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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8일 11시 13분 등록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옮김/ 열린책들


저자에 대해서

1)괴테의 일대기를 연대순으로 작성

1749년 출생 8월 28일 마인 강변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황실 고문관 요한 카스파르 괴테와 카타리나 엘리자베스 괴테의 아들로 태어남. 프랑크푸르트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며, 아버지와 가정 교사에게 교육을 받음. 이미 어린시절부터 문학과 연극에 열광함.


1759년 10살 프랑스군이 프랑크푸르트를 점령함에 따라 많은 프랑스 연극을 접하게 되었다.


1765년 16세 아버지의 뜻에 따라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함. 그러나 법학보다는 문학과 예술 강의를 듣고 고고학자이며 예술사가인 요한 요아힘 빙켈만의 이론에 영향을 많이 받음. 이 무렵에 임 여러 문학 작품을 집필했지만 훗날 스스로 파기함.


1766년 17세 안나 카타리나 쉰코프와 교제하면서 로코코풍의 연애시를 집필함. 이 시들은 1770년에 익명으로 발표한 최초의 시집 <안네테Annette>에 수록되어 있음.


1767년 18세 쇤코프와의 체험을 토대로 연인 사이의 질투를 그린 희곡 ,연인의 변덕.을 집필함.


1768년 19세 쇤코프와의 관계를 끝냄. 8월 심한 각혈로 학업을 중단하고 프랑크푸르트로 귀향함.


1769년 희곡 <공범자들>을 집필함.


1770년 21세 슈트라부르크 대학교에서 법학 공부를 계속함. 마침 눈수술을 위해서 그곳에 머무르고 있던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자 사상가인 요한 고트프리트 폰 헤르더를 만나 많은 영향을 받음. 10월 근교의 제겐하임에서 그곳 목사의 달 프리테리케 브리온을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그녀를 위해 많은 서정시를 집필함.


1771년 22세 종교와 국가 문제를 다룬 졸업 논문을 지나치게 독자적인 내용 탓에 통과하지 못했지만 그에 준하는 구술시험을 거쳐 학업을 마침. 8월 프리데리케 브리온과 결별하고 프랑크푸르트로 귀향하여 변호사로 활동함.


1772년 23세 베츨라르의 제국 고등 대법원에서 수습과정을 밟음. 6월 샤를로테 부프를 만나 사랑에 빠짐.


1773년 24세 희곡 <파우스트>를 집필하기 시작함.


1774년 25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출간함. 시 <프로메테우스>와 희곡 <클라비고>를 집필함.


1775년 26세 릴리라 불렷던 안나 엘리자베트 쇠네만을 만나 약혼햇으나 가을에 파혼함. 11월 7일 바이마르의 카를 아우구스트 공작의 초청에 응하여 바이마르에 도착함. 여기서 괴테의 정신적인 발전에 영향을 미친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과의 만남. 희곡 <스텔라>를 집필함.


1776년 27세 6월 바이마르 공국의 참사관에 임명된 후, 정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함.


1777년 28세 일메나우의 광산 감독 업무를 맡게 되면서 식물학과 광물학, 지질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함.


1779년 30세 9월 5일 추밀고문관에 임명됨. <이피게니에>를 산문 형식으로 집팔함.

1780년 31세 광물학 연구에 몰두함.


1781년 32세 예나에서 해부학 강의를 수강함


1782년 33세 아버지 요한 카스파르 괴테가 71세의 나이로 사망함. 요제프 2세 황제에게 귀족의 작위를 받음. 바이마르 공국의 재무 행정 업무를 관장함.


1784년 35세 인간의 태아에서 약간골을 발견함. 지질학과 광물학에 대한 연구 결과로 논문 <화강암에 대해>를 집필함.


1786년 37세 식물학에 열정을 보임. 10월 30일 비밀리에 이탈리아로 떠나서 로마에 도착함. 고전적인 회화와 조각에 심취하고 고전주의 문학이념이 무르익음. <이피게니에>를 운문형식으로 개작함.


1787년 38세 희곡 <에그몬트>를 완성함.


1788년 39세 바이마르로 돌아옴. 7월 스물세 살의  크리스티아네불피우스와 처음 만나서 곧 동거 생활을 시작함. 훗날 그녀와 결혼함. 학문을 육성하기 위해 자주 에나에 체류함. 시 <로마의 비가>를 집필함.


1789년 40세 당대의 석학 빌헬름 폰 훔볼트와 친교를 맺음. 12월 25일 괴테의 다섯 아이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우구스트를 출생함.


1790년 41세 베네치아를 향해서 두 번째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남. 식물학중 <비교 행태론>의 토대를 닦고 색채론 연구를 시작함. <파우스트>단편을 출간함.


1792년 43세 카를 아우구스트 공작과 함께 프러시아군에 소속되어 프랑스 혁명군을 저지하기위한 전쟁에 참여함.


1793년 44세 마인츠 포위전에 참가함. 색채론 연구에 몰두함.


1794년 45세 실러와 함께 문학잡지 <호렌>을 발간함. 이를 게기로 두 문호 사이에 절친한 우정이 싹트고, 이 우정은 1805년 실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속됨. 


1795년 46세 단편소설 모음집 <독일 이주민들의 담소>를 출간함.


1796년 47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완성함.


1797년 48세 실러의 격려와 독촉을 받아 <파우스트>집필을 재개함. 실러와의 우정 어린 경쟁을 하며 <코린트의 신부>, <마법사의 제자>등 주옥같은 발라드 작품들을 집필함.


1805년 56세 실러가 사망함. 그의 죽음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괴테는 신장 산통 등의 질병에 시달림.


1806년 57세 10월 19일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정식으로 결혼함. <파우스트> 1부를 오나성하고, 시 <동물들의 변형>을 집필함.


1807년 58세 예나에서 서적상의 양딸인 18살의 민나 헤르츠리프에게 반함. 이 체험은 훗날 소설 <친화력>을 낳는 계기가 됨.

1808년 59세 어머니 카타리나 엘리자베트 괴테가 별세함. 에어푸르트에서 나폴레옹과 회견함. <파우스트>1부가 출간됨.


1809년 60세 소설 <친화력>을 발표함.


1810년 61세 논문 <색채론>을 발표함.


1811년 62세 자전적 기록 <시와 진실> 1부를 집필함.


1812년 63세 루트비히 잔 베토벤과 여러 차례 만남. <시와 진실.2부를 집필함.


1813년 <시와 진실. 3부를 집필함.


1814년 65세 프랑크 푸르트에서 마리안네 폰 빌레머를 만나 사랑에 빠짐. 페르시아의 시인 하파즈의 <시집>을 읽고서 자극받아 <서동시집>을 집필하기 시작함.


1815년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으로 임명됨.


1816년 67세 6월 부인 크리스티아네가 사망함. <이탈리아 기행>을 집필함. 잡지 <예술과 고대>를 발간함. 이 잡지는 1832년까지 계속 발행됨.


1817년 68세 희곡 <판도라>를 출감함.


1819년 70세 <서동시집> 출간함.


1820년 71세 71세의 나이로 보헤미아의 지질학 연구에 참여함.


1821년 72세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를 탈고함. 체코의 마리엔바트에서 올리케 폰 레베초프를 만나 새롭게 연정에 불타오름.


1823년 74세  19세의 올리케 폰 레베초프에게 결혼 신청을 하나 거절당함. 그 아픔을 연애시 <마리엔바트의 비가>로 표현함


1829년 80세 <파우스트>1부를 무대에서 초연함.


1830년 81세 아들 아우구스트가 로마에서 사망함. <시와 진실>4부가 완성됨.


1831년 82세 ,파우스트 >2부가 완성됨.


1832년 83세 3월 22일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침. 바이마르의 역사적인 공동묘지에 실러와 나란히 안장됨.


2) <파우스트>저작에 얽힌 뒷이야기들

***세계적인 불후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주옥같은 많은 작품들 가운데서도 <파우스트>는 명실상부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독일문학에서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많이 인용되는 작품가운데 하나인 <파우스트>는 교과과정 및 연극의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며 그 명언들은 날마다 인구에 회자한다.

혹자는 괴테의 <파우스트>야말로 독일 인간 정신의 상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결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광대하고 심오한 내용과 복잡 미묘하고 다면적인 구성, 심층적이고 난해한 상징성에서 비롯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파우스트가 완전한 모습으로 세상의 빛을 보기가지 60년이란 세월이 걸린 독특한 생황에서 연유한다.

***괴테는 어린시절 1753년에 인형극을 통해서 파우스트 소재를 처음 접했으며, 1772년 무렵 파우스트집필을 시작했다고 추정되고, 1832년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가지 마지막 장면을 수정했으니, 그 사이에 무려 79년이란 세월이 담겨있다. 엄청난 시적 재능과 언어적인 감각, 깊이 있는 세계관과 변화에 대한 탁월한 적응력을 지녔던 시성(詩聖) 괴테의 문학과 삶이 파우스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파우스트는 시대와 더불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괴테의 정신세계 및 문학세계를 그 어느 작품보다도 뚜렷하고 심도있게 보여준다. 시인 괴테가 어느 한 시대나 문학 사조에 국한되지 않듯, 파우스트 또한 여러 시대를 넘나들며 괴테의 문학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한다.

***파우스트의 기원은 괴테가 네 살의 나이에 보았던 으스스하고 괴기스러운 내용의 파우스트 인형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우스트 소재는 그때 이미 괴테의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훗날 창작의 토대를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1786년 바니마르 공국의 정무에 시달리던 괴테는 도망치듯 바이마르를 떠나 이탈리아 여행에 나선다. 로마에서 기존의 <파우스트>원고를 수정하고 <마녀의 부엌>등을 보오나하여 1790년 <파우스트 단편.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하고 부활절 미사에 상연한다.

***1798년 봄부터 1801년 4월까지는 오랜 세월에 걸친 ,파우스트>집필 과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고비엿다. 실러는 괴테가 파우스트 집필을 영영 중단하지 않을까 염려했으며, 괴테는 출판업자 코타에게 이 ‘마녀의 산물’이 언제 무르익을지 알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 1825년에 2부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고, 1827년 헬레나 장면에 이어, 1828년 궁중 장면을보완했다. 1831년 드디어 총 12111행에 이르는 위대한 세기의 드라마가 완성되었으며, 괴테는 자신의 사후에 발표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원고를 굳게 봉인했다. 그러나 괴테는 1832년 3월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 봉인을뜯고 한번 더 원고를 다듬었다. 괴테는 파우스트에 그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부어넣고 정성을 the은 것이다.

***괴테는 1831년 4막이 미비한 상태에서 2부를 오나성했을 때 요한 페터 에커만에게 이렇게 말햇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내 남은 인생을 순수한 선물로 여길 수 있소. 앞으로 뭔가를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점만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오.”

파우스트는 이처럼 시인 괴테의 문학적인 삶을 평생 함께한 동반자였으며 독일 정신사에서 <괴테시대>라 불리는 1770년에서 1830년까지를 상징적으로 대표한다.


