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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5일 06시 44분 등록
 

파우스트 -두 번째 읽기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옮김/ 열린책들


저자에 대해서


****괴테는 16살 때 아버지의 뜻대로 작센국 수도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감하였는가 하면, 자기 안에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라고는 갖지 않은 무력감과 좌절감을 맛보며 라이프치히에서 3년을 보냈다. 이 시기는 자신의 길을 찾는 모색의 시간이었다.

***21살 때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가 안질수술을 받기 위해 슈트라스부르크로 와서 머물게 되었다. 이미 신진 비평가로서 명성을ㄹ 떨치고 있던 헤르더와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괴테에게는 운명의 사건이었다. 헤르더와 괴테와의 만남은 ‘슈투름 운트 드랑’이라고 부르는 문학운동과 직결된다.

****22살  가을에 희곡형식을 빌려 <괴츠 폰 베를리힝겐>을 썼다. 우연히 입수한 기사  ‘괴츠 폰 베를리힝겐’의 전기를 읽고 이 강직하고 긍지 높은 남자의 모습을 중세 독일에서 글어와 전하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서 내놓은 작품이다. 이 초고는 실제 무대에 알맞도록 개작해서 1773년 자비출판하였다. 그런데 이 작품은 뜻밖에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켜 슈투름 운트 드랑의 대표작이라는 평까지 받았다. <파우스트>를 구상했다.

***23살 오월에 베츨러로 여행을 갔다. 베츨러 교외의 작은 마을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괴테는 로테를 만나게 되었다. 건강하고 상냥한 ‘샤를로테 부흐’에게  격정적인 동경을 품었지만, 그녀는 이미 유능하고 선량한 법무서기관 캐스트네르와 약혼한 사이였다. 결국 괴테는 베츨러를 떠났다. 이 샤를로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델이 되었다.

****26세 때 괴테는 바이마르공국의 군주 ‘카를 아우구스트’의 초청을 받았다. 바이마르공국은 가난한 도시지만, 문학적으로 놀랄 만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었다. ‘카를 아우구스트’공은 괴테를 친구로 초청했지만, 국정상 여러 문제에 대해 의논상대가 되었다. 마침내 30세의 괴테를 대신에 임명하여 국정에 참여켜 한다. ‘카를 아우구스트’공은 신정로마황제에게 청원하여 괴테를 귀족으로 승격시켜 궁정에 있어서의 그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였다.

****37세 때 상인을 변장하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에서 천 장 이상의 스케치를 하였으나 화가가 되기를 단념하고 39세 6월에 바이마르로 돌아왔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괴테는 <타우리스의 이피기네에>를 완성했다. 동시에 희곡 <에그모트>도 완성하고, <타소>도 완성했다. 괴테는 예술의 위대성과 고귀함, 미와 품위에 대한 감각을 몸에 익혀 예술가로서 완전히 재생되어 돌아왔다.

****39세 때 실러와 처음을 만났다. 자연과 예술의 본질적 통일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서로 깊이 공감하고 창작방법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 협력하기에 이른다. 괴테는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파우스트>도 실러의 격려에 의해 다시금 쓰기 시작했다.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쓴 것도 이 시기였다. 괴테와 실러의 우정은 10년 넘게 지속되었고, 문학사가 결코 풍부하지 못한 독일에 두 사람의 기여도는 크다. 이 시기는 독일 철학과 음악 등 모든 영역과 더불어 세계사상의 한 정점이 되었다.

****괴테는 53살 때 헤르더의 죽음을 보았고, 56세 때 실러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59세 대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했던 괴테는 반생을 회고하여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곧 <나의 생애에서-시와 진실>이다. 태어나서부터 바이마르로 출발하기 까지의 기록이지만, 단순히 청춘의 기록으로 그치지 않고 문화사, 정신사의 취향가지 갖춘 대작품이 되었다.

****67세 6월, 아내 크리스티아네가 죽었다. 외아들 아우그스트도 이탈리아를 여행하다가  죽었다. 만년의 괴테는 고독하였다. 그리고 이 시기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델이 되었던 ‘로테 케스트네’가 찾아왔다. 이 시기에 <파우스트>2부를 완성하였다.

***83세, 가벼운 감기로 자리에 누운 괴테는 3월 22일 눈을 감았다. 실러와 나란히 바이마르에 묻혔다.

 

 

파우스트- 내 마음에 드는 문장 50개


1) 시인 : 번쩍거리는 것은 순간을 위해 빛나지만,

참된 것은 길이길이 후세에 남는다오. (10P)

☆☆지금도 늦지 않다.

내 인생에서 참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고 그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2)시인: 누가 하나하나를

근사한 화음 울리는 엄숙한 전체로 불러내는가?

누가 폭풍우를 정열로 날뛰게 하고,

저녁놀을 진지하게 불타오르게 하는가?

누가 어여쁜 봄꽃들을

사랑하는 사람 가는 길에 뿌리는가?

누가 뜻없는 초록빛 잎사귀들을

온갖 공적을 가리는 영예의 화환으로 엮는가?

누가 올림포스를 지키는가? 누가 신들을 화합시키는가?

그것은 바로 시인에게서 드러나는 인간의 힘이오.(13P)

☆☆☆시인의 역할을 잘 묘사해 놓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괴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3)시인 : 나한테도 그런 시절을 되돌려 주게.

내가 아직 성숙을 향해 나아가던 시절,

풍요로운 노래의 샘이 끊임없이

새롭게 솟아나고,

세상이 안개에 가려있고,

꽃봉오리가 기적을 약속하고,

골짜기마다 가득한

온갖 꽃들을 꺾던 시절,

비록 가진 것은 없었지만, 진실에의 열망과

환상에의 기쁨만은 부족함이 없었지.

