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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9일 22시 32분 등록

작기만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서른 즈음에>, 김광석

 

노래의 가사를 온전히 음미할 있는 나이 서른이 되었다. 서른살 생일이다. 이십 대의 어느 날에는 빨리 서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왠지 서른이 되면 삶의 방향이라는 것도 정해지고, '안정'이라는 테두리 속에 살고 있을 같았다. 남들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명함도 바뀌어 여자 서른에 맞이할 있는 커리어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직장에서는 10년이 지나도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생을 일하겠다 마음 먹었으니, 서른쯤은 거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지.. 라고.

 

물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은 달랐다. 열심히 돈을 벌고, 유학자금 5천만원이 모이면 항공유학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으니까. 그러나 사회생활이라는 것도, 돈이라는 것도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나는 기대했던 것보다 영업을 그렇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돈을 모을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술과 사람을 너무 좋아했으며, 매달 카드값을 막지 못해 힘들지라도, 사람들은 만나야 했던 것이다. 진짜 사람이 좋고, 술자리가 좋아서 그랬는지, 사회생활과 사람들을 스스로도 견디기 힘겨운 아주 두꺼운 가면을 쓰고 다니는 자신이 너무 싫고, 그로 인해 필연적인 결과물인 외로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벌고 있던 돈은 각종 유흥비와 택시비, 영업비로 모두 지출하고,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나는 ''과는 점점 멀어져 갔고, '현실'이란 녀석과 타협하게 된다.

 

스물일곱부터 점차 현실에 대한 괴로움이 점차 자라기 시작했. 그리고 스물 아홉부터는 정신적인 방황을 넘어 육체적, 상황적인 방황 인생에 있어서 총체적인 방황의 씨앗이 꽁꽁 얼어붙고, 영양분도 하나 없는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강인한 이름 모를 포기처럼 싹트기 시작했다. 뿌리깊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단단한 돌뿌리처럼 강인하지는 않지만, 어떤 잡초보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싹트고 있다. 이렇게 나의 서른은 내가 꿈꾸었던 온실 화초가 아닌 돌무지의 이름 모를 잡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스무살에는 '무슨 일이든 해낼 있을 거라' 믿었지만, 서른에는 '내가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명확할지도 모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스무살에 '도전'이라 불릴 있는 행동과 선택들이 서른에는 '방황' 되었다. 20대에 실험하고 도전하며 즐겁게 사는 이들을 보며 '부럽다' 생각했지만, 서른에는 ' 나는 뭐했나?'라고 생각한다. 3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던 , 첫사랑을 잃었을 때만큼이나 아프고 괴로워 구석에 무릎을 팔로 감싸고 앉아 고개를 쳐박고 엉엉 울었다. 앞으로 생에 이보다 힘든 때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른이 되는 10년간 인생에 젊은 베르터가 알베르트에게 얘기했던 소녀의 심연이 내게도 여러 찾아왔다. 심연에 들어서면 어떤 전망이나 위안이 없는 사방이 캄캄한 어둠에 둘러싸여 모든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혼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심연 속으로 몸을 던지고 싶은 욕망을 느낄 있다. 베르터의 말처럼 인간 본성이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상황에 처한 미로에서 빠져나올 없을 결국 인간에게 가능한 선택이란 죽음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녀도, 베르터도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하지만 서른이 되고, 때때로 찾아오는 심연이란 한번 끝나고 마는 것도 내가 거부할 있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베르터의 방식보다는 나만의 방식으로 앞으로 찾아 순간들에서 조금 현명하고 아프게 벗어났으면 좋겠다.

 

매주 고객들과의 약속을 정해야 하는 삶을 살던 내게 '계획'이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매주의 계획을 요구하는 환경, 계획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여줘야 하는 . 그리고 일주일 후에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획에 따른 결과 공유. 그렇게 서서히 나는 계획주의자를 흉내냈다. 계획대로 거라 믿었다. 하지만 계획들이 어긋날 때마다 좌절했다. 처음에는 상처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이 나를 피한다고 느꼈고, 자신감은 점차 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계획에 대해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프랑스 소설가 앤드류 모르아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한번도 생활의 마스터 플랜 같은 것을 세워 본적이 없습니다. 물론 단기간의 계획은 세웠습니다. 그러나 계획도 우연히 작용되어 계획이 말살되고, 때로는 묻혀 버리게 되고, 때로는 개선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뜻밖에 일어난 일이 나에게 주제를 제공하여 일도 있었습니다." 내게도 '무계획이 계획'이란 신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우연에만 기대어 살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살아갈 것인데, 몽테를랑처럼 가지 원칙을 지키며 살고 싶다.

