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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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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5일 10시 27분 등록

파우스트 (Faust)

* Johann Wolfgang von Goethe 지음, 정서웅 옮김, 민음사, 1999.03.15

 

파란색 : 두 번째 읽기 추가 내용

초록색 : 첫 번째 읽기와 두 번째 읽기의 중복

붉은색 : 느낀 점

 

1. ‘인류 의 웅덩이(저자에 대하여)

Johann Wolfgang von Goethe  

 

괴테_앤디워홀.JPG

베르테르 신드롬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주인공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따라하고 소설 속 사건인 자살까지 모방하는 사회적 경향을 이야기하는 용어다. 최진실씨의 안타까운 죽음과 무사 같은 정치가의 운명 같은 죽음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네들을 사랑한 나머지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하고픈 충동이 마음 속에 일었다. 베르테르는 이 야만적인 시대에 이 나라의 사건들에게까지 미쳐있다. 어쨌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의 작가가 괴테다.

 

괴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그는 이 소설을 20대 중반에 썼고 이 소설로 인해 그는 18세기에 일약 전세계적인 인기 작가 반열에 단번에 오른다. 그런 괴테를 말해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또 다른 소설이 하나 더 있으니 파우스트. 독일 문학의 최고봉을 상징하는 괴테의 생애를 돌아보면 이 두 소설로 그는 ‘거인’이라는 표현을 선사 받아 마땅하다.  

 

80년이 넘는 긴 생애 동안 활동하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같은 베스트셀러에서 파우스트같은 대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폭넓은 작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나폴레옹은 1808년에 괴테를 만나고 다음과 같은 묘한 말을 남겼다. “여기도 사람이 있군.” 일각에서는 당대 최고의 영웅이며 천재로 칭송되던 나폴레옹이 괴테를 자신에 버금가는 인물로 인정한 것이야말로 최상의 찬사라고도 여긴다.

 

그의 종교관은 특이하다. 그는 루터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1755년 리스본 지진과 7년 전쟁을 계기로 신앙에 회의를 가졌다. 1782년 괴테는 "난 반 기독교인이나 말뿐인 기독교인(un-christian)이 아니라 비 기독교인(non-christian)이다."라고 말했다. 전쟁의 풍경은 신에 대한 믿음을 앗아갔고 그는 당시 절대적이라 할 만한 기독교에서 스스로 자유로웠다. 그런데 당시 독일 사회에서 기독교를 배척한 개인이 사회적 찬사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좀 더 알아 봐야 할 일이다. 그 시대의 독일 사회가 그 정도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어쨌든 그의 생을 찬찬히 톺아보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1749 8 28,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났다. 귀족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넉넉한 중산층 집안에서 자라나며 어려서부터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 접했고, 8세에 시를 짓고 13세에 첫 시집을 낼 정도로 조숙한 문학 신동이었다. (대가의 공통된 어린 시절은 타고남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타고남은 사후적 평가가 아닌가. 어쨌든) 부친의 권유로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20대 초반에 변호사로 개업했지만, 괴테의 관심은 이미 법률이 아니라 문학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여러 문인과 교제하고, 광범위한 독서에 몰두하며, 시와 희곡 등을 습작한다.

 

1772년에 괴테는 업무상 베츨라르에 머물며 요한 케스트너라는 새 친구를 사귄다. 케스트너에게는 샤를로테 부프라는 약혼녀가 있었는데, 괴테는 첫눈에 반해 그녀를 짝사랑하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괴테는 얼마 뒤에 한 친구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자살했다는 비보를 전해 듣는다. 이 소재에 자신의 체험을 섞어서 쓴 소설이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이다. 앞서 설명했듯 주인공 베르테르의 옷차림이 유행하고 모방 자살까지 일어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20대 중반의 나이로 하루아침에 유명 작가가 된다.

 

 1775, 괴테는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이후 제2의 고향이 된 바이마르로 향한다. 인구 6천 명의 이 작은 공국의 신임 군주 카를 아우구스트 대공은 괴테를 전적으로 신임하며 국정을 맡긴다. 성공적인 공직 수행에도 불구하고 괴테의 내면에서는 예술을 향한 갈증에서 비롯된 불안이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나는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써먹을 수는 없다.” 지적인 애인 샤를로테 폰 슈타인이나 당대의 지식인 헤르더와의 교제도 그의 욕구불만을 해소시키진 못했다. 급기야 괴테는 바이마르 생활 10년 만에 도망치듯 혼자 여행을 떠난다.

 

1786 9 3, 새벽 3, 칼스바트에서 몰래 빠져 나왔다.” 이렇게 시작된 3년여의 여행 동안 괴테는 이탈리아의 주요 명소를 돌아보고 한동안 로마에 머물면서 느긋이 휴식을 취한 다음, 1788년 여름에 바이마르로 돌아왔다. 이때의 경험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괴테의 인생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본 수많은 고전 예술품의 미적 기준을 이상으로 삼은 특유의 고전주의적 예술관이 확립된 것은 물론이고, 이 여행을 통해 크게 변모된 괴테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옛 친구들과의 결별이 이어지며 긴 고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괴테는 실러라는 또 다른 독일 문학의 거장과 교류함으로써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 되었다. “자네는 내게 또다시 청춘을 안겨주고, 나를 또다시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네.” 179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우정은 급기야 실러가 괴테를 따라 바이마르로 이주하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크세니엔’(1795)이라는 풍자시를 공저했고, 서로의 작품을 비평하며 집필을 독려했다. 희곡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1787), ‘에그몬트’(1788), ‘토르크바토 타소’(1790), 그리고 독일교양소설의 전형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6) 등이 이 시기를 전후해 나온 괴테의 작품들이다.

 

 1805년에 실러가 46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하자 괴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환갑을 맞이한 1809년부터 사망 때까지 20여 년간 비교적 평온한 삶 속에서 괴테의 창작력은 절정에 달했다. 희곡 [파우스트] 1(1808), 소설 [친화력](1809), 자서전 [시와 진실] 1~3(1811~13), 기행문 [이탈리아 기행](1816), 시집 [서동시집](1816) [마리엔바트의 비가](1823),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1829), [시와 진실] 4(1830) 등이 모두 이 시기의 작품이다.

 

 1825년에 괴테는 파우스트2부의 집필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6년 뒤인 1831년에 드디어 탈고했다. 하지만 그는 간행을 서두르지 않았고, 원고를 봉인한 뒤에 자신의 사후에 발표하도록 주위에 지시했다. 평생의 역작을 완성한 이상, 이제는 자신의 최후가 가까웠음을 실감했기 때문일까? 이듬해인 1832 3 22, 괴테는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바이마르의 한 묘지에서 평생의 지기였던 실러 곁에 누웠다. 사망 다음날 괴테의 유해를 본 에커만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평안한 기색이 고귀한 얼굴 전면에 깊이 어려 있었다. 시원한 그 이마는 여전히 사색에 잠겨 있는 듯했다.”

 

그는 우리가 책상 앞에 놓고 있는 소설 파우스트를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 완성시켰다. 비록 그 생애가 오로지 파우스트에 모든 것을 몰입한 시간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한 인간이 60년을 걸어 꾸준히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물은 위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릎 꿇고 읽을 일이다.

두 번 읽기 추가

 

나는 괴테가 10년 간 행정 관리로 일하다 도망치듯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 주목한다. 당시 18세기 유럽,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는 자유의 공기가 지배하는 예술의 도시였다. 습하고 음침한 북부 유럽의 모든 사람들이 남부 유럽을 동경해 마지 않는 이유다. 괴테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게다가, 괴테는 바이마르 공국에서 왕을 보필하며 10년간 행정관리의 책임을 수행하고 있었다.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청년 괴테가 느꼈을 갑갑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는 단행한다. 일상을 끊어버리려는 마음이 발심했고 행동에 옮기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생을 깊이 고민하고 자기를 매일 들여다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단호함은 바로 이런 데서 나온다.

 

그리고 도착한 나폴리에서 그의 생은 숨통이 트인다. 이탈리아 각지를 다니며 그림을 그렸고 원 없이 글을 썼고 시를 노래했다. 시칠리아도 갔다. 여행 이후 괴테의 삶은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쓰다 만 파우스트를 다시 쓰기 시작했고 주옥 같은 작품들이 쏟아졌다. 원숙한 작품과 깊이 있는 글들이 그의 생을 풍요롭게 하였다.

 

나에겐 2004년 학업을 마치고 들어간 직장이 만으로 8, 벌써 9년 차에 이르렀다. 26세에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27세에 바이마르 공국의 행정 관리가 되었던 괴테와 비슷하다. 괴테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10년간이나 행정 관리 직책을 버텨갔을까. 10년 이었을까. 10년 째 되던 어느 날 벼락 같은 일념이 찾아오고 곧바로 일상을 끊어버린 그 순간은 또 어떻게 왔을까. 곧 직장생활 10년에 접어드는 나에게 괴테의 삶은 결코 남 같지 않은 나의 일로 다가온다.

 

괴테는 일상이 주는 환멸에 대처하는 자세를 준엄하게 묻고 있다. 괴테의 삶이 책에 있지 않고 박물관에 있다면 그가 이탈리아로 떠날 때 둘러맨 배낭은 나를 노려보며 말할 것이다.

 

꿈 꾸고 있는가?”

 

 2. ‘악마와의 키스(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본문 내용, Ü : 나의 언어)

 

헌사

□ 너희와 더불어 기뻤던 날들의 영상이 되살아나니 (p. 7)

사랑스런 모습들 무수히 떠오르고 반쯤 잊혀진 옛이야기마냥

첫사랑과 우정의 기억이 새삼 새로워지는구나.

 

Ü 이 문장을 읽은 직후, 지난 일들이 파노라마로 훅 지나갔다. 글의 마력이다.

 

□ 다시 아파오는 마음으로 탄식 속에서

미궁 같은 삶의 미로를 더듬으며,

행복을 바라며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다가

나보다 먼저 사라져간, 저 선량한 이들을 불러본다. (p. 8)

 

□ 아,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나온 것,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면서

우리 입술이 수줍은 듯 웅얼웅얼 노래한 것 (p. 11)

 

찬란하게 빛나는 건 순간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참된 건 후세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는 법이랍니다.

 

□ 이성, 오성, 감성, 정열 뭐든지 다 좋지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익살을 빠뜨려선 안 된다는 사실을! (p. 11)

Ü 맞다. 익살은 여유다. 여유는 자유로 가는 길목이다. 익살이 중요하다.

 

□ 그야말로 호기심에 이끌린 발걸음 이랄밖에

여인네들은 화려한 몸단장으로 자신을 과시하며

보수도 안 받고 우리 공연에 일조해 준다네. (p. 13)

 

너희 가련한 바보인 시인들은 무슨 목적으로

고귀한 뮤즈 신을 괴롭힌단 말인가?

일러두네만, 그저 많이, 점점 더 많이 내놓기만 하라고. 

 

□ 시인 : 자연이 베풀어준 지고한 권리,

그것은 가슴 속에서 솟아나와

온 세계를 다시 가슴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조화의 힘이 아닐까요?

누가 이 단조롭게 흘러가는 대열에

생명을 불어넣어, 운율을 띠고 약동하게 만들겠어요?

누가 개개의 것을 골고루 성스럽게 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게 하겠어요?

누가 폭풍우를 미친 듯한 열정으로 만들 것이며

저녁 노을이 의미 깊게 타오르도록 하겠어요?

누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는 길에

아름다운 봄 꽃을 뿌려줄 것이며

누가 이름 모를 잎새들을 엮어

온갖 공적을 기리는 영예의 관을 만들겠어요?

누가 올림포스 산을 보전하고, 누가 제신들을 화합케 하겠어요?

그것은 시인 속에 현현되는 인간의 힘일 뿐이지요. (p. 15)

Ü 시인은 세계를 재 창조한다.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지나쳐 버리는 것을 포착한다. 어제의 세계를 오늘의 세계로 바꿔버린다. 인간을 바라보고 세상을 들여다 본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아닌 눈물 겨운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

 

어릿광대 : 각자 체험을 하면서도 의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그걸 붙잡아내기만 해도 흥미로운 것이 되겠지요.

잡다한 형상 속에 약간의 명징함을.

수많은 오류 속에 진리의 불꽃 한 점 흘려 넣으면 그것으로 최상의 술을 빚어낸 셈이니

온 세상은 생기를 띠고 소생하게 될 것이외다. (p. 15) 

 

□ 시인 : 안개가 온 세상을 가리고

꽃봉오리가 아직도 기적을 약속해 주던 시절

골짜기마다 가득 메웠던

온갖 꽃들을 꺾었던 그 시절 말이오.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은 흡족했으니

진리에의 충동과 환상에의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었소. (p. 16)

Ü 삶의 기쁨과 행복에 대해서 고민하자. 나는 어디에서 기쁨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가. 시인이 말한 그 시절을 나는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가.

 

천상의 서곡

□ 라파엘 : 태양은 옛날과 다름 없는 음조로 형제 별들과 노랫소리 겨루며

그에게 정해진 길을 우레 같은 걸음으로 내닫는다.

그를 보면 천사들은 힘을 얻나니 비록 오료한 이치 터득할 자 없어도

그 불가해한 역사 천지창조의 그날처럼 장엄하여라. (p. 19)

Ü 태양이 도는 사태를 불가해한 역사로 보았다. 장엄함의 표현이 깊다.

 

□ 차라리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던들

그들은 좀더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그것을 이성이라고 부르면서

어떤 동물보다 더 동물적으로 사는 데 써먹고 있지요. (p. 22)

 

□ 메피스토펠레스 : 내기를 할까요? 당신은 결국 그 자를 잃고 말 겁니다.

허락만 해 주신다면 녀석을 슬쩍 나의 길로 끌어내리리이다.

주님 :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그러면 좋다. 네 재량에 맡기겠다.

그의 영혼을 그 근원으로부터 끌어내어

만일 그것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어디 너의 길로 유혹하여 이끌어보려무나.

하지만 언젠가는 부끄러운 얼굴로 나타나 이렇게 고백하게 되리라.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잘 알고 있더군요. 라고. (p. 23~24)

 

Ü주님은 인간에 대한 낙관으로 가득 차 있다. 파우스트의 가치 기준이 어떨지 흥미진진해 진다.

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방황하게 되어 있는 것이 삶이다. 평온하고 조화로운 순간이 단 한 순간도 없는 것이 생이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걱정과 근심, 두려움과 긴장으로 살아가고 기쁨과 행복, 희로애락애오욕을 느낀다. 기쁘든 슬프든 그것은 방황이다. 인간은 방황이다.

 

□ 주님 : 인간의 활동력은 너무 쉽사리 느슨해져

무조건 쉬기를 좋아하니,

나 그에게 적당한 친구를 붙여주고자 함이라.

그를 자극하고 일깨우도록 악마의 역할을 다하거라. (p. 25)

 

Ü 쉬지 않고 일하고 행하는 것은 악마의 역할이었나. 하기야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뭐든지 과분하면 그 과분하게 된 원인으로 하여금 몰락하게 만들었는데 일이 넘치는 자는 일로써 파멸시키고 돈으로 넘치는 자는 돈으로써 파멸에 이르게 했다. (두 번 읽고 사유를 보충할 것)

Ü 과도함을 버릴 수 있는 것은 용기다. 자신이 자신의 과도함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 조차 어렵고 힘든 일 아니겠는가. 메피스토의 역할은 파우스트가 지닌 사유의 과도함을 조절하는 일이리라. 주님은 혜안을 가졌다.

 

□ 메피스토 : 위대한 주님치곤 너무 인정이 많아.

나 같은 악마까지도 인간적으로 대해 주니 말이야 (p. 25)

 

비극

1

 

□ 파우스트 : !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석사니 박사니 허울 좋은 이름만 들으며 그럭저럭 십 년이란 세월을 위로 아래로 이리저리

내 학생들의 코를 끌고 다녔을 뿐

박사니 석사니 문필가니 목사니 하는 온갖 멍청이들보다는 현명한 편이지.

나는 회의나 의혹 따위로 괴로워하지 않고, 지옥이나 악마 따위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그 대신 모든 즐거움은 사라져버리고 무언가 올바른 것을 알았다는 자부심도 없으며,

인간을 선도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그럴싸한 걸 가르칠 자신도 없구나.

그렇다고 재산과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의 명예나 영화도 누리지 못하니 개라도 더 이상 이 꼴로 살기는 원치 않으리라!

하여 나는 마법에 몰두하였다. 정령의 힘과 말()을 빌어 많은 비법을

알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다. 그리 되면 더 이상 비지땀 흘려가며 나도 모르는 걸 지껄일 필요가 없을 것이요. (p. 30)

 

우리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보니

내 가슴은 거의 타버릴 것만 같다. (p. 30)

Ü 우주의 삼라만상을 꽤 뚫고 있는 부처조차 자신이 아는 것은 갠지강의 수많은 모래 알 중 하나일 뿐이라 했다. 예수는 마지막 순간,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하였고 부처는 마지막 순간, ‘하나의 중생도 구원하지 못하였다.’ 했다. 피와 살로 된 인간이며 여자에게서 나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생은 존재 너머의 사태를 알지 못한다. 구원하지 못하고 제도하지 못한다. 그런 삶을 어떻게 살아야 존재로써 가치를 다 하는 삶인가. 정답은 있는가. 누가 알겠는가. 순간을 살아가는 나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것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부처와 예수가 구원하고 제도 시키려 했던 삶은 내 안에 있고 모든 답은 내 안에 존재한다.

 

마법은 이 세계를 가장 내밀한 곳에서

통괄하는 힘을 알게 되고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통찰함으로써

더 이상 말의 소매상을 벌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p. 30)

 

Ü 파우스트는 어느 날, 자신의 서재를 둘러보며 지나온 자신의 삶을 회상하고 있다.

파우스트.JPG  

렘브란트가 그린 서재에 있는 파우스트

나는 렘브란트의 빛의 그림이 좋다. 그의 주름 많은 생도 멋지고

 

어찌하여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너의 모든 삶의 충동을 억제하는가를?

신은 인간을 생동하는 자연 속에

창조해 넣어주었는데,

연기와 곰팡이 내음 속에서 널 에워싸고 있는 것은

동물과 해골과 죽은 자의 뼈다귀뿐이더냐.

 

도망치자! 일어나! 저 바깥 넓은 세계로 나가자! (p. 34)

 

Ü 스스로를 선동하라.

Ü 광막한 우주에 비하면 이 지구도 좁고 지구에서도 선 그어진 제도 공동체들은 얼마나 좁은가?좁고 좁은 곳만 골라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70억 좀팽이들. 지금 뭐하고 있는가?

 

□ 아니, 내가 신이 아닐까? 내 눈이 이다지도 밝아오다니! (p. 36)

이 순수한 필치를 보노라니 자연의 섭리가 내 앞에 펼쳐 있음을 알겠다.

이제 비로소 저 형인의 말을 알겠구나.

<정령의 세계가 닫혀 있는 게 아니라 네 오관이 닫힌 것이요, 네 마음이 죽은 것이니라!

일어나라, 학생들이여, 결연한 자세로 세속에 병든 가슴을 아침의 태양에 씻어내도록 하라!

 

부적을 들여다 본다.