3) <파우스트> 작품분석

***파우스트는 먼저 진리를 추구하는 학자로서 온갖 학문을 두루 섭렵하며, 최고의 인식에 이르려 한다. 그러나 모든 세상사를 멀리하고 오로지 학문 연구에만 몰두했는데도, 세상을 이루는 근본이치, 자연의 내적 질서를 인식하지 못하고 결국 인식의 한계에 부딪친다. 파우스트는 이런 벗어날 길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결국 사탄의 힘을 빌리려 한다.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와 사탄 메피스토펠레스의 계약은 드라마를 관통하는 하나의 커다란 줄기를 이룬다. 그동안 오로지 바안에 갇혀 학문연구에만 심취했던 노학자 파우스트는 마녀의 힘을 빌려 젊어진 다음,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 세상을 방황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런 파우스트에게 지상의 모든 쾌락과 권력, 부귀영화를 제공한다.

***** 파우스트는 그레트헨과의 사랑에 이어 궁중에서의 체험, 헬레나를 통한 내적이고 정신적인 체험, 마지막으로 <자유로우 땅에서의 자유로운 민중과 함께>지내고자 하는 통치자로서의 이념을 두루 섭렵한다. 그러는 동안 개인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에서 보편적인 인류애의 이념을 펼치는 존재로 발전하고 결국 구원에 이른다.

***파우스트는 우너하는 인식에 이르기 위해서라면 마법이나 주술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으며 사탄과의 동맹마저 불사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계획을 번번이 악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파우스트는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파우스트>중에서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장들


무대에서의 서막

**** 시인 : 우리를 본의 아니게 소용돌이로 휘몰아가는,

그 벌 떼 같은 인파를 제발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해주시오.

아니 시인의 순수한 기쁨이 꽃피어 나고,

우리 마음의 사랑과 우정이 축복을

천상의 손길로 일구어 내고 가꾸는

조용한 하늘 구석으로 날 데려가 주시오. (10P)

***단장 : 기분에 대해 왈가왈부한다고 무슨 소용있는가?

망설이는 사람에게 기분이 절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네.

자네들이 시인이라 자처한다면,

시학을 호령하게.

***** 단장 : 어서 당장 술을 빚게!

오늘 하지 않는 일은 내일도 이루어지지 않는 법.

하루도 헛되이 보내서는 안될 걸세.

가능성이 엿보이면 과감하게

덥석 정수리를 놓치고 움켜쥐게.(15P)


천상의 서곡

****하느님: 그(파우스트)가 지금은 비록 혼미하게 날 섬길지라도

내가 곧 밝음으로 인도하리라.

어린 나무가 푸르러면, 원예사는

훗날 멋지게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을 아는 법이니라.

****메피스토펠레스 : 우리 내기할까요? 제가 그자를

슬며시 제 길로 끌어들이도록 허락하시면,

주님은 그자를 영영 잃어버릴걸요.

*** 하느님: 그가 지상에서 사는 한

네 마음대로 하는 걸 막지 않겟노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니라.(18P)

☆☆☆ 어떤 일을 도모해야만 번뇌와 번민이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 편안한 만큼 소득이 없는 것이다.


비극 제 1부

파우스트의 방

파우스트 : 나는 의혹이나 의심에 시달리지 않으니까-

그 대신 즐거움이란 것도 전혀 모르고,

뭔가를 제대로 안다는 자부심도 없고.

사람들을 선도하고 교화하기 위해

뭔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돈이나 재산을 움켜쥔 것도 아니고,

세상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니니

개라도 이런 식으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리!


내밀한 깊은 곳에서

세상을 지탱하는 것을 인식하고

모든 작용하는 힘과 근원을 직시하여,

더 이상 말과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면.


오 넘치는 달빛이여,

네가 나의 고뇌를 내려다보는 일도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내 깊은 한밤중에 얼마나 자주 잠 못 이루고

이 책상에서 너를 가다렸던가.

그러면 우수 어린 벗이여, 너는

책과 종이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었지!

아아! 네 사랑스러운 빛에 실려

산봉우리를 거닐 수 있다면.

정령들과 어울려 산중의 동굴 주위를 떠돌고

네 어스름한 빛을 받으며 초원을 배화할 수 있다면.

온갖 학문의 자욱한 연기에서 벗어나

네 이슬 속에서 건강하게 목욕할 수 있다면!


슬프도다! 내 아직도 이 감옥에서 갇혀 있단 말인가?

정다운 하늘의 빛조차

채색된 유리창을 통해 우울하게 비쳐드는

이 숨 막히는 저주받은 골방에!

벌레 먹고 먼지 긴 책 더미가 높은 천장까지 수북이 쌓여

방 안을 비좁게 만들고,

연기에 그을린 종이들이 여기저기 꽃혀 있고,

유리관과 상자들이 사방에 널려 있구나.

온갖 기구들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제도구들이 그 틈을 메우는구나-

이것이 너의 세계다! 이런 것이 세계라니! (24~25P)


***도망가자! 떠나자! 드넓은 바깥 세계로 나가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친필이 담긴

이 신비스러운 책 하나면

네 동반자로 충분하지 않더냐?

그러면 별들의 항로를 인식하리라. (25P)


잠옷 차림에 취침용 모자를 쓴 바그너가 등불을 손에 들고 나타난다. 파우스트, 못마땅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바그너: 분명 그리스비극을 읽으셨겠지요?

저도 그 기술로 이득을 좀 보고 싶습니다.

오늘날에는 그런 것이 효과 만점이거든요.

☆☆☆ 파우스트는 연극 초반에 왜 바그너를 등장시켰을까?


바그너: 아아, 이렇듯 서재에 갇혀 지내며

겨우 휴일에나 세상을 볼까말까 하고

그것도 겨우 망원경으로 멀리에서 바라보는 처지에.

어떻게 세상을 설득하고 인도하겠습니까?(29~30P)

***파우스트: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면 세상을 설득할 수 없는 버일세.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힘으로

극히 편안하게

청중들의 마음을 휘어잡아야 하네.

그런데 자네들은 그저 죽치고 앉아서 적당히 앞뒤를 꿰어 맞추고,

다른 이들이 남긴 잔치 음식 찌꺼기로 잡탕을 만들어 내고,

잿더미를 불어

초라한 불꽃을 피워 낼 뿐일세.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결코 만인의 심금은 울리지 못하네.(30P)


**** 파우스트: 성실하게 성공의 길을 좇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가 되지 말게!

이성과 올바른 감각을 갖추면,

굳이 기교 부리지 않아도 연설이 저절로 술술 나오는 법일세.

진심으로 뭔가를 말하고 싶다면,

말을 뒤좇아 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네. 요리조리 비틀어

겉만 번지르르한 자네들 말은

가을의 마른 잎을 스치는

안개 바람처럼 칙칙한 것일세!(30P)

바그너: 이런! 예술은 길고

 우리의 예술은 짧습니다.

파우스트: 고문서가 한 모금만 마셔도 영원히 갈증을 달래 줄

성스러운 샘물인줄 아는가?

자네 영혼 안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위로를 얻지 못할 걸세.(31P)


****파우스트 : 정신이 받아들이는 더없이 웅장한 것에도

갈수록 더 이질적인 물질들이 몰려들고,

우리가 이 세상의 위대한 것에 이르면

더 위대한 것이 그것을 사기와 망상이라고 부르고,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장엄한 감정들은

지상의 혼란 속에서 마비되어 버리는 것을.


환상이 기대에 넘쳐 대담하게

영원을 향해 활짝 나래를 펴다가도,

행복이 시간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하나둘 좌초하면

작은 공간에 만족하기 마련.

그러면 수심이 금방 마음속 깊이 둥지를 틀고서

나모를 아픔을 만들어내고,

불안하게 요동치며 기븜과 평온을 방해하노라.

수심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면을 쓰고,

집과 농장, 아내와 자식의 모습으로.

불과 물. 비수와 독약의 모습으로 나타나리라.

그러면 인간은 있지도 않은 일을 무서워하며 벌벌 떨고,

잃어버리지도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눈물 흘리리라.(33~34P)


***파우스트 : 칸칸이 수많은 선반으로 이루어진 이 높은 벽을

비좁게 채우는 것도 쓰레기가 아니겠는가?

이 좀벌레의 세계에서도 나를 짓누르는

수많은 시시한 잡동사니들도 쓰레기가 아니고 뭐겠는가?

내게 부족한 것을 여기에서 찾으란 말인가?

사방 천지에서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어쩌다 한 두 사람 행복한 것이나 알아내려고

수천 권의 책을 읽으란 말이냐?-

속 빈 해골바가지야, 네가 날 보고 비죽이 웃느냐?

일찍이 너의 두뇌도 나의 것처럼 혼란스러워하고.

밝은 날을 찾아 어둠 속에서 괴로워하고,

진리를 갈망하며 비참하게 헤매었겠지. (34P)

☆☆☆ 파우스트 박사는 평생 책에 파묻혀 살아온 것에 대한 회한을 쏟아붓는다. 왜 갑자기 책이 죄악으로 다가온 것일까?

****낡은 두루마리종이야. 흐릿한 등잔불이

이 책상에서 가물가물 타오르는 한 , 너는 연기에 그을리리라.

이 약간의 것을 짊어지고서 땀 흘리느니,

차라리 전부 탕진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을!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다만 소유하기 위한 것일 뿐이노라.

오로지 순간이 만들어내는 것만이 유익할지니라. (35P)


***파우스트 : 이리 내려오너라. 순결한 크리스털 잔이여!

내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낡은 케이스에서 나오너라.

너는 선조들의 즐거운 잔칫상에서 빛을 발하며,

너를 주고받는

점잖은 손님들을 흥겹게 해주었노라.

네 많은 정교하고 화려한 무늬들을

운 맞추어 시로 읊고 단숨에 들이켜는 것은

술자리의 의무였노라.

내 손으로 마련하고 고른

이 갈색의 물살로 너를 채우리라.

이 최후의 한 모금을 엄숙하고 숭고한 인사로서

내 마음 다하여 아침에게 바치노라.(술잔을 입에 댄다)(36P)

☆☆☆ 술에 대한 예찬은 언제 읽어도 우리를 기쁘게 한다.


종소리와 합창소리

파우스트 : 이해할 수 없는 애틋한 그리움이

나를 숲과 초원으로 내몰았고,

나는 Em거운 눈물 줄줄 흘리며

세상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을 느꼈노라.

이 노래가 젊음의 활기찬 즐거움을 알렸노라.

봄 축제의 자유로운 행복을.

지난 추억이 천진난만한 감정을 되살리며

최후의 엄숙한 발걸음을 만류하는 구나.

오, 감미로운 천상의 노래여, 널리 울려 퍼져라!

눈물이 치솟고, 이 세상이 나를 다시 품에 받아들였노라!(38P)


보리수나무 아래 농부들

***파우스트 : 나는 여기에서 종종 깊은 생각에 잠긴 채 홀로 앉아,

기도하고 단식하며 고행하였네.

