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길수
  • 조회 수 330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2년 6월 18일 11시 33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독일 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작가.

 

그는 오래 살았다. 83. 동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는 살았다.

무엇으로 보나 거장이라는 표현이 걸 맞는다. 80년이라는 긴 생애 동안 활동하며 20대 중반의 나이에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일약 스타가 되어 유명작가가 된 후 다양하고도 폭넒은 작품을 내 놓았고 당대 최고의 영웅이며 천재로 칭송되던 나폴레옹이 괴테를 자신에 버금가는 인물로 인정한 것으로 봐도 그는 거인임에 분명하다.

 

괴테는 루터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1755년 리스본 지진과 7년전쟁을 계기로 신앙에 회의를 가져음. 1782년 괴테는 “난 반 기독교인이나 말뿐인 기독교인이 아니라 비 기독교인이다”라고 말함.

 

1749828 프랑크푸르트 알 마인에서 태어남. 아버지(요한 카스파르 괴테)어머니(카타리나 엘리자베트). 아버지는 명목상 황실 고문관으로 법학을 공부한 부유한 인사였고, 어머니는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로 활발하고 명랑한 성격.

 

8세에 조부모에게 신년시를 써서 보낸다. 이것이 보존되어 있는 괴테의 시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16세에 라이프치히로 가서 대학에 입학. 문학과 미술 공부를 하며 그리스 연구가 빙켈만의 글을 읽고 계몽주의 극작가 레싱의 연극을 관람.

 

18세 첫 희곡 [연인의 변덕] 썼음.

21세 슈트랏부르트대학에 입학하여 법학공부계속.  22세에 프랑크루르트에서 변호사개업.

23세 베츨라의 고등법원에서 견습생활을 하던 곳에서 만난 샤로테 부프와의 사랑을 다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간.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름.

24세 파우스트의 집필을 처음 시작.

27세 바이마르(당시 인구6000명 정도의 도시)에 머물며 정사에 관여함.

33세 황제 요세프 2세로부터 귀족의 칭호를 받음

39세 평민출신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동거시작

43세 프랑스 혁명군에 대항하는 프러시아 군에 소속되어 베르텡 공방전에 종군

57세 크리스티아네와 정식결혼

59세 파우스트 1부 출간.

67세 아내 크리스티아네가 사망. 이탈리아 기행 1부 완결하고 2부 집필에 착수

68세 영국 시인 바이런의 시를 탐독

74세 괴테 숭배자 에커만이 찾아와 조수가 되었음. 그는 [만년의 괴테와의 대화]의 필자

80세 파우스트 1부가 다섯 개 도시에서 공연. 이탈리아기행 전편이 완결

82세 파우스트 2부 완성

83세 운명 

 

업적

 

궁정극장의 감독으로 경영 연출 배우 교육 등 전반에 걸쳐 활약. 연극을 세계적 수준에 올려놓았고 자연과학의 분야에까지 미치는 방대한  업적을 남겼으며 연극에 셰익스피어 프랑스 고전작가, 그리스 고전극의 도입 등을 시도. 그의 80년 생애동안 시와 소설 희곡과 산문. 서한을 남겼다. 문학 신학 철학 과학등 여러분야에 손을 댔고,  유능한 관료이며 탁월한 인격자로 존경 받음. 세계문학사에 독보적인 인물인 까닭은 오랜 활동기간과 다재다능함 때문이다 

그의 생애 동안은 산업혁명 파랑스혁명 나폴레옹의 대두 같은 세계사의 커다란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던 시기이다. 역사적 격동기 속에서 그의 문학은 깊이와 넓이 모두를 성취했다.

 

참조 : 파우스트1.2 민음사 정서옹 옮김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Popup.nhn?contents_id=4337&is_print=Y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Popup.nhn?contents_id=2500&is_print=Y

http://ko.wikipedia.org/wiki/%EC%9A%94%ED%95%9C_%EB%B3%BC%ED%94%84%EA%B0%95_%ED%8F%B0_%EA%B4%B4%ED%85%8C

http://100.naver.com/100.nhn?docid=748399

http://terms.naver.com/print.nhn?docId=950269

http://www.book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64

http://drspark.dreamwiz.com/cgi-bin/zero/view.php?id=sp_freewriting&no=950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305018009

 

나의 의견

 

책을 펴고 처음에는 글이 나를 붙들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구구절절 마음을 무찔러 들고 있어서였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는데…두 권 모두가 이렇게 나를 붙들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읽다 보니 역시 고전의 위엄을 보여준다. 연결고리가 끊기고 여기에 왜 이런 에피소드가 들어오는지 그리스신화에서 보던 신들이 왜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지 거장의 시선을 놓쳐버리기가 일쑤다. 그러면 그렇지 60년을 기획하고 썼다지 않은가. 쉽게 읽힐 리가 없다. 당연하지 싶다. 더 이상 세상에 흥미도 권력도 재력도 없는 파우스트 박사가 선택한 일은 흥미진진하다. 충분히 그럴법하다. 예나 지금이나 먹물께나 들어간 인간들은 생각이 많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지구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고민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산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족속들도 많다. 그 무료함과 의미 없음과 함께 자신의 영혼을 담보로 잡히고 그가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 이었을까? 파우스트는 그것을 찾았나? 악마는 계약을 잘못한 건 아닌가? 원하던 영혼을 천사에게 빼앗겨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 악마가 잘못된 거래를 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평생 따라 다니며 종 노릇를 하고 마지막에 노획물을 가로챔을 당하는 멍청이가 되어버렸으니.작가 연보를 보다 보니 흥미로운 구석이 보인다. 아버지 괴테는 39세 어머니 카타리나는 18세에 괴테가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이차이가 21세이다. 현실적이지 않다. 더 조사를 못해봤다. 그래서 천재아이가 태어난걸까?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하고 일단 인간과 관련되는 모든 것은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하다. 70이 넘은 나이에 발표한 연시도 또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1823(74)에 발표한 <마리엔바트의 애가> ‘어느 날 미치도록 보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주머니에 있던 성냥을 꺼내 불을 붙이며 간곡하게 말했다. 제발 이 성냥개비 하나가 타는 동안만이라도 그녀를 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것이 연정인가 싶다. 거장의 사랑이야기이니 그렇지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 하면 인터넷을 달굴 일이다. 하여튼 괴테의 한평생은 흥미진진하다. 전 생애를 관통하는 그의 사랑도 흥미롭다. 그런 열정이 평생 수많은 작품을 창작하는 에너지가 되었지 싶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파우스트1

 

10 시인

, 제발 그 어중이떠중이에 대한 얘길랑 그만두십시오. 그들을 보기만 해도 얼이 빠질 지경입니다. 꼼짝없이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이는 저 광란의 무리들이 보이지 않게 가려 주십시오. 아니, 차라리 절 고요한 천상의 한 구석에라도 데려다 주세요. 거기서만 시인에겐 순수한 기쁨이 피어나고, 거기서만 사랑과 우정이 신성한 손길로 우리 마음에 축복을 가꾸어 심어줄 것입니다. ,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나온 것,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면서 우리 입술이 수줍은 듯 웅얼 웅얼 노래한 것. 난폭한 순간의 힘은 이것들을 삼켜버리기도 하지만, 종종 여러 해의 각고 면려 후에야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건 순간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참된 건 후세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는 법이랍니다.

 

11 어릿광대

 

난 그 후세란 얘기 좀 듣지 않았으면 해요.

내가 훗날의 얘기나 한다고 생각해 봐요. 도대체 누가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단 말인가요?

사람들은 그걸 원하고, 또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요. 쓸 만한 젊은이가 하나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유쾌한 기분을 불러낼 줄 아는 자는 군중의 기분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지요.

바라는 건 떼지어 몰려드는 관객뿐이에요. 그래야 더욱 신명나게 흥을 돋울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당신도 멋들어진 걸작을 하나 내보이세요. 환상에다 온갖 풍류를 다 곁들여봐요. 이성 오성 감성 정열 뭐든지 다 좋지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익살을 빠뜨려선 안 된다는 사실을!

어릿광대에게 관객은 힘 그 자체일 게다. 명 강사는 좋은 수강생이 만든다는 진리가 생각납니다.

익살맞은 사람. 좋은 사람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듯합니다. 부러운 캐릭터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12 단장

작품 하날 공연하더라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내놓게나. 그 정도 잡탕밥쯤 능히 만들어 낼 수 있겠지? 공연하기 쉬운 건 생각을 짜내기도 쉬울 거야. 설사 완벽한 작품을 내어 논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관객은 그걸 조각조각 뜯어가고 말 것인즉.

보고픈 것만 보고 듣고픈 것 만 듣는 사람의 속성을 이야기한 것이리라.

 

14

나가서 다른 종놈을 하나 구해 보시오. 명색이 시인이라면, 자연이 베풀어준 지고한 권리, 즉 인간의 권리를 당신의 장사를 위해 지각없이 희롱할 수가 있겠소? 시인은 무엇으로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걸까요? 무엇으로 모든 원소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가슴 속에서 솟아나와 온 세계를 다시 가슴 속으로 이끌어들이는 조화의 힘이 아닐까요?

저 자연이 끝없이 긴 실오라기를 무심히 물레에 감아 돌릴 때, 모든 존재의 조화롭지 못한 무리들이 중구난방 역겨운 소리를 낼 때, 누가 이 단조롭게 흘러가는 대열에 생명을 불어넣어, 운율을 띠고 약동하게 만들겠어요?

누가 개개의 것을 골고루 성스럽게 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게 하겠어요?

누가 폭풍우를 미친 듯한 열정으로 만들 것이며, 저녁 노을이 의미 깊게 타오르도록 하겠어요?

누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는 길에 아름다운 봄 꽃을 뿌려줄 것이며, 누가 이름 모를 잎새들을 엮어 온갖 공적을 기리는 영예의 관을 만들겠어요? 누가 올림포스 산을 보전하고, 누가 제신들을 화합케 하겠어요?

그것은, 시인 속에 현현되는 인간의 힘일 뿐이지요.

 

15 어릿광대

그렇다면 그 훌륭한 힘을 사용해, 시 장사를 한번 해보시지요.

마치 사람들이 사랑의 모험에 몰두하듯 말이에요. 우연히 가까워져 의기투합해 머물다가

점점 깊어져 인연의 굴레 속에 얽혀드는 거지요하지만, 행복해지는가 싶더니 싸움질이요, 깨가 쏟아지는가 싶더니 고통의 연속이라,

사랑하다 사랑하지 않는다 아우성칠때도, 결혼못해 안달하다 결혼해서 못살겠다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보인다. 어쩜 그렇게 쉽게 잊어버릴까 싶다. 참 양심도 없지…낯부끄러워서 말이 안 나오는 모습이다.

