추며 돌아간 다음 소녀의 품안에서 죽음을 맞는 자. 오 나도 저 숭고한 지령의 위력 앞에서 황홀하게 넋을 잃고 쓰러졌더라면 좋았을 것을.

메피스토펠레스 : 하지만 누군가는 그날 밤 갈색 물약을 마시지 않더군요.

파우스트 : 염탐질하는 게 자네 취미인가 모양이군.

메피스토펠레스 :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해도 난 제법 아는 게 많습니다.

파우스트 : 무서운 마음의 혼란으로부터는 귀에 익은 달콤한 음조가 끌어내 주었고, 유년기의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내 마음은 즐거웠던 그 시절의 여운으로 속였지만, 나는 저주하노라 내 영혼을 유혹과 속임수로 사로잡아 이 슬픔의 동굴 속에 기만과 감언이설로 잡아놓은 모든 것을! 무엇보다, 우리 정신이 사로잡혀 있는 저 드높은 욕망을 저주하노라.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현란한 현상을 저주하노라! 꿈속에서 우리를 기만하는 명예니 불멸의 명성아니 하는 거짓을 저주하노리. 처자식, 종복, 쟁기 등 소유물로서 우리에게 아첨하는 것을 저주하노라. 황금의 신 마몬을 저주하노니 재물을 믿고 갖가지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충동질 하고 안일한 쾌락을 누리도록 편한 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저주하노라. 포도의 향긋한 단물을! 저주하노라, 저 지고한 사랑의 은총을! 저주하노라, 희망을 그리고 신앙을! 저주하노라 무엇보다도 인내심을!

열심히 해서 끝에 이른 자의 외침이다. 이런 이들일수록 갈등은 커진다. 그들의 안에서 천국과 지옥이 신과 악마가 싸운다. 그들의 정진의 결과다. 그런데 저주한다는 것들이 사실은 좋아한다는 걸로 들리네.

 

파우스트  그 대가로 나는 네게 무엇을 해줘야 하지?

메피스토펠레스 : 그러기엔 아직 오랜 기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파우스트 : 아니야, 아니야 악마는 이기주의자가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그렇게 쉽사리 할 리가 없지. 조건을 분명히 말하도록 하게. 그런 하인은 집안에 화를 불러들이기 십상이지만.

메피스토펠레스 : 이 세상에서 내가 하인 노릇을 하며 당신의 지시에 따라 쉬지않고 일하겠습니다. 그 대신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땐 당신이 내게 같은 일을 해 주셔야 합니다.

파우스트 : 저 세상 따위는 개의치 않네. 자네가 우선 이 세상을 박살내 버린다면, 다음에 어떤 세상이 생겨나든 무슨 상관이겠나. 이 땅에서만 나의 기쁨이 샘솟고, 이 태양만이 내 고뇌를 비춰줄 뿐일세. 이것들과 우선 헤어질 수 있다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든 될 대로 되라지. 미래에도 증오와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 세상에도 역시 상하의 구분이 존재하는지 그런 이야길랑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네.

메피스토펠레스 : 그런 생각이라면 모험을 해 볼만 합니다. 계약을 하시죠. 그러면 며칠 안에 내 재주를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겝니다. 어떤 인간도 구경하지 못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94

 

파우스트 ; …..자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펠레스 : 좋습니다.

파우스트 ;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그 땐 조종이 울려도 좋을 것이요. 자넨 내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질 것이며, 나의 시간을 그것으로 끝나게 되리라.

메피스토펠레스 : 잘 생각하십시오. 우린 그걸 잊지 않을 테니까요.

파우스트 ; 그 점에 대해선 자네가 모든 권리를 갖도록 하게나. 나는 결코 경거망동을 한 게 아닐세. 내가 어느 순간에 집착하는 즉시 종이 되는 거야. 그게 자네 종이든 누구의 종이든 상관하지 않겠네. – 96

 메피스토펠레스 : 어찌하여 그리도 열을 올리며 장황한 과정을 늘어놓으십니까? 아무 종이 쪽지라도 좋습니다. 그거 한 방울의 피로 서명만 해주십시오.

파우스트 : 그래야만 자네의 직성이 풀린다면 어리석은 짓인 줄 알지만 그렇게 해주겠네. 내가 이계약을 깨뜨릴까봐 걱정하지는 말게. 내가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건 바로 이 약속을 지키는 것일세. 내 비록 고고한 척 으스댔지만 자네 정도의 존재에 불과할 뿐, 저 위대한 정령이 날 물리쳤고, 자연도 내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사색의 실마리 끊겨버리고 온갖 지식에 구역질을 느낀 지 이미 오래도다. 차리리 깊은 관능의 늪에 빠져 이글거리는 열정을 잠재워보자구나. 꿰뚫어볼 수 없는 마술의 덮개 속에서 갖가지 요술을 당장 준비하게나. 시간의 여운 속으로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 한번 뛰어들자구나. 저기 고통과 쾌락이 성공과 실의가 멋대로 뒤엉켜와도 좋다. 끊임없이 활동하는 자, 바로 대장부일진대…… 다시 마하지만 쾌락이 문제가 아닐세. 이러한 도취경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일세. 고통스러운 향락, 사랑에 눈먼 증오, 속이 후련해지는 분노에. 지식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유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 99

 

파우스트가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는 장면. 사랑에도 권력에도 아니고 공헌 부분에서 그는 삶의 만족을 얻었다. 나는 어찌 살까를 생각하게 된다.

 

파우스트 ; 저 산줄기에 늪이 하나 있어. 이미 개간한 땅에 독기를 뿜고 있다. 그 썩은 웅덩이의 물을 빼는 것이 마지막이자 최대의 공사가 되리라. 이로써 수백만에게 땅을 마련해 주는 것이니, 안전치는 않더라도 자유롭게 일하며 살 수 있으리. 들이 푸르고 비옥하니, 인간과 가축들은 새로운 땅에 곧 정이 들 것이요, 용감하고 근면한 백성들이 쌓아 올린 견고한 언덕으로 곧 이주해 오리라. 밖에선 성난 파도가 제방을 때린다 해도 여기 안쪽은 천국 같은 땅이 될 거야. 파도가 세차게 밀려와 제방을 갉아먹는다 해도 협동하는 마음, 급히 구멍을 막아버릴 게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파우스트 뒤로 쓰러진다. 레무르들이 그를 붙잡아 땅 위에 누인다.)

메피스트펠레스 : 어떤 쾌락과 행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형상들만 줄곧 찾아 헤매더니 최후의 하찮고 허망한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으려 하는구나.내게는 억세게도 항의한 놈이지만 세월 앞엔 별수 없이 백발이 되어 모래 위에 누웠구나. 시계는 멈추었다.

합창 ; 지나가 버렸다.

메피스트펠레스 : 지나가 버렸다니 어리석은 소리! 어째서 지나갔다는 거냐?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었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 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도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맴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 365

 

3.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작품 해설 ; 인간존재의 문제를 전형적으로 다룬 작품

(정서웅,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

 

1

이 희곡의 중요한 의도는 강렬한 인식에의 욕구를 지나고 용기 있게 자아를 성취해 나가는 르네상스식 인간상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 251

 

전설상의 파우스트는 16세기에 살았다는 떠돌이 학자로 마술과 점성술의 솜씨로 살아간 사람이다. 신학과 의학에도 상당한 지식이 있었던 모양인데, 규범을 벗어난 행동과 과장된 일화들이 그를 전설적 인물로 만들었다. 흥미있는 것은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는 중세적 모티프인데 이 이야기는 당시 민중본으로 엮여져 큰 인기를 끌었다. – 251

 

1578년 슈피스 판 : 파우트가 원소를 획득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고, 독수리 날개를 달려고 애쓰며, 모든 근원을 하늘과 땅에서 찾으려 한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향락적인 삶이 아니라 인식에 대한 갈망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파멸로 이야기를 맺음으로써 신을 잃은 인간의 말로를 경계하려 했다. 당시의 도그마적 종교관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자연스런 귀결이었다. - 252

 

1599년 슈바벤 출신의 비트만 판

1674년 뉘른베르크의 의사 피처 판

1725 <기독교적으로 말하는 자> : 이 작품은 18세기 말까지 널리 읽혔으므로 당시 프랑크푸르트의 소년 괴테도 분명 이것을 읽었으리라 추측된다. – 252

 

파우스트 이야기는 영국에서도 관심거리가 되었다. …슈피스 책의 영역본을 접한 크리스토퍼 말로는독일 민중본의 내용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주인공에게 현세를 뛰어넘어 신이 되려는, 야심 찬 초인주의의 면모를 심어주었다. 말로의 <파우스트> 17세기에 독일로 역수입되어 유랑극단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특기할 만한 점은, 공연이 거듭되는 동안 파우스트의 상대역 메피스토펠레스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급기야 파우스트의 극은 꼭둑각시 인형극이 되었고,이제 갖가지 정령들의 등장이 자유롭게 되었다. -253

,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전 개인 창작한 게 아니라 그 시대에 내려오는 이야기를, 더구나 독일, 영국에서 여러 작가에 의해 개작되고 첨가된 이야기를 소설로 묶어냈구나. 게다가 유랑극단에 의해 꼭둑각시 인형극으로 상연되었다니 이건 판소리, 탈춤처럼 민중의 공동창작의 형태인 거로구나. 신기하네. 이게 민중 창작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캐릭터에 관심이 있다는 거로구나. 제임스 조이스가 블룸을 창작하기 전에 인류의 보고인 신화,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서 원류를 찾아왔듯이 괴테는 또 구전되어 돌아다니는 이런 이야기에서 인류 모두에게 해당하는 어떤 영감을 받은 거로구나. 고전을 읽게 되어 다행스럽구나. 기쁘구나. 오래된 인류의 보물창고에 내가 지금 들어와 구경을 하고 있는 거로구나.   

 

 인식에의 갈증을 다룬 이 학자 테마는 현실을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한 계몽주의자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계몽주의자의 관점에서 볼 대 회의자 파우스트는 지옥에 떨어져서는 안될 존재였다. – 253

나는 파우스트의 관점이 NT들의 관점인 것 같다. 이들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걸 뭐라고 했더라? MBTI책을 좀 찾아 읽어 보자.

 

따라서 파우스트 설화는 괴테에 이르러서야 노력하는 자아의 발전 과정을 다룬 차원높은 문학의 소재가 된 셈이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이다. 그는 세계를 한가운데서 통괄하는 힘을 알고자 했고, 그것을 위해 자연과 인간의 삶을 두루 섭렵하는 행동인이었다. 괴테는 이러한 새 인간상을 그려내기 위해 중세의 설화와 민중본은 물로, 유랑극과 인형극의 소재들을 소중하게 이용하였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시대 정신과 민중의 정서까지 애정 어린 손길로 재창조해 내었다. – 254

 

2

 

1773년에 집필을 시작해 2년간 계속되었으나 1775년 바이마르에 정착한 후부터 10년간 작품에 별 진전이 없었다. 20대의 청년 괴테가 쓴 당시의 원고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초고의 낭독을 듣고 감동한 궁정여관 루이제 폰 괴흐하우젠이 원고를 빌려 필사해 두었는데, 다행히 1887년 그녀의 유품 속에서 발견되었다. 그것을 발견한 에리히 슈미트가 즉시 <초고 파우스트 Urfaust>라는 타이틀로 출판하였다. 여기에는 파우스트 이야기의 핵심인 메피스토렐레스와의 계약, 그레트헨에 대한 사랑과 비극적 종말 등이 일부는 시로, 일부는 산문으로 서술되어 있다. -254

 

<파우스트 단편> <비극 파우스트> 1부로 완성되기가지엔 실러의 격려가 크게 작용하였다. – 255

 

60대에 접어들면서 괴테의 인생에 절정에 다다랐다. 철학성이 풍부한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산문시 <헤르만과 도로테아>가 나왔고, 학문 연구에도 몰두, 광학과 식물학에 대한 글을 적지 않게 내놓았다. 1800년 초에 <파우스트> 2부를 염두에 두고 헬레나 에피소드를 구상했는데 그것은 훗날 제2부 중 제3막으로 발전했다. 잠시 파우스트 작업이 중단된 동안 두 편의 소설 <친화력>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중요한 과학 연구서 <색채론>,자서전 <시와 진실> 시집 <서동 시집> 1808년에서 1825년 사이에 씌어졌다. – 256

괴테의 인생이 60대가 절정이라는 이 예는 은퇴하는 이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내가 궁금한 건 어떻게 괴테는 60대에 꽃을 피울 수 있었느냐는 거다. 그가 천재여서일까? 그 전에 이 맘때쯤 열매를 맺을만한 작업을 평생에 걸쳐 해 온 걸까? 궁금하네. 내가 만약 지극한 몸부림을 치면 60세까지 현직에서 일을 할 수 있겠지. 은퇴를 하고 나서 또다른 방면에서 꽃을 피우자면 나는 지금부터 10년간 준비를 해야겠지. 지금이 40대 초입이니까 40 10년을 준비를 하면 50, 51, 52, 53세쯤에 꽃이 피어나겠지. 그게 내 인생의 절정을 여는 걸 수 있겠다. 어떤 식으로 보내느냐에 따라서. 10년을 인생의 제 3기를 향해 준비를 한다면.

 

1831년 봄에 <파우스트> 2부가 완성되었지만, 4막은 아직 빈 채로였다. 괴테는 그것을 여든두 번 째 생일까지 끝낼 계획이었다. 그것은 성공하였다. 그가 죽기 8개월 전이었다. – 256

, 죽기 8개월전까지 파우스트를 썼어. 괴테는. 옴마야. 정말로 대단하다. 나도 죽을 때까지 내가 좋아하는 현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쓸모없는 뒷방 늙은이로 눈치보는 역할 말고 우아하고 품위있게 그리고 당당하고 찬란하게. 이 사람의 끝이 참 멋지다.

 

이렇듯 괴테는 창작의 재능이 눈뜰 때부터 죽을 때까지, 파우스트 드라마에 집착했다. – 256

 

학문에 대한 회의, 사랑의 축복과 죄악은 젊은 시절의 테마였다. 장년기에는 헬레나 상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그를 사로잡았고, 노년의 괴테를 열광케 한 것은 행위자로서의 파우스트와 그의 인류애, 거기에 창조적, 원형적인 것의 비밀,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의 상징성이었다. – 256

평생 동안 대하소설을 쓴 분들도 그러겠지? 토지전집 언제 읽나? 이거 다 읽고, 운전면허를 따서 엄마랑 통영여행을 가겠다고 맘 먹은 게 벌써 몇 년 전이지? 나는 책만 묵히고 있다. 읽지 않았고, 면허도 아직 없고.

 

3.

 

<파우스트>의 앞부분에 나오는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은 드라마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천상의 서곡>과 본문의 연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주님과 악마 메피스토렐레스 사이의 내기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사건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회의에 빠진 인간 파우스트를 유혹할 수 있다는 메피스토렐레스의 장담에 주님은 매우 암시적인 답변으로 응수한다.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알고 있다.

 

따라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가 신의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선택한 견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 257

 

절망에 빠진 파우스트가 자살을 기도하는 순간 부활절의 종소리와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와 세속적 삶에 대한 그리움을 부추긴다. 마을의 선남선녀와 어울리면서 그는 풍성하고 의미 있는 삶을 갈망하게 된다. 때맞춰 나타난 메티스토렐레스는 파우스트와 계약을 맺고, 쾌락적인 삶을 선사하는 대신 영혼을 넘겨받기로 약속한다. 마녀의 부엌에서 영약을 마시고 파우스트는 20대의 청년이 되었고 순진무구한 처녀 그레트헨을 첫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소녀의 고귀한 사랑을 방탕한 파우스트의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 258

 

그레트헨을 구하러 감옥으로 갔을 때, 미쳐버린 상태에서도 그녀는 파우스트를 용서한다. 탈출을 권하는 애인에게 그녀는 자신의 죄값을 받겠노라 단언한다. 그녀를 두고 나오며 메피스토렐레스는 말한다. ‘그녀는 심판받았노라그러나 천상에서 들려오는 말은 다르다. ‘그녀는 구원받았노라!’ 이로써 주관성이 강하고 슈투름 운트 드랑의 정열이 넘치는 제 1부가 끝나는 것이다. – 258

 

2부에선 주관과 열정이 절제되고, 대신 해박한 지식과 원숙한 표현력으로 보다 넓은 세계가 묘사된다. 괴테 시대의 문화와 사회상이 다섯 개 막 어느 곳에나 생생하게 재현된다.

서두에서 파우스트는 자연의 치유력에 의해 정신적 회복을 이룬다. 체험의 한계를 인식했지만 여전히 삶의 최고의 형태를 추구하는데 전념하리라 다짐한다. 궁성에서 파탄 지경의 황제를 구해내지만, 헬레나를 불러내라는 청까지 경솔하게 승낙한다. 그는 헬레나의 환영을 찾기 위해 메피스토렐레스가 일어준 대로 시공을 초월한 어머니의 나라로 들어간다. 환영의 궁성에 도닥해 헬레나에게 손을 뻗는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2막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의식을 잃은 파우스트를 그의 옛 서재로 데려간다. 그곳에선 조수였던 바그너가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낸다. 뛰어난 예지의 능력을 갖춘 이 피조물은 헬레나에 대한 파우스트의 동경을 감지하고 그를 옛 그리스 세계인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안내한다. 파우스트가 헬레나를 찾는 동안 원소의 추출물에 불과한 후문쿨루스는 현실적 존재가 되려다가 불꽃이 되어 소멸한다.

 

3막의 서두는 스파르타 궁성으로 돌아온 헬레나가 장식한다. 그녀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계략대로 이웃 성의 맹주인 파우스트와 결합하게 되고 둘 사이에 아들 오이포리온이 태어난다. 오이포리온은 날기를 감행하지만 이카루스처럼 추락해 부모의 발치에서 죽는다. 환영의 여인 헬레나도 사라지고, 그녀의 옷과 베일만이 파우스트의 팔 안에 남아있다.

