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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5일 08시 45분 등록

햄릿/ 리어왕/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최종철 옮김

 

 

1. 저자에 대하여 

셰익스피어.gif

 

1) 셰익스피어 연보를 보고

● 셰익스피어 생년 : 1564년

● 고향 : 잉글랜드 중부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영국의 전형적인 소읍.

● 유아세례 받은 날 : 4월 26일 (최초의 기록)

● 아버지(존 셰익스피어) : 비교적 부유한 상인, 피혁가공업과 중농을 겸함. 읍장까지 지낸 유지, 사회적 신분은 중산계급. -> 풍족한 소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음.

● 교육: 고향에 훌륭한 초․중급학교가 있었으므로 라틴어를 중심으로 한 기본적 고전교육을 받음. 이때 그에게 필요한 고전 소양도 얻을 수 있었음. 1577년 가운이 기울어져 학업을 중단. 집안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 그와 시대적 배경 : 학업을 중단하고 런던으로 나옴.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1580년대 후반 일 것으로 추정됨. 선배 극작가인 R.그린은 그가 유수한 극작가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1592년 밝혀줌. 1590년을 전후한 시대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치하에서 국운이 융성한 때였으므로 문화면에서도 고도의 창조적 잠재력이 요구되었던 시기다. 이러한 배경을 얻어 그의 천분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시대를 잘 타고남) 당시 연극은 중세 이래의 민중적․토착적 전통이 고도로 세련되었음. 특히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소생시킨 르네상스 문화의 유입을 맞아 새로운 민족적 형식과 내용의 드라마를 창출해 내려는 때였다. 1592년~1594년 2년 간에 걸친 페스트 창궐로 인하여 극장 등이 폐쇄되었고, 대를 같이하여 런던 극단도 전면적으로 개편되었다. 이때부터 신진극작가인 셰익스피어에게 본격적인 활동의 기회가 주어졌다.

● 직업 : 그는 당시의 극계를 양분하는 세력의 하나였던 궁내부장관 극단(당시는 유력자를 명목상의 후원자로 하여 그 명칭을 극단에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의 간부 단원이 되었고, 그 극단을 위해 작품을 쓰는 전속 극작가가 되었다. 그는 이 극단에서 조연급 배우로서도 활동했으나 극작에 더 주력하였다. 시인으로서 활동 : <<비너스와 아도니스 Venus and Adonis>>(1593) <<루크리스 Lucrece>> (1594)등 두 편의 장시를 발표하기도 했음. 극작가로서의 활동기는 1590~1613년까지 대략 24년간으로 봄. 이 기간에 그는 모두 37편의 작품을 발표함.

● 작품 구분을 시기별로 구분/ 다른 어느 작가보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특징

1) 습작적 경향, 영국사기를 중심으로 한 여사극에 집중

2) 낭만희극을 쓰던 시기.

3) 일부의 대표작들이 발표된 비극의 시기

4) 만년에 가서는 호해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른바 로맨스극 시기

->그는 평생 연극인으로서 충실하게 보냈으며, 자신이 속해 있던 극단을 위해서 전력을 다함.

1599년 템스강 남쪽에 글로브극장을 신축하고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뒤를 이은 제임스 1세의 허락을 받아 극단명을 ‘임금님 극단(King's Men)’이라 개칭하는 행운도 얻었다. 그러나 이런 명칭은 당시의 관례였을 뿐 상업적인 성격을 띤 일반 극단과 차이가 없었다. 1613년의 마지막 작품인 <<헨리 8세>>를 상연하는 도중 글로브극장이 화재로 소실되었다. 1616년 4월 23일 52세의 나이로 고향에서 사망하였다.

출처 : 햄릿/ 맥베스/ 리어왕 - 민음사 작가 연보

 

2) 출판기획자이자 번역가인 박중서가 말하는 셰익스피어

셰익스 피어 2.gif .

만약 셰익스피어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존 헴이과 헨리 콘델이 그의 희곡 가운데 18편의 모아 세익스피어가 죽은 뒤 7년 후에 작품을 출간해주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전해지거나 평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존 헤밍과 헨리 콘델이 18편을 모아 출간해 준 그 작품짐이 [초판 2절판](퍼스트 폴리오) 작품집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셰익스피어의 희이 간행된 적은 있엇지만, [초판 2절판]은 그때까지의 여러 가지 판본을 비교함으로써 오류를 최대한 바로 잡은 최초의 비판본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현재 전해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희곡 38편, 소네트 154편, 그리고 장시 2편등이고, 제목만 전해지는 작품도 있다. ‘희극’과 ‘비극’, 그리고 ‘사극’으로 분류되는 희곡 중에서는 [한여름 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 [폭풍우],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 왕], [맥베스], [햄릿], [오셀로], [줄리어스 시저] 등이 걸작으로 손꼽힌다.

작품의 완성 연도를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헨리 6세] 1-3부가 맨 처음이며, [헨리 8세]가 맨 마지막 작품인 것으로 추정한다. 운문 중 일부는 셰익스피어의 생전에 간행되었다. 장시 [비너스와 아도니스](1593)와 [루크리스의 능욕](1594)은 후원자 사우샘프턴 백작에게 바치는 헌사를 담아 간행되었고, 난해한 알레고리 시 [불사조와 비둘기]는 1601년에 다른 사람의 시집에 수록되었다. 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을 완벽하게 발휘한 작품”이라고 격찬했던 소네트 역시 그의 생전인 1609년에 간행되었는데, 이 시집의 헌사에 나타난 헌정 대상인 이니셜 W. H.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를 두고 숱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T. S. 엘리엇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갖가지 틀에 맞춰 해석하려는 시도가 워낙 많았으므로, 이제 유일하게 시도되지 않은 방법은 그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뿐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오늘날 셰익스피어에 관한 연구, 저술, 공연 등의 활동은 엄연히 하나의 ‘산업’이 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에 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아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과대평가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이런 비판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 가령 셰익스피어에 관한 최초의 기록 가운데 하나도 험담이었을 정도다.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갖가지 표현은 오늘날 영어에서 관용어구로 자리잡았다. 가령 “살과 피”(flesh and blood, 혈육), “마음의 눈”(in the mind's eye, 기억), “더러운 행실”(foul play, 반칙) 등이 그렇고, “지나간 것들의 기억”(remembrance of things past)과 “소리와 분노”(sound and fury)와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각각 마르셀 프루스트와 윌리엄 포크너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제목으로도 쓰여 더욱 유명해졌다(물론 프루스트의 소설의 영어 제목은 이제 프랑스어 원제에 더 가까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In search of lost time)로 대체되었지만).

셰익스피어의 가장 중요한 업적인 희곡은 중세의 연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평면적이고 진부한 인물 대신 햄릿, 폴스태프, 이아고, 맥베스 같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일대 혁신을 이루었다.

 

3) 개인적 평가

셰익스피어에 관해 논할 때면 심심찮게 따라붙는 묘한 이야기가 하나 있단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정체’를 둘러싼 구구한 추측이다. 물론 오늘날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극작가 겸 배우가 16세기 중후반에 영국에서 살았다는, 그리고 오늘날 전해지는 유명한 희곡 및 소네트의 작가라는 데에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사실은 당대의 다른 인물의 필명에 불과하다는 식의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끈질기게 떠돌아다녔다. 어째서일까? 셰익스피어에 관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가 극히 적기 때문인 것 같다. 연구는 많이 되었지만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우리에게 많이 남아 있지 않기에 그의 명성에 비해 알 수 있는 바가 적은 것 같다. 아마 그가 살았던 16세기까지만 해도 영국 내에서는 지금처럼 체계적인 기록 보존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해지는 정보가 적은 것 같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는 셰익스피어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당대의 다른 저명한 극작가나 그들의 희곡에 관해서도 상당 부분을 ‘모르고’ 있다. 즉 셰익스피어만 예외는 아니라는 뜻이다.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스탠리 웰스는 셰익스피어의 ‘진짜 정체’를 둘러싼 구구한 주장들이 하나같이 속물근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즉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결코 대단한 이력이나 학력을 지니지 못한 시골 출신의 일개 극작가가 그런 걸작을 줄줄이 써냈다고는 믿을 수 없다는 오만함이 그 배경에 깔려 있는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해 내가 읽은 3개의 작품으로 평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햄릿>>을 읽으면서 많은 줄을 칠 수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문장을 기억하고 있어서 더 친숙한 책이었다. ‘햄릿’의 광기어린 지혜와 아버지에 대한 사랑, 억울한 죽음을 알아차리는 명민함,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왕을 알아보는 눈은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다 갖추고 있었다. 조연급 출연진을 활용하여 꼭 필요한 말을 하고 있는 세익스피어는 아마도 하나의 극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계산을 한 것 같다. 그의 출신을 모르고 그의 작품으로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꽤 괜찮은 평가 방법인 것 같다. 아마 그가 여러 사람이건, 다른 사람을 사칭한 거건, 상관없이 그의 작품은 오래남아 우리에게 총체적 인생에 대한 감정과 의식을 알려주는 위대한 작품이 될 것이며 많은 다른 작품에 인용 될 것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햄릿>>

햄릿.gif



* 새롭게 들어온 글귀


* 두 번째 읽으면서도 마음을 무찌른 글귀 

* 나의 생각


<햄릿>

제1막 제1장


p9 바나도    누구요? 

정체성을 묻는 질문. <<햄릿>>의 시작을 ‘누구요?’로 했다는 것에 주목해본다. 바나도의 질문에 대답해해보자. ‘나는 누구인가?’


p11 바나도(왕의 근위대원) : 잠시 앉아

우리들 얘기에 드높게 담쌓은 자네 귀를 

이틀 밤에 걸쳐서 우리가 본 것으로 

다시 한번 공격해 보자고. 

 

저기 북극성 서쪽으로 떠 있는 저 별이 

지금 불타고 있는 곳으로 길 따라 흘러가 

그곳 하늘을 밝혔을 때, 

 

p13 호레이쇼(햄릿 친구이자 의논 상대) : 신에게 맹세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진실이란 보증이 없었다면, 

믿을 수가 없었을 거야. 

 

뭐라 딱부러진 생각은 할 수 없지만, 

내 어림짐작으로는 이게 우리나라에 

무언가 이상한 사건이 터질 징조야. (선왕의 유령을 보고)

 

마셀러스(왕의 근위대원) : 왜 이 같이 엄하고 철통 같은 경계로 

이 땅의 백성들이 밤마다 고생하며, 

왜 이렇게 날마다 청동대포를 주조하고

전쟁물자 얻으려고 대외무역 하는 건지, 

왜 이렇게 조선공을 징발하여 평일

휴일 안 가리고 고된 일을 시키는지.

뭐가 닥쳤길래 이렇게 땀흘리며 서둘러 

밤과 낮을 연이어서 일하게 만드는지, 

알려 줄 수 있는 사람 누구야?

 

p15 호레이쇼 : 불꼬리를 매달고 피이슬 머금은 별들이 

태양의 재난을 예고했어. 그리고 

넵튠 왕국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젖은 별은

월식으로 종말이 온 것처럼 병들어 있었지 

그런 무서운 사건의 비슷한 전조를 

천지가 합심하여

언제나 운명에 앞서오는 전령이며

앞으로 다가올 재난의 서막으로, 

이 나라 강토와 사람들에게 보여줬어. 

 

p16 마셀러스 : 공기처럼 손상될 수 없기에, 

우리의 헛된 타격은 해치려는 시늉일 뿐이야. 

 

p17 호레이쇼 : 그때 그게 두려운 소환장 받아든 죄지은 사람처럼 소스라쳐 놀라더군. 

아침의 나팔수인 수탉은 높고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낮의 신을 깨우고, 그 경고에 물이나 불, 땅이나 대기, 어느 곳이든 이탈하여 떠돌던 영혼은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간단 얘기를 들은 바 있는데, 그런 말이 진실임을 여기 있던 물체가 입증해 주었어. 

 

제1막 제2장

p18 왕(클로디어스) : 분별심이 우애심과 싸운 결과,/과인은 가장 현명한 슬픔으로 형님을 생각하며,/ 우리 자신들도 잊지 않았소/  

왕 : 그래서, 전에는 형수요 지금은 왕비인, 전운 감도는 이 나라의 왕권 분담자를 과인은 이를테면 꺾어진 기쁨으로, 한 눈은 행복에 또 한 눈은 수심에 차, 장례에 축가를 혼례에 만가를 부르듯, 환희와 비탄을 꼭 같은 무게로 달면서 부인으로 삼았소. 또 과인은 이 일에서 경들의 뛰어난 지혜를 막지 않았고 혼사에 기꺼이 반영했소. 모두 고맙소. 

서로 반대되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왕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음. 행복-수심, 장례-혼례, 축가-만가, 환희-비탄 등 자신의 죄를 가리고, 형수와의 결혼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헷갈리게 말하고 있는것 같다. 

 

p21 왕 : 좋은 때를 즐겨라 레어티즈, 네 시간을. 네 훌륭한 자질을 마음대로 발휘해라. 


햄릿 : 동족보단 좀 가깝고 동류라긴 좀 멀구나. 

(각주 : 촌수로 볼 때는 동족보다 가깝지만 같은 종류의 인간성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전혀 동류가 아니다.)

왕 : 어째서 왕자는 아직도 구름에 덮였는가?

왕비 : 착한 햄릿, 그 밤의 색깔을 내던지고/ 친구의 눈으로 덴마크 왕을 보려무나./ 영원히, 눈꺼풀을 내리깔고 흙 속에서/ 네 고귀한 아버지를 찾으려 하지 마라./ 넌 모든 생명은 죽으며, 삶을 지나/ 영원으로 흘러감이 흔한 줄 알고 있다. 

출생과 사망은 우리 곁에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늘 출생은 경이로우며, 기쁜 일이다. 반면, 죽음은 늘 슬프고, 인간에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흔한 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버리는 어미의 말은 아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시 죽은 사람만 불쌍한 것인가. 

 

p22 햄릿 : 보이다뇨, 마마? 아뇨, 유별납니다/ 전 <보이는 건> 모릅니다. 어머니, / 저를 진실로 나타낼 수 있는 건 검정 외투, / 관습적인 엄숙한 상복,  힘줘 밷는 헛바람/ 한숨만도 아니고, 또 강물 같은 눈물과/ 낙담한 얼굴표정, 거기에다 비애의/ 모든 격식과 상태와 모습을/ 합친 것도 아닙니다. 그런건 정말 보이지요, / 누구나 연기할 수 있는 행동이니까요. /허나 제겐 겉모습 이상의 무엇이 있으며, /그런건 비통의 옷이요 치장일 뿐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햄릿. 사실 죽음 뒤에 숨은 반역을 알고 있기에 그는 더 슬프다.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이 때로 우리를 아주 고달프게 하고, 괴롭게 만드는 것 같다. 근데, 왕비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건가? 아들은 왜 어머니에게 ‘유령’을 보고, ‘진실’을 알았다는 이야기를 안하는 걸까? 한통속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유령’의 말을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뒤에 연극을 통해 확실한 증거를 잡긴 하지만) 햄릿은 이 대사 속에서 ‘보이는 것’에 대한 허구성을 고발하며 자신이 그 이상으로 슬퍼하고 있음, 그리고 진실을 알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p22~23 왕 : 그리고 유족들은/ 한동한 자식된 도리로 상례에 어울리는/ 슬픔을 보이게 되어 있지. 허나 끈질기게/ 집요한 비탄은 죄받을 옹고집의 길이고,/ 사내답지 못한 비애야. 그건 크게/ 하늘을 거스르는 태도, 약해빠진 심장, /조급한 마음, 단순하고 무식한 이해력을/ 보여주는 셈이야. 피할 수 없음을 알며/ 가장 흔해빠진 것처럼 눈에 띄는 일을-


망자를 거역하며 자연을 거역함이고, /가장 부조리한 논리인데, 자연법칙으로/ 흔히 조상이 죽으니, 최초의 시체에서/ 오늘 죽은 사람까지 <이건 할 수 없다>라고/ 자연이 항상 말해 주지 않느냐. 바라건대, / 무익한 비통을 땅에 던져버리고/ 나를 아버지로 생각해라. 

햄릿의 아버지는 자연법칙으로 죽은 것이 아니다. 하늘을 거스르는 태도는 삼촌이 했다. 

 

p24 햄릿 : 오, 너무나 더럽고 더러운 이 육신이 허물어져 녹아내려 이슬로 화하거나, 영원하신 주님께서 자살금지 법칙을 굳혀놓지 않았으면. 오 하느님! 하느님! 이 세상 만사가 내게는 얼마나 지겹고,/ 맥빠지고, 단조롭고, 쓸데없어 보이는가!/ 역겹다, 아 역겨워. 세상은 잡초투성이/ 퇴락하는 정원, 본성이 조잡한 것들이/ 꽉 채우고 있구나. 이 지경에 이르다니! 가신 지 겨우 두 달- 아니 아냐, 두 달도 안돼 - / 참 뛰어난 왕셨어. 이자에 비하면/ 태양신에 짐승격이지. 어머니를 / 너무나 사랑하여 바람이 얼굴을 드세게/ 스치지도 못하게 하셨지. 

나의 삶은 어떠한가? 지겹고, 맥빠지고, 단조롭고, 쓸데없어 보이는 인생. 역겨운 세상. 잡초투성이 퇴락하는 정원, 본성이 조잡한 것들이 꽉 채우고 있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 나는, 나는 어떠한가? 발버둥치고 있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가? 햄릿의 외침! 


p25 햄릿 : 니오베처럼 울며불며 따라갈 때 신었던/ 그 신발이 닳기도 전에 - 아니, 그녀가 - 오 하느님, 이성 없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 더 오래 슬퍼했으련만

한 달 안에, 쓰라려 불그레한 그녀의 눈에서/ 가장 부정한 눈물의 소금기가 가시기도 전에/ 결혼했어. - 오 최악의 속도로다!/ 그렇게 민첩하게 상피붙을 이불 속에 뛰어들어! / 허나 가슴아 터져라, 입은 닫아야 하니까. 


p26 햄릿 : 헌데 대체 무슨 일로 비텐베르크를 떠났나?

호레이쇼 : 천성이 게으른 탓이지요, 왕자님

햄릿 : 자네 적이 그렇게 말한다면 듣고 있지 않을 테야. 자네 또한 자신을 비난하여 내가 그걸 믿게끔 만드는 폭언을 하진 않을 테고. 게으르지 않은 줄로 알아. 허나 엘시노아에 자네 볼일이 무언가? 떠나기 전에 흠뻑 취하게 가르쳐주지. 

호레이쇼 : 왕자님, 부왕의 장례식을 보려고요. 


p27 햄릿 : 제발 놀리지 말게, 학우여. 내 어머니의 결혼식을 보려고 온 것으로 생각되네.

호레이쇼 : 정말이지 왕자님, 연달아 있었지요. 

햄릿 : 절약이야 절약, 호레이쇼.

장례식 때 구운 고기, 혼례상에 차갑게 내놓았지. 호레이쇼, 그런 날을 맞느니 차라리 내 철천지 원수를 천국에서 만났으면. 아버님 - 내 아버님을 보는 것 같아 -

호레이쇼 : 어디서요, 왕자님?

햄릿 : 내 마음의 눈에서. 

호레이쇼 : 저도 뵌 적이 있습니다. 훌륭한 왕이셨죠. 

햄릿 : 참사람이셨지. 만사 완벽하단 뜻으로. 

 

 

p31 햄릿 : 악행은 천길 만길 파묻어도 사람 눈에 발각되리. 

우리는 흔히 말한다. 거짓말 하고 살면 안된다고, 나쁜짓 하고 살면 안된다고. 세상은 좁고,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제1막 제3장

p 31 레어티즈 (폴로니어스의 아들) : 햄릿 왕자와 그의 하찮은 호의란 건/ 유행이요 젊음의 객기이며 청춘의 꽃송이라, /빨리 피나 영원하진 못하고/ 달콤하나 오래가진 못하니, / 한순간의 향기요 시간 때우기 이상은 아니다. 

오필리아 죽음을 보며 햄릿은 오필리아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아주 컸음을 알려준다. 이 부분은 레어티즈가 햄릿 왕자를 경계하는 부분인데, 햄릿의 마음을 알았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파우스트>>에 나오는 그레트헨의 오빠 발렌틴과 비슷하다. 


p32 레어티즈 : 인간이 자람에 근육과 몸집만/ 홀로 커지는 게 아니라, 그 신전이 넓어지면/ 마음과 영혼의 내적 봉사활동도/ 함께 커지는 법.

그는 싸구려 인간처럼 엿장수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이 나라 전체의 안녕과 번영이 /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에, / 그러므로 그의 선택은 자기가 머리인/ 몸뚱이의 찬성과 동의에 묶일 수밖에./ 그래서 그가 널 사랑한다 말하면, / 넌 그 말을 그가 자신의 각별한 위치에서/ 행동으로 일치시킨 만큼만 믿는 것이/ 분별력에 맞다고. 