 

모든 개체들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적용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늘의 힘들이 오르내리며 황금의 두레박을 주고받는구나!

축복의 향기 풍기면서 이 모든 것 하늘로부터 지상으로 내려와 조화롭게 삼라만상을 통해 울려 퍼진다! (p. 36~37)

 

Ü Bin ich ein Gott? 신의 창조 활동에 참여하려는 파우스트의 초월적 욕망.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문학적 질풍노도)정신의 일단이 엿보인다. (각주)

Ü 괴테는 연기(緣起)를 깨달았다. 세상의 원형이 소통하는 장면

□ 이 무슨 장관이랴! 그러나 아아! 그저 한낱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을 뿐!

내 너의 어디를 붙잡아야 할까, 무한한 자연이여?

너희 젖가슴들아, 어디에? 너희는 모든 생명의 근원

하늘과 땅도 너희에게 매달려 있고

메마른 가슴 다투어 그곳으로 달려간다.

너희는 샘솟으며 만물의 목을 축여주건만, 나만 헛되이 애태워야 하는가? (p. 37)

 

Ü 젖가슴은 지식과 인식의 원천을 일컫는다 (각주)

 

□ 지령 : 나 생명의 흐름에서, 행위의 폭풍에서

오르락내리락 골고루 관장하고

이리저리 누비며 짜낸다!

탄생과 무덤

영원한 바다

변화무쌍한 조직

불타는 생명

, 시간이라는 소란한 베틀에 앉아

신의 생동하는 옷을 짜낸다. (p. 41)

 

□ 바그너 : 용서하십시오! 선생님께서 낭송하시는 소릴 들어서요.

아마도 그리스 비극을 읽으셨겠지요? (p. 42) Ü 반가운 책이닷

 

□ 파우스트 : 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이성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바그너 : , 맙소사! 예술은 길고

우리의 인생은 짧습니다. (p.43~44)

 

□ 파우스트 : 이 친구야, 과거의 시대들이란 우리에게 일곱 겹으로 봉인한 책이나 다름없어. 자네들이 시대정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작가 양반들 정신 속에 그 시대가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네. 그러기에 실은 딱한 일이 종종 생기곤 하지!

사람들이 자네들을 보기만 해도 도망치지 않던가. 쓰레기통이나 넝마 창고, 아니면 기껏해야 꼭두각시 극에나 어울릴 그럴싸한 실용적 처세훈을 엮어 넣은 신파극이나 벌여놓으니 말일세 (p. 45)

 

Ü 시간에 구속된 인간은 자기가 속한 사회나 시대를 극복하지 못한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극복하지 못하는 원리와 같다. 그렇다면 시인과 작가들 또한 세계를 재창조 할 수 있는 것이 맞는 말인가. 단지 시선을 조금 비튼 것 말고는 다르지 않은가.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시인과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재창조 할 수는 있다고 믿고 있다.

 

□ 파우스트 : 신과 닮은 나는 이미 영원한 진리의 거울에 아주 가깝다 생각했고

하늘의 광채와 밝음 속에 노닐면서 속세의 아들이란 탈을 벗어버렸다.

천사 케룹보다 뛰어난 나는 이미 자유로이 자연의 혈관 속을 흐르며

창조적으로 신의 삶을 향유하리라는 예감에 차 있었는데

, 이 무슨 창피한 꼴이란 말인가!

우레 같은 말 한 마디에 혼비백산하고 말았으니.(p. 46~47)

 

□ 정신이 획득한 아주 훌륭한 것에도

점차 이질적인 물질이 달라붙는 법,

우리가 이 세계의 선에 도달한다 할지라도 더 나은 선을 거짓이며 착각이라고 부르는 법,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해 준 아름다운 감정들도 어지러운 속세에서 마비돼 버리고 마느니. (p. 47)

 

□ 곧 마음속 깊이 걱정이 둥지를 틀게 되고, 거기 남모르는 고통이 생겨나

불안스레 흔들대며 기쁨과 안식을 방해한다.

걱정은 항상 새로운 탈을 쓰고 나타나는 즉

집과 농장, 아내와 자식, 또는 불, , 비수 그리고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별것도 아닌 일 때문에 두려워 떨고,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놓고 줄창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신들을 닮지 않았다!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흙더미를 파헤치는 벌레와 닮았다.

흙먼지를 먹으며 살아가다가

나그네의 발길에 밟혀 파묻혀버릴지도 모른다.

 

어디서나 인간들은 고통을 겪는다는 것

어쩌다 하나쯤 재수 좋은 놈이 존재했다는 것,

그걸 알려고 수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p. 48~49)

 

□ 밝은 대낮에도 자연은 비밀에 가득 찬 베일을 벗지 않나니,

우리의 정신에게 내보이려 않는 것을 지렛대나 나사 따위로 얻어낼 수 있겠느냐 (p.49)

Ü 흐린 날 태양이 비추지 않는다고 징징대지 말자.

 

□ 이 숭고한 삶, 이 신성한 기쁨, 아직 벌레 같은 내가 이것을 향유할 자격이 있을까?

오냐, 저 다정한 지상의 태양으로부터 결연히 등을 돌리자!

모두들 살금살금 피해 가는

저 문을 과감히 박차고 나가자.

이제 행동으로 증명할 때가 왔다.

인간의 용기는 신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

환상 속에 고통을 만들며 자신을 저주하는

저 어두운 동굴 앞에서도 떨지 않는다는 것,

지옥의 모든 불길 활활 타오르는

저 좁은 통로를 통해 과감히 들어가

비록 허무 속으로 휩쓸려들 위험이 있다 해도

이 발길 씩씩하게 내디딜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p. 51)

 

□ 파우스트 : 무엇을 찾는가? 먼지 속에 처박힌 나를 찾는가?

복음은 잘 들리지만, 나에겐 믿음이 없다.

기적은 믿음의 가장 사랑스러운 자식.

나를 다시 삶 속으로 되 불러주는구나. (p. 53)

 

Ü 그의 종교관은 특이하다. 그는 루터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1755년 리스본 지진과 7년 전쟁을 계기로 신앙에 회의를 가졌다. 1782년 괴테는 "난 반 기독교인이나 말뿐인 기독교인(un-christian)이 아니라 비 기독교인(non-christian)이다."라고 말했다. 전쟁의 풍경은 신에 대한 믿음을 앗아갔고 그는 당시 절대적이라 할 만한 기독교에서 스스로 자유로웠다. 그런데 당시 독일 사회에서 기독교를 배척한 개인이 사회적 찬사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좀 더 알아 봐야 할 일이다. 그 시대의 독일 사회가 그 정도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 네번째 직공 : 멋진 아가씨들과 기막힌 맥주가 기다릴 거야.

멋들어진 싸움판도 벌일 수 있고 (p. 56)

 

□ 시민 : 아니, 신임 시장은 마음에 들지 않아!

시장이 되고 나더니 날이 갈수록 거만해지고 있어요. 우리 시를 위해서 도대체 무얼 한 게 있지요? 매일 사정이 나빠지기만 하잖아요? 시민들은 평소보다 더 복종을 강요당하고 내야 할 세금도 전보다 더 늘었다니까요. (p. 57)

Ü 시대를 불문하고 행정 관리는 권력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다. 권력이 자기로부터 나온다는 착각, 권력의 사유화

 

□ 파우스트 : 자네, 몸을 돌려 이 놓은 언덕으로부터 시내 쪽을 내려다보게나. (p. 60)

Ü 고개 돌리면 그곳이 피안이다.

 

□ 파우스트 : 어느새 마을로부터 왁자지껄하는 소리 들려오는가. 여기야말로 민중의 참된 천국이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쁜 환호성을 지르는군. 여기에선 나도 인간이다, 여기에선 나도 인간이 되리라.

 

바그너 : 제겐 모두 역겨운 소리들입니다. 귀신에게 쫓기듯 미쳐 날뛰면서

그걸 즐거움이요, 노래라고 하는 거예요. (p. 61)

Ü 시각, 사유의 차이는 극명하다.

 

□ 모두들 미친 듯이 춤을 추었네.

얼씨구! 절씨구!

어얼씨구! 얼싸 좋아라!

깡깡이 소리 한번 멋들어지구나. (p. 62)

 

□ 상극 관계에 있는 것을 조합하려 하셨네. 용감한 구혼자인 붉은 사자를 (p. 66)

Ü ein roter leu. 붉은색의 산화수로 남성의 금속소. 백합으로 불리는 흰색 염산이 여성이 되어 양성이 격합하면 아름다운 공주님이 탄생한다는 연금술의 이야기가 있다. (각주)

연금술어디 마음의 연금술은 없나. 강산에가 부르던 처럼

 

색깔별로 한 눈에 척 알아볼 수 있고

이래도 좋고 또 저래도 괜찮은

가나다라 차례로 잘 정리되어 있고

나중에 생각해도 기분 좋은


그런 여러 가지 많은 답들이

내 안에 가득 차 넘치면

너무 좋겠네 좋겠네

언제든지 바로 꺼내어 볼 수 있고

낮에도 밤에도 이해가 잘되는

그런 답들이 가득 차 넘쳤으면


어떡하면 무얼하면 어디로 가면

내가 더 웃고 또 춤 출 수 있는

그런 여러 가지 많은 답들이

내 안애 가득 차 넘치면  너무 좋겠네 좋겠네


그런 여러 가지 많은 답들이

내안에 가득차 넘치면 너무 좋겠네 좋겠네


 
언제든지 바로 꺼내어 볼 수 있고

 
낮에도 밤에도 이해가 잘 되는

 
그런 답들이 가득 차 넘쳤으면

[출처] 강산에-|작성자 호프가이

 

 

□ 파우스트 : 알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필요로 했지만,

알고 있는 것은 사용하지 못했다. (p. 67)

그러나 결국 태양의 여신은 가라앉을 것이다. 그래도 내겐 새로운 충동이 깨어나

태양의 영원한 빛 마시기 위해 달려가리라.

 

Ü 지식을 쌓는 일을 집어 치워야 할 일이다. 지혜와 통찰이다.

Ü 빛을 마시다. 빛을 마시다

 

□ 바그너 : 숲과 들을 바라봐도 이내 싫증이 나고

새의 날개 따위도 부러울 것 같지 않네요.

하지만 이 책, 저 책, 이 쪽 저 쪽 읽어가는

정신의 즐거움은 얼마나 다른지요! (p. 68)

 

Ü 쌓이겠지, 생의 관점과 자신의 기준이, 그리고 지혜가 생기고 통찰이 생길 것이다.

 

□ 파우스트 : 내 가슴 속엔 아아! 두 개의 영혼이 깃들여서 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 현세에 매달려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오르려고 하네. (p. 69)

Ü 인간의 상직적으로 대립하는 두 관념이다. 이 말은 보편적이다.

 

□ 파우스트 : 자네 모르겠나, 저 녀석이 커다란 나선형을 그리며 우리의 주위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걸. 그리고 착각이 아니라면, 녀석이 지나간 자리엔 불꽃의 소용돌이가 뒤따르고 있단 말일세 (p. 70)

 

Ü 생의 눈물겨움이 달려든다. 하나의 우주가 다가온다.

 

□ 서재

파우스트 : (삽살개를 데리고 들어오며)

나는 들과 초원을 떠나왔다.

그것은 깊은 밤의 장막에 싸였고,

밤은 예감에 가득 찬, 성스러운 두려움으로

우리 마음속 선한 영혼을 일깨워 준다.

온갖 격렬한 행위를 동반하는

거친 충동 잠들었으니,

인간의 사랑 움터나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고개를 든다. (p. 72)

 

□ 우리는 삶의 시냇물을,

아아, 그 삶의 원천을 그리워하노라. (p. 73)

 

Ü 생의 연원, 원형, 삶을 지탱하는 수레

 

□ 그러나 아아! 이 마음 간절해도 더 이상 만족감이 솟아나지 않는구나.

그러나 왜 삶의 강물은 그리도 빨리 메말라 우리를 다시 갈증에 허덕이게 하는가?

그것은 내가 수없이 경험해 온 것.

이러한 결핍을 메우는 일은 초현세적인 것을 숭상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한번

그 성스러운 원문을 사랑하는 독일어로 옮겨보고 싶구나. (p. 74)

 

Ü 모국어를 지그시 바라보는 괴테의 모습이 그려진다.

 

□ 파우스트 : 4대 원소의 힘과 특성을 알지 못하는 자,

정령을 다스리는 대가라 할 수 없으리라. (p. 76)

 

Ü 파우스트는 지적 강박과 지적 권위주의에 갇혀 있다.

 

□ 파우스트 : 그건 그렇고 자넨 대체 누군가?

메피스토펠레스 :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분입지요.

항상 부정을 일삼는 정령입니다.

당신들이 죄라느니, 파괴라느니, 요컨대 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제 원래의 본성입니다. (p. 80)

 

Ü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와 첫 대면이다. 주님과의 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메피스토펠레스 :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이랍니다.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지요.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오고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물체는 빛의 진로를 가로막지요. (p. 81)

 

무와 맞서고 있는 그 무엇, 이 볼품없는 세계에 대해 벌써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그것을 장악할 수 없더군요. 파도, 폭풍, 지진, 화재 등 온갖 것 다 동원해도

결국 바다도 육지도 멀쩡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p. 81)

Ü 무와 맞서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육신, 형체, 사물, 생명?

 

□ 파우스트 : 지옥에도 법률이 있단 말이지?

그것 참 잘 됐군. 그렇다면 너희 같은 존재하고도 안심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겠지?

 

□ 파우스트 :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p. 89)

세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부족해도 참아라! 부족해도 참아라!

이것이 영원한 노래다.

누구의 귓전에든 울리는 그 노래, 우리의 한 평생을 시시각각 목쉰 소리로 들려온다.

나는 아침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깨어난다. 쓰디쓴 눈물 흘리며 울고 싶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한 가지도 단 한 가지 소망도 이루지 못한 때문이며

모든 쾌락에의 예감조차 집요한 비판으로 감소되고

가슴 속에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도

오만 가지 세상 일로 방해 받기 때문이다.

 

Ü 단테가 쓴 신곡의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 메피스토펠레스 :

아무리 하찮은 사람들과 어울리더라도

당신이 인간과 더불어 사는 인간임을 느낄 겝니다.

그렇다고 당신을 천민들 속에 밀어 넣자는 뜻은 아니올시다.

내가 위대한 존재는 아니지만, 당신이 나와 함께 어울려

이 세상에 발을 들여 놀 생각이라면 나는 기꺼이 순종하면서

당장이라도 당신의 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동반자가 되었다가 마음에 드신다면

하인이건 종이건 무엇이든 되어드리리다!

파우스트 : 그 대가로 나는 네게 무엇을 해줘야 돼지?

메피스토펠레스 : 이 세상에선 내가 하인 노릇을 하며 당신의 지시에 따라 쉬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그 대신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땐, 당신이 내게 같은 일을 해주셔야 합니다.

파우스트 : 저 세상 따위는 개의치 않네.

자네가 우선 이 세상을 박살내 버린다면,

다음에 어떤 세상이 생겨나든 무슨 상관이겠나.

이 땅에서만 나의 기쁨이 샘솟고,

이 태양만이 내 고뇌를 비춰줄 뿐일세.

이것들과 우선 헤어질 수 있다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든 될 대로 되라지.

미래에도 증오와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 세상에도 역시

상하의 구분이 존재하는지,

그런 이야길랑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네.

메피스토펠레스 : 그런 생각이라면 모험을 해볼 만합니다.

계약을 하시죠. 그러면 며칠 안에

내 재주를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겝니다.

어떤 인간도 구경하지 못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p. 94)

 

□ 파우스트 : , 한가로이 침상에나 누워 뒹군다면

당장 파멸해도 좋으리라!

자네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관능의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게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펠레스 : 좋습니다.

파우스트 :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그땐 조종이 울려도 좋을 것이요,

자넨 내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p. 96)

 

□ 파우스트 : 지식에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 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류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p. 98~99)

Ü 절대를 향한 파우스트의 열망은 대단하다.  

 

□ 메피스토펠레스 : 하지만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게 있으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사실이외다.

생각컨대 당신은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시인과 친분을 맺도록 하십시오. (p. 99)

Ü 앞서 바그너도 이 말을 했지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괴테로부터 나왔다는 것이 새롭다. 짧은 생에서 이룬 예술은 다음 세대를 거치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진보하는 것 아니겠는가.

 

□ 파우스트 : 내 모든 감관이 열망하는 인생의 왕관을 쟁취하지 못한다면

나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메피스토 : 당신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지요.

몇백만의 고수머리털로 된 가발을 쓴다 해도, 제 아무리 굽 높은 구두를 신는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당신일 따름입니다. (p. 100)

Ü 자신의 안면을 의술로 바꾸어 버리는 일은 얼마나 천박한 일인가. 자신이 바뀌어 지는 것은 뺨따구와 눈 가랭이의 살집 변화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일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 메피스토 : 왜 이삭도 없는 짚단을 터느라 고생을 합니까? (p. 102)

Ü 메피스토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이다. 얄팍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따분하게 하지 마라는 말을 하며 메피스토는 위와 같이 말한다.

 

□ 메피스토펠레스 : 갓난아이도 엄마의 젖을 보고

처음부터 즐겨 빨아대는 게 아니야.

그러나 버릇이 들면 곧 탐욕스레 매달리게 되지.

그와 같이 자네도 날이 갈수록

지혜의 젖가슴을 더욱 탐닉하게 될 걸세 (p. 104)

Ü 한 학생에게 하는 말이다.  

 

□ 학생 : 법률학에는 마음이 끌리지 않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 : 법이니 권리니 하는 따위는

영원한 질병처럼 계속 유전되는 것이라네.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승되고,

이 지방에서 저 지방으로 슬쩍 옮겨가게 되지

이성이 불합리로 , 선행이 고난으로 변하니

자네가 그 자손으로 태어난 것이 슬프도다.

유감일세! 우리가 타고난 기본권에 대해 아무도 문제 삼는 이 없다니. (p. 108)

학생 : 신학을 공부하는 건 어떨는지요.

메피스토펠레스 : 그 학문으로 말하자면 그릇된 길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거기엔 숨겨진 독이 너무 많아서 좋은 약과 구별하기가 무척 어렵다네.

최상의 방법은 한 분의 스승만을 받들어 그 대가의 말씀만을 신봉하는 일일세.

대체로 말이란 것을 존중하게나!

그러면 자네는 안전한 문을 통하여 확신의 전당으로 들어가는 거야. (p. 108~109)

 

□ 메피스토 : 누구든 배울 수 있는 것만을 배울 뿐이라네.

그러나 기회를 포착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남자라고 할 수 있지. (p. 110)

 

□ 메피스토펠레스 :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일세.

푸른 건 인생의 황금나무지.

학생 : (읽는다)

너희들, 신과 같이 되어 선과 악을 알게 되리라.’

기념첩을 공손히 접고 작별인사를 한다.

메피스토펠레스 : 옛 말씀과 나의 아주머니인 뱀의 지시를 따라라.

언젠가는 신을 닮았다는 사실이 두려워지리라! (p.110~111)  

 

Ü , 이부분, 이 부분, 어렵다. 그런데 잘 알고 싶다.  