자연아로 돌아온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렐레스는 다시 한 번 욕망과 정열의 즐거움을 마련해 주려 한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그의 제안을 단호히 물리친다. 선행의 가치를 깨달은 그는 황제로부터 받은 해안지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들도록 독려한다. 이것은 창조적 욕구의 구현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결의인 것이다.

백 살에 이른 파우스트는 제5막의 서두에서 개간의 삽질 소리가 요란한 해안지대를 조망한다. 행동하는 자 파우스트는 이제 마적인 것과의 결탁이 무의미함을 인식한다. ‘근심의 영이 그의 눈을 멀게 하지만 마음의 눈은 그가 성취한 자유의 땅, 복락의 사회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는 순간을 향해 주저없이 외친다.

 

,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이 마지막 말과 함께 파우스트는 쓰러진다. 이 순간을 기다려온 페피스토펠레스는 부하 도깨비들과 함께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아 가려 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속죄의 여인, 즉 그레트헨의 사랑이 하늘의 은총을 받아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낸 것이다. 천사들에 둘러싸여 영혼이 승천하는 가운데 신비의 합창이 쟁쟁하게 울러퍼진다.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성취되었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 260

파우스트의 줄거리다. 혼자 읽을 때는 파우스트가 눈이 멀었는지, 그레트헨이 어찌 되었는지 잘 모르겠더라. 작품 해설 부분에서 이런 게 나오니 좋다. 전체를 읽기 전에 대략 개요를 설명 들은 듯 해서다.

 

그는 예외적 인간으로 설정된다. 요컨대 그는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자아의 한계를 넘어서고, 나아가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사람이다. 학문의 힘으로도, 정령의 도움으로도 이것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그의 절망은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악마의 사술을 빌려서라도 초월성을 쟁취하려는 것이 파우스트의 욕망이다. 그의 운명은 예정된 것이다. 세계의 삶 속을 통과해 가면서 온갖 쾌락과 동시에 그에 따른 고통까지를 체험한다. 고귀한 사랑은 악마의 농간으로 엄청난 죄악의 결과를 낳는다. 고전적 아름다움 (헬레나)을 획득한 듯 하지만, 이것도 일장춘몽으로 끝난다. 통치자의 권력을 얻었지만 이것 역시 악마의 도움에 의한 것이기에 의미가 없는 것이다. – 261

파우스트의 욕망이 초월성이라면 이런 목적으로 어떤 시도를 한 사람들은 많다. 수많은 신비종교가들이, 또는 알코올중독자들도 영성의 문제로 알코올 의존에까지 이른다고 들었다.

 

결국 인간 파우스트의 승리는 타인에 의한 헌신적 사랑에서 기인한다. 버려진 땅을 일구어 만인을 위한 복지 낙원을 만들려고 했을 때, 그의 의지는 악마와의 계약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은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굳은 결의만으로 그의 영혼이 구제된 것은 아니다. 그가 저지른 죄과에 대한 용서를 빌고 구원을 간구한 것은 사랑의 힘이다. 그것이 신의 은총을 빌려 이 언제나 노력하며 스스로 애쓰는 자를 악으로부터 구원한 것이다. – 261

은총은 무슨 뜻일까? 나의 노력이나 애씀의 대가가 아니라 거저 주어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4.

괴테의 파우스트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을 포함, 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고, 시행의 수는 모두 12,111행에 이른다. 또 파우스트 중 유일한 산문이 제1부에 실려있다. 1,2부에 모두 비극이라는 부제가 병기된 것이 특이한데, 흔히 제1부를 학자 비극과 그레트헨 비극, 2부를 헬레나 비극과 통치자 비극이라고 부른다. 이 다채로운 테마를 괴테는 다양한 어법과 다양한 운율을 모두 구사하여 한 편의 웅장한 교향악으로 만들어놓았다. 물론 60여년에 걸친 길고도 불규칙적인 집필 과정으로 인해 내용상 빈틈없는 통일성을 기하지는 못하였다. -262

 

대작 파우스트에 담겨 있는 사상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가 어렵다. 그 풍부한 생각, 그 다양한 표현기법을 고찰하고 해석하는 데는 많은 가능성이 존재할 것이다. 작품의 평가와 수용에 있어 시대와 독자에 따라 나름대로의 기준과 관점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괴테 자신도 1827년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이러한 수용미학적 작품 해설의 재량권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그들이 와서, 내가 파우스트에서 어떤 이념을 구현하려 했느냐고 묻는다. 마치 나 자신이 그것을 알아서 말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천국으로부터 속세를 거쳐 지옥에 이르는 과정 이것이 아쉬운 대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념이 아니다. 행위의 과정일 뿐이다. 나아가, 악마가 내기에서 졌다는 것,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 힘든 과오의 길로부터 보다 나은 것을 지향함으로써 구원받는다는 사실 그것도 보다 효과적이고 많은 것을 일러주는 사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전체, 혹은 개개의 장면에서 특별나게 기본이 되는 이념은 아니다. – 263

 

헌사

 

내 첫 노래를 경청했던 친구들 그들은 다음 노래를 듣지 못하누나. 그 정다웠던 모임 흩어버리고 오오 그 첫 번 째 메아리도 간 곳 없어라. 나의 노래, 낯선 무리 속에서 울려 퍼지니 그들의 갈채조차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구나. 일찍이 내 놀를 듣고 즐거워했던 친구들 아직 살아있다 해도 온 세상에 흩어져 방황하고 있겠지. – 8

운문체를 나는 행구분 상관없이 죽 붙여서 베껴적었다. 신곡, 세익스피어 비극에 이어 파우스트도 인용문 타이핑 할 때 그게 고민스러웠다. 번역을 하는 독문학자 입장에서는 이게 운문체 희곡인게 중요하지만 읽는 나에게는 사실 별다른 사실이 아니다.  

 

무대에서의 서연

 

단장 :…기둥이 세워지고 마루도 깔았으니 이젠 모두들 축제가 벌어지길 바랄 뿐일세. 벌써 자리에 앉아 눈썹 치켜세우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만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다네. – 9

눈썹 치켜세우고구절이 마음에 든다. 호기심

 

천상의 서곡

 

1)1800년 경에 씌어졌으며, 구약성서 가운데 욥기 제1장 제6~12절의 내용을 모티프로 하였다. -19

 

메피스토펠레스 : 내기를 할까요? 당신은 결국 그 자를 잃고 말 겁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녀석을 슬쩍 나의 길로 끌어내리리이다.

주님 :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메피스토페레스 : 고맙습니다. 사실 난 죽은 놈들과 상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통통하고 싱싱한 뺨을 가진 놈을 가장 좋아하지요. 송장이 찾아올라치면 난 집에 없는 척 하지요 고양이가 죽은 쥐를 싫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24

 

메피스토렐레스 : (혼자서) 때때로 나는 저 노인네를 만나는게 즐거워. 그래서 사이가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을 하지. 위대한 주님치곤 너무 인정이 많아. 나 같은 악마까지도 인간적으로 대해 주니 말이야. - 25  

 

비극 제 1

 

높은 아치형 천장의 비좁은 고딕식 방, 파우스트 불안하게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다.

 

파우스트 : ,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니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석사니 박사니 허울 좋은 이름만 들으며 그럭 저력 십 년이란 세월을 위로 아래로 이리저리 내 학생들의 코를 끌고 다녔을 뿐 우리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보니 내 가슴은 거의 타버릴 것만 같다.

하기야 박사니 석사니 문필가니 목사니 하는 온갖 멍청이들보다는 현명한 편이지. 나는 회의나 의혹 따위로 괴로워하지 않고, 지옥이나 악마 따위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그 대신 모든 즐거움은 사라져버리고, 무언가 올바른 것을 알았다는 자부심도 없으며, 인간을 선도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그러싸한 걸 가르칠 자신도 없구나. 그렇다고 재산과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의 명예나 영화도 누리지 못하니 개라도 더 이상 이 꼴로 살기는 원치 않으리라.

하여 나는 마법에 몰두하였다. 정령의 힘과 말을 빌어 많은 비법을 알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다. 그리 되면 더 이상 비지땀 흘려가며 나도 모르는 걸 지껄일 필요가 없을 것이요, 이 세계를 가장 내밀한 곳에서 통괄하는 힘을 알게 되고,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통찰함으로써 더 이상 말의 소매상을 벌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오, 너 온 누리에 가득 찬 달빛이여, 내 고통을 내려다보는 것도 마지막이었으면 싶구나. 얼마나 많은 밤 잠 못 이루며 이 책상 앞에서 너를 지켜 보았던가? 그 때마다 애수에 찬 벗이여 넌 내 책들과 종이 너머로 나를 비춰주었지. – 29~32

공부방으로 비쳐드는 달빛을 보고 있는 파우스트의 삽화를 본다. 수염으로 봐서 그는 80살은 되어 보인다. 여러 영역의 학문을 했고, 학위도 여럿 가지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한 모양이다. 그는 모른다는 걸,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다. 참 허무하겠다. 나는 이 대목에서 삶의 경험에 대해 말하던 캠벨의 목소리가 생각이 난다. 살아있음의 환희, 경험을 주는 게 천복이라 어쩌고저꺼고 했던 구절을 다시 찾아 읽고 싶어지네. 나도 공부를 해서 학위를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지. 내가 평생 공부를 했다는 증거로써 환갑 즈음에라도 학위를 받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십대에 만난 그 상당실 선생님은 어느 날 자신이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정년을 1년 남겨둔 때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어느 날 내 상담 시간에 꽃이 아름답게 피었으니 운동장 가 나무 그늘에 앉아서 이야기를 할까?’ 물었다. 나는 그날 성적증명서를 내밀었고, 그걸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아무나 받을 수 없다. 에너지는 많은데 에너지의 방향을 못 찾은 것 같다고 그 이후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해석을 했다. 나에 대한 기대가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평생을 공식적인 학문과 마법에까지 몰두했던  학자 파우스트는 지금 삶의 전환 순간을 맞고 있다. 나는 지난 번 셰익스피어를 읽으면서 문득 연구원 과정, 삶의 혁명을 가져오게 하자면 는 읽기 어떤 걸까? 궁금했었다. 공부방으로 비쳐드는 달빛을 보고 있는 파우스트를 보면서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한다. 인문학 책을 30권 이렇게 읽는다고 무슨 변화가 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슬프다. 아직도 난 이 감옥에 처박혀 있단 말인가? 이 저주받을 답답한 벽 속의 골방, 이 곳엔 저 다정한 하늘의 빛까지도 채색된 창유리를 통해 침울하게 비쳐 드는구나! 방이 비좁도록 들어찬 이 책 더미 좀이 슬고 먼지가 뒤덮인 채 높은 원형 천장까지 맞닿아 있다. 책 사이사이 빛 바랜 종이들이 꽃혀 있고 사방엔 유리기구와 상자들이 널려 있다. 방 안 가득 들어찬 실험기구들, 그 사이에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가재도구들- 이것이 너의 세계다. 이것도 세계라고 할 수 있을까?- 32

 

도망치자 일어나자, 저 바깥 넓은 세계로 나가자. 신비에 가득 찬 이 책, 노스트라다무스가 친히 집필한 이 책 한 권이면 나의 동반자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면 별들의 운행을 알 것이고, 자연이 날 가르쳐준다면 내 영혼의 힘이 깨어나 정령과 정령이 어떻게 대화하는가를 알게 되리라. 그러나 메마른 사고방식으로 이 성스런 비유를 해명하려는 건 헛된 일이다. 너희 정령들아, 내 곁을 떠돌고 있구나. 내 말이 들리거든 대답해 보려무나.

1)노스트라다무스 ; 1503~1566 프랑스의 점성술사이자 의사, 1555년에 쓴 예언서는 아직도 온 세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 34 

 

못마땅한 듯 책장을 넘겨 지령의 부적을 들여다본다.

5)지령 : erdgeist 지상의 모든 자연현상과 생물을 관장하는 정령 – 37

파우스트는 주문을 외워서 지령을 불러내고 있다.

 

지령 : 너는 나를 힘차게 끌어당겼다. 내 영역에서 오랫동안 젖을 빨아대더니. 그런데 이제는. 넌 날 보려고 숨 가쁘게 갈구했었지. 내 음성을 들으려고 내 얼굴을 보려고 말이다. - 38

 

파우스트 : 내 너를 피할까보냐, 불꽃의 형상이여, 나다. 파우스트다. 너와 대등한 존재다. - 41

 

파우스트 : 만약 진심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걸세. 마음에서 우러나와 강렬한 원초적 흥미로써 뭇사람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면 말이야. 항상 죽치고 앉아 있어보라지. 주워 모은 조각들을 아교풀로 붙이거나, 남의 잔칫상 찌꺼기나 모아 잡탕을 끓이거나 자네의 작은 잿더미에서 보잘것없는 불꽃을 살려내 본 들 어린애와 원숭이들이나 감탄할까. 그런 것이 자네 구미에 맞다면 그만이겠지만 하지만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결코 마음과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이성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 굳이 말투를 꾸며낼 필요가 어디 있겠나? 그렇지. 자네들의 연설이 번지르르해도 내용인즉 삶의 휴짓조각을 구겨넣은 듯 가을날 마른 가랑잎 사이로 스쳐가는 안개바람처럼 칙칙한 것일테지. – 43

파우스트가 자다 깨어나온 조수 바그너에게 하는 말이다. 바그너는 잠옷에 잠자리 모자를 쓰고 있다. 나는 이 잠자리 모자를 영화에서 볼 때마다 이상했다. 남자도 쓰고 여자도 썼지. 길다란 자루같은 잠옷을 남자도 여자도 입었고.

 

파우스트 : 너희 하늘의 노랫소리여, 힘차고 부드럽게 울리며 무엇을 찾는가? 먼지 속에 처박힌 나를 찾는가/ 저기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나 울려퍼지려무나. 복음은 잘 들리지만, 나에겐 믿음이 없다. 기적은 믿음의 가장 사랑스러운 자식. 기쁜 소식 들여오는 저 영역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귀에 익은 저 음조 나를 다시 삶 속으로 되불러주는구나. 예전엔 엄숙하고 조용한 안식일에 하늘의 사랑을 담은 키스가 내게 내려졌었다. 그때 종소리는 예감에 가득 차 온 누리에 울려퍼졌고, 내 기도는 바로 열렬한 기쁨이었다. 말할 수 없이 감미로운 그리움이 날 숲과 초원으로 내달리게 했고, 뜨겁게 흐르는 눈물 속에서 나, 새로운 세계가 생겨남을 예감했었다. 저 노랫소리는 젊은이에게 즐거운 유희와 축제일의 신명나는 즐거움을 알려주었지. 추억이 나를 천진스런 동심으로 이끌어 마지막 엄숙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구나. – 54

이런 추억들이 모두에게 있다. 단순하고 밝고 명쾌했을 때,

 

성문 앞에서

각양 각색의 산보객들이 등장한다.

 

학생 : 아따 저 말괄량이들 걸어가는 것 좀 보게. 여보게 이리 오게나. 우리 저것들 뒤를 따라가자고. 톡 쏘는 맥주에다 독한 담배. 그리고 근사하게 차린 여자. 이제 요즘 내 취미일세 – 56

 

파우스트 : 나의 선친께서는 어두운 영역의 명인이셨지. 자연과 그 성스런 영역에 대해서 정직하지만 독창적인 방법으로 고뇌에 찬 노력을 기울여 연구하셨네. 연금술사들과 어울려 어두운 실험실에 틀어박힌 채 수업이 많은 처방에 따라 상극 관계에 있는 것을 조합하려 하셨네. 용감한 구혼자인 붉은 사자를 미지근한 탕 속에서 백합과 교합시키고 둘을 작렬하는 불꽃에 달구어 이 신방에서 저 신방으로 몰아치곤 하였네. 그런 다음에야 오색찬란한 색깔을 띠고 젊은 여왕님이 유리 그릇 속에 나타나게 되는 거야. 그게 약이었는데 환자들은 죽었단 말이지 – 66

11)붉은 사자 : 붉은 색의 산화수로 남성의 금속수. 백합으로 불리는 흰색 염산이 여성이 되어 양성이 결합하면 아름다운 공주님이 탄생한다는 연금술의 이야기가 있다.

12)신방 ; 실험용 플라스크를 가리킨다.

13) : 소위 현자의 돌이라고 불리는 만병통치약

연금술이 화학이나 약학의 출발인지 모르겠다. 연금술에 대해 읽을 때 그 시대 사람들의 호기심을 알게 된다. 저런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고가 나고 죽기도 했겠지. 약초에 대한 지식도 그렇다. 파우스트의 아버지가 연금술에 매료되었다면 이 학자 가계의 2대에 걸쳐 관심이 유지되고 있다. 하긴 파우스트 이야기는 괴테 단독 창작이 아니라 유랑극단 인형극으로 만들어지고, 여러나라에서 여러 시대에 걸쳐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했지. 그 시대의 관심사 뿐만 아니라 인류의 저장고인 무의식에 들어있는 어떤 원형이리라. 파우스트는

 

서재

 

메피스토펠레스 :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입지요.

파우스트 : 그 수수께끼 같은 말은 무슨 뜻인가?

페피스토펠레스 : 소생은 항상 부정(否定)을 일삼는 정령입니다. 생성하는 모든 것은 멸망하게 마련이니 그게 당연한 것 아닐런지요. 그러니 아예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당신들이 죄라느리, 파괴라느니, 요컨대 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제 본래의 본성이랍니다.

파우스트 ; 자네는 자신을 일부라고 하면서 내 앞에 서 있는 건 전부가 아닌가?