넘치는 희망과 굳은 믿음으로

두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지으며,

제발 그 흑사병의 끝을 내주십사고

하늘에 계신 분께 간청하였지. (47P)


****파우스트: 저기 신록에 둘러싸인 오막살이들이

저녁의 붉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광경을 보게나.

석양의 햇살은 서서히 물러가고 하루가 저물어가네.

태양은 새로운 생명을 북돋우려 서둘러 달려가네.

오, 나한테 날개가 있다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언제가지나 태양을 좇아갈 수 있으련만!

영원한 저녁 햇살 속에서

발치의 고요한 세계를 내려다볼 수 있으련만!

산봉우리들이 불타오르고 골짜기들이 적막에 사이고

은빛의 냇물이 호아금빛 강물로 흘러드는 것을 볼 수 있으련만!


마침내 태양의 여신이 가라앉는 듯 보이면,

내 새로운 충동이 깨어나,

그 여신의 영원한 빛을 마시러 달려가리라.

내 앞에는 밝은 낮, 뒤에는 어두운 밤,

위로는 하늘, 아래로는 파도가 넘실대고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이에 여신은 자취를 감추리라. (49P)


바그너: 저도 때로는 변덕스러운 기분에 저을 때가 있지만,

그런 충동은 아직껏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숲과 들판을 바라보면 쉽게 싫증이 나고,

새들의 날개 따위는 결코 부러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 저 책, 이글 저글을 뒤좇는

정신의 기쁨은 그 얼마나 다른가요!

겨울밤들이 정겹고 즐겁게 느껴지고

복된 삶이 온 몸을 따사하게 해준답니다.

아 ! 값진 양피지를 펼치면,

천상이 오롯이 저한테로 내려오는 듯하지요. (49~50P)

파우스트 : 내 가슴 속에는, 아아! 두 개의 영혼이 살면서

서로에게 멀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감각으로 현세에 매달려 방탕한 사란의 환락에 취하려 하고,

다른 하나는 이 티끌 같은 세계에서 과감히 벗어나

숭고한 선인들의 세계로 나아가려 하네.

오, 대기를 떠돌며

하늘과 땅 사이를 지배하는 정령들이 있다면,

황금빛 안개를 뚫고 내려와

나를 새롭고 현란한 삶으로 이끌어다오! (50P)


서재


파우스트(푸들을 데리고 들어온다)

나는 깊은 밤에 둘러싸인

들판과 풀밭을 두고 왔도다..

예감에 찬 성스러운 두려움으로

우리 안의 보다 나은 영혼을 일개우는 들판과 풀밭을.

온갖 격렬한 행동을 낳는

사나운 충동들은 이제 잠이 들고,

인간과 신을 향한 사랑이

고개를 내미는 구나.


아아, 이 좁은 골방에

등불이 다시 정겹게 타오르니,

스스로를 잘 아는 마음속,

가슴속이 밝아지는 구나.

이성이 다시 말을 하고

희망이 다시 꽃피어 나기 시작하는 구나.

생명의 냇물,

아아! 생명의 원천을 갈망하노라.


사람들은 흔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조롱하고,

아무리 좋고 아름다운 것도 힘들면

불평하는데 익숙해 있느니라.

(52~53P)


***파우스트: 4대 원소 가운데 어느 것도

저 짐승 속에 숨어있지 않구나.

저것이 태연히 드러누워 나를 비죽이 바라보지 않느냐. (57P)


***메피스토펠레스: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만들어내는 힘의 일부이지요.

파우스트: 이 수수께끼 깉은 말이 대체 무슨 뜻이냐?

메피스토펠레스: 저는 항상 부정하는 영(靈)입니다!

생성되는 모든 것은

당연히 죽어 없어지기 마련이니

부정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아에 생겨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입니다.

죄악, 파괴, 간단히 말해서

악이라 불리는 모든 것이 제 본래의 활동 영역이지요. (59P)


***메피스토펠레스: 사탄과 유령들에게도 계율이 잇지요.

반드시 들어온 것으로만 나가야 합니다.

마음대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나갈 수는 없답니다. (61P)


서재

**** 파우스트: 나는 그저 놀고 먹기에는 너무 늙었고,

희망없이 살기에는 너무 젊다네.

이 세상이 나한테 뭘 불 수 있을 것인가?

부족해도 참아라! 참아야 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오는

영원한 노래일세.


내 모든 힘을 다스리는 신은

바깥을 향해서 아무런 힘이 없다네.

그러니 사는 것이 짐스럽고,

오로지 죽고 싶은 마음뿐 인생이 지겹지 않겠는가. (66P)


파우스트 : 오, 승리의 영광 속에서 피 묻은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주금을 맞이하는 자는 복되도다!

미친 듯이 신명나게 춤을 춘 후에

아가시 품에서 죽음에 이르는 자는 복되도다!

오, 나도 그 숭고한 지형의 힘 앞에서

황홀하게 넋을 잃고 쓰러졌더라면 좋았을 것을! (66P)


파우스트 : 나는 저주하노라.

영혼을 온갖 유혹과 눈속임으로

에워싸고 현혹하고 아첨하며

슬픔의 동굴 속으로 몰아넣는 모든 것을!


무엇보다도 정신이 사로잡혀 있는

드높은 견해를 저주하노라.


우리의 감각을 파고드는

허황된 현상들을 저주하노라.


명성이나 불멸의 이름을 내세우며

우리를 미혹시키는 꿈들을 저주하노라!


아내와 자식, 종복과 쟁기를 소유하라며,

우리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들을 저주하노라.


재물을 들이대며 대담하게 행동하라고 우리를 부추기고,

느긋하게 즐기라며

편안하게 방석을 깔아 주는 황금의 신 맘몬을 저주하노라!

향긋한 포도주여, 저주받아라!

지구한 사랑의 은총이여, 저주받으라!

무엇보다도 인내심이여 저주받아라! (67P)


정령들의 합창 : 슬프도다! 슬프도다!

네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억센 주먹으로

망가뜨렸구나.

세상이 무너지는 구나, 와르를 와해되는구나!

반신(半神)이 세상을 산산이 깨부수었구나!(68P)


파우스트 : 저 세상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네.

자네가 이 세상을 산산이 부수면,

다른 세상이 생겨나야 하네.

이 지상에서 내 기쁨이 용솟음치고,

이 태양이 내 고뇌를 비추네.

내가 이것들과 작별을 고한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대수겠는가.

내세에도 사랑이 있고 증오가 있는지,

저 세상에도

위가 있고 아래가 있는지,

내 알바 아니네.(69P)

****메피스토펠레스 :나하고 계약을 맺읍시다. 그러면 선생은 앞으로

즐겁게 내 재주를 보게 될 거요.

그 누구도 아직껏 눈으로 보지 못한 것을 누리게 해주겠소.

****파우스트 : 드높은 것을 지향하는 인간의 정신을

자네 따위가 어지 알겠는가?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음식.

수은처럼 손에서 녹아 없어지는 붉은 금,

결코 이길 수 없는 도박,

내 품에 안겨서 이웃집 남자와

눈 맞추는 아가씨,

천상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는

별동별처럼 사라져 버리는 근사한 명성은

누리게 해주겠지.

따기도 전에 썩어버리는 과일이나

날마다 새롭게 푸르러지는 나무를 보여 주게나!

*****파우스트: 내가 속 편하게 누워서 빈둥거린다면

그것으로 내 인생은 끝장일세.

내가 자네의 알랑거리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고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 마지막 날일세! (70P)

****파우스트 : 당장 계약을 맺도록 하세!

순간이여,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네는 날 마음대로 할 수 있네.

그러면 나는 기거이 파멸의 길을 걷겠네.

죽음의 종이 울려 퍼지고,

자네는 임무를 다한 걸세.

시게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져나가고,

내 시간은 그것으로 끝일세.(71P)


*****파우스트: 글로 써서 봉인한 양피지는

누구나 귀신처럼 꺼리기 마련일세.

말이 펜 끝에서 생명을 잃고,

밀랍과 가죽이 주도권을 행사한다네. (71P)

메페스토펠레스 : 작은 종이 한 장에다

선생의 피 한 방울로 서명하면 그만인 것을.(72P)

****메페스토펠레스 : 피는 특별한 액체요.

***파우스트 : 위대한 정령은 나를 경멸하였고,

자연은 내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네.

사유의 끈은 끊어졌고.

지식이라면 신물 난지 이미 오래일세.

우리 한 번 관능에 깊이 취해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마음을 달래보세!(72P)

***파우스트 : 내 말 명심하게, 기쁨이 문제가 아닐세.

나는 도취경, 극히 고통스러운 쾌락,

사랑에 눈먼 증오, 통쾌한 분노에 빠져 보고 싶네.

내 마음은 지식에의 열망에서 벗어나

앞으로 어떤 고통도 피하지 않을 걸세.

온 인류에게 주어진 것을

가슴 깊이 맛보려네.

지극히 높은 것과 지극히 깊은 것을 내 정신으로 붙잡고

안류의 행복과 슬픔을 내 가슴에 축적하고,

내 자아를 인류의 자아로 넓히려네.

그러다 결국에는 인류와 더불어 몰락하려네.(73P)

***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당신일 뿐이오.

아무리 곱슬머리 가발을 쓰고

굽 높은 신발을 신어도

당신은 언제까지나 당신일 뿐이오. (74P)

파우스트 : 나도 그렇게 느끼네. 인간정신의

온갖 보물을 끌어모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네.

결국 이렇게 주저앉아있는데도

마음 속에서 전혀 새로운 힘이 솟구치지 않아,

나는 터럭만큼도 높아지지 않았고,

무한한 존재에 가까워지지도 않았어.

메피스토펠레스: 인생의 즐거움이 우리에게서 도망치기 전에,

우리가 더 현명해져야 하오.

제기랄! 손과 발,

머리와 엉덩이, 물론 그것들은 선생의 것이오.

그렇다고 내가 새롭게 즐기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란 말이오?

내가 여섯 마리의 말을 돈 주고 산다면,

그 말들의 힘은 내 것이 아니겠소? (74P)


**** 메피스토펠레스: (파우스트의 치렁치렁한 옷차림으로)

인간의 지고한 힘이라 불리는

이성과 학문을 경멸하라.

거짓에 능란한 사탄의 힘을 빌어

눈속임과 요술로 네 힘을 북돋워라.

그러면 너는 무조건 내 손아귀에 떨어지리라-

무작정 앞으로 나가려 하는 정신을

운명이 너한테 안겨 주었구나.(75P)


****메피스토펠레스 : 법률이니 법규니 하는 것들이

영원한 질병처럼 끊임없이 상속되고 있어.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고,

이곳저곳으로 슬며시 옮겨가고.

이성은 헛것이 되고, 선행은 재앙이 되는 마당일세.

자네가 그 후예가 된다면 후회할 걸세! (79P)

**** 메피스토펠레스 : 의학의 정신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아.

대우주와 소우주를 두루두루 철저하게 연구하고는

결국 모든 것을

신의 듯대로 내버려 두게나.

