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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9일 11시 02분 등록

 

 

그리스인 이야기 3

 

앙드레 보나르


1. 저자에 대해서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r_review&document_srl=344712

 

(그리스인 이야기 1,2에서 조사한 것으로 대체합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Chapter 1 쇠락과 새로운 발견,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데이아>>

p11 문명은 다음 세대에 올 인간들을 위해서, 마치 귓가를 멤도는 과거에 대한 추억처럼 아련히 남아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후세들은 자신들의 사고를 펼쳐나갈 때, 또 새로운 창작품을 내놓을 때 그 추억들을 적절히 배합하기도 한다


p12 문명의 쇠퇴기는 동시에 새로운 발견의 시기이기도 하다. 문명은 변화를 거듭할 뿐 죽지 않는다. 문명의 삶이란 말하자면 항구적인 태어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극의 완성, 에우리피데스 

p17 그는 인간의 삶에 끼치는 신의 영향력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인간 안에 깃들어 있는 열정의 역할을 통해서 인간을 설명하려 노력했으며, 의지의 나약함으로 말미암아 파괴되고 허물어지는 인간을 표현하기도 했다. 바꿔 말해서, 에우리피데스는 인간을 쥐고 흔들며, 때로는 파멸의 길로 이끄는 인간 내부의 비극적인 요소, 인간적인 열정이 지니는 비극적인 면을 통해서 인간을 설명하고자 했다


p18 에우리피데스는 비극적인 요소를 우리들 마음속에 들어 있으나 (우리 자신의 마음보다 우리와 더 가까운 것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알려지지는 않은 심연 속에 위치시킨다. 그 때문에 그는 우리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 폭탄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폭발한다


최초의 여성 심리 비극, <<메데이아>>

p21 낯선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데에서 오는 씁쓸함. 그 누구보다도 남성적인 영혼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이기 때문에 느껴야 하는 씁쓸함, 여자라는 저급한 신분에 따라 저급하게 취급되는 데에서 오는 씁쓸함


p24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거나, 바라거나 둘 중 하나다


p25 에우리피데스는,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늘 그렇듯이, 우리 행동의 뿌리를 파헤치는 데에서 희열을 느낀다

이아손에게서 차마 고백하기 어려운 우리 자신의 치부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억압당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재주야말로 에우리피데스 예술의 비법 중의 하나다

오직 사랑만이 인간을 상처받기 쉽게 만들며, 메데이아는 그 사실을 몸소 뼈저리게 겪고 있다


자식을 살해하는 어머니 

p28 연극 역사상 처음으로 극적인 갈등이 오로지 인간의 마음이라고 하는 좁은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다


p29 우리가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고 믿게 하는 것은 악마가 늘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그 말에 넘어가는 순간 정말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인간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정념을 다루다

p31 메데이아는 누구인가? 그녀는 물론 괴물이다. 하지만 우리와 너무도 가까운 괴물이다. 우리 중의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메데이아는 무엇보다도 정념으로 미쳐가는 영혼이다


p32 지배에 대한 끔찍한 갈망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악마(악마라는 말은 이 작품 속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로 변해버렸으며, 그 악마를 그녀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게 되어버린 나머지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악마는 그녀의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힘일까? 아니면 도저히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존재의 비이성 속에 늘 깃들어 있던 분노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심리와 소유욕. 심리적인 힘은 우주를 움직이는 힘과 구별되지 않는다. 우리들 자신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는 과연 우주와 구분되는가? 에우리피데스가 발견한 심리적 사실주의는 결국 우리를 이 질문으로 이끈다.


p33 요컨대 비극적 진실은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힘이다


그가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지, 즉 우리도 알지 못하는 우리 마음의 복잡다단함이다. 또한 우리 안에 깃들어 있는 이 힘은, 우리 자신이 그 힘에 대항할 수 없고, 그 힘은 우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Chapter 2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 나타난 비극성 

p37 일반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신의 의지, 예기치 못한 우연적인 상황, 등장인물들의 감정, 특히 비극적 영웅의 감정선 등)이 관객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주인공의 죽음을 향해 수렴하도록, 아니 그렇게 보이도록 극의 얼개가 짜인다


부조리한 신탁에 굴복하는 아버지, 아가멤논

p41 에우리피데스는 다시 한 번 우리의 본능(좋건 나쁘건 상관없다), 우리의 정당한 감정(가족애, 조국애, 명예욕 등)이 명확한 사고나 단호한 의지, 모두가 동의하는 원칙 등에 의해서 절제되고 통제되며 제어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연에 의해 아무 방향으로나 튀며 결국 파국을 맞게 된다는 데에 인간 조건의 비극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거짓 모성, 클뤼타임네스트라 

p44 그녀의 마음은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남편을 회유할 수 없다. 클뤼타임네스트라라고 하는 어머니의 고통은 순수하지 않으며, 자신의 욕심을 만족시키려는 천박함과 뒤섞여 있다


우연이라는 또 하나의 비극적 요소 

p47 그런데 도대체 누가 일이 이렇게 되도록 시종일관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단지 우연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에는 다름 아닌 부재가 우리를 농락하며, 이 가공할 만한 부재의 이름은 바로 우연이다


부조리한 전쟁에 대한 고발 

p50 불행을 제압하기 위해 각자가 자신의 의지를 내보여야 하는 순간에 인간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합의의 부재.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행동할 뿐이다. 각자가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면, 마주잡은 손들은 슬그머니 풀어지게 마련이다. 이피게네이아는 자신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손마저 뿌리친다.

 모름지기 인간의 모든 성공엔 재앙이 뒤따르는 법이다


p51~52 인간과 관련해서는 모든 것을 명쾌하게 파악하기란 어려우며, 모든 것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간다. 인간은 불확실성 속에서 모호한 가운데 투쟁을 벌이면서, 불행 속에서 사는 형제자매들, 흔히 사회라고 하는 기제의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p52 시는 비극성의 암흑 속에 광명을 가져다주고, 눈물 속에서 희열을 맛보게 한다


비극성 너머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일별

p52 시인은 우리에게서 세계의, 코스모스(이 아름다운 그리스 단어는 세계, 질서, 아름다움을 동시에 의미한다)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에너지를 일깨워준다. 우리가 이 비인간적인 극, 이 비극 속으로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우리는 점점 더 비극성을 넘어서는 곳에서 무엇인가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음을 느끼며, 이것이 코스모스,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호한 소리, 시의 소리(이미지, 음악, 리듬), 이 세계의 다양한 삶, 사물의 색, 존재의 음악, 빛과 그림자의 유희, 방망이질치는 우리의 심장 박동임을 알게 된다


p53 비극을 통해서, 비극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고통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으로 살기를 배우며, 신들뿐 아니라 우리 자신, 인간인 우리 자신의 약한 마음으로부터 기인하는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야 하는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배운다


p57 왜 모든 운명의 주인인 제우스는 어떤 이들에게는 태양이 가득 내리쬐는 바다로 출발하는 기쁨을 허락해주고

나에게는 땅속 음지에서의 괴로운 기다림을 명령하는 걸까요

, 필요의 신, 무자비한 여신이시여

, 생명의 시간이여, 죽음을 학습하는 무서운 시간이여


p58 그리스 비극은 우리를 공포와 동시에 희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우리의 마음은 야성적인 희열 속에서 춤춘다


Chapter 3  비극 <<박카이>>

p62 신의 신비, 신의 필요성은 작가로서의 에우리피데스의 굴곡 많은 삶을 여러 갈래로 찢어놓았다. 그는 신을 믿다가 신을 모독하기를 반복했다


신을 믿지 않는 펜테우스 

p67 “정신이 가난한 자들은 행복하도다!” 정말로 놀라운 에우리피데스가 아닐 수 없다. 신비에 관한 그의 감수성은 여러 세기를 앞선다


불경한 펜테우스를 벌하는 디오뉘소스 

p70 자연은 자기가 가진 것들을 풍성하게 내어준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이 모든 안락함은 에덴동산의 평화를 흔들어놓는 불경한 자에 대해서는 진노로 변한다.

신은 자연 그 자체로, 마음먹기에 따라 한없이 너그러울 수도 있고, 한없이 폭력적일 수도 있으며, 아무도 그를 저지할 수 없다


상반된 평가 : 신에 대한 부정 혹은 개종 선언

p76 모든 비극은 어떤 의미에서는 현존하는, 또는 현존하는 것으로 보이는 세계에 대한 반항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모든 비극은 또 다른 의미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가상 뒤에 시에 의해서 드러나는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세계, 아니 시에 의해서 드러난 세계에 대한 믿음 해우이라고 할 수 있다


p77 <<박카이>>는 그를 산산이 갈라놓는 칼, 그의 내부에 깃들어 있는 상처, 즉 결코 완전하게 채워지지 않는 신에 대한 욕망이라고 하는 상처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p82~83 오직 인간만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어 살며, 바로 이것이 인간의 불행이다. 인간은 대자연의 가장자리에 자기만의 고립된 세계를 구축하고는 그것을 지혜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신으로부터 분리 되었으므로, 지혜가 아니라 광기라고 해야 마땅하다. 에우리피데스는 그의 작품 속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광기의 수수께끼를 다루었으며, 광기를 분리라고 정의했다. 자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신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의 삶 전체가 그에게는 광기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지혜 따위는 포기해야 한다! 이방인의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지혜는 지혜가 아니기때문이다. 앞에 나오는 지혜(소위 인간의 지혜)에 중성적이며 매우 지적인 단어, 지혜에 인위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단어 소포(sophon)이 쓰인 반면, 두 번째 지혜에는 소피아(sophia), 즉 인간이 비판정신을 버림으로써 되찾게 되는 지혜가 쓰였음은 의미심장하다. 두 번째 지혜로 쓰인 단어는 특히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오래된 여성 단어로, 살아 있으면서 생산적인 지혜를 가리킨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사고만을 고집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시인은 인간이 자신의 영혼을 일행 속에 합류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미친 자, 즉 영감을 받은 자가 됨으로써 인간은 자기 안에서 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p84 나는 에우리피데스가 신이 우리 안에 있다고 하는 이 같은 신성, 이 같은 열광(가장 충만한 의미로서의 열광)에 도달했으며, <<박카이>>에 등장하는 합창단이 노래하는 시의 힘을 빌려 우리들까지 그리로 인도하려 한다고 확신한다


