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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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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0일 02시 07분 등록

우리 집 마당에는 작은 채소밭이 있습니다. 두 달쯤 전에 아버지가 지인들에게서 얻은 화분 몇 개와 스티로폼 상자들을 재활용해 만든 공간입니다. 화분에 흙을 채우고, 시장에서 구입한 상추와 깻잎, 고추와 피망, 오이와 가지, 토마토 모종을 심었습니다.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란 아버지는 책 한 번 펴보지 않고 주변에 버려진 것들을 활용해서 하루 만에 채소밭을 만들었습니다.

 

혼자서 능숙하게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감탄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무심하게 넘기거나 괜한 일거리를 만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자연이나 채소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자연이 눈에 들어왔고, 때마침 나는 <핸드메이드 라이프>라는 멋진 제목만큼 내용도 좋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윌리엄 코퍼스웨이트는 말합니다.

 

“흔히들 무언가를-가구든 옷이든 장난감이든 정원이든-만드는 제일 큰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하거나 그보다 더 중요한 다른 요인들도 있다. 살면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일은 창의성을 발현하고 자신감을 얻기 위한 방편이기도 한 것이다. 사적이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생활의 필수품을 마련할 때, 그것도 자신이나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줄 때 비로소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몇 달 후면 부모님 곁을 떠납니다. 부모님에게 여름마다 채소들을 얻어먹을 거라고 말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계속 채소밭을 가꿔나갈 것이고, 아버지의 창의성과 자신감도 채소처럼 싱싱할 겁니다. 나도 신혼집에서 몇 가지 채소를 길러볼 생각입니다. 아버지에게 배울 수 있고, 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 옆에서 봤으니 할 수 있을 겁니다. 채소를 수확해서 아내와 함께 부모님들과 나누면 참 좋겠습니다. 창의성과 자신감도 커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지요.

 

나는 이제 고추와 오이와 가지와 토마토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작고 하얀 고추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꽃이 핀 자리에서 열매가 맺는다는 신기한(?) 사실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한 번 자라기 시작하면 하루 만에 쑥쑥 크는 오이의 모습에 감탄합니다. 채소마다 물을 주는 간격이 다르다는 것도 알았고, 지주대를 세우고 인공수분을 하는 방법도 익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보잘 것 없는 채소밭이 나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물을 주는 일을 자청했습니다. 집밖을 나설 때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채소가 잘 자라는지, 어떤 꽃을 피우는지 관찰하고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합니다. 매일 달라지는 채소들이 신기합니다. 휑하던 그곳에 식물이 있다는 것, 그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그 동안 상추는 대여섯 번 따서 먹었고, 고추와 오이와 토마토도 수시로 따서 먹습니다. 직접 길러서 먹으니 더 특별하고 맛도 좋은 것 같습니다. <핸드메이드 라이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이제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움으로써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치는,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그것의 진가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의 것들을 만들어가면서 얻는 지식은 세상과 한층 더 친밀한 관계를 이루도록 한다.”

 

 sw20120710.jpg

*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저, 이한중 역, 핸드메이드 라이프, 돌베개, 2004년 10월

 

*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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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신청 메일 : 구본형, bhgoo@bhg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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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0 18:42:55 *.103.84.48

우리집 배란다 상추는 이제는 써요... 왜 이리 쓰노? 했는데, 어머니 왈 햇살이 뜨거워지는 요즘 상추가 쓰다고 하네요

오라버니 아버지 텃밭 상추는 아직 맛있나요? ^^

신혼집 텃밭 나중에 꼭 구경 갈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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