자네가 아무리 학문적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소용없을 걸세.

누구나 자신이 배울 수 있는 것만을 배울 뿐이야.(80P)


메피스토펠레스 : 이론은 모조리 회색이고,

생명의 황금나무는 초록색일세. (81P)

메피스토펠레스 : 이 외투를 펼치기만 하면 되오.

이것이 하늘을 가로질러 우리를 데려다 줄거요.

이렇게 대담한 여정을 나서는 마당에

큰 짐 보따리는 기져갈 필요 없소.

내가 일으키는 약간의 불바람이

우리를 잽싸게 공중으로 띄워 줄거요.

우리가 가벼우니만큼 빨리 위로 떠오르지 않겠소.

선생의 새로운 인생 항로를 축하하오. (83P)


마녀의 부엌

*****메피스토펠레스 : 돈이나 의사,

요술의 힘을 빌리지 않는 방법은

곧장 들판으로 나가서

호미질하고 곡괭이질 하는 것이오.

몸과 마음을

극히 절제하고,

정결한 음식으로 요기를 하고,

가축과 한 가족이 되어 살며

논밭에 직접 거름 주는 것을 분하게 여기지 마시오.

그것이 여든 살까지 젊음을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이오. 내 말을 믿으시오!(95P)


*****메피스토펠레스: 됐다, 됐어. 오 훌륭한 무당이여!

네 약을 이리 가져와서,

어서 이 사발에 넘치도록 그득 따라라.

그 약이 이 양반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거야.

벌서 이런저런 좋은 약을 많이 마신

관록있는 분이거든. (103P)


****메피스토펠레스 : (마녀에게) 내가 뭐 도와줄 일이 있으면

발푸르기스의 밤(옛 전설에 따르면 4월 30일에서 5월 1일 사이의 밤에 사탄들과 마녀들이 브로켄 산에 모여 방탕하게 즐겼다고 한다.)에 말하라.(104P)

****메피스토펠레스:(방백)약효가 네 몸에 퍼지면

곧 모든 여자가 헬레나로 보일거다. (104P)


길거리

****파우스트 : 저 천사 같은 아가씨가 아기는 물건 가운데 뭐라도 하나 가져오게!

저 처녀의 안식처로 날 데려다 주게!

목에 두른 목도리라든지

내 사랑의 쾌감을 북돋우는 양말 끈이라도 가져오게나! (107P)


저녁

작고 정갈한 방

파우스트 : (주위를 둘러보며)반갑구나. 이 성스러운 곳을 비추는

감미로운 석양의 햇살이여ㅕ!

내 마음을 사로잡아라. 그리움에 애태우며

희망의 이슬을 먹고 사는

감미로운 사랑의 괴로움이여!

정직과 질서와

만족의 감정이 방 안 가득히 숨쉬는구나!

가난해도 풍요로움이 넘치고

골방인데도 축복이 그득하구나!(108P)


오, 아가씨. 그대의 풍요롭고 정갈한 정신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오.

날마다 어머니처럼 자애로이 그대를 가르치며,

탁자 위에 양탄자를 깔끔하게 깔고

발밑에 고운 모래를 뿌리라고 이르는 속삭임 말이오.

오, 사랑스러운 손이여! 참으로 거룩하구나!

네 손길 아래서 오두막이 천국으로 화하노라. (109P)


언제가지나 여기에 머무르고 싶구나.

자연이여! 여기에서 너는 살포시 꿈꾸며

타고난 천사를 만들어 내었도다.(109P)


내 마음이 이리 깊이 흔들리다니!

나는 여기에서 뭘 원하는가? 무엇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가?

가련한 파우스트! 너를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하겠구나.


여기에서 마법의 향기가 나를 감싸는가?

지금 당장 즐기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을.

사랑의 꿈속에서 녹아 없어지는 것만 같구나!

우리는 공기의 압력이 만들어내는 유희인가?(109P)


****마르가르테 : 무서워요!

파우스트: 오 떨지 말아요! 이 눈길, 이 손길이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있소.

오롯이 마음을 바쳐서

영원한 환희를 느껴라!

영원한 환희!- 그 환희의 종말은 절망일거요.

아니, 종말은 없소! 절대로 없소!(128P)


숲과 동굴

*****메피스토펠레스 : 사내와 계집을 창조한 신은

직접 둘을 맺어 주는 것을

더없이 고상한 직업으로 여겼소.

파우스트 : 아무런 목표도 없고 마음의 평온도 누리지 못하는 몰인정한 인간,

바위에서 바위로 사납게 굽이쳐 흘러내리는 급류처럼

심연을 향해 탐욕스럽게 돌진하는 인간이 아니더냐?

그런데 어린애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는

작은 알프스 들판의 오두막에서

집안일에 묶이고

작은 세계에 갇혀 있노라.

그리고 신의 마움을 산 나는

바위들을 부둥켜 안고

산산이 부쉈어도

성이 차지 않았노라!

내가 그녀를 깨뜨리고, 그녀의 평화를 깨뜨리다니!

지옥이여, 네가 이러한 희생을 원했단 말인가!

사탄이여, 두려움의 시간을 단축시키도록 도와다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빨리 일어나라!

그녀의 운명이 나에게 무너져 내려,

나와 함께 멸망하리라!

메피스토펠레스 : 용감한 자만이 살아남는 법이지요!

선생은 이미 상당히 사탄의 경지에 이르렀소.

절망하는 사탄보다 더 밥맛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소.(134~135P)


그레트헨의 방

그레트헨(혼자 물레에 앉아있다)

내 평온은 사라지고,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네.

다시는,

다시는 마음의 평온을 얻지 못하리.


그이가 없는 이곳

무덤이나 다름없고

온 세상이

허무하기만 하네.


내 가련한 머리는

미쳐버리고

내 가련한 감각은

산산이 찢겼네.(135P)


마르테의 정원

**** 파우스트 : 내가 그대의 눈을 마주 보면,

모든 것이 그대의 머리와 가슴으로

몰려들어서

영원한 비밀에 감싸여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게 그대 곁을 떠돌지 않소?

그대의 커다란 마음이 그것으로 가득 차고,

그것에 묻혀 행복에 넘치면

행복! 마음! 사랑! 신!

그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부르시오.

나는 그것에 이름이

필요없소! 내가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오.

이름은 천상의 불꽃을 감사고 있는

허망한 껍질에 불과하오.

마르가레테 : 전부 근사하고 좋은 말들이에요.

표현만 조금 다를 뿐,

신부님도 비슷하게 말씀하세요.(138P)

****파우스트 : 아아 다만 한시간이라도 당신 품에 안겨서

가슴과 가슴, 영혼과 영혼을 맞대고

조용히 쉴 수 없단 말이오?

마르가르테: 아아, 내가 혼자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면 오늘 밤에 빗장을 열어 놓으련만.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깊이 잠드시지 않으세요.

어머니에게 들키는 날이면,

나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거예요!

파우스트: 내 천사여,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오.

여기에 작은 약병이 있소!

마실 것에 세 방울만 타면

깊은 잠으로 편안히 에워싸일 것이오.

마르가르테 : 당신을 보기만 하면,

어째서 당신 뜻을 따르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위해 벌써 많은 일을 해서,

앞으로는 더 이상 할 일도 남아있지 않아요.(140P)

***파우스트 : 그 착하고 사랑스러운 영혼이

행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심히 번민하는 것을

자네같은 괴수가 어찌 알겠는가.

행복을 오로지 독실한 신앙심에서

찾는 아이일세.(141P)


발푸르기스의 밤의 꿈 또는 오베른과 티타니아의 금혼식

독단론자 : 제 아무리 목청껏 비판하고 의혹을 제기해도,

나는 끄덕도 하지 않으리.

사탄에게도 분명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

그렇지 않다면 사탄이 어찌 존재한단 말이냐?


이상주의자 : 내 마음속의 환상이

이번에는 정말 멋지구나.

맹세코 그것이 내 진정한 모습이라면,

오늘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현실주의자 : 나한테는 존재가 그야말로 고통인 것을,

어찌 이리 불쾌감만 더욱 깊어지느냐.

여기에서 처음으로

발밑이 흔들리는구나.

초자연주의자: 나 지금 기꺼운 마음으로

이들과 어울려 즐기노라.

사탄이 있으니,

착한 정령도 분명 존재하지 않겠느냐.

회의론자 : 저들은 작은 불꽃을 쫓아가며,

보물에 다가간다고 믿는구나.

의혹과 사탄은 잘 맞아떨어지는 법.

나, 제대로 찾아왔구나.

☆☆☆ 괴테는 왜 이상주의자, 현실주의자, 초자연주의자, 회의론자들을 등장시켰을까? 그들의 말이 자기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감옥

**** 파우스트: (열쇠 꾸러미와 등불을 들고 작은 철문 앞에 서 있다.)

오랫동안 잊고 지낸 두려움이 휘몰아치고

인간의 비참함이 가슴을 짓누르는구나.

여기 축축한 벽 뒤에 그녀가 있다니.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악의 없는 망상에 젖었을 뿐인 것을.

그녀에게 가까이 가기 망설여지는가!

그녀를 다시 보기 두려운가!

가자! 너의 망설임은 그녀의 죽음을 재촉할 뿐이다. (177P)

**** 마르가르테 : 당신이군요! 한 번 더 말해 줘요!

그이가 왔어! 그이가 왔어! 모든 고통이 사라졌는가?

감옥의 두려움이 사라졌는가? 쇠사슬의 두려움도?(179P)

****마르가르테 : 나는 날 낳아주신 어머니를 죽였고,

내 아기를 물에 빠뜨려 죽였어요.

그 아기는 당신하고 내가 받은 선물이 아니던가요?

당신도 그 선물을 받았어요!- 정말 당신이군요. 믿어지지 않아요.(180P)


비극 제 2부

합창: 산들바람 온아하게

푸르른 초원 뒤덮으면,

달콤한 향기와 안개 베일아,

어둠을 내려뜨려라.

감미로운 평화의 노래 그윽이 속삭이며,

어린애 마음처럼 평온하게 달래 주어라.

이 지친 자에게

하루의 문을 닫아라.


어느새 밤이 내려앉고,

별들이 서로 엄숙히 어우러지는구나.

커다란 불꽃, 작은 불티

가까이서 반짝이고 멀리서 빛나는 구나.

풍성하고 화려한 달빛

여기 호수 물에 반짝반짝 비치고,

저기 청명한 밤하늘에 더욱 굳게 하누나.


시간이 흐르고,

고통과 행복이 사라지누나.

미리 예감하라! 그대가 건강해질 것을.

새날의 광명을 믿으라.

골짜기들 푸르러지고 djseejr들 풍성해져서,

편히 쉴 수 있는 그늘 만들어 주리라.

곡식들 영글어

은빛으로 출렁이리라.


소원들 차례로 이루려거든,

저기 과명을 바라보아라!

그대는 다만 조용히 에워사여 있을분,

잠은 껍질이니 벗어던져라!