 

16 시인

그렇다면 내게도, 나 자신 아직 미완성이던 그 시절을 되돌려주오. 노래의 샘물이 끊임없이 용솟음쳐 오르던 그 시절, 안개가 온 세상을 가리고 꽃 봉우리가 아직도 기적을 약속해 주던 시절, 골짜기마다 가득 메웠던 온갖 꽃들을 꺾었던 그 시절 말이오.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은 흡족했으니, 진리에의 충동과 환상에의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었소.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던 충동, 그 깊고도 괴로움에 찬 행복, 미움의 힘, 사랑의 위력, 나의 젊은 날을 되돌려주오!

 

17 어릿광대

흔히 말하듯 늙으면 어린이가 되는 게 아니라 아직도 진정 어린이처럼 지낸다는 것뿐입니다.

 

단장

 

기분만 가지고 왈가왈부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망설이는 자에게는 기분도 일어나지 않을 걸세.

오늘 이루지 못하는 일이 내일엔들 성사되겠나, 단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말고 가능성이 엿보이면 과감하게 기회를 포착하도록 하자고 그러면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일을 밀고 나갈 테니까 말이야. .

오늘은 배경이건 소도구건 마음대로 사용해 보자고 크고 작은 천상의 조명들을 모조리 동원하고 별들도 얼마든지 사용하게나, , , 암벽은 물론 동물과 새들도 빠져선 안 되네. 비록 비좁은 가설무대 안일망정 창조의 온 영역을 재현해 놓고 알맞은 속도로 두루 거닐어 보자고 천국에서 현세를 거쳐 지옥에 이르기까지

 

22메피스토펠레스

내가 점잖은 척해 봐야 웃음거리밖에 더 되겠습니까? 당신이 웃음을 잊지 않았다면 말예요.

태양이니, 세계니 하는 것에 대해선 말할 게 없소이다. 내 눈에 보이는 건 그저 인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뿐이에요.

지상에서 작은 신을 자처하는 놈들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천지개벽하던 그날 모양 이상하기만 합디다. 차라리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던들 그들은 좀더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그들은 그것을 理性이성이라고 부르면서 어떤 동물보다 더 동물적으로 사는 데 써먹고 있지요. 아뢰옵기 황송하지만, 인간들이란 다리 긴 메뚜기 모양 나는 듯하다 가는 팔딱팔딱 뛰면서 늘 풀숲에 처박혀 케케묵은 옛 노래나 불러대는 족속이죠. 아니, 풀 속에나 박혀 있으면 오죽 좋으련만 거름더미를 보기만 하면 그들의 코를 쑤셔박으니 원!

 

주님

내게 할 말이 그것뿐이란 말이냐? 너는 항상 불평만 늘어놓으러 오느냐? 지상의 일이 네겐 영원히 못마땅하다는 게냐?

불평불만은 누구의 전유물인가 했더니….악마의 전유물. 악마라는 표현은 좀 쌨나? 모든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악마의 아주 작은 부분을 닮은 건 맞는 것 같음. Why? 주위에 좋은 에너지를 주지 못하니까.

 

메피스토펠레스

물론이지요. 늘 그렇지만, 내 보기엔 아주 지독한 곳입니다. 인간들의 비참한 꼬라지가 하도 딱해서 나 같은 악마도 그 가련한 놈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니까요.

 

24주님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잘 알고 있더군요,

 

메피스토텔레스

우리 아주머니 뻘 되는 저 유명한 뱀처럼 말입니다. 네가 이긴 다음에라도 얼마든지 찾아오너라. 나는 너희 같은 무리들을 미워한 적이 없느니 부정否定을 일삼는 정령들 중에서도 너희 같은 익살꾼들은 조금도 짐스럽지 않구나. 인간의 원동력은 너무 쉽사리 느슨해져, 무조건 쉬기를 좋아하니, 나 그에게 적당한 친구를 붙여주고자 함이라. 그를 자극하고 일깨우도록 악마의 역할을 다하거라. 그러나, 너희들 진정한 신의 아들들아, 생생하고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향유하도록 하여라! 영원히 살아서 작용하는 생성의 힘이 사랑의 울타리로 너희를 둘러싸리니, 아물대는 자태로 흐느적거리던 것을 영원히 지속되는 생각들로 굳건히 하라.

하늘이 닫히고, 대천사들 흩어진다.

 

비극 제1

 

높은 아치형 천장의, 비좁은 고딕식 방, 파우스트, 불안하게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다.

 

29-34 파우스트

!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사니 박사니 허울 좋은 이름만 들으며 그럭저럭 십 년이란 세월을 위로 아래로 이리저리 내 학생들의 코를 끌고 다녔을 뿐_우리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보니 내 가슴은 거의 타버릴 것만 같다. 하기야 박사니 석사니 문필가니 목사니 하는 온갖 멍청이들보다는 현명한 편이지. 나는 회의나 의혹 따위로 괴로워하지 않고, 지옥이나 악마 따위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_그 대신 모든 즐거움은 사라져버리고, 무언가 올바른 것을 알았다는 자부심도 없으며, 인간을 선도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그럴싸한 걸 가르칠 자신도 없구나. 그렇다고 재산과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의 명예나 영화도 누리지 못하니 개라도 더 이상 이 꼴로 살기는 원치 않으리라!

하여 나는 마법에 몰두하였다. 정렬의 힘과 말<>을 빌어 많은 비법을 알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다. 그리 되면 더 이상 비지땀 흘려가며 나도 모르는 걸 지껄일 필요가 없을 것이요, 이 세계를 가장 내밀한 곳에서 통괄하는 힘을 알게 되고,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통찰함으로써 더 이상 <>의 소매상을 벌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오, 너 온 누리에 가득 찬 달빛이여, 내 고통을 내려다보는 것도 마지막이었으면 싶구나. 얼마나 많은 밤 잠 못 이루며 이 책상 앞에서 널 지켜보았던가. 그때마다, 애수에 찬 벗이여, 넌 내 책들과 종이 너머로 나를 비춰주었지! 아아! 사랑스런 네 빛을 받으며 높은 산 위를 거닐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 산 속 동굴 앞에선 정령들과 노닐고, 어슴푸레한 네 빛을 안고 초원 위를 배회하며, 온갖 지식의 안개에서 벗어나, 네 이슬을 맞으며 상쾌한 목욕을 할 수 있다면!

 

슬프다! 아직도 난 이 감옥에 처박혀 있단 말인가?

이 저주받을 답답한 벽 속의 골방, 이곳엔 저 다정한 하늘의 빛까지도 채색된 창유리를 통해 침울하게 비쳐드는구나! 좀이 슬고 먼지가 뒤덮인 채 높은 원형 천장까지 맞닿아 있다. 책 사이사이 빛 바랜 종이들이 꽂혀 있고, 사방엔 유리기구와 상자들이 널려 있다. 방 안 가득 들어찬 실험기구들, 그 사이에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가재도구들_이것이 너의 세계이다! 이것도 세계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아직 묻고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너의 가슴이 이다지도 불안하게 두근거리는가를? 어찌하여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너의 모든 삶의 충동을 억제하는가를?

신은 인간을 생동하는 자연 속에 창조해 넣어주었는데, 연기와 곰팡이 내음 속에서 널 에워싸고 있는 것은 동물의 해골과 죽은 자의 뼈다귀뿐이더냐

 

38 파우스트

모습을 드러내다오! 아하!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구나! 새로운 감정을 맛보기 위해 내 모든 오관이 안달을 부리는 군!

내 마음 온통 그대에게 바친  느낌이다! 어서! 어서 나타나라! 내 목숨을 바쳐도 좋다!

 

41 지령

나 생명의 흐름에서, 행위의 폭풍에서 오르락 내리락 골고루 관장하고 이리저리 누비며 짜낸다!

탄생과 무덤 영원한 바다 변화무쌍한 組織조직 불타는 생명 , 시간이라는 소란한 베틀에 앉아 신의 생동하는 옷을 짜낸다.

 

43 파우스트

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理性이성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 굳이 말투를 꾸며낼 필요가 어디 있겠나? 그렇지, 자네들의 연설이 번지르르해도, 내용인즉 삶의 휴짓조각을 구겨넣은 듯, 가을날 마른 가랑잎 사이로 스쳐가는 안개바람처럼 칙칙한 것일 테지.

 

바그너

, 맙소사! 예술은 길고 우리의 인생은 짧습니다.

힙포크라테스의 말?

 

47-48 파우스트

환상이 보통 때는 대담하게 나래를 펴고 희망에 가득 차 영원한 경지까지 날아가다가도, 기대했던 행복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나씩하나씩 좌초하게 되면, 이젠 조그만 공간에도 만족하게 된다. 곧 마음속 깊이 걱정이 둥지를 틀게 되고, 거기 남모르는 고통이 생겨나 불안스레 흔들대며 기쁨과 안식을 방해한다. 걱정은 항상 새로운 탈을 쓰고 나타나는 즉 집과 농장, 아내와 자식, 또는 불, , 비수 그리고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별것도 아닌 일 때문에 두려워 떨고,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놓고 줄창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신들을 닮지 않았다!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흙더미를 파헤치는 벌레와 닮았다. 흙먼지를 먹으며 살아가다가 나그네의 발길에 밟혀 파묻혀 버릴지도 모른다.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는 사람. 그 사람이 내가 아니기를 바란다.

 

이 높은 벽을 칸칸이 막으며 내 주위를 비좁게 만드는 이것들도 쓰레기가 아닐까? 좀벌레의 세계에서 온갖 쓰잘 데 없는 것으로 나를 압박하는 저 고물단지도 쓰레기가 아닐까? 여기에서 내게 없는 걸 찾아야 한단 말인가? 어디서나 인간들은 고통을 겪는다는 것, 어쩌다 하나쯤 재수 좋은 놈이 존재했다는 것,

49

그걸 알려고 수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_텅 빈 해골바가지야, 왜 너는 나를 향해 히죽거리느냐? 너의 두뇌도 한때는 나처럼 헷갈리면서 안락한 날을 희구하고, 답답한 어스름 속에서 열렬히 진리를 찾아 처량히도 헤매었겠지? 바퀴와 톱니, 원통 또는 손잡이 달린 기구들아, 너희들도 물론 날 조롱하고 있으렸다. 내가 문 앞에 섰을 때 너희들은 열쇠가 되어야 했다. 너희들의 걸림쇠는 요철을 이루고 있었으나, 빗장을 열지는 못했다. 밝은 대낮에도 자연은 비밀에 가득 찬 베일을 벗지 않나니, 우리의 정신에서 내보이려 않는 것을 지렛대나 나사 따위로 얻어낼 수 있겠느냐. 내겐 아무 소용도 없는 도구들아, 너희들은 내 선친께서 사용하셨기에 여기 남아 있을 뿐이로다. 너 낡은 양피지 두루마리야, 이 책상 위에 흐림 램프가 켜 있는 한, 연기에 그을리게 되겠지. 이 얼마 안 되는 고물단지들을 지고 땀을 흘리느니 진작 탕진해 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조상에게서 상속받은 것은 그저 소유하기 위해 획득했을 뿐, 사용치 않는 재산은 무서운 짐이 될 따름이니 순간에 만들어내는 것만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50

그런데 왜 나의 시선은 저쪽으로만 향하는 것일까? 저 작은 약병이 눈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라도 된단 말인가?

