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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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인으로서 탄식했고, 아들로서 복종했다"
이 말은 18세기의 위대한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기번의 자서전 중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그는 '로마제국 쇠망사' 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Roman Empire의 저자로서 애덤 스미스의 표현대로 '이 책 단 한권으로 유럽 최고의 문필가로 올라선 인물'이 되었습니다. 집안은 매우 부유했지만 어려서 몸이 약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그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댔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죽고 여섯 형제들은 모두 어린 시절 다 죽고 말았기 때문에 장남인 그만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 이모인 캐서린의 각별한 도움으로 특히 역사책을 즐기며 소년 시절을 보냈지요.
15살의 나이에 건강이 좋아져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는 '박사도 놀랄만한 학식과 어린 아이도 얼굴을 붉힐만한 유치함'을 가지고 옥스퍼드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국을 떠나 스위스 로잔에서 학업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가 갓 스무 살의 청년이었습니다.
기번은 목사의 딸인 동갑내기 처녀 퀴르쇼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녀는 매력에 넘치고 지적인 여성이었지요. 그러나 기번의 아버지는 이 결혼을 극력 반대했기 때문에 그는 연인에 대한 사랑과 아들로서의 복종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아버지의 명령에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바로 그때 '나는 연인으로서 한숨지었고, 아들로서 복종했다' 라는 유명한 문구를 남겼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연인으로서는 헤어져 서먹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평생의 친구로는 함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에드워드 기번의 전 생애를 통한 유일한 연애 사건이었습니다. 기번은 57세에 죽기 까지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기번의 문장은 우아하고 묘한 매력으로 주옥같은 대비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책을 놓고도 글의 아름다움이 오래 마음을 떠나지 않는 글입니다. 위에 인용한 아주 짧은 글 외에도 몇 개의 그 다운 통찰을 담은 아포리즘의 문장을 예를 들어 보도록 하지요.
"그들은 모든 것을 소유했으나, 그 후 모든 것이 시들해졌다" (로마제국 쇠망사 6장)
"왕의 권위는 군사력에 의해, 그 군사력은 세금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8장)
"황제의 총애는 권력을 부여하지만, 민중의 존경심은 권위를 부여한다" (10장)
"대화는 이해력을 높혀주지만, 고독은 천재성의 학교다" (50장)
"나의 책은 만인의 책상과 모든 화장대 위에 놓여졌다" (자서전 )
모두 그럴 듯 하지요? 그러면 오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재치있는 말들과 저자를 한 문장씩 공유해 보면 어떨까요? 인생의 좌우명이여도 좋고, 나누고 싶은 통찰이어도 좋고, 축축한 장마철 향기가 오래 남아 하루 동안 음미해도 좋을만한 빛나는 문장 하나를 남겨 주세요.
* 매주 보내는 금요 편지는 '내 영혼을 키운 불멸의 명언들' 이라는 타이틀 아래 여러분과 함께 쓰는 책으로 가닥을 잡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내 글과 여러분들의 대답이 사례를 이루어 한 꼭지를 구성하고, 1 년 쯤 지나 50 꼭지가 모이면 책으로 '출간해 보고 싶습니다. 댓글을 남기거나 메일을 보내 주세요. (bhgoo@bhg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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