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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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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7일 08시 4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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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숲에 어둠이 내렸다. 사위는 고요하다. 새들과 원숭이들도 잠들었고, 갈색 피부의 여인들도 아이를 끌어안고 고단한 몸을 뉘였다. 가끔 쏙독새가 쓸쓸한 울음 소리로 적막을 깨곤 하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붉은 모닥불이 바람에 일렁인다. 흔들리는 불빛 사이로 작고 초라한 움막이 비추이고, 그 옆에서 불침번을 서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도 하나 둘, 드러난다. 얼핏 잠든 듯이 보이는 그들의 검은 눈은 어둠 속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마치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듯 보인다.


불 옆에서 혹은 나무에 기대어 명상을 하듯 앉아있던 검은 피부의 남자들 중 한 명이 마치 꿈을 꾸듯 거의 알아 들을 수 없는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웅얼거리듯 내뱉은 그 음조는 미묘한 조율을 거치다 돌연, 크고 자신에 찬 노래 소리로 변한다. 어디선가 두번째 목소리가 가세한다. 순간, 봇물 터지듯 여기 저기에서 다양한 울림이 터져 나온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냥꾼의 노래는 어둠의 정글 속에 빠르고 거칠고 격렬한 격조로 울려 퍼져 나간다. “그들은 모두 함께 노래하지만 각자는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 그들은 밤의 주인이자 각자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가사를 알 수 없는 그 노래는 마치 영혼의 음성으로 다음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하나는 악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우리는 결코 하나가 아니다. 하나는 죽음일 뿐이니까. 우리는 자신만의 음률로 노래한다. 나는 나다. 검은 숲에서 오직 나만이 나의 주인이다.’ 오늘밤, 그들의 영혼은 노래를 타고 날아 올라 흑단같은 어둠과 깊디 깊은 파라나 강의 정글을 감싼다. 


타고난 전사인 그들 - 아체Ache*의 사냥꾼들은 그 누구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다.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무엇으로도 - 신과 돈과 무력으로도 그들을 굴복시킬 수 없으니, 자유로운 이들을 꺾을 방법은 오직 하나, 죽음 뿐이다. 아마도 여기에 그들과 같은 영혼을 지녔던 저 북아메리카 아파치 족의 전사, 제로니모의 절망이 있었으리라. 자신들을 울타리에 가두려는 백인들과 대항하여 싸우려 했으나 인디언은 그 누구의 명령 따위는 따르지 않으니 혼자서라도 싸울 수 밖에. 그렇게 긍지 넘치는 자신의 주인 - 검은 숲의 전사들은 사라져갈 운명을 타고났다. 하나를 숭배하는 문명인들에게. 염치와 수치를 모르는 거대 조직의 노예들에게. **


* 구아야키 족이 자신들 스스로를 부르는 명칭

** 피에르 클라스트르,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의 제5장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기초로 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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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自由)는 말 그대로 스스로에게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오늘 저는 자유로운지 자문해봅니다. '나는 과연 자신의 영혼과 살과 뼈로 서있는 것일까?'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구차하고 쪽팔리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여기에 고 이윤기 선생의 뜨거운 질문 하나를 덧붙여봅니다.


“이제 나 자신에게 말 물어 보자. 지금 삶에서 무엇을 취하고 있는가? 하고 있는 일, 살고 있는 삶에는 지금 내 피가 통하고 있는가? 나는 하고 있는 일의 품삯이 아닌, 일 그 자체, 그 일의 골수와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는가, 나는 삶에서 무엇을 취하는가, 가죽인가, 뼈인가. 문제는 골수이겠는데, 과연 골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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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3, 2012 *.10.140.31

아프리카의 넓은 초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 처럼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또한 울타리가 있는 국립공원이었던 것처럼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스스로 자유로운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근래에 느낀 적이 있습니다.

 

어쩌다가 울타리가 어렴풋이 보이는 경계까지 떠밀려 왔으나

아직 그 울타리를 넘어서 달려가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

 

삶에서 골수는 그만두고 가죽이 무엇인지 뼈가 무엇인지조차 구별이 안되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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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5, 2012 *.229.131.221

저도 경계를 더듬어보고만 있습니다.

만에 하나, 경계 밖을 걷게 된다면 꼭 소식 전하겠습니다.^^


울타리 근처에서 갈팡질팡 중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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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7, 2012 *.10.140.31

바람이

울타리를 넘었다는

그대의 소식을 전해 온다면...

아마도 아마도 축하의 마음..

부러움의 마음..

시기의 마음...

복잡한 마음이 함께 할 것 같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의 답이 넘는 것인지 남아 있는 것인지 남아있으면서 근처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답을 택하더라도 소식을 전해주기를 바래요..

 

내가 해보지 못한 고민을 대신해 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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