" 하고 싶을 하고 싶었던 일을 , 마음에 당기지 않는 것은 내일로 미룰 "

 

서른인 지금이 좋다. 내가 기대했던 바와 많이 다르지만, 그토록 찾고 싶었던 ''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시간을 값지게 생각한. 멋대로 회사를 만들고, 하고 싶은 실험들을 하나씩 나가고 있다. 되는 것들에 관심 기울이기보다 되는 것에만 계속 손이 간다. 그래서 결국 시급 5천원자리 생계형 알바를 시작했다. 안정된 직장도, 매달 꼬박 나오는 월급도 없지만, 자유가 있어서 지금 현재의 모습이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자유를 위해 돈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자유를 선택하면서 '' 따라오는 인생을 만들고 싶다. 10 마흔이 되었을 때의 모습은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단지 상상만 . 모르아가 얘기했듯이 작가를 꿈꾸지만 <파우스트> 같은 작품을 써낼수는 없다한비야나 안철수처럼 '인생 자체가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으면 한다보잘 없는 인생을 쌓는데도 인생은 너무나 짧기만 하니까(모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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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9 23:23:42 *.151.207.149
나도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계획 하는 순간 삶이 재미없어지는듯해요.ㅋㅋ
생일 축하축하축하..
시간되면 밥먹어요
미나 .데이트 신청하는 거임.ㅋ 시칠리아 가기전에 꼭 만나야해요.꼭 꼭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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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9 23:31:05 *.38.222.35

엇 우산님!!!^^ 잘 지내시죠??? ㅋ

그쵸. 계획하고, 계획대로 되는 삶ㄹ은 재미없을 것 같아요~!

 

저는 요즘 반 백수라. 알바하는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에는 시간이 많답니다.ㅋㅋ..

이번에 시칠리아 가세요?? 저는 못 가는데..ㅜㅜ.. 시칠리아 가기전에 꼭 만나야 한다니, 빨리 뵈야하겠네요.!!

(엇, 근데, 제가 시칠리아 가는걸로 알고 계신 것 같기도 하고요?? ㅋ)

 

연락 주세용~!!!^^ 편하신 시간과 날짜에 뵈어요~!!! 제 연락처 아시나요?? 010-8543-1942 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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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0 17:14:38 *.114.49.161

생일 축하합니다. 영어로 해피 버쓰데이 투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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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8 02:24:29 *.38.222.35

ㅎㅎㅎ.. 콩두님 감사해요~!!!^^  즐거운 연구원 생활 하고 계시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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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1 09:12:24 *.252.144.139

음... 글이 지난 주보다는 밝아진것 같아 안심이다.

그리고 미나 글솜씨가 일취월장하는 것같아.

예전에는 고딩(?) 일기 같았는데 이제는 서른살 처녀의 글같다.

 

미나야, 네가 지금 계획해서 하고 있는 사업들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잘 살펴봐.

만약 그것이 잘 진행되지 않거나 돈이 안되는 것들이라면 어딘가에 구멍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돈'을 맹신하지는 않지만 좋은 아이디어이고 시장성이 있다면 돈은 따라오는 거라고 믿어.

미나가 시급 5천원의 알바생활을 끝내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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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8 02:28:25 *.38.222.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언니.. 고딩일기... 부정하지 못하겠네... ㅎㅎㅎ

맞아욤. 이제 좀 다른 글을 써볼 예정.. 형식은 별로 안 달라지겠지만.. 뭐랄까.. 과거에서 헤매고 빙빙 돌던 시간은 이제 서서히 정리되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랄까?? ㅎ.. 서른살 처녀의 글 같다니.. 완전.. 황홀한 칭찬이얌.. (이제 책을 위한 글 좀 쓰나요..ㅋ)

칭찬 고마워, 재경언니!! (언니 칭찬에 으쓱!..ㅋㅋㅋ)

 

옹.. 그쳐. 좋은 아이디어, 시장성이 있다면 돈이 따라오겠지.

 

얼마 전 만난 분이 '비지니스 마인드'에 대해 다시 한번 재미만 쫓던 내게 경종을 울려 주셨지.ㅎㅎ..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완전 원츄.. 뭐 빨리 왔으면 좋겠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으려고.^^ㅋ

언니도, 조금은 느긋~하게 지켜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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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2 19:50:32 *.70.30.79
나는 서른을 기다리지 않았지만 서른하나다.......쩝.....
너나 빨리 먹고 난 좀 천천히 먹어도 되는데......
그래도 지금의 나이가 좋다는 건 인정
그만큼 여유로워지고(이건 경제적 상황은 아닌 듯 ㅋ)
안정적이 된(이것 역시 경제적 상황은 아닌 듯 ㅋ)
내가 좋아서.....
모험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어렸을 때 보다 젊어진 것 같아 더 좋다
스무살엔 어렸고... 지금은 젊다... 담엔 늙겠지?? ㅋㅋ
니가 마흔살이 되면 어떨까?
그때도 우리 맥주 마시고 있을까?
너랑 마시는 술은 맛있다. 그냥 그렇다.
서른의 너는 말라깽이 아가씨..
마흔의 너는 말라깽이 아줌마였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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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8 02:33:48 *.38.222.35

뭐.. 루미사마는.. 생긴 것은 충분히 천천히 먹고 있으니, 넘 아쉬워하거나 서운해 하지는 않아도 될듯?? ㅋㅋ..

그래.. 모험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왠지.. 나이 먹을 수록 그 모험의 수위가 높아 질 것 같다?? ㅎ

 

그러면.. 더 젊어지겠지..

 

내가 마흔이 되면.. 우리는 조금 더 비싸고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있을 거야.

 

내 서른 살 생일을 함께 해 주어서 고맙소~!!!

마흔의 나는 말라깽이 아줌마겠지.. 그 때가 되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줌마'로 보일테니.ㅋㅋㅋ.

결혼은 모르겠고, 그 때는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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