많은 사람들 망설이며 방황할 때,

머뭇거리지 말고 대담하게 감행하라.

사태를 파악하고 즉각 행동에 나서는

고매한 자는 모든 것이 이룰 수 있노라.(188~189)


***** 아리엘 : 햇살이 참으로 놀라운 굉음 불러오누나!

트럼펫 소리, 나팔소리,

눈들이 깜박이고 귀들이 놀리누나.

전대미문의 어마어마한 굉음 듣지 마라.

꽃 속으로 깊이깊이 파고들어

조용히 있으라. (189P)

****파우스트 : 우뚝 솟은 거대한 산봉우리들이

더없이 장엄한 시간을 알리는 구나.

저것들이 먼저 영원한 빛을 즐기고 나면,

우리에게도 그 빛이 내려앉으리라.

이제 푸르른 알프스 초원이

새로운 광명을 선사받아 선명하게 빛나는 구나.

빛이 한걸음 한걸음 서서히 내려오누나-

태양이 자태를 드러내는 구나!- 애석하게도 찌르는 듯,

벌써 눈이 부시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구나.


애타게 갈구하는 마음이

지고의 소망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나아가

활짝 열려 있는 성취의 문을 발견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리라.(190~191)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 뭐라도 부족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여기에는 이것이, 저기에는 저것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돈이 부족합니다.

돈을 바닥에서 긁어모을 수는 없지만,

지혜만 있으면 깊은 곳에서 파낼 수 있사옵니다.

광맥에서, 성벽 밑에서

금화든 황금이든 캐낼 수 있습니다.

누가 그걸 캐낼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재능있는 남자의 천성과 정신의 힘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197P)


***메피스토펠레스:너희들 손으로 더듬어 보지 않은 것은 수만리 떨어져 있노라.

너희들 손으로 붙잡아 보지 않은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노라.

너희들이 계산하지 않은 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믿노라.

너희들이 달아보지 않은 것은 무게가 없느니라.

너희들이 주조하지 않은 것은 갗ㅊ 없다고 여기느라. (198P)


**** 점성술사: 산만한 마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이옵니다.

먼저 침착하게 속죄를 하고,

지상의 것을 통해 지하의 것을 얻어야 합니다.


좋은 것을 원하는 자는 먼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기쁨을 원하는 자는 스스로의 혈기를 가라앉혀야 하는 법입니다.

포도주를 원하는 자는 무르익은 포도송이를 짜야 하고,

기적을 바라는 자는 신앙을 굳건히 해야 하옵니다. (203P)


메피스토텔레스: 업적과 행운은 서로 꼭 붙어다니는 것을

저 바보들이 어찌 알겠는가.

저들이 현자의 돌을 가지면,

현자 없는 돌이 되리라.

(현자의 돌:금속을 황금으로 변화시키고 모든 질병을 치료해서, 인간에게 부와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신비의 돌) (203P)


별실이 딸린 넓은 홀

***올리브 달린 올리브 나뭇가지: 난 활짝 핀 꽃송이 시샘하지 않고,

싸움일랑 언제나 피해 다니죠.

그런 건 내 천성에 맞지 않거든요.

하지만 난 대지의 정수이고,

모든 초원의 평화를 상징하는

확실한 징표이지요.

나 오늘 아름다운 머리를

우아하게 장식해 주고 싶어요.

****장미꽃봉우리(도전장을 내민다)

화려한 환상의 산물들이여,

나날의 유행을 위해 꽃 피어나,

자연은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진기한 형상을 빚어라.

초록색 줄기, 황금빛 꽃망울을

탐스러운 곱슬머리 사이로 내밀어라!-

그러나 우리는 - 살포시 숨어 있노라.

싱싱한 우리를 찾아내는 자 행복하리라.

여름이 예고되고

장미꽃봉우리 불붙으면.(206P)


***플루토스: (소년 마부에게)

너는 이제 번거롭고 어려운 일에서 벗어났노라.

홀가분한 자유의 몸이니, 어서 네 영역으로 떠나라!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니라! 이곳에서는 기괴한 형상들이

뒤죽박죽으로 사납게 뒤엉켜 우릴 에워싸지 않느냐.

네가 정겨운 밝음을 뚜렷이 보는 곳,


너에게 속하는 곳, 너 자신만을 믿는 곳으로 가라.

오로지 아름다운 것, 선한 것만이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곳으로.

외로움으로! 거기에서 네 세계를 창조하라.(227P)


유원지

*****메피스토펠레스 : 모든 원소가

폐하의 권위를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지요.

폐하께서는 이미 불의 권위를 시험해 보셨사옵니다.

이제 사납게 포효하는 바다에 뛰어들어 보십시오.(238P)

*****파우스트 : 엄청난 보물이 폐하의 영토 깊숙이 묻혀서

오로지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릴없이 나뒹굴고 있사옵니다. 제아무리 생각이 넓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풍성함을 헤아리기에는 역부족이고,

제 아무리 환상의 날개를 높이 편다 하더라도

그 풍성함을 쫓아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하오나 깊은 통찰력을 갖춘 정신은

무진장한 것에 무진장한 신뢰를 품는 법이지요. (241~242)


어두운 회랑

***파우스트: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메피스토펠레스 : 길은 없소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았고,

닿을 수도 없는 곳. 그래도 가겠소?-

열어야 할 자물쇠도 없고 빗장도 없이,

외로움에 휩싸여 있소.

삭막함이나 외로움이 뭔지 아오?

파우스트 : 그런 쓸데없는 말은 할 필요없네.

마녀들으 부엌이나,

오래 전에 잊힌 시대의 냄새가 나는구먼.

나 예전에 세상과 교류하며,

공허함을 배우고 공허함을 가르치지 않았더냐?-

내가 꿰뚫어 본 것에 대해 이성적으로 말하면,

반대의 소리가 곱절로 크게 울려 퍼지지 않았던가.

심지어는 성가신 세상사를 피해서

외로움이나, 황야로 피신하였고,

결국에는 세상에서 완전히 잊힌 채 혼자 살기 싫어서

사탄에게 날 맡기지 않았는가. (246P)

***** 파우스트 : 나는 행복을 경직된 것에서 찾지 않네.

전율은 인류에게 주어진 최고의 것일세.

세상이 전율의 감정을 자주 베풀지 않을지라도,

인간은 감동해야만 엄청난 것을 깊이 느끼는 법일세.(248P)

*****메피스토펠레스 : 이미 생성된 것에서 벗어나,

형상에 얽매이지 않는 절대적인 영역으로 가시오!

오래전부터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즐기시오.(248P)


****메피스토펠레스 : 붉게 달아오른 삼발이가 마침내

깊은, 가장 깊은 바닥에 이르렀음을 알려 줄 거요.

되는 대로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걸음을 옮기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삼발이 불빛에 보일 거요.

형성, 변형,

영원한 의미의 영원한 유희.

그들은 온갖 피조물들의 영상에 둘러싸여서,

선생을 보지 못할 거요.

 오로지 그림자들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오.

아주 위험한 일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그대로 삼발이를 향해 돌진하시오,

삼발이에 열쇠를 대시오!.(248P)


연회장

헬레나, 등장한다.

****점성술사 : 이런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혀를 마음대로 놀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리오!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그 아름다움을 찬미하였지요.

그녀를 눈으로 보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황홀해지고,

그녀를 소유한 사람은 환희에 떨었답니다.

***파우스트 : 내 눈이 아직 온전히 붙어있는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름다움의 샘이 철철 넘치지 않는가?

그 무서웠던 여정이 지고의 행운을 가져왔구나.

지금가지 이 세상이 나한테 얼마나 공허하게 닫혀 있었던가!

하지만 내가 사제가 된 이후로 얼마나 변했는가?

처음으로 바람직한 것, 근거 있는것, 영속적인  존재가 되었도다!

그대 앞에서 멀어진다면,

내 삶의 숨결이 사라지고 말리라.-

언젠가 마법의 거울 속에서 날 황홀하게 하고

행복하게 했던 아리따운 자태는

이 아름다움에 비하면 물거품에 지나지 않았노라!-

생동하는 모든 힘, 정열의 정수,

애정, 사랑, 숭배심, 광기를

나 그대에게 바치노라.(256P)


***점성술사: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지금가지 일어난 일들로 보아,

이 연극을 헬레나의 납치라고 불러야겠군요.

파우스트 : 뭐, 납치라고! 내가 이 자리에서 허수아빈줄 알았더냐!

이 열쇠가 내 손에 있지 않느냐!

이것이 외로움의 공포와 풍랑과 파도를 지나

이 단단한 육지로 나를 데려왔노라.

나 여기 당당히 서 있노라! 여기는 현실이고,

여기에서는 정신이 유령들과 싸울 수 있으며,

여기에서 아주 멀리 있었거늘, 어찌 이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겠느냐!(259P)


제 2막

비좁은 고딕식 방, 천장이 높고 둥글다.

전에 파우스트가 쓰던 방으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메피스토펠레스 : 사랑의 굴레에 빠진 불운한 자여!

헬레나에게 혼을 빼앗긴 자는

쉽게 정신 차리지 못하는 법


파우스트가 사탄과 계약 맺을 때 썼던

펜마저도 여기 그대로 놓여 있는 걸.

그래! 내가 우려낸 피 한 방울이

펜대 깊숙이 응고되어 있구나.

아무리 대단한 수집가라도 이런 희귀한 것을

손에 넣긴 어려울 걸.

낡은 모피 외투도 낡은 옷걸이에 그대로 걸려 있구나.

저걸 보니, 내가 과거에 그 애송이한테 부렸던

익살이 생각나는 구먼.(260P)

***** 메피스토펠레스 : 애벌레나 번데기를 보면

장차 오색영롱한 나비를 점칠 수 있는 법.


다만 절대적인 것을 너무 신봉하지 말게.(266P)


***학사 : 인간의 생명은 핏속에 살아 있는데,

젊은이 말고 또 어디서 그렇게 피가 끓어오른단 말이오?

그것은 삶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내는,

활기차게 살아있는 생생한 피요.

거기서 모든 것이 약동하고 뭔가가 이루어지고

약한 것은 떨어져 나가고 유용한 것은 두드러지지요.

우리가 세상의 절반을 휩쓰는 동안,

노인장은 무얼 하셨소? 꾸벅꾸벅 졸고 햇볕 쪼이고

꿈꾸고 계획을 짜고 또 짜고,

아무렴 그렇고말고! 노년은 변덕스러운 궁지에 몰려 오들오들 떠는

차가운 열병 같은 것이오.

서른 살을 넘기면

죽은 목숨이나 진배없소.

당신 같은 늙은이들을 제때에 때려 죽여야 상책일거요. (268P)

**** 학사: 내가 창조하기 전에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소.

내가 해를 바닷속에서 끌어내었고,

나와 더불어 달이 이지러지고 차기 시작하였소.

호나한 대낮이 내가 가는 길을 아름답게 꾸며 주었고,

지구가 나를 향해 푸릇푸릇 싹을 피우고 꽃을 피웠소.