신의 정의를 묻다

p89 에우리피데스의 어떤 비극 작품도 삶의 모든 부름을 향해 열러 있는 이 작품만큼 의미심장하지 않다. 플라톤이 온 영혼을 다해 철학자이기를 원했듯이, 에우리피데스가 얼마나 온 영혼을 다해 시인이었는지를 이 작품보다 더 잘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

실존을 위해서 아무리 격렬하게 상반되는 요구들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는 당당하게 이 모든 요구를 감수한다


Chapter4 투퀴디데스와 도시국가들간의 전쟁

p93 그리스 쇠락의 대장정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명철하고 올곧은 판관이며 고대 세계, 아니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역사가 중의 한 사람인 투퀴디데스가 등장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두 인물, 니키아스와 클레온 

p95 니키아스는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우연으로 하여금 자기 대신 결정을 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p99 클레온은 일종의 교조주의자, 급진주의자로서, 머릿속에 이미 꽉 짜인 체계가 들어앉아 있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서 얻은 가르침이 그 체계를 비집고 들어설 여지라고는 없었다. 남들에게 끊임없이 훈계를 늘어놓는 반면, 남들의 충고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그에게서는 권위적이고 학자연하는 지식인 냄새가 났다. 뮈틸레네에 대한 그의 논고를 놓고 사람들은 그것이 허영심 많은 교육자의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클레온은 말하자면 비겁자가 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p101 투퀴디데스는 이항대립적인 리듬으로 생각하고 글을 썼다


p103 그의 글에서 모든 것은 대칭적인 구조를 통해서 표현되는데, 이따금씩 비대칭적요소들을 삽입시킴으로써 다양화를 꾀하고 우리의 주의를 끌며, 지나치게 단조로운 말장난이 될 수도 있었을 글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요컨대, 투퀴디데스는 변증법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썼던 것이다. 그는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내면의 대화를 이어갔다. 그 대화는 지나치게 압축적이고 밀도 높으며 일견 모순 되는 것들이 집약되어 있어서 처음엔 모호한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을 따라서 계속 이어지다가,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이 미로 같은 길을 함께 따라 걷기로 결심한 독자들에게 어느 순간 문득 명확해진다. 투퀴디데스에게는 단순하고 일의적인 인물이나 상황은 거의 없다

 각각의 존재는 항상 보이지 않는 이면을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투퀴디데스의 글은 이처럼 매서운 대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재화(, 자유, 영예 등)를 차지하느냐 빼앗기느냐, 이 문제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때때로 논쟁의 긴장감은 대리석처럼 찬란하면서 묵직한 촌철살인 같은 문장으로 귀착된다. 사다리처럼 단순하면서 곧은 문장, 가령 페리클레스가 아테나이 시민들에게 던진 보석 같은 문장 하나는 백 문장 보다 빛난다. 행복은 자유 안에 깃들어 있고, 자유는 용기 안에 깃들어 있음을 안다면, 전쟁의 위험과 당당히 맞서라.” 


신을 배제하고 사실에 근거한 최초의 역사 기록

p104 투퀴디데스는 역사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이 법칙은 얼마든지 이해 가능한 것이다. 그 법칙들을 안다는 것은 역사의 토대 위에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다. 물리학 법칙을 알면 물리적인 세계, 즉 자연을 정복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투퀴디데스는 아테나이 시민들을 위해, 아테나이의 주권자들을 위해, 정치가들에게 역사라고 하는 틀 위에서 개인과 민족을 행동하게 만들어주는 법칙을 알려주기 위해 글을 썼다. 이것이 그가 미래의 인간들에게 제공하는, 미래의 인간들이 그들의 이성에 따라, 도시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게 될 영원을 위한 산물’,  ‘재산’,  ‘보물이다.

 모든 학자는 무신론자일 수밖에 없다. 신을 살피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p105 투퀴디데스는 레우킵포스의 말을 오래도록 숙고했다. “우연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사건은 합리적인 원인의 결과로, 필연성의 지배하에서 발생한다.”

내 저술이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과 인간의 정념이 언젠가 초래하게 될 유사한 사건들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106 역사에 대한 모든 설명은 주로 인간의 본성,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지식으로 귀착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저마다 다른 신앙, 필요, 제도를 지닌 환경에 놓일 수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차이를 연구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투퀴디데스는 온 신경을 기울여 이 일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다 따지고 보면, 결국 역사를 설명하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항상 인간,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다양한 변주를 펼치는 인간이다. 오직 인간 본성의 상대적인 안정성만이 역사 변천의 법칙을 수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 법칙 중의 하나를 설정하면서 투퀴디데스는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유보 조항을 덧붙인다. “인간의 본성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이 유보 조항은 역사가들이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다룰 때 보이는 신중한 태도를 다른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잘 보여준다


아테나이 제국의 흥망사를 탐구하다 


이익이 인간 활동의 동기라는 관점

p109 인간은 생명을 가진 모든 피조물들과 마찬가지로 원초적인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은 이 힘을 존재를 위해 절대 파괴할 수 없는 요구로 받아들인다. 이 힘은 곧 살려는 욕망이다. 산다는 것은 우선 지속하는 것이며, 존재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다. 투퀴디데스에 따르면, 인간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만 죽음과 맞선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복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유하는 것이다

소유와 지속, 이것이 생존 본능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주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이익이 될 것이다. 이익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활동을 좌우하는 동기다. 온갖 동기들이 그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투퀴디데스에 따르면, 대중들을 움직이기 위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은밀한 동력을 발동시키기 위해 이익 또는 이익의 동의어(유용성, 소득, 이점 등)를 언급하지 않는 행동가란 없다. 이러한 단어들은 그의 작품을 관류하는 키워드다


도시국가, 민족국가, 국가, 이런 것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마디로 이익 집단, 개인들의 이해관계의 총합이다. 투퀴디데스가 보기에, 국가란 고대에 너무도 쉽게 받아들여지던 것처럼, 고유한 이해관계를 지닌 새로운 존재가 결코 아니다. 국가는 총체가 아니며 계약의 공간일뿐이다. 개인적인 이해관계 사이의 계약은 다른 어떤 틀보다 도시국가라는 틀 안에서 가장 잘 보호받을 수 있었다


역사란 살고자 하는 의지 사이의 투쟁

p112 항복하려는 자 위에 군림하면서 명령을 내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의 국가가 생존한다는 것은 매 순간 닥치는 새로운 시련에 온 힘을 투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도시국가도 무기력 속에서 생존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알키비아데스는 덧붙인다


p113 이렇듯 삶은 역동성이다. 하나의 민족에게는 남을 이기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만이 자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투퀴디데스가 즐겨 쓰는 그리스어 단어 플레오넥시아(pleonexia)이기다뛰어나다를 동시에 의미한다

역사란 살고자 하는 의지의 전개, 살고자 하는 의지 사이의 투쟁이다


아테나이를 넘어서지 못한 역사 인식의 한계

p116 결론적으로 투퀴디데스의 저술은 아테나이의 성공사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민주주의와 아테나이의 영광이 실추하기 시작하는 순간은 결국 아테나이의 역사를 통해서 그 실패를 인식하고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인간 정신이 부상하는 성공의 순간이었다


Chapter 5 데모스테네스와 도시국가 시대의 몰락

p119 피곤에 지친 민족을 상대로 얻은 뒤늦은 승리, 마케도니아의 필립포스와 불균등한 투쟁, 연설가로서의 재능에 이르기까지 그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반항적인 기질, 적대적인 행운, 그를 이미 내쳐버린 역사에서 억지로 얻어냈다


말더듬이에서 명연설가로 

p120 더 중요한 건 데모스테네스만의 고유한 빛깔이라면 높은 정치적 도덕성, 특권은 남들을 위한 봉사의 대가여야 한다는 투철한 의식, 아테나이라는 국가의 영예에 대한 확고한 존중, 평화에 대한 사랑, 자폐 상태에 빠진 아테나이의 정책에 대한 반대 등을 꼽을 수 있다


p122 그의 초기 연설들은 청중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그는 결국 민회에 모인 사람들이 가장 경청하는 연설가로 우뚝 섰다


마케도니아의 제국주의와 거짓 평화 

p125 긴 시간을 두고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다시 말해서 때가 올 때까지 사건의 추이를 느긋하게 지켜보다가 이때다 싶은 순간이 오면 번개같이 치고 들어가는 비상한 능력이 있었다

그는 특히 겉으로는 평화를 추구하면서 실제로는 전쟁을 하는 데 능했다


필립포스의 야심을 폭로하다 

p129 두 눈을 크게 뜨고 우박이 떨어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저 그 우박이 자신들의 밭이 아닌 남의 밭에만 떨어지기를 비는 사람들 같다. 우박의 방향을 바꾸는 일, 누가 도대체 그 일을 생각한단 말인가


아테나이의 마지막 투쟁가 

p132 그는 아테나이 민중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p134 내가 생각하기엔 속 좁고 치졸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위대하고 참신한 대담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인간의 감정이란 그들의 습관과 어울리게 마련이다. 그뿐 아니라, 나는 내가 여러분에게 이 같은 악습을 알려줌으로써 악습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솔직함이라는 덕목을 모든 주제에 대해서 허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만 해도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민주주의의 몰락, 전제 왕정의 부상

p139~141 이소크라테스는 당신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그리고 야만인 모두에게 선의를 베푸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 그럴듯 하나 문장은 어디까지나 문장에 지나지 않는다