 

p33 레어티즈 : 최상의 안전은 조심이야./ 젊음은 곁에 뉘 없어도 자기에게 반항해.

 

 

오필리아(폴로니어스의 딸) : 이 훌륭한 교훈의 골자를 제 마음의/ 파수꾼 삼을게요. 

은총 잃은 어떤 목사들처럼 나에게는/ 천국 가는 가파른 가시밭길 보여주고, / 자기는 허풍선이 무모한 탕아처럼/ 환락의 꽃길을 밟으며, 자신의 설교를/ 저버리진 마세요.

 

p34 폴로니어스(재상) : 네 생각을 발설하지 말아라./ 절도 없는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도 말고. /친절하되 절대로 천박해지면 안 된다./ 그들을 네 영혼에 쇠고리로 잡아매라. / 허나 신출내기 철없는 허세꾼들/ 모두를 환대하느라 손바닥이 무뎌지면 안 된다./ 싸움에 낄까 조심해라. 허나 끼게 되면,/ 상대방이 널 알아모시도록 행동해라. /귀는 모두에게, 입은 소수에게만 열고/ 모든 의견을 수용하되 판단은 보류해라./ 지갑의 두께만큼 비싼 옷을 사입되/ 요란하지 않게, 고급으로 야하지 않게./ 왜냐면 복장을 보고 사람을 아는 수가 많으니까./ 최고위급 프랑스 사람들이 그 점에서/ 단연 으뜸가고 가장 귀티나지./ 돈은 꾸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아라./ 왜냐하면 빚 때문에 자주 돈과 친구를 함께 잃고, / 또한 돈을 빌리면 절약심이 무디어진단다./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진실되거라./ 그러면 밤이 낮을 따르듯/ 남에게 거짓될 수 없는 법. / 축복으로 끝낸 말이 네 안에서 여물기를. 

유용한 교훈이다. 나에게도 적용시키고, 학생들에게도, 그리고 후에 자녀를 낫는다면 이 교훈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p35 오필리아 : 그건 제 기억 속에 가뒀으니, 오빠가 열쇠를 간직하고 계셔요. 

p36 폴로니어스 : 피가 끓을 때면 영혼이 얼마나 아낌없이/ 혀에게 맹세를 빌려주는지. 

열보다 빛을 더 발하는, 그 두 가지를/ 약속하면서 동시에 꺼지는 이 섬광을/ 불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햄릿 왕자로 말하자면, 그는 젋고,/ 네게 주어진 행동반경보다/ 더 넓게 움직일 수 있다고만 믿어라./ 한마디로 오필리아, 그의 맹세를 / 믿지 마라. 그 맹세란 놈은 겉옷과는/ 색깔이 다른 중매쟁이일 뿐만 아니라/ 불경한 청탁을 애원하는 자이며,/ 더 잘 속이기 위하여 성스럽고 경건한/ 뚜쟁이처럼 속삭이기 때문이야. 

 

제1막 제4장 

p39 햄릿 : 그게 자연의 조화든 운명의 장난이든,/ 단 한가지 결함의 딱지를 지님으로, / 그들의 미덕이 은총처럼 순수하고/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더라도,/ 바로 그 한 가지 결점으로 말미암아/ 일반인들이 썩었다고 평가할 것이야./ 한 방울의 악 성분이 종종 고귀한 본질/ 모두를 말살시키고, 치욕을 불러온단/ 말일세. 

원래 작은 불씨가 큰 불을 만들기 마련이다. 독약 한방울이면 사람이 죽고, 다툼도 아주 사소한 시비가 붙는 것에서 시작하여, 큰 싸움이 된다.

 

p41 왜, 두려울 게 뭔가? / 내 목숨이야 반 푼 값어치도 없고, / 내 영혼으로 말하자면 꼭같이 불멸인데,/ 그것이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다시 손짓하는구나. 난 따라가야겠다. 

죽음을 무릅쓰고 유령을 따라가는 햄릿. 아마 햄릿은 이때 그 유령이 아버지일 것이라 확신하고 가지 않았을까? ‘우리의 영혼은 꼭같이 불멸’이지만 인간에게 죽음은 두려운 법인데, 햄릿은 지금 그것을 초월한 상태다. 

 

호레이쇼 : 그 자리에 서기만 해도, 수십 길 아래/ 바다를 내려다보고 파도의 굉음을 들으면, /다른 동기 없이도 절망적인 충동이/ 누구에게나 생깁니다. 

 

제1막 제5장

p44 햄릿 : 서둘러 알려주면 명상처럼/ 아니면 사랑의 상념처럼 빠른 날개로/ 복수에 돌입할 것입니다. 

 

유령 : 네가 이번 일에 움직이지 않는다면, / 넌 망각의 강변에 편안히 뿌리 내린/ 무성한 잡초보다 더 둔할 것이니라. 

 

p45 유령 : 내가 결혼했을 때 그녀에게 바친 맹세와/ 서로 견줄 만큼 가치 있는 사랑을 한 내게서, / 타고난 재능이/ 나보다 빈약한 비열한 놈에게로 내려가다니/허나 순결은 색욕이 천국의 모습으로/ 구애하더라도 결코 동요되지 않듯이,/ 욕정은 빛나는 천사와 맞붙어 있다 해도/ 천상의 침대에서 무릴도록 만족한 후/ 쓰레기를 포식하리. 

내가 방심하고 있을 시간에 네 삼촌이/ 저주받을 독즙병을 가지고 몰래 들어와,/ 나병증을 일으키는 증류액을 내 귀에/ 쏟아부었는데, 그 효능이 사람의 피와는/ 극도로 상극이라, 수은처럼 재빠르게/ 인체의 정상 통로와 샛길로 번져나가,/ 마치 우유에 떨어뜨린 식초 방울처럼/ 갑자기 활기 있게, 묽고 건강한 피를/ 뻑뻑하고 엉기게 만든단다. 

난 자다가 동생 손에 의해/ 생명, 왕관, 왕비를 한꺼번에 빼앗기고/ 한창 죄업을 쌓고 있는 중에 잘렸으니,/ 성체 받고 기름 바르는 고해성사도 없이, / 죄를 청산하지도 못하고 온갖 결함을/ 내 머리에 인 채 심판대로 보내졌다. 

 

p47 햄릿 : 불쌍한 유령아, 이 혼란한 세상에/ 기억력이 자리잡고 있는 한. 잊지 마라? / 좋아, 내 기억의 수첩에서 젊은 시절/ 귀담아듣고 거기에 베껴놓은 /모든 시시껄렁한 기록들, 온갖 책의 격언들, /모든 문구들과 감상들을 지워버리고,/ 네 명령만 내 두뇌의 비망록 속에서/ 홀로 살리라, 저질 잡물과 뒤섞이지 않은 채./ 

 

p49 햄릿 : 둘 사이에 뭐가 있을까 알고 싶은 욕망은/ 자네들 능력껏 극복하게. 

 

p51 햄릿 : 인간의 철학으론 꿈도 꾸지 못할 일이/ 천지간에 많다네. 

인간의 한계를 이야기 하고 있음. 

 

그럴 때 나를 보고, 이렇게 팔짱 끼고/ 혹은 머릴 이렇게 흔들며, <글쎄, 우린 알지>,/ <알려면 알 수도 있>, <우리가 입을 열면>,/ <말할 사람 있지>와 같은 의심스런 문구를/ 발설하거나, 나에 대해 뭘 안다는 걸/ 나타내려고, 비슷한 암시를 주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 것. 

 

p52 햄릿 :  그리고 햄릿처럼 가난한 사람이

사랑과 우정을 표할 길은, 신이 원하면, 

부족하진 않을 걸세. 같이 들어가지.

또한 항상 손가락을 입술에, 부탁이야. 

뒤틀린 세월. 아, 저주스런 낭패로다, 

그걸 바로 잡으려고 내가 태어나다니. 

 

제2막 제1장

p56 폴로니어스 : 젊음과 방종에 으레 따르며, 

잘 알려진, 짖궃고, 거칠고, 흔한 실수 

그런 것 말이야. 

레이날도 : 도박처럼요, 나리

폴로니어스 : 음. 혹은 음주, 칼질, 욕질, 싸움질, 계집질 

 

p58 폴로니어스 : 너의 거짓이란 미끼가 진실이란 잉어를

건진단 말씀이야. 이렇게 지혜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변죽을 울리고 옆을 찔러

간접 수단으로 직접 목적을 달성하지. 

이 부분은 햄릿이 배우의 대사를 통해 왕의 심리 변화를 목격하고자 할 때 쓰는 방법과 유사하다. 햄릿은 지혜와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변죽을 울리고 옆을 찔러 간접 수단으로 직접 목적을 달성했다. 폴로니어스가 한 행동과 뒤에 햄릿이 하는 행동이 비슷하다. 

 

p60 폴로니어스 : 허나 의심도 한심했지! 우리 나이엔

너무 넘겨짚음이, 젊은 축들에게 흔히 

지각이 모자라듯 유별나서 말씀이야. 

자, 왕에게로 가자. 이건 알려야 돼. 

덮어두면, 사랑을 발설하여 살 미움보다 

감춰야 할 슬픔이 더 많을 수도 잇겠다. 

가자. 

 

제2막 제2장 

p61 왕 : 그가 이토록 자기 인식에서 멀어진 이유가

아비의 죽음밖에 무엇인지 난 

상상을 못하겠네. 

 

p63 폴로니어스 : 분명히 말씀드리면, 전 제 영혼을 보호하듯

하느님과 자비로운 전하께 제 의무를 다합니다. 

(완전한 충성이 아닐까? 자신의 영혼을 보호하듯 의무를 다한다고 했으니.)

 

제 소식은 그 성대한 정찬의 후식이 될 것입니다. 

 

p65 폴로니어스 : 그러므로 기지의 핵심은 간결함이요

장황함은 팔다리와 겉치레인지라,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왕자님은 

미쳤습니다. 미쳤다고요, 왜냐하면

진짜 광기를 정의함에 있어 그런 상태를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p66 폴로니어스 : 원인이 있어야 이런 결함 있는 결과가 생기니까요. 

<거룩한 내 영혼의 우상, 최고로 잘 빠진

오필리아>- 이건 못된 표현, 상스런 표현입니다, 

<잘 빠진> 건 상스런 표현입니다. 허나 읽겠습니다. -

<이 글, 그녀의 빼어난 흰 가슴에 이 글을, 운운.> 

 

p68 폴로니어스 : 증거가 잡힌다면 진실이 감춰진 곳을, 

정말 지구의 중심에 감춰져 있더 해도, 

찾아내겠습니다. 

 

p69

폴 : 저를 아십니까, 저하?

햄 : 알다마다. 자넨 생선장수야. 

폴 : 아닙니다, 저하. 

햄 : 그럼 자네가 그 사람만큼 정직한 인간이길 바라네. 

폴 : 정직하라고요, 저하?

햄 : 그렇지. 지금 세상을 보면 정직한 사람이란 만에

하나가 있을까 말까지. 

 

p71 폴 : 바람없는 곳으로 가실까요, 저하? 

햄 : 내 무덤 속으로?

폴 : 정말, 그게 바람 없는 곳이지요. 

이성이나 맑은 정신을 가지고는 이렇게 꼭 들어맞는 말ㅇ르 할 순 없지. 

햄 : 여봐, 자네가 물러가는 것보다 내가 더 기꺼이 허락해 줄 일은 하나도 없어 

 

p72 햄 : 왜냐하면 좋거나 나쁜 건 없는데,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니까. 내겐 이게 감옥이야. 

생각의 힘. 생각의 힘에 대해 설명할 때 인용하면 좋을 부분. 

 

p73 햄 : 오 하느님, 난 호도알 속에 갇혀 있다 해도, 내 자신을 무한 공간의 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네 - 내가 악몽을 꾸지만 않는다면. 

 

길드스턴 : 그 꿈이란게 사실은 야망입니다. 왜냐하면 야망에 찬 사람의 바로 그 본질이 꿈의 그림자에 불과하니까요. 

햄 : 꿈 그 자체가 그림자일 뿐이지. 

로젠크란츠 : 옳습니다. 그리고 야망의 속성이란 공기처럼 너무나 가벼워서, 그림자의 그림자일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햄 : 그렇다면 거지들이 실체이고, 왕들과 허세부리는 영웅들은 거지들의 그림자란 말이군. 궁정으로 들까? 실토하네만, 난 이치를 따지지 못하겠어. 

 

p74 햄 : 얼굴에 <고백합니다>라고 씌어 있는데, 사람들이 고상하여 그걸 감출 만큼 교활하진 못하구만. 

 

햄 : 우리들 우정의 당연한 권리로, 우리들 젊음의 화합된 마음으로, 언제나 보존된 우리들 사랑의 의무로, 또는 이보다 더 나은 제안으로 자네들에게 간청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으로 내 자네들에게 엄숙하게 물을 테니, 불려왔는지 아닌지 사실대로 말해 주게. 

 

p75 햄 : 사실은 내 심정이 너무나 울적하여, 이 아름다운 구조물인 지구가 내게는 불모의 땅덩이로 보이고, 가장 빼어난 덮개인 저 대기, 보라고, 찬란하게 걸려 있는 저 창공, 황금 불꽃으로 수놓은 저 장엄한 지붕, 글쎄, 저런 것들이 내게는 더럽고 병균이 우글거리는 증기의 집합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네. 

인간이란 참으로 걸작품 아닌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하며, 생김새와 움직임은 얼마나 깔끔하고 놀라우며, 행동은 얼마나 천사 같고, 이해력은 얼마나 신 같은가! 이 지상의 아름다움이요 동물들의 귀감이지 - 헌데, 내겐 이 무슨 흙 중의 흙이란 말인가? 난 인간이 즐겁지 않아 - 여자도 마찬가지야. 자네는 웃으면서 반대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서 햄릿은 르네상스의 회의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천사와 동물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단다. 

 

p78 로젠크란츠 : 노인은 두 배로 어린이란 말이 있으니까요. 

 

p81 햄 : 만인을 기쁘게 하지 못했은까. 대중들에겐 캐비어 같은 음식이었지. 

 

p84 배우1 : 독에 담근 혀끝으로 운명 여신 통치에 반역을 선포했을 것이오. 

 

p85 햄 : 왜냐하면 그들은 이 시대의 축소판이요 짧은 연대기이기 때문이오. 죽은 후 당신의 묘비명이 나쁘게, 살아 생전 배우들의 험단보단 나을 것이오. 

셰익스피어가 극단, 연극, 배우에 대해 생각하는 점을 햄릿의 대사로 읊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각자의 값어치대로만 대접하면, 태형을 피할 사람 있어요? 당신의 명예와 가치에 버금가게 그들을 대접하시오. 그들의 자격이 모자랄수록 당신의 선심은 더욱 값질테니까. 안으로 데려가시오. 

인간이란 존재의 값어치를 아주 낮게 평가하고 있는 햄릿. 우리가 태형을 피할 방법은 무엇일까? 인간은 왜 악하지? 이부분을 보면 셰익스피어는 선악설을 따른 것 같다. 


p86 햄 : 여기 이 배우는 단지 이야기 속에서, 비탄이란 꿈 속에서, 영혼에게 상상을 강제로 주입시킨 결과, 얼굴은 온통 핼쑥 눈물은 글썽, 산란한 시선에 목소리는 잠기고, 모든 정신작용에 제 맘대로 형상을 부여함은 놀랄 일이 아닌가? 

그는 무대를 눈물로 채우고, 끔찍한 대사로 관객들의 귀를 찢어놓으며, 죄인은 미치게 무죄인은 섬뜩하게 만들고, 무식꾼을 혼동시키며, 눈과 귀의 기능을 정말 혼란시키리라. 

 

 

p88 햄 : 죄지은 인간들이 연극을 보고 있을 때, 그 극적인 표현이 너무나 교묘하여 영혼을 때림에, 그들이 즉각 죄상을 공표한다 했었다. 왜냐하면 살인은 혀는 없어도 가장 기적 같은 수단으로 말을 할 것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아버님의 살해와 엇비슷한 연극을 삼촌 앞에서 시켜야지. 표정을 살피고 아픈 데를 찔러봐서, 만약에 움찔하면 내 할 일은 알고 있다. 내가 본 혼령은 악만지도 모른다. 그리고 악마는 제 모습을 보기좋게 위장할 힘이 있지. 맞아, 또, 내 허약함과 우울증을 빌미삼아, 심기가 그럴 땐 악귀가 큰 힘을 쓰니까, 나를 속여 파멸시킬 수도 있어. 좀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잡으리라. 연극이 왕의 양심 사로잡을 바로 그런 수단이다. 

삼촌이 자신의 죄와 비슷한 장면을 직면하게 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보고, 햄릿은 복수를 감행할 것인지, 아닌지 정하려고 한다. (물론 계속 복수가 지연되지만) 

 

제3막 제1장

 

p 91 길든스턴 : 또한 저희들이 본인의 진정한 상태를 고백토록 유도했을 때, 선뜻 속마음을 터놓지 않고서, 교묘한 광기로 거리를 지킵니다. 


p93 폴로니어스 : 종종 우리들 탓이지만, 경건한 외모와 신성한 행동으로 우리가 악마조차 달콤하게 만듦은 너무 흔히 입증된 사실이다. 

왕 : (방백) 아, 너무나 진실이다. 그 말은 내 양심에 얼마나 아픈 채찍인가.

(각주 : 이전도 아니고 이후도 아닌 바로 이 시점에서 셰익스피어는 관객들에게 클로디어스의 죄와 유령이 한 말의 신빙성을 확인시킨다.)

 

p94 왕 : 처바르는 기술로 고와진 창녀 뺨을 화장품과 비교해도, 가장 번드레한 내 말에 비한 행위만큼 추하진 않구나. 아, 짐이 무겁구나! 

 

햄 : 있음이냐 없음이야, 그것이 문제로다. 

(각주 :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역자가 <사느냐 죽느냐>로 옮겼다. / 그런데 원문은 <to be, or not to be>는 <사느냐 죽느냐>를 포함하는 존재와 비존재를 대립시키고 있기 때문에, 또 이 독백이 살고 죽는 문제를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명시하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쉽고 모호하며 지극히 함축적인 일반론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것을 생사의 선택으로 옮김은 미흡 하다고 생각된다. 원문의 뜻에 가장 적합한, 한자가 아닌 순수 우리말은 <있다>와 <없다>의 적당한 변형이 될 것이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각주 : 삶이란 거대한 고통의 바다에 대항하여 한 인간이 아무리 무기를 들고 덤벼봤자 중과부적의 헛된 싸움이 될 것이 뻔하므로 결과적으로 그는 고통을 <끝장내려다가> 자기 자신이  <끝장나게 될> 것이다.)

p95 죽는 건 -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 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 왜냐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비웃음, 압제자의 잘못, 잘난 자의 불손, 경멸받는 사람의 고통, 법률의 늑장, 관리들의 무례함, 참을성 있는 양반들이 쓸모없는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견딜 건가? 단 하루 단검이면 자신을 청산할 수 있을진대. 누가 짐을 지고, 지겨운 한 세상을 투덜대며 땀 흘릴까? 

잠을 자면 꿈을 꾸겠지. 필멸의 육신이 고리를 벗을 때 죽음의 꿈 속에서 어떤 꿈을 꿀지 몰라 우리를 망설이게 만든다. 


국경에서 그 어떤 나그네도 못 돌아온 미지의 나라, 죽음 후의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의 의지력을 교란하고, 우리가 모르는 재난으로 날아가느니, 우리가 아는 재난을 견디게끔 만들지 않는다면?

p96 (이어서) 그리하여 양심 때문에 우리들 모두는 비겁자가 되어버리고, 그럼에 따라 결심의 붉은빛은 창백한 생각으로 병들어 버리고, 천하의 웅대한 계획도 흐름이 끊기면서 행동이란 이름을 잃어버린다. 

미지의 나라, 죽음 후의 나라. 우리가 아는 재난을 견디게끔 하는 것. 아, 영원으로 들어가는 잠을 자면 세속에서의 고통, 번뇌, 고난을 벗어날 수 있는데, 그 후의 삶이 어떠한지 모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운명은 하늘에 속한 것.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음을 알게 되는 부분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자고 일어나는 것에 대해 민감해 지면서 오늘 내게 호흡이 있음에 감사하다. 우리의 호흡은 우리에게 속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오필리아 : 준 사람이 불친절할 땐, 값진 선물도 고귀한 마음엔 초라하게 보이니까요. 

 

p97 햄 : 당신이 순결하고 고우면, 당신의 순결은 당신의 아름다움에게 어떤 대화도 허락지 마란 뜻이오. 

