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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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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일 09시 14분 등록

갑자기 친한 척 하는 친구처럼 내게 다가온 나라, 그리스이다.

두 갈래이다. 하나는 나의 밥벌이와 관련하여, 다른 하나는 신화이다. ‘또 다른 신화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메일이 왔다. 나의 영화취향을 잘 아는 친구에게 온 메일이다. 장황하다. 절대 볼 것 같지 않아서 그랬단다. 영화감상을 디테일하게 설명한 이유. 꼭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그 친구의 표현을 빌자면 개고생 중인 변경연 연구원생활. 몇 개월 동안 신화에 빠져있는 나를 보며 생각이 났겠지. 프로메테우스다. 참고로 그 친구는 나의 연구원 생활이 파토나기를 바라는 악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답을 보냈다. 이미 지난주에 봤다고. 어설프고 장황하게 아는 척을 해가며, 나는 더 장황해져 버렸다. 많이 놀래는 눈치다. SF영화는 허무맹랑 황당무개 과라 싫다고 하던 사람이 변해버려서 일게다. 왠일이냐고, 무슨 일 났느냐고, 내가 평소에 이렇게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이었구나를 새삼 느낀다. 공부차원에서 보았는데 재밌더라 했다. 그 친구도 같은 의도라고 했다. 공부차원에서 한번 보란의미였다고 한다.

 

다른 한갈래. 나의 밥벌이. 주식시장이다.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보기 좋게 흔들어 대는 나라. 그리스다. 이 나라의 경제규모는 크지 않다. 세계30. 참고로 대한민국은 2년째 15위이다. 외견상에 나타난 수치보다 총제적인 파괴력은 나라마다 다르다. 디폴트와 투기등급의 경계선에 서 있는 나라이다. 투기등급에서 더 내려갈 곳은 없다. 그 다음은 디폴트다. 사실상 그리스는 현재 디폴트상태이다하루의 반은 21세기의 그리스가, 나머지 50% 21세기까지 살아있는 신화를 갖고 있는 문명의 나라 그리스다. 미래의 우주선이름이 신화에서 오고 최첨단 항공모함의 이름이 신화에서 왔다.

 

인류문명의 발생과 진화를 이야기하는데 그리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아직 그리스인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연구원 과제가 끝나지 않았고, 신화가 끝나지 않았고 더불어 그리스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이고 수치라고 생각하는 IMF구제금융, 선진국가라고 하는 나라들 몇 번씩 도움을 받았던 경력이 있다. 떠들썩하던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EU의 문제가 주말 정상회담에서 실마리를 찾는 모양이다. 금요일 주식시장이 조금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원전으로 돌아가 보자. 모든 문명 탄생의 필요조건은 잉여양식의 확보이다. 최초의 기계라 할 수 있는 활의 발명은 구석기 시대 말기에 해당하는 기원전 6000년경 이라고 한다. 활은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한다. 사냥을 할 때나 전쟁을 할 때나 활은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공격하기 좋은, 상대에게 노출되지 않는 자리를 골라, 상대의 동태를 살피고 그 적정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한 순간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어야 하는 지는 알 수 없다. 문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몇몇 기술, 그러니까 먹을 양식을 수집하는 단계에서 생산하는 단계로의 도약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을 확보 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러한 기술은 점차 발전해 나간다. 잉여는 또 다른 잉여를 낳는다.

노예제도와 일부일처제의 탄생배경을 살펴보자.

 

노예제도는 사회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부족간 전쟁을 하고 포로가 생기고 포로를 노예로 삼기 시작한 것은 생명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일을 시키기 위해서였고 그러다가 노예는 사람이 아니라 상품이 된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관여한 첫 번째 상행위는 노예를 사고 파는 일이었다. 돈을 위해서 인간이 첫 번째로 상행위를 한 최초의 상품이 인간인 것이다. 군대가는길에 노예상인들이 언제나 따라다녔다고 한다. 성황을 이루기도 했고 벌이도 괜챦았다고 한다.

