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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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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8일 04시 46분 등록

 

 

날이 어둑해지자 마을 확성기를 타고 트롯이 흘렀습니다. 이 알아들을 수 없으나 익숙한 음악은 아마 이장님, 혹은 마을 주민 대다수의 취향일 것입니다. 이제 곧 이장님의 방송이 시작된다는 예고 음악이니까요. 창문을 닫고 있을 때는 전혀 들리지 않지만, 요즘은 창문을 열어두어 모처럼 이장님의 방송을 멀게나마 들을 수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신청할 농가는 언제까지 신청하라는 이야기가 두 번 반복되었고, 이어서 마을 상수도를 이용해서 밭에 물을 주는 일을 삼가라는 내용이 들렸습니다. 가뭄이 극심해서 마을 상수도의 저수량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뉴스에서 말하는 104년만의 가뭄이 우리 마을에도 닥친 것입니다.

 

나의 밭과 주변에도 그 지독한 가뭄이 찾아 들었습니다. 밭에 심어놓은 옥수수가 꽃을 피운 상태로 일부는 말라 죽고 있고, 일부는 말라 죽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숲으로 오르는 비포장길을 걷노라면 발을 뗄 때마다 먼지가 폴폴 일어섭니다. 입구에 새로 들어선 전원마을에 조경수를 심은 업체는 연신 조경수에 물을 주는 모습입니다. 실개천의 물도 말라붙기 시작하자 두어 주 전까지 숲 언저리의 밤 하늘을 수놓았던 반딧불이들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급기야 어젯밤에는 딱 두 마리의 반딧불이만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이 즈음 거의 하루도 빤한 날이 없을 만큼 많은 비가 내렸는데, 올해는 이토록 극심한 가뭄이 찾아 들고 있습니다. 치수(治水)를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온 정부가 곤경에 몰릴 만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을 인근에 있는 댐의 수문은 아주 좁게 열려 있고, 달천으로 흐르는 하천은 자연스레 검은 돌을 다 드러내고 있습니다. 말라 죽어가는 옥수수를 보면서, 숲 언저리에서 사라져가는 반딧불이를 보면서 나는 본능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104년 만에 찾아 든 이 가뭄이 제발 더 지속되지 않기를 날마다 빌고 있습니다. 많은 농부들이 하늘을 우러러 비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 염원이 참으로 간절합니다.

 

염원한다는 것은 간절함을 전제로 합니다. 간절한 염원이란 어떤 바램일까요? 그것은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내가 가진 귀한 어떤 것을 기꺼이 바칠 수 있다는 마음을 담은 바램일 것입니다. 100년 만의 한파나 폭설, 기상 관측이래 최고로 긴 시간 동안의 강우, 혹은 104년만의 가뭄이라는 기후의 이상 징후를 마주하면서 우리는 그 안정을 기원하는 대신 무엇을 바칠 수 있을까요? 민방위 본부가 에너지 위기 대책 훈련을 실시하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쳐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까요? 문명을 통째로 바칠 수는 없는 상황이니, 각자 저마다 바칠 수 있는 목록 몇 개씩은 품고 꼭 실천해야 할 때에 이른 것 아닐지요?

나의 첫 번째 목록은 더 많은 나무를 심고 지키기 위해 내 삶의 상당 시간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대 목록의 처음은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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