노예 상태로 사느니 죽음을 택한 자유주의자

p141 바르바로스들의 모든 지배 방식에 맞서서 아테나이는 도시국가의 민주정 형태를 제시해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인본주의의 토대 위에 세워진 그리스 문명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p142 데모스테네스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탐구할 대상이며, 분열의 상징이다. 그가 단순히 웅변에 능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자유의 대가였기 때문이다. 역사가들은 그를 영웅으로, 페르시아의 첩자로, 소박한 변론가로, 심지어는 성인으로, 아무튼 상당히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왔다. 그가 추앙을 받건 수모를 당하건, 여하튼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Chapter 6 플라톤 정치적 대망

p145 “친애하는 호메로스여, 어떤 도시가 자네 덕분에 더 나은 통치를 펼쳤는가? 어떤 사람들이 자네 덕분에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했는가?” 이 대목에서 우리는 플라톤이 호메로스를 필두로 하여 시 전체에 대해서 내린 그 유명한 사망 선고를 접하게 된다


정의로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가 

p148 인간은 불평등하게 태어났으며, 도덕은 강자를 억누르기 위한 약자의 발명품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형태의 통치체제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체제는 귀족정이다


p149 플라톤도 이곳으로 온다. 그는 전적인 신뢰로 소크라테스를 대한 최초의 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소크라테스적인 반박에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 얼마나 근사한 놀이인가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

p150 아테나이인들은 기원전 405년에 마지막 함대마저 잃고 말았다. 603단 노선들이 그물망에 걸렸으며, 3~4천 명의 포로들이 참혹하게 처형되었다. “그날 밤 아테나이에서는 아무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테나이인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살아 남은 자신들을 위해서는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 사건을 다룬 한 역사가는 기록했다


p155 스승을 되찾으면서 플라톤은 그때까지 거부해오던 험난한 정치 참여의 길로 들어선다. 노년에 쓴 같은 편지에서 그는 청년 시절 자신의 우유부단함, 흔들림과 그 출구를 고백한다. 그는 또한 훗날 그의 모든 행동, 즉 철학적, 정치적 행동의 틀이 될 적절한 형식도 제시한다

 “나는 국가의 해악은 순수하고 진정한 철학자 종족이 권력을 잡게 되거나, 국가 지도자들이 신의 도움으로 진정으로 철학에 입문하게 될 때까지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욕망에 저항할 수 없이 강렬하게 이끌린다.” 


p156 행복은 모든 인간이 추구하며,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유일한 재화다. 이것이 바로 철학자가 행동에 돌입하기에 앞서서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역설 중의 하나 (“불의를 감내하는 자는 불의를 행하는 자보다 훨씬 행복하다이 역설은 소크라테스의 역설인 동시에 오르페우스주의의 역설이기도 하다)에 맞추어 정립해야 할 것이다


아카데메이아, 정치 인재 양성소

p157 플라톤의 학당, 고대 말엽에 생겨난 이 최초의 고등교육 기관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에너지의 보고였다. 이곳에서는 말하자면 폭발적인 힘을 제조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고대를 계승하게 될 새로운 시대를 주닙했다. 이 새로운 시대란 기독교 세계를 의미한다


쉬라쿠사이에서 추방당한 철학자

p158 시켈리아에서는 다른 하늘, 다른 경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켈리아는 나에게도 다른 하늘, 다른 경험을 선사 해줄까? 그렇겠지. 기대된다


p159 플라톤의 저술에는 소크라테스를 제외하면 디온만큼 섬광을 보이는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국가>>, 아테나이 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 

p162 그가 지극히 엄정한 사고력과 상상력으로 도시의 혁신, 시민 재교육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도는 궁극적으로 인간 영혼을 구원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인류 역사 내내 지속 되어왔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이 실패를 실패로 기록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인류의 새로운 출발을 독려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나는 에우리피데스에 대해서도 비슷한 언급을 했는데, 요컨대 역사에서 새로운 시작이 아닌 실패나 종말은 없다


철학자들이 통치하는 정의로운 국가

p166 교회의 군사들, 바꿔 말해서 사제들은 전적으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규정한 카톨릭교회에서 통용되는 청빈 서약, 정결 서원 등이야말로 재산과 여자의 공동 소유만큼이나 반자연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는 어쨌거나 돈이라는 미끼 없이, 또 여자라는 매개 없이, 개인으로 하여금 공동체를 위해 전적으로 봉사하도록 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지향한다


p169 인간은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인간을 만든다. 안정된 세기들이란 겉보기에만 그럴 뿐이다. 플라톤이 <<국가>>를 쓰면서 민주주의의 사망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믿었던 그 세기로부터 여러 세기가 지난 후, 민주주의를 향한 행보는 안정된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코뮌과 더불어 보란 듯이 재개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1789.......... 1848년에도....... 계속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를 뒤흔든 열흘......”로 이어진다

인류의 역사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다


Chapter 7 플라톤식 아름다움과 환상

p173 플라톤은 실재, 즉 상식이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 감각적인 것, 색채, 형태, 소리의 세계를 사랑하는 시인이었다


p174 이렇듯 향긋한 나무와 풀 냄새가 플라톤의 마지막 산책, 마지막 탐구에 동반한다


p175 플라톤적인 이데아의 세계는, 언어의 마술사 플라톤의 붓끝에서 아이스퀼로스나 판다로스의 시 세계에 비할 만큼 휘황찬란한 광채를 발한다


동굴의 비유, 이데아의 철학

p178 실제적인 존재들을 바라보기 위해서 포로들은 우선 동굴, 즉 자신의 육체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바꿔 말하면 죽어야 한다. 감각적인 세계로부터의 이탈은 노력과 고통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를 진정한 세계로 이끄는 험난하고 바위투성인오솔길은 철학적 성찰, 변증법적 방식을 의미한다. 우리의 영혼, 영혼의 고귀한 부분, 즉 이성이 감각의 증언을 떨쳐버리고, 험난하고 기나긴 수련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범, 즉 완벽한 형태를 깨닫도록 인도한다. 우리가 실재라고 여기는 물체들은 이 전범의 조악한 모방품에 지나지 않는다


p180 플라톤의 철학은 관념철학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관념철학과는 다른 이데아, 즉 영혼만이 알 수 있는, 또는 다시금 알아볼 수 있는 영원한 본질의 객관적인 존재에 관한 철학이다. 우리의 영혼은 이 같은 천상의 존재들과 어울려 살다가, 플라톤이 영혼의 감옥이라고 부르는 것(그보다 앞서서 퓌타고라스 학파가 그렇게 주장했다), 즉 맹목적적이며 필연적으로 소멸하게 되어 있는 우리의 육체 속으로 추락했다


감각의 세계와 관념의 세계

p181 이성은 날개 달린 두 마리 말을 정면에서 몰아야 하며, 신들 중에서 어느 하나를 따라서 이 말들을 하늘로 올라가게 해야 한다. 영혼들의 행렬은 그러므로 영원한 이데아, 즉 자체로서의 아름다움, 자체로서의 정의가 절대 속에서 머물고 있는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가야 한다


육체와 감각적 삶의 부정

p185 “나는 저승에서 왕으로 지내는 것보다, 지상에서, 태양 아래에서 가난한 농부를 돕는 날 품팔이 일꾼으로 사는 편이 더 좋다.”

 이 한마디는 인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고대 그리스를 더할 나위 없이 잘 요약한다


철학을 하는 것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오래전에 죽음을 맞은 소크라테스, 즉 플라톤 안에 살아 있는 소크라테스가 말한다


p186 그렇다. 새로운 소크라테스, 죽음을 넘어선 플라톤 안에서 사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자신인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 미래인 플라톤은 지상에서의 삶은 죽음의 학습에 불과하다고 힘을 주어 주장한다. 인간의 끈질긴 희망, 가장 확실한 존재 이유는 내세에 있다


p187 우리는 일단 우리가 죽어야만(이성이 우리에게 그렇게 경고한다)우리가 사랑한다고 말한 것, 즉 지혜를 향유할 수 있다


<<파이돈>>, 영혼의 불멸성을 증명하려는 시도 

p190 사실상 우리를 설득하는 것은 제시되는 논리라기보다 대담에 참가하는 자들의 충실함이다


신비주의와 금욕주의 

p193 진정한 철학자의 영혼은 자신의 해방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정념과 쾌락, 슬픔, 두려움을 삼간다네. 커다란 기쁨과 커다란 고통, 끝을 모르는 두려움과 욕망 뒤에서 병에 걸리거나 재산을 잃는 따위의 일상적인 해악만이 아니라 가장 심각하고 고악한 해악을, 그나마도 그런 것을 겪는다는 느낌조차 갖지 못하는 상태에서 겪게 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겠지


p194 플라톤이 저 유명한 소마-세마, 즉 육체는 곧 무덤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이탈리아의 퓌타고라스 학파를 통해서였다

 “우리의 육체는 우리의 무덤이라고 플라톤은 <<고르기아스>>에서 말한다. <<고르기아스>><<파이돈>>보다 먼저 쓰인 대화편으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편이라고 부르는 대화들 가운데에서는 마지막이지만, 플라톤의 신비주의가 등장하는 저술로는 최초다


죽음과 내세라는 철학적 주제

p195 현재의 삶, 죽을 운명을 타고난 인간의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우리의 영혼은 선명함과 밝음이라는 질서를 갈구하는 데 반해서 우리는 일종의 죽음-무질서 속에서 산다. 질서를 소유하고 있는 영혼은 실존을 소유한다. 자기 안에 실존이라는 재화를 간직하고 있는 영혼은 선하며 행복하다


기독교 탄생의 예고 : 영혼을 심판하는 신 

p198 방종과 방탕, 자만심과 무절제로 가득 찬 영혼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게 마련이지


p201 영혼의 불멸성에 대한 믿음은 기독교 발생 이전 마지막 몇 세기 동안의 혼란과 무질서, 그 후로도 발생하게 될 또 다른 혼란과 무질서의 난맥상 속에서 인간의 절망에 매달릴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확신이며, 가장 효과적인 위안이었다


아테나이의 절망이 낳은 플라톤 철학

p202 그러나 어린 나무가 저항할 여지가 없는 강력한 힘으로 땅을 헤치고 나오는 것처럼 솟아난 이 문명은 도약에도 불구하고, 솟아오르는 힘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창의력에 있어서 불충분함, 결핍, ‘기능 이상등 대지와 하늘을 정복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무력함을 나타내는 신호들을 보여왔다


육체 노동에 대한 경멸

p206 그렇지만 진실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p207 요컨대 아테나이에서 노예제도는 경제 발전이라는 필요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보지 못했다.


p208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적 태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이미 지니고 있는 것을 다른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


순수한 아름다움의 관조, <<향연>>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 기독교 신학에 편입된 플라톤

p213 <<고백론>>의 다음 장면은 너무도 유명하다. 정원에서 기도 중이던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늘에서 노래를 부르는 어린아이의 음성을 들은 것 같았다. 아이는 이걸 집어서 읽어봐, 이걸 집어서 읽어봐라고 노래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얼마 전부터 그의 손을 떠나지 않던 바울 사도의 책을 집어들고 아무 데나 펴서 읽었다. “진수성찬이나 요란한 연회, 성관계, 난봉질을 금하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옷을 입고 더 이상 육욕을 만족시키려고 애쓰지 말라!”