메피스토렐레스 ; 조그만 진리를 말씀드려야겠군요.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이랍니다.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요. – 81

 

파우스트 ; 하지만 왜 창문을 통해 나가지 않지?

메피스토펠레스 : 악마와 도깨비들에게도 법칙이 있지요.  꼭 숨어들어온 곳으로만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노예가 되는 거지요.

파우스트 : 지옥에도 법률이 있단 말이지? 그것 참 잘됐군. 그렇다면 너희 같은 존재하고도 안심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겠지/

메피스토펠레스 : 한번 약속한 것은 믿으셔도 될 겝니다. 그걸 깍아먹는 일도 없을 겝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간단치가 않아요. – 83

 

파우스트 ; 어떤 옷을 입든 이 비좁은 지상의 삶에서 나는 여전히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부족해도 참아라. 부족해도 참아라. 이것이 영원한 노래다. 누구의 귓전에든 울리는 그 노래. 우리의 한 평생을 시시각각 목쉰 소리로 들려온다. 나는 아침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깨어난다. 쓰디쓴 눈물 흘리며 울고 싶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한 가지도, 단 한 가지 소망도 이루지 못한 때문이며 모든 쾌락에의 예감조차 집요한 비판으로 감소되고 가슴 속에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도 오만 가지 세상 일로 방해받기 때문이다. 밤의 장막이 내려도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워야 하노니. 여전히 안식을 얻지 못하고 갖가지 사나운 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신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움직일 수 있지만, 내 모든 힘 위에 군림하는 신은 바깥을 향해선 아무것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내겐 존재하는 것이 짐이 되고, 죽음이 바람직할 뿐, 인생이 역겹구나.

메피스토펠레스 : 하지만 죽음은 그리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더군요.

파우스트 : 오 복되리라. 승리의 영광 속에 피 묻은 월계관 머리에 쓰고 죽는 자, 미친 듯 춤추며 돌아간 다음 소녀의 품안에서 죽음을 맞는 자. 오 나도 저 숭고한 지령의 위력 앞에서 황홀하게 넋을 잃고 쓰러졌더라면 좋았을 것을.

메피스토펠레스 : 하지만 누군가는 그날 밤 갈색 물약을 마시지 않더군요.

파우스트 : 염탐질하는 게 자네 취미인가 모양이군.

메피스토펠레스 :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해도 난 제법 아는 게 많습니다.

파우스트 : 무서운 마음의 혼란으로부터는 귀에 익은 달콤한 음조가 끌어내 주었고, 유년기의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내 마음은 즐거웠던 그 시절의 여운으로 속였지만, 나는 저주하노라 내 영혼을 유혹과 속임수로 사로잡아 이 슬픔의 동굴 속에 기만과 감언이설로 잡아놓은 모든 것을! 무엇보다, 우리 정신이 사로잡혀 있는 저 드높은 욕망을 저주하노라.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현란한 현상을 저주하노라! 꿈속에서 우리를 기만하는 명예니 불멸의 명성아니 하는 거짓을 저주하노리. 처자식, 종복, 쟁기 등 소유물로서 우리에게 아첨하는 것을 저주하노라. 황금의 신 마몬을 저주하노니 재물을 믿고 갖가지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충동질 하고 안일한 쾌락을 누리도록 편한 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저주하노라. 포도의 향긋한 단물을! 저주하노라, 저 지고한 사랑의 은총을! 저주하노라, 희망을 그리고 신앙을! 저주하노라 무엇보다도 인내심을!

열심히 해서 끝에 이른 자의 외침이다. 이런 이들일수록 갈등은 커진다. 그들의 안에서 천국과 지옥이 신과 악마가 싸운다. 그들의 정진의 결과다. 그런데 저주한다는 것들이 사실은 좋아한다는 걸로 들리네.

 

파우스트  그 대가로 나는 네게 무엇을 해줘야 하지?

메피스토펠레스 : 그러기엔 아직 오랜 기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파우스트 : 아니야, 아니야 악마는 이기주의자가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그렇게 쉽사리 할 리가 없지. 조건을 분명히 말하도록 하게. 그런 하인은 집안에 화를 불러들이기 십상이지만.

메피스토펠레스 : 이 세상에서 내가 하인 노릇을 하며 당신의 지시에 따라 쉬지않고 일하겠습니다. 그 대신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땐 당신이 내게 같은 일을 해 주셔야 합니다.

파우스트 : 저 세상 따위는 개의치 않네. 자네가 우선 이 세상을 박살내 버린다면, 다음에 어떤 세상이 생겨나든 무슨 상관이겠나. 이 땅에서만 나의 기쁨이 샘솟고, 이 태양만이 내 고뇌를 비춰줄 뿐일세. 이것들과 우선 헤어질 수 있다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든 될 대로 되라지. 미래에도 증오와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 세상에도 역시 상하의 구분이 존재하는지 그런 이야길랑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네.

메피스토펠레스 : 그런 생각이라면 모험을 해 볼만 합니다. 계약을 하시죠. 그러면 며칠 안에 내 재주를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겝니다. 어떤 인간도 구경하지 못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94

 

파우스트 ; …..자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펠레스 : 좋습니다.

파우스트 ;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그 땐 조종이 울려도 좋을 것이요. 자넨 내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질 것이며, 나의 시간을 그것으로 끝나게 되리라.

메피스토펠레스 : 잘 생각하십시오. 우린 그걸 잊지 않을 테니까요.

파우스트 ; 그 점에 대해선 자네가 모든 권리를 갖도록 하게나. 나는 결코 경거망동을 한 게 아닐세. 내가 어느 순간에 집착하는 즉시 종이 되는 거야. 그게 자네 종이든 누구의 종이든 상관하지 않겠네. – 96

 메피스토펠레스 : 어찌하여 그리도 열을 올리며 장황한 과정을 늘어놓으십니까? 아무 종이 쪽지라도 좋습니다. 그거 한 방울의 피로 서명만 해주십시오.

파우스트 : 그래야만 자네의 직성이 풀린다면 어리석은 짓인 줄 알지만 그렇게 해주겠네. 내가 이계약을 깨뜨릴까봐 걱정하지는 말게. 내가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건 바로 이 약속을 지키는 것일세. 내 비록 고고한 척 으스댔지만 자네 정도의 존재에 불과할 뿐, 저 위대한 정령이 날 물리쳤고, 자연도 내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사색의 실마리 끊겨버리고 온갖 지식에 구역질을 느낀 지 이미 오래도다. 차리리 깊은 관능의 늪에 빠져 이글거리는 열정을 잠재워보자구나. 꿰뚫어볼 수 없는 마술의 덮개 속에서 갖가지 요술을 당장 준비하게나. 시간의 여운 속으로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 한번 뛰어들자구나. 저기 고통과 쾌락이 성공과 실의가 멋대로 뒤엉켜와도 좋다. 끊임없이 활동하는 자, 바로 대장부일진대…… 다시 마하지만 쾌락이 문제가 아닐세. 이러한 도취경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일세. 고통스러운 향락, 사랑에 눈먼 증오, 속이 후련해지는 분노에. 지식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유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 99

나는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자신의 자아를 팔려는 목적을 정확히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건 삶의 확실한 경험인가? 삶을 인식하는 것인가? 자기를 돕는 전지전능한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판 다음에 원하는 경험을 가지고 파멸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데서 읽은 것 같다. 내가 읽은 것은 도박만화였던 것 같은데. 

 

메피스토펠레스 : …그러니 기운을 내십시오. 모든 잡념은 집어치우고, 당장 이 세상으로 함께 뛰어듭시다. 충고하건대. 이리저리 궁리나 하는 놈은 귀신에 홀려 메마른 황야을 헤메는 짐승과 같은 꼴이지요. 주위엔 아름답고 푸른 풀밭이 널려 있는데도 말씀이에요.

파우스트 : 그럼 시작을 어떻게 한다?

메피스토펠레스 : 당장 여길 떠납시다. 이런 고문실이 또 어디 있습니까? 자신과 학생들까지도 따분하게 만드는 것을 어찌 인생살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런 일을랑 이웃의 뚱보선생에게 맡겨버리세요. 왜 이삭도 없는 짚단을 터느라 고생을 합니까? 당신이 알아낸 최고의 진리는 학생놈들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 형편이지요. 마침 한 녀석이 복도에 나타난 것 같구먼. – 102

 

학생 :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벌써 이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이 높은 담장과 썰렁한 강당은 조금도 정이 들 것 같지 않습니다. 아주 비좁은 공간에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군요. 강의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으면 듣고 보고 생각하는 게 다 흐려질 것 같습니다. – 104

공부를 원하는 게 아닌데도 대학, 대학원에 간다. 공부는 NT들만 하고 싶어하는 건 아닐테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면 좋겠다.

 

학생 : 선생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 : 멀지 않아 더 잘 알아듣게 될 걸세. 자네가 모든 요소들을 환원시켜 적절히 분류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면 말이야.

학생 : 여러 말씀을 듣노라니 정신이 멍해지는게 마치 머릿속에서 물레방아가 윙윙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 : 그 다음엔 모든 일에 앞서 형이상학 공부를 시작해야 하네. 그리되면 인간의 두뇌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심오한 의미를 붙여 파악함을 알게 될 거야. 두뇌 소에 용납되든 안되든 멋진 용어가 마련되어 있거든. 그러나 처음 반 년 동안은 모범적인 수강생이 되도록 하게. 날마다 다섯 시간씩 강의가 있는데 종소리가 나면 강의실에 들어가야 하네. 예습에 철저히 해둘 뿐만 아니라 강의내용도 구구절절 다 새겨두도록 하게나. 그러다 보면 자네도 곧 알게 될 거야. 교수들이 책에 씌어있는 것밖에는 이야기할 줄 모른다는 것을 그래도 필기만은 열심히 해 두게. 마치 성스런 신탁을 받아적듯이!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모든 학문에 대해 이런 식의 충고를 한다. 특수교육에서는 질문하지 말고 순서대로 알아가다 보면 결국 알아질 거라는 발달론적 접근 이런 건 통하지 않는다. 어디에 도달할 건지 먼저 정하고 거기로 갈 최선의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걸 top – down 어프로우치라고 들었다. 이건 대학교 4학년 97, 막 미국에서 돌아온 젊은 학자 박승희교수님이 해주신 얘기다. 졸업한지 15년이 되어가는 지식이다. 그 말이 맞다고 지금도 느낀다. 어느만큼 업데이트 되었을까? 장애학생들에게는 제한이 있어서 정해진 시간, 기회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제한된다. 그러니 이 학생의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만을, 생활영역별로 선별해서 가르쳐야 한다. 이게 원론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과목, 사안에서 이런 걸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험이 나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원칙을 내 학생들과 내 앞의 과제에 적용해서 뭔가 실험을 해 왔다면, 1년에 단 1개씩이라도 실험을 해 왔다면 내 직업은 훨씬 재미가 있었을 거다. 지금은 일요일 오후. 월요병에 벌써부터 골골댄다.

 

메피스토펠레스 :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일세. 푸른 건 인생의 황금나무지.

학생 :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지금 꿈 속을 헤매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찾아뵙고 선생님의 지혜를 경청해도 될는지요?

메피스토펠레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와주겠네.

학생 : 이대로 그냥 돌아갈 순 없습니다. 바라롭건데 저의 기념첩에 호의의 표시로 한 마디 적어주십시오.

메피스토펠레스 : 좋아, 그렇게 하지. (글을 쓴 후 건네준다.)

학생 : (읽는다.) ‘너희들 신과 같이 되어 선과 악을 알게 되리라.’ (기념첩을 공손히 접고 작별인사를 한다.)

메피스토펠레스 : 옛 말씀과 나의 아주머니인 뱀의 지시를 따라라. 언젠가는 신을 닮았다는 사실이 두려워지리라. – 111

신과 같이 되어 선과 악을 알게 되리라.’ 이 말은 이 책의 주제와 관련이 있어보인다. 파우스트의 거래의 목적.

 

파우스트 : 그런데 이 집에선 어떻게 빠져 나가지? 말과 하인과 마차는 어디에 있는가?

메피스토펠레스 : 이 외투를 펼치기만 하면 그것이 우리를 공중으로 날라다 줄 것입니다. 이 대담한 발걸음을 내딛는 마당에 커다란 짐을랑 가져가지 마십시오. 내가 마련하는 약간의 불바람이 우리를 날쌔게 지상에서 들어올려 줄 것입니다. 우리 몸이 가벼우면 더 빨리 오르겠지요. 그럼 당신의 새로운 인생 행로에 축하를 보내는 바입니다. – 113

이건 도깨비감투나 해리포터의 투명 망토, 알라딘 마법의 융단 같은 것이로구나. 파우스트에 겁먹었더니 이런 동화적인 게 다 들어있네.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지하 술집

유쾌한 패거리의 술좌석

 

프로슈 ; 당신은 노래의 명수인 모양이구려.

메피스토펠레스 : 오 아니올시다. 재주는 없지만 열정은 대단합니다.

알트마이어 : 한 곡 불러보시오.

메피스토펠레스 :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지벨 : 단 최신유행곡이어야 하오.

메피스토펠레스 : 우린 막 스페인에서 돌아오는 길이외다. 술과 노래가 기막힌, 아름다운 나라에서 말입니다. (노래한다.)

동남아 순회공연을 막 마치고 돌아온 어쩌고 저꺼고가 독일에서는 스페인에서 막 돌아온인가보네. 크하하하하 어느 선술집에서든 있을 법한 대화다.

 

메피스토펠레스 : 잠깐만 주목해 보십시오. 저들의 야수성이 여지없이 드러날 테니까요.

지벨 ; (조심하지 않고 마시다가 바닥에 술을 흘린다. 그러자 불길이 오른다.) 사람 살려, 불이야! 불이야! 지옥불이 탄다.

메피스토펠레스 : (불꽃을 향해 주문을 외운다) 진정하라, 친애하는 원소여! (동석한 사람들에게) 이번 것은 한 방울 연옥 불에 불과했소이다. – 124

 

메피스토펠레스 : (엄숙한 몸짓으로) 거짓 형상과 말이여. 의미와 장소를 바꾸라.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으라.

(모두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일트마이어 : 내가 어디 있는 것이지? 정말 아름다운 곳이구나.

프로슈 ; 포도밭이다. 이게 진짜인가

지벨 : 포도송이가 바로 손에 잡히는군.

브란더 : 이 푸른 잎사귀 아래 이 덩굴 좀 봐. 이 포도송이 좀 봐.

(그는 지벨의 코를 잡는다. 다른 사람들도 각각 상대방의 코를 잡고 칼을 쳐든다)

사람들은 지금 환각상태다. 마약? ? 범죄에 대한 조사를 읽었는데 많은 것이 우발적인 사건이었다. 내적으로는 그의 내적 역사와 배경이 쌓여서 일어난 것이지만. 이런 사건과 범죄의 현장, 순간을 지나고 나면 우리는 내가 뭣에 씌었나보다고 말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마녀의 부엌

낮은 아궁이에 불이 피어오르고, 그 위에 커다란 솥이 걸려 있다. 허공으로 피어오르는 김 속에 여러 형상이 나타난다. 꼬리 긴 암원숭이 한 마리가 가마솥 옆에 앉아 거품을 걷어 내며 솥이 넘치지 않도록 지키고 있다. 수원숭이는 새끼들과 그 옆에 앉아 불을 쬐고 있다. 벽과 천정을 장식고 있는 것은 마녀의 기이한 세간살이다. – 127

아 재미있다. 나는 마녀의 기이한 세간살이가 벽과 천정에 장식되어 있는 마녀의 부엌을 한 번 보고 싶다. 이걸 그린 사람도 있으려나? 해리포터 영화의 그 교수들 연구실을 봐야 하나? 마법사와 마녀들. 아무래도 마녀들에 대한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

 

직관과 영혼의 지혜를 가진 여신 갈림길에 있는 헤카테

(<우리 속의 있는 지혜의 여신들>. 진시노다볼린 지음, 이경미 옮김, 또하나의문화)

95p 그리스 신화에서 헤카테는 한꺼번에 세 방향을 볼 수 있는 갈림길의 여신이다. 길이 둘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 이르면 헤카테가 있다. 그녀는 당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나머지 두 길이 각각 당신을 어디로 데려다 줄 것인지 알고 있다. 당신이 꿈과 동시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과거의 경험이 저장된 창고에서 정보를 끌어낸 다음, 어느 길로 가야할 지 직관을 이용하여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이 원형을 알고 있다.

헤카테는 직관의 여신이다. 그녀의 세 가지 관점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연관성을 보게 한다. 과거의 상황이나 관계가 현재의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지 그 패턴을 알아보는 방법은 인식의 방법 중 직관에 속한다중요한 길목에서 헤카테는 내면의 증인으로 조용히 존재한다. 그녀의 지혜는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다. 그녀는 우리가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지혜로워지도록 만든다. 갈림길에서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정직하게 보며 앞에 놓인 것을 영혼의 차원에서 미리 내다본다. 그녀는 당신이 해야할 선택을 대신 내리지도 않으며 당신을 판단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지혜를 알려면 멈추어서서 그녀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96p 헤카테는 중요한 전환의 문간에 서 있는 여신이다. 헤카테는 출산을 돕는 산파의 모습으로 , 죽음을 맞아 영혼이 육신에서 빠져나갈 때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돕는 여자의 모습으로 나온다. 은유를 해보자면 헤카테는 내면의 조산사여서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새로 잉태하여 해산하도록 우리를 돕는다. 그녀는 이미 죽은 것을 떠나보내도록 돕기도 한다. 고리타분한 태도와 역할, 혹은 생명을 긍정하는 것이 아닌 요소들을 모두 떠나보내도록 한다.

