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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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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5일 13시 30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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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에 올라 앉아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오래전에 다운받아 두었던 파일입니다. 몇차례를 들었는데 다시 듣습니다. 머리 속이 복잡해서 머리속에 언뜻언뜻 떠오르는 생각을 누르려고 다른 것으로 덮어버리고 일었던 내용이지만 다시 듣습니다. 

'당신의 위험한 생각은 무엇입니까, 미국의 석학들 110명에게 물은 내용을 한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개별적으로 발표한다면 그것에 반박하는 사람들과 언쟁을 할 수도 있을 그런 내용들을 모았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산길을 오를 때, 저는 조금 화가 나 있었습니다. 화가 난 이유는 인간은 무언가를 배우고 독립하여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육체가 크는 데도 오래 걸리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육체의 성장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식물에 비해서 생존능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체를 낳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나름대로 상상해 봅니다.  생태계 피라미드의 윗부분에 있는 종은 다른 종을 잡아 먹습니다. 먹는 양이 많아서 먹이의 양보다는 포식자의 숫자가 더 적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기에 다른 것을 하나 더해 봅니다. 제가 추가하는 이유는 피라미드의 윗부분에 있는 것들은 아래의 것들보다 더 오래 새끼를 키워야 하니까'입니다.

 

'당신의 위험한 생각은 무엇입니까?'

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제게 첫번째로 떠오른 의제는 '왜 인간은 도태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가'입니다. 이것은 잘못된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광범위하고 논란이 될 사항을 설명해줄 단어를 잘못 골라썼습니다. 이렇게 바꿔야 할지 모릅니다. '왜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사람을 구제하려 하는가?'

 

집에 큰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머리 속이 시끄러웠습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괜찮다'라고 합니다. 주변에 거미줄은 많습니다. 거미는 때때로 거기에 꽃을 달아 두기도 합니다. 언제라도 그런 것에 걸리 수 있습니다. 주변에 구덩이는 많고 그 구덩이는 보이기도 하고 가려져 있기도 한다는 거 압니다. 누구라도 거미줄에 걸리고, 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압니다. 그게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그리고 그게 삶이라는 것도 압니다. 압니다.  알고 있다구요. 그런데도 머리 속이 시끄럽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동생이 한심해 보이고, 이러저리 뛰어다니시는 어머니가 안쓰럽고, 상황을 나두었다가 가라 앉으면 처리하겠다는 아버지는 믿지만 그래도 걱정됩니다. 가족들이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어떤지 알려주지 않는 것도 답답합니다.

 

시끄러운 머리 속에서는 온갖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동생은 왜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았을까, TV 에서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몇 번이나 알려주었느데,  같이 시청까지 하였는데, 왜 거기에 손을 내밀었을까. 일이 이렇게 커지기 전에 먼저 이야길 하지 왜 지금껏 숨겨왔을까? 고이율 대출은 불법은 아니라지만 악성인데 왜 그대로 사회는 놔둘까? 이런 질문들은 다 쓸 데 없습니다. 일의 발단인 남동생에게는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 어떤 실수를 해도, 아니 아무리 큰 잘못이라도 언제라도 편을 들어주는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 동생이 자신이 처리하는 못하는 문제를 어머니께 맡겨서 해결하게 도와달라고 조르고 있으니 이제는 어머니께서 동생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 그래서 어머니께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제게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때에 생기는 짐을 가족들이 나누어 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화가 납니다.

 

하루가 지나니 화가 나는 것은 조금 가라 앉았습니다.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들었던 '그래, 저녁은 먹었냐?'라는 말이 슬픕니다.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오래 걸리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배우는 게 너무나 오래 걸린다는 게 화가 나기보다는 슬픕니다. 안전망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것에는 화가 납니다. 그리고, 안전망이 많지 안다는 것에 화가 납니다. 그리고 안전망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납니다.

 

인간은 오랫동안 뭔가를 배워 나갑니다. 그래서 같이 살 궁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독립을 위해서는, 생존을 위해서는 너무나 오랫동안 배우고 성장해야 함으로.

 

누군가의 위험한 생각이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다른 이유가 있다고 반박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실체를 가진 것으로 세상에 등장했으면 합니다. 위험한 생각이 위험한 이유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상식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가치 체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위험한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눈 앞에 닥친 한 두가지 일에 머리 속에 시끄러운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위험한 생각들이 많이 실체를 가져서 더이상 현실의 힘겨움에 지쳐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때는 그래도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은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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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님

아무도 거미줄에서 다치지 않고 저 거미줄이 거두어지길 바랍니다.

거미줄이 있는 그림과 없는 아래 그림을 비교해보니

있는 그림이 위태하고 답답해요.

비가 많이 와요. 성곽길 그 곳도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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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님,

가뭄이더니, 이제는 폭우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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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이게 있어서 얼마나 힘이되는데요.

 

한번더, 가족이니까... 생각하며 이해해주세요, 라고 말씀드리면

이것 또한 잔인한 말이 될련지...

살다보면 거미줄에 걸릴때도 있을터이니,

이왕 걸렸다면 잘 헤쳐나오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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