Ü 추측컨대 이렇다. 선과 악의 판단 기준은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다. 인간은 그 편협함에도 불구하고 선악을 얘기한다. 뱀은 인간에게 어설픈 선악을 주었다. 그러나, 신과 우주는 무가치적이고 무자비하다. 선과 악이 없는 것이다. 신을 닮았다는 것은 선악의 개념을 초월한 상태가 아닌가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인간은 디아나에게 화살을 맞는 악타이온이나, 제우스의 번개를 맞고 떨어지는 파에톤과 같이 그 절명의 운명을 두려워할 것이라는 말이 아닐까.

 

□ 메피스토펠레스 : (이상한 몸짓을 하며) 포도송이는 포도나무에.

염소에겐 두개의 뿔. 포도는 액체, 덩굴은 나무. 나무 탁자에서 포도주 나지 말란 법 있나.

자연을 투시하는 심오한 눈초리!

여기 기적이 일어나니 믿을지어다!

, 이제 마개를 뽑고 실컷 마셔보시오!

(마개를 뽑으니 원하는 술이 각자의 술잔으로 흘러든다. )

모두들 : , 희한한 샘물이 흘러나오네!

메피스토펠레스 :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모두들 계속해서 마셔댄다.) (p. 124)

 

Ü 바이런의 포도주의 신화학적 해석을 악마적 방법으로 메피스토펠레스는 풀어버렸나.  

 

□ 지벨 : 찔러 죽여라! 저런 놈은 죽여도 돼!

(그들은 칼을 빼들고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달려든다)

메피스토펠레스 : (엄숙한 몸짓으로) 거짓 형상과 말이여, 의미와 장소를 바꾸라!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으라!

(모두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알트마이어 : 내가 어디 있는 거지? 정말 아름다운 곳이구나!

프로슈 : 포도밭이다! 이게 진짜인가? (p. 125)

 

□ 알트마이어 : 내 포도주! 아직도 술이 쏟아져 나올까?

지벨 : 몽땅 사기였네. 거짓과 환상이었어.

프로슈 : 난 정말 술을 마신 기분인걸.

브란더 : 한데 그 포도송이는 웬 거였지?

알트마이어 : 이래도 기적을 믿어선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p. 127)

 

Ü 우리가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거짓과 환상이다. 플라톤을 굳이 끌어다 쓰지 않아도 우리는 원형이라는 본질의 아류일 수도 있는 문제다. 메피스토의 마술은 순간이었고 재미있지만 실제는 그의 마술이 아니라 이데아를 한번 슬쩍 보여주니 인간들이 난리를 피우더라하는 괴테의 선지적 장면이 아닐까.

 

□ 메피스토펠레스 : 지금 당장 들로 나가서 밭 갈고 땅 파는 일을 시작하세요.

당신의 몸과 마음을 아주 제한된 범위 속에 보존하시고 자연식으로 몸보신을 하십시오.

가축들과 더불어 살며, 추수한 밭에 몸소 거름을 준다고 창피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것이야말로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니

팔십 고령에도 젊을 간직할 수 있을 겝니다! (p. 128)

 

Ü 악마가 추천하는 장수 비결이다. 동감한다.

 

□ 메피스토펠레스 : 저 체는 무엇에 쓰는 거지?

수원숭이 : 당신이 도둑이라면 이걸로 당장 알아내지요. (암원숭이에게 달려가 체를 들여다보게 한다) 체를 통해 살펴 보아라!

도둑놈이 누군지 알겠는데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p. 131)

 

Ü 체는 당시 범행현장에서 체를 통해 보면 도둑을 잡을 수 있다는 미신이 있었다. 그 체로 본 도둑놈은 파우스트의 영혼을 도둑질하려는 메피스토텔레스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각주)

 

□ 파우스트 : 이럴 수 있을까? 여자란 저토록 아름다운 것일까?

이 늘씬하게 뻗은 육체 속에서

하늘의 온갖 정수를 보게 되는구나.

저런 것이 지상에도 있을까.(p. 132)

Ü 여성의 육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부인할 수 없다.

 

□ 마녀 : (강조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

너는 알아야 한다.

하나에서 열을 만들고

둘을 없애버리며

곧 셋을 만들어라.

그러면 너는 부자가 되리라.

넷은 잃어버려라!

다섯과 여섯으로부터

마녀 가라사대

일곱과 여덟을 만들어라.

그러면 완성되리라.

아홉은 하나요

열은 무()로다.

이것은 마녀의 구구법이다. (p. 138)

 

Ü 그 의미심장한 함의를 벗겨보자. 두 번 읽기에서 심화할 것.

 

□ 메피스토펠레스 : 곧 마음이 상쾌해질 것입니다. 악마와 너 나 하는 사인데 이 따위 불꽃을 두려워한단 말입니까?

(마녀 동그라미를 풀어준다. 파우스트, 밖으로 나온다)

메피스토펠레스 : , 힘차게 걸어 나오쇼! 쉬어선 안 됩니다.

마녀 : 당신에게 좋은 약효가 나타나길 바랍니다.

메피스토펠레스: (마녀에게) 무엇이든 네 청을 들어줄 테니 발푸르기스의 밤에 말하도록 하라.

마음 속이 즐거워짐을 느낄 겝니다.

파우스트 : 잠깐만이라도 거울을 다시 보게 해다오! 여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메피스토펠레스 : (나지막하게) 이제 약기운이 온몸에 돌게 되면 여자가 모두 헬레나로 보일 걸 (p. 140~141)

 

Ü 발푸르기스의 밤은 4/30~5/1 사이의 밤이다. 이날 악마가 브로켄 산에서 마녀들을 만난다고 한다. 그 모습은 곧 나온다. 헬레나, 가장 아름답다는 헬레나는 제우스의 딸이며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왕비다. 트로이 왕 파리스에게 잡혀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고 이로 인해 아킬레우스가 죽고 오디세우스는 모험을 한다. 인류사적 여인이다.

 

□ 파우스트 : 아름다운 아가씨, 감히 제 팔을 내밀어 당신을 댁까지 모셔다 드려도 되겠습니까?

마르가레테 : 저는 아가씨도 아니고 아름답지도 않아요. 데려다 주지 않아도 집까지 갈 수 있어요 (뿌리치고 가버린다) (p. 141)

 

Ü 마르가레테와 첫 대면이다.

 

□ 파우스트 : 주위에서 숨쉬는 이 고요함, 이질서와 만족감!

감옥 같은 골방 속에 깃들인 축복이여! (침대 옆 가죽의자에 몸을 던진다.)

, 사랑스런 손! 천사와 같은 손!

너로 인해 오두막도 천국이 되는구나. 그리고 여기! (침실의 커튼을 들어올린다)

날 사로 잡는 환희의 전율이여!

종일토록 여기에 머물고 싶구나.

자연이여, 그대는 옅은 꿈에서인 양 타고난 천사를 만들어내었다! (p. 147)

 

Ü 파우스트는 마르가레테에 빠졌다.

Ü 132p에서 파우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이럴 수 있을까? 여자란 저토록 아름다운 것일까?

이 늘씬하게 뻗은 육체 속에서

하늘의 온갖 정수를 보게 되는구나.

저런 것이 지상에도 있을까.

 

 

□ 마르가레테 : 임금님은 세자에게 모든 것을 물려줬지만, 단 하나 술잔만은 갖고 계셨네 (p. 150)

 

Ü 마르가레테가 침실에서 부르는 노래 중 가사 일부다. 리어왕이 어른거리는데 이 왕은 적어도 리어왕의 불행은 답습하지 않았던 듯 하다

 

□ 메피스토 : 천상의 만나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실 게다!

신부놈은 잘 생각하셨습니! 욕심을 이겨내는 사람이 복을 받습니다.

교회는 튼튼한 위장을 갖고 있어서 온 나라를 집어삼키고도 결코 체한 적이 없답니다.

사랑하는 여인들이여, 오직 교회만이 부정한 재물을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p. 153)

 

Ü manna, 만나. 이스라엘 민족이 아라비아 사막을 방황하던 중 신으로부터 받은 음식물이다. 만나는 맛나나. 파우스트의 요청으로 메피스토는 마르가레테에게 선물, 보석상자를 그녀의 침실에 놓고 나오는데 그녀는 어머니에게 말해서 그 상자를 교회에 기부한다.

 

□ 마르가레테 : 아이고머니! 어머니가 오셨나? (p. 156)

 

Ü DJ DOC 5집은 그네들의 가장 뛰어난 음반이다. 그 음반에 DOC Blues 라는 노래는 그 음반 중에서도 백미다. 그 노래 가사 중에 아이고 어머니가 나온다.

세상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내 인생은 왜 이러지 눈물이 핑 돌지,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다. 주옥이다.

 

□ 메피스토 : 또 이런 소리도 합디다. 난 잠시도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 자식들이 생기자, 그 것들을 위해 빵을 벌어야 했지. 아주 넓은 의미의 빵을 말이야. 그러니 내 몫을 한 번도 편안히 먹어본 적이 없었어.’ (p. 159~160)

 

Ü 숙명의 밥벌이, 밥벌이의 지겨움

Ü 밥벌이가 숙명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어디 없을까. 살면서 무시당하고 비판 받으며 비난 하는 이 어이 없는 일들을 참아내야 하는 이 삶을 끊어 버릴 수 있는 방법 어디 없는가.

 

□ 메피스토 : , 성스러운 양반! 이제 곧 성인의 되겠구려!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이 평생 처음이란 말인가요? 당신은 신과 세계와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또 인간과, 인간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자신만만하게 정의 내린 적이 없었던가요?

뻔뻔스런 얼굴, 오만한 가슴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저 슈베르틀라인 씨의 죽음에 대한 것보다 많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겝니다! (p. 165)

 

Ü 악마, 메피스토 괜찮은 사람 같애.

Ü 자기 검열은 그래서 중요하다. 자신의 인격적 스탠스를 가늠할 수 있고 인지할 수 있는 스스로의 매커니즘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수 천명을 가스실에 내 몰아 죽인 다음 퇴근해서 자신의 아내와 열심히 섹스에 열중하는 아이히만과 같은 무뇌인간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시대에도 아이히만이 여럿 살아 있음을 보고 확인한다.

 

□ 파우스트 :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들 끊는 마음

그 이름을 찾아 보지만 발견할 수 없구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나는 최상의 말을 찾으려 하노라.

나를 불태우는 이 사랑의 열정을 (p. 165)

 

Ü 언어라는 것은 인식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다.

 

□ 메피스토 : 자기 집 아궁이와 착실한 아내는 황금이나 진주와 같느니라. (p. 170)

 

□ 마르가레테 : (조금 소리를 높여) 날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

파우스트 : 정말 귀여운 모습이로다!

마르가레테 : (계속해서) 날 사랑한다- 않는다 사랑한다 않는다 (마지막 꽃잎을 뜯으며 기쁨에 넘쳐) 그이는 날 사랑하신다!

파우스트 : 그렇소, 나의 사랑! 이 꽃점을 신탁의 말씀으로 삼읍시다. 당신을 사랑하고 말고! 알겠소?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그녀의 두 손을 잡는다)

마르가레테 : 갑자기 무서워져요!

파우스트 : , 두려워하지 말아요! 이 눈길과 꼭 맞잡은 손으로 말하게 해주오.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 걸 말이오. 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치겠소.

거기서 느끼는 기쁨 영원할 것입니다. 영원히! 그것이 끝난다면 절망일 겁니다.

아니, 절대로 끝날 리 없소! 절대로! (p. 173)

 

Ü 영원을 이야기하는 인간은 죄다 거짓을 말하는 것.

 

□ 마르가레테 : 그이가 오시네!

파우스트 : , 장난꾸러기, 날 놀리는 군요! 이제 잡았다 (그녀에게 키스한다)

마르가레테 : (그를 껴안고 키스에 답하며) 멋진 양반!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p. 174)

 

Ü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에 철학적 보편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두 번 읽기에서 심화할 것.

Ü 마르가레테는 파우스트에게 말한다. "사랑해"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을 말로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이런 말도 한다. "사랑을 어떻게 말로 하니?"

 

유사하지만 일치하지 않는다. 잴 수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우리는 이런 관념을 기하학적 사유구조라고 말하고 있다. 기하학(幾何學, geometry), 국문학자 이어령 선생은 기하학을 "몇어찌"로 표현했는데 순수에 대한 반감을 뒤로하고 기하학이란 한자말을 쉽게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없어 근사하다. 근사하다... 근사함, 흡사하다, 흡사함, 마치~, ~인양 , 바로 완벽함에 가깝다는 동사 '근사하다'는 바로 멋에 대한 기하학적 사유구조의 대표적인 언어적 표현이다. 어찌 그런가는 좀 더 공부한 후에 말하자.

 

 

□ 파우스트 : 숭고한 정령이여, 그대는 내게 선사해 주었다. 내가 바라던 모든 것을. 그대가 불꽃 속에서 내게 얼굴을 보여준 것 역시 헛된 일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왕국으로 주었고,

그것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힘도 주었다.

놀랍지만 냉정한 마음으로 찾아보도록 할 뿐 아니라

친구의 품인 양 그윽한 자연의 품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

그대는 생명 있는 존재들의 대령을 인도하여 내 곁을 지나가고, 고요한 숲과 바람과

물에 사는 내 형제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내 눈앞으로 해맑은 달빛 솟아나

마음을 달래듯 흘러가면

암벽들 사이에서 또는 이슬 젖은 숲 속으로부터

선조들의 은빛 모습이 둥실 떠올라

성찰에의 강렬한 욕구를 진정시켜 주누나.

 

, 인간에게 완전함이 부여되지 않음을 이제 나는 느끼노라.

나를 신 가까이 이끌어가는 이 환희와 함께

그대는 내게 떼어버릴 수 없는 동반자 하나를 붙여 주었다. (p. 176~177)

 

□ 파우스트 : 이렇게 황야를 헤매다녀도,

새로운 삶의 기운이 솟아남을 자네는 이해할까? 하기야 자네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어 나의 행복을 허락하지 않겠지.

메피스토 : 속세를 초월한 행복이구먼!

밤에는 이슬을 맞으며 산 위에 누워 기쁨에 넘쳐 하늘과 땅을 끌어안으며 신이라도 되려는 듯 부풀어오르는 거지. 예감의 힘으로 대지의 정수를 파헤치고 6일간에 이룬 신의 역사를 가슴 깊이 느끼겠지. 오만한 가운데 자신도 모를 일을 즐기면서,

때로는 사랑의 기쁨에 넘치도록 취해,

지상의 아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거지.

그 다음엔 그 고상한 직관이

그 결말이 어떠리라는 건 차마 말 못하겠소이다.

파우스트 : 에이 못된 녀석!

메피스토 : 기분이 언짢으시겠지요. 당신에겐, 점잔을 빼며 못된 놈이라고 욕할 권리가 있습죠. (p.179~180)

 

□ 파우스트 : 이 뱀 같은 놈!

메피스토 : (혼잣말로) 어때! 내 손아귀에 걸려들었지!

파우스트 : 이 나쁜 놈! 이곳에서 사라져라.

그 아름다운 소녀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 반쯤 미쳐버린 내 마음을 들쑤셔

다시 그 달콤한 육체를 탐하게 하지 말아다오! (p. 181)

 

Ü 파우스트는 치열하고 맹렬하게 자아와의 싸움을 진행 중이다. 응원한다만

 

□ 파우스트 : 그녀의 품속에 무슨 천상의 기쁨이 있단 말이냐?

그녀의 가슴에 안겨 몸을 녹인들 무엇 해!

난 항상 그녀의 고통만을 느끼는 것을. 난 도망자가 아닌가? 집도 없는 놈이 아닌가?

목적도 안정도 없는 비인간에다 바위에서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미친 듯 탐욕스레 심연을 향해 떨어지는 놈이 아닌가?

철 없는 그 앤 홀로 알프스 초원의 조그만 오두막에서 그녀의 모든 집안일을

이 작은 세계에 국한시키고 잇다.

그런데, 신의 미움을 받은 나는 바위들을 움켜잡아

산산조각을 내도 흡족치가 않았다!

난 그 애를, 그 애의 평화를 깨뜨리고 말았다!

지옥 같은 놈아. 이런 제물을 원했더냐!

도와다오. 악마야. 이 공포의 시간을 단축시켜 다오!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당장 벌어지게 해라!

그녀의 운명이 내게 송두리째 무너져 내려

나와 함께 멸망해도 좋다! (p. 182~183)

 

Ü 파우스트의 괴로움. 그의 영혼에 악마의 들씌워지고 있다.

 

□ 마르가레테 : 당신은 종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을 믿으시나요?

파우스트 : 날 오해하지 말아요. 내 귀여운 아가씨!

누가 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겠소?

누가 고백할 수 있겠소.

나는 신을 믿는다고? 마음속으로 느낀다고 해서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소.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만물을 포괄하는 자, 만물을 보존하는 자, 그는 당신을, 나를, 그리고 자기자신을 포괄하고 보존하고 있지 않소?

하늘은 저 위에 둥글게 덮여 있지 않소?

대지는 이 아래 굳건히 놓여 있지 않소?

영원한 별들은 다정한 눈인사를 나누며 이렇게 떠오르지 않소?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당신의 머리와 가슴으로 밀려들어와

영원한 비밀을 간직한 채 보일 듯 말 듯

당신 곁에서 떠돌고 있질 않소?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으로 당신의 가슴을 채우구려.

그리하여 당신이 온통 행복감에 젖게 된다면, 그것을 행복! 진심! 사랑! !

무어든 원하는 대로 이름을 붙이구려.

나는 그걸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소!

느끼는 것만이 전부지요.

이름이란, 공허한 울림이요, 연기요, 안개 속에 휩싸인 하늘의 불꽃일 뿐이오.

마르가레테 : 그래도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당신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기 때문인가 봐요. (p. 187~188)

Ü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라. 두 번 읽기에서 심화할 것

Ü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오늘날 관용을 모르는 evangelism 과 같이 위험하다. 괴테의 종교관이 드러난 위의 대사는 파우스트의 백미다. 우리의 믿음과 관계없이 우주는 순행한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산은 나무를 키우고 강물은 흐른다. 믿음이 필요한가. 무엇을 위해 믿어야 하는가. 믿음 이후의 삶은 달라지는가. 물길이 바뀌는가. 내 안에 믿음이 있지 않은가.

 

□ 메피스토 : , 감각을 초월한 듯 감각에 사로잡힌 구혼자여. 계집의 손아귀에 잡히고 말았군요.

파우스트 : 이 똥과 불 사이에 태어난 놈 같으니라고! (p. 191)

 

Ü 귀여운 욕이다. 써먹어야지.

 

□ 그레트헨 :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해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었지!

남의 허물이 검게 보이면, 그 검은빛이 성에 차지 않아 더욱 검은 색을 덧칠하려 했지.

그리곤 죄 없는 나 자신이 대견해 마냥 우쭐했는데 이젠 나 자신이 죄인이 되었구나! (p. 193)

 

Ü 슬퍼마라 마르가레테여! 우리 모두 죄인이다.

Ü 왜 이리 뜨끔하나 했다. 검은 색을 덧칠 한 나의 속은 이미 시커멓다. 그런데 원래 색이 있었다면 그 색깔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새하얀 색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순수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을 뿐더러 깨끗하지도 않으니.