97p 헤카테는 여성이 제3단계로 들어가서 내면을 향햔 욕구에 주목하는 상황 한 가운데 있다. 그녀가 여명의 단계에 있을 때는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혹은 기운이 휴지기에 들어간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녀가 갈림길에 머물면서 기다린 끝에 어느 방향으로 갈 지 직관적으로 알게 되면 이제 그녀는 새롭고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98p 그녀는 지하세계와 연결되어 있지만 거기 살지 않는다. 그녀의 활동시간은 해질 무럽이었다. …여자들이 두려움의 대상인 마녀로 전락한 시기에 헤카테는 마녀의 여왕 혹은 유령의 여왕이라 불렸으며 악마 같은 존재로 비쳤다. 시인 사포는 그녀를 밤의 여왕이라 불렀다.

99p 헤카테의 일차적 상징 동물은 개이며 때로 검은 개로 묘사되었다. ..또 하나의 동물은 개구리다. 개구리는 태아, 임신의 상징이며 조산사의 토템이미지다.

100p 아흐레 밤낮을 헤맨 후 데메테르는 비탄에 잠긴 채 다시 그 초원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헤카테가 다가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페프세포네의 비명을 들었노라고 말했다. 헤카테는 페르세포네가 사라질 때 태양신이 그 소리를 들었을 테니 그에게 정보를 구해 보라고 제안했다. 태양신은 사건의 전말을 말해 주었다.

101p 헤카테가 페르세포네를 앞서기도 하고 동시에 뒤따른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이는 페르세포네가 지하 세계에서 돌아오면서 어떤 영혼과 의식을 확보하였으며 이를 늘 간직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102p 사람들은 진실에 직면하지 못하고 대신 합리화나 부인으로, 혹은 자신을 옴짝달짝 못하게 만드는 중독으로 도피하여 진실에서 멀어져 놓고는 상황에 적응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수가 있다. 현실을 직면하는 것을 체험하면서 배울 때에만 헤카테와 같은 지혜로운 여성이 될 수 있다.

102p  우리가 여러 갈래 길을 만날 때마다 헤카테는 내면의 목격자로서 우리와 동행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의식하지 못하도록 자아가 상황을 부인하고 억압하고 왜곡하면서 방해 공작을 펴도 헤카테는 거기에 있다. 이 관찰자는 상황의 연관성을 인지한 후 우리에게 상징적인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꿈 같은 것이 그것이다.

102p  사람들이 심리치료를 원할 때는 갈등 상황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심리치료사는 관찰하고 들으면서 무엇이 드러나는 지를 목격하는 자의 자세를 취한다….목격자 헤카테는 당신이 꿈에 주목하고 직관에 관심을 기울이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 거기 있다. 마치 그녀가 어둠 속에서 횃불을 들어주어 우리의 시야가 밝아지고 또 늘 우리와 함께 있는 것 같다.

102p 다중인격자들은 매번 새로운 인격이 나타날 때마다 헤카테의 길목에 들어선다내가 끊임없이 부재하더라도 내부에는 헤카테의 역할을 하면서 각가의 인격이 탄생하는 것을 목격하는 숨은 관찰자가 있다. 다중 인격의 통합에 정진한 정신과 전문의 랠프 앨리슨 박사는 정신 세계의 이 부분을 내면의 자조자라고 불렀다. 앨리슨은 내면의 자조자는 환자의 삶에 들어온 모든 인격체와 주변 조건을 파악하고 오직 사랑과 선의만을 느끼는 양성적인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 내면의 자조자가 헤카테의 다른 이름이다.

104p 목격자 헤카테의 연민에 찬 응시는 어느 누구도 비난하거나 수치스럽게 하지 않으므로 방어하거나 부인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대신 헤카테는 당신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똑바로 직면하지 않으면 계속 숨기게 될 부분을 직면하도록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린 나이에 헤카테를 계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헤카테는 우리 모르게 우리를 우울, 질투, 복수심, 절망감이라는 어두운 곳으로 몰고 가는 패턴과 사건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혜안이 생김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 …나이 먹을수록 우리는 헤카테가 현명한 조언자임을 쉽게 알아본다.  

105p 조산사들은 출산의 고통을 덜어주기 때문에 종교 재판 시절 마녀라는 판결을 맨 먼저 받아야 했던 사람들이었다. ..조산술은 자연의 흐름을 돕는 일이다. 여기에는 육신의 변화 조짐, 즉 출산의 단계와 임종의 단계-을 관찰하는 눈과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어머니가 자녀를 성가시게 여기지 않듯 조산사는 출생, 질병, 죽음이라는 몸의 유동성에 괴로워하지 않으며 이것이 자연의 일부임을 알아야 한다.

106p  당신의 일이 조산사 원형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지금 신성한 작업에 개입하고 있음을 알 것이다. 당신의 기술이나 지식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거나 치유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자원활동가 호스피스도 조산사 헤카테일 수 있다. 호스피스의 마음은 임종이 가까워진 사람들이 고통이나 두려움에 힘들어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죽음의 시점에 활동하는 조산사이다. ..출산에 앞서서 임신의 단계가 있듯이 몸과 영혼도 출산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가 있다. ..이미 죽을 준비가 된 사람의 몸에서 영혼이 떠나가는 그 순간은 함께 있어온 사람만이 공유하는 성스러운 순간이다의사는 환자의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감지하지 못해도 환자 스스로는 그것을 아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냈다…. 죽어가는 사람의 신음은(혼수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산고를 겪는 여성의 신음과 비슷하며 특히 출산 직전의 순간과 유사하다어떤 경우든 경험 많은 지혜로운 여성이 함께 있기는 느끼는 편안함, 그 안에 헤카테가 있다는 것은 도움이 된다. 조산사 원형인 헤카테는 무엇인가를 힘들게 만들어 내는 이들을 돕는 사람들 내면에도 있다. 가령 편집자, 코치, 감독, 교사, 심리 치료사 등의 일은 다른 사람의 창의적인 삶을 표현할 수 있도록 조산사가 되는 것과 같다.

107p 심령술사 헤카테는 경계가 불분명한 중간 지대에 살면서 가시계와 영혼계를 중재한다. 그녀는 제3의 눈, 마음의 눈 혹은 비전을 통해 보는 투시력을 가지고 있다. 정보를 모으는 직관력과 초감각적 방법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꿈의 예지적 의미를 이해한다. 헤카테의 시간은 황혼녁이다.

108p 페르세포네가 납치될 때 헤카테는 자신의 동굴에 있었다. 신화에서 동굴은 지하로 가는 입구이자 생명의 세계와 죽은 자의 그늘을 잇는 통로다….지하 세계는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에 비유되기도 한다. 자신의 무의식 혹은 운명을 점치러 온 자들의 정신 세계 혹은 영혼의 세계에서 정보를 얻는 영매, 정보나 조사 없이도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의학적 직관을 가진 의사, 어떤 물건을 손에 쥐면 그것의 과거를 말할 수 있는 심령술사가 신비의 헤카테이다. 징조 읽기, 타로카드, 주역, 부적, 룬 같은 신탁의 방법을 활용하기, 꿈 해석하기, 영적인 순례 떠나기 등은 헤카테의 영역에 속한 인식과 치유의 방법들로 논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109p  나는 젊은 여성들이 헤카테의 내면적 지혜를 가슴에 품은 채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 능력의 계발을 유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헤카테는 심령술사 능력을 지닌 여성들에게 그런 능력을 감추고 신중하게 사용하라고 경고한다. 이것은 의사들도 귀담아들어야할 경고다. 의사에게 심령술사의 재능이 있으면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는 능력이 향상될 수 있지만 이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경우 의사의 명성에 해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 것들이 신비할 정도로 잘 들어맞는다면 한발짝 물러나서 전문가의 직관이라고 말하라.

110p 헤카테는 신비한 힘과 황혼과의 연관성 때문에 마녀의 원형이 되었다. 인류가 삼위일체 여신을 억압하는 바람에 할머니 단계가 가장 신비스럽고 위엄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든 여성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110p 여자들이 마녀라고 불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는 그럴만한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1252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4세 때부터 시작해서 1816년 교화 파우스 7세가 이를 폐지할 때까지 종교 재판은 550년 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공식 승인된 고문제도였다. 1560년에서 1760년 사이가 마녀로 처형당한 여자가 가장 많았던 때다. 페이니스트들은 이 시기를 여성 대학살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때 처형된 여성이 십만에서 팔백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려움과 존경을 받는 여자들이 가장 많이 처형되었다. 처형대로 끌려간 첫 대상은 조산사와 치료사들이었다. 이들은 출산의 고통을 덜어주고 분만을 도왔으며 약초 사용법을 알았고, 관차과 경험에서 나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권위와 독립성과 지식을 가진 여성이나 괴짜 여성, 재력있는 여성(대개는 과부)들이 고발당하여 (자기가 마녀라고) 실토하도록 고문당하다가 결국 처형대에서 스러져 갔다. 가난한 여성, 쫒겨난 여성, 힘이 없는 쳐성, 치매 증세를 보이는 여성 등 할머니 나이의 여성은 모두 초자연적인 힘을 가질 수 있는 요주의 인물로 비쳤기 때문에 마녀로 몰려 박해를 받았다. 오직 눈에 띄지 않는 여성만이 살아남았던 것이다.

111p 마녀에 따라붙는 여러 별명 가운데 빗자루 타는 사람이라는 것이 있다. 빗자루가 마녀와 연결된 것은 여성들이 이교도의 결혼과 출생 의례에 빗자루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로마에서는 빗자루가 헤카테의 여사제, 조산사의 상징이었다….사람이 탄 빗자루는 특히 남근의 상징이었으며 여성이 올라타거나 위에 있는 행위는 변태 성욕이나 권력도착증으로 간주되었다.

112p 탐낼 만한 것을 가진 과부는 여지없이 고발당했다. 종교 재판 자체에도 탐욕이 있었다. 마녀로 찍혀 화형에 처해지는 여성의 재산은 수감비용, 고문과 화형에 들어가는 비용 명분으로 몰수되었다.

112p 시골여자들 가운데 명색이 그리스도인이라 하더라도 하지와 동지, 춘분과 추분을 관찰하고 달의 기울기에 따라 곡식을 심고 동물의 행동을 보고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예측하며 배운 교인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악령이 사람으로 변했다 하여 마녀 판결을 받고 화형에 처해졌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의 약초 처방이 어던 이들에게는 마술처럼 잘 들어맞을 뿐 아니라 그들이 계절의 주기를 알았기 때문이다. 계절의 주기를 아는 지식은 여신을 숭배하는 옛 신앙의 산물이었던 것읻.

113p 카톨릭 교회는 교회정책을 비판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든 마녀로 간주했다. 가령 14세기 개혁 프란치스코 수도회원들과 동맹했다가 이단으로 몰린 여자들은 마녀로 간주되어 화형당했으며 악마의 꼬임에 넘어간 것으로 여겨졌다.

113p 마녀로 지목당하여 고문대나 화형대로 끌려가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러나 아직도 위험한 징조가 있다. 1980년 시애틀 엿어영성대회, 저술가 마법의 스승인 스타호크. 우리는 회의장 바깥에서 요술쟁이 여인을 살려둘 수 없다(출애굽기 22:18)는 종교 재판을 지지하는 성서 구절이 적힌 전단을 나누어주는 남자들을 만났다….좀 더 최근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에 사는 한 여성 성직자의 차고에 마녀를 화형에 처하라는 글이 스프레이로 씌어 있었던 것이다.

114p 마녀라는 비난은 아직도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114p 결정의 기로에서 모르는 채 서 있거나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찾으려는 것,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침북은 곧 동의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은 어렵더라도 자신에게 진실하라고 당신에게 요구하는 진실의 때임을 다인 혼자서만 인식할 수 도 있다때로 당신이 하려는 것이 이단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설명할 길 없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마녀를 화형에 처하라는 외침이 날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여성의 정신 세계 아래에 깔린 초인격적인 두려움으로서 마녀로 분류되어 처형당할지도 모른다는 깊은 두려움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제거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집단 두려움에 직면한 여자들이 많아 질수록 그것이 다른 형태로 바뀌기는 더 쉬워진다.

115p 헤카테와 함께 하면 나이가 들수록 대개는 점점 더 현명해진다.    

    

암원숭이가 주의를 게을리했던 가마솥이 넘치기 시작한다. 커다란 불꽃이 일어나 굴뚝으로 몰려간다. 마녀가 무서운 고함을 지르며 불꾳을 헤치며 내려온다.

마녀 :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이 빌어먹을 짐승, 저주받을 암퇘지년아. 가마솥을 지키지 않아 안주인을 그을려 놓다니 망할놈의 짐승 같으니.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를 바라보며) 여기 이것들은 또 뭐야? 네놈들은 누구야? 여기서 뭘 하려는 거지? 어느 놈이 몰래 기어들어왔지? 뼛속까지 사무치도록 불벼락을 내려주마

(거품 걷는 국자를 솥 속에 넣었다가 불꽃을 파우스트, 메피시토펠레스, 그리고 짐승들에게 뿌린다. 짐승들이 신음한다.)

어쩐지 이 정도 이야기가 있어야 마녀의 부엌에 왔구나 입가심이 되지. ㅋㅋㅋ 재미있다.

 

메피스토펠레스 : 날 알아보겠냐? 이 해골바가지야, 이 괴물아. 네 주인이며 스승을 몰라본단 말이냐? 날 방해하는 놈은 혼찌검을 내주겠다. 네 년도 저 원숭이 도깨비놈들도 박살을 내겠다. 이 붉은 재킷도 두렵지 않단 말이지. 이 수탉 깃털도 알아볼 수 없단 말이냐? 내가 이 얼굴을 감추기라도 했단 말이야. 나 자신이 이름을 대야 알겠느냐?

마녀 : 아이고 주이님 인사가 거칠어서 죄송합니다. 당신의 말굽이 보이지 않아서요. 까마귀 두 마리는 어디에 두셨어요?

메피스토펠레스 : 이번에는 이 정도로 끝내겠다. 우리가 서로 못 본 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까. 세상을 온통 핥고 다니는 문화란 것이 악마에게까지 손을 뻗쳤단 말이다. 이제 북방의 도깨비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 꼬리, 발톱이 보이기나 하더냐? 말굽만 해도 내게 없어선 안되겠지만 사람들 눈에 띄면 손해란 말이다. 그래서 나도 많은 젊은 놈들처럼 몇 년 전부터 가짜 종아리를 달고 다닌다.

마녀: (춤을 추면서) 귀하신 사탄님을 여기서 다시 뵈오니 기쁜 마음에 넋이 나갈 지경입니다.

메피스토펠레스 : 그 이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여편네야. 그것은 벌서 오랫동안 이야기책에 적혀 있었지. 하지만 인간들은 그로 인해 나아진 게 없어. 그 악마에게선 벗어났지만 다른 악마들이 남아 있었지….이것봐라 내가 지니고 있는 문장이다. (음탕한 짓을 해 보인다.)

마녀 ; (간드러지게 웃는다) 하하 당신다운 버릇이군요. 주인님은 언제 봐도 장난꾸러기예요.

메피스토펠레스 : (파우스트에게) 잘 좀 배워두시오. 이게 마녀를 다루는 방식이지요. – 136

이런 대화가 바로 마녀에 대한 선입견, 또는 두려움에 기반한 대화다. 파우스트는 1831년에 완성되었다. 60년전부터 쓰기 시작했고.1252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4세 때부터 시작해서 1816년 교화 파우스 7세가 이를 폐지할 때까지 종교 재판은 550년 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공식 승인된 고문제도였다. 1560년에서 1760년 사이가 마녀로 처형당한 여자가 가장 많았던 때다. 페이니스트들은 이 시기를 여성 대학살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때 처형된 여성이 십만에서 팔백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속에 있는 지혜의 여신들> 110p  

  

메피스토펠레스 : 온전한 모순이란 현자에게나 바보에게나 똑같이 신비에 차 있으니까요. 친구여 학문이란 낡고도 새로운 것이 아닐까요?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여서 셋이 하나요. 하나가 셋이라 하며 진리 대신 오류를 퍼뜨리는 것이지요. – 138

28)가톨릭교회의 삼위일체설을 풍자하는 말

 

(마녀가 자신의 의식을 곁들이면서 약을 잔에 따른다. 파우스트가 입에 대자 가벼운 불꽃이 일어난다 ) 자 죽 들이켜요. 계속해서. 곧 마음이 상쾌해질 것입니다. 악마와 너나하는 사이인데 이 따위 불꽃을 두려워한단 말입니까? – 139

젊어지게 하는 약의 제조공정은 <변신이야기> 메데이야 편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 때 너무 길어서 인용문을 타이핑해놓지 않은 게 후회된다. 해놓았으면 이럴 때 짠 복사해서 비교할 수 있을 텐데다음에 한 번 더 읽을 때는 꼭 타이핑을 해놓자.

 

메피스토펠레스 : 자 빨리 갑시다. 내가 안내하리다. 당신은 반드시 땀을 빼야 합니다. 그래서 약효가 안팎으로 스며들게요.

 

29)발푸르기스의 밤 ; 4 30일부터 5 1일 사이의 밤, 이날 악마가 브로켄 산에서 바녀들을 만난다고 한다. – 140

이 날이 가장 아름다운 봄 밤인가 보다. 누구라도 야간산행을 하고 싶어지는 밤인가보네. 나도 한 번 이 날 야간산행을 가보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이런 저런 것들이 있으리라. 우수가 지난 보름밤에 나무들의 결혼식을 보고 싶다던 정호승 시인의 시는 이것보다는 더 이르지만 발푸르기스의 밤에 산에 있으면서 이 시를 낭송하면 재미있겠다. 산은 얼마나 아름다울건가?

 

거리

파우스트, 마르가레테의 곁을 지나간다.