 

일부일처제는 여성이 남성에게 지기 시작할 때 부터다.  금속을 발명하고 전쟁을 하게 된 시점부터 여성은 남성에게 지기 시작했고 그들이 전쟁을 통해서 획득한 재물을 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고, 자기 피를 가진 자식을 얻기 위하여 자기 씨만 받는 여자가 필요해지고 씨받이를 제외한 다른 여자는 쾌락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일부일처제의 시작이라고 한다.

 

문명의 시작이 잉여양식이 생기면서 부터이고, 인간이 관여한 최초의 상행위도 잉여인간을 사고파는 노예제도이며, 부의 세대이전을 위한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제도가 일부일처제이다. 그러고 보면 21세기까지 건제한 가족의 형태가 인간존중 같은 고상한 이유에서는 아니다.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가족제도여서 일까. 새로운 가족형태가 이제 태동하는 느낌이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부의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일단 잉여가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부의 원칙에도 잉여는 필수조건이다. 사회초년병에게 재무설계의 기초를 이야기할 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쌈짓돈 만들기이다. 쌈짓돈이 만들어져야 눈사람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겨울 눈사람 만들기를 생각해보자. 제일 처음에 하는 일은 주먹만한 눈덩이를 만드는 일이다. 꼭꼭 눌러가며 요리조리 만지작 만지작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작은 눈덩이 하나를 굴려가며 크기를 조절해가며 눈사람을 만든다. 한번이라도 눈사람을 만들어 본 사람이면 직감적으로 하게 되는 공부가 있다. 눈사람효과, 작은 덩이가 구를 때와 큰 덩이가 구를 때 만들어지는 눈사람의 크기. 그 차이를 몸으로 익히고 나면 삶의 지혜가 생긴다.

 

어디가 시작일까. 누구때문일까. 문제가 발생하고 나면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지혜로운 인간의 상징 오뒷세우스처럼.

행동하기 전에 궁리하고 위험한 일이 닥칠 때 가장 먼저 하는 짓이 생각이 고 궁리라고 했다. 잔꾀를 부리는 수준이 아니라

정교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단순하고 확실하게 행동한다. 문제해결의 시작을 알린다. 주말 EU정상회담이. 나는

또 다른 생각도 함께 든다.  또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의 시작이란 느낌이다.

 

오늘도 지구인들은 신화를 토대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다양한 스토리의 얼개를 가지고 상품을 만들고 이름을 짓고 디자인을 한다. 수 천 년을 내려오는 이야기이고 인류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한 기둥으로 신화는 제 역할을 다할 것이다. 그리스에 대해서는 곰곰히 더 생각해봐야겠다. 과제를 위해서도, 나의 돈벌이를 위해서도.

 

이래저래 그리스는 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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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2 16:26:02 *.51.145.193

그 사람들, 행님과 꼭 닮았습니다.

직선의 삶이 그렇고요. 

에두르지 않고 솔직하지만 그러나

 예술과 음악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 딱 행님이네^^

그리스 탐구는 행님 내면 탐구로 전환해도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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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05:15:37 *.39.134.221

어케알았지. 그리스읽으면서 내면탐구 진도나가는걸 발견하면서

메모하며 읽었던것...난 예술 음악 시를 사랑하는 게 아니고

사람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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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2 18:25:21 *.70.27.230
그리스 주식 시장... 이야~ 절묘한데요? 감탄하며 읽다가 쌈짓돈에 딱 걸림...=_=. 이래저래 솔깃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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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05:17:57 *.39.134.221

일이란 내게 그런것이다란 느낌이 온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작한 일이었고

중간에는 삶때문에 아무생각없이 그냥 열심히사는 방편의 일이었고

지금은 여유를 부리면서 하고있지만 마음에서는 팔딱거리는 조급함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지

나에게 연구원시간은 어쩌면 떼우기의 일환이지만

실증나지 않는 놀이라서 다행이다.

여저히 그리스는 발목을 잡을 거야. 이래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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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2 21:02:40 *.41.190.211

오늘, 이 방 저 방 돌며 댓글을 다는 날이다.

감사 하게도 두 명이 다녀간 자리에 내가 오게 되었다.  그러나 길수 는 

대청 마루에 계시다고 반가운 친구가 오면 버섯 차림으로 뛰어내려와 반겨주는 것처럼...