그 첫날밤에 내 손짓을 받고

모든 별들이 찬란하게 빛났소.

속물적으로 찌든 생각의 굴레로부터

나 말고 누가 당신들을 벗어나게 해주겠소?

그러나 나는 당신이 알려주는 대로 자유로이 즐겁게

내 내면의 빛을 좇아가고,

나만의 황홀함에 취해

어둠을 뒤로 하고 밝음을 좇아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오.(268P)


메피스토펠레스 : 포도즙이 아무리 별나게 굴어도

결국에는 포도주 밖에 더 되겠느냐.(269P)


실험실

***메피스토펠레스 : 오래 살다보면 많은 일을 겪기 마련이라,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새로운 일이랄 게 없지요.

나는 여기저기 떠돌던 시절에

벌써 응축되어 만들어진 인종을 보았소.

바그너 : (플라스크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위로 올라가 빛을 발하며 한 곳으로 모여드는 구나.

곧 일이 성사될 거요.

위대한 계획은 처음에 미친 짓으로 보이는 법이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우연을 비웃을 거요.

앞으로는 사상가가

뛰어난 사고 능력을 발휘하는 뇌를 만들어 낼거요.(271P)

**** 호문쿨로스 : 아빠! 어떠세요?

이리 오셔서, 절 다정하게 안아주세요!

하지만 너무 꼭 껴안지는 마세요. 유리가 깨지면 어떡헤요.

원래 세상 이치가 그렇잖아요.

자연적인 것은 우주가 비좁다 하지만,

인위적인 것은 폐쇄된 공간을 필요로 하지요.(271P)

☆☆☆ 호문쿨로스는 인조인간임을 알 수 있다.


고전적인 발푸르기스의 밤

****에리히토 : 자신의 자아를 다스릴 줄 모르는 자가

거만하게 제멋대로 옆 사람의 의지를 다스리려 드는 법이거든.......

수천 송이 꽃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자유의 화환을 찢고,

말라비틀어진 월계관을 지배자의 머리에 억지로 뒤집어씌웠지.

여기서 과거에 마그누스(폼페이우스의 또 다른이름)는 위대한 황금시절을 꿈꾸었고,

저기서 카이사르는 흔들리는 천칭 바늘에 귀 기울이며 밤을 지세웠지!

승부는 가려지고, 누가 뜻을 이루었는지 세상은 알고 말고.(277P)


*****파우스트(혼자 남아)

그녀는 어디 있지-이젠 그만 찾아야지.....

이 흙덩이가 비록 그녀의 발에 밟히던 것이 아니고,

이 파도가 그녀를 향해 찰싹이던 것이 아니더라도,

이 대기만큼은 그녀의 말을 전했으리라.

여기에서! 기적적으로 여기 그리스에서!

나는 발이 닿은 대지를 즉각 느꼇노라.

잠든 나에게 정령이 힘껏 불붙였을 때,

안타이오스 같은 기분이었노라. (279P)


페네이오스 강의 상류

***스핑크스 : 당신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수수께끼일 거예요.

진심으로 한 번 당신 자신을 풀어보려고 노력해 보세요.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일세.

금욕적으로 사는 사람에는 갑옷이고,

미친짓을 하는 사람에게는 친구일세.

둘 다 오로지 제우스를 기쁘게 하려는 것이노라.>(282P)

***스핑크스들 : 그래요! 저 경박한 무리들하고 어울리세요.

우리들은 오래전 이집트에서부터

한곳에 수천 년 동안 군림하는 데 익숙해 있어요.

우리의 위치를 지키면서,

이렇게 해와 달의 주기를 다스리지요.

우리 피라미드 앞에 앉아

여러 민족들이 심판받는 광경을 보네.

홍수든 전쟁이든 평화든-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네. (286P)


페네이오스 강의 하류

***페네이오스 : 갈대들아, 일렁이며 속삭여라!

갈대들의 형제자매야, 그윽이 숨을 내쉬어라.

가분한 버드나무 덤불아, 살랑여라.

사르를 떠는 미루나무 가지들아, 소곤거려라.

깨어진 꿈을 다시 더듬어라!-

무서운 천둥소리,

모든 것을 뒤흔드는 떨림이

잔잔한 흐름과 평온으로부터 날 깨우는구나.(287P)

**** 파우스트 : 부드럽게 살랑대는 울창한 수풀의 싱싱함을 가르고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구나.

찰싹찰싹 물결치지도 않고 거의 졸졸거리지도 않는구나.

사방에서 수백개의 물줄기들이

마침 멱감기에 알맞은 얕은 곳으로

맑고 깨끗하게 모여드는 구나.

젊고 건강한 여인들의 몸이

거울 같은 수면에 비치어

눈을 두 배로 즐겁게 해 주누나.

한데 어울려 즐겁게 목욕하고,

과감하게 헤엄치고 조심조심 물을 건너다가

마침내 크게 외치며 물싸움을 하는구나.


내 눈길 저 너머를 날카로이 더듬는구나.(288P)


***케이론 : 헤르클레스만은 내 눈으로 보았다오.

그는 타고난 왕이었소.

젊은이로서 더없이 출중한 외모를 자랑하였고,

형에게뿐만 아니라

사랑스러운 여인들에게도 참으로 정중하였다오.

가이아(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는 두 번 다시 그런 아들을 낳지 못할 것이고,

헤바(그리스 신화에서 청춘의 여신으로 ‘헤베’라고도 불리며 헤라클레스와 혼인하였다.)는 두 번 다시 그런 인물을 하늘로 데려가지 못할 것이오.

그 어떤 노래로도 그를 칭송할 수 없고,

아무리 돌을 두드리고 쪼아도 헛수고일 뿐이오.

**** 케이론 : 여자의 아름다움은 별 것 아니어서,

자칫 경직된 기쁨을 선사하는 본성만이

찬양할 가치가 있는 법이오.

아름다움은 제 혼자서 행복에 잠기지만,

우아함은 다른 이들을 거역할 수 없이 사로잡는다오.

내가 태워 주었던 헬레나처럼 말이오.(292P)

***파우스트 : 그녀도 시간에 얽매여서는 안 되지요!

아킬레우스가 페라이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도

시간을 초월했소. 그런 진기한 행운이 있다니,

운명을 거슬러 사랑을 쟁취하다니!

나라고 그 유일무이한 인물을

애타는 그리움의 힘으로 소생시키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소?

신들에 버금가는 그 영원한 존재.

위대하면서도 다정하고, 숭고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를 말이오?

당신은 일찍이 그녀를 보았고, 나는 오늘 보았소.

더없이 매혹적으로 아름답고 더없이 애타게 아름다웠소.

이제 내 나음과 본성이 꼼짝없이 사로잡혔으니

그녀를 얻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소. (293~294)

***메피스토펠레스 : 다들 철학자의 기술과 호의를 즐기고 싶어서,

철학자를 금방 새로 한 타나 만들어 낸다니가.

네가 방황하지 않으면 인식에 이르지 못해.

생성되고 싶으면, 네 혼자 힘으로 해내라고!(309P)


****아낙사고라스: (탈레스에게)

자네의 경직된 마음은 영 굽힐 줄을 모르는구먼 .

무슨 말을 더해서 자넬 설득해야겠는가?

(아낙사고라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그는 이오니아에서 태어났고 아테네에서 활약했으며, 페리클레스(Perikles, 495 B.C.∼429 B.C.)와 가까이 지냈다. 기원전 460년경 아낙사고라스는 태양은 지름이 180 km쯤 되는 불타는 바위덩어리라고 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는 달이 태양과 비슷한 크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당시로서는 불경한 무신론자나 하는 것으로서, 아테네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그는 신에 대한 불경죄로 고발되어 람프사크스로 쫓겨났다. 아낙사고라스는 물질의 구조가 4원소로 되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의 견해는“물질이 어떻게 작게 되는가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변화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암석 조각이 부셔져 가루가 되더라도 암석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열이 공기를 상승시킨다고 이해하였다. 또한 그는 공기는 지표면 부근에서 온난해지고 공중으로 올라가면 냉각되어 상승하는 공기가 냉각될 때 구름이 만들어진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는 일식의 원인을 처음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탈레스: 파도는 온갖 바람에 순종하지만,

험준한 바위는 피해 간다네.

(탈레스: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인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지방의 도시 밀레토스 사람으로 최초의 유물론 학파인 밀레토스학파의 시조. 그는 기하학, 천문학에 정통하여 B.C 585~584년 당시의 일식을 예언하였다고 전해지며, 또한 정치 활동도 하였다. 그 당시 이오니아 지방은 그리스 식민지로서 상공업이 발달하였고, 그와 같은 환경은 이오니아 자연철학이라는 세계관을 발생시켰다.

탈레스는 세계를 구성하는 자연적 물질의 근원을 밝힌 최초의 사람으로, 그것을 '물'(水)이라 하였다. 이 물은 경험적으로 파악된 물질적 질료이며, 스스로의 변화에 의해 다양한 만물을 형성한다. 이 학설은 자연과 그 다양성을 자연 그 자체로부터 설명하고자 한 유물론의 입장으로 지적 탐구를 통해 전체로서의 세계를 하나의 실체로부터 통일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점에서 종교적 설명과는 다른 철학적 세계관의 발생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점에서 그는 유럽 철학의 시조가 되었다.)

아낙사고라스: 이 바위는 불기둥에 의해 생겨났어.

탈레스: 생명체는 물기에서 생겨났지.

아낙사고라스: 오, 탈레스, 자네는 하룻밤 사이에

저런 산을 진흙으로 만들어 낸 적이 있는가?

탈레스: 자연과 그 생생한 흐름은 결코

밤낮을 가리지도 않으며 시간에 의존하지도 않는다네.

모든 형상을 규정에 따라 만들어 내며,

커다란 일에도 완력을 행사하지 않아.(309P)

아낙사고라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완력이 아니고 뭐겠는가!

플루토의 성난 불길과 아이올로스 연무의 폭발력은

평평한 땅바닥의 껍질을 무시무시하게 깨부수고

순식간에 새로운 산을 솟아나게 하였네.

탈레스; 그래서 어찌 될 것 같은가?

어쨌든 산은 생겨났고, 그것으로 끝일세.

그런 싸움은 괜히 시간을 낭비하고,

사람들만 이리저리 질기게 끌고 다닐 뿐일세.

아낙사가스: 바위틈새에 사는 미르미돈족(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개미에서 생겨났다고 하는 종족)으로 어느 새 산이 온통 우글거리는구먼.

피그마이오아들, 개미들, 엄지손가락만 한 난쟁이들,

그런 작고 부지런한 존재들 말일세.

탈레스: 작은 사람들하고는 작은 일을 하기 마련이라,

작은 사람이라도 큰 사람들하고 어울려야 크게 된다네.(310P)


****메피스토펠레스: 누구나 두고 떠나온 것을 그리워하고,

정든 곳은 항상 낙원처럼 여겨지기 마련이지.

그런데 이봐, 저기 어슴푸레한 동굴 속에

삼중으로 쪼그리고 있는게 뭐지?