 

파우스트 ; 이봐, 저 처녀를 내 손에 넣게 해주게

메피스토펠레스 : 저애요? 그 아이는 신부에게 가서 모든 죄를 용서받고 오는 길이지요. 내가 고해석 옆을 지나다 엿들어보니 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는 아이더군요. 아무 죄도 없으면서 고해하러 갔으니 말입니다. 저런 아이에게는 나도 힘을 쓸 수 없다구요.

파우스트 : 그래도 열네 살은 넘었겠지. – 143

 

메피스토펠레스 : 들어와요. 아주 조용히 들어와요. (주위를 살피면서) 처녀들이 다 이렇게 정갈하진 않아요. (퇴장)

파우스트 ; (주위를 둘러보며) 반갑다, 감미로운 저녁놀이여, 이 성스런 방을 두루 비춰주는구나. 희망의 이슬을 마시면서 연명하는 너 달콤한 사랑의 아픔잉여, 내 마음을 사로잡아다오. 주위에서 숨쉬는 이 고요함, 이 질서와 만족감, 가난 속에 깃들인 이 충만감. 감옥 같은 공방 속에 깃들인 축복이여 (침대옆 가죽소파에 몸을 던진다.) 오 나를 받아다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두 팔 벌려 그녀의 조산들을 맞아주었을 의자여. 아 얼마나 자주 이 둘레에 아이들의 무리가 에워싸곤 했을까? 내 사랑하는 소녀도 통통한 뺨을 하고 성탄절의 선물에 감사드리며 메마른 할아버지 손에 경건히 입맞추었겠지. 오 소녀의 나는 느끼노라. 실하고도 알뜰한 너의 마음이 내 주위에서 살랑거림을. 그 마음이 날마다 널 어머니답게 가르쳐 이리도 깨끗하게 식탁보를 깔게 하고, 바닥엔 고운 모래를 깔게 하였으리라. 오 사랑스런 손, 천사와 같은 손, 너로 인해 오두막도 천국이 되는구나. 그리고 여기! (침식의 커튼을 들어올린다.) 날 사로잡는 환희의 전율이여! 종일토록 여기에 머물고 싶구나. 자연이여, 그대는 옅은 꿈에서인 양 타고난 천사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그애는 누웠겠지. 따뜻한 생명 가득한 가슴을 하고, 여기에 성스럽고 순수한 힘이 작용하여 선녀 같은 자태를 선사하였으리라. – 147

그레트헨은 헤스티아? , 내 방은 어찌하란 말이냐?   

 

메피스토펠레스 : 여기 제법 묵직한 상자가 있소이다. 내가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인데 여기 장롱 속에 넣어두세요. 장담하거니와 그 애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당신을 위해 예쁜 장신구를 넣어두었답니다. 다른 걸 얻기 위해서지요. 여하튼 아이는 아이요, 놀이는 놀이니까요. - 148

 

산책길

파우스트, 생각에 잠겨 이리저리 거닐고 있다. 그에게 메피스토펠레스가 다가온다.

메피스토펠레스 : 나 자신이 악마가 아니라면 당장 악마에게 몸을 맡기고픈 심정입니다.

파우스트 : 자네 머릿속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 미친 놈마냥 날뛰는 꼴이 자네에게 어울리긴 하네만!

메피스토펠레스 : 생각 좀 해봐요. 그레트헨을 위해 마련했던 보석 말예요. 그걸 신부 놈이 가로채 버렸어요. 그 애 어미가 그 물건을 보더니 당장 두려워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 여편네는 아주 냄새를 잘 맡아요. 늘 기도서에 코를 박고 살면서 모든 가구의 냄새를 맡아보고 그 물건이 성스러운지 부정한지를 알아낸다오. 우리 보석을 보고도 정확히 알아버렸죠. 거기에 축복이 별로 깃들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어미가 신부 놈을 불렀지요. 놈은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물건을 보고 홀딱 반했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욕심을 이겨내는 사람은 복을 받습니다. 교회는 튼튼한 위장을 갖고 있어서 온 나라를 집어삼키고도 결코 체한 적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인들이여, 오직 교회만이 부정한 재물을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놈은 팔찌며 목걸이를 마치 무용지물인 양 쓸어 넣고는 호도 한 바구니쯤 얻어가는 듯 인사말을 건성으로 때운 채 천국의 보상만을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도 모녀는 감격해 마지 않는 거예요. - 154

 

메피스토펠레스 : 네 주인나리, 기꺼이 복종하겠습니다. - 154

(새 보물을 준비하라는 파우스트의 말에)’

 

이웃 여인의 집

 

마르가레테 :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 했어요. 흑단 나무로 만든 그 보석상자가 또 제 장롱 속에 들어있지 않겠어요. 안에 든 물건들은 정말 호화롭고 먼젓번보다 휠씬 더 많아요. - 155

 

메피스토펠레스 : 난 잠시도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 자식들이 생기자 그것들을 위해 빵을 벌어야 했지. 넓은 의미의 빵 말이야. 그러니 내 몫을 한 번도 편안히 먹어본 적이 없었어.

이게 모든 생계부양자들의 말이다. 남자든 여자든. 자식 위주가 아니라 부부 위주로 가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대부분 자식들이 왕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헤깔리고 있다. 부부 위주로 가야하는 것과 부모로서의 희생 사이에서.

그 친구가 나폴리에서 나그네처럼 헤매고 있을 때 한 예쁜 아가씨가 그를 돌봐주었죠. 얼마나 살뜰하게 사랑과 정성을 기울였던지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잊지 못하더군요.

이웃 여인인 마르테에게 하는 말이다. 자기 남편이나 아내가 다른 이성에게 인기가 있다는 말을 못 참아한다. 그런데 당연히 매력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제가 당신의 처지라면 한 일 년 얌전히 애도하다가 다음엔 슬슬 새 사람을 하나 찾아보겠는데요.

마르테 : 어머 무슨 말씀을. 그래도 내 남편 같은 사람을 이 세상에서 쉽게 만나진 못할 거예요. 그렇게 마음씨 좋은 바보도 없을걸요. 다만 너무 떠돌아다니길 좋아했고, 남의 계집이나 낯선 고장의 술, 그리고 망할 놈의 노름을 좋아한 게 탈이었지요. – 161

 

길거리

 

메피스토펠레스 : 오 성스러운 양반, 이제 곧 성인이 되겠구려.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이 평생 처음이란 말인가요? 당신의 신과 세계가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또 인간과 인간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활동하는 거에 대해 자신만만하게 정의내린 적이 없었던가요? 뻔뻔스런 얼굴, 오만한 가슴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내면을 잘 살펴보세요.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저 슈베르틀라인 씨의 죽음에 대한 것보다 많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겝니다. – 165

(그레트헨의 이웃집 여자 마르테 남편의 죽음에 대한 거짓말을 하라고 하자 취소하라는 파우스트에게 하는 말) 나도 이런 적 많았지. 그럼 나도 위증죄 상습범.

 

마르가레테 ; 전 알아요. 당신이 절 아껴주시느라고 마냥 겸손해한다는 걸요. 전 부끄럽기만 해요. 여행을 많이 하신 분들은 마음이 넓어 싫은 내색 않고 상대해 주는데 익숙하신 거지요. 그리고 경험 많은 분에게 하잘 것 없는 제 얘기가 재미없으리란 것도 잘 알아요.

파우스트 ; 당신의 눈짓, 말 한마디가 세상의 어느 지혜보다 더 즐겁습니다. (그녀의 손에 키스한다.) 

마르가레테 : 어머 이러지 마세요. 키스까지 하시다니요. 제 손은 이렇게 추하고 거친걸요. 집안일을 모두 해야했거든요. 어머니가 엄하셔요. - -167

어느 연애나 비슷하군.

 

마르가레테 ; 그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태어났답니다. 그 때 어머니는 너무나 쇠약해서 누워 계셨지요. 우린 어머니를 잃는 줄 알았는데 아주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회복되셨어요. 어머니는 그 가엾은 어린 것에게 젖을 먹일 생각도 하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그 앨 완전히 저 혼자 기른 거예요. 우유와 물만 먹이면서요. 그 앤 제 아이가 되어 버렸지요. 제 팔 제 품에 안겨서 좋아라 바둥거리면서 자랐답니다. 하지만 정말 힘든 순간도 많았어요. 밤이면 아기의 요람을 제 침대 옆에 갖다 놓았고, 그 애가 조금만 움직여도 이내 잠에서 깨어나곤 했지요. 우유를 먹이기도 하고 제 곁에 누이기도 하고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자기에서 일어나 아기를 어르며 온 방안을 서성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날이 밝으면 빨래터에 가야 했고, 다음엔 장을 보고 부엌일도 살펴야 했지요. 하루하루 늘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자니 늘 유쾌한 기분만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입맛이 좋고, 잠도 달게 잘 수 있었답니다. – 169

그레트헨은 자기 동생의 엄마였다. 이 부분이 이 소설에 들어간 이유가 뭘까? 그녀의 모성, 착한 구석을 드러내려고 그랬던 걸까? 그레트헨은 나중에 구원의 여성상으로 나온다. 모든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파우스트의 구원은 은총처럼 주어지는 사랑에 의해서라고 미리 읽은 작품 해설에서 말했다. 그레트헨은 무척 착한 여자다. 이런 여자는 권정생 몽실언니가 있다.

 

마르가레테 ; (별꽃 한 송이를 꺽어 꽃잎을 하나씩 뜯어낸다.) 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파우스트 : 정말 귀여운 모습이로다.

마르가레테 : 날 사랑한다. 않는다. 사랑한다. 않는다. (마지막 꽃잎을 뜯으며 기쁨에 넘쳐) 그이는 날 사랑하신다!

파우스트 : 그렇소. 나의 사랑, 이 꽃점을 신탁의 말씀으로 삼읍시다. 당신을 사랑하고 말고. 알겠소.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그녀의 두 손을 잡는다)

마르가레테 ;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파우스트 ; 오 두려워하지 말아요. 이 눈길과 꼭 맞잡은 손으로 말하게 해주오.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 걸 말이오. 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치겠소. 거기서 느끼는 기쁨 영원할 겁니다. – 173

, 옛날 연인들도 이렇게 놀았구나. ㅋㅋㅋ 유치해 & 사랑스러워. 파우스트는 기뻤겠다. 그런데 왜 이 사랑을 잃어버리지? 악마가 도와주어서?

 

숲과 동굴

 

메피스토펠레스 : 내가 없었던들 당신같이 가련한 지상의 아들이 어찌 당신의 삶을 누릴 수 있었겠소이까? 공상의 잡동사니 속에 빠져 있는 당신을 내가 잠시나마 구해 줄 수 있었지요. 내가 없었던들 당신은 이미 이 지구를 떠나버렸을 것이외다. 어째서 당신은 부엉이마냥 이런 동굴 속 바위 틈에 처박혀 있는 건가요? 어째서 축축한 이끼와 물이 뚝뚝 듣는 바위로부터 두꺼비 마냥 양분을 빨아먹고 있는 건가요? 참 멋지고 재미나게 시간을 보내고 있군요. 아직도 당신 몸에선 훈장 냄새가 납니다. 그려. – 179

 

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의 애인은 집안에 틀어박혀 세상만사가 답답하고 슬픈 듯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머리에서 도대체 당신 모습이 떠나지 않으니 오매불망 당신 생각뿐이지요. 처음엔 당신 마음에도 사랑의 열정이 녹은 눈이 흘러드는 개울처럼 넘쳐흘렀죠. 그 열정을 그녀의 가슴에 쏟아붇더니 이제 당신의 개울물은 말라붙어버렸던가요? …하루종일 그리고 밤중까지 이몸이 새라면 노래만 부르고 있지요. 어쩌다 명랑할 때도 이지만 대부분 울적해 힜어요.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안정돼 보이지만 줄창 사랑에 빠져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 :  (혼잣말로) 어때 내 손아귀에 걸려들었지.

파우스트 ; 이 나쁜 놈, 이 곳에서 사라져라. 그 아름다운 소녀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반쯤 미쳐버린 내 마음을 들쑤셔 다시 그 달콤한 육체를 탐하게 하지 말아다오.

메피스토펠레스 :  대체 어쩔 작정인가요? 그 앤 당신이 도망쳤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반쯤 뺑소니를 친거나 다름없지만. – 181

 

메피스토펠레스 :  요 풋내기 가버렸나?

파우스트 ; 또 엿들었군.

메피스토펠레스 :  소상하게 경청했소이다. 박사님께서 교리공부를 하더군요. 모쪼록 많은 소득이 있길 바랍니다. 계집애들이란 원래 관심이 많은 법이지요. 자기 사내가 옛날 식으로 신앙심이 많은지 순박한 지 그런 일에 굴복하면 자기 말에도 잘 따르리라 생각하는 거지요. -191

 

리스헨 ; 영 좋지 않아. 이젠 먹고 마시는 게 2인분이야 한다는 거야. 결국 올게 온 거라고. 그 애가 그 녀석을 얼마나 오랫동안 따라다녔게! 산보를 합네 읍내의 무도장에 안내합네, 어딜 가나 제일 가는 여자라고 추켜세우고, 만두와 포도주를 사주며 늘 환심을 샀다는 거야. 그 애도 자기가 무슨 여왕이나 되는 줄 착각하고 갖가지 선물을 받고는 부끄러움도 모를 정도로 뻔뻔해졌던 거지. 서로 핥고 빨고 하는 사이에 그만 꽃송이가 떨어지고 만 거야. – 192

혼전임신에 대한 흔한 추문이 동서고금이 놀랍도록 같네. 그래서 이 여자만 미혼모가 되고 마는 건가?  

  

성 안쪽 길

성벽의 후미진 곳에 고난의 성모상이 있고, 그 앞에 꽃병이 놓여 있다.

 

그레트헨 (싱싱한 꽃을 꽃병에 꽂는다.)

온갖 괴로움 겪으신 성모님 얼굴을 돌리시고 자비로이 제 고통을 굽어 살피소서

가슴에 칼을 맞으시고 온갖 고통 겪으시면서 아드님의 죽음을 바라보시는군요.

하늘의 아버님을 우러러보시며 아드님과 당신의 고난 때문에 한숨을 보내시는 성모님

골수에 사무치는 이 고통을 누가 느껴주리까

가련한 마음 불안에 떨며 무엇을 갈구하는지

오직 성모님, 당신만 알고 계시나이다.

저는 어디를 가든, 여기 이 가슴 속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프답니다.

, 혼자 있기만 하면 울고, 울고, 또 울어서 제 가슴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이른 아침 당신께 드릴 꽃을 꺽으면서 아, 창문 앞 화분 위에 한없이 눈물을 뿌렸답니다.

도와주세요. 절 치욕과 죽음에서 구해주세요.

온갖 괴로움 겪으신 성모님 얼굴을 돌리시고 자비로이 제 고통을 굽어 살피소서!

그녀의 기도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레트헨의 집 앞 거리

 

발렌틴 (군인, 그레트헨의 오빠) : …온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 그레트헨 같은 애는 찾지 못했어. 내 누이에게 시중을 들 만한 처녀라도 있느냔 말이야? 옳소 옳소 쨍그랑 쨍그랑 잔이 돌았지. 한 패는 이렇게 소리쳤지. 자네 말이 옳아. 그 앤 온 여성의 자랑거리일세. 그러면 자랑을 늘어놓던 친구들도 벙어리가 되고 말았지. 그런데 지금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은 들 담벼락에 머리통을 짓찧은 들 무슨 소용이랴! 빈정대며 코를 실룩거리며 온갖 잡놈들이 다 날 욕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빚을 잔뜩 진 놈 모양 쭈그리고 앉아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에도 진땀을 흘리는 꼴이 되었다. – 197

무슨 이유로 그랬을까? 그레트헨의 연애가 이 군인 오빠에게 무슨 불이익을 준 걸까? 오빠가 군인이라는 게 어떤 단서를 주는 듯 하다. 군인, 아레스, 다혈질, 이성적인 고려보다는 행동이 더 빠름. 이것이 이후 살인사건의 주요 원인이 되리라.

 

 발렌틴 ; 꼭 악마와 싸우는 것 같구나. 왠일일까? 벌써 손이 마비되다니

메피스토펠레스 : (파우스트에게) 찌르시오

발렌틴 : (쓰러진다) 아 원통하다. – 200

 

발렌틴 ;…이제 넌 창녀가 되고 말았어….유감스럽지만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앞으로 어떻게든 되어가겠지. 한 녀석하고 은밀한 관계가 시작되었지만 멀지 않아 상대의 수가 늘어날 것이고, 우선 한 다스쯤 되었다가 급기야 온 마을이 널 소유하게 될 거다. 죄악의 씨라도 배게 된다면 남모르게 슬그머니 낳아서 처음엔 어둠의 베일로 그놈의 머리와 귀를 푹 덮어씌울 수도 있겠지. 아니 죽여버리고픈 마음도 들 거야. 하지만 그놈이 자라서 크게 되면 백주에 거리를 쏘다녀도 신통하게 봐주질 않을 게다….점잖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전염병으로 죽은 시체라도 보듯 창녀가 된 네 곁을 피해 가는 양이 그들이 네 눈을 들여다 볼 때마다 네 마음은 얼마나 절망으로 찢어지겠느냐. 금목걸이도 이젠 걸고 다닐 수 없으리라. 아름다운 레이스 깃을 달고 춤추며 즐길 수도 없을 것이다. 캄캄한 비탄의 구석에 처박혀 거지와 병신들 사이에서 숨어지낼 것이다. 비록 하느님이 널 용서하신다 해도 지상에서는 저주받은 몸이 될 게다. – 202

죽어가면서 오빠가 누이동생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다. 이건 한마디로 너는 창녀다는 말이다. 이건 혼전성경험을 가진 것에 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연애에 대한 것일까? 이게 만약 혼전 성경험에 대한 것이라면 이런 논리로 성경험, 또는 성폭력의 경험 이후 실제로 매매춘에 나서게 된 이도 있으리라. 같은 논리일 거다. 말도 안되지만 실제로 그녀와 그들의 마음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성당

장례미사, 오르간과 노랫소리. 그레트헨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고, 뒤에는 악령이 있다.