그 넘치던 충동,

깊고도 고통스러웠던 행복,

증오의 힘, 사랑의 위력,

내 젊음을 돌려 다오!(14P)

☆☆☆ 빛났던 청춘은 빛바래고, 젊음도 시들어지고,

옛 추억만이 가득한 지금, 시간을 멈추고 싶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열정도 그만큼 쇠퇴해진다는 것을 이즈음에 느낀다.


4)단장 : 어서 당장 술을 빚게!

오늘 하지 않는 일은 내일도 이루어지지 않는 법.

하루도 헛되이 보내서는 안될 걸세.

가능성이 엿보이면 과감하게

덥석 정수리를 놓치고 움켜쥐게.(15P)

☆☆☆내일을 기약하는 사람은 성공의 대열에 서지 못한다.

내일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살 것을 나에게 주문하고 싶다.


5)하느님: 그가 지상에서 사는 한

네 마음대로 하는 걸 막지 않겠노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니라.(18P)

☆☆☆ 어떤 일을 도모해야만 번뇌와 번민이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 편안한 만큼 소득이 없는 것이다.


6) 파우스트 : 오, 넘치는 달빛이여,

네가 나의 고뇌를 내려다보는 일도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내 깊은 한밤중에 얼마나 자주 잠 못 이루고

이 책상에서 너를 가다렸던가.

그러면 우수 어린 벗이여, 너는

책과 종이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었지!

아아! 네 사랑스러운 빛에 실려

산봉우리를 거닐 수 있다면.

정령들과 어울려 산중의 동굴 주위를 떠돌고

네 어스름한 빛을 받으며 초원을 배화할 수 있다면.

온갖 학문의 자욱한 연기에서 벗어나

네 이슬 속에서 건강하게 목욕할 수 있다면!(24P)

☆☆☆달빛을 찬탄하는 파우스트의 심정이 되어본다.

달빛을 벗삼아 밤새도록 공부했던 파우스트는

어느 날 불현듯 달빛을 받으면서 자연과 함께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7)파우스트: 슬프도다! 내 아직도 이 감옥에서 갇혀 있단 말인가?

정다운 하늘의 빛조차

채색된 유리창을 통해 우울하게 비쳐드는

이 숨 막히는 저주받은 골방에!

벌레 먹고 먼지 긴 책 더미가 높은 천장까지 수북이 쌓여

방 안을 비좁게 만들고,

연기에 그을린 종이들이 여기저기 꽃혀 있고,

유리관과 상자들이 사방에 널려 있구나.

온갖 기구들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제도구들이 그 틈을 메우는구나-

이것이 너의 세계다! 이런 것이 세계라니! (24~25P)

☆☆☆ 어느 날 문득 내 집과 방이, 자신을 옥죄는 감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자신의 삶의 방식도 싫고, 자신도 싫어질 때가 파우스트가 느끼는 이런 감정이 아닐까.

책이 없는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방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8)그런데 네 마음이 어찌하여

불안에 짓눌리느냐고 묻는 게냐?

어찌하여 설명할 길 없는 고통이

네 모든 삶의 활기를 가로막느냐고?

하느님은 생동하는 자연 속에

인간을 창조하였거늘,

연기와 곰팡이 속에서 동물들의 뼈다귀와 해골들만이

너를 에워싸고 있지 않느냐. (25P)

☆☆☆우리들의 탄생에 대해 누구도 관여하지 않았듯이, 우리들의 삶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9)파우스트 : 이제야 현인의 말뜻을 알겠노라.

<정령들의 세계가 닫힌 것이 아니로다.

네 감각이 닫혀있고, 네 마음이 죽은 것이니라!

분발하라, 배우는 자여, 지상에 사로잡힌 네 가슴을

단호히 아침노을로 씻어 내라!>(26P)

☆☆☆닫히고 무디어진 감각의 문을 활짝 열고 세상을 만끽하라.

그리고 인생을 만끽하라. 책속에 코를 박고 있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파우스트는 이제야 개달았다. 행동하라.


10)파우스트: 성실하게 성공의 길을 좇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가 되지 말게!

이성과 올바른 감각을 갖추면,

굳이 기교 부리지 않아도 연설이 저절로 술술 나오는 법일세.

진심으로 뭔가를 말하고 싶다면,

말을 뒤좇아 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네. 요리조리 비틀어

겉만 번지르르한 자네들 말은

가을의 마른 잎을 스치는

안개 바람처럼 칙칙한 것일세!(30P)

☆☆☆진심을 담아서 말하라. 그리고 가슴을 열고 진심으로 들어라.

그럴 때 상대방이 감격하는 것이다.


11)파우스트 : 이리 내려오너라. 순결한 크리스털 잔이여!

내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낡은 케이스에서 나오너라.

너는 선조들의 즐거운 잔칫상에서 빛을 발하며,

너를 주고받는

점잖은 손님들을 흥겹게 해주었노라.

네 많은 정교하고 화려한 무늬들을

운 맞추어 시로 읊고 단숨에 들이켜는 것은

술자리의 의무였노라.

내 손으로 마련하고 고른

이 갈색의 물살로 너를 채우리라.

이 최후의 한 모금을 엄숙하고 숭고한 인사로서

내 마음 다하여 아침에게 바치노라.(술잔을 입에 댄다)(36P)

☆☆☆ 술에 대한 예찬은 언제 읽어도 우리를 기쁘게 한다. 술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아마 우울증환자로 가득 찼으리라.


12)파우스트: 저기 신록에 둘러싸인 오막살이들이

저녁의 붉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광경을 보게나.

