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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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쉬지 않고 달리다가 완전히 에너지를 소진하는 직장인들을 가까이에서 많이 봤다. 그들은 탄성이 사라진 고무줄처럼 완전히 늘어진 탈진(burn out) 상태가 되어 조기은퇴를 했다. 별다른 도전 없이 반복적인 직장 생활의 후유증으로 의욕도 없고 삶의 의미도 찾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녹슬어 버린(rust out) 동료나 선배도 있었다. 두려웠던 것은 그렇게 불타거나 녹슬어 버리는 상태가 되기직전까지도 전조증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 박재희 『그 여자, 정치적이다』중에서
불타거나 녹슬어 버리거나. 나 또한 조직에 15년 동안 몸 담으며 양극단에 있는 여자들을 많이 보아왔다. 야망이 있는 여자들은 불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욕망에 들끓어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다가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이르고 만다. 나의 경우도 서른 여덟의 나이에 완전 연소되어 조직을 떠났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은 말했다. ‘저 여자가 저리 빨리 타버릴 줄이야’ 박재희가 전조증상이 거의 없다고 말했듯이 사람들은 나의 번 아웃을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몸의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나는 작은 일에도 예민해졌고 어떤 일이 새롭게 맡겨지면 겁부터 나기 시작했다. 눈물이 많아지고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생각하는 때가 잦아졌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내 양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때쯤에 나는 이미 까만 재로 남아 있었다.
조직에는 녹슬어 버린 여자들도 여럿 있다. 이런 여자들은 대부분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철학을 맹신하는 부류들이다. 그들은 힘들 때 마다 다윈의 말에 힘을 얻는다. ‘적자생존 -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이들의 절체절명의 목표는 오직 ‘생존’이다. 일을 많이 하다 보면 실수가 많아지고 실수가 많아지면 생존이 어렵다. 이들은 절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 오직 지금 손에 쥔 것들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녹슨 채 움직이지 않는다. 당연히 조직은 이런 여자들이 달갑지 않다. 하지만 뚜렷한 잘못도 없기 때문에 조직에서 제거하기도 쉽지 않다. 그들 중 일부는 조기퇴직프로그램의 수혜자가되어 위로금을 챙겨 조직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버티기 위해 아직도조직에서 녹슨 채 잠들어 있다.
완전 연소되었던 나는, 1년 반의 안식년을 마치고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 다시 조직에 복귀했다. 예전의 나에게 성공의 정의는 ‘부와 명성’이었다. 성공을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참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며 힘든 시간들을 버텨내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하기에 나는 인내력과 지구력이 부족한 인간이었다. 마흔에 접어 들면서 나는 새로운 성공의 정의를 찾아냈다. 리더십의 대가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정의가 내 마음 속에 쏙 들어온다.
“성공이란 당신이 가장 ‘즐기는일’을, 당신이 ‘감탄하고존경하는 사람들 속에서’, 당신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행하는 것이다.”
불타지도 녹슬어 버리지도 않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아야 한다. 직장 생활 15년 동안 나는 정말 다양한 일을 해봤다. 10년 동안 했던 커뮤니케이션관련된 일은 내가 ‘잘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었고 인정도 받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즐기는 일’은 아니었다. 나는 조직의 키 플레이어(key player)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은 언제나 잘 하면 본전인 지원부서의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서른 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가방을 든 영업사원이 되었다. 그 일은 주목 받을 수 있는 일임에는 분명했지만 내가 잘하는 일은 아니었다. 나는 성과가 나올 때까지 진득하니 기다릴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아침기상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오전 시간을 거래처가 아닌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나는 그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옮겨 간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잘 하는 일도 아니었다. 조직의 효율을 높인다는 미명아래 사람들을 평가하고 몰아세우는 일은 나에게 힘든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숨부터 나왔다. 하루를 버티는 일은 고역이었다.
Source : www.flicker.com
현재 나는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다. 이 일은 내가 즐기는 일임이 틀림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보낼 생각에 즐겁다. 일을 즐기니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초보자의 경우 6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나는 입사한 첫 달에 매출을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이 일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혹자는 갑(고객사)도 아니고 을(후보자)도 아니고 병의 위치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고 혹자는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의미는 1년에 한 번 정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보니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각기 다르게 정의를 내리는이유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즐기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래야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태도가 달라져야 성과가 달라진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나 역시 이런저런 시행착오는 거쳐 여기까지 왔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을 어렴풋이 알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열쇠는 ‘자아 탐구’에 있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격유형검사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MBTI나 StrengthFinder 등은세계적으로 유효성이 검증된 검사로 약간의 노력과 비용을 들이면 해볼 수 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좋다.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의깊게 들어보자.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나와의 파워 인터뷰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확신과 방황을 글로 정리해보자. 어느 순간 일관된 패턴이 눈에 들어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알게 될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면 감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을 찾으면 된다. 조직 안에서 기회를 엿본다면 부서장과 팀원들의 평판을 근거로 찾으면 되고 조직 바깥에서 찾는다면 나와 비전과 가치가 맞는 회사를 찾으면 된다. 감탄하고 존경할만한 사람들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그 사람들과 맞아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즐기는 일이지만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해야 한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나는 여자들이 조직에서 불타지도, 녹슬어 버리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즐기는 일 찾기’라고 확신한다. 즐기는 일을 하다 보면 불타버리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시의 ‘에우다이모니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가장 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기 때문에 탈진할 염려가 없다. 일이 놀이고 놀이가 일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즐기는 일을 하다 보면 녹슬지 않는다. 누가시키지 않아도 일이 재미있어 이리저리 뛰어 다니니 어찌 녹슬 수 있겠는가? 찰스 핸디는 그의 저서 『포트폴리오인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삶을 바꾸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별볼일 없는 삶이 될 것이 뻔해도 그냥 익숙한 생활에 머무르는 편이 훨씬 편하다. 삶을 바꾸려면 새로운 사다리의 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오르는 사다리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 어떻게할 것인가 하는 결정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그대는 어떠한가?
불타고 있는가, 녹슬고 있는가?
새로운 사다리가 필요하지는 않는가?
그대가 즐기는 일을 찾아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