 

악령 ; 그레트헨 너는 많이 변했구나. 네가 아직 순진무구했을 땐, 여기 제단 앞으로 나와 낡은 기도서를 펼쳐 들고 더듬더듬 기도를 올렸었지. 반은 어린애다운 장난기에서 반은 마음속에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그레트헨, 네 정신은 어디 갔느냐, 네 가슴 속엔 이 무슨 못된 생각이냐? 너로 인해 기나긴 고통의 잠에 빠져버린 어머니의 혼령을 위해 기도하는 거냐? 너의 집 문지방에는 누구의 피가 흘렀더냐? 그리고 네 가슴 아래에선 이미 죄악의 씨가 꿈틀거리면서 너와 자신의 존재가 염려스러운 듯 불안에 차 있지 않느냐? – 204

꿈틀거리는 죄의 씨앗은 뭘까?

 

발푸르기스의 밤

 

마녀들의 합창 ; 바우보 할멈이 혼자 오신다. 암퇘지를 타고 오신다. 존경받을 분은 존경해야지. 바우보 할머니 앞장서세요. 그리고 안내해 줘요. 튼튼한 돼지들, 그것도 어미 돼지를 타시고요. – 211

 

 고물상 마녀 ; 어르신네들 그냥 지나가지 마세요. 이 좋은 기회를 놓쳐선 안됩니다. 우리 집 물건들을 잘 살펴보세요. 오만가지 것들이 여기 다 있답니다. 세상의 다른 물건들과는 틀려서 우리 상점의 물건 치고 인간과 세상에 대해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게 없답니다. 피를 보지 않은 비수도 없고요 뜨거운 독을 쏟아넣어 건강한 육체를 죽게 만들지 않은 술잔도 없고, 사랑스런 계집을 꾀어내지 않은 패물도 없으며 맹약을 깨트리거나 등 뒤에서 상대방을 찌르지 않은 검 또한 없습니다. – 218

이거 재미있는 광고다. 허를 찌른다. 이것도 자랑이 되는구나.

 

감옥

마르가레테 ; 이제 제 목숨은 완전히 당신 손에 달렸어요. 우선 아기에게 젖이나 먹이게 해 주세요. 그 앨 밤새도록 껴안고 있었는데도 날 괴롭히려고 그들이 빼앗가 갔어요. 그리곤 말하길 제가 그 앨 죽였다는 거예요. 다시는 제 마음 즐거워질 수 없어요. 그들은 절 빈정대는 노랠 부르고 있어요. 나쁜 사람들이에요. 어떤 옛날 동화가 그렇게 끝나고 있지만 누가 그걸 내 얘기인 양 풀이해 달라고 했던가요? – 241

이 아기는 누구일까? 그레트헨의 동생? 그레트헨의 아기? 누구도 자신을 대상으로 불행한 옛 이야기를 상상하진 않는다. 

 

파우스트 : 당신은 살아야 해

마르가레테 : 하느님 심판해 주소서. 당신의 손에 맡기나이다.

메피스토펠레스 : (파우스트에게) 갑시다. 가요 아니면 그 계집과 함께 내버려두겠오.

마르가레테 :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아버지시여, 절 구원하소서. 천사들이여 그대들 성스런 무리여. 절 에워싸고 지켜주소서. 하인리히, 전 당신이 무서워요.

메피스토펠레스 : 그녀는 심판 받았소.

목소리: (위로부터) 구원받았노라.

메피스토펠레스 : (파우스트에게) 내게로 오시오 (파우스트와 함께 사라진다.)

목소리 : (안으로부터 점점 스러지면서) 하인리히! 하인리히!

자기 행동을 남에게 책임지우지 않고 책임지려고 하는 태도 때문에 그녀가 구원받은 걸까?

 

 

비극 제 2

 

1

 

메피스토펠레스 : (옥좌 앞에서 무릎 꿇으며) 불청객이면서도 늘 환영받는게 무엇이겠습니까?

기다려지면서도 늘 내쫒기는게 무엇이겠습니까?

늘 보호받고 있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심한 욕을 먹고 잔소리를 듣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폐하께서 불러들여선 안 될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누구나 그 이름 듣기 좋아하는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옥좌의 계단 앞으로 다가오는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스스로 추방당한 놈은 누구이겠습니까? - 18

 

메피스토펠레스 : 원하시는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만들어 올리겠나이다.

그런 일은 쉬운 일이오나, 쉬운 데 실인즉 더 어려운 법이지요.

돈은 이미 여기 있습니다. 하오나 그것을 손에 넣는 일, 그것이 기술입지요. 누가 그 일에 착수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십시오. 일찍이 이방인의 무리가 홍수처럼 밀려와 나라와 백성을 집어삼켰던 저 공포의 시대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너무나 겁에 질려 자신의 가장 귀한 물건을 여기저기에 감춰놓았습니다. 그것은 강력한 로마시대부터 시작해 어제까지, 아니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 땅 속에 고이 묻혀 있은 즉, 땅은 폐하의 것, 폐하께옵선 당연히 그것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재무장관 : 바보치곤 제법 그럴듯한 말을 하는데 사실 그것은 예로부터 황제의 권리입지요.

재상 ; 마귀가 여러분에게 금실로 짠 올가미를 치고 있소이다. 신의 뜻에 맞는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궁내부 장관 : 궁중에서 필요한 재물만 만들어준다면, 약간의 부정이야 눈감을 용의가 있소이다. – 26

우리 안에서 늘 일어나는 갈등이다. 그런데 어둠, 또는 지옥에 보화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메피스토펠레스 : 지옥 가는 길이라면 잘 찾을 수 있겠사오만 도처에 묻힌 채 기다리고 있는 보물을 어찌 일일이 알려드릴 수 있겠나이까? 밭고랑을 갈던 농부가 흙덩이와 함께 황금단지를 파내는 수도 있고, 점토의 벽에서 초석을 채취하다가 금빛 찬란한 돈 꾸러미를 발견하고 가난한 손으로 움켜쥐고 기뻐하는 수도 있나이다. 보물에 능통한 자라면 어떤 건물이든 폭파해야 하고, 어떤 틈새, 어떤 갱도, 심지어 지옥의 근처까지도 밀고 들어가야 합니다. 오래 보존된 널찍한 지하실에는 황금으로 된 잔과 접시들이 줄지어 있는 게 보일 겁니다. 루비로 만든 술잔도 있어 그것으로 한 잔 마시려 하면 그 옆에 해묵은 술통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문가의 말을 믿을 지 모르지만 술통의 나무는 오래 전에 썩어버리고 굳은 주석이 술통처럼 술을 담고 있지요. 오직 황금과 보석뿐 아니라 이처럼 고귀한 술의 정수까지도 어둡고 두려운 곳에 숨겨져 있답니다. 현자는 이런 곳을 끈기 있게 찾아보는 것이지요. 밝은 낮에 인식한다는 건 어린애 장난 같은 것, 신비로운 건 어둠 속에 깃들여 있는 법이오이다. – 30

술통과 보물섬, 보물상자의 이미지가 내게 있다. ‘내 곳간에 쟁이고 내 살림살이를 산다 2012년 나의 모토이다. 그런데 이걸 읽어보면 그 보물은 내가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M으로 시작되는 이름은 매그넘. 이게 바로 병에 담기 전 술통을 말한다. 원액

 

운명의 여신들 17) 세 여신 중 클로토는 생명의 실을 잣고, 라케시스는 그 실을 가르고, 아트로포스는 가위로 실을 자른다고 한다. 괴테는 여기서 클로토와 아트로포스의 역할을 바꾸어 놓았다. - 44

 

의전관이 여러 시인의 등장을 알린다. 자연시인, 궁정시인, 기사 시인, 감상 시인, 열정 시인 등이다. 앞을 다투어 다른 시인에게 낭독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한 사람이 몇 마디 읊조리더니 슬그머니 사라진다. 밤의 시인과 묘지 시인이 불참한 데 대한 사과의 말을 전해 온다. 그들은 새로 나타난 흡혈귀와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누는 중이며, 거기서 어쩌면 새로운 시의 형태가 생겨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의전관은 그것을 인정하고 그 동안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을 불러낸다. 그들은 근대적인 가장을 하고 있지만 그 특성과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 – 43

, 괴테는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재미있다.

 

희망 : 안녕하세요? 사랑스런 자매들, 어제도 오늘도 여러분들 가면놀이에 흠뻑 취해있지만 무엇보다 난 잘 안다오. 내일이면 가면을 벗으리란 걸! 이런 횃불 빛 아래선 우리, 별로 즐겁지 않아요. 하지만 명랑한 대낮엔 모두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지요. 때로는 친구들과 때로는 혼자서 아름다운 들판을 자유롭게 거닐죠. 쉬거나 일하거나 내 마음대로 아무 근심없이 살아가면서 아쉬운 것 없이 항상 노력하네. 어디서나 환영받는 손님이 되어 편안한 삶 살아봅시다. 틀림없이 어느 곳에선가 최상의 것 찾을 수 있으리니. – 51

 

마차를 모는 소년 : 저는 낭비입니다. ()이지요. 자신의 재화를 아낌없이 뿌릴 때 완성되는 시인입니다. 저 역시 어마어마한 재물을 갖고 있어서 플루투스에 못지않다고 자부하지요. 저분의 무도회나 잔치를 꾸며 활기를 넣어주면서 저분에게 없는 것을 나누어 드리지요.

여길 보세요. 제가 손가락 하나를 튀기기만 해도, 마차 주위가 벌써 번쩍거리죠. 여기 진주 목걸이도 튀어나오고요. (계속해서 손가락을 튀기면서) 금목걸이와 금귀고리 받으세요. 흠이 없는 빗과 관도 나오고, 반지에 박는 값진 보석도 있습니다. 혹시 불붙을 곳이 없나 기대하면서 이따금 작은 불씨도 보내드리죠.

23)불씨 ; 인간 정신을 붙붙게 하는 예술, 또는 시의 불씨로 해석된다. - 57

시가 보석 같다는 비유. . 

 

지신 그놈들의 대표 : (위대한 판 신을 향해) 번쩍이는 풍부한 보화가 실처럼 바위틈에 널려 있으면 오로지 신통한 마술 지팡이만이 그 미로를 일러주지요. 어두운 굴을 우리집 삼아 혈거의 무리처럼 살아갈 때 당신은 한낮의 맑은 바람 속에서 보화들을 자비롭게 나누어주지요. 이제 우리는 이 근처에서 신기한 샘 하나를 찾았습니다. 그 샘은 쾌히 약속합니다. 얻기 어려운 걸 나눠주겠다고. 이 일은 당신만이 할 수 있으니 주여, 당신의 보호 아래 두옵소서. 어떤 보물이든 당신 손에 들어가야 온 세상의 복이 될 테니까요. – 71

 

황제 ; …짐은 마치 수많은 질람나더의 왕이 된 기분이었도다.

메패스토렐레스 ; 그건 사실이옵니다. 폐하, 모든 원소가 다 폐하의 권위를 무조건 인정하기 때문이옵니다. 불의 충성심은 시험해 보셨나이다. 이번엔 사납게 날뛰는 바다 속에 뛰어들어 보옵소서. - 75

 

황제 : 백성들 사이에 그것이 금화 대신 통용되고 있단 말이냐? 군대와 군중의 급료로도 충분히 지불될 수 있단 말이지? 심히 놀라운 일이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궁내부 장관 : 순식간에 퍼져버린 걸 회수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번개처럼 흩어져 유통되고 있습니다. 환금 은행이 온통 성행 중입니다. 금화, 은화로 바꿔주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푸줏간, 빵집, 술집으로 달려갑니다. 세상의 절반은 향연을 생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새 옷 해 입고 뽐내려는 것 같습니다. 소매상은 옷감을 끊어주고 재단사는 옷을 짓습니다. 술집에선 황제 만세 소리가 들끓고 지지고 굽고 접시 소리 요란합니다.

메피스토펠레스 :… 지전 한 장쯤 주머니에 쉽게 지니고 다닐 수 있어 연애 편지와 짝짓기도 편하단 말입니다. 신부는 경건하게 기도책 사이에 넣고 다닐 수 있고, 병사들도 허리춤의 전대가 가벼워 동작을 더 빨리 바꿀 수 있습니다. 사소한 일을 아뢰어 위대한 업적을 손상시켰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 81

지폐를 찍어서 유통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4

 

 

메피스토펠레스 : 나는 그 고대의 이교들하곤 아무 상관도 없어요. 그들은 자기들만의 지옥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하나 있긴 하지요.

파우스트 : 말하라. 지체 말고

메피스토펠레스 : 그 숭고한 비밀을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만 여신들은 고독 속에서 거룩하게 좌정하고 있는데 그들 주위엔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소이다. 그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황당스럽습니다. 그들은 어머니들이랍니다.

32)괴테의 자연관에 의하면 모든 생물의 발생과 생성은 자연의 내부, 즉 모태에 지니고 있는 원형에서 생겨난다. 괴테는 이것을 근원현상이라고 불렀으며, 어머니들은 과거와 미래에 걸쳐 이 원형을 수호하는 신들이라 할 수 있다. -86

파우스트 ; 그 길이 어디로 나 있지?

메피스토펠레스 : 길은 없어요. 아직 가본 적도 없고.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길, 바랄 수도 가볼 수도 없는 길이죠. 마음의 준비가 되셨습니까? 열어야 할 자물쇠도 빗장도 없으며, 온갖 적막함 때문에 이리저리 방황할 것입니다. 황량함과 적막함의 참뜻을 알고 계십니까?

파우스트 ; 그 따위 격언들을랑 아껴두게나. 여기서도 마녀의 부엌 같은 냄새가 나는군. 벌서 옛날에 사라진 그 냄새 말일세. 지금껏 나도 세상과 교제하지 않았던가? 공허함을 배우고 공허함을 가르치지 않았더냐? 내가 통찰한 바를 이치에 맞게 말하면 반대의 소리가 곱절이나 크게 울려왔었지. 심지어 귀찮은 세상일을 피하여 고적한 곳, 황량한 곳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버림받은 채 혼자 살지 않으려고, 종국엔 악마에게 내 몸을 맡기고 말았노라.

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이 대양을 헤엄쳐 다닐 때 끝없이 아득한 것만 보였겠지만, 그곳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았겠지요. 물 속에 빠질까 두렵긴 하면서도 아무튼 무언가를 볼 수 있지요. 고요한 바다의 푸른 물 속을 지나는 돌고래며, 흘러가는 구름과 해, , 별 들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영원히 공허한 먼나라에선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이 걷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고, 몸을 쉴만한 견고한 자리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파우스트 : 자네는 새로 들어온 충실한 신자를 속이는 사교의 교주처럼 말하는군. 그 반대겠지. 자넨 날 공허 속에 보내어 거기서 내 기교와 힘을 증진시키려는 것이겠지. 자네는 날 불 속에서 알밤을 꺼내오는 고양이처럼 다루려 하는군. 자 계속해 보자. 철저히 밝혀내 보자고. 자네가 말하는 무 속에서 삼라만상을 찾아보겠어.

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이 나와 헤어지기 전에 칭찬을 해야겠어요. 정말 당신은 악마를 너무나 잘 알고 있군요. 여기 이 열쇠를 받으십시오.

파우스트 : 이런 조그만 것을

메피스토펠레스 :  우선 손에 쥐어보세요. 그러나 과소평가해선 안됩니다.

파우스트 : 내 손 안에서 커지는 군. 번쩍번쩍 빛도 나고.

메피스토펠레스 :  가지고 계신 게 어떤 물건인지 알아차렸나요? 열쇠가 올바른 장소를 냄새맡아 줄 겁니다. 열쇠만 따라가면 당신을 어머니들께 데려다 줄 겁니다.

파우스트 : (몸서리치면서) 어머니들이라! 들을 때마다 한 대씩 얻어맞는 기분이다. 이 무슨 듣고 싶지 않은 말일까? – 88

 

 

2

 

메피스토펠레스 : (커튼 뒤에서 나온다. 그가 커튼을 들고 뒤를 돌아보는 동안 고풍스런 침대에 누워 있는 파우스트가 보인다.) 여기 누워 있으라. 헤어나기 어려운 사랑의 굴레에 유혹된 불행한 친구여. 헬레나 때문에 넋이 나간 자 쉽게 정신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저 편, 이 편 그 어느 쪽을 둘러보아도 모든 게 변함없이 옛날 그대로구나. 채색된 창유리가 더 흐려진 것 같고, 거미줄이 많이 늘어났다. 잉크는 말라붙었고, 종이도 누렇게 색이 바랬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채로다.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계약서를 작성한 그 펜까지 아직 여기에 놓여 있구나. 그렇다 펜대 깊숙이 숨겨져 있으리라. 내가 그를 꾀어 빼앗은 피 한 방울이 이렇듯 하나뿐인 진품이라면 뛰어난 수집가라도 기쁘게 해 줄 수 있을 걸. 저 낡은 모피옷까지 옛날의 옷걸이에 걸려 있네. 저걸 보니 언젠가 내가 소년을 가르치던 엉터리 선생질이 생각나는군. 그놈은 청년이 되어서도 그걸 되씹고 있겠지. 포근하고 따뜻한 외투여, 내 너를 걸치고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게 여겨주는 대학교수로 다시 뽐내고 싶은 생각이 정말 간절히 일어나는구나. 학자라면 도달하는 방법을 알겠지만 악마에겐 이미 지나간 일이로다.