 

왜냐면 아름다움의 힘으로 순결을 뚜쟁이로 변신시키는 것이, 순결의 능력으로 아름다움을 자기와 비슷하게 변화시키는 것보다 더 빠르니까. 

 

왜냐하면 미덕을 원줄기에 아무리 접목시켜도, 우리는 본색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소. 

오필리아가 자살하여, 장사지내러 가는 행렬을 보고, 오필리아를 묻기 위해 땅에 흙을 덮는 것을 보고 햄릿이 한 대사와는 상반되는 대사다. 사랑하지 않았소? 햄릿은 오필리아를 사랑한 게 맞지만, 자신의 복수 때문에 그녀를 놔주는 것인가? 사실 애매하다. 잘 모르겠다. 


p98 햄릿 : 수녀원으로 가. 아니 당신, 죄인들을 낳고 싶어? 나 자신은 그런대로 깨끗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스스로 문책할 수 있는 죄들 때문에, 어머니가 날 낳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난 대단히 오만하며, 복수심에 불타고, 야심만만하며, 내가 범할 수 있는 죄목은 생각을 해보거나, 상상 속에서 형체를 부여하거나, 시간을 두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숫자보다 더 많다고. 뭣 하러 나 같은 녀석들이 하늘과 땅 사이에 기어다닌단 말이야? 우린 모두 다시 없는 악당들이니 아무도 믿지 마. 수녀원 길에 오르라고. 


p99 햄 : 하느님은 여자들에게 한 가지 얼굴을 주셨는데, 여자들은 딴얼굴을 만들어. 삐딱빼딱 걸음에 혀찌래기 소리내며, 아무 데나 별 이름을 다 붙이고, 변덕을 무식으로 치부하지. 


오필리아 : 아, 얼마나 고귀한 정신이 무너졌나! 조신, 군인, 학자의 눈, 혀, 칼이요 아름다운 이 나라의 희망이요 꽃이며 예절의 거울이고 행동의 표본이요, 모든 존경의 귀감이 아주아주 쓰러졌어! 

 

p100 왕 : 그의 영혼 속에는 우울증이 무언가를 품고 앉아 있으며, 그것이 알을 깨고 드러나면 상당히 위험할 것 같소. 

아마 바다와 여러 나라의 다양한 풍경들이 그의 가슴에 뿌리 내린 무언가를 쫓아내지 않겠소. 

 

p101 왕 : 높은 자들의 광기는 방관하면 아니되오. 

 

제3막 제2장 

p102 햄 : 자신의 분별력을 교사로 삼으라고. 

그런데 이 일을 넘치거나 모자라게 하면, 식별력이 없는 자들을 웃길지는 모르지만, 안목 있는 사람들을 통탄케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자네들은 후자의 평가를 극장 가득한 전자의 평가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만 해. 

안목 있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함. 이것은 나의 글에 대한 평가를 받을 때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가짐이다. 

 

p104 햄 : 먹고 입을 재산으로 훌륭한 기백밖에 아무것도 없는 그대에게 내가 무슨 출세를 바라겠나? 왜 빈자에게 아첨해? 

가장 깊은 내 영혼이 선택의 주체 되고 인간들을 선별할 수 있게 된 이후로 그대를 자기 사람으로 확정했네. 왜냐하면 그대는 모든 해를 입으면서 아무 해도 입지 않고, 운명의 시련과 보답을 꼭같이 고맙게 맞이한 사람이니까

 

p107 햄릿 : 처녀 다리 가운데로 들어간다는 건 즐거운 생각이오. 

오필리아 : 어째서요, 왕자님?

햄릿 : 빈 집이니까. 

오필리아 : 명랑하십니다, 왕자님

연극을 보면서 햄릿은 오필리아 무릎 위에 머리를 얹어 놓고는 계속해서 오필리아에게 수작을 거는 것 같은 말을 한다. 이유가 뭘까? 


p110 배우 왕비 : 여자들의 두려움과 사랑이란 비례하니, 양쪽 모두 비었거나 극닥으로 치닫지요. 

 

p111 배우 왕 : 우리들이 작심한 바 우린 자주 깨뜨리오. 결심이란 기껏해야 기억력의 노예일 뿐, 태어날 땐 맹렬하나 그 힘이란 미약하오. 그 열매가 시퍼럴 땐 나무 위에 달렸지만, 익게 되면 그냥 둬도 떨어지는 법이라오. 우리들이 자신에게 빚진 것을 잊어버려 못 갚는 건 정말이지 피할 수가 없는 거요. 격정 속에 우리들이 자신에게 제안한 건 그 격정이 사라지면 결심조차 없어지오. 

결심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실행’ 이다. 행동없는 결심은 그 힘이 미약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마음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행동의 변화까지도 연구해 볼  문제다. 


슬픔이나 기쁨이나 격렬하면, 행동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그 자체가 소멸되오. 기쁨 마음 광분하면 슬픔 마음 통탄하고, 별것 아닌 사건으로 슬픔 기쁨 엇갈리오. 이 세상은 영원하지 아니하며, 사랑조차 운에 따라 바뀌는 건 이상할 것 하나 없소. 왜냐하면 운과 사랑,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아직까지 안 밝혀진 의문이기 때문이오. 


높은 사람 떨어지면 측근 도망 눈에 띄고, 가난한 자 벼슬하면 적들조차 친구되오. 그렇다면 지금까진 사랑이 운 따라줬소. 

이 부분은 많이 듣던 이야기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통해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일이 비일비재 한 것 같다. 특히 높은 사람이 떨어지면 측근 도망이 눈에 띄는 법이다. 


p112 (이어서) 왜냐하면 필요한게 없는 자는 친구 부족 절대 없고, 모자람이 있는 자가 속빈 친구 시험하면 그와 바로 원수지기 때문이오. 그렇지만 순서대로 시작에서 끝을 내면, 의도한 바 운명과는 정반대로 가는지라 우리들이 계획한 건 끊임없이 뒤집히오. 우리 생각 우리 거나, 그 결과는 아니라오. 그리하여 둘 째 남편 안 맞겠다 생각하나, 첫째 주인 죽었을 때 그런 생각 죽을 거요. 

 

p113 햄 : <<쥐덫>>이오. 거 참, 기가막힌 비유지요! 이 극은 비엔나에서 있었던 살인을 본뜬 겁니다. - 공작 이름은 곤자고, 그의 부인은 밥티스타이며- 곧 보시게 될 겁니다. 

악랄한 작품이지만, 그게 뭔 상관입니까? 그것이 전하와, 죄없는 영혼을 가진 저희들은 건드리지 못한다구요. 찔리는 게 있는 놈이 움츠리지, 우린 떳떳합니다. 

정곡을 찌르기 일보직전. 

 

p114 햄 : 내 칼날이 들어갈 땐 신음께나 할 거요. 

오필리아 : 더 고우나, 더 미워요. 

(각주 : 햄릿이 자기 말꼬리를 잡아 점점 더 <개선>시키고 있지만, 동시에 그 뜻은 점점 더 듣기 거북하게 되어간다는 말.)

햄릿은 오필리아와 말하고 있지만, 클로디어스를 겨냥한 말이기도 하다. 극이 진행 되면 진행될 수록 왕은 찔리는 마음에 표정관리도 못하게 되고, 결국 연극을 중단시킬테니 말이다. 


루시아너스 : <검은 마음, 능숙한 손, 맞는 독약, 적절한 때, 시간까지 공모하고 보는 사람 달리 없다. 한밤중에 거둬들인 독초 삶은 극약이여 헤카트의 마법 저주 삼세 번을 받았으니, 원래의 마력과 유독한 성분으로 건강한 생명을 당장에 빼앗거라.>


p115 오필리아 : 왕께서 일어나십니다. 

햄릿 : 뭐야, 공포탄에 겁먹었나? 

p115 햄 : 누구는 깨 있고 누구는 자면서 세상은 그렇게 도니까. 

 

p119 햄 : 자네가 날 얼마나 형편없는 물건으로 생각하나. 자넨 날 연주하고 싶지. 내게서 소리나는 구멍을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아. 자넨 내 신비의 핵심을 뽑아내고 싶어해. 나의 최저음에서 내 음역의 최고까지 울려보고 싶어. 그렇다면 여기 이 조그만 악기 속엔 많은 음악이, 빼어난 소리가 들어 있어. 그런데도 자넨 그걸 노래 부르게 못해. 빌어먹을, 자넨 날 피리보다 더 쉽게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를 무슨 악기로 불러도 좋아. 허나 나를 만지작거릴 순 있어도 연주할 순 없어. 

비유. 

 

p120 햄릿 : <곧>이라, 말은 쉽지 - 친구들, 물러가게.

지금은 바로 마법의 밤 시간, 교회마당 묘지가 입벌리고 지옥 자체가 세상으로 역병을 내뿜는 때다. 난 지금 뜨거운 피 마시고, 낮에 보면 벌벌 떨 독한 짓을 할 수 있다. 그만, 이제 어머니에게로. 오 마음이여, 효성을 잃지 마라. 확고한 이 가슴에 네로의 영혼은 절대 들지 말게 하라. 잔인하되 불효는 말아야지. 칼같이 말하지만 칼을 쓰진 않을 테야. 내 혀와 내 영혼이 이 점에선 위선자길. 

즉 말로는 그녀를 어떻게 꾸짖든 그 말의 인준에는 내 영혼이 절대 동의 말기를. 



제3막 제3장 

p121 로젠크란츠 : 혼자만의 개인적인 삶도, 마음의 모든 힘과 무장으로 해를 입지 않도록 자신을 지켜야 하거늘, 그분의 안녕에 많은 목숨이 의지하고 머무는 옥체는 더 더욱 그래야 합니다. 국왕의 서거는 홀로 죽는 것이 아니고 소용돌이처럼 주변 것들을 끌어들입니다. 혹은 언덕 꼭대기에 고정된 육중한 바퀴처럼 거대한 살에 오만 가지 작은 것들이 아귀물고 연결되어, 그것이 떨어질 땐 모든 작은 무속품, 하찮은 물건들은 요란한 파멸을 따릅니다. 왕이 홀로 한숨 쉬면, 백성들은 신음하는 법입니다. 

 

p122 왕 : 난 지금 멋대로 활보하는 이 근심에 족쇄를 채우려 하니까. 

 

p123 왕 : 아, 내 죄 썩은 내가 하늘까지 나는구나. 

물론 의향은 의지만큼 뚜렷하나, 더 강한 죄의식이 내 강한 의도를 꺾어버리니, 난 두 가지 일에 매어 있는 사람처럼 어느 쪽을 먼저 할까 멈춰 서 있다가 둘 다 못하는구나. 

저주받은 이 내 손에 형의 피가 겹겹으로 묻었다 한들, 그걸 눈처럼 희게 씻어줄 만큼의 빗물이 저 자비로운 하늘엔 없는가? 죄의 얼굴을 마주보게 도와주는 것밖에 자비가 뭣 하러 있는가? 또 기도에 이중의 힘, 타락 전에 우릴 막고 후에는 용서하는 그 힘밖에 뭐가 있지? 난 위를 보리라. 과오는 지나갔다- 허나 아, 어떤 기도가 내게 맞을까? <더러운 살인을 용서하소서?> 그건 안 돼. 왜냐하면 난 내가 저지른 살인의 결과를 - 내 왕관과, 내 야망과, 내 왕비를 아직도 소유하고 있으니까. 사면받고 범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p124 왕 : 이 세상 부패한 흐름 속에서는 금칠한 죄의 손이 정의를 밀치고, 사악한 이득 그 자체가 법을 매수하는 걸 자주 본다. 그러나 저 위에선 안 그렇다. 거기에는 속임수란 없으며, 그곳에선 행위의 진정한 성격이 드러나, 우리는 과오의 이빨에서 이마까지 증거를 내놓도록 강요받는다. 그럼 어떡해? 뭐가 남았나? 참회로 되는 걸 해봐. 그걸로 뭘 못해? 허나 그걸로 뭘 해? 참회할 수 없는데? 오 비참한 처지! 오, 죽음처럼 검은 가슴! 오 끈끈이 밟은 영혼, 벗어나려 애쓸수록 더 잡히네! 천사들은 도우서소! 온 힘으로. 뻣뻣한 무릎아, 꿇어라. 철근 같은 심장아, 갓난애기 근육처럼 부드러워지거라. 만사 잘 될 수도 있다. 

왕의 죄가 왕의 입을 통해 확실히 공개되고 있다. 죄책감, 죄의식에 사로잡힌 왕. 자신의 죄 썩은 냄새가 자신의 코를 찌르고, 하늘까지 진동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죄를 참회할 수 없다고 계속 이야기 하다가 마지막엔 결국 ‘만사 잘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끝맺음한다. 인간이란 결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으며, 빠져나갈 구멍을 늘 만들어 놓는 것 같다. 진정한 참회란 신께 돌아가는 것. 돌이키는 것을 말한다. 탕자가 아버지께 돌아간 것처럼. 

 

p125 햄 : 놈은 아버지를 그가 육욕에 푹 빠지고 모든 죄악이 활짝 핀 오월처럼 싱싱할 때 앗아갔다. 그리고 하늘말고 그의 벌이 어떨지 누가 아랴? 

영화 <<밀양>>이 생각났다. 하늘말고 그 살인자의 벌이 어떨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같다. 

허나 우리 입장에서 생각할 땐 무겁다. 그럼 내가 복수했어? 영혼을 씻고 있을 때, 하직하기 알맞게 무르익었을 때 놈의 목숨을 뺏는다면? 아냐. 아서라 칼아. 더 끔찍한 상황을 만나자. 놈이 취해 잠자거나 광란하고 있을 때, 침대에서 상피붙어 쾌락을 즐길 때, 겨익 도중 욕하거나 구원받을 기미가 전혀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을 바로 그때, 다리를 걸자. 그래서 놈의 발꿈치는 하늘을 박차고, 영혼은 목적지 지옥만큼 시커멓고 저주받게. 어머니가 기다린다. 그 약

(클로디어스의 기도)은 네 병든 날을 연장할 뿐이니라. 

여전히 복수를 미루고 있음. 절호의 찬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왕이 혼자 있으므로)

 

p126 왕 : 내 말은 날아가고 생각만 남았구나. 생각 없는 빈 말은 절대 하늘 못 가는 법

 

제3막 제4장

p127 햄 : 제가 거울을 갖다 놓고 어머니가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을 볼 때까진 못 갑니다.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을 본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햄 : 피비린 행위. 왕을 죽이고 그 동생과 결혼한 것만큼이나 나쁘지요. 어머니 

왕비 : 왕을 죽여? 

햄릿 : 예, 마님, 제가 한 말입니다.- 

한심하고 성급한 주제넘은 바보. 잘 가. 

네 윗사람인 줄 알았다. 운명을 받아들여. 

너무 바쁜 것도 위험한 줄 알았겠지-

p128 햄 : 손을 쥐어짜지 마세요. 가만, 앉으세요, 제가 어머니 심장을 짜볼게요. 그렇게 할 겁니다, 만약 그게 부드러운 물질로 돼 있다면. 망할 놈의 습관이 쌓아놓은 철저한 무감각의 철옹성이 아니라면. 


p128 햄 : 정숙함의 품위와 수줍음을 흐려놓고, 미덕을 위선이라 부르며, 순수한 사랑의 고운 이마에서 장미꽃을 앗아가고 거기에 창녀 낙인을 찍으며, 혼인서약을 노름꿈의 거짓 맹세처럼 만드는 그런 행동 - 오, 계약이란 몸체에서 혼을 뽑아버리고, 종교의식을 한낱 말치레로 만드는 그런 행위 말입니다. 하늘이 얼굴을 붉히고, 이 단단한 지구가 최후심판 맞은 듯 슬퍼하는 모습을 내려보며, 그 행동에 가슴 아파합니다. 

p129 햄 : 여기 이 그림과 이 그림, 두 형제의 초상화를 보십시오. 이분의 이마 위에 어떠한 미덕이 서려 있나 보시라고요. 

태양신의 머리칼, 주피터의 이마에 군신처럼 위협하고 호령하는 눈과, 전령신 머큐리가 하늘 닿은 언덕 위에 갓 내린 듯한 자태를. 모든 신들이 각자의 인장을 찍어 세상 사람들에게 참사람을 증명해 주려고 만든 듯한 진정한 융합체를. 이분이 어머니 남편이셨쬬. 

 이제 그 다음을 보세요. 

곰팡난 옥수수 자루처럼 건강한 형님을 썩게 하는 여기 이 남편을. 눈 있어요? 이 고운 산을 버리고 이 늪에서 먹고 살찔 수가 있어요? 하, 눈 있어요?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순 없지요. 왜냐면 그 나이엔 한창때 혈기가 길들고 순해져 분별력을 따르는데, 무슨 놈의 분별로 여기서 여기로 갑니까? 감각, 분명 있죠. 없으면 동작을 못하니까. 허나 분명코 졸중 걸린 감각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차이에는 미쳤어도 실수하지 않을 거며, 감각이 설사 환각의 노예가 됐더라도 약간의 선택은 남았을 테니까요. 

 

p130 햄 : 어머닐 그렇게 술래처럼 눈가린 건 어떤 놈의 악마였죠? 촉각 없는 눈, 눈 없는 촉각, 손도 눈도 없는 귀, 무감각의 후각 혹은 진실된 한 가지 감각의 병든 일부라도 그렇게 헤맬 순 없지요. 오, 수치심아, 네 붉은 뺨은 어딨느냐? 역적같은 욕정아,  네가 중년 여인 몸에서 반역할 수 있다면, 불타는 청춘에겐 순결함이 양초처럼 자기 불에 녹게 하라. 충동적인 열기가 돌진해 오더라도 부끄러워 말아라, 왜냐하면 찬서리가 활활타고 이성이 욕망의 뚜쟁이니까. 

 

p133 햄 : 제 맥박은 어머니 맥박처럼 박자 맞춰 건강하게 노래해요. 

어머니, 은총에 맹세코, 자기 죄는 조용한데 제 광기가 떠든다는 아첨 같은 고약을 영혼에 바르진 마세요. 그건 단지 곪은 데를 막 씌울 뿐이며, 썩은 고름은 밑으로 파고들어 안 보이게 퍼집니다. 하늘에게 고백해요. 지난 일은 뉘우치고 앞일은 피하세요. 그리고 잡초에 퇴비를 뿌려 더욱더 무성하게 만들지 마시고. 제 덕행을 용서하세요. 왜냐면 바람들어 띵띵해진 이 시절엔 미덕이 몸소 악덕에게 용서를 빌고, 예, 잘해줘도 좋다는 허락을 간구한답니다. 

 

p133~134 햄 : 악습에 대한 감각을 모조리 잡아 먹는 습성이란 괴물도 이 점에선 천사랍니다. 

즉 좁고 착한 행동이 습관이 되면, 그놈이 쉽사리 입을 수 잇는 외투나 예복 또한 준답니다. 오늘 저녁 자제하면 그 때문에 다음번 금욕은 조금 쉽고, 그 다음은 더 쉬워질 것입니다.  

p134 햄 : 왜냐하면 습관은 천성의 각인조차 바꿔놓을 수 있으며, 악마를 누르거나 놀라운 힘으로 그놈을 내던집니다.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인용할 수 있는 부분. 

 

저의 잔인성은 오직 친절일 뿐입니다. 이건 악의 시작이고 더 악한 게 남았어요. 

 

p135 왕비 : 말은 숨 때문에, 숨은 생명 때문에 있다면, 네가 한 말을 숨쉴 내 생명은 없을 것이다. 

 

제4막 제1장

p140 왕비 : 누가 더 힘센지 싸우는 바다와 바람처럼 미쳤어요. 

 

p141 왕비 : 그래서 악성 비방이 과녁을 정조준한 대포가 온 세상에 독물탄을 쏘아대듯 수군댄다 할지라도, 과인 이름은 비껴가고 아무 끄떡 없는 공기만 때리도록. 

 

제4막 제2장 

p142 로 : 저하, 시체를 어떻게 하셨습니까? 

햄 : 흙에다 합쳐놨지, 서로 친척뻘 되니까. 

 

햄 : 내가 너희들의 비밀은 지키고 내 비밀은 못지킨다는 걸. 더구나 스펀지 같은 인간의 요구에 - 왕의 아들이란 사람이 뭐라고 응답해야 할까? 

 

햄 : 그럼 왕의 총애와 보답과 권세를 빨아들이는 물건이지.  허나 그런 하수인들이 결국 왕에게 가장 잘 봉사하는 거야. 그는 원숭이처럼 그들을 입 한구석에 - 처음엔 넣고 있다가 마지막엔 삼키지. 그가 너희들을 긁어모은 게 필요할 땐, 짜기만 하면 너희들 스펀지는 다시 마를 거라구. 

 

p143 햄 : 악담은 멍청한 귀 속에선 잠자는 법이거든. 