석양의 햇살은 서서히 물러가고 하루가 저물어가네.

태양은 새로운 생명을 북돋우려 서둘러 달려가네.

오, 나한테 날개가 있다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언제가지나 태양을 좇아갈 수 있으련만!

영원한 저녁 햇살 속에서

발치의 고요한 세계를 내려다볼 수 있으련만!

산봉우리들이 불타오르고 골짜기들이 적막에 사이고

은빛의 냇물이 황금빛 강물로 흘러드는 것을 볼 수 있으련만!(49P)

☆☆☆저녁노을의 풍광을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13)바그너: 저도 때로는 변덕스러운 기분에 저을 때가 있지만,

그런 충동은 아직껏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숲과 들판을 바라보면 쉽게 싫증이 나고,

새들의 날개 따위는 결코 부러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 저 책, 이글 저글을 뒤좇는

정신의 기쁨은 그 얼마나 다른가요!

겨울밤들이 정겹고 즐겁게 느껴지고

복된 삶이 온 몸을 따사하게 해준답니다.

아 ! 값진 양피지를 펼치면,

천상이 오롯이 저한테로 내려오는 듯하지요. (49~50P)

☆☆☆책을 통해서 느끼는 행복감은 느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슬플 때도 우울할 때도 가만히 활자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슬픔과 우울을 잊고 책 속으로 빠져든다.


14) 파우스트 : 내 가슴 속에는, 아아! 두 개의 영혼이 살면서

서로에게 멀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감각으로 현세에 매달려 방탕한 사란의 환락에 취하려 하고,

다른 하나는 이 티끌 같은 세계에서 과감히 벗어나

숭고한 선인들의 세계로 나아가려 하네.

오, 대기를 떠돌며

하늘과 땅 사이를 지배하는 정령들이 있다면,

황금빛 안개를 뚫고 내려와

나를 새롭고 현란한 삶으로 이끌어다오! (50P)

☆☆☆인간은 빛과 어둠, 선과 악, 정신과 충동을 지닌 이중적 존재로서 살아있는 한 이런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가슴 속에 두 개의 영혼이 살고 있다고 한탄하는 파우스트의 비극은 천상의 빛을 품고서 지상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원성에서 비롯된다.

내 안에 두 개의 영혼이 살고 있음을 느낄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산과 악의 공존, 성과 속의 공존, 유희와 학구의 공존 이러한 공존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15)메피스토펠레스: 저는 항상 부정하는 영(靈)입니다!

생성되는 모든 것은

당연히 죽어 없어지기 마련이니

부정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아예 생겨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입니다. (59P)

☆☆☆‘생성되는 것은 모두 소멸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불교에서는 이런 근거를 들어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세상 어디에도 내 것은 없다. 생성되어진 것이 소멸한다고 해서 생겨나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은 이치에 맞지 않다.


16)파우스트: 내가 어떤 옷을 입더라도

이 답답한 삶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걸세.

나는 그저 놀고 먹기에는 너무 늙었고,

희망없이 살기에는 너무 젊다네.

이 세상이 나한테 뭘 줄 수 있을 것인가?

부족해도 참아라! 참아야 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오는

영원한 노래일세.

일평생 한시도 쉬지 않고

목이 쉬도록 부르는 노래.

☆☆☆부족해도 참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평생 이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항상 불만족스러운 물질에 대한 소유,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결핍,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고 부족한 것 투성이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자신의 욕망을 낮추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아침마다 자지러지게 놀라며 눈을 뜬다네.

해질 때까지 단 한 가지, 그야말로 단 한 가지 소망도

이루어 주지 않을 하루를 맞이하고는

통곡하고 싶다네.

혹시 즐거운 일이 없을까 기대하는 마음을

고집스럽게 헐뜯고 깎아내리며,

내 활기찬 가슴이 만들어 내는 것을

수천 가지 흉악한 면상으로 가로막는 날들.

☆☆☆하루에 작은 소망, 혹은 희망사항 한 가지쯤은 이루어지지 않을까? 나의 꿈과 열망은

워낙이 소박하기에 한 가지는 이루어지는 것 같다. 밀크가 뜸뿍 들어간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몇 페이지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러면 무척이나 행복하다.

내 모든 힘을 다스리는 신은

바깥을 향해서 아무런 힘이 없다네.

그러니 사는 것이 짐스럽고,

오로지 죽고 싶은 마음뿐 인생이 지겹지 않겠는가. (66P)


17)파우스트 : 저 세상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네.

자네가 이 세상을 산산이 부수면,

다른 세상이 생겨나야 하네.

이 지상에서 내 기쁨이 용솟음치고,

이 태양이 내 고뇌를 비추네.

내가 이것들과 작별을 고한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대수겠는가.

내세에도 사랑이 있고 증오가 있는지,

저 세상에도

위가 있고 아래가 있는지,

내 알바 아니네.(69P)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해 집착할 필요도 아직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다. 지금 현재를 잘 살면 되는 것이다.


18)파우스트: 내가 속 편하게 누워서 빈둥거린다면

그것으로 내 인생은 끝장일세.

내가 자네의 알랑거리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고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 마지막 날일세! (70P)

☆☆☆평생을 노력하면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빈둥거리고, 쾌락을 즐기는 것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예가 지금의 파우스트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은 좀 특별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빠른 삶을 살고 싶어도 항상 뒤처지기만 하는 나를 어찌할까 싶다.


19)파우스트 : 내 말 명심하게, 기쁨이 문제가 아닐세.

나는 도취경, 극히 고통스러운 쾌락,

사랑에 눈먼 증오, 통쾌한 분노에 빠져 보고 싶네.

