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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5일 10시 47분 등록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파우스트는 대단원에 이르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말을 하고 만다.

파우스트가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외치자 메피스토펠레스는 그의 영혼을 접수하기 위해 핏방울 계약서를 챙긴다.  하지만 그때 천사들이 등장해 야비하게 악마의 노획물을 채간다.

악마의 몸은 욥의 몸처럼 종양 덩어리로 변하고, 파우스트는 천국으로 인도된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이자 기독교적인 결말인데, 이는 작품의 도입부에서부터 이미 명시됐던 것이다.

 

난 파우스트 내용 중 이렇게 외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바그너가 스승인 파우스트에게 어떻게 기가 막힌 강연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묻는 대목이다.

 

바그너 : 어찌 설득을 통해 대중을 인도할 수 있겠습니까?

 

파우스트: 만약 진심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걸세.

마음에서 우러나와 강렬한 원초적 흥미로써 뭇사람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면 말이야.

항상 죽치고 앉아 있어보라지! 주워 모은 조각들을 아교풀로 붙이거나, 남의 잔칫상 찌꺼기나 모아 잡탕을 끓이거나, 자네의 작은 잿더미에서 보잘 것 없는 불꽃을 살려내 본들 어린애와 원숭이들이나 감탄할까. 그런 것이 자네 구미에 맞다면 그만이겠지만 ―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결코 마음과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바그너: 강연술만이 연설가를 성공시키는 게 아닐까요?

 

파우스트 : 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이성(理性)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 굳이 말투를 꾸며낼 필요가 어디 있겠나?

그렇지, 자네들의 연설이 번지르르해도, 내용인즉 삶의 휴지 조각을 구겨넣은 듯,

 

파우스트 : 그것이 자네의 영혼에서 샘솟은 것이 아니라면, 상쾌한 맛을 얻지 못할 것일세.

 

파우스트가 제자인 바그너에게 들려주는 말에 “진실”이란 단어가 강조되고 있었다.

나도 처음에 프리젠테이션 교육을 시작 할 때, 내가 방송을 할 때, 진실이란 것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잘 몰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어느 순간 피티에 있어서 우선순위라는  것이 생겨났다.

바로 스킬. 기교는 피티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첫번째 요건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가 보통 지금까지 알려진 연설로 대표작을 꼽으라면 미 합중국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필두로 오바마가 한 연설,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 졸업축사로 널리 알려진 스티브 잡스의 연설이다.

 

그는 대학 졸업식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경험하고 깨달은 세 가지 이야기를 연설하였다. 인생의 전환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의 사랑과 상실에 대한 감회, 그리고 마지막 죽음. 15분간 연설의 화두를 한 단어로 꼽으라면 “진실”이 아니었을까? 진심어린 말은 우리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 강력한 힘이 있다. 말은 파워풀하지만 진실의 힘은 더 강력한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진심어린 말은 바로 나의 영혼 깊은 곳에서 건져올린 말이어야 한다.

.

파우스트는 또다시 이런 말을 한다. “주워 모은 조각들을 아교풀로 붙이거나, 남의 잔칫상 찌꺼기나 모아 잡탕을 끓이거나, 자네의 작은 잿더미에서 보잘 것 없는 불꽃을 살려내 본들 어린애와 원숭이들이나 감탄할까.“

요즘 느끼는 것은 대중을 향해 하는 연설이나, 대중을 향한 책이나 별로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자신의 깊은 영혼에서 끌어올린 두레박의 물맛 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싶다.

주워 모은 이야기의 편린들을 짜깁기 하는 일, 잔칫상의 찌꺼기나 잡탕을 끓여 근사하게 포장하여 내 놓는 일,

꺼져가는 불꽃에서 건져낸 것들...글세 파우스트는 이런 것들을 경계하라고 이야기 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허접한 연설을 한들 어린애나 원숭이들이 감탄을 할까? 비웃는 장면에서 어린애들의 위상을 잠시 발견한다.

 

파우스트는 바그너에게 마직막 쐐기를 박는다.

“그것이 자네의 영혼에서 샘솟은 것이 아니라면, 상쾌한 맛을 얻지 못할 것일세.”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 이야기만이 우리 마음을 사로 잡는단다.

 

끊임없이 정보나 말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진부하고 흥미롭지 않으면 대중은 잡으려 하지도 않고 그저 외면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싸움에 기업들은 골몰한다. 난 스티브 잡스가 인도를 다녀와서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인도에서 사업적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난 나의 영혼에서 무언가를 샘 솟게 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나의 (당신의) 영감은 어디서 오는가?

나는(당신은) 영감을 얻기 위해 오늘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가?   자문해 본다.

IP *.118.2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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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5 18:02:57 *.182.111.5

나의 영감은 어디서 오느가? 한참을 질문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영감은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내가 경험하고 감동받았던 이야기를 쓸 때 힘이 생기듯이,

읽는 사람도 그 힘을 느끼는 거죠?

영감을 얻기 위해 오늘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가?

사고를 쳐야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슨 사고를 쳐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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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5 18:53:10 *.118.21.182

ㅋㅋ 어리버리 사고뭉치 승욱~ 조오타...

난 이번 컬럼 넘 어려웠다.

왜 이리 생각의 가닥이 안잡히는지...처음이야 컬럼쓰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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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6 18:11:42 *.154.223.199

저 마지막 질문들이 샐리올리브 언니의 독특한 (장)점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글을 신나게 읽다가 질문이 턱하니 저한테로 돌아오거든요.

지난 주에도 파우스트에 대해 쓰신 칼럼에 댓글을 달았다가 '너라면 헬레나에 대해 어떻게 썼겠니?'라고 물으셔서 한참을 생각했어요.

 

늦은 대답^^

저는요 헬레나를 영생불사하는 흡혈귀들처럼 이전 기억을 가진채 윤회하는 이로 하고요.

남자사람에게 발휘되는 자신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가 자신이 가진 재능의 하나로 그 매력을 알아채는 자기 인식의 과정에 대해

여러 예를 들어 쓸 것 같아요.

파우스트 등 그녀를 언급했던 여러 사람들에 대해서요.

저라면 첫 번째 유괴되었을 때 그냥 구조되었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옥으로 납치당했던 페르세포네처럼 지옥 경험을 가지도록 하구요. 

과정에 대해 쓸 것 같아요.

그녀가 지금도 어딘가에 남아 현대판 헬레나가 되어 윙크하는 걸로 끝을 맺을 것 같아요.

언니의 질문 덕분에 즐거운 상상의 시간을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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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7 09:40:56 *.120.78.130

 하하 콩두 다운 대답인걸?

콩두다운건 멀까? 를 생각해보았어. 콩두 답다? 우리가 첫 오프 시간때처럼

약간 콩두에대해 미루어짐작한 것이 사부님부터 ~ 뻥하고 터졌을때 처럼 허무하려나?

아직 잘 모르겠지만 느낌과 이미지로 사람을 읽어내는 나에겐

구체적인 묘사작업이 어려운과제지 ....늘

콩두야 보고시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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