이방 저방을 돌며 맨 먼저 점을 찍는다. 길순들 어디 바쁘지 않겠는가?  사기 높여 줄려고 그런거겠지...

아무튼 고맙고 정이 살아있는 사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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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05:20:34 *.39.134.221

갑자기 이집 저집 마실다니는 날이다. 그런느낌입니다. 형님.

뭐든지 한 깔때기에 걸러지는 느낌이 형님의 글입니다.

힘들고 외롭고 한 자리인데, 매력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형님의 위치는...아주 조금 맛을 본 기분에 하는 말이구요.

행복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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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01:41:50 *.70.31.168

전 경제와 경영은 이래저래 꽝인 존재......

늘 읽어 오면서도 어려웠습니다.... ㅠㅠ

이래저래 대책없는 낙천가인 사람이 길수행님의 글을 보며 현실감각을 늘려 갑니다.ㅋㅋ

이렇게 부족함을 또 채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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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08:20:54 *.160.33.204

그리스가 가고 싶구나.  머리가 홀딱 벗겨질 만큼 뜨거운 곳이었지.  파르테논 앞에서 입을 벌리고 서있는 동안

소매치기가 파란 유로를 빼갔던 곳....  네 영혼은 피디아스로 채워지고 네 주머니는 소매치기가 넘보는 구나. 

그리고,  네 구라는 늘었구나.  그래 인간이 말이 많아지는 대목이 바로 거기야.   영혼은 하늘로 오르려고 하고

육체는 땅에 남으려고  할 때,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우거든...  작가에게는 그 싸움이 곧 삶이니.   근데 넌 왜 쌀과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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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14:14:58 *.166.160.151

깜짝!! 놀랐습니다. 어케알으셨지? 제가 그리스 가고싶은것.

제구라가 스승님께 힌트를 드렸나요...

머리가 홀닥 벗겨질만큼에서 웃음이,,,푸하핫!!!! 스승님이 상상이 되서요.

너무 가고 싶습니다.

쌀과자는요...음. 그 씹는 소리가 경쾌한것.

아삭거리는 질감과 소리처럼 제 인생을 경쾌하게 살고 싶은 욕망을 담은 것입니다.

인생을 가볍게 동전던지기놀이처럼 앞면 뒷면 이렇게 살고 싶어서지요.

동전이 세로로 서서 굴러가면 가다가 개골창에 처박힐테고,

뭐 처박혀도 괜챦은데, 가끔 끈적거리는 제 감정의 늪에서 빨리 나오고자 하는 기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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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11:40:42 *.36.72.193

오늘 아침 카톡 중

'집과 월 생활비는 기본이지. 경제력은 아니야.'

 

난 이 문장을 보고 '그렇지, 기본이지!!!'라고 다시 새겨넣었음. ㅋㅋ

음.. 내 느낌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6월 오프 때부터 길수행님 점점 나는 것 같음.

기분 좋은 느낌 ^^

 

ㅋㅋ 구라가 늘었다는 말은 칭찬인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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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4 06:17:39 *.2.60.86

정말이지,  '그리스인 이야기'는 현재 문화예술의 큰 줄기처럼 느껴집니다.

그 줄기를 잡아서 끌어올리면 수 많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딸려서

올려오거든요. 이번 '그리스인 이야기'는 정말 크고 튼실한 줄기 같습니다.

형님의 말씀 한 마디가 큰 줄기처럼 느껴지듯이 말이죠.

고맙습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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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4 16:12:55 *.114.49.161

이번 주는 행님 칼럼과 웨버님 칼럼이 좀 어렵습니다. 이따 정신 맑을 때 읽어볼께요. 낼 새벽에.

저는 행님의 '이번 주도 건성이다. 시간을 건성으로 쓰진 않았다' 요 말씀이요

최고로 중요한 말씀이라고느낍니다. 정진 길수행님. 하루 5시간씩 벽돌집짓듯이 하셨을 듯.  

재미있어 하신다는 걸 느껴요.

 

행님 시간 될 때 양평 그이 좀 알아봐주세요.

어쩐 일인지 그 생각이 자꾸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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