(그는 모피옷을 내려서 턴다. 귀뚜라미, 딱정벌레, 나방이 들이 튀어나온다. ) – 110

 

메피스토펠레스 :  잘 알고 있지. 나이를 먹었어도 아직 학생이로군. 만년서생이겠지. 학자들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공부를 계속하는 거라고. 그리하여 제 나름의 공중누각을 세우지만 제 아무리 위대한 인간도 그걸 완성시킬 순 없네. 하지만 자네의 선생은 훌륭한 분이야 고귀한 바그너 박사님을 모를 사람이 누가 있겠나 – 113

신도 메피스토펠레스도 파우스트도 동일 인물일지 모른다. 그 모든 것이 사람 안에 있는 여러 목소리들이겠지. 이름을 어찌 붙이든. 그리고 이런 학자에 대한 비판을 보면 파우스트든 괴테든 이런 학자적 태도를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비판에 애정이 묻어 있다. 많은 책을 읽었으니까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는거지.

 

메피스토펠레스 : 괴상한녀석, 어디 너 잘난대로 해봐라. 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 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하지만 저런 녀석이 있다고 해도 우린 걱정할 게 없지. 몇 해만 지나면 달라지고 말테니가잘 생각해 보라고. 악마는 늙은이니까 자네들도 늙으면 그의 말을 이해할 거야. – 121

세상 위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어디서 읽은 것 같다. 그래서 어쩔건가? 누군가가 해놓은 말, 지도를 얻으려고 평생 삶을 유예시킬 수는 없지 않겠나? 주어진 만큼 삶을 경험하며 사는 게 최고인데 나는 어찌 살고 있지? 아 나는 자꾸 악마의 말에 밑줄을 긋고 있다.

 

메피스토펠레스 : 인간이라고요? 그렇다면 사랑하는 한 쌍을 이 연기나는 구멍에 집어넣었단 말인가요?

바그너 ; 천만에요. 지금껏 유행하던 생산방식을 어리석은 장난이라고 선언하는 바입니다. 생명이 튀어나온 오묘한 점이라든가, 내부에서 밀고 나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신의 모습을 본떠내고 처음엔 가까운 것을, 다음엔 낯선 것을 자기 소유로 만드는 그 사랑스런 힘 따위는 가치가 없어졌습니다. 동물들은 계속 그런 걸 즐길 지 모르나 위대한 천분을 타고난 인간이라면 장차 보다 고상한 근원에서 태어나야겠지요. – 122

시험관 아기 시술. 괴테 시대만 해도 이건 환상이나 헛소리였을텐데 지금은 현실이다. 인류는 새로운 생식방법을 찾아낼까? 그래도 섹스는 영속되리라. 섹스가 종족보존만이 아니라 놀이와 다른 기능을 부가장착하고 있기 때문. 내장된 종족보존 시스템은 본능이다.   

 

바그너 ;  한 마디만 더 해야겠다. 지금까지 늙은이나 젊은이나 갖가지 문제들을 가지고 몰려오는 게 질색이었어. 예를 들어 이건 아직 아무도 풀지 못한 건데, 육체와 영혼이 그다지도 잘 어울리고 떨어질 수 없어 굳게 결합되어 있건만, 그런데도 끊임없이 서로를 싫어하는 이유가 무얼까?

8)영육일치의 문제는 괴테 시대의 중요한 논쟁꺼리였다. – 125

영육일치가 괴테시대만 중요했을까? 지금도 여전히 관심 주제다.

 

메피스토펠레스 : 나 역시 여기에서 볼 일이 있네. 그러니 우리 모두 즐겁게 지낼 최선의 방법은 각자가 화톳불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모험을 시험해 보는 거야. 그 다음 우리가 다시 만나도록 꼬마 친구, 자네의 불빛을 소리내어 비춰주게나. – 134

 

메피스토펠레스 : (사방을 살피며) 이 화톳불 사이를 두루 돌아다니다 보니 완전히 낯선 곳에 온 느낌이 드는 걸. 거의 다 발가벗었고 몇몇만 속옷 차림이군 그래. 스핑크스들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그라이프들 역시 낯가죽이 두껍구나….우리도 속마음이 얌전하진 못하지만 그리스 것들은 너무나 노골적이야. 최신 감각으로 이것들을 다루어 유행에 맞도록 다채로운 겉칠을 해야겠다. - 136

 

스핑크스 : 그럼요, 어서 가서 저 바람둥이 사이에 섞여보세요. 우리는 이집트 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한 군데 앉아 잇는 데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우리의 위치를 유의하세요. 우리가 음력과 양력을 조정하고 있거든요.

 

백성들의 최후의 심판을 보려고 피라미드 앞에 앉은 우리들, 홍수가 나건, 전쟁과 평화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답니다. - 145

 

히론 ; 아르고 선에 탔던 저 고귀한 용사들은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용감하였소. 각자 고무된 힘에 따라 서로의 결점을 보충할 수 있었지. 넘치는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말하자면 언제나 디오스쿠렌 형제가 출중하였지. 과감하고 민첩하게 다른 사람을 구하는 데는 보레아스의 두 아들이 훌륭한 몫을 해냈으며, 신중하고 강하고 총명하여 좋은 의견을 내는 데는 여인들에게 인기 있었던 야손이 제일이었다오. 다음은 오르페우스로 우아한데다 항상 조용하고 신중했으며, 누구보다 뛰어나게 칠현금을 연주했소. 천리안인 린코이스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암초를 뚫고 성스러운 배를 몰았었지. 모두 도와야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 법, 한 사람이 활동하면 다른 사람은 모두 칭찬을 해야하오 – 151

한 배를 탄 팔팔이들 사이에서도 이런 역할분담이 있다. 협력해서 선을 이루길, 모두 함께 끝까지 가길, 그래서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루길, 그럼으로써 뭔가 나와 남에게 도움이 되길 기원합니다.

 

히론 : ..형제는 걸어서 건너고, 나는 그녀를 태우고 물을 치면서 헤엄쳤다오. 껑충 뛰어내린 그녀는 내 젖은 갈기를 쓰다듬으려 귀엽고 영리하고 또 자신만만하게 애교를 부리고 감사를 표했ㅈ. 그 젊고 매력적인 모습이라니, 늙은이까지 즐겁게 하더군.

파우스트 : 겨우 열살이었을테네요.

47)스파르타의 디아나 신전에서 춤추고 있는 헬레나를 유괴한 데오이스 일당에게서 카스토로와 폴룩스 형제가 구해내었다고 한다.

히론 : ..신화 속의 여인은 아주 독특해서 시인들은 필요에 따라 멋대로 그녀낸다오. 어른이 되어도 늙지를 않고 항상 군침 넘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지요. 어려서는 유혹을 당하고 늙어서도 청혼을 받는 여인으로 말이오. 요컨대 시인이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니까. – 153

 

최고령의 피그메 ; 서둘러서 편안한 자리 하나 마련하라. 어서어서 일을 하라. 힘보다는 재빠르게, 아직은 평화로우나 대장간 지어놓고 갑옷과 무기 만들어 병사들을 무장시켜라.

너희 모든 개미들은 떼를 지어 부지런히 쇠붙이를 날라 오라. 아주 작지만 수가 많은 너희 닥틸레들아, 나 명령하노니 장작을 가져오너라. 층층이 쌓아놀려 은근히 불에 구원 검정 숯을 만들어라. – 163

백설공주의 난쟁이들이 부를만한 노래네.

 

메피스토펠레스 : 그런 건 자네가 직접 하게나. 유령들이 판치는 곳에선 철학자들도 환영을 받을테니까. 그들은 당장이라도 한 다스의 유령을 만들어내어 기술과 호의로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거든. 방황해 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이야. 생성을 원한다면 자네 힘으로 이루어 보게나.

호문쿨루스 : 하지만 좋은 충고도 무시해선 안됩니다.

메피스토펠레스 : 그럼 떠나게나. 더 두고 보자고 (헤어진다) – 173

자신의 모험 길을 떠나는 인조인간에게 응원과 박수갈채를 보낸다.

 

탈레스 ; (바닷가에서 호문쿨루스에게) 자네를 네로이스 영감에게 데려가도 좋지. 그가 사는 동굴이 멀지 않다네. 하나 여간 고집쟁이가 아닐세. 까다롭기 짝이 없는 심술퉁이고 이 까다로운 영감태기에겐 인간 세계의 일이 하나도 맘에 들지 않는 거야. 하지만 앞날의 일을 잘 알아맞히기에 그 점에선 누구나 경의를 표하고, 노인을 그 자리에 앉혀놓고 있다네. 사실 여러 사람에게 좋은 일도 많이 했거든. – 184

한 개의 필살기만 있으면 된다. 김밥천국식 다 메뉴 말고. 그런데 나는 무난하게 그냥저냥 묻어가려고 한다.     

 

호문쿨로스 ; 시험삼아 한 번 두드려보십시다. 당장 유리나 불꽃이 희생되지는 않겠지요.

네이로스 ; 내 귀에 들리는 게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가? 당장 내 가슴 속에 화가 치밀어오르는군. 저 형상들이 신의 영역에 도달하여 애를 쓰지만 늘 자기 자신에 머물도록 저주 받았지. 자고로 나는 신들처럼 편안히 쉴 수 있지만, 빼어난 놈에게 잘해 주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단 말이야. 하지만 마지막에 놈들이 해놓은 걸 보면 충고를 안해준 것이나 다를 게 없으니 원….파리스에게도 내가 얼마나 아버지처럼 나무랐던가. 한 이방의 여자가 그의 욕정에 올가미를 씌우기 전에 말이야하지만 늙은이 말이 그 건방진 녀석에겐 한낱 웃음거리였어. 자신의 욕망을 따랐고, 결국 일리오스는 멸망하고 말았네. 오랜 고통 끝에 뻗어버린 거인의 시체는 핀두스의 독수리에겐 반가운 먹이였지. – 186

 

탈레스 ; 이 친구는 조언을 받아 생성하고 싶어한다네. 내가 그에게서 들은 바로는 이상하게도 절반밖에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는 거야. 정신적인 특성에선 결여된 바 없지만 손에 잡히는 유용성이 전혀 없다는군. 지금껏 무게를 주는 건 유리뿐인즉, 어떻게 해서든 육체를 갖고 싶다는 걸세.

프로테우스 ; 너야말로 진정한 숫처녀의 아들이로구나. 존재해선 안될 것이 벌써 나왔으니 말이다. (나지막하게) 게다가 내겐 다른 측면에서도 이상스러워. 내 보기네 녀석은 자웅동체 같단 말이야. – 193

호문쿨루스는 지금 자아 찾기 여행 중이다. 그는 지금 누군가를 만났다. 앞으로는 어찌 될 지.

 

도리스의 딸들 : (모두 돌고래를 타고 노래 부르며 네로이스의 곁을 지나간다.) – 199

노래 내용보다 이들이 돌고래를 타고 있다는 게 재미있고, 이게 괴테의 방대한 독서량과 사전 지식의 풍부함을 말해준다.  

 

 

3

 

헬레나 ;…나 무심코 이 문지방을 넘어 성스런 의무를 다하고자 키테라 신전을 찾았다가 프리기아의 도둑에게 유괴당한 후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오. – 208

다른 이들을 꾀려는 의도가 없었는데 다른 이들에게 물욕을 일으키게 하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그 결과가 유괴나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거라면 그 매력의 가치가 뭔가?

 

헬레나 ; 그만 나는 남편과 배를 타고 왔지만 그이의 분부로 먼저 성내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아내로 돌아온 걸까? 왕비로 온 걸까? 아니면 왕의 쓰라린 고통과 오래 견뎌온 그리스인들의 불행을 위한 제물로 온 것일까? 전쟁 중에 사로잡혔지만 내가 포로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구나. 아름다운 나에게 저 불사의 신들은 이중적이고 찜찜한 동반자, 명예와 운명을 정해 주셨다. 이것들은 이 문지방 옆에서도 음침하고 두려운 모습으로 서 있는 것만 같다. 텅 빈 배 안에서도 남편은 날 쳐다보는 일 드물었고, 위로의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지. …그런 다음 성탑 드높은 왕궁으로 들어가 늙었지만 영리한 시녀장을 거느리고 내가 두고 온 시녀들을 점검하시오. 시녀장으로 하여금 풍성하게 모아놓은 보화들을 내보이게 하시오. 그건 당신의 아버님이 물려주신 것과 나 자신, 전시든 평화시든 끊임없이 불려서 쌓아둔 것이오.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음을 보게 될 것이오.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전과 다름없고, 남기고 온 것 모두 제 자리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왕의 특권이니까. 신하들의 힘으론 무엇 하나 변경시킬 수가 없는 법이오.

그러고 나서 주인께선 분부를 계속하셨다. 모든 것의 정돈 상태를 두루 살펴본 다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삼발이 향로와 성스런 제사를 지낼 때 제주가 다루게 될 갖가지 제기들을 꺼내놓구려. 가마솥과 접시와 주발은 물론, 항아리에 신성한 샘의 깨끗한 물을 담야놓아야 하오. 또한 불길이 빨리 일어나는 마른 장작도 준비하시오. 마지막으로 날이 잘 선 칼도 잊지 말아야 할 게요. 그 밖의 것은 모두 당신의 재량에 맡기겠소.

하지만 올림푸스의 신들을 경배하기 위해 도살할 살아숨쉬는 생물 얘기는 없었어. 그것이 찜찜하긴 하지만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모든 걸 고귀한 신의 손에 맡기겠어. 인간이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신들은 뜻한 대로 이루어가나니 죽을 운명의 우리가 참을 수 밖에. 이따금 제주의 무거운 도끼가 땅에 수그린 동물의 목을 겨냥했지만 내리치지 못한 적도 있었지 가까운 적이나 신의 간여로 그것을 막았기 때문이었어. – 212

헬네나가 10년의 트로이전쟁 후 오쟁이진 남편에게 돌아간 후일담이 궁금한 건 그리스 비극작가만이 아니다. 괴테도 궁금했었나 보다. 나도 그런데. 희생제물이 없는 가운데 파우스트가 개입하나 보군. 여러 복선들이 깔리네. 흥미진진.

 

합창 ; 관자놀이에 청춘의 고수머리 일렁이지만 난 많은 걸 체험했다오. 무서운 일, 전쟁의 참담함 정말 많이도 보았지요. 일리오스가 함락되던 날 말예요. – 217

그리스 비극을 다시 읽어도 좋으리라. 3번 읽기책으로. 신곡보다는 나으리라.

 

프로키아스 ; 이 화냥년들아, 너희는 사내를 유혹해서 병사와 시민들의 진을 빼는 것들이지. 너희 때거리를 보니 마치 푸른 전답을 뒤덮으며 달려드는 메뚜기 무리 같구나. 다른 사람의 근면함을 좀먹는 것들. 번영의 싹을 갉아먹어 파괴하는 것들, 약탈당해 장바닥에서 거래되는 물건 같은 것들 – 221

이라고 이 사람은 욕하고 있지만 이들은 그리스비극에 나오던 끌려오는 여인들이었을 수 있다. 어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포르키아스 ; 모든 것이 집안에 준비되어 있습죠. 접시, 삼발이 향로, 날카로운 도끼, 정안수와 향료, 바칠 제물만 말씀하세요.

헬레나 ; 왕께선 그걸 말씀하지 않으셨는데

포르키아스 : 말씀을 않으셨다구요? 저런 딱한 일이.

헬레나 : 무엇이 딱하단 말이야?

포르키이스 : 여왕님, 당신이 바로 제물입니다. -229

내가 왕이라도 10년 전재의 원인이 되었던 여자를 죽였으리라. 법적 남편의 권리를 침해당한 것보다 10년 전쟁으로 수많은 가족을 잃었던 사람들의 원한 때문이다.

 

합창 ; 파르체들 중에 가장 존귀하고 현명한 무당이시요. 우리의 사지가 벌써 공중에 매달려 볼품 없이 흔들리는 기분이에요. 우선 춤을 추며 즐기다가 사랑하는 이의 품에서 쉬고픈데 말예요.

18)황금가위 : 운명의 여신 파르체들 가운데 아트로포스는 명줄을 끊는 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 231

수명에 대한 즐거운 상상

 

망루지기 린코이스 ; 무릎을 꿇리든 우러러보게 하든 절 죽이든 살리든 뜻대로 하옵소서 신께서 보내주신 이 부인께 제 몸을 이미 바쳤으니까요. 아침의 환희를 고대하면서 동쪽의 해돋이를 살피고 있는데 갑자기 놀랍게도 남쪽에서 태양이 솟았습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성가퀴? ? 닫힌 성문? 안개가 흔들리더니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 여신께서 나타나셨지요. 눈과 가슴은 그녀에게 향하고 부드러운 광채를 한껏 마셨습니다. 이 눈부신 아름다움이 제 눈을 완전히 멀게 한 것입니다. 저는 망루지기의 의무와 함께 뿔피리를 불겠다는 맹세도 잊었답니다. 제게 죽음을 주셔도 좋습니다. 아름다움이 모든 원망을 제어할 테니까요. – 245

허 참 이 여자가 질투나네. 실제로 보면 기 팍 죽겠다. 그러나 나는 너무나 평범한 여자. 흑흑흑, 각자 자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살면 좋겠다.  

 

헬레나 ; (파우스트에게)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제 옆으로 올라오시지요. 여긴 빈자리에 주인을 모시면 제 자리 또한 안전해 지겠지요.

파우스트 ; 우선 무릎을 꿇고 당신에게 충성을 바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고귀한 부인이시여. 저를 곁으로 이끄는 손에 키스하게 해주십시오. 절 끝없이 넓은 이 나라의 공동 통치자로 인정해 주시고, 당신의 숭배자이며 하인이며 수호자인 저를 한 봄에 겸비한 사람으로 받아주십시오. – 251

 

헬레나 ; 제 삶은 끝났지만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낯선 당신에게 정성을 바쳐 하나가 된 것 같아요.

