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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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끝에서 만난 산사수행
사회적 사다리와 행복은 별개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부터는
그동안 애써 눌러두었던 삶을 향한 모든 질문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간디의 말처럼
그때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던 삶이 갑자기 멈추어버렸다.
잘못된 방향일지라도, 그 방향조차 잃고나니 삶이 더 혼란스러웠다.
어디를 가고 있는건지, 무엇을 하고 있는건지 하루하루 답답한 컴컴함 속에서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하였다.
결국 2008년 11월 산사수행이라는 도피처를 찾았다.
단 며칠간만이라도 도시의 혼탁함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도저히 더는 버틸수가 없을 것 같았다.
산사수행이 가져온 인연
산 속에선 숨을 쉴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까지 그 곳에 머물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세상으로 나와야했고, 어떻게든 세상과 더불어 살아야 했다.
이제 어떻하지.. 라는 생각을 하려던 순간 평상시 잘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산사수행하며 가까이하지 못했을 향기로운 커피를 사주겠노라고.
무엇이 힘들어 산사까지 찾아들었냐는 말에 이런저런 이야기들..
산사에선 너무 좋았으니 그 기운으로 어떻게든 세상과 다시 마주해야 할텐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조금 난감하다는 이야기..
그럼 변화경영연구소를 한번 찾아보라 하신다.
그렇게 우연처럼 필연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2008년 12월 성탄절에 세상의 흥겨움을 뒤로 하고
구 본형이라는 훗날의 스승이 될 분을 처음 만나게 된다.
“꿈벗, 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 2박 3일 워크숍을 통해서.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낳고
세상은 사실 인드라망처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볼 수 없는 자들이 보지 못할 뿐이라고.
지난 날들을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산사수행은 꿈벗여행으로 이어졌고, 꿈벗여행은 다시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그러니 눈 앞의 우연을 너무 소홀히 대하지 말자는 말도 지금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오늘의 수많은 우연한 만남과 사건들이 내일 또 어떻게 우리들의 삶을 어디로 이끌지 모르니 말이다.
2009년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시절은 내 삶 전체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더불어 2008년에 시작한 산사수행도 내면탐험의 긴 여정을 위한 삶의 기반으로 자리잡으며
절대 깨어지지 않을 것 같던 에고의 세계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헤세와 융을 만나다
연구원을 마친 뒤, 2010년은 인류의 근원에 대해 하나의 커다란 학문분야를 일군 죠셉 캠벨에 빠져 살았다.
그러자 캠벨이 헤르만 헤세와 칼 융을 소개시켜 주었다.
헤르만 헤세는 내적 자기성장 소설의 대가이다.
칼 융은 프로이트가 얼핏 엿본 무의식의 세계를 활짝 열어제치고,
분석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심리학 분야를 일군 대가이다.
2009년 연구원 생활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면
2010년에는 헤세와 융과 더불어 <자기 객관화>에 빠져지냈다.
고대동양의 수행방편에서 서구 현대의 심리학적 분석기법까지: 애니어그램
애니어그램은 원래 고대 동양에서 수행방편으로 삼던 기법 중의 하나였다.
사람들의 기질을 9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각의 기질들이 갖고 있는 고착원인을 분석하여
기질별로 자기성장의 궁극점을 제시하고 수행하는 기법이다.
그러던 것이, 근대에 와서 서구 예수회 신부님들이 서양으로 가져가 역시나 수도생활의 한 방편으로 삼다가 현대에 들어서면서 심리학적 체계를 갖춰 일반인들에게도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동양이 서구로부터 다시 들여오게 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동양에서 서양으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거대한 파도가 밀물과 썰물처럼 문명의 흐름이 전개되었다고나 할까.
2011년 산사수행이 계속되고, 자기객관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에고의 윤곽은 명확해졌다.
하지만 산사수행보다 좀더 시스템화가 되어있는 방편으로 고착원인의 뿌리까지 들여다보고
에고가 아닌 자기실현을 성장시키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세가지 분석기법을 만나게 되었다: MBTI, 융의 꿈분석 그리고 애니어그램.
융의 꿈분석은 너무 모호했다. 산사수행이 절대적으로 체험에 의지하여 모호함 속을 헤쳐나가야해서 함께 병행할 보다 시스템적인 기법을 찾는 것인데, 여기에 꿈분석을 더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 하였다.
