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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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정말로 지옥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글쎄?
며칠 전 신화읽기에 빠진 나와 아들이 나눈 대화이다. 아들이 물었다. 그리고 내가 답을 했는데 답이 좀 그렇다. 요즘 연구원과제로 정신이 없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터라 자연스럽게 아이와 이야기를 하게 된다. 단테의 신화를 읽으면서 아이와 나눈 이야기이다. 단테라는 작가가 쓴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이렇게 시작한 이야기 끝에 나온 질문이다. 우리 집은 시어머니가 교회에 나가신다. 곁에서 보는 내 눈에는 종교인으로 열심이지는 않다. 동네 친구분들이 함께 가자고 하니 그분들 만날 겸. 겸사겸사 다니시는 모양이다. 남편이나 나, 그리고 아이들. 시아버지 다른 구성원은 모두 종교와는 상관없이 살아간다. 나 또한 현세가 아닌 내세 또는 천국 지옥 같은 단어들은 생각하지 않는 영역이다.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종교적 인간이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하여. 이유는 단순하다. 종교인이 살아가는 모습. 특정시간에 특정장소에 모여서 기도를 한다. 그 시간에 놀거나 쉬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또 하나는 종교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들이 특별하게 사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주말에 모여서 기도를 하고 그들끼리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간다. 종교에 따라 이교도에 배타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배타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질감이 느껴져서 좋아하지 않게 된다. 이 또한 나의 배타적 기질 탓이리라.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 종교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자기확신이 강해서이다 라고 잠정결론을 내린다. 아마 죽을 때 까지 종교적 인간이 되지 못하리라 예언해본다.
두 번 읽기 과제로 신곡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옥편을 읽으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그리스도 이전에 이 땅에 살다간 사람들, 그리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사람들, 이교도들. 모두가 지옥의 아홉 고리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다는 설정. 이건 말이 안 된다. 무엇인가 불평등계약을 맺는 듯한 느낌이다. 읽다 보니 불평등 맞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아무런 조건 없이 그리스도에게 맡겨라. 믿는 다는 것. 특정 절대자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 아무런 조건 없이 따지지도 말고, 무슨 유행가 가사 같다. 자유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다. 나는 인간이고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고 그래서 난 내 자유의지대로 산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자유의지가 통하지 않고 그렇게 살기가 너무 힘들어지고 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절대자의 파워를 느끼는 순간이 오면 어떤 형태로든 종교적 인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세편모두를 다 읽어는 봐야 어떤 방향으로든 조금 정리가 되겠다 싶어서 연옥편을 읽었다. 지옥과 천국의 중간. 일정시간 기도하면서 회개하면 천국으로 갈수 있는 희망이 있는 곳. 그곳이 어쩌면 제일 현실적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같은 비 종교인이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연옥에서의 머무르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는 살아있는 사람이 망자를 위하여 기도를 하는 것이다. 순례자가 본 의외의 인물들은 모두 인간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누군가가 기도를 해준 덕분이다. 필멸의 인간에게 이만한 위안도 없다. 역설적이게도 살아서 잘 산 사람이 죽어서도 누군가의 기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잠시 생각해본다. 신곡 세편을 모두 보면서 지옥편이 제일 마음에 남는걸 보니, 나는 지옥과 좀 가깝게 살고 있는 인간인가 싶다.
오늘 프로메테우스를 보았다. 먼저 생각하는 자. 그리스신화에서 접한 이름이다. 신화를 보지 않았다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SF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쟝르가 아니다. 몰입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영화제목을 보는 순간 얼마 전 읽었던 신화가 생각났다. 프로메테우스, 그는 올림포스신 이전의 티탄신이다. 인간에게 불을 준 장본인이다. 이 일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바위에 매달린 채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는다. 밤사이에 간은 다시 생성되어 그 고통은 끊이질 않는다. 또 다른 전설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흙과 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모로 보나 인간에게 프로메테우스는 친근한 존재이다. 제우스의 눈을 피해 불을 전해 주었건, 태초에 인간을 만들었건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듯 하다. 어차피 신화, 설화를 가지고 사실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 자체가 우문이다. 인간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건 수천 년 동안 지구에서 살고 있는 모습은 그리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단지 먼저 태어난 자들의 삶에서 우리의 삶을 읽어내고 삶의 지혜를 얻으면 그뿐이다 싶다. SF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재밌다 라는 평을 하게 된 최초의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프로메테우스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극장에 갈 때부터 내게는 특별한 영화로 다가왔을 것이다. 구체적인 줄거리는 3D영화로 보시라. 꼭 3D영화로 보시면 좋겠다.
프로메테우스는 우주선이다.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서는 우주선. 2년 동안 냉동수면상태에서 목표로 하는 행성에 도착한다. 프로메테우스를 발사시킨 회사는 웨이랜드, 뇌과학의 선구자적인 기업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하여 우주선을 발사했다. 우주선 탑승자들은 과학자, 의학자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동승했다. 동승한 이유도 각자 다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 개인의 욕망이 우주선발사의 원동력이다. 어마어마한 자금을 댈 수 있는 사람. 그럴려면 그만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결국 각자 비젼을 가지고 우주선에 동승했지만 웨이랜드의 회장인 한 노인의 욕망을 위하여 발사된 우주선이다. 인류를 만들어낸 엔지니어가 있다면 필멸의 인간을 멸하지 않게 하는 방법도 알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삶에 대한 욕망. 멸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하는 욕망. 그 근저에는 돈이 있다. 왠만한 돈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 돈으로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과학이다. 노구를 이끌고 2년의 냉동수면을 견디게 한 저력은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또 한 사람 동승한 딸. 아버지의 끝 모르는 욕망에 대하여 딸은 “죽음은 피할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우주선의 유일한 인간이 아닌 로봇 데이빗은 말한다.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죠.”
피할 수 없는 죽음에서 돈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필멸의 인간을 보고, 아버지가 죽기를 바란다는 모든 자식에게서 또 돈을 발견한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돈과 관련하여 인간이 보인다.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본다. 모든 것을 갖추었으니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노인과 그 아버지의 존재가 사라져야 자신의 자리가 생기는 자식의 관계.
단테의 신곡으로 돌아가보면 이들은 모두 지옥행이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니까. 인간을 만들어낸 엔지니어를 찾아 떠난 사람들이니 말이다. 프로메테우스를 발사한 우주선의 주인은 지옥 8고리와9고리쯤에 있을 것이다. 동승한 과학자들에게 사기를 쳤기 때문이다.
죽어서 지옥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아들의 질문에 나는 뾰족한 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는다. 그런 가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요즘 발효식품 공부를 한다. 들로 산으로 약초들과 먹거리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다가 별견했단다. 네잎클로버. 두개를 책갈피로 만들어 하나는 제 여자친구를 주고 하나는 엄마거야 하면서 내민다. :엄마 사랑해요”라고 적혀있다. 그래…죽어서 지옥이 있든 천국이 있든 이건 별로 중요치 않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이며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라고 하지 않던가. 지천에 널려있는 행복을 못보고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으러 다니는 인간의 모습을 빗댄 이야기이겠지. 오늘하루 세잎클로버와 함께 행복하게 살자. 이것이 신곡을 모두 읽고 난 나의 결론이다. 나는 현재형 인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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