파우스트 ; 한번 뿐인 운명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십시오. 존재한다는 건 의무입니다. 비록 순간적일지라도.  – 254

, 괴테의 상상력은 정말 멋지다.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여자를 꼽으라면 경국지색 이 여자를 생각했구나. ~누구에게나 이런 로망이 있겠지.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여자나 남자, 나라, 상황  

 

포르키아스 ; …공이 튀듯 이 끝에서 저끝으로 뛰어다녔지. 그런데 갑자기 거친 바위틈으로 사라졌지 뭐야. 이제는 끝장인가 생각했지. 어머니는 울고 아버지는 달래고. 나도 걱정되어 어깨를 으쓱대로 서 있는데 이번엔 어떻게 나타난 줄 알아….꽃무늬 진 옷을 점잖게 입고 나타난 거야. 양 소매엔 술이 흔들리고, 가슴엔 매듭을 나풀거리며, 황금의 칠현금 손에 들고 마치 어린 아폴로처럼 신이 나서 절벽 끝에 나타난 거야. 우린 놀랐지. ….이렇게 아직 소년이면서도 온몸에 영원의 선율리 약동하며, 장차 온갖 아름다움의 사제가 될 것을 예고하면서 당당히 행동하더군. – 265

 

오이포리온 ; 이젠 절 뛰게 해주세요. 이젠 뛰어오르게 해주세요. 어디든 공중으로 솟구쳐오르고 싶은게 제 소망이예요. 이 소망이 벌써 절 사로잡고 있어요.

파우스트 : 적당히 하거나. 적당히. 무모한 짓은 하지 말거라. 떨어지지 말아라. 다쳐서는 안된다. 그리되면 소중한 아들이 우리를 파멸시키고 말 것이다. – 270

악마와 계약을 한 인사도 자기 아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오이포리온 ; 나는 어린애로 나온 게 아니다. 무장한 젊은이로 온 것이다. 강한 자, 자유로운 자, 용기 있는 자들과 어울려 정신 속에선 벌써 다 행하였도다. 자 나가자. 이제 저곳에 명예로운 길 열려 있다. – 277

 

합창 ; 이카루스다, 이카루스다. 너무나 슬프구나.

 

아름다운 청년이 부모의 발 앞에 떨어진다. 보아하니 사자는 유명한 사람의 모습 같다. 그러나 육신은 곧 사라지고 후광이 혜성처럼 하늘로 올라간다. 옷과 외투와 칠현금만 남아있다. – 278

 

헬레나와 파우스트 ; 즐거움 뒤에는 이내 무서운 고통이 따르는구나.

오이포리온의 목소리 (깊은 땅 속에서) 어머니, 절 이 어두운 나라에 홀로 내버려두지 마세요. – 279

 

헬레나 ; (파우스트에게) 행복과 아름다움을 늘 함께 누릴 수 없다는 옛 말이 슬프게도 제게 증명되었어요. 생명의 줄도 사랑의 줄도 끊어졌으니 두 가지를 애통해하면서 쓰라린 이별을 고하겠어요. 한 번만 더 절 품에 안아주세요. 저승의 여신이여, 아들과 나를 데려가소서.

(그녀가 파우스트를 포옹하자 육체는 사라지고 옷과 면사포만 그의 팔에 남는다.) - 281

파우스트는 자식이 제 앞에서 죽는 참극과 사랑하는 이가 죽는 걸 직접 보았다. 커다란 고통이리라.  

 

막이 내린다. 무대 전면에 앉아 있던 포르키아스, 거인처럼 일어난다. 그러나 굽 높은 무대용 장화를 벗고 가면과 베일을 젖혀 메티스토펠레스의 정체를 드러낸다. 필요한 경우, 에필로그에서 이극에 대해 주석을 달기 위해서다. – 286

 

 

4

 

이제 그는 가볍게, 망설이듯 점점 위로 올라가 하나로 합친다. – 나를 현혹하는 저 황홀한 모습, 잃은 지도 오래된 젊은 날의 보물 아니더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옛날의 보석들이 쏟아져 나온다. 저건 가슴 설레게 한 오로라의 사랑을 보여준다. 얼핏 느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첫 눈길, 그걸 붙잡자 어느 보석보다도 빛났었지. 그 다정한 형상은 아름다운 영혼으로 승화해 흩어지지 않고 대기 속으로 오르며, 내 마음속 가장 소중한 것을 이끌고 가버린다.

1)오로라 ; 서광을 상징하는 여성으로 오리온을 사랑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파우스트의 첫사랑인 그레트헨을 의미. – 290

 

메피스토펠레스 : 그야 어렵지 않지요. 나 같으면 이런 대도시를 찾아보겠어요. 중심가엔 시민의 식료품 가게들이 복작거리고, 꼬부꼬불한 골목길, 뾰족한 지붕들, 비좁은 장터에 싸인 배추, 무우, 양파들, 푸줏간엔 쇠파리들 모여들어 기름진 고기로 잔치를 벌이니, 그런 곳엔 언제나 냄새가 진동하고 활기에 넘치지요. 그 다음엔 커다란 광장과 넓은 길들 의젓하게 버티고 있고, 마지막으로 성문이 가로막지 않은 곳엔 외곽 도시가 끝없이 뻗어 나가지요.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마차들이 시끄럽게 오가는 양과 개미처럼 바글대는 사람들이 끝없이 왕래하는 양을 바라봅니다. 마차를 달리건 말을 타건 나는 항상 그들의 중심이 되어 수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게 될테죠. – 296

 

파우스트 : 저 도도한 바다를 해안에서 쫒아내 축축한 땅의 경계선을 좁히고 파도를 저 바다의 안쪽으로 밀쳐버리는 그런 갑진 즐거움을 얻어보겠노라고. 나는 이 계획을 차근차근 검토해 보았다. 이게 내 소망이니 과감히 진척시켜 주게나. – 298

 

황제 ; 저기 가짜 친척들이 오는 구나 저들은 짐을 숙부니 사촌이니 형제라 부르면서 날이 갈수록 안하무인격이 되어 왕홀에선 권위를, 옥좌에선 존경심을 앗아갔도다. 마침내 반목분열하여 나라를 황폐케 하더니, 이번엔 한통속이 되어 짐에게 반기를 들었으니, 민중은 갈피를 못잡고 동요하다가 결국은 물결이 가는 대로 휩쓸리 뿐이로다. – 305

 

파우스트 ; 사비니 사람으로 노르치아의 무술사는 폐하의 충직하고 성실한 신하이옵니다. 한때 그는 무서운 운명에 위협받은 적이 있었나이앋. 섶나무가 타올라 벌써 불길이 날름거리는데 주위에 쌓아올린 장작더미엔 역청과 유황 다발이 섞여 있었지요. 인간은 물론 신도 악마도 그를 구할 수 없었을 때 오직 폐하께서 사슬을 끊어주셨습니다. 그것은 로마에서였습니다. 하여 그는 큰 은혜를 입고 늘 폐하의 거취에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완전히 자신을 잊고 오직 폐하를 위해 천문과 지리를 살피고 있습니다. 화급한 일이 생겼다고 폐하께 저희를 보낸 것도 그 사람입니다. 산의 힘은 위대합니다. 거기서 자연은 절대적인 힘을 자유롭게 행사하는데 그것을 아둔한 성직자들은 마술이라고 욕을 하지요. - 308

 

메피스토펠레스 : 그렇습니다. 이제 걷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운 옛 시절에 그랬듯이 벌써 기사들의 치고받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갑옷의 팔가리개와 정강이받이까지도 교황파와 황제파로 나뉘어가지고 끝없는 싸움을 새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대로 이어받은 정신에 따라 완고하게 어떤 타협도 할 수 없다는 기세입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군요. 결국 악마들이 축연을 벌일 때마다 파당간의 증오가 극에 달하여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지요. 목신 판의 참을 수 없이 불쾌한 소리며, 이따금 마왕의 째지는 듯 날카로운 소리가 공포감을 자아내며 골짜기에 울려퍼집니다. – 323

 

황제 : (둘째 공신에게) 용감한 군인이나 마음씨가 온후한 그대는 시종장을 맡아주오. 임무가 쉽지는 않으리다. 궁중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요. 그 안에 내분이 생기면 짐에겐 불충한 신하가 되는 것이니, 경은 왕이건 궁신이건 누구에게나 마음에 들도록 훌륭한 모범을 보여주시오. – 328

집안 살림을 맡긴다. 논공행상도 사람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하는 것도 지혜다.  

 

황제 : (셋째 공신에게) 그대를 사옹원정에 명하노라. 금후로 수렵과 새기르기, 그리고 채원의 일을

맡으라. 짐이 좋아하는 것을 골라 음식을 준비하라. – 329

황제가 다 자기 좋은 데만 공신을 배정하냐? 백성을 위한 일은 안 하고.

사옹원정 : …폐하께옵선 먼 곳의 철 이른 특산물로 차린 수라상보다 간소하고 영양가 있는 것을 좋아하시는 줄로 압니다. – 328

 

황제 : 둥근 천정의 큰 건물도 종석에 의지하면 언제까지나 안전히 서 있을 수 있거니, 여기 네 사람의 공신을 보시오. 우리는 우선 황실과 궁궐의 보전을 위해 필요한 바를 의논하였소. 이제 나라 전체를 보호하는 일은 그대 다섯 사람에게 굳게 믿고 맡기겠노라. 경들의 봉토는 다른 누구의 것보다 빛날 것인즉 우리를 배반한 자들의 영토로써 경들이 소유할 땅의 경계를 넓혀 주겠다. 충성스런 그대들에게 많은 옥토와 기회 닿는 대로 귀속, 매입, 교환을 통해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노라. 또한 그대들 영주의 권한에 속하는 것은 지장없이 행사할 수 있도록 분명히 허락하노라. 재판관으로서 그대들은 최종 판결을 내려도 좋으리라. 그대들의 지고한 권위 앞에선 상고하는 일도 가당치 않다. 또한 세금, 임대료, 헌납물, 소작료, 통행세, 관세, 채광권, 제염권, 화폐주조권도 경들에게 속한다. 이것은 과인의 고마운 마음을 완전히 나타내어 경들의 지위를 황제의 바로 아래까지 끌어올리려 함이로다. – 331

이 황제는 공신 네 명에게 자기 먹고 마시는 일을 주고서, 그걸 해주면 다른 황제권에 속한 걸 다 불하하겠다고 한다. 이해가 안가네. 

 

대주교 : (하직하고 나가려다 입구에서 돌아서며) 뿐만 아니라 지금 건축될 교회에 대하여 십분의 일세, 임대료, 헌납금 등 일체의 수익을 영구히 헌납하소서. 품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고 알뜰히 관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입니다. 저 같은 황무지에 급한 공사를 하는 것이오니 폐하의 전리품 중 얼마간의 황금을 내어주옵소서. 그 밖에 꼭 필요한 것을 말씀드린다면, 먼 지방의 목재와 석회, 석판 등입니다. 운반은 설교단에서 지도하여 백성들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교회는 봉사하는 자들에게 축복을 내릴 것입니다. (퇴장한다.) – 335

교회와 황제권의 대립인가?

 

 

5

 

나그네 : 그런데 할머니 말씀해 보세요. 아직 인사를 드리지 못했지만 언젠가 영감님과 함께 젊은이의 목숨을 구해주신 그분이시죠? 다 죽어가던 네 입 안에 서둘러 생기를 불어넣어 주신 바우치스 할머니시죠? – 340

 

필레몬 (바우치스에게) 싱싱한 꽃들이 만발한 정원에 서둘러 식탁을 차리도록 하오. 저 사람은 뛰어다니며 놀라게 내버려둡시다. 눈에 보이는게 믿어지지 않을 테니까 – 341

나도 이런 데다 돗자리 펴고 소풍 도시락 열고 싶다.

 

바우치스 : 낮에는 궁노들이 괭이와 삽을 들고 뚝딱뚝딱 궁연히 소란만 피우는데, 밤이 되면 작은 불꽃들이 떼지어 우글대지만 다음날엔 벌써 둑이 하나 되어 있더란 말예요. 사람 제물을 바쳐 피를 흘린게 틀림없어요. 밤이면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들렸거든요. 활활 타는 불꽃이 바다 쪽으로  흘러들면 아침엔 버젓이 운하가 생겨나는 거예요. 그는 신도 두렵지 않은 양 우리의 오두막과 숲까지 탐내고 있으니 우리야 그저 굽실거릴 수 밖에요.

필레몬 : 그래도 그분은 제안했지요. 새로운 땅의 훌륭한 토지로 보상하겠노라고

바우치스 : 매립지 따위를 믿어선 안돼요. 정든 이 언덕을 고집해야 돼요.

필레몬 : , 우리 예배당 쪽으로 가서 마지막 햇빛을 바라봅시다. 종을 울리고 무릎 꿇어 기도하면서 예부터의 신에 의지합시다. - 343

 

파우스트 ; 하지만 저주스러운 곳이다. 마로 이곳이 참을 수 없도록 나를 괴롭히고 있다. 만사에 능한 자네에게 고백하거니와 내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이 있어, 그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런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저 언덕 위의 노인들을 몰아내고 보리수 그늘을 내 자리로 삼고 싶다. 내가 갖지 못한 저 몇 그루 나무들이 세계를 차지한 보람을 망치고 있구나. 저곳에서 사면을 둘러보도록 나뭇가지 위에 발판을 만들고 싶다. 멀리까지 시야가 터지게 해서 내가 이룬 모든 것을 바라보겠다. 현명한 뜻으로 백성을 위해 넓은 복지의 땅을 마련해 준 인간 정신의 걸작품을 한눈에 둘러보고 싶단 말이다. 부유한 가운데 느낀다는 건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 저 종소리와 보리수 향기 교회와 무덤 속인 양 나를 휩싸는구나. 더없이 강력한 의지의 선택도 이 모래에 부딪히면 산산이 부서진다. 어찌하면 마음 속에서 몰아낼 수 있으랴. 저 종소리 울리면 미칠 것만 같구나. – 349

99개 가진 자가 1개 더 가져 100을 채우기 위해 1개 가진 이에게서 빼앗으려 든다.

 

싸우려고 덤비기에 해치워버렸죠. 잠깐이지만 맹렬히 싸우는 동안 숯불이 흩어지며 짚에 옮겨 붙었어요. 그러자 불길이 마구 타올라 그 세 사람은 화형 당한 꼴이 되었습니다.

파우스트 ; 너희들은 내가 말할 때 귀가 먹었었느냐? 바꾸려고 했지. 빼앗으려던 게 아니었다. 그렇듯 무모한 짓을 하다니 저주스럽구나. 이 저줄랑 네놈들 셋이 나누어 가져라. – 354

어떤 일을 더 악화시키는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더 많이 다치고 상한다. 나는 이런 기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피스 메이커이고 싶은데 현재는 그렇지를 못하구나. 지혜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첫째여인 ; 내 이름은 결핍이에요.

둘째여인 : 나는 죄악이라고 해요.

셋째 여인 : 내 이름은 근심이예요.

넷째 여인 :  나는 곤궁이라고 하구요.

셋이 함께 : 문이 닫혀서 들어갈 수 없군요. 안에는 부자가 살고 있어서 들어가기 싫네요.

죄악 : 난 없어져야지.

곤궁 : 사치에 젖은 얼굴은 날 싫어하는데.

근심 : 언니들은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가서도 안돼요. 근심인 나는 열쇠구멍으로 살짝 들어가지만요. (사라진다)

결핍 : 회색의 자매들, 여기서 물러납시다.

죄악 : 난 네 곁에 바짝 붙어 다니겠다.

곤궁 : 난 네 발꿈치만 따라다니마.

셋이 함께 : 구름이 흘러오자 별들이 사라졌어요. 저기 뒤 멀고 먼 곳에서 그가 와요. 오빠가 저기 와요. 죽음 말예요. – 356

 

레무르들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땅을 파면서) 젊고 팔팔한 나이에 사랑을 했을 땐 생각하면 정말 달콤했었지. 노랫소리 즐겁게 흥겨운 곳이면 내 발길 저절로 움직여 갔다오. 이제 늙음이 짓궂게 찾아와 날 지팡이로 후려치누나. 나는 묘지의 문 앞에서 비틀대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문이 열려 있었던가. – 362

 

파우스트 ; 저 산줄기에 늪이 하나 있어. 이미 개간한 땅에 독기를 뿜고 있다. 그 썩은 웅덩이의 물을 빼는 것이 마지막이자 최대의 공사가 되리라. 이로써 수백만에게 땅을 마련해 주는 것이니, 안전치는 않더라도 자유롭게 일하며 살 수 있으리. 들이 푸르고 비옥하니, 인간과 가축들은 새로운 땅에 곧 정이 들 것이요, 용감하고 근면한 백성들이 쌓아 올린 견고한 언덕으로 곧 이주해 오리라. 밖에선 성난 파도가 제방을 때린다 해도 여기 안쪽은 천국 같은 땅이 될 거야. 파도가 세차게 밀려와 제방을 갉아먹는다 해도 협동하는 마음, 급히 구멍을 막아버릴 게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파우스트 뒤로 쓰러진다. 레무르들이 그를 붙잡아 땅 위에 누인다.)

메피스트펠레스 : 어떤 쾌락과 행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형상들만 줄곧 찾아 헤매더니 최후의 하찮고 허망한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으려 하는구나.내게는 억세게도 항의한 놈이지만 세월 앞엔 별수 없이 백발이 되어 모래 위에 누웠구나. 시계는 멈추었다.

합창 ; 지나가 버렸다.

메피스트펠레스 : 지나가 버렸다니 어리석은 소리! 어째서 지나갔다는 거냐?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었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 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도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맴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 365

지나가 버린 것과 없었던 것은 같지가 않다. 자신이 경험했다. 이 사람은. 그리고 선택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죽어도 좋으리라. 저 말이 참 아름답다. ‘너 참 아름답구나특별한 감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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