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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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스템 1과 시스템 2 (Thinking fast & slow)
사람들이 내게 철학적이라는 말을 할 때, 나는 상당히 서운한 생각, 솔직히 한 때는 발끈하곤했다. 왜냐면 나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검’이라는 무기를 다루어 왔으며 무기를 다루는 과정은 철저하게 사실적이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는 철저하게 자연의 물리적 법칙에 지배받는다. 어떻게 휙 날아가 상대를 사~샥 찔러버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는 분명한 프로세스와 생리,역학적인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나는 사람들의 표현과 태도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들의 눈에는 그리고 그들의 귀에 들려오는 나의 말이 상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이미 검증되어진 바에 따르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학습에 의한 체험을 바탕으로
사실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는 ‘보는 것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는 것 이상이다.’ 라고 말한다. 책상위의 유리잔을 보고 투명하고 둥그런 한 쪽이 막힌 물체로 보지 않고 무언가를 담아 마실 수 있는 ‘잔’ 이라는 지식과 경험이 반영된 생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백 만년이상 진화한 인간행동의 메카니즘은 출생이후에 배우는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 섬세함과 동시병렬적으로 진행되는 복잡함을 제한적이고 개념적인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주역에는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하지 못하니 성인께서는 상(像)으로서 뜻을 전한다.’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복잡하고 정교한 행동(행위)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내적으로 심리적인 요인과 함께 외적으로 생리역학적 요인에 의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면서 표현되어지는 행동을 단순하게 정의된 개념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지도는 정확하게 그리면 그릴수록 사실과 다르다’는 표현처럼 진실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위성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도 사실 지표면은 계속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상황과 조건의 변화와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단어와 은유적인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구본형 스승님이 즐기시는 신화와 역사이야기의 인문학적 표현들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연과학으로서 스포츠 심리학의 한 분과인 운동학습과 제어(motor learning & control)를 전공했고 인간의 움직임에 관한 과학적 방법론으로서 검증이 가능한 합리적인 접근법을 배웠다. 그러나 펜싱 검을 다루는 Coaching의 관점에서는 기능적인 메카니즘이나 인지적인 이해의 차원을 넘어 좀 더 포괄적이고 인문학적이라고 볼 수 있는 전술 전략적인 (메타인지라고 한다) 영역을 포함하여 지식과 기능과 태도가 상호역동적인 통섭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코칭은 평형과 질서를 가진 세 요소들의 속성과 역할이라는 이중성를 이해하고, 그 정합적 행동을 분석하고 해석하며 그리고 더 나아가 대처하는 반응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칭(coaching)은 티칭(teaching)과 달리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다. 수행중이던 선사가 수제자를 데리고 만행중에 일어나는 한 옛이야기가 있다. 추석날 보름달이 둥그렇게 뜬 고개를 넘다가 달을 가리키며 ‘저것이 무엇이냐?’ 하고 제자에게 묻자 제자가 ‘보름달인데요...’ 라고 대답하니까, ‘ 이 놈이 보라는 것은 안 보고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구나!’ 라고 말한다. 스승이 가리키는 것이 보름달이겠는가? 초등학생도 아는 보름달을 무엇이냐고 물어보았겠는가 말이다. 넌 저 달을 보니 무엇이 생각나냐 지금 너의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을 묻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그래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상징적 것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손가락을 쳐다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표현을 하는 내가 철학적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는 점도 비슷한 형태라고 볼 수가 있다.
코칭에서 궁극적으로 다루는 것은 신체적인 기능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아니다. 기술적 행동에 대한 지식(tactical knowledge)과 상황에 대한 인지적인 이해(understanding situation)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이와 함께 최종적으로는 대처 행동을 결정(decision making)해야 하는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분의 연장결정전의 상황에서 밀어부칠지, 대치상태를 유지할지, 아니면 지연작전을 통해 반격기회를 유도할지는 기능이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결정의 판단에 관한 문제이고 거기에는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가능성과 확신을 갖는 선택이라는 태도결정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혼서류를 앞에 두고 있을 때, 그 상황에서 도장을 찍는 기능의 문제나 이혼서류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해의 문제가 아니다. 참고 살지, 끝장을 낼지를 선택하는 판단의 문제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태도의 문제이며 의사결정의 핵심이며 상황에 대응하는 개인의 반응 성향이다. 그리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코칭이다.