가장 그리스적인 산문 작가 

p216 그리스어에서 라는 말은 시를 의미하기에 앞서 발명과 창조를 뜻한다


대화편, 진실을 찾는 영원한 속삭임

p220 플라톤의 대화편은 엄격한 논증이 지니게 마련인 인위적인 건조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의 대화편은 생기발랄한 리듬이며, 또 다른 하나의 대화, 즉 우리 안에서 우리의 사고가 서로 추격하고 겹치고 대체되면서 진실을 찾아 영원히 끝나지 않을 탐구를 계속하는 대화의 아롱거리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p221 이성이 이성의 결여, 즉 정신착란을 의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죽음은 어디까지나 죽음, 즉 무다


Chapter 8 아리스토텔레스와 생명체 

p225 천재란 과연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걸까

자신들의 직업, 즉 철학하는 일에 필요한 능력을 그때까지 알려져 있던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렸음을 의미한다. 천재라는 말은 그러니까 뛰어넘기, 새롭게 발견하기, 즉 창조를 함축하고 있다고 하겠다. 철학이 일종의 처세술이라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변화시킴으로서 이 기술을 구체적으로 바꾸어놓았으므로, 두 사람 이후의 인간들은 그전의 인간들과 같을 수가 없게 되었다


플라톤의 이데아를 비판한 아카데메이아의 학생

p227 “나는 플라톤을 좋아한다. 하지만 진리를 더 좋아한다.” 


플라톤은 예순 살이 넘었어도 자신의 철학을 고인 물처럼 가두어두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정립한 철학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그 가치를 확인하거나 문제를 제기했다. 스승과 제자의 우정은 이처럼 수렴되거나 상충하는 비판을 통해서 견고하게 유지되었따


알렉산드로스의 가정교사 


아테나이의 영원한 이방인


자연의 합목적성을 탐구하는 박물학자

p232 이 세계를 구성하는 자연과 그 안에서 서식하는 모든 존재를 알고 이를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욕망, 이 세계의 의미를 꿰뚫어 간파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려는 불같은 지적 호기심이었다


p235 그에게 영혼이란 모든 동물의 생명의 원칙이다


p236 생명체들이 타고난 이 운명, 궁극적인 존재 이유들을 발견하는 것은 말하자면 매 순간 이 세계가 지닌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동물과 인간 본성에 대한 열렬한 호기심

p238 현대의 저자들이 어깨를 으쓱대면서 찾아내는 오류란 늘 같은 것들이다. 열 가지 남짓한 오류들이라...... 수천 가지 항목 중에서 고작 열 개 남짓한 오류라니. 그것도 아리스토텔레스가 당시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방대한 처녀지인 생물계, 쥘 베른에 의해서 마침내 넘어서게 된 세계보다 훨씬 광대하고 훨씬 접근하기 어려운 세계를 다루면서 불과 열 개 정도의 실수만 남겼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성과인가


뛰어난 관찰과 해부학적 묘사 


인간에게 귀착되는 동물론

p250 뛰어나게 신성한 존재(즉 인간)의 기능은 사고와 지혜라고 할 수 있다


p252 다른 동물들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단 한가지 수단을 가지고 있을 뿐이며, 이들이 이 수단을 다른 수단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손은 모든 것을 움켜쥘 수 있고, 오래도록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이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초의 동물 분류 작업

p260 “나에게는 린네와 퀴비에가 각각 방법은 다르지만 일종의 신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옛날 예적의 아리스토텔레스에 비하면 초등학생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찰스 다윈이 한 말이다


생명체에 관한 학문의 창시자


땅에 두 발을 딛고 선 철학자 

p262 아리스토텔레스의 문체가 단조로운 건 사실이다. 그의 장점이라면 과장이라고는 없이 간결하고 사물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강력한 현실주의자다


p263 하지만 이상하고 비인간적인 동시에 친근하고 익숙한 실존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이상하고 비인간적인 생명체를 통해서 우리 인간 존재의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근원, 즉 욕망에 따라 자손을 번식해나가는 삶, 배고픔을 느끼는 삶, 허기를 달래고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죽이는 치열한 삶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p264~265 이러한 주장의 진실은 유년 시절의 인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즉각적으로 간파할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서는 장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이나 떡잎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고 볼 때, 어린아이의 영혼과 동물의 영혼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과 동물들에게서 어떤 특성은 완전히 동일하며, 어떤 특성들은 상당히 비슷하며, 어떤 특성들은 상동이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전혀 정신 나간짓이라고는 할 수 없다


Chapter 9 알렉산드로스의 천재성 또는 우애에 관하여 

p269 역시 혜성같이 나타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며 이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 이전에는 도저히 풀 수 없었던 난제를 대번에 해결하고,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도저히 빼도 박도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진 사건의 추이를 돌연 돌파해버리며, 무질서와 무정부 상태로 인한 극도의 혼란이 막아놓은 길을 뻥 뚫어버린다

 알렉산드로스는 그런 특출한 인물 중의 하나다.


p271 그는 말하자면 군주가 통치하는 근대국가를 탄생시켰다


필립포스와 올륌피아스의 아들

p272 정복에 나선 그는 자신의 외교적 수완과 교활함이 뿌려놓은 열매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무르익기만을 기다렸다가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으로 그 열매를 줍기만 함녀 되었다


p273 그를 필립포스의 아들이라기보다 어머니 올륌피아스의 아들이었다

그가 물려받은 지능이 그만의 독자적인 열정과 만나, 그 열정이 정한 방향으로 뻗어나가 마침내 최고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올륌피아스의 아들에게 지성이란 단지 광명이며 진로에 대한 확고한 인식, 마음먹은 행동을 실천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았따


 우리가 이제부터 살펴보게 될 원정 기간 동안 알렉산드로스는 아버지의 계획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출발하여 끊임없이 이 계획을 확대하고 새로이 발견하며, 이와 동시에 자신의 천재성을 발견해간다


p274 요컨대 알렉산드로스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냈다


유럽의 새로운 정복자 


페르시아 원정, 정복자에서 해방자로 

p277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이 반드시 이긴다는 신념에 차 있었다. 그는 장병들과의 첫 대면에서부터 자신의 신념을 전파하는 재능을 타고났다


p281 알렉산드로스는 여러 곳에서 오래된 신전들을 복구하고 새 신전을 건축하였으며, 축제를 신설하고 행사 행렬을 이끄는가 하면 굴복한 도시들에게 과거의 특권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여러 세기 동안 유럽과 아시아, 헬라스인과 바르바로스가 한 몸이 되어 뒤섞이던 유서 깊은 항구들에서도 이민족 간의 우정, 스토아학파적인 조화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또한 그것이 바로 알렉산드로스가 추구한 꿈이기도 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 자신은 아직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집트 정복

p287 그가 이집트를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떠나지 않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디오뉘소스 신의 무녀인 알렉산드로스의 어머니 올륌피아스는 자신의 꿈속으로 또 침대 속으로 그녀를 찾아오는 신의 환영을 늘 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알렉산드로스 자신은 과연 누구의 아들일까? 알렉산드로스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신에 관해서라면 모든 것을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 영혼의 소유자 알렉산드로스는 제우스-암몬의 성소를 찾아가는 이 여정을 계획한 것이었다


다리우스의 죽음

p290 마케도니아 쪽에서는 불과 1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 데 비해 페르시아 쪽에서는 수십만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이로써 역사는 뒤바뀌었다


p294 동쪽으로 진군, 인도까지 가다


그리스 인본주의와 불교 인본주의의 만남 

p296 그리스와 인도의 만남은 세계사의 관점에서 볼 때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다


p297 불교가 지닌 금욕적인 특성은 소크라테스로부터 파생되어 그리스에서 확산되기 시작하여 알렉산드로스 시대에 이미 견유학파와 더불어 만개했던 금욕주의와 희한하게도 잘 어울렸다. 이 경향은 또한 플라톤의 금욕주의와도 썩 잘 결합했다


인간이 사랑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수행자들 중의 한 사람이 모든 이들 가운데에서 가장 권능 있는 자가 된 후에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자라고 대답하는 식이었다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데 대해서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p298 이렇듯 알렉산드로스가 인도를 지날 무렵에는 그리스식 지혜와 힌두식 지혜가 마주치고 있었다


그리스인과 이민족의 통합을 꿈꾸다 

p302 여러 해가 지났다. 하지만 아주 여러 해는 아니었다.(운명이란 초라하다.)


