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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5일 09시 53분 등록

파우스트 두 번 읽기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정서웅 옮김, 민음사, 2012

 

■ 저자에 대하여(2)

이번 저자에 대해서는 괴테관련 저서 중, 꼭 읽어 보고 싶은 책들에 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1. 괴테와의 대화 - 요한 페터 에커만(1792~1854) 지음

뤼네부르크와 함부르크 사이로 흐르는 루에 강변의 소도시 빈젠에서 태어난 요한 페터 에커만의 가정은 당대 독일 하층민의 전형적인 생활상을 보여준다. 그는 가난한 살림 때문에 25세에 공문원으로 재직하면서 김나지움 6학년에 입학할 정도로 만학도였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후원자들이 법학공부를 하라며 지원해주지만, 에커만은 문학에의 열망 때문에 밥벌이가 되는 법학을 중도에 포기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인생행로를 결정적으로 바뀌게 한 괴테시집을 처음 대했을 때의 감회를 그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내가 발견한 것은 모든 욕망과 행복과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의 마음이고, 환하게 눈앞에 펼쳐진 대낮과도 같은 독일의 자연이었으며, 부드럽게 정화된 빛 속에 싸여 있는 순수한 현실이었다." (<대화> 1, 들어가는 말)

괴테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던 에커만은 자기가 쓴 <시학논고>를 보내고 괴테는 그 원고와 에커만의 시집을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그해 1823 5월 말경 에커만은 괴테를 만나려고 괴팅겐과 베라탈을 지나 열흘 동안 걸어 바이마르로 간다. 바이마르에 도착하고 나서 며칠 후 처음으로 대면한 두 사람은 이후 괴테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9년 동안 천 번 정도 만나다. 그리고 그때마다 대화를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던 에커만이 그것을 정리하여 괴테 사후인 1836년에 제1부와 제2부를 그리고 1848년에 제 3부를 출간하는데, 이것이 철학자 니체가 '존재하는 독일 최고의 책'으로 평가하는 <괴테와의 대화>이다.

괴테와 에커만의 합착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괴테의 창작과 비평론을 집대성하고 있다.그리스 로마의 고전작가들, 셰익스피어, 월터 스콧, 몰리에르, 바이런 등 대작들에 대한 괴테 자신의 평가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연극비평, 당대 사회에 대한 정치적 견해, 자연관찰에 대한 세밀한 보고, 소소한 삶의 지혜에 이르기까지 그의 세계관이 여기에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2. 이탈리아 기행 - 요한 볼프강 괴테 지음

괴테는 자신의 이탈리아 여행의 목적과 의미를 여러 글 속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다. 카를 아우구스트 Carl August 공장에게 보내는 1788 1 25일자 편지에서 그는 자신의 이탈리아 여행을 다음과 같이 개괄한다.

"내 여행의 주목적은 나로 하여금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조국 독일에서 갖게 된 육체적 도덕적 불행으로부터 나를 치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예술에 대한 뜨거운 갈증을 잠재우는 것입니다. 전자는 나로 하여금 후자가 잘 추진되도록 하였습니다."

이탈리아는 괴테에게 일상의 삶의 활력과 예술의 창조 정신을 되찾게 해주는 매개체였고, 미학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나라였다. 괴테는 자신의 논문 <저자는 자신의 식물학적 연구의 역사를 말한다>(1831)에서도 자신이 바티칸 성당의 미술관에 강렬한 인상을 받아, 고대 그리스 로마 미술 연구가인 빙켈만의 제자가 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후 매일같이 "예술 그리고 고대"에 대한 작업을 하며 나날을 보낸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스를 한 번도 가지 않은 괴테에게 이탈리아는 고대 그리스의 문화, 예술 그리고 신화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의 삶과 로마의 카니발을 체험하면서 인간 본연의 삶에 대한 확증을 찾을 수 있었다. 독일과는 다른 남국 이탈리아에서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서 괴테는 그곳에 체류하는 동안 화가 수업을 받기도 하여 대략 850개의 풍경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이탈리아에서 경험한 남쪽 사람들의 활기 넘친 삶의 모습과 미적 체험들에 대한 기록들이 담겨있는 <이탈리아 기행 Italienische Reise>은 당시 독일인들에게 서구 문화의 근원을 찾도록 해주었으며 동경의 나라로서 이탈리아 여행을 대중화시키는 데 기여를 하였다. 특히 괴테가 이탈리아에서 보고 체험한, 자연, 예술, 신화의 세계는 그의 작품 속에 구현되어 미학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3. 색채론 - 요한 볼프강 괴테 지음

 <색채론>은 색채현상에 대한 관찰기록들로 가득하다. 색채 현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따. 본문에 해당하는 920개 명제들의 대부분이 관찰의 생생한 기록들이다. 얼핏 보면 이게 무슨 이론서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맨눈과 간단한 기구, 즉 판지와 촛불과 프리즘을 이용하여 수많은 각도와 방법으로 수행하고 있는 현장들을 따라가다 보며, 색채 현상들 하나하나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 어떤 중심적인 원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부분이 전체와 통하고, 전체는 부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 철학사의 오랜 숙제인 '부분과 전체'의 문제는 또한 괴테 자연관의 중심명제이기도 하다.