 

□ 발푸르기스의 밤

파우스트 : 이 암벽들 위로 올라가는 것이

흥겹게 길을 찾아가는 즐거움이렷다!

봄빛이 벌써 백양나무 사이에 완연하고

전나무까지도 봄기운에 젖어 있다.

그러니 우리의 사지에도 그 영향이 미치지 않겠느냐? (p. 206)

 

□ 파우스트 : 저 골짜기가 먼 동이 틀 때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게 신기하구나!

깊은 심연의 목구멍까지

은은히 스며드는 빛.

저편에 증기가 오르고, 김이 모락모락, 이 편엔 자욱한 안개 속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

실처럼 살금살금 기어가는 불꽃.

샘물처럼 콸콸 솟구쳐오르는 불꽃.

여기선 수많은 광맥이 되어 온 골짜기에 굽이치다가, 저기 비좁은 구석에 몰리면

갑자기 산산이 흩어져버린다.

호아금빛 모래를 뿌려놓은 듯 가까이서 피어오르는 불꽃들.

보라! 저 바위절벽엔

아래에서 위까지 온통 불이 붙었구나! (p. 209~210)

 

Ü 산중턱에서 바라보는 계곡과 바위에 대한 풍경이다. 뭔가 더 심오한 뜻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두번 읽기에서 심화할 것

 

□ 메피스토 : 들어보세요, 영원히 푸른 궁전에서 기둥들이 무너지는 소리를!

우지직 부러지는 나뭇가지들!

굉음을 내며 쓰러지는 나무둥치들!

뿌리도 부지직 아가리를 벌리네요!

무섭게 얽히고 쓰러지며

모든 게 뒤죽박죽 비명을 질러댑니다. (p. 211)

 

Ü 단테의 신곡에는 이와 같은 나무들의 묘사가 있다.

이 나뭇가지를 하나 잘라 보아라. 그러면

네가 가진 생각도 잘릴 것이다.

 

내가 손을 뻗어 어느 커다란 나무줄기의

실가지 하나를 꺾자 그 줄기가

이렇게 소리쳤다. 왜 날 자르는 거요!

 

줄기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줄기가

다시 말했다. 왜 나를 부러뜨리는 거요?

당신에게는 눈곱만큼도 연민이 없는 게요?

 

우리는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숲이 되었소.

설령 우리가 뱀의 영혼이었다 해도

당신 손은 더 부드러웠어야 할 거요!

 

부러진 나무에서는 말과 피가

함께 터져 나왔다. 마치 한쪽 끝이 불타는

푸른 나뭇가지가 다른 한쪽 끝으로 진물을 뿜으며

 

지나가는 바람을 맞아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나는 질겁하여 실가지를 떨어뜨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 13)

 

□ 메피스토 : 춤추고 지껄이고 끊이고 마시고 사랑하고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으면 말해 보세요. (p. 216) Ü 없다.

 

Ü 내가 지향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삶이 아닌가. 마시고 사랑하고 오르고 쓰고 읽으며 지껄이다 잠들고 일어나 다시 반복하고 그러다 지상에 한 자리 차지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자 피가 흐르는 뺨을 가진 생명의 소명이 아닐까 한다.

 

□ 장군 : 누가 국민을 믿고 싶겠소. 그들을 위해 그토록 많은 공을 세웠는데!

백성들이란 마치 여자들 같아서 늘 젊은 놈들만 추켜세운단 말이오.

장관 : 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정도에서 벗어나 있소. 옛 사람들을 칭송하고 싶구려.

우리가 모든 일을 쥐고 흔들던 그때야말로 진정 황금시대였지요.

벼락부자 : 우리는 정말 어리석지 않았지요. 해서는 안 될 일도 자꾸 해치웠으니까.

하지만 한몫 단단히 잡아보려는 판국에 덜컥 세상이 뒤집히고 말았지 뭡니까.

작가 : 요즈음엔 도대체 어느 누가 슬기로운 내용이 담긴 책 따위를 읽으려 해야 말이지!

요사이 젊은 놈들을 두고 말하자면, 이토록 시건방진 때도 아직 없었을걸. (p. 218)

 

Ü 장군, 장관, 벼락부자 등은 프랑스 혁명 기간에 독일로 망명한 부류로서 혁명 전의 앙시앙 레짐을 그리워하지만 결국 새로운 세대에 의해 버림받은 망령들이나 마찬가지다. (각주)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작가는 거만하고 가난한 모양이다.

Ü 인류가 생겨난 후로 젊은 것들이 시건방지지 않았던 때는 없다. 젊음은 시건방으로 먹고 사는데 그것이 없다면 죽은 것이나 다름 없겠지. 인류가 이해하고 받아들인 그 시건방이 눈부신 발전을 야기 했는지 모를 일이다.  

 

□ 파우스트 : 저건 대체 누구지?

메피스트 : 자세히 살펴보세요! 저건 릴리트군요 (p. 219)

 

Ü Lilith. 유대인의 미신에 나오는 밤의 유령. 아담의 첫 부인이었으나 싸운 후 헤어져 마귀의 첩이 되었다고 한다. 쌍둥이, 사과 등은 중세 이래로 여성의 유방을 의미한다 (각주)

 

□ 아름다운 마녀 : 이미 낙원의 시절부터 당신들은 사과를 무척 탐냈죠.

내 정원에도 그런 게 열려 있으니 너무 기뻐 가슴이 울렁이네요.

메피스토 : (늙은 마녀와 함께) 언젠가 나는 황당한 꿈을 꾸었지.

그때 한 그루 갈라진 나무를 보았네.

그건 xx하나를 갖고 있었지. (각주, xx=구멍)

Xx는 했지만 내 맘에 들었네. (각주, xx=크기)

늙은 마녀 : 말발굽을 가진 기사님,

진심으로 당신을 환영합니다!

xx이 싫지 않으시다면 (각주, xx=구멍)

알맞은 xx를 준비하세요. (각주, xx=마개) (p. 221)

 

Ü 빠아아앙 터졌지. 그런데 웃기지도 않은 저급 코미디로 웃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 메피스토 : 물론 당신은 메두사의 이야기를 알고 있겠죠.

파우스트 : 정말이야. 저건 사랑하는 손길로 감겨주지 못한 죽은 여인의 눈동자야.

저건 그레트헨이 내게 바친 젖가슴이요, 내가 탐닉했던 달콤한 육체로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나는 저 시선을 피할 수가 없구나.

어쩌면 저 아리따운 목덜미를 한 올의 붉은 끈만으로 장식했을까? (p. 224)

Ü 파우스트의 내면 갈등은 계속된다. 매우 강력하게 사람을 말려 죽일 만큼

Ü 나를 사랑한 여인이 다른 사람의 여인이 되어 혹은 아주 많이 늙어버린 뒤에 그녀의 쳐진 젖가슴을 보았을 때 나는 파우스트와 같을 것인가. 한 때 나에게 바쳐진 그 젖가슴이 무너져 내린 광경을 보고 나는 무엇을 느낄 것인가. 그 육체에 환희를 느끼던 나의 모습에서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

 

□ 페르세우스 (p. 225) Ü 메두사의 목을 자른 인물이다.  

 

□ 막간극

현실주의자 : 정녕 경건한 사람들에겐 모든 기회가 다 적절하지요.

그러니 이 브로켄 산에서조차 수많은 비밀집회를 여는 게 아니겠어요. (p. 231)

Ü 현실주의자는 괴테 자신을 가리킨다.  

 

□ 독단론자 : 비판론과 회의론을 가지고 아무리 외쳐도

나는 결코 빠져들지 않는다. 악마도 그 무엇임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악마가 존재할 수 있담?

관념론자 : 내 마음 속의 환상이 이번엔 너무 화려하구나.

진정 그 모든 게 나의 자아라면 나도 오늘은 바보가 되겠구나.

현실주의자 : 존재란 정말 두통거리군. 날 무척 괴롭히는군.

나 여기에 처음 서고 보니 내 발 밑이 견고하지 못하구나. (p. 231~232)

Ü 항상 불안불안한 존재의 무게. 나뭇잎에 걸쳐있는 돌 마냥 긴장되고 위태하고 안타깝고 희미하다. 

 

□ 메피스토 : 나는 심판자의 사슬을 풀 수도 없고, 감옥의 빗장을 열 수도 없어요. – 그녀를 구하라고요? – 그녀를 파멸로 몰아넣은 게 누구였던가요? 난가요? 당신인가요? (p. 237)

 

Ü 누구인가? 이 악마, 명석하고 철학적이다. 보통내기는 아닌 줄 알았지만.

 

□ 우리 엄마는 갈보,

날 죽여버렸네!

우리 아빠는 악당,

날 먹어버렸네!

내 여동생 어리지만

나의 뼈를 주워모아

시원한 곳에 묻었단다.

난 예쁜 산새가 되어

포르릉 포르릉 날아 다니죠! (p. 239~240)

 

Ü 이 부분은 그림 grimm 동화에 나오는 노래를 다소 변형시킨 것이다.

 

□ 마르가레테 : 키스해 주세요!

아니면 제가 키스해 드리겠어요! (파우스트를 얼싸안는다)

어머나! 당신의 입술이 싸늘하군요.

말씀도 없으시고. 당신의 사랑은 어디로 가버렸나요?

누가 내 사랑을 뺏어갔나요? (p. 243) Ü 사랑의 풍경

 

□ 파우스트 : 제발 정신 좀 차려요! 한 걸음만 더 나가면 자유롭단 말이오!

날이 새는 구려! 내 사랑, 제발! (p. 247~248)

 

Ü 감옥으로부터 마르가레테를 구하러 왔지만 그녀는 어찌된 일인지 요지부동이다.

 

□ 마르가레테 : 광장에도 골목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어요.

종이 울리고 막대기(처형하기 전 죄수 머리 위에 하얀 막대기를 부러뜨렸다고 한다)

가 부러져요. 그들이 나를 꽁꽁 묶어놓는군요!

전 벌써 처형대까지 끌려왔어요.

제 목에 느끼는 섬뜩함을 모두들 자기 목에서 느끼나봐요.

세상은 무덤처럼 고요하군요! (p. 249)

 

□ 마르가레테 :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아버지시여! 절 구원하소서!

천사들이여! 그대들 성스런 무리여. 절 에워싸고 지켜주소서!

하인리히! 전 당신이 무서워요.

메피스토 : 그녀는 심판받았소!

목소리 : (위로 부터) 구원받았노라!

메피스토 : (파우스트에게)내게로 오시오!(파우스트와 함께 사라진다)

목소리 : (안으로부터, 점점 스러지면서) 하인리히! 하인리히! (p. 250)

Ü 아버지는 구원하지 못한다. 자신이 이미 구원받아 승천하였기 때문이다. 구원해야 할 자가 구원하지 못하고 구원받아 하늘로 올라갔으니 얼마나 안타까웠겠는가. 자신의 생애를 놓고 직무유기한 그 안타까움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래서 하늘의 아들이라 불리우는 예수는 죽기 전 하늘에다 대고 욕을 퍼붓는다.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비극 2

 

□ 아리엘 : 선한 자이든, 악한 자이든, 불행에 처한 사람 동정한다네.

격렬한 마음의 투쟁을 달래주고

타는 ㄷ스 괴로운 비난의 화살을 뽑아

겪었던 공포로부터 그의 마음을 씻어주어라. (p. 11~12)

 

Ü 신으로 사유하라. 무자비할 때와 두려울 때 선악과 공포를 쓸어버려라. 자아를 놓아주어라. 나는 신이므로

 

□ 파우스트 : 생명의 맥박 생생히 고동치며 여명의 하늘을 향해 부드러운 인사를 보낸다.

대지여, 그대는 간밤에도 변함없더니, 새로이 기운을 얻어 내 발 밑에서 숨을 쉬면서

어느새 날 기쁨으로 감싸주기 시작하누나. 여명 속에 벌써 세계는 열려 있다.

숲엔 수많은 생명의 소리 울려퍼지고 대지로부터 온갖 영롱한 색깔을 자랑하니

내 주위가 온통 낙원이 되는구나.

위를 우러러보라! 거인 같은 산봉우리들은 어느새 지극히 장엄한 시간을 알려준다.

산들은 영원한 빛을 먼저 즐긴 후 뒤이어 우리에게 비춰준다. (p. 14~15)

 

□ 그러니 태양이여! 내 등뒤에 머물러다오!

바위틈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나는 놀라움에 차서 바라본다.

이제 물줄기는 수천 갈래로 갈라진다. 다시금 수만 갈래로 쏟아져 내리며,

공중 높이 수많은 물거품 되어 튀어오른다.

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보라에서 생겨난 무지개, 끊임없이 변화무쌍한 오색 다리를 놓으며

때로는 뚜렷한 모습으로 때로는 허공에 흩날리면서 향기롭고 시원한 소나기를 뿌려준다.

무지개는 인간의 노력을 비춰주는 거울. 그것을 보고 생각하면,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리라.

인생이란 채색된 영상 속에서 파악된다는 사실을. (p. 16)

 

□ 메피스토 : (옥좌 앞에 무릎을 꿇으며) 불청객이면서도 늘 환영 받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기다려지면서도 늘 내 쫓기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늘 보호받고 있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심한 욕을 먹고 잔소리를 듣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폐하께서 불러 들여선 안 될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누구나 그 이름 듣기 좋아하는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옥좌의 계단 앞으로 다가오는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스스로 추방당한 놈은 누구이겠습니까? (p. 17~18) Ü 누구냐 넌.

 

□ 재상 : 악이 악에서 부화되고 있은즉, 인간 정신의 오성이, 심성의 선량함이

노동의 열의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p. 19)

 

□ 그들이 수호해야 할 이 나라가 약탈당하고 황폐화된 채 버려져 있습니다. (p. 21)

 

Ü 약탈이 약탈을 막아야 하는 자로부터 자행되는 일. 우리는 아직도 이런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 국방장관 : 그들의 급료를 격렬히 요구하고 있는데

만일 우리가 밀린 돈을 깨끗이 지불하면, 그들은 남김없이 이 곳을 떠날 것입니다. (p. 21)

 

□ 궁내부 장관 : 이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동이 나고 말았나이다.

관청의 재고품까지 소매로 팔고 잇지만 큰 잔으로 들이켜고 사발로 마셔대니

성찬이 주안상 밑에 흩어져도 모를 지경입니다.

이제 계산하고 값을 치르는 게 소신의 임무인데

유대인 상인들은 몰인정하기 짝이 없어 세입을 담보해야 돈을 꾸어주는 까닭에

해마다 다음해 수입을 앞당겨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돼지들은 살찔 겨를이 없고 침상의 이부자리도 저당 잡힌 채

수라상의 빵도 외상으로 올려야 할 지경입니다. (p. 22~23)

 

□ 재상 : 성직자와 기사가 바로 그들인데, 그들은 어떤 폭풍우에도 맞서면서

그 대가로 교회와 국가를 위임 맡은 것이오. 하나 정신이 혼란한 천민 근성에서는

반항심만 자라나게 마련이니, 이단자와 마술사들이 바로 그들이오 (p. 25)

 

□ 말씀을 듣자오니 고명한 학자님임을 알겠습니다.

당신들 손으로 만져보지 않은 건 수십 리 밖에 있고,

당신들이 잡지 않은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며

당신들이 셈하지 않은 건 사실이 아니라 생각하고

당신들이 달아보지 않은 건 무게가 없으며

당신들이 주조하지 않은 돈은 통용될 수 없다고 믿는 거지요. (p. 25)

 

Ü 그러고는 아는 체는 다하지 않겠는가. 이 편협한 인간의 사유라니. 아무것도 알지 못함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인간이 그토록 바라는 마지막 종착지가 되겠다.

 

□ 황제 : 돈이 없다니, 그럼 좋다 돈을 만들도록 하라.

메피스토 : 원하시는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만들어 올리겠나이다. (p. 25)

 

Ü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돈이 만들어 찍어내면 좋지만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돈을 아무리 찍어내더라도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 설탕 한 봉지에 천만원하는 잠비아의 예를 들 수 있다.

 

□ 메피스토 : 생명의 흔적이 솟구쳐 올라옵니다.

온통 사지가 꼬집히는 듯하거나 서 있는 곳이 섬뜩하게 느껴지거든

지체 없이 그 자리를 파헤쳐보십시오.

그곳에 악사가 있거나 보화가 묻혀 있을 것입니다. (p. 29)

 

Ü 독일에는 걸어가다가 헛다리를 짚거나 걸려 넘어지면 그 자리에 악사나 재물이 묻혀 있다는 미신이 있다. (각주)

 

□ 메피스토 : 현자는 이런 곳을 끈기있게 찾아보는 것이지요.

밝은 낮에 인식한다는 건 어린애 장난 같은 것

신비로운 건 어둠 속에 깃들여 있는 법이오이다. (p. 30)

 

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희미한 길을 더듬거리며 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서 찾아 가는 것, 그것이 현자이고 리더다.

 

□ 천문박사 : 천상의 것을 통해 지하의 것을 얻어야 합니다.

선을 원하는 자, 우선 자신이 선해야 하며

기쁨을 원하는 자, 자신의 혈기를 달래야 하며,

술을 갈망하는 자, 익은 포도알을 짜야 할 것이며,

기적을 바라는 자, 자신의 믿음을 굳게 해야 합니다. (p. 31)

 

□ 메피스토 : 업적과 행복이 서로 연결 지어 있다는 사실을 저 바보 놈들은 결코 깨닫지 못하는구나. 설사 저자들이 현자의 돌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 돌엔 현자가 따르지 않을 걸. (p. 32)

 

□ 곁방들이 딸린 넓은 홀

 

Ü 사육제의 가장무도회 장면을 묘사한 부분으로 괴테가 로마의 사육제를 연상하며 썼다고 한다.

 

□ 어머니 : 아가야, 네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예쁜 모자를 씌워 치장해 주었단다.

얼굴은 정말로 귀여웠고, 작은 몸매 나긋나긋했었단다. 당장에 새색시가 된 것처럼.

부잣집 며느리가 된 것처럼, 귀부인이 된 것처럼 생각했단다.

 

아아! 어느덧 오랜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 버렸구나. (p. 38)

 

Ü 이 글이 왜이리 나를 센치하게 만드는가.

 

□ 나무꾼 : 거칠게 일하는 놈 이 나라에 없으면, 똑똑한 척하지만

귀하신 양반네들 어떻게 살아가지?

이것만은 알아두라고! 우리가 땀 흘리지 않으면, 당신들은 얼어 죽을 걸. (p. 39)

 

Ü 땀흘리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노동자가 힘이다.

 

□ 술주정꾼 : 날 보고 헤매는 놈이라 말하지 마라.

마음 내키는 곳에 와 있으니까. 주인 거절하면 안주인이 외상술 줄 것이고,

나중엔 색시가 줄 테지.

아무튼 나는 마신다! 마시고말고! , 다른 분도 들어요, 쨍그랑 쨍그랑!

한 사람 한 사람씩! 계속 부딪혀라!

옳거니, 제대로 돌아간다. (p. 42) Ü 멋지다. 술재이.

 

□ 풍자 시인 : 그대들은 아는가, 나 같은 시인을 정말 즐겁게 하는 게 무엇인가를?