왜 나의 주위가 갑자기 밝아오는 것일까? 마치 어두운 숲에 달빛이 환히 빛나는 것처럼?

 

56 세번째 직공

난 남들이 가는 데로 따라 가겠네….이런 삶의 태도는 어떨까. 꼭 남들이 가는 데로 안 갈려고 하는 것은 아닌데 가고 보면 다른 길로 가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56 다른 하녀

오늘은 그이가 틀림없이 혼자 오지 않을 거야. 그 고수머리 총각도 함께 온다고 했어

 

학생

아따, 저 말괄량이들 걸어가는 것 좀 보게! 여보게, 이리 오게나! 우리 저것들 뒤를 따라가자고 . 톡 쏘는 맥주에다 독한 담배, 그리고 근사하게 차린 여자 이게 요즘 내 취미일세.

인생에 한번쯤은 이런 취미를 누리는 것도 좋은 태도인데, 한번도 못해봤네.

 

59 군인들

나팔 소리 우렁차게 우리는 나아간다, 기쁨을 향해서건 파멸을 향해서건 이것이 돌진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처녀건 성벽이건 함락시키고야 말리라. 힘은 많이 들겠지만 그 보상은 훌륭하겠지!

인생의 목표가 정목인 사람들. 그 다음은 무엇하며 살건가

 

60 파우스트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까닭은 그들 스스로가 소생했기 때문이리라. 오막살이의 답답한 방으로부터 직공이나 상인의 질곡으로부터 박공이나 지붕의 중압감, 쥐어짜는 듯 비좁은 거리, 교회의 엄숙한 어둠으로부터 그들은 모두 빛을 찾아나온 것이다.

 

68 바그너

저 자신도 가끔 망상에 빠질 때가 있지만, 그런 충동은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숲과 들을 바라봐도 이내 싫증이 나고 새의 날개 따위도 부러울 것 같지 않네요. 하지만 이 책 저 책, 이 쪽 저쪽 읽어가는 정신의 즐거움은 얼마나 다른지요!

긴 겨울밤이 은혜롭고 아름다우며, 축복받은 생기가 온몸을 따사롭게 해줍니다. 아아! 그때 귀한 양피지 책이라도 펼쳐놓으면 천국이 온통 제게로 내려온 기분이랍니다.

 

파우스트

자네는 한 가지 충동밖에 모르는군. 오오, 또 하나의 충동을 알려고 하지 말게! 내 가슴 속엔 아아! 두 개의 영혼이 깃들여서 하나의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 현세에 매달려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오르려고 하네.

 

73 파우스트

그러니 아아! 이 마음 간절해도 더 이상 만족감이 솟아나지 않는구나. 그러나 왜 삶의 강물은 그리도 빨리 메말라 우리를 다시 갈증에 허덕이게 하는가? 그것은 내가 수없이 경험해 온 것. 이런한 결핍을 메우는 일은 초현세적인 것을 숭상하고, 무엇보다 신약성서에서 고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하늘의 계시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이제 원전을 펼쳐놓고 성실한 마음으로 한번 그 성스러운 原文원문을 사랑하는 독일어로 옮겨보고 싶구나.

 

78-83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대화

 

: 자네 이름이 뭔가?

 

: 그 질문은 시시한 것 같은데요. 말이란 걸 그다지도 경멸하시고 일체의 외관을 훨씬 초월해서 본질의 깊은 곳만을 탐구하시는 분으로선 말입니다.

 

: 너희 같은 부류에 대해선 이름만 들어도 대강은 정체를 짐작할 수 있지. 파리의 신, 파괴자, 사기꾼이란 이름만 들어도 그 얼마나 분명하게 알 수 있겠는가? 그건 그렇고, 자넨 대체 누군가?

 

: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분입지요.

 

: 그 수수께끼 같은 말은 무슨 뜻인가?

 

: 소생은 항상 否定부정을 일삼는 정령입니다! 생성하는 모든 것은 멸망하게 마련이니 그게 당연한 것 아닐는지요. 그러니 아예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당신들이 죄라느니, 파괴라느니, 요컨대 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제 원래의 본성이랍니다.

 

: 자네는 일부라고 하면서, 내 앞에 서 있는 건 전부가 아닌가?

 

: 조그만 진리를 말씀드려야겠군요.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_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이랍니다.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지요. 저 오만한 빛은 모체인 밤을 상대로 옛 지우, 즉 공간을 빼앗으러 싸움을 벌였지만, 아무리 애를 써봤자, 그건 안 될 일입니다. 빛이란 결국 물체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오고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물체는 빛의 진로를 가로막지요. 그리하여 제가 바라는 대로, 오래지 않아 물체와 더불어 빛도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 이제야 자네의 고상한 사명을 알겠구먼. 자네가 대규모로는 아무것도 파괴할 수 없으니까 이제 조그만 것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렷다.

 

: 물론 많은 일을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무와 맞서고 있는 그 무엇, 이 볼품없는 세계에 대해 벌써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그것을 장악할 수 없더군요. 파도, 폭풍, 지진, 화재등 온갖 것 다 동원해도 결국 바다도 육지도 멀쩡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게다가 동물이니 인간이니 하는 빌어먹을 족속들 도무지 손도 쓰지 못할 만큼 질기더란 말입니다! 벌써 얼마나 많은 놈들을 땅에 파묻었던가요! 하지만 여전히 새롭고 신선한 피가 순환하고 있는 겁니다. 일이 계속 이 지경이나. 정말 미칠 노릇이에요 공기, 물 그리고 땅에서 수많은 새싹이 돋아납니다. 메마른 곳, 축축한 곳, 따뜻한 곳, 심지어는 추운 곳에서까지! 만약에 제가 불꽃이라도 잡아두지 못했다면,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을 뻔했어요.

 

: 그래서 자네는 영원히 활동적인 자애로운 창조의 힘에 맞서 그 차가운 악마의 주먹을 내지르는 모양이지만, 아무리 음흉하게 주먹을 쥐어보았자 헛일일걸! 무슨 다른 일을 찾아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 괴이한 혼돈의 아들아!

 

: 삽살개로 뛰어들 땐 미처 살피지 못했는데 이젠 사정이 달라지게 되었군요. 악마는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 하지만 왜 창문을 통해 나가지 않지?

 

: 악마도 도깨비들에게도 법칙이 있지요. 꼭 숨어 들어온 것으로만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노예가 되는 거지요.

 

89 파우스트

어떤 옷을 입든 이 비좁은 지상의 삶에서 나는 여전히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부족해도 참아라! 부족해도 참아라! 이것이 영원한 노래다. 누구의 귓전에든 울리는 그 노래, 우리의 한평생을 시시각각 목쉰 소리로 들려온다. 나는 아침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깨어난다. 쓰디쓴 눈물 흘리며 울고 싶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한 가지도, 단 한가지 소망도 이루지 못한 때문이며, 모든 쾌락에의 예감조차 집요한 비판으로 감소되고, 가슴 속에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도 오만가지 세상 일로 방해받기 때문이다. 밤의 장막이 내려도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워야 하노니, 여전히 안식을 얻지 못하고 갖가지 사나운 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신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움직일 수 있지만, 내 모든 힘 위에 군림하는 신은 바깥을 향해선 아무것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내겐 존재한다는 것이 짐이 되고, 죽음이 바람직할 뿐, 인생이 역겹구나.

 

93 파우스트

아니야, 아니야! 악마는 이기주의자가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그렇게 쉽사리 할 리가 없지. 조건을 분명히 말하도록 하게. 그런 하인은 집안에 화를 불러들이기 십상이지만.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선 내가 하인 노릇을 하며 당신의 지시에 따라 쉬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그 대신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땐, 당신이 내게 같은 일을 해주셔야 합니다.

 

파우스트

저 세상 따위는 개의치 않네. 자네가 우선 이 세상을 박살내 버린다면, 다음에 어떤 세상이 생겨나든 무슨 상관이겠나. 이 땅에서만 나의 기쁨이 샘솟고, 이 태양만이 내 고뇌를 비춰줄 뿐일세. 이것들과 우선 헤어질 수 있다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든 될 대로 되라지. 미래에도 증오와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 세상에도 역시 상하의 구분이 존재하는지, 그런 이야길랑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네.

 

94 메피스토펠레스

그런 생각이라면 모험을 해볼 만합니다. 계약을 하시죠. 그러면 며칠 안에 내 재주를 즐거베 보실 수 있을 갭니다. 어떤 인간도 구경하지 못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파우스트

자네 같은 가련한 악마가 무얼 보여주겠다는 거지? 고귀한 노력을 경주하는 인간의 정신을 너희들 따위가 이해한 적이 있었느냐? 자네는 물리지 않는 음식이라도 갖고 있단 말인가? 수은처럼 끊임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붉은 금이라도 갖고 있단 말인가? 결코 이길 수 없는 노름이나 내 품 안에 안겨 이웃 남자에게 눈짓으로 약속을 하는 소녀, 혹은 유성처럼 사라져버리는 신의 쾌락 같은 명예를 선사할 수 있단 말인가? 따기도 전에 썩는 과일이 있다든지 나날이 새롭게 푸르러가는 나무가 있다면 보여주게나!

 

95

 

, 한가로이 침사에나 누워 뒹군다면 당장 파멸해도 좋으리라! 자네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관능의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게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텔레스 좋습니다.

 

파우스트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그땐 弔鐘조종이 울려도 좋을 것이요, 자넨 내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질 것이며, 나의 시간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리라!

 

97

: 어찌하여 그리도 열을 올리며 장황한 과장을 늘어놓으십니까? 아무 종이 쪽지라도 좋습니다. 그저 한 방울의 피로 서명만 해주십시오.

 

: 그래야만 자네의 직성이 풀린다면 어리석은 짓인 줄 알지만 그렇게 해주겠네.

: 피란 아주 특이한 액체지요.

사람이나 동물 혈관돌며 산소 영양분공급하고, 노폐물운반하는 붉은색 액체.

, 기분이나 감정, 의분, 혈통, 재산이나 노동력 등등… 유형 무형의 의미에서 인간 그 자체를 나타내는 몇 안 되는 낱말.

드디어. 계약서 완성이다. 저 세상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인간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계약이란 생각이 든다.