내 마음은 지식에의 열망에서 벗어나

앞으로 어떤 고통도 피하지 않을 걸세.

온 인류에게 주어진 것을

가슴 깊이 맛보려네.

지극히 높은 것과 지극히 깊은 것을 내 정신으로 붙잡고

안류의 행복과 슬픔을 내 가슴에 축적하고,

내 자아를 인류의 자아로 넓히려네.

그러다 결국에는 인류와 더불어 몰락하려네.(73P)

☆☆☆지식을 신봉하고 으뜸으로 살아 온 파우스트는 이러한 열망을 벗어던지고 싶다. 지금까지 머리가 요구하는 삶을 살았다면, 이젠 가슴이 요구하는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올라오는 것이다. 사랑 때문에 환희도 느껴보고 싶은가 하면 증오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이젠 인류에게 주어진 오감과 괘락을 다 맛보고 싶어진 파우스트, 부디 그 소망을 이루소서.


20)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당신일 뿐이오.

아무리 곱슬머리 가발을 쓰고

굽 높은 신발을 신어도

당신은 언제까지나 당신일 뿐이오. (74P)

☆☆☆ 나다운 내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하고 고민하지 마라. 그냥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성형을 한다고 해서 ‘나’가 ‘너’는 될 수가 없다.


21)메피스토펠레스: 인생의 즐거움이 우리에게서 도망치기 전에,

우리가 더 현명해져야 하오.

제기랄! 손과 발,

머리와 엉덩이, 물론 그것들은 선생의 것이오.

그렇다고 내가 새롭게 즐기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란 말이오?

내가 여섯 마리의 말을 돈 주고 산다면,

그 말들의 힘은 내 것이 아니겠소? (74P)

☆☆☆ 나에게 속한 모든 것은 내 것이며, 나를 표출하고 있는 그 무엇이다. 눈, 코, 귀, 입, 혀, 몸 피부, 생각을 통해 사물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 내 것인 것이다. 그러니 쾌락을 즐기고 나서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발뺌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22)파우스트 : 내가 그대의 눈을 마주 보면,

모든 것이 그대의 머리와 가슴으로

몰려들어서

영원한 비밀에 감싸여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게 그대 곁을 떠돌지 않소?

그대의 커다란 마음이 그것으로 가득 차고,

그것에 묻혀 행복에 넘치면

행복! 마음! 사랑! 신!

그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부르시오.

나는 그것에 이름이

필요없소! 내가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오.

이름은 천상의 불꽃을 감싸고 있는

허망한 껍질에 불과하오.(138P)

☆☆☆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를 나에게로 호명하는 것이다. 이름을 불러 줄 때, 호명할 때 그와 나는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이름이 필요한 것이지, 내가 느끼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는 이름은 필요하지 않다. <금강경>에도 이름은 이름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름이 곧 본질은 아닌 것이다.


23)파우스트 : 우뚝 솟은 거대한 산봉우리들이

더없이 장엄한 시간을 알리는 구나.

저것들이 먼저 영원한 빛을 즐기고 나면,

우리에게도 그 빛이 내려앉으리라.

이제 푸르른 알프스 초원이

새로운 광명을 선사받아 선명하게 빛나는 구나.

빛이 한걸음 한걸음 서서히 내려오누나-

태양이 자태를 드러내는 구나!- 애석하게도 찌르는 듯,

벌써 눈이 부시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구나.

애타게 갈구하는 마음이

지고의 소망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나아가

활짝 열려 있는 성취의 문을 발견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리라.(190~191)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을 멋지게 표현했다. 웅대한 자연에서 자연을 어떻게 묘사한다하더라도 글은 힘을 잃게 마련이다. 자연이 말하는 것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겠다.


24)점성술사: 산만한 마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이옵니다.

먼저 침착하게 속죄를 하고,

지상의 것을 통해 지하의 것을 얻어야 합니다.


좋은 것을 원하는 자는 먼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기쁨을 원하는 자는 스스로의 혈기를 가라앉혀야 하는 법입니다.

포도주를 원하는 자는 무르익은 포도송이를 짜야 하고,

기적을 바라는 자는 신앙을 굳건히 해야 하옵니다. (203P)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해서 기반을 닦아 놓은 후에라야, 그 기반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있다. 자갈길을 달려오려면  힘들텐지만, 잘 닦아놓은 대로 위를 달려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25)메가이라: 두 사람이 연분을 맺고 나면 내가 나설 차례.

어떤 경우든 난 황홀한 행복을 변덕으로 망가뜨릴 줄 알지.

사람도 변하고, 시간도 변하기 마련인 것을.

그토록 바라던 것을 끝까지 품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

누구든 최고의 행복에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다른 뭔가를 더욱 열렬히 바라는 법.

태양에서 멀리 달아나, 서리를 따뜻하게 덥히려는 꼴이 되리라.(215~216)

☆☆☆복수의 여신이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랑의 속성이다. 뜨거운 것은 언젠가 식게 되어있고,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는 추하게 되고, 만족스럽던 것도 언젠가는 불만족스러운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것은 복수의 여신이 훼방을 놓아서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마음이 그러하고 우주의 법칙이 그러하다.

26)플루토스: (소년 마부에게)

네가 정겨운 밝음을 뚜렷이 보는 곳,

너에게 속하는 곳, 너 자신만을 믿는 곳으로 가라.

오로지 아름다운 것, 선한 것만이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곳으로.