 

제4막 제3장 

p143 왕 : 그들의 판단력보다 눈으로 좋아해서 눈에만 든다면, 죄인의 범행은 절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처벌만 생각합니다. 


p144 햄릿 : 그가 먹는 곳이 아니라 먹히는 곳에서. 정치꾼 같이 버러지 한 무리가 회동, 이 간순에도 그를 차지하고 있지요. 먹는 데에는 구더기가 유일한 황제랍니다. 우린 우리가 살찌려고 다른 모든 짐승들을 살찌우며, 우리 자신은 구더기를 위해 살찌웁니다. 뚱보 왕과 마른 거지란 다양한 식사에 불과한데 - 음식은 둘이나, 한상에 오르지요. 그렇게 끝난답니다. 

 

제4막 제4장

p148 햄 : 이천명의 인명과 이만의 금화로도 이런 하찮은 문제를 해결치 못하는구나! 이건 큰 부와 평화가 안으로 곪아터져, 겉으로는 사람이 왜 죽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경우로다. 참으로 고맙소이다. 

 

햄 : 인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을 판 主소득이 먹고 자는 것뿐이라면, 짐승 이상은 아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넓은, 앞뒤를 내다보는 사고력을 넣어주신 분께서, 그 능력과 신과 같은 이성을 쓰지 않고 썩이라고 주신 건 분명코 아니다. 헌데 이 무슨 짐승같은 망각인지, 혹은 결과를 너무 꼼꼼하게 생각하는 비겁한 망설임인지. 

시간을 판 주소득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먹고 자는 것 말고, 나는 그것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짐승 이상이 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햄릿은 계속해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미루고 있는 스스로에게 질책하며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생각을 쪼개봤자, 반에 반만 지혜이고 나머지는 비겁함이겠지만 - 난 내가 왜 이건 하리라고 살아 말하는지 모르겠다, 해치울 명분과 의지, 힘과 수단이 있음에도. 흙처럼 흔한 예가 날 훈계한다. 그 증거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왕자가 이끄는 이 대규모 호화판 군대를 보라. 그의 마음은 하늘 같은 야심으로 부풀어 예측 못할 결과 따윈 코웃음치면서, 죽기 쉽고 불확실한 목숨을 게딱지만한 땅 때문에, 온갖 운명과 사망과 위험에 내맡긴다. 

 

p149 햄 : 진정으로 위대함은 큰 명분이 있고서야 행동하는 게 아니라, 명예가 걸렸을 땐 지푸라기 하나에도 큰 싸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진정으로 위대함은! 햄릿의 정의 

그럼 난 어떤가? 아버지는 살해되고 어머닌 더럽혀지고, 내 이성과 내 혈기가 강력히 미는데도 모든 걸 잠재우는 한편, 창피하게도 이만 병사의 임박한 죽음을 보지 않는가? 그들은 명성이란 환상, 속임수 때문에 침실처럼 무덤으로 가며, 그만한 숫자가 시비를 가리거나, 전사자를 파묻을 묏자리로도 충분치 않은 땅을 위하여 싸우지 않는가? 오, 지금부터 내 생각이 피비리지 아니하면 아무 소용 없으리라. 

햄릿은 계속해서 갈등하고 있다. 복수, 삼촌을 죽이는 것에 대한 명분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보인다. 

 

제4막 제5장 

p151 왕비 : 죄의 참된 본질이 그렇듯, 병든 내 영혼에겐 사소한 일들이 커다란 불행의 전주곡 같구나. 죄의식은 서투른 걱정에 가득 차서, 엎지를까 겁내다가 스스로 엎지른다. 


p152 오필리아 : 주님, 우린 지금의 우린 알지만 어떻게 될진 몰라요. 


p154 왕 : 슬픔이란 첨병은 한 사람씩 오지 않고 대부대로 몰려오오

 

p155 사자 : 경계를 넘보며 치솟는 바다가 해안을 더 성급히 삼키지는 못합니다. 폭동의 선두에 선 젊은 레어티즈가 전하의 관리들을 위압하는 것보다. 폭도들은 그를 왕이라고 부르며 천지가 개벽하 듯-

 

p158 레어티즈 : 인간의 본성은 사랑으로 맑아지고, 본성이 맑은 사람은 그 귀한 일부를 사랑하는 이에게 딸려보내는 법이

(각주 : 레어티즈는 오필리아가 실성한 이유를 그녀가 맑아진 본성의 일부를 아버지 폴로니어스의 죽음에 딸려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발상이 레어티즈의 성격에 맞지 않음은 여러 비평가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p159 오필리아 : 만수향 여깄어요. 그건 기억하란 말이지요. 

 

p161 왕 : 그리고 죄 있는 곳에는 철퇴가 내려야지. 

 

제4막 제6장

 

p162 호레이쇼 : 자넨 죽음에서 도망치듯 빨리 내게로 오게.  

 

 제4막 제7장 

p163 왕 : 그리고 내 영혼과 내 생명에 너무나 직결되어, 별이 궤도 밖으로는 움직일 수 없듯이

p164 (이어서) 나 또한 그녀 밖을 못 벗어나. 

그에 대한 대중들의 크나큰 사랑인데, 그들은 그의 모든 허물을 애정에 담그고, 나무를 돌로 바꾸는 샘물처럼 마음쓰며 곰보조차 보조개로 미화시켜. 

 

p166 왕 : 청년의 모자에 달린 장식에 불과하지 - 허나 꼭 필요해. 왜냐하면 청년이 걸치는 가볍고 격식 없는 복장은, 노인이 입는 안정가 위엄을 뜻하는 모피 예복만큼 어울리는 법이니까. 


p168 왕: 사랑의 발단은 시간임을 알며, 그 불꽃과 열기도 시간 가면 줄어듦을 실제 증거를 통하여 보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길 속엔 그것을 약화시키는 일종의 심지나 검댕이 자라는 법이며 언제나 꼭같이 좋은 것도 없는 법이다. 왜냐하면 좋은 것도 넘치면 홧병처럼 제풀에 죽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픈 일 하고 플 때 해야 돼. 왜냐면 <하고픔>은 말이 많고 손이 많고 사건이 많은 만큼 변하고 줄어들고 지연되며, <해야 됨>도 한숨이 피 말리는 것처럼 누그러지면서 우리를 해치니까. 허나 궤양의 뿌리로 (각주 : 문제의 핵심으로. 이 극에 나오는 많은 질병의 비유 중의 하나로, 클로디어스의 악한 의도를 무의식적으로, 그러나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햄릿이 돌아온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아버지의 아들임을 보여주기 위해 넌 뭘하겠느냐? 

레어티즈를 부채질하여 자신이 제거하고 싶은 햄릿을 제거하게 유도하는 왕. 비열하다. 

또 햄릿이 삼촌에 대한 복수를 지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왕의 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해야 됨>도 한숨이 피 말리는 것처럼 누구러지면서’의 부분이 특히 그러하다.  


p172 레어티즈 : 가련한 오필리아, 넌 물이 너무 많아. 내 눈물은 삼가겠다. 하지만 인간이니 울 수밖에. 창피야 뭐라 하든 본성의 습관은 못 버린다. 

인간의 본성. 셰익스피어는 우리 자신에 대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 하고 있다. 

 

제5막 제1장

p176 광대 : 내 말 좀 들어봐. 여기 물이 있어 - 좋았어. 여기 사람이 서 있어 - 좋았어. 만약 사람이 물로 걸어가서 빠져 죽으면, 그건 싫건 좋건 자기가 가는 거여. 그 점을 주목해. 허나 만약 물이 사람에게 다가와 그를 빠뜨리면, 그는 빠져 죽는 게 아녀. 고로 자기 죽음에 무죄인 사람은 자기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고. 

 

p178 광대 : 둔해빠진 당나귀 놈 때린다고 걸음이 빨라지진 않을테니까. 

 

호레이쇼 : 습관 때문에 자기 일에 무심하게 되었나봅니다. 

경계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습관 때문에 자기 일에 무심하게 되어 사는 것만큼 재미없는 인생도 없을 것 같다. 

햄릿 : 할 일 없는 손의 감각이 더 예민한 법이니까. 

 

p179 햄 : 저 해골에도 한때는 혀가 있었고 노래할 수 있었겠지. 

 

지금은 턱 떨어져 구더기 마나님 밥이 되고, 묘파기꾼 삽질에 대갈통을 얻어맞네. 알아볼 재주만 있다면, 세상이 기막히게 도는 이치 여깄구만. 저 뼈다귀들을 키운 값이 던지기 노리갯감밖에 안 돼? 생각하니 내 뼈가 쑤시는군. 


p180 저기 또 하나. 아니, 저건 어떤 변호사 해골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의 고상한 궤변과, 사건과, 소유권 변론과 속임수는 어디 있단 말인가? 왜 저 친구가 이 미친 녀석에게 더러운 삽으로 통박을 얻어 맞고도, 녀석의 폭행죄에 대해서는 말이 없을까? 흠, 이 사람은 살아 생전에 담보증명, 차용증서, 이전증서, 이중증인, 양도확인으로 굉장한 땅장사였는지도 모르지. 담보물만 가득하던 그 머릿속이 진흙이란 담보물로 가득 찼으니, 이게 그의 담보 중 최고 담보이며, 양도확인 중 마지막 양도확인인가? 증인소환으로 보증될 수 있는 그의 토지구매가, 이중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가로 세로 계약서 한 장 크기 밖에 안 된단 말인가? 저 관 속에는 자기 땅의 땅문서조차 다 들어가지 못할 판이니, 매입자 자신은 더 이상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 그 말인가? 

죽은 위대한 학자보다 산 땅파기 양반이 낫다. (그런것 같다.)


p184 햄릿 : 알렉산더 대왕도 땅 속에선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나? 

호: 물론이지요. 

햄 : 냄새도 이렇고? 퉤!

호 : 물론입니다. 왕자님. 

햄 : 우린 얼마나 천한 쓰임새로 돌아가나, 호레이쇼! 흠, 알렉산더 대왕의 고귀한 유골이 술통 아가리를 막을 때까지 상상으로 추적해 보면 안 되는 걸까? 

호 : 그런 식의 고찰은 너무 세밀한 고찰일 것입니다. 

햄 : 아, 세상을 떨게 하던 그 흙덩어리 몸뚱이가 겨울 바람 쫓으려고 벽 구명을 때우다니 허나 잠깐, 허나 잠깐만. 왕과, 왕비와 조신들이 오는군.  


p186 레어티즈 : 이제 죽은 자와 산 자 위에 흙을 쌓아 평지에 산을 만들어라. 옛 필리온 혹은 하늘 닿은 저 푸른 올림포스 산정보다 더 높아질 때까지. 

햄릿 : 자신의 애통함을 그렇게 강조하는 자, 슬픔의 언어로 행성들을 매혹하고 정지시켜, 그들이 놀라 듣게 하는 자가 누구냐? 난 덴마크 왕 햄릿이다. 


p188 햄릿 : 천하장사 헤르쿨레스가 어떻게 하더라도 고양인 울 것이고 개는 때를 만날 것이다. 

(각주 : 1) 각각의 동물이 본성대로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햄릿은 헤르쿨레스와 같이 기고만장한 레어티즈를 내버려 둔다. 한편 개가 때를 만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속담을 고려할 때 햄릿은 레어티즈의 헤르쿨레스와 같은 장담을 무시하고 자신의 승리를 자랑한다. 2) 헤르쿨레스도 레어티즈의 성공적인 허풍을 막을 수 없다. 혹은 햄릿이 레어티즈를 경멸의 뜻으로 개가 아니라 헤르쿨레스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즉 이 꼬마 헤르쿨레스가 제멋대로 까불게 내버려두자, 나의 때가 올 테니까.)


 

제5막 제2장

p189 햄릿 : 가슴속에 모종의 싸움으로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p191 나도 한때는 이 나라 정객들이 그리하듯 매끈한 필체를 속되다 여기고, 어떻게 그 공부를 잊을까 힘깨나 썼지. 허나 지금은 그게 충복의 역할을 해주었어. 뭐라고 썼는지 알고 싶나? 

공부는 남는 법.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나중에 어떻게 씌일지 모르는 법이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시간과 돈, 에너지를 아끼는 길이다.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한 뜻을 발견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까. 

 

p192 햄릿 : 인간의 삶이란 <하나>를 셈보다 길진 않아. 

 

p195 햄릿 : 허나 다른 사람을 잘 안다 함은 자기를 아는 것이지요

 

p197 햄릿 : 자기에게 바치는 건 잘하는 일이지. 자기를 위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호레이쇼 : 댕기물떼새처럼 알껍질을 쓴 채로 도망갔습니다. 


p198 햄릿 : 아무 상관 없어. 우린 전조를 무시해.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데도 특별한 섭리가 있잖은가. 죽을때가 지금이면 아니 올 것이고, 아니 올 것이면 지금일 것이지. 지금이 아니라도 오기는 할 것이고 마음의 준비가 최고야.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지 모르는데, 일찍 떠나는 게 어떻단 말인가? 순리를 따라야지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지 모른다.’는 말이 와 닿는다. 살아 있는 동안에 충실하자. 그 이후는 우리 몫이 아니다. 


p199 햄릿 : 햄릿이 자기 자신과 분리되어 자기가 아닐 때 레어티즈에게 잘못하면, 그건 햄릿 짓이 아니라고. 햄릿은 그걸 부인하네. 그럼 누가 했지? 그의 광기야. 그렇다면 햄릿은 피해를 입은 쪽에 속한 거지. 그의 광기가 불쌍한 햄릿의 적이야. 

 

p200 햄릿 : 내가 미숙하니, 자네의 재주는 칠흑 같은 밤 진짜 별처럼 타오를거야. 

 

p204 레어티즈 : 도요새처럼 내 덧체 걸렸소. 오즈릭. 내가 배신하였기에 당연히 죽는 거요. 

 

p205 레어티즈 : 용서를 나눕시다. 햄릿 왕자님. 

 

p206 햄릿 : 남은 건 침묵일 뿐. 

 

p207 포틴브라스 : 이 시체더미는 대살육을 외치는구나. 아, 오만한 죽음이여, 그대의 영원한 암실에서 무슨 잔치 벌이려고 이 많은 왕족들을 저리도 무참하게 단 일격에 쓰러뜨렸느냐? 

 

호레이쇼: 아직 모르는 세상에게 이런 일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게 해주시오. 그러면 음탕하고 피비리며 천륜을 어긴 행위, 우연 천벌, 우발 살인, 간계와 술책으로 빚어진 죽음과, 이번 결말에서 모사꾼의 머리 위에 떨어진 빗나간 목표에 대해 들으시게 될 겁니다. 제가 이 모든 걸 진실되게 전달 할 수 있습니다. 

 

<햄릿> 작품 해설

 햄릿만큼 작품의 성격을 특징짓는 인물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햄릿 없는 <<햄릿>>은 상상 불가능하고, 우리가 <<햄릿>>을 읽고 보는 이유도 햄릿과 만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햄릿에 끌리게 되는 걸까? 그것은 햄릿에서 볼 수 있는 양극의 <신비로운 > 공존 때문이다. 

 햄릿의 이분법적 사고와 함께 그것을 뛰어넘는 순간을 보여주기 때문에 신비롭다고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유령이 찾아옴으로써 있음과 없음, 선과 악으로 양분된 덴마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 머물면서 회의하고 갈등하던 햄릿은 5막 2장에서 드디어 초월적인 경지에 이른다. 그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초탈하여 <마음의 준비가 최고>이며 <순리를 따라야지>라고 말한다. 이런 무심한 마음가짐 때문에 우리가 햄릿이 이분법의 세계에서 속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거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햄릿은 끝까지 고통받는 인간의 차원에서 살다 죽으며, 이 점이 우리가 햄릿을 동정할 수 있고 그에게 끌리는 커다란 이유이다. 

 햄릿이란 주인공을 통하여 셰익스 피어가 <<햄릿>>에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비극의 주제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비극이 인간의 존재문제를 가장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독백이 놓여 있기 때문에 존재문제를 다룬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또한 복수라는 행위가 인간의 존재와 도덕성에 미치는 영향 및 그 행위의 본질을 추구한다. 

 <<햄릿>>은 존재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또 가져야 하는 삶의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 


<<리어왕>>

(1막 1장)

p13 글로스터 : 두 몫이 너무나 꼭 같아서 아무리 따져봐도 어느 쪽도 상대의 몫을 선택할 순 없으니까요. 

 

p14 글로스터 : 저 녀석은 부르기도 전에 좀 건방지게 이 세상에 나오긴 했지만 그 어미가 고왔고, 또 녀석을 만들 때 재미도 많이 보았으니 저 잡놈을 인정해야겠지요. 

 

p16 고너릴 : 전하, 제 사랑은 말로 표현 못합니다. 시력이나 걸림 없는 자유보다 소중하게, 가장 값지다거나 희귀한 것 이상으로, 은총, 건강, 미와 명예 갖춘 삶에 못지않게, 일찍이 자식은 사랑하고 아버지는 받은 만큼, 입 열고 말하면 빈약해질 사랑으로 모든 한계 다 넘어 전하를 사랑하옵니다. 

 

p17 리간 : 다만 크게 빠뜨린 부분은, 저는 가장 민감한 인간의 감각이 누리는 다른 모든 기쁨을 적이라 공언하고 오로지 전하의 귀중한 사랑 속에서마 행복해진다는 사실이옵니다. 

 

p18 코딜리아 : 없습니다. 

리어 : 없음은 없음만 낳느니라. 다시 해봐. 

코딜리아 : 소녀 비록 불운하나 제 마음을 입에 담진 못하겠습니다. 전 전하를 도리에 따라서 사랑하고 있을 뿐, 더도 덜도 아닙니다. 

코 : 언니들이 아버님만 사랑한다 말할 거면 남편들은 왜 있지요? 제가 만일 결혼하면 제 서약을 받아들일 그분은 제 사랑과 걱정과 임무의 절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전 분명코 언니들처럼 아버님만 사랑하는 결혼은 절대 않겠어요. 

 코딜리아에게 사랑은 말이 아닌 침묵이고 행동이다. (이 앞의 두 번의 방백을 통해) 그리고 코딜리아는 ‘없습니다.’라는 말로 그녀의 진실을 표현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녀는 진실에 대한 집착이 컸기 때문이 이런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녀가 가진 이분법적 사고방식이다. 우리가 모든 사물을 있음과 없음, 진실과 허위, 선과 악, 미와 추 같이 상반되는 두 가지 개념으로 분류하는 거의 본능처럼 굳어진 습관 말이다. 그녀는 사랑을 있음과 없음이란 두 가지 범주로 나누었고, 그중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고 우리 또한 그러하고 믿고 있는 ‘있음’ 쪽을 택하여 자신의 사랑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옳게 대답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리어왕>>의 비극은 코딜리아로 대표되는 사랑의 있음이 없음으로 표현되어 허위처럼 들리고, 고러릴과 리간으로 대표되는 사랑의 없음은 있음으로 표현되어 진실처럼 들린다는 모순에서 시작한다. (작품해설 참고)


p18~19 리어 : 그래라. 그럼 네 진실이 네 지참금이다. 왜냐하면 태양의 성스러운 광명과 헤카테의 비밀 의식과 밤에게 맹세코 우리가 존재하고 없어지는 근원인 저 모든 천체들의 영향에 맹세코 나는 네 부모로서 걱정근심 모두와 근친 혈연관계를 여기에서 부인하고, 지금부터 영원히 너를 나와 내 마음의 이방인 취급할 테니까. 스키타이 야만족 아니면 자신의 식욕을  채우려고 제 새끼를 잡아먹는 놈이라도 내 가슴엔 지난날의 딸자식 너만큼 가까울 것이며 내 동정과 구원을 얻으리라. 

리어는 가장 사랑했던 셋째 딸 코딜리아의 진심을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고, 혈연관계를 끊는 장면이다. 사랑이 말로 표현되기를 바랐던 아비는 분노와 격정속에서 섣부른 판단을 한다. 분명 오랜세월 왕이라는 직분을 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표정을 보고, 보고를 받았을텐데 이런 판단과 결정을 하는 것은 지혜가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간이란 존재는 ‘사랑’ 앞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일까? 


p20 리어 : 아비 마음 이제는 다른 데 줄 것이니 내 안식은 무덤이리.  


p20 리어 : 저 애는 솔직함이라는 오만함과 결혼하고, 난 자네들에게 내 권력과 최고 직위, 왕권에 따르는 화려한 표상들 모두를 공동 부여 하노라. 짐은 매번 한 달씩, 자네들 부담으로 백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순번 따라 거처를 정하겠다. 짐은 단지 왕이라는 이름과 경칭만 다 가지고 통치권과 조세권, 그 나머지 집행권은 사랑하는 사위인 자네들 것이며 그것을 확인하는 뜻으로 이 왕관을 두 쪽으로 나누노라. 