아무도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나, 노래하고 말하련다. (p. 43)

 

□ 메게라 : 그 정도는 장난이지! 그들이 인연을 맺게 되면, 이번엔 내가 나서서 어떤 경우에든

아름다운 행복을 근심으로 망쳐놓겠어요. 사람도 변하고 시간도 변하는 것이니까요.

아무도 소망하던 것을 품안에 간직할 수 없어요.

최상의 행복이라도 곧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합니다.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지요.

 

나는 이런 일 다루는 법을 잘 압니다. 내 친구 아스모디를 데려와 알맞은 시기에 불화의 씨를 뿌려선 짝을 이룬 인간들을 모조리 파멸시키는 거예요. (p. 48) Ü 질투의 화신이다.

 

□ 의전관 : 그 옆으로 사슬에 묶인 귀부인들이 걸어가는데, 한 명은 불안해하고, 한 명은 즐거워 보입니다. 한 명은 자유를 원하고, 한 명은 자유를 얻은 것 같습니다. , 각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시오! (p. 49)

 

□ 공포 : 아아, 어느 쪽으로 가든 이 세상에서 도망쳤으면 좋겠다!

하지만 저편에서 파멸이 위협하며 암흑과 공포 속에 날 가둬놓았다. (p. 50)

 

Ü 공포는 더 이상 도망 갈 수 없을 때 느낀다. 도망 갈 틈이나 기회가 있었으면 공포는 희망으로 바뀔 터

 

□ 희망 : 어디서나 환영받는 손님이 되어 편안한 삶 살아봅시다.

틀림없이 어느 곳에선가 최상의 것 찾을 수 있으리니. (p. 51)

 

Ü 주름 없는 삶, 낙관의 삶, 그러나, 근거 없는 낙관과 희망은 절망보다 못하지 않을까. 왜 그런가.

 

□ 의전관 : 좋든 나쁘든 그대는 벌써 처녀애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을 것이고

그들이 사랑의 ABC를 가르쳐 주었겠지.

마차를 모는 소년 : 그럼 여기 마차 위 옥좌에 위엄 있게 앉아 있는 분이 누구일까요? (P. 55)

 

□ 마차를 모는 소년 : 저는 낭비입니다. 시이지요. 자신의 재화를 아낌없이 뿌릴 때 완성되는 시인입니다. (P. 56)

 

□ 마차를 모는 소년 : 당신은 질풍 같은 사두마차를 제게 맡겨 주셨지요?

당신이 분부하시는 대로 기꺼이 마차를 몰았지요? (p. 21)

 

Ü 마차를 모는 소년은 헬리오스의 아들 파에톤이다.

 

□ 플루투스 : 너는 내 정신의 정신이다. 너는 언제나 내 뜻에 따라 행동하고 나 자신보다 더 부유하도다. 너의 봉사에 보답하려고 어느 왕관보다도 이 푸른 나뭇가지를 더 소중히 여기노라. 모든 사람에게 내 진심을 전하노니,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진정 내 맘에 드는구나.

마차를 모는 소년 : 보세요! 제 손의 가장 큰 선물들을 주위에 두루 뿌렸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머리 위에서 제가 뿌린 불꽃이 빛나고 있습니다. (P. 59)

Ü , 시가 있는 풍경

 

□ 여인들의 무리 : 저런 나무십자상 같은 놈이 우릴 위협한다고?

우리가 저 따위 쌍통을 두려워할까봐! (P. 61)

Ü 재미있는 표현, 써먹어야지.

 

□ 플루투스 : 네가 해맑은 세계를 또렷이 볼 수 있는 곳,

너의 것이며 너만을 믿을 수 있는 곳,

아름다움과 착함만이 사랑받는 곳,

그 고독의 세계(시의 세계)로 가거라! – 거기에서 네 세계를 창조하라! (P. 62)

 

□ 의전관 : 여러분의 진실이란 무엇인가요? – 허황된 망상, 그 꼬리를 잔뜩 붙잡고 있는 것이죠 – (P. 64)

 

□ 탐욕 : 예쁜 계집은 언제 봐도 예쁘단 말야.

게다가 오늘은 돈도 한푼 들지 않으니까, 마음 놓고 여자 사냥이나 해볼까나. (P. 65)

익살극이라도 한바탕 벌여봐야겠어.

 

□ 혼잡과 노랫소리 : 거칠 것 없이 밀려들어와 위대한 판 신을 축하하도다.  

 

Ü 판테온은 만신전이다. Pan은 목축과 수렵의 신이고 그리스 어로 pan은 전체, 일체의 뜻이므로 만물의 신으로 해석된다 (각주)

 

□ 지신 그놈들 : 암벽의 외과의로도 명성이 높지요. 고산준령의 풍부한 광맥으로부터 우리는 피를 빨아냅니다. (P. 68)

 

□ 지신 (地神) : 하지만 우리가 금을 파놓으면, 도둑질, 오입질이 생겨나고

오만한 자에게 무기를 주어 대량 학살을 꿈꾸게 하지요. 세 가지 계율을 어기는 놈,

다른 계율 역시 지키지 않는 법.  이 모든 게 우리의 잘못은 아닌 즉

여러분도 우리처럼 참고 지내십시오. (p. 69)

 

□ 의전관 : , 청춘이여, 청춘이여, 그대는 결코 기쁨의 절도를 옳게 지킬 수 없는가?

, 폐하여 폐하여, 당신은 결코 전능하신 대로 현명하게 행동할 수 없으신가요? (p. 73)

 

Ü 청춘에 절제가 있다면 청춘이 아니며 위정자에게 현명함이 있다면 인간세가 아니다.

 

□ 황제 : 천일야화에서 직접 튀오나오 듯, 그대가 이곳에 온 것은 그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더냐?

그대의 재주가 세헤라자데 만큼 풍부하다면 (p. 76)

 

Ü 세헤라자데가 천일야화에 들어가는 배경을 짚어보자.

 

아득한 옛날 인도와 중국의 일부까지도 다스리는 사산조 페르시아의 대왕이 두 왕자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두 왕자 가운데 형 샤흐리야르가 왕위를 이어받았고, 동생 샤흐자만은 제국의 변방 사마르칸드의 왕이 되었다.

스무 해 뒤 형은 아우가 보고 싶어 사신(
使臣)에게 사신(私信)과 수많은 선물을 들려 보내 아우를 수도로 초대했다. 아우 샤흐자만은 형의 초대에 기쁘게 응해 사마르칸드를 떠나기 직전, 제 아내 곧 왕비가 궁중요리사와 간통을 하는 걸 목격한다. 그는 분노에 차 그 두 사람을 칼로 네 동강이 낸 뒤, 우울한 상태에서 형을 방문한다.

그런데 샤흐자만은 형 샤흐리야르의 궁전에서 형수 역시 더 음란하게 간통을 하는 걸 목격한 뒤, 괴로워하다 이를 형에게 알린다. 제 눈으로 직접 아내의 간통 현장을 본 샤흐리야르는 왕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동생과 함께 왕궁을 빠져나온다
.

형제는 얼마 뒤 바닷가 나무 밑에서 마신(
魔神)과 그의 아내를 보게 되고, 마신이 자는 동안 그 아내의 협박에 굴복해 그녀와 몸을 섞는다. 그녀에게 희롱당하면서 샤흐리야르 형제는 세상의 모든 여자는 부정(不貞)하다고 믿게 된다.

샤흐리야르는 다시 왕궁으로 돌아와 동생과 작별한 뒤, 아내를 처형하고 무서운 결심을 한다. 매일 처녀를 왕비로 맞아들인 뒤 하룻밤만 자고 이튿날 새벽에 처형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짓이 계속되기를 3년여, 민심은 황폐해지고 하룻밤 왕비가 될 처녀도 찾기 어렵게 되었다. 마침내 자파르라는 대신의 딸 셰헤라자데가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왕비를 자원한다
.

셰헤라자데는 잠자리에서 왕에게 마지막으로 동생 두냐자드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왕의 침실로 불려온 두냐자드는 언니에게 긴 밤을 보내기 무료하니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셰헤라자데가 집을 떠나기 전에 동생에게 그리 일러둔 터였다. 이렇게 해서 장장 천하룻밤 동안 이어질 셰헤라자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종석의 여자들에서 일부 인용)

 

□ 메피스토 : 화려하게 단장한 절세 미인이 기품 있는 공작선으로 한 눈을 살짝 가리고

웃음을 흘리며 지폐에 슬쩍 눈짓을 보내지요.

그러면 위트와 재담보다 쉽게 사랑의 재미를 듬뿍 맛볼 수 있습니다.

지갑이나 주머니처럼 거추장스럽지도 않고, 지전 한 장쯤 주머니에 쉽게 지니고 다닐 수 있어

연애 편지와 짝짓기도 편하단 말입니다. (p. 80)

 

Ü 지폐는 금태환을 근간으로 영국에서 처음 생겼다. 괴테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지폐제도 도입을 적극 환영하는 것 같다.

 

□ 금속으로 된 돈을 원하면 환전소가 마련해 주고

거기 금이 없으면 잠깐 파내 오면 되지요. 잔이나 목걸이는 경매에 붙여 즉시 지폐를 상환해 준다면, 건방지게 우리를 비웃던 자들도 창피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다른 걸 원치 않고 지폐에만 익숙해질 것이니 (p. 81)

 

Ü 괴테는 자본주의의 역사성을 이때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파우스트에 나오는 이 지폐이야기는 무슨 의미일까. 별 의미가 없는데 굳이 이 편 저 편 가르고 싶다는 애꿎은 나의 사상 검열인가.

 

□ 황제 : 궁중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돈을 줄 터인즉, 그걸 어디에 쓸것이진 말해보라

시동 : 즐겁고 명랑하고 재미있게 살겠습니다.

다른 시동 : 당장 애인에게 목걸이와 반지를 사주겠습니다.

시종 : 이제부턴 곱절 좋은 술을 마시겠습니다.

다른 시종 : 주사위가 주머니 속에서 벌서 충동질을 합니다.

방기기사 : 성과 전답을 담보로 진 빚을 갚겠습니다.

다른 방기기사 : 이 보물을 다른 보물과 함께 저축하겠습니다.

황제 : 짐은 새로운 일에 대한 기쁨과 용기를 기대했건만.

하나, 너희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쉽게 짐작가는 일이지. 짐은 잘 알았노라. 아무리 보화가 꽃처럼 피어나도 너희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것을 (p. 81~82)

 

Ü 소비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바퀴다. 소비하여 부러움을 없애려 하고 소비해서 부끄러움을 가리려 한다. 그런데 없애고 가린다고 보여지지 않을까.

 

□ 어두운 복도

파우스트 : 황제가 당장 보고 싶다면서 헬레나와 파리스를 눈앞에 현신시키라는 거야.

남자와 여자의 이상적인 전형을 뚜렷한 모습으로 보고 싶다는 거지.

당장 시작하게! 난 약속을 어길 수가 없어 (p. 84)

 

□ 메피스토 : 여신들은 고독 속에서 거룩하게 좌정하고 있는데, 그들 주위엔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소이다. 그들에 관해 얘기하는 것조차 황당스럽습니다. 그들은 어머니들이랍니다. (p. 86)

 

Ü 괴테의 자연관에 의하면 모든 생물의 발생과 생성은 자연의 내부, 즉 모태에 지니고 있는 원형에서 생겨난다 한다. 괴테는 이것을 근원현상이라고 불렀으며 어머니들은 과거와 미래에 걸쳐 이 원형을 수호하는 신들이라 할 수 있다. (각주) 전적으로 동의한다.

 

□ 파우스트 : 그러나 경직된 상태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p. 89)

 

Ü 세계가 보여주는 숨겨놓은 감정. 놀라움과 호기심. 괴테는 신비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이 인간의 가장 귀한 소질이라고 보았고 무관심이 아니라 이런 놀라움에 의해 가치 있는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에커만과의 대화에서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놀라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 동상치료법 (p. 92)

□ 시동 : 저는 사랑에 빠져 있는데, 모두가 절 어른 취급을 해주지 않습니다.

메피스토 :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너무 어린 여자애와 재미 보려고 하지 말게나.

자넬 알아줄 사람은 나이깨나 먹은 여자이니까. (p. 94)

 

□ 천문박사 : 폐하의 분부이시다. 벽들아, 열려라!

아무 거리낄 것이 없다. 여기는 마술의 세계다. 양탄자는 불길에 휘말린 듯 사라지고,

벽이 갈라져 뒤집힌다. (p. 96)

 

□ 천문박사 : 별의 운세가 좋은 이 시간을 경건한 마음으로 맞으시오. 이성 따윈 마법의 주문으로 묶어놓고 그 대신 화려하고 대담한 공상을 마음껏 자유롭게 구사하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이 감히 갈망하던 것을 이제 눈으로 보십시오.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믿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오. (p. 97)

 

파우스트 : (장중하게) 무한한 곳에 앉아 영원히 외롭게 살지만, 그러나 다정히 모여 있는 어머니들이여, 나는 그대들 이름으로 행하노라. 그대들의 머리 위엔 생명의 형상들이 생명 없이 움직이며 떠돌고 있다. 한때 온갖 빛과 가상 속에 존재하던 것이 거기서 움직인다. 그것은 영원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p. 97) 이데아인가.

 

귀부인 : , 피어나는 젊음의 힘이 어쩌면 저리도 눈부실까?

둘째 귀부인 : 물이 뚝뚝 흐르는 싱싱한 복숭아 같군요!

셋째 귀부인 : 아름답고 달콤한, 저 도톰한 입술 좀 봐!

넷째 귀부인 : 저 입술을 술잔처럼 빨고 싶은 게지? (p. 99)

 

Ü 미남 파리스의 등장으로 소란스럽다. 젊음을 표현한 용어들이다.

Ü 다시 읽어도 좋다. 젊음이란 이렇게 조건 없이 좋은 건가.

 

헬레나 등장

파우스트 : 만일 내가 그대와 다시 떨어지게 된다면, 내 생명의 숨결이 사라져도 좋다.

일찍이 마법의 거울 속에서 날 매혹하고 기쁘게 했던 아름다운 자태, 이 미인에 비하면 한낱 거품 같은 모상에 지나지 않도다!

그대야말로 내 모든 힘의 충동을, 정열의 정수를 동경, 사랑, 숭배, 광신을 바쳐야 할 상대일진저 (p. 101)

 

엔디미언과 루나를 그려논 것 같아요! (P. 102)

엔디미온과 루나.JPG  


루카 조르다노 - 다이아나와 엔디미온

 

Ü Endymion und luna. 영원히 잠든 미소년 엔디미언과 달의 여신 루나가 남몰래 내려와 입맞추는 장면은 많은 그림과 시의 소재가 되었다. (각주)

 

귀부인 : 저 보물은 벌써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갔어요. 금박도 상당히 벗겨졌고요.

다른 귀부인 : 저 여잔 열살 때부터 못 쓰게 되었지요.

기사 : 누구나 그때 그때 최상의 것을 취하게 마련입니다. 나는 저 아름다운의 찌꺼기라도 갖겠습니다. (p. 103)

 

Ü 못쓰게 되었다는 표현은 헬레나가 열 살 때 아테네 왕 테조이스에 의해 아티카로 유괴당한 일을 말한다. (각주)

 

천문박사 : 이젠 소년이 아니군요! 용맹한 영웅이 되어 그녀를 끌어안으니, 저항하지도 못하는군요. 억센 팔로 그녀를 들어올리는군. 여자를 유괴하려는 걸까?

파우스트 : 뻔뻔스런 바보녀석! 어딜 감히! 들리지 않느냐! 멈춰라! 그건 너무 지나치다!

천문박사 : 이 연극을 헬레나의 납치라고 부르겠습니다.

파우스트 : 뭐 납치라고! 내가 이자리에서 멍청이가 될 줄 아느냐.

내가 그녀를 구하겠다. 그러면 그녀는 이중으로 내 것이 되리라! (p. 103~104)

 

2

 

메피스토 : 하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채로다.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계약서를 작성한 그 펜까지 아직 여기에 놓여 있구나. 그렇다! 펜대 깊숙이 숨겨져 있으리라, 내가 그를 꾀어 빼앗은 피 한 방울이. (p. 110)

 

메피스토 : 그렇게 공부나 계속하는 거라고.

그리하여 제나름의 공중누각을 세우지만,

제아무리 위대한 인간도 그걸 완성시킬 순 없네 (p. 113)

 

조수 : 여러 달 동안 위대한 작업 때문에 아주 조용히 파묻혀 지내십니다. (p. 114)

 

Ü 위대한 작업은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뜬금없이 인조인간이라니. 이건 또 무슨 복선인가. 사람을 만든다. 생명을 불어넣는다. 신이 하는 일 아닌가. 파우스트는 신의 능력에 대한 엄청난 열망과 함께 열등을 느끼고 있다.

 

학사 : 내가 선량한 신입생으로서 두려워 가슴 죄며 왔던 곳이 아닌가?

저 수염 난 작자들을 믿고 그들의 허튼소리에 감동하던 곳이 아닌가? (p. 116)

 

Ü 겸손은 배우는 자의 제일의 미덕이다.

 

노선생님, 망각의 강 레테의 탁류가 갸우뚱 숙인 선생님의 대머리를 적시지 않았다면 대학의 채찍질에서 벗어난 지 오랜 옛날 학생이 여기 온 걸 아시겠지요? (p.116) Ü 표현 웃기다.

 

학사 : 애매한 말씀은 삼가십시오. 이제 우리의 관점은 아주 달라졌습니다. (p. 117)

 

Ü 머리가 컸다는 것인가. 아니다, 항상 애매한 말로 자신의 무지를 감추려는 교수라는 사람들의 행태를 꼬집는 말

 

메피스토 : 하지만 그 뒤 해가 지나 모든 걸 직접 피부로 체험하고 나면, 그것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양 착각하고 선생은 바보였다고 큰 소리치기 일쑤지. (p. 118) Ü 이 말도 맞고

학사 : 사기꾼이라고 하겠죠? – 도대체 어떤 선생이 직접 우리에게 진리를 말해 준답니까?

 

메피스토 : 오래전에 그런 생각이 들었네. 내가 바보였다고. 이제는 내가 정말 멍청하고 우둔하다는 생각이 드네.

나는 숨겨진 황금 보화를 찾으려다가 역겨운 석탄만 계속 캐낸 꼴일세. (p. 118)

 

학사 : 인간의 생명은 핏속에 있는데 청년의 육체만큼 피가 들끊고 있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요?

그것은 싱싱한 힘을 가진 살아 있는 피로서

생명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내지요. 거기서 모든 게 약동하고 무언가가 이루어지며,

약한 것은 쓰러지고, 유용한 것은 뻗어나갑니다. 우리가 세계의 절반을 정복하는 동안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졸고, 생각하고 , 꿈꾸고, 궁리하면서 허구한 날 계획만 세웠지요. 분명합니다! 늙음이란 차가운 열병 같아서 변덕스런 고민으로 오한을 일으키어요.

누구나 나이 삼십이 지나면 이미 죽은 것이나 진배없어요. 따라서, 당신네들은 적당한 때에 때려 죽이는 게 상책이지요.