마케도니아의 왕, 그리스인들의 수호자, 이집트의 파라오, 아시아의 왕, 이 모든 칭호는 백성들이 알렉산드로스에게 준 것이었다


p303 알렉산드로스는 어디에서나 알렉산드로스여야 했으며, 자신에게 속한 모든 지역, 즉 알려진 세 개의 대륙에서 똑같고 유일한 알렉산드로스여야 했다. 그는 자신을 통해서 자신 안에서 자신이 정복했으며 자신에게 복종하는 모든 민족의 통합이 이루어지기를 원했다. 그는 이들 민족 사이에 화합이 지배하기를 원했다. 그리스인들과 바르바로스들 사이의 화합


p304 알렉산드로스가 왕의 친위대에 페르시아 제후의 아들들도 선발하겠노라고 하자 마케도니아인들의 참았던 분노는 드디어 폭동으로 표면화되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이러저러한 음모를 엄격하게 진압했다


p305 그보다는 위대함의 절정에 도달한 자에게서 나타나는 지극히 정당한 자만심이라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도대체 이 새로운 정책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p306 그런데 도대체 바르바로스란 누구인가? 이 용어는 원래 그리스어를 못하는 사람, 목에서 바르-바르-바르소리를 내는 사람, 다시 말해서 짐승의 울음처럼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바르바로스는 비그리스인일 뿐 아니라 이방인, 상스럽고 무식한 저급한 존재, 아예 노예로 태어난 존재들이었다


p310 그는 또한 보편적인 평화, 화합, 결합, 그리고 모든 인간들 사이의 원활한 교류를 완성시키고자 했다


p311 그리스인과 바르바로스 사이의 구분을 없애는 것이 알렉산드로스가 품고 있던 가장 대담한 꿈이었으며, 이집트 성소에서 은밀하게 신의 부름을 받은 그가 고대 사회, 그가 정복한 두 동강 난 사회의 단일성을 위해 내건 대원칙이었다


p312 신은 모든 인간의 공통적인 아버지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선한 자들을 특히 아끼신다

 여기서 보듯이, “모든 인간은 공통적인 아버지인 신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그리스와 비그리스의 구분이 선한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의 구분으로 대체된다


두 얼굴 : 형제애와 불관용

p317 동방과 서방이 최초로 형제애를 맺는 예식은 기원전 3242월에 거행되었으며, 이는 여러 민족들에게 알렉산드로스가 보편적이고 지속적이기를 바랐떤 화합과 우애의 징표였다


p318 알렉산드로스와 스승의 결별은 그리스인과 비그리스인 사이의 태생적인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제자의 거부에서 기인한다


p319 알렉산드로스는 길들여지지 않아 거칠고,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청소년이었다. 한창 젊은 나이에 요절했으므로, 평생을 야성적인 청소년으로 살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거친 야수라도 천재적인 야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인본주의에 사로잡힌 야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를 교육했고, 그리스 문명의 독자성이라는 개념ㅇ르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그를 실망시켰다. 알렉산드로스는 교육 덕분에 그리스 문명에 심취했으나, 아리스토텔레스와 헤어진 이후로 그를 형성하고 교육한 것은 전쟁과 비그리스 세계의 정복 계획이었다


제왕의 죽음

p325 613. 올뤼피아스와 필립포스의 천재적인 아들 알렉산드로스는 갑작스럽게 오른 열을 이기지 못하고 평균 수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서른세 살도 채 안 된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다


Chapter 10 질서라는 탈을 쓴 무질서, 두 명의 프톨레마이오스 

p330 새로운 시대를 장식하는 가장 놀라운 현상은 민중의 퇴장이다


제국의 분열과 후계자 전쟁

p333 프톨레마이오스 1세와 2, 이 두 왕은 어느 모로 보나 감탄을 자아낸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 소테르, 즉 구원자로 알려진 포톨레마이오스 1세는 입지전적인 인물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의 새로운 왕, 프톨레마이오스 1세 


프톨레마이오스 2세와 세기의 악녀 아르시노에 


프톨레마이오스 필라델포스의 전성기 

p347 그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문화에 완전히 문외한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훌륭한 스승, 그러니까 문헌학자인 제노도토스나 최초로 그리스어 사전을 펴낸 시인인 코스의 필레타스 등 박식한 교수들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p350 그리스 전통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매우 희한하고 동양적인 사고로 똘똘 뭉쳤으며, 로마 제국이 영리하게도 제국 건설에 이용한 이 신비주의적이며 다분히 정치적이고 감상주의적인 숭배가 헬레니즘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활짝 꽃피었던 것이다


Chapter 11 책의 전성시대, 알렉산드리아 : 도서관과 박물관 

헬레니즘 문화의 꽃, 알렉산드리아 

p356 알렉산드리아의 자랑거리는 항구와 저 유명한 등대다


p357 등대는 곧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아랍인들의 첨탑도 이 등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새로운 문화 수도 

p358 견유학파, 스토아 학파, 에피쿠로스 학파 등 주요 학파의 대표들은 모두 프톨레마이오스의 부름을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p361 “닭장 속에 갇혀서 주는 먹이나 받아 먹는 가금류라고 표현했던 교수-연구원들은 약 100명 정도였다. 박물관의 경영은 뮤즈의 제사장과 총재가 맡았다


최초의 도서관

p362 이집트는 오랜 문화 국가이며 따라서 많은 소장품을 간직하고 있었다. 과거의 파라오들도 개인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중 한 도서관에는 이집트 문자로 정신의 피난처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


p364 알렉산드로스 이후에는 파피루스와 양피지의 대량 생산, 그리고 특히 식견 있는 노예들이 필경사로 대거 진출함으로써 책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으며, 덕분에 덜 비싼 값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서기 이후로는 소설의 시대가 열렸으며, 이는 독자의 증가를 의미한다


기독교의 발전과 알렉산드리아의 쇠토 

p367 세워진 지 한 세기하고도 반이 지났을 무렵 박물관과 도서관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p369 기독교의 발전은 박물관 쇠퇴의 주요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서력기원이 시작된 초기 몇 세기 동안 박물관에서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던 과학 교육은 다신교 신앙을 전제로 삼고 있었다. 최초의 여성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휘파티아는 4세기 말엽부터 5세기 초엽까지 강의했다. 그런데 사제들에 의해서 광신도가 된 대중들은 415년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휘파티아를 강제로 끌어내 사지를 찢은 다음 시신을 조각 냈다. 퀴릴로스 주교가 손을 쓸 틈도 없이 벌어진 이교도 살해 사건이었다


알렉산드리아의 학자와 시인들

p370 그런데 여기서 박물관과 도서관, 두 기관은 설립 초기에는 힘 자라는 데까지 모든 그리스 문명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p372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란 사실 간단했다. 학문은 학업의 결실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학문의 발전에 필수적인 천재성은 이 과정에 하나의 사슬처럼 편입되어 다음번 사슬이 이어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탐구로서의 학문의 길을 열었다.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이 같은 탐구는 사실을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Chapter 12 알렉산드리아의 과학 : 아리스타르코스의 천문학

p379 과학은 이오니아에서 기원전 7세기경 탈레스와 더불어 태어났다. 고전시대에는 데모크리토스, 힙포크라테스와 코스 학파, 투퀴디데스 등과 더불어 과학은 활활 타올랐다. 알렉산드리아 시대, 곧 기원전 3세기에서 2세기는 과학이 가장 활발하게 꽃핀 시기였다. 그리스 문명의 말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인간 영혼의 에너지, 발명가로서의 천재성, 대중들의 호기심 등 고전주의 시대에 신전의 건축, 찬란한 비극 작품의 탄생 등의 예술적 창조를 이끌었던 이 세 가지 요소들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열정으로 과학적 발견에 투자되었다


p380 연구를 통해서 인류의 미래를 짊어진 사람들이 바로 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천문학의 발달 


퓌타고라스 학파, 지구는 둥굴다는 최초의 주장

p382 바로 지구의 형태와 지구가 우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관한 문제였따


p383 퓌타고라스 학파는 기원전 6세기 무렵에 벌써 최초로 지구가 둥글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p385 이렇듯 퓌타고라스 학파는 약 2세기 동안 여러 단계를 거쳐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과 자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리스타르코스의 가설 : 지구는 자전을 하고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과학보다 강한 종교적 믿음 

p389 이들 학자들은 아리스타르코스의 가설은 가상, 현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현상을 구해내야 한다고 힙파르코스는 말했다. 이는 우리가 관찰한 대로의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의 표명으로, 정당한 것이다


지구 중심설과 지구 부동설 

p392 1615,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옹호하던 갈릴레이는 로마에서 열린 종교재판에 참석해서 그 이론을 포기하겠다는 언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지구가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며 태양 주위를 돈다는 제안은 잘못 된 것이며 이단이라고 만천하게 공표되었으며, 코페르니쿠스의 저작은 금서 목록에 올랐따


천문학, 점성술에 자리를 내주다

p393 나는 칼데아의 종교였다가 헬레니즘 문화 지역으로 옮겨왔으며, 수학자들을 비롯한 쟁쟁한 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던 분위기에 덩달아 학문 흉내 내기에 열을 올렸던 점성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Chapter 13 지리학 : 퓌테아스와 에라토스테네스 

p397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은 바야흐로 탐험의 시대, 지리 연구의 시대를 열었다

기원전 3세기 무렵에 이루어진 수많은 여행 중에는 상거래를 위한 여행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목적을 위한 여행도 적지 않았다


p398 한 명은 여행가이자 대륙 발견자, 해상 항로 탐험가인 동시에 학자이 퓌테아스이며, 다른 한 명은 수학자인 동시에 지리학자, 지도 제작 전문가인 에라토스테네스다


새로운 땅과 바다의 발견자, 퓌테아스 

p398 알렉산드로스가 동방에서 인도를 발견할 무렵, 그는 서방에서 주석의 바다와 호박의 바다를 발견한다. 퓌테아스의 목표는 주석 항로와 호박 항로를 발견하고 주석의 바다(오늘날의 도버 해협)와 호박의 바다(오늘날의 북해)에 인접한 나라들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p399 퓌테아스는 주석의 바다가 가까워짐에 따라 진행 속도를 늦추었다. 그는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향로에서 마주치게 되는 섬들을 일일이 기록했으며,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이름도 적었다. 이들의 언어로 미루어 맛살리아 후배지로 켈트족들이 사는 지역에 들어섰다고 짐작했다. 이로써 그는 골 지역을 일주한 최초의 그리스인이 되었다. 이 시기라면 카이사르가 등장하기 3세기 전임을 명심해야 한다


p402 퓌테아스는 헤로도토스나 다른 연대기 작가들처럼 바르바로스들의 풍습에 대단한 호기심을 보였다


오늘날에 와서는 퓌테아스가 매우 정확한 관찰자였으며, 그의 저술은 신빙성이 높다는 것이 정석으로 자리잡았다


p403 기독교 시대에 들어와 모험 소설 작가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는데, 그들은 퓌테아스가 묘사한 여러 나라들을 자신들이 상상하는 소설의 무대로 활용했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자기 시대에만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두세 명의 인물을 더 소개함으로써 당시의 모험 열기와 지리적 호기심 열전을 펼쳐 보일까 한다