드리아스: 포르키아스들이에요. 무섭지 않으면 ,

용감하게 가까이 가서 말을 걸어봐요.

(포르키아스: 그리스 신화에서 노인으로 묘사되는 바다의 신 포르키스와 그의 누이 케토 사이에서 태어난 세 딸 그라이아이를 말한다. 모두 머리는 백발이고 얼굴은 쪼글쪼글한 늙은 여자의 모습으로 태어났으며, 셋이서 하나의 눈과 하나의 이빨을 돌려가며 사용했다고 한다.) (313P)

****** 포르키아스들: 쓸데없이 우릴 부추기지 말고 입 다물어요.

그게 무슨 소용있겠어요? 우리라고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알아요?

우리는 밤에 태어나 밤의 일족이 되어,

우리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거의 모르고

다른 이들에게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아요.

메피스토펠레스 : 한 번쯤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내맡길 수도 있어야지요.

여러분들 셋은 눈 하나, 이빨 하나로 충분하지요.

셋의 봊성을 들에 담고

세 번째 모습은 나한테 넘기는 것도

신화적으로 가능할 거요.

잠시 동안만 말이오. (315P)

***네레우스: 프로테우스를 찾아가게! 사람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할 수 있는지

그 마술사에게 물어보게나.

(바다를 향해 떠난다) (321P)

(프로테우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처음 등장한다. 모든 사물로 모습을 변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에서 돌아오는 항해 도중에 애를 먹고 이집트의 파로스섬에서 프로테우스로부터 장차의 예언을 듣기 위해 그를 체포한다. 프로테우스는 사자·뱀·표범·늑대·물·나무 등으로 변신하여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나 메넬라오스가 붙잡고 놓아 주지 않으므로 체념하고 귀국하는 길을 가르쳐 준다. 해신인 네레우스는 물론 여신(女神) 테티스도 변신술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모범은 이 프로테우스이다. 뒤에 나오는 전설에서는 프로테우스가 이집트 왕으로 불리는 수도 있다.)

(프로메테우스: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뜻한다. 주신(主神)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간에게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복수를 결심하고, 판도라라는 여성을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냈다. 이때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는 형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아내로 삼았는데, 이로 인해 ‘판도라의 상자’ 사건이 일어나고, 인류의 불행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제우스의 장래에 관한 비밀을 제우스에게 밝혀 주지 않았기 때문에 코카서스(캅카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 되면 간은 다시 회복되어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영웅 헤라클레스에 의해 독수리가 사살되고, 자기 자식 헤라클레스의 위업(偉業)을 기뻐한 제우스에 의해 고통에서 해방되었다고 한다. 한편, 그가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 원인에 관해서는, 제물(祭物)인 짐승고기의 맛있는 부분을, 계략을 써 제우스보다 인간 편이 더 많이 가지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또한 인간을 흙과 물로 만든 것이 프로메테우스라는 전설도 있다.)

***프로테우스 : 저들을 노래하게 하라. 마음껏 으스대게 하라!

태양의 성스러운 생명의 빛 앞에서,

생명없는 작품은 한낱 유희에 불과하노라.

저들은 끈기있게 만들고 녹이고

청동으로 주조하고서

대단한 것인 양 생각하노라.

그런 자랑거리들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신의 형상들이 드높이 서 있었지만

지진이 단숨에 파괴하지 않았는가.

오래 전에 다시 녹아 버리지 않았는가.

어떤 것이든 지상의 일은

항상 어설픈 땜질에 불과하니,

파도가 오히려 생명에 도움이 되리라.

너를 영원한 물로 데려가리라.

*****탈레스 : 처음부터 새롭게 창조하려는

저 칭송할 만한 욕구에 따르라!

어서 행동을 개시할 준비를 하라!

영원한 규범에 따라

천 가지, 수천 가지 형태를 지나

인간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노라.(327P)

***** 프로테우스: 정신적인 조재로서 드넓은 물을 향해 가자.

너는 거기에서 종횡무진으로 살아가며,

마음대로 움직이리라.

다만 더 높은 단계를 향해 나아가려 하지는 마라.

네가 일단 인간이 되었다 하면,

그것으로 완전히 끝장나리라.(328P)


*****탈레스 : 아름다움과 진실함에 참으로 가슴 벅차고,

기쁨이 꽃피어 나는구나.....

모든 것이 물에서 생겨났노라!

모든 것이 물에 의해 유지되노라!

드넓은 바다여, 우리를 영원히 다스려 다오.

네가 구름을 보내지 않고,

풍성한 냇물을 선사하지 않고,

강물을 이리저리 굽이치게 하지 않고,

물줄기를 완성하지 않으면,

산이 다 무엇이고,

평야의 세상이 다 무엇이랴?

바로 네가 활기찬 삶을 유지하게 하는구나. (331P)


제 3막

스파르타의 메넬라스 궁전 앞

헬레나, 사로잡힌 트로이 여인들의 합창단과 함께 등장한다.


****헬레나 : 칭송도 비난도 많이 받은 나 헬레나,

사납게 요동치는 풍랑에 지친 몸으로

방금 상륙한 해안에서 오는 길이노라.

프리기아(트로이의 평원)의 싸움터를 떠나

포세이돈의 은총과 에우로스(동풍의 신)에 힘입어서

사납게 솟구치는 파도를 넘어 조국의 해안에 이르렀구나.

저기 아래에서는 메넬라스 왕이 용감한 무사들과 더불어

무사히 귀환한 것을 자축하노라.

그러나 고대광실 궁전아, 너는 날 귀향하셔서

팔라스 언덕 가까이에 너를 지으셨도다.

내가 여동생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사이좋게 지내고

카스토르, 폴리데우케스랑 즐겁게 뛰어놀며 자랄 때,

너는 스파르타의 그 어떤 집보다도 웅장하게 꾸며져 있었지.

청동 문아, 반갑구나!

너희들이 일찍이 손님을 반기러 활짝 열렸을 때,

많은 이들 가운데 선택받은 메넬라스가

신랑의 모습으로 나를 향해 환히 빛났었지.

내가 이제 왕비로서 왕의 급한 분부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나를 위해 다시 활짝 열리어라.

나를 들여보내어라! 그리고 여기까지 날 괴롭히며 쫓아온

모든 것들은 문 박에 머물러라.

내가 아무런 근심 걱정없이 이 문지방을 넘어,

키테라(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다른 이름)신전에 성스런 의무를 수행하러 가다,

프리기아의 도둑에게 납치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가. 온 세상천지가

그 일들을 즐겁게 입에 올리지만 당사자는 듣고 싶지 않노라.(334~335P)

***** 합창단 : 오, 아름다운 여인이시여,

영예로운 최고의 보물을 돋보이는 아름다움의 명성,

그 최대의 행복은 오로지 당신만의 것이지요.

영웅이 이름을 앞세우며

도도하게 활보하지만,

제아무리 완강한 남자도

모든 걸 제압하는 아름다움 앞에서는 뜻을 굽힌답니다.(335P)

**** 헬레나: 그만해라! 나는 남편과 함께 배를 타고 와,

먼저 성안으로 들어가라는 분부를 받았노라.

하지만 남편이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구나.

내가 지어미로서 온 것일까? 왕비로서 온 것일까?

왕의 뼈아픈 고통과 오랫동안 참고 견딘

그리스인들의 불운에 대한 제물로서 온 것일까?

나는 전쟁의 노획물로 붙잡혔지만, 포로인지는 모르겠구나.

내 명성과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맹세코 불멸의 신들이기 때문이니라.

이 문지방에서까지도 음울하게 위협적으로

내 곁을 지키는 그 아름다움의 동반자들이

미심쩍고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스산한 배 안에서 남편은 나에게 거의 시선을 주지 않았고,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마치 불길한 일을 꾀하듯 마주 앉아 있었을 뿐이노라. (335P)

****헬레나 : 왕께서는 또 지엄하게 분부하셨느니라.

모든 것을 차례대로 검열한 후에는,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삼발이 몇 개와

제사를 드리는 사람의 손길이 요구하는 제기들을

거룩한 격식에 맞추어 꺼내 놓으시오.

솥, 주발, 납작한 접시,

신성한 우물의 정화수도 항아리에 떠다 놓고,

불이 잘 붙는 마른 땔감도 준비하고,

끝으로 예리하게 갈아놓은 칼도

잊지 마시오.

나머지 일들은 당신에게 맡길테니 알아서 하시오.>


인간들이 뭐라 생각하든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뜻대로 오나성하는

숭고한 신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리라.

우리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존재들은

그저 감내하는 수밖에 없는 것을

제물을 바치는 자의 손이

땅에 엎드린 짐승의 목을 향해 무거운 도끼를 들어 올렷지만,

가까운 친척이나 신이 끼어들어 방해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 적이 벌써 여러 번 있었노라.(337~338P)

***** 헬레나 : 천박한 두려움이나 슬며시 덮치는 공포의 손길 따위에

제우스의 딸이 꿈쩍할 쏘냐

그런데 태초의 암흑의 품에서 생겨나,

마치 화산 분화구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구름처럼

갖가지 모습으로 덮치는 놀라움 앞에서는

영웅의 가슴도 깊이 동요하리라.

오늘 저승의 신들이 내 걸음을

너무 소름 끼치게 집 안으로 인도하는 바람에,

그토록 자주 드나들었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문지방에서

마치 내쫓기는 손님처럼 물러났노라.

하지만 천만의 말씀! 내 비록 밝은 곳으로 피했을지언정,

어떤 힘이라도 더 이상은 날 몰아내지 못하리라.

축원을 드려야겟구나, 몸과 마음을 정화하면

아궁이의 불꽃이 날 주인으로 반기지 않겠느냐.(340P)

****헬레나 : 왕궁의 장엄한 내실에 엄숙하게 발을 딛었는데,

놀랍게도 회랑이 얼마나 삭막하고 조용하엿는지 아느냐.

부지런히 오가는 시녀들의 수리가 귀청을 울리지도 않았고,

바쁘게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뜨이지도 않았느니라. (340P0


***포르키아스 ; 왕비님께서는 그것들을 모조리 두시고, 탑에 둘러싸인 일리오스성과

끊일줄 모르는 사랑의 환희를 찾아 떠나셨지요.

헬레나 : 환희라니, 그 무슨 말이냐! 그 얼마나 혹독한 고통이 내 마음과 머리를 한없이 짓눌렀는지 아느냐.(348P)

***포르키아스 ; 아름다움은 원래 나눌 수 없는 것이지요.

아름다움을 완전히 소유한 사람은

저주스럽게도 누군가와 나누기보다는 차라리 파괴해 버리지요.

자신이 한때 소유했던 것을 잃어버린 남자의 가슴속에서

질투심이 날카롭게 할퀴지요.

잃어버린 것을 결코 잊지 못하는 남자의 가슴속에서.(356P)


성의 안뜰

헤렐나 : 아, 괴롭구나. 어지 이리 가혹한 운명이

나를 따라다닌단 말인가.