속물적인 편협한 사상의 굴레에서 나 말고 누가 당신들을 해방시켰단 말입니까? (p. 119~120)

 

Ü 늙어서 이러지 말자. 피히테의 글에 인간이 30세가 넘으면 그들의 명예를 위해, 또한 세상을 위해 죽는 편이 좋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것이 보편적 의미로 오해되어 예나와 바이마르 청년들이 잠시 자주 인용하였다고 각주는 전한다. 앞서 단테의 첫머리도 소개했듯이 30대의 어정쩡한 스탠스를 모든 인류 고전에서 우려하고 동시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하기야 이쪽도 저쪽도 아닌 나이에 붉지도 흐리지도 않은 조용히 생의 잠수를 즐길 딱 좋은 나이 아니겠는가.

 

메피스토 : 괴상한 녀석. 어디 너 잘난 대로 해봐라. 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은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하지만 저런 녀석이 있다고 해도 우린 걱정할 게 없지. 몇 해만 지나면 달라지고 말 테니까.

포도주가 아무리 괴상하게 끊어올랐자 결국 포도주밖에 될 수 없는 것.

(박수치지 않는 젊은 관객을 향해)

자네들은 내 말을 듣고도 냉담하구먼. 선량한 애들이라 내버려두지만, 잘 생각해 보라고.

악마는 늙은이니까 자네들도 늙으면 그의 말을 이해할 거야! (p. 120~121)

 

Ü 그래서 모든 지식이 책에 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캠벨은 그 너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괴테는 관객까지 생각하며 유머를 숨겨 놓았다.

 

실험실

호문쿨루스 (p. 124)

, 자연적인 것에겐 우주 공간도 좁지만,

인공적인 것은 제한된 공간을 필요로 하지요.

 

Ü homunculus. 괴테가 파라켈수스의 학설에서 힌트를 얻었으리라 생각된다. 남성의 정자를 밀폐된 증류기에 넣어두면 생기를 얻게 되는데 거기에 사람 피의 엑기스를 섞어 40주 동안 양육하면 인간의 모습이 된다고 한다 (각주)

 

바그너 : 육체와 영혼이 그다지도 잘 어울리고 떨어질 수 없이 굳게 결합되어 있건만,

그런데도 끊임없이 서로를 싫어하는 이유가 무얼까? (p. 125)

 

Ü 글쎄영육일치의 문제는 괴테 시대의 중요한 논쟁거리였다고 한다.

Ü 언젠가 이 고민으로 깊이 사색할 날이 올 것 같다.

 

호문쿨루스 : 어찌 그런 이야기가 당신의 귀에 들어가겠어요?

당신이 아는 건 다만 낭만적인 유령뿐일 텐데요. 진짜 유령은 고전적이어야 할 거예요.

메피스토 : 도대체 어느 쪽으로 갈 거지? 고전적인 친구라는 말만 들어도 싫어지는 걸. (p. 127~128)

 

Ü 낭만적인 것을 싫어했던 괴테의 면모가 엿보인다. 괴테는 낭만적인 것은 병적이고 고전적인 것은 건전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각주)

 

호문쿨루스 : 인간의 호전적 기질은 어쩔 수 없지요.

메피스토 : 이교도의 세계에선 통하질 않는단 말씀이야.

그리스 인들은 별로 쓸모가 없는 종족이야! (p. 129)

 

호문쿨루스 : 그 동안 저는 세상을 좀 돌아보고

아이(i)자 위의 점 하나쯤은 발견해 내겠어요.

그렇게 되면 위대한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죠.

그만한 노력엔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법.

황금, 명예, 명성, 건강과 장수,

그리고 아마 학문과 덕망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p. 130)

 

메피스토 : (관객을 향해) 결국 우리는 자신이 만든 인간에게 끌려다니는 꼴이 되는군. (p. 131)

 

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말은 나에게 우리의 의식과 사유와 행동은 결국 우리 자신이 아닐 수 있다는 말과 같게 들리고 있다.

 

이야기의 나라 (p. 134)

 

Ü 그리스를 가리킨다. 괴테 역시 고대 그리스에 대한 동경이 대단하였다 (각주)

 

파우스트 : (혼자서) 헬레나는 어디 있을까? 이제 더 이상 묻지 않겠다.

이 흙덩이, 그녀가 밟던 게 아니라도, 이 물결, 그녀에게 밀려왔던 게 아니라도

이 공기만은 그녀의 말을 전했던 것이다. 기적에 의해 나, 여기 그리스 땅에 왔노라.

땅에 발이 닿자마자 나는 그걸 느꼈다. (p. 135)

잠자던 내게 새로운 정신이 불타오르자

생기를 되찾은 안테우스처럼 나는 일어났다.

여기에 어떤 진기한 게 모여 있든

저 불꽃의 미로를 샅샅이 찾아다니련다.

 

개미들 : 황금 얘길 하시는군요. 우리도 그걸 잔뜩 모아 바위틈과 굴 속에 몰래 숨겨놨었죠!

그러나 아리마스펜이 냄새를 맡고 멀리 훔쳐가지고 달아나 거기서 웃고 있다오. (p. 137)

 

Ü arimaspen.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스키티아(지금의 우랄) 지방에 사는 외눈박이 종족. 거대한 개미족들이 사금을 모아 집을 지었는데, 아리마스펜족이 극서을 발견하고 빼앗았다 한다. (각주)

 

스핑크스 :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에게 다 필요한 존재로서,

착한 이에겐 금욕을 위해 싸우는 갑옷이 되고,

악한 이에겐 미친 짓을 같이 하는 동료가 된다.

그런데 두 가지 다 제우스 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p. 138)

 

Ü 또 수수께끼다. 오이디푸스를 불러와야 하나. 궁금하다. 파우스트?

 

지레네 : , 어찌하여 당신들은 추하고 이상한 것들과 어울리나요!

들으세요, 우리들 여기 떼지어 몰려와 가락도 아름답게 노래부르나니,

이것이 지레네의 예법이지요! (p. 140)

 

Ü 지레네, sirene이다. 오디세우스가 배의 갑판에 묶여가며 피해가려 했던 반인반조. 다행히 배의 난파는 피했고 이후 나우시카와 만나나? 모르겠다. 다시 한번 오디세이아 뒤져봐야겠다.

 

파우스트 : (스핑크스를 향해) 그 옛날 이것들 앞에 오이디푸스가 서 있었겠지.

(지레네를 향해) 이것들의 유혹이 두려워 율리시즈는 삼끈으로 자기 몸을 묶었었지.

맑은 정신이 내 몸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구나.

형상이 위대할수록 기억에 남는 것도 위대하도다. (p. 141)

 

스핑크스 :  백성들의 최후의 심판을 보려고

피라미드 앞에 앉은 우리들,

홍수가 나건, 전쟁과 평화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았답니다. (p. 145)

 

Ü 신과 닮은 자, 자연과 닮은 자는 무가치적이고 비도덕적이고 무자비하기 때문이다.

 

페네이오스 : 일렁거려라, 속삭이는 갈대여! 고요히 숨쉬어라! 갈대의 누이들아. 살랑거려라, 늘어진 버들가지여. 소곤거려라, 떨고 있는 백양나무 가지들아. 깨져버린 꿈길을 더듬어서! 그러나 무시무시한 진동과 은밀히 만물을 뒤흔드는 소리가 물결 속에서 쉬는 나를 깨우는구나. (p. 145)

 

님프들 : (파우스트에게) 당신에게 권합니다. 여기에 편안히 누워 피곤해진 육신, 시원한 그늘에서 푸세요. 늘 얻기 어려웠던 휴식을 즐기세요. 살랑대며 졸졸거리며 당신의 귓전에 속살일게요. (p. 145~146)

 

파우스트 : 영웅들을 길러 명성을 높이고 아르고 선에 탔던 훌륭한 무리들과 시인들이 찬미한 모든 영웅들을 가르쳤소. (p. 149)

히론 : 결국 제자들은 자기 방식대로 발전해 가는 걸세.

누구의 교육도 받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Ü 아르고 선은 이아손과 그 원정대들이 황금양털을 얻기 위해 출정했던 배다. 금양모피는 구했으나 그의 아내 메데이아와 결별한 이아손은 결국 그의 자식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해야 하는 불행을 겪는다.

 

히론 : 언제나 디오스쿠렌 형제가 출중하였지.

천리안인 린코이스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암초를 뚫고 성스러운 배를 몰았었지. (p. 150)

 

Ü dioskuren. 헬레나의 형제로서 쌍둥이인 카스토르와 풀룩스

 

히론 : 뭐라고! 여인의 아름다움이란 별것이 아니오. 자칫하면 굳어버린 모습이 되기 쉽지. 찬양할 만한 미의 속성이란 오로지 삶을 즐기는 데서 솟아나는 것이오. (p. 152)

 

Ü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우미는 생동하는 아름다움 속에만 존재한다는 게 쉴러의 설인데 괴테도 이에 찬동하였다. 그리고 나는 찬동한다.

 

히론 : 요컨대 시인이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니까.

파우스트 : 그렇다면 그녀도 시간에 얽매이지 말아야지요!

아킬레스가 페레에서 그녀를 만난 것도 모든 시간을 초월한 것이었지요 얼마나 드문 일인가요. 운명을 거역하고 사랑을 쟁취하다니! (p. 153~154)

 

Ü 그리스 신화에는 아킬레우스가 죽고 그 어머니의 탄원으로 다시 지상에 나와 나와페레에서 헬레나와 결혼했다고 한다 (각주)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메데이아와 또 결혼하지 않았나. 복잡해.

Ü 시간, 그 슬픔의 시작이 너무 신비로운 오늘 하루다.

어쩔 수 없이 살기에는 너무 아까운 하루

 

스핑크스들 : 여기 우뚝 솟은 산들이 땅속에서 비집고 나오는 양을 우리가 직접 보지 않았다면, 태곳적부터 있었다고 말들 할 테지.

무성한 숲이 계속 퍼져나가고 아직도 바위들이 연신 몰려오누나.

스핑크스라면 그런 일쯤 개의치 않아. 우리는 성스런 자리를 지키고 있겠다 (p. 160~161)

 

이비쿠스의 학들 : 살인자의 고함, 단말마의 비명!

두려움의 날개를 치는 소리!

이 무슨 신음, 이 무슨 탄식이 이 높은 데까지 들려오는가!

어느새 모두 죽어서 호수를 피로 물들였도다! (p. 164)

 

Ü die kraniche des ibykus. 이비쿠스는 기원전 6세기의 그리스 시인. 쉴러의 담시에 의하면 이비쿠스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한 학이 그 죄상을 폭로해 복수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여기서는 피그메들이 백로들을 죽여 투구의 장식으로 삼았으므로 이에 대한 복수를 요청하는 것이다. (각주)

 

메피스토 : (걸음을 멈추면서) 운수 사납군! 속아넘어간 사내 꼴이 됐어!

아담 때부터 사내란 꾐에 빠지기 일쑤였지! 나잇살이 들어도 똑똑해지긴 틀린 모양이지?

그만했으면 바보 노릇은 어지간히 했을 텐데! (p. 167)

 

Ü 인류가 멸종되기까지는 아마 계속될거야.

 

오레아스 : 폼페이우스가 날 넘어 도망쳤을 때에도 나는 꼼짝없이 이렇게 서 있었지요.

옆에 있는 환상의 모습을랑 첫닭의 울음소리에 벌써 사라져버리지요.

그런 이야기들은 생겨났다간 갑자기 다시 사라져버릴 때가 많지요.

메피스토 : 거룩한 산봉우리여, 삼가 경의를 표하노라. 높은 참나무 숲으로 덮인 산이여! (p. 171)

 

Ü 경솔하지 않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

 

호문쿨루스 : 다만, 당신을 믿고 말씀드리는 건데 나는 지금 두 철학자의 뒤를 쫓고 있답니다.

엿듣자니, 자연, 자연! 하고 외치더군요. 이 두 사람을 놓치지 않으렵니다.

그들은 세상의 일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결국 그들에게서 배우겠어요.

어느 쪽으로 가는 게 가장 현명한가를

메피스토 : 방황해 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이야.

생성을 원한다면 자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보게나! (p. 172~173)

Ü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

 

아낙사고라스 : , 탈레스, 자네는 하룻밤 사이에 진흙으로 이런 산을 만들어낸 적이 있는가?

탈레스 : 자연과 그 활기찬 흐름은 결코 낮이나 밤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네.

어떤 형상이든 규칙에 따라 만들어내지. 아무리 위대한 것일지라도 폭력을 쓰지는 않는다네. 그래서 다음에 어떻게 됐단 말인가? 산이 여기 있다. 결국 그걸로 족하네. 그런 싸움을 벌이다간 시간도 여유도 잃게 될 것이요, 참을성 있는 백성을 이리저리 끌고 다닐 뿐이야. (p. 173~174)

 

Ü 아낙사고라스는 그리스의 철학자다. 원래 원자론을 주장했으나 여기서는 화성론자의 대표로 등장한다. 탈레스도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다. 만물이 물에서 생겼다는 수성론을 주장한다. (각주)

 

아낙사고라스 : 우리 종족의 고통 때문에 당신을 부르나이다. 디아나, 루나, 헤카테여! (p. 175)

 

Ü 달의 여신을 천상에선 디아나, 지상에선 루나, 지하세계에선 헤카테라고 부른다. (각주)

 

탈레스 :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그가 말하는 걸 느끼지도 못하겠다. 고백하건데, 미칠 듯한 순간이다.

달의 신 루나는 예나 다름없이 제자리에 아늑하게 떠 있지 않은가? (p. 177)

 

메피스토 : 예로부터 존경받는 신들은 모두 찾아보았어요.

오프스와 레아 신에게도 깍듯이 인사를 드렸고요. 혼돈의 아이이며 당신들의 자매가 되는 파르체들도 어제 아니 엊그제 만났지요. 하지만 당신 같은 분들은 본 적이 없소이다. 지금은 말문이 막히고 그저 황홀할 따름이외다. (p. 179)

 

Ü 오프스 ops는 로마인에게 대지의 신, 레아rhea는 그리스의 신으로 제우스의 어머니. 훗날 양자가 거룩한 신으로 동일시되었다. Die parzen, 인간의 수명을 다스리는 운명의 세 여신.

 

메피스토 : 호화로움과 예술이 같은 자리를 차지하는 곳, 대리석 덩어리가 영웅의 모습이 되어 날마다 민첩하게 세상으로 걸어나오는 곳 (p. 180) Ü 신전을 말하고 있는 듯

 

메피스토 : 세 사람의 본질을 두 사람으로 줄이고 세번째 분의 모습을 내게 맡긴다 해도 신화학적으로 별 지장이 없을 텐데요. 잠시 동안만 말이오. (p. 181) Ü 세명을 하나로 합친다는 말인가.

 

네로이스의 딸들과 트리톤들 (p. 182)

 

Ü 해신 네로이스에게는(냅튠, 포세이돈) 50명의 딸들이 있었고 그들을 네레이덴이라고 부른다. 트리톤은 해신 포세이돈의 아들로 하반신은 물고기와 같고 소라 같은 피리를 불었다. 바다의 방향을 잡는다고 한다. (각주)

 

네로이스 :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가? 저 형상들이 신의 영역에 도달하려 애를 쓰지만 늘 자기 자신에 머물도록 저주 받았지.

자신의 욕망을 따랐고 결국 일리오스는 멸망하고 말았네.

오랜 고통 끝에 뻗어버린 거인의 시체는 핀두스의 독수리에겐 반가운 먹이였지.

율리시즈도 마찬가지야! 내가 그에게 미리 치르체의 간계와 거인 치클로프의 잔인성을 일러 주지않았느냔 말이야? 그의 우유부단과 부하들의 경박함까지도 모조리 얘기 했건만,

그게 무슨 소용에 닿았던가? 수없이 풍랑에 시달린 다음 늦게서야 간신히 파도 덕분에 호의의

해안에 다다를 수 있었지. (p. 185~186)

 

Ü 그 호의의 해안은 나우시카를 만난 페아켄국의 해안이다. 그곳에서 오디세우스는 알키노스왕을 만나고 무사히 이타카로 돌아가는 행운을 맞이한다. 오디세이아를 읽으니 도움이 되는구나.

 

탈레스 : 정신적이 특성에선 결여된 바 없지만 지금껏 무게를 주는 건 유리뿐인즉, 어떻게 해서든 육체를 갖고 싶다는 걸세.

프로테우스 : 너야말로 진정한 숫처녀의 아들이구나. 존재해선 안 될 것이 벌써 나왔으니 말이다.

탈레스: 내 보기에 녀석은 자웅동체 같단 말이야 (p. 192~193)

 

텔히네족 : 한 줄기 햇살과 바람에도 섬은 다시 맑아집니다! 거기 숭고한 신은 수많은 형상으로 나타나지요. 젊은이, 거인, 위대한 자, 그리고 온유한 자로. 우리가 처음이었네. 신의 위엄을 존귀한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어낸 것은. (p. 195)

프로테우스 : 지상의 일이란 무엇이든 간에 항상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p. 195)

 

Ü 해일이 덮치고 태풍이 불고 낙엽을 떨구고 다시 잎을 피우는 이 말도 안 되는 비효율을 어찌 설명해야 하나.

 

네로이스 : 밤길을 가는 어떤 나그네는 저 달무리를 공기의 현상이라 불렀다지. 우리 정령들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데 그게 유일하게 올바른 생각일 거야. 저건 분명 비둘기란 말이다. 내 딸이 조개수레를 타고 올 때, 예부터 익혀온 독특한 방법으로 기이하게 날면서 인도하는 거지. (p. 197)

 

탈레스 : 아름다움과 진실이 온몸에 사무치니 내 마음속에 기쁨이 꽃피어난다. (p. 201)

만물은 물에서 생겨났도다!!

만물은 물로써 생명을 유지하도다!

태양이여, 우리를 영원히 다스려다오.

 

Ü 탈레스는 수성론자며 아낙사고라스는 화성론자다.

 

지레네 : 만물의 시초인 에로스여 이대로 다스리소서

모두함께 : 부드럽게 나부끼는 바람이여! 만세! 비밀에 가득 찬 동굴이여 만세! 이 세상 모든 것 축복 있으라. 수화풍토 4원소 모두 축복 있으라! (p. 203)

 

Ü Eros. 플라톤의 향연에 의하면 에로스는 혼돈에서 최초로 생성된, 자연발새으이 신이다. 만물의 근원인 물고 불이 서로 반발하면서도 하나가 되듯 에로스의 힘도 융합의 기능을 지녔다.

 

3

 

헬레나 : , 무심코 이 문지방을 넘어 성스런 의무를 다하고자 키테라 신전을 찾았다가 프리기아의 도둑에게 유괴당한 후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오. 그 소문은 널리 퍼져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요. 하지만 누군들 듣기 좋겠어요. 이야기가 보태져서 소설을 엮어낸다면 말이에요.

 

그만, 나는 남편과 배를 타고 왔지만,

내가 아내로 돌아온 것일까? 왕비로 온 것일까?

아니면 왕의 쓰라린 고통과 오래 견뎌온 그리스인들의 불행을 위한 제물로 온 것일까?

전쟁 중에 사로잡혔지만 내가 포로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구나. 아름다운 나에게 저 불사의 신들은 이중적이고 찜찜한 동반자, 명예와 운명을 정해 주셨다. (p. 209)

 

Ü 헬레나는 갈등한다. 자아가 분열될 정도의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다. 그녀는 지금 혹시 파리스를 진정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가.