또 다른 탐험가, 에우튀데모스와 힙팔로스 


지구 둘레를 잰 에라토스테네스

p405 에라토스테네스는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대표적인 인물이며, 지리학만으로 제한하기에는 너무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p408 다른 한편으로 에라토스테네스는 지표면에서 육지와 바다의 비율에 대해 상당히 정확하게 추측했다


율리우스 달력의 고안자 

p412 그 밖에도 에라토스테네스는 이른바 율리우스력이라고 하는 달력을 발명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1세기에 사용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달력 체계는 1년을 3654분의 1일로 잡으며, 윤년을 두었다. 다른 달력 체계에 비해 1년이 족므 더 길지만, 무질서하게 난립했던 고대 다력 체계들 중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Chapter 14 의학 : 아르키메데스, 헤론, 그리고 증기기관에 관하여 

박물관에서 최초로 의학을 강의한 헤로필로스 

p416 헤로필로스의 의학 강의에는 인간 사체의 공개적인 해부가 곁들여졌다는 증언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대단한 혁명이었으며, 미래의 진보를 약속해주는 상징이었다


p417 그는 동맥과 정맥을 구별했으며, 동맥과 정맥 모두가 혈액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오랫동안 금기시되어 왔던 문을 강력한 힘으로 열어젖히자 광대한 새로운 지평이 보이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생리학의 아버지, 에라시스트라토스 

p419 “새 한 마리 또는 그와 비슷한 다른 아무동물이나 한 마리를 금속 용기에 담아 여러 날 동안 먹이를 주지 말고 그대로 둔 다음에 다시 녀석의 무게를 재면, 먼젓번보다 훨씬 가벼워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실체에 있어서 상당한 증발이 있었음을 의미하는데, 이 증발은 눈이 아니라 이성적인 추리에 의해서만 인정할 수 있다


p421 미신이 판을 치던 중세에도 위대한 의사가 배출되거나 위대한 발견이 이루어지지 않은 세기란 없었다

인간이 이루어낸 정복이니 인간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기술자들의 본고장이 된 알렉산드리아 

p422 그리스 과학은 의학이나 생물학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도, 산술과 기하학, 천문학 지도 제작 등에 많은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인류 문명에 공헌했다. 이 지식이란 따지고 보면 엄격한 논리학을 토대로 삼고 있으며,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너무도 조화롭고 너무도 구속력 강하며 인간 정신이 근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에 너무도 잘 부합하는 일체를 이룬다


아르키메데스, “지렛대만 주면 지구를 들어올리겠다

p424 그는 당시에 알려져 있던 간단한 기계다섯 가지, 즉 제릿대, 쐐기, 도르래, 무한 나사 그리고 권양기를 모아서 하나의 이론을 만들었다


증기기관을 발명한 헤론

p428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그는 그 증기기관으로 무엇을 했을까? 고대인들은 그걸 가지고 무얼 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아니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발명품은 오늘날의 노르만디호나 퀸 메리호 같은 거대한 여객선이 대양을 가로지르게 해주는 엄청난 동력을 지녔음에도 고대인들은 그것을 이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테나이에서 알렉산드리아 또는 맛살리아로 오고 가는데 여전히 노 젓는 일꾼을 이용했다


노예 사회라는 한계에 갇힌 과학 기술

p430 과학의 역사에서는 항상 새로운 지식과 발견과 그 지식의 실질적인 쓰임 사이에 엄청난 사치가 있게 마련이다

 가령 전쟁 같은 절실한 필요가 개입하지 않는 한, 인간의 정신은 자신의 발견을 완성시키는 데 그다지 신속하지 않은 모양이다


p434 요컨대 헤론이 자신의 발명품인 증기기관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려고 했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이 시대 사람들에게는 노예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증기기관 일화는 대단히 교훈적이다. 이 이야기는 문명이란 대중의 상승 의지가 있을 때에만 발전 과정 중에 부딪히게 되는 일정한 장애를 넘어설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와 동시에 인류의 그 어떤 위대한 발명도 영원히 소멸되는 법이 없다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굉장한 모험, 천일야화를 천 배, 만 배, 아니 수십만 배를 부풀린 동화 같은 인류의 역사를 따라가노라면, 반드시 하나의 주체와 만나게 되어 있다. 항상 존재감이 넘치며 세기가 거듭될 때마다 한층 현명하고, 양식 있고, 적극적으로 발전해가는 주체, 유산되어버린 우연을 건져 올려 새 삶을 부여하여 새싹을 틔우고 풍성한 잎을 자라나게 하며 탐스러운 과실을 맺게 하는 주체를 우리와의 조우를 위해 달려오는 미래 속에서, 매 순간 우리에게는 현재가 되는 미래속에서 만나게 된다. 바로 인간의 천재성이라고 하는 주체다

 희망이 있는 한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Chapter 15 시로의 회귀 : 칼리마코스, 로도스의 아폴로니오스가 쓴 <<아르고나우티카>>

고전의 답습을 철저히 배제한 칼라마코스 

p442 시는 서사시에 등장하는 위력적인, 위력적이지만 더러운 강물보다 순수한 샘물, 가느다란 물줄기에 불과해도 한 방울 한 방울이 소중한 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유하자면, 그는 빅토르 위고와 이따금씩 소홀함이 보이는 위고의 위대한 작품보다는 호세-마리아데 헤레디아와 그의 잘 가다듬어진 소품들을 추구했다고나 할까. 물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영감을 대체 할 수는 없으며, 칼리마코스 자신도 그 점을 잘 알았다. 하지만 영감이 고갈되고, 누구나 별로 힘들이지 않고 5막짜리 비극을 뚝딱 써내거나, 장단단격 육각시로 신화적인 주제를 가지고 24개 노래로 구성된 서사시를 시도해볼 정도로 창작이 식은 죽 먹기가 되어버린 시대에, 시가 다시 어려워져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시를 구하는 길이었다


p444 인간들은 이제 개인적인 흥미를 좇았다. 개인들은 더 이상 도시국가의 영광이나 신을 위한 봉사, 숙명적인 정념 따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딱딱한 과학 논문이 되어버린 시 

p445 만일 <<안티고네>>보다 새로운 별의 발견이 이들을 더 흥분시킨다면, 어쩌겠는가. 내면 세계보다는 물리적인 외면 세계를 소재로 시를 쓰는 수밖에. 하지만 인간과 인간이 지닌 문제, 인간의 신비 등을 제쳐둔다면, 시가 끔찍한 위기를 맞게 되는 건 불을 보듯이 뻔한 노릇이다


스승에 반대하는 호메로스 추종자 

p447 <<아르고나우티카>>를 칼리마코스에 대항하는 저항의 깃발처럼 흔들면서 아폴로니오스가 광고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그는 완전히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아야 한다


호메로스의 서투른 모방, <<아르고나우티카>>


서술에는 약하고 묘사에는 뛰어난 서사 시인 

p455 오뒷세우스의 모험은 오뒷세우스를 새롭게 특징짓는다. 오뒷세우스는 포세이돈이나 칼륍소, 페넬로페 또는 운명이 제시하는 시련을 겪을 때마다 매번 조금씩 성장한다. 용기, 적절한 기계를 제조함으로써 운명에 반격을 가하는 기발함,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계책 등 모든 면에서 그는 성장한다. 오뒷세우스는 매번 운명에 응답하므로써 인간으로서의 그의 자질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주인공의 무기련이란 물론 인물을 창조해야 하는 시인의 무기력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한 폭의 그림, 사랑에 빠진 메데이아 

p461 메데이아의 눈앞에 방금 전에 흘러간 순간들이 다시금 나타난다. 그가 입은 옷, 그의 입에서 나온 말, 그가 의자에 앉아 있던 자태, 그가 궁 밖으로 나올 때의 걸음걸이 등 모든 것이 새록새록 메데이아의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자 생각이 어지러워지며 이 세상 남자들 중에서 그런 남자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속삭인다


p466 마침내 새벽이 부드러운 광선을 보내는가 싶더니, 도시에서는 벌써 만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p467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은 산 중턱 바위틈을 뚫고 나란히 성장해오면서 바람의 침묵 속에서 부동자세를 유지해온 참나무나 전나무 같았다


모험담이 아니라 지리서 


두 명의 아폴로니오스 : 연애소설과 지리학 소고 

p473 그는 마음속 깊이 호메로스를 사랑했으며, 젊고 야심 많았던 시절엔 그에 버금가는 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니 이따금씩 상당히 재능을 발휘하기도 하는 그가 자신이 선택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지리학적 서사시라는 독특한 형태를 부여한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는 서사시에는 전혀 재능이 없었으며, 당시 문인들이 전부 그랬던 것처럼, 거대한 스케일로 이야기를 구성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연애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태동

p476 낭만주의란 이처럼 상반되는 가치들이 인간 존재의 마음속에서 서로 얽히고 뒤척이면서 상대방을 밀어내는가 하면 밀려나는 움직임의 연속이다


베르길릿우스에게 계승된 낭만주의

p478 그보다 훨씬 유명한 그의 후계자가 있다. 아이네아스와 디도의 사랑 노래를 쓰면서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이스>의 네 번째 노래에서 <<아르고나우티카>>의 세 번째 노래를 가져다 쓰며 이를 완성시키고 변형시킨다