외로움으로! 거기에서 네 세계를 창조하라.(227P)

☆☆☆밝음, 자신의 세계를 창조, 아름다운 것, 선한 것, 외로움, 이러한 것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


27)파우스트 : 엄청난 보물이 폐하의 영토 깊숙이 묻혀서

오로지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릴없이 나뒹굴고 있사옵니다. 제아무리 생각이 넓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풍성함을 헤아리기에는 역부족이고,

제 아무리 환상의 날개를 높이 편다 하더라도

그 풍성함을 쫓아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하오나 깊은 통찰력을 갖춘 정신은

무진장한 것에 무진장한 신뢰를 품는 법이지요. (241~242)

☆☆☆우리의 능력 또한 땅속에 묻힌 엄청난 보물처럼 많다. 단지 그러한 능력에 대해 믿음도 없고, 개발하려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사용하는 뇌는 뇌ㅢ 용량의 5%도 안된다고 하니, 무한한 능력을 사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28)파우스트: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메피스토펠레스 : 길은 없소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았고,

닿을 수도 없는 곳. 그래도 가겠소?-

열어야 할 자물쇠도 없고 빗장도 없이,

외로움에 휩싸여 있소.

삭막함이나 외로움이 뭔지 아오?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았고, 닿을 수도 없는 곳에 가려고 하는 사람은 외로움을 견디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좀더 쉬운 길을 찾아서 가다보니 많은 이들이 가는 그 길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생각하고, 행동하고, 추구하다 보니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깊은 외로움을 아는가?


29)파우스트 : 나는 행복을 경직된 것에서 찾지 않네.

전율은 인류에게 주어진 최고의 것일세.

세상이 전율의 감정을 자주 베풀지 않을지라도,

인간은 감동해야만 엄청난 것을 깊이 느끼는 법일세.(248P)

메피스토펠레스 : 이미 생성된 것에서 벗어나,

형상에 얽매이지 않는 절대적인 영역으로 가시오!

오래전부터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즐기시오.(248P)

☆☆☆전율이 인류에게 준 선물인 줄 몰랐다. 날마다 감동하면서 전율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마다 전율한다면 정신병원에 가야 하나?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전율하면서 사는 날은 며칠이나 될까? 경직된 삶, 창조성이 빠진 삶은 살지 말라고 한다.


30)학사: 내가 창조하기 전에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소.

내가 해를 바닷속에서 끌어내었고,

나와 더불어 달이 이지러지고 차기 시작하였소.

환한 대낮이 내가 가는 길을 아름답게 꾸며 주었고,

지구가 나를 향해 푸릇푸릇 싹을 피우고 꽃을 피웠소.

그 첫날밤에 내 손짓을 받고

모든 별들이 찬란하게 빛났소.

속물적으로 찌든 생각의 굴레로부터

나 말고 누가 당신들을 벗어나게 해주겠소?

그러나 나는 당신이 알려주는 대로 자유로이 즐겁게

내 내면의 빛을 좇아가고,

나만의 황홀함에 취해

어둠을 뒤로 하고 밝음을 좇아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오.(268P)

☆☆☆이 세상은 나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고 나의 죽음으로 인해 끝이 난다.

내가 있음으로 인해 우주가 있고, 지구가 있고, 저 태양이 있는 것이다.

우린 자신만의 황홀에 빠져 살아도 된다.


31)케이론 : 여자의 아름다움은 별 것 아니어서,

자칫 경직된 기쁨을 선사하는 본성만이

찬양할 가치가 있는 법이오.

아름다움은 제 혼자서 행복에 잠기지만,

우아함은 다른 이들을 거역할 수 없이 사로잡는다오.

내가 태워 주었던 헬레나처럼 말이오.(292P)

☆☆☆아름다움과 우아함의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아름답지 않더라도 교양과 품격을 몸에 지닌다면 우아할 수는 있다.

아름다움보다는 우아함을 추구하자.


32)탈레스 : 아름다움과 진실함에 참으로 가슴 벅차고,

기쁨이 꽃피어 나는구나.....

모든 것이 물에서 생겨났노라!

모든 것이 물에 의해 유지되노라!

드넓은 바다여, 우리를 영원히 다스려 다오.

네가 구름을 보내지 않고,

풍성한 냇물을 선사하지 않고,

강물을 이리저리 굽이치게 하지 않고,

물줄기를 완성하지 않으면,

산이 다 무엇이고,

평야의 세상이 다 무엇이랴?

바로 네가 활기찬 삶을 유지하게 하는구나. (331P)

☆☆☆탈레스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귀는 탈레스의 사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탈레스: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인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지방의 도시 밀레토스 사람으로 최초의 유물론 학파인 밀레토스학파의 시조. 그는 기하학, 천문학에 정통하여 B.C 585~584년 당시의 일식을 예언하였다고 전해지며, 또한 정치 활동도 하였다. 그 당시 이오니아 지방은 그리스 식민지로서 상공업이 발달하였고, 그와 같은 환경은 이오니아 자연철학이라는 세계관을 발생시켰다.

탈레스는 세계를 구성하는 자연적 물질의 근원을 밝힌 최초의 사람으로, 그것을 '물'(水)이라 하였다. 이 물은 경험적으로 파악된 물질적 질료이며, 스스로의 변화에 의해 다양한 만물을 형성한다. 이 학설은 자연과 그 다양성을 자연 그 자체로부터 설명하고자 한 유물론의 입장으로 지적 탐구를 통해 전체로서의 세계를 하나의 실체로부터 통일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점에서 종교적 설명과는 다른 철학적 세계관의 발생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점에서 그는 유럽 철학의 시조가 되었다.)


33)포르키아스 : 모든 것이 이미 궁 안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릇, 삼발이, 날카로운 도끼.

제물에 뿌릴 물, 제물을 그을릴 불, 무엇을 제물로 바칠 것인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헬레나: 왕께서 그것은 말씀하시지 않았느니라.

