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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8일 08시 5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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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카구라자카의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잠시동안 머물다  떠나는 것이 아쉬워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다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한다. 


고백하자면, 부끄러움이 많거나 혹은 용기가 부족한 나는 정면에서 누군가를 겨냥하지 못한다. 때문에 나의 카메라는 보통 누군가의 뒷모습 혹은 프로필을 스치듯 잡는다. 되도록 찍히는 사람이 눈치채지 못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사람이 있는 풍경은 대개 그렇다.


그런데 어두운 골목 한 구석을 겨누고 있던 카메라의 파인더 속으로 누군가 불쑥 들어왔다. 그는 브이 자를 그리며 해맑게 포즈를 잡는다. 주변은 어둡고, 어둠에 취약한 펜탁스 카메라의 셔터는 더디게 반응한다. 꾸욱 있는 힘껏 셔터를 눌러 겨우 한 컷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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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나는 그가 무언가를 배달하는 중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한 컷 더 찍으려 하자 그는 또 다른 포즈를 취했다. 키득 키득, 지나가는 행인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매뉴얼로 바꿀 요량을 내지 못해 또 꾸욱, 제대로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 한 장을 더 남겼다. 그는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재빠르고 경쾌하게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어느새 비가 그쳤다. 그날, 그가 내게 건네주고 간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설명할 길 없이 따뜻하고, 미처 말하여 질 수 없다는 듯 몽글몽글한 그것. 어떤 것들은 그렇게 다가온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몸짓, 미처 예상하지 못한 각도로. 그리고 어떤 것들은 시작된다. 부득이하게도.


5-1-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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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한 가뭄이 계속된다더니, 지금은 장마가 한창인가 봅니다. 이 곳 일본의 큐슈 지역에는 이 때까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비가 내려 한바탕 큰 물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우리는 비가 왜 그 곳에 내리는 것인지, 혹은 내리지 않는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모든 것은 우연히, 돌발적으로 일어날 뿐입니다. 


저는 어딘가 정돈되고 계획된 길을 걷고 싶었는데, 사는 게 그렇게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나봅니다. 그러니 제가 때로 미친 듯 춤을 추더라도 이유는 묻지 말아주세요. 어딘가에 심하게 부딪혔거나, 반가운 누군가를 만났나보네, 짐작하고 웃으면서 지나가주세요. 때로 시작은 그러하니까요. 어떤 변화는 그렇게 다가오나 봅니다. 마치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듯이. 어딘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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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 2012 *.169.188.35

사는게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조금 더 어릴 때는 세상에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요즘은 기구한 인생이 아닌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세상의 많은 상처들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게서 오기 보다는

대부분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받는 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혹시 지나가는 말로 왜 그렇게 힘드니 물어보더라도

너무 힘들어 하거나 상처받지는 마세요.

 

때로는 정확하지는 않아도 짐작하고 웃으면서 지나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만 40년이 넘게 걸린 사람도 있으니 말이에요.

 

몰라서 그런 것일뿐....상처받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닐꺼에요...

 

그나저나 태풍이 온다고 잔뜩 긴장했는데 그냥 지나가니

약간은 섭섭한 감정이 새록 새록 올라 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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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주인공의 얼굴이 참 좋군요.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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