Chapter 16 테오크리토스의 낙원

p483 여럿이 공유하는 즐거움을 통해서 문학은 공동체에 보탬이 되고자 했으며, 공동체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조율하고자 했다


p484 그리스 문학이란 인간의 인간 자신에 대한 성찰이며, 공동의 행위를 위한 에너지 비축이라고 생각해도 좋았다. 요컨대 그리스 문학은 순수한 오락거리, 무상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랑에 빠진 외눈박이 거인의 노래, <<퀴클롭스>>

p486 테오크리토스는 사실주의와 일상적인 심리 묘사를 통해 신화를 현대화하는 동시에 그를 뛰어넘었다


하찮은 일상에 아름다움을 부여한 최초의 목가 시인

p487 시인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삶의 체험이라기보다는 삶에서 출발하는 아름다운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시켈리아 농부들의 노래에서 탄생한 전원시 

p496 예술, 즉 원석 상태인 시적 금속을 세련된 귀금속으로 변신시키는 연금술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누가 감히 어느 지점에서 예술이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긴,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출발점은 분명 온전히 대중적인 곳, 대지에 굳건하게 뿌리내린 농부 기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확실하다


사실주의적 풍자 희극의 압권 <<쉬라쿠사이의 여인들>>


전원의 풍경과 삶을 사랑했던 시인 

p500 테오크리토스의 시 세계는 진실이면서 동시에 시다. 여기에서 진실이란 감각과 체험이라는 재료에 대한 시인의 충실함을 가리킨다. 한 편 시란 요컨대 음색과 리듬, 감각의 취사선택, 이미지 등을 통해 진실을 아름다움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말한다


인간미 물씬 풍기는 농부들의 등장


시적 진실의 두 요소 : 사랑과 자연 

p511 “이제, 제비꽃들이 나무딸기 위로도 엉겅퀴 위로도 꽃을 피울 거라네

신선한 수선화가 노간주나무를 환하게 만들어주리라!

모든 것이 거꾸로 되거라!

너희들, 소나무들아, 배를 열리게 하거라!

다프니스가 죽으니, 사슴들아, 개들을 못살게 굴어라!

산부엉이야, 꾀꼬리들에게 승리를 거두거라!”


도시의 삶에서 길어 올린 시골에 대한 향수 

p512 “시는 인간의 기분을 치료한다. 시는 부드러움이지만, 그 부드러움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부드러움이라는 말은 테오크리토스의 작품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한다

 시는 인간에게 삶과 전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휴식이라고 할 수 있는 몽상, 삶에 대한 향수 어린 사랑, 삶에 대한 달콤한 망각, 삶을 대신할 수 있는 몽상을 제공한다


p515 “오 행복한 코마타스여, 너는 이 매혹적인 모험을 경험했으며, 이 상자 안에 갇혀 있었고, 온 계절을, 시련의 여름을, 벌꿀을 먹으며 견뎌냈구나. ! 그런데 너는 이제 더 이상 산 자들 가운데 있지 않구나! 나는 산에서 기쁘게 너의 노래를 들으며, 너의 아름다운 염소들을 돌볼 거라네. 그러니 너는 털가시나무나 소나무 아래서 부드러움의 음악에 몸을 누이거라, 신성한 코마타스여......”


Chapter 17 다른 형태의 도피 : 헤론다스와 사실주의적 풍자 희극, 그리스의 소설<<다프니스와 클로에>>

p522 생긴 그대로의 세계 속에서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되, 마주한 그 세계를 더 나은 세계로 변화시키는 것이 그리스 문학이 스스로에게 부과한 제일 중요한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위대함에 다가가려는 욕망을 지녔을 뿐 아니라 약점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인 이 세계 속에서 그의 위치를 제대로 가늠해야 하며, 세계를 움직이는 법칙과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칙을 분명하게 인식함으로써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현실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헤론다스의 풍자 희극, <<뚜쟁이>>, <<질투>>

천박함의 극치, <<여자 파는 상인>>


새로운 경향 : 천박한 현실을 모방하는 문학

p532 그런데 고대 민족들의 자양분이 되고 휴식처가 되어준 그 큰 나무를 우리는 다시 볼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그 나무의 그늘로부터 도피하는 쪽을 택했다


문학의 쇠퇴와 소설이라는 오락의 탄생

p533 하지만 기독교 시대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형태의 도피가 등장한다. 바로 그리스 소설이다. 문학사를 통틀어 이보다 더 간단한 시간 보내기, 심심풀이 오락, 놀이에 가까운 문학 장르가 과연 있었을까



최초의 연애소설, <<다프니스와 클로에>>

p538 중요한 건 우리 안에서 문득 솟아올라 우리를 이끌어가는 쾌감의 정도가 아니겠는가


자신의 마음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았던 괴테는 롱고스의 소설을 엄청 좋아했다. 괴테는, 에케르만에 따르면, 이 작품이 지성과 예술, 취향에 있어서 걸작품이라고 말했으며, 거장 베르길리우스의 작품보다 오히려 한 수 위라고 평했다고 한다


그리스의 자연에서 태어난 사랑이야기

p540 이상화된 풍경. 하지만 절대로 프랑스식정원처럼 추상적이지는 않은 풍경(로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플라타너스와 소나무, 실편백나무와 월계수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자라고, 많은 짐승들이 출몰하며, 산토끼들이 포도밭에서 깡충거리며, 개똥지빠귀와 산비둘기는 하늘을 날고, 벌레들이 붕붕거리는 지극히 구체적인 풍경


자연은 이제 막 태어나는 사랑의 공모자다


사랑의 쾌락에 눈떠가는 시골의 연인들

p541 ,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부드러운 사랑이여,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첫사랑의 이미지를 어쩌면 이리도 감칠맛 나게 복제했단 말인가


p544 사랑은 더이상 삽포나 에우리피데스의 시에 나타난 것처럼 존재의 뿌리를 뽑아버리고 얼음장 같은 죽음으로 몰아가는 질풍노도가 아니다. 사랑은 이제 서서히 저물어가는 맑게 갠 날에, 아름답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여인과 함께하는 시간,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남자와 더불어 보내는 시간이다

 클로에, 너의 다프니스는 피어나는 꽃보다, 시냇물의 노랫소리보다 소중하고 아름답구나. ! 그의 품에 안긴 너는 그의 새끼 염소로구나! 이런 식으로 사랑의 달콤함은 이 세계의 부드러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요정과 신들과 농부들이 함께하는 전원시 


Chapter 18 에피쿠로스와 인간의 구원

p551 ...... 왜냐하면 그건 대표적인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질 숭배만큼 정신에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정신을 숭상하는 정신은...... 이게 뭔지 알겠나? 너무 잘 알지

-프랑시스 퐁주, <<대지>>

역사는 계속 된다


p552 바로 에피쿠로스다.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동시대인들에게 그저 친구가 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 그가 이제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기를



가장 많은 오해를 받은 철학자 

p553 동시대인들이나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 에피쿠로스와 그의 가르침만큼 열광적인 옹호와 극단적인 반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킨 사람이나 교리는 없었다

에피쿠로스주의자라는 용어만 놓고 보더라도, 프랑스어에서 이 용어는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향락주의자, 감각주의자 또는 이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아예 난봉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에피쿠로스를 거의 신과 동격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는 인간들이 쓸데없는 두려움과 고답적인 미신으로부터 해방되어 평온한 삶을 살도록 해주었다. 그러므로 그는 해방자이며, 치유될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구해준 치료사다. 사실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이란 따지고 보면 인간의 돌이킬 수 없는 어리석음, 아니 얼마든지 치유 가능한 어리석음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질병의 고통 속에서 영혼의 기쁨을 탐색하다 

p554 기원전 323년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사망하자, 에피쿠로스는 몇 해 동안 가난 속에서 망명자 생활을 한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아직 어린 나이에 거의 독학으로 행복의 비결을 터득했으며, 스스로 이를 실천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했다. 그 후 그는 아버지에게로 돌아갔으나, 혼자 사는 생활에 익숙해진 터라, 이미 생존을 위한 투쟁에 대한 성찰로 단단하게 무장하고 있었으며,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요컨대 그는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벌써 어른이 되어 있었다


 p555 죽음을 맞이하는 날, 그는 진실 가운데에서 자신의 삶을 탐색하고 마감하면서 총체적인 소감을 기록했다. “오늘이 내 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 나의 마지막 날이라네. 방광의 고통과 복통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항상 극심하며, 조금도 격렬함이 덜어지지 않았지. 하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항해서, 나는 우리가 과거에 나눴던 대담을 회상할 때면, 영혼의 기쁨을 내세운다네. 사춘기 때부터 나의, 그리고 지혜의 변함없는 친구였던 자네가 메트로도로스의 자녀들을 잘 돌봐주어야 하네.” 


아테나이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철학적 대안 

p561 아테나이에서는 기원전 4세기가 막을 내려가는 고통스러운 시기, 한동안 나라에서 나서서 가난한 자유시민들에게 식량과 임금의 배급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기도 했다


p561 경제가 와해되어가는 이 세계에서 인간의 삶은 너무도 불확실한 나머지 모든 것이 우연의 손에 좌우되는 것 같았다


지상에서의 개인의 행복이라는 화두 

p564 소박하고 제한적인 행복일지 모르나, 그럼에도 확실하고 누구나 자신의 두 손으로 길어 올릴 수 있는 행복을 말이다


p565 에피쿠로스 철학의 위대한 점은 플라톤이나 그의 뒤를 이은 기독교처럼, 하늘로의 도피를 제안하는 대신 지상에서 무언가 할 것을 제안했다는 데에 있다


철학을 하는 척 해서는 안 된다. 병이 들었을 때에는 건강을 되찾으려는 척을 해서는 안 되며, 실제로 건강을 되찾아야 한다.” 인간을 인간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유일한 치료라고 할 수 있는 진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한순간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빨리 치료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행복은 기다려주지 않는 시급한 요구다. 삶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짧다. “우리들 각자는 이제 막 태어난 것 같다는 심정을 안고 삶과 작별한다.” 