 

98 파우스트

다시 말하지만, 쾌락이 문제가 아닐세. 이러한 도취경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일세. 고통스러운 향락, 사랑에 눈먼 증오, 속이 후련해지는 분노에. 지식에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류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오히려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우울과 환멸에 빠진 파우스트박사. 그는 괴테 자신이지 않았을까? 괴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고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 그리스어, 라틴어 , 히브리어, 불어, 영어, 이탈리아어등을 배웠고 고전문학과 성경을 읽고 법학을 공부했으며, 행정가로서도 국정에 참여하여 성과를 거두고, 식물학 해부학 광물학 지질학 색채론등 인간을 설명하는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사람. 18세기 유럽인 평균수명 45세 시절에 80을 넘게 살다간 지식인. 지식의 극점에 도달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그 다음단계, 인간. , 악마…우리가 알고 있는 신은 계약을 하지 않지. 계약이라 함은 동등한 위치에서 하는 건데 신은 스스로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존재니까. 인간이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은 여인이다. 단테 신곡에 천국을 에스코트하는 존재가 베아트리체였다. 단 두 번의 만남으로 알려진 여인에 대한 사랑. 그 여인이 천국으로 인도하는 존재인 것이다.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있었던 동안 남자와 여자로 대변되는 인간은 구원을 하는 자의 몫은 여인이다. 진실한 사랑을 아는 여인. 대부분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사람을 할 줄 아는 여인의 몫이다.

 

100 메피스토펠레스

존경하는 선생양반, 당신은 사물을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보고 있군요. 삶의 기쁨이 달아나기 전에 우린 좀더 슬기롭게 행동해야 합니다. 제기랄! 물론 손과 발, 대가리와 궁둥이는 당신의 것이죠. 하지만 내가 새로이 즐기고 있는 모든 게 내 것이 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요? 가령 내가 여섯 마리의 말 값을 치를 수 있다면 그 놈들의 힘은 내 것이 아닐까요? 마치 스물네 개의 다리라도 달린 양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어엿한 사나이지요. 그러니, 기운을 내십시오! 모든 잡념은 집어치우고, 당장 이 세상으로 함께 뛰어듭시다! 충고하건대, 이리저리 궁리나 하는 놈은 귀신에 홀려 메마른 황야를 헤매는 짐승과 같은 꼴이지요. 주위엔 아름답고 푸른 풀밭이 널려 있는데도 말씀이에요.

 

104 메피스토펠레스

그런 건 다만 습관의 탓일세. 갓난아이도 엄마의 적을 보고 처음부터 즐겨 빨아대는 게 아니야. 그러나 버릇이 들면 곧 탐욕스레 매달리게 되지. 그와 같이 자네도 날이 갈수록 지혜의 젖가슴을 더욱 탐닉하게 될 걸세.

 

105 메피스토펠레스

시간은 빨리 흐르는 것이니 아껴쓰도록 하게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시간을 벌게 되지. 충실한 제자인 자네에게 권하노니, 우선 논리학 강의부터 들어보게나. 그러면 자네의 정신이 잘 길들여질 거야. 스페인식 장화를 신은 듯 죄어들어서 사상의 길을 가는 데도 살금살금 신중한 걸음을 내디딜 것이요, 도깨비불마냥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지는 않을 걸세. 다음엔 여러 날에 걸쳐, 먹고 마시듯 자유자재로 단숨에 해치우던 일도 하나! ! ! 순서가 필요하다는 걸 배우게 될 거야. 사실 사상의 공장이란 건 뛰어난 직조품과 같은 것이라네. 한 번 밟으면 수많은 실들이 움직이고, 북들이 이리저리 넘나든 가운데 실들이 눈에 띄지 않게 흘러나오며, 단 한 번을 쳐도 수많은 결합이 이루어지는 걸세.

 

107 메피스토펠레스

그 다음엔 모든 일에 앞서 형이상학 공부를 시작해야 하네! 그리 되면 인간의 두뇌에 적합치 않은 것도 심오한 의미를 붙여 파악함을 알게 될 거야. 두뇌 속에 용납되든 안 되든 멋진 용어가 마련되어 있거든. 그러나 처음 반 년 동안은 모범적인 수강생이 되도록 하게. 날마다 다섯 시간씩 강의가 있는데 종소리가 나면 강의실에 들어가야 하네! 예습을 철저히 해둘 뿐 아니라 강의내용도 구구절절 다 새겨두도록 하게나. 그러다 보면 자네도 곧 알게 될 거야. 교수들이 책에 씌어 있는 것밖에는 이야기할 줄 모른다는 것을. 그래도 필기만은 열심히 해두게. 마치 성스런 神託신탁이라도 받아적듯이!

 

127 마녀의 부엌

낮은 아궁이에 불이 피어 오르고 그 위에 커다란 솥이 걸려있다. 허공으로 피어 오르는 김 속에 여러 형상이 나타난다. 꼬리 긴 암 원숭이 한 마리가 가마솥 옆에 앉아 거품을 걷어내며 솥이 넘치지 않도록 지키고 있다. 수 원숭이는 새끼들과 그 옆에 앉아 불을 쬐고 있다. 벽과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마녀의 기이한 세간 살이다.

 

128 메피스토텔레스

여봐요, 또 잘난 소리를 늘어놓는구려! 당신을 젊게 만드는 데는 자연요법도 있지요. 하지만 그건 다른 책에나 적혀 있어요. 퍽 희한한 내용이지요.

 

파우스트: 나는 그걸 알아야겠네

 

메피스토펠레스: 좋아요! 그건 돈도 안 들고 의사도 마술도 필요 없는 요법이니까. 지금 당장 들로 나가서 밭 갈고 땅 파는 일을 시작하세요. 당신의 몸과 마음을 아주 제한 뇐 범위 속에 보존하시고 자연식으로 몸보신을 하십시오. 가축들과 더불어 살며, 추수한 밭에 몸소 거름을 준다고 창피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것이야말로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니 팔십 고령에도 젊음을 간직할 수 있을 겝니다.

몰라서 못하는 방법은 없는듯하다. 밭 갈고 땅 파는 일 자연과 더불어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이 주는 음식을 먹는 일..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은 참 마음씨 좋은 사람과 같다. 사람이 필요한 모든 것을 주고 있다.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과 알아듣는 사람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파우스트: 그런 일에는 익숙지 않을 뿐 아니라 괭이를 손에 들고 싶지도 않네. 그런 답답한 생활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걸.

 

메피스토텔레스: 그렇다면 마녀의 신세를 질 수밖에요.

 

파우스트: 하필이면 늙은 할망구란 말인가! 자네가 그 물약을 조제할 순 없나?

 

메피스토펠레스: 그거야말로 시간 낭비지요! 그럴 여유가 있으면 다리나 많이 놓겠소이다. 영약을 만드는 데는 기술과 학문뿐만 아니라 인내심 또한 필요하지요. 차분한 정신으로 몇 해고 이 일에 매달려야 하니까요. 시간만이 이 섬세한 발효를 강화시켜 준답니다.

어떤 일에도 시간은 필요하다. 절여지지 않고 발효하지 않은 상태는 어설프다. 제대로 된 것이 산출되지 않는다. 그것이 어떤 분야라고 해도.

 

130 수원숭이

, 어서 주사위를 던져 날 부자로 만들어줘요. 날 이기도록 해주세요! 내 신세가 말이 아네요. 나도 돈만 있으면 제정신을 차릴 텐데요.

 

메피스토펠레스: 원숭이도 복권에 돈을 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우쭐대며 좋아할까?

비극1부를 집필하던 그 시기에 복권내기가 갑자기 유행하였다 한다.

1773년에 집필을 시작했다. 복권이 유행할 때는 경제적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한 환경 일 때가 많은데..

 

130 수원숭이

이것이 세계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끊임없이 굴러간다. 유리처럼 울리다가_깨지기도 잘한다네! 속은 텅 비었구나. 이쪽에는 반짝이면 저쪽에선 더욱 반짝, 나는 살아 있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저만치 비켜서라! 자칫하면 죽게 된다! 이 공은 점토로 빚었으니 부서지면 산산조각난단다.

 

135 마녀

아이고, 주인님, 인사가 거칠어서 죄송합니다. 당신의 말굽이 보이질 않아서요. 까마귀 두 마리는 어디에 두셨나요?

평소 까마귀 두 마리를 가지고 다니는 마귀의 모습이다. 까마귀는 길조인 나라도 있고 흉조인 나라도 있다.

 

메피스토펠레스

말굽만 해도, 내게 없어선 안 되겠지만, 사람들 눈에 띄면 손해란 말이야. 그래서 나도, 많은 젊은 놈들처럼 몇 년 전부터 가짜 종아리를 달고 다닌다.

 

137

마녀가 이상한 몸짓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는 그 안에 기이한 물건들을 세워놓는다. 그러는 사이 유리그릇이 울리고, 솥이 가락을 내면서 음악으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책을 가져오고, 원숭이들을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오게 한 다음. 그들을 책상으로 사용하거나 횃불을 들고 있게 한다. 파우스트에게 자기 옆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139 메피스토펠레스

흔히 인간들은 무슨 말을 들으면 그 속에 무언가 생각할 게 있다고 믿지요.

그렇다 이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것 같다. 인간을 이해하는 코드가 사람마다 다른데다가 또 너무 고문관이 될 확률도 없지 않다. 가끔 경험한다. 상대는 말 뒤편에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데, 나는 그 뒤에 무엇인가 복선이 있을 거란 가정을 하게 되는 경우다. 얼마전에도 질문을 받고 나는 그 질문을 왜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정작 상대방은 질문그래도라고 했다. 말로 표현한 그것. 그것을 잘 몰라서 물은거라고, 아직도 나를 모르느냐고 되려 핀잔을 준다. 이런…그렇다. 사람과의 관계는 정답도 없고 정해진 룰도 없는 참 어려운 명제이다.

 

143 메피스토펠레스

저 애요? 그 아이는 신부에게 가서 모든 죄를 용서받고 오늘 길이지요. 내가 고해석 옆을 지나다 엿들어보니 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는 아이더군요. 아무 죄도 없으면서 고해하러 갔으니 말입니다. 저런 아이에게는 나도 힘을 쓸수 없다구요.

종교용어로 나도 냉담자이다. 고해성사라는 것. 그것 참 고역이었다. 신앙심부족이라고 이야기하면 할말 없지만 기본적으로 고해성사를 해야하는 경우에 대한 동의가 되지 않으니 아무죄도 짓지 않았는데 무슨 고해성사? 이런경우가 많아져서 더욱 냉담자가 되지 않았나…누가 물어보면 나의 변명중 하나이다.

 

144 메피스토펠레스

당신은 벌써 프랑스인같이 떠벌리는군요. 하지만 제발 역정일랑 내지 마십시오. 그렇게 빨리 손아귀에 넣는 뭐 좋은 일이겠어요? 정말 커다란 즐거움을 맛볼 양이면, 우선 요리 주물럭 조리 주물럭 온갖 장난질을 다 치다가 예쁜 인형으로 빚어서 요리하는 것이지요. 남국의 이야기들이 숱하게 가르쳐주는 대로.