 

  주의 깊은 자에게 자연은 그 어디서도 죽어있거나 침묵하고 있지 않다. 그 작은 부분에서도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반복된다. (<색채론>의 머리말)

  대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것은 가장 작은 테두리에서도 진행되는 걸세.(1831년 초봄, 리머에게 보낸 편지)

  그렇다네, 자연의 위대함은 너무도 단순하다는 데에, 그리고 아주 거대한 현상들을 작은 것 속에서도 언제나 반복한다는 데에 있는 걸세.(1826 12 20,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부분과 전체 사이의 내밀한 연관관계에 대해, 괴테는 무엇보다도 '관찰자의 체험 현장'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부분과 전체의 통일적 연관은 오성, 이성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체험과 직관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관찰자의 경험 순간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이론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좀 다르다. "세계를 주의 깊게 응시하는 순간 이미 이론이 형성된다"(<색채론>의 머리말) 관찰 행위와 이론 구성이 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 사이에 사변이나 논리가 끼어들기 어렵다. 그러므로 그가 다채로운 색채 현상을 관찰자와는 아무 연관도 없는 놀리와 수식 속에  가두어버린 뉴턴의 광학을 거부한 것은 이해가 간다. 자연과 인간을 따로 나누어 보는 뉴턴의 기계론적 사고방식이 초래할 세계 분열을 직감했던 것이다. 뉴턴 역학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과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학 공식과 측정 기구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가상 세계와 만나고 있는 꼴이 된다. 고정밀도의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계는 우리의 감각과 소통될 수 없는 추상의 세계이며, 그 낯설고 황량한 세계는 현대 산업문명의 다양한 얼굴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괴테의 다음 발언은 반만 적중한 셈이다.

 

  장차 기계적이고 원자적인 사고방식은 우수한 머리를 가진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배척당하고, 모든 현상들이 역동적으로 그리고 친화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자연의 신적인 생명은 점점 더 확인될 거시다. (1812 4 22일의 일기)

 

4. 출저 

생성의 관점에서 본 <괴테와의 대화> (장희창, 한국괴테학회)

괴테의 미학적 체험 연구 : <이탈리아 기행>을 중심으로 (김선형, 한국괴테학회)

생태적관점에서 괴테의 <색채론> (장희창, 한국괴테학회)

근대인간의 자기주제화 (홍길표, 한국괴테학회)

괴테의 <파우스트> 나타난 사랑과 죽음(오순희, 한국괴테학회)

파우스트의 엔텔레기적 양상(유창국, 한국괴테학회)

  영화 속 파우스트 (남완석, 우석대, 2010)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는 화일로 첨부했습니다.

 

 

■ 내가 저자라면(2)

 

 <파우스트>모티브는 지금까지 가장 빈번하게 영화화되어 왔고 또 계속해서 되고 있는 범세계적인 소재들 중 하나이다. 영화 속에서 파우스트의 흔적을 추적한 <영화 속 파우스트 Faust im Film>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 편의 <파우스트>영확 제작되었다고 한다. 100여년이 조금 넘은 영화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이는 통계적으로 매년 2편의 파우스트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파우스트> 모티브가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꾸준히 영화화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먼저 파우스트와 영화의 매체적 친화력을 이야기할 수 있다. 파우스트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를 인간의 한계와 유한성의 극복에 대한 갈구라고 한다면, 영화는 바로 이러한 욕망이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표현 욕구는 영화 이전의 시각적, 서사적 예술수단들이 갖고 있던 시간구성과 공간구성의 제한으로부터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비로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것보다는 환성적인 것을 묘사하고 표현하는데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종합예술로 부상한 영화에 맞서서 개별 매체들은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이때 <파우스트>모티브는 연극을 넘어 오페라나 발레 등으로 변형되면서 새로운 표현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다음으로 <파우스트> 모티브의 요체는 무엇인가? 팬실바니아 대학에서 비교문학과 독문학을 연구하고 있는 호르스트 뎀리히는 다음과 같이 압축하고 있다.

 "메피스토와의 계약 혹인 내기나,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들과 타락의 모습들 간의 갈등, 삶의 향락과 앎에 대한 충족시킬 수 없는 갈증, 기독교적 덕목과 기독교 이전, 혹은 이후의 삶의 감정간의 충돌, 사랑과 원죄의 경험, 사회에서 규정한 모든 경계의 위반 없이 파우스트는 생각할 수 없다."

 이를 기존의 파우스트 영화들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해서 좀 더 압축한다면 결국 <파우스트>의 핵심은 '악마와의 계약', '자기파멸적이고 순수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파우스트> 영화에서 주인공은 과학자, 의사, 변호사, 농부, 택시운전사와 같은 다양한 직업에도 불구하고 모두 공통적으로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추구한다. 그리고 추구와 갈망의 대상은 젊음이나 사랑, 지식, 또는 직업적 성공이 된다. 특히 대부분의 영화에서 갈망의 주요한 대상 중 하나는 여성과의 사랑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갈망하는 주인공은 그것을 이룰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이때 정체불명의 조력자가 등장해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며 그를 유혹한다. 그리고 그 제안의 내용은 바로 주인공이 갈망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대가로 그의 영혼을 갖겠다는 것이다. 갈망하는 대상을 얻기 위한 욕심에 눈이 먼 주인공은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내가 만약 시나리오 작가라면 악마에게 영혼을 내어주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기 보다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사건을 진행시키고 싶다. 단순한 욕정을 탐닉하기 보다, 어린 시절의 그 무한한 상상을 느껴보고 싶다.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아마도 현재의 열정을 그대로 아이의 마음속에 옮겨 놓는다면, 재미있는 글이 나오지 않을까? 톰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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