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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0일 06시 2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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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렸다. 쉼없이 달렸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털썩 주저앉고 싶을 때면 생각했다. 그 놈의 지겹고 치사한 달세방과 뇌세포와 위장을 갉아먹는 늦은 회식을 마치고 비틀거리며 올라야 했던 높고 좁은 골목길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기나긴 여름날 등짝에 쩌억 달라붙었던 와이셔츠의 참을 수 없는 불쾌함과 옆 방 술주정뱅이 영감의 넋두리와 한탄과 푸념의 도돌이표 돌림노래를 떠올렸다. 다시. 그 곳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주위에서 한명 씩, 두명 씩 픽픽 쓰러져 나갈 때도 나는 그들이 자신의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믿었다. 고백한다. 또 한명 제쳤다는 일말의 쾌감을 느낀것도 솔직히 사실이다. 그래, 어딘가 좋은 곳으로 가리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이 달렸다. 버티고 또 버텼다. 산다는 것이 그런 것 아니던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재미로만 인생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일치감치 깨닫고, 먹고 산다는 것은 어차피 재미없는 일이라는 것을 날카로운 이성으로 꿰뚫어 보는 것.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이 순간의 고통과 모욕을 뜨겁게 참고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 믿었다. 그런데 젠장. 속았다. 


이 놈의 길이 없다. 말도 안되는 곳에서 갑자기 끝나버렸다. 더이상 길이 없단다. 아니, 사실 여기는 길이 아니었단다. 쉴 새없이 달려왔는데 이 고지가 아니란다. 저 멀리 다른 고가도로로 누군가 달려간다. 그들도 아마 또 한 명 제쳤다고 통쾌해하리라. 망연자실, 힘이 빠져 콘크리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막다른 길의 끝에서 새 한 마리 어디론가 훠얼 훨,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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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벤사이드는 ‘마르크스 사용 설명서’에서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통해 말했던 자본의 순환 과정을 아래의 표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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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자본 A는 투자를 통해 생산 P을 하고, 이를 상품 M으로 바꾼 뒤 판매를 하여 다시 새로운 자본 A’를 얻게 됩니다. 이 순환 주기에서 최초의 자본 A는 변신을 거쳐 자본 A‘로 전환에 성공하게되면 이 과정에서 잉여 가치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둘 사이 - A와 A’를 연결하는 또 다른 사이클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융입니다. 그러니 사실 우리가 저축을 하거나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얻게되는 이자나 이익 또한 이 변환 과정을 통해 발생됩니다. 결국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 사이, 즉 화폐가 상품으로 바뀌는 과정과 상품이 다시 화폐로 전환되는 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가치의 수혈로 인해 유지됩니다. 


벤사이드의 설명처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계속해서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자본 또한 순환하지 않으면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이 페달을 돌리는 모터가 바로 ‘노동력’입니다. 그러니 누군가 주식 투자로 대박을 터뜨렸다거나 땅을 사서 큰 돈을 벌었다거나 그 무엇이든 상관없이 - 자본, 토지, 노동, 금융과 같이 본질을 알아보기 힘들게 이름은 다 달라도 - 탁 까놓고 말하자면 누군가의 피와 땀이 그 곳으로 몰려간 결과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실물 경제보다 금융 회로가 더 빨리 돌게 되어 풍선이 끝없이 부풀어오르게 되면 거품처럼 빵, 하고 터지게 됩니다. 


어떻게 우리는 이 순환 고리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피 튀기는 경쟁을 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의 저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 이외에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저도 뾰족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박민규는 자신의 첫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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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우리 모두의 탈주를 꿈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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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꼭 탈주에 성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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