 

147 파우스트

종일토록 여기에 머물고 싶구나. 자연이여, 그대는 옅은 꿈에서인 양 타고난 천사를 만들어내었다! 여기에 그 애는 누웠었겠지. 따뜻한 생명 가득한 가슴을 하고 여기에 성스럽고 순수한 힘이 작용하여 선녀 같은 자태를 선사하였으리라!

 

그런데 나는! 무엇이 날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마음 깊이 우러나는 감동은 어찌된 것일까? 여기서 원하는 게 뭘까? 왜 이리도 가슴이 무거워지는 걸까?

 

153 메피스토펠레스

어미가 말했죠. <얘야, 부정한 재물은 영혼을 사로잡고 피를 말리는 거란다. 우리 이 물건을 성모님께 바치자꾸나. 그러면 천상의 만나로 우리를 기쁘게 해주실 게다>

 

157 마르가레테

그래서 전 평생 사랑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아요. 그를 잃으면 죽을 지경으로 슬퍼질 테니까요.

 

메피스토펠레스

기쁨에는 슬픔이, 슬픔에는 기쁨이 따르는 법이지요.

 

161 마르테

어머, 무슨 말씀을! 그래도 내 남편 같은 사람을 이 세상에서 쉽게 만나진 못할 거예요! 그렇게 마음씨 좋은 바보도 없을걸요. 다만 너무 떠돌아다니길 좋아했고, 남의 계집이나 낯선 고장의 술, 그리고 망할놈의 노름을 좋아한 게 탈이었지요.

모순덩어리대답이다. 이 모든걸 빼고 뭐가 좋은 사람이란 말인가.

 

165 메피스토펠레스

좀더 깊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렇겠지요. 내일이면 당신이 온갖 점잔을 다 빼면서도 저 가련한 그레트헨을 유혹하느라 진정한 사랑을 맹세하지 않겠어요?

 

167 마르테

세상을 자유롭게 두루 돌아다니는 것도 젊은 시절엔 그런대로 괜챦을 거예요. 하지만 좋은 시절 다 지난 후 홀아비 신세로 발을 질질 끌며 무덤을 향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내키지 않는 일일 거예요. 걸음걸이에서 남은 여생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고. 지면으로부터 발을 잘 떼지 못한다는 것은 죽음이 가까이 왔음의 한 징조라고.

 

마르가레테

그래요, 눈에 안 보이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지요! 당신은 예의바른 분이에요. 친구도 많이 사귀셨을을 텐데 모두 저보다는 똑똑한 사람들이겠지요.

 

파우스트

, 착한 아가씨! 똑똑한 사람에게는 허영심과 천박함이 더 많을 수도 있답니다.

 

168 마르가레테

당신은 절 한순간만 생각하시겠지만, 전 당신을 생각할 시간이 많을 거예요.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생각을 해

 

169 파우스트 당신은 정말 가장 순수한 행복을 맛보았군요.

 

마르가레테

하지만 정말 힘든 순간도 많았어요. 밤이면 아기의 요람을 제 침대 옆에 갖다 놓았고, 그 애가 조금만 움직여도 이내 잠에서 깨나곤 했지요. 우유를 먹이기도 하고 제 곁에 누이기도하고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를 어르며 온 방안을 서성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날이 밝으면 빨래터에 가야 했고, 다음엔 장을 보고 부엌일도 살펴야 했지요. 하루하루 늘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자니 늘 유쾌한 기분만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입맛이 좋고, 잠도 달게 잘 수 있었답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이렇게 아이를 키운다.

 

171 마르가레테

당신을 좋게 생각하는 마음이 여기 제 가슴 속에 싹트기 시작했던 거예요. 다만 확실한 건, 당신에게 좀더 쌀쌀맞게 굴지 못했던 제 자신에게 무척 화가 났었다는 거지요.

밀당을 못했다는 말씀?

 

188 파우스트

느끼는 것만이 전부지요. 이름이란 공허한 울림이요, 연기요, 안개 속에 휩싸인 하늘의 불꽃일 뿐이오.

 

190 마르가레테

사랑하는 당신을 보기만 하면 무엇이든 당신 뜻에 맡기고 싶으니 웬일이죠. 당신을 위해 벌써 너무 많은 걸 해드려서 이젠 더 할 일이 없는 것만 같아요.

 

메피스토펠레스

계집애들이란 원래 관심이 많은 법이지요. 자기 사내가 옛날 식으로 신앙심이 많은지, 순박한지, 그런 일에 굴복하면, 자기 말에도 잘 따르리라 생각하는 거지요.

 

219 메피스토펠레스

온 무리들이 위쪽으로만 올라가려 하는군요. 당신은 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밀리고 있는 겁니다.

 

227 오베론

금슬 좋게 지내고픈 부부들은 우리 두 사람에게서 배워라!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하려거든 헤어져 살아볼 필요도 있느니.

 

티타니아

남편이 화를 내고, 아내가 심술을 부리면, 재빨리 두 사람 잡아가지고, 여자는 남쪽으로 남자는 북쪽 끝으로 보내는 게 좋아요!

 

관현악 합주

차리 주둥이와 모기의 코, 그리고 그들의 일가붙이, 나뭇잎 속의 개구리와 숲숲의 귀뚜라미, 이들이 바로 연주자들이죠!

 

243 마르가레테

전에는 당신의 말씀, 당신의 눈길 한 번에도 온 하늘이 내려와 절 감싸주었는데, 당신의 키스만 받아도 숨이 막힐 것 같았는데요. 키스해 주세요! 아니면 제가 키스해 드리겠어요!

아니면 제가 키스하겠어요. 이것이 더 좋은 것 같음.

 

247 마르가레테

구걸한다는 건 정말 비참한 일이에요. 게다가 양심의 가책은 어떡하고요! 낯선 고장을 떠돌아다니는 건 또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요. 결국 그들이 절 붙잡고 말 텐데!

 

파우스트2

 

13 합창

마음을 달래어 어린이처럼 잠들게 하라. 고달픈 그이 눈앞에서 하루의 문을 닫아주어라.

 

어느새 몇 시간이 흘러 고뇌도 행복도 사라졌나니, 예감하라! 그대는 건강해지리라. 새날의 밝은 빛을 믿으라! 푸른 골짜기, 굽이치는 언덕들 숲은 안식의 그늘, 일렁이는 은빛 물결 속에 추수를 앞둔 오곡이 넘실댄다.

 

너의 소원 하나하나 성취하려면, 저기 찬란한 아침해를 보아라! 너는 잠깐 사로잡혔을 뿐, 잠은 껍질이로다, 벗어 던져라! 다른 무리들 주저하며 헤맬지라도 그대는 망설이지 말고 용감히 행동하라. 총명하여 재빨리 실천에 옮기는 그런 고귀한 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나니.

 

14 파우스트

생명의 맥박 생생히 고동치며 여명의 하늘을 향해 부드러운 인사를 보낸다. 대지여, 그대는 간밤에도 변함없더니, 새로이 기운을 얻어 내 발 밑에서 숨을 쉬면서 어느새 날 기쁨으로 감싸주기 시작하누나. 날 자극하고, 강한 결심을 불러일으켜 줄곧 지고한 존재로 이끌려 하는 구나.

 

17 귀공자

폐하의 외투자락을 바싹 따라오다가 계단 위에서 고꾸라졌나이다. 누군가 그 뚱보놈을 업고 나갔으나, 죽었는지 취했는지는 알 수없습니다.

 

24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 결핍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나이까? 여기엔 이것이, 저기엔 저것이 없지만, 이 나라엔 돈이 부족한 줄 압니다. 물론 돈을 마룻바닥에서 긁어 모을 순 없어도, 지혜의 힘을 빌리면 아무리 깊은 곳에서도 파낼 수 있나이다. 산의 광맥이나 성벽 밑에서도 주조된 금화건 그렇지 않은 금이건 찾아낼 수 있나이다. 그걸 누가 캐낼 수 있는가 물으신다면, 재능 있는 자의 천성과 정신의 힘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25 메피스토펠레스

당신들 손으로 만져보지 않은 건 수립 리 밖에 있고, 당신들이 잡지 않은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며, 당신들이 셈하지 않은 건 사실이 아니라 생각하고, 당신들이 달아보지 않은 건 무게가 없으며, 당신들이 주조하지 않은 돈은 통용될 수 없다고 믿는 거지요.

 

37 남자 정원사들

버찌, 복숭아, 자두 열매가 갈색으로 그을린 얼굴을 내밀었으니, 사십시오! 혀와 입을 벌리지 않고 눈만으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십시오. 이 무르익은 과일들을 유쾌하고 맛있게 잡숴보세요! 장미라면 시구로 읆을 수 있지만, 사과는 깨물어야 맛을 알지요.

 

39 나무꾼[사납고 거친 태도로 등장] 비켜라! 비켜라! 자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나무를 찍으면 우지끈 쿵쾅 쓰러진다. 짊어지고 가노라면 여기저기 부딪친다. 우리 자랑 한마디 할 테니 똑똑히 명심해 두어라. 거칠게 일하는 놈 이 나라에 없으면, 똑똑한 척하지만 귀하신 양반네들 어떻게 살아가지? 이것만은 알아두라고! 우리가 땀흘리지 않으면, 당신들은 얼어죽을걸.

 

47 메게라

그 정도는 장난이지! 그들이 인연을 맺게 되면, 이번엔 내가 나서서 어떤 경우에든 아름다운 행복을 근심으로 망쳐놓겠어요, 사람도 변하고 시간도 변하는 것이니까요. 아무도 소망하던 것을 품 안에 간직할 수 없어요. 최상의 행복이라도 곧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합니다.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지요.

 

60 말라빠진 남자

여자들이 아직 부엌일 돌보고 있을 때, 난 알뜰한 살림꾼이란 소릴 들었지. 그땐 우리 집 형편이 괜챦았어. 들어오는 건 많고, 나가는 건 없었으니까! 난 함과 장롱을 열심히 보살폈는데, 자칫 그게 악덕이 될 정도였지. 하지만 최근 들어 여자들에겐 절약하는 습관이 없어지고 모두들 지독한 빚쟁이처럼 가진 돈보다 훨씬 더 욕심을 부린단 말이야. 그러니 남편들은 많은 어려움 참아야 하고, 어디를 둘러봐도 빚투성이지.

 

62 풀루투스

네가 해맑은 세계를 또렷이 볼 수 있는 곳, 너의 것이며 너만을 믿을 수 있는 곳, 아름다움과 착함만이 사랑 받는 곳, 그 고독의 세계로 가거라! _ 거기에서 네 세계를 창조하라!

 

65 탐욕

어디든 구경거리와 먹을 게 있으면, 늘 먼저 덤벼드는 건 여자들이지.

