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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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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6일 07시 44분 등록

삶은 춤보다는 레슬링에 가깝다.

-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

 

늦은 밤이나 새벽, 혹은 주말에 병원에서 전화가 오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소식이 긴장과 다급함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새벽, 폐암 치료를 받던 76세의 독거노인이 병원에서 투신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환자 안전시스템을 체크하느라 부산스럽지만, 엎질러진 물입니다.

 

경기침체로 진료비 다툼이 늘어나고 몰래 달아나는 탈원환자까지 증가하며. 이웃병원에서도 극단적인 선택의 소식이 들립니다. 경제적 어려움 탓인지, 신병비관인지, 충동적인 선택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삶의 절망이 희망을 압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희망을 압도하는 절망, 절망을 넘어서게 하는 희망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다.’라는 식의 긍정과 자기암시도 필요합니다. 말에는 각인력과 견인력이 있어서 내 삶을 원하는 곳으로 끌어가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쉽지 통하지 않는 애기입니다.

 

병원에는 간단한 수술로 해결되는 심플한 환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들이 더 많습니다. 어떤 환자들은 너무 고통스럽고, 아픔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항암제와 마약 진통제로 간신히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는 환자들에게‘잘될 것’이라는 말은, 선의의 포장을 풀면 달콤한 거짓말이고 헛된 위로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표에 다가서는 자는 춤을 춘다고 니체는 말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실의 삶은 힘겨운 레슬링을 치루느라, 기진맥진하여 매트위에 널 부러져 있는 모습일 때가 많습니다.

 

‘무지개 원리’를 쓴 차동엽 신부는 절망과 싸우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절망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자꾸만 희망을 품는 것이 절망을 몰아내는 상책이라 말합니다. 우리의 뇌는 하나밖에 생각을 하지 못하니까, 절망에게 자리를 주지 말고, 끊임없이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거지요. 신부님의 처방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상황들을 생각하면, 희망을 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자문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박찬욱 영화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그의 주장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이냐?’ 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내 나름의 인생에 대한 교훈을 분명하게 표현한 영화라는 점에서 나에겐 참 독특한 작품인데, 거기서 주인공의 입을 통해 아주 확실하게 말하는 게 하나 있다.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거짓말에 속지 말고, 남에 의해 주입되는 헛된 환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현실성 있게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절망하거나 죽어버려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힘내!’다. 결국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밥을 먹는다는 것’이라는 게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의 주제였다. 밥은 먹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나의 답도 ‘밥은 먹고 살자’ 라고 할 수 있겠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희망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그러나 ‘힘내!’ 라고 얘기합니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애기가 마음에 듭니다. 희망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도 힘을 낼 수 있다면,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덧붙입니다. ‘삶이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걸 바라지 않고도 살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고...

 

‘밥은 먹고 살자.’

희망없는 상황에 처한 모두에게 그의 말이 희망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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