(비극을 선포하는 대목이다.)

 

p20 리어 : 활은 굽어 당겨졌다. 화살을 피해라. 

켄트 : 차라리 쏘십시오. 갈라진 살촉이 제 심장을 뚫더라도 리어가 미쳤을 땐 켄트가 무례하죠. / 주상이 우둔할 땐 직언이 명예로운 법이오. 

p21 (이어서) 목숨 걸고 판단컨대 막내딸의 사랑은 가장 적지 아니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공허한 말 않는다고 인정 없진 않습니다. 


p21 켄트 : 당신 의사 죽이고 더러운 병에게 사례비를 내리시오. 상속을 취소해요. 

바른 말은 울려퍼지고 있으나 소귀에 경읽기. 답답하고 안타까운 부분이다.


p22 켄트 : 새로운 나라에서 옛길 걸어가렵니다. 

 

p23 리어 : 꾸밀 줄 모른다는 저 물건의 일부가 또는 그 전부가 공작 맘에 든다면 추가된 건 오로지 짐의 불쾌뿐인데, 저기 저 여자는 당신 거요. 

 

p24 프랑스 : 바로 지금까지도 당신께서 최고로 아꼈고 칭찬의 주제요 노년의 위안이며 최고, 최상이었던 그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일 저질러 겹겹의 총애를 잃어버리다니요. 그녀의 죄상은 분명코 천륜에 어긋나는 추악한 것이거나 아니면 당신께 앞서 공언하셨던 애정이 변질된 모양인데, 그녀 죄를 믿는 일은 기적 없이 이성만으로는 절대로 저에게 있을 수 없습니다. 


코딜리아 : 그래도 전하께 간청컨대 의도 없이 말로만 기름 치는 기술이 제게 없기 때문에 - 좋은 뜻이 있으면 전 말에 앞서 실천하니까요. - 이건 밝혀주십시오. 전하의 은총을 제게서 앗아간 건 사악한 오점이나 살인 혹은 추잡함, 부정한 행위나 천한 짓이 아니라 그것이 없기에 제가 더욱 부자인 늘 조르는 눈빛과, 못 가져서 전하의 사랑을 잃었지만 안 가져서 저는 기쁜 혀라는 사실을 


 

p25 프랑스 : 본질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계산에 얽혀버린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녀는 그 자체로 지참금입니다. 

계산에 얽혀버린 사랑’. 결혼을 준비하다 혼수문제로, 집문제로, 양가의 반대로 깨지는 커플이 종종 있다. 결혼은 젊음이들 둘 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개입되면서 바라는 것들이 많아지고 결혼의 목적이 달라진다. 물론 ‘사랑=결혼’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면 좋겠다. ‘그녀는 그녀 자체로 지참금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프랑스 왕은 코딜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 같다. 버건디 공작같으니라고!!!


p25~26 프랑스 : 가난하나 최고 부자, 버림 멸시 받았으나 최고 선택 사랑 받은 그대와 그대 미덕 이제 내가 취하리다. 

 

더 나은 곳 찾으려고 이곳을 잃는 거요. 

 

p27 코딜리아 : 시간은 숨어 있는 흉계를 드러내고 감춰진 잘못을 창피 주며 비웃지요. 잘해 봐요.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다. 

 

p28 고리널 : 최고로 건강했던 시절에도 아버지는 성급하기만 했지. 그러니까 그의 노년에 우리는 오랫동안 몸에 밴 기질상의 결함뿐만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허약함과 성마름 때문에 생기는 완고한 변덕까지도 예상해야지 돼.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1막 2장)

p28~29 에드먼드 : 자연이여, 그대는 내 여신이고 내 활동은 그대의 법칙만 따르오. 내가 무엇 때문에 고질적인 관습에 묶이어 내 권리를 까다로운 국법이 뺏어 가게 놔두지? 

 

p29 에드먼드 : 우리는 자연의 은밀한 욕정에 힘입어 지루하고 맥 빠지고 싫증난 침대에서 잠결에 생겨난 멍청이 한 족속을 낳는 데 들어가는 것보다 더 많은 자질과 맹렬한 정기를 부여 받았는데? 

 

p30 글러스터 : 없음의 본질은 그 자체를 숨길 필요가 없는 법

 

p31 글러스터 : 나는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참아주기 때문에 지배하는 이 늙은 독재자의 억압이 쓸데없고 어리석은 예속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p32 에드먼드 : 그러나 형이 맞다고 주장하는 걸 여러 번 들었는데, 즉 아들 나이가 찼고 아버지가 노쇠하면 아버진 아들의 피보호자가 되고 수입은 아들이 관리해야 된다고 말입니다. 


p33 글로스터 : 최근에 일어난 일식과 월식은 우리에게 좋은 징조가 아냐. 

미신적인 글로스터. 


p34 글로스터 : 그런데 고결하고 진실된 켄트가 추방을 당했어. 정직이 죄라고! 이상해, 이상해! 


p34 에드먼드 : 이거야말로 세상 사람들의 탁월한 바보짓이 아닌가, 우리가 불운에 빠졌을 때 - 그건 종종 우리의 행동이 지나쳤기 때문인데 - 우리의 재난을 태양이나 달이나 별들의 탓으로 돌리다니. 마치 우리가 불가피하게 악당이 되고, 하늘이 강요해서 바보가 되고, 천체의 우열로 나쁜 놈, 도둑놈, 배신자가 되며, 행성의 영향력에 강제로 복종당해 주정뱅이, 거짓말쟁이, 간통법이 되기나 하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의 못된 점은 죄다 하늘에 떠맡긴 것처럼. 자신의 호색하는 기질을 별 하나의 탓으로 돌리다니 색골 인간의 경탄할 오리발이로다. 내 아버지는 강교점 아래에서 어머니와 합궁했다. 그래서 내 출생은 큰곰좌 아래였다. 그러므로 난 당연히 거칠고 색정적이다. 쳇! 이 천출 자식을 만들 때 가장 순결한 처녀별이 저 창공에 반짝였다 하더라도 난 지금의 나였을 것이다.  

때맞춰 나오는군. 구식 희극의 결말처럼. 내 역할을 지독한 우울증에다 미친 거지 톰처럼 한숨짓는 거다. 

 

p36 에드먼드 : 지금은 그 불쾌감이란 놈이 아버님 안에서 너무나 사납게 날뛰어 형님 몸이 상한데도 조금도 누구러지지 않을 겁니다. 

 

p37 에드먼드 : 바보 같은 올곧음은 계책을 쓰기엔 안성맞춤, 갈 길이 보인다. 출생으로 안 된다면 꾀를 내어 땅을 갖자. 내 목적에 맞는다면 뭔 일이든 상관없다 

 

(1막 3장)

 p38 고너릴 : 늙은이 바보들은 다시 애가 된 거니까 망상에 빠졌을 땐 추어주며 눌러야 해. 내가 한 말 명심해라. 


(1막 4장)

p38~39 켄트 : 자, 추방된 켄트여, 사형선고 받은 데서 섬길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주인님은 네 노고가 많음을 언젠가는 아실 날 있으리라. 

사람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계속 하려고 하는 성질이 있는 것 같다. 또 켄트의 재등장으로 나는 불안한 마음에서 좀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시대에 켄트 같은 사람이 있었을까? 이런 사람을 바라고 쓴 것일까? 


p40 리어 : 나이가 몇 이냐?

켄트 : 여자가 노래 부른다고 좋아할 만큼 젊지는 않지만 아무 짓이나 해도 빠질 만큼 늙지도 않았죠. 등에 사십팔 년을 지고 있습니다. 


p42 기사3 : 전하, 막내 아가씨께선 프랑스로 떠나신 이후 바보가 몹쉬 초췌해졌습니다. 

(각주 : 이 섬세한 필치로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코딜리아와 리어, 그리고 바보의 성격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p43 바보 : 왜냐고? 총애를 잃는 사람 편을 듸까 그렇지. 사실, 바람 따라 흘러가지 못하면 넌 머지않아 찬밥 신세가 될 거야. 

p44 (이어서) 이 친구는 자기 딸들 가운데 둘은 추방하고 셋째에겐 본의 아니게 축복을 내렸단 말씀이야. 

(각주 : 코딜리아를 추방함으로서 리어는 그녀를 프랑스 왕비로 만들어주고 버건디 공작과의 결혼은 막아준다.)

 

p44 바보 : 진실은 개 같으니까 개집으로 가야지. 아줌마 암캐는 난롯가에서 구린내를 풍기는데, 진실은 채찍 맞고 쫓겨나야 한다니까. 

 

p44~45 바보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가졌다고 다 빌려주지 말고/ 걷느니 말 타고 다니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말고/ 단판에 승부를 걸지 말고/ 술과 계집 버리고/ 집 안에만 처박혀 있으면/ 스물의 이십 배보다/ 더 많은 걸 챙길거야. 

 

p45 바보 : 아저씨, 없음을 이용할 줄 알아?

리어 : 글쎄 몰라. 없음에선 없음만 나오니까. 


바보 : 당신 땅을 내주라고 조언한 신하 불러 내 곁에 세우고 당신이 그 사람 역을 하면 친절한 바보와 신랄한 바보는 바로 보여. 얼룩옷 바보는 여기에, 또 하나는 거기에. 

리어 : 너 나를 바보라고 부르는 거냐?

바보 : 다른 칭호는 다 줘버렸잖아. 그건 당신이 가지고 태어났고. 

p46 바보 : 당신이 왕관의 한가운데를 쪼개 양쪽을 다 줘버렸을 때 당신은 나귀를 등에 업고 진창 속을 걸어간 거야. 금으로 된 관을 줘버렸을 때 그 대머리 관 속에 지혜라곤 조금도 없었단 말이야. 내가 이번 일을 바보처럼 말하거든 그 사실을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이 채찍을 맞으라지. 

(리어 본인)


p46 바보 : 올해는 바보들 최악의 불경기다./ 똑똑한 이들이 멍청해져/ 머리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등신처럼 흉내만 내니까. 

 

p47 바보 : 그들은 깜짤 놀라 기쁨에 울었고/ 난 슬픔의 노래를 불렀지. / 그토록 훌륭한 왕께서 바보들과/ 술래잡기 놀이 하게 됐노라고. 

그들은 내가 진실을 말하면 채찍을 맞히겠다고 하고, 당신은 내가 거짓말하면 채찍을 맞히겠다고 하니까, 게다가 난 때로 침묵한다고도 채찍을 맞아. 난 바보만 빼놓고 아무거나 다른 게 됐으면 좋겠어. 그래도 아저씨, 당신은 안 될래. 당신은 정신머리 양쪽을 잘라버리고 가운덴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았거든. 여기 잘라낸 것 가운데 하나가 오네. (고너릴 등장)

바보의 말을 통해 셰익스피어는 리어의 잘못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이 말을 듣고 있는 리어의 심정은 어떨까? 아직도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는 걸까? 고너릴의 말을 듣고서야 후회할 건가? 리어는 왕인데 어찌 이렇게 된 걸까? 사리 분별이 잘 할 수 없는 늙은 나이이기 때문일까? 

 

p47 바보 : 그녀의 찌푸린 눈살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을 때 당신은 괜찮은 친구였는데, 이젠 값없는 숫자 영이 됐어. 난 지금 당신보다 낫다고, 난 바보지만 당신은 없음이니까. 


p48 바보 : 빵 조각,  빵 껍질 싫증나서/ 다 버려도 조금은 필요할 걸. 

 

지빠뀌가 뻐꾸기 너무 오래 키웠더니/ 그 새끼가 자기 머리 쪼아 먹은 사실을. 

 

p49 리어 :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 

점점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을 알아 가고 있나보다. 자기 자신이 지금 어떤 신분이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정체성을 묻고 있는 질문이다. 


p51 리어 : 오, 지극히 작은 잘못, 코딜리아가 범했을 땐 얼마나 추했기에 기계처럼 내 굳은 본성을 비틀어 뽑아내고 내 가슴의 사랑을 모조리 짜내어 담즙과 뒤섞어 놓았나. 오 리어, 리어야! (머리를 치며) 어리석음 들이고 소중한 판단력을 내보낸 이 대문을 때려라. 


 

(1막 5장) 

p55 바보 : 사람 머리가 발뒤꿈치에 달렸다면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잖을까? 

리어 : 물론이지. 

바보: 그럼 기뻐해, 당신 정신머리는 동상 때문에 실내화 신지는 않을 테니까. 

 

p56 바보 : 당신은 사람 코가 왜 얼굴 중간에 있는 줄 알아? 

리어 : 몰라

바보 : 그야 코 양쪽에 눈을 두자는 거지. 그래서 냄새로 알아내지 못하는 건 들여다 볼 수 있게끔. 

 

바보 : 달팽이에게 왜 집이 있는지는 알아.

리어: 왜? 

바보: 그야, 자기 머릴 집어넣으려고. 집을 딸뜰에게 줘버리고 자기 뿔 넣을 데가 없어지면 안 되니까. 

 

p56~57 바보: 북두칠성에 별이 일곱개밖에 없는 이유는 참 그럴듯하지. 

리어 : 여덟이 아니니까. 

 

p57 바보 : 내가 갈 때 웃는 처녀 곧 처녀성 잃을 거야. 물건들이 다 질리지 않는다면 말씀이야. 

 

(2막 1장)

 p63 콘월 : 우리가 방문한 이유를 모르지요?

리간 : 이렇게 때 아니게, 어두운 밤 헤매며, 글로스터 백작, 꽤 중대한 사태가 벌어져 백작의 권고를 들어야만 되겠어요. 아버지가 다툰 일로 편지를 썼는데 - 언니도 썼지만 - 집을 떠나 답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답니다. 사신들이 제각기 급파되길 기다려요. 오랜 친구께서는 이 일은 즉각적인 처리가 요구되니 기운을 내신 다음 필요한 조언을 해주기 바랍니다. 


(2막 2장)

p65 칼을 뽑아라, 이 불한당아. 밤이기는 하지만 달빛이 있다. (자기 칼을 뽑는다.) 네놈을 포육 떠서 달빛에 말리겠다. 

 

p66 켄트 : 넌 국왕에게 불리한 편지를 가져왔고, 부왕 전하에게 적대하는 허영이란 이름의 꼭두각시 편을 들고 있어. 뽑아라. 이 악한아, 아 그러면 네 정강이 살로 산적을 만들겠다. 

 

p67 켄트 : 놀랄 거 없지. 용기를 너무 과하게 냈으니까. 이 겁쟁이 불량배야. 조물주는 너하고 관계없대. - 넌 양복쟁이가 만들었어. 

콘월 : 이상한 녀석이군. 양복쟁이가 사람을 만들어?

켄트 : 예, 양복쟁이요. 석수나 화가라면 자기 업종에 두해만 있었어도 녀석을 저렇게 못 만들진 않았을 겁니다. 

 

켄트 : 압니다만 화났을 땐 특권이 있습니다. 

 

p69 콘월 : 바로 이런 녀석이 무뚝뚝하다는 칭찬을 받고 나서 일종의 오만한 거칢을 흉내내 내며 직언의 본질을 왜곡해. 그는 아첨 못하지. 암, 마음이 정직해서 진실을 말해야 돼. 받아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솔직하지. 이런 유의 악당들은 내가 아는 바로는 그 솔직함 이면에 우습게 굽신거리며 꼼꼼히 임무를 다하려는 시종 스무 명보다 더 많은 술수와 더 불순한 목적을 품고 있어. 

 

p72 켄트 : 뜬눈으로 힘든 길을 왔습니다. 얼마간 자다가 나머지 휘파람 불지요. 착한 사람 발에도 옴 붙을 수 있답니다. 좋은 아침 되십시오. 

켄트 : 하늘의 축복을 마다하고 뙤약볕에 나선다는 속담이 맞음을 입증하시다니요. 

 

(2막3장)

p73 에드거 : 그래서 여태껏 가난이 인간을 경멸하여 동물로 전락시킨 최고로 천하고 최고로 볼품없는 형상을 취하리라 생각했다. 


(2막 4장)

p74 바보 : 가혹한 대님을 매고 있네. 말은 머리를, 개나 곰은 목을, 원숭이는 허리를 그리고 사람은 다리를 잡아매는 법이지. 

 

p76 바보 : 넝마 걸친 아비는 자식들이 눈 돌리나 주머니 찬 아비는 자식들이 친절하지. 최고 창녀 운명여신 거지에겐 문 안 열어.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딸들 때문에 일 년을 세어도 못다 센 슬픔이 있을 거야. 

주머니 찬 아비에게 친절한 자식들. 나는 어떤가? 아비 또한 사람임을, 그도 보호받아야 할때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마음, 도리를 설명할 때, 인용하면 좋을 것 같다. 사춘기 학생들은 부모에 대한 생각이 아주 가벼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p76 리어 : 오, 울화통이 내 심장을 치받고 올라온다! 화병이여, 차오르는 슬픔이여, 내려가라. 네 자리는 저 아래다. 

 

p77 바보 : 이득을 챙기려고 봉사하고 겉만 보고 따르는 자, 비 오기 시작하면 짐 싸들고 폭풍 속에 널 버려도 난 기다려, 이 바보는 남는다고, 똑똑한 놈 가게 하고, 도망가는 나쁜 놈 바보 돼도 이 바보는 나쁜 놈 절대 안 돼. 

 

p78~79 리어 : 허약하면 건강할 땐 필수였던 임무도 다 게을리 하는 법. 심신이 억눌려 우리 몸과 마음이 함께 고통 받을 때는 정신을 못차리게 되니까. 참겠다. 그러고 보니까 내 격한 충동에 화가 난다. 편찮아서 병이 나서 폭발시킨 감정을 건강하다 여겼으니 (켄트가 눈에 띈다.) 내 왕권이 죽었어! 왜 그가 여기 앉아? 이 행위로 보건대 공작과 그녀가 나타나지 않은 건 계책일 뿐이라고 믿는다. 내 하인을 꺼내놔. 가서 공작 부부에게 내가 지금, 당장, 얘기하고 싶다고 해. 나와서 내 말 듣지 않으면 침실 앞에서 북 두들겨 잠자겠단 생각은 죽여주겠노라고 해. 

체력은 국력!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더 건강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영적이며 정신적이고 육체적인데, 이 세가지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므로 한 가지라도 허약해지면 다른 것들이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중대한 사안을 결정해야 한다면 전날 푹 자두는 것이 좋다. 

 

p79 바보 : 팔푼이 아줌마가 뱀장어들을 산 채로 국솥에 넣었을 때처럼. 그녀는 막대기로 놈들의 대가리를 두들기며 ‘내려가, 짓궃은 것들아, 내려가.’ 그렇게 소리쳤대. 그 아줌마 남동생은 있잖아. 자기 말에 순수한 친절을 베푼답시고 건초에 버터를 발랐대. 

 

p82 리어 : 넌 인간 본연의 임무와 자식 된 도리와 예의 범절, 감사의 표시를 걔보다 더 잘 알아. 

 

p86 리어 : 더 사악한 게 있을 땐. 최악이 아니란 게 칭찬을 좀 받는구나. 

오, 필요를 따지지 마! 가장 천한 거지들의 쓸데없는 물건에도 여분은 있는 법. 인간에게 본능만 채우라고 한다면 사람 목숨 짐승 값이 아니냐. 

 

p87 울 이유는 충분하나 울기 전에 이 심장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질 것이다. 

 

p88 리간 : 고집불통들에겐 자기들 스스로 불러오는 피해가 스승이 되어야만 합니다. 

 

(3막 1장)

p89 기사 : 사나운 자연과 싸우고 계십니다. 바람에게, 땅을 바다 속으로 다 불어넣든지 큰 파도로 육지 덮어 만물을 바꾸거나 멈추게 하라고 명령하고, 맹렬한 강풍이 맹목적인 분노로 광포하게 붙잡아 버릇없이 흩날리는 흰 머리칼 뜯으면서 밀고 또 밀리는 비바람의 싸움을 소우주의 폭풍으로 이기려 하십니다. 젖 먹이는 곰도 쉬고 사자와 굶주린 늑대도 털을 말릴 이 밤에 맨머리로 내달리며 ‘끝장이다’ 하십니다. 


p90 기사 : 바보 혼자 농담으로 그 가슴의 상처를 지우려 애쓰고 있답니다. 

 

(3막 2장)

p92 리어 : 조물주의 틀을 깨고 배은의 인간 빚는 모든 씨앗 한꺼번에 엎질러라! 

리어 : 실컷 으르렁 거려라! 불 내뿜과 비 쏟아라! 비, 바람, 천둥이나 번개도 내 딸은 아니다. 난 너희 자연을 불친절로 고발 안 해. 왕국을 준 일도, 자식이라 부른 일도 절대 없고 충성을 바칠 일도 없으니 너희들 마음대로 끔찍하게 쏟아져라. 난 너희 노예다. 불쌍하고 허약하며 경멸받는 노인이야. 하지만 너희를 비굴한 앞잡이라 부르겠다. 이처럼 흰머리 늙은이와 싸우려고 하늘에서 소집한 대군을 사악한 두 딸과 합치려고 하니까. 암, 그건 더러워. 


p93 바보 : 자기 머리를 넣어둘 집이 있는 자는 훌륭한 머리 통을 가졌어. 