포르키아스: 바로 왕비님을 제물로 바치실 생각입니다.

헬레나: 날 말이냐?

포르키아스 : 도끼가 왕비님의 목을 내리칠 것입니다. (350P)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는 헬레나가 포로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오디세이아>에서도 헬레나가 등장하는데, 메넬라스왕과 행복하게 잘 사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괴테는 <파우스트>에 헬레나를 등장시켜 제법 큰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헬레나를 선과 악의 어디쯤 두고 싶었던 것일까? 헬레나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싶은 괴테는 그녀를 악으로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름다움을 가장한 사탄쯤 되나?


34)포르키아스 ; 아름다움은 원래 나눌 수 없는 것이지요.

아름다움을 완전히 소유한 사람은

저주스럽게도 누군가와 나누기보다는 차라리 파괴해 버리지요.

자신이 한때 소유했던 것을 잃어버린 남자의 가슴속에서

질투심이 날카롭게 할퀴지요.

잃어버린 것을 결코 잊지 못하는 남자의 가슴속에서.(356P)

☆☆☆아름다움은 누군가와 나눌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최상의 것은 혼자만이 누리고 싶고, 혼자만이 소유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닐까?


35)포르키아스: 황금 뿔 달린 제단을 가져오고,

번쩍거리는 도끼를 그 은빛 가장자리에 놓아라.

물 항아리를 채워라.

검은 피로 소름 끼치게 얼룩지면 씻어내야 하느니라.

제물이 당당하게 무릎 끓도록,

여기 먼지 구덩이 옆에 멋지게 양탄자를 갈아라.

비록 머리는 잘렸지만 충분히 품위있게 매장될 수 있도록

나중에 그걸로 제물을 둘둘 말리라. (351P)

☆☆☆ 신전에 제물을 바치는 장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


36)파우스트 : 정신은 앞을 바라보지도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아요.

오로지 현재만이-

헬레나 : 우리의 행복이지요.

파우스트 : 현재만이 보물이고 최고의 수익이며 재산이고 담보이지요.

누가 그걸 증명할까요? (368P)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말이다. 쾌락주의자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불교에서는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지켜보고 알아차리라고 한다. 이것이 사티이다.


37)합창단 4 : 모든 신들에게 특히 태양신에게 열렬히 기도하누나.

마음 약한 바커스가 충실한 종복들에겐 아랑곳하지 않고

정자에서 쉬거나 동굴에 기대어 앉아 젊디젊은 목양신과 농담을 주고받는구나.

술푸대든 술독이든 술통이든

서늘한 지하실 좌우 양편에 그득그득 영원히 보관되어 있으니,

비몽사몽 취하는데 필요한 술 떨어질 날 없도다.

헬리오스를 선두로 모든 신들이 앞다퉈

바람을 보내고 물을 대고 햇살을 뜨겁게 내리쪼이게 하며

포도송이 주렁주렁 내려뜨리면,

농부가 묵묵히 일하던 곳에 갑자기 활기 넘치누나.(395P)

☆☆☆포도주를 찬양하는 글은 즐겁다.


38)파우스트 : 스스로 무익한 존재로서 무익함을 선사하러,

파도가 사방 천지에서 슬그머니 다가온다네.

점점 부풀어 올라 한껏 커져서는, 사납게 넘실거리며,

고집스럽고 황량한 해변을 휩쓰네.

파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와 스스로의 힘에 도취해

위력을 떨치다가 물러나지만,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네.

참으로 걱정스럽고 절망스러운 일일세!

원소들이 아무런 목적없이 제멋대로 날뛰다니!

내 정신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높이 도약하고 싶어하네.

나는 여기에서 싸우고 여기에서 승리하고 싶다네. (402P)

☆☆☆아무 목적 없이 함부로 날뛰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우리의 생은 일회용이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것인데, 왜 아무 이익도 없는 일에 열을 올리고 사람들과 다투면서 에너지 낭비를 하는가? 파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와 세차게 해변을 휩쓸다가 슬며시 사라지는 파도, 이룬 것 아무것도 없이 하루종일 힘만 빼는 파도의 무익한 놀음을 통하여 배워야 한다. 파도가 바로 우리들의 정신을 가리키는 것인가?


39)메피스토펠레스 : 그야 당연하지요! 크게 불쾌한 일이 있으면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오.

그걸 부정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어떤 고매한 귀에 저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거슬리지 않으랴.

빌어먹을 뎅그렁-뗑그렁- 뗑뗑거리는 소리가

유쾌한 저녁 하늘을 뿌옇게 뒤덮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덤에 묻힐 때까지

온갖 일에 끼어든다니까요.

마치 뎅그렁과 뗑그랑 사이에서

인생이 덧없는 꿈같지 뭐요.(442P)

☆☆☆호흡과 호흡사이에 우리의 생이 다 들어있다면,

종소리와 종소리 사이에 우리의 생이 다 들어있는 것이다.

찰나에 우리의 생각은 시시각각 바뀌는 것이기에 종소리와 종소리 사이엔 틈이 길다. 그 틈을 비집고 덧없는 꿈과 같은 인생이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40)잿빛의 네 여인이 나타난다

첫째여인: 나는 결핍이니라.

둘째여인 : 나는 죄과이니라

셋째여인 : 나는 근심이니라.

넷째여인 : 나는 고난이니라.(446P)

☆☆☆우리를 슬프게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들이 등장했다. 결핍, 죄과, 근심, 고난이 우리의 생을 둘러싸고 있는 그 무엇이다. 희망, 사랑, 행복, 신뢰도 우리를 감싸고 있는 요소들이다.