 

77 궁내부 장관

황제 폐하, 소신은 살아생전에 이토록 큰 행운을 고할 수 있을 줄 몰랐습니다. 이는 너무나 다행스런 일로서, 어전에서 신은 감읍할 따름입니다. 부채란 부채는 모두 정리되었으며, 고리대금업자의 성화도 진정되었나이다.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보니, 천국에서도 이보다 더 즐거울 것 같이 않사옵니다.

 

국방장관

군인의 봉급도 일부 지불되었고, 전 군대가 새로 계약을 맺었나이다. 사병들은 싱싱한 피가 끓는 듯 느끼고, 주모와 작부들까지 좋아하고 있습니다.

 

79 궁내부장관

순식간에 퍼져버린 걸 회수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번개처럼 흩어져 유통되고 있습니다. 換金환금 은행이 온통 성업중입니다. 모든 지폐에 대해 할인도 하지만, 금화, 은화로 바꿔주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푸줏간, 빵집, 술집으로 달려갑니다. 세상의 절반은 향연만을 생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새옷 해입고 뽐내려는 것 같습니다. 소매상은 옷감을 끊어주고, 재단사는 옷을 짓습니다. 술집에서<황제 만세>소리가 들끓고, 지지고 굽고 접시 소리 요란합니다.

 

82 시동

(돈을 받으며)즐겁고 명랑하고 재미있게 살겠습니다다른시동(역시 받으면서)당장 애인에게 목걸이와 반지를 사주겠습니다. 시종(돈은 받으며)이제부턴 곱절 좋은 술을 마시겠습니다. 다른시정(역시 받으면서)주사위가 주머니 속에서 벌써 충동질을 합니다. 방기기사(신중하게)성과 전답을 담보로 진 빛을 갚겠습니다. 다른 방기기사(마찬가지로)이 보물을 다른 보물과 함께 저축하겠습니다.

 

황제

짐은 새로운 일에 대한 기쁨과 용기를 기대했건만, , 너희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쉽게 짐작가는 일이지. 짐은 잘 알았노라, 아무리 보화가 꽃처럼 피어나도 너희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것을.

 

84 파우스트

궁내부장관과 시종이 날 몰아세우고 있단 말이야. 황제가 당장 보고 싶다면서 헬레나와 파리스를 눈앞에 현신시키라는 거야. 남자와 여자의 이상적인 전형을 뚜렷한 모습으로 보고 싶다는 거지. 당장 시작하게! 난 약속을 어길 수가 없어.

 

85 메피스토펠레스

이제 우리는 힘든 고비에 다다랐습니다. 전혀 생소한 영역에 손을 뻗는다면 결국은 무모하게도 새로운 빛을 지게 될 것이외다. 금화대신 통용하는 도깨비 지페처럼 그렇게 쉽사리 헬레나를 부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금화에서 금본위제도로의 전환. 그 이후의 관리통화제도로의 변천이 지금의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한 축을 이룬다. 금본위제도로의 전환만 해도 대단한 변혁이긴 하다.

 

86 괴테의 자연관, 모든 생물의 발생과 생성은 자연의 내부, 즉 모태에 지니고 있는 <원형>에서 생겨난다 한다. 괴테는 이것을 <근원현상>이라고 불렀으며, <어머니들>은 과거와 미래에 걸쳐 이 원형을 수호하는 신들이라 할 수 있다.

 

87 파우스트

심지어 귀챦은 세상 일을 피해서 고적한 곳, 황량한 곳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버림받은 채 혼자 살지 않으려고, 종국엔 악마에게 내 몸을 맡기로 말았노라.

 

89

놀라움, 괴테는 신비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이 인간의 가장 귀한 소질이라고 보았고, 무관심이 아니라 이런 놀라움에 의해 가치 있는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에커만과의 대화에서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놀라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99

귀부인:, 피어나는 젊음의 힘이 어쩌면 저리도 눈부실까?

둘째 귀부인: 물이 뚝뚝 흐르는 싱싱한 복숭아 같군요!

셋째 귀부인: 아름답고 달콤한, 저 도톰한 입술 좀 봐!

넷째 귀부인 저 입술을 술잔처럼 빨고 싶은 게지?

다섯째 귀부인: 기품이 없을지 몰라도 정말 미남이구나

여섯째 귀부인: 조금만 더 행동이 민첩했으면

 

100 가장 나이 많은 귀부인

그건 청춘의 꽃향기라오. 젊은이의 몸에서 영약으로 만들어져 주변의 대기 속으로 퍼져가는 것이지.

 

109 메피스토펠레스

여기 누워 있으라, 헤어나기 어려운, 사랑의 굴레에 유혹된 불행한 친구여! 헬리나 때문에 넋이 나간 자, 쉽게 정신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채로다.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계약서를 작성한 그 펜까ㅓ지 아직 여기에 놓여 있구나. 그렇다! 펜대 깊숙이 숨겨져 있으리라. 내가 그를 꾀어 빼앗은 피 한 방울이 이렇듯 하나뿐인 진품이라면, 뛰어난 수집가라도 기쁘게 해줄 수 있을걸. 저 낡은 모피 옷까지 예날의 옷걸이에 걸려 있네. 저걸 보니 언젠가 내가 소년을 가르치던, 엉터리 선생질이 생각나는 군. 그 놈은 청년이 되어서도 그걸 되씹고 있겠지.

 

111 메피스토펠레스

이 조그만 녀석들이 날 기쁘게 하다니 놀랍구나! 씨를 뿌려놓으면 언젠가는 수확을 얻게 되는 법이렸다.

 

119 학사

시대에 뒤떨어져 아무 가치가 없는데도 무엇이나 되는 척하는 건 건방진 수작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핏속에 있는데 청년의 육체만큼 피가 들끓고 있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요? 그것은 싱싱한 힘을 가진 살아 있는 피로서 생명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내지요. 거기서 모든 게 약동하고 무언가가 이루어지며, 약한 것은 쓰러지고, 유용한 것은 뻗어 나갑니다.

우리가 세계의 절반을 정복하는 동안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졸고, 생각하고 꿈꾸고 궁리하면서 허구한 날 계획만 세웠지요. 분명합니다! 늙음이란 차가운 열병 같아서 변덕스런 고민으로 오한을 일으키어요. 누구나 나이 삼십이 지나면 이미 죽은 것이나 진배없어요. 따라서 당신네들은 적당한 때에 때려죽이는 게 상책이지요.

기록으로는 당시 평균수명이 45세정도이니 30세가 넘었다는 것은 요즘으로 말하면 노인에 속하는 나이겠다.

 

120 학사

이것이 젊은이들의 가장 고귀한 사명입니다! 세계는 내가 창조하기 전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태양은 내가 바다에서 끌어올린 것입니다.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도 나와 더불어 시작되었고 하루하루는 내가 가는 길을 장식해 주었으며, 대지는 나를 위해 푸르고, 꽃피어나는 것입니다. 무수한 별들도 저 첫날 밤에 내 손짓 하나로 찬란한 빛을 발했지요. 속물적인 편협한 사상의 굴레에서 나 말고 누가 당신들을 해방시켰단 말입니까? 그러나 나는 정신이 일러주는 대로 자유롭게 기쁘게 내명의 빛을 따라갑니다. 밝음을 앞으로, 어둠을 뒤로 하고 나만의 황홀경 속에서 신속하게 나아갑니다.

 

메피스토펠레스

괴상한 녀석, 어디 너 잘난 대로 해봐라!_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은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_하지만 저런 녀석이 있다고 해도 우린 걱정할 게 없지. 몇 해만 지나면 달라지고 말 테니까. 포도주가 아무리 괴상하게 끓어 올랐자 결국은 포도주밖에 될 수 없는 것. 악마는 늙은이니까 자네들도 늙으면 그의 말을 이해할 거야!

 

125 메피스토펠레스

잠깐! 나라면 차라리 이렇게 묻겠소. 어째서 남자와 여자는 그리도 사이가 나쁘냐고, 당신은 이것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할 거요. 여기 할 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 꼬마에게 부탁해야겠소.

아마 이 물음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양성애자는 가능할까. 남자와 여자 사람이라는 동일 종의 동물인데 서로 다른 행성에서 탄생하여 지구에서 만난 이질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인가?

 

135 파우스트

(혼자서)헬레나는 어디 있을까?)_ 이제 더 이상 묻지 않겠다….이 흙덩이, 그녀가 밟던 게 아니라도, 이 물결, 그녀에게 밀려왔던 게 아니라도 이 공기만은 그녀의 말을 전했던 것이다. 기적에 의해 나, 여기 그리스 땅에 왔노라. 땅에 발이 닿자마자 나는 그걸 느꼈다. 잠자던 내게 새로운 정신이 불타오르자 생기를 되찾은 안테우스러첨 나는 일어났다. 여기게 어떤 진기한 게 모여 있든 저 불꽃의 미로를 샅샅이 찾아다니련다.

사랑을 하면 이렇게 반 미쳐있는 상태가 된다.

 

141  메피스토펠레스

전에는 이런 것들을 저주하고 물리치더니, 지금은 이런 것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요. 하긴 애인을 찾으러 온 마당에 괴물인들 반갑지 않겠어요.

 

144 스핑크스

왜 그리도 안절부절못하지요? 어딘가 가려고 그러세요?_그럼 떠나세요. 알겠어요. 당신은 저 합창단 쪽으로 목을 길게 빼고 있군요. 억제할 것 없이 어서 가보세요! 매력적인 얼굴들에게 인사라도 하세요!

 

그럼요! 어서 가서 저 바람둥이 사이에 섞여보세요! 우리는 이집트 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한 군데 앉아 있는 데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우리의 위치를 유의하세요. 우리가 음력과 양력을 조정하고 있거든요. 백성들의 최후의 심판을 보려고 피라미드 앞에 앉은 우리들, 홍수가 나건, 전쟁과 평화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았답니다.

피라미드 앞에 스핑크스를 보러 가야 한다.

 

149 히론

팔라스조차 스승으로선 존경 받지 못한다네, 결국 제자들은 자기 방식대로 발전해 가는 걸세. 누구의 교육도 받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파루스트

당신은 진정 위대한 인간입니다. 칭찬의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는군요. 자기 같은 인물은 부지기수라는 태도로 겸손하게 말을 피하려 드시니.

 

152 히론

뭐라고! 여인의 아름다움이란 별것이 아니오. 자칫하면 굳어버린 모습이 되기 쉽지. 찬양할 만한 미의 속성이란 오로지 삶을 즐기는 데서 솟아나는 것이오. 아름다움이란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운데, 우아한 아름다움이라야 정말로 거역할 수 없는 것이지. 내가 태워다 주었던 헬레나처럼.