머리 집도 구하지 못하면서/ 자지 집 찾는 놈은/ 그 머리 그 몸에 이가 끓고/ 계집 많은 거지 되지./ 심장으로 삼아야 할 부분을/ 발가락 삼는 놈은/ 티눈 박혀 슬피 울며/ 잠 못 들고 깨 있을걸. 

왜냐하면 예쁜 여자치고 거울 앞에서 입을 쫑긋 거려보지 않은 여자는 없었으니까. 


p93 리어 : 난 모든 인내의 표본이 되리라. 

바보 : 여기 왕과 불알 가리개, 즉 현명한 사람과 바보가 있답니다. 

 

p94 켄트 :  인간은 이런 고통, 공포를 견딜 수 없습니다. 

리어 : 궁핍이란 이상한 재주가 있어서 천한 것을 귀하게 만들 수 있단다. 

 

p95 바보 : 재주가 쪼금밖에 없는 자는 / 어야디야, 비바람이 불어도 / 팔자대로 만족하고 살아야지./ 날이면 날마다 비가 내리더라도. 

 

(3막 3장) 

p96 글로스터 : 국왕께서 지금 당하고 있는 여러가지 모욕은 철저히 되갚아질 거야. 

 

(3막 4장)

p98 리어 : 큰 병이 자리를 잡았을 땐 작은 건 못 느껴.  


p98~99 리어 : 이 태풍은 내가 더 상처 받을 일들을 숙고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무정하게 강타하는 이 폭풍을 견디는 불쌍하고 헐벗은 자들아, 너희들이 어디 있건 쉴 곳 없는 머리와 먹지 못한 허리와 숭숭 뚫린 누더기로 이 같은 계절에 어떻게 몸을 보전하느냐? 아, 이런 일에 난 너무 소홀했다. 허식이여, 치료를 받아라. 자신을 노출시켜 가엾은 자들을 느껴라. 그래서 넘치는 건 그들에게 떼어주고 하늘이 더 정당함을 보여줄 수 있도록. 



p100 리어 : 인간의 죄악 위에 운명처럼 떠도는 전염병은 이제 네 딸들에게 다 옮아라. 

아비의 저주. 

 

p101 리어 : 부모 피 빨아 먹는 펠리컨 딸 낳은 건 이 몸이야. 

 

p102 에드거 : 여자는 터키인 뺨치게 많았지. 그릇된 마음, 가벼운 귀, 피비린 손에다 게으름은 돼지, 도적질은 여우, 탐욕은 늑대, 광기는 개, 약탈은 사자와 같았어. 신발 끄는 소리나 비단옷 스치는 소리 때문에 가엾은 네 마음을 여자에게 넘겨주지 마. 


p102 리어 : 벌거숭이 몸으로 극도로 매서운 하늘과 맞서느니 넌 차라리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다. 인간이 이것밖에 안 된단 말이냐? 얘를 잘 고찰해 봐. 넌 누에에게 비단도, 동물에게 가죽도, 양에게 양털도, 고양이에게 사향도 빚진 게 없구나. 하! 여기 우리 셋은 변질됐어. 넌 물(物) 그 자체이고, 문명을 떨쳐버린 인간은 바로 너처럼 불쌍한 알몸의 두발짐승에 지나지 않아. 벗자 벗어. 빌린것들을! 자, 여기 단추 좀 끌러다오. 

리어 왕은 이때 인간의 본질을 깨닫고 있다. 알몸의 두발짐승. 그리고 우리가 입고 있는 것, 먹고 마시는 것, 인간답게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모두 빌린것들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p104 글로스터 : 전하, 우리들의 혈육이 너무나 야비해져 낳아준 부모를 미워하고 있답니다. 


(3막 5장)

p106 에드먼드 : 공작님, 제가 이렇게 효성을 버리고 충성심을 택해서 무슨 욕을 먹을지 생각하면 좀 두렵습니다. 

에드먼드의 진짜 속내를 살짝 보여주고 있다. 아비와 형을 배신한 댓가를 무엇으로 받게 될지 걱정이 되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을 하는 인간의 사악함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욕심? 욕망?’  


p109 에드거 : 더러운 악마가 소쩍새 목소리로 불쌍한 톰을 괴롭혀. 

 

p110 리어 : 여깄다. 뒤틀린 모습에서 그 마음 됨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또 한 여자. 

 

(3막 6장)

p111 리어 : 다음엔 리간을 해부해서 심장 근처에 뭐가 자라는지 모라고 해. 조물주가 이런 돌 같은 심장을 만드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이 질문에 대답을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리어. 번지수를 잘못 찾았기 때문이다. 고너릴과 리간의 돌 같은 심장은 조물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만든 것이니까. 이와 같이 리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원인 규명의 범위만 확대하고 분노의 목소리만 키운다. 


p112 글로스터 : 안아 올려. 반 시간만 헛되이 보내면 그분 목숨, 자네와 그분을 지키려는 모든 이의 목숨은 꼼짝없이 잃은 거야. 

켄트 : 심신이 짓눌려 주무신다. 이번의 휴식으로 당신의 요절난 신경이 아물 수도 있지만 호기를 놓치면 치유하기 어렵겠죠. 

 

p113 에드거 :  널 욕하는 못된 생각 정직으로 판명되어 추방은 철회 되고 화홰 또한 이뤄질 때 중대사를 주목한 뒤 네 자신을 드러내라. 

 

(3막 7장) 

p 116 글로스터 : 잔인한 당신 손톱 불쌍한 노인의 눈을 뽑고 흉포한 당신 언니 기름 부은 옥체를 곰 이빨로 긁는 꼴 보고 싶지 않아서요. 바다라도 그분이 지옥같이 검은 밤 맨머리로 견디었던 그런 폭풍 만났다면 불타는 별들을 솟아올라 껐을 텐데. 불쌍한 노인은 폭우에 눈물을 더하였소. 그 험한 시각에 늑대들이 문 앞에서 울었대도 당신은 ‘문지기야, 열어줘라.’ 해야 했고 그 어떤 야수라도 같은 말을 했을 거요. 하지만 난 복수 혼이 그 같은 자식들을 날아가 붙잡는 걸 보고야 말 것이오.  

 

p119 하인 2: 저 남자가 잘된다면 사악한 짓이라도 내 맘대로 할 거야. 

하인3 : 저 여자가 오래 살고 마지막엔 제 명대로 죽음을 맞는다면 여자들은 모조리 괴물이 될거야. 

 

(4막 1장)

p119 에드거 : 이렇게 멸시 받고 그 사실을 아는 것이 겉 아첨에 속 멸시보다는 낫구나. 

운명의 여신이 포기한 맨 밑 바닥 인생은 언제나 희망 품고 공포 속에 살진 않아. 통탄할 변화는 최상에서 멀어지는 것이고 최악은 웃음으로 돌아가는 법. 

 

p120 글로스터 : 갈 길이 없으니 눈은 필요 없다네. 보았을 땐 넘어졌어. 자주 눈에 띄지만 우리는 있으면 자만하고, 순전한 결핍도 쓸모가 있는 법. 오, 내 아들 에드거, 현혹된 이 아비의 분노의 희생물, 살아생전 너를 만져볼 수만 있다면 난 눈을 되찾았다 말하리. 

눈 먼 장님. 리어가 눈뜬 장님이라면 글로스터는 눈 먼 장님이다. 

 

p121 글로스터 : 지난밤 폭풍 속에 그런 녀석 보고 나서 인간은 벌레라고 생각했어. 

신들은 인간을 짖궃은 소년들이 파리 잡듯 다룬다네. 그들은 장난삼아 우릴 죽여. 

 

p122~123 에드거 : 욕정의 오비디컷, 멍청한 왕자 호버디단스, 도둑질하는 마후, 살인하는 모도, 찡그리고 인상 쓰는 플리버티지빗이 그들이야. 

 

p123 글로스터 : 내가 이리 비참한 게 너에겐 복이다. 하늘은 늘 그러소서! 과소유와 쾌락 좇아 당신 명령 홀대하는, 자신이 못 느끼면 안 보려는 인간은 당신 힘을 재빨리 느끼게 하소서. 그리하여 넘치는 건 공평하게 분배하고 각자가 충분히 가지도록.  

 

(4막 2장) 

p124 오스왈드 : 최고로 싫으신 게 유쾌하고 좋은 건 불쾌한 것 같았어요. 

 

p125 올바니 : 당신은 그 얼굴을 때리는 무례한 바람 속의 먼지만도 못하오. 그 성질이 두렵소.  자기의 근원을 경멸하는 성품은 분명한 한계 안에 갇혀 있기 어렵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가지에서 자기 몸을 잘라내는 여자는 반드시 말라 죽어 땔감으로 사용될 것이오. 

 

p126 올바니 : 지혜와 선함도 악당에겐 악하게 보이며 개 눈엔 똥만 뵈지.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책을 봐도 독자가 알고 있는 것들 안에서 글귀가 해석되고 읽혀지는 것 같다. 그래서 종종 답답하다.  

깊은 바다 괴물처럼 인류가 스스로를 잡아먹을 수밖에 없을 땍. 


p126 고너릴 : 간이 작아 때리고 욕하면 뺨과 머리 다 내밀고 명예와 치욕을 식별할 줄 아는 눈을 갖추지 못한 사람. 악당들의 악행을 사전에 처벌하면 바보나 동정한단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 당신 북은 어딨어요? 조용한 이 나라에 프랑스 왕이 깃발 펴고 깃털 달린 투구로 위협하고 있는데, 

바보 같은 도덕군자 당신은 가만 앉아 ‘그가 왜 그럴까?’ 하는 군요. 


(4막 3장) 

p129~130 신사 : 격분하진 않으셨고, 인내과 슬픔은 최고의 표현 놓고 다퉜는데, 비와 햇빛 한꺼번에 본 것처럼 미소와 눈물은 좋은 사이 같았지요. 무르익은 입술 위를 행복하게 노니는 미소는 눈을 찾은 손님이 진주가 금강석 이별하듯 가시는 줄 모르는 것 같았어요. 한마디로, 슬픔이 모두에게 그리 잘 어울리면 진품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될 것입니다. 

신사가 묘사하는 코딜리아의 모습은 리어의 광기 치료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녀는 자신의 상반되는 감정을 거의 무의식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름답게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녀를 압도하려는 슬픔은 그녀의 인내심에 감동받아 진주로 화하고 그 진주는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눈에 작별을 고한다. 이는 두 상반되는 감정의 단순한 조화가 아니라 본질적인 변형을 통한 승화라고 말할 수 있다. 코딜리아는 여기에서 리어의 존재론적 딜레마- 같은 여성 안에 신과 악마가 공존하는 불가사의한 형상-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p131 켄트 : 크나큰 수치심에 밀려서죠. 무정하게 축복도 안 내리고 낯선 나라 재난으로 그녀를 내쫓아 버리면서 소중한 그녀 몫을 개 같은 심보의 딸들에게 넘긴 일이 마음을 너무 찔러, 불타는 수치심 때문에 코딜리아 가까이 못 갑니다. 

 

(4막 4장) 

p132 코딜리아 : 들판의 높은 풀밭 샅샅이 뒤져보고 짐 앞으로 모셔 오라. 인간의 지식으로 그분의 감각 손실 복구할 수 있다면 도와주는 사람에겐 내 재산을 다 주리라. 

없다고 했던 아버지에 대한 사랑. 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 없으나 있음인 사랑을 조금 알것 같다. 


p132 신사 : 마님,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를 기르고 보살펴 주는 건 휴식인데 그게 부족하시므로 그런 데 효험 있는 여러 가지 약초로 격렬한 통증의 눈 잠재울 수 있습니다. 


p133 코딜리아 : 군대를 일으킨 건 허황된 야심이 아니라 오직 사랑, 소중한 사랑과 늙으신 아버님의 권리 때문입니다. 곧  뵈올 수 있기를. 

 

(4막 6장)

p137 에드거 : 그의 절망 이렇게 가벼이 다루는 건 그것을 고치려 함이다. 

 

p138 에드거 : (방백) 하지만 생명이 스스로 약탈에 응할 땐 상상은 혼자서도 생명의 보물을 뺏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떨어졌다 생각해도 이제는 그 생각도 지났으리.  

 에드거 : 나리가 얇은 천, 깃털이나 공기라면 모를까 수십 길 아래로 곤두박질쳤다면 계란처럼 박살이 났을 텐데, 여전히 숨을 쉬고 무거운 몸 피 안나고 말을 하며 온전하오. 돛대 열을 이어도 나리가 수직으로 떨어진 고도에는 못 미칠 것입니다. 나리 생명 기적이오. 

 

글로스터 : 비참한 사람은 죽음으로 자신을 끝장낼 혜택도 못 받나요? 불행한 사람이 폭군의 진노를 자살로 따돌리고 오만한 그의 뜻을 꺽을 수 있음은 위안이 되는 일이었소. 

 

p139 글로스터 : 지금부턴 견딜거요. 고난이 ‘됐다 됐어.’ 외치고 스스로 사라질 때까지. 

 

p141 리어 : 그들은 나에게 개같이 아첨하며 내 턱에 검은 털이 나기도 전에 흰털(지혜의 상징)이 났다고 했어.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예, 예.‘라고만 대답하는 건 올바른 신학이 아니었단 말이야.

절대 긍정의 세계에 갇혀 있었던 리어는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보기 시작한다. 


p142 리어 : 선웃음 치고 있는 저 여자 봐, 가랑이 사이의 얼굴은 찬 눈을 예고하고 정숙한 채 내숭 떨며 쾌락 얘기 들으면 고개를 흔들지만-

방탕한 색욕으로 그 짓을 하는 데는 족제비도 살 오른 말도 못 당해. 그들은 허리 아래로는 짐승이야. 그 위로는 다 여자지만. 허리띠까지만 신들이 그 아래는 모조리 악마들이 소유했어. 거기엔 지옥이, 어둠이, 유황불 구덩이가 있어. 타고, 지지고, 악취, 부패! 퉤,퉤 퉤! 파, 파! 사향 한 숟갈만 줘라. 약제사야. 내 상상력을 향기롭게 하련다. 돈 여깄다. 

 리어가 아무리 여성 성욕을(그리고 의식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낳은 자신의 성욕을) 악마들이 태우는 지옥 불에 비유할 만큼 혐오한다 해도 그가 부패한 여성이 내뿜는 악취를 피할 길은 없다. 그 악취는 리어 스스로가 불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여성을 신과 악마, 천국과 지옥, 빛과 어둠으로 갈라놓고 오직 어두운 지옥 쪽으로만 내려가기로 결정한 사람은 다름 아닌 리어 자신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리어는 코딜리아의 모습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는 지금 여성성의 지옥 가운데 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천국에 대한 기억이 살아 있다. 리어가 바깥 세계를 공격할 때는 그래도 뚜렷한 대상이 있었기 때문에 시원하기라도 했다. 그러나 이제 탈출구 없는 광기는 바로 리어의 지옥이다. (작품 해설)


p143 리어 : 눈이 없어도 세상 돌아가는 건 볼 수 있어. 귀로 보란 말이야. 

 

p144 리어 : 넓고 넓은 바보들의 무대로 나왔다고 태어날 때 우는 거야. 괜찮은 모잔데. 이 천으로 말에게 신발을 말들어 신기면 기막힌 계략이 될 거야. 시험 한번 해보고 요 사위 놈들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p147 오스왈드 : 눈 빠진 그 머리는 내가 출세하라고 뭉쳐진 최초의 살덩이다! 

 

공포된 역적 편을 왜 드느냐? 물러나. 그자의 악운이 옮겨 붙어 같은 꼴 되지 않으려거든. 

 

p149 글로스터 : 국왕은 미쳤는데 내 몹쓸 감각은 얼마나 무디기에 선 채로 거대한 슬픔을 의식한단 말인가? 혼 빠진 게 더 낫겠다. 그러면 내 생각은 내 슬픔과 분리되어 망상으로 생겨난 비탄 그 자체를 못 알아볼 테니까. 

 

(4막 7장)

p150 코딜리아 : 내 삶은 너무 짧고 어떻게 비교해도 난 모자랄 테지요. 

켄트 : 인정받는 것만도 과분한 상입니다. 

 

p151 코딜리아 : 당신의 지식을 따르고 뜻대로 일을 진행하시오. 

 

자기들 아버지가 아니었더라도 이 백박은 그들의 동정심을 일으켰을 것이다. 

 

p152 리어 : 무덤에서 날 꺼낸 건 잘못한 일이오. 그대는 열락 속의 영혼이나 이 몸은 불수레에 매달려 눈물이 납물처럼 나를 지지는구려. 


p153 리어 : 난 대단히 어리석고 멍청한 노인이오. 한 시간도 안 빼놓고 팔십이 넘었소.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온전한 정신이 아닐까 두렵소. 

3막 2장, 4장에서 리어는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자각이 있었기에 코딜리아 앞에 무릎을 꿇은 리어의 자세를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의 솔직한 자기 인정은 설득력을 지닌다. 


p154 코딜리아 : 없어요 없어요. 

리어의 광기는 코딜리아의 사랑으로 눈 녹듯이 사라진다. 

코딜리아의 사랑과 리어의 자각으로 비워내기의 세 번째 단계인 있음과 있음의 만남은 긍정으로 시작하고 또 그렇게 끝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이미 언급되었듯이 리어의 광기 소멸은, 수치심과 딸을 보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리어에게 코딜리아의 사랑이 아무런 이유 없이 무조건 다가온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 해설)

 

p155 켄트 : 내 목숨과 내 목표는 오늘의 전투가 승리냐 패배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5막 1장) 

p156 올바니 : 정직할 수 없을 때 난 절대로 용감하지 않았소만 이번 일엔 마음이 움직이오. 프랑스가 국왕과 더불어 정당하게 반항하는 듯한 그 일행을 격려 않고, 우리 땅을 침범하기 때문이오. 


p158 에드먼드 : 두 자매 모두에게 사랑을 맹세했고 그들은 독사에 물린 자가 독사 보듯 서로를 경계한다. 누구를 택할까? 둘 다? 하나만? 다 버려? 둘 다 살면 어느 쪽도 못 갖고 놀겠지. 과부를 택하면 언니가 약 올라 미치게 될 테고 그 남편이 살았으니 내 약속을 이행하긴 대단히 힘들거다. 그렇다면 그의 권위는 전투에만 이용하고 상황이 긑나면 없애고 싶어 하는 그녀더러 신속히 제거할 수단을 찾게 하자. 리어와 코딜리아에게 그가 베풀 자비심은 전투가 끝나고 그들을 우리 손에 넣으면 사면까진 절대 연결 안 될 거다. 왜냐하면 내 지위는 따져볼 게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이니까. 

흐음.. 에드먼드의 속 마음은 꼭 나의 속마음을 보는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선택 앞에 때론 비열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단순함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행복하지 않을까? 나눠지는 마음으론 에드먼드는 행복할 수 없다. 한 마음으로 살아야 함. 두 마음을 품은 자의 전형적인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5막 2장) 

p160 에드거 : 인간은 가는 것도 온 것처럼 견뎌야만 합니다. 다 때가 있지요

 

(5막 3장)

p160 코딜리아 : 최선의 의도로 최악을 부른 건 우리가 처음은 아니에요. 시달린 왕이시여, 전 당신 때문에 풀 죽었지 혼자라면 엉터리 운명의 인상쯤 우스워요. 이 딸들과 언니들을 만나보실 건가요? 


p161 리어 : 그러한 희생은, 코딜리아, 신들이 스스로 향을 태워 기린단다. 내 너를 잡은 거냐? 

우리 떼어놓으려면 하늘의 불 막대로 여우처럼 몰아내야 하리라. 눈물을 닦아라. 그놈들이 우리를 울게 하기 이전에 염병이 놈들을 통째로 삼킬 거다! 그놈들이 먼저 굶어 죽을 거다. 가자. 


p162 에드먼드 : 이 사실을 알아둬. 사람은 시류를 따라야 해. 연약한 마음은 칼잡이에게는 안 맞아. 자네가 할 큰일은 질문을 용납 못 해. 하겠다고 말하거나 달리 출세하라고. 

에드먼드 다운 대사다.  


p162 대장 : 전 마차를 끌지도 귀리를 먹지도 못합니다. 사나이의 일이라면 제가 하겠습니다. 

 

p167 에드거 : 그 칼을 뽑아라. 내 말이 고귀한 마음에 거슬리면 무기로 화를 풀 수 있도록. 내 칼은 여기 있다. 