MBTI는 너무 성격유형 분석에서 끝나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일지 모르지만, 애니어그램과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는지, 그때의 내게 MBTI는 그렇게 느껴졌다). 내가 원했던 것은 그 보다 더 깊은 고착원인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고착원인을 분석하고 궁극적인 성장의 길에 대한 지도 같은 것을 얻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대 수행방편으로 시작하여 현대 심리학의 체계를 갖춘 애니어그램을 만나게 되었고, 바로 내가 찾던 기법임을 알게 되었다. 내면탐험을 한 걸음 더 진척할 수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내면탐험을 이끌어 주는 나침반과 지도: 산사수행과 애니어그램
무릇 여행을 떠날 때면 나침반과 지도가 소중하다. 물론 아무것도 갖추지 않고 방황 그 자체를 즐기며 갈 수도 있겠지만, 내면탐험은 각자에게 맞는 나침반과 지도가 없이 떠나면 가다가 지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어떤 지도와 나침반이라도 좋으니, 각자에게 맞는 것들로 꼭 챙겨서 여정을 떠나도록 하자.
산사수행은 2008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1년이면 4번씩 꼬박꼬박 정기수행을 다녀오고는 한다. 물론 그 네 번의 수행 사이사이를 연결해줄 매일의 기도를 이어오고 있다. 애니어그램처럼 분석적으로 내면탐험의 진행과정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직접 체험하는 사람들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아주 근원적인 힘이 되어주고 있다.
애니어그램은 고착원인을 분석하고 궁극적인 성장의 길을 알고 싶었던만큼, 가장 전통적이고 변형되지 않은 기법을 가르쳐주고 계신 카톨릭수도회에서 공부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에 애니어그램을 가장 먼저 들여오신 박정자 수녀님께서 이끄는 단체이다). 기본과정부터 시작하여 심화단계를 거쳐 올 해 안으로 지도자과정을 마칠 계획이다.
애니어그램 공부를 하면서 수행을 통해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한 내적변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더 이상 내적여행이 힘들지 않고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 되었다.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애니어그램을 타인과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순간 말이다.
스스로 아직 정리되지 않고 체계화되지 않았을 때는 감히 누군가와 나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적여정이 드디어 즐거움과 감사로 변하는 순간부터는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히 들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나 그 또한 너무 달려가지 말고, 너무 떠들지도 말고, 그저 인연 닿는데로 그리 진행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인연은 늘 우연처럼 다가와 필연이 되니 말이다.
내면탐험을 통해 자기성장의 길을 가니 무엇이 좋은지를 묻는 분들이 계신다.
지난 몇 년간 격량의 파고 속에서 무의식의 검은 바다를 헤매고 다니며 조금씩 깨달은 것은
신은 참 공평하시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세월과 함께 조금씩 젊음을 가져가지시만, 대신 지혜라는 선물을 준비하고 계시니 말이다.
물론 아직 지혜롭지 못하다.
그러나 아주 가끔, 한 줄기 깨달음과 이어져오는 각성과 반성에서 알 수 없는 평온을 느끼게 된다.
한 여자로 태어났으나 한 인간으로서 삶을 마감하고 싶다.
내적 경계를 조금씩 넓히며 격정의 파도가 아닌 고요한 잔잔함을 품고
마음의 빛을 따라 충만한 삶을 살고 싶다.
늘 꾸준히 정진할 일이다..
수희향의 내면탐험 여정
l 2008년 11월 산사수행 시작
l 2008년 12월 구본형의 “꿈벗,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워크숍 참여
l 2009년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l 2010년 자기성장 소설의 대가인 헤르만 헤세와 분석심리학의 거장인 칼 융에 빠져지내다
l 2011년 산사수행을 통해 얻게되는 체험을 보다 체계화할 기법을 찾다 애니어그램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에 애니어그램을 처음 도입한 박정자 수녀님께서 이끄시는 카톨릭 단체에서 주관하는 기본, 심화과정을 거쳐 2012년에는 지도자과정 완료를 계획 중이다)
l 2012년 현재: 산사수행과 애니어그램을 병행하며 계속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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