41)근심: 자매들아, 너희들은 저 안에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가서도 안돼.

하지만 근심은 열쇠구멍으로 슬며시 들어갈 수 있어. (447P)

근심: 내 말이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마음속에서는 크게 울리지요.

나는 모습을 바꾸어가며

무서운 힘을 발휘하지요.

오솔길에서, 파도 위에서

영원히 불안에 떨게 하는 동반자로,

결코 찾는 사람 없어도 항상 나타나지요.

때로는 아부 받고 때로는 저주받지요.

당신은 아직 근심이라는 것을 모르나요?(448P)

근심 : 내 손아귀에 한 번 걸려든 사람에게는

온 세상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지요.

영원한 어둠이 내려앉아,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아요.

겉으로는 모든 감각이 완벽하게 움직이지만

마음속에서는 암흑이 완벽하게 둥지를 틀지요.

온갖 보물을 주어도

소유하지 들지 않고,

행운과 불운이 덧없는 환상인 양

풍요 속에서 굶주리지요.

환희도 괴로움도

내일로 미루고

오로지 미래만을 바라볼 뿐,

결코 뭔가를 이루는 법이 없지요. (449P)

☆☆☆하지 않아도 될 걱정거리를 안고 살고 있다. ‘근심’거리를 안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걱정을 한다고 해서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근심’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넘 재미있다. 걱정과 근심은 미래를 향한 것이기에 아직 오지도 않은 것에 대해 지레 겁을 집어먹고 현재를 잘 살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42)파우스트 : 나는 줄곧 세상을 줄달음쳤소.

쾌락이란 쾌락은 모조리 머리채를 잡아채고,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내팽개치고,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내버려 두었소.

오로지 욕망을 좇아서 뜻을 이루었으며,

줄기차게 갈망하는 마음으로

폭풍처럼 힘차게 인생을 질주하였소.

처음에는 원대하고 거대하였지만,

이제는 현명하고 신중해졌소.(448P)

☆☆☆욕망을 추구하는 마음이 깊어져서 갈망하게 되었고, 신기루 같은 욕망을 좇아다녔다. 욕망을 쫓는 그 마음은 폭풍처럼 거세었고, 자신의 영역 밖이었다. 세차게 내리치는 소나기도 언젠가는 끝이 있듯이, 욕망을 쫓는 그 마음도 얌전히 꼬리를 내렸다. 지금은 현명하고 신중해졌다.


43)파우스트: 이 지상의 일을 충분히 아는데,

천상을 볼 수 있는 길이 우리 인간에게는 막혀 있소.

눈을 껌벅거리며 천상을 응시하고

구름 위에서 자신과 같은 존재를 꿈꾸는 자는 어리석은 바보요!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이곳을 둘러봐야 하오.

이 세상은 유능한 자에게 침묵을 지키지 않소.

무엇 때문에 영원을 찾아 헤맨단 말이오!

인식한 것을 꼭 움켜쥐고서,

이 지상에서 나날을 보내야 하오.

허깨비들이 출몰해도 자신의 길을 가면 그뿐이오.

어떤 순간에도 만족할 줄 모르는 자는

이 길을 가며 고통과 행복을 맛본다오!(449P)

☆☆☆지금 자기가 머물고 있는 그 자리에서 충실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진리는 가까이 있는 것이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44.파우스트: 나는 사람들이 그리 모여 사는 것을 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지내고 싶네.

그러면 순간을 향해 말할 수 있으리라.

“순간아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이 지상에서 보낸 내 삶의 흔적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걸세-

그런 더 높은 행복을 미리 맛보며,

나는 지금 최후의 순간을 즐기노라. (454P)

☆☆☆내가 즐기는 최후의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45)메페스토펠레스 : 어떤 쾌감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어떤 행복에도 흡족하지 못하고서

항상 변화무상한 형상들을 뒤쫓아다니더니,

가련하게도 시시하고 공허한

최후의 순간을 붙잡으려 들다니

나한테 그리도 완강하게 반항하더니,

결국 시간 앞에 무릎 꿇고서 백발로 모래 속에 나자빠져 있구나..

시계가 멈추었노라- (454P)

☆☆☆시계는 멈추었고, 지상에서의 삶은 끝났다. 죽음은 또 다른 탄생을 의미한다.


46)천사들: (파우스트의 불멸의 영혼을 데리고 두둥실 더 높이 올라간다)

정신세계의 고매한 일원이

악으로부터 구원받았노라.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는 자는

우리가 구원할 수 있노라.

그가 천상의

사랑받았으니,

복된 무리가

진심으로 환영하리.(467P)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행운이 뒤따른다. 괴테의 노력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좋은 대목이다.


47)천사들의 합창: (장미꽃을 뿌리며)

눈부시게 빛나며

향내를 내뿜는 장미꽃들아!

하늘하늘 나부끼며

은밀히 생기를 불어넣는 꽃들아,

작은 가지에 날개 달고

꽃봉우리 활짝 열어

서둘러 피어나라.


봄이여, 싹터라.

진홍빛, 초록빛으로!

편안히 쉬는 자에게

낙원을 가져오너라.(459P)

☆☆☆ 봄은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장미꽃을 뿌리는 것은 파우스트가 악에서 선으로 다시 돌아옴을 의미한다. 무대에서 꽃잎이 하늘거리면서 내려오는 장면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이 될 것 같다.


48) 파우스트 : 그녀도 시간에 얽매여서는 안 되지요!

아킬레우스가 페라이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도

시간을 초월했소. 그런 진기한 행운이 있다니,

운명을 거슬러 사랑을 쟁취하다니!