이건 내 기사의 명예와 맹세와 선서의 특권이다. 네 힘과 젊음과 드높은 지위와 신분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칼, 신품 행운, 용맹심과 상관없이 나는 네가 역적임을 확실히 말한다. 

 

p169 에드거 : 신들은 정당하여 우리가 즐기는 악덕을 우리를 징벌하는 도구로 삼는단다. 

에드먼드 : 맞는 말씀, 사실이오. 운명은 한바퀴를 다 돌았고 난 여깄소. 

p170 에드거 : 오, 생명은 달콤하여 우리는 한 번에 죽기보다 죽음의 고통을 매시간 당하려 하지요! 

p이런 성공 바랐으되 확신은 못하면서 제가 무장 끝냈던 약 반 시간 전까지는 절대로 저 자신을 - 아, 실수로!-안 밝힌 채 그 때 전 그의 축복을 구했고 우리 순례 역정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씀드렸는데 그의 금 간 심장은, 가엾어라, 기쁨 슬픔 두 감정의 극한 갈등 견디기에 너무 약해 웃으면서 터졌어요. 

 

p171 에드거 : 슬픔이 싫다는 이에게 부친 일은 하나의 마침표와 같겠지만 또 다른 슬픔은 부풀리면 점점 커져 극단을 넘어설 것입니다. 제가 울부짖었을 때 누군가 들어와서 최악의 상태인 저를 보고 혐오감에 사귐을 피했지만, 그렇게 견딘 게 누구인지 알고서는 강한 팔로 제 목을 꽉 붙잡아 안은 다음 하늘을 찢을 듯이 고함을 질렀고, 부친 위에 몸 던지며 한번도 못 들어본 리어와 자신의 정말로 가엾은 얘기를 들려주는 도중에 비탄이 점점 커져 그의 심장 근육이 끊어지기 시작했죠. 그때 전 두 번째 나팔에 실신한 그를 두고 나왔지요 

 

p172 올바니 : 이 하늘의 심판에 우리가 떨리긴 하지만 동정심은 일어나지 않는다. 

 

p175 켄트 : 운명이 사랑하고 미워한 두 사람을 자랑하면 여기에 그 하나가 있습니다. 

전하께서 변하고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그 슬픈 발길을 따랐던. 

모든 것이 어둡고 죽은 듯하군요

 

p177 켄트 : 이 험한 세상의 형틀에 더 묶어두려 하면 미워하실 겁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버티신 게 놀랍지요. 당신의 허울만 살아 계셨었는데. 

 

올바니 : 이분들을 모셔 가라. 우리에게 닥친 일은 전반적인 애도이다. 

 

에드거 : 이 슬픈 시국의 무게를 감당해야 합니다. 해야 할 말은 두고 느끼는 걸 말하시오. 최고의 노인이 최고로 견디셨소. 젊은 우린 그만큼 보지도 살지도 절대 못할 것입니다. 


<작품해설>

사랑의 있음과 없음의 갈등에서 출발한 리어 왕의 비극은 중반부의 모든 혼란을 거쳐 이제 삶과 죽음의 갈등으로 모아지고, 리어의 죽음은 그 갈등을 총체적으로 부정한다. 극적 공의 카타르시스는 바로 이때, 여기에서 생긴다. 우리는 리어가 ‘보라고’ 가리키는 것을 사랑의 있음도 없음도 아닌 비어 있음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리어의 죽음을 맞이하여 갑자기 멍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도 강렬했던 소용돌이가 한순간에 멈추었기 때문이다. 마치 태풍의 눈 속으로 갑자기 들어간 느낌이다. 이런 공백 상태에서 우리는 극적 공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것은 조용하고 순수한 기쁨이다. 사랑의 있음과 없음이 일으켰던 모든 혼탁한 감정들이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코딜리아가 행동으로 보여준 사랑의 진실을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그녀의 없음은 그것이 아무리 진실이라해도 이분법적 사고로 말미암아 오해를 낳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녀의 없음까지도 벗어난 순수한 진실, 사랑의 비어 있음에 도달하였다. 

 

<<맥베스>>

(1막 1장)

p15 장교 : 운명의 여신도 그자의 괘씸한 싸움에 추파를 던지며 역적 놈의 창녀가 된 것 같았습니다만. 왜냐하면 용감한 맥베스가 (명성에 걸맞게) 운명을 무시하고 피비린 살상으로 김이 서린 칼 휘둘러 용맹의 총아처럼 길을 뚫고 나아가 몹쓸 놈과 맞섰고 악수나 작별의 인사도 전혀 없이 그놈의 배꼽에서 턱주가리까지 실밥을 확 자르고, 그자의 모가지를 우리의 성벽 위에 꽂아놓았으니까요. 


p16 장교 : 태양이 비치기 시작하는 곳에서 난파의 폭풍과 불길한 천둥이 터지듯이 안도의 샘물이 솟는 듯한 곳에서 불안이 터졌죠. 왕이시여 주목해 주소서. 용맹으로 무장한 정의의 사자가 용병들을 줄행랑치게끔 하자마자 기회를 간파한 노르웨이 국왕이 무기를 정비하고 신병들을 공급받아 새 공격을 시작했답니다. 

 

(1막 3장) 

p19 마녀1 : 건초처럼 그놈을 말릴 거야. 초가집 지붕 같은 눈꺼풀에 밤낮으로 잠은 아니 올 거야. 금단의 인간으로 살 것이고. 아홉에 아홉 번 지겨운 일곱 밤에 깡말라 비틀어질 것이야. 그놈 배를 빠뜨릴 순 없어도 폭풍우로 뒤흔들고 말 테야. 

 

p20 맥베스 : 이렇게 더럽고 고운 날은 본 적이 없구려. 

 (각주 : 더럽고 고운 날 - 날씨 자체로만 볼 때 더럽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앞선 마녀들의 대사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1막  1장 1행)와의 연결성을 고려하여 이렇게 옮겼다. 맥베스의 이 말을 두고 다음 세 가지 해석이 있다. 1) 맥베스가 아직 마녀들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의 말을 쓴다는 것은 서로의 영혼이 마범에 의하여 이미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2) ‘고운’것은 그날의 승전을, ‘더러운’ 것은 날씨를 가리킨다. 3) 악마는 마녀들 주변의 대기를 혼탁하게 만들어 눈으로 그들을 식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반적인 날씨는 화창하지만 마녀들이 있는 지역은 탁해 보인다.)


p21 마녀1 :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 영주시다!

마녀 2 :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마녀 3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 


p21 뱅코 : 내 동료는 당신들이 현재의 작위와 예견된 고귀한 지위와 왕권의 희망을 주면서 맞이하여 넋이 나간 것 같은데, 나에겐 말이 없다. 당신들이 시간의 씨앗을 살펴보고 자라고 안 자랄지 알아낼 수 있다면 나에게 말하라, 당신들의 호의나 미움을 부탁도 두려워도 하지 않을 테니까. 

 

p22 맥베스 : 코도의 영주는 살아 있고 번성하는 분이며, 왕이 될 가망은 코도 되는 것보다 믿음의 가능성이 더 없는 일이다. 이 괴이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는지 말하라. 그리고 왜 이 메마른 황야에서 예언의 인사말로 우리 길을 막는지도 - 말하라, 명령이다. 


p23 로스 : 국왕께선 장군의 승전보에 흐뭇해하셨고, 역적과의 싸움에서 장군의 개인적인 모험을 읽었을 땐 경탄과 칭찬의 두 마음이 앞을 다퉈 어쩔 줄 모르셨소. 


p25 뱅코 : 하지만 이상하죠, 어둠의 수족들은 우리를 해치려고 가끔씩 우리에게 진실을 말하고 소소한 정직으로 우리를 유인하여 중대한 결말에서 배반한단 말입니다. 


맥베스 : (방백 ) 두 진실이 밝혀졌다. 왕권을 주제로 한 웅대한 연극의 상서로운 서막으로. - 고맙소, 여러분.- 

여기서 쓰인 ‘진실’은 우리가 보통 말하는 영구불변의 진리가 아님은 자명하다. 자기의 진실은 부풀려졌으며 실제와는 거리가 먼 허구임을 그가 쓰는 연극의 비유에서 곧바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현재 시간적으로 두 번째 사실(예언)이 확인된 현재와 세 번째 예언이 실현되기를 꿈꾸는 미래 사이에 위치한다. 이런 중가자의 위치 때문에 맥베스의 진실은 어느 쪽에나 소속될 수 있으며 동시에 어느 쪽에도 소속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불확실성의 지점이고 태풍의 눈이며 맥베스 비극의 시발점이다. 강력한 욕망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이러한 마음은 내분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결과는 끔찍한 환상이 그의 심신을 무력화시키는 ‘없음의 혼돈’이다. 

(방백) 이 불가사의한 간청은 나쁠 수도 좋을 수도 없구나. - 나쁜 것이라면 진실에서 출발하는 성공의 계약금을 왜 내게 주었을까? 난 코도 영주이다. 좋다면, 왜 내가 끔찍한 모습을 띤 유혹에 빠져 들어 머리칼이 쭈볏하고 안정된 내 심장이 정상을 벗어나 갈비뼈를 두드리지? 눈앞의 공포보다 끔찍한 상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살인은 아직도 환상에 지나지 않건만 그 생각이 내 온몸을 거세게 뒤흔들어 심신의 기능이 억측으로 마비되니 없음밖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p26 뱅코 : 그에게 새 영예가 찾아오니 생소한 의복처럼 입어 버릇 않고서는 몸에 맞지 않답니다 .

맥베스 : 올테면 오라지, 날이 암만 험악해도 세월은 흐른다.  

세월이 흐르는 것이 인간에게 약이 될때가 많다. 두렵고 떨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이에게 도움이 되려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세월은 흐르니까.

 

p27 맬컴 : 이 세상을 뜨는 게 최고로 어울렸던 그는 마치 죽음을 외우며 연습해 온 사람처럼 죽었으며 가장 귀한 소유물을 하찮은 물건처럼 팽개쳤다 합니다

 

p28 덩컨 : 그대는 너무 앞서 보답에 가장 빠른 날개를 달아도 느려서 그대를 못 잡겠소. 모든 걸로 갚아도 그대 몫을 못 갚는단 이 말만 하겠소. 

 

p29 덩컨 : 크나큰 내 기쁨이 차올라 넘치면서 슬픔의 물방울 속으로 숨으려 하는구려. 

 

맥베스 : 내 길을 막았으니 이건 내가 걸려 넘어지든지 아니면 넘어야 할 계단이다. 

p30 눈은 손을 못 본 척 하지만 끝났을 때 논이 보기 두려워할 그 일은 일어나라. 

 

(1막 5장)

p31 맥베스 부인 : 당신은 글래미스, 코도이고, 약속받은 것 또한 될 겁니다. - 하지만 그 성품이 걱정돼요.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 당신은 위대해지고 싶고 야심도 없지는 않지만 그에 따른 사악함이 없어요. 꼭 하고 싶은 것을 경건하게 바라지요.  속 임수는 안 쓰지만 부정하게 얻고 싶죠. 위대한 글래미스 당신은 “날 갖고 싶으면 이렇게 해야만 돼.” 이렇게 외치고 있는 걸 갖고 싶고, 실행은 두렵지만 없었기를 바라지는 않을 일을 하고 싶죠. 어서 이리 오세요. 그래서 당신 귀에 내 혼을 불어넣고 운명과 초자연이 씌워줄 것 같은 금관에 당신의 접근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용맹스러운 내 혀로 꾸짖을 수 있도록. 

양 극단은 아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맥베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p32~33 맥베스 부인 : 자 너희 악령들아, 흉계 따라 나를 지금 탈성시킨 다음에 최악의 잔인성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가득히 채워다오! 내 피를 탁하게 만들어 동정심의 접근과 통로를 막아다오, 그래서 본성 중의 측은심이 날 찾아와 잔인한 내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것이 달성될 때까지 편하지 못하도록! 내 가슴의 담즙 젖을 빨아라, 살귀들아, 안 보이는 몸으로 어디에서 너희들이 자연의 악행을 시중들든! 오너라 짙은 밤아, 지옥의 가장 검은 연기로 네 몸을 휘감아 내 칼이 내는 상처 내 칼이 못보도록, 하늘이 어둠의 장막 새로 엿보고 ‘멈춰라!’고 외치지 못하도록! 

 

p33 맥베스 부인 : 당신의 편지가 이 무식한 현재의 너머로 이 몸을 데려가, 난 지금 이 순간 미래를 느껴요. 

영주님, 당신의 얼굴은 책과 같아 낯선 걸 읽을 수 있어요.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처럼 보이세요. 눈과 손과 혀로써 환영을 표하세요. 순진한 꽃 같지만 그 밑의 뱀이 되는 겁니다. 

 

p34 뱅코 : 여름의 길손인 사원을 즐겨 찾는 제비가 사랑의 둥지로 구애하듯 향기로운 이곳 하늘 숨결을 보증하고 있습니다. 추녀와 기둥머리 버팀벽과 전망이 좋은 곳 모두에 잠자리와 새끼 칠 둥지를 매달아 놓았는데 제 관찰에 의하면, 이 새의 번식처엔 공기가 좋습니다. 

 

p35 덩컨 : 과인을 뒤좇는 호의가 때로는 귀찮아도 호의기에 고마워합니다. 따라서 교훈은 부인을 귀찮게 한 과인을 포상해 달라고 신께 비는 겁니다. 

맥베스 부인 : 저희들이 봉사를 모든 곳에 두 번씩 두 배로 할지라도 폐하께서 이 가문에 하사하신 깊고 넓은 그 영예와 맞서기엔 초라하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1막 7장)

p36~37 맥베스 : 여기, 바로 여기, 시간이 여울지는 강변에서 내세 걸고 뛰어보리. 

p37 맥베스 : 즉 유혈을 가르치면 배운 자가 되돌아와 교사한 자 괴롭히고, 공평한 정의의 법관은 우리가 탄 독배를 스스로가 마셔보라 종용한다. 이중의 신뢰로 그는 여기 머문다

첫째로 나는 그의 친척이며 신하로서 그 행위를 극구 반대해야 하고, 다음으로 주인인 내 자신의 칼을 들 게 아니라 자객을 막아야 할 것이다. 

맥베스의 양심이 가장 강렬하게 빛나는 부분이다. 덩컨 왕의 갑작스러운 후계자 선포 후 맥베스는 예상치 못했던 왕의 인버네스 방문으로 그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는다. 그리고 맥베스는 거사 후에 자신이 직면해야 될 사태를 미리 내다보며 “이 일을 끝냈을 때 그것으로 끝이라면”이라는 독백을 시작한다. 그런데 암살의 후유증을 점검하고 시해 결심을 굳히려 했던 그의 의도와는 달리 그의 마음은 곧 왜 자신의 암살 행위가 인간적으로, 윤리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부당하며 따라서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들로 가득차고 있다. 

게다가 덩컨 왕은 너무나 겸손하게 왕권을 행사하고 그 권좌가 너무나 깨끗하여, 그 덕행은 이 크게 저주받을 암살에 맞서서 나팔 혀 단 천사처럼 그를 변호할 것이며, 연민은 벌거숭이 갓난아기 모습으로 돌풍에 걸터앉아, 아니면 천사처럼 형체 없는 기류의 말 등에 올라 앉아 이 끔찍한 행위를 만인 눈에 띄게 하여 눈물은 바람을 잠재우리

덩컨 왕의 덕행을 알리는 금속성의 나팔 소리, 그 광경을 떠올리기만 해도 동정심이 저절로 일어나는 바람에 노출된 벌거숭이 갓난아기, 그리고 부는 바람을 멎게 할 만큼의 눈물과 같은 심상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은 매겝스의 악한 마음이 아니라 그것에 대항하여 싸우는 선한 마음의 엄청난 감수성이고, 눈과 귀가 시릴 만큼 날카로운 단죄의 이미지들을 감당할 수 있는 그 마음의 수용결기앋. 그러나 아무리 맥베스라 할지라도 이 시점에서 더이상의 고통을 받아들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일단 사태를 수습하려고 해본다. (작품해설)

내 의도와 옆구리를 찌르는 박차는 오직 하나 치솟는 야심인데, 너무 높이 뛰어올라 건너편에 떨어지- 

여기에서 맥베스는 보이지 않으면서 힘을 행사해 온 자신의 권력욕을 표면으로 부상시켜 ‘야심’이란 이름을 붙여주며 그 존재를 마지못해 인정하는 휴전 제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욕심은 너무나 압도적인 양심의 힘에 눌려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패를 예상하고 행동하기 두려워하는 풀 죽은 야심이다. 결국은 이 일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말자고 부인에게 제안한다. 

 

p38 맥베스 : 새롭게 반짝이는 지금이 입을 때라 빨리 벗고 싶진 않소. 

 

p39 맥베스 부인 : 당신이 입고 있던 그 희망은 취했어요? 그 후로 잠잤어요? 이제야 깨어나 자진해서 했던 일을 창백하게 바라보고 있나요? 지금부터 당신 사랑 그런 줄 알겠어요. 욕망만큼 행동력과 용맹심을 같이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요? 금상첨화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가지고 싶지요? 그런데 속담 속의 불쌍한 괭이처럼 “하고 싶어.” 그 말에 “감히 못해.” 대꾸하며 스스로 비겁자로 살 거예요?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이 있으면 무엇을 하든 더 결정하기 쉬워지는 것 같고, 하려고 했던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현재 상황은 악한 것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변에 좋은 것을 부추기는 사람이 많으면 좋을 것 같다. 

 

p40 맥베스 부인 : 용기를 꽉 붙들어 요지부동 만들면 실패하지 않아요. 

그러면 두뇌의 감시원인 기억력은 연기로 화하고 이성을 담아야 할 그릇은 증기류가 됩니다. 

 

p41 맥베스 : 이 무서운 모험 위해 온 힘을 모으리다. 자, 가장 고운 모습으로 세상 사람 현혹하고 알고 있는 못된 것은 가면으로 가립시다. 

 

(2막 1장)

p41 뱅코 : 천상에도 절약이 있구나. 그들의 촛불이 다 꺼졌다. 

무거운 졸음이 납처럼 날 눌러도 자고 싶지 않구나. 자비로운 천사여! 잠이 들면 못 막는 저주받을 생각들을 억제해 주소서! 

 

p43 뱅코 : 늘리려 하면서 영예를 잃지 않고, 마음은 늘 자유롭게 충성심은 결백하게 지킬 수만 있다면 협의에 응하겠소

 

p44 맥베스 : 이 시각, 세상의 절반은 만물이 죽어 있는 것 같고 사악한 꿈들은 잠을 현혹시킨다. 헤카테의 의식을 마술사는 치르고, 움츠렸던 살인자는 파수꾼 늑대의 울부짖는 암호에 깜짝 놀라 저렇게 은밀한 걸음으로 타르퀸의 겁탈하는 걸음으로 제물을 향하여 유령처럼 움직인다. 

말이란 행위의 열기를 식히는 냉기일 뿐. 

 

(2막 2장)

p47 맥베스 : 맥베스는 잠을 죽여버렸다 고. - 순진한 잠, 엉클어진 근심의 실타래를 푸는 잠, 하루 삶의 멈춤이고 노고를 씻음으며 다친 마음 진정제, 대자연의 주된 요리, 이 삶의 향연에서 주식이고. 

 

p48 맥베스 부인 : 자는 사람 죽은 사람 그림 같을 뿐인데, 그림 속의 악마는 애들의 눈에나 무섭지요. 

 

맥베스 : 하! 손이 눈을 뽑는구나. 

(각주 : 행위(손)의 의미를 의식(눈)이 깨닫는 순간 너무나 강렬한 죄책감으로 의식이 송두리째 뽑히는 것 같은 느낌을 말한다. 

 

(2막 3장)

p51 문지기 : 우린 둘째 닭이 울 때까지 진탕 들이켰습죠. 나리, 술이란 세 가지를 크게 자극합죠. 

문지기 : 딸기코와 잠과 오줌이랍니다. 색욕은 그놈이 일으켰다 없앴다 하지요. 

 

p52 맥더프 : 장군에겐 이 일이 즐거운 줄 압니다만 수고이긴 하지요. 

맥베스 : 기뻐서 하는 일은 고생이 아니지요. 


p53 맥더프 : 혼란이 이제서야 걸작을 완성했소! 신성 모독 살인마가 주님께서 기름 부은 신전을 부숴 열고 그 건물의 생명을 빼앗아 갔소이다! 


p54 맥더프 : 죽음의 모조품인 솜털 잠을 떨쳐내고 죽음 자체를 보시오! - 자 일어나서 보시오. 대 심판의 모습을! 맬컴! 뱅코! 무덤에서 일어나듯 일어나 유령처럼 걸어와 이 공포를 지켜봐요!


p55 맥베스 : 이 사건 한 시간 전에만 죽었어도 난 축복받았을 것이오, 지금 이 순간부터 삶에서 중요한 건 전혀 없을 테니까. 만사가 하찮고 명예와 미덕은 죽었소. 삶의 즙은 다 빠지고 남아 있는 자랑거린 찌꺼기들뿐이오. 

