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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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이 누구 능이야?"
"정조? 정종?..... 정약용?"
< 영화 건축학개론 중 >
정릉이라는 이름을 들은지 꽤 오래 되었고, 저희 집에서도 가까운 편임에도
저도 그 곳이 누구의 능인지 잘 몰랐습니다.
알게 모르게 참 무심하게 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편으로 그 곳이 누구의 능인지 자연스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학창 시절, 시험 문제에 나왔다거나 교과서에 실려 있다면 모를까
아니면 국보 몇 호, 혹은 보물 몇 호 쯤 되면 모를까
그렇다고 주변 땅값이 비싼 것도 아니고
그러니 누구의 능인지 모른다고 해서 사는 데 큰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저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곳은
'서울 변두리' 에 위치한 그저 그런 사적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지난 주말, 심우장이란 곳에 처음 들렀습니다.
이 동네(성북동)에 7년 정도 거주하면서 종종 이름을 듣곤 했지만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몰랐고 굳이 찾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해 한용운이 만년을 보냈다는 심우장.
아늑하면서도 뭔지 모를 쓸쓸함이 감돕니다.
독립운동가, 저항시인, 승려, 님의 침묵..
교과서를 통해 외어두었던 파편화된 기억들을 제외하면
그 곳에 살았다는 그 분과 지금 그 곳에 서 있는 나와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용운에 관한 스토리가) 낭만적인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현 시점에 투영되는 독립운동가의 다소 초라해 보이는 위상 때문일까요?
숭고함 기운보다는 착잡한 기운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것도 잠시..
햇볕은 따가워지고 점심시간은 다가오고..
다시 무심하게 그 곳을 빠져나와
고픈 배 주려쥐고 마트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2012년 6월 23일 성북동 심우장>
<2012년 6월 23일 성북동 심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