나라고 그 유일무이한 인물을

애타는 그리움의 힘으로 소생시키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소?

신들에 버금가는 그 영원한 존재.

위대하면서도 다정하고, 숭고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를 말이오?

당신은 일찍이 그녀를 보았고, 나는 오늘 보았소.

더없이 매혹적으로 아름답고 더없이 애타게 아름다웠소.

이제 내 나음과 본성이 꼼짝없이 사로잡혔으니

그녀를 얻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소. (293~294)

☆☆☆사랑에 바진 전형적인 남자를 보는 것 같다. 그 시간도 시간이 지나면 식어버릴 것을

그때는 모른다. 영원히 갈 것 같다.


49)메피스토펠레스 : 네 혼자 힘으로 해결하는 게 좋을 걸.

유령들이 판치는 곳에서는

철학자도 환영받기 마련이야.

다들 철학자의 기술과 호의를 즐기고 싶어서,

철학자를 금방 새로 한 타나 만들어 낸다니가.

네가 방황하지 않으면 인식에 이르지 못해.

생성되고 싶으면, 네 혼자 힘으로 해내라고!(309P)

☆☆☆남이 가르쳐 준 인생의 답이 자신에 대한 정답이 아니다. 자신이 방황하고 실패를 겪으면서 답을 얻어야 한다. 남이 제시해 준 길을 가는 것이 나쁘다고 할 수 는 없지만, 안주하는 삶을 두고 생명력이 넘치는 삶이라고 할 수는 없다


50)에리히토 : 자신의 자아를 다스릴 줄 모르는 자가

거만하게 제멋대로 옆 사람의 의지를 다스리려 드는 법이거든.......

수천 송이 꽃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자유의 화환을 찢고,

말라비틀어진 월계관을 지배자의 머리에 억지로 뒤집어씌웠지.

여기서 과거에 마그누스(폼페이우스의 또 다른이름)는 위대한 황금시절을 꿈꾸었고,

저기서 카이사르는 흔들리는 천칭 바늘에 귀 기울이며 밤을 지세웠지!

승부는 가려지고, 누가 뜻을 이루었는지 세상은 알고 말고.(277P)

☆☆☆자신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이 남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린다면 보든 것을 망치게 된다. 우선 자신부터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내가 저자라면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 온 괴테의 삶에 대한 자세가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 바로 <파우스트>인 것 같다.

무한한 인식을 좇아서 초인적으로 노력하는 파우스트의 여정은 천상에서 지상을 거쳐 지옥에까지 이어진다. 괴테는 이처럼 흥미롭게 펼쳐지는 줄거리 배후에서 선과 악, 사랑과 진실, 자유와 책임감, 종교와 학문, 예술과 자연, 개인과 사회, 남성과 여성, 정치와 권력, 그리스로마 문화와 중세의 기독교 정신, 인문주의 와 계몽주의, 봉건주의와 시민계급, 영원한 인간성 등 동서고금의 근본적이고 중대한 거의 모든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파우스트>는 표면적인 줄거리와 그것으로 표현되는 상징관계의 이중적인 구조를 가진다.

빛과 어둠의 상징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굵은 선을 그리며 일관성 있게 이어진다. 빛은 신적인 것을, 어둠은 사탄이 영역을 상징하며, 그 사이에 인간은 빛과 어둠이 혼합된 혼탁한 존재로 묘사된다. 인간은 내부에 깃든 영원한 빛을 좇아 위를 향해 나가려 한다.

파우스트는 신적인 것을 향한 근원적인 동경을 빛을 향한 동경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인간은 지상의 무게에 이끌려 곧 다시 아래로 추락하고, 지사에서 다시 천상을 꿈꾼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인간의 이원적인 본성을 위를 향해 폴짝 날아오르지만 금방 다시 땅에 코를 박고 마는 귀두라미에 빗댄다.

인간은 빛과 어둠, 선과 악, 정신과 충동을 지닌 이중적 존재로서 살아있는 한 이런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가슴 속에 두 개의 영혼이 살고 있다고 한탄하는 파우스트의 비극은 천상의 빛을 품고서 지상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원성에서 비롯된다.

괴테는 1부를 집필하면서 이미 2부를 구상하고 있었다. 1부에서 개인적인 인식을 향해 몸부림치던 파우스트가 2부에서는 인류를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으로 변신하면서 시공을 초월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들이 보다 강하게 전면에 부각시켰다.

특히 고전적인 ‘발푸르기스의 밤’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인물들과 고대의 형상들을 만화경처럼  환상적으로 펼쳐 보이며, 북방의 기독교 정신과 나방의 그리스 로마 정신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발푸르기스의 밤’은 강한 상징성을 띠는 예술의 세계, 아름다운 가상의 세계이다.

이처럼 <파우스트>의 모든 장면을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고 상징이면서 이런 개개의 상징들이 하나로 모여 인류사의 커다란 상징적 드라마를 이룬다.

괴테는 철학적, 신학적, 정신적, 예술적, 영적인 인류사의 커다란 테마들을 하느님과 사탄의 내기나 인간과 사탄과의 계약 같은 흥미로운 모티브들에 담아 웅장한 드라마 형식으로 엮어 내었다.

<파우스트>의 언어적이고 형식적인 다층성은 괴테가 독일의 중세적인 배경, 이탈리아 르네상스풍의 가장 무도회, 기독교 전통, 그리스로마의 신화, 인문주의 사상 등 여러 분야에서 소재를 받아들여 하나의 드라마로 융합한 데에서도 연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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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5 06:48:03 *.85.249.182

책 리뷰는 첨부하였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문장 50개는 바로 볼 수 있게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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