지식은 가르치는 것이며, 기능은 반복을 통해 정교함을 익히는 것이지만 태도는 행동가능한 여러 반응 중에 선택하는 것이고, 복합적이고 상대적이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받아들이는 것 즉 선택해서 수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내용이 아니라 상황과 상태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습관이나 성향같은 것이다.
9시 5분 10분에 출근하는 사람은 출근시간이 10시가 되면 10시 5분 10시 10분에 출근하는 것과 같은 것이며 상황을 늘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든가 혹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은 성향도 태도의 한 단면이다. 검을 다루는 선수들의 기질에 있어서는 공격적이고 거칠거나 방어적이고 차분하거나 아니면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타입과 같은 것이다.
태도의 변화 문제는 이해나 숙련의 문제가 아니라 깨달음의 문제다. 평생을 함께 살았던 사람이 어느 순간에 완전히 달리보이거나 수만번을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느끼지 못했던 느낌이 ‘아~’ 하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되면, 그 내용의 질과 성향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깨달음은 가르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단지 사례나 이야기를 통해서 은유적이고 상징적으로 가리켜 스스로 깨달음이 일어나도록 유도할 뿐이다.
36년이라는 시간동안 생각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에 반응해야하는 검을 다루고, 또 그 검을 다루던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배우고 느끼며 깨달아왔던 체험을 통해, 그리고 좀 더 근거있는 자료와 실제 사례들을 이야기 하면서 깨달음에 관해서 정리해보고 싶은 것이다.
엉뚱한 발상이라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인문학을 사랑하는 스승님이 고도의 수행을 거친 무사같은 선비로 느껴지듯이 나도 인간 내면의 깨달음에 관한 자연과학적인 메카니즘을 인문학적인 이야기로 정리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 두 번째 이야기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카너먼 박사의 시스템1, 시스템 2를 정리한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며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그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 김영사 2012) 에서 인간행동을 주관하는 주체로서 System 1 과 System 2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스템 1은 거의 혹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발적인 통제에 대한 감각없이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동하는 ‘자동적인 행동제어 메카니즘이며
시스템 2 는 복잡한 계산을 포함해서 관심이 요구되는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에 관심을 할당한다. 활동 주체, 선택, 집중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과 연관되어 작용하는 경우로 의도적인 행동제어 메카니즘이다.
나는 이 두 존재를 이름없는 자아(noname)와 인지적인 자아(cognitive ego)라고 불러왔다. 이 둘은 깨달음에 이르는 핵심주체다. 카너먼 박사의 생각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지만 인지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그와는 달리 나는 관점이나 어떤 기능적인 측면이 아니라 깨달음 그 자체에 있다.
재키!
당연하지, 시간되면 미리 연락 주시게^^
일을 다시 시작했다 들었네,
재키한테 일처리나 열정은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믿네.
난 그저,...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을 잘 처리하는 만큼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래,
일이란 시합처럼 성패가 따르고 결과후에는 명확하게 금이 그어지지만,
사람은 일의 성패와 상관없이 내 사람일수 있으니까...
재키같은 사람에게는 부유부단함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요즘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이 인간적인 관심과 정서적인 배려이니까..
고려해 보시기 바라네
'완전무결 매력체감의 법칙' 이라고,
자신에게 엄격하고 강인한 사람은 타인의 부실과 유약함에 직격타를 날리는 경우가 많거든...
일과 연관된 대상에 대한 프레이밍이나 감정적 배려로 스스로에 대한 숨겨진 저력을 확보하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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