가는 곳곳마다 남자들의 마음을 현혹시켜서,

자신을 잊고 품위를 잊게 만들다니,

반신, 영웅, 신, 심지어는 악령까지도

약탈하고 유인하고 싸우고 이리저리 몰아대며,

나를 미친 듯이 끌고 다니니,

세상을 한 번 어지럽히고 두 배로 어지럽히고,

세 배 네 배 재앙에 재앙을 몰고 오다니.(363~364)


파우스트 : 정신은 앞을 바라보지도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아요. 오로지 현재만이-

헬레나 : 우리의 행복이지요.

파우스트 : 현재만이 보물이고 최고의 수익이며 재산이고 담보이지요.

누가 그걸 증명할까요? (368P)


파우스트 : 산등성이에 내리꽂히는 태양의 차가운 화살을

뾰족한 산봉우리가 잘도 참아내는구나.

이제 바위에 푸릇푸릇한 풀 내비치니

염소가 그 보잘것없는 풀을 욕심내는구나.


달콤한 즙을 머금은 단풍나무

온화하고 순결하게 높이 솟아 잎들을 나부끼누나.


적막한 그늘 속에서 따뜻한 젖이

아이들과 양들을 위해 자애롭게 샘솟는구나.

멀지 않은 평원에서 과실이 무르익고,

나무 구멍 속에선 꿀이 흐르누나.(374~375)


합창단 : 혼자가 아니에요!-그대가 어디 머물든,

우리가 그대를 알아볼 거예요.

아아! 그대가 비록 밝은 광명을 두고 떠났다 해도

우리 마음은 그대 곁을 떠나지 않아요.

우리 비록 슬픔에 젖었지만,

그대의 운명을 부러워하며 노래하는 걸요.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그대의 노래와 용기는 아름답고 위대했어요.(389P)


합창단 4 : 정자마다 웅성거리고 포도나무 주변마다 술렁거리느 구나.

포도즙 짜는 사람 힘차게 춤을 추는 커다란 통으로 모든 것이 쏟아지는구나.

단물 듬뿍 머금은 탐스럽고 순결하고 신성한 포도송이 과감하게 짓밟히고,

막 으깨어져 부글보글 거품 내고 이리저리 튀기며 한데 섞이누나.

이제 디오니소스가 신비의 장막을 걷어 제치고,

염소 발굽 달린 남녀 거느리고서 흔들흔들 모습을 드러내니. (394P)


제 4막

고산지대 

***** 파우스트 : 발아래 깊은 외로움을 내려다보며,

이 바위산 끝자락에 신중히 발을 내딛노라.


햇빛 찬란한 침상에 아름다이 드러누워 있구나.

이제보이는 구나! 유노, 레다, 헬레나를 닮은 모습이

장엄하고 사랑스럽게 눈앞에 어른거리누나.(396P)

***** 파우스트 ; 내 가슴에 빠르게 다가왔지만 거의 이해하지 못했던 첫 눈길.

가슴 설레는 아우로라의 사랑을 나타내는 구나.

그 눈길 꼭 붙잡았더라면 그 어떤 보물보다도 눈부시게 빛났을 것을.

저 어여쁜 자태가 아름다운 영혼처럼 높이 올라,

그 모습 그대로 창공을 향해 나아가며,

내 마음속의 가장 귀중한 것을 멀리 가져가누나. (396~397)

파우스트 : 나는 그것이 무슨 이유로 어덯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네.

자연은 스스로의 힘에 의지하여

지구를 깔끔하게 완성하엿네.

산봉우리와 게곡을 반가이 맞이하고,

바위와 산을 줄줄이 엮어 놓고,

언덕을 완만하게 일구어

골짜기까지 부드러운 선으로 이었다네.

푸르른 초목이 싹터 울창하게 자라니,

그걸 즐기는데 무슨 엄청난 소란이 필요하겠는가.(398P)


***파우스트 : 스스로 무익한 존재로서 무익함을 선사하러,

파도가 사방 천지에서 슬그머니 다가온다네.

점점 부풀어 올라 한껏 커져서는, 사납게 넘실거리며,

고집스럽고 황량한 해변을 휩쓰네.

파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와 스스로의 힘에 도취해

위력을 떨치다가 물러나지만,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네.

참으로 걱정스럽고 절망스러운 일일세!

원소들이 아무런 목적없이 제멋대로 날뛰다니!

내 정신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높이 도약하고 싶어하네.

나는 여기에서 싸우고 여기에서 승리하고 싶다네. (402P)

***자린고비 :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져 버리고,

삶의 흐름에 휩쓸려 가기 일쑤라니까.

거머쥐는 것도 좋지만, 잘 간수하는 편이 훨씬 더 나아.(407P)


앞산에서

파우스트 : 비둘기들은 평화의 전령이지만,

까마귀들은 전쟁의 명령을 따르옵니다.(419P)


대립 황제의 군막

대주교: 또한 십일조, 소작료, 현물세 등 모든 조세권도

지금 지으려는 교회에 영구히 헌납하시옵소서.

교회를 품위있게 유지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고,

정성껏 관리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것이옵니다.

그런 황량한 장소에 조속히 교회를 지을 수 있도록,

폐하께서 전리품으로 얻은 보물 가운데 약간의 황금을 내어주시옵소서.

교회는 수고하는 자의 축복을 내릴 것입니다. (432P)


제 5막


파우스트 : 저 빌어먹을 종소리!

음흉한 화살처럼 더없이 비열하게 파고드는 구나.

눈앞에서는 내 영토가 끝없이 펼쳐지는데,

등 뒤에서는 불괘감이 날 조롱하다니,

보리수나무 언덕과 가뭇가뭇한 오두막,

허물어져 가는 예배당이 내 소우가 아니고

내 고매한 영지가 순결하지 않음을

시샘 어린 소리로 상기시키는구나.

내 저기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거늘,

낯선 그림자들 탓에 오싹 소름이 돋는구나. (438P)


***메피스토텔레스 : (파우스트에게0

어찌 이마를 찌푸리고 음울한 눈빛으로

이런 굉장한 행운을 받아들인단 말이오.

드높은 지헤가 결실을 맺고

해변과 바다가 화해하였소.

바다가 해변의 배를 혼연히 맞이하여

빠른 뱃길을 열어주고 있소.

그러니 여기, 여기 궁성에서

선생의 팔이 온 세상을 부둥켜 앉은 셈이오.(440P)

**** 파우스트 : 저 몇그루의 나무가 내 것이 아니라니

세상을 소유한들 무슨 흥이 나겠는가.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도록

저 나뭇가지들로 뼈대를 세우려네.

내가 이룩한 것이

환히 보여야 하네.

지헤로운 마음으로

백성들의 넓은 거주지를 일군

인간 정신의 위대한 업적을

한눈에 둘러보고 싶단 말일세.(441P)

***파우스트 : 반항과 고집이

웅장한 성공을 방해하며

마음을 심히 괴롭히는 바람에,

공정한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렵네.(442P0


한밤중

잿빛의 네 여인이 나타난다

첫째여인: 나는 결핍이니라.

둘째여인 : 나는 죄과이니라

셋째여인 : 나는 근심이니라.

넷째여인 : 나는 고난이니라.(446P)

***파우스트 : 으스스하게 가라앚은 듯한 공허한 말투였는데.

나는 아직 자유로움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어.

내 인생에서 마법을 제거하고

내 머릿속에서 주문을 완전히 지울 수만 있다면

자연아, 내 오로지 한 남자로서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인간이려고 노력할 가치가 있으련만.


어둠 속을 헤매며 나자신과 세상을 무도한 말로 저주하기 전까진

나도 자유로운 인간이었지.

이제 허깨비들이 공중에 가득 차 있는데,

그것들을 피할 방도를 아는 사람이없구나.

어쩌다 하루 이성적으로 밝게 웃음 짓다가도,

밤이면 꿈의 산물들에 휘말려 들기 일쑤로다. (447P)

***** 근심 : 내 손아귀에 한 번 걸려든 사람에게는

온 세상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지요.

영원한 어둠이 내려앉아,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아요.

겉으로는 모든 감각이 완벽하게 움직이지만

마음속에서는 암흑이 완벽하게 둥지를 틀지요.

온갖 보물을 주어도

소유하지 들지 않고,

행운과 불운이 덧없는 환상인 양

풍요속에서 굶주리지요.

환희도 괴로움도

내일로 미루고

오로지 미래만을 바라볼 뿐,

결코 뭔가를 이루는 법이 없지요. (449P)

**** 메피스토텔레스: 예전에는 숨이 꼴까닥 넘어가는 동시에 영혼이 빠져나가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날쌘 쥐처럼

덥석! 발톱으로 단단히 움켜쥐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영혼이 미적거리며 그 컴컴한 곳,

고약한 시선의 혐오스러운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니까.

서로 증오하는 자연의 원소들이

결국 그것을 굴욕적으로 몰아내야 할 정도라고. (455P)

*****천사들: (파우스트이 불멸의 영혼을 데리고 두둥실 더 높이 올라간다)

정신세계의 고매한 일원이

악으로부터 구원받았노라.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는 자는

우리가 구원할 수 있노라.

그가 천상의

사랑받았으니,

복된 무리가

진심으로 환영하리.(467P)

젊은 천사들: 사랑에 넘쳐 거룩하게 참회한

여인들의 손에서 얻은 장미꽃들이

우리의 승리를 도왔노라.

드높은 일을 완성하고,

이 보배로운 영혼을 빼앗아 오도록 도와주었노라.

우리가 장미꽃을 뿌리자 악한들이 물러낫고,

장미꽃으로 때리자 사탄들이 도망쳤노라.

r 악령들이 친숙한 지옥의 형벌 대신

사랑의 고토을 느꼈더라.

사탄의 늙은 우두머리조차

매서운 고뇌에 사로잡혔더라.

환호하라! 성공을 거두었으니.(467P)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파우스트>가 왜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괴테는 왜 이 작품에 그토록 집착하여 24살에 집필을 시작하여, 82살에 2부를 완성했을까?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기로 했다.

2부에서 철학자인 탈레스와 아낙시고라스를 등장시킨 것,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나를 등장시킨 것은 신선했다. 요즈음은 이런 책들이 많지만,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이었을 것이다. 괴테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희곡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특성 때문에  이런 시도가 가능한 것일까?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여행지마다 철학자, 미술가, 음악가들을 등장시켜 그 사람들에게 안내자의 역할을 맡겼다. 또한 자신의 말동무가 되는 그런 역할까지도 맡겼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낯설게 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진부한 글쓰기는 독자들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파우스트가 <엄격한 교회의 권위를 비난하고 독자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시대>에 살았다고 말한다.

  ‘파우스트 전설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일깨우고 많은 작가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바로 모든 권위와 인습을 부정하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서 무한히 노력하는 초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있다. 괴테는 이처럼 주어진 한계에 만족하지 않고 영원한 진리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모습을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시적으로 형상화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괴테의 이러한 정신이 <파우스트>에 잘 녹아있기에 찬양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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