 

167 메피스토펠레스

운수 사납군! 속아넘어간 사내 꼴이 됐어! 아담 때부터 사내란 꾐에 빠지기 일쑤였지! 나잇살이 들어도 똑똑해지긴 틀린 모양이지? 그만했으면 바보 노릇은 어지간해 했을 텐데! 허리를 졸라메고, 덕지덕지 분칠을 한 얼굴들, 그런 족속은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쯤 알고 있지. 어디를 만져봐도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 사지가 온통 썩어 문드러졌단 말이야. 그건 뻔하지, 눈으로 봐도 알고 만져봐도 알아. 하지만 저 썩은 년들이 피리를 불면 춤을 추게 된단 말이야.

 

172 메피스토펠레스

그런 건 자네가 직접 하게나, 유령들이 판치는 곳에선 철학자들도 환영을 받은 테니까. 그들은 당장이라도 한 다스의 유령을 만들어 내어 기술과 호의로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거든. 방황해 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이야. 생성을 원한다면 자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보게나!

 

174 탈레스

작은 놈들과는 작은 일밖에 못하는 법, 큰 놈을 상대해야 작은 놈도 커지는 걸세.

 

185 네로이스

내 귀에 들리는 게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가? 당장 내 가슴 속에 화가 치밀어오르는군! 저 형상들이 신의 영역에 도달하려 애를 쓰지만, 늘 자기 자신에 머물도록 저주받았지. 자고로 나는 신들처럼 편안히 쉴 수 있지만, 빼어난 놈에겐 잘해 주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단 말이야. 하지만 마지막에 놈들이 해논 걸 보면, 충고를 안해 준 것이나 다를 게 없으니 원.

 

뭐 충고라고! 인간들에게 충고 따위가 먹혀들어갔던가? 아무리 현명한 말이라도 마이동풍격이지.

 

187 네로이스

모처럼 맛보는 이 유쾌한 기분을 망치지 말게나! 오늘 내게는 아주 다른 볼일이 있다네. 도리스가 낳은 내 딸들, 저 바다의 그라치에들을 모두 벌렀지. 올림포스 신에도, 너희들 고장에도 그렇게 귀엽게 구는 미인들은 없을 걸. 그 애들은 아주 우아한 몸짓으로 해룡으로부터 해신 넵튠의 말 잔등으로 옮겨 타는데, 물거품마저 그 애들을 둥실 싣고 가는 양 어쩌면 물과 그리도 잘 어울리는지. …물러가게! 아비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지금, 가슴에 증오를 품고 입에 욕설을 올리는 건 어울리지 않아.

 

195 프로테우스

신들의 형상, 거대한 모습으로 서 있었지만_결국은 지진으로 파괴되어 다시 녹아버린 지도 오래 되었다. 지상의 일이란 무엇이든 간에 항상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데는 파도가 훨씬 유용하리라. 너를 영원한 물의 세계로 데리고 가는 건 프로테우스_돌고래란 말이다.

 

200 네로이스

사로잡은 젊은이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그들을 너희의 낭군으로 만들려무나. 하지만 제우스 신만이 베풀 수 있는 것을 내가 줄 수는 없겠구나. 너희를 싣고 출렁이는 파도는 사랑 역시 영속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꿈에서 깨어나거든 그들을 편안히 뭍으로 보내거라.

좋은 사람은 잘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이다.

 

벌써 지나갔구나. 원을 그리며 날듯이 훌쩍 떠나가고 말았구나. 격동하는 내 마음 알아주기나 했을까. , 날 데리고 갔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단 한 번 바라본 것으로도 능히 일 년은 견딜 수 있으리라.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마지노선…몇 년? 몇 일? 몇 달?

기다림끝에 만나서 괴테의 원대로 성냥불한개피 꺼질 때 까지만이라도 볼 수 있으면 일년은 살 수있지…암 살수 있고 말고다.

 

220 포르키아스

부끄러움은 슬퍼하지만, 아름다움은 뻔뻔스런 생각을 하지. 늙음이 양자를 미리 묶어놓지 않았다면, 지옥의 공허한 어둠에 휩싸일 때까지 그럴걸.

 

224 포르키아스

오랜 세월 맛본 갖가지 행복을 회상해보면, 지고한 신의 은총도 결국 한바탕 꿈과 같지요.

 

231 합창

파르체들 중에 가장 존귀하고 현명한 무당시시여, 황금가위는 접어두시고, 우리에게 구원의 날을 일러주세요. 우리의 사지가 벌써 궁중에 매달려 볼품 없이 흔들리는 기분이에요. 우선 춤을 추며 즐기다가 사랑하는 이의 품에서 쉬고픈데 말예요.

 

헬레나

이 아이들은 불안하겠지! 난 고통스럽긴 해도 두렵진 않다. 하지만 그대가 살아날 방도를 안다면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앞을 내다보는 현자에겐 불가능한 것도 때로 가능하게 보일 테지. 어디 말해 보아라.

 

236 포르키아스

그 남자 때문에 당신께도 똑같이 행할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 그것을 독점한자는 공유한 것을 저주한 나머지 차라리 파멸시켜 버리지요.

 

246 파우스트

놀랍습니다. 오 여왕이시여, 여기서 동시엥 사랑의 화살을 쏘는 여인과 그것에 맞는 사람을 보겠군요. 내가 보는 활은 화살을 날려 저자의 가슴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 화살 연달아 날아와 나를 맞히는 군요. 이 성 안 어디를 둘러봐도 깃털 달린 화살이 윙윙 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는 무었입니까? 당신은 졸지에 충직한 신하들을 배신케 했고, 내 성을 위태롭게 했습니다.  그러니 벌써부터 두렵군요, 내 군대가 패배를 모르는 부인께 항복할까봐,

사랑은 참 유치한 것이다. 그 유치함을 행하는 자가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249 린코이스

제가 단단히 붙잡고 있는 모든 것이 이제는 저를 떠나 당신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귀하고 고상하고 값지다고 여겼지만 이젠 보잘것없이 느껴집니다.

 

252 파우스트/헬레나

: 말해 줘요. 어찌 하면 저도 그토록 아름답게 말할 수 있나요?

: 아주 쉽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면 되지요. 가슴에 그리움이 넘쳐나면 둘러보며 묻지요

: 누구와 함께 즐길 거냐고

: 이제 마음은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리지 혅3o만이

: 우리의 행복이지요.

: 현재만잉 보물이고 소득이고 계산이며 담보인데, 보증은 누가 서나요?

: 나의 손이지요.

 

253 헬레나

전 아주 멀리 있는 듯하면서도 가까이 있는 기분이예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에! 

파우스트: 저는 숨이 막히고 몸이 떨리고 말문이 막힙니다. 시간도 장소도 사라져버린 꿈만 같습니다 

헬레나: 제 삶은 끝났지만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낯선 당신에게 정성을 바쳐 하나가 된 것 같군요. 

파우스트: 한 번 뿐인 운명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지 마십시오. 존재한다는 건 의무입니다. 비록 순간일지라도

 

257 합창

최고의 미인을 얻고자 하는 자는 무엇보다 유능해야 하고, 무기를 슬기롭게 간수해야 하지요. 세상에서 제일 가는 미녀를 비위 맞춰가며 쟁취하여도 안심하고 언제까지 소유할 순 없지요. 남몰래 잠입하여 유인해 가는 자도 있고, 대담히 약탈해 가는 도둑도 있으니, 그걸 막아낼 방도를 생각해야죠.

 

269-271

오라포리온: 어린애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그건 곧 두 분의 즐거움이죠. 제가 박자에 맞춰 뛰는 걸 보면 부모님의 마음도 설렐 거예요.

 

헬레나:인간다운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사랑이 고귀한 두 사람을 가깝게 하지만, 신과 같은 기쁨을 맛보기 위해선 사랑이 귀중한 세 사람을 만들어놓아요.

 

파우스트:그것으로 모든 게 갖추어졌소. 나는 당신의 것, 당신은 나의 것. 이렇게 우리 인연을 맺었으니 결코 변해서는 안 되겠소!

 

합창 : 몇 년간의 행복한 생활이 아드님의 부드러운 모습에 나타나 이 내외분께 모였습니다.

, 얼마나 감동적인 결합인가!

 

오리포리온: 이젠 절 뛰게 해주세요. 이젠 뛰어오르게 해주세요! 어디든 공중으로 솟구쳐오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에요. 이 소망이 벌써 절 사로잡고 있어요.

 

파우스트: 적당히 하거라! 적당히!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라. 떨어지지 말아라. 다쳐서는 안 된다. 그리 되면 소중한 아들이 우리를 파멸시키고 말 것이니라!

 

오리포리온: 더 이상 땅바닥에 처박혀 있기 싫어요. 제 손을 놓아주세요. 제 머리카락을 놓아주세요. 제 옷을 놓아주세요! 그것들은 모두 제 것이에요.

 

헬레나: , 생각을 좀 해보렴, 네가 누구의 아들인가를! 간신히 아름답게 이루어논 나의 것, 너의 것, 저분의 것을 만일 네가 부수어버린다면 우리 마음 얼마나 슬플까

 

합창 : 저들의 결합이 곧 깨어질까 걱정되네요.

 

헬레나와 파우스트 : 참아다오! 네 부모를 위해 지나치게 발랄한, 격한 충동은 참아다오! 이 고요한 전원 속에서 무도회를 장식해 다오.

 

280 헬레나(파우스트에게)

행복과 아름다움을 늘 함께 누릴 수 없다는 옛말이 슬프게도 제게 증명되었어요. 생명의 줄도 사랑의 줄도 끊어져버렸으니, 두 가지를 애통해하면서 쓰라린 이별을 고하겠어요. 한 번만 더 절 품에 안아주세요. 저승의 여신이여, 아들과 나를 데려가소서!

 

그녀가 파우스트를 포옹하자 육체는 사라지고, 옷과 면사포만 그의 팔에 남는다.

 

292 파우스트

거대한 산은 내게 의연히 침묵하고 있다. 나는, 산이 어디로부터, 왜 생겨났는지 묻지 않겠다. 자연이 자신 속에 스스로 기초를 세웠을 때, 지구를 말쑥하리만치 둥글게 만들었다. 산봉우리와 계곡을 만들면서 즐거워했으며, 암벽과 암벽, 산과 산을 줄지어 놓았다. 언덕들, 알맞게 경사지어 놓으니,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골짜기로 흘러내린다. 거기 초목이 푸르게 자라고 있으니, 자신을 즐기기 위해 자연은 미친 듯한 천재지변을 원치 않는다.

 

297 파우스트

 내 눈은 저 아득한 바다로 끌렸다네. 그것은 부풀어서 저절로 솟구쳐 올랐다가는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파도를 퍼부어 넓고 평탄한 해변을 덮치는 걸세. 난 그게 못마땅하네, 오만한 마음이 정열에 들뜬 혈기를 못 이겨 온갖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정신을 불쾌한 감정으로 바꿔놓은 것 같아서 말일세. 우연이려니 생각하고 더욱 날카롭게 응시해 보니, 파도는 멈췄다가 다시 구르면서 당당히 도달했던 목표에서 멀어져 가는 거야. 시간이 되면 이 유희를 또 되풀이 하는 거지.