 

헬레나 : 인간이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신들은 뜻한 대로 이루어가나니

죽을 운명의 우리가 참을 수밖에. (p. 212)

 

Ü 인간은 진정 신을 능가할 수 없는가. 파에톤아 이카루스야 그대들의 용기를 다시 한번 인간에게 내려다오.

 

헬레나 : 우선 나는 황량한 복도의 적막감에 놀랐구나. 부지런히 오가는 발걸음 소리도 없었고 바쁘게 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으며 (P. 216)

 

Ü 상전벽해(桑田碧海)

 

헬레나 : 여기선 남편인 왕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가 주인이다.

저 끔찍한 밤의 괴물을 아름다움의 친구 태양신 푀부스께서 동굴로 몰아대든지, 포박해 버릴 것이다. (p. 217)

 

포르키아스 : 부끄러움과 아름다움이 손을 맞잡고 지상의 푸른 들길을 함께 가지 않는다는 옛말은 여전히 고귀하고 진실하단 말이야 (p. 219)

 

헬레나 : 주인이란, 하인의 하는 일이 문제지 어떤 사람인가는 묻지 않는 법 (P. 221)

 

헬레나 : 하지만 이제 주인이 돌아왔으니, 그대는 물러나 칭찬 대신 벌을 받지 않도록 처신하시오. (p. 222)

 

합창대 여인1 : 아비는 에레부스고 어미는 밤이라고 고백해라. 

포르키아스 :  그럼 네 언니 스킬라에 대해 말해 보렴

티레지아스 노인하고나 붙어라.

합창대 여인4 : 오리온의 유모가 네 고손녀가 된다지

포르키아스 : 하르피에 들이 네년을 똥거름 속에서 길러냈을걸.

합창대 여인5 : 무얼 먹었기에 그렇게 말라깽이가 되었니?

포르키아스 : 네가 그렇게 탐내는 피 따위는 안 마신다.

합창대 여인6 : 자신의 역겨운 송장이면서 송장이 먹고 싶은 게지 (P. 222~223)

 

Ü Erebus. 카오스에서 태어난 암흑의 신. 그의 자매인 밤과 교접하여 낮을 출생시켰다. 스킬라는 머리가 여섯인 바다의 괴물로 남자를 잡아먹고 개처럼 짓는다고 한다. 본문에 티레지아스는 오비디우스에서도 나온 타이레시아스로 오비디우스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예언자다.

Ü 낮은 밤으로부터 태어났다. 원형은 어둠이며 성선설은 잘못된 주장일 수도 있겠다.

 

 

헬레나 : 날씬한 사슴 같던 열 살짜리 나를 유괴해 아티카의 아피드누스 성에 숨겨 놓았지. (p. 224)

 

Ü 본문 1막 말미에 이와 관련한 대사가 나온다.

부인 : 저 보물은 벌써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갔어요. 금박도 상당히 벗겨졌고요.

다른 귀부인 : 저 여잔 열살 때부터 못 쓰게 되었지요.

기사 : 누구나 그때 그때 최상의 것을 취하게 마련입니다. 나는 저 아름다운의 찌꺼기라도 갖겠습니다.

 

포르키아스 : 메넬라오스와 결혼하셨죠.

헬레나 : 아버님께선 딸을 주시고 나라의 통치권까지 넘기셨어. 그 부부생활에서 헤르미오네가 태어났지 (리어왕의 속편인가)

포르키아스 : 외로운 당신 앞에 너무나 아름다운 손님이 나타났죠.

헬레나 : 어찌하여 그대는 과부와 다름없던 그때를 또 거기서 생겨난 무서운 재앙을 들추어 내는거냐? (p. 225)

 

Ü 파리스의 첫 모습은 이 글에도 나온다.

 

귀부인 : , 피어나는 젊음의 힘이 어쩌면 저리도 눈부실까?

둘째 귀부인 : 물이 뚝뚝 흐르는 싱싱한 복숭아 같군요!

셋째 귀부인 : 아름답고 달콤한, 저 도톰한 입술 좀 봐!

넷째 귀부인 : 저 입술을 술잔처럼 빨고 싶은 게지? (p. 99)

 

포르키아스 : 당신은 이 성채를 버리고 일리오스의 구중궁궐에서 사랑의 환락에 탐닉하였죠.

헬레나 : 환락이란 당치도 않다.

한없는 괴로움이 이 가슴과 머리 위에 쏟아졌노라.

포르키아스 : 하지만 소문으론 당신이 두 개의 모습을 지니고 일리오스에도 이집트에도 보였다고 하더군요. (p. 226)

 

Ü 헬레나는 과연 이중적인 사람인가.

 

포르키아스 : 여왕님, 당신이 바로 제물이옵니다.

헬레나 : 내가?

포르키아스 : 그리고 저 계집들도.

합창 : 아이고, 이를 어쩌나!

포르키아스 : 도끼에 목이 떨어지는 것이죠.

헬레나 : 무섭구나! 짐작은 했지만 내 신세가 가련하구나!

포르키아스 : 피할 길이 없는 것 같군요.

이 허깨비들아  - 너희가 속하지도 않은 대낮과 헤어진다고

놀라서 금방 동상처럼 굳어진단 말이냐? (p. 229)

하긴 너희처럼 허깨비인 인간들도 숭고한 햇빛을 단념하길 싫어하지.

그러나 그들을 위해 탄원하고 죽음에서 구해 줄 자 아무도 없어.

모두 그걸 알면서도 승복하려는 자는 몇 안 된단 말이야.

 

Ü 그래 맞다. 제물로든 어떻게로든 죽는다는 것은 별일 아니다. 별일 아닌 것이다.

 

포르키아스 : 일리오스 침공 때 많은 영웅들이

식인종마냥 잔인했던 것에 비하면 말예요. (p. 234)

 

Ü 그렇다. 트로이 전쟁은 약탈 전쟁이었기 때문이겠다.

 

포르키아스 : 최고의 멋쟁이들이지! 금발에 싱싱한 젊은이들이야.

그 청춘의 향기라니! 파리스 왕자가 여왕께 왔을 때, 그만이 풍겼던 향기랄까. (p. 235)

 

Ü 괴테는 유난히 파리스의 젊음을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헬레나의 이중성을 부각하기 위함인가.

 

포르키아스 : 아름다움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 그것을 독점한 자는 공유한 것을 저주한 나머지 차라리 파멸시켜 버리지요. (p. 236)

그는 결코 잊지 못할 겝니다. 한때 소유했던 것 이제는 잃어버려 다시는 갖지 못하리라는 걸

 

Ü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표현으로 우리 조상들은 촌철살인 하였다.

Ü 메넬라오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것은 그런 추악한 마음이 나에게도 받아들여 진다는 것은 나도 인간이라는 안도감을 가지게 한다.

 

망루지기 린코이스 : 눈과 가슴을 그녀에게 향하고,

부드러운 광채를 한껏 마셨습니다.

이 눈부신 아름다움이 제 눈을 완전히 멀게 한 것입니다. Ü헬레나의 답이 걸작이다.

 

헬레나 : 제가 초래한 죄를 벌할 수 없습니다. (p. 245)

 

린코이스 : 당신이 옥좌에 오르자마자

지혜도 부도, 권세도 유일한 당신의 모습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힐 테니까요. (p. 249)

Ü 그 반대가 아닐까.

 

파우스트 : 나무라진 않겠다만 칭찬할 순 없다. (p. 250)

 

Ü 이것은 판단의 유보인가 명징한 의사결정인가. 애매하다.

 

헬레나 :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에 어울리고

한 마디 말이 귓전에 울리면

다음의 말이 따라와 그 말을 애무하는 것 같군요. (p. 251)

 

Ü 린코이스의 대사가 그리스 시에는 없는 게르만적 운율의 시형을 쓰고 있어 헬레나에게 신기하게 들린것이다. (각주) 그런데 1770년에 첫 구상에 들어간 파우스트는 그가 80년 생의 마지막까지 가서 완성 되었다. 특히 헬레나를 다룬 막은 1826년에 완성되었다. 헬레나, 고전적-낭만적 환상, 파우스트의 막간극이라는 타이틀로 수록되었다. 그가 원숙한 독일어를 구사하던 때였으니 헬레나가 위와 같이 독일어를 극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파우스트 : 저는 숨이 막히고 몸이 떨리고 말문이 막힙니다. 시간도 장소도 사라져버린 꿈만 같습니다.

헬레나 : 제 삶은 끝났지만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낯선 당신에게 정성을 바쳐 하나가 된 것 같아요.

파우스트 : 한 번뿐인 운명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지 마십시오. 존재한다는 건 의무입니다. 비록 순간적일지라도 (p. 254)

 

Ü 둘이 지금 뭐하자는 건가.

 

파우스트 : 조용히 간직했던 분노를 가지고 나아가라. 그것이 분명 승리를 가져다 주리라. (p. 255)

 

Ü 삶을 되돌아 보자. 갑갑해 미칠 것 같은 일상에서 내 존재가 부정될 때, 그때의 분노를 조용히 간직하라. 간직하여 나의 끊는 점에서 힘차게 분출하여 나를 옥죄고 있던 뚜껑을 날려버리자. 파우스트는 메넬라오스 왕과의 일전을 앞두고 위와 같이 말했으나 나는 내 생애 전환을 앞두고 이와 같이 말하리라.

 

파우스트 : 게르만인이여! 너희들은 방어벽을 쌓고 코린트의 항만을 지켜라!

수많은 협곡을 가진 아카이아는 너희 고트족이 지키도록 명하노라.

 

너희 모두 번영하는 나라에서

즐겁게 사는 모습 왕비께서 보시리라. 너희들 안심하고 왕비님 발 밑에서

신분 보장과 권리와 빛을 찾으리라. (p. 256~257)

 

Ü 이거 갑자기 왠 용비어천가인가. , 그때는 왕정이었구나.

 

파우스트 : 이것이 태고의 숲이다. 떡갈나무 힘차게 솟아 가지와 가지 억세게 얽혀 있다.

(p. 260) Ü 좋은 표현

단풍나무는 부드럽고 달콤한 물기 머금고 깨끗한 자태로 잎들을 나부낀다.

 

고요한 숲에선 따뜻한 젖이 샘솟아 어머니답게 아이와 양을 길러주고,

가까이서 나는 과일은 들판의 풍성한 음식, 파인 나무 줄기에선 꿀이 흐른다. (p. 260)

 

파우스트 : 자연이 순수한 영역을 다스릴 때는 온 세계가 서로 화합하기 때문이다. (p. 261)

견고한 성이 당신을 가둘 수는 없습니다!

스파르타의 이웃 아카디아는

 

Ü arkadien. 스파르타의 북쪽,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중앙부에 있는 산악지대. 소박하고 명랑하며 음악을 좋아하는 주민들이 살기 때문에 낙원으로 알려져 있다. (각주)

 

대지의 아들 안테우스처럼 (p. 264)

 

Ü antaus. 해신 포세이돈과 대지의 여신 사이에 난 아들. 대지에 발을 딛고 있을 때는 괴력을 발휘하나 떨어지는 순간 무력해진다. 이를 안 헤라클레스가 그를 안고 공중으로 올라 교살하였다. (각주)

Ü 이것은 징크스다. 신도 그렇듯 인간은 수많은 징크스가 있다. 이른바 약점이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약점이다. 사람아,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라. 알게 되면 적어도 완벽한 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저 마야의 아들 (p. 266)

 

Ü 봄의 여신 마야 maja와 제우스 사이에 난 아들 헤르메스(메르쿠리우스, 머큐리)를 말한다. 그 역시 아르카디아의 동굴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아르카디아는 보물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각주)

 

포르키아스 : 너희들의 케케묵은 신들은 집어치워라. 그들의 시대는 지나갔다. (p. 268)

 

오이포리온 : 이 거친 계집애를 끌고 와서 억지로라도 재미 좀 봐야지.

나의 즐거움, 나의 쾌락을 위해 반항하는 가슴을 짓누르고 피하는 입에 키스를 하며 (p. 273)

 

Ü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 오이포리온은 헬레나와 파우스트의 아들이다. 결말이 좋지 않음을 예감한다. 

 

오이포리온 : 더욱 더 높이 올라가야지. 더욱 더 멀리 바라봐야지. 이제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겠구나! 섬의 한가운데로군. 뭍에도 바다에도 친숙한 펠로프스 땅의 한가운데야. (p. 275)

 

Ü 인간의 욕망의 근원과 다름 아니다. 더 높이 올라가려는 욕망. 뭔가 있을 거라는 허튼 기대감. 옆으로 끝까지 갈 생각은 못하고, 언젠가 옆으로 끝간 데를 가보리라.

 

합창 : 성스러운 시여, 하늘 높이 오르세요! 아름답기 그지없는 별이여, 멀리, 더 멀리 빛나세요! 언제나 우리에게 들려와요 (p. 276)

 

Ü 오이포리온이 시를 상징하는 존재임을 암시. 영국 시인 바이런이 모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는 터키의 압제에 대항하는 그리스의 독립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하였다. (각주)

 

오이포리온 : 그리고 죽음은 천명이지요. 그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 (p. 277)

 

Ü 자명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하루 하루는 그 자명한 일이 들어올 여유 자리가 없다.

 

오이포리온 : 그래도 가야 합니다. – 양쪽 날개가 활짝 펼쳐집니다!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가야합니다. 날도록 허락해 주세요!

합창 : 이카루스다! 이카루스야! 너무나 슬프구나. (p. 278)

 

헬레나와 파우스트 합창 : 즐거움 뒤에는 이내 무서운 고통이 따르는구나. (p. 278)

 

Ü 파에톤과 이카루스

 

합창 : 인습과 법률에 거칠게 부딪혔지요. 그래도 끝내 고귀한 생각이 순수한 용기를 소중히 여기고 훌륭한 과업 이루려 하였지만 당신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지요. (p. 280)

 

헬레나 : 행복과 아름다움을 늘 함께 누릴 수 없다는 옛말이 슬프게도 제게 증명되었어요.

저승의 여신이여, 아들과 나를 데려가소서!

 

그녀가 파우스트를 포옹하자 육체는 사라지고

옷과 면사포만 그의 팔에 남는다.

 

포르키아스 : 당신 손에 남아 있는 걸 단단히 붙잡아요. 그 옷을 놓쳐선 안 됩니다. 악령들이 벌써 옷자락을 잡아채어 지옥으로 끌고 가려 하니까요. 단단히 붙잡으세요! 당신이 잃어버린 여신은 아니지만, 그것은 신성한 것입니다.

 

헬레나의 옷이 구름이 되어 흩어지면서 파우스트를 감싸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는

그를 데리고 날아간다. (p. 280~281)

 

합창 : 페르제포네 여왕과도 친밀히 지내겠지요. 하지만 우리야 수선화가 무성한 저 뒤편의 깊은 풀숲에서 (p. 283)

 

Ü 수선화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변신이야기에서 나르키소스와 님프 에코의 슬픈 이야기에도 나온다.

 

나머지 일부 : 바구니는 뿌지직, 들통은 덜거덕, 멜통은 삐거덕, 모든 포도 큰 통에 옮겨져 즙 짜는 사람, 기운차게 춤을 춥니다. 그리하여 깨끗한 단물 듬뿍 밴 신성한 포도알들이 마구 밟혀 거품을 내며 으깨어져 한데 섞인답니다. 이제 심벌즈와 징소리 쟁쟁히 울리는데 그것은 주신 디오니소스가 신비의 장막을 걷고, 염소 발굽의 남녀들과 나타났기 때문이죠. (p. 286)

 

그도 그럴 게, 새 술을 담으려면 묵은 술부대를 서둘러 비워야 하니까! (p. 286)

Ü 새 술은 새 부대에, 이 말이 파우스트에서 나온 것인가. 참 새롭게 알아간다.

 

4

 

고산지대

파우스트 : 가장 심오한 고독의 경지를 발 아래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겨 이 정상의 바위 끝에 섰노라.

맑은 날 육지와 바다를 건너 살며시 날 실어와 준 구름 수레에 작별을 고한다.

구름은 흩어지지 않고 천천히 내게서 떠나간다. 둥근 덩어리, 줄지어 동쪽으로 향하니

나는 놀란 눈으로 그 뒤를 바라본다.

구름은 방황하고 물결치며 변화무쌍하다.

유노, 레다, 헬레나와 닮은 듯 아, 벌써 흩어지는구나! 형체도 없이 넓게 피어올라 아득한 빙산들처럼 동편 하늘에 머물며 (p. 290) Ü 구름의 모습

 

파우스트 : 거대한 산은 내게 의연히 침묵하고 있다. 나는 산이 어디로부터 왜 생겨났는지 묻지 않겠다. 자연이 자신 속에 스스로 기초를 세웠을 때, 지구를 말쑥하리만치 둥글게 만들었다. 산봉우리와 계곡을 만들면서 즐거워했으며 암벽과 암벽, 산과 산을 줄지어 놓았다. 언덕들, 알맞게 경사지어 놓으니,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골짜기로 흘러내린다. 거기 초목이 푸르게 자라고 있으니 자신을 즐기기 위해 자연은 미친 듯한 천재지변을 원치 않는다. (p. 292)

 

Ü산과 파우스트 그리고 괴테.

 

파우스트 :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네. 인구가 늘어나 나름대로 편안히 살아가고

교육까지 받아 학식이 높아지면 모두들 기꺼워하겠지 하지만 실장 반역자를 길러내는 것인데 (p. 295)

 

Ü 괴테, 그의 선견지명인가. 그는 오늘의 교육의 모습을 정확히 간파하고 일갈한다.

 

메피스토 : 미인이라 말했는데 저는 언제나 미인들을 복수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서요.

파우스트 : 이 지상에는 아직도 위대한 일을 할 여지가 남아 있어. 놀랄 만한 일을 해내야 해. 과감히 노력하고픈 힘이 느껴지네.

메피스토 : 그렇다면 명성을 얻고 싶은 게로군요? 그럴 만하군요. 당신은 여걸로부터 왔으니까.

파우스트 : 지배권을 획득하는 거다. 소유권도 행위가 전부다. 명성은 허무한 것이다.

메피스토 : 하지만 시인들이 나타나서 후세에 당신의 여왕을 전하고 어리석은 이야기로 어리석은 일을 부추길걸요.

파우스트 : 내 말이 자네에겐 전혀 통하질 않는군. 인간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고는 있나?

자네처럼 뒤틀리고 가혹하고 냉정한 자가 인간이 필요한 걸 알기나 하겠나? (p. 296)

 

파우스트 : 스스로 결실이 없는 파도는 그 비생산성을 퍼뜨리려 사방팔방으로 접근해 온다.

부풀고 커지고 구르면서 황량한 해안의 보기 싫은 지역을 뒤덮는다.

연이은 파도는 힘에 넘쳐 그곳을 지배하지만 물러간 뒤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게 없다.

그것이 날 불안케 하고 절망으로 이끌었도다.

이 참을성 없는 원소의 맹목적인 힘이라니!

그리하여 내 정신은 감히 비약을 시도하려는 것.

여기서 나는 싸우고 싶다. 이것을 이겨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할 것이다 물결이 아무리 넘쳐도

언덕을 만나면 휘감기듯 돌아나가니까.