죽음과 신에 대한 공포로부터의 해방

p566 우리가 가진 으뜸가는 두려움, 우리의 가장 본질적인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안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어디를 가나 따라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기분전환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황당한 기분전환을 즐기고 있을 때에도 이 생각은 줄곧 인간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지평선이 열리지 않도록 꽉 막아버린다. 죽음에 대한 생각 앞에서 인간은 마치 곧 끝 모를 심연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공포와 현기증으로 가득 찬다


죽음 다음가는 공포가 있다면, 그것은 죽음의 공포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는 신에 대한 공포다. 인간은 신들이 높은 하늘에서 그들을 살피고, 관찰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p567 , 그렇다면 죽음과 신에 대한 공포라는 이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인류는 비참한 수렁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공포는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일까? 에피쿠로스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그는 두 가지 공포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세계가 무엇인지를 인간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며, 이 부조리한 존재,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 죽은 존재인 신들에게 그 어떤 자리도 내주지 말아야 한다


p570 “태양은 세계를 돌고, 커다란 목소리로 우리에게 행복을 위해 이제 그만 깨어나라고 외친다.” 


플라톤 관념론에 반대편에 선 유물론


신의 섭리가 아닌 원자 운동으로 세계를 설명

p574 그러므로 모든 것은 첫째, 원자의 운동, 둘째, 인간의 필요와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이 획득해가는 제어능력, 이렇게 두 가지만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p575 에피쿠로스는 문명이란 경험과 노동의 열매라고 말했다. “시간과 인간의노력이 모든 발명품들을 생산하고 이것들을 공명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 바로 문명이다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단순히 기절을 했을 때나 마찬가지로 그것을 의식조차 할 수 없다


p576 고통이 잠시만 중단되면, 단순한 필요, 아주 기초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인간이 타고난 소명을 수행하는 데 충분하다. 인간을 훼손하고 그를 소리 지르게 만드는 고통을 멀리 떼어놓기만 하면, 인간이 자신을 완벽하다고 느끼는 데 충분하다. 간의 소명은 바로 기쁨이며, 이는 아무리 반복해서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니 고통을 없애라.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빵과 물이면 만족했던 쾌락주의자

p577 행복해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구 사항이 이토록 검박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우리는 당시 사회가 처해 있던 처절한 절망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p578 현자는 삶이란 내일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안다. 삶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날, 이날의 매 순간이다. 행복의 매 순간, 즐거움 속에서 충족된 욕구 각각(이때 욕구가 소박한 욕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것은 충족 여부다), 즐거움의 매 순간은 영원히 소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로써 세계는 내 안에 받아들여지고, 삶은 제대로 살아진다. 흘러가는 시간은 더 이상 배반당한, 즉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연속이나 잃어버린 재화, 위협당하고 실망만 안겨주는 희망이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시간에 휩쓸리지 않고, 기쁨의 소유 속에 머무르게 된다


p580 용기는 흰 돛에 수놓은 붉은 줄처럼 그리스 민족에게서 태어난 첫째가는 덕목으로, 그리스의 역사 전체를 관류한다. 시간과 더불어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소크라테스 이후 용기는 현실 존중과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이해에 토대를 둔 성찰하는 용기, 이성적인 용기로 변했다. 경탄할 만한 고대의 지혜가 공교롭게도 고대가 막을 내려가는 무렵에 꽃을 피운 것이다!


노예와 여자를 차별하지 않은 에피쿠로스적인 우정

p581 에피쿠로스는 우정 속에서 자신을 온전하게 실현했다. 그는 우정 속에서 선함을 발휘하고, 우정 속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인간, 그와 똑같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피와 살로 이루어졌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아픔을 나누어 가지며, 동시에 육체를 가장 유효한 도구로 삼는 공통의 기쁨과 공통의 쾌락, 즉 상대방을 사랑하는 축복을 발견한다. 이것이 바로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우정의 출발점이다


우정, 다시 말해서 필요한 것을 나누고, 소박한 쾌락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제한적인 지혜의 결실이다


p582 그는 말하자면 누구나 찾아와서 목을 축이고 가는 넉넉한 샘물이었던 것이다


p584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면 누구나 받게 마련인 시련, 곧 죽음을 기다리는 지원자가 아니던가. 


p585 다른 부류에서는 우정은 어디까지나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에피쿠로스 집단에서는 모든 인간에게 개방되어 있었다


행복하고 평온한 삶이라는 철학적 목적 

p586 인간의 삶은 공동체 안에서 치유될 수 있다. 우정은 그러므로 지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혜 그 자체다. 결국 영혼의 평화는 이처럼 스승과 제자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찾아지며, 이때의 평화란 동요가 없음을 뜻하는 이타락시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평온, 완전한 행복주의, 지고의 조화를 의미한다


p589 그는 사춘기의 가장 심각한 욕구가 말과 행동에 규범이 되어줄 만한 멘토를 발견하는 것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청소년기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기독교에 의해 왜곡된 에피쿠로스 철학

p592 “나이가 들면서 삶의 석양을 향해 인도되자, 매 순간 나의 행복의 충만함에 대한 향수 어린 노래를 부르며 이 세계에 작별을 고하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나는 불시에 죽음을 마지하게 될까 두려워 좋은 품성을 가진 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로 결심했다.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 아니 몇 며잉 되더라도 상관없고 하여간 단 한 사람이라도 절망에 빠져 있다면, 그리고 그를 도와주라는 부름을 받는다면, 나는 그에게 최선의 충고를 주기 위하여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오늘날, 앞서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전염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모두 병자들이다. 이들은 세계에 대한 그릇된 믿음으로 인한 병자들이며, 양 떼들처럼 모방을 통해 서로 서로 병을 전파하는 탓에 병이 더욱 깊어진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죽은 다음에 살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아직 태어나지는 않았을지라도, 그들도 우리와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우리에게 이곳을 지나가게 될 이방인까지도 도우라고 지시한다. 책에 적힌 좋은 말들은 이미 널리 퍼졌으므로, 나는 이 벽을 이용해서 공개적으로 인류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기로 결심했다” 


p593 신들에 대해서는 전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고통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행복에 얼마든지 도달할 수 있다


플라톤의 꿈은 희한하리만티 기독교적 진리속에서 형상화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굶주림이 허기진 식인귀처럼 전세계를 떠돌던 고대 말엽이니만큼 먹고 마시는 데 열중하는 철학”, 복부의 쾌락을 추구하는 철학은 더 이상 먹을 것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p594 에피쿠로스 철학은 결코 죽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진정한 여러 얼굴들 중의 하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혁명들이 우리가 사는 우주를 전복시킨다. 혁명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으며, 때로는 이 흐름을 가속화한다. 새로운 계급, 새로운 민족, 계급 없는 민족들이 이 세계를 관통한다. 에피쿠로스가 남긴 유산은 그들의 것이다. 그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3. 내가 저자라면

 

<<그리스인 이야기>>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2권은 문명의 시작부터 그리스 신화를 많이 해석하고, 보여줬다. 또 의학의 발달과 과학 이야기, 건축이야기를 넣었다. 3권은 그리스의 쇠퇴기를 다뤘다. 에우리피데스에서 출발하여 알렉산드로스에 도달하는 시기를 몇 가지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무려 5세기, 아니 그 이상 되는 긴 시기를 다루고 있으니 3권은 1,2권에 비해 분량이 훨씬 많다. '소포클레스에서 소크라테스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제2권의 경우 고작 50년 남짓한 시간을 다루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쉽게 이해가 도리 것이다.

 저자는 제3권을 집필하면서 앞에서 다루었던 시기로의 회귀, 의돚거인 망각은 물론 일반적으로 그리스 문명의 종말기라고 간주되는 일부 연대들을 뒤로 미루거나 앞으로 당기는 모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적지 않은 독자들이 '임의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는 저자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가령 저자는 다른 저자들에 비해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훨씬 적은 지면만을 할애했다. 반면, 과학적 지식에 열광하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라면 더욱 관심을 가질 학자들에게 기꺼이 큰 비중을 두었다.

 

 문명이 시작되는 시기를 소개한 1권은 아주 재밌고, (얇다는 것도 한몫 한 것 같음) 읽는 나를 즐겁게 했다. 2권은 중간중간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파르테논 신전의 비밀을 볼 수 있고,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야기도 볼 수 있어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3권은 분량도 방대한 데다 다루는 것도 쇠락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읽는 시간 동안 좀 답답하기도 하고, 잘 읽히지 않았다. 그리고 앙드레 보나르는 처음보다 3권으로 갈수록 노골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김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앙드레 보나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혔기 때문인지, 야부리꾼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느낌을 느끼기까지 했다. 처음에 그의 관점, 비판적 시각이 새로워 보였다면, 3권을 읽을 때는 너무한거 아닌가, 정말 이 사람 말이 맞나 싶은 생각도 좀 했다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Chapter4 투퀴디데스와 도시국가들간의 전쟁부분이다. 그 부분에 행복은 자유 안에 깃들어 있고, 자유는 용기 안에 깃들어 있음을 안다면, 전쟁의 위험과 당당히 맞서라.” 이 구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지도를 펼쳐 놓고, 하나씩 짚어가면 그의 정복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다. 도 알렉산드로스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고, 후에, 나라간, 문화간 통합을 시도한 부분도 새로웠다.

 

 내가 만약 한 나라를 정하고, 그 나라에 대한 문명, 역사, 과학, 의학, 건축, 철학자, 시인, 또 철학자와 시인들의 작품들을 대중에게 알려주기위해 쓴다면, 무엇보다 연구를 많이 해야겠지만, 나의 철학을 먼저 잘 정립해야겠다. 균형잡힌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해서 쓰고 싶다. 사실 3권에서 앙드레 보나르는 1,2권에서보다 더 노골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만약 그리스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가 읽게 된다면 잘못된 편견이 생길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인 이야기>>를 다 읽으면서, 책은 사람들에게 다른 관점, 새로운 시각을 준다는 점을 다시 새겼다. 교과서적이지 않은 스토리를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세권에 다 표현되지 못한 무궁무진한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 그들이 낳은 세계적인 철학자와 과학자, 의사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아, 그리고 작가들은 작가들의 삶과 작가들의 작품을 연구하면서 또다른 작품을 낳을 수 있음을 알았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나라, 인물, 분야가 있는 것이 곧 복이라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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