 

p56 맥베스 : 놀란 신중, 온화한 격분에 충성의 중립을 한꺼번에 지킬 사람 어디 있소? 


p57 뱅코 : 부인을 보셔라. - 그리고 노출되어 고생하는 우리들의 연약한 알몸을 가린 뒤에 만나서 극도로 피비린 이 사건을 조사하고 더 알아봅시다. 

맬컴 : 넌 어찌할 거냐? 저들과 어울리진 말자고. 거짓된 자들은 안 느끼는 슬픔도 쉽사리 보이는 법. 

 

p58 맬컴 : 살기 어린 이 화살은 날아가는 중이니 표적물이 안 되는게 최고로 안전하다. 그러니 말에 올라 작별 인사 한답시고 까다롭게 굴지 말고 살짝 빠져나가자. 자비심이 없을 때는 몰래하는 도망도 정당성이 있단다. 

 

(2막 4장) 

노이 : 육심하고도 십 년을 난 분명히 기억하오. 그 세월의 책에서 끔찍한 시절과 이상한 것들을 봐왔지만 무서운 지난밤은 옛 지식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로스 : 하늘이 인간의 행위를 괘씸하게 여기는 듯 지상을 위협하고 있소이다. 시간은 낮인데 검은 밤이 운행하는 태양을 목 조르오. 생명의 햇빛이 대지에 입 맞춰야 할 때에 무덤 같은 이 어둠은 밤의 기승 탓입니까. 앚의 창피 탓입니까?

 

p59 노인 : 순리에 어긋나오. 저질러진 그 일처럼. 지난 화요일에는 사냥매 한 마리가 한껏 높이 솟았다가 쥐나 잡는 올빼미에 습격당해 죽었다오. 


p60 로스 : 삶의 근원을 삼키려는 무절제한 야심이여!


맥더프 : 새 옷보다 헌 옷이 더 편하지 않기를!

노인 : 신의 축복 받으시오. 또 악을 선으로 원수를 친구로 바꾸려는 사람들도!


 

(3막 1장) 

p61 뱅코 :  자 이제 당신은 왕위와 코도와 글래미스 모든 것을 가졌다. 운명의 여인들이 약속했던 그대로. 또 그것을 얻기 위해 가장 추한 반칙을 범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의 후손이 아니라 내 자신이 수많은 왕들의 시조가 될 것이란 그런 말도 있었다. 

 

p62 뱅코 : 폐하께서 저에게 명령만 내리시면 제 의무는 거기에 절대로 풀지 못할 영원한 매듭으로 묶이게 되옵니다. 

 

p63 맥베스 : 이런 삶은 안전하지 못하다면 헛것이다. 뱅코에 대한 내 두려움은 깊이 박혀 있으며 제왕 같은 그 성품엔 두려운 게 군림한다. 그는 실로 과감하다. 그리고 그 불굴의 기질에 덧붙여 용맹을 이끌어 안전하게 행동케 만드는 지혜 또한 가졌다. 


p65 자객1 : 폐하, 저희들도 사냅니다. 

맥베스 : 그렇지. 

목록에선 너희들이 사나이로 통하지. 사냥개, 회색빛 사냥개, 잡종개, 삽살개, 똥개, 털개, 물개와 늑대개 모두가 개라고 불리듯. 

 p66 맥베스 : 하지만 감정서엔 빠른 놈, 느린 놈, 똑똑한 놈, 집개와 사냥개 등 풍요로운 자연이 각자에게 넣어준 재능 따라 모두가 구별되어 적혀 있어. 그래서 그 전체를 싸잡아 써놓은 명단과는 별도의 호칭을 부여받고 있는 거지. 사나이도 꼭 같아. 자, 너희들이 문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사나이 말단이 아니라면 말을 해봐. 그럼 내가 그 가슴에 일거리를 안겨주고 그것이 성사되면 너희들은 원수를 없애고 과인의 총애를 철석같이 부탑게 돼. 그가 살면 내 건강은 병자와 같지만 죽으면 완벽해.  

 

자객2 : 저는 이 세상의 더러운 풍파에 너무나 격분하여 세상을 괴롭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개의치 않습니다. 

 

p67 맥베스 : 그와 나 양쪽 친구 몇 명의 호의를 내가 잃지 않으려면 내가 때려눕히고 그 죽음을 비통해해야만 하니까. 

 

(3막2장)

p69 맥베스 부인 : 소득 없이 기진맥진 만족 없는 욕심을 채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이고 불안한 기쁨을 느끼느니 죽음을 당하는 게 더 편한 법이다. 

해결책이 없는 일은 고려하지 마세요. 끝난 일은 끝났어요. 

 

맥베스 : 우린 뱀을 죽이진 못했소. 상처만 입히고. 그놈이 회복되면 우리의 서투른 악행은 옛 이빨의 위험을 못 벗어날 것이오. 지만 하과인이 공포 속에 식사하고 이 무시무시한 악모으이 고통 속에 밤마다 떠느니, 차라리 우주는 해체되고 천지는 무너져라. 마음의 고문으로 안절부절 얼빠진 채 누워 있는 것보다 마음 편해 보자고 침묵시킨 죽은 자와 동거함이 더 낫겠소. 

악은 계속 악을 낳는다. 살인은 살인을 부르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처럼 맥베스는 왕을 살인한 범죄를 가리기 위해 계속해서 사람을 죽이고 있다. 

 

p70 맥베스 : 최악의 대역죄 덕분에 칼이나 독약이나 내우나 외침이나 어떤 것도 그를 더 건드릴 수 없게 됐소! 

 

한동안은 불안하니 우리의 명예를 아첨의 냇물에 담그고 얼굴을 가면 삼아 우리의 본심을 감춰야 할 것이오. 

 

수도원 박쥐가 날개를 펴기 전에, 거름 먹은 풍뎅이가 헤카테의 부름 받아 졸리는 목소리로 저녁 종을 치기 전에 몹시도 흉한 일이 벌어질 것이오. 

 

p71 맥베스 : 오너라 밤이여, 인정 많은 낮님의 순한 눈을 가리고 그대의 피 묻은 안 보이는 손으로 날 질리게 만드는 생명 보증 파기하고 갈기갈기 찢어라! 

 

(3막 3장)

p72 자객 1 그럼 함께 일합시다. 줄무늬 석양빛이 서쪽 하늘 물들이니 길 늦은 나그네는 여관에 닿으려고 잦은 박차 가하고, 우리의 표적도 가까이 오는구나. 

 

(3막 4장) 

p75 맥베스 : 내 발작이 도지는군. 안 그러면 완벽한데. 티 없는 대리석. 부동의 바위처럼 자유롭고 거침없는 주위의 대기처럼. 하지만 난 지금 건방진 의심과 두려움에 구속, 감금되었어. 


p75 맥베스 부인 :  국왕 폐하, 환대의 표시가 없으셔요, 향연 중에 잘 오셨단 그 말을 자주 않는 만찬이란 사 먹는 것입니다. 먹기야 집이 제일 낫지요. 집 밖의 식사에선 예절이 양념이며 그게 없는 모임은 맛없어요.  

 

p80 맥베스 : 피를 부를 겁니다. 피는 피를 부를 거요. 돌들이 움직이고 나무가 말한 적이 있으며 까치와 갈까마귀, 당까마귀 등을 통한 점술과 예언으로 깊이 숨은 살인자를 밝혀낸 일도 있소. - 밤은 어찌 되었소?

 

p81 맥베스 부인 : 당신은 만물을 보존하는 잠이 모자랍니다. 


p81 맥베스 : 괴이한 내 망상은 풋내기의 공포이며 단련이 필요하오. 행동에는 우린 아직 철부지에 불과하오. 

 

(3막 5장)

p82 헤카테 : 너희들이 어찌 감히 수수께끼, 죽음 등의 문제로 맥베스와 거래, 왕래 트면서 너희들의 마술의 여왕이요 온갖 악행 모사꾼인 이 몸은 내 몫이나 신기를 보이도록 부르지도 않았단 말이냐? 

남들처럼 그자도 너희가 아니라 제 것만 좋아해. 

저기 저 달 한구석에 신비한 증기 방울 걸렸구나. 땅 위에 떨어지기 전에 잡아. 마술로 그것을 증류하면 인조 유령들을 만들 수 있는 데 그들의 속임수의 힘을 빌려 그자를 파멸로 이끌 거야. 

p83 헤카테 : 그자는 운명을 걷어차며 죽음을 비웃고 지혜, 자비, 공포보다 자신의 소망을 더 위에 둘 거야. 

 

(4막 1장) 

p91 환영 2 : 잔인, 대담, 꿋꿋하라, 인간의 능력 따윈 우습게 생각하라. 여자에게 태어나서 맥베스를 해칠 사람 절대 없을 테니까. 

맥베스 : 하지만 난 확신을 재확신할 셈으로 넌 살지 못한다는 운명의 보증을 받겠다. 창백한 내 심장에게 거짓말 마라 하고 천둥 쳐도 잠들 수 있도록. - 


p92 맥베스 : 높이 앉은 맥베스는 천수를 누리다가 시간과 숙명 따라 숨을 거둘 것이니라. 

 

p95 맥베스 : 시간이 내 무서운 위업을 미리 알고 막았어. 쏜살같은 목표는 행동이 없으면 절대 잡지 못하는 법. 바로 이 순간부터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은 곧바로 손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생각에게 행위로 보답하기 위하여 내 생각을 실천하자. 

 

(4막 2장)

p96 맥더프 부인 : 도주는 미친 짓이에요. 행동은 않더라도 공포심에 역적이 됩니다. 

로스 : 도주한 게 지혜 때문인지 공포심 때문인지 모르시죠. 

 

맥더프 부인 : 저 가엾은 가장 작은 굴뚝새도 둥지 안의 새끼 위해 부엉이에 맞서서 싸우는데 말이에요. 모든 건 공포이고 사랑은 없다고요. 너무나 사리에 맞지 않게 도주를 했는데 그 무슨 지혜가 있겠어요.

 

로스 : 더 이상 감히 얘기 못하지만 시절은 잔인하오. 자신도 모르는 역적이 되고 있고 두려워서 풍문을 믿지만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는 채 거칠고 사나운 바다 위를 이리저리 떠다니는 때입니다. 

 

p97 맥더프 부인 : 얘야, 네 아버진 죽었다. 넌 이제 어쩔래? 어떻게 살 거냐?

아들 : 새들처럼 살지요. 

맥 : 뭐, 벌레나 파리 먹고?

아 : 닥치는 대로지요. 새들도 그래요. 

 

p98 아들 : 역적이 뭔데요? 

맥더프 부인 : 음, 맹세하고 거짓말하는 사람. 

아들 : 그럭하면 다 역적인가요? 

 

p99 맥더프 부인 : 해 입힌 적은 없다. 그러나 생각하니 난 속세에 살고 있고 여기선 해 입힘이 자주 칭찬받으며, 착한 일이 때로는 위험한 바보짓이라고 여겨진다. 

 

(4막 3장)

p100 맬컴 : 그럼 우리 인적 없는 그늘을 찾아가 슬픔 가슴 울어서 비웁시다. 

맥더프 : 그보다는 치명적인 칼을 잡고 올바른 사람처럼 쓰러진 조국 위해 싸웁시다. 아침마다 새 과부들 신음하고 새 고아들 울부짖고 새 슬픔이 하늘 치니 하늘은 스코틀랜드와 공감하듯 반향하며 비슷한 통곡이 되울려 퍼집니다. 

맬컴 : 난 믿는 건 통탄하고 아는 건 믿겠으며 시정할 수 있는 건 때가 무르익으면 그리할 것이오. 아마도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이름만 불러도 혀가 타는 이 폭군도 한때는 정직하다 그랬죠. 당신은 그를 많이 좋아했고 그는 아직 당신을 안 해쳤소. 난 어리나 나를 팔아 챙길 것이 있을지도 모르며 노한 신을 달래려고 연약하고 순한 양을 바치는 행위도 현명하죠. 

 

p101 맬컴 : 훌륭하고 덕 있는 사람도 왕명에는 굴복할 수 있지요. 그러나 용서를 빕니다. 내 생각이 당신의 본성을 바꾸진 못할 테니. 가장 빛난 천사가 타락해도 천사는 빛나고 더러운 것 모두가 미덕의 탈을 써도 참미덕은 그대로죠. 

 

p102 맥더프 : 조국이여 피 흘려라! 거대한 폭정이여 기반을 확립하라. 정의가 널 안막는다! 부정을 드러내라, 네 권리는 확실하다. 


p102 맬컴 : 나 또한 조국은 압제에 짓눌리어 울고 또 피 흘리며 밝아오는 날마다 새 상처를 입고 있다 생각하오. 

 

p103 맬컴 : 나도 그가 잔인하고 음탕하며 욕심 많고 거짓되고 잘 속이며 성급하고 사악하며 온갖 죄의 냄새를 풍긴다고 인정하오. 

 

맥더프 : 무절제한 방탕은 내면의 폭정으로 행운의 옥좌를 졸지에 비우게 하였고 수많은 왕들을 몰락케 했지요. 하지만 자기 것을 갖는 걸 두려워는 마십시오. 쾌락을 은밀히 충분히 즐기고도 차갑게 보일 수가 - 세상 눈은 그렇게 가릴 수가 있답니다. 

 

p104 맬컴 : 가질수록 돋우어진 내 입맛은 나를 더 배고프게 만들어, 충신들을 대상으로 싸움을 날조하여 재산을 빼앗고 파멸시킬 것이오. 


p104 맬컴 : 왕에게 어울리는 정의감, 진실성, 절제와 안정감, 관대함, 끈기와 자비심, 겸손한, 경건함, 인내심, 용기와 불굴의 정신은 기미도 안 보이고, 풍성한 죄악을 제각각 세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범하고 있소이다. 내가 만일 집권하면 화합의 꿀물은 지옥으로 쏟아 붓고 안녕을 깨뜨리며 이 세상 모든 조화 파괴할 것이오. 

 

p105 맥더프 : 권리 없는 폭군이 피의 왕홀 잡았으니 언제 다시 네 건강을 회복하게 되겠느냐. 

그 옥좌의 진정한 후손이 자신을 김치산자라고 고발하며 자신의 혈통을 능멸하고 있으니? 

 

p106 맬컴 : 우리가 합류하면 성공할 가능성은 이 싸움의 정당성과 같은 거요. 

맥더프 : 이렇게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한꺼번에 조화하기 어려워서. 

 

p108 맬컴 : 가장 최근 슬픔은? 

로스 : 한 시간이 지난 건 야유의 대상이죠. 매 순간 생기니까. 

 

p110 맬컴 : 비탄이 입 못 열면 미어지는 가슴에게 터지라고 속삭인답니다. 

 

(5막 1장) 

p115 맥베스 부인 : 아직도 여기에 피 냄새가 남았구나. 아라비아 향수를 다 뿌려도 이 작은 손 하나를 향기롭게 못하리라. 오! 오! 오! 

전의 : 저 무슨 한숨인가! 마음이 무겁게 짓눌려 있구나. 

시녀 : 내 가슴에 저런 마음을 지니지는 않겠어요 저 몸값 전부를 다 준다 하여도. 

맥베스가 왕이 되기 전에 그에게 왕이 되라고, 부추겼던 부인에게 교활함, 권력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은 사라지고, 살인의 흔적만 남았다. 그녀는 미쳤다. 돌이킬 수 없는 끝날일에 대해 마음을 뺏겼다. 


p115 전의 : 이상한 행위는 이상한 문제를 일으키니 그걸 본 자들은 귀먹은 배게에다 비밀을 토할 거요. 

 

(5막 2장)

p116 멘티스 : 복수에 불타는 그들의 사무친 원한이면 마비된 자라도 일어나 혈전 속에 뛰어들 것입니다. 

p117 멘티스 : 폭군은 무얼 하오? 

캐스니스 : 던시네인 언덕을 강화하고 있소이다. 어떤 이는 미쳤다 말하고, 미움이 덜한 이는 만용의 광기라고 하지만 분명한 건 불만에 찬 이 나라를 질서라는 혁대로 묶을 수 없다는 겁니다. 

 앵거스 : 은밀한 살인에서 손을 뗄 수 없다는 걸 지금에야 느낄 거요. 반란이 시시각각 배신을 꾸짖고 그의 하수인들은 명령에만 움직이지 충성심은 없소이다. 지금에야 그 왕권이 거인의 예복처럼 난쟁이 도둑 몸엔 헐렁함을 느낄거요. 


p117 캐스니스 : 정말로 바칠 곳에 충성을 바칩시다. 병든 이 나라의 치료제를 만나서 그와 함꼐 우리 피를 이 나라의 정화에 남김 없이 쏟읍시다. 

 

(5막 3장)

p119 맥베스 : 내 인생의 결과는 시들고 노래진 낙엽으로 전락했고 늘그막에 따라야 할 명예, 사랑, 복종과 많은 친구 같은 것을 가지게 될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되며, 그런 것들 대신에 낮지만 깊은 저주, 입 발린 아첨을 들으니 마음으론 부인하고 싶으나 감히 못해. 

 

p120 맥베스 : 전의는 마음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어 기억 속에 뿌리 박힌 슬픔을 뽑아내고 뇌수에 각인된 고통을 지우며 감미로운 망각의 해독제를 사용하여 왕비의 심장을 짓누르는 위험한 것들을 답답한 가슴에서 못 씻는가? 

 

전의 : 그 일은 환자가 스스로 해야만 합니다. 

 

(5막 4장)

p122 맬컴 : 마음 없이 강요당한 것들 외엔 누구도 그를 돕지 않으니까.

 

(5막 5장)

p124 맥베스 : 무서움의 맛을 나는 거의 잊어버렸다. 

난 공포를 포식했어. 

 

맥베스 : 내일과 또 내일과 그리고 또 내일은 이렇게 옹졸한 걸음으로 하루, 하루, 기록된 시간의 최후까지 기어가고, 우리 모든 지난날은 바보들의 죽음 향한 길을 밝혀주었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 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맥베스는 자기 삶의 허무와 절망의 극치를 드러내고 한다. 적어도 지금 그의 처지에서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 역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온 관객이나 독자의 입장은 다르다. 왜냐하면 맥베스의 허무한 인생 결산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삶의 철저한 부정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강력한 염원이기 때문이다. 삶의 무의미를 이토록 깊이 꿰둟어 보는 이 사람은 지상 최고의 권력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최대로 맛보려 했던 바로 그 맥베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러운 건 고웁다”라는 마녀들의 궤변은 다시 한 번 그 힘을 발휘한다. 맥베스의 악행은 그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비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p125 맥베스 : 내 결심은 약해지고, 거짓을 진실처럼 모호하게 말했던 그 악마의 궤변이 의심되기 시작한다. 

 

p126 맥베스 : 태양이 지겹다는 느낌이 드는구나, 온 우주가 이제는 끝장나면 좋겠다. - 경종을 울려라! - 바람아 파멸아, 오너라! 과인은 적어도 무장은 갖추고 죽으리라. 

 

(5막 7장) 

p127 칼 따위는 우습고 무기는 가소롭다. 

 

p128 맥더프 : 맥베스 네놈이 아니라면 내 칼날은 깨끗하게 아무 일도 않은 채 칼집으로 돌아간다. 

 

(5막 8장)

p129 맥더프 : 돌아서라, 지옥 개야! 

맥베스 : 모든 사람 가운데 난 너를 피해 왔다. 하지만 물러서라, 내 영혼은 너의 피로 이미 너무 꽉 차 있다. 

맥더프 : 말은 하지 않겠다. 이 칼이 내 목소리다, 너 이루 말할 수 없이 잔인한 놈! 


p130 맥베스 : 네놈은 헛수고를 하고 있어. 예리한 네 칼로 허공에 자국을 내는 것이 내 피를 보기보다 더 쉬울테니까. 그 칼로는 깰 수 있는 투구나 내려쳐라. 난 불사신,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자에게 굴복할 순 없느니라. 


맥더프 : 불사신아 절망해라. 네가 항상 섬겨왔던 수호신이 말할 거야, 맥더프는 때 이르게 제 어미의 자궁을 찢고 나왔노라고.  

 

(5막 9장)

p131 로스 : 장군의 슬픔을 그의 가치만으로 헤아리면 안 됩니다. 그러면 끝이 없으니까요.


p133 맬컴 : 과인에게 요구되는 그 밖의 일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시간, 장소, 무게 따라 처리할 것이오. 그러므로 두루두루 한꺼번에 감사하고 스쿤의 대관식에 초청하는 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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