그것이 제아무리 오만하게 날뛰어도 약간의 높이면 그것과 당당히 맞설 수 있고

약간의 깊이면 그것을 힘차게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 나는 재빨리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저 도도한 바다를 해안에서 쫓아내 축축한 땅의 경계선을 좁히고,

파도를 저 바다의 안쪽으로 밀쳐버리는 그런 값진 즐거움을 얻어보겠노라고.

나는 이 계획을 차근차근 검토해 보았다. 이게 내 소망이니 과감히 진척시켜 주게나! (p. 297~298)

Ü 저 스케일 보라.

 

파우스트 : 아시는 바와 같이 산악 사람들은 생각과 궁리가 깊고

자연의 문자, 암석에 쓰인 문자에도 정통합니다. 이미 오래 전에 평지를 떠난 자들로 전보다 더욱 바위산에 애정을 갖고 있지요. (p. 307)

 

Ü 나대로 해석한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평지, 일상을 떠난 자들이다. 야생의 사람들로 출근하고 퇴근하여 토끼풀을 받아먹는 사람들이 아니다.

 

파우스트 : 영적인 힘을 지닌 조용한 손가락으로 투명한 형상들을 만들어내고,

수정체 같은 영원한 침묵의 결정 속에서 그들의 지상의 사건들을 살피고 있나이다. (p. 308)

 

파우스트 : 머리가 없다면 수족이 무슨 일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머리가 잠들면 모든 것이 늘어지고, 머리를 다치면 당장 모든 것이 상처를 입게 되며 (p. 309)

머리가 빨리 건강해지면 수족도 싱싱하게 회복되는 것입니다.

팔은 재빨리 자신의 강한 권리를 행사하여

방패를 들어 머리를 지킬 것이요,

칼도 당장 자신의 의무를 알아차리고

힘차게 받아치며 반격을 되풀이할 것이요,

튼튼한 발도 그들 행운에 한몫 거들어

쓰러진 적군의 목덜미를 세차게 짓밟을 것입니다.

 

Ü 괴테는 유물론자인가. ‘머리’, 인식, 사유만 나오면 유물론을 연결시키는 나는 편협함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데 마르크스도 괴테를 읽지 않았겠는가.

 

파우스트 : 시칠리아 해변에서 떠도는 안개 띠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신지요?

거기선 한낮에도 안개가 또렷이 흔들리면서 중천에 드높이 올라서는 이상한 아지랑이에 반사되어 희한한 광경을 보여준답니다. (p. 314) Ü그으르래? 직접 보고 오자.

 

파우스트 : 그것들은 아무리 먼 땅에 가 있어도 새끼와 먹이가 있는 보금자리로 돌아옵니다.

여기에 중요한 차이점이 있사온데, 비둘기는 평화 시에 봉사하는 전령이며 까마귀는 전쟁 시에 명령 받는 전령입니다. (p. 318)

 

메피스토 : 저 무딘 막대기가 그를 지켜줄 수 있을까?

우리들에겐 무용지물이지. 어찌 보면 십자가 같기도 하단 말이야. (p. 320)

 

Ü 맞다. 십자가, 불상, 지폐, 돈 모두가 나무와 종이에 불과한 것들을 더 높은 가치가 있는 양 붙들어 매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바로 본다는 문제가 이리도 어려운 줄은 미처 몰랐다.

 

파우스트 : 거센 물결이 그들을 쓸어가 버리는 것을.

저 거친 홍수 앞에선 나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p. 321)

 

Ü 괴테는 쓰나미를 봤어야 했다.

 

헌주관 : 폐하, 젊은이라도 신임을 얻게 되면, 아무도 모르는 새 어른으로 성장하는 법입니다. (p. 329) 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맞는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황제 : 또한 세금, 임대료, 헌납물, 소작료, 통행세, 관세, 채광권, 제염권, 화폐주조권도 경들에게 속한다. (p. 331)

 

Ü 그 때도 세금은 허리가 휠 정도로 많았구나. 위정자여 제발 인민을 가축화 시키지 마라.

 

대주교 : 폐하의 지극히 거룩한 머리가 이 시간에도 악마와 결탁하고 있다는 것이 심히 괴롭습니다.

그러니 가슴을 쳐 속죄하시고 죄 많은 행운 가운데 얼마간의 기부금이라도 즉시 성스런 사원에 헌납하십시오. (p. 333)

 

Ü 기부. 기부라, 기부는 필요악이다. 종국에는 기부는 없어져야 할 문제다. 사회적으로 기부가 필요하다면 그 사회는 공익이 미천하다는 얘기다. 기부가 없는 사회, 가진자가 가지지 못하는 자에게 베푸는 선량한 선이 없어지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선이라 생각한다.

 

대주교 : 교회는 봉사하는 자들에게 축복을 내릴 것입니다. (p. 335)

Ü 맞는가

 

대주교: 거룩한 교회에 바치지 않으면 그자는 파문 당할 것이옵니다

황제 : 이러다간 머잖아 온 나라를 다 넘겨줘야 하겠군 (p. 336)

Ü 아닌 것 같다

 

5

 

궁전

아주 늙은 파우스트, 생각에 잠겨 거닐고 있다. (p. 344)

 

이런 말 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저 언덕 위의 노인들을 몰아내고 보리수 그늘을 내 자리로 삼고 싶다.

현명한 뜻으로 백성을 위해 넓은 복지의 땅을 마련해 준 인간 정신의 걸작품을 한눈에 둘러보고 싶단 말이다. (p. 348~349)

 

파우스트 : 반항과 고집에 부딪히면 화려한 성공도 꺾이게 마련이다.

고통이 너무 깊고 지독하면 정의로우려는 마음도 지치고 만다. (p. 349~350) Ü 맞다.

 

깊은 밤

망루지기 린코이스 : 보기 위해 태어나 살피라는 분부 받고

망루에 맹세하니 세상이 좋기도 하구나 먼 곳을 바라보고 가까운 곳도 살펴보며

달이며 별이며 숲이며 노루도 본다. 삼라만상 속에서 영원한 장식 보노라니

만물이 내 마음에 들 듯 나도 내 맘에 드는구나. 복 받은 두 눈아, 너희들이 지금껏 본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정말로 아름다웠다. (p. 351)

 

Ü 망루지기는 깨달은자다. 천복을 가진 자며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자다. 이사람이 짱이다.

Ü 천복을 찾으면 삼라만상을 볼 수 있는가. 그렇다고 생각된다. 신은 마음에 있는데 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천복을 찾는 과정과 같다. 결국 천복을 찾고 삶이 천복에 집중된 생활이 될 때 신은 내 안에 거하고 삶의 시간 곳곳에 현현하여 같이 할 게 아닌가. 

 

파우스트 : 너희들은 내가 말할 때 귀가 먹었었느냐? 바꾸려고 했지, 빼앗으려던 게 아니었다. 그렇듯 무모한 짓을 하다니 저주스럽구나. 이 저줄랑 네놈들 셋이 나누어 가져라!

 

별들도 반짝이던 빛을 감추고 불길은 사그라져 모닥불이 되었군.

한 줄기 삭풍이 그것을 부채질하여 연기와 냄새를 내게로 날려 보낸다.

명령도 조급했고 행동도 성급했다. 그림자처럼 흔들대며 다가오는 저것이 무엇일까 (p. 355)

 

여인들 : 내 이름은 결핍, 나는 죄악, 나는 근심, 나는 곤궁 (p. 355)

 

Ü 회색의 네 여인이 등장한다.

 

파우스트 : (궁전 안에는) 넷이 오는 걸 봤는데 셋만 가는구나.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귓전에 남은 여운은 곤궁이었는데 뒤따르는 음울한 운자는 죽음이었다. (p. 356)

 

파우스트 : 나는 오로지 세상을 줄달음쳐 왔을 뿐이다. 온갖 쾌락의 머리채를 붙잡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버리고 빠져나가는 것은 내버려두었다. 나는 오직 갈망하면서 그것을 성취하였다.

눈을 꿈벅거리며 하늘을 향해 구름 속의 자신을 꿈꾸는 자는 바보로다!

이곳에 굳건히 서서 주위를 둘러볼 일이다.

유능한 자에게 이 세상은 침묵하지 않으리라. 무엇 때문에 영원 속을 헤맬 필요가 있을까!

인식한 것은 손아귀에 잡을 수 있는 법, 이렇게 지상의 나날을 보내는 게 좋으리라. 도깨비들 날뛰어도 내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는 자, 그가 나아가는 길엔 고통도 행복도 함께 있겠지.

근심: 누구든 내게 한번 붙잡히면 온 세상이 쓸모 없게 되지요

영원한 어둠이 내리 덮어서 해는 뜨지도 지지도 않고

외부의 감각이 완전하다 해도 내부엔 어둠이 자리잡게 됩니다.

행복도 불행도 시름이 되어 풍족한 속에서도 굶주리게 되지요.

환희든 고뇌든 간에 다음날로 밀어젖히고 그저 앞날만을 고대할 뿐

결코 아무것도 이루질 못해요.

 

가야 할까. 와야 할까.

훤히 트인 길 한복판에서도 갈팡질팡 뒤뚱거리지요.

길을 잃고 점점 깊이 들어가 온갖 것을 다 비뚜로 보는 거예요.

 

그만두자니 괴롭고 억지로 하자니 불쾌한 거지요. 때로는 해방되고 때로는 억압당하며

자는 듯 마는 듯 몽롱한 상태로

 

파우스트 : 못된 유령들아! 너희들은 그런 수작으로 천 번 만 번 인간을

괴롭히고 있구나.

하지만 근심이여, 살며시 기어드는 그 큰 힘을 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서둘러 완성해야겠다.

이 위대한 일 완성하는 데는

수천의 손 부리는 하나의 정신으로 족하리라. (p. 358~360)

 

궁전의 넓은 앞마당

레무르들 : 젊고 팔팔한 나이에 사랑을 했을 땐

생각하면 정말 달콤했었지. 노랫소리 즐겁게 흥겨운 곳이면

내 발길 저절로 움직여 갔다오. 이제 늙음이 짓궂게 찾아와 날 지팡이로 후려치누나.

나는 묘지의 문 앞에서 비틀대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문이 열려 있었던가! (p. 362)

 

파우스트 :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p. 364)

 

Ü 파우스트의 마지막 순간이다. 마지막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 되는 삶.

Ü 순간을 멈추게 하는 방법, 순간을 한 참 동안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연구해볼 만하겠다.

 

메피스토 : 최후의 하찮고 허망한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으려 하는구나.

내게는 억세게도 항거한 놈이지만, 세월 앞엔 별수없이 백발이 되어 모래 위에 누웠구나.

시계는 멈추었다.  

 

어째서 지나갔다는 거냐?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 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도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맴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p. 364~365)

 

Ü , 이놈 봐라. 나는 왠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좋다. 그의 생각을 전적으로 동의한다.

Ü 창조란 없다. 시간 속에서는 단지 하나의 사태로 기록될 뿐이다. 창조된 것은 필연적으로 붕괴되게 되어 있다. 시간이 그리 만든다. 붕괴된 자리에서는 다시 창조되게 되어 있다. 시간이 그리 만든다. 그 안에서 눈물 겹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

 

메피스토 : 저 극악무도한 시간에 우린 온 인류를 절멸시키려 하였다.

저 멍청한 놈들이 경건한 척 오고 있구나!

저렇게 우리로부터 많은 영혼을 앗아갔으니, 저것들은 악마다. 가면을 쓰고 있을 뿐 (p. 369)

 

Ü 메피스토의 말이 맞는지 모른다. 천사들이 악마가 아니란 법은 없다. 모든 극단은 같다. 천사인 양 하는 모든 것들이 실은 악마의 다른 이름인지도.

Ü 시간, 그 슬픔의 진원지. 어찌하면 극복할 수 있는가. 불교에서는 윤회를 끊어내는 유일한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어 영원히 사는 법을 배우라 하지만 그리 쉬운가. 시간, 시간시간!

 

메피스토 : 나도 이상한데! 무엇이 내 머리를 저쪽으로 잡아끌까?

나와 저것들은 불구대천의 원수간이 아닌가!

저 귀여운 아이들이 보고 싶어 죽겠는걸. 저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게 뭘까? (p. 372)

 

Ü 악마의 전환의 순간이다. 사랑, 저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힘, 감정. 멋진 정의다.

 

천사들 : (파우스트의 불명의 영혼을 인도하며 보다 높은 대기 속을 떠돈다)

영들의 세계에서 고귀한 한 사람이 악으로부터 구원되었도다.

언제나 갈망하여 애쓰는 자, 그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성숙한 천사들 : 강한 정신력이 온갖 원소들을 제 몸에 끌어모으면,

영혼과 육체가 내부에서 합일된 이중체를 어떤 천사도 분리할 수 없지요.

영원한 사랑만이 그것을 갈라놓을 수 있답니다. (p. 382)

 

Ü 영욕일체에 대한 관심이 그 시대에는 많았다고는 하나 지금도 심각하게 고민해 볼 만한 주제다. 나라는 존재와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친근한 육체임에도 왜 그리도 영혼과 반목을 거듭하는가. 무엇이 이유인가. 답은 찾을 수 있는 것인가.

 

마리아 숭배의 박사 : 어느 누가 자신의 힘으로 정욕의 사슬을 끊을 수 있겠나이까?

경사지고 미끄러운 바닥에선 발이 얼마나 쉽게 미끄러집니까?

눈짓과 인사, 그리고 아양 떠는 입김에 누군들 유혹되지 않겠나이까?

죄많은 여인 : 바리새인의 조소에도 아랑곳 않고 신으로 변용하신 아드님의 발끝에 눈물을 흘려 향유를 대신했던 그 사랑을 걸고 당신께 비웁니다. (p. 385)

 

신비의 합창 :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p. 388~389)

 

Ü 인류의 키워드는 여성이다. 원형이며 연민이며 구원이자 영혼이다. 그리 믿고 있다. 

 

3. ‘물음과 물음 사이(내가 저자라면)

구상에서 완성까지 60년이 걸렸다. 파우스트는 1831, 괴테가 사망하기 바로 전 해에 끝났다. 그가 대문호이건 아니건 간에 한 사람의 인생을 걸어 완성한 작품은 위대하다. 건축물이든 그림이든 문학이든 물건이든 뭐든 말이다. 그래서 괴테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 생을 고민하고 살아낸 현역인 것이다. 그래서인가 파우스트의 마지막 임종의 순간은 최고의 순간을 느끼며 마감한다.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그런데 그가 마지막 최고의 순간을 느끼기까지(그렇게 믿기까지) 자신이 물었던 질문과 그 질문에 답하고 결정하는 동안의 갈등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천상의 서곡에서 하느님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내기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사실에 그만 좌절한 중년의 파우스트는 메피스토를 만난다. 그는 마법의 힘으로 그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제안하고 파우스트는 자신이 만족한 나머지 어떤 순간을 가리켜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하게 된다면 패배를 시인하고 영혼을 내놓기로 계약한다. 결국 그 말을 하게 되지만 메피스토와 맺은 계약에 따라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그레첸의 도움으로 구원을 얻는다.

인간은 신에 대한 호기심과 자연에 대한 놀라움 때문에 제 자신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다. 그리하면 파멸을 맞이 할 것이나, 자신이 얼마나 진중하고 치열하게 생을 살았느냐에 따라 천사에게 구원 받기도 한다. 이런 메시지였을까. 본문에는 이 호기심에 대한 말이 있다. 인용해 보자.

 

그러나 경직된 상태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p. 89)

 

세계가 보여주는 숨겨놓은 감정. 놀라움과 호기심. 괴테는 신비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이 인간의 가장 귀한 소질이라고 보았고 무관심이 아니라 이런 놀라움에 의해 가치 있는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에커만과의 대화에서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놀라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그 최고의 경지를 넘어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악마의 결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순간 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에게는 악마와 결탁할 용기라도 있는가? 그리해서라도 생의 연원을 알고 싶은 열정이 있는가? 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없다면 왜 살고 있는가? 파우스트가 말한 최고의 순간은 나에게도 올 것인가? 그 순간을 위해 내 생을 다 받칠 수 있는가? 파우스트와 같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는가?

 

 

괴테, 시간과 종교에 대한 깊은 고민

 

처음 읽을 때는 파우스트 활자를 따라가기 바빴지만 두 번 읽으니 행간에서 괴테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종교관이며 시간 개념이며 창조와 파괴에 대한 생각이며 교육과 배움에 대한 관념 등이 파우스트가 한 이야기와 메피스토가 한 이야기가 괴테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야 한다. 파우스트를 나의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 책을 씹어 삼켜야 한다.

 

두 번 읽기에서 내 마음에 유난히 오래 남은 괴테의 목소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종교에 대한 파우스트의 생각이다. 그리고 창조와 파괴에 대한 메피스토의 대사다. 다른 많은 이야기와 대사 중에 유독 그것이 나에게 깊이 박힌 이유는 내가 지금 관심을 가지는 사유에 대해 괴테가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괴테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자신의 책에 써 두었을까. 이 생각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누가 무엇이 이 생각에 영향을 미쳤을까. 그렇다면 나는 시간과 종교에 대해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마르가레테 : 당신은 종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을 믿으시나요?

파우스트 : 날 오해하지 말아요. 내 귀여운 아가씨!

누가 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겠소?

누가 고백할 수 있겠소.

나는 신을 믿는다고? 마음속으로 느낀다고 해서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소.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만물을 포괄하는 자, 만물을 보존하는 자, 그는 당신을, 나를, 그리고 자기자신을 포괄하고 보존하고 있지 않소?

하늘은 저 위에 둥글게 덮여 있지 않소?

대지는 이 아래 굳건히 놓여 있지 않소?

영원한 별들은 다정한 눈인사를 나누며 이렇게 떠오르지 않소?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당신의 머리와 가슴으로 밀려들어와

영원한 비밀을 간직한 채 보일 듯 말 듯

당신 곁에서 떠돌고 있질 않소?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으로 당신의 가슴을 채우구려.

그리하여 당신이 온통 행복감에 젖게 된다면, 그것을 행복! 진심! 사랑! !

무어든 원하는 대로 이름을 붙이구려.

나는 그걸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소!

느끼는 것만이 전부지요.

이름이란, 공허한 울림이요, 연기요, 안개 속에 휩싸인 하늘의 불꽃일 뿐이오.

마르가레테 : 그래도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당신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기 때문인가 봐요.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으로 일관해야 하는가.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오늘날 관용을 모르는 evangelism 과 같이 위험하다. 괴테의 종교관이 드러난 위의 대사는 파우스트의 백미다. 우리의 믿음과 관계없이 우주는 순행한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산은 나무를 키우고 강물은 흐른다. 믿음이 필요한가. 무엇을 위해 믿어야 하는가. 믿음 이후의 삶은 달라지는가. 물길이 바뀌는가. 내 안에 믿음이 있지 않은가.

 

메피스토 : 어째서 지나갔다는 거냐?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 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도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맴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창조란 없다. 시간 속에서는 단지 하나의 사태로 기록될 뿐이다. 창조된 것은 필연적으로 붕괴되게 되어 있다. 시간이 그리 만든다. 붕괴된 자리에서는 다시 창조되게 되어 있다. 시간이 그리 만든다. 그 안에서 눈물 겹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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