 

306 황제

자기만 살아남겠다는 건 이기주의의 신조지. 거기엔 감사도, 정분도, 의무나 명예도 없느니라. 잘 계싼해 본다면, 이웃집의 화재가 너희까지 삼켜버린다는 걸 생각지 못하느냐?

 

두번째 첩자

처음에 우리는 느긋하게 거친 폭도들이 헤매는 꼴을 구경했습니다. 그런데 불쑥 예기치 않게 새로운 황제가 나타났습니다. 민중들은 지정된 길을 따라 들판을 가로질러 행진해 갔나이다. 새로 펼쳐 든 가짜 깃발을 모두 따르더군요_양떼의 근성입지요.

 

329 사옹원정

어전에 나온 수라상이 폐하의 마음에 드실 때까지 엄히 단식함을 소신의 의무로 삼겠습니다. 주방의 하인들과 합심하여서 먼 곳의 진품을 구하고, 철 이른 성찬도 마련하겠습니다. 페하께옵선 먼 곳의 철 이른 특산물로 차린 수라상보다 간소하고 영양가 있는 것을 좋아하시는 줄로 압니다만. Yes, but 말하기를 잘 하고 있군.

 

346 페피스펠레스

힘이 곧 정의인 것을 무엇을 잡느냐가 문제지, 어떻게는 알 바 아니야. 내가 풋내기 항해사라면 모를까. 전쟁과 무역과 해적질은 때어놀 수 없는 삼위일체인 것을

악마 캐릭터 맞음.

 

349 메피스토펠레스

인생이란 마치 딩, , 동 사이에서 한바탕 허전한 꿈이란 듯이

 

355 한밤중 회식에 네 여인이 등장한다. 결핍, 죄악, 근심, 곤궁

 

357 근심

내 목소리,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마음속엔 쟁쟁히 울릴 거예요. 온갖 형상으로 바뀌면서 나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답니다. 오솔길에서나 파도 위에서나 영원히 불안한 길동무지요. 찾지 않아도 항상 나타나 저주를 받지만 아첨도 받는답니다.

 

357 파우스트

나는 오로지 세상을 줄달음쳐 왔을 뿐이다. 온갖 쾌락의 머리채를 붙잡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버리고, 빠져 나가는 것은 내버려두었다. 나는 오직 갈망하면서 그것을 성취하였다. 또한 소망을 품과 기운차게 평생을 질주해 왔다. 처음엔 원대하고 힘차게, 지금은 현명하고 사려 깊게 해나간다. 지상의 일은 낱낱이 알고 있지만, 천상을 향한 전망은 끊어져 벼렸다.

눈을 꿈벅거리며 하늘을 향해 구름 속의 자신을 꿈꾸는 자는 바보로다! 이곳에 굳건히 서서 주위를 둘러볼 일이다. 유능한 자에게 이 세상은 침묵하지 않으리라. 무엇 때문에 영원 속을 헤맬 필요가 있을까! 인식한 것은 손아귀에 잡을 수 있는 법. 이렇게 지상의 나날을 보내는 게 좋으리라. 도깨비들 날뛰어도 내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는 자. 그가 나아가는 길엔 고통도 행복도 함께 있겠지.

 

363 파우스트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파우스트 뒤로 쓰러진다. 레무르들이 그를 붙잡아 땅 위에 누인다.

 

메피스토펠레스

어떤 쾌락과 행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형상들만 줄곧 찾아 헤매더니, 최후의 하챦고 허망한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으려 하는구나. 내게는 억세게도 항거한 놈이지만, 세월 앞엔 별수없이 백발이 되어 모래 위에 누웠구나. 시계는 멈추었다.

 

371 천사들의 합창

그대들의 것이 아니면, 그대들은 피해야 해요. 그대들 마음 어지럽히는 것은 참을 수가 없을 거예요. 그것이 난폭하게 덤벼든다면, 우리는 용감히 싸워야 해요. 사랑만이 사랑하는 사람을 천국으로 인도하지요!

 

387 속죄하는 한 여인(한때 그레트헨이라 불렸던 여인, 성모에게 매달리며)

굽어보소서, 굽어보소서, 비할 데 없는 당신, 광명으로 가득 찬 성모님이시여. 자비로운 얼굴로 제 행복을 살펴주소서! 옛날에 사랑했던 그분, 혼미함이 사라진 그분이 돌아왔나이다.

 

388 신비의 합창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올리도다.

 

3.      내가 작가라면

 

목차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

 

비극제 1.

비극제 2. 1~5

작품해설/작가연보

 

대가의 60년에 걸친 작품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된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자. 그리고 자살충동. 그 정도의 지식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한번쯤 자살충동이 일어난다고 생각된다. 다양한 이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충동이고 파우스트라는 인물을 재창조한 괴테의 시선은 공감이 간다. 무엇이 인간에게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안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괴테 스스로 이야기하듯이 비기독교인의 영혼을 악마로부터 구원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여인이다. 분명 남자를 되기 힘든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여자는 자녀을 낳고 그 자녀를 기를 때는 어머니가 된다. 아버지와는 다른 의미의 성인 반열에 오를 수 있어서이지 싶다. 여자와 어머니일 때는 성을 초월하는 문제니까.

괴테의 생애에서 사랑은 그를 지탱하는 든든한 한 다리가 되었지 싶다 

 

감동적 장절

 

29-30 파우스트

!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석사니 박사니 허울 좋은 이름만 들으며 그럭저럭 십 년이란 세월을 위로 아래로 이리저리 내 학생들의 코를 끌고 다녔을 뿐_우리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보니 내 가슴은 거의 타버릴 것만 같다. 하기야 박사니 석사니 문필가니 목사니 하는 온갖 멍청이들보다는 현명한 편이지. 나는 회의나 의혹 따위로 괴로워하지 않고, 지옥이나 악마 따위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_그 대신 모든 즐거움은 사라져버리고, 무언가 올바른 것을 알았다는 자부심도 없으며, 인간을 선도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그럴싸한 걸 가르칠 자신도 없구나. 그렇다고 재산과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의 명예나 영화도 누리지 못하니 개라도 더 이상 이 꼴로 살기는 원치 않으리라! 하여 나는 마법에 몰두하였다. 정렬의 힘과 말<>을 빌어 많은 비법을 알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다. 그리 되면 더 이상 비지땀 흘려가며 나도 모르는 걸 지껄일 필요가 없을 것이요, 이 세계를 가장 내밀한 곳에서 통괄하는 힘을 알게 되고,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통찰함으로써 더 이상 <>의 소매상을 벌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98 파우스트

다시 말하지만, 쾌락이 문제가 아닐세. 이러한 도취경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일세. 고통스러운 향락, 사랑에 눈먼 증오, 속이 후련해지는 분노에. 지식에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류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오히려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우울과 환멸에 빠진 파우스트박사. 그는 괴테 자신이지 않았을까? 괴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고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 그리스어, 라틴어 , 히브리어, 불어, 영어, 이탈리아어등을 배웠고 고전문학과 성경을 읽고 법학을 공부했으며, 행정가로서도 국정에 참여하여 성과를 거두고, 식물학 해부학 광물학 지질학 색채론등 인간을 설명하는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사람. 18세기 유럽인 평균수명 45세 시절에 80을 넘게 살다간 지식인. 지식의 극점에 도달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그 다음단계, 인간. , 악마…우리가 알고 있는 신은 계약을 하지 않지. 계약이라 함은 동등한 위치에서 하는 건데 신은 스스로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존재니까. 인간이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은 여인이다. 단테 신곡에 천국을 에스코트하는 존재가 베아트리체였다. 단 두 번의 만남으로 알려진 여인에 대한 사랑. 그 여인이 천국으로 인도하는 존재인 것이다.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있었던 동안 남자와 여자로 대변되는 인간은 구원을 하는 자의 몫은 여인이다. 진실한 사랑을 아는 여인. 대부분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사람을 할 줄 아는 여인의 몫이다.

 

269-271

오라포리온: 어린애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그건 곧 두 분의 즐거움이죠. 제가 박자에 맞춰 뛰는 걸 보면 부모님의 마음도 설렐 거예요.

 

헬레나:인간다운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사랑이 고귀한 두 사람을 가깝게 하지만, 신과 같은 기쁨을 맛보기 위해선 사랑이 귀중한 세 사람을 만들어놓아요.

 

파우스트:그것으로 모든 게 갖추어졌소. 나는 당신의 것, 당신은 나의 것. 이렇게 우리 인연을 맺었으니 결코 변해서는 안 되겠소!

 

합창 : 몇 년간의 행복한 생활이 아드님의 부드러운 모습에 나타나 이 내외분께 모였습니다.

, 얼마나 감동적인 결합인가!

 

오리포리온: 이젠 절 뛰게 해주세요. 이젠 뛰어오르게 해주세요! 어디든 공중으로 솟구쳐오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에요. 이 소망이 벌써 절 사로잡고 있어요.

 

파우스트: 적당히 하거라! 적당히!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라. 떨어지지 말아라. 다쳐서는 안 된다. 그리 되면 소중한 아들이 우리를 파멸시키고 말 것이니라!

 

오리포리온: 더 이상 땅바닥에 처박혀 있기 싫어요. 제 손을 놓아주세요. 제 머리카락을 놓아주세요. 제 옷을 놓아주세요!

그것들은 모두 제 것이에요.

 

헬레나: , 생각을 좀 해보렴, 네가 누구의 아들인가를! 간신히 아름답게 이루어논 나의 것, 너의 것, 저분의 것을 만일 네가 부수어버린다면 우리 마음 얼마나 슬플까

 

합창 : 저들의 결합이 곧 깨어질까 걱정되네요.

 

헬레나와 파우스트 : 참아다오! 네 부모를 위해 지나치게 발랄한, 격한 충동은 참아다오! 이 고요한 전원 속에서 무도회를

장식해 다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다. 사랑을 하고 부모가 되는 것. 두 가지가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자식은 부모의 행복이다. 부부가 나누는 공통의 대화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이 자녀이야기인 듯 하다 

 

297 파우스트

 내 눈은 저 아득한 바다로 끌렸다네. 그것은 부풀어서 저절로 솟구쳐 올랐다가는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파도를 퍼부어 넓고 평탄한 해변을 덮치는 걸세. 난 그게 못마땅하네, 오만한 마음이 정열에 들뜬 혈기를 못 이겨 온갖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정신을 불쾌한 감정으로 바꿔놓은 것 같아서 말일세. 우연이려니 생각하고 더욱 날카롭게 응시해 보니, 파도는 멈췄다가 다시 구르면서 당당히 도달했던 목표에서 멀어져 가는 거야. 시간이 되면 이 유희를 또 되풀이 하는 거지.

 

 

IP *.175.250.218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